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화혁신의 세 기둥(정경문화포럼)
◎“중립·공정관리” 버거운 사명 떠맡아/국민으로부터 나온 힘 뒷받침돼야
현승종 윤관 정구영 이 세사람의 심기는 지금 편치가 않을 터이다.매사 뜻같지 않기 때문이다.국무총리에게는 일부 정당에서 뜬금없이 제기되는 중립성 시비가 부담이 된다.선거관리위원장은 선관위의 권위가 먹혀들지 않는 것을 가슴 아파한다.
현총리는 학문속에 학같이 살던 사람이다.윤위원장 또한 선관위업무만 없었던들 대쪽같은 판결을 남기는 것만으로 자족했을 법관이다.그러나 모두 이번 대통령선거가 국가장래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된다는 인식아래 그 직을 수임하고 나섰다.
정구영검찰총장도 내달 5일로 마감되는 자신의 임기와는 상관없이,차원을 높이려던 우리의 선거문화가 혹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걱정하는 한 사람이다.검찰은 그동안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를 차단하는데 주력했고 금품받은 유권자 구속,5명의 국회의원 당선자 대량 입건이라는 종래없던 조치로 선거풍토를 잠재워왔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전국 관광지마다 단속요원을 상주시키며 버스회사와 대형음식점의 예약상황조사등으로 선거를 위한 선심관광을 막아냈다.이것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그러나 아직도 특정지역·특정정당에 편중돼 올라오는 불법선거운동 적발보고를 적절한 수준에서 가려 수사토록 지휘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요컨대 이들 「삼심」은 선거문화의 한차원 격상,선거풍토의 혁명적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선거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관권·행정선거의 근절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대통령의 중립표명이후 이 문제에 관한 염려는 전과 같지 않다.이제는 『못한다』고 공무원들 스스로 말하고 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다음 3가지이다.첫째 김권의 발호,둘째 흑색선전,셋째 공명감시의 너울을 쓴 민간선거관련기구의 특정세력지지 활동이다.어느 것 하나 선거문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공적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정치사적으로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군부」로 지칭되던 특정집단은 정치권에서 융화되었으며,「민주비민주」 「독재반독재」의 대결구도는 이미 벗어났다.여러 대통령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문민정치시대의 도래를 맞았다.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정치권의 대지각변동은 필지이다.이번 대통령선거는 이런 상황변화를 예고하는 세러머니이다.
최근 서울을 다녀간 일본의 중견언론인은 87년의 선거와 이번 선거의 차이를,유세장을 둘러보고 나서 이렇게 결론 내렸다.『그것은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관심이다.지난번에는 유권자들의 열기가 밖으로 표출되어 과열현상을 빚었다.이번에는 조용히 뽑아야 한다는 의식,냉정한 선거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쉽게 알 수 있었다.이것은 한국의 민주화가 한단계씩 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우리도 이제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그러나 아직은 미국민의 명쾌한 배팅,40대의 빌 클린턴 같은 선택은 할 수가 없다.여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문화는 한 차원 격상되어야 하며 국민의식 또한 함양되어야 가능하다.그래도 그것은 멀지 않았다.유권자들의 냉정한 눈은 이미 혁명을 배태하고 있다.선거풍토가 이래서는 안된다는 개혁정신,정치판은 달라져야 한다는 역사의식을 수반한 진짜 혁명이다.따라서 지금 상황을 단순 정치변혁기라고 부르기에는 아깝다.혁명기라고 고집할만도 한 것이다.
여기에 책임의식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단군이래 극을 누리고 있는 언론자유도 지금이 혁명적 상황이라는 사실을 부끄럽지 않게 한다.
이같은 시대상황에서 대통령선거를 관리하는 국무총리·선거관리위원장·검찰총장은 선거문화의 혁명적 격상을 위한 조치들을 빈틈없이 수행해야 한다.그것은 혁명정신의 부축이다.여기에는 힘이 따라야 된다.이들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힘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이들의 법집행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한편으로 유권자나 후보자가 모두 법을 지키라는 것이다.그래야만 우리의 혁명은 성공할 수 있고,민주주의는 꽃피우게 된다.민주주의란 바로 법치주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