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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몽골-여자들만의 캠핑 7 Days in Mongolia②어기 호수 Ugii lake

    해외여행 | 몽골-여자들만의 캠핑 7 Days in Mongolia②어기 호수 Ugii lake

    ●어기 호수 Ugii lake Өгий нуур 오아시스의 반전 도로와 초원을 덜컹거리는 차에 몸을 맡기고 얼마나 달렸을까. 지나온 게르들과는 사뭇 다른 큰 규모의 게르 캠프가 보이고 푸른 호수도 함께 시야에 들어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아르항가이 아이막의 호수는 한낮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게르의 주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게르 근처에 차를 대고 호숫가에 자리를 잡았다. 아르항가이 아이막은 울란바토르와도 가깝고 호수와 산, 초원 등이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몽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자 몽골 사람들도 휴가로 많이 찾는 곳으로 호수에는 이미 열댓 명의 몽골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운데 터를 비워 두고 빙 둘러 각각 하나씩 자신의 텐트를 치고 의자와 테이블을 꺼내 식사를 준비했다. 우리는 몽골에서 산 재료들을 요리해 몽골식 볶음국수를 해 보기로 했다. 몽골인 가이드와 운전사 친구의 조언을 얻어가며 작은 도마 위에서 양파와 당근을 썰고, 버너에 불을 켜고, 냄비를 달그락거리며 몽골에서의 첫 캠핑을 시작했다. 수제비와 칼국수의 중간쯤 되는 가늘고 짧은 몽골식 면과 쇠고기, 야채를 달달 볶아 만든 음식 앞에 각자의 밥그릇과 수저를 꺼내 들고 모여 앉았다. 내 경우는 이번 몽골 여행이 첫 캠핑이었는데, 캠핑 전문가인 언니들이 나에게 한 첫 조언은 ‘캠핑의 시작은 자기 밥그릇과 수저를 챙기는 것부터’라고 했다. 나무젓가락에 일회용 접시가 아니라, 코펠과 가벼운 포크로 맛보는 몽골의 음식으로 인해 여행 기분이 배가 되었다. 술 한 잔을 곁들여 둘러앉아 밥을 먹는, 이 완벽할 뻔한 순간을 방해한 것은 다름 아닌 호숫가에 서식하는 하루살이 벌레들이었다. 이상하게도 음식과 물에는 접근하지 않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벌레들에 둘러싸여 있자니 여간 찝찝한 게 아니었다. 말린 풀 덩어리 같은 바짝 마른 말똥을 한데 모아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해 불을 지피니 천연 벌레 퇴치제가 된다.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고 호숫가 근처에 사이트를 구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는 것이 낫다. 텐트 위로 가득한 하루살이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하루살이들의 역습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호수 위에 낮게 펼쳐진 구름은 분홍빛에 가까운 천국의 색을 보여 주었고 물 위에 그대로 비치는 풍경을 배경으로 우리의 베이스캠프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장비들을 자랑하며 캠핑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다 보니 사위가 어두워졌다. 놀랍게도 그때가 밤 10시45분쯤. 그날은 몽골에서 일 년 중 세 번째로 가장 낮이 길다는 날이었다. 호수 위로 낮게 깔린 구름을 아래에 두고 달이 떠올랐다.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서 환한 빛을 발했다. 그 달빛 아래서 우리는 초원 위에 매트를 깔고 누워 앞으로의 여행이 더욱 즐겁기를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초원에서 지표를 찾다 하염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려 목적지를 찾아가는 몽골 사람들을 보며 궁금해진다. 무엇을 이정표로 해서, 무엇을 표식으로 삼고 나아가는 것일까?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구름 그리고 땅뿐이다. 몽골을 여행하는 동안 발견한 표지판이라고는 한두 개 정도뿐이었다. 길을 떠나며 마주하는 어워에 기원한 사람들의 흔적을 읽어내는 것일까, 수십수백의 양떼를 몰며 가는 양치기의 발걸음을 찾는 것일까, 혹은 말을 타고 먼 곳을 바라보며 달리는 누군가의 휘파람 소리를 듣는 것일까. 정착하기보다는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살아가는 유목민의 삶. 이들이 이 땅덩이 위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끌려가기보다는 삶이 자유롭게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도, 나를 이끌어 주는 표지판 하나가 없을 지언정, 그저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길이 어디 있는지 묻지 않는다. 내 앞에 펼쳐진 드넓은 초원과 하늘이 모두 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초원의 늑대를 숭배하는 유목민족 과거 몽골제국의 기마군대가 서구를 점령할 때, 서구 사람들의 눈에는 다만 말들이 떼거지로 달려오고 있는데, 그 말들이 좀더 가까운 시야에 들어왔을 무렵, 활을 조준하는 무사들이 말의 허리에서 갑작스레 우뚝우뚝 솟으며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었다. 몽골 전사들의 그 용맹함에 가히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경외감과 숭고함과 공포의 세 축이 이 기마민족에 대한 유럽인들의 심경이지 않았을까?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Travie writer 봉현, 최윤정 큐레이터 일러스트 봉현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취재협조 몽골리아 세븐데이즈 www.mongolia7days.com, 미야트 몽골항공 www.miat.com, 02 756 9761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좋아요’만으로 성격·지능·행복도·성적 취향까지 ‘파악’되고 있다

    ‘좋아요’만으로 성격·지능·행복도·성적 취향까지 ‘파악’되고 있다

    -분석도구 공개..."기분 나쁠 정도로 정확" 현재 거대 IT 기업들은 소비자의 집 주소, 현재·과거 위치, 인터넷 사용기록 등 개인적인 데이터들을 수집 및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 편의를 대폭 증진시킨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정보수집 활동은 그러나 사용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일부 유명 IT 기업들이 개인정보 처리·분석 과정에서 위법의 소지가 엿보이는 행적을 보였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며 많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를 둘러싸고 보다 현명한 대안이 요구되는 가운데,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비교적 ‘공개적인’ 데이터에 속하는 개인의 페이스북 ‘좋아요’ 기록만을 가지고 개인의 성향과 성격을 상세하게 분석해주는 도구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플라이 매직 소스’(Apply Magic Sauce)라는 이름의 이 분석 도구는 특정 사용자가 페이스북상에 남긴 ‘좋아요’ 기록만을 통해 그 사람의 성별, 지능, 정치성향, 종교, 인생 만족도, 성적 취향 등을 모두 상당히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도구는 그들의 교육 수준이나 연애 현황도 파악할 수 있으며, 심리학에서 말하는 ‘5가지 성격 특성 요소’(big 5 personality traits) 즉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개방성을 개별적으로 측정해주기도 한다. 개발자 데이비드 스틸웰은 “(일반적인) 성격 테스트는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질문들에 답하는 형식이지만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개인의 실제 인생을 반영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분석도구의 분석결과는 (다른 테스트에 비해)거의 기분 나쁠 정도로 매우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플라이 매직 소스는 사용자의 ‘좋아요’ 기록을 다른 사용자 600만 명의 ‘좋아요’ 기록과 상호 비교하는 방식으로 개인의 성격을 분석한다. 분석을 원하는 사용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분석도구에 연동시키면 즉시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페북엔 사진·인맥까지 알려주는 셈 이토록 뛰어난 성능을 지닌 도구이지만, 스틸웰은 페이스북의 경우 이보다도 더욱 강력한 분석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좋아요’ 기록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맥, 사진 등 월등히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들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 네티즌들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그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수집되고 있는데도 그 자료를 가지고 페이스북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좋아요 기록’과 같은, 사생활침해의 여지가 없는 종류의 데이터만 가지고도 페이스북이 당신에 대해 수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러한 분석 모델에 대한 보고서를 내어놓았을 때, 전문가들과 대중은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의 경우 ‘전혀 새로울 것 없다’며 시큰둥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인들은 자신에 대한 분석이 이토록 쉽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 스틸웰은 “이는 대중이 생각하는 ‘가능성 있는 일’과 ‘실제로 가능한 일’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따라서 기업들은 이들의 사생활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처리했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번 도구는 수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캠브리지 대학교의 분석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개발자 스틸웰은 이 도구를 범죄 예방 등에도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그는 “아주 사소한 클릭 한번조차도 디지털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된다고 믿는다”며 “지역 공동체 단위로 경찰들이 이 도구를 활용한다면, 불행한 사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pplymagicsauce.com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해경 “조명탄 없이 수색” 실토… 돌고래호 바닥 충돌 흔적 없어

    해경 “조명탄 없이 수색” 실토… 돌고래호 바닥 충돌 흔적 없어

    7일 전남 해남군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해경의 첫 브리핑에서 유가족들은 정부가 ‘거짓 발표’만 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부의 ‘돌고래호 전복 사고’ 수습 과정은 세월호 참사 때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거의 판박이고, 정부의 과장된 수색 작업 현황도 유가족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또 해경이 지난 6일 승선자를 21명으로 추정한 가운데 승선 명단에는 있지만 사망자·실종자 명단에서는 파악되지 않은 승선자가 2명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망자, 실종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경은 돌고래호 실종 신고를 받고 5일 오후 9시 10분부터 선박 26척을 동원해 밤샘 수색을 벌였다고 발표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해경 함대는 조명탄도 없었고 서치라이트를 장착한 해경 어선도 고작 5대뿐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해경 함선은 짙은 밤바다를 그냥 지나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생존자들이 해경 함대가 멀리서 지나가기만 했다고 말한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유가족 대표 최영태씨는 이날 “TV에서는 추자도 인근에서 해경이 조명탄을 쏘며 수색하는 것처럼 반복해서 나왔지만 실상은 조명탄도 없었고 수색 구조선 몇 대가 출동했는지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기주 수사본부장도 “수색 당시 조명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며 “일부 방송에 나온 모습은 예전 자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하다가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 이번 사고는 충돌보다는 ‘너울’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배가 양식장 그물 등에 걸렸으면 스크루에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돌고래호의 스크루는 깨끗했다”며 충돌 흔적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 이날 물 밖으로 드러난 돌고래호 바닥 부분에서는 특별히 충돌하거나 긁힌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해경은 커다란 너울성 파도로 배가 중심을 잃으면서 전복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실종자 가족 16명은 수색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전남도청 어업지도선 1600t 무궁화호를 타고 돌고래호 사고 지점을 찾아 떠났다. 정부를 원망하는 모습들이었다. 해남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전수동문 기획전 ‘칼로 새긴 사군자전’ 개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전수동문 기획전 ‘칼로 새긴 사군자전’ 개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전수동문회’가 매년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전시회가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금년의 기획 주제는 “칼로 새긴 사군자전”으로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기획전시관’에서 개최된다. 각자(刻字)란 목판이나 현판을 제작하기 위해 나무에 글자(혹은 그림)를 새기는 일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각서(刻書)나 서각(書刻)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刻字匠)’이라는 공식 명칭이 말해 주듯이, 이제는 각자(刻字)라는 용어로 통일해야 옳다. 각자를 하는 장인을 각자장 혹은 각수(刻手)라고 부른다. 1996년에 고 철재 오옥진(2014년 작고) 선생께서 초조(初祖)로 보유자 지정을 받았으며, 그 뒤를 이어 2013년 3월에 현 고원(故源) 김각한(金珏漢) 선생이 2대 보유자로 지정을 받아 국가 중요 전통 공예의 맥을 잇고 있다. 각자(刻字)는 오랜 연원의 우리 역사와 늘 함께 해 왔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 바위나 동굴 등에 암각화나 벽화의 형태로 그 흔적을 남겼던 각자는, 불교와 유교의 이입 이후에 그들 철학을 전파하는 핵심 수단이 되어 전통 문화의 고갱이 반열에 올라섰던 것이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비롯하여 광개토대왕비, 중원 고구려비, 신라 진흥왕 순수비를 지나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26호), 팔만대장경(국보 32호),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 등의 판각에로 나아간 우리의 전통 각자는, 우리 민족사에 이처럼 뚜렷이 지울 수 없는 족적을 각인하여 왔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는 현 ‘한국문화재재단’이 각자(刻字)를 비롯한 전통공예의 보급과 저변 확산을 목표로 1989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한국 전통공예 교육의 요람으로서, 모두 15개 전통 공예와 건축 분야에서 전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고원(故源) 김각한(金珏漢) 선생은 2004년부터 이 학교 각자전수반을 지도하며 후진을 양성해 오고 있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각자전수반’에서 고원 선생의 지도하에 전통 각자 기예의 연찬에 노력한 졸업생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전수동문회>가 조직되었고, 지난 2008년부터 매해 동문 기획전을 열어 오늘에 이르렀다. 사군자란 곧 선비 정신의 정화(精華)인 것. 우리 문화사에는 사군자를 소재로 한 회화서부터 사군자의 정신을 노래한 서예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줄이어 왔다. 어몽룡, 강세황, 김정희, 김규진, 손재형, 김충현, 서희환 등 우리 문화사를 수놓은 고금의 예인들이 끼친, 이 숨결들을 재해석하여 나무에 아로새겨온 <각자전수동문>들의 고민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확인해 볼 일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갑작스레 면모를 일신한 이즈음, 계절의 변전 못지않게 마음의 변화도 기다려진다. ‘칼로 새긴 사군자전’이 이런 관객들의 마음에 삽상한 쉼표를 찍어줄 것이다. 일별을 권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페북 ‘좋아요’ 만으로 성격·지능 정확히 파악…분석도구 개발

    페북 ‘좋아요’ 만으로 성격·지능 정확히 파악…분석도구 개발

    현재 거대 IT 기업들은 소비자의 집 주소, 현재·과거 위치, 인터넷 사용기록 등 개인적인 데이터들을 수집 및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 편의를 대폭 증진시킨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정보수집 활동은 그러나 사용자에 대한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일부 유명 IT 기업들이 개인정보 처리·분석 과정에서 위법의 소지가 엿보이는 행적을 보였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며 많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를 둘러싸고 보다 현명한 대안이 요구되는 가운데,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비교적 ‘공개적인’ 데이터에 속하는 개인의 페이스북 ‘좋아요’ 기록만을 가지고 개인의 성향과 성격을 상세하게 분석해주는 도구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플라이 매직 소스’(Apply Magic Sauce)라는 이름의 이 분석 도구는 특정 사용자가 페이스북상에 남긴 ‘좋아요’ 기록만을 통해 그 사람의 성별, 지능, 정치성향, 종교, 인생 만족도, 성적 취향 등을 모두 상당히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도구는 그들의 교육 수준이나 연애 현황도 파악할 수 있으며, 심리학에서 말하는 ‘5가지 성격 특성 요소’(big 5 personality traits) 즉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개방성을 개별적으로 측정해주기도 한다. 개발자 데이비드 스틸웰은 “(일반적인) 성격 테스트는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질문들에 답하는 형식이지만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개인의 실제 인생을 반영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분석도구의 분석결과는 (다른 테스트에 비해)거의 기분 나쁠 정도로 매우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플라이 매직 소스는 사용자의 ‘좋아요’ 기록을 다른 사용자 600만 명의 ‘좋아요’ 기록과 상호 비교하는 방식으로 개인의 성격을 분석한다. 분석을 원하는 사용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분석도구에 연동시키면 즉시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토록 뛰어난 성능을 지닌 도구이지만, 스틸웰은 페이스북의 경우 이보다도 더욱 강력한 분석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좋아요’ 기록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맥, 사진 등 월등히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들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 네티즌들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그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수집되고 있는데도 그 자료를 가지고 페이스북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좋아요 기록’과 같은, 사생활침해의 여지가 없는 종류의 데이터만 가지고도 페이스북이 당신에 대해 수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러한 분석 모델에 대한 보고서를 내어놓았을 때, 전문가들과 대중은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의 경우 ‘전혀 새로울 것 없다’며 시큰둥하게 반응한 반면, 일반인들은 자신에 대한 분석이 이토록 쉽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 스틸웰은 “이는 대중이 생각하는 ‘가능성 있는 일’과 ‘실제로 가능한 일’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따라서 기업들은 이들의 사생활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처리했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이번 도구는 수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캠브리지 대학교의 분석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개발자 스틸웰은 이 도구를 범죄 예방 등에도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그는 “아주 사소한 클릭 한번조차도 디지털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된다고 믿는다”며 “지역 공동체 단위로 경찰들이 이 도구를 활용한다면, 불행한 사태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pplymagicsauce.com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역대 가장 오래된 7000년 전 ‘백혈병 유골’ 발견

    역대 가장 오래된 7000년 전 ‘백혈병 유골’ 발견

    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백혈병을 앓은 인간의 유골이 발굴됐다. 최근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팀은 슈투트가르트-뮐하우젠의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약 7000년 전 백혈병(백혈구에 발생한 암) 흔적을 가진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유골은 30-40대 여성으로 약 7000년 전 현재의 독일 지역에서 번성한 '신석기 선형도기문화'(Neolithic Linear Pottery Culture·LBK)의 초기 농경사회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사실은 고해상도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이 유골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얻어졌다. 이번 연구결과가 주목받는 것은 당시 이 지역 인류가 전염병과 영양실조에 걸려 대부분 죽었다는 사실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이 여성의 경우 백혈병을 제외하고는 영양상태 등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암 걸린 유골 발견이 의미가 있는 것은 지금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병인 암이 수천년 전에도 인간의 죽음에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생겨난 발암 물질이 당시 인류에게 암을 일으키게 한 주요 원인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암은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죽음의 사신’으로 함께 해 온 셈이다. 연구를 이끈 하이크 셔프 박사는 "뼈 여기저기에 백혈병을 앓았던 흔적이 확인됐다" 면서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다른 유골들과 비교해도 유독 다른 특징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백혈병을 앓은 유골로 보인다" 면서 "백혈병이 이 여성의 직접적인 사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핵실험도 파악 가능…‘반중성미자 세계지도’ 첫 작성

    핵실험도 파악 가능…‘반중성미자 세계지도’ 첫 작성

    자연환경은 물론 원자로에서 방출되고 있는 특정 방사성물질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세계지도를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지질학자와 물리학자로 구성된 한 연구팀이 ‘반중성미자’(反中性微子·antineutrino)라는 특정 물질의 방출을 나타낸 최초의 세계지도를 공개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 지도는 이미지를 통해 기존 혹은 새롭게 건설된 원자로들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지구 내부의 ‘에너지 수지’(에너지의 유입과 배출)에 관한 중대한 기준선을 제공한다. 지도 제작은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 주도로 미 매릴랜드대(UMD)와 하와이대, 하와이퍼시픽대, 울트라리틱스 유한회사(Ultralytics, LLC) 소속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반중성미자는 흔히 ‘유령 입자’로도 알려진 중성미자(中性微子, neutrino)의 반물질로, 두 물질은 과학계에서는 가장 작은 원자구성입자로 알려졌다. 중성미자가 유령 입자로 알려진 이유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며 질량이 영(0)에 가까워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반중성미자 역시 이런 성질이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역베타붕괴’로 불리는 과정에서 검출할 수 있어 과학자들은 이 물질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입자는 우리 태양과 같은 별이나 그런 별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또 그 폭발로 발생하는 블랙홀, 그리고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원자로에서 핵반응을 일으킬 때 생성되는 일종의 산물이다. 또 지구를 구성하는 깊숙한 곳에서도 방사성 붕괴 과정으로 이런 입자가 생기며 이때 방사성 열을 발생한다. 이런 반물질을 검출하고 지도로 작성하는 연구에 참여한 윌리엄 맥도너 UMD 지질학과 교수는 “지구 내부는 오늘날 기술로도 관측하기가 꽤 어렵다. 이전 연구자들은 꿈이라고만 했지만 우리는 지도를 통해 반중성미자의 활동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지도는 더 깊은 지각과 맨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관한 앞으로의 연구에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중성미자를 찾아내려면 건물 크기만한 거대한 검출기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지구 깊은 곳에서 방출되고 있는 자연적인 반중성미자를 파악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일본에 있는 두 검출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수집한 현재 운영 중인 원자로 400개의 데이터를 더했다. 그 결과, 전체에서 인위적인 원자로로부터 방출된 반중성미자는 자연적인 것을 합친 총량의 1% 미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중성미자 검출은 또 지구 곳곳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핵실험 흔적을 확인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핵반응 중 발생하는 반중성미자는 거의 모든 물질을 통과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맥도너 교수는 “원자로들을 계속 예의 주시하는 것은 국제적인 안전과 안보를 위해 중요하지만, 지질학자로서 난 특히 지구 내부에 대해 배울 수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지질학적인 시간 규모에서 지구의 ‘에너지 수지’에 관한 기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정보도 밝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지구 내부 모델을 개선하고 반중성미자 탐지 기술을 보완하는 것으로 정기적으로 반중성미자의 방출을 나타낸 세계지도를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다. 또 지도를 업데이트할 때는 새롭게 건설된 원자로는 추가하고 폐쇄된 것은 제외할 것이라고 한다. 그 모든 것을 합한 지도는 지구의 전반적인 방사선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지도 제작 연구를 이끈 NGA 소속 연구개발(R&D) 과학자 숀 우스만 박사는 “반중성미자는 지구의 자연적인 방사선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입자”라면서 “NGA는 앞으로 지구에서 발생하는 감마선과 중성자 방출을 나타낸 지도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9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사진=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침묵을 깨고 마주하라 그날의 역사적 진실을

    침묵을 깨고 마주하라 그날의 역사적 진실을

    A는 길가에 핀 들꽃 앞에 발걸음을 멈춰 바라보며 꽃향기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다. 집에서 기르는 다친 오리에게 “많이 아프지? 미안해”라고 손주에게 말하도록 가르치는 시골 마을의 순박해 보이는 촌부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늘 기도를 올리며 경건한 삶을 유지한다. 다만 50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질문 앞에선 다른 사람이 된다. 때로는 껄껄대며 신나게 그 추억을 재연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목청이 높아진다. B는 안경사다. 마을을 다니며 눈이 나쁜 노인들에게 안경을 맞춰 준다. 그는 ‘그 사건’으로 형 ‘람리’가 죽은 뒤에 태어났다. ‘그 사건’의 충격과 공포는 아버지의 기억을 과거로 돌려놨고, 어머니는 늘 형을 그리워했다. 그는 얼굴도 보지 못한 형의 죽음에 대해 의문과 슬픔, 분노를 품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가슴속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억누르는 데 더욱 익숙하다. 50년 전 군인이었거나 ‘프레만’으로 명명되던 마을의 폭력배였던 A는 중씰한 늙은이가 됐거나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A는 한 사람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현재 시장이고, 주지사고, 정부의 장차관이고, 신문 발행인이고, 학교 교사다. B-람리의 동생 ‘아디’-는 A를 찾아다니면서 안경을 맞추고 시력을 교정해 주며 ‘그 사건’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영화 ‘침묵의 시선’이 다루고 있는 ‘그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이 1965년 10월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노동조합원, 소작농 협동조합원, 지식인, 화교 등이 학살의 주된 대상이었다. 람리는 그때 같은 마을 사람들에게 무참히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는 여전히 대학살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만 있을 뿐이다. 가해자의 처벌 혹은 사과 등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피해자의 가족들로서는 사실관계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것 자체가 결연한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낯설지 않은, 기시감 가득한 풍경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친일파가 반공투사로 포장돼 숱한 악행을 정당화하며 기득권을 유지해 왔고, 피해자는 빨갱이로 몰릴까 두려워 피해 사실조차 쉬쉬하며 숨죽여 흐느껴 왔다. 1950년대 3만명이 학살된 제주도가 그랬고 경남 거창, 충북 영동군 노근리, 강화 교동도, 전남 구례, 경북 경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반공을 이유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진실의 일단이 밝혀진 건 십수년 전 일이었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같은 사건을 다뤘던 전작 ‘액트 오브 킬링’으로 전 세계 국제영화제에서 70여개 상을 수상했다. ‘침묵의 시선’ 역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것을 비롯해 40여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전작이 뒤틀린 역사 뒤에 남겨진 인간들의 윤리 가치 체계가 어떻게 전복될 수 있는지를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를 섞어서 보여 줬다면, ‘침묵의 시선’은 폭력이 남긴 깊은 흔적을 대면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영화는 가해자들의 형해화한 도덕에 주목한다. 그때 목을 어떻게 졸랐고, 칼을 어떻게 찔렀는지 말하다가 “그런데 왜 자꾸 그런 것을 묻지?”라며 피해자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그저 묻어 두라는 얘기를 이내 이어 간다. “100만명이 죽었지만 그렇게 큰 죄는 아니라고 생각해”, “공산주의자는 죽일 수밖에 없었지”, “지금이 그때라면 자네는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몰라”, “지난 일은 잊어요. 그때를 교훈 삼아 잘 지내면 되죠” 등등. 피해자들 역시 진실과 마주 보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사유는 다르다. 그들의 뒤에는 각각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믿음이 있거나 여전한 공포가 남아 있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방한한 오펜하이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다거나 그만하라고 하지 말고 내 작품을 계기로 계속해서 질문하고 진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엔딩크레디트에 표기된 조연출, 공동 제작, 촬영, 장소 협조 등 제작 관련 스태프들의 이름은 거의 대부분이 ‘익명’(anonymous)이다.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3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반공’이란 명분아래 100만명이 학살된 사건의 진실은?

    ‘반공’이란 명분아래 100만명이 학살된 사건의 진실은?

    A는 길가에 핀 들꽃 앞에 발걸음을 멈춰 바라보며 꽃향기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다. 집에서 기르는 다친 오리에게 “많이 아프지? 미안해”라고 손주에게 말하도록 가르치는 시골 마을의 순박해 보이는 촌부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늘 기도를 올리며 경건한 삶을 유지한다. 다만 50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질문 앞에선 다른 사람이 된다. 때로는 껄껄대며 신나게 그 추억을 재연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목청이 높아진다. B는 안경사다. 마을을 다니며 눈이 나쁜 노인들에게 안경을 맞춰준다. 그는 ‘그 사건’으로 형 ‘람리’가 죽은 뒤에 태어났다. ‘그 사건’의 충격과 공포는 아버지의 기억을 과거로 돌려놨고, 어머니는 늘 형을 그리워했다. 그는 얼굴도 보지 못한 형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슬픔, 분노를 품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가슴 속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억누르는 데 더욱 익숙하다. 50년 전 군인이었거나 ‘프레만’으로 명명되던 마을의 폭력배였던 A는 중씰한 늙은이가 됐거나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A는 한 사람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현재 시장이고, 주지사고, 정부의 장·차관이고, 신문 발행인이고, 학교 교사다. B-람리의 동생 ‘아디’-는 A를 찾아다니며 안경을 맞추고 시력을 교정해주며 ‘그 사건’의 진실에 대해 묻는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영화 ‘침묵의 시선’이 다루고 있는 ‘그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이 1965년 10월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노동조합원, 소작농 협동조합원, 지식인, 화교 등이 학살의 주된 대상이었다. 람리는 그때 같은 마을사람들에게 무참히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전히 대학살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만 있을 뿐이다. 가해자의 처벌 혹은 사과 등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피해자의 가족들로서는 사실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품는 것 자체가 결연한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낯설지 않은, 기시감 가득한 풍경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친일파가 반공투사로 포장돼 숱한 악행을 정당화하며 기득권을 유지해왔고, 피해자는 빨갱이로 몰릴까 두려둬 피해사실조차 쉬쉬하며 숨죽여 흐느껴왔다. 1950년대 3만명이 학살된 제주도가 그랬고, 경남 거창, 충북 영동군 노근리, 강화 교동도, 전남 구례, 경북 경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반공을 이유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진실의 일단이 밝혀진 건 십 수년 전 일이었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채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같은 사건을 다뤘던 전작 ‘액트 오브 킬링’으로 전세계 국제영화제에서 70여개 상을 수상했다. ‘침묵의 시선’ 역시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것을 비롯해 40여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전작이 뒤틀린 역사 뒤에 남겨진 인간들의 윤리 가치 체계가 어떻게 전복될 수 있는지를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를 섞어서 보여줬다면, ‘침묵의 시선’은 폭력이 남긴 깊은 흔적을 대면하는 각기 다른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 영화는 가해자들의 형해화한 도덕에 주목한다. 그때 목을 어떻게 졸랐고, 칼을 어떻게 찔렀는지 말하다가 “그런데 왜 자꾸 그런 것을 묻지?”라면서 피해자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그저 묻어두라는 얘기를 이내 이어간다. “100만명이 죽었지만 그렇게 큰 죄는 아니라고 생각해.”, “공산주의자는 죽일 수밖에 없었지.”, “지금이 그때라면 자네는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몰라.”, “지난 일은 잊어요. 그때를 교훈삼아 잘 지내면 되죠.” 등등. 피해자들 역시 진실과 마주보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사유는 다르다. 그들의 뒤에는 각각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믿음이 있거나 여전한 공포가 남아 있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방한한 오펜하이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다거나 그만하라고 하지 말고 내 작품을 계기로 계속해서 질문하고 진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가 모두 끝난 뒤 엔딩크레디트에 표기된 조연출, 공동제작, 촬영, 장소협조 등 제작 관련 스태프들의 이름은 거의 대부분이 ‘익명(anonymous)’이다.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3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고달픈 육백리 끝에… 마중 나온 가을

    고달픈 육백리 끝에… 마중 나온 가을

    가을이 왔나 싶었습니다. 어서 오시라며 버선발로 뛰어 나가 맞고 싶었습니다. 한데 아직 일러 가을은 오지 않았고 대신 초가을 풍경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외씨버선길’이라고 부릅니다. 경북의 오지 ‘BYC’(봉화·영양·청송)와 강원 영월을 잇는 트레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초가을 정취 내려앉은 그 길을 걸었습니다. 정확히는 경북 영양과 봉화를 잇는 ‘치유의 길’ 구간이었습니다. 고달팠던 여름을 털고 치유의 가을을 맞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습니다. ●선비들이 숨어 살기 좋은 곳… 승무 같은 산길·숲길·들길 영양은 나라 안에서 대표적인 오지 중 하나로 꼽힌다. 구주령과 황장재, 창수령 등 사방을 둘러친 높은 산마루 안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영양의 옛 지명이 ‘선비들이 숨어 살기 좋은 곳’이란 뜻의 고은(古隱)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외씨버선길 ‘치유의 길’ 구간은 이처럼 험한 영양 땅을 두루 거친 뒤 봉화로 넘어간다. 외씨버선길은 봉화·영양·청송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딴 ‘BYC’와 영월의 두메마을들을 연결하는 트레일이다. 13개 테마코스와 2개 연결코스를 합해 전체 길이가 240㎞나 된다. 청송 주왕산 입구에서 시작해 영월 관풍헌에서 끝난다. 이번에 걸은 외씨버선길은 일곱번 째 길이다. 영양 쪽 월악산자생화공원이 들머리, 봉화 우련전(雨蓮田)이 날머리다. 길이는 8.3㎞. 체력이 달린다면 봉화에서 시작해 영양에서 마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양 쪽 구간과 달리 봉화 쪽에선 2㎞ 남짓 오르막이 이어지다 줄곧 내리막이다. 외씨버선길 이름은 조지훈의 시 ‘승무’ 중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구절에서 따왔다.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조붓한 산길, 보일 듯 말 듯 휘어지고 돌아가는 숲길과 들길, 움직이는 듯 마는 듯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승무의 춤사위 같은 길이 바로 ‘외씨버선길’이다. 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갸름해 맵시가 있는 버선이 바로 외씨버선 아니던가. 길의 형태도 외씨버선을 닮았다. 이름의 모티브가 된 ‘조지훈 문학길’은 외씨버선길 여섯번째 구간으로 조성됐다. ●전국 최대 일월자생화공원… 일제강점기 선광장 유적에 세워 들머리는 일월자생화공원이다.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야생화 공원’이란 자찬보다, 공원 뒤편 산자락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1939년 일제강점기 때 일월산에서 채굴한 금·은·동·아연 등 광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용화광산 선광장’이다. 나라 안에서 유일하게 남은 일제강점기 선광장 유적으로, 2006년 근대문화유산(제255호)으로 등록됐다. 1976년 폐광된 이후 독성 강한 물질들을 내뿜다가 2001년에야 밀봉됐고, 2004년부터 자생화를 심어 공원으로 꾸몄다. 광산 주변으로 목재 데크를 조성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광산 위편에 남아 있는 탄차까지 조목조목 살필 수 있다. 용화2리는 아랫대티와 윗대티로 나뉜다. ‘대티’란 영양에서 봉화로 넘어가던 일월산 ‘큰 고개’를 뜻한다. 윗대티에서 칡밭목까지 4㎞ 가까운 그윽한 산길이 이어진다. 2009년 사단법인 생명의 숲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길’ 공모에서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길이다. 오래전 이 길은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재산면을 잇는 번듯한 31번 국도였다. 안내판은 “일제강점기에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을 봉화 장군광업소로 옮기기 위한 수탈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적고 있다. 해방 이후 한동안 쓸모없이 버려졌던 도로는 1960년대 들어 일월산과 영양 지역 국유림에 대한 대대적인 산판(벌목)이 활기를 띠면서 다시 분주해졌다. 한국전쟁 판에서 흘러나온 이른바 ‘제무시’(GMC사 트럭)가 곧고 미끈한 육송을 가득 싣고 이 도로를 쉴새 없이 넘나들었다. 당시 삶의 애환과 땀방울이 조붓한 산길에 고스란히 서려 있는 듯하다. ●접신의 땅 일월산… 음기가 모여 있는 용화선녀탕 석굴 길은 일월산 기슭을 따라간다. 일원산은 무속인들이 ‘접신(接神)의 땅’이라 부르는 영험한 산이다. 계곡 곳곳에 돌탑, 기도처 등 치성의 흔적을 쌓아뒀다. 대티골은 그 가운데 무속인의 본거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일반적으로는 용화선녀탕이 ‘기가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옥황상제를 맞기 위해 선녀들이 머물던 곳이라는데, 작은 폭포가 오랜 세월 흘러내리며 만든 욕조 모양의 소(沼)가 인상적이다. 현지 무속인들이 정말 기가 세다고 믿는 곳은 따로 있다. 선녀탕 위쪽의 석굴이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석굴 앞에 서면 뒷목이 서늘해지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하다. 숲길 주변에선 가을철 송이버섯이 많이 난다. 길목마다 송이 도둑을 잡기 위해 주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킨다. 실수로 송이버섯 하나라도 채취했다간 크게 욕볼 수 있다. 간혹 입산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소천면’ 경계를 알리는 옛 국도 표지판을 지나면 시멘트 포장길이다. 종착지인 우련전까지 이어진다. 시멘트길은 다소 볼썽사납지만 주변 낙엽송숲은 깊고 아늑하다. 영양엔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영양의 명소 두들마을에서 5㎞쯤 떨어진 곳에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1872~1933) 지사의 생가가 있다. 남 지사는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안옥윤(전지현 분)의 실제 모델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895년 남편이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하자 유복자를 키우며 의병활동을 지원하던 남 지사는 1933년 일제의 무토 노부요시 만주국 전권대사를 암살하려다 중국 하얼빈에서 체포돼 그해 8월 순국했다. 입암면 산해리 강가엔 봉감모전오층석탑이 홀로 서 있다. 국보 제187호. 탑은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올린 모전석탑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기단의 모습과 돌을 다듬은 솜씨, 감실의 장식 등이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연한 축조방식 덕에 균형 잡힌 자태와 장중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청송에 ‘꽃돌’이 있다면 영양엔 ‘폭포석’이 있다. 검은 현무암 사이에 석영 등 흰빛의 광물질이 섞인 돌로, 실제 폭포를 보는 듯하다. 오래전 화산 폭발 때 용암과 섞여 올라온 석영 등이 식으며 형성됐다고 한다. 입암면 선바위관광지 안의 분재수석야생화전시관에 다양한 형태의 폭포석이 전시돼 있다.영양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이 두 곳이다. 감천 측백수림(천연기념물 제114호)은 측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 측백나무가 중국에서 도입됐다는 학설을 부인하는 중요한 학술적 증거라는데, 현재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석보면 주남리엔 시무나무, 비술나무숲(천연기념물 제476호)이 있다. 시무나무 최고수령은 350년 정도다. 글 사진 영양·봉화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으로 나와 34번 국도를 따라가다 안동시내, 임하호를 거쳐 청송군 진보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곧장 가는 게 일반적이다. 중앙고속도로 풍기, 영주 나들목으로 나와도 비슷하다. 5번 국도를 따라 영주 거쳐 36번 국도를 타고 직진, 춘양 들머리 지나 31번 국도 만나 우회전해 일월·영양 쪽으로 간다. 봉화터널과 영양터널을 거푸 지나면 용화2리 자생화공원이 나온다. 경북북부연구원 외씨버선길 탐사팀 683-0031. ▲ 맛집 영양에선 흑염소 전문집들을 종종 본다. 흑염소 한 마리를 통으로 잡아 1박 2일 여행기간 동안 먹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맛보다는 보신에 가까워 보인다. 영양보양탕(682-9924)은 1인분 단위로 흑염소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기도 하다. 흑염소 수육도 좋지만 맑게 끓여낸 탕이 일품이다. 읍내 끝자락에 있다. 한울가든(682-7300)은 가자미찜, 다슬기국 등 시골밥상을 내는 집이다. 영양군청 앞에 있다. ▲잘 곳 두들마을 석계종택(682-1480), 영감댁·병암고택(682-8050) 등에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모텔 등 일반 숙박업소는 읍내에 몰려 있다. 가족 단위라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을 권한다. 영양에서 구주령 넘어가면 나온다. 온천과 숙박을 겸할 수 있다. 787-7001.
  • [新국토기행] 경기도 안성

    [新국토기행] 경기도 안성

    경기도 남쪽에 자리한 안성시는 다양한 즐거움을 지닌 매력적인 도시다. 메트로 시티인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이지만 자연환경과 풍경을 농촌의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다. 지역 여기저기가 느리지만 정성스러운 완곡한 우리 민족의 ‘흥’을 느낄 수 있는 예술문화도시이다. 국가 지정 또는 도 지정의 무형문화재가 7명이 있고 300명이 넘는 유·무명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는 어름산이의 공연과 신명 나는 가락이 어우러지고, 볼거리와 먹거리 또한 가득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르신까지 복합적인 세대가 한 가족이라면 이들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안성이다. >>볼거리 ●아슬아슬한 흥겨움 선물, 안성남사당 공연장 전통공연과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안성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안성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안성남사당공연장’을 비롯해 도심 속 천문대로 각광받는 안성맞춤천문과학관, 안성맞춤공연문화센터, 사계절 썰매장, 잔디공원, 분수광장, 야생화단지, 수변공원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남사당공연장에서는 조선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의 생애를 중심으로 무동놀이, 버나놀이 등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 공연을 볼 수 있다. 특히 외줄에 올라 걷고, 뛰고, 하늘로 솟구치다가 줄 위에서 재담을 펼치는 바우덕이 역의 어름산이 묘기는 아슬아슬하면서 감동적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 풍물단과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신나는 뒤풀이와 기념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상설공연은 3~11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일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공연을 본 후 많이 찾는 인근 안성맞춤천문과학관은 국내 최대 구경을 자랑하는 300㎜ 굴절망원경과 3축식 4D 영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천문과학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우고 바쁜 일상에 지친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별자리를 바라보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안성맞춤공예문화센터에는 도자·금속·목공·섬유·한지·페인팅 등 6개 분야 8개 공방이 입주해 시민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공예기술을 전수한다. ●유기 제작 과정 볼 수 있는 안성맞춤박물관 유기는 안성의 대표 상품이다. ‘안성맞춤’이라는 말도 안성 유기에서 비롯됐다. 안성맞춤박물관에서는 유기그릇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한다. 고운 빛깔을 내기 위해 장인이 직접 놋쇠를 수천 번 두드려 형태를 잡는 초기 제작에서부터 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유기의 제조 방법으로는 두드려서 만드는 ‘방짜기법’과, 쇳물을 녹여서 만드는 ‘주물기법’, 그리고 그 중간 형태인 ‘반방짜기법’ 등이 있다. 안성은 이 중 일제강점기 이후 주물유기 제작으로 유명했다. 유기전시실에서는 이와 같은 주물기법 유기의 제작 과정과 특성을 모형과 영상을 통해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몽환적 풍경에 매료되는 금광·고삼 호수 안성은 호반의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호수(저수지)가 많다. 이 가운데 금광호수는 빼어난 경관으로 뭇사람들의 시선을 잡을 만하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를 무렵이면 호수의 경치는 절정을 이룬다. 차를 멈추고 호숫가를 바라보면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마음에 평온을 선사한다. 고삼호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선사하는 몽환적인 풍경과 저수지 물 위에 떠 있는 수상 좌대, 그 위에서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안성 8경’에도 이름을 올렸다. 물안개 속 연꽃처럼 피어오르는 일출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주말이면 수많은 사진작가가 몰려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 고삼지를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선정했다. 금광호수와 고삼호수는 붕어 등 씨알 굵은 민물고기가 잘 낚이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호반을 따라 연결된 드라이브 코스는 낭만을 더해 준다. 주변에 장어구이집, 매운탕집 등 솜씨 좋은 맛집이 많아 당일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어사 박문수·궁예의 흔적 간직한 칠장사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현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천년 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졌다. 국보 296호인 오불회괘불탱과 칠장사 혜소국사비(보물 488호), 인목왕후어필(보물 1627호) 등 귀중한 문화재들이 많다.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스승 병해 스님과 함께 10여년간 머물던 사찰로,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나오는 일곱 도적과 갖바치 스님 이야기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어사 박문수가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난 뒤 장원급제했다고 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후고구려 왕이었던 궁예는 칠장사에 머물며 불교 수행과 무술을 익혔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키웠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칠장사에는 한눈에 ‘궁예’를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벽화들이 있다. ●남사당패 본거지 청룡사·워터월드 갖춘 청룡호 고려 공민왕 13년(1364년)에 나옹화상이 중창한 유서 깊은 고찰로 경내에 대웅전, 영상회괘불탱, 감로탱 등 많은 불교문화 유적이 있다. 특히 청룡사는 전국을 떠돌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주었던 남사당패의 본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청룡사 주변은 우리나라 포도의 주된 생산지로 당도 높은 포도를 맛볼 수 있다. 인근 청룡호수는 수질이 깨끗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터보트, 수상스키 등 수상레포츠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워터월드가 있어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있다. 진천 방향 38번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청룡사를 품은 선운산(547m)은 산세가 부드럽고 아담해 당일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임진왜란·병자호란의 격전지 죽주산성 죽주산성은 고려 때 몽골군으로부터 여러 차례 공격을 당했고, 임진왜란·병자호란 때도 격전지로서 조상들의 호국정신이 깃든 역사의 현장이다. 안성시 북동쪽에 있는 해발 372m 높이의 비봉산 동쪽 자락에 있다. 금강 유역에 속하는 진천, 청주지역과 안성천 유역권에 속하는 안성·평택지역과 접하고 있어 타 지역으로 나가는 관문 구실을 했다. 이런 지리적 조건 덕분에 고대부터 죽산은 교통의 중심지,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성안은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진 오목한 산세가 비바람을 막아준다. 산성 안에는 고려 때 죽주산성에서 몽골군을 물리쳐 좌우위장군(左右衛將軍)에 오른 송문주 장군 사당이 있다.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는 이끼 낀 성곽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안성은 물론 이천·장호원이 시야에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김대건 신부의 시신 안장된 미리내성지 1846년 병오박해 때 순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시신이 이곳에 안장되면서 순교 사적지가 되었다. 천주교 103위의 성인 시성을 기념하려고 세운 웅장한 성당이 있다. 성지로 가는 길은 입구부터 숨이 멎을 만큼 고요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미리내성지에 도착하면 각각의 의미를 지닌 조각상들이 길을 안내한다. >>먹거리 쌀과 포도, 한우, 배, 인삼은 안성 5대 특산물이다. 특산물은 ‘안성마춤’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달고 소비자들에게 간다. 소비자들이 귀하게 대접한 덕분인지 안성마춤 브랜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9년 연속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다. 안성에는 맛집도 즐비하다. ‘안성국밥’, ‘한우탕’,‘안성쌀밥’ 등이다. ●품질경영시스템으로 엄격 관리하는 안성쌀 안성 쌀은 청정지역의 기름진 들에서 생산해 최신식 도정시설인 미곡종합처리장에서 가공했다. 좋은 원료로만 엄선해 최신 설비와 최고의 기술로 돌, 뉘, 겨 등의 물질을 제거한 청결미이다. 생산-보관-가공-판매의 전 과정을 ISO 9001에 의한 품질경영시스템과 이력제, 우수농산물인증(GAP)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입안 가득 톡 터지는 단맛 쏟아내는 포도 안성은 국내 포도 재배의 효시 지역으로 알려졌다. 드넓은 포도밭에서 당도 높은 고품질의 포도가 생산된다. 특히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제철에 서운면 일대의 대단위 포도농장을 찾으면 입안 가득 톡 터지며 단맛을 쏟아내는 안성 포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안성마춤 포도는 경기도 품평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사포닌 함량에서 앞서가는 6년근 인삼 안성은 차령산맥 기슭에 있어 온난하며 강수량이 적고, 특히 밤낮의 기온차가 높아 6년근 인삼(홍삼) 재배의 최적지로 인정받고 있다. 몸체가 길고 단단하며 지근이 잘 발육된 안성인삼은 향이 강하고 사포닌 함량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안성의 인삼재배 시초는 1945년이다. 피난민 윤석품씨가 경기도 장단구에 인삼재배를 한 것에서 유래를 찾는다. 1961년부터 재배 지역이 대덕면 건지리, 삼죽면 미장리, 내강리 등지로 확산돼 본격적인 대규모 경작이 시작됐다. 안성의 인삼은 최고의 성숙기인 6년근이 되면 몸체가 길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달고 육질 부드러워 궁중에 진상되던 배 안성은 전국의 5대 배 주생산지다. 안성 배는 당도가 높은 데다 과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부드럽다. 저장력이 강해 궁중에 진상되던 한국 배의 대명사이다. 빛깔이 담황색이고 열매껍질이 고와서 아름답고 무게는 개당 500~700g으로 크다. 과육은 순백색으로 연하다. 당도는 평균 13도 이상이다. 2008년 ‘전국으뜸농산물 전시회 및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바코드로 출생부터 사육 관리받는 명품 한우 안성 한우는 출생에서부터 바코드를 부여해 성장과정과 사육관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안심클릭시스템으로 특별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방이 얇고 육질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나 최상품 한우로 손꼽힌다. 안성은 소를 사육하기에 알맞은 구릉지, 목야지 등이 많아 일찍이 축산업이 발달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9] 탁영금,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가치있는 현악기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9] 탁영금,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가치있는 현악기

    거문고는 친숙한 악기처럼 느껴지지만, 이름만 친숙할 뿐 실제로 거문고 음악과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연주하는 악기라기보다는, 스스로 성정을 다스리는 선비의 분신이라는 악기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거문고는 명주실로 꼰 여섯개의 줄로 이루어져 있다. 가야금처럼 그저 손가락으로 뜯어서는 제대로 소리조차 낼 수 없다. 술대로 힘차게 내리쳐야 특유의 깊이 있는 소리가 울려나온다. 현악기이지만, 음색은 그래서 타악기적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거문고는 보물로 지정된 탁영금(濯纓琴)이다. 무오사화의 대표적인 희생자인 탁영 김일손(1464∼1498)이 타던 것이다. 그의 후손이 간직하다가 1997년 국립대구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탁영금을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25일부터 1월 11일까지 여는 특별전시 ‘국악,박물관에 깃들다’에서 볼 수 있다.  무오사화는 연산군 4년(1498) 신진사류가 유자광을 중심으로 한 훈구파에 화를 입은 사건이다. 춘추관 사관이던 김일손이 스승인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史草)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은 국사교과서에도 등장한다. 항우에게 죽은 초나라 회왕, 즉 의제를 추모하는‘조의제문’은 단종을 의제에 비유해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김일손은 기개있는 선비의 대명사지만, 거문고를 만든 과정은 풍류의 극치라고 해도 좋다. 탁영은 자신이 탈 거문고를 직접 구한 나무로 만들고 싶어했다다. 어느날 한 노파의 집에서 백년 가까이 되었다는 문짝 하나를 얻었다. 다른 한짝은 이미 땔감이 되었다. 남은 문짝으로 만든 거문고가 바로 탁영금이다. 지금도 탁영금의 밑바닥에는 문으로 쓰이던 때의 못 구멍 세 개가 그대로 남아있다.  탁영금은 음악사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악기이지만, 역사에 구체적인 흔적을 뚜렷이 남긴 젊은 선비의 기개가 담긴 정신적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가장 훌륭한 바이올린을 남겼다는 이탈리아의 현악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의 걸작보다 훨씬 일찍 만들어졌고, 그것들이 범접하지 못할 스토리를 담고 있는 현악기를 바로 우리가 갖고 있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백제 왕은 뭘 먹고 살았을까

    백제 왕은 뭘 먹고 살았을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서 삼국시대 왕궁의 식생활 문화를 복원할 수 있는 부엌터가 발견됐다. 그동안 고구려시대 벽화고분 ‘안악3호분’에서 나온 부엌 그림은 있었지만 실제 유구(遺構)가 생활 용기와 함께 발견된 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20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유적’ 발굴 현장에서 제26차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600~641년) 재위 시절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왕궁성(王宮城)으로, 부여문화재연구소는 1989년부터 매년 발굴조사를 해 오고 있다. 그동안 궁성과 궁장(宮墻·궁궐 담장), 정원, 공방터 등이 발견됐고 인장 기와와 연화문 수막새 등 유물 1만여점이 출토됐다. 올해는 지난 3월 24일부터 유적의 서남쪽 일대 8300㎡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조선시대 왕궁의 수라간에 비유되는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를 찾아냈다. 규모는 동서 6.8m, 남북 11.3m다. 배병선 소장은 “왕궁 내에서 취사도구와 흔적을 발견한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책에도 부엌에 대한 언급이 없어 밥을 어떻게 지었는지, 식기는 어떤 걸 사용했는지 등 삼국시대 식생활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부엌이라는 말만 있지 부엌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도 정확하게 모를 정도다. 이번에 확인된 부엌 건물지의 위치와 내부 구조, 시설을 통해 당시 왕궁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 부엌터 내 길이 1.64m, 너비 1.38m, 깊이 0.44m의 타원형 구덩이에선 철제솥 2점을 비롯해 어깨가 넓은 항아리 2점, 목이 짧고 아가리가 곧은 항아리 1점, 목이 짧은 병 2점 등 토기 5점과 숫돌 3점, 가랫날, 작은 도끼 등이 출토했다. 구덩이에서 2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선 또 다른 철제솥 1점이 나왔고 불탄 흙과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는 벽체, 다량의 숯이 깔린 지점 2곳도 확인됐다. 그동안 발견된 건물지와 달리 건물지 안에서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간 배수 흔적도 나왔다. 배 소장은 “철제솥은 원형 돌기 바닥에 어깨엔 넓은 턱이 있고 아가리는 안쪽으로 살짝 휘어져 있다. 이는 익산 미륵사지, 부여 부소산성, 광양 마로산성 등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이후 철제솥과 유사하지만 조금 더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고대 백제계 철제솥의 변화 양상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조사에선 서쪽 궁장을 따라 길이 29.6m, 너비 4.5m인 남북으로 길쭉한 장랑형(長廊形) 건물지를 포함, 다양한 건물지도 발굴됐다. 장랑형 건물지는 부엌 건물지 앞쪽에서 나왔다. 일본에선 그런 길쭉한 건물지가 나온 게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처음 발견됐다. 일본 오사카 나니와노미야(難波宮·난파궁), 나라 아스카노미야(飛鳥宮·비조궁)와 비슷한 건물 배치여서 백제 궁성 축조 형식이 일본에 전파됐음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화장실로 보이는 기다란 석축시설과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기와 가마터, 서쪽 궁장을 향해 흐르도록 설계된 배수로 3개도 확인됐다. 배 소장은 “앞으로 10년은 더 발굴조사를 해야 한다”며 “유적 정비를 하면서 이번 발굴 성과를 어떤 형태로 시민들에게 보여 줄지를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희귀 독수리’, 3년 치료 끝나자마자 또 사냥 당해…결국 죽어

    ‘희귀 독수리’, 3년 치료 끝나자마자 또 사냥 당해…결국 죽어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이자 멸종 위기에 놓인 필리핀 독수리가 3년간의 치료를 마치고 무사히 야생으로 돌아간 지 두 달 만에 다시 사냥당한 채 사체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AP통신 등 해외 언론의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독수리는 3년 전 사냥꾼에 의해 총상을 입은 뒤 죽어가다가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 독수리는 무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치료에 쏟으면서 동물보호센터에서 지내다가 두 달 전,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멸종 위기에 놓인 이 독수리가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야생으로 되돌려 보냈다. 하지만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이 독수리는 필리핀 남부의 한 산림에서 결국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 3년의 총상이 아물자마자 또 다시 사냥꾼의 총에 맞았다는 사실이다. 필리핀 독수리 재단의 상임이사인 데니스 살바도르는 “해당 독수리의 가슴 부위에서 총상의 흔적을 발견했다”면서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애초 우리가 독수리를 방생한 지점에서 불과 1㎞ 떨어진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 독수리는 국제 자연 보호 연맹(international unionf or the conservation of nature)이 지정한 멸종위험이 매우 높은 동물이며, 이 등급의 동물을 죽일 경우 법에 따라 최고 12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재단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 독수리의 남은 개체수는 400쌍 정도에 불과하다. 재단 측은 이번 일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다”라면서 “경찰과 함께 이 독수리를 죽인 범인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치즈~” 화성서 근무 중 촬영한 큐리오시티의 ‘셀카’

    “치즈~” 화성서 근무 중 촬영한 큐리오시티의 ‘셀카’

    머나먼 화성에서 임무수행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멋진 '셀카' 사진을 남겼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NASA 측은 현재 '샤프산'(Mount Sharp)에서 충실히 탐사활동 중인 큐리오시티의 셀카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셀카는 지난 5일 큐리오시티의 로봇 팔 끝에 달린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들을 연구팀이 합성해 만든 것이다. 마치 누군가 큐리오시티 앞에 서서 촬영한 것 같은 생생한 모습이 놀라움을 줄 정도. 큐리오시티는 지난 12일 샤프산의 마리아스 패스(Marias Pass) 지역의 탐사를 마치고 다시 느릿느릿 '등산' 중이다. NASA 측은 "큐리오시티가 몇 주 동안 마리아스 패스의 지질 탐사를 마쳤다" 면서 "1m 정도 바닥의 구멍을 뚫어 연구한 결과 기존의 탐사 지역보다 3-4배 더 많은 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NASA 큐리오시티 연구팀은 지난 4월 화성 토양 속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해 놀라움을 준 바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화성의 토양 속에는 과염소산칼슘이라는 물질이 존재해 밤에는 수증기를 흡수하고 낮에는 방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 물에 염분이 많아 화성의 추운 온도에서도 얼지않고 액체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NASA가 큐리오시티의 셀카 사진을 공개한 것은 자축의 의미가 크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지난 2012년 8월 6일 우리 돈으로 2조 8000억 원이 들어간 큐리오시티는 무사히 이곳 화성에 착륙했다. 이후 성공적으로 탐사를 벌이고 있는 큐리오시티는 2년 8개월 만인 지난 4월 총 10km의 주행거리를 돌파했다. 현재 샤프산 기슭에서 지그재그로 산을 오르고 있는 큐리오시티는 느리게 움직이지만 탐사 중 얻은 수많은 정보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크레이터 중앙에 우뚝 선 샤프산은 침전물이 쌓여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높이가 땅바닥을 기준으로 1만 8000피트(5,486m)에 달해 지구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해수면 기준 8,848m)보다 실제로는 더 높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 그 흔적을 더듬다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 그 흔적을 더듬다

    극단 코끼리만보는 이름처럼 느리지만 묵직한 걸음으로 연극계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찍어 가고 있다. 2007년 창단한 이래 질곡의 현대사 속 잊혀진 개인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이 중 대표작 3편을 모아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에서 9월 한 달간 릴레이로 공연을 이어 간다. ‘착한사람 조양규’(2007)와 ‘말들의 무덤’(2013), ‘먼 데서 오는 여자’(2014)는 각각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 걸쳐 그 시대를 살아갔거나 조용히 사라져 간 보통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되살려 낸다. 지난 12일 대학로에서 만난 김동현(50) 극단 코끼리만보 대표는 “우리 근현대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박한 연극으로 만들자는 게 극단의 목표”라고 말했다. 첫 번째 작품은 창단 첫해 초연하고 이듬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착한사람 조양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조양규’라는 가상의 인물이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실종’된 채 살아간 이야기다.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이 3000명 가까이 전사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그린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죠. 하지만 실종되거나 탈영한 군인들은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망 처리된 그들은 아마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했을 겁니다.” ‘사라진 사람’에 대한 관심은 2013년 공연된 ‘말들의 무덤’으로 이어졌다. 한국전쟁 중 일어난 피비린내 나는 양민 학살 속에 죽어 간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재구성했다. 뒤이어 ‘절친’인 극작가 배삼식이 희곡을 쓰고 김 대표가 연출한 ‘먼 데서 오는 여자’를 통해 1970년대 가족을 남기고 중동으로 떠나야 했던 노동자와 남겨진 아내의 고된 삶을 되새겼다. 공연 당시 보조석이 마련될 정도로 흥행했으며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지금의 대학로 연극계 현실에서는 보통의 뚝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김 대표는 “어제와 오늘, 내일을 결합하는 것은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광복 이후 70년이 흐르기까지 역사적 사실은 기록돼 있지만 그 이면에 남아 있는 흔적은 쉽게 보지 못합니다. 극장에서 겪는 경험과 감각을 통해 그 흔적을 되새긴다는 건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그 ‘흔적’을 되살리기 위해 김 대표는 실험적인 시도도 마다하지 않았다. ‘착한사람 조양규’에서는 무대 위에 ‘조양규’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7명의 배우가 번갈아 가며 그의 흔적만을 형상화해 보여 준다. ‘말들의 무덤’에서는 ‘산 자’인 배우들이 죽은 자의 말을 그대로 복원한다. “배우들이 사라진 사람들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재연’해서 보여 주는, 그런 가장 연극적인 구조를 통해 관객들은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세 작품이 ‘3부작’으로 묶이기까지 자그마치 8년이 걸렸다. 단원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공동 창작, 방대한 자료 조사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맺은 열매다. “처음 제가 극단 이름을 ‘코끼리만보’로 지었을 때 재미있어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극단 이름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번 릴레이 공연은 ‘말들의 무덤’과 ‘착한사람 조양규’를 1·2부로 묶어 ‘생각나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생각나는 사람’ 9월 2~16일, ‘먼 데서 오는 여자’ 9월 18일~10월 4일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 전석 3만원. (02)889-3561~2.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아하! 우주] 지구닮은 ‘녹색 별’ 찾았다?…광합성 흔적 발견

    [아하! 우주] 지구닮은 ‘녹색 별’ 찾았다?…광합성 흔적 발견

    우리 태양계에 가장 가까운 항성인 알파 센타우리B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반사되는 빛을 감지해냈으며, 이를 통해 식물과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녹색 별’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연구진은 지구에서 4.37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서 ‘색소’성분을 발견했다. 이 색소 성분은 나뭇잎이 광합성 할 때, 또는 유기체가 광합성을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고등녹색식물, 각종 시아노박테리아, 조류, 광합성세균 등 광합성생물에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나뭇잎이 초록색을 띠는 것은 나뭇잎에 든 엽록소 색소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의 파장 중 녹색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들은 알파 세타우리B에서 반사되는 빛이 이러한 광합성 작용 중 흡수되지 못하고 반사되는 색소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의 연구진이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타 행성에서 발생되는 무선 신호를 탐지하는 방법을 이용했다면, 광합성으로 인해 반사되는 빛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은 ‘녹색 별’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일부 우주생물학자들은 광합성 유기체로 인해 발생하는 빛 또는 색소의 존재를 찾아냄으로서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외계 행성을 탐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광합성 색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파 센타우리B는 센타우루스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태양보다 온도가 낮고 차가운 오렌지색 왜성이다. 현재 기술로 가장 빠른 우주선을 탄다 해도 약 8만 년이 걸리는 이 행성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 때문에 성간여행을 소재로 한 과학소설이나 비디오 게임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학계에서는 성간여행이 현실화 될 경우 가장 먼저 방문이 가능한 후보 중 하나로 꼽는 별이기도 하다. 프라이부르크대학 연구진은 “빛을 이용해 생물에게 에너지원이 되어주는 광합성 작용은 초기 지구 생물체의 진화에 큰 역할을 했다. 광합성과 같은 에너지원을 찾는 것은 거주 가능한 태양계 밖의 행성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구에서 먼 별의 표면에서 광합성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높은 기술력을 탑재한 망원경이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천문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우주를 보다] ‘지구닮은 별’에서 광합성 흔적 발견

    [우주를 보다] ‘지구닮은 별’에서 광합성 흔적 발견

    우리 태양계에 가장 가까운 항성인 알파 센타우리B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반사되는 빛을 감지해냈으며, 이를 통해 식물과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녹색 별’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연구진은 지구에서 4.37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서 ‘색소’성분을 발견했다. 이 색소 성분은 나뭇잎이 광합성 할 때, 또는 유기체가 광합성을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고등녹색식물, 각종 시아노박테리아, 조류, 광합성세균 등 광합성생물에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나뭇잎이 초록색을 띠는 것은 나뭇잎에 든 엽록소 색소가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의 파장 중 녹색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들은 알파 세타우리B에서 반사되는 빛이 이러한 광합성 작용 중 흡수되지 못하고 반사되는 색소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의 연구진이 외계생명체를 찾기 위해 타 행성에서 발생되는 무선 신호를 탐지하는 방법을 이용했다면, 광합성으로 인해 반사되는 빛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은 ‘녹색 별’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일부 우주생물학자들은 광합성 유기체로 인해 발생하는 빛 또는 색소의 존재를 찾아냄으로서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외계 행성을 탐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광합성 색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파 센타우리B는 센타우루스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태양보다 온도가 낮고 차가운 오렌지색 왜성이다. 현재 기술로 가장 빠른 우주선을 탄다 해도 약 8만 년이 걸리는 이 행성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 때문에 성간여행을 소재로 한 과학소설이나 비디오 게임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학계에서는 성간여행이 현실화 될 경우 가장 먼저 방문이 가능한 후보 중 하나로 꼽는 별이기도 하다. 프라이부르크대학 연구진은 “빛을 이용해 생물에게 에너지원이 되어주는 광합성 작용은 초기 지구 생물체의 진화에 큰 역할을 했다. 광합성과 같은 에너지원을 찾는 것은 거주 가능한 태양계 밖의 행성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구에서 먼 별의 표면에서 광합성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높은 기술력을 탑재한 망원경이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천문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Astro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스타뷰] IBF 주니어페더급 亞챔피언 거머쥔 ‘국내 유일 프로복싱 챔피언’ 김예준

    [스타뷰] IBF 주니어페더급 亞챔피언 거머쥔 ‘국내 유일 프로복싱 챔피언’ 김예준

    지난 5월 ‘세기의 대결’을 펼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는 48번 싸워 48번 이긴 불패복서다. 왼쪽 어깨로 상대의 주먹을 막는 그의 ‘숄더롤’은 난공불락이다. 매니 파키아오(37·필리핀)는 8체급을 석권한 유일한 복서다. 맹수처럼 파고들어 상대를 굴복시키는 인파이터다. 만일 메이웨더처럼 막고 파키아오처럼 때리는 복서가 있다면 그는 아마 복싱계의 천하무적일 것이다. ●메이웨더 수비·파키아오 공격력 닮아 ‘파키웨더’ 별명 국제복싱연맹(IBF) 주니어페더급(55.3㎏ 이하) 아시아 챔피언인 김예준(23·코리안)은 두 복서 이름을 합친 ‘파키웨더’라는 별명을 가진 우리나라 복싱 기대주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프로 복싱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선수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에는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세계복싱기구(WBO), IBF 등 4대 메이저 복싱 단체 세계챔피언이 한 명도 없다. 아시아 챔피언도 김예준뿐이다. 7일 서울 동작구 코리안복싱클럽에서 김예준을 만났다. “예준이의 별명은 ‘파키웨더’예요. 메이웨더처럼 숄더롤로 수비해요. 그러다가 공격할 때는 파키아오 같아요. 둘을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인터뷰에 앞서 이용환 코리안복싱클럽 관장은 제자인 김예준의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이 관장은 “예준이는 눈이 좋고 잘 피해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스타일로 정상급까지 간 선수는 없다”며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예준의 첫 인상은 말끔했다. 시합에서 많이 맞은 복서의 얼굴에는 흔적이 남는다. 주저앉은 코, 흉이 남은 눈언저리를 숨길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맞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많이 맞지 않았다는 증거다. 권투선수의 얼굴이 너무 깨끗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씩 웃으면서 “한번도 다운을 당한 적이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어 아웃복서냐고 묻자, 그는 “인, 아웃 다 할 수 있다. 상대에 따라 작전을 바꾼다”고 답했다. ●권투계 분열에 ‘WBC유스 세계챔피언’ 타이틀 뺏겨 그는 복싱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4월 13일 아키히로 마쓰모토(일본)를 꺾고 WBC 유스(25세 이하) 슈퍼밴텀급(55.3㎏ 이하)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침체된 한국 복싱계가 김예준을 주목했고, 그에게도 거칠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7월 한국권투연맹(KBF)이 오랜 내분 끝에 한국권투위원회(KBC)에서 찢어져 나왔다. 김예준의 체육관도 KBF와 함께했다. 그러나 WBC가 KBF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예준은 WBC 유스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눈뜨고 (챔피언 타이틀을) 뺏겼으니까…. 아쉬웠어요. 체념하고 운동만 했어요.” 그는 바닥에서 다시 시작했다. 열심히 훈련하고 싸웠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석인 IBF 주니어페더급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아야 돼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요. 그러려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해요.” 그는 지난 3월 29일 울산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 특설링에서 버질 푸톤(필리핀)을 판정으로 꺾고 아시아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그동안 고생했던 게 기억났어요. 다 보상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장님, 도와주시는 분들 다 같이 고생 많이 했거든요. 울었어요.” 지난달 20일 같은 곳에서 타이틀 1차 방어에 성공했다. 그는 요시히로 우쓰미(일본)에게 KO승을 거뒀다. 그는 “방어전에서는 솔직히 방어적으로 싸웠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서 “1차 방어전 이후 ‘항상 도전자의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았다. 2차 방어전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2차 방어전 일정은 미정이다. 그의 통산 전적은 12승2무1패다. 12승 가운데 6번이 KO승이다. 최근 치른 6차례 경기에서 5차례 KO로 이겼다. 점점 더 주먹이 단단해지고 있다. ●5살때 보육원에 맡겨져… “복싱만이 내 전부” 그는 아직 IBF 세계랭킹에 진입하지 못했다. 최근 성적을 반영해서 다음달쯤 진입할 예정이다. KBF 측은 김예준의 15위권 진입을 낙관했다. 15위 안에 드는 선수만이 세계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다. 이 관장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이르면 내후년에는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역 시절 WBA 주니어플라이급(48㎏ 이하) 17차 방어의 신화를 쓴 유명우 KBF 부회장은 “김예준은 현재 한국 선수 중에 세계 챔피언에 가장 접근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유 부회장은 “세계의 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높다”면서 “하지만 김예준 선수가 지금 같은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무리해서라도 도전하게 하려고 한다”면서 “부딪쳐 이겨내야 한다. 김예준은 누가 뭐래도 한국 복싱 중흥을 이끌 기대주”라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김예준과의 첫 만남에 대해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운동 신경이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예준이의 상황을 알게 됐고, ‘한번 (선수로) 만들어봐야겠다’고 달려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돌아봤다. 김예준은 부모님의 얼굴조차 모른다. 5살 때 보육원에 맡겨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정신력을 더 강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혼자 지냈어요. 복싱도 혼자 싸우는 거잖아요.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요. 예전에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좋은 쪽으로 보려고 해요.” 그는 경기를 치르기 직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다. 그는 “링에 오르기 전에는 제가 많이 밀리는 걸 상상한다. 엄청나게 고전하면서도 견뎌내는 모습을 머리에 그린다”면서 “이런 안 좋은 상상을 하고 1라운드를 해 보면, 제가 상상한 것보다는 상황이 낫고, 그럼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상대가 두렵지는 않다. 정작 두려운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훈련을 열심히 했다면 두려울 건 없다”면서 “뒤에 받쳐주는 사람들을 믿고 간다”고 강조했다. ●“세계챔피언이 목표… 한국 복싱 인기 되찾게 하고파” 그의 머릿속에는 복싱밖에 없다. 그는 “술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친구도 잘 안 만난다”면서 “1대1 싸움인 복싱은 엄청난 스태미너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생활 관리 잘해야 한다. 한눈팔면 (복싱)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휴식 시간이면 유튜브(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접속해 해외 복싱 영상을 찾아 본다. 김예준은 세계 챔피언이 되는 꿈을 꾼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는 “일본 복싱이 강한 것은 유명했던 복서가 현역에서 은퇴해도 복싱과 관계된 일을 계속하고, 가업처럼 대물림한다”면서 “복싱계에 오래 남아 한국 복싱을 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목표는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어요. 제가 세계챔피언 벨트를 매서 한국에서 다시 복싱이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눈이 반짝였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김예준은 ▲1992년 서울 출생 ▲서울 사당초-인헌중-인헌고-백석대(중퇴) ▲2014년 WBC 유스 슈퍼밴텀급 세계 챔피언 ▲2015년 IBF 주니어페더급 아시아 챔피언
  • 징역 30년 확정, 채팅男 전기톱 토막살해한 30대女 귀금속 쇼핑까지? ‘잔혹한 범행수법’

    징역 30년 확정, 채팅男 전기톱 토막살해한 30대女 귀금속 쇼핑까지? ‘잔혹한 범행수법’

    징역 30년 확정, 채팅男 전기톱 토막살해한 30대女 귀금속 쇼핑까지? ‘잔혹한 범행수법’ ‘징역 30년 확정’ 휴대전화 채팅으로 만난 50대 남성을 살해하고 토막 내 유기한 30대 여성이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7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살인과 사체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모(37·여)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씨의 심신장애에 관한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위법하지 않다”며 “고씨의 나이, 범행 동기 및 수단 등을 살펴보면 원심이 고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온 고씨는 2014년 5월 휴대전화 채팅으로 50대 A씨를 알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와 경기도 파주의 한 모텔에 투숙한 고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40여 차례나 찔러 숨지게 했다. 고씨는 이후 전기톱으로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뒤 A씨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사기도 했다. 특히 고씨는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과 비닐·세제 등을 구매한 뒤 숨진 조씨의 시신을 토막내고 범행 흔적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조씨의 시신 일부를 경기 파주의 한 농수로,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골목길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대담하며 고씨가 죄의식이 결여된 태도를 보이며 피해보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캡처 뉴스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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