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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민주 ‘캐스팅보터’ 누가 잡나… 흑인 거물 품은 샌더스·바이든

    美 민주 ‘캐스팅보터’ 누가 잡나… 흑인 거물 품은 샌더스·바이든

    인권운동 대부 잭슨 목사, 샌더스 지지 흑인여성 檢총장 해리스, 바이든 후원미국 미시간 등 6개주에서 민주당 경선이 열리는 ‘미니 화요일’(10일)을 앞두고 흑인 표심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3일 슈퍼화요일에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이 흑인 지지층을 무기로 역전에 성공하자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도 역공에 나섰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제시 잭슨 목사의 공개 지지를 얻은 것이다. 이에 바이든은 캘리포니아 첫 흑인 여성 검찰총장이었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잭슨 목사는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샌더스의 유세에서 “흑인 사회가 직면한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중도적인 경로는 맞지 않는다”며 “샌더스는 정의에 대한 감각을 잃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주류인 중도 세력이 바이든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심화시킨 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샌더스의 급진적 공약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잭슨 목사는 흑인 사회의 거성으로 특히 미니 화요일 경선에서 대의원수가 가장 많은 미시간(125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도 이곳을 거머쥐었다. 흑인사회는 소위 ‘오바마 향수’로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지만, 샌더스가 핵심 지지층인 청년 표심을 다지며 흑인 청년들을 흡수한다면 격차는 줄 수 있다. 미시간의 대표 거주층은 백인(79%)이며, 흑인(14%)은 캐스팅보터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바이든은 흑인 표심을 다지려는 듯 해리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해리스는 이날 바이든 지지 성명에서 “격변기를 지나는 미국을 이끄는 데 바이든보다 준비된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해리스는 자금 부족으로 지난해 12월 경선을 중단했지만, 흑인 여성 표심을 얻은 바 있다. 당시 바이든은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었다. 또 다른 유력 흑인 경선 후보였던 코리 부커 뉴저지 상원의원의 선택 여부가 흑인 지지층 흡수를 위한 남은 변수다. 이날 더 트리뷴에 따르면 그간 민주당 경선을 중단한 후보 20여명 중 8명이 바이든을 지지했고 2명만이 샌더스 뒤에 섰다. 한편 샌더스, 바이든, 트럼프의 나이가 모두 70대라는 점에서 코로나19로 대선 경선 자체가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은 세 후보 모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군중을 피하고 여행을 제한하도록 권고한 연령대라고 전했지만, 모두 우선은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진보’ 워런도 하차…10일 바이든-샌더스 진검승부

    ‘진보’ 워런도 하차…10일 바이든-샌더스 진검승부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 나선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이로써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 경선으로 압축됐다. 당초 약 20명에 이르던 후보들이 정리되고, 털시 개버드 하와이 주 하원 의원이 남았다. 하지만 존재감이 약해 사실상 ‘바이든 대 샌더스’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워런 의원은 그동안 진보적 목소리를 내며 한때 유력주자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막상 지난달 초 경선전이 시작된 이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최근 들어 중도하차 가능성이 거론됐다. AP통신은 워런이 1~4차 경선에서 한 번도 3위에 오른 적이 없고,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에서마저 3위로 밀렸다고 전했다. 워런을 지지한 유권자 표심이 바이든과 샌더스 중 누구에게로 쏠릴지도 관심사다. 워런은 정책 성향상 의료보험, 교육, 부자 증세 등에서 강한 진보적 목소리를 내며 샌더스와 매우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유권자 표심은 샌더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중도 진영이 주자들의 줄사퇴로 바이든으로 단일화됐다면, 진보 진영은 샌더스의 압도적 우세 속에 워런이 표를 나눠 먹는 형국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워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선 중단 입장을 밝히면서도 누구를 지지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워런의 이념적 입장은 샌더스와 훨씬 더 가깝지만 두 주자 사이에 긴장이 고조돼 왔다”고 말했다. 샌더스가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워런이 주장하자 샌더스가 부인하는 등 거친 신경전을 벌인 일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이 중도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두 주자로 압축됨에 따라 관심은 오는 10일 6차 경선으로 쏠린다. 이날 경선은 6개 주에서 352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로 ‘미니 화요일’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첫 경선인 만큼 바이든과 샌더스의 행로에서 중요한 승부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이 4차 경선 이후 급부상하며 5차 슈퍼화요일 경선까지 이긴 상태라 이 여세를 몰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다. 바이든이 이곳에서도 승리한다면 확실한 대세론에 올라탈 전망이다. ●10일 ‘미니 화요일’··· 미시간 향배에 주목 반면 이번 미니 화요일 경선 6개 주 중 4곳은 샌더스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붙었을 때 승리할 정도로 만만찮은 세를 과시한 지역이기도 하다. 미언론은 6개 주 중에서도 미시간 결과에 주목했다. 대의원이 125명으로 가장 많은 데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와 함께 민주당이 본선에서 탈환해야 할 대표적인 경합주이자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이기 때문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년 전 샌더스의 미시간 경선 승리는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유권자에게서 이길 수 없음을 예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미시간은 교외 거주자, 흑인과 노동자 계층 백인 유권자에 대한 주자들의 호소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블룸버그는 불만 직원들을 어떻게 입막음 했나

    블룸버그는 불만 직원들을 어떻게 입막음 했나

    블룸버그 퇴사 직원에 두둑한 퇴직급여냐 빈손이냐 ‘기로’미국 대선 경선에 나선 마이클 블룸버그(78) 전 뉴욕시장이 설립한 뉴스 통신사를 떠나는 직원은 해마다 수백 명에 이른다. 이들은 퇴사할 때 빈손으로 나가든지 아니면 회사에 험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두둑한 퇴직 급여를 받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대다수는 돈을 선택한다. 그 결과 블룸버그 통신사의 괴롭힘이나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라든가 비위 행위는 좀체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소송기록과 사내 문서 그리고 전직 직원 십여명의 인터뷰를 인용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했던 여성과 흑인 차별적 발언의 일부가 민주당 대선 토론과정에서 불거져 곤욕을 치렀지만 퇴사한 직원들과 맺은 ‘비밀 유지 협정(NDA)’ 탓에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블룸버그의 민주당 경쟁자들은 그가 학대와 차별의 희생자들을 침묵시키는데 수십억 달러를 썼다고 비난하고 있다. ‘비밀유지 협정’ 희생자 침묵 매수… 정치적 약점전직 직원들의 입을 막는 행태는 블룸버그 통신사 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체로 미국의 기업에서는 해고된 직원들이 퇴직급여를 받으려면, 자신들이 사내에서 경험한 일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기업이 이런 협정을 맺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적재산권 보호라든가 차별이나 괴롭힘을 주장하면서 회사를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불만투성이 전직 직원들이 전 고용주를 나쁘게 말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사는 대다수 미국 기업과 다른 점이 있다. 소유자이자 설립자가 대표로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안에서는 ‘황제’나 다름없다. 블룸버그의 회사가 비밀 유지 및 험담 금지 협정을 많이 사용한 것은 표준적인 기업관행을 넘어선 것이라고 NYT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비밀 유지 협정을 맺었던 여성 3명을 공개하면서 회사에서 성적 괴롭힘이나 비행을 주장하는 직원들과의 비밀유지 협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블룸버그는 성명에서 “나는 특히 NDA가 성적 학대와 성폭력의 맥락에서 사용될 때 직장에서 침묵의 문화를 부추기고, 여성들이 안전하지 않다거나 지지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전직 직원들, ‘비밀유지 협정’서 해방되면 증언도블룸버그 통신사 대변인 나탈리 할랜드는 회사의 문화와 관행을 옹호했다. 그는 블룸버그가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에 올랐고, 6개월 유급 육아 휴가를 제공하는 점을 거론하면서 “괴롭힘과 차별은 용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할랜드는 “마이클은 여성이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해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애썼다”며 “회사는 높은 임금과 많은 복지 혜택, 승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고나 좌절감으로 사퇴하는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험담을 금지하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심지어 이런 계약의 존재 인정도 금지하고 있다. NYT는 현재 직원을 포함해 13명의 전직 직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비밀유지 협정이 해제돼 대통령에 출마한 블룸버그가 논란이 된 사내 문화에 대해 직접 밝힐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직원 일부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된다면 회사가 충분한 보수와 복지 혜택을 제공하지만, 여성들이 일하기에는 불편한 곳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사와 차별 문제로 소송 중인 안드리아 오렌트는 지각했다고 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번은 20분 지각으로 호출받았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할랜드 대변인은 “오렌트는 자주 지각했고, 중요 회의들을 놓쳤다”면서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6년과 2018년 소송 기록에 따르면 남성 직원들이 동료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 받았다. 이에 대해 할랜드는 블룸버그에는 복장 규정이 없으며, 남성들이 외모에 근거해 여성을 평가했다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유연근무제?… 남성에 골프장서 근무시켜”블룸버그의 여성 차별적 발언은 역사가 깊다. 비밀유지 협정에 묶여 있는 한 직원은 블룸버그가 1999년 한 기업가 회의에서 자녀를 둔 여성들에게 유연 근무제를 시행하는 것보다 남성들이 골프장에서 근무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전직 최고마케팅담당자(CMO)가 편집한 책자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여성들이 두뇌로 평가받고자 한다면 블루밍데일(백화점) 대신에 도서관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할랜드는 “블룸버그는 그의 말이 그가 추구한 삶의 방식과 가치와는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발언은 수치스럽고 잘못됐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대변인 “블룸버그 일부 발언 부적절 인정” 한 여성은 출산 휴가에서 돌아오자 승진에서 누락된 사실을 알고 불만을 제기하자 해고됐다. 흑인 판매 매니저는 백인 동료보다는 급여를 적게 받는 것을 알고 연방평등고용위원회(EEOC)에 신고하다 해고됐다. 이들은 수년이 걸리는 법정 싸움 대신 위로금을 받는 화해를 선택하라는 변호사와 동료들의 충고에 따라 회사와 합의하고 비밀유지 협정을 맺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인간사냥 표적 ‘하얀 흑인’…말라위 알비노 소녀의 비애

    인간사냥 표적 ‘하얀 흑인’…말라위 알비노 소녀의 비애

    지난달 초, 말라위 소녀 캐서린 아미두(17)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라에서 보급한 보안경보기가 몇 주 전부터 먹통이라고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외양의 ‘알비노’인 아미두는 전형적인 흑인 친구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신비감을 자아내는 소녀의 외모는 그러나 엄청난 비극으로 이어졌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소녀는 지난 2017년 ‘알비노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어 납치를 당할 뻔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 덕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부에서 알비노를 대상으로 보급한 보안경보기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면서 불안은 더 커졌다.왜곡된 환상이 부추기는 '알비노 사냥' 소녀가 사는 마친가 지역에는 알비노 3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말라위 전체 알비노 수가 7000명~1만 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꽤 많은 숫자다. 인근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등 이남 아프리카 내 알비노는 총 13만4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아프리카 내에 만연한 왜곡된 환상이 이른바 ‘알비노 사냥’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는 알비노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에이즈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거나, 알비노 뼈에 금이나 마법 물질이 들어 있어 신체를 제물로 바치면 부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이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알비노 인신매매나 신체 훼손이 성행하고 있다.캐나다 자선단체 ‘언더 더 선’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아프리카 30개 나라에서 알비노를 겨냥한 강간, 납치, 신체상해, 살해 등 흉악범죄는 모두 385건으로 보고됐다. 이 중 190건이 탄자니아에서 발생했으며, 콩고민주공화국 70건, 말라위 49건, 모잠비크 48건으로 집계됐다. 말라위에서도 2014년 이후 최소 26명의 알비노가 살해됐으며, 11명이 실종됐다. AP통신은 이 중 대부분이 피살 사건이며 실제 희생자는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실종됐던 15세 알비노 소년이 팔 등 신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알비노 학살이 기승을 부리면서 탄자니아에는 알비노들이 숨어 사는 섬까지 생겼다.쏟아지는 해결책, 효과는 미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은 2016년 아프리카 29개국 정부 대표가 모인 회의에서 알비노 미남미녀 선발대회, 알비노 살인 처벌 강화, 알비노 무덤 방호막 설치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말라위 경찰도 지난해 9월 알비노를 대상으로 보안경보기 5000여 개를 지급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달 24일 말라위 유엔사무소는 알비노인 92세 할머니가 발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가는 피해를 봤다며 최근에도 알비노 대상 범죄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지난해 알비노를 겨냥한 살인 및 신체 상해 사건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말라위 경찰이 지급한 보안경보기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서 경보기를 충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알비노협회는 경찰이 배포한 경보기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보기 대신 호루라기를 들고 다니라고 권고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납치 위기를 넘긴 소녀 아미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녀는 작동을 멈춘 경보기를 들어 보이며 “이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셈”이라며 심란해했다. 끊이지 않는 ‘알비노 사냥’ 속에 소녀를 보호할 묘책은 달리 없어 보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적게 자도 규칙적으로 자면 뇌졸중 안 걸려요

    적게 자도 규칙적으로 자면 뇌졸중 안 걸려요

    미국 수면과학자들이 하루 6~8시간의 수면 권고 시간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잠자는 습관이 규칙적이라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원격의료센터 공동연구팀은 잠을 자는 시간이 적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고 깊이 잠들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 저널’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인종 동맥경화연구조사’(MESA)에 등록된 사람 중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45~84세 남녀 1992명을 골라냈다. 이들의 인종적 구성은 백인(38%), 흑인(28%), 히스패닉(22%), 중국계 미국인(12%)이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수면 상태를 기록하는 활동추적기를 착용하고 잠들도록 해 5년 동안 수면 시간과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수면 시작 시간이나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이들은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티아니 황 브리검여성병원 교수는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예방을 위해 식사 조절이나 운동, 수면 시간 등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며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잠이 중요하고, 잠의 양만큼이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연구가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멋진신세계]적게 자더라도 규칙적으로 자야하는 이유 알고보니

    [유용하 기자의 멋진신세계]적게 자더라도 규칙적으로 자야하는 이유 알고보니

    살아있는 생명체는 어떤 방식으로든 잠을 자기 마련이다. 사람도 일생의 3분의 1 정도의 시간을 보낸다는 잠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깨어있는 동안 고갈된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활발한 뇌 활동을 가능케 해준다. 이 때문에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의 작가 호메로스는 ‘잠은 눈꺼풀을 덮어 선한 것, 악한 것,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것’이라고 했고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수면은 피로한 마음의 가장 좋은 약’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6~8시간 정도가 가장 최적 수면시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체질이나 개인적 차이 때문에 잠을 많이 못자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 연구자들이 오래 잠을 못 자더라도 규칙적으로 잠을 잔다면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원격의료센터 공동연구팀은 잠을 자는 시간이 적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고 깊이 잠들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 저널’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인종 동맥경화연구조사’(MESA)에 등록된 사람들 중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사람 1992명을 골라냈다. 이들은 45~84세 남녀로 인종적 구성은 백인(38%), 흑인(28%), 히스패닉(22%), 중국계 미국인(12%)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잠자는 동안 수면상태를 기록하는 활동추적기를 차고 잠자도록 해 5년 동안 수면시간과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수면 시작시간이나 일어나는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등 수면 패턴이 불규칙할 경우 규칙적인 수면패턴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규칙적 수면패턴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연간 1000명당 8명 정도가 심장관련 질환이 발병하겠지만 불규칙한 수면패턴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연간 1000명당 20명 정도의 환자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티아니 황 브리검여성병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사조절이나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잠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몇 시간을 자는데만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잠이 중요하고 잠의 양만큼이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아시아계에 폭언·폭행… 환자 수용시설 반대, 코로나 공포에 다시 도진 美 인종차별·님비

    아시아계에 폭언·폭행… 환자 수용시설 반대, 코로나 공포에 다시 도진 美 인종차별·님비

    인디애나선 “호텔 예약 취소됐다” 기피 택시·우버 호출 서비스 일방적 승차 거부 트럼프, 앨라배마 격리시설 계획 백지화미국 사회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금기시됐던 인종차별이 노골화하고, 코로나19 수용시설을 둘러싼 님비현상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첫 사망자가 나오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3명이 확진자로 판정받으면서 공포가 번지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확진환자를 위한 수용시설을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님비현상)뿐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무차별 폭언·폭행 등이 잇따르고 있다. 다민족·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님비’는 금기어였다. 최근 한인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의 지하철 안에서 백인 남성이 태국계 여성을 향해 코로나19 관련 폭언을 퍼부었다. 그는 “모든 질병은 중국에서 왔다. 중국인들은 역겹다. 그들이 미국으로 질병을 옮겨 온다”며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또 뉴욕의 지하철에서는 한 흑인 남성이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에게 “병에 걸렸다”며 무차별 폭행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인디애나에서 아시아계 한 남성은 호텔 입실을 거부당했다. 그는 “직원이 대뜸 중국인이냐고 물었고 ‘아니다’라고 말해도 ‘예약이 취소됐다’며 쫓겨났다”면서 “근처 호텔도 똑같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나 우버 등 차량 호출 서비스에서도 ‘아시아인 혐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계 승객이나 운전자를 드러내고 피하는 것이다. 워싱턴DC의 제러미 서는 “공항에서 우버를 호출했는데 몇 번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면서 “코로나19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아시아계 이름의 승객을 거부하는 등 우버나 리프트 기사들의 인종차별적 승차 거부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공포 확산이 ‘우리 동네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 등을 앞두고 공화당 표밭에 관련 시설을 지을 경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산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해외에서 감염돼 귀국한 환자들을 군 기지와 특수의료시설을 갖춘 네브래스카 의료센터에서 치료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늘기 시작하자 증상이 가벼운 일부 환자들을 앨라배마 애니스톤 한 격리시설로 이송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주지사뿐 아니라 상·하원 의원이 강하게 반대했다.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는 성명에서 “최우선 과제는 앨라배마 주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건복지부의 앨라배마 수용소 계획을 크게 질책하며 ‘백지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앨라배마는 공화당의 텃밭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공고한 지역이다. 여기에 수용시설을 만드는 것은 오는 11월 대선을 포기하는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환자 이전 계획과 일본 크루즈 환자 이송 등으로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이다. 또 캘리포니아의 코스타메이사시도 같은 이유로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연방법원은 환자 이송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코로나19 공포감이 커지면서 ‘정의’와 ‘포용’이라는 미국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자국우선주의 등에 따른 부작용이란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동양인 할아버지 인종차별 하며 괴롭힌 美 흑인 남성 논란 (영상)

    동양인 할아버지 인종차별 하며 괴롭힌 美 흑인 남성 논란 (영상)

    68세 동양인 할아버지를 향해 인종 차별적인 집단 괴롭힘을 한 흑인들 중 한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미국 NBC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지난 24일 (이하 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다수의 흑인들에게 집단적으로 인종차별를 당하는 동양인 할아버지의 충격적인 영상이 올라왔다.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뷰의 한 거리에서 촬영된 동영상에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68세 동양인 할아버지가 재활용품들을 수거해 가다가 다수의 흑인들에게 짐 보따리를 빼앗기고 위협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덩치가 큰 한 흑인은 빗자루를 들고 이 할아버지를 위협하고 할아버지가 수거한 재활용품을 뺏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남성은 위협을 당하는 할아버지를 놀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며 촬영했다. 이 동영상에는 공포에 떠는 할아버지를 놀리고 즐기는 흑인들의 웃음소리와 "난 동양인이 싫어"라고 외치는 인종 차별적인 대화들이 난무한다. 해당 동영상은 370만 번이 재생되고 SNS에 퍼져나가며 이들 가해 흑인들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트위터에 해당 동영상을 공유한 한 사용자는 "이 동영상은 빈인륜적이고 구역질이 난다"며 "경찰은 가해자들을 당장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해 흑인들에 대한 비난은 동양인 사회 뿐 만 아니라 같은 흑인 사회에서도 올라왔다. 결국 27일 윌리엄 스콧 샌프란시스코 경찰 서장은 해당 동영상을 촬영한 드웨인 그레이손(20) 이라는 흑인 남성을 구속했다. 이 남성은 동영상을 촬영하며 벌인 강도, 노인 학대, 인종차별로 인한 증오범죄로 기소됐다. 경찰은 동영상 속에서 빗자루를 들고 할아버지를 위협한 또 다른 흑인 남성의 신원을 파악해 체포할 예정이다. 흑인이기도 한 스콧 경찰서장은 "우리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노인 학대와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18년 흑인 여성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임명된 런던 브리드 시장은 "나의 할머니가 이런 인종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더욱 이러한 행동은 용서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김경태 해외통신원 tvbodaga@gmail.com
  • 달 착륙 숨은 영웅… ‘히든 피겨스’ 흑인 여성 수학자 별세

    달 착륙 숨은 영웅… ‘히든 피겨스’ 흑인 여성 수학자 별세

    나사 “그의 삶과 품위는 세계에 영감”영화 ‘히든 피겨스’(숨겨진 인물들)의 실제 주인공으로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개발에 기여한 수학자 캐서린 존슨이 별세했다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1세. 짐 브리덴스틴 나사 국장은 이날 트위터에 “존슨의 용기가 없었다면 도달할 수 없었던 이정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삶과 그가 보여준 품위는 전 세계에 계속해서 영감을 줄 것”이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1958년 나사의 전신인 미국항공자문위원회(NACA)에서 일을 시작한 존슨은 처음에는 우주개발이 아닌 다른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후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계획인 ‘머큐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1960년대 나사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달 착륙 프로그램인 ‘아폴로 계획’에서 착륙선의 궤도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미국인 최초로 지구궤도를 돈 우주비행사 존 글렌 전 상원의원이 당시 우주선 궤도를 계산했던 컴퓨터 ‘IBM 7090’을 믿지 못하고 “존슨에게 숫자를 확인하라”고 한 것은 고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였다.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따로 떨어진 사무실을 쓰는 등 오랫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는 나사 프로그래머였던 도로시 본과 엔지니어였던 메리 잭슨 등과 함께 우주개발에 기여한 흑인 여성을 다룬 동명 소설과 영화 ‘히든 피겨스’를 통해 60여년 만에 재조명받게 됐다. 본과 잭슨은 각각 2008년과 2005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존슨은 우주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2015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시민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고, 지난해 제정한 ‘히든 피겨스법’에 따라 의회 최고 훈장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히든 피겨스법’을 대표 발의했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모든 유색인종 여성에게 영감을 줬던 존슨의 업적은 영원히 우리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첫 토론회서 난타당한 블룸버그… 현실정치 벽에 부딪히나

    첫 토론회서 난타당한 블룸버그… 현실정치 벽에 부딪히나

    다른 후보들, 블룸버그에 의혹 집중 포화 “TV광고로 이미지 만든 사업가” 평가도‘마이클 블룸버그(전 뉴욕시장)는 재앙’, ‘모든 측면에서 난타당했다.’ 19일(현지시간)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대한 미 언론들의 관전 평이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한 블룸버그 전 시장의 데뷔 무대여서 한껏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벼르고 나온 경쟁 후보들의 ‘호된 비판’에 블룸버그 전 시장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간 66조원이 넘는 재산으로 만든 광고 및 홍보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대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현실정치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다음달 3일 슈퍼화요일에 중도층 표심을 토대로 대세로 급부상할 거라는 일각의 예측은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거세게 몰아붙인 경쟁자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었다. 여성 후보답게 과거 블룸버그의 성희롱 전력이나 발언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워런 의원은 “그들(성희롱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비공개 협약’을 풀라”고 압박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1990년대 자신의 소유인 블룸버그LP에서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소송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극소수만 비공개 협약을 맺고 있다. 그들에게 달렸다”고 요청을 거부했고, 이 부분에서 청중의 탄식이 나왔다. 또 워런 의원은 “우리는 여성을 ‘떡대’나 ‘말상 레즈비언’이라고 비하하는 억만장자와 맞서고 있다”며 “이런 성차별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블룸버그의 말”이라고 지적했다. “거만한 억만장자를 다른 억만장자로 대체한다면 민주당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블룸버그는 (뉴욕에서 실시했던) 신체 불심검문 정책 등으로 흑인과 라티노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샌더스와 블룸버그는 양극단”이라며 “한 사람은 사회주의자이고 다른 사람은 자본주의자다. 한 사람은 당을 깨뜨리려 하고 다른 사람은 당을 돈으로 사려고 한다”며 상승세인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내가 번 돈은 상속받은 게 아니라 자수성가해서 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희롱 의혹에 대해 “블룸버그LP는 남녀 직원에게 똑같은 액수의 월급을 지급하고, 최근 한 조사에서 미국 내 좋은 직장 2위에 꼽혔다”고 답하는 등 핵심을 비켜간 답변을 했다. 그는 토론 후반부에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 정책 현실성이 없다”며 공격도 했지만 CNN은 “프로 레슬링 경기에서 여러 선수가 한 선수(블룸버그)를 집중 공격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정말 잘 만든 TV 광고에서 블룸버그는 인기 있는 전 뉴욕시장이자 사업가”라며 “하지만 네바다에서 그가 선거운동 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이 최근 샌더스 의원에 이어 2위까지 올라왔지만 처음 나온 TV 토론회에서 현실정치의 벽을 절감하면서 중도층 판세에 다시 안개가 드리워졌다. 한편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겼다. 본래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2002년 뉴욕시장에 당선됐지만, 2009년에는 무소속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블룸버그, TV토론 첫 등장…민주당, 중도 성향 후보의 교통정리에 나설까

    블룸버그, TV토론 첫 등장…민주당, 중도 성향 후보의 교통정리에 나설까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오는 19일(현지시간) 첫 TV 토론에 참가한다. 블룸버그는 오는 슈퍼 화요일인 3월 3일부터 경선에 참가하기 때문에 이번 TV 토론가 사실상 첫 데뷔 무대가 되는 셈이다. 이에 다른 후보들이 중도 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블룸버그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는 등 이번 TV 토론회는 사실상 ‘블룸버그 청문회’가 될 것으로 워싱턴정가는 전망하고 있다. 또 블룸버그뿐 아니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피터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난립하고 있는 중도성향 후보들간 교통정리나 짝짓기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 지지자들이 샌더스의 깃발 아래 결집하는데 중도 지지자들이 여러 후보로 나뉘면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CNN 등은 블룸버그가 토론 참여 자격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오는 22일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19일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후보 토론에 참여하게 됐다고 18일 전했다. 블룸버그의 토론 참여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후원자 수에 대한 자격 기준을 없애고, ‘10% 이상 전국 지지율 기록 네차례’ 등의 여론조사 기준만 맞추면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가능해졌다. 이는 DNC가 ‘셀프 후원’으로 후원자 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블룸버그를 위해 토론 참여의 길을 터준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블룸버그의 무제한적 선거운동 지출은 그를 유력 대선후보로 수직 상승시켰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부가 보호해줄 수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토론 참여는 부가 보호해줄 수 없는 자신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자들은 블룸버그 전 시장의 신상 문제나 과거 전력 등을 제대로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흑인과 라티노(라틴계 미국인)에 대한 과잉 검문과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뉴욕시장 재직 시절의 ‘신체 불심검문’ 강화 정책, 성희롱 발언 및 여성 차별대우 의혹 등이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금권선거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의 주자들은 블룸버그의 천문학적 선거자금 지출에 대해 “미국 정치 시스템의 부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격해왔다. 또 워싱턴정가는 중도 진영 주자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샌더스를 누르기 위해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 등의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는 지난해 12월 조사보다 9%포인트 오른 3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블룸버그(19%)보다 12%포인트 앞섰다. 바이든은 15%로 3위에 머물렀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중도 진영에서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 강성 진보인 샌더스가 어부지리로 대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3월 3일 슈퍼 화요일 전후로 중도 진영 후보들의 짝짓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2020 ‘미스 독일’ 35세 아기엄마 ‘왕관’…깨지는 미인대회 벽

    2020 ‘미스 독일’ 35세 아기엄마 ‘왕관’…깨지는 미인대회 벽

    올해 ‘미스 독일’에 35세의 아기 엄마가 선발됐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등은 15일(현지시간) 프라이부르크 인근 유로파 파크에서 열린 ‘2020 미스 독일’ 선발대회에서 3살 된 딸이 있는 레오니 폰 하세(35)가 우승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1927년 시작돼 93년째를 맞은 미스 독일 대회 역사상 최고령 우승자가 탄생하게 됐다.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주 대표로 참가한 하세는 다른 12명의 결선 진출자를 제치고 왕관을 차지했다. 과거 독일제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민권을 취득한 그녀는 다양한 경험을 거쳐 현재 인터넷 의류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하세는 본선 대회에서 “35, 45. 65세의 여성도 여전히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곧 품성이고, 품성은 대부분 삶의 경험으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라며 미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35세의 아기 엄마가 미스 독일에 선발될 수 있었던 데는 달라진 대회 규정이 한몫했다. 주최 측은 2018년부터 기존 29세였던 나이 제한을 39세로 상향하고, 자녀나 남편이 있는 여성도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비키니 심사도 폐지했으며, 6명의 심사위원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해 남성의 시각을 철저히 배제했다. 덕분에 이번 대회에는 그리스와 폴란드, 세네갈, 남수단 등 다양한 나라 출신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간호사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미혼모 등도 참가의 길이 열리게 됐다. 특히 브레멘주 대표로 참가한 메리엠 마틴(25)은 임신 상태로 예선을 치렀으며, 임신 4개월 차에 본선에 진출해 미스 독일 역사상 첫 임산부 본선 참가자가 됐다.달라진 분위기는 본선 참가자들의 의상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검은색 바지 정장이나 간소한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나온 참가자들은 지금까지의 미인대회 출전자들과는 다른 개성을 뽐냈다. 이 같은 미인대회의 다양성 확보 노력은 지난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9년 미스 USA와 미스 틴 USA, 미스 아메리카 등 미국 3대 미인대회는 물론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월드까지 세계 정상급 미인대회 왕관 모두 사상 처음으로 모두 흑인이 싹쓸이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급진 샌더스 꺼리는 美민주, 이번엔 ‘블룸버그 딜레마’

    사회주의자로 불리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경선 돌풍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민주당 주류가 급부상하는 ‘마이클 블룸버그(전 뉴욕시장) 딜레마’에 빠졌다. 인종차별·성차별·선거매수 등 각종 의혹으로 골치는 아프지만 60조원이 넘는 재원을 동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주류의 눈엣가시인 샌더스에게도 맹공을 퍼붓고 있어서다. 블룸버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러닝메이트로 검토 중이라는 미 인터넷매체의 전날 보도 역시 민주당 주류의 정서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17일(현지시간) 민주당 경선 판세에 대해 “샌더스가 앞서 가는 가운데 곧 치를 민주당의 경선에서 (블룸버그)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흑인과 라틴계의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신체 불심검문 강화 정책, 성차별 등 각종 의혹으로 공격하기 쉽지만 공세가 강화되면 그는 투입하는 돈을 늘릴 것”이라며 “(다른 후보들이) 타깃을 샌더스에서 블룸버그로 변경하면 상황만 복잡해진다”고 평가했다. 불룸버그와 여타 후보들이 반목할 경우 샌더스만 선두를 질주하게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들의 기대대로 블룸버그는 샌더스에 대해 포문을 활짝 열었다. 이날 블룸버그는 샌더스 진영의 극성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데 대한 비판광고를 내보냈다. 광고는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시민적 담론에 참여하는 건 중요하다’는 샌더스의 육성 메시지를 싣고 “진짜?”라고 묻는 식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정치 후원금 없이 1억 8800만 달러(약 2238억원)를 선거자금으로 투입한 여세를 이어 갈 경우 샌더스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제 블룸버그의 샌더스 때리기를 관전하는 듯 피터 부티지지(전 사우스벤드시장), 조 바이든(전 부통령),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주 상원의원) 등 중도 후보들은 아직은 블룸버그보다 샌더스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가 샌더스 견제를 넘어 대세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든은 “막대한 돈으로 엄청난 광고를 살 수는 있지만, 과거의 나쁜 기록들을 지울 수는 없다. 블룸버그와 할 이야기가 많다”며 곧 검증의 시기가 올 것임을 시사했다. 이미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기업을 운영할 때 블룸버그가 여성직원 성희롱과 관련해 여러 번 소송을 당했다고 보도했고, 뉴욕시장 때는 소수민족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블룸버그는 다음달 3일(슈퍼 화요일)부터 경선 투표에 참여한다. 블룸버그 딜레마에 빠진 건 민주당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그가 소유한 블룸버그 통신의 기자들도 검증보도의 중립성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트랜스 혐오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

    [강남순의 낮꿈꾸기] 트랜스 혐오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

    트랜스 여성을 범죄자 취급한 ‘페미니즘’ 혐오는 ‘정상-비정상’ 이분법에서 출발 성소수자들을 위험한 존재로 둔갑시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늘 권력자가 규정 페미니즘 기본 ‘모든 사람이 인간’이란 것 고귀한 사상도 한 인간 존재 혐오 땐 범죄‘A’라는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S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허가를 받았다가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입학 허용 소식이 전해지자 입학을 환영하는 성명서 그리고 그의 입학을 여성들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격렬하게 반대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못한 채 ‘A’로 표기하는 그 트랜스젠더 여성은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A를 ‘잠재적 위협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여성’의 이름으로 또는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격렬하게 반대하던 그룹은 A의 입학 포기를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서까지 냈다.●‘정상은 우월’ ‘비정상은 위험’은 혐오의 논리 혐오는 이분법적인 사유 방식으로 출발한다. 이분법적 사유 방식은 사람을 남성-여성, 백인-흑인, 비장애인-장애인, 이성애자-동성애자, 시스젠더-트랜스젠더(‘시스젠더·cisgender’는 태어날 때의 지정 성별과 자신이 느끼는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이며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일치하지 않는 사람) 등 둘로 나눈다. 그리고 그 이분법적 분류는 둘 사이에 겹치는 ‘유사성’보다는 ‘차이성’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다르다’는 차이를 부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분리된 두 축 중에서 한쪽은 ‘정상’인 우월한 존재로, 다른 한쪽은 ‘비정상’인 열등한 존재, 위험한 존재로 자연화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배의 논리’와 ‘혐오의 논리’는 자연스럽게 구성된다. 결국 나와의 차이가 극대화된 혐오 대상자는 배제해 제거해야 할 ‘병균’처럼 간주된다. 그런데 왜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그들에 대한 환대와 포용보다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인가. 그것은 혐오 주장을 하는 이들이 강조하는 ‘긴급성’이 지닌 파괴성 때문이다. 그들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그 ‘가상의 긴급성’은 다양한 성소수자를 위험하고 위협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그들을 가정과 사회를 오염시키는 ‘병균’이기에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해악을 끼칠 ‘위험한 존재’들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혐오’는 그 혐오의 대상을 ‘다르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위험적 존재’로 본다. 따라서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나/우리’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상상은 어느새 ‘진실’로 변이된다. 서구에서 500여년 동안 지속됐던 ‘마녀 화형’은 혐오의 정치가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가를 잘 보여 준다. 혐오의 정치는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여성들을 ‘마녀’라고 규정하고 단지 죽이는 것이 아니라 불태워서 그 위험성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만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했다. 혐오의 정치가 환대의 정치보다 그 파괴력과 영향력이 강력한 이유다. 무수한 ‘만약’을 생산하면서 사람들은 특정한 표지가 붙은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고 ‘만약의 현실’을 ‘실재 현실’로 탈바꿈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정상과 비정상’ 또는 ‘우월과 열등’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누가 그리고 어떤 관점으로 설정하는가. 한때 사람들이 ‘비정상’으로 간주하던 것들이 시간과 정황이 바뀌면서 당연하게 ‘정상’이 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여성도 남성과 평등한 인간이라며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던 올랭프 드 구주는 프랑스 혁명 당시 지극히 ‘비정상’이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돼 기요틴에서 처형되기도 했다. 여전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주장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가정과 사회의 평화를 깨는 비정상이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세계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이제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인간’이라는 주장 자체가 적어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정상’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억압자와 피억압자 단일하게 고정되지 않아 인류의 역사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언제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규정해 왔다. ‘정상-비정상’은 절대적인 범주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구성물’이다. 젠더, 사회적 계층, 교육 정도, 장애 여부, 성적 지향, 나이 등에 따라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생산하고 확산하고 고정시키곤 한다. 이처럼 ‘정상-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인 흑백 기준에 좌우되는 사회일수록 인권지표에서 보면 비민주적이며 후진국이다. 왜냐하면 다양한 존재 방식을 허용하지 못하고 중심부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위험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정상-비정상’의 흑백 사회에서 주변부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온전한 인간’으로 간주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중심부’와 ‘주변부’ 또는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위치는 단일하게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단순히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젠더 면에서는 주변부에 속한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계층, 성적 지향, 교육 배경 등에서는 중심부에 속한 강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누구도 하나의 ‘모자’만을 고집하며 쓸 수 없다. 예를 들어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 남성이 집에서는 배우자와 아이들 위에 가부장으로 군림하는 정황, 성소수자인 백인이 흑인과의 관계에서는 특권적 위치에 있는 정황, 막대한 부를 소유한 재벌 여성이 다른 남성 직원 위에 군림하며 지배하는 정황 등과 같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 사람이나 집단을 단순한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고정시켜 현실 문제를 보는 것이 지니는 한계와 위험성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주장에서 시작된 것이며, 페미니즘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론적 원리는 ‘모든’ 사람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트랜스젠더 여성)을 나누고, ‘가짜 여성’을 ‘진짜 여성’에 대한 ‘잠재적 위협자’로 간주하고 배제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페미니즘을 배반’하는 것이다. 여성 혐오와 여성 억압에 사용되던 인식론적 전제들은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비정상이며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트랜스젠더’라는 표지를 지닌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서 다층적인 배제와 혐오, 편견과 멸시의 시선을 견디며 살아 내고 있다. 타고난 성별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시스젠더’가 엄연한 인간인 것처럼, ‘트랜스젠더’도 ‘인간’이다. 인류의 역사란 이러한 ‘당연한 상식’을 확장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한 사회가 젠더, 성적 지향, 장애 등에 근거한 다양한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얼마나 확장하고 보장하는가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LGBT’에 대한 법적보장 평등하게 이뤄져야 인류 역사에서 마녀 화형, 십자군 전쟁, 나치의 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 그리고 유대인 학살에서도 동일한 이분법적인 지배 논리가 작동됐고, 그 억압의 대상들에게 붙여진 ‘열등한 존재’, ‘위험한 존재’라는 표지에 의해 그들에 대한 폭력과 학살이 정당화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나치의 이러한 학살 행위가 단지 ‘유대인에 대한 범죄’만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특정 그룹에 대한 혐오, 배제, 폭력은 그 그룹에 대한 범죄만이 아니라 실제로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또는 정치적 표지들을 붙이고 살아간다. 나/우리와 다른 존재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존재 방식을 부정하고 혐오하고 배제하는 것은 결국 ‘인류에 대한 범죄’에 가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또는 그 어떤 ‘고귀한 사상’의 이름으로 한 인간의 고유한 존재 방식을 부정하고 비정상으로 만들고 나아가 혐오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이다. 이제 세계 곳곳에서 가장 첨예한 사회·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성소수자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로 불리는 다양한 성소수자가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는 인식과 선언은 그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장이 평등하게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블룸버그의 돌풍을 막아라’...美 민주당·백악관, 협공에 나서

    ‘블룸버그의 돌풍을 막아라’...美 민주당·백악관, 협공에 나서

    미국 백악관뿐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때리기에 나섰다고 16일(현지시간) CNN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이는 아직 본격 경선에 뛰어들지도 않은 블룸버그 전 사장이 전국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위에 오르는 등 ‘돌풍’의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전 시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NBC에 “신체 불심검문 강화 정책부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대한 그의 입장이 집중 조명을 받을 것”이라며 치밀한 검증을 예고했다. 또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폭스뉴스에서 “그는 신체 불심검문 강화 논란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뉴욕시장 때 ‘신체 불심검문 강화’를 시행했고, 이는 당시 흑인과 라티노(라틴계 미국인)에 대한 과잉 검문과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왔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사과했으나, 최근 다시 이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전날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블룸버그는 그의 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지지율과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라면서 블룸버그의 최저임금법, 치안 유지, 부유층 과세, 월스트리트 규제 등에 관한 정책을 비판했다. 여성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NBC에 블룸버그의 성차별 의혹에 대해 “그는 단지 방송전파 뒤에 숨을 수 없다”면서 오는 19일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공격할 것을 시사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블룸버그를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미니 마이크’라고 하는 등 블룸버그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콘웨이 고문은 블룸버그의 성차별 발언 및 여성 차별대우 의혹과 관련, “블룸버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이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면서 “유색인종과 여성을 깎아내리는 행위는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블룸버그의 상승은 그를 민주당 대선 경선 경쟁자들뿐 아니라 트럼프 대선 캠프의 주된 타깃으로 만들었다”면서 “특히 그에 대한 공격은 인종 차별적 정책과 여성 처우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성향이 강한 샌더스 의원보다 중도 성향의 블룸버그 전 시장을 상대하기 버거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오는 7월 전당대회까지 민주당 후보들뿐 아니라 트럼프 측도 블룸버그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억만장자 블룸버그·사회주의자 샌더스… 美 민주당 경선서 맞붙는 두 노장

    억만장자 블룸버그·사회주의자 샌더스… 美 민주당 경선서 맞붙는 두 노장

    ■설화도 뛰어넘는 블룸버그, ‘슈퍼화요일’ 돌풍의 핵 되나 아직 경선에 뛰어들지도 않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돈의 힘’이 통한 것인지 다음달 17일 경선이 열리는 ‘대형주’ 플로리다에서 여론조사 1위에 올라서는 등 민주당 경선 구도를 흔들 ‘핵’으로 부상 중이다. 덕분에 미국 언론의 대접도 남다르다. 버니 샌더스 전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의 양강 구도 속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을 주목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30년 전 성차별 발언 폭로 기사도 블룸버그에겐 지지율을 올리는 ‘노이즈 마케팅’이 되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블룸버그가 최고경영자(CEO) 시절 했던 성차별 등 부적절 발언이 담긴 과거 책자를 새삼 조명했다. 1990년 한 직원이 블룸버그의 48세 생일 선물로 만들었다는 이 책자는 제목이 ‘휴대용 블룸버그’로, ‘마이클 블룸버그의 재치와 지혜’라는 부제가 달렸다. “좋은 영업사원은 술집에서 ‘나랑 잘래?’라는 말로 여성을 데리고 나가려는 남성과 같다. 그는 많이 거절당하지만 역시 성관계를 많이 할 수 있다”, “회사 금융정보 컴퓨터가 구강성교를 비롯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그럼 많은 여자들이 이 분야에서 퇴출될 것이다”는 등 책에 담긴 내용은 저속하기 그지없다. 블룸버그 선거캠프는 책과 관련, “발언을 블룸버그가 직접 한 게 아니고 (장난 같은) 선물을 위해 누군가 지어냈을 뿐인데, 30년 동안 나돌며 선거 때마다 인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부적절한 과거 언행 소환에도 블룸버그의 위상에 흠집이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순자산만 600억 달러(약 71조원)에 달하는 재력가인 그가 수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매우 ‘전략적’으로 기부해 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이번 선거운동에만 4억 100만 달러(약 4744억원)를 썼는데, 대선 출마 훨씬 이전인 1997년부터 지금까지 정치·사회 각 분야 시민·자선단체 수백만 곳에 총 25억 5000만 달러(약 3조 167억원)를 기부했다. 특히 건강·안전(14억 달러), 문화·예술(2억 8150만 달러), 교육(2억 3930만 달러), 지역발전(2억 1020만 달러), 환경·기후변화(2억 7820만 달러) 등 대선 국면을 장악한 정치 의제와 관련한 분야에 집중 기부를 해 왔다. 이런 광대한 기부로 시민단체의 비판이 무뎌졌으며, 여론의 도마에 오르지 않은 덕인지 블룸버그는 지난 14일 대의원 219명이 배정된 대표적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민주당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1위(27%)를 기록했다.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 뛰어드는 블룸버그에게 청신호가 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흥행 카드 ‘샌더스 딜레마’ 진보 지지에도 주류 시큰둥 ‘누구도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를 좋아하지 않는다.’(Nobody likes him)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직설적 공격에도 ‘78세 무소속 사회주의자’ 샌더스에 대한 미국 민주당 주류의 우려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초부유세·무료대학교육·전국민의료보험 등의 급진적 공약으로 첫 2개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이들은 물론 월가가 긴장하고, 부유층은 반대 광고 집행에 나섰다. 분명한 흥행카드지만 주류는 반기지 않는 소위 ‘샌더스 딜레마’에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네바다 코커스(22일)를 앞두고 슈퍼팩(억만장자들의 외곽 정치자금 단체)이 반(反)샌더스 광고를 집행한다”며 “이들은 첫 무대였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광고에 70만 달러(약 8억 3000만원)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에는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이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만큼 미국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망치고 우리 군대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인 경선 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샌더스의 급진적 이상정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가 안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샌더스를 ‘미친 버니’라고 비난하던 트럼프가 최근 “에너지가 있다”며 태도를 바꾼 것도 샌더스를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샌더스의 돌풍에 분명 이유는 있다. “더 많은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30년간 무소속을 지켰고 학생, 저임금노동자, 라틴계 등 확실한 지지세력이 있다. 부자의 기부도 거부했다. 부유해야 학벌을 갖추고, 빈자는 병원에 못 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밀레니엄 세대가 베이비부머 인구에 육박하자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도 같은 이유로 샌더스 지지를 선언했다. USA투데이는 경선 후보들의 인성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샌더스가 40%로 1위였고, 바이든(31%), 부티지지·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30%),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29%), 트럼프(26%) 순이었다고 했다. 다만 샌더스가 민주당의 새 주류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라틴계가 많은 네바다 코커스는 선전이 예상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9일)는 바이든의 지지층인 흑인이 많다.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에는 ‘트럼프를 이길 적임자’로 자평하는 블룸버그의 첫 등판도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억만장자 블룸버그·사회주의자 샌더스… 美 민주당 경선서 맞붙는 두 노장

    억만장자 블룸버그·사회주의자 샌더스… 美 민주당 경선서 맞붙는 두 노장

    ■설화도 뛰어넘는 블룸버그 ‘슈퍼화요일’ 돌풍의 핵 되나 前뉴욕시장, 플로리다 여론조사 1위로 인종·성 차별 등 부적절 발언 공개에도 막강한 재력 뒷받침… 등장 전 존재감 커 아직 경선에 뛰어들지도 않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돈의 힘’이 통한 것인지 다음달 17일 경선이 열리는 ‘대형주’ 플로리다에서 여론조사 1위에 올라서는 등 민주당 경선 구도를 흔들 ‘핵’으로 부상 중이다. 덕분에 미국 언론의 대접도 남다르다. 버니 샌더스 전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의 양강 구도 속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을 주목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30년 전 성차별 발언 폭로 기사도 블룸버그에겐 지지율을 올리는 ‘노이즈 마케팅’이 되는 분위기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블룸버그가 최고경영자(CEO) 시절 했던 성차별 등 부적절 발언이 담긴 과거 책자를 새삼 조명했다. 1990년 한 직원이 블룸버그의 48세 생일 선물로 만들었다는 이 책자는 제목이 ‘휴대용 블룸버그’로, ‘마이클 블룸버그의 재치와 지혜’라는 부제가 달렸다. “좋은 영업사원은 술집에서 ‘나랑 잘래?’라는 말로 여성을 데리고 나가려는 남성과 같다. 그는 많이 거절당하지만 역시 성관계를 많이 할 수 있다”, “회사 금융정보 컴퓨터가 구강성교를 비롯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그럼 많은 여자들이 이 분야에서 퇴출될 것이다”는 등 책에 담긴 내용은 저속하기 그지없다. 블룸버그 선거캠프는 책과 관련, “발언을 블룸버그가 직접 한 게 아니고 (장난 같은) 선물을 위해 누군가 지어냈을 뿐인데, 30년 동안 나돌며 선거 때마다 인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부적절한 과거 언행 소환에도 블룸버그의 위상에 흠집이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순자산만 600억 달러(약 71조원)에 달하는 재력가인 그가 수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매우 ‘전략적’으로 기부해 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이번 선거운동에만 4억 100만 달러(약 4744억원)를 썼는데, 대선 출마 훨씬 이전인 1997년부터 지금까지 정치·사회 각 분야 시민·자선단체 수백만 곳에 총 25억 5000만 달러(약 3조 167억원)를 기부했다. 특히 건강·안전(14억 달러), 문화·예술(2억 8150만 달러), 교육(2억 3930만 달러), 지역발전(2억 1020만 달러), 환경·기후변화(2억 7820만 달러) 등 대선 국면을 장악한 정치 의제와 관련한 분야에 집중 기부를 해 왔다. 이런 광대한 기부로 시민단체의 비판이 무뎌졌으며, 여론의 도마에 오르지 않은 덕인지 블룸버그는 지난 14일 대의원 219명이 배정된 대표적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민주당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1위(27%)를 기록했다.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 뛰어드는 블룸버그에게 청신호가 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흥행 카드 ‘샌더스 딜레마’ 진보 지지에도 주류 시큰둥 슈퍼팩 反샌더스 광고에 70만弗 투입 “트럼프만큼 분열 조장… 경제 망칠 것” 노동자 등 다수 이익 대변에 기반 탄탄 ‘누구도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를 좋아하지 않는다.’(Nobody likes him)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직설적 공격에도 ‘78세 무소속 사회주의자’ 샌더스에 대한 미국 민주당 주류의 우려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초부유세·무료대학교육·전국민의료보험 등의 급진적 공약으로 첫 2개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이들은 물론 월가가 긴장하고, 부유층은 반대 광고 집행에 나섰다. 분명한 흥행카드지만 주류는 반기지 않는 소위 ‘샌더스 딜레마’에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네바다 코커스(22일)를 앞두고 슈퍼팩(억만장자들의 외곽 정치자금 단체)이 반(反)샌더스 광고를 집행한다”며 “이들은 첫 무대였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광고에 70만 달러(약 8억 3000만원)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에는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이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만큼 미국을 분열시키고 경제를 망치고 우리 군대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인 경선 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샌더스의 급진적 이상정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가 안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샌더스를 ‘미친 버니’라고 비난하던 트럼프가 최근 “에너지가 있다”며 태도를 바꾼 것도 샌더스를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샌더스의 돌풍에 분명 이유는 있다. “더 많은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30년간 무소속을 지켰고 학생, 저임금노동자, 라틴계 등 확실한 지지세력이 있다. 부자의 기부도 거부했다. 부유해야 학벌을 갖추고, 빈자는 병원에 못 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밀레니엄 세대가 베이비부머 인구에 육박하자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도 같은 이유로 샌더스 지지를 선언했다. USA투데이는 경선 후보들의 인성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샌더스가 40%로 1위였고, 바이든(31%), 부티지지·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30%),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29%), 트럼프(26%) 순이었다고 했다. 다만 샌더스가 민주당의 새 주류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라틴계가 많은 네바다 코커스는 선전이 예상되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9일)는 바이든의 지지층인 흑인이 많다.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에는 ‘트럼프를 이길 적임자’로 자평하는 블룸버그의 첫 등판도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부티지지 돌풍·클로버샤 깜짝 3위… ‘중도층 잡기’ 무한경쟁

    부티지지 돌풍·클로버샤 깜짝 3위… ‘중도층 잡기’ 무한경쟁

    샌더스 텃밭서 1.5%P 차로 힘겹게 1위 진보층 표심 집중… ‘어부지리’ 勝 관측도 아이오와 5위 클로버샤 득표율 19.8% 중도성향 표심이 클로버샤로 이동 분석 바이든 5위 ‘추락’… 일각 중도 포기설도‘아웃사이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5.9%의 지지율(97% 개표)로 1위를, ‘백인 오바마’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이 24.4%로 2위를 차지하는 등 1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이 둘은 각축전을 벌이며 1승1패를 기록했다. 이번 무대의 또 다른 의미는 ‘중도층 확보 경쟁’의 격화다. 우선 여성 중도층을 대변하는 에이미 클로버샤(19.8%) 상원의원이 아이오와 코커스의 5위(12.6%)에서 뉴햄프셔 3위(19.8%)로 껑충 뛰어올랐다. 아이오와에서 4위(15.6%)에 그친 데 이어 이번에는 5위(8.4%)로 내려앉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반격을 준비 중이다. 부티지지와 3월부터 뛰어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까지 중도층을 향한 무한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샌더스는 부티지지에게 아깝게 뒤진 아이오와의 패배를 설욕하며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샌더스는 이날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면서 승리자가 됐다. 미 언론들이 자신을 유력한 승자로 보도한 뒤 연단에 오른 샌더스는 ‘버니’라고 외치는 지지자의 환성에 2분가량 연설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승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끝내기 위한 시작”이라고 했다.다만 자신의 텃밭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샌더스는 2016년 이곳에서 60.4%의 지지를 받으며 상대 힐러리 클린턴(38.0%) 전 국무장관에게 크게 이긴 바 있다.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하며 ‘백인 오바마’ 돌풍을 일으킨 부티지지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단 1.5% 포인트 차로 샌더스를 텃밭에서 밀어붙였다. 특히 바이든을 밀어내고 ‘샌더스·부티지지’라는 양강 구도를 만들면서 민주당 중도층 흡수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동성애자인 부티지지가 ‘확장성’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햄프셔에서는 바이든을 이탈한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이 부티지지뿐 아니라 클로버샤에게도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오와에서 5위를 했던 클로버샤는 20%에 육박하는 지지도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파격적인 진보로 다소 부담스런 샌더스, 동성애자인 부티지지, 오바마 시절의 향수에 멈춘 바이든 등을 두고 저울질하던 중도 성향의 표심이 젊고 똑똑한 클로버샤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까지 무너뜨릴 수 없는 강력한 1위 후보로 평가받던 바이든은 아이오와(4위)에서 한 계단 더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중도 포기설도 나왔다. 흑인 지지층이 두터워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월 29일)부터 상승세를 이어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이마저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샌더스가 젊은 흑인층을 공략하고 있는 데다 현재 부티지지와 클로버샤 등과 힘겹게 펼치고 있는 중도층 흡수 싸움에는 다음달 3일 슈퍼 화요일부터 블룸버그 전 시장까지 뛰어든다. 다만 바이든은 뉴햄프셔 경선 날 자신의 흑인 지지층이 많은 네 번째 격전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떠나며 반등을 위한 소위 ‘올인 전략’을 택해 결과가 주목된다. 중도층을 두고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경우 급진적 진보를 표방하는 샌더스가 ‘어부지리’로 대권 도전의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민주당 경선은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없는 다자간 경쟁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이는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민주당 경선 주자의 중도 하차도 이어졌다. 앤드루 양과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은 개표가 진행되는 중간에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또 더발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선거운동을 지속할지를 12일 발표한다. 한편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싱거운 승리를 거뒀다. 지지율 85.7%(96% 개표)로 빌 웰트(9.1%)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압승했다. 조 월시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7일 경선을 포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유정훈의 간 맞추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1923년 9월 간토대지진이 일본 수도권을 덮쳤다. 조선인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헛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천재지변을 틈타 조선인이 집단으로 일본인 공격에 나섰다는 얘기가 심각해졌다. 조선인을 극도의 위험으로 여긴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했고, 일본 정부와 언론은 유언비어를 방관했다. 수많은 무고한 희생이 뒤따랐다.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으로 일격을 당한 미국은 대일본 선전포고와 함께 2차대전에 참전한다. 미국 정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일본계 미국인들을 모하비사막과 같은 오지에 설치된 캠프에 강제 수용한다. 적대국 출신 혈통을 가진 미국 시민의 존재 자체를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으로 판단한 것이다. 20세기 미국은 구조적인 인종분리 정책을 시행했다. 학교, 교도소 등의 공공시설은 물론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시설 또한 인종분리 대상이었다. 흑인과 백인의 주거 지역 구분은 단순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치밀한 인종분리 법령과 정책 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소수 인종을 내 삶에 대한 위험으로 느낀 주류 백인의 정서가 근저에 있음은 물론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특정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다. 명분은 테러리스트의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다 틀렸다. 조선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지진 피해 극복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미국이 진주만에서 기습을 당한 것은 일본계 스파이 때문이 아니었고,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것도 내부의 적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수용소에 가두어 버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민권법 제정과 일련의 연방대법원 판결로 인종분리가 철폐됐다고 하여 백인들의 삶이 더 위험해진 것은 아니다. 무슬림 테러리스트에 의해 본토에서 사망한 미국인보다 총기난사 사건(공교롭게 대부분 범인은 백인 남성)으로 스러진 미국인이 훨씬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0년이다. 유럽에서 한국인 여행자 또는 교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현지인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한편 한국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청원 서명이 70만에 달하고, 중국인 혹은 중국인 밀집 지역에 대한 노골적인 기피가 드러나고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숙명여대에 합격하자 서울 지역 6개 여대 21개 단체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한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혐오가 아니라 그저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을 지키기를 원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오류를 반복한다’, ‘사람들은 낯선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와 같은 뻔한 말로 넘어가기에는 슬픈 장면이다. 트랜스젠더가 여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면 여성의 안전이 지켜질까? 바이러스 발생 지역과 뭔가 관련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서 몰아내면 과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 에볼라·메르스… 감염 공포 앞에서도 의료진들의 희생 빛났다

    에볼라·메르스… 감염 공포 앞에서도 의료진들의 희생 빛났다

    ‘45일 후 전 세계 25억 2137만 109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고 5294만 8793명이 사망한다.’ 포브스가 지난 6일 기사에서 언급한 인공지능(AI)의 예측이다. 물론 해당 기사에서 의사들은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은 낮아지고 있으며 날씨, 인구이동통제, 방역 등의 변수가 있다고 반박했다. 인류의 각종 방역 노력이 배제된 수치라는 의미다. 하지만 다소 황당한 AI의 이런 전망은 인간이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혀 아예 손을 놓는다면 전염병이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인류를 잠식할지를 알려준다. 실제 신종 코로나의 거대한 공포 앞에서 인류는 생존을 위한 이기심을 발휘했다. 반면 페스트,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 전염병의 파고를 넘어 온 인류는 강하다. 이타적인 희생과 협력은 강한 무기다.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 각국의 의료진이 보여 준 노력은 인류의 심금을 울렸다.●AI, 45일 후 전세계 5295만명 사망 예측 ‘생존을 위한 이기심과 남을 위한 희생’이라는 양면의 민낯 중 한쪽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류의 두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은 기술 발전, 환경파괴, 고령화 등으로 전염병에 점점 취약해지는 지구를 위해 필요하다. 전염병 방역의 기본은 ‘질병 확산의 삼각형’(epidemic triangle)으로 불리는 ‘병원균, 확진자, 발병 지역’의 통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3일 신종 코로나 발병 보고를 받고 31일에야 공개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의 보건위원회는 이날 “사람과 사람 간에 퍼졌다는 증거는 없다”고 공표했다. 결국 지난달 23일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하기까지 신종 코로나는 빠르게 확산됐다. 공산당 우한시위원회의 한 서기는 “태국에서 확진환자가 나온 1월 12∼13일에라도 우한의 교통을 봉쇄했다면…”이라고 때늦은 후회를 했다. 시기를 놓친 통제로 우한시도 소위 ‘버려진 도시’처럼 돼 버렸다. 병원은 부족한데 확진환자는 넘치고, 1000명씩 누워 있는 임시 병원은 외려 전염 통로라는 지적이 나오며, 봉쇄 조치로 인근 도시의 병원에 갈 수도 없다. ●中 부실 대응 도마에… 중국인 혐오증까지 중국 당국의 초기 정보 통제는 공산당의 통치 안정, 경제 충격 등이 감안됐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보다 먼저 고려하지 못한 공산당의 부실한 위기대응 능력에 각국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달 중순 ‘무증상 감염’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면서 중국인 혐오 현상은 더욱 커졌다. 일본 상점들은 ‘중국인 출입금지’를 써 붙였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신종 코로나에 대해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현했다. 각국은 전세기를 띄워 우한 내 자국민을 철수시켰지만 이들을 보균의심자로 보는 여론에 각국으로 귀국한 교민들이 잠복기(최대 2주)를 보낼 숙소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도 우한 지역민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 가디언은 1월 말 베이징의 각급 주민위원회가 집마다 두드리며 우한 체류 경험자가 있는지 조사했다고 전했다. “모든 지역은 가족이고 서로를 부양해야 한다”는 베이징시 관리의 주장은 공허했다. 전염병의 공포는 돈벌이로 변질됐다. 매점매석을 통한 마스크 가격 급등은 일반적이다. 중국 언론이 발열, 기침 등을 다스리는 전통 의약품 ‘솽황롄’(雙黃連)을 신종 코로나 치료법으로 소개하자 ‘짝퉁 약’도 유통됐다. 가짜뉴스도 퍼졌다. 우한의 한 사스 전문가는 따뜻한 소금물로 콧구멍과 목구멍을 매일 아침과 밤 헹궈 줄 것을 추천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소금기가 신종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광욕, 헤어드라이기로 손 말리기 등도 거짓이었다. 심지어 인도 정당 ‘힌두 마하사브하’ 대표는 불 앞에서 힌두교 의식과 함께 소의 오줌이나 똥을 몸에 바르라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발병 원인을 둘러싼 소위 ‘블레임 게임’(책임 씌우기)도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정보가 에이즈바이러스(HIV)와 일부 유사하다며 우한에 있는 중국과학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힘을 얻었다. 이에 이곳의 한 연구원은 “목숨을 걸고 실험실과 무관하다”고 맞섰다. 중국인 대부분이 박쥐를 먹는 것처럼 묘사하며 책임을 지우는 현상도 에이즈로 동성애자가, 에볼라로 흑인들이 지탄을 받았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이성은 빛났다. 각국이 발원지 이름을 넣어 ‘우한 폐렴’으로 부르던 것을 신종 코로나라는 제 이름으로 바꾼 것은 우한 지역민의 낙인효과를 감안할 때 작지만 큰 첫걸음이었다. 전 세계에서 성금과 방역물품 기부도 잇따랐다. 지난 1일까지 모인 후베이성의 누적 사회 기부금 접수액은 69억 위안(약 1조 1800억원)이었다. N95 마스크 50만개, 기타 일회용 의료 마스크 185만개, 보호안경 7만개 등도 들어왔다. 지난 5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일본, 태국 등 21개국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안후이성의 한 남성이 경찰서에 걸어 들어와 500개의 마스크를 놓고 급히 도망가는 동영상이 중국 온라인에 퍼졌다. 의료진의 희생도 이어졌다. 지난 5일 우한에서 자가용 차량으로 의료진의 출퇴근을 돕던 한 자원봉사자(54)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밤낮으로 차량 탑승자의 체온을 측정하며 일하던 28세 의사도 이날 과로로 사망했다. 중국 산둥성 허쩌에서는 지난 4일 신종 코로나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한 의사가 10분 만에 결혼식으로 올리고 병원으로 돌아간 이야기가 전해졌다. 지난달 27일 인민일보는 우한대 소속 인민병원의 여성 간호사 샨시아(30)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두피가 보일 정도로 짧게 깎았다고 보도했다. ●국경 없는 전염병 피해… 공동방역 체계 필요 문제는 미래 대응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오랜 기간 세계는 공황과 방치의 연속이었다”며 “우리는 발병에 돈을 쏟아넣고 끝난 뒤에는 그것을 잊고 다음 발병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인간의 자연침략으로 동물은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신종 코로나 전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박쥐 등 야생동물 식용을 막으면 좋겠지만 전 세계 76억명이 배고픔에 허덕인다. 지난 7일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284.27㎢로 지난해 1월(136.21㎢)보다 2배로 늘었다. 열대우림이 사라지며 자연에서 분리된 이름 모를 바이러스들은 인간을 새 숙주로 삼곤 한다. 실제 전염병의 발생 주기는 10년에서 5년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 비행기를 통한 인구 이동은 바이러스 확산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국이 택한 방법은 고립과 국경 차단이지만 외려 불법체류자들이 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피치 못해 쓰는 방법’으로 부른다. 게다가 각국의 전염병 대처능력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핵위협방지구상(NTI)과 존스홉킨스대학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9년 세계보건안전지수(GHS)에 따르면 195개 국가 중 1위인 미국은 83.5점이었지만 중국은 48.2점으로 51위였고 북한은 17.5점으로 193위에 불과했다. 한국은 70.2점으로 9위였다. 미국이나 한국 등 방역 선진국이 스스로를 잘 관리해도 세계는 밀접해졌고 전염병의 피해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 내 다국적 기업들이 매장, 사무실, 공장 등을 닫았고 한국에서는 대학이 개학을 연기하고 확진환자가 다녀간 극장, 식당, 백화점, 사옥 등이 문을 닫았다. 대륙별로 혹은 지역별로 긴급재난구조본부 등의 공동방역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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