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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책 어때요 / 링컨의 진실

    토머스 J 딜로렌조 지음 남경태 옮김 / 사회평론 펴냄 ‘변호사의 변호사’로 불린 링컨은 한 번도 흑인노예를 변호한 적이 없다.노예해방선언은 남부군에 몰린 링컨이 대외적으로 북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했다.링컨의 ‘미국식 제도’는 로비의 횡행과 정경유착형 엽관제를 확립했다.경제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링컨의 참모습은 거대한 전설 속에 파묻혀 잘못 알려져 있다고 주장한다.링컨은 위대한 해방자가 아니라 ‘정략적인 독재자’라는 것.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게 마련이지만,링컨이 부각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쟁에 패한 남부측의 입장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음을 되새겨보게 한다.1만 2000원.
  • 현란한 스텝·경쾌한 금속성 3色 탭댄스 뮤지컬

    화려한 발동작과 바닥을 울리는 경쾌한 금속성 소리가 매력적인 탭 댄스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탭 댄스는 19세기 미국 흑인 사회에 처음 유입된 이후 20세기 초 폭발적인 유행을 불러일으켰으며,국내에선 수년 전부터 탭 동호회가 번성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창작 탭 뮤지컬 ‘마네킹’ 지난 23일부터 국내에서 첫 시도된 창작 탭 공연으로 탭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랑은 비를 타고’로 창작 뮤지컬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오은희 작가,최귀섭 작곡가,배해일 연출가가 8년 만에 다시 모였다. 무대는 영업을 끝낸 백화점.낮에는 장식물에 불과했던 마네킹들이 밤마다 살아 움직인다는 상상을 무대로 옮긴다. 디스플레이어를 꿈꾸는 판매원 정화가 마네킹들의 도움으로 꿈과 사랑을 모두 얻는다는 해피엔딩이다.3인조 도둑이 좌충우돌 양념 역할을 한다. 일본 탭 댄스 전문가인 도미타 가오루가 안무를 담당했다.기존 탭 댄스를 단순히 뮤지컬에 삽입하는 것에서 벗어나 극의 흐름에 맞게 여러가지 변형된 탭을 보여준다.남경읍,유나영,채국희 등 출연.7월13일까지 연강홀(02)3675-2275. ●빗속의 탭 댄스 ‘싱잉 인 더 레인’ 1950년대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주인공 진 켈리가 비에 흠뻑 젖은 채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며 탭 댄스를 추는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SJ엔터테인먼트가 브로드웨이 스태프진과 손잡고 국내 초연하는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의 하이라이트 역시 이 장면이다.이를 위해 매 공연마다 5t의 물을 무대 위에 쏟아붓는다.앞줄에 앉은 관객들은 물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뮤지컬 ‘싱잉…’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스턴트맨에서 스타가 되는 돈 락우드와 배우 지망생 캐시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작품.지난 83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인 뒤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겨 뮤지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경주와 박용하가 돈 락우드역을 맡아 고난도의 탭 댄스를 선보인다.연출과 안무는 미국 프로덕션 연출가인 댄 모히카가 맡았다.특수효과가 많은 무대세트는모두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해왔다.‘화물 연대파업’의 여파로 당초 오는 30일 개막 예정이던 공연이 일주일 연기됐다.새달 5일∼8월31일 뮤지컬전용극장 팝콘하우스(02)399-5888. ●아일랜드 탭 뮤지컬 ‘로드 오브 더 댄스’ 탭 댄스는 원래 아일랜드의 전통 춤에서 비롯됐다.수십명의 댄서가 열정적인 비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발을 움직이는 탭은 아이리시 댄스의 백미로 꼽힌다. 96년 창단된 ‘로드 오브 더 댄스’의 안무가 마이클 플래틀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하는 탭 댄서이다.1초에 35회의 탭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다. 춤의 제왕과 어둠의 제왕이 벌이는 대결구도,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등 아일랜드 전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위에 전자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전통 민요,감미로운 선율과 더불어 다양한 독무와 군무가 펼쳐진다. 라스베이거스 오리지널팀이 내한하며,새달 25일부터 7월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진다.(02)566-7137. 이순녀기자 coral@
  • 정선민 “WNBA 수준 실감나네”개막전 3분출전 무득점

    ‘시애틀의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는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한 정선민(사진·29·시애틀 스톰)이 2003시즌 정규리그 개막전인 휴스턴 카미츠전에 나서 3분 출전에 무득점을 기록했다.시애틀은 64-75로 패했다. 지난달 W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8순위로 시애틀에 지명된 정선민은 그동안 적응훈련과 시범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며 출전을 고대해 왔다.그러나 정선민을 ‘시애틀의 태양’이라며 칭찬해온 앤 도너번 감독은 개막전의 무게를 감안,정선민을 빼고 기존 선수로 ‘베스트 5’를 꾸렸다. 벤치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정선민에게 전반 10분쯤 기회가 왔다.주전 파워 포워드 로렌 잭슨(15점)과 교체 투입된 것.그러나 조급함이 앞섰다.정선민(185㎝)은 자신보다 키가 10㎝나 작은 휴스턴의 도미니크 캔티가 막아서자 그대로 점프슛을 날리다 블록을 당했다.흑인 선수의 탄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슛을 던진 탓이다. 정선민은 투입된 지 3분 만에 다시 잭슨과 교체됐다.한국여자농구의 대들보가 진면목을 발휘하기에 3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지난 97년부터 4년 연속 WNBA 정상에 오른 휴스턴은 2000년 은퇴 뒤 다시 복귀한 신시아 쿠퍼(40·11점) 셰를 수페스(27점)를 앞세워 쉽게 개막승을 따냈다.시애틀은 25일 샌안토니오 실버스타와 원정경기를 갖는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덴젤 워싱턴 감독데뷔작 앤트원 피셔 / 시련극복 ‘감동실화’ 무난히 연출

    ‘적당한 주제에 무난한 연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지성파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은 모험을 피했다. 덴젤 워싱턴이 감독 데뷔작으로 내놓은 ‘앤트원 피셔’(Antwone Fisher·30일 개봉)는 시나리오 작가 앤트원 피셔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유복자-고아원-입양-수양부모의 학대-시련 극복’이라는,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틀을 갖고 있다. 굴곡 많은 시련기를 넘어서는 휴먼 스토리는 늘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기에 영화 스토리로서는 안정적이다.여기에 ‘감독’ 덴젤 워싱턴은 자신만의 시선을 보여주지 않고 모나지 않게,담담한 연출에 주력한 느낌이다. 미국 해군 앤트원 피셔(데릭 루크) 하사는 세상을 보는 눈이 비뚤어졌는지 충돌이 잦다.몸싸움으로 몇차례 물의도 일으킨다.그러던 중 인종차별 발언을 하는 상사를 때려 강등당한 뒤 정신과 치료를 명령받아 군의관 데이븐포트(덴젤 워싱턴)를 찾아간다. 마음을 열지 않는 앤트원.그러나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데이븐포트의 진심에 감응하여,마침내 앤트원은 25년 동안 묻어둔 내면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말싸움 하던 남자친구를 살해하고 감옥에 가서 아이를 낳은 여자의 아들,고아원 수용,수양 어머니의 학대….예민한 사춘기에 거리를 떠돌던 아픔이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치유받던 그는 동료 여군 셰를(조이 브라이언트)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깊이 곪은 상처로 다시 사고를 친다.잠재된 폭력성을 치유하기 위해선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데이븐포트의 권유로 생모와 친척을 찾아나선 뒤,그들을 만나 따뜻한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이렇게 앤트원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어두운 이야기를 풀어낸다.가족의 따스함을 강조하는 잘 짜여진 각본에 차분한 연기.하지만 영화는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조롭다.다만 주인공 앤트원역인 데릭 루크의 연기력은 돋보인다.‘소니 픽처스’ 기념품가게의 직원 출신 신인급 연기자라는 이력이 무색하리만치 호연했다. 이종수기자
  • 토크쇼 여왕 윈프리 2008년까지 계약

    억만장자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사진)의 토크쇼가 계약기간 만료시한인 오는 2006년 이후 2년간의 추가 계약이 성사돼 2008년까지 계속 방영된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제작회사 및 배급회사를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윈프리 소유의 하포 프로덕션과 바이아콤사 자회사인 킹월드 프로덕션 발표에 따르면 윈프리는 현재 낮시간 최고 인기 TV 프로그램인 토크쇼의 제작자 겸 진행자로 2007∼2008년 시즌까지 계속 일하게 된다.이 계약의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윈프리는 올해 초 실시된 해리스 여론 조사에서 1998년과 2000년에 이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TV 방송인으로 꼽혔으며 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경제 전문지 포브스로부터 재산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중 한 사람으로 지목됐다. 윈프리 쇼는 미국 내 211개 방송국 외에 CBS 배급회사인 CBS 국제방송사를 통해 전세계 105개국에 배급되고 있다. 연합
  • 美 여성 대졸자수 남성 추월

    유치원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미국내 여성의 교육성취도가 남성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가정은 물론 사회정책에서 격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미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최신호(5월26일)가 경고했다. 미국내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에서 소년들은 지도자 위치나 우수생,심지어 방과 후 활동에서도 소녀들에게 밀리고 있다.고등교육에서도 학사학위 취득자의 57%,석사학위는 58%가 여성이다.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2010년에는 남성 대졸자 100명당 여성 대졸자가 142명에 육박할 전망이다.남성 대졸자의 감소는 공업분야에 있어 숙련노동자의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또 결혼풍속에도 변화가 올 전망이다.여성들이 비슷한 학력과 수입을 가진 남성들을 만날 가능성이 줄어들어 결혼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이같은 현상은 히스패닉과 흑인층에 특히 두드러져 현재 미국내 40대 초반 흑인여성 중 30%가 결혼경력이 없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다.여성운동의 영향으로 성장기 소녀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소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또 교육현장에 소년을 이해할 남성 교사가 없으며 대중매체들은 위축된 남성상을 전파하고 있다.교육전문가들은 이를 보완할 교육법이 개발되지 않으면 미래는 남성이 이등시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 음반리뷰 / ‘드라켄스버그합창단 베스트’

    한국합창단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드라켄스버그 소년합창단이 조금은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켄스버그(Drakensberg)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악지역에 있다.백인들에게 끝까지 저항했던 줄루족의 근거지 콰줄루-나탈주(州)다. ‘드라켄스버그합창단 베스트’(사진·시샵뮤직)는 지난 15년 동안 이 합창단의 주요 공연 내용을 한데 모은 음반이다.이 합창단 학교엔 12∼17살 남자만 들어갈 수 있다.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의 흑·백인 비율은 4대 6쯤이라고 한다. 학교 홈페이지에 내건 ‘바흐에서 프레디 머큐리(그룹 퀸의 보컬)까지’라는 구호가 과장이 아닐 만큼 레퍼토리는 폭이 넓다.이 음반에도 보이스 소프라노가 부르는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에서부터,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어린이재단을 후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에 이르기까지,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노래가 담겼다. 이 음반에서 남다른 가치가 느껴진다면 아프리카의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음반에 실린 케냐 노래 ‘미사 루바’는 백인들의 식민지 선교 활동의 결과이고,나미비아의 ‘부루사’는 토속언어와 서양음악이 혼합된 평화의 기도다.소토족의 ‘차바 차바 로나(우리는 책보를 끼고 언덕 너머 학교로 간다네)’는 아프리카인들이 교육에 눈을 떠가는 상황을 보여준다.남아공에서 ‘제2의 국가(國歌)’로 불려진다는 ‘쇼숄로자’는 아파르트헤이드(백인정권의 흑인차별정책) 아래 요하네스버그의 흑인 금광 노동자들이 기차를 타고 일하러 가는 모습을 담았다. 전체 26곡 가운데 아프리카 민요가 12곡이다.기독교를 이념으로 하는 학교인 만큼 서양음악을 연주할 때의 발성은 정통적이다.그러나 민요를 노래할 때는 아프리카의 전통적 방식으로 소리를 꾸며주는 ‘시김새’가 살아있다.1992년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 소년 합창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들이 빈소년합창단을 외면하고,이 합창단에 우승컵을 건네준 이유이다. 풍부한 재능을 타고난 데다,뛰어난 기교까지 터득했다지만 우리 합창단에 가장 부족한 것은 역사와 전통을 담아내는 것은 아닐까.이 음반에 실린 남아공의 짤막한 자장가‘툴라 툴라(조용히 조용히)’ 한 곡만 들어보아도 필(feel)이 온다. 서동철 기자 dcsuh@
  • 이런책 어때요 / 콘돌리자 라이스

    안토니아 펠릭스 지음 오영숙 등 옮김 / 일송-북 펴냄 콘돌리자 라이스는 1954년 KKK단이 수시로 출몰하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태어났다.흑인으로서 보낸 어린 시절은 ‘상실과 박탈의 시기’였다고 하지만,그는 신처럼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어머니는 그의 양말 레이스에까지 다림질을 해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으며,목사인 아버지는 그에게 “한계 속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가르쳤다.그는 마침내 미국 역사상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됐다.헌신적이고 강인하며 독실한 신앙심을 지닌 ‘전사공주(warrior princess)’의 매력을 한껏 전한다.1만 2000원.
  • 책 / 오만과 편견

    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서구의 근대 시민사회는 자신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자기 경계 밖의 사람들을 타자(他者)화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자유·평등·박애라는 서구 시민사회의 보편적인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시민혁명 자체는 이미 ‘차별’과 ‘배제’의 논리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제국주의를 통해 비유럽세계로 전파됐고,결과적으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주변부 민족주의의 논리는 제국의 오만을 모방한 편견으로 이어졌다.서구적 근대의 특징인 ‘경계짓기’의 논리가 전 지구적 근대의 논리로 보편화된 것이다. ‘오만과 편견’(임지현·사카이 나오키 지음,휴머니스트 펴냄)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근대적인 정체성이 어떻게 선을 긋고 경계를 나누면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해 왔는가를 추적한다.책은 그 논의의 실마리를 한·일 두 지식인의 대담이라는 색다른 형식을 통해 풀어간다. 주인공은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와 사카이 나오키 미국 코넬대아시아연구과 교수.한국의 민족주의에 내재된 폐쇄성과 억압성을 비판하는 글을 꾸준히 발표해온 임 교수는 ‘당대비평’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일상적 파시즘’ ‘탈민족주의’ 같은 생소한 담론들을 공론화시켜왔다. 사카이 교수는 문화이론가 가라타니 고진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는 사상가.서구중심적인 사유의 틀에서 벗어나 내셔널리즘의 일본적 특수성을 날카롭게 분석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년 동안 ‘경계짓기로서의 근대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서울과 도쿄,뉴욕에서 모두 10차례의 대담을 나눴다.이 책은 그 고단한 과정의 산물이다.이들은 ‘인종’ 내지 ‘민족’이라는 근대의 견고한 장벽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하나씩 허문다. ●21세기 美 헤게모니 방식 한·일 삶에도 침투 임 교수는 먼저 사람이 사람을 타자화하는 과정은 근대 국민국가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특별히 부각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그는 서기 169년 비잔틴을 정복한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셉티무스 세베루스가 흑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로마제국의 ‘관용적인’ 시민권 정책 탓도 있지만,흑인이 로마황제가 됐다는 것은 인종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경계가 그만큼 단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고대 그리스의 경우 ‘바르바로이(Barbaroe)’는 원래 야만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쓰는 사람을 뜻했다.이 말이 ‘야만인’이라는 뜻으로 바뀐 것은 페르시아전쟁을 겪으면서부터다.이처럼 고대의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즉 그리스인의 정체성은 페르시아라는 타자를 매개로만 가능했다. 사카이 교수 또한 국민국가의 형성이란 관점에서 인종과 민족의 정체성 문제에 접근한다. 19세기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유대인이나 이탈리아인,그리고 아일랜드인은 백인으로 간주되지 않았다.스스로의 사회적 저항 과정을 통해 흑인을 타자화하고 흑인이라는 범주를 변형시킴으로써 자신들을 백인화하고 백인지상주의를 내면화해갔다는 게 그의 견해다. 책을 위한 대담이 진행되는 동안 두 차례의 세계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2001년 9·11테러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의 미국 헤게모니 작동방식은 19세기 유럽의 사회제국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졌다.저자들은 미국의 헤게모니는 국제정치의 영역에서만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범한 한국인과 일본인의 일상적 삶 속에도 미시정치의 방식으로 침투해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보편적 존재로서의 남성,타자화되는 여성’이라는 제목 아래 젠더(gender)의 문제도 다룬다.“‘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은 자연적인 차이에 기초하기보다는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근대 자본주의가 성립하면서 이러한 가부장제는 더욱 강화됐다.가부장제를 전근대의 산물로 보는 시각에서 자본주의 임노동체계의 성립과 관련된 근대의 산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이해방식이 필요하다.”(임 교수) ●상품 고급화에도 백인‘기호’가 필요한 시대 사카이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차별과 편견을 잉태한 제국의 오만을 지적한다.“인종의 위계질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식민지 관계를 통해 학습돼왔다.그러나 오늘날은 욕망의 상품화를 통해 학습되는 방식으로 변했다.상품이 고급스럽다는 것을 호소하려면 반드시 인종의 위계질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급 레스토랑은 백인 여성을 모델로 써야 하고,고급 승용차의 경우는 철두철미하게 ‘백인’이라는 기호를 사용해야 한다.” 이 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전제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획’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국내 책 기획에 해외의 필자를 끌어들여 출판기획의 시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내 남편이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 23일 개봉 ‘파 프롬 헤븐’

    하늘처럼 받들고 믿어온 남편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그 아내는?그것도 남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할리우드의 대표 ‘연기파 배우’ 줄리안 무어가 주연한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23일 개봉)은 ‘부부클리닉’같은 TV드라마에서 자주 봐온 빤한 소재로 출발하는 멜로드라마다.그런데 감독이 ‘벨벳 골드마인’으로 드라마를 끌어 가는 힘과 파격을 인정받은 토드 헤인즈.어떤 역할을 맡아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배우와,듬직한 감독의 만남에는 기대가 부풀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의 완벽한 평온은 늘 위태로워 보인다.매사에 남편의 뜻을 따르고 가족에 헌신적인 캐시(줄리안 무어)에게도 그 까닭모를 불안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낸다.잡지를 장식할 만큼 명망있는 남편(데니스 퀘이드)이 뿌리깊은 동성애자란 사실을 우연히 목격하고 만 것.영화는 배신의 충격에 빠진 한 여자가 갑작스런 내면의 균열을 얼마나 침착하게 다스려 가는지를 우아하고 격조있게 펼친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의 중산층 세계를 들여다본 영화에서,감독은 여러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돌출시켰다.권위로 무장한 가장이 그를 신처럼 믿어온 아내 앞에서 동성애자로 밝혀지는 장면은,인간의 허위의식이 소름돋을 정도로 생생히 까발려지는 설정이다.당시 미국 중산층 사회에서 치명적 금기였던 불륜과 인종문제도 잇따라 화면에 부각된다.상처를 위로하는 우직한 흑인 정원사 디건(데니스 헤이스버트)과 가까워지는 캐시는 이웃의 따돌림을 당하고,영화는 그 틈새로 사회적 관습의 취약성을 끈질기게 고발한다. 덩치 큰 소재들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단촐하게 끌어 안은 감독의 화법이 돋보인다.가정을 깨지 않으려고 다가온 사랑에 한동안 머뭇거리는 캐시,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끝내 사랑을 포기하는 디건.두사람이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은 결국 닮은 꼴이다. 빛과 주변풍광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화면 덕에,다소 지지부진한 로맨스는 매끈하게 포장됐다.엘머 번스타인의 애잔한 배경음악에 인물들의 감정선이 한결 더 풍성하게 살아났다.모처럼 중년,특히 여성관객들이 빠져들 만한 영화다. 황수정기자 sjh@
  • 스크린 명대사

    #“총은 쏘라고 주는 게 아니라 도망가는 범인의 뒤통수에 던지라고 주는 것이다.” -‘와일드 카드’에서.감찰반이 자꾸 총기 과잉수사를 추궁하자 오형사가 비아냥 조로 형사 수칙에 그렇게 적혀 있느냐며. #“꿈의 세계를 넘본 대가는 혹독했고,그 짐을 딸애가 지게 됐죠.” -‘파 프롬 헤븐’에서.흑인 정원사가 백인 캐시와의 사랑때문에 딸이 따돌림 당하자.
  • 작곡가 코플랜드·기자 레스턴·관리 등 美저명인사 다수 증인대에 / 매카시 청문회 비공개 녹취록 ‘햇빛’

    미국 상원은 지난 1950년대 전반 오도된 ‘반공 선풍’을 불러일으킨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청문회에 관한 4000여쪽에 이르는 비공개 녹취록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의 6일 보도에 따르면 녹취록에 기록된 400여명의 증인들 중에는 50년대 미국 사회의 저명인사 다수가 포함돼 있다.작곡가 아론 코플랜드와 뉴욕타임스 기자 제임스 레스턴,가수 겸 배우 폴 로버슨의 부인 에슬란다 구드 로버슨이 그 면면들이다.심지어 당시 집권당이었던 미 공화당의 정부 관리들과 장관들까지도 매카시가 쳐놓은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이었던 매카시는 1953년부터 1954년까지 소련과의 냉전 아래서 상원의 상임 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매카시 광풍을 주도했다. 녹취록을 정리한 역사가 도널드 리치는 매카시가 ‘빨갱이 사냥’을 벌인 숨은 의도를 따지기 이전에 그 수법의 무모함에 초점을 맞췄다.매카시와 그의 고문 로이 콘은 비공개 청문회의를 주로 이용해 무리하게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매카시의 공산주의자 색출 작업은 종종 ‘마녀사냥’이란 비판을 불러일으켰으며,중상모략적인 공격을 의미하는 ‘매카시즘’이란,당시로서는 신조어를 낳았다. 특히 리치는 매카시가 비공개 회의를 선호한 것은 증인들이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매카시는 공개적으로 윽박지를 수 있는 증인들에게만 관심을 보였다고 것이다. 미 국무부 소속 외교관인 블라디미르 투메노프의 경우가 매카시의 마구잡이 공세의 전형적인 사례다.이스탄불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러시아인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이유로 매카시로부터 소환됐기 때문이다. 비공개 청문회에서 투메노프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직후에 이스탄불에는 백러시아측 공관과 공산정부의 공관이 병존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그의 부모는 반공산당파였다면서 매카시를 공박한 것이다. 작곡가 코플랜드도 공개 회의에 소환되지 않았던 증인 중 1명이었다. 매카시 전기 ‘너무도 어마어마한 음모’를 쓴 텍사스대학의 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오신스키는“이같은 비밀회의는 누군가를 제물로 삼기 위한 ‘표적 회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실제로 1930∼1940년대 미 정부내에 공산주의자들이 일부 침투했지만 매카시가 청문회를 벌일 당시에는 이미 정리가 된 상태였다는 게 오신스키의 부연설명이었다. 일례로 매카시는 에슬란다 구드 로버슨이 흑인의 투표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15조를 거론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절할 수 있는 수정헌법 5조를 입에 올리자 매우 화를 냈다.오신스키는 “증인들이 5조를 언급하면 ‘5조공산주의자’들이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삐 풀린 미친 말처럼 내달리던 매카시의 광풍도 1954년 미군내 공산주의자들을 찾기 시작하던 무렵 퇴조의 조짐을 보였다.군 출신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매카시의 저열한 전술을 알리기 위해 청문회가 방송에 중계되도록 하면서부터다. 엉터리 빨갱이 사냥꾼 역할은 그에게도 상당한 스트레스였는지도 모른다.그는 1954년 상원 조사소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임해야 했고,수년간의 폭음으로 인한 간염으로 1957년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구본영기자 kby7@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쇼핑천국’ 美 소득 계층별 판매 세분화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에서 가끔 한국인들의 ‘싹쓸이 쇼핑’이 문제되곤 한다.실용주의에 젖어 필요한 물건만 고르는 미국 사람들의 눈엔 정말 ‘별일’이다.그러나 미국인들도 쇼핑을 엄청나게 즐긴다.벌이가 넉넉지 못한 흑인들도 싹쓸이와 비슷한 쇼핑을 한다. 같은 돈을 쓰고도 더 좋은 물건을,더 많이 살 수 있다면 욕할 게 없다.오히려 효율적일지도 모른다.돈자랑 하듯이 무조건 쓸어담는 건 문제지만 꼭 싹쓸이로 몰아붙일 이유는 없다.그보다는 그같은 쇼핑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세계 유명 브랜드를 생산업체가 직접 파는 ‘아웃렛 몰’은 가장 미국적인 쇼핑현장이다.워싱턴 일대에도 동서남북 4곳에 대형 몰이 자리잡고 있다.워싱턴에서 남쪽으로 40분 정도 떨어진 버지니아의 포토맥 밀을 찾았다. 남녀의류,여행용 가방,핸드백,속옷,구두,잡화,가구,장남감,스포츠용품 등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유명 브랜드가 잠실운동장만한 실내에 빼곡히 들어섰다.점포가 200개가 넘으며밖에서 보며 지나가는 데에도 1시간 이상이 걸렸다. ●값싸고 좋은 물건 널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폴로나 바바리 등의 브랜드에서 주부들이 좋아하는 그릇용품점 ‘레녹스’나 ‘로열 앨버트’ 등의 점포가 즐비하게 들어섰다.무엇보다도 도매가로 취급,백화점보다 훨씬 싸다.폴로나 바바리 셔츠는 40∼50달러면 충분하다.한국 명품점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그릇의 경우 접시 4∼6개가 포함된 디너 세트가 70∼80달러 선이다.주부들이 욕심을 낼 만큼 갖가지 물건들이 가득하다. 워싱턴에서 15분 거리인 버지니아 비엔나 타이슨 코너에 있는 백화점 ‘삭스 피프스’의 경우 주말인데도 고객의 발길은 뜸했다.이래서 장사가 될까 하는 마음에 가격표를 훑어봤다. 이탈리아제 모 핸드백이 4800달러,프랑스제 여성 드레스 한벌이 6200달러,다이아몬드 목걸이 세트 1만 4000달러 등 웬만하면 1000달러를 훌쩍 넘었다.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예사롭지가 않았다.할리우드 여배우 뺨치는 늘씬한 몸매를 갖춘 여성이거나 한껏 멋을 낸 중년의 부인들이었다. 여성의류 전문점 막스 마라를 운영하는 엘리자베스는 “어느 도시에서나 소득 계층에 맞는 각각의 쇼핑 몰이 있으며 이곳은 그 중에서도 최상급”이라고 말했다.손님이 많진 않지만 일부 고객들을 상대로 최고의 명품들만 취급한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북서쪽,자동차로 20분 거리인 메릴랜드 포토맥의 몽고메리 몰.부촌에 자리잡았지만 중산층을 겨냥해 캐주얼 의류나 구두,장난감 등을 취급한다.낮에는 역시 한산했으나 퇴근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과 함께 오는 쇼핑객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고급 백화점에선 볼 수 없는,통로 한 가운데 선글라스와 여성 액세서리 등을 취급하는 1평짜리 간이 점포가 마련됐다.백화점도 시어스나 헥스 등 대중적 백화점이 입주했으며 음식점도 패스트 푸드점 위주다. 가격을 3∼4차례 할인한 품목을 다루는 ‘마셜스’는 서민층을 위한 전문 체인점이다.외곽이 아닌 시내에 자리잡은 것도 특징이다.이곳에서는 폴로 셔츠를 20달러 안팎에 파는 등 정상가보다 40∼60% 정도 싸다.월마트나 K마트,타깃 등의 할인매장도 일종의 서민층 쇼핑몰이다. ●다양한 전문 쇼핑몰 메릴랜드 프레데릭의 올리스는 워싱턴 주변에서 가장 파격적인 아웃렛이다.자동차 및 주방용품,책,공구 등을 시중가의 절반도 안 되는 30∼40%에 판다.구매담당 매니저인 매트 카인은 “재고나 철 지난 상품들을 생산업체와 직계약을 맺고 있다.”며 “품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으나 고급 브랜드가 아닌 중소업체 제품을 다루는 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점인 ‘베스트 바이’와 ‘서킷 시티’,사무실 용품점 ‘오피스 디폿’,가든·생활용품점 ‘홈 디폿’ 등은 우리에게도 귀에 익다.이밖에 지역마다 장난감점,섹스숍,카펫점,페인트점,주방용품점,애완동물점,음반점 등 취향에 따른 쇼핑몰이 성업중이다. 미국에서는 4대 빅 세일이 있다.주로 국경일에 맞춰 이뤄진다.5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현충일),7월4일 독립기념일,9월 첫번째 월요일인 근로자의 날,11월 네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에서부터 12월25일 성탄절까지다. 세일기간을 백화점이 고르는 게 아니라 관행으로 굳어진 게 특이하다.할인폭은 최고 70%까지 이른다.할인용 상품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평소 진열하던 물건들을 그대로 파는 게 특색이다.따라서 세일이 끝나면 가격은 다시 정상가로 돌아간다. ●사기세일은 상상도 못해 워싱턴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해거스타운의 아웃렛 몰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줄리는 “세일 품목을 별도로 주문하는 게 아니라 평소 고객들이 많이 찾는 것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한때 한국에서 가격을 올린 뒤 할인하거나 세일 품목을 따로 만들어 파는 등의 모습은 미국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세일기간이라도 자체 회원들을 위해 별도의 쿠폰북을 제공하고 일정 가격 이상 사는 고객들에게는 추가로 5∼10% 할인해 주는 것도 이채롭다. 아내가 옷을 사왔는데 남편이 맘에 들지 않거나 흠집이 있어도 걱정할 게 못된다.가까운 곳의 같은 브랜드 점포를 찾으면 군말없이 교환해 주거나 현금을 내준다.옷뿐만 아니라 가구,전자제품,보석류,책,잡화점,그릇,액세서리 등도 마찬가지다.다만 진열했던 물건을 파는 ‘플로어 세일’이나 재고를 정리하는 ‘클리어런스 세일’은 값이 싸기 때문에 처음부터 반환할 수 없다고 밝혀 둔다. ●반품은 언제든 OK 영수증을 잃어 버렸어도 신분만 확인되면 문제가 없다.일부 점포에서는 선물카드로 현금을 대신하기도 한다.반환기간은 30일에서부터 90일까지 다양하지만 기간이 지나도 인색하게 굴기보다 융통성있게 처리해 준다.특히 대부분의 점포 내부에는 반환 등 고객의 불만을 다루는 서비스 센터가 별도로 마련돼 번잡함없이 바로 처리해 준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미니애폴리스의 ‘몰 오브 아메리카’의 등장 이후 쇼핑 몰은 가족들을 위한 나들이 개념으로 바뀌었다.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나 ‘플레이 그라운드’를 마련하는 몰이 늘고 있다.패스트 푸드 코너를 확장,쇼핑의 출발점이나 약속장소로 만들고 있다.주말마다 쇼핑 몰에서 무료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mip@ ■美 소매점 고객끌기 전략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단돈 1원이라도 남보다 비싸게 물건을 샀다면 이만저만 짜증이 나는 게 아니다.상품의 질과 관계없이 괜히 속았다는 생각 때문에물건을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미국의 소매점들은 이같은 심리를 역이용한다.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객장으로 유인한다. ●첫 방문 고객을 잡아라 물건을 사고 돈을 내려하면 점원들은 슬며시 묻는다.“처음 왔느냐”고.그렇다고 하면 본점의 회원으로 가입하라고 한다. 당장 5∼10%를 할인받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아웃렛 몰뿐 아니라 일반 잡화점에서도 마찬가지다.가입비는 없고 주소와 이름,전화번호만 적으면 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보통 회원임을 입증하는 카드를 주지만 더러 신용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을 제공하기도 한다.물론 이 경우 신용이 좋아야만 한다. 그릇이나 가구 등 고가 상품을 파는 상점에서는 처음 찾는 고객들에게 ‘쿠폰 북’ 등록 신청을 하라고 한다.매달 세일정보를 담은 안내책자 ‘위시북(wish book)’과 할인 티켓을 보내준다. 이같은 쿠폰을 제시하면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쇼핑객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고객의 입장에서는 “돈을 쓰면서도 돈을 번다.”는 착각이 들어이같은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위시북과 쿠폰북을 받아보면 결국 상점을 찾는 횟수가 늘게 마련이다. ●광고 문구로 유혹 “하나를 사면,하나는 무료” 미국에서 한번이라도 쇼핑을 한 사람은 이 말 뜻을 쉽게 알 것이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것.그러나 50% 할인과는 다르다.적어도 상품 1개의 값은 내야 하며 결국은 2개를 사야 50%를 깎아준다는 셈이다.물건 1개를 절반 값으로 살 수 있는 50% 세일은 아님에도 쇼핑객들은 ‘50% 세일’로 착각한다. 이른 아침 세일인 ‘얼리 버드(early bird)’라는 말도 유명하다.세일에 들어가는 첫날의 개점 직후 1∼2시간 동안 추가적인 세일을 한다.고객들은 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장사진을 치지만 막상 자기 차례가 오면 물건이 동이 나 다른 상품을 고르는 경우가 허다하다.‘하루(one day)’ 세일은 평소 팔리지 않는 재고품을 대폭 할인해 파는 게 목적이다.그러나 고객들은 할인 품목을 기억하기보다 특정 매장에서 모든 품목을 세일하는 것으로 판단하기가 일쑤다. ●다양한 가격을 제시한다쇼핑객들한테 입소문만큼 빠른 게 없다.어느 상점이 싸다는 정보는 금세 퍼진다.미국인들도 고작 10∼20달러를 아끼기 위해 1∼2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경우가 많다.미국에서는 같은 브랜드의 상품이라도 점포의 위치와 주인에 따라 가격은 다를 수 있다. 특히 재고품을 정리하는 ‘떨이 세일(clearance sale)’의 경우 상점마다 할인폭이 제각각이다.한쪽에서는 40달러짜리 폴로 셔츠를 29달러에 파는 데 다른 점포에서는 25달러에 파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같은 매장에서도 할인율이 10%에서 70%까지 다양하고 별도의 세일 코너가 항상 마련돼 고객들이 세일 정보를 꼼꼼히 챙기게 된다.
  • 한국출신 안트리오 ‘아름다운 50인’에 뽑혀

    한국 출신 3자매 클래식 연주가 ‘안 트리오’가 미국 최대부수를 자랑하는 대중잡지 ‘피플’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뽑혔다.피플은 3일 발매되는 최신호의 표지로 연속 7년째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된 여배우 할리 베리(34)를 실었으며 음악 부문에 안젤라와 루시아,마리아 등 안 트리오 세 자매를 따로따로 선정했다. 안트리오는 배꼽티·가죽바지를 입고 클래식을 연주하는 등 파격적인 방식으로 MTV세대에게 다가가는 클래식 음악가들로,피아노의 루시아 안과 첼로의 마리아 안은 쌍둥이고 이들의 동생인 안젤라 안이 바이올린을 맡아 실내악단을 이룬다. 이들은 독창적인 연주로 독일 최고의 음반상인 ‘에코상’을 수상하는 등 명성을 떨치며 패션계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7번째로 ‘아름다운 사람’에 뽑힌 베리는 지난해 아카데미상 역사상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로 수상작인 ‘몬스터 볼’을 비롯,곧 개봉될 영화 ‘엑스멘’ 연작에 출연했다.한편 줄리아 로버츠는 8번째로 ‘아름다운 사람’에 뽑혔다. 영화 부문에서는 벤 애플렉,조지 클루니,대니얼 데이-루이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콜린 패럴,셀마 하이예크,니콜 키드먼,줄리언 무어,수전 새런든,리즈 위더스푼,캐서린 제타 존스 등이 선정됐다. 텔레비전 부문에서는 제니퍼 애니스턴(프렌즈),칼로스 버나드(폭스뉴스),리즈 초(ABC뉴스) 등이,스포츠 부문에서는 토니 파커(농구선수),게리 스티븐스(승마기수) 등이 각각 뽑혔다. 음악 부문에서는 안 트리오 외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칠리,노아 존스,퀸 라티파,제니퍼 로페스,리사 마리 프레슬리,브리트니 스피어스,어셔 등이 선정됐다. 연합
  • 美스포츠계 영향 미친 소수민족 / 박세리 93위 선정

    ‘연장불패’ 신화의 주인공인 ‘골프여왕’ 박세리가 미국 스포츠계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는 5일자 특집을 통해 미국 스포츠계에 영향을 미치는 소수민족 101명 가운데 박세리를 93위로 선정했다.뽑힌 인물 대부분이 미국에서 오래전에 정착한 흑인들로 아시안은 손꼽을 정도다. SI는 박세리를 ‘여성 타이거 우즈’로 미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0승을 거둔 제2인자이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SI는 특히 LPGA에서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 기폭제 역할도 했다고 강조했다. 미프로농구(NBA)에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된 야오밍(중국·휴스턴 로키츠)은 홈경기 관중을 17%나 늘리는 등 마이클 조던(4위) 이후 농구계에 영향력을 미친 신인 선수로 인정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에는 최초의 흑인 백만장자이자 ‘블랙 엔터테인먼트TV(BET)’의 소유주이고 NBA 살럿 호니츠 구단주인 로버트 존슨이 선정됐다. 존슨은 경제력 덕분에 스포츠계에서 ‘최초의 흑인’이라는 수식어를 수없이 들어왔다. 2위는 우즈가 뽑혔다.테니스를 석권하고 있는 윌리엄스 자매중 동생 세레나는 3위,비너스는 40위에 올랐다. 복싱 프로모터 돈 킹은 15위,‘포스트조던’을 노리는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는 야오밍보다 한참 뒤진 18위에,최희섭이 뛰고 있는 시카코 컵스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37위에,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는 54위에 선정됐다. 프로복싱의 마이크 타이슨은 말썽을 많이 부린 탓인지 101명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고,맞수 레녹스 루이스는 69위를 차지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쉬어가기˙˙˙

    미국 의회가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선수였던 재키 로빈슨에게 오는 30일 ‘명예훈장’을 수여한다.로빈슨은 야구에서의 인종장벽을 깨고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LA 다저스의 전신)에 입단해 신인왕에 오른데 이어 49년에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쳐 62년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의회 명예훈장은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과 국민적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테레사 수녀,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등 역사적 인물에게만 주어졌다.
  • 정선민 WNBA 진출 ‘꿈’ 이뤘다

    “농구의 본고장에서 우리 여자농구의 저력을 보여주겠습니다.” 한국여자농구의 ‘자존심’ 정선민(사진·29·신세계)이 과연 미여자프로농구(WNBA)에서도 통할까?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진출의 꿈을 이룬 정선민은 자신감을 보였다.전문가들도 “팀의 주전은 무난히 꿰찰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정선민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지난 26일 WNBA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4개 팀 가운데 8번째로 지명권을 행사한 시애틀 스톰은 주저없이 정선민을 택했다.42명의 걸출한 루키 가운데 1라운드 8순위로 뽑히는 순간이었다. 정선민은 애초 2라운드에 지명될 가능성이 높았다.그러나 시애틀의 앤 도노번 감독은 휴스턴 코메츠 등에서도 정선민을 탐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서둘러 낙점했다.수 버드와 로렌 잭슨이라는 최고의 가드와 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포워드가 취약한 시애틀로서는 팀의 아킬레스건을 보완해줄 확실한 스몰포워드감을 놓칠 수 없었다. 정선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국가대표 센터로 2차례나 아시아 정상을 밟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여자농구선수권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 놓았다.국내 리그에서도 신세계를 4차례나 챔피언으로 이끌었다.여자농구 통산 최다득점(3761점)과 최다리바운드(1426개)를 기록중이다. WNBA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센터에서 포워드로의 포지션 변화를 무리 없이 소화해야 한다.경쟁자가 없는 국내에서 보여준 ‘나 홀로 플레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중장거리슛과 어시스트 능력을 높이고,근력이 좋은 흑인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아야 한다.이를 위해 정선민은 줄곧 마산에서 중고등학교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해왔다. 정선민은 “미국에서 2년 정도 뛸 생각이며 리그가 없는 겨울에는 한국에서도 뛸 것”이라고 말했다.정선민은 29일쯤 미국으로 건너가 트레이닝 캠프와 시범경기에 참가해 기량을 점검받는다.WNBA 2003시즌은 다음달 23일 시작된다. ●WNBA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는 야구의 메이저리그나 남자농구의 NBA(미프로농구)처럼 여자농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 뛰어보길 원하는 무대다. 지난 97년 8개 팀으로 NBA 산하단체로 출범한 WNBA에는 현재 14개팀이 참가하고 있다. 동부콘퍼런스와 서부콘퍼런스에 각각 7개팀씩 나뉘어 리그를 치른다.정선민이 입단한 시애틀 스톰은 서부콘퍼런스 소속이다.2000년 창단한 시애틀은 지난해 처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되는 정규리그에서는 팀당 32경기씩 치르고 콘퍼런스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콘퍼런스 우승을 결정하며 두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밀레니엄]사회적 고통의 구조 / ‘빈부의 장벽’ 어느 세력이 조장하나

    얼마전 국내 한 경제연구소는 사회적 고통지수를 발표했다.물가상승률과 실업률,어음부도율 기준으로 각 시도별로 국민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을 조사한 것이다.인간이 느끼는 사회적 고통은 그러나 경제적 변수만은 아니다.건강,빈곤 뿐 아니라 정치,도덕,종교와 복지 등에서 비롯된다.가난한 사람의 불행이란 현상에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 투영되어있는 것이다.국내에서도 편·번역된 ‘사회적 고통’이란 책에서 폴 파머(Paul Farmer)미국 하버드의대 조교수는 자신이 아이티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은 에이즈 등 질병 뿐아니라 다른 형태의 사회적 고통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한마디로 유아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의 과도한 편차는 바로 한 사회내의,또는 2개이상의 사회간의 빈부격차를 명확하게 드러내준다.보건정책과 사회 정책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1) 한 시골 소녀의 비극 댐이 건설되는 바람에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린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한 소녀가 마을 부근에 주둔하던 군인 아저씨의 눈에 든다. 소녀는 가족과 떨어져 있던 군인에게 육체적인 쾌락을 제공하고,군인은 그 대가로 약간의 용돈을 지불한다.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도회지로 나와 남의 집 가정부 생활을 시작한 소녀는 다시 한 남자를 만나 아기를 갖게 되고,임신부의 몸으로 가정부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딸을 출산한 직후 그녀는 자신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의 아버지 역시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2) 정치 폭력의 희생자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던 시골 청년이 어느 날 버스를 탔다. 도로 상태가 워낙 나빠 버스가 심하게 흔들리자,그는 아무 생각없이 옆에 앉은 사람에게 몇 마디 불평을 늘어 놓았다. 잠시 후 버스가 검문소에 도착하자,갑자기 군인들이 청년을 끌어내리더니 다짜고짜 모진 매질을 가하기 시작했다.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사복 경찰이 그를 불순 분자로 지목한 탓이었다. 간신히 풀려나기는 했지만 청년은 그 일로 자신이 블랙 리스트에 올랐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청년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다시 체포되었고,그로부터 사흘 뒤 관자놀이가 으깨지고 갈비뼈가 부러진 채 석방되었다.얼마 후 그는 1ℓ가 넘는 피를 토한 뒤 숨을 거두었다. ●구조적 폭력과 개인의 삶 믿기 어려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두 사건 모두 1990년대 초반 서인도 제도의 조그만 섬나라 아이티에서 일어난 실화이다. 문제는 위에 소개한 두 사람이 그런 불행을 당한 것은 개인적으로 부주의했거나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티에서는 남성의 평균 수명이 50세에도 미치지 못한다(여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원인 가운데 AIDS와 정치적 폭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아기를 낳다가 죽는 임산부 사망률은 선진국에 비해 500배나 높다. 이는 아이티의 구조적 폭력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이다.각 개인이 아무리 착하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한다 해도 그 나라의 정치,사회,경제적 구조는 그들 가운데 일정한 수의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망쳐 버리고 만다.그 속에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개인의 의지나 능력과는 무관하다. 보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그런 고통에 희생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원칙만 적용될 뿐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한다.마음 먹고 신문을 뒤지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보다 더 끔찍한 참상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견할 수 있다.그들에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AIDS로,혹은 정치적 고문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보다는 눈앞의 금리와 주가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부자는 사회적 고통 불감증 들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첫째,‘남의 고통’은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그들의 고통받는 삶과 투쟁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려면 우리의 경험과 비슷한 면이 있어야 한다.성별이 다르거나 지리적,인종적,문화적 거리가 먼 고통은 우리에게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파악할 수없는 두 번째 이유는 고통 그 자체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제3자의 입장에서는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의 기록과 수치만으로 그들의 고통을 실감할 수 없다. 셋째,고통의 역학과 분배 구조가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개인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한 사람,혹은 여러 사람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줄 수는 있다.하지만 고통을 설명하려면 광범위한 문화적,역사적,정치적,경제적 틀 안에 개인의 전기를 담아야 한다. 위에서 예로 든 두 남녀의 사례가 일정한 대표성을 띤다는 점을 인정한다면,그들의 삶은 ‘민족지학(ethnography)’에 포함되어야 한다.지역적인 이해가 이루어진 다음 보다 규모가 큰 역사적 체제 속에서 현장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수많은 사람들을 아이티 중앙 고원에서 살도록 명령한 사회적,경제적 세력은 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나아가 다시 그 세력에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역학 관계를 알아야 개인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조적 폭력이 인간의 고통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알수 있을까? 고통을 전세계적인 맥락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며 나아가 예측까지 할 수 있는 분석적 모델을 만드는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긴 하지만,그만큼 절실하며 또한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다시 한 번 위의 사례를 이러한 작업에 대입하자면,우선 지리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갈수록 끊임없이 상호 연관성이 커지고 있으며,특히 대량 학살과 같은 대규모의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극심한 고통은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분석은 역사적인 깊이를 필요로 한다.오늘날의 아이티 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군부 독재와 쿠데타는 물론,그들이 과거에 중상주의 경제를 살찌우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끌려와 설탕,커피,면화 등을 생산했던 흑인 노예의 후예들이라는 사실까지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흑인 노예의 후손이라 해서 누구나 AIDS에 걸리거나 부당한 고문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확률적으로 아주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은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축구 선수나 야구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행운아의 숫자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적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고통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뒤얽혀 나타나는 구조적 폭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이러한 문제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은 얼마나 다양한 사회적 폭력이 개인의 불행과 고난으로 변화하는지 알기 위해 개인의 경험과 개인이 속한 광범위한 사회 구조를 모두 연구한다. 예를 들면 가난에서 인종 차별에 이르는 일련의 사회적 폭력이,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개인의 삶에 구체적으로 드러나는가 등이 연구의 대상이 된다.한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힘은 AIDS와 결핵뿐 아니라 전염성이 있는 다른 기생성 질병에까지도 구조적으로 관여한다.그러다 보니 기아,고문,강간과 같은 대부분의 극심한 고통의 형태가 모두 사회적 힘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다. ●가난과 사회적 고통의 관계 나 지금이나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은 구조적 폭력의 주된 희생자이다.구조적 폭력은 극심한 고통의 본질과 그 분배에 대한 분석을 거부해 왔다.왜 그랬던 것일까? 이 질문의 대답 가운데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에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말없이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칠레의 신학자 파블로 리처드(Pablo Richard)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언급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는 제3세계에 또 다른 거대한 장벽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안다.그 속에는 가난한 다수의 삶이 감춰져 있다.부자와 빈자 사이의 장벽은 가난이 권력자들을 성가시게 하지 못하도록 하고,가난한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역사의 침묵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러한 침묵을 깨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고통을 조장하는 세력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이다.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의 조건과 환경에 맞는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 올바른 분석적 기법으로 고통의 본질을 해석할 수 있다면,그 악순환의 고리를제거하거나 적어도 약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어쩌면 우리의 희망은 결국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정리 번역가 안종설 폴 파머 ▲의사이며 인류학자▲세계은행 수석 컨설턴트▲미국 보스턴 소재 브리엄 여성병원과 아이티 외곽 본 소뵈르 클리닉 근무▲저서:에이즈와 비난,전염병과 불평등
  • 北核 보유 시인 파문 / 北核 사실이면 9번째 보유국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9번째 핵보유국이 된다. 현재 핵무기 보유 사실이 공식 확인된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이른바 ‘핵 5대 강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비공식 보유 3개국에 이은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핵무기를 보유했다가 자진해체한 유일한 국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기준은 이들 8개국과 다를 것이라고 설명한다. 8개국은 처음부터 국가안보·국제질서를 내세우며 핵 보유를 천명했고 이를 실천에 옮긴 나라들이다.핵이 없는 187개 국가가 참여해 1970년 3월 발효시킨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갖지 않겠다는 약속 아래 지난 85년 12월 구소련의 설득으로 NPT에 가입했다. 이에 비해 인도·파키스탄의 경우 핵실험을 하자 주변국이 각각 경제제재 등을 취한 바가 있지만 국제적인 차원의 제재는 없었다.하지만 북한은 몰래,국제사회를 속이고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판명되면 향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논의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남아공의 경우 지난 93년 3월 데 클레르크 당시 대통령은 백인통치시절 자력으로 개발,은닉했던 핵무기 6기를 흑인 다수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자진 폐기했다. 이듬해 94년 8월 IAEA가 핵사찰로 이를 공식 확인했고,이에 대한 대가로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이를 참조해 북한이 남아공 선례를 따를지 여부도 관심사다. 김수정기자 crystal@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오거스타의 횡포

    미프로골프(PGA) 마스터스대회가 열릴 때마다 ‘오거스타 내셔널GC에는 여성과 흑인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는 차별 규정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흑인회원 허용에 대한 논쟁은 지난 199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지난해에는 마타 버크라는 한 여성단체 임원이 타이거 우즈에게 마스터스 대회를 거부하라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그녀는 “지금의 규정대로라면 사담 후세인은 회원이 될 수 있지만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는 불가능하다.”며 클럽 위원회의 횡포에 반기를 들었고,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운동을 벌이겠다며 투쟁에 돌입했다. 이런 차별화를 가능케 한 배경은 마스터스대회를 주관하는 곳이 PGA가 아니라,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클럽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오거스타 내셔널GC에 관한 비아냥거림이 섞인 우스갯소리들이 있다. 타이거 우즈가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려니까 직원이 제지를 했다. “운전기사 대기소는 동쪽으로 5번 아이언 거리에 있습니다.” ‘골프 황제’는 화가 났지만,점잖게 항의했다.“나는 타이거 우즈입니다.” “그러십니까.제가 실례를 했습니다.타이거 우즈라면 7번 아이언 거리입니다.” 또,오거스타 내셔널GC의 회원들이 라운드를 하다가 숲속에서 램프를 주웠다.램프를 문지르자 요정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갑부가 되게 해주시오.” 하늘에서 달러 뭉치가 소나기처럼 쏟아져서 그는 돈벼락맞은 사나이가 되었다. “세상에서 골프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시오.” 그는 홀마다 이글 아니면 홀인원을 했다. 마지막 남자가 외쳤다. “나는 골프의 신이 되고 싶어.” 그랬더니 하늘에서 배지 하나가 뚝 떨어졌다.오거스타 내셔널GC 위원회 위원장임을 증명하는 배지였다.이러한 문제를 시정할 사람은 마스터스대회를 사랑하는 골프 마니아들이다.마스터스대회를 주관하는 클럽위원회의 결정이 잘못 되었다는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면,클럽위원회도 방침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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