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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에서 찾은 1973 안양’ 전시회 새달 개최

    ‘기록에서 찾은 1973 안양’ 전시회 새달 개최

    경기도 안양시가 시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옛 기록물을 공개한다. 시는 10월 한 달 동안 전시회 ‘기록에서 찾은 1973 안양’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석수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시 상징물이 제정되기까지 과정이 담긴 1973∼1974년 당시 기록물 40여점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가사를 수기로 써내려간 빛바랜 ‘안양시민의 노래’자료는 시 승격 후 45년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안양은 1973년 7월 1일 시로 승격됐다. 인구 5만명을 넘어 ‘시흥군 안양읍’에서 ‘경기도 안양시’로 명칭이 바뀌었다. ‘안양시민의 노래’ 당시 시 승격을 기념해 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로 제작됐다. 시기와 시휘장 제정을 위한 시민공모 관련 다양한 자료도 선보인다. 전문위원 위촉 현황, 모집결과, 당선작 시상, 두 차례에 걸친 회의록, 총평회 및 시민의견 청취 등 자료는 당시 공모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또 지금은 고인이 됐거나 오래전 현직에서 물러난 장용순 초대 안양시장과 낯선 이름의 공무원 서명과 직인이 있는 자료도 눈길을 끈다. 안양을 상징할 나무(향나무), 꽃(진달래), 동물(독수리)을 정하기까지 관련기관과 각 학교에 의뢰했던 결재문서도 있다. 특히 이채로운 것은 시 상징 동물선정 집계현황에는 독수리 외에 캥거루, 꿩, 젖소도 엿보인다. 당시 문서를 보면 ‘개나리’는 번식과 성장이 빨라 시민의 저력을 ‘은행나무’는 병충해가 없어 무궁한 번영을, ‘독수리’는 하늘의 왕자로서 기상과 번영을 의미한 것을 선정이유로 밝혀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이번 전시는 시로 승격 50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안양의 역사적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박해수 ‘양자물리학’ 포스터 공개 “생각이 현실이 된다” [SSEN컷]

    박해수 ‘양자물리학’ 포스터 공개 “생각이 현실이 된다” [SSEN컷]

    ‘양자물리학’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의 강렬한 비주얼을 담은 2차 캐릭터 포스터를 공개했다. ‘양자물리학’은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박해수)가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건에 검찰, 정치계가 연결된 사실을 알고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썩은 권력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대리만족 범죄오락극. 공개된 포스터는 ‘양자물리학’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을 찾는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해수가 맡은 ‘이찬우’는 “생각이 현실이 된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 하나로 살아온 인물. 포스터 속 “이 바닥도 혁신이 일어나야 됩니다”라는 카피는 불법 없이, 탈세 없이 정정당당하게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의 능력을 극대화해 전달한다. 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박해수의 표정은 부패 권력과의 짜릿한 한판 승부를 예고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서예지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아우라로 눈길을 끈다. 서예지는 명석한 두뇌와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정재계를 아우르는 황금인맥을 구축한 최고의 매니저 ‘성은영’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세 배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목줄까지 쥘 수 있는 아이템이죠”라는 카피는 작품 속 서예지의 활약을 예고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믿고 보는 배우 김상호는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청렴경찰 ‘박기헌’ 역을 맡았다. 윗선의 압박에도 꿋꿋이 부패 권력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탓에 ‘쓸데없이 청렴한 경찰’이라는 별칭을 얻은 ‘박기헌’. “우린 그렇게 쉽게 일 안 합니다”라는 카피와 웃음기를 걷어낸 채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김상호의 모습은 그간 선 보여온 편안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선보일 캐릭터를 예고한다.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의 새로운 매력을 담은 2차 캐릭터 포스터를 공개한 영화 ‘양자물리학’은 9월 25일 개봉 예정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여성들 ‘귀갓길 공포’ 낳은 화성연쇄살인마 엽기 행각보니

    여성들 ‘귀갓길 공포’ 낳은 화성연쇄살인마 엽기 행각보니

    시신 주요부위 잔인 훼손 뒤 농수로·야산 버려피해 여성 속옷에 용의자 정액 흔적 남기기도1980년대 여성들의 귀갓길을 공포에 떨게 했던 국내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특정되면서 그의 잔혹한 살해 수법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용의자 이모(56)씨는 피해자를 속옷 등으로 신체를 결박한 상태에서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주요 신체 부위를 잔인하게 훼손해 농로나 야산에 갖다 버렸다. 경찰은 용의자의 DNA가 검출됐다고 확인한 3건의 살인 사건이 범행 수법과 발생 장소 등에서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A(56)씨의 DNA가 총 10차례 살인사건 가운데 5차·7차·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 이 가운데 9차 사건에서는 피해 여성의 속옷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다. 이들 사건은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의 속옷을 사용해 손과 발을 결박한 점, 농로나 야산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 등 범행 수법과 시신 유기 장소 등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5차 사건은 1차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인 1987년 추운 겨울에 발생했다. 1987년 1월 10일 오후 8시 50분 경기도 화성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에서 홍모(18)양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홍양은 블라우스로 손이 묶이고 양말로 재갈이 물린 상태였다. 홍양은 누군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뒤 스카프로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7차 사건도 수법은 흡사했다. 1988년 9월 7일 오후 9시 30분 화성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안모(52)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안씨 역시 블라우스로 양손이 결박됐고, 양말과 손수건으로 재갈이 물린 상태였다. 더욱 참혹한 것은 가해자가 안씨의 신체 특정부위를 끔찍하게 훼손한 점이었다. 9차 사건은 1990년 11월 15일 오후 6시 30분 화성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여중생 김모(13)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양도 스타킹으로 결박되고, 신체의 주요부위에 대한 훼손 피해를 봐 앞선 사건과 매우 비슷했다. 범행 도구는 볼펜, 수저, 포크, 면도칼 등 다양했다. 김양은 총 10차례의 사건 가운데 최연소 희생자였다. 이씨의 잔혹한 범행 수법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세 사건 모두 용의자는 정액 흔적을 남겼고 9차에서는 정액을 통해 혈액형이 밝혀지기도 했다.이를 포함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살해수법은 모방범죄로 사건이 해결된 8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피해자의 옷가지가 이용됐다. 용의자는 피해자의 얼굴에 속옷을 씌우거나 두 손을 뒤로 묶는 방식을 이용했다. 끈 등을 이용한 교살이 7건,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살해하는 액살이 2건이었다. 이 가운데 특정신체 훼손도 4건이나 됐다. 발생 장소는 모두 야산이나 논이라는 공통점을 보였다. 다만 용의자는 주도면밀하지 못해 당시 자신이 피웠던 담배 꽁초를 현장에 두고 가거나 6가닥의 머리카락 등 상당한 증거를 남겼다. 하지만 과학수사가 미진했던 당시 현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빗물에 씻겨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허점을 보이며 증거 확보 난항에 따른 범인 색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와우! 과학] 4억 6600만년 전, 대멸종 초래한 빙하기 원인 찾았다

    [와우! 과학] 4억 6600만년 전, 대멸종 초래한 빙하기 원인 찾았다

    4억 6600만년 전 지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대멸종을 초래한 원인이 밝혀졌다. 미국 시카고대학, 스웨덴 룬드대학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 지구는 4억 6600만년 전 갑작스러운 극강의 추위로 다양한 생물종의 대멸종을 맞았다. 지금까지 지구상에는 총 5번의 대멸종이 있었으며, 이중 첫 번째 대멸종인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이 이 시기에 발생했다.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당시 지구는 빙하기였고, 당시 지구에 서식하던 생물종의 86%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당시 대멸종을 가져온 원인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발생한 소행성 폭발을 지목했다. 폭발이 발생한 소행성은 너비가 약 150㎞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으며, 이 거대한 소행성이 폭발할 때 발생한 먼지가 우주공간을 이동해 지구에까지 도달, 지구의 대기를 덮으며 이전과 다른 기온을 만들어냈다. 엄청난 양의 먼지로 뒤덮인 지구는 태양 빛을 받지 못해 점차 추워졌고 급기야 빙하기에 돌입했다. 평상시 우주에서 지구로 유입되는 우주먼지 등의 양이 트레일러 트럭 1000대 분량이라면, 이 시기에는 무려 1년 평균 4만대 분량의 우주먼지가 유입됐다. 즉 평상시보다 40배 넘는 우주먼지가 지구 대기를 덮었고, 이것이 지구 대멸종을 가져온 빙하기의 원인이 됐다는 것. 연구진은 이러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4억 6600만년 전 암석에 남아있는 우주먼지의 흔적을 채취하고 이를 남극의 퇴적암 층에서 발견한 암석 샘플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분석에 사용된 고대 해저의 암석에서 지구의 암석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원소를 발견했다. 예컨대 해당 암석에서는 지구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특수 헬륜 동위원소가 발견됐고, 연구진은 소행성에서 종종 발견되는 이러한 원소가 지구를 덮친 우주먼지의 존재를 입증케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빙하기가 온 시기와 암석에 남아있는 우주먼지의 나이가 일치한다는 것을 처음 입증했다”면서 “오르도비스기의 대멸종은 우주 공간에서 발생한 소행성 폭발로 생긴 먼지가 지구를 뒤덮은 뒤, 태양에너지를 받지 못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동영상] 노숙자와 반려견 몇주 만의 재회에 저렇게 기뻐할 수가

    [동영상] 노숙자와 반려견 몇주 만의 재회에 저렇게 기뻐할 수가

    몇주 만의 재회에 저렇게 기뻐할 수가 있을까 싶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예술가였다가 지금은 노숙자 신세가 된 앤서니 로저스는 노숙의 고달픔을 스태퍼드셔 테리어 믹스 견인 보보를 돌보며 이겨냈다. 그런데 지난달 말 어느날 깨어보니 보보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친구들에게 보보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으며 보보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연락해달라고 적은 전단지를 뿌렸다. 보보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멤피스 유기견 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직원은 금세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다는 포스터 내용을 기억해내 포스터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로저스에게 알렸다고 abc 뉴스가 13일 전했다. 몇 분 뒤 로저스와 보보는 감동적인 재회를 했다. 보보는 곧바로 달려와 로저스의 품에 안겼다가 몸을 뒤틀거나 솟구치며 로저스의 얼굴을 핥고 꼬리를 마구 흔드는 등 온몸으로 기쁨과 감격을 표현했다. 유기견 센터는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고 “보보는 아빠를 다시 만난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물론 로저스는 귀가 걸린 듯 웃어댔다. 보보를 중성화 수술한 유토피아 동물병원은 마이크로칩을 심어주고 백신 주사도 놓아줬다. 또 일년 동안 반려견 약품을 공급하고 개먹이 가방을 선사했다. 아울러 로저스가 재기를 시도하는 동안 보보를 계속 보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열 일’ 다한 CIA, 비둘기 까마귀 개와 고양이 돌고래까지 스파이로

    ‘열 일’ 다한 CIA, 비둘기 까마귀 개와 고양이 돌고래까지 스파이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냉전 시대 별 일을 다 벌였다. 물론 1차 세계대전 때의 영국 첩보부, 옛 소련이나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던 나라들, 지금의 러시아도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CIA가 최근 기밀 해제한 문서에 따르면 비둘기 몸에 작은 카메라를 달아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부두에 정박한 소련 잠수함을 자동으로 촬영하게 만든 타카나 작전이 대표적이다. 영국 BBC의 고든 코레라 안보 전문기자는 CIA가 비둘기들을 대상으로 정교한 훈련 과정을 운영했으며 비둘기 뿐만아니라 까마귀를 이용해 도청 장치를 낙하하게 하거나 돌고래를 수중 염탐에 활용하곤 했다고 소개했다. 동물들 각자가 신성한 작전을 위해 독특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는 것이다.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 박물관에는 카메라를 장착한 비둘기 인형이 있다.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중 비둘기를 스파이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책을 펴낸 코레라 기자는 비둘기를 서신 교환에 쓴 것은 훨씬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첩보전에 처음 활용한 것은 1차 세계대전 때부터라고 했다. 비둘기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물건을 떨어뜨릴 수 있고 나중에 그곳을 찾아 가서 되찾아올 수 있는 초능력 같은 것을 지녔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국 첩보기관 MI14는 독일 등 주축국에 점령당한 유럽 지역에 낙하산을 매단 컨테이너 안에 비둘기 1000마리를 넣어 지상에 떨어뜨렸다. 비둘기 몸에는 편지가 붙어 있었는데 독일군의 V1 로켓 발사 장소와 레이더 기지에 관한 정보를 적어달라는 내용이었다. ‘레오폴드의 앙심(Leopold Vindictive)’이란 레지스탕스 조직이 작성한 12쪽의 보고서는 직접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에까지 전달됐다. 전후 영국 합동정보본부는 냉전시대에 어울리는 비둘기 활용법을 찾는 비둘기 소(小)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흐지부지됐지만, 대신 CIA가 1960년대 바통을 넘겨 받으면서 다른 동물에게로 시야를 넓혔다고 코레라 기자는 소개했다. 까마귀들에게 유리 창틀에 40g 밖에 안 되는 작은 물건을 내려놓고 나중에 찾아오게 하는 훈련을 시켰다. 실제로 유럽의 어느 특정 장소에 도청 장치를 떨어뜨리는 작전에 성공했지만 어떤 내용도 녹음으로 담기지 못했다. CIA는 또 소련이 화학무기를 실험했는지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철새들이 갖다 놓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 나아가 개들의 뇌를 전기로 자극해 원하는 곳에 가게 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고양이 귀에 녹음 장치를 심는 ‘어쿠스틱 키티’ 작전이 있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돌고래를 사람과 함께나 아니면 돌고래 혼자만 적진에 침투시킬 수 있는지 살펴봤다. 돌고래를 현장 요원으로 일하게끔 훈련시키는 조련사를 어떻게 통제할지가 관건이었다. 지난 2001년 태평양 병코돌고래가 수륙양용 구축함 USS 덜루스 호에 승선해 물 속 기뢰를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했다.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서는 아예 병코돌고래에게 적군의 선적 작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수중 공격을 시도하게 하는 훈련도 실행했다. 또 소련 핵잠수함의 기계음을 탐지하는 센서를 운반할 수 있는지, 방사능이나 생물학 무기의 흔적을 찾는 임무를 맡기려 했다. 1967년에 CIA는 돌고래 담당 옥시개스(Oxygas), 조류 담당 액시오라이트(Axiolite), 견공과 고양이 담당 케첼(Kechel) 등 세 파트에 6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온다. 1970년대 중반 CIA는 한 교도소와 워싱턴 DC의 해군기지 마당에서 여러 차례 실험을 실시했다. 카메라는 2000 달러 짜리였으며 무게는 35g 밖에 안 됐다. 140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는데 절반 가량은 화질이 괜찮았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이나 주차된 차량 등 의미없는 정보를 담은 사진만 그런대로 볼 만했다. 전문가들은 위성 사진이 훨씬 쓸 만하다고 판단했다. CIA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비둘기 스파이 요원에 대해 알면 오히려 자신들을 염탐하는 데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서 입을 꼭 다물었다. 모스크바로 비둘기 상자를 비밀리에 운송해 레닌그란드 항구를 염탐하기 위해 비둘기를 어떤 방법으로 풀어놓을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예를 들어 시속 80㎞로 달리는 차의 창문을 열어 비둘기를 날리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기밀 해제된 문서는 딱 여기에서 멈춘다고 코레라 기자는 아쉬워했다. 얼마나 많은 비둘기가 실제로 염탐 임무를 띠고 하늘을 날았는지, 그들이 수집한 정보는 얼마나 되고 어떤 수준인지는 여전히 기밀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송편 빚으며 만나는 ‘두 도시 이야기’… 아픈 역사 묻어나는 ‘생일편지’

    송편 빚으며 만나는 ‘두 도시 이야기’… 아픈 역사 묻어나는 ‘생일편지’

    ‘생일편지’ 세월 뛰어넘는 사랑 그려 ‘차도삼국지’ 차의 어제와 오늘 조명추석특집으로 제작·편성된 드라마와 다큐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민족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드라마부터 남북을 오가며 촬영한 다큐멘터리까지 추석에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다. 추석특집 드라마는 KBS2 ‘생일편지’를 주목할 만하다. 근육이 굳어 가며 투병 중인 무길(전무송 분·아역 송건희)에게 평생을 찾아 헤맨 첫사랑 일애(정영숙 분·아역 조수민)의 생일 편지가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길과 일애는 1945년 히로시마에서 재회하지만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고난에 부딪힌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험난했던 시절 생채기를 겪은 청춘들의 삶이 그려진다. 11일 방송된 1부에 이어 12일 밤 10시 2부가 전파를 탄다.세계인이 즐기는 공통 음료 중 하나인 차의 역사와 현재를 찾아 떠나는 특집다큐 ‘차도삼국지’가 12~13일 오전 9시 40분 KBS1에서 방송된다. 1부에서는 중국 윈난성 소수민족의 차신제부터 차의 기원을 짚어 보고 한중일 3국 차 문화의 발전사를 조명한다. 2부에서는 차 산업의 미래상을 전망한다.JTBC는 지난 설과 지난해 추석에 방영해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시리즈 ‘두 도시 이야기’의 세 번째 ‘수원과 개성’ 편을 편성했다. 500년 고려의 도읍지였던 개성과 조선 개혁군주 정조의 꿈이 담긴 도시 수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1부 ‘왕의 도시’에서는 개성역사유적지구와 왕건 왕릉 석실, 왕건 좌상 등이 공개된다. 2부 ‘상인의 도시’에서는 두 도시 상인들의 흔적을 찾아본다. 12~13일 오후 6시 50분 방송된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추억 속, 달동네로 간다 - 인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추억 속, 달동네로 간다 - 인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달동네 #인천수도국산 #1970년대생활상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 샛강 바닥 썩은 물에 / 달이 뜨는구나/...(중략).../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 다시 어두워돌아가야 한다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1978, 창작과 비평사>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떠있는 달동네로 찾아 간다. 달동네 어원의 유래는 여러 갈래다.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중반 도심에서 쫓겨난 판자촌 주민들이 정부가 정한 값싼 산자락 자투리 땅에 ‘ㄱ’자 모양 집을 짓고 살다보니 밤에는 달과 별이 바로 보인다해서 ‘달동네’, 한 달 단위로 ‘달세’를 내고 산다고 해서 ‘달동네’, 혹은 한국 전쟁 이후 피난민들의 임시 주거지를 ‘상자(하꼬)’같이 작은 ‘방’이라고 해서 흔히들 ‘하꼬방’, ‘바라크’라고 부르던 이름으로서의 ‘달동네’ 등등 설명도 제각각이다.그런데 본격적으로 ‘달동네’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명확하다. 바로 1980년에 방영한 TBC동양방송의 드라마 '달동네'가 방영된 직후다. ‘달동네’는 도시 속 실향민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 극중 아역인 ‘똑순이’의 인기에 힘입어 시청률이 60%까지 오른 작품이었다. 이후부터 ‘달동네’는 도심의 가난한 이들이 ‘가족’ 단위로 모여 사는, ‘아직은 이웃의 정이 남아 있는’ 서민 주거지를 뜻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달동네는 판자촌, 빈민가, 쪽방촌 등의 단어 개념과는 좀 다르게 인정(人情)이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을의 다른 이름으로도 쓰이게 된다. 바로 달동네를 기억하는 곳, 인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가자.한 마디로 인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도시에 위치한 박물관으로서는 단연 기획력이 뛰어난 곳이다. 위치도 정확히 예전 달동네가 있음직한 산비탈 꼭대기까지 허위허위 올라가야 한다. 산 아래부터 일찌감치 달동네박물관 견학은 시작되는 곳이다. 그러하니 박물관 자리도 제자리를 잡고 있다. #인천생활사박물관 #송현배수지 #고향집박물관이 있는 수도국산의 원래 이름은 만수산(萬壽山) 또는 송림산(松林山)으로, 원래는 바닷가 조용한 소나무 숲이었다. 그러다 개항 이후 인구가 급증하게 되었고 예전부터도 물이 귀했던 이곳에 1906년 수도국 (水道局)을 신설하고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상수도 공사를 착수하게 되었다. 바로 ‘수도국산’이라는 명칭은 이 산언덕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송현 배수지(配水池)를 설치하면서 생겼다.처음 수도국산에 달동네가 생긴 시간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일본인들에게 상권을 박탈당한 도시 하층 빈민들이 소나무숲 사이로 모여 들었다. 이후 한국전쟁과 1960년대 산업화로 인해 주로 전라, 충청 지역 사람들이 모이면서 약 181,500㎡(5만5천여평) 규모의 수도국산 비탈에 3천여 가구가 모둠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수도국산은 인천의 전형적인 달동네가 되었다.바로 이러한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으로 1960~70년대 달동네 서민의 생활상을 테마로 하여 2005년 10월 25일에 개관하였다. 박물관에는 일상사 속에 실존했던 수도국산 달동네 서민의 평범한 삶과 생활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곳에는 구멍가게, 연탄가게, 복덕방, 이발소 등의 자그마한 가게를 비롯하여 공동수도, 공동화장실, 부업장면(성냥갑 만들기), 야학당(청산학원)도 실물형태로 재현하고 있어 관람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인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 기대 이상이다. 천천히 시간을 내어 가보자. 2. 누구와 함께? - 70년대를 기억하는 누구라도. 늙으신 부모님과 함께. 다만 언덕길이어서 천천히 3. 가는 방법은? - 1호선 동인천역 하차, 4번출구, 도보 10분 / 동인천 북광장 → 송현시장 입구(파리바게트와 인천종합동물병원 사이길) → 오르막길 약 400m 4. 특징은? - 국내 곳곳에 있는 ‘엄마 아빠 옛날 옛적에’ 류의 70년대 생활사 박물관 들 중에서는 단연 수준급.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주말을 제외하고는 한산한 편이다. 가족 단위로 다녀오면 좋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달동네 상점들, 만화가게, 달동네소극장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인천은 단연 맛의 고장이다. 노포 가게지만 인천 동구 해장국의 역사 ‘해장국집’, 한치회 ‘물레방아’, 쭈꾸미 ‘우순임할머니’, 세숫대야냉면 ‘삼미소문난냉면’, 막걸리 ‘개코막걸리’, 오징어찌개 ‘송림기사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요금 및 운영 관련 자세한 내용은 http://www.icdonggu.go.kr/open_content/museum/ 으로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차이나타운, 월미도, 인천생태박물관, 개항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시간을 내어서라도 가보길 권유한다. 인천지역이 성장하고 발전하던 시절의 뒤안길을 걸어 볼 수 있는 귀한 곳. 이런 지역 특색을 가득 지닌 박물관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지나온 삶의 의미와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작지만 단단한 박물관.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美 “이란 원유 사면 제재”… 난처해진 유럽

    이란과 핵합의 중이던 英·佛·獨 압박 이란 “英선적 유조선, 수일내 억류 풀 것” 미국이 이란과 원유 거래를 하는 국가들에 예외 없이 제재를 가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시걸 맨델커 미 재부무 테러·금융 차관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계획”이라면서 “이란산 원유 거래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예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회사에 보내는 경고”라면서 민간회사와 정부 모두에 경고하는 한편 이란혁명수비대와의 거래 역시 제재 대상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 고사에 초점을 맞춘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번 경고로 핵합의를 유지하려는 유럽 서명국(영국·프랑스·독일)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자 이란과 협상 중이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데다 이란은 전날 유럽이 핵합의를 먼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핵합의 이행범위를 축소하는 3단계 조처로 고성능 원심분리기 가동까지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세예드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영방송에서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억류했다 지난달 18일 방면한 이란 유조선 아드리안 다르야 1호가 “목적지에 도착했으며 싣고 있던 석유는 팔렸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에 팔렸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7월 19일 호르무즈 해협에 억류한 영국 선적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의 억류를 풀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이스라엘이 ‘비밀 핵프로그램 창고’라고 지목한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시설의 토양 시료에서 우라늄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익명의 외교관 2명은 검출된 우라늄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고농축 상태는 아니라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느릿느릿 돌담 걸음걸음 햇발

    느릿느릿 돌담 걸음걸음 햇발

    오는 12~29일 가을 여행주간이 진행된다. 2014년 첫 시행 이후 해마다 연휴와 단풍철이 맞물린 10월 초에 진행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가을 여행 성수기를 살짝 비킨 시기에 열린다. 국외 여행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국내 관광으로 돌리고, 특정 시기에 집중된 국내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정부의 선택이다. 올가을 여행주간의 추천 여행 테마는 ‘마을’이다. 삶의 터전인 마을에서 대대로 뿌리박고 살아온 삶들과 만나고, 마을마다 다른 역사의 향기를 음미해 보자는 권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20개 마을 가운데 전남 담양의 삼지내 마을을 다녀왔다. 세 개의 다른 물줄기가 수백년을 이어온 돌담길 사이로 흐르는 아름다운 마을이다.삼지내 마을에 들면 시간이 더디 흐른다. 느낌이 그렇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아가는 ‘슬로 시티’라 그럴까. 잰걸음으로 걷는 이도 없고, 서두르라 재촉하는 이도 없다. 눈으로 부지런 떨 일도 없다. 오래된 돌담에 기대 앉아 하늘을 보면 옛 시인의 말처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 쏟아지는 듯하다.삼지내 마을은 국제슬로시티에서 인정한 ‘슬로 시티’다. 2007년 전남 신안 증도, 완도 청산도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에 지정됐다. 삼지내 마을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돌담(등록문화재 265호)이다. 수백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바람에 허물어질 때마다 수없이 고쳐 쌓으며 돌담을 지켜왔다. 그렇게 쌓고 지켜온 돌담이 3.6㎞에 이른다.담장은 대부분 돌과 흙으로 지어올린 토석담이다. 돌담 아래로는 냇물이 흐른다. 운암천과 월봉천, 유천 등 세 냇물이 마을을 휘감아 돈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삼지내다. 세 냇물은 마을 아래에서 하나로 합쳐진 뒤 영산강으로 흘러든다. 돌담과 냇물이 어우러진 마을 안길은 직선이 거의 없다. 담도 굽고, 길도 굽고, 물도 굽어 완만한 S자형을 이룬다. 당연히 발걸음도 느려져야 한다. 그래야 마을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삼지내 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고경명의 후손이 모여 살던 마을이다. 고재선 가옥 등 고씨 성을 가진 옛집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옛집의 대문은 대부문 골목이 꺾여 들어간 곳에 있다. 나쁜 기운은 막고, 좋은 기운은 가둬두겠다는 바람이 담긴 건축 형태다. 곡선으로 굽이치는 돌담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고택은 기품 있고 그윽하다. 다만 예산 탓인지, 그중 몇몇은 정비가 덜 돼 쇠락한 느낌이 드는 게 다소 아쉽다. 구한말 민족운동의 근원지로 사용됐던 고정주 고택은 남도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ㄷ자 모양의 집이다. 문간채, 사랑채, 안채, 곳간 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반가로, 솟을대문의 위용이 당당하다. 중문에서 안채로 들 때 안채가 바로 보이지 않게 ㄱ자로 설계했다는 고재선 고택, ㅁ자형의 고재환 고택 등도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집들이다. 논바닥 한가운데 우뚝 선 남극루는 제비처럼 날렵하다. 옛 창평 관아의 문루를 옮겨 지은 2층짜리 누각이다. 촌로들이 한여름 더위를 피해 정담을 나누고, 편히 지내라는 뜻을 담아 지었다. 정자에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잡히고, 해거름 풍경이 유독 서정적이다. 삼지내 마을 사람들은 전통음식과 옛 생활방식을 여태 잇고 있다. 대나무로 만든 죽염 장류와 너른 창평 들녘에서 자란 쌀로 만든 창평쌀엿, 창평한과 등이 유명하다. 모두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 그야말로 ‘고급진’ 단맛이 일품이다. 창평현청 맞은편의 ‘달팽이 가게’에서 맛볼 수 있다.삼지내 마을 인근의 명옥헌 원림(鳴玉軒 苑林)은 이 계절에 반드시 찾아야 할 명소다. 연분홍 배롱나무꽃이 그야말로 절정이다. 담양의 아이콘 대나무숲이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못 가더라도 명옥헌은 꼭 가야 한다. 명옥헌은 인조반정의 주역 오희도(1583~1623)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아버지를 기리며 지은 정자다. 건물 앞뒤로 네모난 연못을 파서 주변에 적송, 배롱나무 등을 심고 가꿨다. 현재 남은 배롱나무는 모두 40여 그루다. 배롱나무꽃은 7~9월 사이 한 가지에서 피고 지기를 세 번 거듭한다. 꽃은 지고 난 뒤에도 진한 흔적을 남긴다. 동백처럼 꽃이 송이째 뚝뚝 떨어져 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영남을 대표하는 정자의 메카가 경남 함양이라면, 담양은 호남 정자 문화의 보고라 불린다. 그중 소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세상을 뜨자 자연에 숨어 살겠다며 꾸민 곳이다. 초록빛 대숲이 둘러친 계곡 안쪽에 광풍각이 있고, 그 뒤로 제월당이 내려다보고 있다. 소쇄원과 이웃한 식영정도 아름드리 노송과 배롱나무, 연못 위 정자 부용당 등이 어우러져 그림과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대덕면의 모현관은 조선시대 문신 유희춘의 미암일기(보물 제206호) 등 고문서를 보관하기 위해 1959년 지어진 건물이다. 연지 가운데 선 석조건물의 형태가 독특하다. 현판에 적힌 당호는 의재 허백련이 쓴 것이다. 담양읍 쪽엔 대숲으로 유명한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의 볼거리가 있다.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도 필수 방문 코스다. 200여년 전 관방천을 따라 조성된 숲이다. 팽나무, 푸조나무 등의 노거수들이 2㎞가량 운치 있게 이어진다. 글 사진 담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고속도로 나들목을 달리해야 편하다. 삼지내 마을, 명옥헌, 소쇄원 등은 호남고속도로 창평나들목을, 관방제림이나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을 먼저 보려면 88고속도로 담양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낫다.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재밌다. 삼지내 마을 건너 유천마을에 활공장이 있다. 월봉 등의 산과 삼지내 마을을 굽어보며 비행할 수 있다. 일몰 즈음에 비행하길 권한다. 10여분 비행에 10만원 정도 받는다.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383-3807. →맛집:약초밥상(383-6312)은 주인장이 직접 채취한 푸성귀들로 만든 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밥값은 1만원. 저렴한 대신 밥 먹은 이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 혼자서도 먹을 수 있다. ‘돌담’은 한옥 카페다. 고택의 너른 정원에서 쉬어 가는 맛이 각별하다. 삼지내 마을 초입 전통시장 주변에 돼지고기 국밥집이 몰려 있다. 창평시장국밥(383-4424)이 그중 유명하다. 관방제림 아래에 국수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옛 담양장이 활기를 띠던 시절, 장터를 찾은 이들에게 싼값에 국수를 말아 주던 집들이다. 국수, 약계란 등을 맛볼 수 있다. →잘 곳:삼지내 마을 곳곳에 ‘한옥에서’, ‘매화나무집’ 등의 한옥 민박이 있다.
  • 가을엔 베푸는 나뭇잎처럼 살까

    가을엔 베푸는 나뭇잎처럼 살까

    2일 서울 세종대로 교보생명빌딩에 광화문글판 가을 편이 걸려 있다. 이생진 시인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발췌한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이다. 벌레 먹은 잎사귀의 모난 흠집에서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희생의 고귀함’에 대한 의미가 담겼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충주 중원산단 화재 38개 업체 피해

    충주 중원산단 화재 38개 업체 피해

    지난달 30일 발생한 충주 중원산업단지 화재 피해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재산피해액은 41억5000여만원이다. 이는 폭발로 화재가 시작된 접착제 제조공장 D사와 이 불이 옮겨붙은 D사 자회사 등 2개업체 공장 10개동 피해만 따진 것이다. 직접적인 화재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중원산단 내 중심에 자리잡은 D사에서 엄청난 폭발이 발생하면서 중원산단 내 입주기업 26곳과 단지 밖에 위치한 기업 10곳까지 피해를 입었다. 이들 기업들은 공장외벽이 훼손되거나 유리창 등이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농작물 파편 피해, 가축 유산 가능성 등 지역 주민 피해도 55건이나 접수됐다.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도와 시는 한때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시는 지자체가 감당할수 없을 정도의 피해규모는 아니라고 결론짓고, 재난지역 선포 건의를 하지않는 대신 피해기업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피해조사 전문관이 투입돼 정확한 재산피해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D사의 옥외탱크마저 폭발했다면 대형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화재는 지난 30일 오후 11시 47분쯤 충주시 주덕읍 중원산단 내 접착제 제조공장 D사에서 발생했다. 인력 400명과 장비 70대 등이 동원됐지만 공장 내부에 인화성 물질이 많은 탓에 불은 12시간 만인 다음날 낮 12시4분쯤 진화됐다. 이날 불로 D사 공장 2층에 있던 직원 A(51)씨가 실종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생명이 위독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굴삭기 등을 투입해 화재로 무너진 공장 건물 등을 철거하며 A씨를 찾고 있지만 아직 A씨 흔적을 못찾고 있다. 위험물 취급 부주의가 화재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가을 맞은 광화문 글판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가을 맞은 광화문 글판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광화문글판이 가을을 맞아 새로 단장했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가을편’에 이생진 시인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의 글귀를 실었다고 2일 밝혔다. 이생진은 섬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원로 시인이다. 대표작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 문학상을,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시인상을 받았다. 이번 글귀에는 벌레 먹은 잎사귀의 모난 흠집에서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희생의 고귀함’이 담겼다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글판의 디자인은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홍나라(성신여대·22)씨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홍씨의 작품은 시의 대표 소재인 나뭇잎을 명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걸리는 가로 20m·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1991년부터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가을편은 11월 말까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등에 걸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명예 저작권 기증자’ 배우 이광기 사진전

    ‘명예 저작권 기증자’ 배우 이광기 사진전

    ‘명예 저작권 기증자’로 선정된 배우 이광기(사진)가 사진전을 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다음달 3~10일까지 파주에 있는 갤러리 ‘끼’에서 이광기가 저작권을 국가에 기증한 사진 작품을 위주로 전시회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2019년 명예 저작권 기증자로 선정된 배우 이광기와 가수 진영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광기의 사진은 국내와 아프리카 부룬디, 아이티, 몽골 등 해외 여러 지역 삶의 흔적을 담았다. 현장에서는 진영이 기증한 음원 ‘그대는’도 들을 수 있다. 3일 열리는 오프닝 행사에는 가수 양희은,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등이 참석해 축하공연도 열 예정이다. 사진전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광기가 직접 작품 설명을 할 예정이다. 한국저작권 위원회는 “저작권 기증, 자유이용허락표시(CCL) 활성화 등을 통해 저작권 나눔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인류는 신석기 시대부터 지구 환경 파괴했다 (사이언스紙)

    인류는 신석기 시대부터 지구 환경 파괴했다 (사이언스紙)

    인류는 신석기 시대부터 지구의 자연환경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등 국제 연구진이 전 세계 고고학자 255명과 협력해 약 1만 년 전부터 170년 전까지 세계 토지 이용을 조사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연구는 ‘아키오글로브 프로젝트’(ArchaeoGLOBE Project)라는 이름의 크라우드소싱(집단 협업) 운동 덕분에 가능했다. 이는 인류사를 다루는 전 세계 고고학자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정보를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총 255명이 응답한 정보를 통해 약 1만 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 전 세계 700여 지역의 토지가 어떻게 이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인간은 농경으로 지구상에 남긴 흔적은 신석기 시대인 1만 년 전부터 8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대 인간들이 수렵채집 외에도 농경을 통해 지구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 것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학자가 주장하는 ‘인류세’ 개념이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됐음을 시사한다. 인류세는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 체계가 급격히 변했고 그 탓에 지구 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동경작과 목축농업이 이미 4000년 전 세계 토지 면적의 40% 이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토지 경작은 2000년 전까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연구와 모순되는 데 인류는 생각보다 1000년 일찍 땅을 일궈온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마이클 바턴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인간이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의 자연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에 어떻게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 대처할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최선의 방법 중 하나”라면서 “지구의 환경 변화는 최근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고대 사람들의 활동은 지구상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돼 있고 화석으로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해 바턴 교수는 그들의 환경적 성공과 실패를 연구하면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어떻게 일으킬 수 있을지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바턴 교수는 이번 연구가 미래에 인간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모델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정확한 예측은 현재와 과거의 비교에 의존하는 데 지금까지 자료는 인간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는 발견했다. 또다른 연구 참여자인 미국 필드자연사박물관의 인류학 큐레이터 게리 파인먼 박사는 대규모 자료 덕분에 우리는 적어도 3000년 전 전 세계에서 토지 사용에 의한 환경적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이는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1만2000년 전 인간은 주로 수렵과 채집을 했는데 이는 농부들이 일반적으로 토지를 경작하는 것처럼 자연환경과 집중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3000년 전 지구 곳곳에서 실제로 침해적인 농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30일자)에 게재됐다. 사진=사이언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전쟁의 상처 안고 살아가는 60년대 ‘인간 군상’을 엿보다

    전쟁의 상처 안고 살아가는 60년대 ‘인간 군상’을 엿보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8회 서울의 영화3(이만희 감독의 귀로)’ 편이 지난 24일 중구 정동과 서소문동 그리고 서울역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혹서기 야간투어 프로그램의 마지막 다섯 번째 순서였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평소보다 한 시간 빠른 오후 5시 집결지인 시청역 2번 출구에서 출발했다. 먼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정동 전망대에 올라 영화의 주요 무대 중 한 곳인 정동과 덕수궁 일대를 조망했다. 이어 정동제일교회~배재학당역사박물관~고려삼계탕~시위병영 터~호암아트홀을 차례로 둘러봤다. 가톨릭 성지로 거듭난 서소문역사공원은 칠패시장과 만초천, 처형장의 옛 흔적을 품은 곳이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영화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역의 황혼을 지켜본 뒤 서울역 광장에서 답사를 마무리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무형유산인 영화 귀로와 유형유산인 고려삼계탕, 서울역 고가도로, 서울역 광장 등 모두 4곳이었다. 해설을 맡은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영화의 주요 현장에서 영화보다 더 재미난 영화 이야기를 들려줬다. 참석자들은 흥미진진한 60년대 미스터리 멜로드라마에 숨을 죽였다.한국영화사의 거장 이만희(1931~1975) 감독의 정신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쟁이었다. ‘인간 이만희’의 삶은 온통 전쟁이 지배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에 참전, 통신병으로 5년간 복무한 그는 “내가 가진 기억은 군대와 영화밖에 없다”,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으면 직업군인으로 살았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연출작 51편 중 11편이 전쟁영화였으며 멜로물에도 전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켰다. 소설가 김승옥은 이만희 감독이 세상을 떠나자 “당신은 포탄 속을 묵묵히 전진하는 병사들 편이었고,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들 편이었고 그리고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의 편이었다”는 압축적인 헌사를 묘비명으로 바쳤다. 전쟁영화 감독 역이 가장 앞에 놓인 것처럼 그의 영화에 담긴 휴머니즘, 시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에 대한 이해와 생동감 넘치는 묘사는 모두 전쟁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 대표작으로 ‘마의 계단’(1964), ‘만추’(1966), ‘귀로’(1967), ‘휴일’(1968) 등을 꼽지만 그의 진정한 대표작은 1963년 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다. 이 전쟁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그는 충무로의 스타 감독이 됐다. 이만희 감독은 한국영화의 전성기인 1960년대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시킨 인물이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가 개발한 기존 장르를 활용하면서도 재해석했고, 대사로 설명하기보다는 영상과 분위기로 영화를 느끼게 했다. 전쟁영화도, 멜로드라마도, 액션스릴러도, 시대극도 자신의 스타일로 창조한 스타일리스트였다.이만희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1960년대 한국영화를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대중 지향의 장르영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미학과 예술성을 개척했다. 영화 ‘귀로’는 한국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눕게 된 남편(김진규 분)을 돌보던 아내 지연(문정숙 분)의 망설임과 선택에 관한 영화다. ‘가부장제 현실과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실존적 고투를 벌이는 여성 캐릭터’라고 평가할 만하다. 영화는 우연히 알게 된 젊은 남자와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심리와 도시의 풍경이 맞물린 감각적인 멜로드라마다. 이상과 현실, 권태와 욕망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한 여인의 몸부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육교, 가로등, 거리의 시계, 서울역 광장을 통해 여주인공의 결핍과 욕망을 대사 없이 상징적으로 화면에 담았다. 영화에는 남편이 있는 이층 방으로 연결되는 계단, 연인과 함께 밤을 보내는 여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언덕 위에 있는 성당까지 이어진 돌계단 등 세 종류의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들은 욕망과 죽음 혹은 구원과 파멸을 은유한다. 또한 이 계단들은 삶과 죽음, 허상과 실상을 구획하는 경계이기도 하다. 허상의 삶 너머에는 아득한 심연이 자리하고 있다. 계단 숏들의 미세한 변주는 지연의 심리 변화와 이 부부의 관계 변화를 암시한다. 그리고 이 계단 전후에 반복되는 사건들이 배치된다. 반복과 차이의 구조는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기차역에서 신문사로 가는 길에 나오는 건널목에서는 기차가 지나가고, 육교를 걸을 때 대형 시계가 보인다. 또 핸드백은 이별을 예감하게 한다.1960년대 후반 서울의 모습이 영화를 통해 인상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고가와 육교 그리고 지하도는 1960년대 후반 서울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는 대표적 건조물들이다. 이 시기 도로와 교량 건설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서울은 차량을 위한 도시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아현고가도로는 준공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도심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은 외곽으로 쫓겨났다.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 타고 싶지만 막상 타고 보면 답답하다”고 여주인공은 말한다. ‘귀로’에서 여주인공은 남편의 심부름으로 ‘잔설’이라는 제목의 신문 연재소설 원고를 신문사에 전달하기 위해 경인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다. 서울역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이동하기 위해 스쳐 가는 곳이다. 남편의 소설 원고를 신문사에 전달하기 위한 주기적인 외출이 그녀를 숨 쉬게 한다. 그녀는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기차를 타고 신문사로 간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외출은 그녀에게 ‘짧은 여행’이다. 기차는 한 장소와 다른 장소를 연결한다. 인천과 서울을 왕복하는 지연의 동선은 세 번에 걸쳐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기본적으로 그녀의 동선은 기차~서울역~육교~신문사로 이어지고 돌아오는 길은 그 역순이다. 이 동선에 남산 야외음악당과 서울역 근처의 성당을 산책하는 것이 가끔 낄 뿐이다. 그녀는 서울의 거리를 걷는 여성 산책자다. 그녀의 집은 정주의 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 속에 사로잡힌 폐쇄의 공간일 뿐이다. 서울 나들이는 실존의 이유를 찾는 여정이다. 그녀는 존재는 도시의 군중 속에 있다. 서울 도심의 유일한 철도건널목인 서소문건널목은 하루 평균 560회가량 열차가 지나다니는 전국 통행량 1위 건널목이다. 서소문 밖 네거리는 전통적인 처형장이었지만 천주교 역사에서는 순교성지다.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66년 병인박해를 거치며 수많은 순교자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한국 교회의 단일 순교지로는 가장 많은 성인을 배출한 곳이다.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를 배출한 국내 최대이자 세계적인 성지다.남대문과 서대문 사이 서소문은 도성과 마포, 용산을 잇는 관문이자 조선시대 1번 국도인 의주를 잇는 중요한 문이었다. 서소문과 그 서쪽 약현 사이 저지대를 가르며 안산과 인왕산에서 발원한 만초천이 한강으로 흘렀는데 그 유역을 따라 시가지가 발달했다. 군자창, 만리창 등 관영창고가 위치했고, 칠패시장과 소의문 밖 시장이 서로 이어졌다. 종로시전, 이현시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을 형성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우리나라 왕성 5부 안의 애오개는 서강으로 가는 길이고, 약고개는 용산으로 가는 길로서 곡물이 폭주하고 수레가 부딪치고 사람이 어깨를 부딪는 곳”이라며 번잡한 시가지로 묘사했다. ‘귀로’의 여주인공이 서울역에서 세종로 신문사로 가는 길에 건넜던 그 서소문건널목에는 아직도 사람과 열차가 분주하게 지나다닌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19차 망우리 ■일시 및 집결장소: 8월 31일(토) 오전10시, 망우역 1번 출구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우주를 보다] 인도 찬드라얀-2가 포착한 놀라운 달의 극 지방 

    [우주를 보다] 인도 찬드라얀-2가 포착한 놀라운 달의 극 지방 

    인도의 두 번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가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접어듦으로써 달 탐사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무인 탐사선인 찬드라얀-2는 지난 20일 인도우주연구기구(IRSO)에 의한 엔진 원격조정으로 정확하게 달 궤도에 오르는 데 성공했으며, 2주 이내의 착륙 위한 일련의 궤도를 조정 기동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찬드라얀-2는 지난 23일 우주선에 장착된 지도작성 카메라로 찍은 달 표면 사진들을 보내주었는데, 여기에는 달의 북극에 분포한 크레이터들이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잡힌 이미지들이 포함되어 있다. 눈에 띄는 크레이터들은 플라스켓, 로제스트벤스키, 에르미트, 좀머펠트, 커크우드 크레이터 등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잭슨, 마흐, 미르타 및 코롤레프 크레이터 등이 산재해 있는 달 뒷면 북반구의 영역을 보여준다. 찬드라얀-2는 달의 극 사이를 맴도는 궤도에 자리잡고있다. 약 일주일 안에 궤도선은 착륙선을 분리시킨 후 내년까지 같은 궤도를 계속 돌 예정이다. 찬드라얀-2는 극 지방의 크레이터에 물 얼음이 있는지 탐사할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찬드라얀-1 탐사선을 모델로 제작된 찬드라얀-2가 탐사하려고 하는 곳은 바로 달의 남극으로, 자원이 풍부하고 태양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달 탐사의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곳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도 2024년 아르테미스의 달 탐사 임무를 이곳에서 수행할 예정이다.인도 자체 기술로 제작된 찬드라얀 2호는 궤도선, 착륙선 비크람, 탐사장비 프라그얀으로 이뤄졌다. 궤도선은 2400㎏ 무게로 1년간 달 궤도를 돌면서 표면 촬영, 대기 연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비크람은 달 남극 부근에 착륙할 예정이다. 프라그얀은 물의 흔적을 추적하고 암석과 토양을 분석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 수행 기간은 지구 시간으로 14일이다. 프라그얀은 태양에너지로 작동된다. ISRO 소속 과학자들이 원격으로 조정한다. 우주선에서 분리된 착륙선은 달 표면을 탐사할 로버를 탑재하고 있는데, 달 남극 근처 표면에 연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 미션이 성공하면 인도는 러시아, 미국,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착륙은 9월 7일로 예정되어 있다. 찬드라얀 2호는 특히 저렴한 개발비용으로 주목받았다.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97억8000만 루피(약 1648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현재 2022년 이전 첫 유인우주선 발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RSO는 자체 개발한 우주선으로 우주인 3명을 상공 300∼400㎞의 지구 저궤도로 올려보낸 뒤 최장 7일간 머물게 할 계획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화성서 발견된 돌 ‘롤링스톤스’로 명명…아이언맨·믹 재거 감격

    화성서 발견된 돌 ‘롤링스톤스’로 명명…아이언맨·믹 재거 감격

    골프공보다 약간 큰 화성의 돌에 전설적인 록그룹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이름을 따 '롤링스톤스'(Rolling Stones Rock)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롤링스톤스라는 이름을 명명하는 이벤트를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아 큰 화제가 됐다.지난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전날인 22일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롤링스톤스의 특별공연에서 롤링스톤스 명명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 돌은 지난해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에 의해 처음 발견된 화성의 암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사이트의 자체 추진력 때문에 약 1m 정도 굴러갔다는 점. 이같은 이유로 말 그대로 화성의 돌은 롤링스톤이 됐다.이날 특별공연 무대에 등장한 다우니 주니어는 "과학과 전설적인 록밴드의 만남은 항상 좋은 일"이라면서 "이 이름을 공식화하는 데 이미 6만 명이나 찬성 투표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롤링스톤스 명명에 가장 감격한 사람은 역시 리더 믹 재거(76)였다. 그는 "이번 투어를 축하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라면서 "이는 우리 밴드의 길고 파란만장한 역사에서도 획기적인 사건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 지질학자 맷 골롬벡은 “그간 수많은 다른 행성의 암석을 봐왔지만, 이번에 명명된 암석은 어떤 과학 논문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별하고 가장 차가운 암석”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26일 화성 적도 인근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에 무사히 착륙해 탐사를 이어가고 있는 인사이트는 기존 화성 탐사로봇과는 다르다. 이제까지의 탐사로봇들이 주로 화성 지표면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임무를 수행했다면 인사이트는 ‘땅파기’를 통해 화성 내부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인사이트는 화성 지진(marsquake)일 가능성이 높은 희미한 진동을 처음으로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대륙에 남겨진 희미한 기개

    [그 책속 이미지] 대륙에 남겨진 희미한 기개

    조선의용군의 눈물/박하선 사진·글/눈빛/172쪽/2만 2000원 “왜놈의 上官(상관) 놈들을 쏴죽이고 총을 메고 조선의용군을 찾아오시요!” 벽돌이 떨어진 건물 벽에 쓴 글. 다소 섬뜩하게도 느껴지는 이 글은 중국 화북 운두처촌에 남아 있는 조선의용군 무장선전대의 흔적이다. 1940년 초반 조선의용군이 써놓은 것을 주민들이 뜻도 모른 채 계속 덧칠했다. 덕분에 당시 선명했던 그들의 기개가 그대로 남았다. 항일 무장독립투쟁사에서 가장 유명한 단체로 김구 선생이 이끌었던 임시정부 광복군을 꼽겠지만, 중국 태항산과 연안에서 활동했던 조선의용군도 있었다. 가장 최전선에서 일본과 맞섰는데도, 중국공산당과 함께해서, 해방 후 북조선으로 향했다는 이유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가 박하선의 사진집 ‘조선의용군의 눈물’은 1940년대 초반부터 광복 때까지 활동한 조선의용군의 흔적을 따라간 사진집이다. 흑백사진 90점과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글로 담아낸다. 조선의용군이 숨어 지내던 산기슭 토굴 ‘야오동’,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부서진 채 방치한 교육장 등을 거칠게 그린다. 그들의 삶을 따라간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조선의용군은 어떤 의미냐 묻고, 조선의용군 출신 김학철의 유언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꾼다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항하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이국땅에 온 선교사들 희생, 노을에 붉게 물들다

    [흥미진진 견문기] 이국땅에 온 선교사들 희생, 노을에 붉게 물들다

    오늘 투어의 첫 목적지는 절두산 순교 성지였다. 절두산은 본래 ‘잠두봉’이라 불리며 한강의 명승지였지만 이곳에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을 당한 뒤 ‘절두산’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런 배경 설명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순교 성지로 들어갔다. 순교 성지는 조경이 잘 돼 있었고 곳곳에 성인의 동상, 조각품 등도 놓여 있었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동상을 지나자 ‘절두산 십자가의 길’이 마련돼 있었는데,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부활에 이르는 열다섯 장면을 비석에 글과 그림으로 남긴 것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비석의 구절 하나하나를 함께 읽으며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마음 또한 깨끗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으로 이동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기념비적인 장소가 한곳에 같이 있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는 총 417명이 안식을 취하고 있다. 한 분 한 분의 업적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종교적 소명 하나만을 가지고 먼 이국땅에 와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그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마침 해가 약간 저물어 묘원을 비추는데 그 풍경이 감정을 더욱 고조시켰다. 마지막 목적지는 선유도공원이었다. 가는 길에 정몽주 동상을 지나쳐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넜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변의 노을 지는 풍경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선유도는 원래 정수장으로 사용됐지만 정수장이 폐쇄되면서 공원을 조성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는 정수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특히 정수장 시설을 활용한 수생식물원이 인상 깊었다. 수생식물원을 보며 무엇인가 새롭게 만들 때 기존의 흔적을 모두 지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소진 이화여대 행정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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