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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비, 퀴어를 끌어안다

    뮤비, 퀴어를 끌어안다

    짧게 자른 머리, 화장기 옅은 얼굴의 두 여자가 등장한다. 까만 머리의 여자는 금발 여자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그다음은 키스, 위치는 입술과 뺨의 중간쯤이다. 용감하게 키스를 시도했지만 수줍어하는 느낌이 동시에 전해진다. 사랑을 확인하게 된 두 사람은 잠깐의 망설임 뒤 격정적인 키스를 이어 나간다. 최근 공개된 자우림의 ‘있지’ 뮤직비디오는 환희와 파국의 순간을 오가는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두 사람뿐이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에 겨워 춤을 추는 장면,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한껏 미소 짓는 장면 등은 사랑에 푹 빠진 연인의 모습이다. 환희의 순간들보다 알 수 없는 쓸쓸함이 더 길지만 모든 장면은 온전히 둘 사이의 감정을 그리는 데 할애된다. 퀴어(성소수자)를 그리는 뮤직비디오의 시선이 달라졌다. 국내 대중가요 뮤직비디오 속에서 동성애 등 성소수자는 의외로 꾸준히 다뤄졌다. 그러나 대부분은 극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친구의 상대가 알고 보니 남자였다는 식의 ‘충격 반전’이나 여가수의 노출을 부각시키면서도 뮤직비디오에는 동성애 코드를 넣었다며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일이 흔했다.최근 성소수자를 다룬 뮤직비디오는 이성애자 연인의 사랑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지난 5월에 나온 밴드 혁오의 ‘러브 야!’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랑을 뮤직비디오 안에 담았다. 주로 불안한 청춘의 공허함과 염세적 정서를 노래해 온 혁오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사랑 노래를 담았다. 뮤직비디오는 혁오의 첫사랑 노래라는 것 이상으로 특별하다.감각적인 화면 전개에 맞춰 키스 장면이 셀 수 없이 이어진다. 젊은 남녀 커플과 노부부, 아버지와 아들 등의 애틋한 사랑만 있는 게 아니다. 수염 자국이 뚜렷한 두 남자의 에로틱한 댄스, 화려하게 치장한 여장 남자들의 우정 어린 입맞춤, 벌거벗은 두 여자의 격렬한 포옹, 흑인 남자와 백인 남자의 사랑 등 성소수자들의 모습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혁오의 보컬 오혁은 “‘러브 야!’는 이 세상의 모든 연인을 위해 만든 곡”이라며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연인이 나오는 것은 우리는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지난 1월 데뷔한 가수 홀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하면서 데뷔한 그는 데뷔곡 ‘네버랜드’와 두 번째 싱글 ‘아임 낫 어프레이드’에서 모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노래한다. 직접 출연한 뮤직비디오에서는 남자 모델과의 진한 키스신을 보여 주기도 하고, 사랑할 때와 사랑이 끝난 후의 감정을 연기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디어가 방송 중심이었기 때문에 방송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뮤직비디오가 제작됐다”며 “지금은 포커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바뀌면서 ‘사랑의 다양성’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여기에 동성애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영됐다”고 구조적인 변화를 토대로 분석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美 공화당 흑인여성 의원, 트럼프 겨냥 “진정성없이 편리한 거래만 할 뿐” 질타, 왜

    美 공화당 흑인여성 의원, 트럼프 겨냥 “진정성없이 편리한 거래만 할 뿐” 질타, 왜

    “미아 러브는 나에게 사랑을 주지 않아 졌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에겐)진실된 관계는 없고, 그저 편리한 거래만 있을 뿐. 국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고 정책을 펼치기에는 불충분하다.”(미아 러브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11·6 중간선거에서 3연임에 실패한 미국 의회 내 유일한 흑인 여성 하원의원인 미아 러브 의원(유타주)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공화당 의원들 한 명 한 명을 언급했는데, 러브 의원에 대해서는 “미아 러브는 나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패배했다. 너무 안됐다”며 러브 의원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아 선거에서 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계속된 유타주 제4선거구 하원의원 선거 개표 결과 벤 맥애덤스 민주당 후보(전 솔트레이크 카운티 시장)에 석패한 러브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동료 의원에 대해 그렇게 말함으로써 얻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그의 세계관에 대해 명확히 알게 해줬다. 진정한 관계는 없고 그저 편리한 거래만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러브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세계관은)진실된 봉사와 정책을 수행하기에 불충분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러브 의원은 1970년대 아이티에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정착한 이민2세이다. 그는 이날 또 집권당인 공화당이 소수집단 유권자를 포용하지 못해 민주당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빼앗겼다고 쓴소리 했다. 그러면서 러브 의원은 “물러서지 않겠다”며 다음 출마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37석 이상의 하원 의석을 얻으면서 8년 만에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을 유지했다. 몇몇 초접전 지역에서는 투표가 여전히 집계 중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붉고 붉은 단풍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붉고 붉은 단풍

    식탁 위를 정리하다가 퇴적층에서 페이지 46~47이 열린 채 엎어져 있는― 이건 또 언제 읽다 둔 건지―‘디어 개츠비’를 발굴했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맥스웰 퍼킨스가 작가와 출판 편집자로서 주고받은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400페이지 넘게 남았지만, 여백이 많아서 호락호락해 보이기에 내친김에 마저 읽어 치우자고 앉았다. 이래서 또 청소 중단. ‘아름다운 전원 풍경 옆 잿더미 계곡의 묘사, 머틀의 아파트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사건, 개츠비의 집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놀라운 목록 ― 한 사람을 유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에, 이 모든 슬픈 사건에 선생은 시공 속에 머물 한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 초고를 검토한 뒤 편집자가 보낸 편지에서 옮겼다. 부러움으로 가슴 저린다. ‘이 모든 것에 선생은 시공 속에 머물 한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작가의 일생을 허망에서 건져줄 한 마디. 서사문학은 이 점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 시는… 글쎄… 바람 같지. ‘위대한 개츠비’는 아직 안 읽어 봤는데, 기회가 닿으면 위 편집자의 판단이 정확한지 확인해 보련다. 올해는 유독 단풍이 진하다. 단풍 든 남산은 진경, 가히 늦가을의 절세가인이라 할 만하다. 벌써 강추위가 오면 어쩌라는 거냐고 오도방정을 떨었던 게 달포 전인데, 이즈음 날씨는 은은하니 포근하다. 다행 또 다행. 미세먼지 경보인지 주의보가 내렸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는 친구 전화를 방금 받았다. 잊어버리지 말고 그래야지. 주말인 내일 아침에 입원, 다음주 화요일 수술에 대비해서 폐 기능 검사와 심장 기능 검사를 받는다. 감기라도 걸리면 곤란하다. 아, 입원 기간을 대비해서 왜 이렇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지. 우리 ‘보꼬’, 구강 치료 시작해야 하는데 나 없는 동안 밥이나 잘 먹을지…. 예주씨만 믿는다. 그래도 내가 인복이 많아서 다행. 여러 사람이 흔쾌히 응해 줘서 야옹이들 급식처도 한 군데 빼놓고 다 맡겼다. 이 와중에 언니가 걱정이다. 몇 해 전부터 건강검진받으라고 자기가 몇 번이나 당부했는데, 말 안 듣고 이 상황 만들었다고 펄펄 뛰겠지. 언니는 나보다 확실히 현명하지 않은 사람인데, 그런 거 같은데, 그대로 따르면 자다가도 떡이 생길 말을 종종 한다. 10년 전에도 언니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가 황당해졌었지. 버클리에서 주최하는 문학 행사로 미국에 갈 일이 있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은 서울~샌프란시스코 왕복 항공권이었다. 모처럼 미국에 간 김에 언니 집에 들르자고, 한 똑똑한 친구를 통해 미국 국내선 항공권을 인터넷 예매했다. 행사가 끝나고, 미국 국내선 이용해 언니네 가서 열흘 보내고 마지막 이틀을 뉴욕의 친구네서 지냈다. 남은 걱정은 오직 하나. 나 혼자 뉴욕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공항에 내려서 서울 행 비행기로 갈아탈 수 있을까.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날 아침 친구가 뉴욕공항에 나를 내려 줬다. 공항 직원인 흑인 여성이 다가와 도와줘서 모든 게 수월했는데, 곧 그 여성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영어를 통 못 하는 나도 실상을 알아채고 아연실색했다. 내 예약일이 5월 1일이었던 것. 그날은 4월 1일인데 말이다. 앞으로 일곱 시간 뒤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그녀의 휴대폰을 빌려 친구에게 전화해서 되돌아오게 하고, 급히 뉴욕에서 서울 가는 편도 비행기표를 사게 됐다. 환율은 또 얼마나 높았던지. 거의 90만원 들었다. 아, 표를 진작 한 번만 들여다봤더라면. 그보다도 언니가 그 며칠 전부터 누누이 항공사에 전화해서 예약 확인하라고 했는데 넘겨 버린 것이다. 뭐 별일 있겠느냐고. 대개는 별일 없는데, 드물게는 별일이 크게 있더라. 조촐한 늦가을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붉고 붉은 단풍/ 우수수 떨어져/나무 주위를/파닥거리며 돈다/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아는지 모르는지/유유히/어여쁨 뽐내며 파닥파닥/붉고 붉은 단풍/환희로 가득한 숲//가을바람에 흩날리는/붉고 붉은 단풍/가슴 저며라, 사람인 나는’ (황인숙의 ‘탱고’)
  • 中 D&G 불매운동은 ‘피해의식’의 산물?…“중국도 인종차별 광고했다”

    中 D&G 불매운동은 ‘피해의식’의 산물?…“중국도 인종차별 광고했다”

    “중국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곳과 어떠한 일도 함께 할 수 없다” (아이돌 가수 왕쥔카이) “돌채앤가바나의 어떤 제품도 사거나 쓰지 않을 것이다. 돌체앤가바나가 굴욕을 자초했다” (영화배우 장쯔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ana)가 최근 중국 여성 모델이 젓가락으로 이탈리아 피자와 스파게티 등을 우스꽝스럽게 먹는 장면을 담은 홍보 영상물을 공개하자 중국인을 비하하고 인종차별을 부추겼다는 논란이 중국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요 연예인들이 중심이 돼 불매 운동 열기를 지피는 한편 중국의 주요 온라인쇼핑몰들도 일제히 돌체앤가바나 상품을 퇴출시키는 데 동참하는 양상이다.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럭셔리 온라인쇼핑몰 ‘세쿠’와 ‘육스넷어포터’ 등은 22일 돌체앤가바나 제품 판매를 전격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알리바바’와 ‘JD닷컴’ 등에서도 돌체앤가바나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도 흑인비하 광고로 물의..인종차별 논란 하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에 대해 일부 서방 매체들은 다소 냉소적 시각도 내비췄다. CNN은 최근 잠적했다 재등장한 중국 유명 배우 판빙빙이 탈세 혐의 등으로 당국의 표적이 된 사례 등을 예로 들며 “중국 연예인들은 현재 중국 정부에 자신의 애국심을 입증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면서 연예인들의 불매 운동이 자발적이 아니라 조직적 움직임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FT는 “중국의 민족주의와 ‘보이콧 외교’는 글로벌 기업들에 중요한 근심 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중국 브랜드들도 인종주의를 자극하는 광고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인들의 세계관이 150여년전 서구 제국주의 침탈기의 ‘피해의식’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잉 민족주의 및 국수주의의 발현이라는 서구 일각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실제로 2016년 5월에는 중국 세제회사 ‘차오비’가 흑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남은 세제 광고로 물의를 빚었다. 이 광고 영상을 보면 흑인 남성이 여성에게 다가가 입맞춤하려는 순간 이 여성이 남자의 입에 캡슐형 세제 한 알을 넣고 세탁기 안으로 마구잡이로 구겨넣는다. 세탁기 뚜껑 위에 앉아 기다리던 이 여성이 뚜껑을 열자 하얗고 깨끗한 티셔츠를 입은 중국인 남자가 나오는 식이다. CNN은 중국에서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개봉 당시에도 흑인 주연배우 존 보예가를 중국판 포스터에서 비중을 축소시키는 등 흑인에 대해 인종차별적 광고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中 불매운동은 오랜 反외세투쟁의 일환 세계의 중심 국가로 자부하던 중국이 1842년 아편전쟁 패배 이후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한 이후, 중국에서 외국상품 불매운동은 서양 및 일본 침략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중국 침략이 가시화된 1910~1930년대에는 반일 불매 운동이 매국노와 애국자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1949년 ‘신중국’으로 불리는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 이후 마오쩌둥 시대에는 자급자족의 폐쇄적 경제를 운영했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없었다. 하지만 개혁개방 정책이 채택된지 20년이 지난 1999년 5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을 폭격한 것을 계기로 미국 상품 불매운동을 시작으로 중국 국민들의 외국 상품 불매운동은 재점화됐다. 이는 그만큼 고도성장에 따른 중국인들의 경제적 자신감을 반영한다. 2005년 일본 정부가 우익의 관점이 반영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승인했을 때도 중국 전역은 물론 홍콩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2008년 4월에는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시짱(西藏·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이 성화를 탈취하려 한 소동이 벌어지자, 파리 시장이 티베트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명예 시민 자격을 부여해 달라고 시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말한 것이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해에는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의 선동 속에 한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이는 사드 배치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보다는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하는 미국 정책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과거 중국의 오랜 속국이었다가 미국의 속국으로 편입했다고 여기는 중국인의 오랜 편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1989년 이후 다시 강화된 민족주의…미·중 무역전쟁 속 ‘양날의 칼’ 될수도 중국의 강화된 민족주의는 1989년 톈안먼 사태 유혈 진압 이후 집권한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 주석의 애국주의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공산당은 제국주의에 당한 역사적 피해와 민족적 굴욕감을 인식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혁명 유적지를 순례하도록 하는 등 홍색 관광 붐을 일으켰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샤오펀훙’(小粉紅) 세대가 미래의 주역이 되면서 자국에 대한 작은 비판도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여론의 심판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특히 대만, 홍콩, 마카오, 티베트의 분리 독립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애국주의가 심화되고 있으며 중국 당국도 이를 묵인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의류 브랜드 ‘갭’이 티베트 일부와 대만이 빠진 중국 지도가 인쇄된 티셔츠를 판매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인의 단합된 힘을 보여준 외국제품 불매운동이 자칫 자국의 고립을 심화시킬 ‘양날의 칼’이 될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국민에게 냉정한 대응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주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손을 잡으려는 시점에서 돌체앤가바나 사태가 반(反)유럽 정서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이번 사태는 외교 문제가 전혀 아니며 (유럽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금주 서점가 핫템] 여전한 김난도… ‘신성’ 미셸 오바마

    [금주 서점가 핫템] 여전한 김난도… ‘신성’ 미셸 오바마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가 4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가 23일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11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 2019’가 4주째 1위를 달렸으며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의 ‘골든아워1’이 그 뒤를 이었다. 3위는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해결을 돕는 조언들에 20~30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 ‘비커밍’의 약진도 눈에 띈다.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출간과 함께 종합 13위에 진입했다. 여성 독자의 비율이 68.3%이며, 특히 30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남성 독자들 중에서는 40대 이상의 구매가 많았다. 인디밴드 보컬 출신 이석원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지난주 출간과 함께 종합 5위에 올랐지만, 이번 주엔 두 계단 떨어진 7위를 기록했다. 대신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5위권에 복귀했고, 연기자 김수미 씨가 쓴 요리책 ‘수미네 반찬’은 9위를 유지했다. 1.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미래의창) 2. 골든아워.1(이국종·흐름출판) 3.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메이븐 펴냄) 4.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북플라자) 5.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흔) 6. 모든 순간이 너였다(한정 스페셜 에디션·하태완·위즈덤하우스) 7.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석원·달) 8.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9. 수미네 반찬(김수미·성안당) 10. 언어의 온도(100쇄 기념 에디션·이기주·말글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1주일 만에 140만부… 잘나가는 미셸 오바마 자서전

    1주일 만에 140만부… 잘나가는 미셸 오바마 자서전

    버락 오바마(57)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54)의 자서전 ‘비커밍’이 출간 1주일 만에 북미 지역에서 14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는 지난 9월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세운 첫 주 판매량 110만부를 넘었고, 역대 퍼스트레이디가 낸 책 중에서도 판매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지난 13일(현지시간) 비커밍을 출간한 크라운 출판사는 21일 AP통신에 “출간 첫날 72만 5000부가 팔린 후 현재까지 전자책을 합쳐 140만부를 넘어 올해 발간된 책 중에서는 첫주 판매량 최대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은 그 이전 백악관 안주인들이 출간한 책 중에서도 발군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힐러리 클린턴이 2003년 출간한 ‘살아있는 역사’도 첫 주 판매량은 60만부에 그쳤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격정어린 비판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미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데 대해 “그 사실을 모르고 싶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여성 혐오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을까”라고 썼다. 하지만 미셸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일부분에 한정했고, 오히려 흑인 여성으로서의 고충과 미래 세대에 대한 조언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내가 오바마의 아내로 인지될수록 내 다른 면은 남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됐다”고 진솔하게 고백했다. 이어 “흑인 사회에는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잘해야 절반이라도 인정받는다는 금언이 있다”면서 이 모든 고충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로 ‘품위’를 꼽았다. WP는 “이 책은 시카고의 노동자 가정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남편과의 연애담, 불임 치료 경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고충까지 미셸의 도전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민주 잠룡들 잰걸음… 블룸버그 모교에 2조원, 미셸은 출판회서 트럼프 저격

    민주 잠룡들 잰걸음… 블룸버그 모교에 2조원, 미셸은 출판회서 트럼프 저격

    블룸버그, 존스홉킨스대에 역대급 기부 자서전 낸 미셸도 북 투어로 존재감 과시“대통령은 자신 아닌 나라 전체 위해야”2020년 차기 대권을 향한 미국 민주당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18일(현지시간)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18억 달러(약 2조 374억원)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교육기관에 대한 역대 기부액 중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내가 칼리지 재정지원에 18억 달러를 기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어 자격을 갖춘 학생이라면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기부금은 전액 저소득층과 중산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 재정지원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내년 가을부터 존스홉킨스대 입학생들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학업 능력만으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나는 운이 좋았다. 회계사였던 아버지의 연 수입은 6000달러를 넘기지 못해 사정이 여의치 않았지만 학자금 대출 등을 통해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존스홉킨스 졸업장은 내게 (졸업장이 없었다면 닫혀 있었을) 문을 열어 주었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 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02년부터 뉴욕시장을 3차례나 연임한 정치인이자, 1981년 미디어 기업 블룸버그 통신을 창업한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자산은 463억 달러에 이른다.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원으로 등록한 블룸버그는 내년 2월까지 2020년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4일 전 세계 31개 언어로 자서전 ‘비커밍’을 출간한 미셸 오바마는 이날 워싱턴DC 북 투어에 모인 청중들을 향해 “내가 (트럼프 행정부를) 악담하라고 그(버락 오바마)에게 바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그는 ‘대통령은 자신의 자아·자존심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는 것과 그걸 어떻게 말할지에 매우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자서전에서 “공직 출마 의향이 없다”고 거듭 밝힌 미셸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하면서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존재감을 키웠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美 공화당, 플로리다 상원 승리로 안정된 과반의석 확보

    미국 공화당이 11·6 중간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안정적인 상원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18일(현지시간) CNN 등이 전했다. 릭 스콧 플로리다의 공화당 상원의원 당선자는 최종득표율 50.05%로, 3선의 현역의원인 빌 넬슨 민주당 후보(49.93%)에 0.12%포인트 앞섰다. 득표수로는 약 1만 표에 해당하는 수치다. 앞서 스콧 후보와 넬슨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0.15%포인트(1만 2500여 표차)에 불과해 일주일간 재검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승패는 뒤바뀌지 않았다. 플로리다주 선거법에 따라 득표율 차이가 0.25% 이하이면 수작업으로 재검표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9만 3000여장의 투표용지를 직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스콧 후보 본인뿐만 아니라 공화당 지도부에도 큰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결과”고 평가했다. 공화당이 상원 1석을 추가함에 따라 연방상원의 공화당은 52석, 민주당(진보성향 무소속 포함)은 47석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4석에서 5석으로 1석 더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연방상원의원은 100명이 정원이다. 나머지 1석은 이달 말 미시시피주 연방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결정된다. 앞서 플로리다의 첫 흑인 주지사를 노린 앤드루 길럼 민주당 후보는 재검표 최종집계를 앞두고 패배를 인정했다. 길럼 후보는 전날인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론 드샌티스(공화당 후보)가 위대한 플로리다주의 차기 주지사가 되는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계속 싸우고 일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길 것으로 믿는다”며 정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플로리다 재검표 이어 조지아도 불복 논란… 소송전 비화되나

    플로리다 재검표 이어 조지아도 불복 논란… 소송전 비화되나

    흑인 최초 플로리다 주지사 노렸던 길럼, 재검표 최종 집계 앞두고 결국 패배 인정조지아주 낙선자 에이브럼스 “소송 제기” 한국계 영 김, 우편개표 후 1.6%P차 역전패…부정 개표 제기했다 상대측에 축하 전화11·6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접전 지역에서 최종 승자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재검표 논란과 소송전으로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대 격전지 플로리다주에서는 상원의원과 주지사 등 선거 재검표가 시행된 가운데 첫 흑인 주지사에 도전한 앤드루 길럼 민주당 후보가 17일(현지시간) 재검표 최종 집계를 앞두고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 길럼 후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론 드샌티스(공화당 후보)가 위대한 플로리다주의 차기 주지사가 되는 것을 축하한다”면서 승복했다. AP통신은 길럼 후보가 재검표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드샌티스 후보에게 0.41% 포인트 득표율 차로 뒤진 길럼 후보는 선거 직후 패배를 인정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득표율 표차가 0.5% 포인트 이내이면 재검표를 해야 한다는 주법에 따라 플로리다주는 지난 10일 재검표를 결정했다. 주지사 이외에도 상원의원, 주 농무장관 선거까지 접전을 벌이면서 재검표를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릭 스콧 공화당 후보가 빌 넬슨 민주당 후보를 0.15% 포인트 차로 앞서면서 수(手)개표(0.25% 이하 표차)를 실시했다. 지방행정기관인 카운티들이 18일 낮 12시까지 재검표 결과를 제출하게 된다.한국계 여성 최초로 연방하원 입성을 노린 영 김 공화당 후보는 18일 오전 현재 1.6% 포인트 차로 길 시스네로스(민주) 후보에게 석패했다. 지난 7일 오전까지 2.6% 포인트 차로 시스네로스 후보를 앞섰던 김 후보는 지난 1주일간 우편투표(7만여표)가 개표되면서 1.6% 포인트 역전을 허용했다. 영 김 후보 캠프는 지난 13일 트위터 성명에서 “시스네로스 캠프가 오렌지카운티 개표 요원들을 괴롭히거나 위협하고 있다”며 부정 개표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 측은 시스네로스 후보가 선거 결과를 뒤바꾸기 위해 필사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시스네로스 후보 측은 김 후보가 근거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17일 트위터를 통해 “오늘 저녁, 시스네로스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의정 생활의 행운을 빌었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패배로 미 동서부에서 한인 출신 후보들이 연방하원에 동반 진출하려던 목표는 좌절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우편개표가 진행되면서 초접전이던 연방하원 4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역전에 성공하면서 술렁이고 있다. 우편투표는 서명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개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캘리포니아주의 선거 개표 마감일은 다음달 7일이다. 그러나 재검표 결정이 내려지거나 소송이 이어질 경우 최종 당선자 확정까지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사상 최초 흑인 여성 주지사에 도전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민주) 후보와 현역 주정부 총무처장관인 브라이언 켐프(공화)가 맞붙은 조지아주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에이브럼스 후보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법상으로는 실행 가능한 구제 방법이 더는 없다”면서도 “분명히 해두자. 이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이 아니다. 향후 우리는 이번 선거를 심각하게 부실 관리한 데 대해 그리고 위헌적 행위로부터 앞으로의 선거를 보호하기 위해 조지아주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켐프 후보 측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사전투표를 제외한 개표 결과 1.6% 포인트 차로 에이브럼스 후보를 앞서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에이브럼스 후보는 그동안 개표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미국 정부, 강력한 금연 대책 발표

    미국 정부, 강력한 금연 대책 발표

    미국 정부가 다양한 향이 첨가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제한하고 멘솔(박하향)이 들어간 모든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미 경제전문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스콧 고틀립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전자담배 액상 판매를 제한하고 멘솔 궐련형 담배와 향이 첨가된 모든 시가 담배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규제가 시행되면 미국 편의점과 주유소 등에서 일반 담배와 비슷한 향이나 민트, 멘솔을 제외한 전자담배 액상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온라인 또는 미 전역에 1만여 곳밖에 없는 담배 전문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더 정교한 나이 인증검사 절차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10대 사이에서는 크림, 망고 등 여러가지 향이 첨가된 액상 전자담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흡연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고틀립 국장은 지난 9월 “전자담배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전염병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며 “향이 첨가된 전자담배의 판매를 즉각 금지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규제를 예고했었다. 그러면서 그는 멘솔이 첨가된 일반 담배의 유해성도 지적했다. FDA에 따르면 미국 12~17세의 청소년 흡연자의 절반이 멘솔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성인 흡연자의 3분의 1만 멘솔을 피는 것에 비해 청소년의 멘솔 담배 흡연율이 더 높다. 고틀립 국장은 “멘솔향이 흡연의 불쾌한 점을 숨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멘솔향 궐련 담배와 향 있는 시가 담배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미 담배제조업계는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필립모리스 모회사 알트리아는 “멘솔 및 전자담배 액상에 대한 전면 금지는 극단적인 조� 굡窄� “과학과 증거에 기반을 둔 판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알트리아는 앞서 지난달 FDA의 권고를 받아들여 일반 담배향과 민트, 멘솔 향을 제외한 다른 향의 액상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금연단체들은 FDA의 결정을 반겼다. ‘담배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 대표 매튜 마이어스는 “두 개의 규제 조치는 그동안 연방정부가 해온 그 어떠한 정책보다도 청소년과 흑인들의 흡연율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환영했다. 공공보건법센터 조엘 레스터 흡연억제부 담당자는 “그동안 담배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규제를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면서 “이번 규제가 공공보건이 개선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규제가 통과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미 전국편의점협회는 “FDA는 특정 매장에만 물건을 팔지 말라고 할 권한이 없다”며 “법적으로 해당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회사 제프리스의 오웬 베네트 분석가는 “멘솔 담배는 흑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많은 담배”라며 “FDA가 규제를 밀어붙이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멘솔 규제 시행까지 최소 3년을 예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총기 옹호’ 美하원 24명 낙선… 규제 방아쇠될까

    묻지마 총격으로 아들 잃은 맥배스 의원 등 규제 강화 공약 17명 당선… 입법 힘 실릴듯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직 해병대원의 무차별 총격으로 13명이 숨지는 등 총기난사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11·6 중간선거에서 총기 소유권리를 옹호해온 연방 하원의원이 24명이나 낙선한 것으로 집계됐다.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총기 옹호자들의 의회 퇴출 이후 새로 선출된 의원 중 최소 17명은 엄격한 총기 규제를 요구해 관련 입법 추진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 NBC방송은 이들 17명의 의원들은 미국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던 현역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물리쳤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인물이 2012년 ‘묻지마 총격’으로 17살 아들을 잃은 뒤 총기 규제를 외치는 ‘투사’가 된 루시 맥배스(58) 당선인이다. 비행기 승무원이던 맥배스는 이를 계기로 총기류 안전 및 규제를 옹호하는 시민단체의 대변인이 됐다. 흑인인 그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40년간 독식해온 ‘텃밭’인 조지아 6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50.5%의 득표율로 현역인 캐런 핸들 하원의원을 꺾었다. 연방 하원에서의 새로운 인물들 등장으로 총기 규제 입법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더구나 지난 7일 밤 로스앤젤레스(LA) 교외에서 일어난 총기난사로 아들 텔레마커스를 잃은 어머니 수전 오패노스가 절규하는 영상이 트위터에 게재된 지 이틀 만에 535만회를 넘는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이날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총기 구매자에 대한 범죄 경력 등 신원 조회 강화, 공격용 무기 금지를 포함한 규제 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슈퍼모델 조단 던의 스타킹 컬렉션 화보 화제

    슈퍼모델 조단 던의 스타킹 컬렉션 화보 화제

    세계적인 톱모델 조단 던(Jourdan Dunn·28)의 칼제도니아 신제품 출시 기념 화보가 화제다. 칼제도니아(Calzedonia)는 1986년 이태리 베로나에서 시작한 30년 전통 이태리 명품 레그웨어 브랜드다. 조단은 이번 겨울 스타킹 신제품 컬렉션을 통해 명품 각선미와 흑인모델로서의 매력을 맘껏 뽐냈다. 조단은 15세의 어린 나이에 스톰 모델 매니지먼트에 의해 스카우트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적인 유명 모델로 활동 중이다. 2014년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 모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영국 모델 중 최초의 흑인 모델이다. 사진= 칼제도니아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월드피플+] 흑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하얀 피부’의 흑인 쌍둥이

    [월드피플+] 흑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하얀 피부’의 흑인 쌍둥이

    “저희 아이들은 알비노일 뿐입니다.” 평범한 흑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하얀 피부를 가진 흑인 쌍둥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됐다. 메트로 등 영국 일간지의 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 주에 사는 러셀 루이스-크리스틴 루이스 부부는 2년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 형제를 출산했다. 평범한 흑인 부부였던 두 사람은 태어난 쌍둥이를 마주한 뒤 놀라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의 피부가 백인에 가까운 매우 밝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쌍둥이는 알비노를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알비노는 멜라닌 세포에서의 멜라닌 합성이 결핍되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사람을 포함한 동물 전반에서 드물게 나타난다. 현재 2세인 놀란-서배너 쌍둥이 형제는 하얀 피부에 흰 눈썹을 가진 흑인이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한 아이의 머리카락 색은 짙은 갈색, 또 다른 아이는 연한 갈색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멜라닌 합성 결핍으로 두 아이 모두 백지장과 같은 하얀 피부를 가졌다. 이에 가족 모두가 외출할 때마다 부모는 입양 또는 대리모로 아이를 가졌냐는 의심과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쌍둥이의 엄마인 크리스틴은 “대리모로 아이를 가졌냐는 물음을 받을 때마다 상처를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남편을 두고 백인남성과 외도를 해서 낳은 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알비노는 흔하지 않은 증상이지만, 특히 쌍둥이에게서 알비노가 나타나는 것은 더욱 드물다. 그렇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루이스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들마저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쌍둥이의 엄마는 “아이들과 외출할 때마다 얼굴을 가리는 선캡을 쓰게 할 때도 있었다. 무례한 낯선 이들의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아마도 아이들을 평범한 교육환경에 놔두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쌍둥이의 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나는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할까봐 걱정된다”면서 “그저 우리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며 성장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 “여성들이 미국 선거판을 뒤집었다.”

    [김균미의 세계는 지금] “여성들이 미국 선거판을 뒤집었다.”

    “여성들의 분노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6일(현지시간) 실시됐던 2018년 미국 중간선거는 ‘여성 돌풍(女風)’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 여성들의 저력은 하원 다수당을 8년 만에 다시 차지한 민주당 ‘블루 웨이브’의 원동력이었다. 미국 의회에 진출한 여성과 성소수자 숫자가 최다라는 기록 못지않게 달라진 선거문화와 선거 결과가 여성과 젊은 층의 정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거리에서, 이웃집 부엌에서,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지역 정치모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식 미국에 반대했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탈환’을 가능케 함으로써 여성은 앞으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여성 하원의원 역사상 처음으로 100명 넘을 듯…여성의원 비율 23%로 소폭 증가 2018년 미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은 10일 현재 120명이 넘어 역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미 럿거스대학의 여성정치센터(CAWP) 집계에 따르면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6대 의회에 진출할 여성 의원 수는 최소 123명이다. 이는 상원의원 100명과 하원의원 435명 등 모두 535명 가운데 23%에 해당한다. 현재의 20%보다 소폭 늘어났지만,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하원은 여성의원 101명이 당선이 확정돼 사상 처음 100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88명, 87%로 압도적이다. 공화당은 13명이 당선됐다. 백인이 아닌 여성의원이 40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는데, 역시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이다. 100명 중 임기가 끝난 23명만 뽑은 상원은 여성 의원 12명이 당선돼 현재와 마찬가지로 23명이 유지됐다. 민주당 소속이 16명이고, 비백인은 4명이다. 주지사는 전체 50명 가운데 9명이 여성으로 2004년, 2007년과 같다. 민주당 소속이 2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 게 눈에 띈다.‘최초’ ‘최다’ 기록 봇물 연방 상하원 여성 당선자 수가 늘어나면서 최초 기록들이 쏟아졌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이 2명 당선됐다. 한 명은 팔레스타인계 변호사이고, 다른 한 명은 소말리아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첫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언) 여성 하원의원도 2명 배출됐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성소수자이다. 아이오와주에서 첫 여성 하원의원이 당선됐고, 매사추세츠주와 코네티컷주에서는 처음으로 흑인 여성 하원의원이 나왔다. 테네시주에서는 여성 상원의원이 처음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유세를 세 번이나 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인물이다. 첫 라틴계 여성주지사가 뉴멕시코주에서 나왔고, 사우스다코타와 메인, 괌에서도 여성주지사가 처음 당선됐다. 그런가 하면 아직 한 명의 여성 당선자를 내지 못한 주들도 많다. 하원은 2년마다 435명을 뽑는데, 알래스카와 미시시피, 노스다코타, 버먼트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의원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여성 상원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주는 이번에 한 곳 줄어 18개 주가 됐고, 20개 주에서는 아직 한 명의 여성주지사도 당선되지 못했다.2018년은 미국 정치사에 남을 ‘여성의 해’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2018년을 제2의 ‘여성의 해’로 평가한다. 1992년은 선거에서 여성들이 대거 연방 의회에 진출하면서 ‘여성의 해’로 불린다. 선거 직전인 1991년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인 클라렌스 토마스의 상원청문회 때 남성 일색의 상원에서 성희롱 피해자인 아니타 힐이 되레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성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여성 다수를 워싱턴으로 보냈다. 이번 중간선거는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미투운동(나도 피해자다)’, 도를 넘어선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와 분열의 정치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연대했다는 점에서는 1992년과 닮았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밀착된 선거운동과 활성화된 소액 온라인 모금활동, 기성 정치문화와 선거운동코드를 의식하지 않는 여성 후보들의 접근법은 26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진화했다. 상하원·주지사 선거에 여성 273명 출마…지난 5차례 선거의 평균 171명 웃돌아 중간선거에서 ‘여풍(女風)’은 출사표를 던진 여성후보 수와 여성유권자 수, 선거자금에서도 나타난다. 럿거스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중간선거의 당내 경선에 나온 여성 후보는 590명이다. 민주당이 428명, 공화당이 162명이었다. 하원 예비선거에 476명이 출마했고, 상원 예비선거에 53명, 주지사 예비선거에 61명이 각각 나왔다. 경선을 거쳐 본선 티켓을 거머쥔 여성 후보는 273명으로 줄었다. 이 중 민주당이 209명으로 76%나 됐다. 2008년 이후 10년 동안 5차례의 선거에서 평균 171명의 여성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 하원은 234명이 출마해 101명이 당선돼 당선율이 약 43%에 이른다. 상원은 23명이 출마해 12명이 승리해 당선율이 50%를 넘는 셈이다.‘여성은 교육과 낙태권에만 관심 있다?’…‘NO’ 여성 후보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수적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선거운동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남성중심 정치·선거문화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여성과 소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선거에 장애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기존의 선배 여성 정치인들이 능력과 전문성을 강조하려고 화려한 경력과 사생활도 없이 일에만 몰두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선거광고에 담았고, 과거 성희롱 경험이나 대출 때문에 겪는 경제적 어려움, 가족의 약물중독 치료 등 숨기고 싶은 개인사를 과감하게 공개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여성 후보들은 여성은 교육과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 등 몇몇 이슈에만 관심 있다는 선입견도 깼다. 건강보험제도와 이민, 총기 규제, 최저임금, 기후변화, 환경 등을 강조하며 이슈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여성 유권자들이 여풍(女風)의 진짜 주인공 여성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여풍도 돌풍이 아닌 미풍에 그쳤을 수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여성들은 소모임을 결성하거나 가입해 활동해왔다. 유권자등록 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후보들의 선거유세를 지원했다. 미투운동과 반(反)트럼프 시위에 적극 참여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액수에 상관없이 정치후원금 모금에도 적극적이었다.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CRP에 따르면 이번 선거 동안 정치후원금을 낸 여성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8월 말 현재 여성들이 모금한 후원금이 300만 달러가 넘었다.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에게 집중됐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년 전보다 여성들이 낸 정치후원금이 36% 증가했다. 2018년 ‘여풍’, 스노볼 효과로 이어질지 관심 여풍이 2020년과 그 이후까지 이어질 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성 연방상원의원이나 주지사가 1명 선출되면 다음번 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지는 여성이 평균 7명으로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파급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늘어난 여성의원들이 워싱턴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균미 대기자 kmkim@seoul.co.kr
  • 애국가 4절까지 불렀던 브룩스, 굿바이

    애국가 4절까지 불렀던 브룩스, 굿바이

    사상 첫 흑인사령관… 2년 6개월 근무 평화무드 지지한 친한파·한국어 출중 신임 에이브럼스 “신뢰 통해 강한 관계” 남북, DMZ내 GP초소 1곳씩 보존 합의“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나라 사랑하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8일을 끝으로 주한미군사령관의 직무를 마친 빈센트 브룩스 대장은 이날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대연병장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친한파’답게 이처럼 한국어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2016년 4월 사상 첫 흑인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부임했던 브룩스 대장은 우리말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를 줄 알 만큼 한국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브룩스 대장은 이날도 이임사에서 “안녕하십니까, 정경두 국방부 장관님”으로 시작해 “같이 갑시다” 등 수차례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브룩스 대장은 지난 2년 6개월여의 한국 근무 기간 매년 현충일마다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1980년대 한국에서 근무했던 그는 취임 당시 “역사적인 자리에 다시 돌아와 애국가를 다시 들으며 오늘날의 대한민국 및 미국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돼 매우 행복하다”며 한국어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특히 군인이면서도 남북 대화 등 평화 무드를 적극 지지한 평화주의자였다. 한·미 보수층 일각에서 남북 상호 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에 대해 안보불안론을 제시할 때마다 그는 남북 대화 지지 입장을 밝혔고 주한미군의 안보를 책임진 그의 그런 발언은 그 누구의 말보다 든든한 평화의 버팀목이 됐다. 브룩스 대장에 이어 이날 신임 사령관으로 취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대장은 명문 군인 가문 출신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미 1군단과 9군단에서 참모장교로 근무한 아버지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전 육군참모총장의 3남이다. 미군의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 전차도 그의 부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강한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수행하면서 각 부대의 특별한 관계를 다지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보내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중심으로 공고한 연합방위태세가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 현안들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한·미 양국은 지난해 강원 양구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 1구에 대한 공동 감식을 해 신원을 확인했다. 또 남북 군당국은 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와 관련해 남측은 동해안 지역에 있는 GP, 북측은 중부 지역의 GP 각 1개씩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원형 상태로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는 10일까지 굴착기를 이용해 병력, 화기 철수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칸트마저 피할 수 없었던 인식의 사각지대… 당신은 어떤가요

    [강남순의 낮꿈꾸기] 칸트마저 피할 수 없었던 인식의 사각지대… 당신은 어떤가요

    합리적 존재 범주에 여성은 포함 안시켜 흑인의 인종적 열등성 믿어 의심치 않아 한 종류의 차별에 민감성 높다 치더라도 다층적 차별 따른 인식 사각지대 불가피 지속적인 학습 과정 통해 인지 확장 필요대학원 세미나 시간에 한 흑인 학생과 백인 학생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흑인 학생은 반인종차별을 위한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해 온 인권운동가이다. 백인 학생은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위한 활동을 해 오던 사람이다. 발제 시간에 섹슈앨러티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발제 후 흑인 학생의 코멘트가 논쟁의 발단이다. 흑인 학생은 자신이 이 대학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지난 한 학기 동안 ‘섹슈앨러티’와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들은 횟수가 평생 들은 것보다 더 많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발제자에게 ‘당신 같은 백인이 도대체 흑인들이 당해온 인종차별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라며, ‘성소수자 문제 같은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큰 문제인 양 과장하는 것을 듣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백인 학생이 ‘당신은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혐오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고 파괴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도대체 아는가?’라며 대응했다. 급기야 이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상대방의 인식 한계를 지적하였다. ●인식론적 사각지대에 대한 성찰 필요 누가 개입할 여지도 없이 격한 논쟁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백인 학생이 ‘더이상 이런 분위기를 참을 수 없다’며 일어서서 책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그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안 끝났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가방을 싸던 학생은 나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나는 예정에 없던 즉흥 강의를 해야 했다. 첫째, 각자가 지니고 있는 ‘인식의 사각지대’의 문제, 그리고 둘째, 다양한 종류의 억압과 차별들의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 지닌 다층적 위험성에 관한 것이었다. 인종차별과 같은 한 종류의 차별구조를 잘 안다고 해서, 다른 종류의 차별에 대한 인지가 자동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성 차별, 장애 차별, 계층 차별, 인종 차별, 나이 차별, 종교 차별, 외모 차별 등 현실세계에서 작동되고 있는 다양한 얼굴의 차별들은 각기 독특한 양상을 띠며 매우 복합적인 구조로 형성되고 유지된다.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표피적인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반드시 학습해야만 한다. 다층적 차별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는 지속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조금씩 형성되기 때문이다. 논쟁을 하던 두 학생은 격했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세미나가 끝난 후 서로 악수하며 미안하다는 사과를 나눔으로써 상황은 매듭지어졌다. 그런데 이 두 학생의 경우가 강의실에서만 있는 것인가. 아니다. 곳곳에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인식의 사각지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코스모폴리턴 사상을 사회정치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모든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목적의 왕국’(Kingdom of Ends)을 설파한 철학자다. 칸트의 코스모폴리터니즘은 세계화 시대에 국경을 넘어서는 세계 정의, 환대, 권리를 상기시킴으로써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정치 철학적 토대를 놓은 중요한 공헌을 한다. 그런데 그 위대한 사상을 확산시킨 칸트도 인식의 사각지대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인간됨을 구성하는 ‘합리적 존재’의 범주에 여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인간 지리학(human geography)을 가르치면서 열대지방에서 태어난 흑인의 인종적 열등성을 의심치 않는다. 칸트가 중요한 철학적 공헌을 했다고 해서, 그가 지닌 여성 혐오 사상과 인종차별과 같은 인식의 사각지대의 문제들이 덮여서는 안 된다. 예술, 문학, 철학의 이름으로 또는 종교나 정치의 이름으로 타자에 대한 혐오와 경시를 정당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이러한 인식의 사각지대에 대한 비판적 인식 확장의 역사이기도 한 이유이다. ●차별·혐오에 관한 ‘인지 확장의 역사’에 희망 지난 10월 L 작가가 ‘단풍’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단풍은 ‘저 년’이라는 비하된 ‘여자’로 호명된다. 더 나아가 그 ‘저 년’은 남자를 유혹하는 ‘화냥기’를 지닌 여자로 재호명된다. ‘화냥기’ 있는 ‘저 년’을 ‘절대로 거들떠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여성 비하는 물론 노골적인 자연 비하까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글이 전제하는 세계는 남자들의 세계이다. 단풍을 바라보는 주체가 여자이기도 하다는 상식조차 전적으로 배제된 서사이다. 이 글에서 남성은 이 세계에서 ‘발화(speaking)의 주체’로서만이 아니라, ‘보기(seeing)의 주체’이며, ‘쓰기의 주체’로 자연스럽게 호명되고 각인된다. 남성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남성중심적 발화, 보기, 그리고 쓰기 행위를 통해서, 단풍을 ‘화냥기’를 지닌 ‘저 년’이라고 한 표현이 담고 있는 여성 혐오와 자연 비하는 마치 숨 쉴 때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자연화된다. L 작가는 자신이 “여성을 비하할 의도나 남성 우월을 표출한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차별, 폭력, 혐오 행위는 행위주체의 ‘의도성’ 여부에 의해서 그 부당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어라고 해서 또는 은유라고 해서 여성, 인종, 장애, 나이, 성적 지향, 특정 종교 등 어떤 특정한 사회적 소수자 그룹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공적 세계에 발표되는 글들은, 그 장르가 무엇이든 그 글이 담은 가치를 확산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적 세계에서의 글과 말이란 이미 ‘정치적 행위’의 의미를 지닌다. L 작가의 비성찰적 변명과는 달리, 어느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한 비판적 수정작업을 한다. 시집 ‘여수’로 2018년 20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가 된 서효인 시인은, ‘여수’를 출간하면서 과거에 썼던 시에서 여성 혐오적 표현들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공장에 다니는 여공들’이 아니라, ‘공장에 다니는 젊은이들’로, ‘우리 모두 아줌마가 되면’을 ‘우리 모두 학부모가 되면’으로 바꾸었다(그런데 이러한 표현들이 왜 ‘여성혐오적’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면, 젠더 문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 ●다층적 혐오 넘어 모든 생명 존중하는 세계로 또한 여성 혐오적 표현이 있는 시들 몇 편은 시집에서 아예 빼기도 했다고 한다. 문학작품이라고 해서 차별과 혐오의 면책 특권 영역이 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어떠한 종류의 글이든 이러한 비판적인 수정 작업의 대상임을 이 시인은 보여준다. “그때는 몰랐던 여성 혐오가 지금은 보여”서 빼거나 수정하는 비판적 인식 확장 작업은 문학, 종교, 철학,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는 ‘여수’에서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로 ‘시인의 말’을 매듭짓는다. 인류의 역사는 차별과 혐오에 관한 ‘인지 확장의 역사’임을 서효인 시인의 수정 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인류의 역사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발화의 주체’(speaking subject)는 남성이었다. 여성은 오직 ‘발화의 객체’(spoken object)로만 존재해 왔다. 사회의 중심부에 있는 이들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간주하는 주변부인들을 향한 언사가 비하적이든 혐오적인 것이든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좋은’ 글이란 지금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를 담고 있는 글이다. 그 글이 전하는 새로운 세계가 지금보다 나은 세계라는 것은, 다층적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배제를 넘어서서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 모든 종류의 생명이 존중되는 세계, 그리고 나이, 계층, 생김새, 성별, 장애 여부, 피부색, 교육 배경, 또는 종교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임을 의식 속에, 그리고 제도 속에 담아내는 세계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외국인만 콕 찍어… 범죄자 낙인찍는 집중 단속

    외국인만 콕 찍어… 범죄자 낙인찍는 집중 단속

    해마다 “100일 동안 ○○명 검거” 홍보 범죄율은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높아 “잠재적 범죄자 취급” “혐오 부추기나” 범죄 아닌 사람군 특정 단속 개선해야“경찰청은 100일간 ‘외국인’ 범죄를 집중 단속해 88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89명을 구속했다.” 경찰청은 지난 4일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이 해마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벌이는 것은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연말 음주 단속처럼 ‘범죄 행위’가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특정 사람군을 대상으로 한 집중 단속이라는 점에서다. 경찰은 2015년부터 매년 100일씩 ‘외국인 강력·폭력 등 국제범죄 집중 단속’을 실시해 오고 있다. 단속 대상은 외국인 집단폭력, 조직범죄, 마약 밀매 등 가해자가 외국인인 범죄들이다. 단속이 처음 시작된 2015년 당시 경찰대 산하 치안정책연구소는 ‘체류 외국인 범죄에 관한 경찰의 대응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2012년 조선족 오원춘에 의한 토막 살인 사건, 2014년 조선족 박춘봉에 의한 수원 살인 사건 등 체류 외국인에 의한 흉악 범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체류 외국인이) 한국의 경찰 공권력에 도전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경찰이 외국인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는 명분을 제공했다. 외국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외국인 혐오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외국인 노동자는 죄인이 아니다”라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범죄율만 놓고 보면 내국인 범죄율보다 외국인 범죄율이 오히려 낮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인구 기준으로 10만명당 범죄자 수는 내국인 3636명, 외국인이 1654명이었다. 노성훈 경찰대 교수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 정책은 해당 집단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각을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면서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흑인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한 결과 흑인들의 범죄율이 오히려 높아진 것과 비슷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찰은 외국인 집중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살인·강도 등 강력 범죄에서는 외국인의 범죄율이 높고, 범죄가 조직화·세력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만명당 살인 피의자 수는 내국인 1.62명, 외국인 4.86명으로 외국인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를 전담하는 외사과에서 업무상의 이유로 외국인의 ‘범죄’에 초점을 맞춰 집중 단속하는 것에 선입견이 생길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교수는 “외국인 강력 범죄율이 높다고 주장하려면 내국인 범죄자도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외국인처럼 20~30대, 남성으로 한정해 비교해야 옳다”고 비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美 또 혐오범죄… 요가교실 총격범은 여성 혐오주의자

    美 또 혐오범죄… 요가교실 총격범은 여성 혐오주의자

    미국에서 최근 ‘혐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요가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범인 스콧 베이얼(40)이 극우 성향의 여성 혐오주의자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3일 전했다.베이얼은 이날 플로리다 주도 탤러해시의 쇼핑센터에 있는 핫요가교실에 손님인 척 들어가 총격을 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 인해 플로리다주립대 학생 모라 빙클리(21) 등 2명의 여성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경찰 당국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인 가운데 베이얼이 2014년부터 유튜브와 음성 공유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에 여성과 흑인, 이민자 등을 비하하는 동영상과 노래를 게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운드클라우드에는 범행 직전까지도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노래를 올렸다. 이들 게시물에서 그는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연락처를 준 여성들을 비난하며 ‘슬럿’(잡년), 매춘부 등 비속어를 서슴지 않았다. 한 영상에서는 2014년 캘리포니아에서 총기난사와 칼부림으로 6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엘리엇 로저를 언급했다고 온라인매체 복스는 전했다. 복스는 “엘리엇 로저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인셀)들 사이에서 영웅이 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인셀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 나아가 여성 혐오주의자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베이얼은 또 과거 성추행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은 그가 2012년과 2016년 아파트 풀장과 대학 캠퍼스에서 여성의 신체부위를 만져 경찰에 붙잡혔다고 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미국 요가교실 총격범, 유튜브에 여성혐오 영상…인셀로 보여”

    “미국 요가교실 총격범, 유튜브에 여성혐오 영상…인셀로 보여”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요가 교실에 침입, 총기를 난사해 2명을 숨지게 한 범인이 과거 온라인에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담은 영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과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지난 2일(현지시간) 탤러해시의 한 요가 교실에 들어가 2명을 사살하고 5명을 다치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콧 폴 베이얼(40)이 극우주의자에 자칭 여성 혐오자였다고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얼은 과거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에 여성과 흑인, 이민자들을 비난하는 영상과 노래를 올린 이력이 있다. 베이얼은 2014년 유튜브에 올린 여러 편의 영상에서 비속어를 써가며 여성을 비난했다. 자신의 구애를 거부한 여성에게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내 여성혐오증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그는 여성은 배신과 거짓말의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학창 시절부터 군 복무 시절까지 자신이 겪었던 여성의 이름을 나열하며 그들이 자기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버즈피드의 보도 이후 이 영상들은 ‘폭력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현재 유튜브에서 모두 삭제된 상태다. 베이얼은 사운드클라우드에 범행 직전까지도 노래를 올렸는데, 욕설과 비속어를 써 가며 여성을 공격하는 가사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이 자신의 매력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슬퍼하는 가사도 있었다. 버즈피드는 베이얼이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cel·인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셀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 나아가 최근에는 이 때문에 여성 혐오를 하게 된 남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경찰은 베이얼이 특별히 여성을 타깃으로 했는지, 과거 온라인 게시물이 조사 대상인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버즈피든느 전했다. 범행 동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아직 베이얼이 희생자나 요가교실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베이얼은 과거 성추행으로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2년과 2016년 아파트 풀장과 대학 캠퍼스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만졌다가 경찰에 붙잡힌 전력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범행 당일 베이얼은 손님인 척하며 요가교실로 들어와 갑자기 어떠한 경고도 없이 총격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얼의 총격이 시작되기 전 요가교실 회원 몇명이 총격을 막으려고 그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망자는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다. 숨진 이들은 플로리다 주립대 학생 모라 빙글리(21)와 이 대학 의대 교직원인 낸시 반 베셈(61) 박사였다. 내년 5월 졸업을 앞둔 빙글리는 독일어와 언론학 등을 공부했으며, 교육봉사단체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에 취업을 준비 중이었다고 그의 부친은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親트럼프 vs 反트럼프’ 대결구도 가열… 부재자 투표 2배 늘어

    ‘親트럼프 vs 反트럼프’ 대결구도 가열… 부재자 투표 2배 늘어

    “무조건 공화 지지” vs “독주 저지할 것” 공화 텃밭인데도… 민주 후보 뒷심 ‘혼전’ 2014년보다 투표율 10%P 이상 오를 듯 폭탄 소포 등 ‘증오 범죄’가 막판 변수로“2014년 중간선거보다 두 배 이상 부재자 투표가 늘어난 것 같아요.” 미국 버지니아주 제7지역구인 리치먼드 인근 헨리코카운티 유권자 등록소·부재자 투표소 직원 제임스 밀러(59)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중간선거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새달 6일 열리는 중간선거가 30일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부재자 투표장을 찾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버지니아는 2014년 중간선거 투표율 41%, 2016년 대선 투표율 72%를 기록한 곳으로, 이번 중간선거 투표율은 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버지니아 제7지역구는 공화당 데이브 브랫(54) 현역 하원의원과 민주당 아비가일 스판버거(39·여) 후보가 맞붙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장악을 위해 교체 지역으로 노리는 곳 중 하나다. 버지니아는 주요 경합주이지만 공화당이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제7지역구는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 포인트, 2012년 대선 때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11% 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스판버거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몬마우스대학의 지난달 24일 여론조사에서는 브랫 의원이 48% 대 46%로 2% 포인트 앞섰고 노밍턴패츠의 지난 20일 조사에서는 47% 대 47%로 박빙을 기록했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맥스 로페즈(43)는 “건강보험과 인종 문제 등 각종 혼란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서 투표를 했다”면서 “이번 선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의 독주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벌어진 ‘폭탄 소포’ 사건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지역답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또한 적지 않았다. 소피아 무어(64)는 “나는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한다”면서 “요즘의 혼란과 분열은 민주당과 언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아 존슨(59)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앞으로 혼란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야권 핵심인사를 겨냥한 폭탄 소포 사건과 피츠버그 유대교회당 총격 사건, 백인 남성의 흑인 2명 사살 등 ‘증오’ 범죄가 이번 선거의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폭탄 소포 등 증오 범죄가 하원에서 막판 뒤집기에 나서려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유지하고,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해 뒤집을 것이라는 기존 예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글 사진 리치먼드(버지니아주)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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