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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깎아지른 듯한 두 봉우리가 먼저 중국의 사신을 맞았네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깎아지른 듯한 두 봉우리가 먼저 중국의 사신을 맞았네

    ‘아침 밀물을 타고 항해해 군산도에 정박했다. 열두 봉우리의 산이 잇닿아 성과 같이 둥그렇게 둘러 있다. 배 여섯 척이 맞이하는데, 무장한 병사들을 태운 채 징을 울리고 호각을 불며 호위했다. 따로 작은 배에 탄 초록색 도포 차림의 관리가 홀(笏)을 바로 잡고 배 안에서 읍(揖)했다.’중국 북송(北宋)의 사절단을 태운 배가 군산도에 들어오는 장면을 묘사한 ‘고려도경’의 한 대목이다. 북송의 휘종은 1123년(인종 1) 로윤적(路允迪)과 부묵경(傅墨卿)을 정·부사로 고려에 국신사(國信使)를 파견한다. 이 외교 사절단에는 북송 당대 서화(書畵)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서긍이 수행원으로 참여했다. 그가 글과 그림으로 남긴 일종의 사행(使行) 보고서가 ‘고려도경’으로 잘 알려진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이다. 모두 40권으로 바닷길은 34~39권에서 다루었다. 서긍은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 간다. ‘배가 섬으로 들어가자 100명 남짓이 연안에서 깃발을 잡고 늘어서 있었다. 동접반(同接伴)이 편지와 함께 아침상을 보내왔다. 정·부사가 국왕선장(國王先狀)을 보내니 접반이 배를 보내 군산정(群山亭)으로 올라 만나주기를 청했다’‘국왕선장’이란 사신이 국왕과 만나기 전에 자신들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통고문이라고 한다. 동접반은 외교사절단을 맞이하는 총책임자, 접반은 실무책임자다. 당시 동접반은 우리도 잘 아는 인물이었는데, 바로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金富軾·1075~1151)이다. 서긍은 고려의 인물을 다룬 제8권에서 ‘동접반 통봉대부 상서예부시랑 상호군 사자금어대’라는 직함을 길게 나열하면서 김부식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었다. ‘풍만한 얼굴과 큰 체구에 얼굴이 검고 눈이 튀어나왔다’고 묘사하면서 ‘그러나 널리 배우고 많이 기억하여 글을 잘 짓고 고금의 일을 잘 알아 학사(學士)들의 신망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고 호평했다.환영행사가 벌어졌을 군산정은 이렇게 설명했다. ‘군산정은 바다에 다가서 있고 뒤에는 봉우리가 둘 있는데, 나란히 우뚝한 봉우리는 절벽을 이루고 수백 길이나 치솟아 있다. 문밖에는 10칸 남짓한 관아 건물이 있고, 서쪽 작은 산에는 오룡묘(五龍墓)와 자복사(資福寺)가 있다.’ 서긍이 말한 군산도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한복판의 선유도, ‘두 봉우리’는 선유도의 상징과도 같은 망주봉((望主峰)이다. 당시는 고군산군도를 이루는 섬을 통틀어 군산도라 불렀던 듯싶다. 고군산군도는 야미도·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방축도·관리도를 비롯한 6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려시대에는 수군진영을 두어 군산진(群山鎭)이라 불렀는데, 조선 세종시대 군산진을 육지로 옮기면서 땅이름까지 가져가고 남은 섬들에 옛 ‘古’(고)자를 넣은 새 이름을 주었다는 것이다.선유도는 서해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의 하나다. 마침 지난해 12월 28일 새만금방조제에서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를 잇는 자동차 도로가 개통됐다. 연결 교량 건설로 과거 배를 타고 한 시간이나 걸리던 고군산군도의 주요 섬들이 사실상 육지가 된 것이다. 무녀도에서 새로 지은 선유교를 건너면 선유도의 남섬이다. 조금 더 달려 오른쪽으로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선유도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북쪽을 바라보면 활 모양으로 크게 휘어진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너머로 북섬 초입에 인상적인 모습의 벌거벗은 바위 봉우리 두 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망주봉이다. 망주봉에 가까이 가면 길가에 군산정과 관사, 자복사, 오룡묘, 숭산행궁(?山行宮)이 있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망주봉 일대에서는 2011년 지표조사 이후 발굴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군산대 박물관은 2014년 군산정 터를 확인하고 외교사절 접대에 썼음직한 최상급 청자와 당시 기와를 여럿 수습했다. 학계는 대체적으로 군산정과 관사가 두 봉우리 사이의 남쪽, 자복사와 숭산행궁은 봉우리 동쪽에 자리잡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망주봉 동쪽 기슭에 오룡묘가 남아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서긍이 ‘뱃사람들은 그것에 퍽 엄숙하게 제사를 올린다’고 했던 그대로 오룡묘는 고군산군도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이 해신(海神)에게 제사 지내는 기능을 지금껏 이어 오고 있다. 오룡묘에 오르면 국신사 일행을 태운 배가 정박했을 선유도의 잔잔한 내해(內海)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오룡묘 뒤편에 있었을 자복사는 불교국가 고려의 관아 부속 사찰이었다.군산정 앞바다는 서북쪽으로는 선유도의 북섬과 남섬, 남동쪽으로는 무녀도가 에워싸고 있다. 동쪽의 일부만 바다가 열려 있는데 그것도 신시도가 호위하듯 멀리서 가로막고 있다. 서긍이 ‘열두 봉우리의 산이 잇닿아 성과 같이 둥그렇게 둘러 있다’고 묘사한 그대로다. 망주봉 일대 유적을 돌아보고 섬을 나서는 길에 여유가 있다면 선유교 바로 건너 주차장에 잠깐 차를 세우기를 권한다. 선유교에 올라 망주봉을 바라보면 일대가 군사기지로서는 물론 먼바다를 건너온 외교 사절에 환영행사를 베푸는 데 최적의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숭산행궁이다. 우리가 아는 행궁(行宮)이란 왕이 궁궐 밖으로 행차할 때 머무는 별궁이다. 지역에서는 글자 그대로 고려시대 행궁이 있었을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긍은 ‘큰 수풀 가운데 작은 사당이 있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숭산신의 별묘라고 한다’고도 했다. 따라서 학계는 숭산행궁이 숭산별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숭산은 개성의 진산인 송악을 가리킨다. ‘임금이 계신 곳을 그리워한다’는 뜻을 가진 망주봉의 이름과도 상통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없지 않다. 고려와 북송의 외교와 교역은 애초 산둥반도와 대동강 하구를 거쳐 예성강을 잇는 북로(北路)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거란이 중국 북방을 휩쓸자 고려와 북송은 1074년(문종 28) 남쪽의 명주에서 서해를 건너 흑산도~군산도~마도~자연도~예성항을 잇는 남로(南路)를 이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경로에 외교사절 접대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하는 작업도 이때부터 본격화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서긍은 흑산도를 지나며 ‘옛날에는 이곳이 사신의 배가 묵는 곳이었다. 관사도 아직 남아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길에는 정박하지 않았다’고 했다. 흑산도 관사 유적은 1987년부터 2000년까지 목포대 팀이 벌인 세 차례 지표조사에서 흔적을 찾았다. 이후 전남문화재연구원이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발굴조사를 벌여 건물터를 확인하고 기와와 청자, 희령통보를 비롯한 송나라 화폐도 수습했다. 마도의 환영행사는 안흥정에서 열렸다. 마도라면 최근 앞바다에서 고려시대 침몰선이 다수 발견되어 수중고고학의 보고로 떠오른 태안 앞바다의 섬이다. 안흥정이 세워진 것은 1077년(문종 31)이라고 한다. 자연도는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지금의 영종도다. 자연도에도 사신을 접대하는 경원정이 있었다. 우리에게 ‘외교 유적’이란 흔치가 않다. 선유도 연륙교의 개통으로 높아질 망주봉 유적에 대한 관심이 흑산도·마도·영종도 유적의 실체 확인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주한 베트남 대사는 왜 ‘화산 이씨’ 흔적 찾나

    주한 베트남 대사는 왜 ‘화산 이씨’ 흔적 찾나

    응우옌부뚜 주한베트남 대사 일행이 4일 경북 봉화와 영주 등을 잇따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영주시와 봉화군에 따르면 주한베트남 대사 일행 8명이 이날 지역을 방문해 상호 교류협력 및 결혼이주 여성 권익 보호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들은 또 경북 북부에 흩어져 있는 베트남 선조 흔적을 돌아봤다. 경북에 남은 베트남 선조 흔적은 화산 이씨(花山 李氏) 조상들이 남긴 것이다. 화산 이씨 시조는 베트남 최초 독립국가 리 왕조(Ly·1009∼1225)의 왕자인 이용상이다. 1226년 반란을 피해 고국을 탈출한 그는 고려 옹진 화산에 정착한 뒤 몽골군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워 고종에게 성(姓)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화산 이씨 시조와 관련한 내용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국영방송에서 다큐멘터리로 소개됐다. 베트남 대사 일행은 먼저 봉화군청에서 이용상과 유적지에 관해 설명을 듣고 후손 이장발의 충효정신을 기리려고 세운 충효당(문화재자료 제46호)을 돌아봤다. 이어 영주를 찾은 대사 일행은 장수면 성곡리에 있는 화산 이씨 종택인 이당고택을 방문했다. 이당고택은 이용상의 22∼23세손이 조선 말 건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사 일행은 경북도청도 방문해 김관용 도지사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응우옌부뚜 대사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지난해 11월 11일부터 12월 3일까지 23일간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베트남 대사 방문이 지역에서 베트남과 경제·문화적 협력관계를 다져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주·봉화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문화마당] 묵묵하게 - 먹먹하고 막막한 사람들에게/김소연 시인

    [문화마당] 묵묵하게 - 먹먹하고 막막한 사람들에게/김소연 시인

    2017년을 어떻게 보냈어요?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둘러앉은 모두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같이 무언가를 도모해 보고자 만난 자리였다. 옆에 앉은 이에게 당신은 열심히 산 것 같아 보인다고, 그 흔적을 많이 지켜보았다고 말을 꺼냈더니 그 사람은 정색을 한다. 너무 많이 일을 해서 힘들었다고. 다시는 그렇게 바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한 사람의 겉과 속을 얼핏 엿보게 되자 마음이 먹먹해졌다. 나는 2017년은 나에게 없었던 셈 치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나 막막해서 방황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나날이었다고 고백했다. 둘러앉은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지는 못해도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묵묵하게 듣기만 했다. 집에 돌아와 너무 무거운 고백을 했다는 자책이 생겼다. 2017년 12월 31일 밤에는 몇 시간을 꼬박 책상에 앉아 2017년에 내가 했던 일들을 수첩에 적어 보았다. 적으려고 종이에 연필을 대고 있자니, 머리나 감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손과 발을 써서 했던 일들만을 적었다. 세세하고 쩨쩨한 것들까지 한없이 적게 됐다. 나는 방황만 했던 게 아니었다는 걸 비로소 내 자신에게 증명할 수 있었다. 기억하던 습성이 한 가지 방향으로 나를 왜곡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기억술은 그토록 항진력을 지니는 몹쓸 속성이 있었다. 한번 시작된 왜곡을 멈추는 힘을 글을 쓰는 일에서 얻는다. 몹쓸 한 가지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곁가지들이 생겨나고, 생각해 오던 습성 바깥으로 생각을 뻗어 나가게 된다. 가까스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건사할 힘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나는 내 살림을 잘 돌봤다. 죽어 가던 식물들과 새로 들여온 식물들을 잘 돌봤고, 그들이 새잎을 밀어낼 때마다 기뻐할 줄 알았다. 국을 끓이고 찌개를 끓였다. 맛있게 먹을 줄 알았다.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기도 했고 요리를 해서 친구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많은 글을 썼고 돈을 벌러 바쁘게 다녔다. 오래 고민만 해 오던 새로운 일을 시작했으니 모험을 감행했다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거절을 열심히 했다. 거절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찜찜해하며 해 왔던 일들에 대해 경쾌하고 단호하게 거절하여 나다움을 지켰다. 그 개운함과 단출함 속에 있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이 단출함이 낯설어 괜스레 더 막막한 기분이 들었던 걸까. 헤아려 보니 막막함조차 물리친 더 단출한 자리에 야릇한 명랑함이 찾아왔다. 비로소 정갈하게 한 해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됐다. 올해엔 사람을 만나면 카페나 술집이 아니라 길에서 만나자고 말해 보고 싶다. 같이 걷자고 제안하고 싶다. 마주 앉아서, 어떤 말을 주고받아도, 감추고 싶은 욕망이 서로에게 슬그머니 들키고야 마는 눈빛이 아니라 나란한 걸음걸이를 겪었으면 싶다. 골목을 걷고 작은 가게를 기웃거리고. 숲 속을 걷고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대화가 아니라 걸음으로 함께하는 시간. 같은 장소를 걸으며 우리의 육체가 함께 감각하는 미세한 결들을 2018년 12월 31일에는 수첩에 한없이 적어 내려갈 수 있었으면 한다. 말이 지닌, 그 부실함과 허약함과 손쉬움을 모르는 척하는 허약한 결속이 아니라 같은 경험과 같은 감각이 쌓이는 결속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정말이지 말밖에 안 보이는 세상이 도래했다. 우리가 해댄 산더미 같은 말들로부터 우리가 입은 내상들이 훤히 보이는 세상이 더불어 도래했다. 이 막막함 속에서 묵묵해지자는 새해 인사를 건네 본다. 말이 아니라 발로써 자신을 증명해 보자고 새해 인사를 건네 본다.
  • ‘그냥 사랑하는 사이’ 원진아♥이준호, 애틋+설렘 선사하는 ‘단짠 로맨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원진아♥이준호, 애틋+설렘 선사하는 ‘단짠 로맨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이준호와 원진아가 치유되지 않은 상처의 흔적을 껴안은 ‘단짠 로맨스’로 애틋함과 설렘을 동시에 선사했다.지난 1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가까워진 강두(이준호 분)와 문수(원진아 분)의 일상을 담아내며 설렘을 자극했다. 그러나 강두와 문수의 일상에는 사고가 남긴 아픔도 여전히 존재했다. 이날 방송에서 강두와 문수는 감춰두었던 상처까지 털어놓으며 마지막 벽까지 허물었다. 문수가 먼저 추모비에 동생 이름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강두 역시 자신도 유가족임을 고백했다. 유가족 명단을 살피며 강두가 홀로 견뎠을 아픔과 깊이를 짐작하던 문수는 강두의 여인숙으로 찾아갔다. 텔레파시가 통하기라도 한 듯 강두는 문수를 만나기 위해 산호장으로 향한 후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외로울 때 보고 싶은 사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싶은 사이가 됐다. 완진(박희본 분)의 집에서 진영(김민규 분)과 실랑이를 벌이다 쓰러진 문수가 정신을 잃자 놀란 강두는 문수를 감싸 안고 다급하게 응급차를 요청했다. 완진은 “전에 머리를 다쳐서 기억이 날아간 적이 있다”며 정신이 든 문수에게 기억이 온전한지 확인했다. 사고 당시 강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 하지만 여인숙 옥상에서 고기파티를 하던 문수는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불리는 축구 경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를 들은 강두는 깜짝 놀랐다. 사고 현장에 함께 갇혔을 때 강두가 해준 이야기였던 것. 과거를 회상하던 강두는 “기적 같은 소리 하네”라고 비웃는 다시 시작된 환청에 고통스러워했다. 계단에서 홀로 두려움과 괴로움에 사로잡혀있던 강두를 발견한 문수는 심상치 않은 상태에 걱정스러워했다. 강두는 절절한 눈빛으로 “넌 괜찮아?”라고 물으며 문수를 끌어안아 애틋한 엔딩을 장식했다. 강두와 문수의 달달한 핑크빛 무드는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높였다. 함께 있을 때 두 사람은 사고의 피해자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을 깨달아가는 평범한 청춘이었다. 그냥 문득 보고 싶어져 집 앞으로 찾아가고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밥을 먹었냐는 의미 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강두가 다쳤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여인숙으로 달려간 문수가 “놀랐잖아. 내일까지 다 나아서 와”라고 화를 내도 강두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문수가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재영(김혜준 분)이 강두의 친동생임을 안 문수 역시 슬며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설렘을 자아냈다. 강두와 문수에게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관심과 애정의 척도를 알 수 있는 사소한 행동조차 설렘으로 다가갔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사고의 상처를 담담히 어루만졌다. 서로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강두와 문수는 이제는 산산 조각난 축구선수라는 꿈과 동생 연수를 내심 미워했던 미안한 속내를 밝힐 수 있었다. 속에 감춰두기만 했던 죄책감, 아쉬움, 미안함과 후회를 편하게 나누며 “아깝다. 아까워”라고 털어내는 강두와 문수의 대화가 평범하지만 안쓰러웠던 이유다. 하지만 사고의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있다. 강두는 지독한 환청으로 괴로워했다. 문수의 기억 속에 강두와의 추억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강두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지 못했다. 강두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할멈(나문희 분)의 비밀도 밝혀졌다. 검사 결과 뇌종양이었다. 재영은 수술을 권했지만 할멈은 이를 거부하며 강두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고 당부해 불안감이 가중됐다. 한편,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2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사비는 순서를 기다린다. 복도의 고요함은 일부러 꾸며진 듯하다. 문이 닫히는 소리. 누군가 사비를 지나쳐 간다. 전에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를 향한 적의가 있다. 사비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깜빡 졸았던 걸까. 그의 이름이 들린다. 관료, 학자들. 권위로 데워진 공기가 거북하다. 사비가 의자에 앉고도 그들은, 한참 동안 파일을 뒤적거린다. 넘어갔다가 돌아오고, 다시 구겨지는 문서들. 무작위적인 리듬으로, 자기 역할에 몰입한 자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비는 그게 잘 안 된다. 침묵을 깨야 한다면, 그만한 무게를 지녀야 한다. 위원이 말한다. “우리는 첫째로 근무자들의 파견지 이탈 건을 조사하기 위해 당신을 불렀어요. 이 문제에 관해 우리는 당신에게 형식상의 협조를 바랄 뿐입니다.”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다른 위원이 말한다. “둘째로 최근 보고된 인간 반출 사건을 조사할 겁니다. 이 경우 당신의 위치는 썩 좋지 못해요.” 기관의 배려를 기대했던가. 그래도 사비는 동요하지 않는다. 마음 작용의 세부사항들을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그는 위원들의 질문에 답한다. 일정한 어조로 이어지는 질문들. 때로는 위원들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탈과 반출. 그것은 사비의 언어가 아니다. 사비와 위원회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다. 위원회는 사비를 의심하고 있다. 그가 아는 만큼 말하지 않고, 교묘하게 말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비는 그들만큼이나 아는 게 없다. 오히려 그에겐 새로운 질문거리만 가득하다. 심문은 계속될 것인가? 사비는 구금되지 않는다. 위원회에 그럴 권한은 없다. 즉석에서 다음 출석을 예고받는다. 서명하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그의 뒤로 문이 닫힌다. 이미 어두워진 복도.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간다. 무수히 많은 창문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곳을 지나기가 두려워진다. 그는 골목길을 택한다. 그 길은 비밀스럽다. 불규칙한 계단을 내려가고, 곳곳에서 오래된 그림자들을 본다. 골목이 끝나는 지점은 다른 골목과 맞닿아 있다. 사비는 다른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주변을 살핀다. 담벼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다. 왼편 불 밝힌 상점에, 진열대 사이로 점원이 보인다. 그녀는 웃고 있다. 웃음은 준비된 기호다. 그녀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소는 신비한 제안 같아서, 사비는 다른 생각에 물들지 못한다. 달콤하다.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다. 진열대에 술병이 빼곡하다. 사비는 화려한 단어들을 본다. 덧붙은 상징들도. 갖가지 색과 형태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모두 똑같이 중요한 동물들과 도형들. 그는 방향감각을 잃고, 발을 헛디뎌 술병을 모두 깨뜨리게 될 것만 같다. 땀이 맺힌다. 손등으로 땀을 닦는데 불쑥 인사말이 들린다. 사비는 점원의 입을, 눈을 본다. 그리고 미처 감추지 못한 수동성을 엿본다. 그녀의 조화롭지 못한 목소리가 거슬린다. 사비는 짧은 사이 실망을 내비쳤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부러 들릴 듯 말 듯 대꾸한다. 점원은 한발 물러나 웃음으로 돌아간다. 어떻든 그녀는 변함없다. 그녀가 사람이었다면, 사비는 다른 반응을 기대해도 좋았을 것이다. 선택이 한정되어 있고, 외부에서 주입되었더라도 온전히 그녀만의 것으로 머무는 감정들을. 손가락으로 아무 병 하나를 가리킨다. 그녀는 상품을 스캔하고, 가져가 버린다. 사비는 그런 행동이 그녀만큼 시늉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포장이 사비의 손에 들린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상점을 나선다. 사비는 단조로운 풍경을 내다본다. 버스가 이미 지나온 길도 다시 훑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느리고, 목적지에 갈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모로를 만나려면 한참 더 외진 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은 도시 외곽도 아니고, 마을이라 부르기에도 어중간하다. 기억이 맞는다면 이쯤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가 떠나자 어두워진다. 멀지 않은 곳에 파도가 친다. 사비는 도로를 벗어나 흙길로 들어선다. 길가를 내려다보니 경사가 가파르다. 풀이 자라지 않은 길을 골라 내려간다. 해안이 있고, 움푹 들어간 형태로 숲을 등진 주거지가 보인다. 집은 몇 채 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비는 알 것 같다. 그 집은 모로의 성향과 닮아 있다. 작고, 뽐내지 않는다. 문을 두드려 본다. 모로. 기척이 없다. 사비는 집 주위를 돈다. 창문에 얼굴을 대지만, 안을 볼 수 없다. 사비는 모래사장을 거닐기로 한다. 불을 밝힌 집이 몇 채 보인다. 이편은 어둠이다. 사비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든다. 파도 소리가 불쾌하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그는 갑작스럽게 고향의 선율을 느낀다. 단조로운 흐름이다. 어떤 이유로 연상되는 것일까. 선율은 감각에 새겨졌고, 때때로 통증처럼 거기에 있다. 흐릿하게. 불빛 속에 남자가 보인다. 그는 작은 고깃배 옆에 앉아 그물을 손보고 있다. 사비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남자는 그물을 놓고 일어선다. “오늘은 너무 늦었는데.” 사비는 그를 살핀다. 심술궂은 눈. 주름들. 그리고 들쭉날쭉한 억양. 하지만 흐릿하게나마 장난기가 비친다. 관리자의 인상이다. 확신할 수는 없다. “그쪽으로 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거야.” 사비는 고개를 돌려 어둠을 본다. 그의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린다. “초입에 있는 작은 집을 찾아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사비는 손가락을 들었지만, 어떤 것도 가리키지 못한다.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실수인 것처럼, 그의 뒤로 현관문이 조금 벌어져 있다. 그가 오랜 시간 홀로 지내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자는 그물을 추스른다. “나도 이곳 사람들에 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는 사비를 훑는다. 사비의 손에는 술병이 있다. “들어오겠나?” 그를 따라 들어간다. 다른 차원에 들어서는 것 같다. 사비는 아직도 그런 경험을 잘 설명해낼 수 없다. 테이블과 낡은 의자들과 벽에 붙은 계획표. 책장 위에 술병을 놓는다. 사비는 그가 의자를 권할 때까지 기다린다. 남자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책장의 지저분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사비는 대부분의 책 제목을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 앉아.” 남자는 술을 따른다. 그는 두꺼운 책을 고른다. 그의 손은 책을 옭아매는 성긴 보금자리 같다. 사비는 술잔을 들어 입을 적신다. 책을 들고 있는 남자의 손마디를 살펴본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노동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짐작과는 다르다. 어쩌면 그는 오랜 세월 학자로서 지내왔을지도 모른다. 무엇에 관한 학자인가. 언어들? 비밀스럽고, 신비 가득한 형태로 눈을 어지럽히며 우리를 넘어서는 의도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바깥 세계의 소란. 막연히 우상화되는 시인들. 남자는 책장을 넘긴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눈을 치켜뜬다. 사비는 어서 그가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자는 다시 책을 읽는다. 한동안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심각한 그의 얼굴이 곧 부서져 버릴 것 같다. “요즘 이곳은 어때?” 사비는 말을 꺼내는 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남자는 책을 내려놓는다. “예전에는 좋았지.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려워.” 흔해 빠진 의견. “여길 떠나는 자들이 늘었지. 그게 뭘 말해주겠나? 전보다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걸.” 사비는 마지못해 수긍한다. “자네도 누군가를 찾아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런 건 핑계에 불과해. 난 많이 봐와서 잘 알지. 결국엔 떠나는 거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렇다면 잘 선택한 거야. 여긴 매력을 잃었어. 다신 돌아오지 말게.” 남자는 다시 책을 펼쳐 든다. 사비는 침묵 안에서 흔들린다. 마음을 다잡기 어려워진다. 바깥 그리 멀지 않은 물밑 어딘가에서 불분명한 형체가 지상으로 올라온다. 모래사장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모습을 드러낸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심해의 생명체가 몸을 비틀며 기어온다. 호흡하는 비늘과 가시들을 과시하면서. 성미 급한 놈이다. 거대한 입속으로 겹겹이 덧난 이빨에는 독이 흐른다. 놈은 모래를 파헤쳐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속으로 숨는다. 구덩이 위를 지나는 자들을 모두 집어삼키려고. 놈의 입과 뱃속에서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모로의 흔적도 그곳에 걸려 있다. 대기는 신음으로 가득해 질식해 버릴 것 같다. 사비는 술잔을 내려놓고, 남자의 구겨진 얼굴을 다시 한번 본다. 그는 가끔 입술을 달싹이는 것 말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비는 자신의 손과 발을 내려다본다. 시간을 체감하는 신체기관이 있다면, 그건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흉물스럽게 늘어졌을 것이다. 확장된 외연으로서 발에 차이고 목을 휘감았을 것이다. 사비는 말한다. “그래도 난 언젠가는 돌아와야 해.” “쉽지 않을 거야.” 사비는 그에게 나약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서 준비해야겠어. 언제 다시 방문하면 될까?” 남자는 손을 내젓는다. 조금 더 기다려 보지만 그뿐이다. 현관을 나선 사비는 바깥 공기에 압도당한다. 사비는 이보다 더 적은 자극을 원한다. 사비의 생각은 몇 차례나 분절된다. 구덩이라니. 잠을 자고 싶다. 잠을 자야만 벌어진 틈을 이어 붙일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정신은 점점 파편화되어, 말라죽은 나무의 껍질처럼 떨어져 나간다. 다른 가능성이 물꼬를 튼다. 모로의 작은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환하다. 아니, 그 집은 모로의 집보다도 좀더 넓고 안락해 보인다. 그럼에도 사비는 그 집이 여전히 모로의 집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비는 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잘 손질된 정원수. 초인종을 누르자 미소 짓는 점원이 나타난다. 사비는 놀라지 않는다. 그는 초대받은 사람처럼 집 안에 들어선다. 집은 거대한 하나의 침실이다. 사비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녀의 유년 시절과 일상, 갈등과 고민에 관한 이야기 속 세부사항을 통해서 그녀가 가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깊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처럼 모든 이야기로부터 달아나 버린다. 그녀는 이미 이 세계의 어떤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다. 그녀는 오직 행위의 화신으로, 사비에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녀가 드리운 그림자 아래에서 근심 따위는 느낄 수 없다. 시간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다. 오래도록 평화롭다. 그러나 그녀의 품에서 사비는 결코 잠들지 못한다. 사비는 얌전히 눈을 감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식이 또렷하다. 그는 속으로 진짜를 흉내 낸 것들을 모조리 비웃고 있다. 사비는 구두를 손에 들고 주거지의 불빛들을 지난다. 움푹한 해안선은 인위적이거나, 자연을 뛰어넘는 힘이 가해진 것처럼 보인다. 사비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의 작용. 가령 겨울이 길어지고, 낮 동안의 빛은 더욱 희미해지는 것. 예측할 수 없던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땅한 이유를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나 사비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고향에서는 더 자주 메시지를 보내왔다. 의구심을 품은 자들은 모두 돌아오라고. 사비는 그래도 아직은 끝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작고 허름한 집이 보인다. 짐승은커녕 곤충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문틈에 얼굴을 대고 문을 밀어본다. 열릴 듯이 삐걱거린다. 그뿐이다. 절망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다른 감정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기척이 있다. 보드라운 목구멍을 갓 넘어온 따뜻한 숨결이 거기에 있다. 사비는 창문을 들여다본다. 소용없는 짓이다. 물러서서 구두를 던진다. 창문이 깨지고, 깨진 틈으로 모로를 찾는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비는 창문을 넘는다. 유리 조각에 옷자락이 긁힌다. 사비는 벽을 더듬으며 나아간다. 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온다. 한쪽 구석이다. 구석에서 소리가 난다. 사비는 다가가 몸을 기울인다. 그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 아기가 불가능할 것 같은 방식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본다.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 울음을 멈추고, 감춰두었던 예리한 날로 그의 목을 긋는다. 사비는 목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순간 생동하는 가능성을 모두 외면하기로 하자. 이미 어둠 안에 놓인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거의 엎드린다. 아기를 섬기려는 것처럼,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댄다. 아기는 울음을 멈춘다. 시큼한 냄새가 난다. 따스하고 보들보들한 감촉이, 놀랍도록 위안을 준다. 손을 떼고 싶지 않다. 파도 소리가 바람에 묻히기도 한다. 사비는 그를 흔드는 손길에 의해 깨어나 돌아본다. 모로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짓누르려는 듯이. 사비도 모로를 본다. “사비. 왜 이렇게 늦었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다. “창문을 깨고 들어오면 어떡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어.” 그러나 아기는 없다. 감정들이 고스란히 흘러 나간다. 그는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일행은?” “혼자야. 모두 흩어졌어.” 모로는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모로, 아기가 실제로 있어?” “있어.” “어디에?” “내 몸에.” 사비는 모로와 아기를 동시에 생각해 본다. 틀림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로가 실수한 거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어쩌려고?” “데려갈 거야.” “그걸 왜?” “왜라니. 기념해야지.” “기념하기 위한 거라면 다른 걸 가져가. 더 적합한 것으로.” 하지만 사비는 더 적합한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냥, 인간들을 내버려 두자.” “이제 와서 그럴 순 없지.” 어떤 말을 해도 소모적일 것 같다. 사비는 문을 열고 내다본다. 반드럽게 깔린 살굿빛 사장과 바다 위로 드넓은 하늘의 풍광이 우연처럼 놓인 것 같다. 관리자의 집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고깃배는 보이지 않는다. “모로. 관리자를 만났어? “아니. 그는 통 잠들질 않아.” 그래서 모로는 여태껏 사비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관리자는 찌푸린 눈으로, 어째서 그것이 기념이 되느냐고 묻겠지만.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사비는 그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그와 멀어져야 한다. 그가 현실의 무미건조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사비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수평선까지 배 한 척 보이지 않는다. 관리자는 그 작은 배를 타고 어떻게 플랫폼까지 가는 것일까. 사비는 문을 열어 둔다. “그가 거절할 수도 있어.” “넌 그저 꿈에서 깨어나 배를 기다리면 돼.” “이게 얼마나 대책 없는 짓인지 알고는 있는 거야?” “플랫폼에서 만나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모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동작을 되감는 것처럼 자리로 돌아가 눕는다. 눈을 감고 하늘을 본다. 이해할 수 없는 거짓이다. 인간의 생에 남겨진 일이라고는 끊임없는 불만족뿐이다. 그런 그를 일부러 고통과 마주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기념이라고? 사비는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게다가, 인간은 우리의 고향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감각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사비는, 모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모로는 사비의 첫 작품이다. 모로는 사비와 같으면서도, 그의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모로는 흉내에 불과한가? 모로를 볼 때면 사비의 심정은 늘 복잡하다. 그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모로는 자유롭다. 그건 사비가 줄 수 없는 매혹적인 개념이다. 고깃배가 가까워진다. 사비는 몸을 일으킨다. 관리자가 배에서 내린다. 그의 허리까지 물에 잠긴다. 배 안에는 손님이 있다. 그는 몸 대부분을 가리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 그의 형태마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먼 곳에서 왔으리라. 손님은 땅에 발을 딛는다. 체구가 크다. 사비는 사구에 올라선다. 그러나 손님은 사비를 의식하지 않고 사구를 돌아나간다. 그는 사비가 그랬던 것처럼, 휴식도 없이 곧바로 어떤 목적을 좇는다. 관리자가 사비에게 손짓한다. 사비는 그를 도와 배를 끌고 올라온다. “인사를 나눴나?” 사비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답하는 대신에 눈으로 먼 곳을 좇는다. “뭐, 상관없겠지.” 관리자가 앞서 배를 끌고 간다. 사비는 고물을 민다. 경사진 모래언덕이 난감하다. 사비는 배를 홀로 떠받들고 있는 것 같다. 닳고 부서지고 덧댄 흔적을 본다. 사비로서는 짐작조차 못 할 물밑의 진실을 견디는, 볼품없는 배다. 사비는 때때로 뒤를 돌아본다. 모래사장에는 깊은 족적이 남는다. 관리자는 모래도 털지 않고 그대로 현관을 넘는다. 그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먼지 앉은 잔에 술을 따르고, 계획표에 문자들을 휘갈겨 쓴다. 사비는 문틀을 붙잡고 관리자의 집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는 계단에 버티고 서서 말한다. “우릴 플랫폼에 데려다줘.” 관리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게 좋겠어.” 그 말은 관리자에게 닿기도 전에 허물어진다. 사비는 문턱을 넘는다. 그와 동시에 부엌의 작은 문이 닫힌다. 하지만 관리자는 부엌을 돌아보지 않는다. 관리자의 널찍한 등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옆에서 본 그는 매끈한 석상이다. 사비는 그를 찔러보고 싶다. 사비는 부엌으로 다가간다. 작은 문 너머로 속삭이는 소리, 고약한 획책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굴욕감이 드는 순간, 사비는 성급하게 문고리를 돌린다. 방 안에는 그물과 비린내와 모래가 뒤엉겨 있다. 굴욕을 만회할 수는 없다. 관리자는 펜을 놓고 돌아선다. “곧 출발할 수 있겠어.” 관리자는 계획표를 보란 듯이 손바닥으로 친다. 사비로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관리자가 묻는다. “규모는?” “나와 내 동료 모로, 그리고 아기 하나.” 관리자는 술을 한 모금 삼키고 말한다. “인간?” “작은 인간.” “인간은 안 돼.” 가라앉은 관리자의 말투에는 파고들 틈이 없다.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얼마 전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까 배 타고 들어오는 손님 봤지. 방침이 바뀌었어.” 방침.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어디서 온 손님인데?” “무례한 질문이야. 더 나은 질문을 해봐.” 사비는 그가 계속 말을 이어 가도록 내버려 둔다. “이제 단 하나의 인간도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 모두 모아놓고서, 조용히 끝낼 거야.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게 그가 하려는 일이야.” 생각보다 일찍 다가온 절멸 소식이 놀랍다. 그리고 그것이 벅찬 화려함 가운데 섬광처럼 오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천천히,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당혹스럽다. 사비는 미소 짓는 점원을 떠올려 본다. 인간이 아닌 것들은? 그들은 함께 사라지거나, 새로운 주인이 되겠지. 아마도 이 계획에서 기계들은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들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머물게 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것일까. 그렇더라도 이제는 그것의 모방만이 넘쳐나겠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도 모를 거야.” “인간은 안 돼.” 그 말은 하나의 구호처럼 들린다. 관리자는 거의 즐기고 있다. 짧고 단단한 문장에 부딪혀 박살 나 버리는 다른 빈약한 문장들. 탈취와 도주의 이미지들이 의식에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사비는 이보다 더 큰 말썽에 휘말릴 자신이 없다. 관리자는 벌써 이 일을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책을 고른다. 그가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관리자는 무한히 여유롭다. 그러나 사비는 그렇지 않다. 사비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사비로서는 관리자와의 불균형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 작은 인간의 무게가 그만큼 그를 누른다. 몇 가지 짧은 생각이 든다. 작은 인간이 기계로 변환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은 얼마 없다는 사실. 그리고 손님의 행방. 관리자가 손짓하며 사비의 주의를 끈다. 그는 사비가 마주 앉기를 바란다. 팔걸이가 있고, 등받이가 짧은 의자를 권한다. 그리고 사비에게 술잔을 건넨다. 사비는 한동안 의자에 꺼질 듯이 파묻혀 있다. 그는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알코올 냄새가 올라온다. 어떤 생각을 재촉하려는 듯이. 그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관리자가 말한다. “그런데 네 동료는 지금 어디 있지?” “자기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난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왜냐하면. 사비는 말을 아낀다. 관리자는 사비에게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비는 부엌의 작은 문을 본다. 아무래도 누군가 더 있는 것 같다. 거기서 감각을 희롱하는 미세한 자극들이 흘러나온다. 관리자는 무릎 위로 책을 펼친다. “이 책을 알아볼 수 있나?” “전혀.” “이건 아주 형편없어. 두서없는 소리로 가득해.” 관리자는 손끝으로 문장을 긋는다. “그런데 여기. 이 대목을 봐.” 처벌에 관한 기록이다. 오래전 일이다. 여기에 선대 관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지워졌다. 그는 기계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 무차별. 그것은 경력을 망가뜨리는 불온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해변을 거닐던 선대 관리자는 도망쳐 나온 도시 기계를 맞닥뜨린다. 기계는 인간과 똑 닮아 있으나, 두려움의 표현이 어설프다. 도시 기계는 이보다 더 멀리 도망갈 수 없다. 헤엄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선대 관리 자는 도시 기계를 데려와 별장에 숨겨준다. 그는 거기서 인간처럼 지낸다. 먹고 읽으며, 잠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를 추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피 행각은 발각된다. 선대 관리자는 인간으로부터 원성을 듣는다. 도시 기계의 죄목은? 언급되지 않는다. 고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대 관리자와 인간을 중재한다. 간단하게 합의된 결과로 선대 관리자와 도시 기계가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선대 관리자는 도시 기계로 이식되고, 성공적으로 결합한 그것은 도시로 보내진다. 그것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후 관리자의 관할이 분명해진다. “뭐라고 쓰여 있는데?” “이 글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였다는군.” 관리자는 책을 덮는다. “그럼 지금 읽은 건 뭐야?” “그건 말일 뿐이지.” 너의 꿈속에 있는 것처럼 실체 없는 경험들이지. 눈이 감긴다. 사비는 희미하게, 부엌의 작은 문이 열리는 것을 본다.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이다. 그가 그물을 끌고 사비에게로 다가온다. 사비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것은 가능성인가? 손님은 도심에 다다른다. 한낮의 공터에서, 그가 주목받을 이유는 없다. 그는 쪼그려 앉아 동그란 통을 내려놓는다. 단순하게 생긴 물건이지만,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그는 잠금을 풀고 뚜껑을 비스듬히 걸쳐 놓는다. 그것은 흐릿한 기운을 방출한다. 화산재가 분화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진다. 바다 한가운데에 어색하게 솟은 지면이 있다. 사비는 생각하지 않고도 그것을 알아본다. 플랫폼이다. 간소하고, 누구도 이용한 적 없는 것처럼 깨끗하다. 사비는 배를 타고 있다. 배는 젓지 않아도 나아간다. 플랫폼 위로 모로와 유모차가 보인다. 모로는 배에 탄 사비가 플랫폼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사비는 아래를 본다. 수면에 비친 얼굴은 분명 자신의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모습은 불안정해서, 곧 다른 얼굴로 바뀌어 버릴 것 같다. 그는 수면을 내려다보지 않기로 하고 발을 디딘다. 플랫폼에 어렵게 올라선다. 그가 타고 온 배는 점점 멀어져 간다. 모로가 말한다. “저걸 타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래.” “재주도 많네.” 사비는 뒤돌아본다. 그것은 배가 아니라 가시 돋은 심해의 생명체다. 어떻게 날카로운 등 위로 올라탈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모로의 얼굴은 테두리가 불분명하다. 잘못 손대는 바람에 윤곽이 번진 것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모로를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모로란, 언제나 모로와 가장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비가 말한다. “이상한 일을 겪었어.” “말해봐.”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을 봤어.” 그런데 사비는 이야기할 의욕을 잃어버린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정돈될 수 없다.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더라도 머리와 꼬리와 몸통이 뒤섞일 거란 확신이 든다. 사비가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오직 그런 확신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모로는 이야기를 기다린다. 사비는 모로의 기다림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끝이야?” “그건 아니지만. 이야기할수록 이상해질 거야.” “말해봐. 천천히, 한 마디씩.”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유모차의 바퀴가 앞을 향해 움직인다. 그렇게 가다간 바닷속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그는 함정을 팠어.” 플랫폼이 기울면서 경사가 진다. 유모차는 빠르게 굴러간다. “어쩌면 내가 그에게 붙잡혀 있는지도 모르지.” 모로는 지면이 기울어도 휘청거리지 않고 서 있다. 모로는 사비보다 더 큰 목소리로 묻는다. “그가 원하는 게 뭔데?” 유모차가 바다에 빠진다. 사비는 모로를 밀치고 뛰어간다. 물 위로 빈 유모차만이 떠다닌다. 사비는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엎드린다. 아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비의 얼굴은 더는 수면에 비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수영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숨을 참는 것도 서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에서 자신의 몸이 거추장스럽다고 느낀다. 부품을 해체하듯, 그의 기관들을 하나씩 벗어던져 버리고 싶다. 유영에 매혹된 그는 모든 의지를 멈추게 하고 싶다. 사비는 바람 없는 골목을 걷는다. 길가에는 부랑자들이 누워 있거나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그들은, 사비의 구두를 본다. 그의 손에 들린 술병을 본다. 그들은 달그락거리며 바닥을 기어온다. 천천히 손을 뻗어서, 닿지도 않는 사비의 외투 자락을 당긴다. 아버지. 그들 가운데에서 들리는 말. 지금 뭐라고 했소? 사비는 그 말을 잡으려고 성큼 다가간다. 부랑자들의 넝마를 걷어차고 깡통을 뒤집는다. 형제여. 누구요? 사비는 그중 한 명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다. 그늘진 얼굴이 드러난다. 그는 사비다. 사비는 그 점을 단번에 알아챈다. 사비와 그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재능, 어떤 노력을 발휘해도 알아낼 수 없다. 그는 구두를 벗어던지고, 넝마를 주워 든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눕는다.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가린다. 모로가 이곳을 지난다면, 등을 돌리고 눈을 감으리라. 물속으로 거대한 손이 들어와 사비를 건진다. 사비는 플랫폼에 한쪽 어깨를 걸친다. 관리자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제 가야 해.” 물속에서 몸을 완전히 빼내기가 힘들다. 도둑맞은 기분. 사비는 주위를 둘러본다. 플랫폼이 갈라지고, 돌덩어리가 솟아올랐다. 은은한 광택을 내는 검고 길쭉한 돌이, 누런 연기에 가려 희미해진다. 안개인가? 아니, 매캐한 냄새가 난다. 벌써 시작된 걸까. 관리자는 분주하다. 사비는 말한다. “내 동료가 여기 있었어.” 관리자는 사비를 플랫폼 위로 끌어올린다. “아니. 우리 둘뿐이야.” 관리자는 사비를 잡아끌어 그의 몸을 돌덩어리에 밀착시킨다. 돌덩어리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관리자는 긴 벨트로 사비의 몸통을 돌덩어리에 묶는다. 그가 벨트를 잡아당길 때마다 사비의 몸이 들썩인다. 플랫폼의 조각난 지면이 맥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관리자는 돌덩어리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같은 벨트로 자신을 묶는다. 그가 돌을 두들기며 소리친다. 사비는 알아듣지 못한다. 돌덩어리가 한 뼘 정도 떠오른다. 돌의 회전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사비는 처음 이곳을 둘러본 이래로 자신이 추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점점 수가 느는 모조들의 대열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 느낌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의 깊은 곳으로부터 빛이 새어 나온다. 납빛이다. 그는 순식간에 삼켜지고, 튕겨 나간다. 지면에 부딪힐 때 그는 몸이 조각나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사비는 홀로 엎드려 있다. 얼어붙은 해변이다. 돌덩어리는 보이지 않는다. 몸을 일으키자 이명을 느낀다. 그의 감각들이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놀라지 않는다. 사비는 곧장 걸어간다. 해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걸음걸이에 여유를 가져야 할까. 길가에 자라난 풀들을 본다. 저택을 가리는 담벼락, 교차로에는 행상들이 있다. 사비는 그들의 생기 잃은 표정을 보고 고향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는 단지 직관만으로 걸어갈 방향을 정한다. 이곳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 금방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훼손된 집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몇몇 구조물을 알아볼 수 있다. 그의 보금자리에는 폐기물이 쌓여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그곳이 한때는 집터였음을 어렵게 알 수 있다. 그는 쓰레기 더미에 기대어 앉는다. 그는 시간의 위력을 실감한다. 잠들길 바라지만. 축축하고, 악취가 올라온다. 빗방울의 점성이 높다. 모로는 없다. 사비는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난다. 그 아기다. 그의 발치로 아기가 기어온다. 어렴풋이 전해지는 작은 인간의 의도.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아기는 귓속말로 그에게 꿈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다. 흠잡을 데 없는 억양이다. 그러잖아도 사비는 위원회의 통보를 각오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돌아왔지 않은가. 사비는 아기를 앞장세워 꿈으로 향한다. 아기의 목덜미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
  • 어린아이 3명 사망 화재 원인…친모 “담뱃불 잘못 끈 것 같다” 진술 번복

    어린아이 3명 사망 화재 원인…친모 “담뱃불 잘못 끈 것 같다” 진술 번복

    31일 어린아이 3명이 아파트에서 화재로 숨진 사건에 대해 경찰이 현장 감식을 벌였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정황과 증거 등을 발견하지는 못했다.삼 남매의 친모는 당초 ‘술에 취해 라면을 끓이려 했다’고 말했지만, 경찰 조사에서 ‘담뱃불을 잘못 끈 거 같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2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감식에서 경찰은 화재원인을 규명할만한 인화성 물질 등 특별한 증거나 정황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면 방화의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국과수는 현장에서 수거한 증거물을 정밀 분석해 발화점 등 화재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한편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4세·2세 남아와 15개월 여아는 화재로 인한 연기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흡기 내부에서 그을음이 발견돼 화재 당시 호흡하고 있었다는 것이 경찰 과학수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조된 삼 남매의 어머니 A(22)씨는 사건 초기에는 ‘술에 취해 귀가해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뒀다가 잠들었다’고 진술했으나 이를 번복했다. 현장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 등 라면을 끓인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A씨에게 이를 확인했다. A씨는 “귀가하면 라면을 끓여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나 보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담뱃불을 잘 못 꺼 불이 난 것 같기도 하다. 담배를 어떻게 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나면 천천히 불이 나는 점으로 미뤄 급격히 불이 번진 이번 화재는 전기적 요인이 아닌 인화성 물질이나 가연성 물질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화인을 밝힐 증거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삼 남매 어머니를 상대로 계속해서 조사를 병행해 화재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2시 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주택에서 불이 나 한방에 자고 있던 4세·2세 남아, 15개월 여아 등 삼 남매가 숨지고 친모는 양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베란다에서 구조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억의 밤’ 불법유출 “심각한 저작권 피해..유포자 강경 대응할 것”

    ‘기억의 밤’ 불법유출 “심각한 저작권 피해..유포자 강경 대응할 것”

    영화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이 불법유출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기억의 밤’ 측은2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상 불법 유출로 인하여 심각한 저작권 피해를 입고 있어 불법 유포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억의 밤’ 측은 “‘기억의 밤’이 온라인상 불법 유출로 인하여 심각한 저작권 피해를 입고 있다. 11월 27일 IPTV/VOD 서비스를 실시하자마자 페이스북 및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 영화의 풀영상이 불법적으로 업로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기억의 밤’ 제작사는 해당 게시물은 물론 온라인상의 불법 다운로드 루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저작권 침해 및 피해액에 대해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사건 수사를 의뢰,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한편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스릴러로 지난 11월 개봉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썰전 안철수 “바른정당과 통합에 모든 걸 걸었다, 자유한국당과는..”

    썰전 안철수 “바른정당과 통합에 모든 걸 걸었다, 자유한국당과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모든 걸 다 걸었다. 양당이 통합해 다당제의 큰 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안철수 대표는 28일 JTBC ‘썰전’에 출연해 당내 내부 갈등 및 분당 가능성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통합이 안되면 국민의당은 호남만 몇 명 당선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이대로 39명이 똘똘 뭉쳐서 지방선거만 잘 치르면 미래가 있다는 말들도 한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39명이 생존 못한다. 우리가 통합을 포기한다면 바른정당의 많은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러면 자유한국당이 1당이 된다”고 지적했다. “나중에 자유한국당과도 합치려는 것 아니냐”는 유시민 작가의 질문에 안 대표는 “그럴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원래 국민의당 창당의도가 다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할 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대표는 “사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변화를 만들 수 있으면 그게 삶의 가치”라며 “기득권 양당제를 깨는게 정치에서 해야할 일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다당제가 구축되게 하는 것이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구라가 “지금 (당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손학규 상임고문이 오셨는데 박지원 의원을 먼저 만나고, 안철수 대표를 만났던데 어떻게 보세요”라고 질문하자 안철수 대표는 “팔이 안으로 굽는단 말이 있지 않습니까. ‘손’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겠습니까”라며 ‘아재개그’로 답했다. 안철수 대표는 또 “손학규 고문을 만났을 때, (제가) 통합에 힘을 실어주시고 당이 화합해서 함께 갈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부탁드렸다”고 덧붙였다. 또 김무성-유승민의 ‘노룩뽀뽀’에 대해서는 “정말 충격이었다. 안본 눈 구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만약 통합이 잘 되면 화합의 퍼포먼스를 계획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투표결과가 나온 뒤 고민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고준희 친부 “숨진 아이 야산에 유기” 자백

    고준희 친부 “숨진 아이 야산에 유기” 자백

    수사대, 군산 야산 수색 중 자택 복도서 혈흔 얼룩 발견 단독 범행·내연녀 개입 추궁 전북 전주시 우아동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이 친부에 의해 살해돼 군산시의 한 야산에 유기된 것으로 밝혀졌다.29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준희양 친부 고모(36)씨로부터 “아이가 숨져서 군산 야산에 버렸다”는 자백을 받았다. 고씨는 고의로 준희양을 살해했는지, 학대 과정에서 숨졌는지 여부는 조사 중이다. 경찰은 고씨가 준희양을 버렸다고 진술한 야산을 수색하고 있다. 고씨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친부의 완주 봉동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준희양과 고씨 내연녀 이모(35)씨 등 3명의 유전자가 발견된 이유를 캐묻자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살해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2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혈흔에 대한 감식을 의뢰했었다. 경찰은 준희양을 살해해 유기한 범행이 고씨의 단독으로 저지른 것인지, 내연녀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친부가 준희양을 고의로 살해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준희양은 지난달 18일 같이 살던 친부 내연녀 이씨의 어머니 김모(61)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실종됐다. 발달장애가 있던 준희양이 실종된 것에 대해 내연녀 이씨는 “별거 중인 아빠가 데리고 간 것 같아서 그동안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지난 8일 경찰에 뒤늦게 실종 신고를 하고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그동안 준희양의 마지막 행적이 지난 3월 30일 어린이집 등원이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수사에 애를 먹었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을 제외하고 준희양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은 어린이집 보육교사였으며, 시기는 3월 30일이었다. 경찰은 준희양 집 주변 폐쇄회로(CC)TV 30여개를 수거해 화면을 분석했지만,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탐문조사에서도 의미 있는 제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또 3000여명의 인력과 헬기, 경찰견, 고무보트 등을 동원해 거주지 주변을 수색했으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한편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는 지난 8일 덕진경찰서 한 지구대를 찾아 “준희가 11월 18일부터 안 보인다”며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2017, 한반도의 끝자락에 닿다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2017, 한반도의 끝자락에 닿다

    “땅끝으로 가는 길은 오갈 데 없는 절망의 벼랑으로 상상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로’ 아름다운 산경(山景) 야경(野景) 해경(海景)을 보여준다.”(나의문화유산답사기1, 유홍준, 1993) 2017년, 한 해는 가파르게 흘러 여지없이 끝으로 닿는다. 광장의 시간이 남긴 역사의 파고는 아직도 거세게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한 해의 끝으로 함께 닿아 간다.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세밑, 한반도의 끝, 땅끝마을로 가자. 유홍준 교수의 표현대로 해남의 땅끝마을은 의외로 산경(山景), 야경(野景), 해경(海景)이 준수하다. 더구나 고졸하게 서 있는 두륜산 자락의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겨울 석양빛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사방팔방으로 차분하게 펼쳐지는 해남의 저녁 해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땅끝마을의 원래 이름은 갈두(葛頭)마을이다. 갈두(葛頭)라는 지명은 예전부터 오랫동안 쓰인 말로써 칡머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데, 이는 마을 옆 은근산에 예로부터 칡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갈두마을이 한반도의 최남단의 마을이 된 유래는 이러하다. 조선시대의 ‘신증동국여지승람’ 만국경위도에서는 우리나라 전도(全圖) 남쪽 기점을 이곳 땅끝 해남현에 잡고, 북으로는 함경북도 은성을 기점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 때 기준점으로 잡은 지적도상의 위치는 북위 34도 17분 32초의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해발 156.2m)이었다. 바로 현재 땅끝전망대가 있는 자리다. 이후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서는 해남 땅끝에서 서울까지 1000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은성까지를 2000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명명함으로써 비로소 해남의 갈두마을은 한반도 최남단의 땅끝마을로 공식화 되었다. 땅끝마을에는 실제 타오르는 횃불의 이미지를 모방, 형상화한 40m 높이의 땅끝 전망대가 있다. 이 곳은 남해의 아름다운 다도해의 너른 풍광과 더불어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흑일도, 백일도, 보길도, 노화도, 꽃섬 등을 배경으로 한 땅끝마을의 해넘이, 해맞이 축제는 연말연시를 의미있게 보내려는 가족, 연인들의 취향을 정확히 만족시켜준다. 2017년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2018년을 맞이하는 바람과 의미를 땅끝전망대에 실어 남해 바다로 흘러 보내는 것은 어떨까. <땅끝마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국토순례를 한다면, 땅끝마을은 들러야 의미가 있을 듯.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2. 누구와 함께? -가족, 연인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마을길 42 / 532-1330(061) -해남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땅끝마을, 송호해수욕장행 시외버스 탑승 4. 감탄하는 점은?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너른 전망.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생각보다 거리가 먼 곳이어서, 명성에 비해 관광객 숫자는 많지 않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사자봉 땅끝전망대, 맴섬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활어회 ‘땅끝바다횟집’(534-6422), ‘다도해’(533-2793), 모듬생선구이 ‘갈매기둥지’(534-9192), / 지역 번호 061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haenam.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미황사, 대흥사, 모노레일, 보길도 10. 총평 및 당부사항 -땅끝마을은 한반도 끝자리라는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이곳 송호해수욕장 소나무 숲은 절경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문학의 실존적 응답을 위하여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문학의 실존적 응답을 위하여

    지난 1년을 천천히 복기해 보면 작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몇 개월 빨리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고, 그 결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숨 가쁘게 펼쳐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외적으로도 끊이지 않는 전쟁과 테러, 난민과 재난 문제 등으로 인류는 끝없는 위기를 맞고 넘어서면서 가파른 역사를 이어 가고 있다. 문화적으로 보면 지난 정부에서 첨예한 쟁점으로 대두됐던 블랙리스트 사건이 창작의 자유와 국가 권력의 관련성에 대한 메타적 의제를 부여해 주었다. 또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한 페미니즘의 성세가 두드러지면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성찰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도 중단되지 않고 지속돼 온 편이다. 이처럼 지난해 우리 문학은 우리 사회의 예민하고도 섬세한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문제 제기를 동시에 던져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실로 많은 행사가 있었다. 윤동주는 길지 않은 우리 문학사에서 확연한 개성으로 숨 쉬고 있는 시인이다. 그가 남긴 시편들은 원초적으로 시와 삶의 분리 불가능성 속에 그 흔적을 드리우고 있다. 어쩌면 그의 삶 못지않게 죽음 또한 그 극적인 성격으로 불멸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언어는 상황과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인 감동으로 살아 있다. 이른 나이에 운명한 이가 가지는 불가피한 미완의 속성을 염두에 두고라도, 윤동주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시편들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회복시키고 탈환시키는 항구적 보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억의 갈피 사이로 많은 분이 우리 곁을 떠나기도 했다. 김종길, 황금찬, 김윤성, 김용직, 천이두, 박이문, 정진규, 박상륭, 한지현, 조정권, 마광수, 정미경, 김이구, 김외곤 등의 문학인들이 올해 별세하여 그 빈자리를 크게 느끼게 해 주었다. 그분들의 자취가 깊이 기억될 것이다. 이러한 기억들 사이로 우리 문학은 많은 존재론적 물음을 던져 주었다. 그 점에서 1990년대 이후 우리 문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떠돌던 ‘문학의 위기’라는 과장된 풍문은 진부한 관성만 남은 채 실체 없는 담론으로서의 수명을 다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위기 담론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활발한 작품적 성취와 비평적 논의의 폭증을 지금 숱하게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문학의 위기라는 진단이 문학 수용층의 저변 축소나 문학과 상업 자본의 공고한 결탁을 지적한 것이라면 사실에 부합하는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문학을 이루고 있는 두 평행 레일인 창작과 비평은 최근 유례없는 외연적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가장 이색적으로 치르고 있는 경험은 ‘문학’이라는 현상과 행위를 둘러싼 여러 층위의 콘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명작’이나 ‘고전’은 쓰이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근대적 주체로서 ‘작가’의 위상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가, 아니면 흔들리고 있는가? 다시 말해 작가는 고독한 창조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매체 권력과 독자 대중을 매개하는 미적 세공사의 직능으로 강등되고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상품 미학의 현란한 후광 속에서 모든 가치가 위계화되고 서열화되는 시점에서 문학에서만큼은 오로지 작품성이 ‘좋은 작품’의 규준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시장의 원리 곧 광고 언어와 상업 자본의 원리에 의해 작품의 가치가 결정되고 유포되고 있는가? 어쩌면 이러한 물음들 모두가 현재진행형으로 우리가 그동안 생각하고 실천해 왔던 ‘문학’의 범주나 정의를 바꾸어 가는 데 기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가오는 무술년 한 해에는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새로운 실존적 응답을 우리 문학이 하나하나 깊이 있게 해 가면서 새로운 진경을 보여 주기를 마음 깊이 기대해 본다.
  • 최고 경매가 5000억원 다빈치 그림, 경매 전 ‘수정’ 논란

    최고 경매가 5000억원 다빈치 그림, 경매 전 ‘수정’ 논란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에서 ‘리터칭’(수정) 흔적이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세주’라는 뜻의 이 작품은 지난달 15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5000만 달러, 한화로 약 4971억 원에 낙찰됐다. 엄청난 기록을 세운 경매의 낙찰자가 다름 아닌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관심이 쏠렸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살바토르 문디’에서 리터칭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독일의 예술품 전문가인 마틴 프래쳐다. 그는 2011~2012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회에서 공개됐던 ‘살바토르 문디’의 작품 사진과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던 작품의 사진을 비교한 결과, 그림 속 예수의 왼쪽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 부분의 주름이 달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프래쳐는 미술품보호를 위해 설립된 단체인 ‘아트워치’(Artwatch) 영국지사 관계자에게 곧바로 이 소식을 알렸다. 아트워치 관계자가 살펴본 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 달 경매에 나온 작품과 2011년 런던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완전히 같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해당 작품이 런던 박물관에 전시되기 전 대대적은 복원작업이 있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후 ‘세기의 경매’가 열리기 전 원작이 달라질 정도의 리터칭 과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경매를 담당했던 크리스티의 대변인은 “해당 작품이 경매에 나가기 전 재복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작품을 담은 두 사진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은 작품의 세척 및 보존과 건조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부산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측은 경매 낙찰자 측에 경매 전 있었던 재복원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런던대학교 워버그 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 사실 때문에 4억 5000만 달러의 경매가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걸작 ‘살바토르 문디’를 확보했다”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현재 대여 중인 다빈치의 또 다른 걸작 ‘라 벨 페로니에르’와 함께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실종된 고준희양 친부 자택서 ‘혈흔 추정 얼룩’ 발견

    실종된 고준희양 친부 자택서 ‘혈흔 추정 얼룩’ 발견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지 한 달이 넘은 고준희(5)양을 찾고 있는 경찰이 준희양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자택에서 혈흔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고 한다.2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준희양의 친부인 고모(36)씨와 그의 내연녀 이모(35)씨, 그리고 이씨의 어머니 김모(61)씨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고씨가 사는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한 아파트 단지 복도에서 혈흔으로 추정되는 얼룩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얼룩이 말라붙은 상태여서 면봉을 이용해 조심스레 떼어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시약으로 혈흔 유무를 감별하는 화학발광검사법(Luminol test)을 통해 얼룩이 혈흔일 때 반응과 유사한 발광 현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얼룩이 사람의 혈흔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이 사용한 시약은 혈액 속 철(Fe) 성분을 통해 발광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동물과 인체의 혈흔에서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여기에 철 성분을 포함한 녹슨 금속 등에서도 발광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이 얼룩을 준희양의 실종과 관련 있는 단서로 보기 힘들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준희양의 친부 아파트 복도에서 채취한 검붉은 얼룩은 국과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 혈흔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 “얼룩이 정육점 등에서 사온 고기에서 흐른 피가 굳은 것일 수도 있고, 녹슨 철이 벽에 붙을 것일 수도 있어 미리 단정 짓는 것은 삼가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준희양의 가족이 추가 조사를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준희양은 지난달 18일 같이 살던 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덕진구의 한 주택에서 실종됐다. 이씨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아이가 없어졌다. 별거 중인 아빠가 데리고 간 것 같아 그동안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8일 경찰에 뒤늦게 수사를 요청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집단 성폭행 당한 8세 여아…6세 소년 가해자로 체포돼

    집단 성폭행 당한 8세 여아…6세 소년 가해자로 체포돼

    인도에서 믿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8세 소녀를 성폭행 한 혐의로 10대를 포함해 총 5명이 검거됐는데, 놀랍게도 여기에는 6세 남자아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인디아, 힌두스탄타임즈 등 현지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각각 18세, 12세, 10세, 9세 소년 및 6세 남자아이는 8살 된 여자아이를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피해소녀의 집인 마하라슈트라 주 중서부 도시인 푸네에 사는 이웃들이었으며, 가해 소년들은 함께 등교를 하는 등 안면이 있는 관계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해 소녀가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자 소녀의 아버지가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던 중 성폭행 흔적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피해 소녀의 부모에게 성폭행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부모가 곧장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 조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가해 소년들은 피해자를 지인의 집 등 장소를 옮겨가며 데려간 뒤 성폭행 했으며, 최초 성폭행 가해자인 18세 소년이 간식을 사주겠다고 유인해 1차 범행을 저지른 뒤 자신과 안면이 있는 다른 가해자들을 불러 모아 집단으로 성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성폭행은 무려 5개월간 지속됐다. 경찰은 피해 소녀의 진술을 토대로 주동자인 18세 소년을 체포해 재판에 넘기고 12세, 10세, 9세, 6세 소년은 구금했다. 관련 재판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가운데, ‘강간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인도에서는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폭행에 희생되는 어린 여자아이와 여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인도 북부에 사는 15세 소녀가 2명의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뒤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2차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수는 3만 4600여 명에 달한다. 사진=포토리아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남편 e메일로 외도 사실 알게 된 아내, 벌금형…왜?

    남편 e메일로 외도 사실 알게 된 아내, 벌금형…왜?

    남편의 e메일을 열어보고 이를 통해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됐다. 스위스 일간지 아르가우어 자이퉁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은 집 컴퓨터를 이용하던 중 자신이 알지 못하던 남편의 e메일 계정을 확인했다. 평소 부부는 온오프라인에서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있었고, 여성은 자신이 알던 비밀번호를 입력해 해당 e메일에 접근을 시도한 끝에 남편의 ‘비밀계정’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여성은 ‘쉽게 연’ 남편의 e메일에서 외도의 흔적을 발견했다. 외도는 단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에 격분한 여성은 남편과 말다툼을 했고, 자신의 e메일을 몰래 열어 본 아내에게 화가 난 남편은 그 길로 함께 살던 아파트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동의 없이 자신의 e메일 등 개인 정보를 훔쳐 본 여성에게 고소장을 보냈다. 현지 검사는 지난 2월 열린 재판에서 이 여성에게 남편의 동의없이 사생활을 침해한 대가로, 향후 2년간 추가적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9900 스위스 프랑(약 1086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검사는 “피고가 주기적으로 남편의 e메일 계정에 몰래 들어가 내용을 살피고, 자신의 것이 아닌 특정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았다. 또 자신이 남편의 e메일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 잘못된 사실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감추려 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근 열린 재판에서 현지 법원은 “계정 주인의 동의 없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내용을 훔쳐본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면서 “하지만 피고는 남편의 사소한 부주의(아내가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사용한 것)를 이용했을 뿐이며, 남편이 동의하지 않은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그다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검사 구형보다 낮은 수준의 벌금인 1500 스위스 프랑(약 165만원)을 선고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여름의 추억’ 이준혁, 뇌섹美 팝 칼럼니스트 변신 ‘어른 남자의 매력’

    ‘한여름의 추억’ 이준혁, 뇌섹美 팝 칼럼니스트 변신 ‘어른 남자의 매력’

    ‘한여름의 추억’ 이준혁이 냉철하지만 따뜻한 어른 남자의 깊은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는다.오는 31일 방송되는 JTBC 드라마페스타 ‘한여름의 추억’(연출 심나연, 극본 한가람, 제작 씨그널 엔터테인먼트, AM스튜디오) 측은 20일 극 중 팝 칼럼니스트 박해준으로 분하는 이준혁의 첫 스틸컷을 공개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여름의 추억’은 참신한 소재와 발칙한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은 JTBC ‘드라마페스타’의 2017년 마지막을 장식한다.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서른일곱 라디오 작가 한여름(최강희 분)의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가슴 시리게 아팠던 사랑의 연대기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 한가람 작가가 집필을 맡고 드라마페스타 ‘힙한 선생’으로 톡톡 튀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심나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최강희와 이준혁의 캐스팅 소식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한겨울에 찾아가는 따뜻하고 아련한 한여름의 감성이 시청자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높였다. ‘비밀의 숲’에서 대체불가 매력과 묵직한 존재감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이준혁이 박해준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박해준은 이성적이고 차가운 듯 보이지만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팝 칼럼니스트이자 한여름에게 가장 빛나는 순간을 선사했던 옛 연인. 6년 전 한여름을 만나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별한 후 사랑을 믿지 않게 됐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의 삶에 짙게 남은 한여름의 그림자만큼, 한여름의 추억 속에도 가장 진한 흔적을 남긴 남자이기도 하다. 공개된 사진 속 이준혁은 따뜻하게 머금은 미소와 다정한 눈빛을 장착한 달달한 분위기로 설렘을 자극한다. 안경을 끼고 책상에 앉은 모습 역시 이지적이고 냉철한 팝 칼럼니스트로의 변신에 기대를 높인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극을 이끌어가는 탄탄한 힘을 보여준 이준혁은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으며 존재감을 선보인다. 공감을 자극하는 디테일 다른 최강희와 다정하고 사려 깊은 어른 남자의 매력을 발산할 이준혁의 케미도 궁금증을 자극하는 부분. 두 사람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연애의 단면을 보여주며 공감을 자아낼 예정이다. 한편 ‘드라마페스타’는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시작으로 ‘힙한 선생’, ‘어쩌다 18’, ‘마술 학교’까지 독특한 콘셉트와 발칙한 소재로 중무장한 드라마를 선보이며 JTBC만의 차별화된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 ‘드라마페스타’의 2017년 마지막을 장식할 ‘한여름의 추억’은 오는 31일(일) 저녁 8시 40분 JTBC에서 2회 연속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강남 한복판서…대만 조폭·야쿠자 288억 마약 거래

    강남 한복판서…대만 조폭·야쿠자 288억 마약 거래

    4명 검거… 16㎏ 중 절반 찾아 시가 288억원에 달하는 필로폰 8.6㎏을 국내에 밀수한 대만과 일본 조직폭력배들이 검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만나 버젓이 대량의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1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박재억)에 따르면 대만인 황모(47)씨는 총책의 지시를 받고 지난 9월 중국 광저우에서 필로폰 16㎏이 든 수납장을 화물 컨테이너에 숨겨 홍콩발 화물선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 이 수납장은 처음부터 빈 공간에 필로폰을 넣은 채로 제작된 데다 다른 화물들과 뒤섞여 있어 세관에서 적발하기 힘들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들 대만 조폭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필로폰을 대량 구매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 일대에도 유통시켜 온 것으로 전해졌다.직접 거래하는 역할을 맡은 대만인 서모(42)씨는 한국에서 황씨를 비밀리에 접촉해 필로폰을 전달받은 뒤 구매책과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문자가 오간 직후 내용을 삭제하거나 기록이 남지 않는 무료 통화를 이용하는 등 흔적을 치밀하게 숨겼다. 이후 서씨는 지난 10월 19일 일본 야쿠자인 재일교포 이모(59)씨와 일본인 N(41)씨를 지하철 2호선 역삼역 근처에서 만나 1㎏당 4600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뒤 필로폰 8㎏을 넘겼다. 검찰은 “마약 거래는 주로 은밀한 장소에서 이뤄지는데 이번 사건은 오히려 사람 왕래가 많은 강남 한복판을 접선 장소로 활용해 이목을 피했다”고 말했다. 미리 정보를 입수한 검찰은 거래가 끝난 뒤 이들 3명을 덮쳐 검거했고, 거래된 필로폰 8㎏도 모두 압수했다. 압수한 필로폰이 국내에 유통됐을 경우 약 29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검거 과정에서 이씨가 다른 경로로 건네받았던 필로폰 629g도 찾았다. 이후 검찰은 총책에게 추가로 위장 거래를 제안해 마약을 국내로 들여왔던 황씨까지 붙잡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이들이 필로폰을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유통시키려 했는지 여부는 이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압수하지 못한 나머지 8㎏도 추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매책인 서모씨와 황모씨, 그리고 구매책인 이씨와 N씨 등 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거래를 지시한 총책에 대해서도 대만 수사 당국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마약 수사는 검찰과 국가정보원, 관세청이 공조해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에서 거래 정보를 받고 관세청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관련자 동선 파악, 필로폰 밀수 경로, 공범 등을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지구 최초 생명, 35억 년 전보다 5억 년 빨라 (연구)

    지구 최초 생명, 35억 년 전보다 5억 년 빨라 (연구)

    호주에서 발견됐던 35억 년 전 화석에 생명이 살았던 흔적을 마침내 확인해냈다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1982년 호주 서부 에이펙스 처트 퇴적암층에서 발견한 화석에는 원통형과 뱀처럼 긴 형태 등 미생물 11종이 보존돼 있었다. 이 중에는 이미 멸종한 것부터 오늘날 살아있는 것까지 다양하게 존재했다. 이에 따라 지구상 최초의 생명은 35억 년 전보다 5억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사실 이 화석은 이미 1993년과 2002년에 각각 발표된 연구논문을 통해 미생물들의 존재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 2011년에는 그 존재가 생명의 흔적이 아니라 변성 작용이 일어날 때 만들어진 작은 결정들의 집합체인 무기물질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의 존 배리 교수팀은 이 화석을 발견했던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의 제임스 스코프 교수팀과 함께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차이온질량분석법(SIMS)이라는 기법을 응용해 화석에서 내용물을 분리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화석을 파괴하지 않고 1㎛씩 분쇄하는 방식으로 탄소 12, 13의 비중을 조사한 뒤 이를 같은 암석에서 화석이 포함되지 않은 단면과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 화석 11개는 석영의 경화층에 싸여 있었다. 각 두께는 10㎛ 정도로, 이 중 8개는 인간의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하다. 물론 지금까지 39억5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더 오래된 흔적을 발견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기존 연구는 미세 화석의 형태나 화학적 추적 중에서 하나에만 근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배리 교수는 “기존 모든 연구는 생명의 흔적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에야말로 처음으로 두 가지 모든 점을 고려한 최초의 흔적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존 배리 교수(위), 제임스 스코프 교수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故 샤이니 종현 애도하는 공식 SNS “영원히 기억할 것”

    故 샤이니 종현 애도하는 공식 SNS “영원히 기억할 것”

    샤이니 종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샤이니 공식 SNS에도 그를 애도하는 글이 올라왔다.19일 샤이니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고인이 된 샤이니 종현의 사진이 올라왔다. 종현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에 집중하고 있다. 샤이니 종현의 사진 옆에는 “종현은, 그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무대를 즐기며, 음악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최고의 아티스트입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며 그를 애도하는 글도 함께 올라왔다. 한편, 지난 18일 샤이니 종현은 서울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레지던스에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흔적을 발견,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故 샤이니 종현 ‘lonely’, ‘놓아줘’ 가사 보니... “제발 날 도와줘”

    故 샤이니 종현 ‘lonely’, ‘놓아줘’ 가사 보니... “제발 날 도와줘”

    샤이니 종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생전 그의 노래들이 재조명되고 있다.종현은 지난 4월 24일 앨범 ‘종현 소품집 이야기 Op.2’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lonely’는 종현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태연의 피처링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lonely’ 곡에는 ‘우는 얼굴로 나 힘들다 하면 정말 나아질까’, ‘그럼 누가 힘들까’, ‘아니 너는 날 이해 못 해’ 등 가사가 담겼다. 같은 앨범의 수록곡 ‘놓아줘’의 가사 또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상에 지친 날 누가 좀 제발 안아줘’, ‘힘들어하는 날 제발 먼저 눈치채줘’, ‘제발 날 도와줘’ 등 내용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발매된 아이유 앨범 ‘3집 Modern Times’ 수록곡 ‘우울시계’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샤이니 종현이 작사, 작곡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곡에도 ‘우울하다 우울해’, ‘그냥 세상 만사 귀찮아’ ‘우울 열매 먹은 듯 우울’ 등 가사가 담겼다. 한편, 지난 18일 샤이니 종현은 서울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레지던스에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흔적을 발견, 경위를 조사 중이다. 종현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유족들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장례 절차를 준비 중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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