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흔적을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제임스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이동경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홍보대사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 세월호
    2026-06-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160
  • “中企 - 영세상공인 사이 불공정 심각하다”

    “中企 - 영세상공인 사이 불공정 심각하다”

    오는 30일부터는 하도급 관련 불공정거래를 당했다고 느끼는 중소기업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무료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가 대금 미지급이나 감액 등을 공정거래위 산하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다루게 된다. 신호현(56) 조정원 원장은 26일 “그동안 사업자단체에서 하던 하도급 관련 조정을 왠지 꺼림칙하게 느꼈던 중소기업들이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조정원에서 조정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 하도급 관련 불공정 조정신청이 접수되면 어떻게 했나. -건설은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제조업은 중소기업중앙회, 나머지 업종은 공정경쟁연합회 등 민간 단체를 소개해 줬다. 조정원이 하도급 분쟁을 직접 담당하게 되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사업자 단체의 조정을 꺼렸던 잠재적 수요층에 물꼬를 터 주게 된다. →하도급 불공정이 얼마나 심한가. -현장에서 보면 대기업과 1차 하도급 기업 간 거래관행은 많이 나아졌다. 대기업은 이미지를 고려, 잘못이 인정되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선다. 중소기업들과 영세 상공인 등 2차·3차 간 문제가 크다. →불공정거래가 가장 심한 업종은. -대형 유통업체다. 그래서 공정위가 대규모 소매업고시를 격상, 대규모소매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불공정은 오래된 이야기다. -납품업체는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조사를 나가면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 문제가 제기된 관행에 대해 논리적 이유를 댄다. 대형 유통업체의 논리가 맞는 경우도 있지만 대응도 많이 진화했다. 납품업체가 납품 중단을 각오하고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문제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2008년 조정원 출범 직후 유명 홈쇼핑에 납품하던 중소기업이 상품은 소위 ‘대박’이 났는데 판매 수수료를 내면 남는 것이 없다며 조정을 신청해 왔다. 홈쇼핑회사와 만나 보니 자신들도 과다한 수수료임을 인정하지만 수수료를 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무료로 방송하는 대안을 내놨다. 그런데 다시 방송을 하기 전에 그 중소기업이 부도가 났다. 시간은 약자의 편이 아니다. 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최대한 빠르게 하려고 하는데 분쟁조정실 직원이 10명이다 보니 쉽지 않다. 전체 직원은 22명이다. →동반상생이 등장하면서 변화된 점은. -동반상생이 국민적 화두가 되면서 대다수 신청인들인 중소기업들이 기업 간 거래를 상하관계보다는 협력관계로 인식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불합리한 사항에 대한 시정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조정원에서 조정이 안 되면 어떻게 되나. -불성립 사건으로 돼 공정위 지방사무소에 신고사건으로 접수된다. 지방사무소는 제도나 관행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법 위반 여부만 판단하다. 이를 근거로 개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개인으로서는 쉽지 않다. 이런 학습효과들이 생겨 요즈음에는 공정위가 아니고 조정원을 찾아오는 비율이 높아졌다. →조정 신청인들의 특징은. -가맹사업의 경우 50대 은퇴자들이 많다. 2009년 357건이 접수됐는데 2010년 479건이 접수돼 34%가 늘었다. 조정금액은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으로 공정거래에 비해서는 적지만 은퇴자들에게는 삶의 밑천이다. 3년 동안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영업을 했는데 재계약을 한다고 추가 가맹비를 요구한다거나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순수익의 20% 정도만 이익이 남는다며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조정신청 등이 접수됐다. 추가 가맹비는 받지 않는 것으로, 순이익의 경우 가맹본부가 해당 사업장을 인수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공정거래는 기업규모가 크다 보니 조정신청 금액 자체가 큰 편이다. →조정에서 좋은 결과를 받으려면. -피신청인과 합의에 이르러야하는 만큼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계약서나 주문서 등 각종 입증서류를 보관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서면이 아닌 구두계약의 경우라도 녹음 등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공정거래조정원은 출범 3년… 2000여건 처리 조정건수 매년 꾸준히 늘어 2008년 2월 출범해 지난 5월말까지 공정거래와 가맹사업 관련 2422건의 조정신청을 접수받아 이 중 2016건을 처리했다. 2008년 520건 접수에서 2009년 591건, 2010년 767건 등으로 조정원이 알려지면서 조정 신청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조정 신청을 받으면 각각의 사례에 대해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 60일 안에 해결하도록 돼 있다. 행시 22회 출신인 초대 신호현 원장은 2007년 공정위에서 조정원 출범 업무를 맡아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조정원은 경쟁정책과 공정경쟁 등에 대한 연구기능까지 갖춘 기관으로 출범하는 방안으로 시작했으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규모가 목표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 거대 공룡의 체온은 몇℃ 일까? 연구결과 눈길

    거대 공룡의 체온은 몇℃ 일까? 연구결과 눈길

    일반적으로 파충류와 비슷한 피부를 가진 거대한 공룡은 파충류처럼 체온이 낮거나 일정하지 못하다고 알고 있지만, 이 같은 인식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ifonia Institute of Technology)연구팀은 1억 5000만년 전 살았던 브라키오사우르스와 카마라사우르스의 이빨 화석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이들 공룡들은 예상보다 뜨거운 피와 체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악어나 도마뱀, 뱀 등은 몸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해 주위환경에 따라 체온이 많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룡의 체온과 혈액의 온도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이빨 화석에 담긴 에나멜 광물질을 조사했는데, 이 광물질은 온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연구팀이 각 에나멜의 탄소와 산소의 동위원소를 조사한 결과 브라키오사우르스와 카마라사우르스의 체온은 각각 38.2℃, 3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구한 로버트 이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박사는 “지금까지 공룡의 체온을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공룡생리학상 오랫동안 논쟁이 된 부분에 또 다른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룡의 흔적을 처음 발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공룡이 파충류처럼 차가운 피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영화 ‘주라기 공원’에 나오는 거대 공룡인 벨로키랍토르 등 많은 공룡들은 예상보다 뜨거운 피를 가졌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몸집이 작은 공룡의 체온에 대해 추가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행복한 믿음, 그 다음은 뭘까?

    요즘 종교계에서는 ‘심층 종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맹목적인 믿음의 표피적 종교(표층 종교)가 아닌, 종교 본연의 영성적 체험과 속내를 제대로 보자는 인식의 변화들이다.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야 할 종교가, 거꾸로 세상으로부터 교정받아야 할 대상이 됐다.”는 지탄과 한숨이 무성한 지금, 종교 바로보기를 겨눈 ‘심층 종교’에 대한 시선 집중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든 종교의 심층에는 종교 자체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경지가 있다.” 현대 지성인의 사도라는 폴 틸리히가 남긴 이 말은 종교가 현재의 만족과 행복에 머무는 표층의 단계를 넘어선 공통의 지향점을 갖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깨달음을 통한 나와 남의 공존과 평화, 그리고 공동선을 향한 노력에 대한 눈뜸이다. 이는 빌어서 복을 구하는 기복이며 신과 나의 구분을 전제한 맹목의 믿음과 문자적 복종을 훌쩍 뛰어넘는 종교 심연의 천착이기도 하다. 모든 종교에는 표층과 심층의 속성이 맞물려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 심층의 종교로 닿기 위해 개인과 공동체의 깨달음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동서양의 많은 사상가며 철학자, 종교적 선지자들은 공교롭게도 그 심연의 종교를 중시한 공통점을 갖는다. 그렇다고 할 때 그 선지자며 선지식들의 사상과 흔적을 꿰뚫어본다면 요즘 종교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심층 종교’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가 최근 낸 ‘종교, 심층을 보다’(현암사 펴냄)는 그런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베스트셀러 ‘예수는 없다’로 국내외 종교인들의 관심을 모았던 저자가 묶어낸 역작. 지난달, 같은 ‘신비주의’의 세계관을 가진 후배 종교학자 성해영과 나눈 대담집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북성재 펴냄)가 심층 종교라는 문제 제기의 서론서 역할을 했다면 이 책은 그 본론 격이다. 책은 지난 2년간 법보신문에 연재했던 글 모음집이라지만 단순한 평면의 ‘인물 보기’가 아닌 ‘심층 종교’ 차원에 초점을 맞춘 사상과 궤적의 돋보기라 할 수 있다. 등장 인물은 로마의 철학 사상가, 유대교의 지도자, 그리스도교의 선각자, 이슬람교의 성인, 동아시아의 사상가, 인도의 영성가, 불교의 선지자, 한국의 스승 등 60인. 자이나교의 ‘불살생’ 영향을 받아 생명경외의 실천적 삶을 살았던 슈바이처, 20세기 최고의 유대사상가이면서 도덕경·장자를 익혀 이른바 ‘관계 철학’을 탄생시킨 마르틴 부버, 범종교적 에규메니즘 신학자인 한스 큉, 해방신학의 아버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그가 추려낸 “나와 신, 이웃, 만물이 하나임을 깨닫고, 지금의 나에서 해방돼 본래의 참 나로 다시 태어난” 심층 종교 선지자의 반열엔 한국의 다원주의 종교가인 류영모·함석헌도 들어 있다. 2만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교통사고 대성 책임” 대성 불구속 기소

    “교통사고 대성 책임” 대성 불구속 기소

    교통사고 논란을 일으킨 그룹 빅뱅의 멤버 대성(22·본명 강대성)이 불구속 기소된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4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갖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 조사 결과, 경찰 조사 등을 종합해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피해자 현모씨가 대성이 운전하는 차량에 치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불구속 기소 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대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온 만큼 대성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통사고 사망사고나 속도위반사고의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찰은 피해자 현씨가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186%에 이르는 만취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가로등 지주에 부딪혀 도로에 굴러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택시 운전자인 김모씨가 현씨를 발견하고 정차한 상황에서 대성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현씨와 택시를 잇따라 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현씨가 ‘다발성 손상’을 입었고 이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현씨의 몸에 나타난 상처들이 워낙 많아 대성 차량과의 사고와 가로등 충돌 사고의 흔적을 명확히 구분하지는 못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측은 “대성 이전에 현씨를 친 차량이 있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했지만,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성은 지난 5월31일 새벽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서울 양화대교 남단에서 도로에 이미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 현씨 및 앞에 정차 중이던 택시와 잇달아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36) 삼척 궁촌리 음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 이야기] (36) 삼척 궁촌리 음나무

    나무도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생명체인 이상 생로병사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명을 다한 뒤에 저절로 스러지는 게 모든 생명이 맞이하는 섭리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가 보태진다면 더 오래 지켜 낼 수 있는 것도 분명하다. 나무가 사람의 마을에서 오랫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이제 사람이 나무를 지켜야 한다. 사람보다 먼저 이 땅에 터 잡고 사람살이를 지켜 준 나무를 지켜 내는 건 곧 우리 사는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땅의 나무를 돌보기 위해 길을 재촉하는 많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그래서 고마운 일이고 나무의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고려 멸망사의 흔적을 간직 “땅속의 뿌리가 숨을 쉬어야 하는데, 이 나무는 뿌리 부분에 흙이 많이 덮여 있어서 불편했을 거예요. 세월이 오래 흘러서 이제는 스스로 적응한 듯하지만, 더 불편하지 않도록 보살펴 주어야 해요. 멀리 뻗어낸 바깥 쪽 뿌리를 편하게 해서 전체적인 생명력을 북돋워 주려는 거예요.” 강원 삼척 궁촌리 음나무 곁에서 포클레인을 동원해 작업에 열중하던 나무의사 이태선(38·솔뫼나무병원) 원장이 땀을 닦으며 한창 진행 중인 작업을 설명한다. 나무 뿌리가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공기 구멍이 있는 굵은 관을 촘촘히 박고, 논이었던 땅의 흙을 부엽토로 교체하는 작업으로 나무가 더 오래 살 수 있는 체력을 돋우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작업 상황을 점검하며 분주히 오가던 이 원장이 작업 기사들과 이야기를 바삐 나누는 틈에 이 마을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부녀회장 이금옥(66)씨가 찾아와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려 때의 공양왕이 살던 집에 있던 나무라고 해요. 나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그 집을 본 적은 없고,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만 들었지요.”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1345~1394)이 이성계에게 실권을 빼앗기고 쫓기는 신세로 전락했을 때 이 음나무 곁에 숨어들어 집을 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다. 살해 위협의 공포에 시달리던 중 공양왕은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삼척 궁촌리로 왔다. 그가 살 집을 지은 곳이 바로 이 음나무가 있는 자리였다. 당시에도 큰 나무였다고 하니, 이 나무의 나이는 1000살쯤으로 보아야 한다. 궁촌리 음나무는 근처의 공양왕릉과 함께 고려의 멸망사를 증거하는 중요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잡귀 잡신을 막아주는 신통한 나무 공양왕은 자신에게 다가올 불행을 예감한 듯, 악귀를 막아 주는 커다란 음나무에 기대어 자신의 거처를 지었다. 그가 음나무 있는 집에서 살며 죽음의 공포를 이겨 내고자 한 데에는 까닭이 있다. 음나무는 죽음의 사자를 비롯한 온갖 귀신을 막아 준다는 오래된 믿음이 있어서 집안에 심고 기른 나무다. 여의치 않으면 음나무의 가지를 꺾어 대문이나 대청 마루 위에 걸어 놓기라도 했다고 한다. 귀신들이 도포자락이나 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담을 넘어 들어올 때 음나무 가지에 걸려 놀라서 되돌아간다는 생각이었다. 여느 나무와 달리 귀신의 옷자락이 음나무 가지에 잘 걸리는 건 촘촘히 돋아난 가시 때문이다. 가시는 초식동물의 공격을 막으려는 생존전략이다. 채 자라기도 전에 먹히기 십상인 음나무는 가지에 여기저기 가시를 내밀어서, 짐승의 접근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1000년 가까이 살아온 궁촌리 음나무의 가지에는 가시가 전혀 없다. 이제 이 음나무는 초식동물이 다가와도 감히 꺾어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크게 자랐다. 굳이 가시를 내밀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몸피가 됐다는 이야기다. “이 나무가 아주 무서운 나무예요. 부러진 가지를 주워다가 집에서 불이라도 때면, 그 집안에 재앙이 생겨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도 그렇다니까요. 누가 아프다든가, 망한다든가, 꼭 안 좋은 일이 생기지요.” 나무를 바라보며 이씨는 이 음나무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이자 상징이어서, 마을에는 음나무 한 그루씩 안 심은 집이 없다고 덧붙인다. 정월 초하루에서 사흗날 사이에 날을 잡아 치르는 정월 당산굿과 오월 단오에 벌이는 단오굿이 죄다 나무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행사라고 한다. 단오굿은 특히 삼척시에서도 지원하는 큰 행사이기도 하다. ●나무 돌보는 건 마음 안식처를 돌보는 일 점심 시간을 좀 넘기면서 쉬는 시간 없이 계속된 부엽토 작업이 마무리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 원장은 곧바로 예정된 다른 나무 치료 작업 일정을 짚어 보고 떠날 채비로 발길을 재우친다. 떠나기에 앞서 잠시 이 원장은 나무의사의 신중한 눈길로 공양왕의 최후를 지켜 준 늙은 음나무를 수굿이 바라본다. 아픈 데나, 더 치료해야 할 곳이 없나를 짚어 보는 그의 그윽한 눈길이 마냥 따뜻하다. “사람 사는 곳에 나무 없는 곳은 없지요. 크고 오래된 나무들은 시골 마을의 수호목이라든가 당산목으로 사람들을 지켜 주는 상징이에요. 그래서 나무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고향을 생각하는 누구라도 마을 어귀의 큰 나무부터 생각하는 것은 그래서일 겁니다.” 결국 나무를 치료하는 건 곧 사람의 안식처를 돌보는 일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 번득 다가온다. 듬성듬성 세월에 찢긴 가지를 드러낸 나무도 금세 흐뭇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나무가 사람에게 큰 안식을 제공했던 것처럼 이제는 거꾸로 사람이 나무의 안식을 돌볼 차례다. 나무의사 이태선 원장의 손길이 더 없이 고마운 까닭이다 글 사진 삼척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452. 삼척 시내 남쪽에는 동해 바다열차의 종점인 삼척역이 있다. 삼척역에서 바다가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국도 7호선을 이용해 15㎞ 남짓 남쪽으로 가면 궁촌교차로가 나온다. 궁촌 방면의 나들목으로 나가서 좌회전하여 500m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유턴하듯 좌회전하여 100m 간다. 우회전하여 700m 더 가면 궁촌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회관을 지나자마자 우회전하라는 천연기념물 음나무 안내판이 나온다. 개울을 타고 200m쯤 가면 마을 길가에 나무가 있다.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0)급성 수분 중독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0)급성 수분 중독

    2009년 여름, 한 정신병원의 폐쇄 병동. 입원 중이던 40대 남성 환자가 이른 아침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1주일 전 사회복지시설에서 이상행동을 보여 이송돼 온 K(41)씨였다. 온몸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가슴과 배, 등, 허리까지 여러 곳에 멍 자국도 보였다. 담당 검사는 병원 내에서 발생한 구타 등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고 부검 결정을 내렸다. 부검은 다음 날 바로 시행됐다. 팔꿈치에서 무릎관절까지 전신이 굳어 있었다. 적혈구가 몰려 생기는 암적색 시반(屍班)이 시신의 등에 나타나 있었다. 멍 자국 아래에는 피하출혈도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죽음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들이었다. K씨의 주요 장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죽음의 원인들이 하나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뇌와 허파가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었다. 위, 간, 창자 등 내장과 복부의 막과 벽도 마찬가지였다. 부종(浮腫)이 있었다. 배 안에는 복수액도 가득했다. 복수와 부종액을 합해 3ℓ가 나왔다. 거의 익사체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콩팥도 요로도 부어 있었다. 유리체액(안구를 채우고 있는 투명한 물질)에 대한 검사 결과 K씨의 나트륨 수치는 102mEq/ℓ에 불과했다. 나트륨 수치가 120mEq/ℓ 밑으로 떨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내 염분량이 지나칠 정도로 줄어 있었던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종적으로 K씨의 사인을 ‘급성 수분 중독’으로 결론내렸다. 몸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먹는 바람에 물 중독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한 입원 환자는 경찰에서 “K씨가 화장실에서 바가지로 많은 양의 물을 마셔 이를 만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 물 중독 사람이 스스로 마신 물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된 것은 1974년이다. 실제 정신질환자 중 일부는 끝없이 갈증이 생겨 물을 들이켜는 증세를 보인다. ‘다음증’(多飮症)이라고 부르는데 한 통계에 따르면 만성 정신질환자의 6~17%가 이 증세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신병력이 없는 사람은 물 중독으로부터 안전할까. 아래 사례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 준다. 2007년 1일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한 지역 방송국. ‘아침의 광란’이란 프로그램의 녹화가 한창인 가운데 세 아이의 엄마인 제니퍼 스트레인지(28)가 힘겹게 마지막 물잔을 들이켰다. ‘물 마시고 소변 참기’라는 엽기적인 게임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3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고 15분마다 제공되는 물을 모두 마셔냈다. 1등을 차지하면 가정용 게임기 ‘위’를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 7.5ℓ의 물을 마셨지만 안타깝게 최종 성적은 18명 중 2등이었다. 게임이 끝난 순간 그녀는 쓰러졌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연신 구토를 했다. 결국 그녀는 그날 자기 집에서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사인은 물 중독사였다. ●급하게 마신 물… 부정맥에 뇌부종 불러 물을 많이 마시면 죽음에 이르는 이유가 뭘까. 신체에 다량의 물이 한꺼번에 유입되면 우리 몸 체액 속에선 나트륨 등의 전해질 농도가 급격하게 옅어진다. 그러면 체액과 정상적인 세포들 간 삼투압 차로 ‘수분의 이동’이 일어난다. 옅은 농도의 체액이 모세혈관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때 우리 몸에 부종이 생기는데 흔히 ‘물을 많이 마셔 얼굴이 부었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경우다. 부종은 위치에 따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부위가 뇌다. 뇌는 폐쇄된 두개골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풀어오르는 만큼 뇌압이 증가하게 된다. 초기에는 단순히 머리가 아픈 정도지만 많이 부으면 혼수상태나 호흡곤란 상태에 빠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전해질 불균형은 치명적인 심장부정맥(심장박동이 분당 60∼80회의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고르지 않게 뛰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 중독 때문은 아니지만 지난달 13일 경기 도중 쓰러진 K리그 신영록(24·제주유나이티드) 선수도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부정맥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물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물 먹기 대회를 마치고 사망한 스트레인지처럼 7ℓ 이상을 마시면 죽게 되는 걸까. 정답은 없다. 체질이나 몸집, 몸 상태 등에 따라 다르다. 스트레인지가 나갔던 물 먹기 대회만 해도 다른 참가자들은 포만감을 호소했을 뿐 이상이 없었다. 어쨌거나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과원 관계자는 “요즘처럼 더울 때 심한 운동을 하고 나서 한번에 많은 물을 들이켜는 것은 건강에 안 좋다.”면서 “이미 땀으로 전해질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수분까지 다량 들어오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되도록 시간당 1ℓ 이상의 물은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물 대신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물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물마시고 소변참기 하던 20대 여성 급사한 이유

    물마시고 소변참기 하던 20대 여성 급사한 이유

    2009년 여름, 한 정신병원의 폐쇄 병동. 입원 중이던 40대 남성 환자가 이른 아침 화장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1주일 전 사회복지시설에서 이상행동을 보여 이송돼 온 K(41)씨였다. 온몸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가슴과 배, 등, 허리까지 여러 곳에 멍 자국도 보였다. 담당 검사는 정신질환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구타 등으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보고 부검 결정을 내렸다. 부검은 다음 날 바로 시행됐다. 팔꿈치에서 무릎관절까지 전신이 굳어 있었다. 적혈구가 몰려 생기는 암적색 시반(屍班)이 시신의 등에 나타나 있었다. 멍 자국 아래에는 피하출혈도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죽음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것들이었다. K씨의 주요 장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죽음의 원인들이 하나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K씨의 뇌와 허파가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었다. 위, 간, 창자 등 내장과 복부의 막과 벽도 마찬가지였다. 부종(浮腫)이 있었다. 배 안에는 복수액도 가득했다. 복수와 부종액을 합해 3ℓ가 나왔다. 거의 익사체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콩팥도 요로도 부어 있었다. 유리체액(안구를 채우고 있는 투명한 물질)에 대한 검사 결과 K씨의 나트륨 수치는 102mEq/ℓ에 불과했다. 나트륨 수치가 120mEq/ℓ 밑으로 떨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내 염분량이 지나칠 정도로 줄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종적으로 K씨의 사인을 ‘급성 수분 중독’으로 결론내렸다. 몸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먹는 바람에 물 중독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한 입원 환자는 경찰에서 “K씨가 화장실에서 바가지로 많은 양의 물을 마셔 이를 만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공포?물 중독 사람이 스스로 마신 물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보고된 것은 1974년이다. 실제 정신질환자 중 일부는 끝없이 갈증이 생겨 물을 들이켜는 증세가 나타난다. ‘다음증’(多飮症)이라고 부르는데 한 통계에 따르면 만성 정신질환자의 6~17%가 이 증세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신병력이 없는 사람은 물 중독으로부터 안전할까. 아래 사례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 준다. 2007년 1일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한 지역 방송국. ‘아침의 광란’이란 프로그램의 녹화가 한창인 가운데 세 아이의 엄마인 제니퍼 스트레인지(28)가 힘겹게 마지막 물잔을 들이켰다. ‘물 마시고 소변 참기’라는 엽기적인 게임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3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고 15분마다 제공되는 물을 모두 마셔냈다. 1등을 차지하면 가정용 게임기 ‘위’를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죽을 힘을 다해 7.5ℓ의 물을 마셨지만 안타깝게 최종 성적은 18명 중 2등이었다. 게임이 끝난 순간 그녀는 쓰러졌다.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연신 구토를 했다. 결국 그녀는 그날 자기 집에서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사인은 물 중독사였다.   급하게 마신 물? 부정맥에 뇌부종 불러 물을 많이 마시면 죽음에 이르는 이유가 뭘까. 신체에 다량의 물이 한꺼번에 유입되면 우리 몸 체액 속에서 나트륨 등의 전해질 농도가 급격하게 옅어진다. 그러면 체액과 정상적인 세포들 간 삼투압 차로 ‘수분의 이동’이 일어난다. 옅은 농도의 체액이 모세혈관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때 우리 몸에 부종이 생기는데 흔히 ‘물을 많이 마셔 얼굴이 부었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경우다. 부종은 위치에 따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부위가 뇌다. 뇌는 폐쇄된 두개골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풀어오르는 만큼 뇌압이 증가하게 된다. 초기에는 단순히 머리가 아픈 정도지만 많이 부으면 혼수상태나 호흡곤란 상태에 빠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전해질 불균형은 치명적인 심장부정맥(심장박동이 분당 60∼80회의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고르지 않게 뛰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 중독 때문은 아니지만 지난달 13일 경기 도중 쓰러진 K리그 신영록(24·제주유나이티드) 선수도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부정맥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물의 양의 어느 정도일까. 물 먹기 대회를 마치고 사망한 스트레인지처럼 7.5ℓ 이상을 마시면 죽게 되는 걸까. 정답은 없다. 체질이나 몸집, 몸 상태 등에 따라 다르다. 스트레인지가 나갔던 물 먹기 대회만 해도 다른 참가자들은 포만감을 호소했을 뿐 이상이 없었다. 어쨌거나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과원 관계자는 “요즘처럼 더울 때 심한 운동을 하고 나서 한번에 많은 물을 들이켜는 것은 건강에 안 좋다.”면서 “이미 땀으로 전해질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수분까지 다량 들어오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되도록 시간당 1ℓ 이상의 물은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물 대신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물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9) 지능적 칼잡이는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9) 지능적 칼잡이는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989년 11월 4일 오후 9시 50분 서울 중구 장충로 2가 타워호텔. 호텔 카바레에서 공연을 마친 가수 남진(당시 43세)은 일본 연예계 인사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건장한 20대 남자 3명이 몰래 그 뒤를 따라갔다. 남진이 승용차 오른쪽 뒷좌석에 오르려는 순간, 그들 중 한 명이 예리한 흉기를 품 속에서 꺼내 남진의 왼쪽 허벅지를 깊숙이 찔렀다. 남진은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다음 날 신문 사회면에 남진 피습 기사가 실렸지만, 그리 크게 나진 않았다. 남진의 전성기가 이미 지난 때였다고는 해도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서 다소 섭섭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괴한이 공격한 신체 부위가 배나 가슴이 아니라 허벅지였다는 점에서 언론사들이 덜 위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허벅지를 찔렀다는 것은 생명을 노렸다기보다는 그저 겁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 사건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조폭들의 ‘허벅지 테러’ 하지만 이상한 점은 조직 폭력배들의 칼부림이 있을 때 유독 허벅지를 노려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허벅지는 피를 보면서도 최악의 결과로는 치닫지 않아 상대를 겁주기에 알맞다는 판단에서일까. 법의학자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허벅지 테러는 칼을 꽤 다룰 줄 아는 전문가들의 지능적인 살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아래 사례를 보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건 1 2003년 7월 17일 오전 6시 40분쯤 서울 논현동 대로변 포장마차. A(33)씨 등 3명이 흉기로 B씨의 허벅지를 찔렀다. 채권·채무 문제로 서로 심하게 다투다 A씨 일행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허벅지를 여러 차례 찔렀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사건 2 1992년 4월 12일 오후 11시 전주 완산구의 한 당구장. 폭력 조직 W파 행동대원 김모(24)씨가 경쟁 조직 N파 소속 2명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인들은 2층 당구장으로 올라가는 김씨의 뒤를 노렸다. 목격자는 경찰에서 20대 청년 2명이 당구장 계단에서 흉기로 김씨의 양쪽 허벅지를 10여 차례 찌른 뒤 앞길에 대기시켜 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과다 출혈로 사망했고 범인들이 노린 것은 허벅지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조직 폭력배가 낀 테러 사건일수록 피해자의 자상이 허벅지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폭들이 허벅지 부위를 공격하는 이유는 대퇴부의 동맥이나 정맥을 끊어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할 수 있는 반면, 나중에 자신은 재판정에서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할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살해를 하더라도 살의는 감추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최근 들어 조직 폭력배 등이 관련된 이 같은 범행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의학적으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전체 혈액 중 20~33% 정도를 쏟으면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제 많은 피가 빠져나가 사망하는 ‘실혈사’(失血死)와 출혈을 하는 동안 급하게 혈압 등이 떨어져 사망하는 ‘실혈성 쇼크사’다. 피를 흘린 채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에는 실혈사로, 대동맥 등이 절단돼 한꺼번에 급격히 피가 빠져나갈 때는 실혈성 쇼크사로 사망한다. ●전문가의 칼 솜씨는 다르다? 허벅지는 살이 많다는 이유로 갖은 수난을 겪어 왔다. 역사 속의 태형(笞刑)도, 학교의 체벌도 주로 허벅지나 엉덩이에 집중됐다. 하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많이 맞으면 신체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곤장을 맞고 장독(杖毒)으로 죽는 게 이런 경우다. 맞은 부위에 피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정작 심장에는 혈액이 부족해져 사망하는 것이다. 심하면 우리 몸의 피 6~7ℓ 중 3분의1 이상이 허벅지 한군데의 상처로 몰리기도 한다. “전문가의 솜씨입니다.” 영화에서 부검을 마친 의사가 형사에게 흔히 던지는 말이다. 과연 전문가의 칼 솜씨라는 것이 존재할까. 부검의들은 이른바 ‘전문 칼잡이’가 낸 자상은 한 해 수백 구의 시신을 부검하는 의사들도 실제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국과원 관계자는 “영화에서처럼 사람 죽이는 일이 직업인 사람이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만큼 일반적으로는 살인자라도 심리적으로 동요하는 주저흔이 남기 마련”이라고 했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진은 “이젠 가해자와 형님, 아우 하면서 지낸다.”면서 모두 용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찔했던 당시 상황은 똑똑히 기억했다. “흉기가 허벅지를 관통했는데 대동맥이 끊겼으면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대동맥을 5㎜ 정도 벗어났는데, 저에게도 또 가해자에게도 천만다행이었지요. 하늘이 도운 순간이었죠.”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9)] 괴한에 허벅지 찔린 남진, 5mm 차이로 구사일생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9)] 괴한에 허벅지 찔린 남진, 5mm 차이로 구사일생

    1989년 11월 4일 오후 9시 50분 서울 중구 장충로 2가 타워호텔. 호텔 카바레에서 공연을 마친 가수 남진(당시 43세)은 일본 연예계 인사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뒤를 건장한 20대 남자 3명이 몰래 뒤따랐다. 남진이 벤츠 승용차 오른쪽 뒷좌석에 오르려는 순간, 그들 중 1명이 예리한 흉기를 품 속에서 꺼내 남진의 왼쪽 허벅지를 깊숙히 찔렀다. 남진은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남진의 피습기사는 다음날 신문 사회면에 그리 크게 나지 않았다. 당시는 이미 전성기를 넘긴 때이긴 해도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로서 다소 섭섭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괴한이 공격한 신체 부위가 배나 가슴이 아니라 허벅지였다는 점에서 언론사들이 덜 위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허벅지를 찔렀다는 것은 생명을 노렸다기보다는 그저 겁을 주기 위한 목적 정도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 사건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조폭들은 왜 허벅지를 공격할까 하지만 이상한 점은 조직폭력배들의 칼부림이 있을 때면 유독 허벅지를 노려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허벅지는 피를 보면서도 최악의 결론에는 치닫지 않아 상대를 겁주기 알맞다는 판단에서일까. 법의학자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허벅지 테러는 칼을 꽤 다룰 줄 아는 전문가들의 지능적인 살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아래 사례를 보면 무슨 뜻인지 짐작할수 있다. 사건1 2003년 7월 17일 오전 6시40분쯤 서울 논현동 대로변 포장마차. A(33)씨 등 3명이 B씨를 흉기로 허벅지를 찔렀다. 채권·채무 문제로 서로 심하게 다투다 A씨 일행이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허벅지를 여러차례 찔렀고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사건2 1992년 4월 12일 오후 11시 전주 완산구의 한 당구장. 폭력조직 W파 행동대원 김모(24)씨가 경쟁조직 N파 소속 2명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인들은 2층 당구장으로 올라가는 김씨의 뒤를 노렸다. 목격자는 경찰에서 20대 청년 2명이 당구장 계단에서 흉기로 양쪽 허벅지를 10여 차례 찌른 뒤 앞길에 대기시켜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범인들이 노린 것은 허벅지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조직폭력배가 낀 테러 사건일수록 피해자의 자상은 허벅지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폭들이 허벅지 부위를 공격하는 이유는 대퇴부의 동맥이나 정맥을 끊어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할 수 있는 반면 나중에 자신은 재판정에서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할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살해를 하더라도 살의는 감출 수 있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최근들어 조직폭력배 등이 연관된 허벅지 관련 흉기 범행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의학적으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전체 혈액 중 20~33% 정도 피를 쏟으면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실제 많은 피가 빠져나가 사망하는 ‘실혈사’(失血死)와 출혈을 하는 동안 급하게 혈압 등이 떨어져 사망하는 ‘실혈성 쇼크사’다. 피를 흘린 채 오랜 시간 방치될 경우에는 실혈사로, 대동맥 등이 절단돼 한꺼번에 급격히 피가 빠져가갈 때는 실혈성 쇼크사로 사망한다. 전문가의 칼 솜씨는 다르다? 허벅지는 살이 많다는 이유로 갖은 수난을 겪어 왔다. 역사 속의 태형(笞刑)도, 학교의 체벌도 주로 허벅지나 엉덩이에 집중됐다. 하지만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많이 맞으면 신체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곤장을 맞고 장독(杖毒)으로 죽는 게 이런 경우다. 맞은 부위에 피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정작 심장에는 혈액이 부족해져 사망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 우리 몸의 피 6~7ℓ 중 3분의 1 이상이 허벅지 한 군데의 상처로 몰리기도 한다. “전문가의 솜씨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부검을 마친 의사가 형사에게 흔히 던지는 말이다. 과연 전문가의 칼솜씨는 존재할까. 부검의들은 이른바 ‘전문 칼잡이’가 낸 자상은 한해 수백구의 시신을 부검하는 의사들도 실제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국과원 관계자는 “영화에서처럼 사람 죽이는 일이 직업인 사람이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만큼 일반적으로 살인자도 심리적으로 동요하는 주저흔이 남기 마련”이라고 했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진은 “이젠 가해자와 형님, 아우하면서 지낸다.”면서 모두 용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찔했던 당시 상황은 똑똑히 기억했다. “흉기가 허벅지를 관통했는데 대동맥이 끊겼으면 위험할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대동맥을 5㎜ 정도 벗어났는데, 저에게도 또 가해자에게도 천만다행이었지요. 하늘이 도운 순간이었던 거죠.”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외국인 35명 DMZ 탐방

    강남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11일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35명과 함께 ‘DMZ(비무장지대) 탐방’을 떠난다고 9일 밝혔다. 탐방에 나서는 외국인은 구 외국인전용 지원기관인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 이용자들로 임진각과 통일대교, DMZ 전시관, 제3땅굴, 도라전망대와 도라산역 등 한국의 안보 유적지를 두루 답사할 예정이다. 구는 7400여명의 외국인을 위해 빌리지센터를 설치, 운영해 국내 정착을 돕고 각종 민원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도 한 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다.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 센터장인 방송인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30·여·이탈리아)는 “DMZ 탐방은 한국전쟁의 흔적을 직접 보고 전쟁의 비극과 분단의 아픔을 느껴 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Y(당시 45세·여)씨는 범인의 인상착의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잔혹의 끝을 보았기에 기억을 되돌리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문이었다. 2007년 4월 15일 오전 8시 45분 대전 대덕구의 한 건물 지하 1층 P다방. 문을 열자마자 30대 남자가 거칠게 안으로 들어왔다. 내부에는 종업원 C(당시 47세·여)씨뿐이었다. 약간의 몸싸움이 있은 후, 날카로운 흉기가 C씨의 목을 갈랐다. C씨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 채 화장실 바닥에 쓰러졌다. 변태성욕자였던 남자는 더운 피를 쏟고 있는 시신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Y씨가 다방에 출근했다. 느낌이 이상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계산대에 있어야 할 C씨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범인과 눈이 마주쳤다. 범인은 다시 칼을 휘둘렀다. 다행히 목숨은 구했지만 Y씨는 몸과 마음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고 말았다. 경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다방 살인현장에서 50여개의 증거물을 수집했다. 하지만 딱 부러지는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결정적인 증거물은 오히려 현장 밖에서 나왔다. ‘이쯤에서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범인은 다방에서 500m 떨어진 도로변에 피 묻은 휴지를 버렸다. 1.5㎞ 더 떨어진 금강변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검정색 점퍼가 발견됐다. 범인은 강을 따라 도주한 듯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넘어온 점퍼는 육안으로는 혈흔을 발견할 수 없었다. 흐르는 강물이 피의 흔적을 지운 듯했다. 그렇다면 이제 기대를 걸어볼 것은 ‘루미놀’(luminol) 시험. 미국 수사드라마 CSI 시리즈에도 자주 나오는 루미놀은 사건현장에 남은 혈흔을 극소량까지도 찾아낼 수 있는 물질이다. 물이 가득 찬 양동이에 단 한 방울의 혈액만 떨어져도 DNA를 감별할 수 있을 만큼 감도가 뛰어나다. 이 때문에 주로 범인이 핏자국을 감추기 위해 증거물 세탁을 시도했을 때 유용하다. 특히 신선한 혈액보다 시간이 지난 혈흔에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루미놀 용액과 과산화수소수 혼합액을 핏자국이 있을 만한 자리에 뿌리면 된다. 피가 있는 자리라면 화학반응에 일시적인 발광현상을 일으켰다가 사라진다. 다행히 성과가 있었다. 피 묻은 휴지와 점퍼에서 숨진 C씨의 것 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성의 DNA가 동시에 검출됐다. 이제 남은 일은 그 주인을 찾는 것. 하지만 이후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용의자의 DNA만 확보했을뿐 이것을 누구와 비교할지가 막막했다. 이런 가운데 국과원의 다른 실험실에서는 범인을 쫓는 새로운 분석이 한창이었다. 성(性) 염색체인 Y염색체를 이용해 범인의 성(姓)이 김씨인지 이씨인지 박씨인지를 가려내는 시도였다. Y염색체는 남성에게만 존재하기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유전된다. 우리나라처럼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는 사회에서는 Y염색체의 유전적 지표(STR)를 분석해 공통점을 찾는다면 범인의 성씨를 특정할 수 있다고 국과원은 판단했다. 국과원은 1차로 자체 보유하고 있던 동종 전과자 등 1000명의 Y염색체 STR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범인의 Y염색체 단상형이 오(吳)씨 성을 가진 2명과 일치했다. 국과원은 사건 현장 인근에 오씨 집성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차 분석에 들어갔다. 집성촌 주민 19명의 동의를 얻어 상피세포를 분석했다. 역시 Y염색체는 특정 부위에서 공통점을 나타냈다. 국과원은 결국 수사팀에 “용의자는 오씨일 가능성이 크다.”고 통고했다. 사건발생 50여일 만인 6월 4일 경찰은 경기 광명시에 숨어 있던 범인 오모(당시 35세)씨를 검거했다. 그는 1989년 충남 연기군에서 할머니와 어린이 등 3명을 살해한 죄로 15년을 복역하고 2년 전인 2005년 만기 출소한 상태였다. 17년 전 범행 때에도 시신에 몹쓸 짓을 하는 등 수법이 비슷했다. 오씨는 “돈이 떨어지자 교통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방에 들어가 금품을 빼앗은 뒤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시신에 변태적인 방법으로 성욕을 푼 사실도 인정했다. 당시 수사경찰은 “범인의 점퍼에서 점안액이 나왔는데, 그 안약이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병원 기록을 추적하며 포위망을 좁혀 갔다.”면서 “이 과정에서 용의자가 오씨라는 국과원의 분석은 불특정다수인 점안액 구매자들 가운데서 용의선상 인물을 압축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국과원 관계자는 “지금은 살인이나 성 범죄자와 같은 흉악범의 DNA는 국가 차원에서 영구 보존하도록 해 재범 방지 등에 활용하고 있지만 2007년 오씨가 출소할 때만 해도 범죄자 DNA은행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DNA를 통한 성씨 규명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성씨가 생물학적으로만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입양했다든지 부인의 외도를 통해 임신이 된다든지 하는 변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과원 관계자는 “한국인의 5대 성씨(김, 이, 박, 최, 정)는 본관 또한 워낙 다양해 부계 유전의 일관성이 결여되는 약점도 있다.”면서 “염색체를 이용해 성씨를 판별하는 것은 수사에서 제한적이고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김종창, 아시아신탁 주식 지인 명의로 숨겨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인 명의의 아시아신탁 주식을 지인에게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이 2008년 3월 금감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서울대 동문이자 지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부인 명의의 아시아신탁 주식을 매각이 아닌 명의신탁 형태로 넘긴 정황이 포착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부인 명의의 주식이 사업가 박씨에게 넘어갔음에도 주식 대금을 받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주식거래를 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면 명의신탁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명의신탁은 소유권을 그대로 두고 이름만 빌려 주는 것으로 조세회피나 지분 보유 은닉 등으로 종종 악용된다. 명의신탁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전 원장은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김 전 원장의 재산 변동 사항을 분석한 결과, 취임 첫 해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가 감소했다고 신고했지만 퇴임 직전인 올해 3월 재산신고 때까지도 매도 대금 3억 9000만원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3월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이 설립될 당시 부인 명의로 4억원을 출자, 전체 지분의 4%인 4만주를 소유했고 사외이사까지 지냈다. 그러다가 이듬해 3월 금감원장으로 취임하기 직전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지분도 매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지분을 매입한 박씨가 이후 사외이사도 맡았고, 주주권을 행사했다.”면서 “명의신탁 여부는 당사자 간의 일이라 회사 입장에선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과 박씨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시아신탁이 보유했던 부산저축은행 주식 46억원어치의 매각을 부산저축은행이 알선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말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과정에 참여해 약 90억원을 투자하며 투자금의 절반은 2010년 말까지, 나머지 절반은 1년 내에 되팔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부산저축은행이 지분을 되살 수 없으면 대신 매입해 줄 대상을 구해 주기로 구두 협의를 했다. 이 같은 계약에 대해 아시아신탁 측은 “회사 자본금에 견줘 투자액수가 커 여러 안전장치를 달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신탁은 투자 3개월 만에 권리를 행사해 25억원어치 주식을 부산저축은행의 소개로 제3자에게 팔았고, 다시 3개월 만에 21억원어치 주식을 또 제3자에게 넘겼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이 급격히 악화된 재무상황을 잠시 모면하려고 말뿐인 유상증자를 했고, 김 전 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부산저축은행이 소개해 준 법인에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넘겼다.”면서 “김 전 원장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지민·오달란기자 icarus@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7) 정관수술한 연쇄성폭행범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7) 정관수술한 연쇄성폭행범

    성폭행범이 피해자나 현장에 남기는 ‘씨앗’(정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죄악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범인을 붙잡아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수사의 열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증거물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수사당국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순간이다. 지난해 말 경북 구미경찰서 강력팀에 비상이 걸렸다. 관내에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주로 원룸과 아파트 1, 2층에 혼자 사는 부녀자들을 상대로 한 범행들이었다. 범인은 동일인으로 추정됐다. 피해자들이 전하는 인상착의나 범행수법이 그랬고, 일부 확보된 폐쇄회로(CC)TV 화면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 30대 ‘발바리’(연쇄 성폭행범)는 초기에는 주로 새벽 3~4시대에 활동하더니 범행시간을 아침으로 옮기는 등 갈수록 대담해졌다. 그중에서 경찰을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범인의 정액에서 도통 DNA를 확인해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증거물에서 매번 남성의 정액은 확인됐지만 정작 그 안에서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정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확보한 범인의 흔적 ‘무용지물’ 범행 증거물을 아무리 서둘러 채취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보통 남성의 정자 속 DNA는 여성의 몸속에서 72시간이 지나면 증거능력을 상실한다. 여성 몸 안에 있는 효소가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정자의 DNA를 분해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은 이런 이유에서 빠른 증거 채취가 중요하다. 통상 남성의 정액은 물에 400배까지 희석해도 증거물로서 유효하다. 미량으로도 DNA를 규명해 범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결정적인 단서는 정액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산성 인산화효소(PAcP·Prostatic acid phosphatase)다. 현대과학은 이 효소를 정밀분석해 범인을 쫓는다. 특히 사람의 몸 밖으로 나와 바닥이나 벽, 의류 등에 묻은 정액의 증거 능력은 몇 년을 간다. 말라붙은 상태로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가 클린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말하면서 증거로 제시한 것이 그녀의 드레스였다. 두 사람의 신체접촉은 이미 2년이나 흐른 상태였지만 그녀의 드레스에 말라붙은 클린턴의 정액은 주인의 DNA를 온전히 품고 있었다. 지난 15일 성폭행 미수 혐의로 미국 뉴욕에서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도 호텔 여직원의 셔츠에 튄 정액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 구미경찰서 강력팀은 증거물 속에서 정자가 확보되지 않자 “범인이 무정자증 환자이거나 정관수술을 받은 남자일 것”이라는 쪽으로 수사방향을 잡았다. ●“정관수술한 30대를 잡아라” 정액은 크게 정자와 이를 감싸는 액체 성분으로 구성된다. 보통 DNA는 액체가 아니라 정자의 머리에 위치한다. 수술을 통해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정관을 막아버린 사람의 정액에서 DNA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완전범죄는 없는 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남성의 유전자형만 선택해 증폭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 극미량의 요도 상피세포를 바탕으로 범인의 DNA를 검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DNA의 주인을 찾는 일. 경찰은 관내 병원들을 상대로 과거 정관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용의자들이 하나둘 압축됐고 수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허무하게 마무리된 과학수사의 개가 하지만 과학수사의 개가는 허탈하게 결론났다. 지난해 12월 22일 밤 구미경찰서에 30대 여성의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전화기 속 여성은 숨죽인 목소리로 “나를 성폭행한 남자가 지금 집에 있다.”고 했다. 경찰이 신고자의 2층 빌라를 급습한 순간, 범인 유모(당시 30세)씨는 피해자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40분쯤 술에 취해 여성의 집 안으로 들어온 그는 성폭행을 한 뒤 취기가 올라 잠에 빠져들었다. 유씨는 구미의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였다. 예상대로 그는 피임을 위해 몇 년 전 정관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성폭행범들은 피해자들에게 자기는 정관수술을 받았으니 신고해도 소용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등 뻔뻔함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정자가 없어도 범인의 DNA를 쉽게 뽑아 낼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한 데다 오히려 유씨 같은 무정자 성폭행범은 정관수술을 한 사람 등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어 검거하기가 더 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키스 재럿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연주 들을 것”

    키스 재럿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연주 들을 것”

    지난해 10월 6일 세종문화회관. 공연 전 이례적으로 관계자가 나와 “연주 도중 손뼉을 치지 말고 절대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첫 번째 앙코르가 끝나고 ‘사달’이 났다. 2층 객석에서 카메라플래시가 터진 것. 사내는 마이크를 잡더니 “카메라가 없는 모든 분께 감사하고, 사진 찍는 사람들을 저주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두 번째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까칠한 성격만큼이나 실력도 첫손으로 꼽히는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66)의 첫 솔로 콘서트가 새달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게리 피콕(베이스), 잭 디조넷(드럼)과 함께 데뷔 이후 42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가진 데 이어 두 번째 내한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공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30여 년간 재럿의 솔로 콘서트는 정해진 프로그램 없이 그때그때의 음악적 영감에 따라 즉흥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그의 솔로 콘서트는 항상 신성한 순간’(독일 슈피겔지)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세종문화회관 측이 재즈평론가 김현준을 통해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재럿은 “(트리오와 솔로 공연은) 아예 다른 행성에 발을 딛고 선 듯한 느낌을 안겨 준다. 나란 사람은 하나지만 전혀 다른 공간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솔로 공연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시작 단계”라면서 “그 시작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공연 전체가 경직될 수도 있고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재럿은 1960년대 초반 재즈로 전향했다. 60년대 말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에 합류했고 이후 60여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등 재즈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간은 창작곡을 발표하지 않아 팬들을 서운하게 했다. 재럿은 “1990년대 말에 건강이 매우 좋지 못했고 이후 더는 곡을 쓰지 않는다.”면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것은 결국 즉흥 연주뿐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남아 있는 모든 에너지를 바로 거기에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장과 악기는 물론 관객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솔로 공연을 하지 않는 까탈스러운 재럿이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내한공연을 하는 것은 지난해 한국 재즈 팬의 ‘리액션’에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고’는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의 공연 중 최고 청중이라며 재럿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이번 공연에 전담 레코딩 엔지니어를 동반해 실황음반으로 남길 계획이다. 세종문화회관을 찾는 팬들은 재즈 역사의 한순간을 함께 하는 셈이다. 5만~18만원. (02)399-111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세계적 도심 속 철새도래지 밤섬에 가보니…

    세계적 도심 속 철새도래지 밤섬에 가보니…

    26일 오전 10시쯤 한강 아래밤섬을 찾은 낯선 손님들을 먼저 반긴 것은 허리춤까지 훌쩍 자란 갈대숲이었다. 가을이면 2m도 넘게 자라 속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날 만남은 행운이었다. 홍수로 물이 가득 들어찼던 대지는 바둑판 같은 논바닥을 닮았다. 이따금 버드나무 위로 이름 모를 새들이 푸드덕 날아올랐다. ●멸종위기 횐꼬리수리 등 서식 자살 실패로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김씨표류기’의 무대였던 밤섬.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선착장에서 유람선 ‘한강르네상스호’에 올라 장화로 갈아 신고 구명조끼까지 갖춘 뒤 다시 7인승 순찰선을 타고 5분여를 달려 섬에 도착했다. 거친 물살과 섬 주변의 얕은 수심 때문에 유람선으로는 쉽게 닿을 수 없다고 류경기 한강사업본부장이 귀띔했다. 물이 많으면 섬 하나로 몸을 합쳤다가 줄어들면 ‘형제 섬’으로 돌아가곤 한단다. 위밤섬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래밤섬은 마포구 당인동에 있다. 토사 퇴적으로 연평균 4200㎡씩 넓어지는데 현재 크기는 27만 3503㎡에 이른다. 1968년 한강개발에 따라 폭파됐다가 43년 만에 철새도래지로 자리매김하며 일반인들에겐 ‘치외법권 지역’이 됐다. ●27만여㎡… 연평균 4200㎡씩 증가 대규모 버드나무 군락지인 아래밤섬에선 5월이면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청둥오리, 괭이갈매기, 노랑딱새 등 많은 새들이 짝짓기를 한다. 2007년 28종에서 지난해 33종의 새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행은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섬을 가로지르다 갈대숲에서 오리가 알을 낳은 둥지를 발견하는 행운을 덤으로 누렸다. 너무나 은밀한 안식처에 둥지를 틀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가만가만 살펴야 했다. 얼마쯤 더 걸었을까. 한강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이 거주했던 땅에 ‘밤섬주민 옛 생활터’라고 쓰인 표석과 마주했다. 주위는 야생화와 갈대로 둘러싸여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으나 사람 키만 한 뽕나무들을 보며 사람이 살았다는 게 실감났다.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단으로 발길을 돌리자 영화 ‘김씨표류기’의 주무대를 만났다. 영화처럼 파도가 철썩이는 하얀 모래사장이 1㎞ 남짓 이어졌다. 그러나 김씨가 모래사장에 ‘헬프’(Help) 대신 ‘헬로’(Hello)를 쓸 만한 공간은 위섬과 만나는 지점에 다다랐을 때에야 비로소 만났다. 대부분 강물이 들어차거나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모래사장을 덮고 있었다. 한강본부 오형민(운영부 환경과) 주무관은 “구본무 LG 회장이 워낙 철새를 좋아해 저기 쌍둥이 빌딩 동관 30층에서 매일같이 망원경으로 밤섬을 관찰한다더라.”면서 “밤섬에 사람이 출입한다 싶으면 사무실로 즉각 신고할 만큼 철새 사랑이 지극하다.”고 말했다. 영화처럼 강 건너 아파트에서 달 관찰을 하는 망원경으로 밤섬을 바라보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나온 여자 주인공과 오버랩됐다. 밤섬은 주기적으로 몸단장(대청소)을 한다. 때문에 영화처럼 자장면 봉지, 오리배, 그리고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 같은 생활쓰레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날 한강 서식어종 조사체험과 물고기 산란장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는 황복, 쏘가리, 치리 등 39종의 어류가 발견되고 있다. 류 본부장은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참매, 말똥가리 등 보호가치가 높은 밤섬은 세계에서 드문 도심 철새도래지”라며 “1999년 8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식물도 2007년 양버즘나무, 조팝나무, 애기똥풀, 큰달맞이꽃 등 178종이나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같은 하얀 모래사장이 1㎞ 오세훈 시장은 눈치알, 잉어알, 붕어알 등이 자라는 물고기 산란장 근처에서 그물을 끌어당겨 잡은 70㎝는 족히 돼 보이는, 팔뚝만한 잉어를 들어올리는 시범을 보이다 힘센 녀석들 때문에 물세례를 받았다.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장어와 참게도 잡혔다. 오 시장은 “개발이란 미명 아래 무인도 신세가 돼 버린 밤섬은 이제 자연성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대표적인 생태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의 핵심 기치인 회복·창조와도 맞닿는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교수 ‘ 아내 살해’ 내연녀와 시신유기 장소 3차례나 답사

    ‘완전범죄는 없었다.’ 재혼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대학교수 강모(53)씨는 재혼뒤 1년 만에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 박모(50)씨를 살해하려고 내연녀와 함께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25일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강씨를 구속하고, 외국으로 도피한 내연녀 최모(50)씨를 수배했다. 최씨는 경찰 수사 한 달여 만인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출국한 뒤 지인이 있는 호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2004년부터 대리운전기사인 최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난 3월부터 최씨와 함께 3차례에 걸쳐 을숙도대교, 거가대교 등을 답사하며 사전에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쇠사슬, 노끈, 가방 등 범행도구를 일부러 돌아다니며 구입했다. 강씨는 범행일인 지난달 2일 오후 11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 모 호텔 부근 주차장에서 박씨를 자신의 그랜저에 태운 뒤 목 졸라 살해하고 미리 준비한 노끈, 쇠사슬 등을 감아 가방에 담았다. 내연녀 최씨는 주차장 부근에서 자신의 차량인 옵티마를 주차해놓았다가 숨진 박씨의 시신을 옵티마 트렁크에 옮겨실은 뒤 각자의 차량으로 강씨의 주거지인 만덕동 부근으로 이동했다. 강씨가 집에 차를 두고 나와 북구 만덕동 주점과 사하구 하단로터리 인근 주점에서 알리바이를 만드는 사이, 최씨는 혼자 차량을 을숙도대교로 몰아 시신을 유기하려다 힘에 부치자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을숙도대교에서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강씨는 또 내연녀 최씨가 범행에 가담한 흔적을 없애려고 범행 전날인 지난달 1일 최씨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본사에까지 찾아가 삭제시켰지만, 경찰의 복원으로 공모가 드러났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씨줄날줄] 사이버 장의사/이춘규 논설위원

    장의사의 일상을 다룬 일본 영화 ‘오쿠리비토’는 2009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영화에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인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악단 해체로 고향에 돌아간다. 일자리를 찾다가 ‘나이 제한 없고 고수익 보장’이라는 여행안내인 구인광고를 본다. 면접과 동시에 합격한다. 그런데 여행안내인은 인생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장의사였다. 모진 고생 끝에 직업의식이 투철한 장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장의사는 회사 소속이냐,개인 영업이냐를 별로 따지지 않는다. 그 장의사가 세분화되고 있다. 장의사, 염사, 장례지도사로도 분류한다. 장의사는 조선시대 한양에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지방과 도시에서는 마을공동체 단위의 상조회가 장례를 주도했다. 초상이 나면 장례 물품을 조달하고 상여를 멨다. 묘 다지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농·어촌 마을에는 상조회가 남아 있으나 거의 사라졌다. 상조회의 역할을 장의사가 대신한다. 한국장례업협회 산하에는 1만 1000여명의 장례지도사가 있다. 비회원도 많다. 전문직업인 장례지도사는 장례 업무를 총괄하는 일을 담당한다. 장례지도사는 발인에 앞서 시신을 닦고 화장까지 시킨 다음 준비된 수의를 입히고 입관한다. 침착함과 담력,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 장의사와 장례지도사들은 죽은 사람의 이승에서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주려고 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르면 이승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다. 인터넷 시대엔 고인의 흔적이 사이버상에 남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죽은 사람이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지워주는 ‘사이버 장의사’가 등장했다.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해 300달러를 내고 죽은 뒤 자신의 인터넷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유언을 남긴다. 장의사는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회원의 생전 요청대로 사이버상 흔적을 지워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진 사진, 친구들 계정에 남겨진 댓글도 없애줘 인기라고 한다. 국내에도 사이버 장의사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한 여자 아나운서가 자살한 뒤에도 정보가 넘쳐 시끄럽다.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퍼나르는 행위가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산 사람들이 온라인상 정보 때문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너무 높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면 온라인상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적극 추진되고 있다. 산 사람도, 죽은 이도 편치 않은 정보과잉시대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6)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6)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의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수사 당국은 괴로워진다. 사람들의 법의학 지식을 마구 늘려 주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아는 게 많아지면 그들이 현장에 남기는 흔적은 갈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현장에 아무것도 전혀 안 남길 수는 없다.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남는다. 법의학에서는 이런 초미니 흔적들을 ‘미세증거물’(LCN·Low Copy Number)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극미세 증거가 때로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한다. 1. 처참하게 살해된 천안 모녀 2009년 3월 19일 오전 7시 38분. 충남 천안의 주택가. 유모(당시 70세)씨가 다급한 비명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옆집이었다. 앞마당에는 이집 딸(당시 20세)이, 안방에는 엄마(당시 48세)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119가 출동했지만 두 명 모두 숨을 거뒀다. 사인은 출혈성 쇼크사. 주검은 처참했다. 범인은 특히 이집 엄마에게 원한이 많은 듯했다. 목과 등에 20곳에 걸쳐 상처가 나 있었다. 딸은 왼쪽 가슴과 팔 등 5곳을 베였다. 곳곳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족적이 있었다. 경찰은 일단 치정(痴情) 살인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150여점의 현장 혈흔을 포함해 200여개의 방대한 증거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증거가 많은 만큼 사건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2. 증거품 200여개 중 단서 없어 이튿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원 유전자분석실. 증거는 많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용의선상에 올린 피해자 주변 10명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비교했지만 현장 증거와 일치하는 것은 없었다. 범인의 족적도 개수만 많았을 뿐 발 치수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통상 살인사건에서 피 묻은 증거품이 많으면 단서가 될 만한 것 역시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혈이 낭자하면 피해자의 혈흔이 다른 증거들을 오염시키고 훼손하게 된다. 이 사건이 딱 그랬다. 난관에 부딪친 국과원은 마지막으로 ‘최고로 구린 녀석’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피해자의 집 뒤뜰에 똬리를 틀고 있던 대변이었다. 경찰은 대변 주변에서 발견된 족적이 사건 현장의 혈흔 족적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게 범인의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터였다. 대변은 변질을 막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냉장된 상태로 이송됐다. 3. 대변에 섞여 있던 범인의 DNA 이제 해야 할 일은 대변 속에 담긴 ‘범인의 DNA’를 찾아내는 것.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사실 대변은 그 자체로는 인간의 DNA를 품고 있지 않다. 음식이 사람의 뱃속에서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대변에서 채취해야 하는 것은 주인의 몸을 빠져나오는 동안 표면에 묻는 장(腸) 상피세포다. 연구원들은 우선 대변을 꽁꽁 얼린 뒤 면봉으로 겉을 꼼꼼하게 닦아 냈다. 대변의 속보다는 표면에 상피세포가 더 많이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추출한 세포를 원심분리기와 증폭기에서 돌렸다. 얼마 후 대변의 주인이자 DNA의 주인인 범인이 밝혀졌다. 이웃집 남성 천모(55)씨였다. 천씨는 살인에 썼던 도구를 몰래 버리는 모습까지 경찰에 발각되자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천씨는 “죽은 여인이 내가 과거 절도범으로 감옥에 갔다 온 사실을 내 애인 등에게 떠벌리고 다녀 이를 따지러 갔다가 홧김에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고 3인 아들에게 아버지가 전과자인 것이 들통 나는 것이 미치도록 싫었다.”고도 했다. 4. 카펫 섬유·모발… 작아서 장점이자 단점 미세증거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피해자를 말았던 카펫에서 나온 섬유, 신발 밑창에 묻은 먼지, 성폭력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모발, 범행도구에 묻은 페인트 등이 말하자면 모두 미세증거물이다. 대변은 미세증거물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경우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처럼 대부분 미세증거물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눈에 안 띌 정도로 작다는 것은 범인에게나 수사관에게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수사관이 현장에서 증거품으로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범죄자가 흔적으로 남겨 놓을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 덕에 현재 수사 당국은 사람들이 통상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세한 물품에서도 증거를 가려낼 수 있다. 100pg(피코그램·100억분의1g)만큼의 극미세 DNA도 검출해 주인을 가려낼 수 있다. 물론 오염도 쉽고 분해되는 일도 많은 DNA가 원래 특성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5. 에필로그:범인의 대변 긴장 탓? 미신 탓? 천씨는 왜 화단에 대변을 본 걸까.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본인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흉기를 품에 지니고 피해자 집에 간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었다.”면서 “아무리 간 큰 범죄자도 범행 전엔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천씨의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가 왔던 모양”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절도범의 미신’ 때문으로 추측했다. 그는 “절도범들은 범행 현장에서 대변을 보면 경찰에 잡히지 않는다고 믿는데, 과거 절도 경력이 있던 천씨가 그대로 따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대변 속 100억분의 1g의 DNA를 찾아라. 미세증거물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의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수사 당국은 괴로워진다. 사람들의 법의학 지식을 마구 늘려 주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아는 게 많아지면 그들이 현장에 남기는 흔적은 갈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현장에 아무것도 전혀 안 남길 수는 없다.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남는다. 법의학에서는 이런 초미니 흔적들을 ‘미세증거물’(LCN·Low Copy Number)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극미세 증거가 때로는 범인 검거에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한다.    1. 처참하게 살해된 천안 모녀  2009년 3월 19일 오전 7시 38분. 충남 천안의 주택가. 유모(당시 70세)씨가 다급한 비명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옆집이었다. 앞마당에는 이집 딸(당시 20세)이, 안방에는 엄마(당시 48세)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119가 출동했지만 두 명 모두 숨을 거뒀다. 사인은 출혈성 쇼크사. 주검은 처참했다. 범인은 특히 이집 엄마에게 원한이 많은 듯했다. 목과 등에 20곳에 걸쳐 상처가 나 있었다. 딸은 왼쪽 가슴과 팔 등 5곳을 베였다. 곳곳에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피묻은 족적이 있었다. 경찰은 일단 치정(痴情) 살인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150여점의 현장 혈흔을 포함해 200여개의 방대한 증거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증거가 많은 만큼 사건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2. 증거품은 많지만 단서는 없었다  이튿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원 유전자분석실. 증거는 많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용의선상에 올린 피해자 주변 10명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비교했지만 현장 증거와 일치하는 것은 없었다. 범인의 족적도 개수만 많았을 뿐 발 치수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다. 통상 살인사건에서 피 묻은 증거품이 많으면 단서가 될 만한 것 역시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나치게 유혈이 낭자하면 피해자의 혈흔이 다른 증거들을 오염시키고 훼손하게 된다. 이 사건이 딱 그랬다.  난관에 부딪친 국과원은 마지막으로 ‘최고로 구린 녀석’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피해자의 집 뒤뜰에 똬리를 틀고 있던 대변이었다. 경찰은 대변 주변에서 발견된 족적이 사건 현장의 혈흔 족적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게 범인의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터였다. 대변은 변질을 막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냉장된 상태로 이송됐다.    3. 대변에 섞여 있던 범인의 DNA  이제 해야 할 일은 대변 속에 담긴 ‘범인의 DNA’를 찾아내는 것.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사실 대변은 그 자체로는 인간의 DNA를 품고 있지 않다. 음식이 사람의 뱃속에서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대변에서 채취해야 하는 것은 주인의 몸을 빠져나오는 동안 표면에 묻는 장(腸) 상피세포다.  연구원들은 우선 대변을 꽁꽁 얼린 뒤 면봉으로 겉을 꼼꼼하게 닦아 냈다. 대변의 속보다는 표면에 상피세포가 더 많이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추출한 세포를 원심분리기와 증폭기에서 돌렸다. 얼마 후 대변의 주인이자 DNA의 주인인 범인이 밝혀졌다.  이웃집 남성 천모(55)씨였다. 천씨는 살인에 썼던 도구를 몰래 버리는 모습까지 경찰에 발각되자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천씨는 “죽은 여인이 내가 과거 절도범으로 감옥에 갔다 온 사실을 내 애인 등에게 떠벌리고 다녀 이를 따지러 갔다가 홧김에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고 3인 아들에게 아버지가 전과자인 것이 들통 나는 것이 미치도록 싫었다.”고도 했다.    4. 범인에게나 수사관에게나 양날의 칼  미세증거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피해자를 말았던 카펫에서 나온 섬유, 신발 밑창에 묻은 먼지, 성폭력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모발, 범행도구에 묻은 페인트 등이 말하자면 모두 미세증거물이다. 대변은 미세증거물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경우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말처럼 대부분 미세증거물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접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눈에 안 띌 정도로 작다는 것은 범인에게나 수사관에게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수사관이 현장에서 증거품으로 발견하기가 어렵지만 범죄자가 흔적으로 남겨 놓을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 덕에 현재 수사 당국은 사람들이 통상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세한 물품에서도 증거를 가려낼 수 있다. 100pg(피코그램·100억분의1g)만큼의 극미세 DNA도 검출해 주인을 가려낼 수 있다. 물론 오염도 쉽고 분해되는 일도 많은 DNA가 원래 특성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5. 에필로그: 그는 왜 화단에서 대변을?  천씨는 왜 화단에 대변을 본 걸까.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본인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흉기를 품에 지니고 피해자 집에 간 점 등을 감안할 때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었다.”면서 “아무리 간 큰 범죄자도 범행 전엔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천씨의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가 왔던 모양”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절도범의 미신’ 때문으로 추측했다. 그는 “절도범들은 범행 현장에서 대변을 보면 경찰에 잡히지 않는다고 믿는데, 과거 절도 경력이 있던 천씨가 그대로 따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청동기 시대 ‘군인’ 유골 100구, 獨서 발견

    청동기 시대 ‘군인’ 유골 100구, 獨서 발견

    독일에서 초기 청동기 시대에 전투를 벌이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100여구가 발견돼 고고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독일 발트해와 스칸디나비아 고고학 연구센터가 톨레젠 계곡에서 발견한 이 유골들은 청동기 시대에 종족다툼을 벌이던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유골은 2㎝가량의 화살촉이 박힌 상태였으며, 발굴된 유골 100여 구 중 8구는 뼈 또는 대퇴골에 큰 손상이 있었는데 이는 말에서 떨어져 생긴 부상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발견된 유골 대부분은 젊고 건장한 청년의 것이며, 대부분 종족 간 전투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유골 뿐 아니라 초기 청동기 시대에 활용된 무기들도 대량 발굴됐다. 이들 무기들은 톨레젠강 인근에서 발견됐으며, 나무 야구배트 또는 망치와 비슷한 형태를 띤다. 이번 발견은 지금까지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초기 청동기 시대의 전쟁터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를 이끈 해럴드 뤼프케 박사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초기 신석기 시대에도 야만적인 전투가 벌어졌다는 흔적을 찾은 바 있지만 대규모 유적지 발굴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에 공개한 유골 100구와 초기 청동기 시대의 무기들은 샘플에 불과하다. 우리 연구팀은 여전히 톨레젠 강둑에서 발굴 작업 중”이라면서 “이번 발견은 청동기 시대의 물리적 충돌 형태와 장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한편 이번 발굴과 관련한 연구 결과는 학술지인 ‘저널 앤티쿼티’(Journal Antiquity)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