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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면에 욕설은 기본…흉기로 협박” 유명 셰프의 실체

    “초면에 욕설은 기본…흉기로 협박” 유명 셰프의 실체

    유명 셰프 정창욱씨가 해외에서 술자리에 동석한 이들을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했다는 혐의로 피소돼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고소인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버 신영호씨는 22일 ‘호드벤쳐’ 채널을 통해 지난해 하와이에서 정창욱씨와 함께 있으면서 겪은 상황들을 공개했다. 신영호씨는 6개월에 걸친 사업 준비 끝에 하와이로 출국했고, 평소 팬이었던 정창욱씨를 태그했다. 정창욱씨는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연락을 하고, 두 사람은 협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신영호씨가 하와이에 도착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정창욱씨는 자신의 유튜브 편집자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고, 협업을 하기로 한 신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신씨는 “렌트한 자동차의 트렁크가 잘 열리지 않자 바로 욕설이 날라왔다. 욕을 워낙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XXXX’ 정도는 하고 좋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창욱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편집자는 댓글을 통해 “1년 간의 짧은 기간동안 이 요리사와 함께 생활하면서 겪은 폭언과 욕설, 두 번의 칼을 사용한 협박과 그리고 이런 모습들을 편집하기 위해서 수십번씩 영상을 돌려보면서 어느 순간 망가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며 “현재 정신과에 다니며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특수폭행·특수협박 혐의로 피소 신영호씨는 “멱살을 잡고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때렸다. 부엌으로 가서 식칼을 들고 왔다”고 주장하며 당시 정 씨가 흉기로 벽과 식탁을 파손한 흔적을 공개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정창욱씨를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정창욱씨는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은 “그때 셰프님이 술 드시고 흉기 들었지 않았나. 되게 잘해주셨는데 (폭행 당시에는) 무서워서”라고 묻자 정씨가 “이해해”라고 답하는 녹취록도 공개했다. 정창욱씨는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면허가 취소된 상태다. 정씨는 지난해 5월 9일 새벽 서울 중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7%로 면허취소 기준(0.08%)를 넘은 상태였다. 2009년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력이 있었다. 재일교포 4세인 정씨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미쉐린가이드가 ‘빕 구르망’으로 선정한 서울 중구 소재 식당 금산제면소와 구독자 13만여명의 요리 유튜브 채널 ‘정창욱의 오늘의 요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에는 “구독 취소한다”, “영상 제작진이 왜 그만뒀는지 이제 알게 됐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 성북구 ‘성북마을아카이브’ 자치분권어워드 동상 수상

    성북구 ‘성북마을아카이브’ 자치분권어워드 동상 수상

    서울 성북구의 ‘성북마을아카이브’가 ‘2021 자치분권어워드’의 지역 브랜드 분야에서 동상을 수상했다고 성북구가 21일 밝혔다.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자치분권대학 등이 공동 주최한 자치분권어워드는 ‘대한민국을 키우는 힘, 지역이 브랜드다’라는 주제로 전국 각 지역의 정책 우수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북구와 성북문화원이 함께 구축한 ‘성북마을아카이브’(http://archive.sb.go.kr)는 성북의 역사·문화 자원, 주민의 생활에 대한 기록을 보관한 일종의 디지털 저장소다. 현재 약 9000건에 달하는 사진, 영상, 간행물, 구술 채록 등 다양한 형태의 마을 기록을 제공하고 있다. 성북구는 2020년 전국 자치구 최초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민간기록물 관련 조례를 제정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쉬운 주민들의 활동과 일상 생활의 흔적을 수집하고 소중한 기록으로 보존하겠다”며 “지역 주민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기록 문화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 [핵잼 사이언스] 화성 생명체 근거 될까…큐리오시티, ‘중요한 탄소’ 발견

    [핵잼 사이언스] 화성 생명체 근거 될까…큐리오시티, ‘중요한 탄소’ 발견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단서를 확보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크리스토퍼 하우스 지구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서 수집한 암석 가루 시료의 탄소 안정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시료 안에서 탄소 동위원소의 종류인 탄소-12와 탄소-13을 발견했다. 탄소-13은 탄소-12에 비해 중성자(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의 한 종류)가 하나 더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물질과 더 강하게 결합한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는 다른 물질과의 결합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탄소-12를 토대로 진화해 왔다. 실제로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유기 분자물질 대다수에서는 탄소-12가 많이 검출된다. 연구진이 큐리오시티가 보낸 탄소 동위원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성의 암석 시료에서는 탄소-12가 탄소-13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탄소-13의 비율은 극도로 낮은 특징을 보였다. 탄소-12가 많이 존재한 곳은 게일 크레이터(분화구)의 능선 꼭대기 부분이다.연구진은 이러한 형태의 탄소가 만들어질 수 있는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 가능성은 미생물의 탄소 방출이다. 오랜 과거 당시 화성 지하에 있는 미생물이 탄소-12를 먹고 메탄을 방출하고, 화성 지표면에 있는 다른 미생물은 이 메탄을 분해해 탄소-12를 화성 대기로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12가 생성됐다는 것. 하지만 해당 가설은 큐리오시티가 아직 화성 지표에서 미생물의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완벽한 입증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 가능성은 미생물과 자외선의 혼합이다. 지하 미생물이 방출한 메탄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된 후, 탄소-12가 대기에 흡수됐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성간 구름(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는 가스나 먼지)에 의해 생성됐을 가능성이다. 성간 구름은 햇빛을 차단해 화성 표면에 빙하를 만들 수 있다. 이때 탄소-12가 다른 탄소와 결합되거나 희석되지 않고 얼음과 함께 그대로 얼어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연구를 이끈 하우스 교수는 “화성에서 채취한 암석과 토양에서 발견된 탄소 동위원소는 미생물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면서 “다만 탄소 동위원소의 생성 과정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정확한 것을 찾으려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큐리오시티는 2012년 8월 게일 크레이터 부근에 착륙한 뒤 현재까지도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큐리오시티는 화성의 지질과 토양을 분석해 메탄 등 유기물 분석자료를 확보하고, 미생물이 살만한 조건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10년 동안 과거 화성 땅에 물이 흐른 흔적, 생명체에 필요한 메탄가스와 질산염 증거를 발견하는 큰 업적을 남겼다.  화성의 미생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제시한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 [지구를 보다] 통가 화산 폭발 전후 비교… “’코로나 쓰나미’는 막아야”

    [지구를 보다] 통가 화산 폭발 전후 비교… “’코로나 쓰나미’는 막아야”

    지난 13일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 해역에서 해저화산이 분화해 광범위한 피해가 보고된 가운데, 화산 분화 전후의 통가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8일 촬영된 사진은 이번에 폭발한 훙가 하파이 해저화산의 분화구를 선명하게 담고 있지만, 분화 이후인 지난 16일 사진에서는 분화구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화산 폭발 당시 분화구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통가 수도의 모습도 해저화산 분화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달라졌다. 지난해 2월 7일 촬영한 통가 수도 누쿠알로파는 푸른 나무와 주택가가 어우러진 평범한 해안 도시의 모습이지만, 16일에는 쓰나미에 휩쓸려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된 도시로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수도 누쿠알로파가 있는 통가의 가장 큰 섬인 통가타푸는 섬 전체를 덮친 화산재와 쓰나미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촬영된 위성사진과 비교해보면, 같은 섬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황폐해진 모습이다. 해저화산 폭발로 해저 통신케이블이 절단되면서, 현재 여러 섬의 통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탓에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난 신고가 포착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유엔은 통가타푸섬 북쪽의 하파이 군도에서 조난신호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하파이 군도 쪽에는 69명이 거주하는 포노이섬과 36명이 거주하는 망고섬 등이 있다. 현지에 파견된 구조대는 조난신호를 포착하긴 했지만, 신호를 보낸 조난자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유엔인도지원조정국은 지난 17일 “통가타푸섬 주변에 상당한 기반시설 손상이 확인됐다. 특히 수십 명이 거주하는 포노이섬과 망고섬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추가적인 화산 활동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적십자는 구호조직을 가동해 구호 활동에 나섰다. 알렉산더 마테우 적십자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화산재로 오염된 식수 정화와 피난 쉼터 제공, 흩어진 가족 찾기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신이 복구되지 않은 탓에 구호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구호품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작은 섬나라인 통가는 전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코로나19 청정국으로 불려왔다. 호주 주재 통가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파도’. 즉 코로나19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모든 구호품은 검역을 거쳐야 하고 외국 인력은 항공기에서 내리는 게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근대 유럽에도 상상 속 도피 있었다… 번역 고전의 재발견

    근대 유럽에도 상상 속 도피 있었다… 번역 고전의 재발견

    인간 내면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세계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고전소설이 잇달아 새로 번역 출간됐다. 19세기 프랑스 리얼리즘과 20세기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삶과 예술의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며 한층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출판 북레시피는 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최근 그의 대표작 ‘마담 보바리’(1857) 특별판을 펴냈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1936~2008)이 그린 삽화 13점과 필사본을 포함해 프랑스 갈리마드 출판사가 지난해 펴낸 책을 플로베르 전문가인 방미경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가 충실하게 번역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꿈과 이상만을 좇는다는 ‘보바리즘’의 어원이 된 이 소설은 사물의 실체보다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여성 엠마 보바리가 주인공이다. 결혼하기 전 무한한 행복과 정열을 꿈꿔 온 엠마가 남편 샤를과의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가던 중 무도회에 초대받아 귀족의 삶을 체험하고는 불륜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세기가 배경이지만 엠마는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는 현대적 인물이다. 꿈과 상상을 통해 도피처를 찾는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준다. 특히 생로랑이 열다섯 살에 그린 엠마의 저녁 모임이나 무도회 장면 등은 스타일화에 대한 그의 재능과 열정을 보여 준다.은행나무는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장편소설 ‘등대로’(1927)의 새 번역판을 냈다. 은행나무가 올해 새로 시작하는 세계문학전집 ‘에세’ 시리즈 첫 번째 권이다. 이 책은 1910년에서 1920년 사이 부부와 아이 여덟 명으로 이뤄진 램지 가족이 여름 별장이 있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에서 지낼 때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간적 삶의 흔적을 지워 가는 자연과 시간의 파괴성을 보여 준다. 기억과 망각, 상실, 삶과 죽음과 예술을 바라보는 여러 화자의 다층적 시점이 교차한다. 유년 시절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투영된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탁월하게 보여 주는 울프의 대표작으로, 소설가 정영문이 원문의 문체를 살리며 섬세하게 옮겼다.
  • [와우! 과학] 2000년 전 ‘두개골 수술’의 흔적…환자는 살았을까?

    [와우! 과학] 2000년 전 ‘두개골 수술’의 흔적…환자는 살았을까?

    페루에서 발견된 2000년 전 유골에서 두개골 수술 흔적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골 해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두개골은 페루에서 발견된 2000년 전 고대 인류의 것으로, 오른쪽에 무언가로 덧댄 흔적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박물관 소속 연구진의 분석 결과, 해당 두개골의 주인이 생전 전쟁 중 부상을 입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됐다. 또 두개골의 오른쪽에 있는 흔적의 정체는 외과적 수술로 덧대어진 금속 조각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2000년 전 고대 인류가 고난이도의 외과적 수술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증거라고 확신했다. 또 두개골의 주인은 머리에 금속 조각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후, 상처가 아물 때까지 오랜 기간 나무 조각을 머리 양옆에 묶고 있었던 탓에 두개골 변형이 생겼던 것으로 추측됐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 두개골의 주인이 약 2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전투에서 돌아온 뒤 외과적으로 금속을 이식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확실한 것은 그가 두개골 수술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부러진 뼈가 촘촘하게 이어 붙어있고 주변 조직과 잘 융합된 것을 보아 성공적인 수술이었을 것”이라면서 “다만 회복 과정에서 나무 두 조각에 장기간 머리가 묶여 두개골의 형태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페루 지역에서 오래전 외과 수술을 받은 두개골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은 페루 지역에서 1000년 전 살았던 32명의 유해를 발굴하고 조사한 결과,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천공술의 흔적을 45건이나 확인했다.당시 연구를 이끈 다니엘 쿠린 박사는 “뇌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면 뇌는 위험하게 부어 오르거나 신경학적인 또는 심신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당시 이를 치료하고자 머리에 구멍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천 년전 외과 수술을 진행할 당시에는 현대적인 마취 또는 멸균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툴레인대학교의 인류학자인 존 베라노 박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한 인터뷰에서 ”천공술은 순전히 종교적 이유에서 행해진 것이 아니라 심각한 머리부상 특히 두개골 골절 환자에게 주로 행해졌다는 증거가 매우 많다“면서 ”두개골 수술에는 금 또는 은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속의 정확한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상상적 도피와 인간의 삶의 흔적…플로베르와 울프 고전의 재발견

    상상적 도피와 인간의 삶의 흔적…플로베르와 울프 고전의 재발견

    인간 내면을 정교하게 묘사하며 세계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고전소설이 잇달아 새로 번역 출간됐다. 19세기 프랑스 리얼리즘과 20세기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삶과 예술의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며 한층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도서출판 북레시피는 프랑스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최근 그의 대표작 ‘마담 보바리’(1857) 특별판을 펴냈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1936~2008)이 그린 삽화 13점과 필사본을 포함해 프랑스 갈리마드 출판사가 지난해 펴낸 책을 플로베르 전문가인 방미경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가 충실하게 번역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꿈과 이상만을 좇는다는 ‘보바리즘’의 어원이 된 이 소설은 사물의 실체보다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여성 엠마 보바리가 주인공이다. 결혼하기 전 무한한 행복과 정열을 꿈꿔 온 엠마가 남편 샤를과의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가던 중 무도회에 초대받아 귀족의 삶을 체험하고는 불륜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세기가 배경이지만 엠마는 여성의 고통을 표현하는 현대적 인물이다. 일상의 평범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꿈과 상상을 통해 도피처를 찾는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준다. 특히 생로랑이 열다섯 살에 그린 엠마의 저녁 모임이나 무도회 장면 등은 스타일화에 대한 그의 재능과 열정을 보여 준다.은행나무는 20세기의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로 불린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장편소설 ‘등대로’(1927)의 새 번역판을 냈다. 은행나무가 올해 새로 시작하는 세계문학전집 ‘에세’ 시리즈 첫 번째 권이다. 이 책은 1910년에서 1920년 사이 부부와 아이 여덟 명으로 이뤄진 램지 가족이 여름 별장이 있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에서 지낼 때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간적 삶의 흔적을 지워 가는 자연과 시간의 파괴성을 보여 준다. 기억과 망각, 상실, 삶과 죽음과 예술을 바라보는 여러 화자의 다층적 시점이 교차한다. 유년 시절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투영된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탁월하게 보여 주는 울프의 대표작으로, 소설가 정영문이 원문의 문체를 살리며 섬세하게 옮겼다.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낯선 이에게 말 걸기/소설가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낯선 이에게 말 걸기/소설가

    “시금치 한 단이 이렇게 비싸?” 동네 슈퍼에서 채소가 쌓여 있는 매대 앞을 서성이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할머니 한 분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봐요.” 그러자 할머니는 바짝 다가와 묻는다. “별로 싱싱해 보이지도 않는데, 이거 살까, 말까?” 나는 당황해 하나마나 한 대답을 했다. “그러게요. 어떡하죠?” 할머니는 혀를 쯧쯧 차면서 카트를 밀고 가 버렸다. 얼마 전에 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입구에 세워 놓은 스크린 앞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라고 연속적으로 답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 서 있던 중년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어? 장갑 끼고도 터치가 돼요?” “이 장갑은 되는 거예요.” 나는 모니터 앞을 떠나면서 어디에 가면 스마트폰 화면에도 터치가 되는 장갑을 살 수 있는지 알려 주었다. 이따금 사람들이 불쑥 말을 걸어올 때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흐뭇함에 잠긴다. 사소한 일상적 대화에 혼자 너무 감격하는 건가? 예전의 나는 낯선 이가 말을 걸면 불쾌해하거나 두려워하면서 몸을 피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거나 오만한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으나 아무튼 그러했다. 곁을 주지 않겠다는 기운을 뿜어내며 다닌 듯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시장에 가면 난감했다. 사전에 숙지한 대본이라도 있나 싶게 주거니 받거니 흥정하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몸이 굳었다. 그래서 점원이나 주인 누구하고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무사히 물건을 고를 수 있고 가격표대로 값을 치르고 나올 수 있는 매장을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변했다. 낯선 이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주고받게 됐다. 내가 누구든 상관없이 뒤끝이 남지 않는 대화를 나누는 게 즐겁기까지 했다. 무엇이 나를 변하게 했을까? 오빠라고 부르라던 시골 장터 정육점 주인의 호통이, 거리에서 모자를 쌓아 놓고 팔던 중년 여성의 ‘값을 깎지 않아 착하다’는 칭찬이 떠오른다. 밤늦은 전동차 안에서 새로 산 스마트폰을 내밀면서 DMB 수 신 방식을 알려 달라던 내 또래 여성의 무심한 부탁을 기억해 낸다. 불쾌하기도 했고, 속셈이 보인다 싶기도 했고, 귀찮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 준 조건 없는 신뢰가 나에게 옅은 지문 같은 흔적을 남겼다. 이즈음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 주고받는 기운이 있다고 믿게 됐다. 오랫동안 나를 알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기운도 중요하지만 내가 누구여도 상관없는 낯선 이들이 불어넣어 주는 신선한 공기도 중요하다. 피부 안쪽에 변하지 않는 내면이나 자아 같은 것이 도사리고 있을 거라는 어리석은 믿음을 무너뜨린다. 주위를 둘러싼 세상에 적응하고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방식이 바로 나임을 깨닫게 해 준다. 그리하여 나는 북적이는 시장을 선호하게 됐고, 전동차 안에서 옆에 앉은 승객에게 무람없이 말을 건넬 자세도 갖추었다. 그러자 세월이 변했다. 말을 건네기는커녕 마스크를 쓴 얼굴을 옆으로 돌리기도 미안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는 키오스크로 주문한다. 이제는 비대면이 최선이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걸려면 바이러스를 주고받을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애써 따라잡은 ‘괜찮은 사람’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건가. 결국 나는 시대착오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 “피신은 없다, 죽음만 있을 뿐”… 임진왜란 첫 승리 이끈 무관 윤흥신

    “피신은 없다, 죽음만 있을 뿐”… 임진왜란 첫 승리 이끈 무관 윤흥신

    부산지하철 1호선은 전체 길이 40.6㎞에 역이 모두 40개에 이른다. 다대포진 수군첨절제사 윤흥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가려면 서남쪽 종점인 다대포해수욕장역을 한 정거장 앞둔 다대포항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제 다대포항은 크고 작은 어선이 가득 들어차고, 대형 어시장과 줄지은 횟집이 손님을 부르는 부산 지역 대표 어항(漁港)의 하나가 됐다. 그럼에도 다대포진의 군선 정박지였을 다대포항 주변 지형은 임진왜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개전 첫 전투에서 부산진성을 점령한 왜군 선봉대는 곧바로 일부 병력을 다대포진이 있는 낙동강 하구 방면으로 투입한다. 다대포진은 경상좌수영 서단의 수군기지로 다대포항 너머 몰운대에 오르면 낙동강 하구와 가덕도가 한눈에 보인다. 새로운 국제공항이 건설되고 있는 가덕도에는 경상우수영의 동단 기지인 가덕진이 있었다. 다대포진과 가덕진은 정3품 수군절도사 바로 아래 종3품 수군첨절제사를 배치했을 만큼 국방의 요지였다. 왜군은 다대포진에 앞서 서평포진을 넘어서야 했다. 종4품 수군만호가 지휘한 서평포진은 오늘날의 감천항 자리에 있었다. 첨사진인 부산진성의 전투 병력이 500~600명이었으니 만호진의 방어력은 당연히 훨씬 못 미쳤다. 왜군이 서평포진을 어떻게 점령했는지 기록은 없다. 왜군은 곧바로 다대포진 공략에 나섰다.다대포항 방파제에 서면 멀리 대마도로 이어지는 먼바다가 거침없이 바라보인다. 윤흥신 장군은 전날 영도 앞바다를 향해 새카맣게 몰려오는 왜군 선단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대포진의 보유 전선(戰船) 규모는 왜란 발발과 함께 3척의 군선을 스스로 침몰시킬 수밖에 없었던 부산진의 그것을 당연히 넘지 못했다. 수백척 적선 앞에서 해전(海戰)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윤흥신은 곧바로 다대진 성문을 걸어 잠그고 방어 준비에 들어갔을 것이다. 윤흥신 장군은 조선시대를 통틀어도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의 소유자다. 파평 윤씨는 4명의 왕비를 배출한 조선 전기의 대표적 외척 가문이다. 아버지 윤임이 중종 계비 장경왕후의 오빠이니 윤흥신은 왕비의 조카였다. 중종 말년이 되자 훗날 인종이 되는 세자를 지키려는 윤임의 대윤(大尹)과 이후 명종이 되는 경원대군을 보호하려는 윤원형의 소윤(小尹) 사이에서 정치적 긴장은 높아진다. 인종이 즉위한 지 8개월 만에 죽고 명종이 왕위에 오르자 소윤은 대윤에 역모 혐의를 씌워 대거 숙청하는데, 바로 을사사화(1545년)다. 윤임은 모두 여덟 명의 아들을 두었다. 정경부인 여흥 이씨 소생으로 사화 당시 장성했던 세 아들 흥인·흥의·흥례는 아버지와 함께 참형에 처해졌다. 정경부인 현풍 곽씨의 세 아들 흥지·흥신·흥충은 나이가 어려 죽음을 면했지만 공신의 노비로 떨어졌다. 흥신의 나이 다섯 살 안팎이었다고 한다. 첩실 소생의 두 아들 흥효와 흥제도 살아남았다. 흥제는 다대포 전투에서 형 흥신과 함께 전사한다. 훗날 윤임은 영의정에 특별증직됐는데, 아들 흥신의 순절에 따라 관작(官爵)을 높여 주는 추은(推恩)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당대의 문신 팔곡 구사맹(1531~1604)은 다대포성 전투를 이렇게 서술했다. ‘윤흥신은 왜적이 성을 포위하자 힘껏 싸워 격퇴시켰다. 그 부하가 이르기를 “명일에 적이 큰 세력으로 와서 공격한다면 상황이 반드시 지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을 나가 피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하자 흥신이 이르기를 “죽음이 있을 뿐이다. 어찌 차마 간다는 것이냐” 하였다. (이튿날) 적이 크게 이르렀는데, 군졸이 모두 도망했고 홀로 종일토록 활을 쏘다가 성이 함락되면서 죽었다.’ 첫날 전투에서 윤흥신과 다대포 수군은 강력하게 저항해 왜군을 일단 물러서게 했다. 전사(戰史) 연구자들은 이날의 전투를 두고 ‘임진왜란 최초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다음날 증원 병력이 가세한 왜적의 공격에 맞서다 다대포성은 결국 함락됐고, 윤흥신 장군도 분전 끝에 전사하고 말았다. 다대포항역에서 낫개역 방향으로 10분쯤 거슬러 올라가면 윤공단(尹公壇)이다. 당시 순절한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제단이다.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던 조엄(1719~1777)은 ‘임진란 후 160년이 지난 정축(1757년)에 내가 동래부사가 되어 부임한 이튿날 충렬사를 참배하였는데 동래부사 송상현 공과 부산진첨사 정발 공만이 제향되고, 다대진첨사 윤공의 위패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같이 부산 지역에서 전사했는데 어찌하여 송·정 두 공만 한 묘에 향사되고, 심지어 향리와 노비까지도 전사한 자는 함께 향사되었는데, 윤공만은 참여할 수 없었던가. 윤공의 의열(義烈)이 드러나지 않은 것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다.일본에서 고구마를 처음 들여온 것으로도 알려진 조엄은 이후 1761년(영조 37) 경상감사로 부임한 뒤 충렬사에 정발·송상현과 함께 윤흥신을 배향한다. 1765년(영조 41)에는 다대포첨사 이해문이 다대포동헌 동쪽에 윤공단을 세웠다. 1970년 동헌 터에 다대포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 윤공단은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이후 다대포초등학교도 다시 윤공단 앞으로 이전하면서 동헌 터는 지금 부산유아교육진흥원이 쓰고 있다. 윤공단 중앙의 가장 큰 비석 앞면에는 첨사윤공흥신순절비(僉使尹公興信殉節碑)라 새겨졌고, 뒷면에는 그의 전적이 실려 있다. 양쪽으로 의사윤흥제비(義士尹興悌碑)와 순절한 백성을 추모하는 순란사민비(殉亂士民碑)가 있다. 윤흥신이 늦어도 너무 늦게 충렬사에 배향된 것은 사림(士林)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은 시대 외척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무신에 대한 차별은 여전했으니 윤흥신은 물론 정발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동래 선비들은 1624년(인조 2) 정발을 충렬사에 송상현과 합향하는 과정에서 ‘송상현은 문신이고 정발은 무신으로 같은 사당에 배향할 수 없으니 두 사당으로 나누어 배향하도록 해 달라’는 상소를 내기도 했다. 국방을 소홀히 해 변란을 겪었음에도 무관을 가벼이 여기는 사회 분위기의 뿌리는 깊었다. 을사사화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된 것은 32년이 흐른 1577년(선조 10)의 일이다. 윤흥신은 신분을 되찾고 몰수당했던 재산도 돌려받았다. 아버지의 관작이 회복됨에 따라 음서로 관직 진출의 길도 열렸다. 그런데 1580년(선조 13) 선조실록에는 ‘진천 현감 윤흥신이 문자를 해득하지 못해 파직됐다’는 내용이 보인다. 글자를 전혀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문자 속이 조정 문신들이 요구하는 지방관 수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마흔이 다 되도록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을 노비 생활을 했던 윤흥신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윤흥신은 하지만 무관으로는 상당한 능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아버지 윤임도 무과에 급제한 무관 출신으로 1523년(중종 18) 충청수군절도사로 왜선과 싸우기도 했다. 윤흥신의 무관 경력과 관련해 1589년(선조 22) 어머니 현풍 곽씨가 그의 임지인 서산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기록이 있다. 서산군은 충청수영 11관의 하나였다. 윤흥신은 수군 지휘관으로 역량을 인정받았기에 왜란의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 승진해 요충에 배치됐을 것이다. 윤흥신 장군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것은 없다. 그를 기리는 석상은 부산시가 1981년 동구 초량동 쌈지공원에 세웠다. 정발 장군의 동상이 있는 지하철 1호선 초량역과 그가 순절한 자리에 세워진 정공단이 있는 좌천역 사이 부산진역에서 내리면 윤흥신 석상이 보인다. 초량왜관 이전 두모포왜관이 있던 자리라고 해서 고관(古館)이라 불리는 동네다. 다대포항 주변에 윤흥신 장군 동상을 새로 건립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2022년 벽두에 들려왔다.
  • 철근에 발이 찔려도…오늘도 소백이는 ‘맨발 투혼’ 합니다

    철근에 발이 찔려도…오늘도 소백이는 ‘맨발 투혼’ 합니다

    철근밭 헤집는 ‘구조견의 투혼’소방청, 구조견의 수색 모습 공개 지난 11일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축 공사현장 붕괴 사고 엿새째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색·구조 작업이 재개된다. 16일 광주시·소방청 등 유관기관이 모인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광주 서구 화정동 붕괴 사고 현장에서 수색에 앞서 관측 작업을 재개했다. 1차 수색에는 구조대원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 관측을 하고 구조견 5마리와 소방관 10여명이 투입됐다. “소백아, 찾아!”…철근밭 헤집는 ‘구조견의 맨발 투혼’ 현장은 붕괴사고로 39층 높이부터 16개 층에 걸친 건물 구조물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 곳곳이 철근과 콘크리트, 건축 자재로 뒤덮여 있다. 현장에 들어선 중앙119구조본부 김성환 구조견 핸들러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날카로운 철근에 발이 찔리고, 콘크리트 잔해에 몸이 베이며 주저하는 구조견들. 핸들러는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고 “잘한다”, “앞으로”를 외치며 수색을 독려했다. 소백이가 꼬리를 흔들며 코를 땅에 처박고 냄새를 찾느라 저도 모르게 낭떠러지에 가까이 갈 때면 “소백이 돌아와”를 외치며 살폈다.소백이는 9살 레트리버 수컷으로 구조견 경력이 7년 차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50세 정도 되는 노령견이지만, 잔해를 뛰어넘으며 수색견은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실종자의 흔적을 찾았다. 소방청은 지난 13일 핸들러의 몸에 장착된 카메라에 찍힌 소백이의 활약상 영상 여러 개를 공개했다. 소백이는 첫 실종자를 찾은 주인공이다.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 13일 다른 구조견 한결이와 함께 콘크리트 잔해에 깔린 실종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실종자는 결국 전날 차가운 시신으로 수습됐다. “하루 8마리씩 교대로 투입”…소방청, 34마리 구조견 총동원령 현재 소방청은 전국 구조견 34마리의 총동원령을 내렸고, 구조견의 부상 방지를 위해 하루 8마리씩 교대로 투입하고 있다.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해 갖가지 첨단 장비와 중장비가 동원되고 있지만, 구조견의 활약은 그 중 더욱 돋보인다.한편 이날 1차 수색이 끝나면 본부는 보고 내용에 따라 구조대원 200여명, 중장비 40여대, 드론 4대 등을 투입, 본격적인 수색에 나선다. 크레인·굴삭기 등 중장비가 곳곳에 투입돼 붕괴 잔해물을 제거하며 수색을 진행한다. 지난 13일 위치가 파악됐으나 하루가 지나 구조 직후 숨진 A씨(66)가 발견된 지하 주차장 입구 주변 난간 등지도 집중 수색할 방침이다. A씨 등 실종자는 붕괴 당시 28~34층 주변에서 창호·소방 설비 설치 작업 등을 하다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축물 골조, 시공 상태 등을 고려해 진입이 가능한 지하층, 지상 22층까지 구조대원과 인명구조견 등이 투입된다. 구조대 안전 확보 문제로 접근이 제한적인 구역은 드론과 열 화상 카메라, 내시경 등 비인명 수색 장비를 투입한다.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현장에서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려 현재 5명이 실종된 상태다.
  • ‘연이’ 닮은 당신… 컴컴한 동굴, 거뜬히 지나리

    ‘연이’ 닮은 당신… 컴컴한 동굴, 거뜬히 지나리

    본인 사연과 닮은 옛이야기 ‘연이와 버들도령’을 들고 백희나(51) 작가가 돌아왔다. ‘나는 개다’(2019) 출간 이후 3년 만이다. 그사이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알마상)을 받았지만 한솔수북 등으로부터 첫 책 ‘구름빵’의 저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벌인 송사에서는 최종 패소했다. 그의 표현처럼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이었다. “작품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조망할 수 있는 ‘소화’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백 작가를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3년 동안 창작을 시도했는데, 재판으로 몸과 마음이 아파 이야기가 너무 어둡게만 나왔다”고 입을 뗐다. 이어 “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 주인공 ‘연이’ 이야기를 하되 공감하면서 제게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조망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왜 하필 연이 이야기였을까. 우리 민담 속 연이와 버들도령은 엄동설한에 나물을 구해 오라며 계모에게 쫓겨난 의붓딸이 초인적인 도령을 만나 시련을 극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는 설원이 배경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출판사에서는 제가 연이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시기적절하게 감정이입이 잘됐지요.” 하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계모를 ‘나이 든 여인’이라고 소개하는 부분부터가 그렇다. “‘계모는 나쁘다’는 편견이 심해서 아이와의 적응 기간이 너무 힘들었다는 부모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정말 편견이잖아요. 새엄마, 새아빠여도 좋은 사람도 많고 생모가 더 나쁠 수도 있는 거죠.” 백 작가는 전작에서도 여러 형태의 가족을 그려 왔다. ‘알사탕’의 동동이는 엄마가 부재하고 ‘삐약이 엄마’에서는 고양이가 병아리를 낳는 설정으로 입양 가족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어떤 환경에 있는 아이가 읽어도 상처가 안 됐으면, 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구름빵’에서만 엄마, 아빠, 아이 두 명인 4인 가족이 등장한다. 작품에서 그 구성원 전부가 필요했지만, 한편으로는 상처를 받았을 아이들에게 되게 미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종이, 헝겊, 점토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캐릭터와 세트를 직접 만들고 촬영하는 3차원(3D)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대단히 심미적이고 감각적이며 현기증 날 정도로 세련되고 멋진 경이의 세계’라는 알마상 심사평에 걸맞은 작품 세계를 이번에도 구현했다. 한지로 만든 연이의 얼굴은 솜털과 핏줄이 보이는 것처럼 투명하다. 미각은 또 어떤가. 버들도령이 연이에게 대접한 밥상은 ‘구름빵’의 나무에 걸린 작은 구름으로 빚어낸 빵, ‘달 샤베트’의 더위를 잊게 하는 샤베트, ‘알사탕’의 가지가지 색깔과 모양의 알사탕, ‘이상한 엄마’의 달걀국과 계란프라이처럼 위로가 된다. “배고파 죽겠는데, 사랑이 다 뭐예요. 초인적인 도령이 잘난 척도 하지 않고 정말 따뜻하게 밥상을 손수 차려 주는 장면이 정말 중요했어요.”표지와 속지를 연결하는 면지 패턴마저도 심상치 않다. 그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시집올 때 받은 장롱 안쪽에서 뜯어 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표지와 눈길 장면을 위해 “눈 오는 날을 기다려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연이와 버들도령’은 작가의 손을 떠났지만, 아직 작업실 곳곳에서 연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유독 험난해 보이는 컴컴한 동굴 배경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이 이야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성장의 과정”이란 책 소개처럼 긴 어둠을 헤치고 백희나가 돌아왔으니.
  • 시진핑 “부정부패 용서 안 해”… 당대회 앞두고 군기 잡기

    시진핑 “부정부패 용서 안 해”… 당대회 앞두고 군기 잡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부패한 고위관료 사정을 뜻하는 ‘호랑이 사냥’(打虎)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최고 지도부의 기강 잡기가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지방 성장 및 중앙부처 장관 대상 6중전회 연구·토론회 입교식에서 “공산당 기율과 국법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누구라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풍염정(黨風廉政· 당의 기풍과 청렴한 정치) 건설과 반부패 투쟁의 길에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며 “철을 잡아도 흔적을 남기고 돌을 밟아도 족적을 새긴다는 끈기와 집념으로 반부패 투쟁의 공격전·지구전을 이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요구에 부응하듯 중국 내 공직 사정 작업을 이끄는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재정부 자산관리사 라이융톈 부사장 등 5명이 엄중한 당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산둥(山東)성 공안청 형사수사총대 톈자이머우 전 총대장의 당적도 박탈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사회에서 기율·감찰위 조사를 받거나 당적이 박탈되면 공직에서 낙마한 것으로 간주된다. 앞서 기율·감찰위는 지난 8일에도 장융쩌(張永澤)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정부 부주석과 중국생명보험 왕빈(王濱) 회장이 기율심사 및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지했다. ‘부패와의 전쟁’은 시 주석이 2012년 제18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한 뒤로 줄곧 강조해 온 과제다. 이때부터 중국 공산당은 “호랑이(고위관료)와 파리(하급 관리)를 모두 잡겠다”며 대대적인 사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율·감찰위는 “시 주석 집권 이후 각 성(省)과 정부부처의 고위 간부 393명을 포함해 모두 374만 2000명을 처벌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반부패·기율 강조 움직임은 장기집권의 분수령이 될 하반기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중심으로 당의 구심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아하! 우주] ‘돌맹이’ 때문에 미션 실패? 화성 탐사 로버, 난관 봉착

    [아하! 우주] ‘돌맹이’ 때문에 미션 실패? 화성 탐사 로버, 난관 봉착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NASA가 2020년 7월 발사한 퍼서비어런스는 이듬해인 2021년 2월 18일 화성 궤도에 진입해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했다. 이후 화성에서 토양과 암석 표본을 채취하고 나서 지구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순조롭게 임무를 수행하던 퍼서비어런스를 멈추게 한 것은 작은 돌조각이다. 조약돌 크기의 화성 암석이 퍼서비어런스의 로봇팔 아래쪽에 끼이면서 표본을 밀봉하고 보관하는 작업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NASA 퍼서비어런스팀은 SNS에 “최근 화성의 암석 샘플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달 29일 화성의 토양 샘플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보관용 튜브로 옮기는 데 실패했다. 튜브를 밀봉하고 보관하는 로봇 팔 아래에 암석이 끼어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NASA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오류의 원인을 파악했지만, 이를 제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약돌 크기의 암석이 퍼서비어런스의 로봇 팔에 끼인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퍼서비어런스는 임무를 중단하고 다음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NASA 퍼서비어런스 팀은 “(로버에 끼어있는) 잔해를 제거하는 작업은 우리도 처음이다. 우리는 이 돌 조각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시간을 들일 것”이라면서 “다만 문제는 현재 우리가 화성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한편, 퍼서비어런스의 목표는 화성에서 35억년 전 방대한 물과 수로로 가득했던 예제로 크레이터의 지질학적 진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한 샘플을 수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년간 25㎞를 이동하며 화성의 토양과 암석을 채집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로봇팔이다. 길이 약 2.1m의 로봇팔은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고대 미생물의 흔적을 찾는데 주로 활용된다. 인체와 비유하면 어깨와 팔꿈치, 손목에 해당하는 각각의 관절이 있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가 수집한 샘플은 이르면 2031년, NASA와 유럽우주국(ESA)의 공동작업을 통해 지구로 운반될 예정이다.
  • “여친 집에 정체모를 피임기구가”…지하철 ‘체액 테러범’ 짓이었다

    “여친 집에 정체모를 피임기구가”…지하철 ‘체액 테러범’ 짓이었다

    지난해 1월 한 남성은 여자친구의 자취방에서 정체불명의 체액이 든 피임기구를 발견했다. 남성과 여자친구는 실랑이 끝에 누군가 집에 침임했다고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후 사건은 반년 만에 엉뚱한 곳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지하철 ‘체액 테러’ 사건을 수사하면서다. 지난 8일 TV조선에 따르면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작년 7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상대로 ‘체액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서울 강동경찰서는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누군가 가방에 체액이 담긴 피임기구를 집어넣었다”는 신고를 받고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씨를 특정했다. 경찰은 여죄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분석을 의뢰했고, 뜻밖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국과수에 접수됐던 과거 9개 사건 DNA와 A씨의 유전자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여자친구의 자취방에서 피임기구를 발견했다던 신고자의 사건도 포함됐다. 경찰은 신고자의 여자친구도 A씨에게 체액 테러를 당한 뒤 뒤늦게 집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11월부터 7개월 동안 혼잡한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며 젊은 여성의 가방에 체액이 담긴 피임기구를 몰래 넣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전자 분석으로 10건의 범죄가 모두 덜미를 잡힌 A씨는 같은 해 8월 검찰에 넘겨졌다.
  • “별점 낮게 줬다고 1억원 손배소”…태국 리조트, 고객 협박 논란

    “별점 낮게 줬다고 1억원 손배소”…태국 리조트, 고객 협박 논란

    태국 유명 관광지의 한 리조트가 부정적인 후기를 남긴 이용객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해 현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약 3시간 거리의 유명 관광지 카오야이의 한 리조트는 이용 후기를 부정적으로 썼다는 이유로 최근 한 이용객에게 300만밧(약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여성으로 알려진 이용객 측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이 지난해 6월 13~14일 해당 리조트를 이용한 뒤 12월 19일 예약 앱 평가란에 시설과 서비스에 불만족했다는 후기를 썼다”면서 “별점 10개 중 6개를 줬다”고 전했다.해당 후기는 비공개 처리됐는데,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뒤져 그 흔적을 찾아냈다. ‘너무 비싸다’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후기는 “방은 광고한 것만큼 새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방에서 안내데스트에 전화를 걸 수 없어 직접 찾아가야 했다. 야간 근무 직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일부는 친절하게 응대하긴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리조트 측은 해당 후기가 리조트의 명성을 훼손했다면서, 부정적인 후기를 즉각 삭제하고 이로 인한 손해를 적시한 서한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안에 300만밧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고객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또 신문에 일주일 동안 사과문을 게재할 것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고 변호사는 밝혔다. 그러면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소송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객은 현지 매체와 가진 통화에서 “리조트 측으로부터 서한을 받은 뒤 충격을 받았고,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면서 변호사에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고객은 자신이 관광객일 뿐이며 해당 리조트 비판에 숨은 의도가 없다며 “그저 리조트 측이 시설과 서비스 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를 바라는 선의에서 리뷰를 올렸다”며 리조트 측에 사과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리조트의 ‘협박’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수준 이하의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이용자의 권리라면서, 숙소 예약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지난 2020년 11월에도 태국의 유명 휴양지인 꼬창 섬의 한 리조트가 부정적인 후기를 남긴 미국인 관광객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이 관광객은 며칠간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고, 결국 해당 리조트에 사과하고 사과 내용을 언론에 게재하기로 하면서 고소 취하가 이뤄졌다.
  • “철책 경보음 울렸는데 CCTV 잘못 돌려봐”…군, 장비 탓 못한다

    “철책 경보음 울렸는데 CCTV 잘못 돌려봐”…군, 장비 탓 못한다

    새해 첫날 월북한 탈북민이 ‘점프귀순’ 때처럼 이번에도 최전방 철책을 수월하게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 당국은 지난 1일 강원 동부전선 육로를 통해 북으로 간 탈북민 A(29)씨가 철책을 넘는 데 4분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철책 하나당 2분이 채 안 걸린 셈인데, 군이 G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 3대에 찍힌 시간대 등을 토대로 종합 분석한 결과다. GOP 철책은 광망(철조망 센서)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설치된 남쪽 철책과 설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북쪽 철책 등 이중으로 세워져 있다.남쪽 철책은 광섬유 소재로 된 그물망 형태의 철조망이 덧씌워진 형태로, 높이가 3m 정도다. 대형 그물망 중간중간에는 긴 철조망을 지탱하기 위한 Y자 형태 브라켓이 철책 기둥 위로 설치돼 있고, Y자 브라켓 중 일부에는 ‘상단 감지 브라켓’이 설치돼 있다. 또 Y 브라켓 맨 끝부분마다 작은 직사각형 형태의 ‘상단 감지 유발기’가 달려있다. 이에 철책을 절단할 때는 물론 오르기 위해 하중을 싣기만 해도 광망 경보가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합참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설명하면서 “망형태의 판망(철조망)을 잡고 기어 올라가는 순간 광망을 당겨 ‘절곡’ 알람이 울렸던 것이고, 이후 브라켓을 잡고 철조망을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몸무게 50여㎏에 키도 작은 편으로 몸집이 왜소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2020년 11월 귀순 당시에도 동일 지역의 이중철책을 넘었다. 이번에 월책한 지역은 귀순 지점과 약 10㎞ 정도 떨어져 있지만 철책 형태나 설치된 장비 등은 같다. 그 덕분에 A씨가 1년여 전 경험을 살려 단숨에 이중철책을 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문제는 군의 경계 태세다. A씨가 귀순했을 당시엔 광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A씨의 월남 지점에 감지 브라켓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고, 감지 유발기의 경우 하중을 감지해 광섬유를 누르도록 설계된 나사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나사가 풀린 것은 비·바람 등의 외부 요인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에 군은 철책 감시 장비를 전수조사하는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지난 1일 A씨의 월북으로 군의 경계 실패는 장비의 문제가 아닌 작전의 실패로 귀결됐다. 이번에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해 경보음이 여러 차례 울렸기 때문이다. A씨가 오후 6시 36분쯤 철책을 넘을 다시 경고등과 경고음이 울렸고, 소대장 등 6명의 초동조치조는 6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때는 A씨가 이중철책을 넘고 몸을 숨긴 뒤였다. 게다가 초동조치조는 현장을 확인한 뒤 “이상이 없다”며 대대 지휘통제실(지통실)에 보고한 뒤 철수했다. 나중에 확인 결과 북쪽 철책을 넘어간 자리에 쌓인 눈에 발자국이 확인됐다. A씨가 워낙 순식간에 이중철책을 넘었기에 A씨의 신병을 확보해 월북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월북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군의 경계작전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철책에 긁혔다면 남을 수 있는 혈흔 등은 포착되지 않았고, 월책 당시 입고 있던 패딩에서 빠진 것으로 보이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패딩 충전재(깃털)는 있었지만 낮에 살펴봐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고 군은 해명했다.그러나 군은 제대로 된 사후 복기도 하지 않았다. 통상 광망 경보가 울린 뒤 현장에 특별한 점이 없더라도 복기를 통해 상황 평가를 하게 돼 있다. A씨의 월책 장면은 GOP 감시카메라 3대에 총 5회 포착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감시병이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을 넘어 복기 과정에서도 해당 부대는 월책 발생 시간이 아닌 엉뚱한 시간대의 CCTV를 돌려본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 저장 장비가 녹화시간 입력 시 실제 시간과 4분 정도 오차가 있어 매일 두 차례씩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관련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런 일련의 상황은 대대장에게도 보고되지 않고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에서 자체 종결됐다. 합참 관계자는 “대대지통실장이 (상급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보고 하지 않았다”며 지침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했다.해당 부대 대대장이 ‘특이상황 발생’을 인지한 건 약 3시간이 지나서다. 해당 부대는 군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오후 9시 17분쯤 비무장지대(DMZ) 내를 배회하는 A씨가 포착되면서 뒤늦게 신병 확보 작전에 돌입했다. 합참에는 14분 만에 보고됐다. 그러나 이미 앞선 광망 경보 상황 자체에 대한 보고가 누락된 탓에 한때 ‘귀순’으로 오판하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대대장이 오후 6시 때 발생한 광망 절곡 상황을 모르는 상태였다”며 “지형과 이동 방향을 분석했을 때 (초기에) 귀순 가능성을 판단했으나, 무게 중심의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A씨는 철책을 넘은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10시 49분쯤 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에서 최종 포착됐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은 국방위에서 “철책 주변 족적과 윤형 철조망에 남아있던 흰색 깃털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철책 및 주변 확인이 미흡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번 월북 사건으로 남측뿐 아니라 북한군도 사실상 경계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합참 관계자는 “2일 0시 43분쯤 (MDL 북측에서) 서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미상 인원 4명의 모습이 열상감시장비에 관측됐고, 동일 지점에 동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월북자가 재식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시영상 분석 결과 동일 지점에서 포착된 시간 간격과 이동 방향을 고려할 때 미상인원 4명과 월북자 간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월책’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전 본부장은 “(월북 당일인) 1일 낮 12시 51분쯤 민통선 인근에 위치한 중대상황실에서 군 CCTV을 통해 월북자가 민통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식별했고, 경고방송으로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임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철책을 넘기 6시간 전이다. 또 A씨가 트럭 운전을 하던 마을 주민과 마주쳤고, 당시 해당 주민이 ‘거기(민통선 이북)로 올라가면 안돼요’라고 하자 “알겠습니다”라고 한 뒤 마을로 계속 이동했다고 전 본부장은 설명했다.
  • 유동규, 압수수색 전 李 측근과 잇단 통화

    유동규, 압수수색 전 李 측근과 잇단 통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9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의 김용 총괄부본부장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을 향해 검찰 수사가 조여 오던 시기에 이 후보 측근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가 대장동 의혹 ‘윗선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9월 29일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내다 버린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통해 정 부실장과 김 부본부장과의 통화 흔적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전날부터 당일까지 정 부실장과 모두 8차례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지기 직전까지도 정 부실장과 통화했다. 또 김 부본부장과는 6차례 통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통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페이스타임’이라는 영상통화 기능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 후보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은 측근으로 꼽힌다. 경기지사 시절에 정 부실장은 정책실장을 맡았고 김 부본부장은 대변인으로 손발을 맞췄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9월 14일 유 전 본부장이 굳이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해 이 후보 측근과 통화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정 부실장에 대한 소환 시기를 7~8일쯤으로 조율 중이지만 아직 정확하게 날짜를 못박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본부장 측은 “사실 확인을 위해 당사자와 통화한 일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며 “수사기관만이 알 수 있는 자료를 부재 중 전화까지 포함해 통화 횟수 부풀리기로 유출한 경위를 수사당국은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입장문을 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임의로 외부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또한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50억 클럽’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번 주 중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주 박 전 특검을 재소환하려 했으나 막판에 불발됐다.
  • ‘대장동 키맨’ 유동규, 수사 조여오자 이재명 후보 측근과 수차례 통화시도

    ‘대장동 키맨’ 유동규, 수사 조여오자 이재명 후보 측근과 수차례 통화시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9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의 김용 총괄부본부장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을 향해 검찰 수사가 조여 오던 시기에 이 후보 측근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가 대장동 의혹 ‘윗선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9월 29일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내다 버린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통해 정 부실장과 김 부본부장과의 통화 흔적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전날부터 당일까지 정 부실장과 모두 8차례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지기 직전까지도 정 부실장과 통화했다. 또 김 부본부장과는 6차례 통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통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페이스타임’이라는 영상통화 기능도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두 사람은 이 후보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은 측근으로 꼽힌다. 경기지사 시절에 정 부실장은 정책실장을 맡았고 김 부본부장은 대변인으로 손발을 맞췄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9월 14일 유 전 본부장이 굳이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해 이 후보 측근과 통화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정 부실장을 소환조사할 전망이다. 소환 시기를 7~8일쯤으로 조율 중이지만 아직 정확하게 날짜를 못박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통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본부장 측에서는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사실 확인을 위해 당사자와 통화한 일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며 “수사기관만이 알 수 있는 자료를 부재 중 전화까지 포함해 통화 횟수 부풀리기로 유출한 경위를 수사당국은 명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임의로 외부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 옛 전남도청 건물 6개동, 미검증 탄흔 추가 조사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건물 6개동에 대해 탄흔을 입증하는 조사가 진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달 28일까지 옛 전남도청 벽체 등의 탄흔 추가 조사를 위해 조사구역 20미터 이내 일반인 접근을 전면 통제한다고 4일 밝혔다. 문체부는 앞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전남도청 본관 등 총 6개 건물에 있는 탄흔으로 추정되는 흔적에 대해 감마선 촬영을 진행했고, 엠(M)16 탄두 5발과 탄두가 박혀있는 탄흔 5곳 등 총 10발의 흔적을 찾아냈다. 문체부는 지난 1차 조사 때 식별한 총 535개의 흔적 중 미검증된 525개의 흔적과 수목에서 식별된 금속 반응 등 추가 의심되는 흔적에 대해 탄흔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감마선 촬영을 진행한다. 우선 옛 전남도청 본관·회의실·경찰국 본관·상무관을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올 하반기에는 도청별관·경찰국 민원실 등 나머지 건물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탄흔으로 판정된 흔적은 보존처리 등을 거쳐 추후 국민에 공개된다. 문체부는 조사기간 동안 방사능 노출에 대비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가림막 내에는 일반인들의 접근을 금지한다. 옛 전남도청 본관과 경찰국 일대는 전면 통제를, 민주광장 주변과 전당으로 진입하는 출입구는 조사 일자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용을 제한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두 번의 감마선 촬영 등을 통해 명확하게 탄흔 여부를 판별하고, 식별한 탄흔은 5·18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기념자산으로 보존하겠다”며 “당분간 이용 제한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리게 됐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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