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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플러스] 진주서 청동기시대 밭 발굴

    청동기시대의 대규모 밭 유적이 경남 진주시 평거3지구 택지개발사업지구에서 발견됐다.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는 남강을 가로지르는 희망교 가설 예정구간 1608㎡를 발굴조사한 결과 4개층으로 구분할 수 있는 청동기시대 밭의 흔적을 찾았다고 28일 밝혔다.
  • 24일은 부처님 오신 날-한국의 불상

    24일은 부처님 오신 날-한국의 불상

    소수림왕 2년(372년)에 중국 전진(前秦)의 순도(順道) 스님이 고구려에 불법을 전한 것이 불교 전래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이후 불교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왔다. 우리 국토 어디를 가더라도 불교문화의 유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불상(佛像)이다. 절에 가면 크고 작은 전각(殿閣)이 있고 그 안에는 여러 모습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또한 불상은 전국 어느 박물관에 가더라도 쉽게 마주친다. 본래 불교는 신(神)을 믿는 여타 종교와는 달리 인간 스스로 진리를 깨달음으로써 최고의 불격(佛格)을 이루고자 하는 종교다. 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인간의 모습으로 만든다는 것이 종교적으로 금기시됐다고 한다. 석가모니는 사후에 자신의 형상을 숭배하지 말고 오직 교법과 계율을 따르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어쩌면 불상은 전혀 필요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에게는 교리가 어렵고 난해하므로 부처의 모습과 흔적을 가까이 보고 직접적인 교화를 받고자 했던 것 같다. 석가모니 사후 초기에는 그의 뼈와 사리 등이 신앙의 구심점이 됐고 그것을 모시는 곳이 바로 탑(塔)이다. 그러나 부처님 사리는 한정돼 있었고 불교가 전파되면서 사리를 대신할 새로운 신앙의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점차 불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상은 불교 신앙의 주된 예배 대상으로 여겨지게 됐다. 절이 지어지면 낙성식을 하듯이 불상이 조각된 후에는 점안식을 한다. ‘점안(點眼)’은 불상의 눈을 그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돌·나무 등 천연물에 부처의 영험과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비로소 신앙의 대상인 ‘불상’이 된다는 것이다. 불교미술은 일반적인 미의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염원이 담겨 있다. 불상 역시 그러한 요소를 반영하게 된다. 불상이 우리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불상의 재료로는 돌, 나무, 천, 종이, 옥, 금속 등이 쓰이는데 그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석불(石佛)이다. 이 땅에는 유난히 돌이 많다. 우리 선조들은 돌을 다루는 솜씨가 빼어났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불상을 만드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석불은 숭고한 부처의 모습이면서도 온화한 인간의 미소를 띠어 평안함을 준다. 대웅전(大雄殿) 등 사찰의 전각 안에 모셔진 금동불(金銅佛)은 석불만큼이나 친숙한 불상이다. 불상은 삼국시대 이래 각 시대에 따라 감각과 의식 그리고 제작 기술을 달리했다. 그러한 정신적인 배경과 아울러 때로는 희대의 걸작을 남기기도 했다. 백제의 미소라고 칭송하는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나 신라 문화의 꽃인 ‘석굴암의 석불’ 등 뛰어난 작품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 불상 조각의 영광은 일찍이 불교가 번성했던 고대에 있었다. 삼국시대 불상의 걸작은 우연도 기적도 아니다. 당시 사람들의 정성과 믿음이 응결돼 자연스레 표출됐기 때문에 예술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불상 조각의 전통은 시대에 따라 기복을 겪으면서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불상에는 불교의 교리와 신앙내용이 상징적으로 표현돼 있다. 하지만 불상은 불교적인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 민족의 숨결과 정서가 담겨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백제 불상의 티 없이 맑은 미소를 통해 선조들의 착한 심성과 지혜를 느낄 수 있다. 경주 남산 돌부처의 미간에 서려 있는 슬기로움은 오늘을 살고 있는 후손들이 바라보는 희망이다. 불상은 바로 과거의 진실이며 살아 있는 생명체다. 살아 있는 진실의 덩어리 앞에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사진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실종선원 흔적 못찾아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인천 김학준기자| 중국의 잠수요원들은 20일 중국 다롄(大連) 남동쪽 해상에서 지난 12일 침몰한 골든로즈호의 선실을 수색했으나 실종 선원들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저녁 골든로즈호 침몰 지점에 입수, 선체 및 실종자 확인 작업에 들어간 잠수요원들은 골든로즈호의 선실 및 주변의 해저를 수색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골든로즈호 관리회사인 부광해운은 이날 “‘차이나옌타이’라는 중국의 잠수 전문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실종자 전원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선체수색을 벌이기로 해 이날 첫 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선체 수색은 21일에도 계속된다. 민간업체 위탁결정은 한·중 해난구조 당국 어느 쪽도 심해 잠수를 통한 선체수색 기술과 장비 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선체 수색이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부광해운측은 “수색자가 내려갈 수 있는 선체와 선내를 모두 수색하겠다.”면서 “6명이 한조가 돼서 투입될 구조팀은 배가 가라앉은 수심 45m 해저에서 한번에 약 35분 동안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골든로즈호는 지난 12일 새벽 중국 다롄 남동쪽 38마일 해상에서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金盛)호와 충돌, 침몰했다. 실종자는 한국인 7명, 미얀마인 8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모두 16명이다.jj@seoul.co.kr
  • [HAPPY KOREA] 충북 보은군 서원권역

    [HAPPY KOREA] 충북 보은군 서원권역

    랜드마크(landmark·표지물)는 특정 지역을 대표할 수 있고, 눈에 띄기 쉬운 목표물을 일컫는다. 서울의 남산타워나 여의도 63빌딩, 삼성동 무역센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랜드마크는 외지인들을 위한 요긴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랜드마크가 반드시 도시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농촌에서도 해당 지역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광의의 랜드마크는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다. ■ 500만원 덧간장 화제 ‘선병국 고가’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에는 지난해 1ℓ에 500만원에 팔린 덧간장을 보존해 화제가 된 99칸짜리 ‘선병국 고가’(古家·중요민속자료 제134호)가 있다. 건물이 지어질 당시인 조선시대 말기까지만 해도 임금의 친형제나 왕자·공주의 경우 50칸,2품 이상은 40칸,3품 이하는 30칸, 일반 백성들은 10칸을 각각 넘는 집을 지을 수 없도록 제한을 받았다. 1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하나씩 놓이면 3칸이다. 선병국 고가는 99칸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114칸으로 지어졌다. 즉 건립 당시에는 정부 규제를 어긴 ‘불법 건축물’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근 서원계곡과 더불어 연간 7만∼8만명의 발길을 이끄는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집 맏며느리인 김정옥(55·여)씨는 “덧간장은 새 간장을 담글 때 묵은 간장을 섞는 방식으로 350여년간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이라, 양이 많지 않다.”면서 “덧간장을 팔아 이윤을 남기겠다는 생각 보다는 뿌리 깊은 지역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병국 고가는 16년째 고시생을 위한 공부방으로 활용되면서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곳을 거쳐간 고시생만 3000∼4000명에 이르고, 지금도 고시생 30여명이 이곳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다만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일부 건물이 소실돼 사랑채·안채·사당채 등 지금은 70칸도 남아 있지 않다.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건물과 담장 곳곳에 생채기와 같은 흔적을 볼 수 있다. 건물 주변에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숲도 상당 부분 원형이 훼손된 상태다. 선진규(54)씨는 “현상 유지도 힘들 정도로 관리가 벅찬 것이 사실”이라면서 “마을의 공동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보은 ‘랜드마크’ 대추 “적어도 달걀 크기만한 대추가 나와야 과일로서 대접받을 겁니다.” 영광 굴비, 나주 배, 대구 사과 등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쌓아올린 것이 아니다. 이같은 대표 브랜드는 곧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와 다름없다. 1611년 허균이 편찬한 ‘도문대작’은 ‘대추는 보은 지방이 제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보은 대추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기도 했다.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 대추 생산에 알맞은 지역이다. 이곳 대추는 귤이나 사과, 배 등 다른 과일보다 당도가 높다. 명함에 ‘대추 군수’라고 새겨넣은 이향래 보은군수는 “대추의 쓰임새가 제수용품이나 한약재 원료 등으로 제한돼 있는데다, 건조시키면 가격도 떨어진다.”면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 개념으로 접근, 생대추를 브랜드화하면 다른 과일보다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군수는 “‘달걀 크기의 대추’를 상품화하고, 게르마늄 성분 등이 포함된 기능성 대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같은 명성을 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재배 면적이 200㏊에 불과해 경북 경산시의 700㏊에도 훨씬 못 미친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에 밀리고 있다. 서원권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쌀 이외에 특산품이나 별다른 소득 작목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대추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었다. 대추 재배 면적도 채 1㏊가 되지 않고, 주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보은군은 대추 재배 면적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1000㏊ 이상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방문객들을 위해 대추나무 가로수길 등 ‘볼거리’도 조성할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는 대추 축제도 열 계획이다. 이 군수는 “대추를 막상 재배해 보면 쉽지 않다고 하지만, 상품성 있는 과일을 생산하려면 그만큼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무작정 심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경쟁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뿌린만큼 거둔다 농촌이 정체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소득 구조를 통해 ‘뿌린 만큼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은 서원리·장내리·하개리·봉비리를 포괄하는 지역으로,350여 가구 8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령자·은퇴자 등을 제외한 경제 활동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연간 1860만원 정도다. 이 중 전통적인 벼·밭농사에 종사하는 160여가구는 평균 소득이 연간 1000만원 정도다. 게다가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식품도 내세울 게 없다. 반면 ‘황토 사과’ 등으로 특화한 과수농가 14가구는 평균 4500만원,‘조랑우랑’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한우 등 축산 농가 20가구는 평균 6000만원의 소득을 각각 올리고 있다. 고시원·식당 등 농업 이외의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비농가 31가구의 평균 소득은 2350만원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다른 변수를 무시할 수 없지만, 주민간 소득 격차는 특화 작물을 개발하거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농촌 경제 활성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친환경 생태마을로 충청도는 양반 고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은 동학혁명 당시 처음으로 민중 집회가 열렸으며,‘과부도 시집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상소문을 올렸을 정도로 이른바 ‘깨어 있는’ 마을이다. 속리산·서원계곡과 같은 빼어난 경관자원은 물론, 우체국·보건소·쇼핑센터·문화센터 등 기본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개통되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속리산IC가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향상된다. 구연견 외속리면장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이 추진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토지 보상을 받은 주민 가운데 15가구가 이곳으로 이주를 했거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립공원 지역으로 개발에 제약이 많은 만큼 귀농자, 은퇴자 등에 적합한 친환경 생태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속리산에서 발원해 마을을 가로지르는 삼가천을 정비하는 데 58억원, 콘크리트 구조물인 용수로를 자연형 수로로 복원하는 데 3억원 등 향후 3년 동안 2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상래(53)씨는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를 활용한 주말농장과 가로수길 등도 조성할 예정”이라면서 “마을 안에 위치한 군 부대 이전 문제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女談餘談] 그땐 그랬지/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시간아 흘러라 흘러 그땐 그랬지.”-카니발의 노래 ‘그땐 그랬지’ 중. 어제 거의 10년만에 내가 다니던 중학교를 찾았다. 그저 바람이 너무 좋아 그냥 집에 가기가 싫었다. 학교는 생각보다 많이 변해 있었다. 운동장 한 쪽에 있던 등나무 덩굴은 사라지고, 플라스틱으로 지붕을 댄 깔끔한 휴게실이 생겼다. 가건물 같던 매점도 번듯한 3층짜리 벽돌건물로 바뀌어 있었다. 변한 학교 구석구석을 돌며 내 흔적을 찾았다. 그때는 그렇게 지루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이 기사거리였다. 보도블록 옆에 있는 나무는 내가 2학년 때 직접 심은 것이다. 당시 학교 이미지 쇄신을 위한 조경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학생들은 체육시간마다 ‘인부’로 동원됐다. 학교는 우리를 소녀장사라고 생각했던지 키보다도 훨씬 큰 나무를 뽑고, 더 큰 새 나무를 심게 했다. 운동장 주변 풀밭에 있는 잡초도 뽑아야 했다. 한 바구니를 한 번으로 쳐줬는데, 한 시간에 다섯 번을 채우지 못하면 실기점수를 감점당했다. 반 전체의 실적이 저조하면 반장이라는 이유 하나로 먼지나도록 맞아야 했다. 지금 그랬으면 아마 ‘잡초 동영상’이 인터넷을 떠돌았을 거다. ‘육체노동’이 전부가 아니었다. 종교 재단이었던 학교는 수시로 선생님들을 종교행사에 동원해 1주일의 절반 동안 자습만 했던 적도 있다. 이를 거부했던 한 선생님은 다음해 학교를 떠나야 했다. 어린 마음에도 뭐 이런 개판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다시 찾은 학교에서 떠올린 추억들은 그리 불쾌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피식 웃음이 났다. 엄연한 내 ‘역사’의 일부인데, 이런 기억들을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언젠가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함께 학교를 찾아 꼭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꼬맹이 적 다녔던 학교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과거의 나를 함께 공유하면서 미래의 역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wisepen@seoul.co.kr
  • “로마 검투사 패하면 죽였다고?”

    “로마 검투사 패하면 죽였다고?”

    “검투사들은 패하면 바로 죽음을 당한 것이 아니다. 많은 검투사들이 상처를 치료받고 다시 싸웠다.3년 동안 싸워 살아나면 안락한 은퇴생활을 한 뒤 자연사하기도 했다.”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에 대한 오해가 벗겨졌다. 3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고대 로마의 대도시인 터키의 에페수스에서 검투사들의 집단묘지와 검투사들과 관련된 분명한 글씨가 있는 묘비 3개가 처음 발견됐다. 묘지에서는 수천개의 뼈가 발견돼 검투사들이 어떻게 살았고, 싸웠고, 죽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병리학과의 카를 그로스슈미트, 파비안 칸츠 두 교수는 발굴된 두개골, 뼈 등에 남아 있는 상처 또는 치료 흔적 등을 토대로 5년간의 연구를 통해 검투사들의 나이, 부상, 사인 등을 추정했다. 두 교수는 분석을 통해 모두 20∼30세인 67명의 유골 흔적을 확인했다. 검투사들이 고가의 치료를 받았음도 추론해냈다. 한 유골은 외과적 절단수술의 징후도 있었다. 특히 검투사들이 원형경기장에서 무사나 맹수와의 결투에서 살아 남을 가능성이 역사 기록(3분의1)보다 높았다. 물론 두개골이 삼지창에 찔린 흔적도 많았다. 두 교수는 복수의 상처 흔적이 한꺼번에 발견되지 않은 것을 통해 결투가 심판의 엄격한 규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추론했다. 역사 기록에는 겁을 먹고 제 기량을 보이지 않으면 “창으로 찔러버려.”라고 군중들이 요구하면서 즉결 처형도 이뤄졌다고 나와 있다. 결투 중 치명상을 입으면 무릎 꿇린 상태에서 약간의 온정을 가미, 안락사 격으로 최후의 일격이 가해졌음도 규명됐다. 검투사들은 원형경기장의 결투에서 3년간 살아남을 경우 자유를 얻어 은퇴한 뒤 검투사 양성기관 강사 등으로 여생을 보냈음을 두개골 중 한 개가 보여주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고대로마는 전쟁포로나 노예, 죄인 등에게 검투사를 시켰다. 그들은 칼을 들고 사람이나 맹수와 싸웠다. 일부는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자유인도 검투사가 됐던 배경이다. 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8)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8)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한·미 FTA협상이 타결돼 벌써 미국산 쇠고기가 터진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이제 광우병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심각한 보건위생상의 문제가 됐다. 이 광우병과 가장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 질환이 바로‘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Creutzfeldt-Jakob Disease)이다. 변형된 ‘프리온 단백’이 체내 중추신경계에 축적되어 퇴행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발병 사례가 없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으나 이제부터는 이 병이 현실적인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우병과의 상관성 때문입니다.1986년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확인된 이후 1996년에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은 후 발병한 변종 CJD가 보고됐었지요. 세계적으로는 1980년 1건,1990∼2003년 사이에 모두 78례가 확인됐는데, 이 추세에서 보듯 광우병 확산과 이 질환의 발병률이 비례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CJD를 유발하는 프리온 단백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핵산이 없는 무세포성 단백 병원체로, 동물의 세포질막에 존재하는데, 이 프리온 단백이 변형을 일으키면 문제가 된다. 변형 프리온 단백은 전염성이 강해 일반 세균과 달리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정도의 여과막을 통과하는 특성이 있으며, 매몰된 사체 조직 속에서도 1년 이상 생존할 만큼 생존력도 강하다. 또 열이나 자외선, 일반 소독제에도 내성을 보인다. “발병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통계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인구 100만명당 0.5∼1명 정도지요. 전염 경로나 임상 소견에 따라 산발성, 가족성, 의인성, 변종CJD로 나뉘는데, 이 중에 주로 55∼75세의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산발성의 점유율이 가장 높습니다. 문제는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변종 CJD입니다.” 이 변종이 바로 2005년 일본에서 아시아권 최초의 사망자를 낸 ‘인간 광우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나 뼈, 내장 등을 먹으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전북 진안에서 당시 40세의 변종 의증 환자가 발생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의 경우 CJD 환자는 20여명가량 있었지만 아직 변종 CJD 환자는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존재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이 병의 확실한 전파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그렇지만 뇌경막 이식, 사체에서 얻은 뇌하수체 호르몬의 투여, 각막 이식 등 의인성 원인에 의해 전파된 사례는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 변종 CJD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와 관련이 있는 만큼 광우병 취약지역인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지요.” 증상은 주로 신경학적 이상으로 나타난다.CJD는 수십년의 잠복기를 거쳐 더디게 진행되는 혼돈 상태나 진행성 치매, 다양한 운동실조 현상이 나타나다가 이 단계를 지나면 근경련 등 신경학적인 징후들을 보인다.“모든 연령층이 감염될 수 있지만 잠복기가 길어 대부분의 환자는 35세를 넘긴 상대적 고령층입니다. 지금까지의 임상사례를 보면 질병의 경과가 매우 빨라 증상이 나타난 뒤 3개월에서 길어야 1년 안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입니다.” 임상적 특성으로는 동일한 형태의 뇌파가 반복되는 ‘주기성 뇌파’와 20번 염색체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들 수 있다. 또 환자의 5∼10%에서는 가족력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정형화된 특성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변종 CJD의 경우 CJD보다 젊은 20∼30대에서 주로 발생하고, 주기성 뇌파소견을 보이지 않으며, 발병 초기부터 우울증, 불안감, 초조감, 공격적 성향, 무감동증 등의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어 기억장애나 감각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뒤따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중 가장 흔한 증상은 팔, 다리의 감각 이상과 여기에서 발전한 운동실조증이며, 이어 인지장애와 운동불능, 무언증(無言症) 등 치매와 흡사한 말기 증세를 보이다가 첫 증상 후 14개월쯤 지나 사망에 이르지요.” 가장 중요한 임상적 진단 기준은 운동실조와 치매 등 중추신경계 증상이다. 특히 변종CJD는 진행성 신경정신 질환과 함께 대뇌·소뇌에서 프리온 단백의 축적이 확인된다. 꽃 모양의 이 흔적을 ‘개화성반’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아직 CJD나 변종CJD의 예방 및 치료법은 없다.“정상 상태에서는 뇌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리온 단백이지만 일단 비정상적인 구조로 바뀌면 신경세포를 죽이면서 CJD나 광우병, 전염성 뇌질환과 알츠하이머 등을 일으키는데, 아직까지 이 프리온의 생성 경로를 알지도 못하며, 제거 방법도 없습니다. 결국 인간이 아직은 ‘인간 광우병’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이런 의학적 한계를 정책적 대안으로 상쇄하려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유럽연합(EU)에서는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가 광우병에 걸림에 따라 권역 내에서 영구적으로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실제로 이후 광우병 발병 추세가 크게 수그러들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는 합니다. 한 예가 바로 퀴나크린을 이용한 치료인데, 우리에게 말라리아 치료제로 잘 알려진 퀴나크린을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병증의 진행 속도를 약간 늦추기는 했지만 완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환자가 발생하면 초보적 보존적 치료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지요.” 우 교수는 끝으로 이런 사실을 귀띔했다.“변종 CJD가 우리에게 새롭고도 가공할 위험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와 영국에서만 이 병으로 벌써 수백명이 숨졌으니까요. 그때 프랑스 정부는 놀라운 예측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10년간 변종 CJD로 인한 자국의 인명피해가 3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우리도 이제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할 때입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3차례나 수색한 곳… 왜 못찾았나

    3차례나 수색한 곳… 왜 못찾았나

    양지승(9·서귀북초교 3년)양의 시신이 어떻게 집 근처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유기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있다. 또 경찰이 유괴를 당했을 수도 있는 어린이 실종사건을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공개수사에 들어갔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살해·유기시점 언제인가 사건 발생 이후 지승양 집 주변에 대한 경찰의 정밀 수색에도 불구하고 지승양이 집과 불과 50m 떨어진 인근 과수원에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지승양의 집 인근 주택과 과수원 등을 대상으로 경찰과 공무원 등을 동원, 세 번이나 정밀 수색을 벌였지만 지승양의 흔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승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지승양 실종사건 수사본부가 설치된 중앙치안센터와 2㎞ 정도 떨어진 곳이다. 더구나 지승양이 피아노학원 차량에서 내린 S아파트 주차장과는 20m에 불과한 거리다. 한 주민은 “경찰이 그동안 지승양의 시신이 발견된 과수원 옆 도로에 24시간 상주하다시피 했다.”면서 “경찰이 처음부터 수색을 대충대충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승양의 시신이 최근 다른 곳에서 옮겨졌을 가능성에 대해 주민들은 “지승양 실종사건 이후 마을 동네 주민들이 지승양 아파트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동네를 감시해 왔다.”며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승양의 살해 및 시체유기 시점도 경찰이 풀어야할 과제다. ●공개 수사 왜 서둘렀나 지승양의 부모는 지난달 16일 지승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인근 피아노 학원에서 귀가 예정시간인 5시 이후 3시간이 지난 뒤에도 집에 오지 않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어 경찰은 실종 접수 하루 만인 17일 공개 수사에 들어갔다. 어린이 실종사건은 통상 유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범인의 금품 요구 이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 공개수사를 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지승양의 사례는 예외에 속한다. 이에 따라 경찰이 제주도 지형 특성상 유괴사건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단순 가출사건으로 오판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홍동 주민들은 “지승양 실종사건 당시 인천의 박모 어린이 유괴 살해사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사였지만 경찰이 금품 요구 등이 없자 안일하게 단순 가출사건 등으로 판단, 서둘러 공개 수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 초등생 실종 40일만에 숨진채 발견

    제주 초등생 실종 40일만에 숨진채 발견

    지난달 16일 집 앞에서 실종된 양지승(9·서귀북초 3)양이 실종 40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곳이 양양의 집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곳이어서 경찰의 실종자 수색작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24일 오후 5시20분쯤 서귀포시 서홍동 S빌라 지승양의 집에서 50여m 떨어진 감귤 과수원 폐가전제품 더미 밑에 검은색 비닐에 담겨 있는 시신을 경찰견이 찾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승양의 집 근처 과수원 관리사에서 살며 고물상을 하는 송모(49)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지승양 실종 이후 경찰과 공무원, 주민,119소방대원, 군인 등 3만여명을 동원해 수색을 했으나 지승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자 최근 지승양 인근 주택에 대해 정밀 수색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안경과 신발 등이 실종된 지승양의 것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보다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 연구소에 DNA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신이 발견된 곳은 경찰이 지승양 실종 이후 세 차례나 집중 수색작업을 했던 곳이어서 경찰의 수색작업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접수 후 과수원을 대상으로 수차례 집중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아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지승양의 시신이 다른 곳에 있다가 최근에 이곳으로 옮겨졌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승양은 인천 박모군 유괴 살해 사건 이후 실종아동이 발생하면 고속도로와 국도 등의 전광판과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 실종아동의 조기 발견을 유도하는 ‘앰버 경고(AMBER Alert)’ 1호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왔다. 경찰은 지승양 실종신고 하루 뒤인 지난달 17일 지승양의 사진 등을 언론에 공개하며 공개수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경찰이 사건 초기에 공개수사를 하는 바람에 지승양이 희생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승양은 지난달 16일 오후 5시쯤 서귀포시에 있는 피아노학원에서 교습이 끝난 후 학원 차량을 타고 돌아와 집 앞에 내린 뒤 실종됐다. 이후 오후 8시쯤 아버지 양모(43)씨가 경찰에 실종 신고,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 작업과 함께 탐문 수사를 벌여 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여성&남성] 실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내가 너를 처음 본 곳 마지막 한번 가보고 싶었어. 비가 오는 이 밤길을 정신없이 그냥 걷고 있네. 한도 없이 걷다보면 너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태지와 아이들,‘널 지우려 해’ 중에서) 한 사람이 내 머리에, 그리고 몸에 남긴 각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때로는 끊기 힘든 마약처럼 정을 다 줬던 사람의 기억은 일상의 하나 하나를 파고든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기억력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법. 남자와 여자, 그들은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까.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처럼 천모(27)씨는 실연이라는 아픔을 겪을 때는 항상 ‘재연 배우’가 된다.“이제는 제목도 잊어버렸는데요. 아주 오래 전에 영화에서 옷을 입은 채 샤워기 앞에 서서 물을 틀고, 쏟아지는 물과 함께 눈물을 흘려보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한번 따라해 봤을 뿐인데 이제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면 영화 속 그 장면을 반복 연출하고 있지요.” 대학생 방모(29)씨는 영화속 주인공처럼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가 될 때까지 달린다. 평소에도 마라톤을 즐기던 방씨는 “실연당하면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고 또 뛴다.”고 밝혔다. 그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내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될 때까지 뛰고 나면 더 이상 슬프지 않다.”면서 “눈물로 흘러넘칠 물기까지 모두 땀으로 내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며 미소를 짓는다. 몰입을 통해 잡념을 버리는 또다른 방법으로 대학원생 지모(29)씨는 요즘 텔레비전에서 한창 인기인 ‘무한도전’을 권한다. “계속 봅니다. 재방송도 보고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도 하고 유선방송도 봅니다. 등장인물이 벌이는 도전을 하나씩 따라해 봅니다.”지씨는 “무모한 목표를 달성하느라 헤어진 여자 같은 건 이미 기억에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남는 허탈함은 지씨도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애인의 모든 흔적을 없앤다 취업준비생 추모(26)씨는 애인과 헤어질 때 미니홈피 싸이월드에서 애인과 맺었던 일촌관계도 같이 끊었다. 하지만 꽤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애인과 추씨를 모두 아는 사람이 많아 일촌 파도타기를 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이라 잊기가 힘들었다.”면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씨는 “싸이월드 일촌 파도타기를 하며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옛 애인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촌 파도타기를 할 때는 조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일촌 파도타기 덕분에 이별의 아픔을 잊어가던 회사원 마모(29)씨. 이벤트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아뿔싸! 그토록 잊고 싶던 옛 애인 미니홈피였다. 마씨는 파도타기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그녀 흔적이 없는 곳으로 상처가 너무 커서 이 나라가 싫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공모(21)씨는 이번 달이 끝나기 전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간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군 입대를 자원했지만 입대일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학교를 휴학하고 해외연수를 택했다. 공씨는 “그 친구 흔적이 남아 있는 캠퍼스를 도저히 다닐 자신이 없다.”면서 “새로운 환경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군대 신병교육대에 붙어 있는 유명한 글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은 즐겨라.”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달 여자친구와 헤어진 대학생 피모(27)씨는 “여자친구 때문에 방해받았던 일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못 해본 걸 다하면서 그 여자 따윈 잊겠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여자친구한테 들킬까봐 자제하던 무도회장과 클럽 같은 ‘야간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피씨는 상대의 입맛에 맞추느라 먹고 싶어도 참았던 것들도 즐겨 먹는다.“여자친구와 모든 걸 함께해야 하는 생활이 아니라 나 혼자의 삶을 찾고 있습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동병상련’ 동지 만나 아픔 치유 회사원 이모(26)씨는 최근 오래 사귀어오던 남자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늘 그랬듯 남자들은 별다른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헤어지자.”는 말만 했다. 헤어짐의 고통은 그나마 참을 수 있는데 왜 헤어지자는 건지 이유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고 남자란 동물을 믿어버린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러다 찾아낸 방법이 이른바 ‘동지 만들기’. 이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다른 친구와 만나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며 아픔을 치유했다.“친구와 헤어진 남자 친구의 험담을 하면서 자연스레 실연을 극복했어요.” 대학생 정모(25)씨는 1주일에 3일은 술을 마실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 ‘주당’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남자 친구가 영문을 모르는 이별 통보를 해온 날. 정씨는 소주 10병을 사온 뒤 자기 방에다 나란히 나열해 놓고 초록생 병들만 바라보며 밤을 지샜다.“아침이 되어 잠이 들었더니 모든 것이 희미해지는 것 같더군요.” 대학생 김모(25)씨는 실연을 당했을 때 그 남자의 기억을 하나씩 지우는 걸로 분풀이를 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김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그가 쓴 모든 댓글과 사진 등을 하나씩 지운 뒤 그의 홈피에 있는 자신의 흔적도 하나씩 지웠다.“글이 모두 삭제된 걸 그가 알고 황당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통쾌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러고나니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어요.” ●추억을 곱씹으며 기억을 지운다 대학생 박모(23)씨는 떠난 연인의 단점을 하나씩 기억나는 대로 적으면서 아픔을 지웠다. 그의 못된 버릇, 마음에 들지 않았던 행동과 말투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의 부정적인 모습만 각인시키려 애썼다.“아름다웠던 추억은 나만의 아픔이 될 뿐이더라고요. 그를 미워하기 위해 나쁜 기억만 떠올리면 점점 그는 잊혀지고 나는 또다른 시작을 준비할 수 있게 되더군요.” 전문직으로 일하는 이모(26)씨는 반대로 추억을 곱씹으면서 기억을 지워나가는 스타일이다. 이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다녔던 단골 밥집이나 커피숍 등의 아지트들을 동성 친구와 함께 가거나 혼자 다니면서 추억과 아픔을 떠올려본다.“언제부턴가 저 혼자 그 집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을 때 ‘이제 그가 정리됐구나.’ 싶더군요.” 회사원 배모(24)씨는 학구적으로 실연을 극복한다. 평소 가이드책을 읽길 좋아하는 배씨는 실연당했을 때도 서점으로 달려가 ‘실연극복하기’에 대한 지침서를 사들고 그에 따라 조금씩 아픔을 잊어간다.“예전에는 흥밋거리로 읽었는데 차츰 가슴 속에 하나씩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실연당한 친구에게도 이 방법을 권하고 있어요.” ●다른 일에 몰두해 상처 보듬어 학원강사 박모(26)씨는 집중할 무언가를 찾아 실연의 아픔을 극복한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이것저것 찾아헤매던 박씨는 그 결론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찾아냈다. 생전 집안 일이라고는 손도 대지 않았지만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자 어머니가 웬일이냐며 기특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뒀다.“남자친구의 얼굴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면서 분리수거를 하다보면 어느덧 그 남자는 기억 저 구석에 처박히게 되죠.” 회사원 송모(29)씨가 선택한 취미는 웨이트 트레이닝. 땀을 흘리며 조금씩 몸매를 다듬어가는 운동에 집중하면서 기억도 땀샘으로 내보냈다.“헤어진 남자 친구보다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 세상에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죠.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다른 취미들도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4) 금강역사상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4) 금강역사상

    ‘피도 없고 물도 없고 정도 없는 화강석에서 맥박이 뛰고, 신성(神性)이 넘치고, 호흡이 고르고, 온(溫·따뜻함)과 엄(嚴·엄숙함)을 구비한 위대한 모습이 드러날 때, 환희는 장인의 손끝에 있지 않고 신라 천지를 휩쌌을 것이고 천지를 울렸을 것이다.’ 한국 미술사학의 선구자로 대접받는 우현 고유섭(1905∼1944) 선생은 석굴암 본존불을 바라보며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우현이 1934년에 쓴 글로 언제 읽어도 뿌듯하지요. 이렇듯 석굴암은 신기(神技)로 표현되곤 합니다. 하지만 석굴암은 범접할 수 없는 이상적 세계를 구현했으면서도, 인간적 한계 또한 드러내고 있어 더욱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금강역사상의 얼굴은 석굴암이 ‘신의 손’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졌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흔히 인왕으로도 불리는 금강역사는 석굴암의 입구 양쪽에서 주먹을 치켜든 기세등등한 자세로 본존불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중생의 미망(迷妄)을 때려 부수는 부처의 힘을 과시하지요. 그런데 일제 강점기인 1913년부터 1915년까지 석굴암을 해체·보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깨버린 흔적이 역력한 금강역사상의 조각들이 발견됐습니다. 오른쪽 금강역사의 얼굴과 오른팔, 왼쪽 금강역사의 왼손이 수습되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지요. 금강역사상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이 입을 벌리고 있는 아(阿)형, 오른쪽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훔( )형입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아’는 입을 벌리는 최초의 음성이고,‘훔’은 입을 다무는 마지막 음성이라고 합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상징한다지요. 입을 다문 경주박물관 것이 오른쪽 금강역사라는 것도 그래서 알 수 있습니다. 석굴암과 경주박물관의 금강역사는 한눈에 보기에도 같은 장인의 솜씨입니다. 하지만 경주박물관 것이 근엄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힌 모습이라면, 석굴암 것은 과장된 표정으로 위협하듯 고개를 외로꼰 채 치켜들고 있습니다. 통일신라의 금강역사는 중국이나 인도 것과는 달리 공포가 아닌 자비를 담은 부드러운 분노를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먼저 완성된 금강역사는 너무 점잖다는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손가락만으로 땅속의 마구니를 굴복시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본존불까지 마무리지어 놓고 보니 역동적인 금강역사가 더욱 절실했겠지요. 석굴암과 불국사를 세우는 데는 751년부터 774년 이후까지 최소한 24년이 걸렸습니다.20대에 토함산에 오른 석공들이 대부분 같은 자리에서 50대를 맞았다는 뜻입니다. 경주박물관의 금강역사상은 석굴암의 완벽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보여주는 치열한 예술가 정신의 증거입니다.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뿐, 석굴암에 인생을 바친 석공들이 겪은 시행착오가 어디 금강역사뿐이겠습니까. dcsuh@seoul.co.kr
  • ‘스포츠카드’ 써~봤나?

    ‘스포츠카드’ 써~봤나?

    만물이 푸르게 돋아나는 요즘. 사람들 역시 공원과 산과 들에서 두 팔 벌려 광합성을 하며 몸 구석구석 끼여 있던 겨울의 흔적을 벗고 있다. 봄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프로야구 등 각종 프로스포츠. 은행과 카드사들은 스포츠 관련 금융상품과 카드 등을 내놓으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포츠도 즐기면서 돈도 아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이승엽 홈런 정기예금´ 연이율 최고 6.65% 요즘 스포츠계의 ‘뉴스메이커’ 중 하나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이승엽 선수다. 국민은행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가 정규리그에서 기록한 홈런수에 따라 예금 가입고객에게 최고 연 6.65%의 이율을 지급하는 ‘이승엽홈런정기예금’을 오는 30일까지 5000억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기본이율은 연 4.65%. 이승엽의 홈런수에 따라 45개부터 연 0.1%포인트씩 이율이 추가 지급된다.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인 57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면 연 2.0%포인트의 보너스 이율이 지급되면서 최고 6.65%의 이율까지 받을 수 있다. 웬만한 저축은행 상품 못지 않은 이자다. 가입고객이 이승엽 선수의 예상 홈런수를 응모, 실제 홈런수와 일치하면 리그 종료 뒤 추첨을 통해 1등 300만원 등 당첨금도 지급한다. ●LG·신한·롯데·삼성 ‘프로야구 제휴카드´ 선보여 LG카드와 신한카드는 최근 국내 최초의 ‘야구 신용카드’인 ‘LG트윈스 제휴카드’를 내놨다. 프로야구단 LG트윈스와 제휴,LG트윈스 홈경기 때 3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서울 잠실야구장 내·외부 매장에서 LG구단 야구용품을 구입하면 10∼20% 할인 혜택까지 있다. 특히 이 카드는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야구장 안의 ‘신한TNG 전용출입구’에서 교통카드처럼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면서 입장할 수 있다.CGV 영화티켓 할인,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 자유이용권 할인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롯데카드는 모든 상품의 기본서비스로 롯데자이언츠의 부산·마산 홈경기 입장료를 경기당 동반 1인까지 20% 할인해주고 있다. 매표소에 마련된 롯데카드 전용 창구에서 롯데카드(롯데아멕스카드 포함)를 제시하면 된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4월부터 KBO(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등 전 구단의 로고 디자인 사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삼성 프로야구 기프트 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프로야구 구단을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금액은 5만∼50만원까지 다양하다. ●외환은행·비씨카드는 ‘축구할인카드´ 출시 프로축구도 빼놓을 수 없다. 외환은행이 대전시티즌 프로축구단과 제휴해 내놓은 ‘대전시티즌 더원카드’는 대전시티즌 프로축구단 홈경기 입장료를 50%나 깎아준다. 여기에 회원의 카드사용액에 따라 대전시티즌 프로축구단 발전기금도 적립해준다. 비씨카드의 ‘인천유나이티드FC카드’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문학경기장 경기 때 3000원까지 할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카드로 시즌권을 구매하면 4만원까지 할인도 받을 수 있다.‘비씨 레포츠카드’는 회원을 대상으로 래프팅, 수상스키, 윈드서핑 등의 다양한 행사를 연다. 최고 1000만원까지 보장되는 레포츠상해보험에도 무료 가입해 준다. 프로야구·축구·농구를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건당 2000원도 깎아준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오는 2010년까지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로 나선다. 앞으로 4년 동안 대표팀 명칭과 엠블럼, 선수들 3인 이상의 집합사진 등의 홍보물을 이용할 수 있다. 연간 대표팀 A매치 중 2경기에 타이틀스폰서로 참가하게 된다. 스폰서 비용은 64억원. 홍보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남는 장사’라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후원사 자격을 둘러싼 금융권의 경쟁이 남달리 치열했다.”면서 “주5일제 시행과 더불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권의 스포츠 관련 상품들도 꾸준히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마왕(KBS2 오후 9시55분) 해인이 잔상의 흔적을 찾아 오수를 데리고 간 곳은 바로 오수가 다녔던 고등학교. 잔뜩 겁에 질린 듯한 오수 앞에 오수의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이었던 모인호가 나타난다. 모인호 또한 의문의 우편물을 받아 12년전 사건의 담당형사였던 광두를 찾아가고, 광두는 이 사건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갖게 된다.   ●클로즈업〈도올 김용옥〉(YTN 오후 1시30분) 요즘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미 FTA 타결로 제2의 개항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세대간, 계층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자신의 소신을 밝혀오고 있는 김용옥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본다.   ●다큐 여자(EBS 오후 9시20분) 구 소장의 활약은 불철주야 계속된다. 이주여성들의 가정문제나 직장문제까지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는 그녀, 별다른 지원 없이 남편의 월급만으로 센터를 꾸려가도 이제껏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과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도 구 소장은 이주여성들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5분)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는 사람은 매년 1600여명. 하지만 국내에 외국학위 진위여부를 검증할 시스템은 전무하다.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지난 2003년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교육부에 제도개선 권고안을 냈지만 교육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외국 부실 석·박사학위 취득의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잡지왕(MBC 오후 6시50분) 결혼식 비용만 3000만원, 초대장이 없는 손님은 들어갈 수 없고 축의금으로 30만원을 내야 하는 일본 결혼식. 한국과 일본의 웨딩잡지를 통해 달라도 너무 다른 양국의 결혼 문화를 분석해 본다.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스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필독서인 ‘스시잡지’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혜경은 은하가 정신과 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자 무영에게 도움을 청하고, 무영을 만난 은하는 다행히 안정을 되찾는다. 명태는 아예 갈비집 앞에서 잠복근무 태세에 돌입하는데, 같은 시간 봉례는 명태를 놀리듯 명자의 식당을 찾는다. 순임만 따로 부른 봉례는 명주의 결혼선물을 건넨다.
  • 서울성곽 7.66㎞ 복원 추진

    서울성곽 7.66㎞ 복원 추진

    서울시는 9일 올해 안에 사적 제10호인 서울성곽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복원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성곽의 미복원 구간 7.66㎞에 대한 종합적 복원 계획과 북악산 일원의 자연생태에 대한 연구용역을 하반기에 발주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복원 중인 구간을 포함한 곳과 아직 복원하지 하지 않은 구간까지 포함한 탐방로 조성까지 종합적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1975년부터 서울성곽 복원사업을 벌여 전체 18.12여㎞ 중 10.46㎞를 복원하고 이를 사적으로 지정했다. 나머지 구간 중 5.14㎞는 흔적을 찾을 수 없고,2.52㎞는 유구(건축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흔적)만 남아 있다. 시는 현재 훼손된 구간 중 복원이 가능한 인왕산 지역 1.5㎞ 중 청와대 뒤편 340m를 복원하고 있고, 올해말까지 350m를 더 복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청운동∼서대문(강북 삼성병원 인근)∼숭례문∼남산 구간과 광희문(신당동)∼동대문 구간 등은 성곽의 흔적이 사라졌거나, 도로와 건물이 밀집해 있어 복원 가능성 및 방안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시는 올 하반기 중 5억원을 들여 민간 연구기관에 용역을 발주한 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문화재청에 보고해 승인을 받고 복원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복원되지 않은 구간은 사유지 수용이 필요한 곳도 있는데다 큰 석재를 평지에서 산속으로 옮기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인왕산 구간의 경우 1m 복원 비용으로 6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자체 예산 외에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성곽 복원사업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과도 관련이 있다.”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화재청은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을 세워 광화문 복원과 광화문 광장(세종로 거리에 조성되는 광장), 서울성곽 복원, 북악산 개방 등을 통해 서울 4대문안 일대를 유네스코의 ‘세계역사도시’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성곽 서울의 내사산(內四山=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을 타원형으로 잇는 성곽으로,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전략적 가림막이자, 조선 시대 수도와 외곽의 경계선으로 활용됐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등을 거치며 상당 부분이 훼손돼 돈의문(敦義門·서대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숭례문과 동대문 역시 성벽 없는 성문(城門)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시청자 ‘첨단기법 수사’에 홀리다

    시청자 ‘첨단기법 수사’에 홀리다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상파는 MBC의 ‘히트’(고현정·하정우 주연)와 ‘CSI 라스베가스 시즌6’(윌리엄 L. 피터슨 주연),KBS2 ‘마왕’(주지훈·엄태웅·신민아 주연) 등이 방영 중이다. 케이블 채널에서는 채널CGV의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2’와 ‘특수수사대 SVU 시즌5’,OCN의 ‘뉴욕특수수사대 5’와 ‘FBI 실종수사대’ 등이 방영되고 있거나 최근 종영한 작품이 20여개에 이른다. 바야흐로 ‘형사물 전성시대’가 도래한 셈이다.●신데렐라 드라마는 이제 그만! 형사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데는 전문직 드라마 열풍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올 초 MBC의 ‘하얀거탑’(김명민·이선균 주연)과 SBS의 ‘외과의사 봉달희’(이요원·이범수 주연) 등으로 촉발된 의사 드라마 붐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문직 드라마 선호 현상은 전문직이 등장하는 미국과 일본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인터넷으로 ‘미드’(미국드라마)와 ‘일드’(일본드라마)를 접한 네티즌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국내에도 치밀한 구성을 갖춘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의사물이 전문직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면 형사물로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는 가난하지만 매력있는 여성이 가문좋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재벌 2세의 사랑을 얻는 식의 ‘신데렐라형’ 레퍼토리가 주류를 이뤘다. 이런 유의 드라마는 한류의 원천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MBC의 ‘내 이름은 김삼순’(현빈·김선아 주연) 이후 서서히 퇴조하기 시작했다.‘미드’와 ‘일드’에 익숙해진 네티즌으로부터 “우리에게도 저런 드라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쏟아지면서 ‘한국에선 복잡한 멜로라인이 성공한다.’는 기존 드라마 제작방식이 바뀌기 시작한 탓이다. 변화된 네티즌의 취향을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해 8월 개최된 ‘서울드라마어워즈’. 전세계에서 출품된 105개의 드라마 가운데 ‘내 이름은 김삼순’이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자 뜻밖에 네티즌이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작품성 높은 외국 드라마들을 제치고 어떻게 ‘…김삼순’이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현실감 있는 세부묘사도 인기요인 형사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또 다른 이유는 치밀하고 현실감 있는 세부묘사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굳이 ‘CSI’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형사물에 등장하는 최첨단 수사기법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채널CGV에서 3일부터 방영되는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2’는 미국 FBI의 행동분석팀(BAU)에 소속된 5명의 프로파일러(범죄분석가)가 주인공이다. 프로파일링이란 모든 사건의 단서들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다른 사건과 비교·대조함으로써 사건의 연관성 여부를 파악해내는 최첨단 수사기법이다. 국내에서도 2006년 ‘마포발바리 사건’과 ‘천안원룸여성 살인사건’ 등 난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 각광받고 있다. 실제 이 드라마의 제작자 에드워드 앨런 베네로는 FBI BAU 출신이며, 역시 FBI BAU 출신인 짐 클레멘테가 드라마 속 BAU와 프로파일링 전반을 감수해 드라마의 사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우리 드라마는 형사드라마를 표방해도 내용은 멜로인 ‘무늬만 형사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사 드라마에서도 알 수 있듯 전문직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 고심하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7일 현재 18.6%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로 월·화드라마 경쟁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히트’는 주연배우 고현정이 액션 연기를 위해 정두홍 무술감독으로부터 연기지도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화평론가 김낙호(32)씨는 “형사 드라마는 다양한 범죄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갈수록 발전하는 수사기법을 통해 보여줘 인기가 높다.”면서 “전문직 드라마에서의 복잡하고 다양한 세부묘사는 궁극적으로 사회의 보편적 진실을 말하기 때문에 재미와 공감을 함께 이끌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4월에 가볼만한 곳

    한국관광공사는 4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전남 나주와 경북 예천, 경남 사천, 전북 익산 등 4곳을 선정했다. # 고구려의 대륙혼, 나주벌에 되살아나다 예전부터 배로 유명했던 나주의 4월은 온통 순백의 배꽃으로 가득찬다. 영산포대교 아래 드넓은 유채꽃밭은 찬란한 황금빛으로 배꽃의 유혹에 화답한다. 특히 드라마 ‘주몽’의 촬영지였던 공산면 신곡리 ‘삼한지 테마파크’는 영산강과 나주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수려한 풍광과 함께 드라마의 감동을 되살려 볼 수 있다. 아울러 백제에 앞서 강력한 세력이 나주 지역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반남고분군과 비자나무 천연보호림의 운치가 가득한 천년고찰 불회사는 나주여행에 문화의 향기를 더한다. 나주시청 관광기획팀 (061)330-8108, 삼한지테마파크 (061)335-7008. # 스크린 속 아련한 봄 향기를 좇다 경북 예천군 용문면의 상금곡리는 예로부터 금당(金塘)이라 불리던 곳. 마을 지형이 ‘물에 떠있는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은 이곳을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한 곳으로 적고 있다. 최근 들어서 용문면 일대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영어완전정복(2003년)’과 ‘나의 결혼 원정기(2005년)’ 등을 촬영했던 용문면 상금곡리 금당실 마을부터 ‘그해 여름(2006년)’의 배경이 된 용문면 선2리 선리마을에 이르기까지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최근 종영된 KBS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지였던 병암정도 용문면 성현리에 위치해 있다. 예천군청 문화관광과 (054)650-6395. #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영화 속 그들을 만나다 경남 사천시 유천리의 항공우주박물관에는 영화 ‘웰컴투동막골’ 촬영에 사용된 C-123K 수송기와 B-29 중폭격기가 전시되어 있다. 연합군이 스미스를 구하기 위해 낙하산을 타고 동막골로 침투하는 장면이 C-123K 수송기 안에서 촬영된 것. 항공기 내부에는 마네킹으로 촬영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아쉽게도 B-29 중폭격기 내부는 공개하지 않는다. 사천의 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선진리성.1000여 그루에 달하는 수령 90년의 벚나무가 피워내는 꽃들이 사천만(灣)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화사한 봄을 선사한다. 사천대교를 건너 자리한 비봉내마을은 1만여 평의 대나무숲이 있는 체험마을로, 가족이 함께 대나무를 이용해 다양한 놀이체험을 할 수 있다. 사천시청 문화관광과 (055)830-4225, 항공우주박물관 (055)851-6565. # 벚꽃 향연과 어우러진 서동요 등 촬영 세트장 여행 서동과 선화공주가 우선 떠오르는 백제의 고도, 전북 익산.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에서 백제의 흔적을 읽는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을 뿐, 익산 또한 흐드러진 벚꽃이 장관인 곳. 특히 보석박물관 옆 함벽정(지방문화재 자료 127호) 주변으로 피어난 벚나무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알려지지 않아 저 혼자 화사하게 피어난 벚나무는 고가(古家)를 뒤덮을 만큼 수령이 오래됐다. 이뿐 아니다. 드라마 서동요 촬영지(여산면 원수리 상양마을), 영화 홀리데이, 거룩한 계보(성당면 와초리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 등의 세트장이 흩어져 있다. 뱃길 끊긴지 오래된 곰개나루터에는 ‘웅어회’가 봄철 입맛을 잃은 사람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위로 해가 질 때면 백제의 옛 영화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063)850-4124.
  • [28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2 오후 7시30분) 미자는 일을 도와주면 낚시를 보내준다고 약속을 하고, 남편인 인권은 아내의 일을 돕기 시작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미자는 동네 할머니들을 태워주고 남편은 짐칸에 태운다. 인권은 미자와의 약속대로 낚시를 다녀오는데, 미자는 고작 한마리 잡아 왔냐며 인권을 타박한다.   ●클로즈업(YTN 오후 1시30분) 요즘 우리사회에 ‘평생직장’이란 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 울산시와 서울시 등에서 이뤄진 ‘무능 공무원 퇴출’ 바람이 공직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중앙정부로 확산되고 있는 것.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과 함께 ‘무능 공무원 퇴출제’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들어본다.   ●다큐 여자(EBS 오후 9시20분) 본명은 안희숙, 그러나 ‘안유라’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각설이판에 도전장을 내민 37살의 여자가 있다.3년차 각설이지만 아직 북, 장구 하나 멋들어지게 치지 못하는 초보중의 초보다. 열 여섯에 처음 서울에 올라와 갖은 고생을 하던 때처럼 그녀는 다시 이 삶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10분) 3년 전에 비해 무려 2배나 증가한 소아비만. 문제는 소아비만의 80%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비만의 사회적 비용은 2조원을 넘어선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소아비만의 급증실태와 성인병 유발 등의 부작용을 추적하고, 소아비만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대책을 알아본다.   ●거침없이 하이킥(MBC 오후 8시20분) 봉원전기를 처분한 돈을 순재 몰래 친구에게 빌려준 준하는 순재에게 들킬까봐 불안해한다. 순재는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준하는 순재를 피해 옥탑방으로 피신한다. 학교로 찾아온 공군사관학교 생도 선배들을 본 윤호는 박력 있고 멋진 모습에 반한다. 윤호는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겠다고 선포한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생모의 흔적을 찾아 낚시터를 다니면서도 무영의 명자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무영의 뒤를 따라 진천을 찾은 상현은 먼지 날리는 국도를 걷고 있는 무영을 발견한다. 무영을 보자 울컥하는 마음에 주먹을 날리지만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사라진 두 형제는 함께 서울행 차에 오른다.
  • [25일 TV 하이라이트]

    ●진실(YTN 오후 11시5분) 1985년 열렸던 ‘힘전’과 1987년 ‘반고문전’에서는 전시회를 봉쇄하려는 경찰들과 그림을 지키려는 작가들이 대치했다. 신촌, 정릉, 안성의 건물과 담벼락에 그려졌던 벽화들은 하룻밤 사이, 흰색 페인트로 지워지기도 했다. 전시회에 출품한 그림 때문에 옥고를 치르기도 하고, 화가로서의 자격이 정지되기도 했다.   ●사랑의 공부방(EBS 오후 6시) 인천 계양구 효성동 ‘우리두리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간다. 학습 전문가인 정찬호 박사와 함께 공부방 아동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한다.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아직 한글을 익히지 못한 김준복 학생을 비롯, 학습태도의 개선이 시급한 5명의 아동을 선정하고 기초학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해결책을 알아본다.   ●연개소문(SBS 오후 8시45분) 드디어 고구려와 백제가 신라로 향한다. 백제 윤충 장군은 김춘추의 부패한 사위 품석이 지키는 대야성으로 향한다. 고구려군은 당항성으로 진군한다. 주색에 빠져 있던 신라 품석은 부하들의 배신으로 성을 내주고, 품석과 김춘추의 딸 고타소는 참수된다. 김춘추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참지 못하는데….   ●케 세라세라(MBC 오후 9시40분) 백화점 이벤트 홀에서 행사를 진행하던 태주는 자신의 실수로 팩 모델 한 명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된다. 태주는 특설매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은수를 생각해 낸다. 은수는 저녁을 사주면 하겠다고 말한다. 얼굴에 팩을 붙이고 쇼를 하던 은수는 얼굴이 아파도 태주를 생각하며 참고 견딘다.   ●최강! 울엄마(KBS2 오전 8시55분) 부모의 이혼으로 큰아버지댁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 훈은 최강의 학교로 전학을 간다. 차갑지만 잘 생긴 외모에 공부는 물론 까칠한 성격까지 두루 갖춘 최훈은 단번에 여학생들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훈의 일거수일투족이 강의 눈에 가시가 돼버리고, 둘의 관계는 꼬여만 가는데….   ●역사기행(KBS1 오후 11시) 17세기, 한 척의 배를 탄 제주도민 24명이 ‘호이안’에 표류한다. 이들은 당시 베트남 지배자인 우옌 푹 떤왕을 알현하고,21명이 생존해 1년 만에 귀국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베트남 참전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하얀 전쟁’의 안정효 작가와 함께 호이안의 역사를 제주도민의 흔적을 따라 추적한다.
  •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일흔이라 믿기 어려웠다. 숱 많은 검은 머리에 윤기 나는 피부, 불혹(不惑)이라면 몰라도 고희(古稀)라니. 눈가, 입가에 잔주름이 있지만 나이 탓이라기보다는 웃는 표정 때문이라 생각됐다.10년이나 쪽방과 거리를 맴돌았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18일 만난 박기충(70·가명)씨는 기자의 당혹스러운 표정에 재미있어하는 듯했다. “노숙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 불화로 집을 나왔는데 돈이 없으면 한뎃잠을 자는 거지요.” 박씨도 1997년 금융위기 때 사업에 실패해 집에서 나왔다. 그후 청량리역 부근 1평짜리 쪽방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건설경기가 나빠져 허탕치는 날이 자꾸 늘어가자 월세(20만원)를 낼 수 없었고, 결국 길거리로 쫓겨났다. 혜화동 대학로 긴 의자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이 추운 날씨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노숙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복지단체가 쉼터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2005년 9월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충정로 사랑방’을 찾아갔다. “규율이 싫어 쉼터로 입소하지 않는 노숙인도 있습니다. 술도 맘대로 마시지 못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저는 단체생활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활을 꿈꾸었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내 집에서 먹고 자자는 소박한 꿈이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었다. 간혹 있다고 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박씨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데 이력서 나이만 따지는 풍토가 야속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시가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9호선 건설현장 막노동이었지만, 박씨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일당 5만원은 서울시와 건설사가 절반씩 부담했다. 그는 12월까지 평일에 빠짐 없이 일했고 ‘성실한 근로자’로 표창까지 받았다. 그 사이 박씨 통장에는 700여만원의 ‘거금’이 쌓였다. “건설현장에서 노숙인 출신이라고 무시하고 멸시도 받았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반말도 하더군요. 그래도 일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 힘든 줄 몰랐습니다.” 박씨는 마침내 꿈을 실현했다. 지난 1일 서대문구 대신동에 자택(9평)을 마련한 것이다. 집은 대한주택공사가 1997년에 지은 임대주택으로 보증금 220만원, 월세 10만 2400원짜리다. 박씨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자활에 성공한 첫 노숙인이 됐다.“첫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기쁘기보다는 불안하더군요.‘일을 계속해서 이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박씨는 올해도 서울시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돈도 없이 홀로 늙어간다는 것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허리띠를 졸라매 전셋집(1600만원)을 얻는 것이다. 술·담배를 줄이고, 외식도 아예 끊었다. 교통비를 아끼느라 무료 승차할 수 있는 지하철만 타고 다닌다. 가족과 재결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가족 얘기는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는 듯했다. ‘충정로 사랑방’ 김욱 사회복지사는 “서울시가 매월 저축액의 1.5배를 기부금으로 보태주는 빈곤층 지원사업을 올해 시작했다.”면서 “박씨처럼 자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이 도움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이란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노숙인 자립지원 정책이다.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 안정적 수입을 올리고 자립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1400개 일자리를 제공했고, 올해도 지난 5일부터 670개를 운영한다. 대부분 건설현장직이며 인건비는 서울시와 고용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면 60만∼100만원을 지급한다. 글 사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노숙 10년… 일흔에 다시 서다

    일흔이라 믿기 어려웠다. 숱 많은 검은 머리에 윤기 나는 피부, 불혹(不惑)이라면 몰라도 고희(古稀)라니. 눈가, 입가에 잔주름이 있지만 나이 탓이라기보다는 웃는 표정 때문이라 생각됐다.10년이나 쪽방과 거리를 맴돌았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18일 만난 박기충(70·가명)씨는 기자의 당혹스러운 표정에 재미있어하는 듯했다. “노숙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 불화로 집을 나왔는데 돈이 없으면 한뎃잠을 자는 거지요.” 박씨도 1997년 금융위기 때 사업에 실패해 집에서 나왔다. 그후 청량리역 부근 1평짜리 쪽방을 전전하며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건설경기가 나빠져 허탕치는 날이 자꾸 늘어가자 월세(20만원)를 낼 수 없었고, 결국 길거리로 쫓겨났다. 혜화동 대학로 긴 의자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이 추운 날씨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노숙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복지단체가 쉼터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2005년 9월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충정로 사랑방’을 찾아갔다. “규율이 싫어 쉼터로 입소하지 않는 노숙인도 있습니다. 술도 맘대로 마시지 못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저는 단체생활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쉼터에서 생활하며 자활을 꿈꾸었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내 집에서 먹고 자자는 소박한 꿈이었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었다. 간혹 있다고 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박씨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데 이력서 나이만 따지는 풍토가 야속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서울시가 ‘노숙인 일자리 갖기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9호선 건설현장 막노동이었지만, 박씨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일당 5만원은 서울시와 건설사가 절반씩 부담했다. 그는 12월까지 평일에 빠짐 없이 일했고 ‘성실한 근로자’로 표창까지 받았다. 그 사이 박씨 통장에는 700여만원의 ‘거금’이 쌓였다. “건설현장에서 노숙인 출신이라고 무시하고 멸시도 받았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반말도 하더군요. 그래도 일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 힘든 줄 몰랐습니다.” 박씨는 마침내 꿈을 실현했다. 지난 1일 서대문구 대신동에 자택(9평)을 마련한 것이다. 집은 대한주택공사가 1997년에 지은 임대주택으로 보증금 220만원, 월세 10만 2400원짜리다. 박씨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자활에 성공한 첫 노숙인이 됐다.“첫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기쁘기보다는 불안하더군요.‘일을 계속해서 이 집을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박씨는 올해도 서울시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돈도 없이 홀로 늙어간다는 것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허리띠를 졸라매 전셋집(1600만원)을 얻는 것이다. 술·담배를 줄이고, 외식도 아예 끊었다. 교통비를 아끼느라 무료 승차할 수 있는 지하철만 타고 다닌다. 가족과 재결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가족 얘기는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는 듯했다. ‘충정로 사랑방’ 김욱 사회복지사는 “서울시가 매월 저축액의 1.5배를 기부금으로 보태주는 빈곤층 지원사업을 올해 시작했다.”면서 “박씨처럼 자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이 도움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용어클릭]‘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노숙인 자립지원 정책이다.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 안정적 수입을 올리고 자립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1400개 일자리를 제공했고, 올해도 지난 5일부터 670개를 운영한다. 대부분 건설현장직이며 인건비는 서울시와 고용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면 60만∼100만원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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