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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담여담] 재난보다 무서운 공동체 붕괴/박정경 국제부 기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 재즈가 멈춘 곳에 흑인들의 절규만 남았다. 흑인의 비율이 워낙 높은 도시이긴 하지만 왜 임시 대피소 슈퍼돔에 모인 이재민들은 하나같이 흑인이었을까. 아직 사망자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흑인의 비율은 매우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언론은 빈곤이 피해를 키웠고, 흑인들은 차도 돈도 없어 대피 대신 잔류를 택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그것 때문이었을까. 궁금하던 차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의 블로그에서 흑인들이 유난히 재난에 취약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봤다.1995년 시카고 혹서 때 숨진 사람 대부분도 흑인이었다고 한다. 빈곤으로 치자면 히스패닉도 큰 차이가 없는데 말이다. 당시 미국 동북부와 중서부를 덮친 폭염으로 669명이 사망했고 가장 심했던 시카고에서는 376명이 숨졌다. 흑인 노인들은 에어컨이 없거나 고장난 집에서 그냥 죽음을 맞았다. 반면 히스패닉들은 에어컨이 있는 이웃 히스패닉의 집에 모여 살인적 더위를 견뎌냈다고 한다. 미국 흑인 가족의 해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가장은 마약 소지 및 거래 등으로 감옥을 들락날락하기 일쑤고 부모와 자녀는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무슨 일을 당해도 국가가 개입하기 전에는 당장 돌봐줄 가족이 없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흑인은 미국 인구의 12%이지만 수감자의 50%(약 100만명)를 차지한다. 흑인 남성의 절반이 일생에 한번은 감옥에 가며 14명 중 1명은 감옥에 갇혀 있다. 여성 마약재소자의 대부분도 흑인이며 이중 75%는 아이를 가진 엄마다. 그 엄마의 아이가 푼돈을 벌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 소년원에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빈곤이 범죄 유발과 공동체 붕괴를 넘어 재난을 키운다고 봐도 지나친 확대해석은 아닌 듯싶다. 카트리나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허리케인 리타가 텍사스 휴스턴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량들로 주변 도로가 장사진이다. 뉴올리언스와 마찬가지로 상당수 흑인들이 도시에 남아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는 외신들 보도는 “카트리나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에 공허함만 더한다. 박정경 국제부 기자 olive@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행복의 오솔길(EBS 오전 6시20분) 질병을 완치하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건강인들의 실버지침서 ‘건강의 비밀’. 음악만 있다면 하루 8시간 이상 춤을 추는 63세 힙합맨 강덕산 할아버지. 흑인 춤인 솔부터 힙합까지 춤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강덕산 할아버지의 건강 비결을 알아본다. 또 어깨와 등의 피로를 풀어주는 실버요가도 배워본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20분) 산지에서 나는 싱싱한 어패류와 육류가 최고의 신선함을 자랑하는 제주. 오직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이 있다. 가을 제철을 맞은 별미 중의 별미 갈치회부터 제주산 흑돼지와 도미의 별난 만남 돔베고기, 고소하고 걸쭉한 제주 전통순대까지 맛깔스럽게 버무려 놓은 제주음식의 향연 속으로 빠져보자. ●특별기획 나훈아의 아리수(MBC 오후 9시40분) 나훈아의 39년 노래 인생과 민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고품격 무대가 한강 노들섬에서 펼쳐진다.‘머나먼 고향’,‘잡초’,‘영영’,‘청춘을 돌려다오’,‘모르고’,‘고향역’,‘공’ 등 주옥 같은 히트곡을 선보인다. 또 특별히 이번 공연을 위해 그가 만든 창작곡 ‘아리수’는 한가위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45분) 한국으로 돌아온 청하는 자경의 집에서 앞으로 자기들의 관계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넌지시 묻는다. 이에 자경은 “청하를 안 보고는 못살 것 같다.”며,“사람들 신경 안 쓰고 자기들만 생각하면 안 되겠느냐.”고 되묻고 청하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면서 스페인에서 청하로부터 선물받은 목걸이를 꺼내놓는다. ●추석특집 아침마당(KBS1 오전 8시40분) 추석이 되어도 기쁨보다 그리움에 가슴 저미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중한 가족과 떨어져 있거나,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사람들이다. 아침마당 토요이벤트에서는 추석특집으로 이런 가족들이 출연, 꿈속에서라도 가고 싶은 고향의 살가운 추억, 그리고 가족간의 애틋한 정과 사랑을 말한다. ●슬픔이여 안녕(KBS2 오후 7시55분) 정우는 집으로 가지 않겠다는 서영을 달래 혜선의 집에 데려간다. 서영의 당돌한 모습에 호감을 가지는 혜선은 서영의 부모들이 정우를 반대하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도진은 여진의 가출과 금실의 노환으로 집안이 뒤숭숭해지자 혼란스러워 한다. 정우는 연심의 반대에 심란해 하면서도 국수공장 준비에 바쁘다.
  • “인종문제 美보다 앞선 나라없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카트리나로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의 흑인 이재민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늑장 대응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종적 편견 때문이라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부시 정부 내에서 흑인 가운데 최고위직인 라이스 장관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라이스 장관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부 앨라배마주 출신으로 그 폐해를 몸으로 체험하며 성장한 인물이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주 수재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던 라이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마음 먹은 듯 인종 문제에 대해 속에 묻어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을 옹호하는 방향이었다. 라이스 장관은 뉴욕타임스 논설위원들과의 회견에서 “허리케인 피해를 입어 ‘좌초된’ 뉴올리언스의 이재민들은 남부 지역에서 인종과 빈곤 문제가 여전히 매우 추한 모습으로 얽혀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인종이라는 이슈에 있어서 이 세상 어느나라도 미국보다 앞서있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세계 어느나라에서 열리는 회의를 가봐도 미국만큼 정부 관리, 기업인, 언론인의 인종이 다양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인종 문제는 미국 역사에 있어 특히 남부지역 일부에 남아있는 ‘흔적’과 같다.”면서 “따라서 미국이 인종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결론을 낸다면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흑인들의 대변자인 미 하원 흑인 의원들은 정부가 이재민 구호에 늑장을 부렸다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한편 CNN과 갤럽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시 정부의 뉴올리언스에 대한 늑장 대응에 인종적 요인이 개입됐느냐고 보는 질문에 흑인과 백인 응답자의 반응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흑인은 60%가 “그렇다.”고 답변한 반면, 백인의 86%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dawn@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애니토피아(EBS 밤 12시)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서울환경영화제가 9월 8일부터 14일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치러졌다. 지난 세기부터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주제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로, 올해는 총 33개국에서 114편의 영화가 선정되었다.‘CO2를 잡아라’라는 테마를 가진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의 작품을 만나본다.   ●유쾌한 두뇌검색(SBS 오후 7시5분) 놀라운 불의 위력을 지켜본다.1200도가 넘는 가스가마 속에 오렌지, 페트병, 와인 컵,6부 크기 천연 다이아몬드를 넣고 초고속 카메라로 실험 결과를 촬영했다. 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최첨단 비닐 랩으로 만든 일회용 의상, 웃음으로만 살을 빼는 다이어트 방, 태국의 애완동물 마사지 클럽 중에서 가짜를 찾는다.   ●글로벌 코리안-컵라면과 함께한 ‘온정의 손길’(YTN 오후 1시25분) ‘카트리나’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을 돕기 위해 LA의 동포 사업가가 컵라면 100만개를 이재민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라면을 제공하기 위해 한인타운 요식업체를 비롯해 상공인연합회, 일반 동포들도 성금을 보탰고, 흑인·라티노 커뮤니티도 선의에 동참했다.   ●굳세어라 금순아(MBC 오후 8시20분) 금순을 만난 오미자는 미용실 복직을 제안한다. 금순은 깜짝 놀라 하고, 오미자는 섭섭한 마음을 애써 비워내며 말없이 금순을 쳐다본다. 오미자는 휘성까지는 안된다며 애만 놓고 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말하고, 금순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떨군다. 답답한 마음에 할머니는 금순의 시부모를 만나러 간다.   ●피플 세상 속으로(KBS1 오후 7시30분) 한 달 전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세 쌍둥이의 부모가 된 결혼 13년 차 임표택·최영미 부부와 한 집안에 두 쌍의 쌍둥이를 둔 원용일·김혜량 부부. 또 태어날 확률이 7600분의 1이라는 세 쌍둥이를 출산한 김기정·이정순 부부. 특별한 쌍둥이 가족의 훈훈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본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인간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미르는 하루 동안 평범한 인간으로 지내기로 한다. 미르는 초코파이를 먹고 싶어하는 꼬마에게 초코파이를 사준다. 힘없이 고물상 안으로 들어가는 돌이를 보고 따라들어간 미르는 창고문이 잠겨 버리지만, 인간 친구 돌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마법을 쓰지 않기로 한다.
  • ‘민주주의 확산’ 우선순위 변화할듯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남부 멕시코만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미 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 ‘슬레이트’에 게재된 기고를 통해 카트리나가 미국의 ▲외교 ▲국방 ▲경제 ▲문화 등 대외 정책의 주요 분야에서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주의 확산은 탄력 잃어버려” 우선 부시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사를 통해 천명한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외교정책의 이념은 뉴올리언스의 수재 현장에서 드러난 빈곤과 흑인 문제 등으로 인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하스 회장은 지적했다. 또 카트리나 이재민들 가운데는 “남의 나라 이라크에는 수백억 달러를 퍼주면서 정작 국내 재난 예방을 위해서는 뭘했느냐.”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공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라크 등 외국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국내의 테러 및 재난 대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집중하라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하스 회장은 분석했다. ●미국내 병력의 해외이동 제한될 수도 카트리나 재난을 복구하면서 주방위군과 예비군 등 미 국내 병력이 모자라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따라서 앞으로는 주방위군과 예비군의 이라크전 차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하스 회장은 전망했다. 그럴 경우 미국의 이라크 주둔 전략도 크게 수정돼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정규군의 부담은 커지게 되지만, 군 지원자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등 가용자원이 모자라 병력운영에 적지않은 곤란을 겪을 것으로 하스 회장은 내다봤다. ●“미국도 별 수 없어…” 미국이 카트리나 재난으로 잃게 된 가장 큰 자산은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라고 하스 회장은 밝혔다. 이미 9·11테러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하더라도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 각 국이 다시금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뉴올리언스의 처참한 수재 현장과 이후 이를 제대로 복구하지 못한 채 당황하는 미 정부의 모습은 24시간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카트리나 발생 이후 북한과 베네수엘라, 이슬람 과격 집단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허리케인에게도 패배했다며 조롱대기까지 했다. 하스 회장은 이번 허리케인에 무너진 폰차트레인 호수로부터 뉴올리언스를 보호하는 것보다도 카트리나가 초래한 외교적 도전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 더욱 힘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dawn@seoul.co.kr
  • “부시, 인의 장막 걷어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커진 것과 관련한 미국 정부 안팎의 책임 논란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의 참모들을 집중 겨냥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 남부 멕시코만 주변지역을 강타한 카트리나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는 부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경직된 상의하달식 국정운영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최신호를 통해 지적했다. 타임은 우선 부시 대통령이 무려 5주에 가까운 여름휴가를 즐긴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점차 고립되고 있으며 선별된 정보만을 접하고 있다면서, 갈수록 부시 대통령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보좌관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은 콘돌리자 라이스 등과 같은 핵심 측근들이 행정부로 빠져나간 것도 부시의 고립을 심화시켰으며,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 자리에서 쫓겨난 마이클 브라운처럼 정치적 배려가 작용한 부적절한 인사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아울러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도 흑인 밀집지역인 뉴올리언스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FEMA 등 연방정부가 카트리나 재앙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난해온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부시 대통령 참모진에 화살을 겨누었다. 내긴 시장은 11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어떤 이유 때문에 대통령이 초기에는 이번 재앙의 규모를 오판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생각으로는 사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심각하리라고는 이해하지 못한 핵심 측근 또는 하위 직책의 보좌관으로부터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으리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와 대화하고 진실을 이야기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해줬다.”며 두둔했다. 미 토목공학회(ASCE)는 사회기반시설 유지 및 보수에 필요한 예산을 부시 행정부가 지나치게 삭감해 언제 또다시 뉴올리언스 둑 붕괴와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ASCE는 향후 5년 간 미국 내 사회기반시설 보수를 위해 1조 6000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연방정부가 배정한 금액은 9000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편 미 국무부는 국제사회가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보내온 현금과 구호품이 7억달러(약 7000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dawn@seoul.co.kr
  • [씨줄날줄] 세계武林村/이용원 논설위원

    백과사전의 대명사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무술(martial art)’항목을 찾아 보면 ‘싸우는 스포츠나 기술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주로 극동 지방에 기원을 둔다.’고 설명해 놓았다. 무술이란 동양 고유의 것이라는 서양인들의 고정관념을 여실히 드러내는 표현이다. 하긴 이소룡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불러일으킨 중국무술 붐과, 올림픽 종목으로 당당히 자리잡은 한국의 태권도, 일본의 유도를 생각하면 세계인의 눈에 그렇게 비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문명권에도 고유무술은 존재한다. 무술을 배우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이다.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맹수의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무기를 가진 권력에 대한 방어수단이 그것이다. 브라질의 카포에라는 흑인 노예들이 자위수단으로 개발한 무술이다.1502년 브라질에 도착한 포르투갈인들은 그 땅을 개발하고자 아프리카인들을 끌어다 노예로 부렸다.24시간 내내 수갑을 채웠기에 노예들에게 자유로운 건 다리뿐이었다. 그 결과 순식간에 손으로 땅을 집고 다리로 공격하는 발기술의 극치 카포에라가 탄생했다. 요즘 이종격투기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는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원조는 일본의 유술(柔術·주짓수)이다. 맨손으로 무기를 지닌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이 무술은 16세기 초 등장해 무기를 소지할 수 없는 농민들 사이에서 대대로 이어졌다. 그러다 19세기 말 공격적 요소를 배제한 현대 스포츠 유도로 되살아났다. 한편으로 일본 이민자가 브라질에 전파한 유술은 나름대로 발전해 세계 정상급 격투기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밖에 칭기즈칸의 침입에서 나라를 구한 태국의 무에타이, 티무르제국과의 100년 싸움을 이겨낸 미얀마의 렛훼이 등 각국에는 저마다 자랑하는 고유무술이 존재한다. 경주시가 어제 새로운 관광·문화 상품으로 세계무림촌(武林村)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200여만㎡의 부지에 세계의 전통무술을 주제로 한 각종 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의 서울 경주는 화랑의 옛터이자 이슬람 등 각국의 상인들이 드나든 국제도시였다.21세기 경주가 세계 무술의 메카로 날개를 활짝 펴기를 기대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인종 편견의 위력

    지난 주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로 출장을 떠나기에 앞서 이번 재해 때문에 드러난 미국 사회의 흑인과 빈곤층 문제에 대해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를 쓰면서 수해지역의 약탈자와 흑인을 사실상 동일시하려는 일부 미국 언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루이지애나의 주도 배턴 루지를 거쳐 뉴올리언스에 도착한 직후 매터리라고 하는 한인들의 주요 거주지역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허리까지 찼었다는 물이 빠지긴 했지만, 인적이 거의 없었다. 처음 찾아간 ‘동양마켓’ 앞에서 주디라는 백인 여성을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친절했고 마음 편하게 인터뷰를 했다. 두번째 방문한 ‘아시아마켓’ 앞에서는 생활이 어려워 보이는 히스패닉 가족 3명을 만났다. 이들은 기자에게 직접 자기들 집에 들어가서 얼마나 처참한 상황인가를 보라고 했다. 이들을 따라 큰 길에서 아파트 건물 쪽으로 접어들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아파트 안에 누가 있는가를 묻고 싶었다. 건물 앞에서 잠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벌 때 이번에는 자꾸 뒷머리가 근질거렸다. 저쪽에서 건장한 흑인 서너명이 이쪽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히스패닉 가족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답변은 건성으로 들었고 온몸의 신경은 자꾸 머리 뒷쪽으로만 쏠렸다. 그 다음부터는 뉴올리언스 시내를 돌아보다 차에서 내릴 때는 반드시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살피게 됐다. 이성적으로는 몇번씩 다짐했다. 인종에 대해, 특히 흑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 내가 그러면 그들도 한국인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된다고. 실제로 이번 출장에서 어려운 시점마다 흑인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뉴올리언스 주변 200마일 안에서 호텔방을 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라파예트시 드루리 호텔의 흑인 직원 브리타니는 방 하나가 나자마자 휴대전화로 연락을 줬다. 또 슈퍼돔 근처의 물이 빠지지 않은 거리 한복판에서 차를 어디로 몰고 가야 할지 난처해할 때 물이 얕은 곳에 일렬로 세워놓은 버스를 비켜세우며 길을 열어준 것도 흑인 운전사였다. 그렇다고 흑인에 대한 나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을까. 아마 고립된 곳에서 흑인 이재민을 만나게 되면 역시나 본능적으로 위험과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교육이나 경험 등에 의해 고착된 사람의 인식이란 것이 얼마나 바뀌기 힘든 것인가를 다시 한번 느꼈다.뉴올리언스 dawn@seoul.co.kr
  • “사망자 1만명” 피해복구 시작

    미국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 복구와 시신 수습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5일(현지시간) NBC방송에 출연,“사망자가 1만명에 달한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헤어진 가족찾기 사이트 10만명 등록 루이지애나주는 수습된 시신들을 수용하기 위해 배턴루지 남쪽 세인브 가브리엘에 5000구 규모의 임시안치소를 마련했다. 또 4개의 법의학팀을 가동, 유전자(DNA) 분석 등을 통해 심하게 부패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카트리나로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미국 적십자사의 웹사이트에는 9만 4000명이 등록했다. 붕괴된 둑 복구에 나선 미 공병대는 뉴올리언스 폰차트레인 호수로 이어지는 17번가 운하에 금속판을 세우고 1350㎏의 모래주머니를 투하, 유실된 제방 60m를 메웠다. 이어 운하에 유입된 물을 호수로 퍼내기 시작했으며, 내긴 시장은 3주 뒤면 시내에서 물이 완전히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두번째로 배턴루지 등 피해지역을 방문,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초기 대응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지만 미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27만명 16개주 분산 `흑인 대이동´ 미 국토안보부는 카트리나로 인한 이재민 숫자는 27만 3600명이며 텍사스 등 16개 주에 분산돼 있다고 공식 집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재민을 수용 중인 플로리다 등 8개 주를 비상사태 선포지역에 추가, 비상사태 지역은 12개 주로 늘어났다. 로이터통신은 이재민이 된 뉴올리언스의 흑인들이 다른 지역에 정착한다면 20세기 ‘대이동’ 이후 최대 규모의 흑인 이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보험사들은 카트리나 피해로 지불해야 할 보험금이 140억∼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손실액은 1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복구를 위해 2차세계대전 뒤 유럽에 대한 원조계획인 ‘마셜플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미군 당국은 최대 4만명의 주방위군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장택동기자 외신종합 taecks@seoul.co.kr
  • 로메로가의 형제 듀오 콘서트

    ●로메로가의 형제 듀오 콘서트스페인 기타계의 로열 패밀리 로메로가의 형제들이 오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기타계의 거장 셀레도니오 로메로의 둘째 아들 페페 로메로(사진 왼쪽)와 막내 아들 앙헬 로메로(오른쪽). 이들은 그동안 각자 연주 활동과 음악세계로 좀처럼 한무대에 설 수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특히 동생 앙헬 로메로의 지휘로 형 페페 로메로의 오케스트라 협연이 이뤄져 눈길을 끈다. 이들은 부친이 직접 작곡한 ‘말라가 협주곡’을 비롯, 스페인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곡과 슈베르트와 로시니의 교향곡과 오페라 서곡을 연주할 예정. 이들의 연주는 시원하면서도 강렬하고,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즉흥연주로 유명하다.(02)2662-3806.●잘 생긴 기타리스트 크리스토퍼 파크닝20세기 최고의 기타리스트 세고비아의 수제자 크리스토퍼 파크닝. 드물게 미국 출신의 기타리스트다. 감미롭고 기품있는 연주에다 대중성까지 갖춰 인기가 높다. 백악관에서 초청 연주를 하고, 링컨센터에서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공연하는 등 독특한 음악성과 아름다운 기타 음색으로 이름을 날렸다. 오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에서 그는 호아킨 로드리고의 곡을 비롯, 스페인 노래·미국 노래·흑인 영가 등 다양한 곡으로 클래식 기타의 무한한 세계로 팬들을 이끌 예정이다.(02)541-6234.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군경 철통경계속 사고 잇따라

    |뉴올리언스(미 루이지애나주) 이도운특파원|뉴올리언스가 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임시 개방되면서 시 전체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대피했던 주민들에게 가옥과 살림의 침수 및 파괴 정도를 확인하고 임시 거처에 필요한 가재도구를 가져갈 기회를 주기 위해 개방을 하는 것이지만, 불만을 가진 주민들이 어떤 ‘집단 행동’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4일 배턴 루지에서 뉴올리언스에 이르는 주간 고속도로 I-10은 개인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군과 경찰, 장갑차와 각종 특수차량이 하루종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시의 중심부 카날 블루버드에는 중무장한 장갑차와 경찰 차량, 이를 취재하기 위한 방송, 신문사의 차량 등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 앞에서 순찰하던 장교에게 길을 묻자 “텍사스에서 왔기 때문에 나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날 뉴올리언스로 집결한 군과 경찰은 대부분 다른 주에서 이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뉴올리언스 시내로 들어와 친척의 사무실을 정리하고 배턴 루지로 나온 어학연수생 박재오씨는 “부시 대통령이 깎은 수해대책 예산 40%가 이라크전에 배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하면서 무엇보다 흑인들의 분위기가 매우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시내에서 헬기가 떨어지고, 난동자가 사살당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지고 시내 일부 지역에서 화재까지 발생, 시 전체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한인회의 전홍성 부회장은 “연방정부와 군이 워낙 뉴올리언스의 치안유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특별한 불상사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군과 경찰은 시내의 뒷골목까지 철통같은 경계를 벌이는 모습이 속속 눈에 띄었으며 특히 임시 수용소로 이용됐던 슈퍼돔 부근의 흑인 밀집지역 주변에는 철통같은 경비가 이뤄졌다.●긴장 속의 해방구 프렌치 쿼터 시 전체의 긴장된 분위기와는 별개로 뉴올리언스의 명물인 프렌치 쿼터는 나름대로의 낭만을 찾는 ‘자유인’들이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프렌치 쿼터에서도 가장 유명한 ‘밤의 문화’가 꽃피우는 버본 스트리트 인근의 이집트 기념품 상점 ‘이집트 케이브’ 2층에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싱글 남녀 5명’이 카트리나와 홍수에도 개의치 않고 함께 모여 생활하고 있었다. 상점 주인인 캐리 핸슬먼(43)은 “유일한 가족인 10년생 고양이 ‘버스터’를 버릴 수 없어 피신하지 않았다.”면서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핸슬먼은 “무엇을 먹고 사느냐.”는 질문에 “통조림이 많아 걱정없다.”고 말했다.5일 전부터 그녀의 싱글 숙소에 동참한 제이슨 우드는 “단전으로 냉동실에서 녹은 닭과 생선으로 어젯밤 바비큐 파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핸슬먼 등이 사는 건물의 바로 앞에 설치된 공중전화는 신통하게도 작동했으며, 이것이 이들이 바깥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장치였다.●한인 희생자는 아직 없어 외교통상부 등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카트리나 피해 신속대응팀(팀장 이경철 외교부 영사과 부과장)’은 인명피해 가능성이 우려돼온 뉴올리언스시 슬라이델 지역과 미시시피주의 빌럭시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한인 인명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카트리나의 집중 타격을 받은 두 지역은 그동안 외부 접근과 통화가 안돼 한인들의 인명피해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현장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한인들이 미리 대피했으며, 잔류 교민들도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신속대응팀은 밝혔다. dawn@seoul.co.kr
  • “코리아상권 6개월뒤나 회복”

    “코리아상권 6개월뒤나 회복”

    |뉴올리언스(미 루이지애나주) 이도운특파원|“한인 사업은 다 죽었다. 앞으로 적어도 6개월은 일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사업을 유지하겠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한국인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당초 우려만큼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은 무너진 건물과 파손된 물건들보다 앞으로의 사업 전망을 더욱 걱정했다. 뉴올리언스의 중심도로 가운데 하나인 베터런스 블루버드와 디비전 스트리트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동양마켓’. 주변은 쓰러진 나무와 전봇대, 떠다니는 쓰레기 등으로 어수선했다. 유리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니 진열대의 아랫부분까지 물이 찼던 듯 쌀 등 상품이 바닥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다. 다행히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상점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바로 옆 사거리에서 노인이 몰던 차가 경찰차를 피하려다 뒤집어졌다. 사고로 굉음이 나자 언제 나타났는지 한꺼번에 10여명이 몰려들었다. 피난가지 못한 뉴올리언스 주민들은 곳곳에 숨어 있었다. 동양마켓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또다른 한인 상점 ‘아시아마켓’은 입구를 나무판자로 덮어 못으로 박아놓았다. 아시아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서성거리자 누군가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한국말로 물었다. 상점 바로 앞 아파트 3층에 사는 최은순(33)씨. 시내 중심부 케너의 보석상에서 일하던 그녀는 카트리나가 이 정도로 심각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피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지난주 흑인 약탈자들이 아시아마켓의 나무판자를 뜯고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금고를 뒤졌다고 했다. 사업차 시카고에 머물다 마켓이 약탈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뉴올리언스로 돌아온 주인 이영선씨는 낙담하는 대신 사업을 다시 일으켜세울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용역업을 하는 교포 박귀헌(52)씨는 “한인이나 미국인이나 이제 이곳에서의 사업은 다 죽었다.”며 “최소한 6개월은 일을 못하게 됐는데 어떻게 사업을 유지하겠느냐.”며 한탄했다. 한인들 업소가 밀집한 매터리 지역에 있는 한인 세탁소 로열 클리너의 건물은 심하게 파손됐지만 건물 안은 다행히 거의 피해가 없었다. 뉴올리언스에서 피신한 한인들은 미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80% 정도가 지난 2·3일 집과 상점으로 들어갔다 왔다고 한다. ●부시 원망하는 이재민들 “백인들 사는 미시시피는 엄청난 지원을 해줬다고 하더라. 뉴올리언스는 흑인들만 산다고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 것 아니냐.” 전쟁이 끝난 폐허 같은 뉴올리언스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참상을 전하며 부시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고스란히 털어놓았다. 중심가에 위치한 서민지역 세버 스트리트에서 만난 차베스 일가는 기자를 자신들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아파트 건물은 강풍으로 유리가 깨져나가 성한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천장의 일부는 내려앉았고, 마당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실내는 전기와 물이 끊겨 침침하고 악취가 진동했다. 두 아이와 함께 전기와 물이 공급되길 기다린다는 오달리스 차베스(40·여)는 “왜 피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집을 놔두고 어디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얼 먹고 사느냐고 묻자 “쌀만 먹고 산다.”고 했다.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아들 케스와니(14)는 “학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12월에야 문을 연다고 한다.”면서 “그 전에 우리집 지붕이 무너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차베스 가족과 인터뷰 하는 도중 주변으로 한두명씩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선량한 주민들로 보였지만, 일단 고립된 지역에서 이들에게 둘러싸이자 긴장감이 돌았다. ●지옥 같은 임시 수용소 어학 연수 중이던 툴레인대학에 머물다 고립되는 바람에 뉴올리언스 컨벤션 센터에서 이틀간 머물렀던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박재우씨는 “지옥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가 끊긴 컨벤션 센터는 밤이 되면 암흑 천지”라며 “그 안에서 총격과 강간, 도둑질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가 발생하더라.”고 전했다. 재우씨는 물이 빠지면서 곧바로 컨벤션 센터를 나왔으며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흑인이라 당했다” 갈등폭발 초읽기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고 온 혼란상이 적전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연방 정부는 4만여 병력을 투입하는 등 수습에 뒤늦게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책임 공방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빈부와 흑백 차별 논쟁까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고 있다.●“부시가 `치욕의 합중국´ 만들었다” 흑인의원협회장인 엘리자 커밍스 하원의원(민주)은 3일(현지시간) “생존과 죽음을 가른 것은 가난과 나이, 피부색 차이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도 “부시 행정부의 무능으로 흑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W S 라일리 뉴올리언스 경찰청 차장은 “투입된 주방위군이 카드 게임을 즐겼다.”고 비난했다. 정치권은 6일 청문회를 열어 쟁점화할 태세다. 민주당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은 “무관심이 대량살상무기”라고 비아냥댔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부시 정부가 미국을 ‘치욕의 합중국’으로 만들었다.”고 썼다. 그러나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장관은 “원폭이 투하된 것과 비슷한 최악의 참사였지만 정부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수해지역을 돌아볼 때 부시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도 구설수에 올랐다. 처음에는 “구호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가 “구조에 나선 사람을 모욕할 뜻은 없었다.”고 해명하더니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장에겐 ‘브라우니’란 애칭까지 쓰며 격려했다. 또 경호상 문제를 내세워 가장 많은 사람이 대피해 있던 뉴올리언스 슈퍼돔과 공항에 차려진 임시병원 등은 찾지 않았다. 휴가지에서 돌아오지 않은 딕 체니 부통령과 뉴욕에서 쇼핑과 뮤지컬을 즐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블로거들의 도마에 올랐다.●구호 손길 아직도 못 미치는 곳 많아 부시 대통령은 정규군 7000명과 주방위군 1만명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또 절대로 병력을 빼내지 않겠다던 이라크 파견 공군 병력 300명을 수해지역에 배치하기로 했다. 부시 대통령은 5일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를 다시 찾을 계획이다. 뉴올리언스 생존자 4만 2000명이 텍사스주 등으로 대피하고 구호품도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아직 도시 곳곳에 5만여명이 고립돼 치안은 여전히 불안하다. 시신 수습작업이 겨우 시작됐지만 질병과 자살로 하루에 10여명씩 계속 숨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드러지리포트는 한 생존자가 인육을 먹었다는 소문을 전했고, 나이트리더는 TV카메라가 비치지 않는 곳에는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은 “사망자가 루이지애나주에서만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솔루션은 약 100조원의 경제 피해를 추산한 데 이어 영국 일요신문 옵서버는 보험금 청구액만 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 손길도 쇄도하고 있다. 미국과 껄끄러운 베네수엘라가 석유 100만배럴, 쿠바가 의료진 1100명 파견을 제의하는 등 40개국이 구호의 뜻을 전해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대형 허리케인이 남부를 엄습할지 모른다는 예보가 미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줬다. 콜로라도주립대 윌리엄 그레이 교수팀은 “허리케인 시즌이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시속 177㎞가 넘는 강풍을 동반한 대형 허리케인이 이달 안에 또 덮칠 가능성이 43%”라고 예상했다.박정경기자 외신 olive@seoul.co.kr
  • 실종說 ‘재즈 거장’ 도미노 생존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는 재즈와 랩의 고향인 만큼 음악인들의 피해도 만만찮다. 한때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전설적인 재즈 가수 패츠 도미노(77)는 1일(현지시간) 구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피하라는 주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허리케인을 이겨내겠다.”며 아내 등과 집에 남았던 도미노는 배를 타고 구조됐다고 딸이 확인했다.‘에인트 댓 어 셰임’ 등의 히트곡을 남겼으며, 그래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도미노는 로큰롤을 탄생시킨 인물 중 한 명일 만큼 전설적인 흑인 뮤지션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저널] ‘미국판 쓰나미’ 흑인피해 컸던 이유는

    미국의 TV를 통해 허리케인 재난 방송을 시청하다 보면 조심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방송 화면 속의 재해 현장에 등장하는 이재민들이 거의 대부분 흑인이라는 것이다. 지친 표정으로 슈퍼돔에 수용된 사람들, 고가도로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물이 허리까지 찬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상점을 약탈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흑인들뿐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흑인들만 골라서 피해를 입힌 것일까?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번 허리케인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주민 가운데 67%가 흑인이다.또 미시시피주에서 큰 피해를 입은 카운티들도 흑인 주민의 비율이 작게는 25%에서 크게는 85%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피해자 가운데 흑인이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의 방송과 신문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지적하는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워싱턴포스트가 발행하는 인터넷 매체 슬레이트닷컴의 잭 셰이퍼 칼럼니스트는 “대부분 백인인 TV 앵커와 기자들은 피해자의 대다수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도하지 않는다.”면서 “그 문제를 잘못 건드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멍에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좀 더 심각한 것은 흑인들이 피해를 입은 이유이다.이들은 대부분이 도심에 살며 그야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빈민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초대형 허리케인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또 알았더라도 대피할 만한 형편도 안 됐다고 한다. 차도 없지만 타지에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했기 때문에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유일 초강대국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조지 부시 정부는 2500만명의 이라크 주민을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고,2200만명의 북한 주민에게 ‘인권’을 돌려주기 위해 특사까지 임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미 센서스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3700만명의 빈곤층이 존재한다.특히 1970년대 이후 미국의 빈곤층은 줄곧 전체 인구의 10∼15%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그 수치는 대체로 흑인의 인구 비율과도 비슷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초강대국 미국이 안고 있는 인종문제, 또 그와 맞물린 계층간의 간극이라는 사회적 그늘도 살짝 들춰낸 것 같다.dawn@seoul.co.kr
  • [새영화] 오늘개봉 ‘게스 후?’

    [새영화] 오늘개봉 ‘게스 후?’

    2일 개봉하는 케빈 로드니 설리반 감독의 영화 ‘게스 후?’(Guess Who)는 흑인과 백인간의 신경전과 화해가 스토리 전개의 중심축이다. 흑인 집안에 백인 사위가 들어오면서 생겨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코미디로 녹였다. 결혼 25주년을 앞둔 중년의 흑인 남자 펄시 존스(버니 맥)는 혼기가 꽉 찬 딸의 사윗감으로 소박한 조건을 지녔다. 그저 멀쩡한 직업에 운동을 조금 하면 되고, 제시 잭슨 목사나 빌 코스비처럼 미국 사회에서 모범적인 흑인이면 더욱 좋다. 어느 날 딸 테레사(조 살 다나)가 사윗감 사이먼(애시톤 커처)을 집으로 데리고 온다. 순간 펄시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얼굴 색깔이 검은색이 아닌 것. 게다가 운동에 ‘운’자도 모르고, 직장도 잃은 ‘백수’다. 펄시는 사이먼이 영 마뜩지 않다. 결국 펄시는 사이먼을 쫓아내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영화속에는 흑인 장인과 백인 사위간의 미묘한 갈등이 잘 버무려져 있다. 관객의 배꼽을 잡아빼는 대사와 행동, 잔잔한 감동을 주는 상황설정 등은 관객의 흥미를 이끈다. 그러나 극 초반의 긴장감은 뒤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것이 흠. 흑-백 커플간의 밀고 당기는 얼개가 뒤로 갈수록 성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과 다양하게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충분한 재미로 다가온다.12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불량공주 모모코(2일 개봉) 장르/등급 코미디/15세 감독/배우 나카시마 데쓰야/후카다 교코·쓰치야 안나 줄거리 치렁치렁한 드레스에 목숨 건 16세 소녀, 동갑내기 스쿠터 폭주족의 우정. 20자평 황당무계하지만 이보다 더 재기발랄할 수 없는 이야기. ●아일랜드 장르/등급 SF/12세 감독/배우 마이클 베이/이완 맥그리거·스칼렛 요한슨 줄거리 장기제공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의 ‘시스템 탈출기’ 20자평 액션이 화려한 SF, 그러나 생각보다 약한 철학적 메시지. ●그녀는 요술쟁이 장르/등급 코미디/12세 감독/배우 노라 에프론/니콜 키드먼·윌 페렐 줄거리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움직이던 미녀 요술쟁이, 달콤쌉싸름한 인간세상 적 응기. 20자평 니콜 키드먼으로 빛나는, 그러나 그녀를 빼면 시체(?)인 영화. ●크림슨 리버 2(1일 개봉) 장르/등급 미스터리 액션/15세 감독/배우 올리비에 다한/장 르노·브누아 마지멜 줄거리 성서의 비밀을 단서로 살인사건의 진실을 캐는 수사극. 20자평 근사한 재료, 평범하게 주저앉은 미스터리. 창대한 시작, 미미한 끝. ●게스 후(2일 개봉)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케빈 로드니 설리반/베니 맥·애쉬튼 커처 줄거리 흑인 집안에 들어온 백인 예비사위의 좌충우돌 ‘사랑 쟁취기’. 20자평 색다른(?) 장인과 사위의 신경전은 재미만발, 남녀주인공의 로맨스 강도는 기대치 이하. ●박수칠 때 떠나라 장르/등급 미스터리 드라마/15세 감독/배우 장진/차승원·신하균·김지수 줄거리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48시간의 살인 수사극. 20자평 차승원, 신하균의 에너지가 스크린에서 ‘이글이글’. ●웰컴 투 동막골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박광현/정재영·신하균·강혜정 줄거리 전쟁도 비켜간 산골마을에서 엮는 국군, 인민군, 미군의 가슴 찡한 동거담. 20자평 넉넉한 산골 풍광, 푸진 웃음, 찡한 감동. 그러나 하염없이 느린 걸음.
  • 반전운동 물결에 할리우드 스타 동참

    |크로퍼드 연합|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와 영화배우 마틴 쉰이 28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 인근에서 벌어진 반전 시위에 동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는 샤프턴 목사는 이날 범종교간 기도회에서 반전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신디 시핸 등을 거론하며 “특히 이 나라의 양심이 된 신디를 비롯해 이 가족들과 함께 나서고 용기를 갖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의무가 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NBC TV의 드라마 ‘더 웨스트 윙’에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역을 맡고 있는 배우 마틴 쉰도 이날 시핸을 만나고 연설했다. 그는 300여명의 청중에게 “나는 여러분이 내 직업을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것 역시 내가 살아 있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공연리뷰] 베일벗은 뮤지컬 ‘아이다’

    [공연리뷰] 베일벗은 뮤지컬 ‘아이다’

    제작비 130억원,8개월간의 최장 공연 등 갖가지 화제를 불러일으킨 뮤지컬 ‘아이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기대만큼 우려도 컸던 ‘아이다’는 지난 27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공연에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작품의 완성도’라는 1차 관문은 일단 무난하게 통과한 셈. ‘미녀와 야수’‘라이온 킹’과 더불어 3대 디즈니 뮤지컬인 ‘아이다’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기존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감각적인 첨단 무대매커니즘이다.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에서 풍기는 고전적인 웅장함 대신 뮤지컬 ‘아이다’는 단 1초도 관객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현대적인 세련미와 속도감으로 승부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조명과 의상, 무대의 조화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푸른 조명 아래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유영을 하는 수영장 장면은 기발했고,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가 시녀들과 패션쇼를 벌이는 장면은 실제 쇼를 무색케 할 정도로 화려했다. 금지된 사랑에 빠진 장군 라다메스와 노예인 누비아 공주 아이다, 그리고 라다메스의 약혼녀 암네리스가 레이저빔을 쏘아 만든 삼각형 피라미드 아래서 각자의 심정을 노래하는 장면은 가슴 시렸다. 수천년 전,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비극적 러브스토리는 이런 최첨단 장치 덕에 시공간의 간극을 가뿐히 뛰어넘어 객석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지난해 9월 막내린 브로드웨이 현지 프로덕션에서 공수해온 오리지널 세트와 의상, 조명은 국내 무대에서도 토니상(2000년)의 이름값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팝의 황제 엘튼 존과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의 노래는 사랑의 기쁨과 배신의 분노, 이별의 애틋함을 적절히 엮어내며 감정선을 건드렸다. 공연을 앞두고 가장 우려됐던 부분은 우리 배우들의 역량이었다. 특히 타이틀롤을 맡은 가수 옥주현을 두고 뒷말이 분분했다. 하지만 오프닝 공연을 장식한 옥주현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뽐냈다. 대사로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발성은 또렷했고, 군데군데 어색한 동작이 눈에 띄었지만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예사롭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기의 허점을 눈감아 주고 싶을 만큼 탁월한 노래솜씨는 발군이었다. 이석준(라다메스)과 배해선(암네리스)은 베테랑 배우답게 안정감있는 연기를 선보였으나 긴장한 탓인지 고음 처리가 다소 불안정했다. 흑인 앙상블 배우가 대거 출연한 브로드웨이 공연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춤과 노래 등 아프리카 문화를 표현하는 데 있어 우리 배우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못내 아쉬웠을 듯싶다. 뮤지컬 ‘아이다’의 앞에는 이제 두번째 관문이 놓여있다.8개월간의 장기 공연을 이끌어줄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하는 일이다.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프리뷰 기간동안 입소문이 나면서 매일 한 회분(1000여장)의 티켓이 팔리고 있다.”며 흥행을 낙관했다.‘오페라의 유령’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고,‘맘마미아’처럼 중장년을 사로잡을 확실한 코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아이다’가 과연 이들의 흥행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문혜영(아이다), 이건명(라다메스)이 더블 캐스트로 번갈아 무대에 선다.(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셸리뮬라컵 국제초청농구대회] SK김일두 “신인왕 슬램덩크 보라”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 이재훈 특파원| 지난 26일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셸리뮬라컵 국제초청농구대회 SK와 일본프로대표 도시바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 승자가 예선 1위로 준결승에 오르기 때문에 올해 SK지휘봉을 맡아 첫 공식대회를 치르는 ‘호랑이’ 김태환(55) 감독의 얼굴에 잔뜩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난데없이 앳된 얼굴의 한 선수가 김 감독의 배를 스윽 문지르더니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코트로 나섰다. 김 감독이나 동료 선수, 프런트들은 경악했다. 이튿날인 27일 필리핀프로대표 알라스카와의 준결승전. 어제의 그 ‘발칙한’ 선수가 오늘은 호랑이 얼굴로 변했다. 매치업 상대가 바로 4년전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상까지 탔던 아티머스 매클래리라 투지가 불타오른 것. 전혀 위축되지 않은 표정으로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블록슛을 당해도 스프링처럼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결국 팀은 7점차로 졌지만 매클래리를 상대로 팀내 최다인 22점(3점 5개) 5리바운드를 따냈다. 고려대 출신 새내기 포워드 김일두(23)의 기세가 무섭다.2005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SK유니폼을 입은 196㎝ 98㎏의 김일두는 당초 적당한 키와 능력을 가진 백업 포워드감으로 점찍혔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경복고 시절부터 스스로 웨이트 트레이닝하며 단련한 몸은 흑인 선수들의 파워에도 밀리지 않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500개씩 던졌다는 슈팅도 웬만한 슈터 이상으로 정확했다. 때문에 김일두는 전지훈련 겸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무릎 부상으로 빠진 국가대표 포워드 전희철의 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6경기 평균 19.2점 4.8리바운드로 주포 조상현(24.3점)에 이어 팀내 두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넘치는 자신감으로 김태환 감독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지만 김 감독은 김일두가 밉지 않은 눈치다. 김 감독은 “일두처럼 늘 웃으면서 자기 할 일은 다하는 선수들이 감독으로서 정이 가는 법”이라면서 “체력과 수비만 보완하면 올 프로농구판에서 큰 일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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