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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미국판 ‘수저 계급론’/김성수 논설위원

    “나만 (후보 중에) 억만장자가 아니다. ‘슈퍼팩’(선거 때 정치자금을 거두는 조직)은커녕 ‘백팩’(배낭)도 없다. 나는 강의실을 왔다 갔다 하는 교수처럼 양손으로 짐을 들고 다닌다. 속옷도 한 벌밖에 없다. 심지어 옷도 드라이어가 없어 라디에이터에 말린다.”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출연한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68)의 속사포 같은 개그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진다. SNL은 정치 풍자로 유명한 미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정치인들은 이 프로에서 다뤄 주지 않으면 오히려 서운해할 정도다. 래리가 흉내 낸 사람은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주) 상원의원이다. 우리 나이로 75세(1941년생). 손자 7명을 둔 할아버지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진보정치인이다. 2010년 12월 10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합의한 부자 감세 법안에 반대하며 무려 8시간 37분 동안 ‘마라톤연설’을 해 유명세를 탔다. 원래 무소속인데 이번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미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선거에 출마한 이유라고 밝힌다. 미국 경제의 비극은 초부유층은 갈수록 더 부자가 되고 중산층은 사라지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 데 있다는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한창인 우리 사회와 꼭 닮았다. 미국판 ‘수저 계급론’인 셈이다. 샌더스는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나 석유재벌 찰스·데이비드 코흐 형제, 카지노 재벌 셸던 에덜슨 등 미국의 최고부자 15명이 최근 2년간 자산이 200조원 가까이 늘었고, 이는 하위 40%의 자산보다 많다고 지적한다. 또 미국 최상위층 0.1%의 자산은 지난 30년간 전체의 10%에서 22%로 두 배 넘게 늘었는데, 이는 빈곤층과 근로자의 부를 빼앗아 이들에게 가져다준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부(富)의 독점은 비도덕적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미국인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월가의 금융기업을 세금으로 구제해 줬던 만큼 이번에는 월스트리트에 투기거래세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생긴 재원으로 공립대학 무상교육을 하겠다고 공언한다. 1%가 아닌 99%의 서민을 위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약속에 미국인들은 쫑긋 귀를 기울이고 있다. ‘꼴통 재벌’로 막말만 일삼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비교되면서 주가는 더욱 뛰고 있다. 하지만 힐러리를 잡고 내년에 본선에 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돌풍은 몰고 왔지만 미국 대선판에 부의 불평등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웃는 아이’만 보면 행복한데 ‘금수저’ ‘흙수저’ 소리 들으면…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웃는 아이’만 보면 행복한데 ‘금수저’ ‘흙수저’ 소리 들으면…

    사랑스런 아이를 돈에 견주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져왔지만, 아이가 클수록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무조건 예쁜 것과, 내가 엄마로서 갖는 책임감과는 또 다른 문제다. 아이는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바라보고 웃어주고, 그 웃음이 그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주지만, 그와는 별개로 돈과 시간 같은 물질적인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꼭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주는 것부터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돈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기 태어나고 보름쯤 되자 양육비 부담 실감 ´양육비´를 실감한 것은 아기가 태어난 지 보름쯤 됐을 때다.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신생아 기저귀를 하루에 10개씩 갈아치우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남편은 그때 처음으로 아빠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갈아치우는 기저귀 값을 자기가 다 감당해야 한다는 실감이 났단다. 모유수유가 어려웠던 초반에 사 먹인 분유가 한 통에 3만~4만원, 기저귀 한 팩에 2만원 안팎. 새것을 사들이는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놀랐다. 장난감 몇 개, 옷, 이유식 재료 등 아이가 클수록 돈 들어갈 곳은 늘어났다. 일을 하려고 보니 아이를 맡기는 비용으로 100만원 단위 돈이 아주 우습게 나간다. 이제 두 돌을 바라보는 아이의 말과 행동이 급격히 발달하는 것을 보며 ´교육비´도 생각이 든다. 당장 이 어린아이에게 뭘 시키거나 특별히 가르칠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고책을 사도 몇 만원이 쉽게 나가는 것을 보며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비용을 체감하게 된다. 아이 한 명을 대학교까지 보내는 데 3억원 남짓의 돈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미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부쩍 와 닿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0년 자녀 양육비용을 추계한 결과 한 달 평균 자녀 1인당 양육비 지출 추계액은 한 자녀 가계 월 75만 5972원, 두 자녀 가계 월 65만 8607원, 세 자녀 가계 월 54만 6309원으로 산출됐다. 아이의 연령대로 살펴보면 첫째 아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학령 전인 경우 월 75만 4601원, 초등학교 재학시 월 77만 5534원, 중학교 재학시 월 83만 6821원, 고등학교 재학시 월 96만 5027원, 대학교 재학 시 88만 5900원으로 추계됐다고 한다.(인당 비용 접근법) 자녀 양육비용 추계액은 자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증가했고, 특히 자녀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일 경우가 가장 높았다. 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이유에서다. 5년 전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 결과인 만큼 지금은 더 높아졌으리라고 본다.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의 ‘자녀가치 국제비교’ 연구 내용에서도 이 같은 ´부담´이 드러난다. 9개 국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의미하는 ‘자녀가치’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점수가 3.29점인 반면 우리나라는 3.17점으로 세 번째로 낮은 쪽에 속했다. 각 항목의 점수는 ▲자녀는 기쁨 4.26점 ▲자녀는 부모의 자유를 제한 3.30점 ▲자녀는 재정적 부담 3.26점 ▲경제활동을 제한 3.25점 ▲자녀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상승 3.17점 ▲성인자녀는 노부모에게 도움 3.54점 등으로 조사됐다. ●부모 스펙도 아이 성장에 영향 주는 현실 캄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결과가 특이한 점은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도 높고 부정적인 가치도 높은 양면적인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점수로 나타난 것은 ‘부모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과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자녀가 정신적인 기쁨을 주기는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개인적 생활이 제한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런 부담은 단순히 아이를 길러내는 비용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먹을 것과 입을 것 외에도 필요한 게 아주 많을 뿐더러 우리가 아이만 키우면서 사는 것도 아니다. 살고 있는 집의 대출도 얼른 갚아야 하고 각종 공과금에 생활비도 있다. 지난해 이사해 살고 있는 집은 1년 만에 전셋값이 1억원이 올랐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심지어 이제는 아이를 어디서 키우는지도 중요한 문제가 됐고, 아이가 컸을 때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무시할 수 없다. 성인이 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나이 서른 넘은 애 엄마에게도 여전히 “아버지 뭐하시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사회다. 고위직 인사들이 성인이 된 자녀들의 취업을 부탁하는가 하면 또 그것이 통한다고 여겨진다. “어디 사느냐”는 한마디로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이 가늠되고, 부모의 ´스펙´이 곧 자녀에게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굉장히 듣기 싫은 말이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나는 이런 곳에서 아이를 길러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그만 앞이 캄캄해진다. 별로 욕심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는데 그것조차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모 의존 안 해 뿌듯… 출발부터 뒤처졌다 생각도 나는 아기를 가졌을 때부터 이 아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면서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꿈꿨다.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받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고 있다. 그 길을 이끌어주고 지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하는 엄마의 삶을 택했다. 아이가 뭔가 경험하고 싶을 때 몇 푼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고, 나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의 생각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하루씩 늘어갈수록 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학 공부까지 잘 시켜주신 부모님에게 더이상 의존하지 말자며 우리 부부는 둘 만의 힘으로 살림을 시작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뿌듯했던 기분도 가끔은 옅어진다. 출발선부터 뒤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게다가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은 급격히 줄었고, 양육비는 훨씬 늘었다. 분명히 일을 하고 돈을 벌지만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쳇바퀴만 돌리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난관 모두 이겨내겠지만 딸 세대에 대물림 없길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느끼는 것의 몇 배 이상의 더 큰 무거움이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은 아들 두 명을 대학에 보내놓고도 아직도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시킬 걱정 때문이다. “이런 부담감은 죽어야 끝날까 몰라”라는 말에 이상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모님은 이제 “부모(자녀의 조부모)에게 도움받아서 결혼시키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시는데 쓴웃음이 났다. 물론 나는 엄마니까 아이의 웃음을 무기 삼아 어떤 어려움과 버거움도 이겨낼 것이고,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날 이 세상에서 마주하게 될 부담감을 과연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까. 다른 욕심은 다 제쳐두고 적어도 내 딸이 나와 똑같은 양의 어려움을 대물림하진 않기만을 바란다. baikyoon@seoul.co.kr
  • 켄싱턴 제주 호텔, 숙박·항공·코스 요리 한 번에…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첫선

    켄싱턴 제주 호텔, 숙박·항공·코스 요리 한 번에…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첫선

    켄싱턴 제주 호텔이 숙박에 항공까지 포함된 ‘럭셔리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를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선보인다. 추가 비용 없이 왕복 항공권(2인), 다이닝, 파티, 풀사이드 바, 액티비티, 픽업&센딩 등 호텔의 모든 혜택을 누리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식사는 세 끼를 제공한다. 아침은 뷔페나 한식당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룸서비스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지중해식 브런치도 가능하다. 점심과 저녁은 각각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제주 한식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로 정통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밤 프로그램도 알차다. 라운지 ‘더 뷰’에서는 ‘골든 홀리데이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 아이다 듀오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며 매캘런 3종 테이스팅 세트 또는 칵테일, 와인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별빛이 쏟아지는 옥상에선 버블 파티가 펼쳐진다. 샴페인 바와 클럽 하우스에서 칵테일, 스파클링 와인 등을 마시며 디제이의 퍼포먼스를 즐기는 파티다. 음료는 무제한 제공된다. 야자수로 장식된 온수풀에서 별빛 맞으며 수영을 즐겨도 좋겠다. 워낙 로맨틱한 곳이다 보니 주로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자쿠지와 월풀, 핀란드식 건식 사우나 등도 갖췄다. 1인 3만원. 호텔 액티비티 팀인 ‘케니’와 함께 겨울 제주를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감귤 따기, 눈꽃 트레킹, 곶자왈 트레킹 등에서 선택하면 된다. 팁 하나. 객실 내 미니바가 공짜다. 특급호텔에 투숙해 냉장고를 열 때마다 멈칫해야 했던 ‘흙수저’의 기억은 지워도 좋다. 양은 많지 않아도 맥주, 음료, 스낵 등 갖출 건 다 갖췄다. 올인클루시브 패키지는 커플과 패밀리 등 2가지 상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42만원(세금 별도)부터 상품별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홈페이지(www.kensingtonjeju.com) 참조. (064)735-8900.
  •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서울신문은 올해 초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통해 경제, 정치, 교육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또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평판사회로 가자’와 같은 기획특집을 통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제시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말도 드물다. 말의 뜻은 어렵지 않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인데, 사회 일각에서 뿌린 것 이상으로 거두거나 뿌린 만큼 거둬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 속담의 의미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사회가 안정돼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씩 ‘뿌린 만큼 거두지 않는 경우도 있지’ 하고 투덜대면 그만이다. 하지만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든 상황에 대입하면 심상치 않은 의미를 갖게 된다. 급기야는 ‘흙수저’를 쥐고 태어났느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니 하는 말이 유행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둘러싼 ‘금수저’ 논쟁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힘들다.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예능 감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출연자를 둘러싼 배경이 부각되는 것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흙수저’, ‘헬조선’ 등의 말에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기 힘든 요즘 젊은 세대의 분노와 자조가 섞여 있다. 이 말의 바탕에는 이 시대의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성공의 문이 아무리 좁더라도 경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모두들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문이 아무리 넓더라도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난주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두산의 우승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산에 우승을 내준 삼성선수단의 자세였다. 삼성선수단은 두산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에도 운동장에 남아 두산의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핵심 선수 3명이 빠진 상태에서 두산과 경기를 치렀기에 이런저런 핑계를 댈 수도 있었지만, 삼성선수단은 운동장에 남아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삼성은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 장기의 차, 포, 마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제외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원칙이었고, 삼성은 그 원칙을 지켰다. 나는 두산 팬이지만 올해의 진정한 우승팀은 삼성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야구단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정한 게임을 위해 핵심 전력을 제외한 채 게임에 임했듯이 기성세대는 ‘흙수저’와 ‘금수저’가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금수저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회는 머잖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이상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사회적 유전의 필연성을 나타내는 말이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서울신문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건설에 주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참여해 주리라 믿는다.
  • [서울광장] 심각한 부의 양극화, 그래도 길은 있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심각한 부의 양극화, 그래도 길은 있다/김성수 논설위원

    ‘흙수저’란 말이 요즘 자주 등장한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게 없는 이들을 말한다. 자기가 흙수저인지 아닌지 따져 보는 게임도 인터넷에 있다. 대다수는 흙수저다. 씁쓸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듣는 어감도 나쁘다. 반대의 뜻인 ‘금수저’, ‘은수저’와는 또 다르다. 젊은 층에겐 절망과 동의어다.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난 젊은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봤자 신분상승이 어렵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富)가 쌓인다. 부의 양극화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에 다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심각하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에 따르면 하위 50%가 갖고 있는 자산은 고작 2%에 불과하다. 반면 자산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26%를 갖고 있다. 피케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속도를 크게 앞선다. 숟가락 색깔이 한 번 정해지면 좀처럼 바꾸기 어려운 이유다. 신(新)계급사회의 도래다. 여성들이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보다 아버지가 부자인 ‘파파리치’(papa+rich)를 더 좋아할 만하다. 우리 사회의 부의 양극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도 크다. 내가 가난한 건 참겠지만 내 자식에게까지 가난을 대물림해야 한다는 사실은 못 참는다. 처음부터 출발선이 다르니 결과도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공정이다. ‘헬조선’ 닷컴사이트에 내걸린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도 그런 뜻을 담고 있다. 현실은 공정하지 못하며 죽창 앞에서야 평등하다는 뜻이다. 현실이 이런데 기성세대가 “노력도 해보지 않고 숟가락 탓만 할 거냐”고 훈계해 봤자다. ‘꼰대’ 소리만 듣는다. 여당 의원을 모아 놓고 강연했던 누군가와 다를 바 없다. 젊은 층(학생)이 대한민국을 헬조선, 희망이 없는 나라, 특권층만 잘사는 나라로 인식하고 불평과 남 탓을 하며 패배감을 갖는 것은 우리의 역사 교과서뿐 아니라 경제, 문학, 윤리, 사회 교과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다.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느끼는 것은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지 교과서에서 배운 게 아니다. 부의 불평등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교육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기회의 불평등도 생긴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에 따르면 작년 서울대 합격생 가운데 강남구 출신이 강북구 출신보다 무려 21배나 많았다. 부모의 소득과 사교육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거나, 소득분배를 정교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부유층한테서 거둔 세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 양극화는 구조적인 문제라 어떤 대책도 한계는 있다. 그렇더라도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정부나 사회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고소득층의 자발적인 양보도 해결책이 된다.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지난 4월 미국 카드결제 대행사 그래비티페이먼츠의 최고경영자(CEO) 댄 프라이스는 100만 달러(약 11억 3210만원)가 넘는 자기 연봉을 7만 달러(약 7924만원)로 대폭 깎아 직원들의 최저 연봉을 5만 달러(약 5660만원)로 맞춰 줬다. 우리만큼 부의 쏠림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고려대가 내년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이를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돌리기로 한 사례가 있다. 부모가 잘살아서 성적장학금이 없어도 학교에 다니는 데 문제가 없는 학생 대신 장학금이 없으면 당장 학업을 그만둬야 할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좋은 해법이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고시도 대표적인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다. 로스쿨과 함께 ‘투 트랙’으로 계속 운용하는 게 오히려 공정한 일이라고 본다. 가진 것은 없지만 자기 실력으로 노력해 기회를 잡겠다는 것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1년 뒤 미국 대선이나 2년 1개월 남은 우리 대선에서나 ‘부의 불평등’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표심을 잡기 위해 어떤 기발한 공약들이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sskim@seoul.co.kr
  • 슬프다, 그녀의 거짓말

    슬프다, 그녀의 거짓말

    “허언증, 리플리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그 증상을 안고 살아가는지, 과연 우리는 허언증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나랑은 진짜 상관이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거짓말’(감독 김동명)의 주인공 아영은 ‘자본주의의 병’을 지독하게 앓는 캐릭터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결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 채 가진 척이라도 하려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허영의 감옥에 자신을 굳게 가두게 된다. 전형적인 리플리 증후군이다. 아영을 연기한 김꽃비(30)는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독립영화계 스타다.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천역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관객 입장에선 거짓말 행진을 말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정작 김꽃비 자신은 사소한 거짓말조차 못하는 성격이라 연기가 재미 있었다고. 처음엔 여성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로 접근했는데, 여성 중심 영화로 특별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했다. 그만큼 여성 영화가 드문 까닭이다. 김꽃비는 아직도 양성이 평등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역사적으로 남성 중심 사회였고, 문화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기 때문 아닐까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자 이야기는 인기가 없다, 재미가 없다, 그런 낡은 인식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잘 안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심지어 여성 감독, 작가조차도 관습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가 있죠.” 셀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나 나 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카메라를 선물받았다는 그는 언젠가 작품 연출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물론 연기를 할수록 연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제가 주변에선 바이크 전도사로 통하거든요. 저 때문에 바이크를 타게 된 여자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우리 시대 20~30대 여성 이야기를 바이크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어요. ”
  • [데스크 시각] ‘헬조선’ 유감/이순녀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헬조선’ 유감/이순녀 문화부장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덕에 비문이나 비속어 사용에 민감한 편이다. 사회 현상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유행어, 신조어도 남들보다 한 박자 느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광속의 소통 채널을 타고 휙휙 날아다니는 요즘의 신조어는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낚아채지 않으면 금방 구문이 돼 버리기 때문에 굳이 따라잡을 노력도 안 하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 언론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신조어 ‘헬조선’을 처음 접했을 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지옥이란 뜻의 영어 ‘헬’(hell)과 120여년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호 ‘조선’을 결합한 이 국적 불명의 단어가 내뿜는 불행과 저주의 기운에 압도당했다. 물론 이해한다.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위키백과의 뜻풀이대로 청년 세대의 좌절과 상실감이 얼마나 깊었으면 이런 지독한 악담까지 나왔을까 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2010년에 등장한 ‘헬조선’이 최신 유행어가 된 데는 사회 지도층과 기성 세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너무 멀리 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비슷한 신조어로 ‘지옥 불반도’ ‘개한민국’ ‘망한민국’ 등이 쓰인다고 한다. 한반도가 불타고 있는 그림도 돌아다닌다. 부의 세습을 상징하는 금수저의 반대말로 사용되는 ‘흙수저’란 단어나, 기성 세대가 누렸던 고도성장 시대와 달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비꼬는 ‘노오력’ 같은 단어는 또 어떤가. 자조를 넘어 집단 자학이 첨단 유행이 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다. 신조어는 불합리한 사회 실태를 날카롭게 짚어 내 경종을 울리는 순기능이 있지만, 반대로 집단의 사고를 틀 안에 가두는 부작용도 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영역까지 ‘헬조선’ ‘흙수저’의 탓으로 책임을 돌릴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신문, 방송 등 대중 미디어에서 좀 더 주의 깊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말이 나온 김에 방송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비속어, 신조어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규제가 다소 느슨한 케이블 채널은 말할 것도 없고, 지상파 공영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비속어가 튀어나온다. 인터넷에서 이미 통용되는 말인데 방송에서 규제하는 게 무슨 실효가 있겠냐 하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열폭’ ‘극혐’ ‘핵노잼’ 같은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접하는 것과 방송에서 듣는 것은 그 무게가 다르다. 온갖 프로그램에 자막이 넘쳐나면서 오자나 잘못된 표현이 방송되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다행히 KBS, MBC, SBS를 비롯한 8개 방송사가 지난 7일 업무 협약식을 갖고 욕설, 비속어 사용 금지와 올바른 표현 사용을 원칙으로 제시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 준수를 약속했다. 유야무야되지 않길 기대한다. 국립국어원도 신조어 등록에 좀 더 신중하길 바란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19금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된 ‘낮져밤이’가 ‘성소수자’나 ‘이주노동자’ ‘대안학교’ 등도 오르지 못한 신조어 목록을 차지한 기준이 뭔지 의아스럽다. ‘존잘남’ ‘존예’ ‘존맛’ ‘개공감’ ‘개알바’ 등이 버젓이 신조어에 오른 것도 낯뜨겁다. 더욱이 여성과 관련한 신조어는 외모와 관련됐거나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단어들이 많은 반면 남성은 긍정적인 의미의 신조어가 많다는 점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늘은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그 의미를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coral@seoul.co.kr
  • 한가위 밥상머리 부모·자녀 세대 툭 터놓고 ‘Talk’

    한가위 밥상머리 부모·자녀 세대 툭 터놓고 ‘Talk’

    올 초 서울의 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 준비생으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모(28)씨의 이번 추석 연휴는 씁쓸했다. 1년 만에 가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와 고성을 주고받아 마음이 한층 무거웠다. 박씨는 지난 24일 부산 본가에 내려갔다. 지난 설에는 취업 준비를 한다고 가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사실 날이 얼마나 남았겠느냐”는 부모님 말씀에 고향 집으로 향한 무거운 발걸음이었다. 평소 취업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빚어 온 박씨는 가족들과 대면하는 게 불편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박씨의 아버지는 당장 대기업 취직이 어려우면 눈을 낮추라고 요구했고,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가 재취업을 시도 중인 박씨는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박씨는 추석 당일인 27일 오전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급히 서울로 상경했다. 그는 서울에 와서 혼자 영화 ‘사도’를 보며 울분을 달랬다. 박씨는 “극 중에서는 아버지 영조가 만든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도세자의 모습이 나오는데 어른들이 만든 기준에 따라 취업을 하고 그 기준에 들어맞지 않으면 영영 취준생 신분인 우리와 사도세자가 다를 바가 뭐냐”고 말했다. 귀성길을 재촉하며 한자리에 모인 한가위 식탁 상차림에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고민스러운 현실이 담겨 있었다. 여러 해째 취업을 못 하는 삼촌부터 시집 못 가는 고모의 얘기는 남의 얘기가 아니었고, 취업 경쟁에 축 처진 자녀들의 어깨를 보는 부모 세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년퇴직을 앞둔 부모 세대의 불안한 노후를 바라보는 자녀 세대도 편치 않은 마음뿐이다. 추석 밥상머리에서 ‘뜨거운 감자’는 단연코 ‘취업’ 문제였다.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 문 때문에 버둥대는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에게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 중인 이른바 ‘대학교 5학년’ 김모(24·여)씨. 반복되는 취업 실패에 뒤늦게 어학연수라도 가겠다고 말을 꺼냈다가 어머니와 언쟁만 벌였다. 그는 영어 스펙이라도 확실하게 쌓아 취업에 재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씨는 “나와 비슷한 스펙을 가진 경쟁자들은 넘쳐나는데 내가 봐도 내가 그들보다 나은 점을 찾을 수 없다”며 “대학 내내 가지 않은 어학연수를 지금이라도 가야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 최모(52)씨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다. 딸이 취업에 실패하다 보니 스트레스에 시달려 현실 도피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에 교환학생까지 다녀온 김씨가 다시 어학연수를 간다는 게 현실 도피로만 보인다. 모녀는 추석 연휴에 생각을 나눴지만 서로 생채기만 남긴 듯했다. 최씨는 “취업이 어렵더라도 딸이 잘 참고 이겨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직장인 조모(43)씨는 연휴 때 취준생 사촌동생들을 만나 ‘유전(有錢)유취’ ‘무전(無錢)무취’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조씨는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있는 집 자식들한테만 한국은 천국인 것 같다”며 “한 나라 안에서도 흙수저 청년들은 명절에도 취업 때문에 공부하고 있는데 금수저 청년들은 부모 덕에 취업도 걱정 없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였다. 그는 “우리 사회 고위층은 취업난이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취업 못 하는 걸 부모 탓으로 돌리는 청년들을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보면 취업난도 있는 집, 없는 집으로 나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물론 취업은 자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년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게도 마치 자녀와 일자리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한 씁쓸한 마음이 번진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이번 명절 때 경남 창원에 내려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들은 아버지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아버지는 “요즘 50~60대 사이에서 하는 ‘100살까지 살라’는 말이 오히려 우울하게 들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노후는 두렵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이씨는 “아버지 세대가 다른 여유는 누리지 못하고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왔는데 그 대가로 돌아오는 것이 불안한 노후라는 현실이 무겁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에 이어 결혼도 화두였다. 서울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계열 대기업에 다니는 허모(30)씨. 그는 이번 추석에 방문한 강원도 부모님 댁에서도 좀처럼 부모님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결혼 성화가 그에게는 답답한 현실을 환기시키는 잔소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허씨는 앞으로 5년간은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2000만원이나 쌓인 학자금 대출을 갚고 부모님 생활비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형 뒷바라지를 해 온 그에게 결혼은 사치라는 게 스스로 내린 진단이다. 허씨는 서울에서 방 한 칸 전세라도 마련하려면 억대의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돈을 모을 자신도 없다. 허씨는 “부모님은 전세가 안 되면 월세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권유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며 “3포 세대, 7포 세대라고 하는데 굳이 결혼해 힘들게 살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경찰팀 종합 lsw1469@seoul.co.kr
  • [씨줄날줄] 이민계(移民契)/오일만 논설위원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20대는 꿈을 잃어 가고 30대는 좌절의 아픔을 겪고 있다. ‘연애· 결혼·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3포 시대’에서 내 집 마련과 인간 관계가 더해진 ‘5포 시대’를 거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하는 ‘7포 시대’가 된 지도 오래다. 비정한 현실을 접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최근에는 ‘n포 시대’라는 유행어가 나왔다. n은 부정수(不定數), 즉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흙수저’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회자됐던 ‘금수저’(부잣집에 태어난 사람)에 빗대 가난한 서민층의 의미인 ‘흙수저’라는 말이 탄생한 것이다. 현실의 높은 벽을 자신의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을 때 청년들은 좌절한다. 이런 좌절이 공정하지도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이 들게 되면 좌절은 분노로 변하기 마련이다. 최근 사회문제가 됐던 윤후덕(새정치민주연합)·김태원(새누리당) 의원 자녀들의 변호사 특채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일부 최상계층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학 졸업 후 3년의 세월과 억대의 학비가 필요한 로스쿨 제도가 우리 사회의 기득 권력층 자녀들에게 부와 권력의 대물림 통로로 변하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고려나 조선시대에나 가능했던 음서(蔭敍) 제도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젊은 층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이다. 좌절하고 분노하는 우리 청춘들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를 ‘헬(hell)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용 절벽 앞에서 꿈과 희망을 접어야 하는 판에 고관대작 자녀들의 ‘뒷구멍 취업’을 지켜보면서 억장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현실이 곧 지옥(hell)이나 다름없다는 이들의 절규가 가슴에 와 닿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요즘 20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이민계(移民契)가 유행한다는 보도다. 한국 사회에서 더는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은 삶의 질이 높은 북유럽이나 호주, 뉴질랜드를 주요 대상국으로 삼고 이민에 필요한 목돈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탈(脫)한국’을 꿈꾸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20대 이상 8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계층 상승 사다리에 대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응답했다. 20대의 경우 2년 전보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답변이 10.4% 포인트나 늘어 청년층의 좌절감이 심각함을 반영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고 10명 중 9명은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고’,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고 믿는 사회는 미래가 암울하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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