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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함 잃은 유럽 문학 대신 세계 울린 탈식민주의 문법

    신선함 잃은 유럽 문학 대신 세계 울린 탈식민주의 문법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선정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제3세계 탈식민주의 문학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서구 문학에 밀려 변방으로 취급받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통찰력 있는 작품이 많아 예의주시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2018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린 ‘뉴아카데미’ 상을 받은 마리즈 콩데(84) 작가의 에세이 ‘울고 웃는 마음’(1999)이 최근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섬 출신인 콩데는 흑인이자 여성, 식민지인으로 유년기에 겪었던 인종·계급·성별 간 격차의 문제를 조명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다. 다음달엔 콩데가 2017년에 낸 장편소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문학동네)도 독자를 만난다. 과들루프의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성향이 달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주인공 남매를 통해 작가는 인종차별, 식민지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의 본질을 되묻는다. 앞서 콩데는 소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2019년 번역·은행나무)에서 17세기 말 마녀로 몰렸던 미국의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통해 인간적 연대와 공감의 희망을 보여 줬다.은행나무는 최근 나이지리아의 젊은 천재 작가로 주목받는 치고지에 오비오마(35)의 장편소설 ‘어부들’(2015)을 펴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데뷔소설상 등 5개 문학상을 받은 이 책은 출입이 금지된 저주받은 강에서 낚시하던 벤저민과 형제들이 마을 광인의 예언을 듣고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9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의 빈곤과 혼란한 사회상을 담아 사소한 믿음에서 비롯된 균열이 어떻게 거대한 비극으로 점화되는지를 보여 줬다. 2019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오비오마의 또 다른 소설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은행나무)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연인과 미래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내용을 다뤘다. 소수자들의 고난 서사를 신적인 존재의 연민 어린 목소리로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구르나에 앞서 아프리카 출신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된 케냐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83)의 작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냐 근현대사를 다룬 대표작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은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 심리를 묘사해 서구인의 제국주의적 사고와 케냐 기득권층의 민중 억압을 꼬집는다.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 사회의 모순을 여성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이 밖에 민음사는 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2001년 노벨상 수상자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 국가에서’를 펴냈다.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인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석호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제3세계 문학은 식민지 잔재를 소재로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 그치지 않고 인종, 성차별, 환경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21세기에도 유효한 시대정신을 담았다”며 “세계를 주도하던 유럽 문학이 최근 신선함을 보여 주지 못하는 반면 3세계 문학은 지구촌 전체의 관점에서 영향력 있는 문학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도 “영문학에서도 남아공, 케냐처럼 과거 식민지 출신 작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처럼 식민통치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국가에선 인종, 종교, 난민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다룬 탈식민주의 문학이 유효한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 구르나 노벨상 계기로 주목받는 3세계 문학…탈식민주의 감동 밀려온다

    구르나 노벨상 계기로 주목받는 3세계 문학…탈식민주의 감동 밀려온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가 선정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아프리카나 중남미 등 제3세계 탈식민주의 문학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서구 문학에 밀려 변방으로 취급받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통찰력 있는 작품이 많아 예의주시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2018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린 ‘뉴아카데미’ 상을 받은 마리즈 콩데(84) 작가의 에세이 ‘울고 웃는 마음’(1999)이 최근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섬 출신인 콩데는 흑인이자 여성, 식민지인으로 유년기에 겪었던 인종·계급·성별 간 격차의 문제를 조명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다.다음달엔 콩데가 2017년에 낸 장편소설 ‘이반과 이바나의 경이롭고 슬픈 운명’(문학동네)도 독자를 만난다. 과들루프의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성향이 달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주인공 남매를 통해 작가는 인종차별, 식민지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의 본질을 되묻는다. 앞서 콩데는 소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2019년 번역·은행나무)에서 17세기 말 마녀로 몰렸던 미국의 흑인 여성 노예 티투바의 삶을 통해 인간적 연대와 공감의 희망을 보여 줬다.은행나무는 최근 나이지리아의 젊은 천재 작가로 주목받는 치고지에 오비오마(35)의 장편소설 ‘어부들’(2015)을 펴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데뷔소설상 등 5개 문학상을 받은 이 책은 출입이 금지된 저주받은 강에서 낚시하던 벤저민과 형제들이 마을 광인의 예언을 듣고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1990년대 중반 나이지리아의 빈곤과 혼란한 사회상을 담아 사소한 믿음에서 비롯된 균열이 어떻게 거대한 비극으로 점화되는지를 보여 줬다.2019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오비오마의 또 다른 소설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은행나무)는 사랑에 빠진 젊은이가 연인과 미래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내용을 다뤘다. 소수자들의 고난 서사를 신적인 존재의 연민 어린 목소리로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구르나에 앞서 아프리카 출신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된 케냐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83)의 작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케냐 근현대사를 다룬 대표작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은 독립을 앞둔 식민지인들의 복합적 심리를 묘사해 서구인의 제국주의적 사고와 케냐 기득권층의 민중 억압을 꼬집는다.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케냐 사회의 모순을 여성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냈다.이 밖에 민음사는 영국 식민지 트리니다드섬에서 인도계 이주민 3세로 태어난 2001년 노벨상 수상자 비디아다르 수라지프라사드 나이폴(1932~2018)의 소설집 ‘자유 국가에서’를 펴냈다. 1971년 부커상 수상작인 이 책은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석호 카이스트 연구교수는 “제3세계 문학은 식민지 잔재를 소재로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 그치지 않고 인종, 성차별, 환경문제 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21세기에도 유효한 시대정신을 담았다”며 “세계를 주도하던 유럽 문학이 최근 신선함을 보여 주지 못하는 반면 3세계 문학은 지구촌 전체의 관점에서 영향력 있는 문학으로 발돋움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도 “영문학에서도 남아공, 케냐처럼 과거 식민지 출신 작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처럼 식민통치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 국가에선 인종, 종교, 난민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다룬 탈식민주의 문학이 유효한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 노벨상 받는다는 전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욕설한 수상자

    노벨상 받는다는 전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욕설한 수상자

    ‘노벨문학상’ 압둘라자크 구르나“수상 전화 받고 ‘보이스피싱’인 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노벨문학상 수상 통보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으로 착각해 욕설을 했다고 털어놨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는 수상 소감 인터뷰에서 수상 통보 전화를 끊을 뻔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노벨상을 받을 줄 모르고 있다가 수상 통보 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착각한 것이다. 구르나는 “커피를 만들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며 “보이스피싱 전화인 줄 알고 ‘이봐, 썩 꺼지지 못해? 날 내버려 둬’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행히 전화를 끊지 말라는 상대방의 설득에 통화를 이어갔고, 영광스러운 수상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아프리카 난민 출신으로는 역대 5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 구르나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 이유로는 ‘식민주의 영향 및 문화·대륙 사이의 격차 속에서의 난민의 운명에 대해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연민을 갖고 파고든 공로’를 들었다. 노벨위는 “구르나의 진실에 대한 헌신과 단순화에 대한 혐오가 인상적”이라며 “그의 소설은 틀에 박힌 묘사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른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동아프리카에 대해 우리의 시야를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73세인 구르나는 탄자니아 출신 영국 소설가다. 아프리카 난민 출신으로는 역대 5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흑인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는 35년 만이다.구르나는 1948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1960년대 말 난민으로 영국 잉글랜드에 들어왔다. 이후 영국 켄트대학에서 영문·탈식민주의 문학 교수를 지내다가 최근 은퇴했다. 구르나는 10편의 소설과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난민의 혼란’이라는 주제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대표작으로는 데뷔작인 ‘떠남의 기억’(Memory of Departure·1987)을 비롯해 ‘순례자의 길’(Pilgrims Way·1988), ‘낙원’(Paradise·1994), ‘바닷가’(By the Sea·2001), ‘탈주’(Desertion·2005) 등이 있다. 마지막 소설은 ‘사후의 삶’(Afterlives·2020)이다
  • 난민 경험 녹여 자아 정체성 탐구… “식민주의 다룬 작가 중 최고”

    난민 경험 녹여 자아 정체성 탐구… “식민주의 다룬 작가 중 최고”

    아프리카 출신 흑인작가 35년 만에 영예탄자니아서 태어나 난민으로 영국 도착대표작 ‘낙원’ ‘황폐’… 국내 출간은 안 돼아프리카 등 탈식민주의 관련 담론 관심“디아스포라 문제 조명, 시의적절한 수상”2021년 노벨문학상은 탄자니아의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에게 돌아갔다. 아프리카 출신 흑인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1986년 나이지리아 출신 월레 소잉카 이후 35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7일 구르나에 대해 “식민주의의 영향과, 문화와 대륙 사이 격차에 있는 난민의 운명을 단호하고도 연민 어린 통찰로 깊게 파고들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난민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 정체성에 집중해 온 작가”라며 “구르나 소설 속 등장인물은 문화와 대륙 사이에서의 틈, 과거의 삶과 새롭게 떠오르는 삶의 틈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는데, 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1948년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그는 1968년 난민 자격으로 입국한 영국에 정착해 문학과 학문 활동을 해왔다. 스물한 살 때부터 글을 쓴 구르나는 스와힐리어를 모국어로, 영어는 문학적 도구로 삼았다. 최근 은퇴하기 전까지 영국 켄트대 영문학 교수로 지내면서 식민주의 관련 담론을 주로 탐구했다. 장편소설 10편과 다수의 단편소설을 펴냈다. 대표작으로는 ‘낙원’(Paradise·1994), ‘바닷가에’(By the Sea·2001), ‘황폐’(Desertion·2005) 등이 있다. ‘낙원’과 ‘바닷가에’는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출간된 소설은 없다.한림원은 “그의 소설이 상투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있으며,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낯선 동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시각을 열어 줬다”고 설명했다. 문학상 선정 위원인 안데르스 올손은 그를 “식민주의 이후 시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구르나의 문학을 꿰뚫는 열쇠말은 ‘정체성’이다. 초기 소설 세 편 ‘출발의 기억’(Memory of Departure·1987), ‘순례자의 길’(Pilgrim’s Way·1988), ‘도티’(Dottie·1990)는 현대 영국에서의 이민자의 경험을 다양한 관점에서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순례자의 길’은 탄자니아 출신 무슬림 학생이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겪는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을 묘사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네 번째 소설 ‘낙원’ 역시 제1차 세계대전 와중의 식민지 동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한 여정에서 아프리카의 계급의식에 대한 시선을 담아냈다. ‘침묵의 경배’(Admiring Silence·1996)는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으로 이주한 한 청년이 결혼해 교사가 되는 이야기, ‘바닷가에서’는 영국 해변 마을에 거주하는 노인 망명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평론가 폴 길로이는 구르나의 소설 속 인물이 새로운 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며, 새로운 삶과 과거의 존재 사이에서 끊임없이 협상한다고 평가했다. 이주민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바닥에 깔고, 식민주의와 노예 제도의 유산이 어떻게 이주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를 다룬다. 작가 자신도 자신의 문학이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길로이에게 “내 잠재적 독자 중 일부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구르나는 동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이주해서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사는 입장에서 차별과 배척을 당한 경험을 일관성 있게 녹여냈다”며 “종교 갈등이 심화하고 이분법적으로 나뉜 세계관이 지배적인 현 시점에서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는 “구르나의 소설 ‘출발의 기억’이나 ‘마지막 선물’(The Last Gift·2011) 등은 술술 읽힐 정도로 이해하기 쉬운 어휘 구사가 장점”이라며 “작가 자신이 영국과 고향의 격차와 문화 간 충돌, 개인의 자아가 겪는 문제를 예리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의식에 계속 귀를 기울이는 통찰도 녹아 있는 만큼 난민 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된 요즘 돋보이는 수상”이라고 강조했다.
  • “근면한 한국인? 칭찬이지만 편견” 美 한국계 판사 청문회 인종차별 잡음

    “근면한 한국인? 칭찬이지만 편견” 美 한국계 판사 청문회 인종차별 잡음

    한국계 여성 최초로 미국 연방고법 판사에 지명된 루시 고(53, 한국명 고혜란) 인준 청문회에서 인종차별 잡음이 일었다. 6일 워싱턴포스트는 루시 고 제9연방고등법원 판사 내정자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척 그래슬리 아이오와주 상원 의원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최고령인 그래슬리(88, 아이오와) 상원 법사위 최고위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당신과 당신 민족”의 “근면한 직업윤리”를 언급하며 고 내정자를 칭찬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당신이 한국 배경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내 며느리가 했던 말이 많이 떠올랐다. 며느리는 한국인에게 근면한 직업윤리를 배웠으며, 그것은 곧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법이라고 했다”며 고 내정자의 인종적 배경을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당신과 당신 민족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슬리 의원이 며느리도 한국계 이민자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내정자는 이 같은 그래슬리 의원의 축하에 “고맙다”고 화답했지만, 일각에서는 인종적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계로 미 의회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의장을 맡고 있는 주디 추(68, 캘리포니아 32지구) 하원의원은 선의로 한 말이지만 분명 편견에서 비롯된 발언이라고 질타했다.추 의원은 “아무리 칭찬이라도 전체 사회에 어떤 성격적 특성을 부여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일부 구성원의 행동에 대해 다른 구성원이 해명할 책임을 져야만 하는 학대를 초래할 수 있다. 다른 인종적 비방처럼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은 아니었지만,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아시아계 권익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존 양 사무총장 역시 “그래슬리 상원의원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발언은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고 분열을 초래한다. 근면성실함은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문화와 인종이 다른 많은 미국인 사이에서 공유되는 직업윤리”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계 미국인=근면성실하다’는 편견이 최근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논의와 맞물려 점점 더 많은 검증을 거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모범적 소수계’ 개념의 문제점을 조명했다.모범적 소수계(model minority)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틴계 미국인, 아메리카 원주민 등 다른 인종 집단보다 더 전문적인 성공을 누리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평가의 개념이다. 언뜻 칭찬처럼 들리지만, 아시아계를 성공한 이민자로 정형화하고 나아가 유색인종 간 경쟁과 위협을 야기한다. 중국계 2세인 미국의 사회학자 마가렛 친은 자신의 저서 ‘고착 : 아시아계 미국인은 왜 기업 사다리의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가’에서 “모범적 소수계 개념이 비백인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고 흑인이나 라틴계 미국인 같은 비아시아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너무 자주 사용돼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만계 1.5세인 뉴욕시립대학교 브루클린 칼리지 사회학과 부교수 영-이 다이애나 판 역시 과거 워싱턴포스트 기고글에서 “모범적 소수계 이미지는 ‘좋은 소수자’(아시아계 미국인)와 대립되는 ‘나쁜 소수자’(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를 만듦으로써 비백인 집단을 계층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그래슬리 의원 측은 “누구를 모욕하려 한 게 아니라 칭찬하려 한 것”이라며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래슬리 의원 측 테일러 포이 대변인은 “민주당 소속 딕 더빈(76, 일리노이) 상원 법사위원장은 미국 이민에 관한 고무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고 내정자를 초대했다. 그래슬리 의원 역시 한국계 며느리의 이민 이야기에서 받은 비슷한 영감을 공유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루시 고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판사를 제9연방고등법원 판사로 낙점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루시 고 내정자가 연방고법 판사로 재직하게 될 첫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제9연방고법은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네바다, 애리조나, 오리건, 알래스카, 하와이 등 미국 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대형 법원이다. 워싱턴에서 태어난 고 내정자는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후 1993년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이후 법무부로 자리를 옮겨 연방검사 등으로 7년간 근무했다. 2008년 당시 캘리포니아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 지명으로 샌타클래라 카운티 법원 판사가 됐고, 2010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지명으로 한국계 첫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판사에 임명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제9연방고법 판사로 지명됐지만 아쉽게 상원 인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고 내정자는 2014년 마무리된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 1심을 주관하기도 했는데, 당시 삼성의 애플 특허 3건 침해와 애플의 삼성 특허 1건 침해라는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였다. 6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고 내정자는 어머니가 1946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라는 사실과, 1970년대 미시시피주에서 어렵게 성장한 기억 등을 언급했다.
  • 바이든 국정지지율 38% ‘최악 성적표’

    바이든 국정지지율 38% ‘최악 성적표’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지지율 40%선 무너져코로나19 대응만 48% 선방, 이민정책 2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정지지율 38%’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50%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은 지난 8월 중순에 40%대로 내려온 뒤 이번에 40%선도 무너졌다. 코로나19 대응을 제외한 경제, 외교, 국내 현안 등 대부분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면치 못했다. 퀴니팩대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국정지지율은 38%, 부정 응답은 53%였다. 흑인 지지율이 66%였지만 백인 지지율이 32%에 불과했다. 남성 지지율은 35%, 여성 지지율은 42%였다. 코로나19 대응은 48%가 지지해 부정 지지율(50%)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바이든식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9%에 그쳤고 세금정책은 37%, 외교정책은 34%였다. 또 이민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불과 25%였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데다 백신 완전 접종률이 56%로 전세계 43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이든이 1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접종 의무 책임을 지우는 등 노력한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의 내분으로 3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했고,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도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질서있는 아프간 철군에 실패하면서 외교정책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 이민정책은 멕시코 국경에서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막지도, 포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보수·진보 양측에서 공격을 받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전년의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 결과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을 분석한다. 폭스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지지율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과반수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됐다”며 “공화당도 바이든의 지지율을 자신들의 승리에 대한 전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뇌 5분의 1 잃었어도 사형 집행된 어니스트 존슨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뇌 5분의 1 잃었어도 사형 집행된 어니스트 존슨

    그의 두개골에는 구멍이 나 있었으며 뇌 5분의 1 정도가 없었다. 2008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유증이었다. 미국 미주리주 교정국이 5일(이하 현지시간) 세인트프랑소와 카운티 본 테레의 주립 교도소에서 사형을 집행한 어니스트 존슨(61)은 지적 장애인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코리 부시와 에마누엘 클리버 두 민주당 하원의원, 민주당 소속 밥 홀덴 전 미주리주 지사까지 나서 형 집행을 말렸지만 교정당국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교정국은 이날 오후 강력한 신경흥분 억제 약물 펜토바르비탈을 그에게 주사 놓았다. 절차가 시작되자 참관인들을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던 존슨은 약물 주입 후 호흡이 가빠지더니 몇 초 만에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교정국은 약물 투여 9분 만인 오후 6시 11분 사망 선고를 내렸다. 교정국 대변인은 존슨의 변호사와 희생자 3명의 친인척 4명 등이 존슨의 처형 모습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참관인들은 형 집행 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존슨은 마지막 편지에 ‘미안하다. 내가 한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 이에 대해 후회한다. 반성한다’고 적었다.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며 변호인 등 자신을 위해 기도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형 집행 방법으로 총살을 원했지만 지난 8월에 교정국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미주리주 컬럼비아 시에서 끔찍한 강도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법원 기록에는 1994년 2월 12일 존슨이 마약 살 돈을 구하기 위해 여자친구의 18살 아들에게 총을 빌려 집을 나섰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마약을 흡입하고 주유소 폐점 시간을 기다리던 존슨은 마지막 손님이 떠나자 직원 3명이 근무 중인 매장 안으로 진입했다. 프로파일러와의 대화를 통해 존슨은 금고 열쇠가 없다던 주유소 직원이 열쇠를 변기에 흘려보내려는 것을 보고 화가 났으며, 이에 총기를 난사하고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존슨의 범행으로 주유소 매니저 메리 브래처(46)와 직원 메이블 스크럭스(57), 프레드 존슨(58) 등이 목숨을 잃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근처를 수색하다 피 묻은 장갑과 의류, 드라이버 등을 발견했으며 사건 몇 시간 만에 여자친구 집에서 존슨을 체포했다. 압수수색 과정에 현금 443달러(약 50만원)가 든 가방과 불에 탄 수표, 사건 현장에서 나온 족적과 일치하는 존슨의 테니스화를 압수했다. 법원은 2006년까지 세 차례 재판에서 존슨에게 모두 사형 선고를 내렸다. 변호인은 지적 장애를 들어 형 집행 중지를 요구했다. 뇌를 잃어 오히려 더한 고통을 느낄 수 있어 비인도적이란 이유를 들었다. 또 존슨 처형은 지적장애인의 사형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8조에 위배된다는 2002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존슨은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을 갖고 태어났다. FAS는 임신 중인 여성의 과도한 음주로 태아에게 신체적 기형과 정신적 장애가 나타나는 선천성 증후군이다. 이 때문에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었던 존슨은 2008년 종양 제거 수술로 뇌의 5분의 1을 잃었다. 변호인은 그의 지능이 네 살 어린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리인은 지난주에 마이크 파슨 미주리주 지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교황은 인간 존엄성과 신성불가침 영역에 대한 사실을 고려해주기 바란다”며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미주리주 대법원은 존슨 측의 탄원을 여섯 차례에 걸쳐 기각했다. 연방 대법원 역시 형 집행 당일까지 이어진 변호인의 호소에도 형 집행을 강행해도 좋다고 판단했다. 2019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0%가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종신형을 더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어서 많이 바뀌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미국의 사형 집행은 계속되고 있다. 존슨의 사형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집행된 일곱 번째 형 집행이며, 앞서 형 집행은 텍사스주와 연방 차원에서 각각 3건씩 이뤄졌다. 부시 의원은 미주리주에서는 백인과 흑인의 똑같은 살인을 저질렀을 때 흑인이 백인보다 일곱 배나 더 중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 “테슬라,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약 1628억원 배상해야”

    “테슬라,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약 1628억원 배상해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조립공장 내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전 직원에게 1억 3690만 달러(약 1628억원)를 배상하란 배심원 평결을 받았다. 같은 내용으로 진행되는 또 다른 집단소송에도 이 평결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자동차 조립공장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2015~2016년 엘리베이터 운영요원으로 근무했던 오웬 디애즈(53)가 테슬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690만 달러의 손실보상 및 1억 30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디애즈는 프리몬트 공장의 화장실을 비롯해 곳곳에 인종차별 이미지와 글이 게시되고 상사와 동료들이 인종차별적인 언급을 자행하는 등 테슬라가 흑인 노동자들에게 적대적인 근로환경을 방치했다며 소송을 냈다. 테슬라는 조립공장의 근로자 1만여명이 대부분 파견직이라고 밝히며, 테슬라 직원들이 디애즈를 차별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테슬라에 파견직원인 디애즈의 작업환경 보호 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들은 테슬라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8월에도 비슷한 배상을 실행한 바 있다. 프리몬트 공장에서 상사들에게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 또 다른 흑인 노동자 멜빈 베리에게 1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중재를 테슬라가 수용했었던 것이다. 테슬라는 또 캘리포니아 주법원에서 흑인 노동자들이 테슬라의 적대적인 노동환경 조성 책임을 추궁하며 청구한 집단소송의 피고이기도 하다.
  • 테슬라,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1627억원 배상 직면

    테슬라,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1627억원 배상 직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흑인 직원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테슬라가 사내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 흑인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두 번째 사례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연방 법원 배심원단은 2015년과 2016년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엘리베이터 운영자로 일했던 오언 디아즈(53)가 제기한 인종차별 주장을 인정하면서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배심원단이 정한 배상금 액수는 총 1억 3690만 달러, 한국 돈으로 1627억여원에 달한다. “깜둥이 표현에 인종차별적 그림·낙서 수시로 발견”이번 재판은 디아즈가 인종적으로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강요당했고, 테슬라가 이를 막지 못했으며, 직원들에 대한 감독이 소홀해 디아즈에게 피해를 줬다는 쟁점을 놓고 진행됐다. 디아즈는 화장실 등에서 인종차별적 이미지와 글이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깜둥이”(nigger)라는 말을 듣는가 하면 긴 얼굴에 큰 입과 큰 눈, 그리고 머리카락에 뼈다귀가 매달려 있는 그림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림 아래에는 “우우”(Booo)라고 야유하는 듯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당시 디아즈의 감독관이 자신이 농담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인정했다고 디아즈는 전했다. 결국 디아즈는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피해를 전화를 통해 테슬라 관리자에게 전달했다. 디아즈는 또 화장실 칸막이에서 나치의 상징인 ‘만’(卍)자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공장 주변에 사는 흑인 어린이들을 경멸적으로 그린 낙서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했는데도 회사 측이 이러한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지 못했다고 디아즈는 주장했다. “아들·딸에게 입사 권유” vs “아들도 인종차별 피해”테슬라 측 변호인 트레이시 케네디는 최후 변론에서 테슬라 직원이 디아즈를 괴롭혔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그의 인종차별 주장에 대해 회사가 책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디아즈는 아들과 딸에게 같은 회사에 취직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면서 디아즈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디아즈는 아들이 같은 곳에서 비슷한 인종차별적 욕설을 듣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한계에 부닥쳤음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테슬라 공장의 많은 노동자들은 인력파견 하청업체에서 공급되고 있다. 이에 디아즈 측 변호인인 버나드 알렉산더 3세는 “무관용 정책과 달리 테슬라는 ‘무책임 정책’을 갖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디아즈는 “식욕을 잃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체중 감소도 겪었다”고 주장했다. 또 “언젠가는 계단에 앉아 울기만 했다”고 배심원단 앞에서 증언했다. 배심원단은 4시간의 심의 끝에 디아즈에게 유리한 평결을 내리면서 테슬라에 690만 달러(82억여원)의 배상금과 1억 3000만 달러(1545억여원)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디아즈는 배심원 평결이 나온 뒤 이번 결정으로 자신의 어깨가 가벼워졌다면서 “테슬라 공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부사장 “평결 부당…과거에 완벽하지 못했던 건 사실”테슬라의 밸러리 워크맨 부사장은 4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디아즈가 괴롭힘에 대해 불평했을 때 직원들에게 관련 조치를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워크맨 부사장은 “이런 사실을 볼 때 배심원들이 내린 평결이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2015년과 2016년에 우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워크맨 부사장은 “디아즈 외에도 3명의 다른 증인이 ‘깜둥이’를 비롯해 인종차별적 단어를 주기적으로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증인들이 모두 직장에서 ‘깜둥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적절함을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다른 흑인 동료들이 친근한 의미로 문제의 표현을 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아즈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2명을 해고하고, 1명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평결에 대한 논평 요청이나 항소 계획에 대해 즉각 응하지 않았다. 테슬라, 8월에도 인종차별 피해 직원에 100만 달러 보상 테슬라가 흑인 직원에게 인종차별과 관련해 보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테슬라 북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일했던 흑인 멜빈 베리는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해 100만 달러(11억여원)가 넘는 보상금을 받았다. 베리는 공장에서 상사로부터 ‘깜둥이’라는 인종적인 비하 발언을 100번도 넘게 들었고 이에 항의했지만, 오히려 근로시간만 길어지고 무거운 짐을 맡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사이비가 사이비에게 호통치는 사회/번역가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사이비가 사이비에게 호통치는 사회/번역가

    옛날 얘기다. 어느 날 선배가 “너 종교 없지? 나랑 대순진리회 다니자”란다. 그때는 종교재단의 교육기관에 취업하려면 꼭 신자여야 하고 전도 능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배는 교수직을 위해 실적이 필요했고 평소 존경하는 선배인지라 나도 그러마고 대답했다. 나야 그때나 지금이나 무신론자이지만 그래도 선배를 따라 2주에 한 번쯤 기도관을 오가며 종교 활동도 했다. 2년쯤 후 담당자가 나를 부르더니 교적을 지울 테니 이제부터 나오지 않아도 좋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당신은 종교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외우라는 주문도 외우지 않고 설교에도 감화하는 기미가 없자 결국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아무튼 그동안 비사회적, 반윤리적인 교리는 듣지 못했고 내가 쓴 돈도 2주에 한 번 1만~2만원의 헌금이 전부였다. 소문과 달리 그들도 악마는 아니었다. 조교 시절 젊은 흑인이 과사무실로 찾아와 편지를 해석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통일교에서 보낸 우리말 편지였다. 얘기를 들어 보니 내용도 모른 채 편지 한 장만 믿고 무조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다. 나는 부족한 영어로 내용을 설명한 다음 “왜 통일교를 믿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당시만 해도 통일교를 이단, 사이비종교쯤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남자의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내 얘기를 들어준 유일한 종교였어요.” 그러고 보니 나도 대학 시절 천주교에서 영세도 받고 열심히 다니기도 했다. 세례명은 안셸모였다. 역시 2년쯤 후 포기했는데 이유는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였다. 그 기간 동안 내게 다가와 말을 건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해 4월 초파일 가평의 한 사찰에 갔더니 종무소 앞에 이런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기와 한 장을 시주하신 공덕은 여러 생 동안 집 없는 업보를 면하게 하고 … 태어나는 세상마다 좋은 집안에 태어나는 복을 누리게 합니다.” 인간의 욕심과 두려움을 이용해 돈을 벌려면 교육과 종교가 최고라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부추길 줄은 몰랐다. 그날 아내는 기와 한 장에 불전함 3000원을 더해 1만 3000원의 욕망을 구입했지만 우린 여전히 무주택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소설 ‘더 라인 비트윈’(The Line Between)의 저자 토스카 리는 사이비종교의 특징을 이렇게 나열했다. “억압, 비판적 사고 및 질문 금지, 비밀주의, 친구와 가족들과의 단절, 특권을 내세워 지속적인 숭배를 요구하거나 굴종을 강요하는 절대적 지도자, (금전적, 신체적, 성적) 착취, 배교자 응징….” 그런데 이런 특징들이 속칭 사이비종교에만 해당할까? 2011년 ‘A선교회’의 B목사와 갈등하며 LA교회 지부에서 활동하던 후배가 느닷없이 국내 강남본부 지하 식당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미국에서 가족과 행복하던 친구가 국내에 왜 돌아왔으며, 왜 교회 지하 식당에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경찰은 부검도 없이 자살로 처리했다. 기독교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그들을 이단이나 사이비 종파로 규정해 끊어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대순진리회나 통일교 역시 같은 잣대를 대야 하지 않는가. 문제가 발생하면 힘없는 종교는 교계 전체의 잘못이 되고, 기성 종교는 일부의 이탈이라고 한다. 조계종은 툭하면 폭력을 동원해 권력 투쟁을 하고, 명성교회는 아들한테 목사직을 세습하고, 순복음교회는 목사 가족의 비리를 덮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전광훈 목사를 끊어내지 못하고, 대형교회의 유명 목사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우르르 몰려들어 안수 기도를 한다. 정작 윤 후보의 손에는 무속에서 권유하는 손바닥 ‘왕’(王) 자 부적을 썼는데 말이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사이비라 한단 말인가. 10월은 후배가 세상을 떠난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다. “형, 명선이와 결혼하는 거 좀 미안하지 않아요?” 후배는 아내와도 절친이었다. 결혼을 앞둔 우리 부부를 보며 활짝 웃던 모습이 더욱 그리운 오늘이다.
  •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사람… 돋아난 추억이여 ‘테이크 온 미’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 그 사람… 돋아난 추억이여 ‘테이크 온 미’

    극장가에서 세계가 사랑한 인물을 조명한 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깊어가는 가을, 예전 추억을 떠올리며 스크린으로 이들을 만나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하: 테이크 온 미’는 노래 ‘테이크 온 미’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노르웨이 밴드 아하(a-ha)의 다큐멘터리다. 아하는 1985년 1집 ‘헌팅 하이 앤드 로’에 실린 노래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한 ‘테이크 온 미’ 뮤직비디오는 아하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결정적인 열쇠였다. 앨범을 만들어 레코드사를 찾아다녔지만 퇴짜를 맞는 과정, 제프 아예로프 워너브러더스 부사장을 만나 뮤직비디오로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그리고 세계적인 스타가 된 뒤 멤버들의 갈등을 담았다.‘죽은 시인의 사회’(1989)의 영원한 ‘캡틴’, 할리우드 유명 배우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로빈 윌리엄스가 2014년 8월 11일 자살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해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일부 언론이 그의 죽음을 두고 알코올중독과 마약을 언급하거나 사망 전 금전 상황이 악화됐다고 보도했지만, 죽음의 원인은 루이소체 치매라는 불치병이었다. 그의 아내 수전이 써 둔 기록을 복기하면서 시작하는 영화 ‘로빈의 소원’은 그가 죽음 직전까지 망상, 불면, 불안, 우울증, 편집증 등을 앓았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풀어낸다. 윌리엄스가 살아생전 얼마만큼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인간미 있는 이였는지도 보여 준다.18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쥔 ‘솔의 여왕’이자 52세에 최연소 카네기 공로상을 받은 인물. 바로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이다. 영화 ‘리스펙트’는 흑인 음악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의 일대기를 그린다. 목사인 아버지의 교회에서 노래를 시작한 그는 음반업계에 뛰어든 뒤 아버지와도 거리를 둔다. 1952년 ‘리스펙트’로 성공하고도 알코올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2006)에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배우 제니퍼 허드슨의 열창을 다시 만끽할 수 있다.영화 ‘토베 얀손’은 어린이용 캐릭터 ‘무민’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이야기를 극화했다. 화가였던 얀손(알마 포이스티 분)이 우연히 그린 무민 캐릭터로 인기를 얻기까지, 언론사 사주인 아토스, 헬싱키 시장 딸이자 연극연출가인 여성 비비카와 자유로운 사랑을 나누기까지, 얀손의 삶을 담았다.
  • 코로나 후 혐오범죄 9000건 피해…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 뭉친다

    코로나 후 혐오범죄 9000건 피해…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 뭉친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폭행, 폭언 등 아시아·태평양계(AAPI)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 사건이 9000건 이상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AAPI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뭉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AAPI에 대한 동질감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AAPI 응답자 중 21%가 팬데믹 전보다 AAPI에 더 동일시한다고 답했다. 해당 답변 비율은 7개 인종 중 한국계가 30%로 가장 높았고 베트남계(29%), 중국계(25%) 순이었다. 가장 낮은 건 인도계(11%)였다. 이들이 AAPI라는 이름으로 뭉친 계기는 코로나19로 확산된 아시아계 혐오범죄 때문이다. 혐오범죄 신고사이트인 ‘스톱AAPI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9081건의 혐오범죄가 접수됐다. 인종별로 중국인 피해자(43.5%)가 가장 많았고 한국인(16.8%), 필리핀인(9.1%), 일본인(8.6%), 베트남인(8.2%) 순이었다. 혐오범죄 가해자인 백인·흑인이 외모상으로 동양인의 국적을 구별하지 못해 한국인이 중국인 타깃 범죄의 동반 희생양이 됐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계가 ‘결국 우리도 AAPI’라는 인식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혐오범죄 확산의 원인으로는 전체의 71%가 ‘중국폐렴·우한폐렴’ 등을 주장하며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다. 인종별 답변 비율은 중국계(66%)가 가장 높았고 일본계(63%), 한국계(59%) 순이었다. 폴리티코는 국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정치 세력으로 부상하지 못했던 AAPI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체성을 강화한 것으로 봤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AAPI의 유권자 참여는 35% 증가했다. 또 지난해 인구조사 결과 백인은 10년 만에 준 반면 아시아계는 36% 늘어 히스패닉(23%) 증가율도 앞섰다. 최근 경합주인 조지아 및 애틀랜타에서 AAPI의 표가 중요해졌고, AAPI가 내년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에서 무시 못 할 세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설문에서 같은 외모의 정치인을 원한다는 응답은 30%인 반면 가치관이 동일한 정치인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87%나 됐다. AAPI는 인종 투표보다 가치 투표를 하는 경향이 높다는 뜻이다.
  • 남친과 다툰 후 사라졌다…미국에서 실종된 한인 여성

    남친과 다툰 후 사라졌다…미국에서 실종된 한인 여성

    “창업 꿈 부풀었는데… 잠적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뉴저지 출신 한인 여성 로렌 조(30) 가족은 3개월째 행방이 불분명한 딸의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로렌 조는 지난 6월 29일 오후 4시쯤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인근 산버다니노 모롱고 밸리의 후파 로드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인 후 사라졌다. 당시 로렌 조는 노란색 티셔츠와 청 반바지 차림이었다. 실종 보고서에 따르면 로렌 조는 뉴저지에서 만난 남자친구 코디 오렐와 지난해 12월부터 유카 밸리에 있는 친구의 집에 머물렀다. 로렌 조와 오렐은 다투었고 화가난 조씨는 유카밸리와 모롱고밸리 사이의 언덕으로 걸어간 후 사라졌다. 조씨는 휴대폰, 지갑, 물, 음식을 휴대하지 않은 채 실종됐다. 조씨의 가족들은 8월부터 페이스북에 ‘실종자: 로렌 조’ 계정을 개설해 그의 사진과 신체적 특징 등을 올리며 목격자를 찾고 있다. 태권도 검은띠 소지자인 로렌 조는 2009년 헌터돈 센트럴고교 졸업 후 웨스트민스터 콰이어 칼리지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했으며, 여행 전까지 음악 교사, 타투샵 직원 등으로 일했다. 지난 겨울 오렐과 서부 여행을 한 로렌 조는 푸드트럭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샌버나디노 카운티 셰리프국은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인근 지역 경찰과 공조, 조씨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떠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약혼자와 여행 떠났던 개비 페티토 사건 조씨의 실종은 비슷한 시기 실종됐지만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백인 여성 개비 페티토(22) 사건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페티토 역시 지난 6월 남부 플로리다주에서 미 전역을 도는 캠핑 여행을 떠났고, 소셜미디어에 약혼자 브라이언 론드리(23)와의 여행 일상을 올렸지만 8월 말 갑자기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페티토는 지난달 19일 북서부 와이오밍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력한 용의자인 론드리는 아직까지 실종 상태로 행방이 묘연하다. 이와 관련 미국 언론이 유독 젊고 예쁜 백인 여성 사건만 광적으로 보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CNN과 ABC, CBS, 폭스뉴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사건 이후 지난 한 달간 실종부터 수색, 시신 발견까지의 전 과정을 중계하듯 앞다퉈 보도했다. 여행에서 홀로 돌아온 약혼자의 추적 상황 역시 주요뉴스로 다뤘다. 거의 모든 언론이 페티토 실종 사건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폭스뉴스는 398회, CNN 346회, MSNBC가 100회에 걸쳐 페티토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페티토의 시신이 발견된 와이오밍주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2011~2020년 사이 와이오밍주에서 실종된 여성은 400명이 넘는다. 이 중 언론이 주목한 실종자는 역시 젊은 백인 여성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원주민 여성 사건은 18%에 그쳤으나, 백인 여성 사건은 51%나 언론에 보도됐다. 미 공영방송 PBS 흑인 여성 앵커였던 그웬 아이필은 이를 두고 ‘실종 백인여성 증후군’이라 불렀다. 페티토 사건 역시 백인여성 증후군의 일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MSNBC 흑인 여성 앵커 조이 레이드는 “왜 유색인종이 실종되면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도 칼럼을 통해 “모든 실종자는 평등하게 다뤄져야 하는데, 왜 미국 사회는 미국 원주민이나 흑인, 히스패닉 여성이 실종되면 동등하게 관심을 두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NBC뉴스는 페티토 사건 이후 ‘백인여성 증후군’ 지적을 받은 언론이 6월 실종된 한국계 미국인 로렌 조 사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월드피플+] 매 맞는 아시아계 노인, 몸 던져 구한 흑인 여성

    [월드피플+] 매 맞는 아시아계 노인, 몸 던져 구한 흑인 여성

    미국 내 증오범죄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매 맞는 아시아계 노인을 몸 던져 구한 흑인 여성의 선행이 전해졌다. 2일 ABC7은 증오범죄 피해를 본 아시아계 노인을 끝까지 보호한 흑인 여성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을 달리던 버스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 승객 한 명이 다른 아시아계 노인 승객에게 지팡이를 휘두른 것이다.당시 버스 CCTV에는 건장한 흑인 남성이 갑자기 고함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아있던 아시아계 노인 머리에 힘껏 지팡이를 내리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놀란 승객들은 펄쩍 뛰었고 버스 안은 공포에 휩싸였다. 흑인 남성의 추가 폭행이 우려되던 순간, 노인 앞자리에 앉아있던 흑인 여성이 몸을 던졌다. 마이쉘이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지길 바란 여성은 “사람이 다치는 걸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여성은 버스 복도 맨 안쪽으로 노인을 밀어 넣고 자신은 바깥쪽을 지키고 서서 공격자로부터 노인을 보호했다. 한동안 대치를 벌이던 공격자가 버스에서 내리자 인상착의를 담기 위해 쫓아 내리는 용감함도 보였다. 잔뜩 흥분한 공격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민 여성에게도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다치게 한 후 달아났다. 이 일로 피해 노인은 여러 후유증을 겪었다. 피해 노인 후아 린(69)의 딸은 아버지가 사건 직후 끙끙 앓았으며, 눈을 다쳐 한동안 앞을 보지 못했고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그래도 흑인 여성의 희생과 신속한 조치 덕에 노인은 더 큰 부상을 면했으며, 사법당국은 용의자를 발 빠르게 체포할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은 오클랜드 차이나타운 상공회의소 칼 챈 소장에 대한 묻지마 공격이 있기 바로 사흘 전 벌어진 일이다. 챈 소장은 같은 달 29일 길을 걷다 뒤에서 접근한 낯선 이에게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자신처럼 큰일을 치를뻔한 노인을 몸 던져 구한 흑인 여성이 있다는 소식에 챈 소장은 “용감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챈 소장은 “흑인, 아시아인, 백인, 히스패닉 등 우리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코로나19와 싸우고 증오와 싸우기 위해 단결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더 많은 ‘버스 영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웅 찬사가 낯부끄럽다는 흑인 여성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을 돌려도 나는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이게 바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챈 소장과 오클랜드 차이나타운 상공회의소는 혹시 모를 보복에 대비해 흑인 여성의 안전한 이전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미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일어난 증오범죄는 7759건으로 2019년 대비 6% 증가했다.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고 접수 및 공식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측된다.특히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에서는 아시아계 노인과 임산부, 여성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다수 발생했다.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묻지마 공격을 당한 84세 태국계 노인이 뇌를 다쳐 사망했으며, 며칠 후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에서도 91세 중국계 노인이 묻지마 공격을 당해 크게 다쳤다. 5월에는 남편과 차를 타고 출근하던 중국계 임산부가 창문 너머로 인종차별 및 성차별적 폭언을 퍼붓던 흑인 남성 침에 맞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 100년 전 흑인 부부에게 빼앗은 땅, 고손에게 돌려준 캘리포니아주

    100년 전 흑인 부부에게 빼앗은 땅, 고손에게 돌려준 캘리포니아주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사가 한 세기 전 흑인 부부로부터 강탈한 브루스 비치의 두 필지를 부부의 고손자에게 돌려주는 역사적 법안에 서명했다. 윌라와 찰스 브루스 부부는 당시에 흑인 해수욕객들을 이곳 해변에 불러들였는데 맨해튼 비치 시가 말썽의 소지를 없앤다며 강제로 소유권을 이관했다. 뉴섬 지사가 지난 30일(이하 현지시간) 서명한 상원 법안(SB) 796은 시 당국의 이런 행동이 잘못되고 불법적인 전제 아래 인종적 편견에 터잡은 행정행위였음을 인정하며 브루스 부부의 후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전했다. 그는 나아가 이렇게 하는 일이 캘리포니아주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맨해튼 비치 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공공 이해에 부합한다고 규정했다. 법안은 지난달 주의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현재 이 해변을 소유한 LA 카운티가 토지를 반환하는 절차를 즉각 시작하도록 허용하는 긴급 조치가 포함돼 있다. 스티븐 브래드퍼드(민주, 가르데나) 주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그는 이 주는 물론 미국의 역사를 계속 얼룩지게 만든 많은 불공정한 일들이 바로잡히는 첫 걸음이라고 반겼다. 이어 “세대를 거쳐 재산을 물려받았으면 빚도 물려받은 것이라며 맨해튼 비치 시는 브루스 가문에 빚을 졌다. 캘리포니아주와 LA 카운티도 브루스 가문에 빚을 졌다. 오늘 우리 주 지사가 브루스 가문에 빚을 갚는 법안에 서명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안이 입에 오르내리자 흑인이 1%도 안돼 백인 일색의 맨해튼 비치 시에는 상당한 논란이 빚어졌다. 많은 이들이 일본계 미국인, 라틴계 주민 등도 같은 요구를 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 이 해변은 통바란 사람이 1900년대 초 소유권을 처음 주장했다. 윌라가 1912년 1225달러를 주고 그에게서 두 필지를 사들였다. 찰스는 솔트레이크 시티와 LA를 오가는 열차의 식당칸 요리사로 일하고 있었다. 윌라는 제법 인기 있는 숙소와 카페, 무도회장을 운영했는데 주말이면 흑인 해수욕객들을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흑인들이 주변에 거처를 마련해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백인 이웃들의 협박과 희롱이 쏟아졌다. 악명 높은 KKK단이 흑인들의 침대에 불을 붙이거나 집에 불을 놓았다. 이래도 흑인들이 떠나지 않자 1924년 시 간부들은 스무 채의 부동산을 공원을 만든다며 수용해 버렸다.하지만 수십년 동안 빈 채로 남겨졌고, 1948년 주 정부, 1995년 카운티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지금 브루스 부부의 땅은 위 사진처럼 해변을 굽어볼 수 있는 조그만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터전을 빼앗긴 뒤 브루스 가족은 남의 식당에서 요리 일을 하며 남은 생을 마쳤다. 앤서니의 할아버지 버나드는 재산을 빼앗긴 지 몇 년 뒤에 태어났는데 늘 그때의 수모에 집착했으며 세상을 증오하며 살아갔다. 앤서니의 아버지 역시 캘리포니아가 싫다며 이주했다. 앤서니는 플로리다주의 경비업체에서 일한다. 가문의 이름을 딴 해변에 대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걸 꺼렸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정의를 요구하는 것에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우리가 수십년 동안 기원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 발이 됐으면 한다.”
  • [나우뉴스] 1만보는 잊으세요…7000보만 걸어도 조기사망 위험 ↓

    [나우뉴스] 1만보는 잊으세요…7000보만 걸어도 조기사망 위험 ↓

    중년층은 하루 7000보만 걸어도 조기 사망 위험을 3분의 2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06년까지 38~50세 성인 2100명을 대상으로 가속도계라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게 했다. 그런 다음 이들 참가자의 건강 상태를 평균 11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매일 7000보를 걷던 사람들은 앉아 있는 이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과 백인으로 나누면 각각 70%, 63%였다. 조기 사망 위험은 성별 차이도 관찰됐는데 여성(72%)이 남성(58%)보다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구진은 걸을 때 빠르게 쉬지 않고 걷거나 쉬엄쉬엄 걷는 강도가 조기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965년 일본의 1만 보 걷기 캠페인으로 보급됐던 1만 보 목표가 다소 지나치다는 증거를 뒷받침한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 그리고 각종 암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건강상 혜택을 가져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이 매주 최소 15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신체 활동이나 75분 이상 고강도의 운동을 하도록 권고한다. 보통 사람이 7000보를 걷는데 70분 정도 걸리며, 1만 보 걷는데는 2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저자이자 운동학자인 어맨다 팔루치 박사는 “하루에 최소 7000보를 걷는 참가자들은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최소 50~70% 더 낮았다”면서 “다만 하루에 1만 보 이상 걷는 것은 사망 위험의 추가적인 감소와 관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적당한 목표가 건강 유지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전 몇몇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올해 초 영국 하트포드셔대 연구진은 다양한 수준의 신체 활동의 이점에 관한 검토 연구에서 하루에 단 4400보만 걸어도 심각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두 건의 연구에서도 하루에 4000보만 걸어도 사망 위험을 약 3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팔루치 박사는 “환자를 위한 웨어러블 모니터링 시스템은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맞춤형 의료도구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런 장치로부터 추정한 걸음 수는 신체 활동을 추적하고 권장하기 위한 간단한 지표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주현영 인턴기자’가 웃기지 않을 때… “먼저 힘을 실어 줘라”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주현영 인턴기자’가 웃기지 않을 때… “먼저 힘을 실어 줘라”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코미디언 놈 맥도널드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생전에 그가 등장했던 코미디 영상들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그의 유머 감각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런데 그중에 그가 뉴스앵커로 등장해 여자와 남자의 교통사고 유형 차이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가벼운 사고는 여성이, 사망 사고는 남성이 더 많이 낸다”고 말하는 그의 뒤로 통계 숫자를 보여 주는 원그래프가 등장하는데, 한눈에 봐도 각 항목의 퍼센트 숫자를 합하면 100이 넘었다. 맥도널드는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숫자가 이상하죠? 여자가 계산해서 그렇습니다.”하지만 사람들이 이 농담을 지금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게 1997년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똑같은 농담을 요즘 코미디언이 했다면 웃음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을 거다. 일단 “여자가 계산해서 그래프 숫자가 이상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여학생은 수학을 못한다’는 지난 세기의 선입견을 갖고 있어야 웃든, 화내든 할 텐데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21세기에 ‘여자는 단순한 산수도 못한다’는 얘기는 그냥 무의미한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1997년도에는 어땠을까? 여성 청중도 남성들과 똑같이 그 농담을 즐길 수 있었을까?이 코미디가 나온 건 1997년이었다. 여성 비하적인 농담에 방청석에서 여성들이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맥도널드는 기다렸다는 듯 “화내시는 분들이 있는데, 방금 한 농담은 여성 작가가 썼습니다”라면서 “이제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모르겠죠?” 이 말에 사람들이 다같이 크게 웃자 그는 재빨리 “하하, 농담입니다. 저희는 여자 안 뽑아요.” 물론 마지막에 한 말은 농담이었고,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 또 한번 웃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두고 줄타기를 하면서 청중의 감정을 갖고 노는 맥도널드의 솜씨를 잘 보여 주는 예다.●여성 비하 농담 야유에 “여성작가가 썼어요” 인류 역사 내내 코미디언은 남성이었고, 여성은 농담의 소재, 혹은 대상으로 존재했다. 고고학자들이 찾아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농담들도 하나같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다. 가령 BC 1600년에 기록됐다고 하는 고대 이집트의 농담은 이렇다. “파라오를 즐겁게 해 드리는 방법은? 그물만 걸친 여자들을 나일강에 넣고 파라오에게 낚시를 권한다.” 이게 왜 웃긴 건지 모르는 건 나 같은 현대인만은 아닐 거다. 나는 고대 이집트 여성들도 이걸 듣고 웃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귀한 자원을 써 가면서 기록에 남긴 걸 보면 적어도 고대 이집트 남성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여성의 수학 실력과 고용 문제를 소재로 한 맥도널드의 농담은 여성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던 1990년대 사회(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를 ‘여성 비하적인 무례한 남성’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묘사한 것이다. 즉 그 농담을 하는 주체는 ‘미국 남성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그걸 다 이해해도 여성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아무리 고차원적인 사회 풍자라고 해도 결국 여성들은 자신이 소재가 된 농담에서 남성들이 웃는 걸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농담의 주체와 객체’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맥도널드의 농담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그의 캐릭터가 무례한 남성 중심 사회를 상징한 것이니 여성도 웃을 수 있다는 당시 기준의 공감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이 공감대는 빠르게 변했다. 가령 미국 코미디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피스’(The Office·2005~2013)는 상황 파악이 느리고 ‘PC한’(정치적으로 올바른) 것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 마이클 스콧이 자신이 지점장으로 일하는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들과 부딪치는 일을 다루는 시트콤이다. 내용이 그렇다 보니 주인공의 온갖 부적절한 언행이 웃음거리가 된다.●美 시트콤 ‘오피스’ 요즘과 코드 안 맞아 2011년에 방송된 한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작은 눈에 돌출된 이빨을 한, 20세기 중반 서양에서 많이 사용한 일본인 혹은 동양인의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직원들은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하는 상사를 애써 무시하려 하고, 그의 뒤에서는 아시아 여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본다. 이 시트콤에 출연한 인도계 미국인 여성 코미디언 민디 케일링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오피스’에 출연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기는 하지만, “요즘이라면 방영되기 힘든 장면이 많다”고 했다. 10년 만에 사회적 분위기가 그만큼 변한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다시 시작한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는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 등장한 ‘주현영 인턴기자’가 화제가 됐다. 많은 사람이 20대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말투부터 몸짓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박수를 보냈지만, 동시에 “20대 여성을 미숙하고 철없는 존재로 묘사하고 웃음거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이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도 20대지만, 학교 발표나 면접 때 저러는 애 많지 않냐”며 “웃긴 건 사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을 비웃는 유머는 정말 지긋지긋하다”며 누가 저런 말소리와 태도를 시키고 가르쳤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서 다시 맥도널드의 농담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여성 비하적인 농담을 한 후에 “이 농담은 여성 작가가 썼다”는 말로 청중의 입을 다물게 했다. 흑인들은 흑인 비하적인 표현을, 아시안들은 아시안 비하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위 ‘당사자성’을 들고나온 것이다. 물론 그것 자체도 농담으로 사용했지만, SNL의 인턴기자 역을 연기한 주현영 배우는 20대 중반의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의 세대를 묘사하는 그에게는 당사자성을 부여하는 게 사실이다. 이 코미디가 던지는 화두가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美 코미디 원칙 “다 같이 기분 상하면 된다” 이 코미디가 축제 기간 중에 대학교 캠퍼스에 등장했다면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다소 우스운 모습과 딱한 처지를 풍자한 연기에 박수를 보냈을 거다. 문제는 이 코미디가 전 국민을 상대로 방송됐다는 것이고, 이 연기를 보면서 웃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이나 자기 회사에 지원했던 학생들을 떠올리면서 “똑같아, 똑같아”를 외친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사회에서 힘이 없는 특정 집단을 나머지 사람들을 웃기는 소재로 삼는 코미디는 아무리 성공해도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럼 ‘주현영 인턴기자’를 재미있게 봤다고 박수를 친 사람들(이들 중에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들은 그리고 젊은 여성들도 나이가 많은 세대를 얼마든지 놀릴 수 있고, 나이든 세대를 놀리는 코미디도 많기 때문에 이 정도의 묘사에는 상호성(相互性)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미국 코미디계에서는 이를 “모두 평등하게 기분을 상하면 된다”는 원칙으로 불리고, 미국 SNL이 이런 원칙으로 모든 인종, 젠더 집단을 희화화한다. 하지만 유머 코드만큼 특정 문화에 고유한 것도 드물어서 같은 서양 국가들 사이에서도 코미디와 농담은 쉽게 먹히지 않는다. 미국식 코미디를 한국이 반드시 좋아할 이유는 없다. ●美 ‘민스트렐’ 약자 조롱 저질 코미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현영 인턴기자를 즐겁게 봤다면 20대 여성이 그 정도의 약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한 여성들이 가벼운 코미디의 소재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견해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코미디와 웃음은 항상 집단 내의 권력 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을 검게 칠한 백인 배우들이 흑인을 코미디 소재로 삼은 19세기 미국의 민스트렐(minstrel)은 약자를 조롱하는 저질 코미디였고, 유럽 봉건 영주의 궁정에 소속된 제스터(jester·어릿광대)는 왕을 공개적으로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게 허락된 유일한 사람이었다(앞서 이야기한 고대 이집트의 농담도 잘 보면 파라오에 대한 조롱의 언더톤이 보인다). 그렇게 봤을 때 현대사회에서 20대 여성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고 모두가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을 누가 보기에도 약자가 아닌 힘있는 집단으로 만드는 것이다. 젊은 여성뿐 아니라 놀리고 싶은 집단이 있다면 그들에게 먼저 사회적, 경제적 힘을 실어 주고 그다음에 농담의 소재로 삼으면 그들도 싫은 소리 안 하고 함께 웃을 거다. 오터레터 발행인
  • 美 한국계 여성 실종에도 관심을...젊고 예쁜 백인여성 증후군 자성

    美 한국계 여성 실종에도 관심을...젊고 예쁜 백인여성 증후군 자성

    약혼자와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 보름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개비 페티토(22)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이른바 '백인여성 증후군'에 대한 자성이 잇따르고 있다. 언론이 유독 젊고 예쁜 백인 여성 사건만 광적으로 보도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CNN과 ABC, CBS, 폭스뉴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사건 이후 지난 한 달간 실종부터 수색, 시신 발견까지의 전 과정을 중계하듯 앞다퉈 보도했다. 여행에서 홀로 돌아온 약혼자의 추적 상황 역시 주요뉴스로 다뤘다. 거의 모든 언론이 페티토 실종 사건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폭스뉴스는 398회, CNN 346회, MSNBC가 100회에 걸쳐 페티토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페티토의 시신이 발견된 와이오밍주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2011~2020년 사이 와이오밍주에서 실종된 여성은 400명이 넘는다. 이 중 언론이 주목한 실종자는 역시 젊은 백인 여성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원주민 여성 사건은 18%에 그쳤으나, 백인 여성 사건은 51%나 언론에 보도됐다. 이처럼 백인 여성 사건만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행태를 과거 미 공영방송 PBS 흑인 여성 앵커였던 그웬 아이필은 '실종 백인여성 증후군'(missing white woman syndrome)이라 불렀다. 이번 페티토 사건 역시 백인여성 증후군의 일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MSNBC 흑인 여성 앵커 조이 레이드(52)는 지난 20일 "왜 유색인종이 실종되면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22일 칼럼에서 "모든 실종자는 평등하게 다뤄져야 하는데, 왜 미국 사회는 미국 원주민‧흑인‧히스패닉 여성이 실종되면 동등하게 관심을 두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리고 언론 관심은 이제 유색 인종 여성의 실종 사건으로 옮겨갔다. 25일 NBC뉴스는 페티토 사건 이후 '백인여성 증후군' 지적이 잇따르면서, 반대급부 격으로 6월 실종된 한국계 미국인 로렌 조(30) 사건에 이목이 쏠렸다고 보도했다.조씨는 6월 28일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카운티 유카 밸리 자택 인근에서 실종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조씨는 뉴저지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로 적을 옮겼다. 실종 당일 남자친구와 싸우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이 헬기와 수색견을 동원해 수색 작전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답보 상태에 빠진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띤 건 페티토 사건 이후 백인여성 증후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부터다. 페티토 사건에 비해 언론 보도도, 대중 관심도 적었던 조씨 사건은 백인여성 증후군 논란 이후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조씨 가족은 지난 18일 "페티토 사건과 궁극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두 사건 사이의 유사점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수색 진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자칫 묻힐 뻔했던 한국계 여성 실종 사건은 이로써 전환점을 맞게 됐다. 경찰은 21일 조씨 사건을 특수수사부로 넘기고, 전담팀을 꾸려 수색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흑인女 실종에도 이랬을까?”…‘실종 백인여성’ 불균형 보도 논란

    “흑인女 실종에도 이랬을까?”…‘실종 백인여성’ 불균형 보도 논란

    美언론 ‘실종 백인여성 증후군’ 논란 약혼자와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미국의 20대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 가운데, 미국 언론의 보도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주요 언론이 백인 여성 개비 퍼티토(22) 실종 사망 사건에 관한 대서특필을 이어가자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자사를 포함해 미국 언론이 퍼티토 사건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백인과 유색 인종 실종 사건에서 나타나는 보도 불균형 문제를 진단했다. 퍼티토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것과 별개로 젊은 백인 여성이 아닌 유색 인종 여성의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두고 보도를 했겠느냐는 지적이었다.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은 미국 공영방송 PBS의 흑인 여성 앵커였던 그웬 아이필이 2004년 저널리즘 콘퍼런스 행사에서 백인과 유색 인종 사건에서 나타나는 불균형 보도 현상을 지적하며 만들어낸 용어다.‘20대 백인 실종’ 대서특필…유색 인종에는 불균형 보도 지적 퍼티토는 약혼자와 함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됐고 지난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타살로 규정하고 종적을 감춘 약혼자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퍼티토를 “파란 눈과 금발의 모험가”로 묘사하며 실종 사건을 다뤘고, 뉴욕포스트는 1주일 사이 세 차례나 1면에 이 사건을 실었다. ABC 등 지상파 방송은 황금시간대에 이 사건 뉴스를 배치했고, 지난 7일 동안 CNN 방송은 346차례, 폭스뉴스는 398차례 사건 경과를 보도했다. 다만, 미국 신문과 방송의 이러한 보도가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은 언론계 내부에서 먼저 제기됐다. 흑인 여성 방송인 조이 리드는 지난 20일 인디언 원주민과 흑인 실종 사건을 다루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대담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왜 유색 인종이 실종됐을 때는 이번 사건만큼이나 언론의 관심이 없었는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NYT도 리드의 문제의식을 전하면서 실제로 유색 인종 실종 사건은 백인보다 더 높은 비율로 발생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퍼티토 시신이 발견된 와이오밍주에선 2011∼2020년 인디언 원주민 710명이 실종됐고 이 중 57%가 여성이었으나 퍼티토 사건만큼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대니엘 슬라코프 조교수는 언론이 “흑인과 라틴계에 대해선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있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이들이 사건의 희생자가 된 것조차도 일반화해버린다”고 말했다.
  • “돌보미 없어 학교 못온다고?”…제자 아이 안고 강의한 美교수

    “돌보미 없어 학교 못온다고?”…제자 아이 안고 강의한 美교수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제자의 아이를 안고 강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뒤늦게 화제에 올랐다. ABC뉴스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화제를 모은 해당 영상은 지난해 1월 펜실베이니아 링컨대의 한 강의실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는 당시 21세였던 보건학과 학생 이마니 라마르가 아들을 돌봐줄 아이돌보미를 미처 구하지 못해 수업에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결석 사유를 대자 해당 교수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놨었다는 것이다. 당시 라마르는 아들 크리스토퍼 머피가 미숙아로 태어난 뒤 한 학기를 휴학하고 나서 막 복학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라마르는 얼마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난 교수에게 ‘수업에 빠져도 되겠느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만, 교수는 내게 ‘안 된다’고 말해서 그냥 그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딕스 교수는 이 학생에게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 해도 누구도 내 수업에서 빠질 수 없다”면서 “그것은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고나서 이 교수는 그녀에게 “그러면 아이를 수업에 데려오라”고 지시했었다. 라마르는 자신의 아들이 다른 학생들은 물론 자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교수의 지시대로 아들을 결국 수업에 데려갔었다.딕스 교수의 도움으로 라마르는 생각보다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오랜 만에 노트에 펜을 열심히 놀릴 수 있었다. 눈앞에는 딕스 교수가 아들을 안고 강의를 계속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들은 얌전했고 다른 학생들도 좋게 받아들였다.이후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23세가 된 라마르는 당시 딕스 교수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뒤늦게나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녀는 “난 원래 흑인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링컨대를 선택했었다. 출산 뒤에는 정말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딕스 교수가 돌보미를 자청해준 덕에 난 다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이런 일이 이뤄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날 생각해 도와준 누군가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실감했다”면서 “날 도와준 딕스 교수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라마르의 아들은 현재 2세가 돼 무럭무럭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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