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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3남 등 측근 32명 니제르로

    리비아 국가원수에서 도망자 신세가 된 무아마르 카다피의 셋째 아들 알사디가 리비아와 남쪽 국경을 접한 니제르로 탈출했다. 반군은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태도를 바꿔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를 합법 정부로 인정했다. 반면 카다피 측 반격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카다피군뿐만 아니라 반군도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AFP통신은 알사디를 포함한 카다피 정권 핵심 인사 32명이 리비아와 남쪽 국경을 접한 니제르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브리기 라피니 니제르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현지 주재 외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일행 중에는 알사디뿐 아니라 군 장성 3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라피니 총리는 “니제르에 입국한 32명 중 국제 사법당국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거나 수배령을 내린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리비아의 반군 대표인 무스타파 압둘 잘릴 NTC 위원장은 같은 날 트리폴리 중심지에 위치한 순교자 광장에서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연설을 하면서 향후 정국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법치국가를 추구하며 온건 이슬람에 기반한 민주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 정권 치하 가해자들을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며 이들의 가족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권익 향상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NTC 2인자인 마무드 지브릴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새 정부가 7~10일 사이에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 측이 자신감을 보이는 반면 카다피 친위부대는 리비아 최대 유전지대인 라스 라누프 정유시설을 공격해 17명이 숨지는 등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NTC 석유부 관리인 압달릴 살라는 “이 공격은 카다피군의 소행”이라면서 “정유시설 경비원들에게 공포를 주고 원유 생산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군의 거점인 바니 왈리드, 시르테 등지에서는 반군과 카다피군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인권단체인 AI는 13일 리비아 반군 역시 카다피를 축출하는 과정에서 살인과 고문 같은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 중 일부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니컬러스 베거 앰네스티 유럽 지부장은 특히 “지난 2월 카다피가 흑인을 용병으로 고용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 결과 이제는 무고한 이들까지 집과 일자리를 빼앗기고 거리로 쫓겨나 고문당하고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과 세계은행(WB)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NTC를 리비아를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밝혔했다. 중국은 내전 발생 이전까지 석유개발과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에서 3만 50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파견해 188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50개를 진행하는 등 리비아와 적지 않은 경제협력 관계를 맺어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1人 32役… 남편이 준 최고의 선물 매번 아이 낳는 심정이죠”

    “1人 32役… 남편이 준 최고의 선물 매번 아이 낳는 심정이죠”

    1인 32역의 연극은 어떤 느낌일까. 56년째 무대 인생을 걷는 배우 김성녀(61)의 연극 ‘벽 속의 요정’을 직접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벽 속의 요정’은 한국전쟁 직후 40여년 동안 벽 속에 숨어 딸의 성장을 지켜본 아버지, 아버지가 죽은 줄만 알았던 다섯 살 순덕이가 숙녀로 커가면서 늘 대화를 나누던 벽 속의 요정이 아버지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 1인극이다. 부녀 간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가난과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가정을 지켜온 어머니 등 가족의 뜨거운 사랑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품을 보다 보면 서른두 가지 배역을 요리조리 잘 조리하는 김성녀의 연기력에 먼저 놀라고, 탄탄한 스토리에 두 번 놀라고, 극이 주는 감동에 세 번 놀란다. 그래서일까. 매회 공연 때마다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벽 속의 요정’이 김성녀라는 배우를 통해 관객을 만난 지 벌써 올해로 7년째다. 팔색조 같은 배우 김성녀를 지난 1일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 PMC자유소극장에서 만났다. 2005년 초연 당시 10년간 ‘벽 속의 요정’으로 살겠다고 선언한 김성녀. 한데 올해 초 90을 바라보는 노()배우 백성희·장민호 선생의 ‘3월의 눈’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단다. 배우생활을 지나치게 나이로 제한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그녀는 앞으로 매년 이 작품에 도전할 생각이다. “제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마당놀이잖아요. 극단 ‘미추’ 대표(손진책·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마누라였기 때문에 제 이름을 내건 연극을 하기 어려웠죠. 그런데 2005년에 송승환 PMC 대표가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격으로 여배우 1인극 시리즈를 시작하는 바람에 ‘벽 속의 요정’을 만날 수 있었지요. 그 이후로 연극, 뮤지컬 무대에 더 많이 설 수 있었고요. 제겐 무척 남다른 작품입니다.” ‘벽 속의 요정’ 연출가는 남편 손진책(64)이다. 초연 때부터 부부는 연출가와 여주인공으로 함께하고 있다. “공연 준비하면서 많이 싸웠어요. 손 감독이 ‘연기를 그렇게 하지 마라. 연기가 삼류다’라며 어찌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던지…. 나 또한 말을 안 듣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안 되겠다 싶어 스태프들 전부 불러 공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서 연습을 했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두 사람은 부부 사이를 넘어 예술적 동지이자 우군이다. 연출 욕심이 유별난 손 감독이 2005년 ‘벽 속의 요정’ 연출을 맡은 것은 그해 결혼 30주년을 맞아서였다. 연출가의 영향력은 되도록 최소화하고 1인 32역의 배우, 김성녀를 돋보이게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도 ‘벽 속의 요정’은 남편이 자신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초연 때 참 많이 울었어요. 제 생각엔 남편도 ‘벽 속의 요정’이에요. 연극이란 벽 속에 갇혀 있죠. 인생에서 한 부분에 갇혀 사는 사람,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받는 영향 등에 대해 많이 공감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게 여러모로 선물이에요.” 7년째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그녀이지만 공연을 앞두고는 늘 긴장의 연속이란다. “1인 32역에 대사도 많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작품에 쏟아부어요. 매번 아이를 낳는 심정이죠.” 분장실 거울 한편에 공연 날짜가 기록된 달력이 붙어 있다. 날짜마다 동그라미(O), 세모(△) 표시가 돼 있었다. 간혹 엑스(X)자도 보였다. “매일 실수를 해요. 7년째 하는 공연이지만 1, 2막 모두 완벽하게 한 공연은 서너번밖에 안 돼요. 대사를 틀리지 않은 날은 별(★)표, 대사를 틀리면 동그라미, 마음에 안든 날은 세모 등으로 표시하면서 매일 저 자신을 점검하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005년 첫 공연 때였어요. 순덕 엄마가 ‘살아 있는 남편 제사를 지낼 수 없다. 교회를 다니겠다’라는 대사를 해요. 근데 400여명의 관객이 폭소를 터뜨리는 거예요. 평소 연습 때 스태프들이 아무도 웃지 않았기에 혹시 뭔가 실수한 건가 싶어 당황했죠.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다음 대사가 전혀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결국 저도 웃으면서 무대를 두 바퀴 돌았죠. 1인극이다 보니 대사를 까먹어도 상대방이 대처해주는 게 없어 아찔할 때가 많아요.” ‘벽 속의 요정’을 통해 그녀는 수많은 관객을 만났다. 그 가운데 극 중 소녀와 이름이 같았던 순덕이란 팬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순덕이란 분이 제게 울면서 오셨어요. 살기가 너무 어려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는데 공연을 본 뒤 희망을 얻었다며 고마워 하더라고요. 한 2년간 늘 공연장에 그분이 오셨어요. 지금도 그분이 어떻게 사시는지 문득문득 궁금해요.” 연극을 본 뒤 ‘배우 김성녀의 미학’이란 블로그를 운영 중인 광팬도 있단다. 그녀는 오는 11월 김정옥(79) 연출가의 데뷔 50주년 기념작이자 100번째 작품인 연극 ‘흑인 창녀의 노래’를 통해 또 한번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벽 속의 요정’은 오는 25일 막을 내린다. 5만원. (02)745-8289.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안창호 선생 아시아인 첫 ‘세계 인권 명예의 전당’에

    안창호 선생 아시아인 첫 ‘세계 인권 명예의 전당’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인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안창호 헌액 추진위(위원장 이강공)는 내년 1월 6일 애틀랜타에 있는 마틴 루터 킹 센터내 명예의 전당에서 도산 선생의 발자국을 새기는 헌액식이 열린다고 1일 밝혔다. 인권 명예의 전당은 자유와 평등 구현에 앞장선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1994년 설치됐으며, 지미 카터·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앤드루 영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흑인 인권운동가인 로사 파크, 팝가수 스티비 원더, 제시 잭슨 목사 등이 올라있다. 이 위원장은 센터 내 안창호 동상 건립도 예정대로 추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문화마당] ‘나가수’와 바비킴/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나가수’와 바비킴/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편곡이었다. 원곡의 틀을 바꾼 편곡의 묘미는 가창자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흡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내가 알았던 이 노래가 이런 느낌의 노래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퍽 놀랐을 것이다. 최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바비킴은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편곡해 바비킴만의 색깔을 선사했다. 랩 부분에는 자신이 리더로 팀을 이끄는 힙합그룹 부가킹즈의 노래 ‘틱택토’를 차용해 곡과 곡을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었다. 우리나라에서 흑인음악과 레게음악을 제대로 하는 뮤지션도 얼마 없지만, 손에 꼽히는 뮤지션 중 한명이 바비킴이다. 색다른 무대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바비킴의 음악적 내공은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도 닮아 있다. 바비킴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를 보면서 감개무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면식도 없지만 동시대를 미국에서 함께 살아온 바비킴에게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자신의 어린 날을 투영할 만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종 편견’이라는 거대한 삶의 암초에 부딪히면서 미국 사회에서 좌초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점에서 바비킴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바비킴은 “오바마가 당선되고 취임식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죠. 그의 권좌는 능력이 있으면 출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편견과 차별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거죠. 어렸을 때 나는 피부색이 노란 흑인인 줄 알았습니다. 점점 커가면서 내가 토종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만큼 인종차별은 가슴을 아프게 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참는 법을 가르친 일종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라고 소회했다. 1975년, 두살배기 바비킴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갔다. 1993년 20살의 나이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31살의 늦깎이로 인기 가수에 이름표를 올렸다. 2006년에 발표한 음반에서 ‘고래의 꿈’이 히트를 기록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바비킴은 음악적 찬사와 인기를 누리기까지 그 역경이 한편의 소설 같다. 미국 ‘토머스 에디슨’ 초등학교를 다니던 바비킴에게 백인 친구들의 멸시는 차치하고라도 담임선생이 보여주었던 피부색에 대한 편견과 그 차별은 영원히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언제나 꼬투리를 찾아서 매일같이 구박을 일삼는 선생에 맞서 끝까지 버텨냈다. 지금 생각하면 동화나라 이야기 같다고 털어놨다. ‘너의 머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얼굴을 찡그리는 선생의 지적이 너무 싫어서 같은 반 한국인 친구와 집에서 샴푸를 수차례 하고 머리카락을 말린 다음 린스를 다시 바르고 등교하곤 했다. 편견과 차별로 얼룩진 미국 사회에서 그는 음악이 유일한 탈출구였고 희망이었다. 알려진 대로 바비킴의 아버지는 70년대 가요사를 풍미한 유명 트럼펫 연주자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열풍처럼 불었던 힙합음악에 자신의 인생을 던진 바비킴은 한국으로 귀향하고서도 꼭 10년 동안 무명의 설움을 속으로 삭였다. 1994년 레게음악을 선보인 그룹 ‘닥터레게’에서 래퍼로 몇달 활동했지만 생활은 극도로 궁핍해졌다. 그후로 바비킴은 “안 해본 것이 없다.”는 말로 생활의 절박함을 표현했다.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에서 괴물1 배역을 맡은 성우로, 사극 드라마에서 프랑스 군인 역할의 엑스트라로, 새벽에는 래퍼로 녹음실을 기웃거린 적도 있다. 바비킴의 음악을 들으면서 아주 독한 사랑의 애절함을 느꼈다면 아마도 그의 불굴의 이력이 이입되었을 것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가수가 인기를 얻는 것에는 행운도 따르겠지만, 그 이면에 말하지 못하는 전쟁과 같은 치열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숙연한 사실을 안 연후에 노래를 음미하는 일은 또 다른 감회와 맞닥뜨리게 된다. 감동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 [육상은 SF다] (2)유전적 요인과 훈련 시스템

    세계적인 육상선수는 타고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논란이 많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타고난 자질을 갖춘 선수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꽃피우게 되는 것이다.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선수들의 장거리 종목 독점현상은 무엇보다도 유전적인 능력이 바탕을 이룬 것으로 해석한다. 유전학분야는 최근 스포츠과학에서도 중요한 관심주제다. 유전자형에 의한 잠재적 특성을 우수한 표현형의 선수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된 적용과정이 유전학 접목 스포츠과학이 포함한 핵심 내용이다. 아프리카의 장거리 선수들은 특이적 호르몬의 유전적인 특성이 환경요인 및 훈련과정에 의한 자극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독점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사인 볼트를 비롯한 자메이카 선수들이 단거리 종목을 석권하는 중요한 원인도 유전적인 특성으로 간주된다. 자메이카 공대 에롤 모리슨 교수와 영국 글래스고대학 공동연구팀은 자메이카 육상선수의 70% 이상이 근육 수축과 이완을 빠르게 일으키는 ‘액티닌-3’라는 특이 유전자를 가진 반면에 호주 육상선수들은 단지 30%만이 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보고했다. 과거 영국 식민지시절 1948년 런던올림픽 우승자 아서 윈트,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우승자 영국의 린퍼드 크리스티,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우승자 캐나다의 도노반 베일리 등도 모두 자메이카 출신이다. 물론 1인당 GDP 5000달러에 그치는 가난도 주된 요인이다. 자메이카의 단거리 유전자는 서아프리카로부터 건너온 흑인 유전자로 간주되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100m 결승에 진출한 8명이 모두 서아프리카 출신이다. 단거리 유전자를 타고난 선수는 훈련에 의해서 세계적인 마라톤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육상선수의 경기력은 40% 이상은 선천적인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게 중론이며, 세부종목의 단기간 훈련을 통한 현저한 향상은 거의 불가능하다. 역대 올림픽 육상 4관왕을 살펴보면 100m, 200m, 멀리뛰기 및 400m 계주에서만 우승했다. 벨기에의 반 담메 박사는 2002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600명의 10종경기선수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2개의 특정종목에서 경기력이 매우 우수한 선수일수록 10개 종목 전체의 평균 경기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며 특정종목에 우수한 선수일수록 그와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유전적 특성만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에서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육상 강국인 미국, 자메이카, 케냐, 독일 등을 살펴보면 완벽한 훈련시스템을 갖췄다. 미국은 체계적인 코치양성제도와 1000여곳에 이르는 육상훈련센터에서 적용되는 첨단과학의 훈련시스템, 중·고 및 대학의 다양한 육상교육프로그램 등이 갖추어져 있다. 자메이카도 유망주 발굴, 지도자 육성 및 훈련시스템이 육상클럽, 학교, 정부 간에 유기적으로 갖춰져 있다. 또한 잔디로 이루어진 트랙에서 매주 개최되는 육상대회, 훈련센터와 육상클럽을 가득 메운 꿈나무들의 끊임없는 훈련, 달리는 것을 즐기는 마음의 자세 등이 육상강국의 비결이다. 장거리의 최대강국 케냐는 정부나 학교보다는 에이전트와 마케팅능력을 갖춘 회사가 선수 발굴, 스카우트, 합숙훈련, 매니저, 대회출전 등을 전담하여 꿈나무선수 시절부터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육성한다. 세계적인 육상선수는 역시 타고난 천부적인 능력과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 탄생한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 버스 안 ‘노인 폭행’ 흑인 1시간 만에 풀려나

    버스 안 ‘노인 폭행’ 흑인 1시간 만에 풀려나

     만원 버스 안에서 60대 한국 남성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 28일 새벽 1시쯤 경찰에 체포된 미국인 영어강사 H(24)씨가 곧바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지난 27일 밤 11시쯤 119번 성남 시내버스 안에서 선모(61)씨를 폭행한 H씨를 체포한 지 1시간여 만에 풀어줬다고 전했다. 경찰은 H씨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려 했으나 관할 내 통역관이 없어 정상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외국인등록증으로 H씨의 체류 자격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신원 보증을 세운 뒤 풀어줬다.  이 관계자는 “국내법상 외국인 피의자가 입건되면 반드시 외국인 통역관 입회하에 조사하게 돼있다. 하지만 관할 내 통역관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을 뿐더러, 민간과 계약이다 보니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대거나 아무런 통보 없이 이사를 가 연락이 안 될 때가 많아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분당경찰서는 목격자들을 조사하고, 버스 안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한편, 통역관이 수배되는 대로 30일 오전 중에 피의자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은 문제의 장면을 담은 ‘흑인 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다. 28일 오후부터 급속도로 퍼져 나간 동영상은 버스 안의 다른 승객이 촬영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에서 선씨는 큰 소리로 전화통화하는 H씨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격분한 H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선씨에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욕설을 퍼붓고 조롱했다. 레게 머리를 한 거구의 H씨는 선씨에게 계속 ‘shut up(닥쳐)’, ‘don’t talk to me(나한테 말 걸지마)’ 등 고함을 치며 때릴 것 같은 위협적인 동작을 취한다. 한국인 승객들은 “아저씨가 참아”, “하지 마”라며 말렸지만 H씨는 오히려 낄낄거리며 한국말로 “야 이 개XX야”라고 욕설을 한다.  또한 자신을 말리는 여성 승객에게 여자를 비하할 때 쓰는 ‘bitch’라고 부르면서 팔을 잡아당겨 여성이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H씨는 자신의 뺨을 때리는 시늉을 하더니 “한번 때려보라”고 소리친 뒤 급기야 주먹으로 선씨를 폭행했다. 이에 승객들이 버스 기사에게 “내리게 해요”, “경찰서로 가세요”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누리꾼들은 격렬한 반응을 내놨다. “경찰에 넘겨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과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약 한 것 아니냐?” 는 의견, 또 “당시 버스 내 주변 사람들은 왜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나?”라는 의견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선씨의 말을 H씨가 흑인 비하 발언으로 오해해 벌어진 일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말다툼을 벌이던 선씨가 “니가 자리에 앉아.”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 H씨가 ‘니가’를 ‘Nigga(흑인을 비하하는 표현)’로 잘못 알아 들은 게 소동의 발단이 됐다는 풀이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마틴 루터 킹 목사 조각상 ‘메이드 인 차이나’ 논란

    오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공식 개관하는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리는 조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높이 9m 정도의 이 거대 조각상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한마디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것. 이 조각상은 후난(湖南)성 출신의 조각가 레이 이신이 제작해 미국으로 운반해 왔다. 당초 이 조각상은 제작 전 부터 “왜 미국 위인의 조각상을 미국인이 만들지 않고 중국인에게 의뢰하는가?”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또다시 이같은 논란이 일게 된 것은 조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팔장을 낀 거대 조각상의 모습이 대단히 권위적으로 보여 공산주의 국가의 체제 선전용 동상과 비슷하다는 것. 미국의 한 언론은 “양복 상의 디자인이 마치 마우쩌둥(毛澤東·전 공산당 주석)상 같다.”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논란은 더 있다. 킹 목사 생전에 주장해왔던 평등과 인권 정신이 현재 중국의 반인권적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조각가 레이 이신은 “킹 목사는 흑인 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중요한 인물”이라며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도발’…30代 작가 24명 의기투합 ‘백년몽원’전

    ‘도발’…30代 작가 24명 의기투합 ‘백년몽원’전

    전시장 입구 바깥에 덩그러니 놓인 탁구대. 처음엔 작가들의 심심풀이용인 줄 알았다. 게임 한 판 벌일라치면 특이한 풍경에 맞닥뜨린다. 흰 선, 그러니까 아웃을 판정해줄 흰 선을 한데 모아 탁구대 한가운데 네모를 만들어뒀다. 탁구대 위 흰 선이 그려진 부분을 일일이 오려내 가운데 네모 부분에 채워 넣고, 원래 녹색으로 칠해진 네모 부분을 파내 원래 흰 선이 있던 곳에 배치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곳에서 시합을 하는 이들은 모두 흰 선 바깥으로 공을 주고받는 셈이니 전부 아웃이다. 흰 선이 뭉쳐진 네모 안에서만 공을 주고받는다면? 흰 선에 공이 걸치는 플레이, 그러니까 에지 플레이는 성공했을 때만 약간의 짜릿함을 줄 뿐, 늘 조마조마하다. 정체성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원심력에 매인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아웃될까 봐 늘 스스로 경계하며 노심초사하는 삶. 경계 재배치의 이런 효과, 그러니까 강남좌파니 미래 보수의 아이콘이니 하는 용어들을 비틀어대는 것이다. 이런 재배치의 배후세력은 뭘까. 정치권력? 재벌? 언론? 이원호(39) 작가는 이게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건 사전 정지 작업이에요.” 그렇다면 본격적인 작업은? “테니스장에서도 선을 긋는 하얀 가루를 긁어모아서 이런 작업을 했고요, 궁극적 목표는 축구장입니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작가라 작품 구상도 독일에서 시작했다. 독일이야 축구장이 널렸으니 가능할 법도 하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젊은 작가의 실험에 축구장을 선뜻 내 줄 곳이 있을까. “그래서 프레젠테이션 정말 열심히 했어요. 뗏장을 떠내도 잔디는 자꾸 자라 원상태로 돌아갈 테니 걱정 마시라고도 하고. 하하하. 한 건설사의 청주 구장을 쓰기로 했습니다. 회장님 최종 결재만 남았어요.” 8~9월 중으로 작업해서 10월쯤엔 축구장 작업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겨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9월 4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리는 ‘백년몽원’(百年夢源)전엔 이런 재치가 엿보이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이원호 등 30대 젊은 국내 작가 17명과 외국 작가 7명이 함께하는 기획전이다. 미술 100년 역사에서의 ‘백년’과,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착안한 한국적 이상향에서 ‘몽원’을 따왔다. 추상이나 순수예술을 강조해온 미국 중심의 미술 풍토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새로운 이상향을 찾아 떠나보자는 취지다. 그래서 ‘저항적 비평주의’를 지향하는 작가들을 엄선했다는 것이 공동기획자 김기라 작가의 설명이다. 네덜란드 작가 윱 오베르톰은 에이즈와 동성애 문제를 다룬 법정 영화 ‘필라델피아’를 패러디했다. 화면의 한 쪽에선 영화 속 장면이 진행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작가 자신이 흑인으로 분장해 영화 속 대사들에 대꾸한다. 또 한쪽 벽면에는 5명의 어른 남자 얼굴을 배치해뒀다. 캐나다 작가 롭 재미슨의 작품이다. 그냥 종이를 뭉쳐 만든 평범한 얼굴인 것 같은데 관건은 그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다. 콘돔을 덧씌운 남자의 성기다. 그림자 모양을 생각해 만들었다. 목소리 쫙 깔고 이리저리 어슬렁대면서 잘난 척 참견해대는 기성세대에 대해 ‘고추나 덜렁거리고 다니는 마초 꼰대’라 비웃는 듯 보인다. 독일 작가 요그 오버그펠은 허름한 그림을 선보인다. 초상화라는 것은 대개 권력자나 위인들을 위해 바쳐지는 작품이다. 그래서 훤칠하고 뛰어나게 보이게 하려고 안달이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수록 그렇다. 정치 지도자 동상이란 게 남북 가릴 것 없이 촌스러운 금박에 한손 드는 포즈를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버그펠은 그래서 스탈린을 연상케 하는 인물 초상화를, 물감을 대충 바르고 테이프를 찍찍 찢어붙이는 형식으로 최대한 허름하게 그렸다. 슬쩍 비웃어주는 거다. 자디잔 영어 알파벳으로 동양의 산수화를 그려낸 유승호의 문자산수, 스카치테이프를 덧바르면서 스케치를 반복해 독특한 질감을 선보이는 이상용의 테이프드로잉, 인간사를 원숭이에 비유해 20세기 역사를 비판하는 발두어 부르비츠의 사진콜라주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02)308-1071.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롬니 제친 페리, 오바마와 최종 대결?

    롬니 제친 페리, 오바마와 최종 대결?

    미국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제치고 공화당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과 페리(오른쪽) 주지사가 민주·공화 양당 후보로 격돌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갤럽이 지난 17~21일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공개한 공화당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페리가 29%를 얻어 17%의 롬니를 거의 더블스코어 차로 눌렀다. 론 폴,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각각 13%, 10%에 그쳤다. 페리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지 불과 10일 만에 지난 1년여간 공화당 선두 자리를 독주해온 롬니를 녹아웃시키는 ‘괴력’을 보여준 셈이다. 지금 페리의 기세대로 라면 아직 출마를 결심하지 않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설사 레이스에 합류한다 해도 페리를 꺾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 갤럽은 이번에 줄리아니와 페일린을 설문에 포함시킨 결과도 함께 발표했는데, 두 사람은 각각 10%를 얻는 데 그쳤다. 페리의 돌풍이 이어져 대선에서 오바마와의 양자대결이 성사된다면 역대 미 대선 중 가장 대조적 성향의 후보 간 격돌로 기록될 만하다. 오바마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비주류 계층에서 지지율이 견고하지만, 페리는 백인 보수층이 핵심 지지세력이다. 오바마가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성을 부여하는 이민법 개혁에 열성인 반면, 페리는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바마는 의료보험 개혁을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페리는 주정부 지출에 인색하고, 이 때문에 텍사스의 노인 사망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오바마는 2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선 반면, 페리는 최근 “3차 양적완화로 돈을 푸는 것은 반역죄”라는 극언을 불사했다. 오바마가 가장 혹평받는 분야는 경제이지만, 페리는 재임 중 텍사스의 역내총생산(GRDP)을 미국 내 2위로 끌어올렸다. 지난 2년간 미국의 새 일자리 가운데 3분의1이 텍사스에서 생겼다는 점도 페리에겐 강점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2] ‘단거리 흑인천하’ 깬 中 류샹의 비밀은?

    머리가 커서일까, 다리가 짧아서일까. 그동안 육상에서 아시아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뒤집을 수 없는 정설로 여겨졌다. 특히 단거리는 흑인의 전유물이었다. 그들의 타고난 유전적 성질 자체가 육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통념은 정말 깨질 수 없는 것일까.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아시아인이 유전적으로는 불리하지만 최근 세계 육상의 추세는 선수의 체격 조건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뒷받침된 테크닉이 점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세계 육상의 판도는 트랙 단거리 종목은 북중미 흑인, 투척은 유럽의 백인, 중거리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흑인, 장거리는 아프리카 흑인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구분되어 왔다. 북중미 흑인은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낼 때 쓰이는 ‘속근’이 더 발달돼 있고 중남부 아프리카 흑인은 장기간 꾸준하게 힘을 내게 해주는 ‘지근’이 발달해 전자는 단거리, 후자는 장거리에 적합하다. 더군다나 흑인은 백인이나 아시아인에 비해 허벅지 뒤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파워존’이 더 발달돼 있는데, 이 파워존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내게 해줘 흑인이 달리기를 더 잘한다는 것이다. 체형을 봐도 흑인은 머리가 작고 사지가 얇은 외배엽이어서 중배엽 체형이 많은 백인, 내배엽 체형이 많은 아시아인보다 육상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황색 탄환’ 류샹(28·중국)이 등장하면서 이런 편견은 단박에 깨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허들 110m에서 세계 타이기록인 12초 91을 찍고 금메달을 거머쥔 류샹은 2006년 육상대회에서 세계신기록(12초 88) 작성,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하며 세계 육상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류샹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진 단거리에서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시아인 치고 좋은 체격 조건에 힘입은 바 크다. 류샹은 189㎝에 82㎏으로 당당한 체격이다. 팔다리도 긴 편이다. 허들이란 종목이 테크닉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것도 이유다. 허들 종목에서 기록 단축을 하려면 빨리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허들을 넘을 때 체공 시간을 얼마나 줄이는지도 관건이다. 체공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허들에 최대한 근접해서 넘어야 하고 리듬감과 유연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돼야 기록 단축을 할 수 있는 종목이 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단거리종목이 아닌 허들을 선택한 류샹이 유전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것.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류샹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후천적 훈련이나 노력을 통해서도 발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우리나라 선수들도 체격조건이 점점 좋아지는 만큼 좋은 선수를 선발해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류샹은 25일 오전 대구에 도착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美 역사 중심에 ‘마틴 루터 킹’ 서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관이 사업 추진 43년 만에 완공돼 22일 오전(현지시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킹 목사 기념관은 워싱턴DC의 링컨 기념관과 제퍼슨 기념관, 루즈벨트 기념관 등 쟁쟁한 전직 백인 대통령 기념관들에 둘러싸인 요지에 세워졌다. 미국 역사·정치의 한복판인 ‘내셔널몰’ 지역에 기념관을 갖게 된 흑인은 킹 목사가 처음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에 이어 최초의 내셔널몰 흑인 기념관 완공으로, 미국 역사에서 ‘2등 시민’으로 차별받았던 흑인들의 숙원이 하나둘씩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흑인 인권단체들은 킹 목사가 암살당한 1968년부터 기념관 설립을 정치권에 호소했지만, 1996년에야 비로소 의회는 기념관의 워싱턴DC 내 설립을 허가했다. 1998년 의회는 ‘킹 목사 국립기념관 사업기금’이 기념관 설립을 주관하는 것을 승인했다. 1999년에 구체적인 기념관 위치가 정해졌고 2000년부터 모금운동이 시작됐으며 2006년 기공식이 열렸다. 처음엔 건립 기금 모금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었으나 보잉과 포드, 코카콜라 등 굴지의 대기업과 유명인사들이 후원에 나서면서 목표치인 1억 2000만 달러(약 1300억원)를 거의 채웠다. 4에이커(약 1만6000㎡) 면적에 달하는 기념관의 백미는 9.14m 높이의 킹 목사 석상(石像)이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석상으로 킹 목사가 팔짱을 끼고 서서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링컨 기념관의 좌상 높이가 5.8m인 점과 비교하면 킹 목사의 석상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흑인인 킹 목사 석상을 검은색이 아닌 밝은 화강암으로 만든 것은 밤에도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사업기금 측은 설명했다. 석상을 완성하기까지 논란도 많았다. 석상이 지나치게 크고 표정이 엄숙하며 킹 목사를 닮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장 큰 논란은 중국인 조각가 레이이신에게 조각을 맡긴 것이다. 사업기금 측은 레이이신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대형 화강암 조각가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미국 인권단체는 마오쩌둥 동상을 조각한 그가 인권운동가인 킹 목사 석상 제작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또 건설작업에 중국 노동자들이 고용돼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비난이 가시지 않았다. 이 기념관의 헌정식은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48주년인 오는 2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9] 볼트도 안 무섭다, 난 조국 위해 달린다

    [대구세계육상 D-9] 볼트도 안 무섭다, 난 조국 위해 달린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206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만 오는 게 아니다. 미국, 자메이카, 영국 등 쟁쟁한 육상 강국의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속속 한국에 도착한 17일 지구 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의 선수 한 명도 이들과 함께 대구 땅을 밟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 선수는 볼트를 위협할 유력한 도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앤티가바부다의 다니엘 베일리(25)가 그 주인공이다. 카리브해에 있는 3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구 8만 5000여명의 나라인 앤티가바부다는 오랜 식민의 역사를 안고 있다. 1632년 영국의 식민지가 됐고 350년이 지난 1981년 명목상 독립은 했지만 현재도 영국령이다. 국가 원수가 영국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고, 영국 국왕의 임명장을 받은 총독이 최고 통치자라는 뜻이다. 국민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농업과 관광으로 먹고사는데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약간 넘는다. 그럭저럭 사는구나 싶지만 빈부 차가 심해 원주민 대부분은 빈곤하다. 게다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했고 금융도 무너졌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세를 지고 있다. 한국도 수교를 맺고 있지만 인근 주도미니카 공화국 대사관에서 대사업무를 겸임하고 있을 만큼 존재감이 없는 나라다. 이 작은 나라는 이번 대구 대회에 단 2명의 선수를 보냈다. 남자 100m, 200m에 출전할 예정인 베일리와 브렌단 크리스티안(28)이다. 이들은 너무도 작지만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달린다. 크리스티안의 100m 최고기록은 10초 09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준 A기록은 넘었다. 하지만 하락세다. 지난해 기록이 10초 44다. 오히려 200m에서 기록이 좋다. 그래도 세계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다. 올 시즌 최고 기록이 20초 60이다. 그러나 베일리는 볼트와 아사파 파월을 위협하는 수준의 선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0초 23으로 6위에 그쳤지만,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9초 93으로 4위를 차지했다. 개인 최고 기록은 9초 91. 그리고 지난해 열린 카타르 도하 실내육상대회에서는 60m에서 6초 57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베일리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세계대회를 거듭하면서 큰 기복이 없다. 베를린 대회 뒤에도 9초대를 계속 달렸고 올 시즌도 9초 97을 기록 중이다. 물론 볼트가 세계 1인자이지만 자메이카가 단거리 왕국으로 급성장하는 데는 파월의 공이 컸다. 2000년대 초반 세계대회를 휩쓸기 시작하면서 자메이카의 어린이들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볼트도 파월을 보고 달린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 명의 스타급 선수가 탄생하면 그 나라의 스포츠 지형이 변화하고 상승한다. 앤티가바부다에서 베일리도 그런 희망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 무명의 선수가 대구 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볼트와 파월을 제치고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자.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외출’ 잦은 오바마… 경호팀은 비지땀

    재선을 위해 사실상 선거운동에 들어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15일(현지시간) 낮 미네소타주 캐넌폴스의 한 공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는 오바마의 얼굴만큼 경호원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연단에 선 대통령 주위로 3명 이상의 경호원이 서서 긴장된 표정으로 쉴 새 없이 눈을 돌리며 청중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바람에 주의가 분산될 정도였다. 종전의 타운홀미팅은 경호가 상대적으로 쉬운 실내에서 열렸지만, 이날은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처한 오바마가 활기찬 모습을 과시하려 야외에서 개최해 경호원들이 진땀을 흘린 것이다. 불쑥 시민들 앞에 나타난 것 말고 오바마가 이렇게 일정이 다 노출된 행사를 야외에서 가진 것은 극히 드물다. 문제는 앞으로 대선이 본격화하면 오바마가 대중에 노출되는 횟수가 더욱 빈번해진다는 것이다.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리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는 취임을 전후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암살 위협을 받았다. 2008년 말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남성이 오바마를 암살하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체포되는 등 적발된 사건만 여러 건이다. 2008년 대선 때는 대통령이 아닌 후보로서 유권자들을 접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위험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오바마는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기 때문에 아랍권 테러리스트의 위협에도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의 대선 유세 때 대형 버스를 빌려 방탄 장치를 갖춘 뒤 사용했던 대통령 비밀경호국이 최근 특수버스 2대를 구입해 오바마 특별 경호에 나섰다. 이날 시작된 오바마의 중서부 타운홀미팅 투어에 첫선을 보인 이 버스는 대당 110만 달러(약 11억 8400만원)로 차창을 포함해 차량 전체가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이 버스는 오바마의 리무진 전용차 ‘야수’(Beast) 못지않은 방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축구 한·일전 완패 ‘부글’ 강호동 ‘1박2일’ 하차설 ‘와글’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축구 한·일전 완패 ‘부글’ 강호동 ‘1박2일’ 하차설 ‘와글’

    지난 한 주 누리꾼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연평도 대응 사격’이었다. 지난 10일 오후 1시쯤 북한군은 연평도 인근 해상에 세 발의 포 사격을 가했다. 이 가운데 한 발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떨어지면서 우리 군도 오후 2시쯤 K9 자주포 3발로 대응 사격에 나섰다. 북측은 남측이 발파 작업을 오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우리 측은 이를 일축했다. 2위는 ‘한·일전 완패’. 조광래 감독의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대 3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일본의 공격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일본 원정 11년 무패 기록에 종지부를 찍었다. 축구 팬들의 원성이 클 수밖에 없었다.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해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런던 폭동’은 3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일에는 흑인 청년이 차를 몰고 아시아계 3명에게 돌진,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 인종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 교민과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4위는 강호동의 ‘1박2일’ 하차 소식이 차지했다. KBS 측은 강호동을 강력히 설득하고 있으나 잔류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종합편성 채널 이동설과 SBS 새 프로그램 진행설 등 온갖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네티즌들은 하차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5위에는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원유(原乳) 가격 인상 폭을 놓고 줄다리기 중인 ‘원유 공급 협상’이 올랐다. 낙농가들의 모임인 낙농육우협회는 13일 정부의 원유 납품 단가 130원 인상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원유가가 130원 정도 오르면 1ℓ짜리 우윳값은 현재 2100원 수준에서 2500원 선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6위는 일본 우익 국회의원의 울릉도 방문 시도 및 일본의 잇단 독도 망언 등으로 인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차지했다. ‘테크노마트 진동’은 7위, ‘갤럭시탭 유럽 판매 금지’소식은 8위에 올랐다. 9위는 5세 아동이 어린이집 승합차 안에서 저산소증에 의한 심폐정지로 사망한 ‘어린이집 차량 질식사’ 사건, 10위는 지난 11일 스페인과의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에서 패배한 한국 청소년 축구대표팀의 ‘8강 진출 실패’가 차지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인종차별·긴축재정 직격탄… ‘니트족’ 뿔났다

    인종차별·긴축재정 직격탄… ‘니트족’ 뿔났다

    ‘경제난으로 깊어진 사회적 갈등과 인종차별이 영국을 불타게 하고 있다.’ 영국이 4반세기 만에 최악의 폭동 사태에 빠졌다.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소요 사태가 9일 런던에서 160~280㎞가량 떨어진 리버풀, 버밍엄, 노팅엄, 브리스틀 등 전역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전날 런던 서부 클로이던에서는 차 안에서 폭동을 보고 있던 한 26세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뒤 사망하면서 이번 폭동의 첫 희생자가 나왔다.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유혈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나흘간 5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전날 밤 휴가를 보내던 이탈리아에서 급히 귀국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전 비상각료회의를 열어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해 폭력 사태를 논의하고 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8일에는 한국인 관광객 2명이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에서 복면한 청년들에게 200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기는 피해를 입었다. 무엇이 ‘런더너’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이번 런던 폭동의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외신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집권 보수당이 추진 중인 재정긴축과 경기침체로 깊어진 사회적 분열과 26년 전 토트넘에서 발생한 경찰과 흑인 지역사회 간의 오랜 갈등과 불신, 즉 인종차별이다. 1985년 토트넘에서는 아프리카 카리브해 출신의 흑인 여성 플로이드 자렛이 위조된 자동차세 납부증명서를 가지고 운전한 혐의로 경찰에 제지당했다. 수시간 뒤 경찰이 자렛의 자택에 난입해 그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숨지면서 분노한 흑인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지난 6일 토트넘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525명 체포… 캐머런 총리 의회 소집 하지만 런던정경대(LSE)의 지방정부 전문가 토니 트래버스는 “현재의 국면은 26년 전 폭동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면서 “그때 이후 토트넘에서는 지역사회와 경찰 간에 폭넓은 대화가 이뤄졌고 주택과 근린시설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폭력 사태가 8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런던을 넘어 100㎞ 이상 떨어진 다른 도시로까지 확산된 데다 뚜렷한 목적 없는 청년 범죄가 폭발한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야당 세력은 집권 보수당이 추진한 재정 긴축안으로 정부 지출이 대폭 삭감되며 초래된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양극화 심화를 주범으로 지목한다. 토트넘 주민 스콧 앨런은 “정부의 지출 축소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복지 서비스가 사라졌고 공공 부문 근로자들도 해고됐다.”고 성토했다. ●폭동가담자 대부분이 20대 이하 유럽 전체의 고질병인 ‘잃어버린 세대’의 환멸과 분노도 이번 사태에 투영됐다. 폭동에 가담한 대부분이 20대이거나 그보다도 어리다. 이번 주말 경찰에 체포된 최연소자가 11살일 정도다.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고 직업도 없는 청년 무직자, 이른바 ‘니트족’은 영국 청년 전체의 17%에 이른다. 정부가 내년 올림픽에는 수십억 파운드를 쏟아부으면서 빈곤 지역은 방치하고 있다고 시위대가 비난하는 것처럼 저소득층 역시 부당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머리·가슴 조화로운 오바마·힐러리 뒤엔 ‘싸움개’ 로스 있었다

    “국무부의 핵심정책인 ‘인터넷의 자유’ 전략을 펼치는 데 그는 내 오른팔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알렉 로스(40) 혁신 담당 수석 자문관을 ‘최측근’으로 소개한다. 워싱턴DC 외교가에 입성한 지 2년 조금 넘은 신진 외교관에게 다소 버거운 표현일 듯하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정부기구(NGO)와 정계를 넘나들며 종교적 지도자인 ‘그루’(guru)를 빗댄 ‘테크노 그루’(기술 지도자)로까지 칭송받던 그다. ●힐러리 “그는 내 오른팔”… ‘e-외교’ 이끌어 특히 그는 워싱턴 관가에서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IT) 기술과 전통적 외교 기법을 절묘하게 혼합한 로스식 ‘디지털 외교’를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비정부기구 운영 ‘기술 지도자’로 칭송 받아 1971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외교관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노스웨스턴대에서 사학을 전공한 로스는 1994년 졸업과 동시에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로 향한다. 비영리교육단체인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 소속으로 2년간 저소득층 학생을 가르친 그는 2000년 또 다른 비영리단체 ‘원이코노미’를 설립, IT 혁신가로서의 면모를 다졌다. 지역과 소득을 떠나 IT 기술 하나만으로 모두가 경제적 주류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시작한 이 단체는 전세계 저소득 가정에 초고속 무선인터넷망을 공급하는 등 ‘사람 냄새나는 IT’를 퍼뜨렸다. 2006년 로스와 오바마 당시 연방 상원의원의 만남은 서로에게 ‘축복’이자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다. 로스는 선거 자금과 정치 계파 등 어느 하나 유리할 게 없는 조건에서 오바마 대선 캠프의 IT 전략 총책임자를 맡는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각종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2008년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의 꿈을 함께 완성시켰다. ●오바마 대선캠프서 IT 전략총책임자로 활약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석패한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 눈에도 라이벌의 ‘IT 브레인’이었던 로스는 탐나는 인재였다. 2009년 국무장관에 취임한 그는 고민 없이 로스를 국무부로 불러들였고 장관으로서 자신의 브랜드가 된 ‘인터넷의 자유’ 전략을 맡긴다. 로스와 20~30대의 젊은 IT·외교전문가로 구성된 ‘로스 사단’은 이후 ‘흰 셔츠에 붉은 넥타이를 맨 남성’으로 대표되는 전문 외교관 대신 해외의 시민들과 IT 도구를 통해 직접 소통하며 미국의 외교적 입장을 전달한다. 미 행정부 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트위터 팔로어(친구)를 보유한 그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순간 미국의 입장이 전세계 36만 3000여명에게 삽시간에 퍼져 나간다. 다양한 디지털 프로그램을 제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파키스탄 국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SNS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나 미국인들이 한 통에 10달러 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지진 피해를 본 아이티를 돕도록 한 것 모두 로스 사단의 아이디어다. 이웃나라 멕시코에서는 휴대전화 회사 등과 손잡고 마약갱단 등의 활동 상황을 웹사이트의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로스는 ‘싸움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를 묻자 “공격성과 충성심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워싱턴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런던 심장부로 폭동 확산… 책임공방도 가열

    런던 심장부로 폭동 확산… 책임공방도 가열

    올림픽개최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영국 런던 곳곳이 폭력과 약탈이 횡행하는 ‘전쟁터’로 돌변했다. 29세 흑인 남성 마크 두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촉발된 폭력시위와 약탈행위는 토트넘에서 5㎞가량 떨어진 엔필드와 인근 해크니, 월섬스토 등 런던의 전통적인 우범지역과 런던의 주요 관광명소인 옥스퍼드 서커스, 남부 브릭스턴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번 소요사태로 100명이 체포됐다고 BBC가 보도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 35명이 다쳤다. 영국 경찰은 “런던 내 여러 자치구에서 소규모 폭력과 약탈, 소요사태 등 ‘모방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웃의 생계와 지역사회를 파괴하려는 것 말고는 아무 목적도 없는 생각 없는 범죄행위”라고 규탄했다. 브릭스턴에서는 청년 200여명이 대형 슈퍼마켓 등 상점의 물건을 약탈했고, 런던 심장부인 옥스퍼드 서커스에서도 50여명의 청년이 건물을 파손했다. 동북부의 월섬포레스트와 칭포드 마운트에서는 시위대를 체포하려던 경찰 3명이 차에 치여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대공습으로 불타는 런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며 몸서리쳤다. 평화시위가 폭력사태로 얼룩지게 된 책임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토트넘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6일 토트넘 경찰서 앞에서 두간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 간부와의 면담을 요구한 100여명의 시민들이 해 질 녘까지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미리 경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를 조직했던 한 남성은 “경찰이 대화를 거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곳의 역사를 알고 있는데 어떻게 토트넘에서 또 경찰에 의해 한 남성이 살해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1985년에도 토트넘에서는 경찰이 한 여성의 집에 난입해 여성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폭동이 발생, 경찰이 시위대의 칼에 찔려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일부 목격자들은 토트넘 시위 당시 16세 소녀가 경찰에 돌을 던지자 경찰이 소녀를 곤봉으로 구타하면서 폭동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폭동이 미리 조직된 것이라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엔필드에 사는 라만이라는 엔지니어는 페이스북에서 “엔필드가 다음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봤다고 말했다. 경찰이 주장하는 대로 두간이 먼저 경찰에게 총을 쐈는지에 대한 진실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에이드리언 한스톡 경찰 지휘관이 성명을 통해 두간의 죽음에 대해 “매우 후회한다.”고 밝힌 가운데 가디언은 지난 4일 두간이 총격을 받았을 당시 경찰 무전기에 박혔던 총알은 경찰이 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경찰의 초기 발표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김치로 코리안 뿌리 찾은 美혼혈 입양녀

    김치로 코리안 뿌리 찾은 美혼혈 입양녀

    혼혈 입양녀 ‘마르자’ 는 김치를 담그면서 어린 시절 이름인 ‘말자’로 되돌아간다. 한 미국 언론은 은 8일 요즘 미 공영 방송 PBS 채널이 방영중인 다큐멘터리 시리즈 ‘김치 연대기’의 호스트인 한국계 마르자 봉거리첸이 한국 요리로 인해 잃어버렸던 뿌리를 되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일간지 뉴욕 데일리 뉴스는 이날 인터넷판에서 TV 프로그램과 동명의 요리책인 ‘코리안 크로니클(연대기)’이란 요리책을 낸 마르자의 근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마르자는 세계적 요리사인 남편장 조지와 함께 한식 소개 프로그램인 ‘김치 연대기’를 직접 출연해 제작한 바 있다. 마르자는 뉴욕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방에서 한식 만들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을 내게 된 경위에 대해 “나에겐 너무나 자연스런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유아 시절 입에 밴 한식의 풍미를 성인이 되어 다시 접하면서 절반의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되찾게 됐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뉴욕에서 재혼해 살고있던 한국인 생모와의 재회 당시를 설명했다. 17년만에 만난 생모가 “네가 어렸을 때 먹던 음식이란다.”며 불고기와 된장국, 그리고 총각김치 등 낯설어보이는 한식을 내놓았을 때 처음에는 섬뜩했지만, “내 입이 오랫동안 갈구하던 풍미였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름에 남아있던 한국계 소녀 ‘말자’의 정체성을 되찾는 순간이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미군병사 사이에 태어난 그녀는 4살 때 부모가 헤어지면서 미국인 양부모 가정에서 자라났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정체성에 대한 상실감에 시달리던 그녀는 생부모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김치 연대기’는 프랑스 요리사 장 조지와 부인인 마르자가 서울과 강원도 제주 등 전국을 돌며 한국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13부작 다큐멘터리로, 요즘 뉴욕 일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장 조지는 레스토랑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등급인 3스타를 획득한 세계 정상급 셰프로 뉴욕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지난 5월부터 고추장 버터 스테이크와 김치 핫도그를 각각 선보이고 있다. 마르자도 한식 요리책을 내면서 남편과 함께 한식 요리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뉴욕 데일리 뉴스와의 회견에서 “딸 클로이도 세계적 요리사인 아빠가 만든 다른 고급음식을 제쳐두고 한식만 찾는다.”며 귀띔했다. 사진=자료 사진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밀림·사막의 공존… 브라질을 가다

    밀림·사막의 공존… 브라질을 가다

    아마존으로 유명한 브라질. 한반도의 38배가 넘는 광대한 땅을 가진 브라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EBS 세계테마기행은 8~11일 오후 8시50분 ‘감춰진 신비의 땅, 브라질 동북부’를 방영한다. 1부 ‘녹색대지의 심장, 아마조나스’는 7월의 아마존을 탐험한다. 7월은 길고 긴 우기가 끝나고 건기로 접어드는 시점. 강물 속에 묻혀 있던 수백개의 섬과 호수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때다. 이렇게 수위 변화가 심한데 인근 주민들은 어떻게 살까. 이들은 수상정원을 꾸민다. 물 높낮이에 상관없이 이런저런 채소를 얻어내는 그들만의 기술이다. 소 울음 소리라는 뜻의 아마존 최대 축제 ‘보이 붐바’ 현장도 화면에 담았다. 2부 ‘흰 사막의 비밀, 렌소이스’는 아마존에도 사막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냥 있는게 아니라 아주 크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사막, 렌소이스 마라넨지스다. 우기에 잔뜩 내린 비는 사막 곳곳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두고, 이 오아시스들은 강렬한 햇볕 아래 하얗게 빛난다. 3부 ‘살바도르의 여전사, 바이아나’는 바이아주의 주도 살바도르를 찾는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만든 흑인 노예무역의 거점이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 건물들이 즐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도시 자체는 유럽풍인데 도시 안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흑인이라 ‘흑인의 로마’라고도 불린다. 제작진은 이곳 흑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4부 ‘원시와 문명의 공존, 마나우스’는 아마존 지역의 대표도시 마나우스를 찾는다. 아마존의 중심이자 시작점에 위치했기 때문에 고무산업이 호황기 때 크게 번영했던 마나우스의 또 다른 이름은 ‘아마존의 파리’다. 유럽에서 건너온 신흥 부자들이 유럽에 뒤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도시를 화려하게 꾸민 것이다. 덕분에 매년 6월이면 마나우스의 오페라하우스에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공연을 감상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英 토트넘 “못 살겠다” 500여명 폭동

    英 토트넘 “못 살겠다” 500여명 폭동

    런던 최고의 실업률, 영국 내 최고 빈곤율로 악명 높은 런던 북부의 토트넘이 6일(현지시간) 폭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카리브해 출신 흑인과 알바니아, 터키, 아일랜드계 등이 함께 살며 300여개의 언어를 쓰는 토트넘은 유럽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인종의 용광로다. 지난 4일 네 아이의 아빠인 29세 흑인 남성 마크 두건이 4발 이상의 경찰 총탄으로 사망하자 분노한 시민 300여명이 이날 오후 토트넘 하이로드에 위치한 경찰서 밖에 모여 “정의”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두건이 먼저 경찰에게 총을 겨눴다고 밝혔으나 두건의 가족은 “그는 공격적인 사람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흑인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은 경찰이 거짓말을 한다며 폭동을 일으켰다. 500여명으로 불어난 시민들의 밤샘 시위로 경찰 26명과 시위대 등 수십명이 다치고, 방화와 약탈이 일어나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시민들은 경찰차 2대와 2층 버스, 주변 상점에 불을 지르고 가전제품, 의류, 화장품 등을 약탈했다. BBC 중계차도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한 목격자는 복면을 한 청년 5명이 불을 붙인 쓰레기통, 사제폭탄, 계란, 병 등을 경찰에게 던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40여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영국의 독립경찰고충위원회(IPCC)가 사건을 조사하는 가운데 데이비드 래미 토트넘 지역 하원의원은 “주민 다수를 대표하는 이들이 저지른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토트넘에서는 1985년에도 경찰 4명이 신시아 자렛이라는 여성의 집에 난입한 뒤 이 여성이 심장마비로 숨지면서 폭동이 일어나는 등 갈등의 골이 깊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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