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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속의 창] 고무신 환생기

    [민속의 창] 고무신 환생기

    글 김형국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집에서 고무신을 즐겨 신는다. 땅집 마당에 나설 때도 그렇지만, 집안 화장실에서도 슬리퍼 대신 고무신을 신는다. 그것도 검정 고무신. 값싼 데다 색깔이 무던해서다. 동네 목욕탕 나들이에도 맞춤한 편의품이다. 나로선 무심한 발길이지만 이웃 사람들의 눈길이 느껴질 때도 있다. 냉장고가 있는 데도 우물에 재웠다가 수박을 먹어야 제 맛이라 우기는 별종 복고풍이라 여겨서라기보다, 고무신을 신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과거가 생각나기 때문에 특히 노장층들이 눈여겨보지 싶은데, 그때마다 나는 딴청이다. 1960년대에 들어 운동화와 구두가 우리의 생활신발이 되기 이전만 해도 그 큰 자리는 고무신 차지였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돌아오면 집안 어른은 명절빔으로 남녀노소 가족들의 고무신 장만을 빠뜨리는 법이 없었다. 고무신의 등장은 우리 전통 민생에 견준다면 일대 생활혁신이었다. 먼 길을 가자면 여러 켤레를 준비해야 했던 짚신과는 달리, 고무신은 훨씬 질겨 오래 신을 수 있는 실용성에다 비가 내려도 물이 새지 않는 기능성이 여간 신통하지 않았다. 재야 사학자 이이화(李離和)의 고증에 따르면 고무신은 처음 일본 고베의 신발업자가 조선의 갖신, 짚신의 모양을 본받아 고안한 것이라 한다. 구두와는 달리 윗부분은 드러내놓고 아랫부분은 감싸는 모양이 특이했다. 남성용은 짚신을 본떠 코를 펑퍼짐하게 만들고, 여성용은 마른신을 본떠 뾰족하고 좁게 만든 것이 아름다웠다. 이 땅에 고무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2년 8월 5일이었다. 이날 대륙고무공업회사가 ‘대장군표’ 고무신을 생산·출시하자 당장 히트 상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출시와 동시에 순종에게 진상한 까닭에 임금이 고무신을 신은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록된다. 이 인연으로 고무신 광고에 왕실까지 동원된다. 1922년 9월 21일자 제조업체의 판촉 신문광고는 “고무화를 출매(出賣)함에 있어 이왕(순종)께서 어용(御用)하심에 황감함을 비롯하여 여관(女官) 각 위의 애용을 수(受)하야…”라 적었다. 궁녀들의 주문도 답지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질세라 1932년에 창업한 경성고무공업회사의 ‘만월표’ 고무신도 비슷한 판촉을 편다. “이강 전하(순종 동생인 의친왕)께서 손수 고르시어 신고…”라는 문구의 광고인 것. 히트 상품답게 경쟁업체 간에 광고전이 치열했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때때로 고무신은 품귀현상을 빚었다. 고무신 색깔은 흰색, 검정색 두 종류였다. 남녀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신고 다녔다. 저급 고무로 만든 검정 고무신은 값이 싸서 도시 빈민이나 농민들도 애용하는데, 고무신을 신은 것만 보면 대감인지, 장사꾼인지, 아니면 백정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시쳇말로 양극화 해소의 극치라 할만했다. 일상화된 고무신은 우리의 복식에도 점잖게 한몫한다. 해방 전후로 백색 구두와 짝을 맞추던 극소수 멋쟁이들말고는 우리의 미감(美感)은 남녀 가리지 않고 한복에는 고무신이 제격이라 알았다. 제3공 시절의 유명 재야운동가 함석헌(咸錫憲, 1901~1989)옹의 복색이 항상 그랬다. 백발에 흰 수염을 휘날리며 흰 두루마기를 입고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라는 그의 책 제목처럼 흰 고무신을 신고 길을 나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이 ‘4백(白)’을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길 만도 했다. 고무신이 우리 생활에 파고든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놀이 감이 되기도 했고, 세상인심의 한 비유가 되기도 했다. 고무신이 놀이 감이 된 사연은 그 시절이 그만큼 궁핍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마땅한 장난감이 없었던 아이들은 곧잘 고무신 한쪽을 접어 다른 쪽에 쑤셔 넣고 장난감 탱크 또는 장난감 기차를 만들어 모래밭, 흙밭에서 놀거나, 냇물에 신발을 배로 삼아 띄웠다. 성인들도 상황은 비슷했으니 우리 미술 현대사에서 기인으로 알려졌던 서양화가 장욱진(張旭鎭, 1917~1990)과 그를 따르던 후배들의 행각은 기상천외했다. 막걸리 말술을 앞에 놓고 장욱진은 신고 다니는 고무신을 벗어 거기에다 막걸리를 부어 벽촌(僻村) 화실로 찾아온 후배들과 함께 마신다. 그때마다 짓궂게도 고무신 바닥에 붙은 때를 손가락으로 밀었는데, 제자 가운데 아무도 그 짓이 비위를 상하게 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런 술을 마셔야만 스승 같은 좋은 화가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고무신이 널리 애용된 나머지 거기에 얽힌 민담(民譚)도 그 시절에 생겨난다. “고무신, 거꾸로 신다”는 속담이 그것. 언어가 될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는 증좌다. 부녀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았거나, 사는 게 힘들어 도망가는 경우를 일컫는 비유였다. 다른 신발과는 달리 고무신은 신축성이 좋아서 거꾸로 신을 수도 있는데다, 신발자국이 밖으로 간 것이 아니라 집으로 들어온 것처럼 흙바닥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좀더 멀리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사람의 변심 특히 여자의 변심을 일컬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했다(”복식으로 통해 보는 여권 신장의 의미”, 《경향신문》, 2004년 9월 18일자). 고무신의 역사는 1922년 대륙고무의 ‘대장군표’ 고무신, 1932년 경성고무의 ‘만월표’ 고무신에 이어 1948년에 국제상사의 ‘왕자표’ 고무신으로 이어진다. 고무신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신발산업은 국제상사를 선두로 1960년대에 운동화 생산에 뛰어들면서 당시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다. 효자 수출상품에 그치지 않고 운동화는 단번에 우리 일상을 파고들었고, 구두도 그 대열에 합류하면서 고무신은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일제 때의 초우량 기업 경성고무도 하는 수없이 1976년에 스포츠화 전문메이커로 전환해서 시대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1990년 9월 초에 문을 닫는다. 고무신의 시대가 혜성처럼 다가온 지 68년 만에 끝났음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제 고무신은 어쩌다 시골 장날에나 만들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그나마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세상사, 영고성쇠가 숙명인 것. ‘하찮은’ 고무신도 생멸(生滅)이 이렇게 극명하니, ‘고무신 무상(無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절명(絶命)했던 고무신이 돌연 환생했다는 소식에 나는 진작 헤어진 첫사랑의 편지를 받아든 기분이다. 10월 중순에 ‘2006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마련한 기획전에 국내작가 16명과 독일 작가 13명이 고무신을 새롭게 디자인한 ‘고무신 구두’들을 선보인 것. 고무신이란 우리의 문화적 유전인자가 끈질김을 실감한다. 디자인은 고무신 ‘귀신’을 그 모양의 구두로 돌아오게 하려는 의도라 하지만, 내 보기엔 생활용품으로서 수명이 다한 고무신의 조형을, 영어 좋아하는 누구의 말처럼, ‘판타스틱한 작품’으로 환생시킬 수 있는 묘안 탐색으로 보인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이 우리 도자기 선에서 모티프를 따왔던 것처럼, 이를테면 남자 고무신의 선을 따온 아름다운 건축 등이 생겨날 개연성도 기대해봄직하다. 꽤 오랫동안 우리의 발길을 편안하게 담아준 고무신의 미덕을, 그 무엇이 되었든, 현대적 용기(容器)로 되살린 좋은 본보기를 만날 날도 멀지 않았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책꽂이]

    ●장자(장자 지음, 기세춘 옮김, 바이북스 펴냄) 아침에 돋아나는 버섯은 그믐과 초하루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땅강아지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하며, 매미는 겨울과 얼음을 알 리가 없다. 풀숲과 나뭇가지를 날아다니는 벌레와 새들은 구만리 창공을 날아가는 대붕을 알 리 없다. 그러나 그 대붕도 바람을 타지 않으면 땅으로 추락한다. 대양을 헤엄치는 고래도 물이 없으면 개미의 밥이 된다. 이 책은 우리 학계가 이러한 ‘초월’의 상징인 대붕을 ‘뱁새를 비웃는 영웅’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장자를 속물로 만들고 있다는 것. 왜곡과 오역을 걷어낸 장자 재번역판.3만원.●80일간의 세계여행(카를라 세라 등 지음, 강미경 옮김, 좋은생각사람들 펴냄)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주인공 필리어스 포크가 열기구를 타고 80일간 세계일주를 하면서 벌이는 모험담을 그린 작품. 저자는 여행루트를 중심으로 세계 80곳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찾아가 기록을 남겼다. 고딕 양식으로 동화 같은 느낌을 주는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몽생미셸 수도원,69㎞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절경을 자랑하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운하와 작은 섬들로 이뤄진 미궁 같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 천연의 탑과 골짜기로 유명한 터키의 카파도키아 등을 만날 수 있다.4만 9000원.●야생동물 흔적 도감(최태영·최현명 지음, 돌베개 펴냄) 오소리와 곰은 발가락 다섯 개를 모두 쓰기 때문에 다리가 짧고 빨리 달리지 못하지만 그 대신 다부진 앞발과 긴 발톱이 있다. 늑대와 호랑이는 뒤꿈치를 들고 발가락 네 개로 달리므로 곰과 오소리보다는 빠르지만 발가락 두 개로 달리는 사슴보다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늑대는 지구력을, 호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발달시켜 약점을 보완해 왔다. 산양이나 염소, 꽃사슴 같은 유제류는 뿔로 나무껍질을 벗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갉아먹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서로 영역을 알리거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흔적을 통해 살펴본 책.2만 5000원.●문방청완(文房淸玩)(권도홍 지음, 대원사 펴냄) 옛 선비들은 문방(서재)에서 밝은 창, 깨끗한 책상 아래 향을 피우고 차를 끓이며 법첩(法帖)과 그림을 완상했다. 또 좋은 벼루와 명묵(名墨)을 비롯한 갖가지 문방구를 사랑해 가까이 뒀다. 이것이 바로 문방청원이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중국 송나라 문인 구양수의 물상취어소호(物常聚於所好·물건은 언제나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로 모인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옛 문방구에 대한 사랑을 털어놓는다. 벼루, 붓, 먹, 종이 등 문방사우를 40년간 모으며 느낀 단상을 사진을 곁들여 들려준다.8만원.●마사 스튜어트의 아름다운 성공(마사 스튜어트 지음, 김종식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 폴란드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마사 스튜어트는 어린 시절부터 요리에서 정원가꾸기까지 살림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교육받았다. 케이터링(출장연회) 사업에 나선 그는 요리책 ‘엔터테이닝’을 펴내고, 할인점 K마트의 컨설턴트 겸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아줌마 스타로 떠올랐다.‘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의 성공법칙 10가지를 소개. 원제는 ‘The Martha Rules’.1만원.
  • “신혼 침실 어떻게 꾸밀까”

    “신혼 침실 어떻게 꾸밀까”

    올해는 60년만에 찾아왔다는 ‘황금돼지해’. 낳기만 하면 ‘복덩이’가 된다니 출산을 계획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시기가 어디 있을까. 낭설이든 아니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핑계 김에 좋은 일은 다 벌이고 싶은 게 사람 맘이다. 가스절약 광고처럼 일부러 온도를 낮추지 않아도 부부를 더욱 밀착시켜주는 침실 꾸미기를 소개한다. # 로맨틱이냐 러스틱이냐 패션계를 휩쓸고 있는 ‘블랙&화이트´ 열풍은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다가오는 새 봄, 복덩이 출산의 염원을 담아 침실 전체를 화이트 톤으로 꾸며보는 것이 어떨까. 사실 화이트의 인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순수함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 모든 신혼부부들의 열망이기 때문.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어떤 가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로맨틱 화이트와 러스틱 화이트로 나뉠 수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장식이 많고 화려한 디자인의 가구를 주로 배치한다. 순수 화이트 컬러에 여성스러운 디자인 일색의 가구를 선택하면 식상해 보이기 쉽다. 손잡이나 몰딩 부분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가구들을 선택한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빛바랜 가구와 손때 묻은 소품들이 있다면 러스틱 화이트 스타일을 연출하기에 알맞다. 화이트를 기본으로 하고 낡고 바랜 듯한 세월의 흔적을 강조한 가구 배치가 핵심이다. 부서지고 깨진 얼룩덜룩한 고가구 느낌의 가구가 화이트와 결합해 더욱 신비롭고 순수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또한 창백하고 차가운 느낌을 완화시켜 침실 분위기를 훨씬 아늑하고 따뜻하게 살려 준다. 요즘은 기존에 쓰던 가구를 백색 도장을 한 뒤 샌딩(칠이 벗겨진 듯한 효과)처리까지 완벽하게 해주는 앤티크숍도 많다고 한다. 어느 스타일이든 흰색이 주는 지루함을 덜기 위한 포인트는 필요하다.4면의 중 한쪽 면을 흰색과 대비되는 색으로 채워보면 어떨까. 천이나 포인트 벽지를 이용해 꾸미거나 크기가 제각각인 액자를 여러 개 배치하는 것도 장식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 침실 바닥에는 화이트 톤이 가미된 파스텔 톤의 타일을 깔아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튀어 보일 수 있게 한다. # 포인트가 필요해 공간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요즘 유행하는 1인용 소파를 놓는 것이다. 순백색 침실에 배치된 빨강 또는 초록색 의자나 꽃무늬 의자는 시각적 만족도를 높여 준다. 침구류는 꽃문양이나 기하학 문양이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선택한다. 로맨틱한 기분을 더욱 내고 싶다면 사랑스런 핑크나 바이올렛 색깔에 레이스가 달린 제품을 매치하는 것도 좋다. 침대 헤드보드가 높고 고풍스럽다면 순백의 면 또는 은은한 꽃무늬가 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침실을 화사하게 살릴 수 있는 소품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조명. 멋스런 램프는 그 자체만으로도 장식 효과가 뛰어나지만 빛에 따라 분위기가 색다르게 연출돼 공간에 생기를 부여한다. 유리 소재 조명은 켰을 때 유리에 빛이 반사되어 은은하게 퍼지는 효과가 있어 상대방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질 듯. 침실 모서리 용으로 나온 시계와 옷걸이는 자투리 공간도 놓치지 않는 알뜰한 아이템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도움말:까사미아, 디자인하우스 사진제공:까사미아, 행복이 가득한집
  • 헨리 필딩 소설 ‘톰 존스’ 첫 완역

    “소설가에게는 세가지 가능성이 있다. 헨리 필딩처럼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귀스타브 플로베르처럼 이야기를 ‘묘사’하거나, 로베르트 무질처럼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체코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의 말이다. 그의 지적대로 18세기 영국 작가 헨리 필딩은 종종 자기 분신이라 할 작중 화자를 통해 등장인물의 행동과 사건전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소설 ‘톰 존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근대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소설이 국내에서 처음 완역돼 나왔다. 류경희 옮김, 삼우반 펴냄. ‘톰 존스’는 총 18권 208장으로 이뤄진 방대한 작품이지만 줄거리 자체는 간단하다. 갓 태어난 업둥이 톰이 포대기에 싸인 채 올워디라는 시골 대지주의 집에서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톰은 올워디의 배려로 그의 조카 블리필과 함께 자라게 되고, 이웃에 사는 지주 웨스턴의 딸 소피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톰은 블리필의 시기와 음모로 집에서 쫓겨나 타지로 떠난다. 그 뒤를 소피아가 따른다. 마침내 블리필의 계략이 드러나고 톰의 출생 비밀이 밝혀진다. 톰은 소피아와 결혼한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각 권의 서론에 해당하는 제1장에 자신의 소설관 등을 담은 비평적 에세이가 실려 있다. 여기서 필딩은 자신의 작품이 기존의 산문 픽션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허구소설 장르임을 당당히 밝힌다. 당시 작가들이 허구의 흔적을 애써 감추고자 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톰 존스’는 영국 소설사에 또 하나의 전통을 세웠다. 수많은 유형적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이야기 구성을 우선시하고 인물묘사를 단순화하는 영국 남성소설의 원조로 꼽힌다. 196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톰 존스의 화려한 모험’의 원작. 전 2권. 각권 2만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개헌에 숨겨진 정략의 흔적/김종배 시사평론가

    개헌은 불가능하다. 지금으로선 그렇다.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많은 국민의 여론이 받쳐 주면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가 넘는 국민이 개헌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정략이 스며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이미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임기 내 개헌을 반대한다고 해서 퇴각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정면돌파 외에는 방법이 없다. 대국민 설득전이 돌파술이 될 수는 없다. 대다수 국민이 이미 태도를 정해 버렸다. 청와대가 각고의 노력을 보인다 해서 개헌 절대 불가를 외치는 한나라당을 움직일 만큼 압도적인 여론을 만들기 어렵다. 대국민 설득전을 학의 날개로 삼을 순 있을지언정 학의 머리로 세울 수는 없다. 방법은 하나다. 학의 머리가 한나라당 진영에 뚫고 들어야 한다. 전해철 수석의 말을 빌리면 “(개헌을)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한나라당)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메시지가 분명하고 반대급부가 확실해야 한다. 개헌 제안 다음 카드로 선거구제 개편을 꺼낼지 모른다고 점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개헌을 적극 지지했던 한나라당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지역기반이 약한 사람들이다. 특정하자면 비영남권 의원들이다. 이들에게 중대선거구제는 쉽게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대선주자도 마찬가지다. 최선의 상황은 현재의 선거구도가 그대로 유지된 채 자신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할 수 없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알 길이 없다. 만에 하나, 선거구도가 바뀌고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정치적으로 무일푼이 될 수 있다. 당내 계파의 수장으로 남아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것도 어렵다.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는 한 권력자 뒤로 줄을 서는 법이다. ‘개헌을 적극 지지했던 한나라당 사람들’이 호응하면 노 대통령은 자신이 꿈꾸던 정치판을 만들 수 있다. 지역주의에 기대고 불신에 빠져 싸우는 정치구조를 일신하고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연합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 먼 얘기가 아니다. 당장 대선에서 연합을 모색할 수 있다. 굳이 한 몸뚱이로 합치지 않더라도 DJP연합과 같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정권 재창출을 노려볼 수 있다. 관건은 정략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다. 희석제가 두 개 있다. 대국민 설득전의 성과를 활용하고 필요하면 탈당 카드도 만질 수 있다. 압도적이진 않더라도 임기 내 개헌 지지 여론이 반대 여론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형성된다면 이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탈당을 감행할 수 있다. 어차피 선거구제 개편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가 마침표를 찍는다. 판만 짜이면 마지막 점찍기는 국회로 넘겨도 된다. 그래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랬다.“임기는 변함이 없다.”고 했고, 탈당은 “전혀 검토된 바 없다.”며, 선거구제 개편은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고 했다.‘개헌 다음 수’를 모두 부정한 것이다. 하지만 온도 차가 있다. 임기 단축은 단칼에 끊었고, 탈당은 과거와 현재에 한정해서 부인했다. 미래형은 남겨 놓았다. 선거구제 개편은 또 다르다.“내년에 총선이 있는 만큼 국회가 논의할 일”이라고 했다. 논의 주체를 돌린 것이지 논의 필요성을 부인한 건 아니다. 첨언하자. 임기 단축은 왜 단칼에 끊은 걸까? 때가 아니다. 그건 개헌 시도가 완전히 물거품이 됐을 때에야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숟가락을 든 참인데 설거지 세제를 짤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김종배 시사평론가
  • [산이좋아 산으로] 충북 단양 소백산

    [산이좋아 산으로] 충북 단양 소백산

    어느 명산이건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소백산에서는 그 말이 조금 예외일 수도 있다. 소백산은 1년 중 청명한 날이 80여일에 달해, 확률적으로 보면 다른 산보다 화창한 일출을 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소백산 연화봉 중턱에 국립천문대가 있는 것이지만, 굳이 일출이 아니더라도 이 겨울이 가기 전 한번쯤 꼭 올라보고 싶은 곳이 바로 눈 많고 바람 드세기로 소문난 소백산이다. 충북 단양에서 시작해서 천동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쉽게 정상 비로봉에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소백산의 제 맛을 찾으려면 능선종주를 해야 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능선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겹겹이 둘러싸인 산줄기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소백산 산행의 큰 묘미다. 거대한 덩치의 소백산국립공원은 비로봉(1439.5m), 국망봉(1421m), 연화봉(1394m)이 주봉으로, 큰 산줄기는 모두 이 세 봉우리에서 갈라진다. 비로봉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한 후 능선을 따라 바람과 함께 걷다 보면 가슴 가득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이 새롭게 채워질 것이다. 천동계곡은 다리안 버스종점에서 시작한다. 종점∼야영장∼다리안폭포∼북부관리사무소∼계곡오름∼야영장∼비로봉 코스로, 등산로가 잘 나 있어 길을 잃거나 크게 힘들 일도 없다. 관리사무소와 다리안폭포를 지나는 동안 긴 콘크리트 도로가 이어진다. 초입은 지루하지만 곧 계곡으로 들어서면 자갈길이 시작되고, 이 길을 가다 보면 간혹 움막집을 세웠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움막집은 바닥의 편편한 바위들로 흔적이 남아 있다. 움막집 터 뒤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길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계곡길이라고는 하지만 산중턱에 야영장이 있고 길이 넓어 오르는데 어려움은 없다. 천동야영장을 지나자마자 샘터가 하나 나온다. 겨울철이라 얼어붙어 있을지 모르니 출발 전 따듯한 물을 넉넉히 채워가는 것이 좋다. 샘터를 지나 1시간쯤 가면 울창한 숲이 사라지고 나무데크로 된 계단길이 시작된다. 이 길에서는 등산로 보호를 위해 아이젠을 벗는 것이 좋다. 오르막 끝에 이르면 고사목 한 그루를 만난다. 연화봉과 비로봉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로, 돌아보면 산 아래 경치와 비로봉 능선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한 그루 고사목과 어우러진 조망은 한참 오르막길을 올라온 마음을 보듬어 준다. 소백산 능선은 내내 완만하다. 비로봉 산마루에도 키 큰 나무는 없다. 정상 아래에 있는 주목군락지에 자란 나무들도 능선 아래 빗면에서 자라고 있어 완만한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소백산천문대에서는 죽령으로 하산하거나 희방사를 거쳐 경북 풍기로 내려설 수 있다. 종주를 하면 총 산행시간은 넉넉히 6∼7시간이 걸린다. # 여행정보 소백산 주변에는 부석사, 희방사, 구인사 등 둘러볼 만한 절집이 많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 같은 답사기 베스트셀러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아서 너무도 유명해진 부석사에는 무량수전 뒤편에 있는 전설의 뜬돌(부석)과 선묘각, 그리고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 나무 선비화가 있는 조사당 등 볼거리가 있다. 먹거리는 부석사 앞의 산채비빔밥, 순흥에는 메밀묵밥이 유명하다. 단양 읍내에는 곤드레나물 정식(1인 8000∼1만원)을 잘 하는 집으로 돌집식당(043-422-2842)이 유명하다. 글 이영준 김범수(월간 마운틴 기자)
  • [책꽂이]

    ●노자(노자 지음, 최재목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현존하는 최고(最古) 판본인 곽점초묘죽간본 ‘노자’의 완역서. 이 초간본 ‘노자’는 지금부터 약 23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중국 초나라 때의 무덤에서 출토됐다. 사마천의 ‘사기’ 등의 기록에 따르면 노자는 기원전 571년 이전에 하남성 녹읍현에서 태어났으며, 춘추시대 말기 주나라의 수장실사(守藏室史, 장서실 관리인)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노자’는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적 존재와 원리를 도와 덕으로 설파한 도가사상의 성전. 문장의 전후가 모순되는 곳이 있고, 장과 장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곳이 있어 한사람이 쓴 게 아니고 오랜 세월에 거쳐 여러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1만 8000원.●우리말 달인(심재방 엮음, 선 펴냄) 가게는 원래 한자어 가가(假家, 임시로 지은 집)에서 온 말이다. 큰 것은 어물전처럼 전(廛)이라 했고, 구멍가게처럼 규모가 작은 것은 가가라 했다. 그 가가가 변음돼 가게가 된 것. 피죽바람이란 무슨 뜻일까. 모낼 무렵 오랫동안 부는 아침 샛바람(동풍)과 저녁 북서풍을 가리킨다. 모낼 무렵에 이 바람이 불면 벼가 큰 해를 입어 흉년이 들기 때문에 피죽도 먹기 어렵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쓴 우리말 우리글 길라잡이.1만 8000원.●한국 야담 연구(이강옥 지음, 돌베개 펴냄) 야담은 주로 한문으로 기록된 비교적 짧은 길이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가리킨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사(正史)에 대응되는 외사(外史), 즉 국가에서 임명한 사관 이외의 사람이 꾸민 역사를 말한다. 민간에 떠돌아 다니는 궁중비화나 정치 뒷이야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책은 야담의 역사적 존재방식을 밝히고 야담 고유의 서술미학을 살핀다.‘학산한언’ ‘천예록’ ‘동야휘집’ ‘금계필담’ ‘차산필담’ 등 조선시대의 주요 야담집에서부터 ‘일사유사’등 장지연의 근대 서사문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뤘다.3만원.●마티스와 함께한 1년(제임스 모건 지음, 권민정 옮김, 터치아트 펴냄) 마티스의 고향인 피카르디를 비롯해 프랑스 곳곳에 남아 있는 화가 마티스의 흔적을 좇은 여행기. 미국의 작가인 저자는 잿빛 파리에서는 마티스의 파리 시절 그림의 무거운 색조를 느끼고, 벨릴 섬에서는 빛나는 원색을, 코르시카 섬에서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이해한다. 모로코에서는 내면적인 화가였던 마티스의 고뇌를 느끼며, 마티스가 말년을 보냈던 니스와 방스에서는 마티스가 살던 방에 묵으며 들뜬 마음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1만 5000원.●집안에 앉아서 세계를 발견한 남자(귄터 베셀 지음, 배진아 옮김, 서해문집 펴냄) 제바스티안 뮌스터의 저서 ‘코스모그라피아’가 출간되게 된 과정과 책의 내용 등을 살폈다.1544년 처음 출간된 ‘코스모그라피아’는 바젤 대학에서 히브리어를 강의하던 뮌스터가 당시의 세계를 묘사한 책. 중유럽 사람들이 각국의 풍속과 관습, 신앙 등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뮌스터는 프랑스인을 “편 가르기 좋아하고 선동적이며 고집이 세고 이성보다는 힘이 우세한 민족”이라고 평했다. 뮌스터는 세계를 묘사했지만 제대로 된 여행이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학자였다.1만 6500원.
  • [2008년 서울에 문여는 유엔평화대학](中)코스타리카 본교 가 봤더니

    [2008년 서울에 문여는 유엔평화대학](中)코스타리카 본교 가 봤더니

    “중국 정부의 ‘파룬궁’ 박해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여성 박해, 인도 ‘불가촉천민’ 문제 등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지난 2일 오후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 있는 유엔평화대학(UPEACE·University for Peace).‘마키아벨리 군주론’ 강의가 한창인 1층 강의실에서는 ‘국제법·인권학’을 전공하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NGO들의 활동에 대해 “비폭력적인 방법을 고수해야 한다.”,“권위주의 정권의 폭력적인 탄압에 맞대응해야 한다.”며 다소 엇갈린 주장을 폈지만 각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진지하게 토론했다. 수업은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세계를 바꾸는 기회를 창조하는 곳 90만여평의 넓은 숲에 자리잡은 아담한 캠퍼스는 산호세 시내를 내려보고 있다. 조용한 캠퍼스에서 열대 지역의 뜨거운 햇볕만이 유일한 방해자다.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 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본 교정 곳곳에서는 자유와 평화를 만날 수 있다.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 로고와 ‘세계를 바꾸는 기회를 창조하는 곳’이라는 학교의 문구들이 눈길을 끈다. 교정 앞 잔디밭에는 UPEACE 헌장에 가입한 미국과 독일, 캐나다, 스웨덴, 네덜란드, 일본, 스위스 등 36개국의 깃발이 휘날렸다. 한국은 아직 헌장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태극기는 볼 수 없었다. 또 구석구석에는 UPEACE 설립과 국제 평화에 기여한 인물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기념 식수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로드리고 카라조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의 흉상이 있다. ●유엔 헌장 정신·이념 따라 인재양성 UPEACE는 유엔 헌장의 정신과 이념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현재 ‘환경·평화·안보학과’,‘양성평등·평화연구학과’,‘평화·갈등연구학과’,‘국제법·인권학과’ 등 4개 학과 9개 전공 분야에서 69개국에서 온 137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학위증에는 유엔의 로고와 유엔 총회의 인증표시가 들어간다. UPEACE의 석사학위 과정은 1년. 학위를 받으려면 40학점(전공 32학점, 독립연구학점 8학점)을 따야 한다. 매년 8월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해 공통과목을 수강한 뒤 12월까지 첫 학기가 시작된다. 이어 다음해 1∼5월까지 두번째 학기가 진행되며,6∼7월 논문을 제출하면 졸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하루 100쪽이 넘는 관련 논문 자료를 분석하고, 토론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비영어권 학생들은 학위 취득에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교수진은 20여명의 상주교수 외에도 많은 방문 교수가 ‘맨투맨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졸업생들간의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 UPEACE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유엔 학위기관으로 학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온 졸업생들간의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도 장점이다. 재학생들은 상당수가 국제기구, 국제 NGO, 각국 정부기관에서 근무한 사람들로, 대부분 해당국가 및 로터리 클럽 등 해외 유수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다. 전체 대학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도 안 될 정도로 공익성이 강하다. 내년 미디어·갈등·평화연구 학과에 입학할 예정인 캐나다인 지니 콜린스(여) 기자는 “평화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전세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입학을 결정했다.”면서 “졸업 뒤에 개발도상국가의 인권과 갈등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보도를 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파키스탄인 사라 사드 칸(여·양성평등·평화구축 전공)은 “파키스탄에서는 사귈 수 없었던 다양한 국가 학생들과 양성 평등 및 국제 평화 문제에 대해 맘껏 토론을 벌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인 벤저민 헤스(국제평화연구 전공)는 “지난 1년 동안 40여개국에서 온 학생들과 공부를 하고 토론을 벌이며 각국의 문화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었다.”면서 “졸업후 워싱턴 DC에 있는 ‘이주노동자 기회균등 프로그램 협회’에서 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산호세(코스타리카) 조현석특파원 hyun68@seoul.co.kr ■ 유일한 한국인 재학생 정연걸씨 “졸업후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 큰 장점” “함께 공부하는 동기 중에는 미국 국무부 출신도 있고, 이라크 장군 출신도 있습니다. 수업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친해져 졸업후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죠.” 코스타리카 유엔평화대학(UPEACE)에 재학 중인 유일한 한국인인 정연걸(43·국가인권위원회 국제협력담당관실 직원)씨는 UPEACE의 장점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꼽았다. 재학생의 상당수가 유엔 등 국제기구 경험자이거나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지만 아직 국제무대에서는 경제력에 걸맞은 역할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국제기구 진출 등을 개인적인 능력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깝습니다.UPEACE 아시아·태평양센터의 서울 유치는 한국 젊은이들의 국제무대 진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봅니다.” 정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무하던 중 중앙인사위원회 주관 공무원국비훈련생으로 지난해부터 이 학교에서 국제평화학과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학비만 정부에서 지원받았을 뿐 혼자의 힘으로 UPEACE를 찾아내고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는 UPEACE 서울 유치에 대해 “UPEACE 측에서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동북아시아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한국 측에서는 이 대학을 통해 국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UPEACE는 세계 각국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평화, 인권, 환경에 대해 토론을 벌여 수업 자체가 하나의 자그마한 유엔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라면서 “졸업생들 간에는 강한 유대감과 연대성이 형성돼 서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산호세(코스타리카) 조현석특파원 hyun68@seoul.co.kr
  • ‘납치 사기’ 007작전 방불

    ‘납치 사기’ 007작전 방불

    “2∼3일 이상 한 여관에 머물지 않는다. 인출자와 전달자는 같은 방을 쓰지 않는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여관 명함은 폐기하고, 사용한 통장과 카드는 반드시 찢어서 변기에 버린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납치사기 사건을 주도한 타이완인들은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중국발 지령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관악경찰서는 21일 납치 사기사건 용의자인 타이완인 황모(31)씨 등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온 전화를 받고 지령에 따라 최소 4차례 이상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황씨는 경찰에서 “수시로 중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면서 “여관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입금됐다.’는 전화를 받으면 재빨리 인근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같은 여관의 다른 방에서 머무는 후모(30)씨에게 전달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황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 없이 떠돌다가 저녁 때만 택시를 타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여러 개의 차명계좌 중에서 오전에 그날 사용할 통장은 찢어 버리고 카드만 갖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녔다. 입금됐다는 지시가 내려오면 즉시 가까운 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밤에 여관으로 돌아와 후씨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남 납치 사건 당일도 같은 경로로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이들이 4차례에 걸쳐 200만·300만·100만·280만원을 각각 인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강남 납치 사기사건 이외에 연루된 사건이 있는지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연금 환급 사기사건과 납치 사기사건 용의자들이 전달받은 지령이 매우 흡사해 같은 조직 아래서 점조직 단위로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여의도 in] “최구식은 자기반성부터” 이회창 지지모임 ‘대반격’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 당내 일부에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모임인 ‘창사랑’ 대표 조춘호씨가 최구식 의원과 당직자들에 대해 맹공에 나섰다. 조 대표는 1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최 의원은 남을 비판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부터 먼저 사과하고 해명하는 것이 순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지난 대선 자금은 지구당 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다 쓴 것인데도 책임을 모두 이 전 총재에게 뒤집어 씌우려 한다.”면서 “지금 한나라당내에는 몇몇 분의 개인적 욕심으로 인해 한나라당 안의 이 전 총재 흔적을 빨리 없애려는 정치적 숙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反이성의 씨앗 뿌리는 종교/현고 스님 전 조계종 종무원장 대행

    지금 뉴질랜드를 여행 중이다. 보고 있는 뉴질랜드의 모습은 한마디로 맑고 청정하다. 산천은 물론 시가까지 태초의 모습처럼 청정한데 어찌 마음인들 청정하지 않겠는가. 경전 말씀에서도 몸(身)이 청정해야 마음(心)이 청정하고 몸(환경)과 마음이 청정해야 법계가 청정하다 했듯이 뉴질랜드 사람들의 마음 또한 국토만큼 청정하다. 범속한 사람들은 대자연 앞에 만물의 지배자로서 인간의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아름답고 특별한 것일수록 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뉴질랜드 사람들은 지극히 아름답고 청정한 곳일수록, 그 아름다움이 훼손되지 않는 가운데 느껴질 만한 곳에 작은 둥지를 틀고 그 아름다움을 함께 바라다 볼 줄 아는 절제된 감정과 이성을 지닌 사람들 같다. 수십척 깊이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수정같은 맑은 물 속에 눈길이 멈출 때, 경관이 빼어난 곳에는 예외없이 매운탕집과 러브호텔을 지어 돈벌이에 열을 올리는 우리의 무례가 더없이 부끄럽다. 자연에 대한 뉴질랜드의 맑고 깊은 마음은 어디서 왔을까? 부끄러운 우리의 심사와 태도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한마디로 그것은 차분한 이성적 사고와 판단, 그리고 상황에 따른 합리적 선택, 이것을 얼마나 중요시하느냐 여부인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는 종교적 신념을 공공장소에서 선전할 수 없다 그리고 상대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는 가운데 자기와 같은 종교를 믿도록 요구할 수 없다. 이런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오신 선교사님들이 선교활동하기에 매우 힘든 곳 중 하나가 뉴질랜드라고 한다. 선교활동과 관련하여 유사한 이야기를 지난해에도 들었다.6월 몽골에서, 그리고 10월 스리랑카에서이다. 그때는 약소국가가 자국의 중심 종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정체성 유지라는 명분을 세운 배타적 규제 법률을 제정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 뉴질랜드에서 들은 규제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기독교 문화 전통을 가진 뉴질랜드에서 자유로운 선교활동에 제한을 줄 수밖에 없는 규제적 제도를 둔 것은 종교 선택과 사상의 자유 보장이전에, 기대하는 더 깊은 목적과 원칙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인간 이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이성에 기초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사고력 증진 원칙에 있는 것 같다. 무조건적이고, 무원칙이고, 원리가 없는 신념이 가져온 몽매함의 역사를 알기 때문이다. 종교적 신념은 최근에도 9·11테러와 이라크 침략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불행은 우리 정치사회에도 있다. 역대 대통령이 합리적 선택과 합의보다 신념에 의한 통치로 실패한 역사를 썼고, 지금 대통령도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 가운데 저질러진 잘못으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처럼 이성적 타협과 합의를 모르는, 신념이 판치는 세상을 만드는 씨앗은 누가 뿌려왔고 지금 누가 뿌리고 있는가? 아무래도 종교인들인 것 같다. 감성적 신념의 베일을 치우고, 신념 말고는 어떤 사항도 살피려 하지 않는 무지를 종교적 순수를 지닌 신도인 양 부추겨 세우는 성직자에 의해 그 씨가 뿌려지고 종교의 상업주의적 이용과 집착이 이를 싹트고 자라게 한다. 우리 종교인은, 신념에 매몰된 신자보다 순수한 이성을 지닌 국민정신을 위해 종교활동마저 규제하는 뉴질랜드의 원칙을 본받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종교인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성과,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순수로 돌아갈 때 모든 사람의 마음은 청정해지고, 이성적 사고를 가진 청정한 사람들의 사회는 청정할 것이며, 뉴질랜드보다 청정한 금수강산이 다시 우리 곁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동안 내 생각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서울신문과 이를 지켜봐 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현고 스님 전 조계종 종무원장 대행
  • 화성에 6년새 없던 협곡 생겨

    “화성에 대해 인류가 배워 온 모든 상식을 깬 혁명이다.”(NASA 화성탐사팀 필립 크리스챈슨 박사)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거나 (현재)있으리라고 믿을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콜로라도대 브루스 자코스키 교수) 거대한 화산 분화구와 협곡, 붉은색 용암대지 등 지구지형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던 화성에서 최근까지 물이 흐른 흔적을 보여주는 첫 단서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6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이날 공개한 화성 지표면에서 ‘흐르는 물’의 유력한 단서를 소개했다. 과학자들은 화성 탐사를 통해 물의 존재를 찾는 데 주력했다. 이미 과거 탐사를 통해 협곡의 흔적을 찾았고 얼음의 존재도 발견됐다.남은 건 ‘액체 상태로 흐르는 물의 존재’였다. 이날 NASA가 공개한 사진들이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킨 것은 흐르는 물의 존재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화성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MGS)’는 화성의 센타우리 몬테스 분화구와 테라 시레눔 등 곳곳의 지형을 시차를 두고 촬영했다. 이번 사진에서 1999년 8월에 존재하지 않았던 협곡이 2005년 9월 사진에서 나타났다. 무엇인가 흐르는 액체가 아니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 지형 변화다.NASA 과학자들은 그것도 빠르게 물이 흐른 ‘급류(torrents of water)’로 보고 있다. 적어도 6년 사이에 물이 흘렀다는 얘기다. 유럽 화성탐사 연구팀 존 머레이 박사는 “화성 지표면을 흐르다 얼어붙은 물에서 작은 가능성이나마 미생물이 발견될 수 있으며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물의 존재로 인해 미생물이라도 새로운 생명체의 존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크리스챈슨 박사는 “2001년 우리는 화성에 적어도 500만년 전에 물이 존재했다고 발표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지금도 물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한편으로는 화성 대기를 구성하는 이산화탄소의 액화로 인한 현상일 수도 있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인류 화성 탐사에 대전기를 마련한 이번 사진은 MGS탐사선의 마지막 선물이다.지난달 5일 교신이 두절된 MGS는 1997년 9월12일 화성 궤도에 진입한 후 수십만장의 화성 사진을 지구에 전송했다.현재로서 MGS는 수명을 다해 우주를 떠돌고 있다. 인류의 화성탐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러시아, 유럽에 이어 인도 등 후발주자의 화성탐사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네안데르탈인 화석 식인습관 흔적 발견”

    4만 3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에서 극심한 굶주림과 식인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BBC 뉴스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북서부 엘 시드론의 지하 동굴에서 지난 2000년 이후 발견된 8명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분석한 국제 과학자팀은 어린이들의 치아에서는 굶주림과 극심한 영양 부족, 뼈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투쟁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밝혔다.네안데르탈인이 식인종이었을 가능성은 2000년 ‘내셔널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를 통해서도 제기됐었다. 스페인 국립 자연과학박물관의 안토니오 로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들의 화석 표본에 나타난 고도의 발달 스트레스 수준으로 미뤄 볼 때 생존을 위한 식인습관이 어느 정도 일상화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연구진은 이 동굴에서 발견된 뼈의 신체적 특징은 유럽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같은 시대 네안데르탈인들의 특징과 일치했으며, 다른 지역 표본에서도 식인의 증거가 나타났다고 밝혔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9) 인간이란 무엇인가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9) 인간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의하면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한 목소리를 갖고 있으면서 네 발에서 두 발, 그리고 세 발로 걸어다니며, 발이 많으면 그만큼 허약한 동물이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 수수께끼에 답변을 못하면 스핑크스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아기 때에 네 발, 어른이 되어서 두 발, 늙어서 지팡이와 함께 세 발로 걷는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알지 못하면 인간자격이 없어서 스핑크스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좌우간 인간은 오랜 세월을 두고 과연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철학적으로 골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동양의 유가사상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색이 서양의 철학보다 먼저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가적인 인간이해는 은유적이어서 서양적인 지성철학의 논리적 정의보다 쉽게 와 닿지 않지만, 그래도 그 유가적 인간이해가 상당한 사유의 깊이를 품고 있다고 보여진다. 유가의 경전인 예기(표기편)에 이미 ‘인자인야(仁者人也=仁이 인간)’라고 표명되어 나오는데, 이 사상이 유가의 기본적 인간이해의 기준이 되었다. 왜냐하면 유가경전인 ‘중용’과 ‘맹자’에도 꼭 같은 진술이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가철학은 한 가지의 초점불일치를 안고 있다. 즉 자연철학적 유가와 도덕철학적 유가와의 사이에 일종의 초점불일치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철학적 유가사상은 자연의 일체적 무위사상에 의하여 도(道)를 해석하는 경향이고, 도덕철학적 유가사상은 사회의 인륜적 당위사상에 의하여 도(道)를 해석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전자의 사상은 인성이 자연적으로 자연성이 보여주고 있는 상생적 성선(性善)과 같은 계열에 속하므로, 인간의 마음이 자연성의 상생적 질서를 어기지 않는 한에서, 인간을 자연적 인(仁)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 사상이 송·명대에 이르러 육왕학(陸王學)의 계보를 형성했다. 후자의 사상은 이와 좀 다르다. 후자는 인간을 자연으로 환원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로 전환시킨다. 자연상태로 인간을 방임하면, 인간이 금수와 같아진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자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잘 영위해야 하는 도덕적 규범의 실천의지로 생각한다. 인간의 현실적 기질이 혼탁하기에 공동체 생활을 잘 영위하지 못하고 늘 이기적 충동에 휩싸인다. 이 이기적 충동을 이겨내기 위하여 인간은 인(仁)과 같은 덕목을 실천하는 법을 당위적으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상은 주로 정주학(程朱學)에서 옹호되어 왔었다. 전자에 있어서 인(仁)의 개념은 자연의 상생적 존재방식을 말하고, 후자의 경우에 그것은 곧 사회적 인륜도덕의 덕목으로서 효제(孝悌)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 인간은 이미 자연처럼 그렇게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고, 후자의 경우에 인간은 사회적으로 인간이 되는 공부를 익혀야 금수를 면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인간을 해석하는 철학의 두 방향 이런 유가적 인간해석의 두 가지 길이 실상 인간을 해석하는 철학의 두 가지 방향을 상징적으로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전자의 길은 인간을 그 자연적 본성에서 보려는 자연주의의 철학을 낳았고, 후자의 길은 인간을 그 사회적 도덕성의 형성정도에서 성찰하려는 인간주의의 철학을 가까이 하여왔기 때문이다. 전자는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본능적으로 알고 바로 단번에 실천하는 그런 직관적 돈오의 태도를 자연성이 유지하고 있으므로, 인성도 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주의 철학에서 ‘선은 좋은 것’(善卽好之)이다. 여기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 지행합일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인간주의 철학에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사회적으로 인간이 되어야 하기에 무엇이 도덕적 선인가 먼저 알아야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실천해야 하기에 늘 선지후행(先知後行)의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양명학과 주자학의 차이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래서 인간주의는 자연주의와 달라서 인간을 사회 안의 내재적 존재로 읽으려는 관심이 크다. 인간을 사회의 내재적 존재로 읽으려는 측면이 우세하기에 따라서 인간주의의 철학은 지성과 그 의지를 늘 강조해 왔다. 인간주의 철학에서 ‘선은 옳은 것’(善卽義之)이다. 독자들은 초기에 내가 쓴(7회 글)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와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을 회상하기 바란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는 온 몸이 근육질로 덮여 있다. 그것은 ‘생각하는 사나이’가 세상을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대상화하려는 인간상을 반영한다 하겠다. 근육은 저항의 힘을 이겨내야 하겠다는 극복의지와 지성의 발동을 상징한다. 인간을 사회 안으로 거두는 철학은 인간을 지성과 의지의 주체로 본다. 서양의 전통적 지성과 의지의 철학은 세상을 인간지성과 의지의 대상으로 재정리하겠다는 굳센 근육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늘 생각해 왔다. 동양의 주자학도 이런 근육의 철학과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인간사회를 인륜화시키겠다는 주자학적 발상도 이런 당위적 도덕주의의 근육을 도포 속에 감추고 있다. 그래서 경직되기 십상이다. 주자학도 자연철학의 측면으로 가까이 가면, 양명학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그러나 주자학의 주악상(主樂想)은 역시 인륜학에 있기에 당위적 지성주의를 그 생명으로 삼게 된다. 하여튼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서양철학의 인간정의는 거의 다 이 지성주의와 의지주의의 철학적 사상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인간은 이성적 동물’,‘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사회적 동물’,‘정치적 동물’,‘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등의 정의들은 거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지성주의의 소산이다. 여기서 의지는 그 지성의 판단결과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실천적 능력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늘 선지후행은 선지성 후의지(先知性 後意志)로 읽어야 한다. 저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인간정의에 공통적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것은 인간에게 ‘이성적’‘사회적’‘정치적’‘도구적’이라는 접두어를 제거하면, 인간이 다 동물로 환원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말은 인간이 인륜적이지 않으면, 금수로 되돌아간다는 주자학적 발상법과 거의 비슷하다. 이런 지성적·의지적 인간이해의 길을 최근에 문제삼기 시작한 철학 사조가 곧 해체주의다. 즉 인간을 지성과 의지의 주체로서 보는 것을 해체시켜 인간을 다시 자연으로 복원시키려는 철학적 사유를 열기 시작한 이가 현대 서양철학에서 하이데거다. 보통 일반적으로 하이데거의 철학을 실존적 현상학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하이데거를 잘못 이해한 결과겠다. 하이데거의 스승이자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고, 현상학이 아니라고 화가 나서 책을 던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내가 볼 때에, 후설이 하이데거를 정확히 본 것 같다. 왜냐하면 하이데거는 이미 의식학인 현상학의 세계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후설은 영구히 하이데거를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왜냐하면 하이데거는 후설과 같은 의식의 철학을 전개하지 않고, 마음의 철학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의식과 마음이 다른가? 그렇다.(23회 글) 마음에 자의식이 도입되는 순간에, 그 마음은 즉시 의식으로 변한다. 의식은 오직 인간의 것으로서 ‘내가 생각한다.’는 주체의식을 늘 안고 있다. 그러나 마음은 자연적 욕망과 같아서 거기에 자의식이 돋아나지 않고, 자연처럼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길을 저절로 따라간다. 도덕학에서는 이익과 의리의 개념이 상반적이지만, 자연학에서 자기 이익과 타자의 이익이 서로 상반되지 않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상호 교류하는 존재론적 욕망인 상보성을 일으킨다. 이 욕망에 자의식이 등장하면, 이기적 자의식과 반(反)이기적 공동체의식의 반목이 일어난다. ●無의 빈 자리를 지켜주는 인간 존재론적 마음의 욕망이 자의식의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그것은 바로 소유론적 욕망으로서의 탐욕이 된다. 자의식이 없는 마음은 자연처럼 존재와 무(無)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지, 소유와 결핍에 집착하지 않는다. 의식의 철학에서 존재는 소유로 오해되고, 무는 결핍으로 여겨져 기피된다. 유교가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철학을 떠나 의식의 철학에 머물려는 경향을 강하게 지니는 가장 큰 원인은 유교가 무와 죽음을 인생의 한복판에서 사유하기를 꺼려하였기 때문이다. 공자가 ‘논어’(선진편)에서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술회했다. 저 말은 죽음을 삶에서 차단시킨 계기를 주었고, 죽음이 차단됨으로써 생사일여(生死一如)와 유무일여(有無一如)의 사유가 유가에서 거의 단절되었다. 죽음이 뒤로 미루어지면 삶의 존재가 거의 소유론적으로 평가되고, 죽음도 허전한 결핍처럼 간주되어 삶에서 생각하기를 유예시킨다. 마음의 철학에서 인간을 생각하면, 지성과 의지의 자의식으로 인간을 높이기는커녕, 인간은 존재와 무의 자연적 문법에 겸허하게 종속되어지기를 바란다. 하이데거가 논문 ‘휴머니즘에 관하여’에서 기술한 대로 인간을 ‘존재의 목자(牧者=shepherd)’,‘존재의 이웃’,‘무의 빈 자리를 지키는 자(the empty seat-guard)’ 등으로 표현한 것은 깊은 의미를 던져준다. 저 표현들은 단지 문학적 수사학이 아니다.‘존재의 목자’란 인간이 소유의 주체가 아니고, 자연 일체의 존재를 편안히 존재하도록 돌봐주는 목자의 임무로서, 그리고 ‘존재의 이웃’은 일체 두두물물의 존재를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 집을 지어주는 목수와 같은 이웃으로서, 또 ‘무의 빈 자리를 지켜주는 자’로서 인간은 자연과 인간사(人間事)에서도 무의 빈 자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여백의 예찬자로서의 인간을 해석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이미 지성과 의지를 가진 인간주체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이 자연의 한복판으로 되돌아가 자연 속에서 자연에 의하여, 그리고 자연을 위하여 살고 고요히 죽으려는 그런 안심입명의 사유가 거기에 깃들어 있다. 오직 그런 인간만이 인류에게 미래적 희망을 전하는 본성의 인간이고, 부처의 길을 가는 인간이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으려는 제자겠다. 인간이 스스로 자연의 지배자요, 주인이라고 여기지 말라. 그 동안 지성철학과 어떤 종교는 이런 헛된 신화를 잘못 심어주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지난달 어느날 초저녁 12살 소년이 한 일은?

    “나이도 어린 X이 못된 짓만 배웠나?” 중국 대륙에 한 초등학교 남학생이 나이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짐승같은 일을 저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중동부 안후이(安徽)성 딩위안(定遠)현에 사는 한 초등학생은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나이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러 주변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고 안휘시장보(安徽市場報)가 최근 보도했다. 안휘시장보에 따르면 충격적인 사건의 범인은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올해 12살의 원원(文文·가명)군.그는 나이에 비해 엄장이 크고 수염이 까칠까칠할 정도로 성숙한 모습이었다. 사건은 지난달 24일 오후에 발생했다.그날 저녁 6시가 넘어 칠흑 같이 어두워져도 학교에 간 추이추이(翠翠·9살)양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그녀의 아버지는 안절부절 못했다.추이추이양의 같은 반 친구 집에 들러 물어봐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만 봤을 뿐 “잘 모르겠다.”고 말해 더욱 걱정이 됐다.해서 고대 딩위안현 공안(경찰)기관에 실종 신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 신고를 접수한 딩위안현 형경(刑警)중대는 곧바로 추이추이양이 귀가하는 길을 따라 수색에 나섰다.수색에 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경중대원들은 그녀 책가방과 옷가지 등이 도로 옆 도랑에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에 있는지 그림자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들이 수색하기를 1시간여….추이추이양은 도로에서 100m쯤 떨어진 밭고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도로 변에서 추이추이양이 남긴 흔적을 못찾은 형경대원들이 대로에서 논틀밭틀을 수색해 100m쯤 들어가자 옷이 모두 벗겨진 추이추이양의 시체가 밭고랑에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뒤를 따르던 그녀의 아버지는 너무 충격이 큰 나머지 그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경찰 조사결과 범인 원원은 사건 당일 추이추이양과 함께 귀가를 하게 됐다.귀가하던 길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두 어린 학생은 갑자기 말다툼이 벌어졌다. 당시 원원은 나이 어린 추이추이양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거리하자,이에 화가 난 나머지 그녀에게 뺨을 때렸다.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자 또다시 추이추이양의 머리채를 감아쥐고 도로 옆 물구덩이 속으로 처박아버렸다. 물구덩이 속에 빠진 그녀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숨을 캑캑거리며 바둥바둥거리자 원원은 불현듯 짐승을 변해 그자리에서 성폭행을 자행했다.원원은 자신이 한 행동이 탄로나는 것이 두려워 추이추이양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나이 어린 그녀는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열명길에 올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英 “항공기등 12곳서 방사능 흔적”

    방사능에 중독돼 숨진 러시아 스파이 사망사건과 관련, 항공기 5대 등 약 12곳에서 방사능 오염 흔적이 발견됐다. 존 리드 영국 내무장관은 30일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전(前) 러시아 스파이 사망사건 수사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약 12개 장소에서 방사능 오염 흔적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리드 장관은 이날 의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모두 24곳을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수사당국이 방사능 유출과 관련, 러시아 항공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현재 모두 5대의 항공기를 조사 중으로 이들 5대의 항공기가 기착한 모든 국가와 접촉할 것이라고 말해 수사가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임을 강조했다. 영국에 망명한 전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요원인 리트비넨코는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 210에 다량 중독돼 숨졌으며 이 사건으로 영국-러시아 간 외교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방사능 의학 전문가들은 CNN에 “폴로늄이 인체에 직접 주입됐을 때만 위험하다.”며 “해당 항공기에 탄 승객들의 건강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당시 탑승자 명단을 모두 뽑아 접촉에 나서고 있다. 리드 장관은 탑승자 중 69명이 요주의 대상이며 이 가운데 18명은 전문의 진단을 요한다고 밝혔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입술·코 정상… 담배도 다시 피워”

    |파리 이종수특파원|“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믿을 수 없었고 공포에 떨었다.”(2005년 11월 수술 뒤 이자벨 디누아르의 부상 당시 회고)“수술 3일 뒤 외출을 했다. 현재 입을 열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입술과 코도 사용할 수 있다.”(2006년 2월. 디누아르 수술 3개월 뒤 기자회견)“디누아르는 이전처럼 담배도 피우고 음료수도 마시고 있다.”(수술 담당 의사 베르나르 드보셀 박사, 수술 1주년 앞두고) 지난해 세계 첫 부분 안면이식 수술을 받은 프랑스 이자벨 디누아르(38)가 27일로 수술 1주년을 맞았다. 수술 직후 윤리 문제와 면역체계·암 발생 가능성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디누아르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기증자에 대한 감사의 말과 수술 뒤 변화를 설명했다.“지속적인 약물투여와 안면 근육 연습을 해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그의 생활이 다시 베일에 가려진 채 9개월이 흘렀다. 수술 1년을 맞는 그의 상황은 어떨까? 당시 수술 담당 의사인 베르나르 드보셀 박사는 “디누아르는 현재 먹고 마시는데 문제가 없다.”면서 “일자리를 찾는 대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프랑스 북부 아미앵병원의 드보셀 박사는 “성형학상 환자 얼굴 형태에 이식이 잘 들어 맞았다.”며 “그가 이식 수술 환자라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드보셀 박사에 따르면 디누아르의 얼굴은 현재 수술 흉터가 조금 남아있고 피부 아래 층 봉합선 부근에 염증이 있다. 그러나 수술 흔적을 나타내는 선은 거의 사라졌고 화장을 하면 거의 가릴 수 있는 상태다. 또 부작용의 하나로 지적된 조직 거부 반응과 관련,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완벽히 제어됐다는 게 드보셀 박사의 설명이다. 피부의 온기와 촉감 등 안면 감각도 회복됐고, 왼쪽 뺨에 작은 수축 현상이 있지만 안면의 움직임이 복구된 것으로 관찰됐다.지난해 5월 약을 복용하고 자다가 애완견에게 얼굴 아래 부분을 물어 뜯긴 디누아르는 6개월을 기다린 끝에 뇌사자에게서 코와 턱, 입술을 기증받아 15시간의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디누아르가 안면 부분이식 수술에 신기원을 연 뒤 지난 3월 인도,4월 중국에서 각각 안면 부분 이식수술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드보셀 박사팀도 5차례 더 비슷한 수술을 할 예정이다. 얼굴 이식 수술이 대중화될지는 여전히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이식 후 5년 이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평생 면역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특히 숨진 기증자의 살아 있는 얼굴을 보게 될 유족과 기증받은 환자의 심리적 고통은 연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피부는 인체 조직 중 가장 면역 거부반응이 강하다. 수술 실패율도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학계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영국 런던의 로열프리 병원의 외과의사 피터 버틀러 박사가 세계 최초로 안면 전체 이식 수술을 하기 위한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드보셀 박사는 “눈꺼풀의 미세 근육과 혈관이 복잡한데 우리팀은 아직 이식 수술 뒤 눈꺼풀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모른다.”면서 전체 이식수술의 성공 여부에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vielee@seoul.co.kr
  • [주말탐방] 대전역 어제와 오늘

    [주말탐방] 대전역 어제와 오늘

    KTX가 104편 운행되고, 역 이용객만 주말 5만명. 역사내 회의실이 생기고, 새달 철도빌딩을 신축하며 철도 메카 위용을 뽐내지만 때론 아이들의 놀이터… 때론 노인들의 휴식처… 때론 학생들이 시위하던 광장, 그 희미한 옛추억의 블루스가 그립다. ‘역’은 ‘이별’을 연상케 한다. 만남과 새로운 출발의 의미도 있지만 대중가요에 실린 기차역은 아쉬움의 상징으로 표현돼 있다. 3남지방의 관문이었던 대전역.1959년 발표된 ‘대전부르스’의 무대이면서 전국에서 가장 넓은 광장(3500평)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전설(?)이 돼 버렸다. 정치와 시위·집회로 들끓었던 광장은 국내 최초의 대중교통 환승시설로 탈바꿈했다. 대전부르스는 기념비만으로 그 존재를 알리고 있을 뿐이다. 고속열차 개통과 전국 곳곳에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는 시대의 변화속에 교통의 중심지인 대전역을 뒷배경으로 위풍을 자랑하던 중앙시장도 그 위세가 크게 꺾였다.1905년 역사 신축 이후 100년 가까이 모습을 지켜 오던 대전역사는 2004년 지상 4층의 초현대식 건물로 단장하면서 과거와 완전 단절됐다. ●민족의 아픔 간직한 대전역 대전역과 사라진 광장은 일제시대 수탈 물자의 집산지, 광복 뒤에는 교통의 요충지, 6·25전쟁 당시는 피란민들의 이별 현장이라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만큼 넓은 장소가 없다 보니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 후보의 옥외연설회가 금지되기 전까지는 각종 정치행사장으로 유명세를 탔다.80년대에는 대학생과 노동계의 시위장소가 됐고 낮에는 아이들의 놀이터로, 저녁에는 노인들의 휴식처로도 애용됐다. “잘있거라 나는 간다….”로 시작되는 불멸의 히트곡 ‘대전부르스’의 배경인 대전발 0시50분 목포행 완행열차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노래가 만들어질 당시는 호남선도 대전역을 거쳐 서대전역으로 향했지만 회덕 분기점이 생기면서 필요성이 없어졌다.0시 50분 열차는 1960년 03시 05분 열차로 변경됐지만 수명은 오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오전 6시 20분 대전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가 목포행 완행열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소재가 된 새벽녘 역에서의 남녀간 이별은 이젠 영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추억이 됐다. 대전역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앙시장이다. 삼남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부상한 대전역 주변 중앙시장은 삼남지역에 생활물자를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했다. 전국에서 상인과 손님이 몰리면서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과 견줄 만큼 위세를 날렸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오전 6시30분부터 9시까지는 남쪽 택시 진입로를 중심으로 인근 도시에서 보따리를 이고 모여든 노점상들이 좌판을 벌여 과거 화려했던 상권의 현장을 기억하게 만든다. 광장을 가득 메웠던 비둘기도 대부분 사라졌다. 옛 정취라야 홍합과 어묵, 가락국수 등을 파는 역 광장 입구의 포장마차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역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 정도다. 대전역의 명물 가락국수의 정취도 많이 달라졌다. 열차 정차시간이 짧아지면서 극적인 ‘국수넘기기’가 불가능해졌고 인스턴트화되고 먹을거리가 다양해지면서 국수를 찾는 이들도 중장년층이 주고객이다. 역 구내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기고 교통시설이 역에 가까워지면서 역 주변 상권도 크게 위축됐다.30여년간 역전에서 가게를 열고 있는 낙원다방 여주인은 “열차를 기다리거나 친구를 만나기 위한 손님이 북적거리던 때가 눈에 선하다.”면서 “요즘은 예약이 활성화되고 역 안에 커피숍 등이 생기면서 역 손님보다는 단골 손님들만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철도의 허브…현대화의 고통도 대전역은 KTX 104편 등 하루 평균 260여대의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10개의 선로 중 2개만 화물선로이고 나머지 8개는 여객열차가 운행된다. 역 이용객은 평일 3만 5000명, 주말에는 5만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전역 지하 동서관통도로가 개통되고 택시와 자가용 진입로가 들어서면서 대전역 광장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과거 시내방향인 동쪽에서만 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동서 양쪽이 모두 오픈됐다. 대전역에서는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대전 사람조차 호남선은 서대전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지만 대전역에서도 하루 2차례 호남선이 시발·종착한다. 오전 6시20분 목포행과 오후 4시40분 광주행 무궁화호 열차가 출발하고 오후 4시5분, 오전 5시45분 각각 도착한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역사내 회의실을 빌려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국토의 중심, 교통의 요충지로서 장점을 한껏 살린 사업으로 회의에 필요한 이동거리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들어 11월 현재 1억 6600만원의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다. 대전역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듯하다.2010년 경부고속철도가 완전 개통돼 열차수 증가가 예상되고 특히 다음달 철도빌딩 신축을 계기로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철도의 축인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동거는 대전을 명실공히 철도의 메카가 되는 것이고 대전역은 그 관문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장흥진(54) 대전역장은 “대전역의 중요성을 감안해 현재 1만 1417㎡인 역사를 2010년까지 1만 4264㎡로 증축할 계획”이라며 “이용객 편의를 위한 편의 확대뿐 아니라 소규모 공원과 공연장 등도 조성될 예정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대전역의 개발은 현대화의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시설이 좋아지면서 노숙자가 크게 증가했다.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오전 3∼5시까지만 역을 폐쇄하다 보니 노숙자 관리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울철이 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대전역이 동서로 오픈되면서 역이 시민들의 이동 통로가 됐다. 당연한 서비스로 생각하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대합실이 만남의 장소로, 대화의 장으로 돌변하다 보니 간혹 열차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노점상 문제는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도로가에 노점이 펼쳐지다 보니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데다 주변 시장 상인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구청에서는 관할권이 철도공사에 있다며 단속을 미루고 있지만 백발이 성성한, 하루 몇천원을 벌겠다며 집을 나선 이들을 대책없이 무작정 쫓아낼 수만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 역장은 “아무리 현대화되고 첨단화되더라도 역의 애환과 정취는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가락국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은 열차 정차시간이 대부분 2분이어서 후다닥 내려 가락국수를 먹는다는 것이 불가능해요.” 대전역 하행선 매점에서 16년째 국수를 판매하는 박선자(53·여)씨는 운행중인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대전역에서 가락국수를 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고 야박하게도 경고했다. 대전역과 연상되는 것 중 대표적인 하나가 ‘가락국수’다. 특히 요즘 같이 찬바람이 휘몰아칠 때면 모락모락 따사로운 김이 올라오고, 새빨간 고춧가루가 면발 위에 내려앉은 가락국수는 생각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그래서 ‘삼순이’마저 가락국수를 먹으러 대전역을 찾았다. 완행열차가 사라지고 최고급 열차가 새마을호에서 KTX로 바뀌었듯 대전역 가락국수의 역사도 변화됐다. 봉지면에 양념, 육수까지 인스턴트화되면서 이론적으론 전국 역내 매점의 국수맛은 동일해졌다. 가락국수라는 이름도 사라지고 우동으로 통일됐다. 유부·튀김 등 삽입 재료에 따라 이름만 다르다. 대전역에는 상·하행선에 각각 1곳씩 우동집이 영업중이다. “여기 유명한 가락국수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상행선 우동집 주인마저 박씨집을 추천한다. 4평 남짓한 작달막한 박씨의 가게안은 의자가 4개뿐이지만 앉고, 선 사람들이 우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연신 ‘호호’ 불어내느라 밖에서 보면 새벽 안개 낀 들판처럼 희뿌연하다.3000원의 행복가치는 충분하다. 손님도 변했다. 통일호와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운행될 적엔 열차 탑승객이 주 고객이었다. 열차가 정차하자마자 뛰어내리는 손님이 많아 항상 ‘5분’대기조였지만 지금은 열차를 기다리는 손님이 고객이다. 박씨는 “같은 반죽이라도 끊이는 시간이나 불꽃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면서 “옛날처럼 퉁퉁 부은 면은 없지만 국물맛을 잊지 못해 손님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철 주말에는 하루에 700여그릇을 팔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150∼200그릇이 최고지만 그래도 매출은 KTX 개통 이후 나아지고 있다. 가락국수 손님은 뜨내기가 없다고 했다. 먹어본 고객이 잊지 않고 다시 찾는다. 며칠, 몇달, 몇년 만에 방문한 고객이라도 기억나는 얼굴이 수백명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녀만의 영업 노하우. 플랫폼 영업은 초단위로 움직이기에 계산기나 영수증 사용이 불가능하다. 고객이 1만원이나 5000원을 낼 것을 대비해 항상 잔돈을 준비해 놔야 한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수목장이 산림을 훼손해서야

    수목장이 산림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장묘 업자들이 유가족의 성묘 장소를 만들기 위해 숲을 훼손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 수목장 주변에 각종 석물을 설치하기 위해 함부로 벌목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친환경적인 장묘제도라는 취지가 무색하다. 우선 사찰이나 개인 등 수목장 운영업자가 난립하고 산림 훼손이 심각한데도, 행정당국이 고민한 흔적을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규제가 엄격한 공원묘지나 납골당과는 달리 수목장은 사업자가 임의로 자신의 땅에 만들어 분양할 수 있는 허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훼손이 안 되도록 관리하고 지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법률적인 규제나 관리 규정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할 일이 아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수목장의 경우 수목장용 나무 한그루 값이 최소 2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앞으로도 난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공원묘지로 허용된 땅이 아니면 개인 소유의 땅이라도 매장이나 비석 설치 등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조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법안 정비와는 별도로 국민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 살아있는 동안 본의 아니게 자연을 훼손했던 채무를 죽으면서 자연에 돌려주겠다는 게 수목장의 기본 정신이다. 이런 수목장이 그 취지와는 정반대로 새로운 환경파괴의 빌미가 된다면 망자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박한 꿈을 유가족이 꺾어서야 되겠는가.
  • 러시아 혁명과 한국분단 해법 찾기

    20세기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손꼽히는 러시아 혁명을 조명한 5부작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다. MBC는 특집스페셜 ‘세계를 뒤흔든 순간’의 첫번째 시리즈로 러시아 혁명을 밀도있게 다룬 5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마련했다.21일 오후 11시40분에 1부를 시작으로 26일부터 4주간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30분 ‘MBC 스페셜’을 통해 방송된다. 한국 현대사의 미스터리를 조명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 후속으로 기획한 ‘세계를 뒤흔든 순간’은 역사 다큐멘터리의 영역을 세계사로 넓혀 세계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대사건들의 기원과 전개과정을 설명하고, 인류 전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연출을 맡은 한홍석 PD는 “러시아 혁명은 20세기를 규정하는 사건이자 20세기 현대사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면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갈등과 분단이라는 난제를 반추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해법도 암시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1부 ‘구체제의 붕괴’에서는 20세기 초부터 1917년 2월 혁명에 이르기까지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1차 대전을 겪으며 황제가 무너지고 제정 러시아가 붕괴되는 과정과 원인을 살펴본다.2부 ‘볼셰비키 혁명’은 2월 혁명 후 혼란에 빠진 러시아가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는 과정을,3부 ‘내전’은 국내외 적들과 내전을 벌인 볼셰비키들의 생존과정을 다룬다. 이어 레닌 이후 권력을 장악한 스탈린 시대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4부 ‘스탈린 혁명’과, 스탈린 대숙청의 이유와 영향을 다룬 5부 ‘혁명의 유산’을 볼 수 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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