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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자산어보’와 ‘이준석 현상’/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산어보’와 ‘이준석 현상’/서동철 논설위원

    집안 소파에 누워 TV 리모컨을 돌리다 보니 케이블채널에 영화 ‘자산어보’를 예고하는 자막이 떴다. 개봉 전에는 흥행대작이 될 것이라는 흥분 어린 목소리도 있었다. 조용히 개봉관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벌써 집에서 볼 수 있게 됐구나 싶었다. ‘자산어보’를 본 것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영화관에 가는 것은 연례행사도 아닌 격년행사쯤 된다. 올해는 ‘자산어보’ 전에 ‘미나리’도 봤으니 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영화가 화제에 올라도 아주 할 말이 없지는 않게 됐다. ‘자산어보’는 복합영화관의 객석이 300개 남짓한 제법 큰 방에서 상영했는데, 관람객은 필자를 포함해 예닐곱뿐이었다. 평일 오후였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적지 않은 관람객을 동원했다는 ‘미나리’ 때도 비슷한 시간대 관람객이 그보다 많지는 않았다. 다만 ‘미나리’는 가까운 영화관을 쉽게 찾았지만, ‘자산어보’는 상영관이 많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던 것이 달랐다. 무엇보다 이날만 그랬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영화를 보러 온 관람객 가운데 젊은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의아했다. 영화 속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인 ‘창대’가 등장하는 정약전(1758~1816)의 해양생물지(誌) ‘자산어보’의 서문은 미리 읽어 두었다. ‘섬에 덕순 장창대라는 사람이 있어 … 한 집에 머물면서 함께 연구해 책을 완성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창대는 나름 섬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학다식한 인물로 인정받는 당대 흑산도의 대표적 ‘먹물’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본문에도 아홉 군데 등장하는데, 창대가 ‘우기는’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으니 적어 둔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대는 정약전보다 나이가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인물을 좌절한 출세지향의 젊은이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것이 창작의 힘이다. 결론적으로 흑백으로 만든 ‘자산어보’의 영상미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 중반까지 절해고도에 유배된 진보적 학자와 물정 모르는 어촌 젊은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조선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을 신분 격차, 심지어 나이 차이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은 저런 것이겠거니 하며 작은 감동마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궤도가 당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 가면서 “이 영화에 저런 접근이 꼭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관객이 왜 없는지는 의문이었다. 정약전이라는 흥미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조선시대 신분제도의 모순은 물론 지방관과 아전의 횡포와 민중의 좌절까지 리얼하게 그리고 있지 않은가. 절해고도에서 벌어지는 한가하다면 한가한 이야기를 사회적 주제로 ‘승화’시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에 얼마 전까지는 열광했을 젊은 세대일수록 더욱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이후 ‘자산어보’는 잊었다. 영화 ‘자산어보’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것은 엉뚱하게도 최근의 ‘이준석 현상’이었다. 36세에 불과한 그가 일반 시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제1야당 대표에 오른 것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만발하고 있다. ‘잊혔던 보수적 가치에 대한 민심의 향수’라는 신문 해설 기사의 한 대목도 떠오른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 정당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이 신선해 보이는 것은 보수의 가치와도, 진보의 가치와도 관계가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이준석 현상’은 우리 사회가 ‘뻔한 것’에 지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대표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제대로 된 젊은 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하는 짓’이 참신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대를 앞서가는 가치를 담지 못하면 후세에 남을 예술로 대접받지 못하듯 정치도 딱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세월이 흐르고 사회도 바뀌었는데 진화하지 못한 진보나 보수가 여전히 진보나 보수를 대표한다고 외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느냐고 ‘이준석 현상’은 묻는다. ‘자산어보’에 관객이 들지 않은 것도 한때 각광받던 ‘기-승-전-현실비판’이라는 ‘영화문법’이 더이상은 새롭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런 문법을 도식적으로 적용하면 오히려 진부해진다는 것을 관객은 이제 알고 있다고 주제넘은 추측을 해 본다. 그러니 ‘이준석 현상’도 우연히 ‘로또’에 당첨된 것이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문법’을 개발한 데 따른 정당한 반대급부일 수밖에 없다. sol@seoul.co.kr
  • 2765종 150만장 ‘찰칵’…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 23년의 집념, 값진 결실

    2765종 150만장 ‘찰칵’…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 23년의 집념, 값진 결실

    책장마다 사진이 꽉꽉 들어찼다. 나무 한 종당 15장 사진으로 설명한다. 전체 모습을 찍은 대표 사진에 암수 꽃과 잎이 4장씩. 나머지는 열매와 가지 사진이다. 소철과·은행나무과·소나무과 등 23과 195종을 담은 게 1권, 매자나무과·으름덩굴과 등 15과 214종의 사진과 설명을 실은 게 2권이다. 차례로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글항아리) 8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렇게 2765종의 나무를 4만여장으로 보여 준다. 이 방대한 작업을 전직 공무원 박승철(70)씨 홀로 했다. 투자한 시간이 무려 23년이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흑산도로 귀양 가 만든 물고기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떠올리면 너무 과장인 것일까.●“나무 이름조차 모르고 즐겨” 사진 찍고 이름 찾아 “사실 전 철쭉과 진달래 구별도 잘 못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작 이름조차 모르고 나무를 즐기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무 사진을 찍고 이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박씨는 스물다섯 살에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첫 업무는 새마을운동 담당이었다. 골목길을 누비며 도로포장을 점검했다. 1980년 들어 은평구청으로 자리를 옮겨 전산 작업을 맡았다. 당시 컴퓨터가 막 보급될 때였다. 새로운 주민번호를 부여하는 일을 담당했다. 세무직이 처음 만들어질 때엔 세무를 해야 했다. 20년 넘게 구청에서 온갖 업무를 다 하다 보니 지치기 시작했다. 마침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무원 숫자를 줄이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나 이제 쉬고 싶다’고. 아내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1998년 명예퇴직했다. “백수가 할 게 뭐 있습니까. 그저 산에 다니며 좋아하는 나무를 실컷 보자 했죠. 그런데 이름조차 모르니 너무 답답한 거예요.” 북한산에 가면 ‘가을이라 단풍이 빨갛고 예쁘다’는데, 어떤 나무는 봄부터 새빨간 단풍이 들고 가을이 돼도 초록이 변함 없는 단풍이 있다. 그런 개성이 있는데 다들 ‘빨간 가을 단풍’이 돼 버렸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온라인 카페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야사모)이었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가 막 보급될 때였다. 사진을 찍어 올리면 ‘고수´들이 친절하게 나무 이름을 알려 줬다. 그러나 외국에서 온 원예종은 그들도 모르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집 앞에 심은 나무이고, 공원에서 우리와 자라고 있는데도. “그래서 ‘내가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참 주제넘은 짓이었어요. 쉬운 일도 아니었고, 이렇게 오래 걸릴 줄도 그때는 몰랐죠.” 이제는 껄껄 웃어 넘기지만, 힘겹고 번거롭기 그지없는 과정을 거쳤다. 새마을운동 때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이 산 저 산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체계적으로 파일을 정리하고, 꼼꼼하게 자료를 모았다. 전산직, 세무직을 거친 공무원 경력이 반영된 셈이다. 그는 사진을 찍더라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예컨대 ‘벚나무-올벚나무-날짜-시간-장소’ 순으로 적는 식이다. 시간까지 적는 이유는 오전이냐 오후냐에 따라 꽃 피는 모양이 달라서다. 혹여나 놓친 게 있다면 비슷한 시간에 가서 다시 찍어야 한다. 주변 나무들이 자라 해당 나무를 못 찾을 수 있어 ‘연못 왼쪽의 큰 바위 의자 옆에 있는 올벚나무’라는 식으로 붙였다.●망가진 카메라 들고 수리점 갔더니 “어떻게 쓰셨길래” 한창 다닐 때는 365일 내내 ‘출장’이었다. 산과 들, 공원을 누볐다. 많이 찍을 때는 하루 동안 2000장 넘는 사진을 찍었다.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였다. 꽃피는 계절과 날짜를 정확히 맞추는 일이 특히 어려웠다. 사실 한 종의 나무를 설명하는 15장의 사진은 한날 한 장소에서 찍은 것들이 아니다. 꽃이 피고 잎이 벌어지는 시간, 가장 정확한 모습을 보여 주는 시간이 나무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기간은 대개 일주일이다. 심지어 어떤 꽃은 시간까지 정해져 있다. 예컨대 산사나무는 오전 10시 이전의 꽃을 봐야 수술 끝에 있는 분홍색 꽃밥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산사나무 찍을 때는 다 제쳐 놓고 아침 일찍 가서 나무만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열매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두나무 열매는 꽃이 피고 나서 열매가 굵어지는데 초록색부터 노란색, 주황색으로 변하는 과정이 있다. 가장 중요한 사진은 먹음직스런 빨간색이 도는 때인데, 이 시점을 제대로 맞춘다는 게 사실 쉽지가 않다. 그는 “한 나무를 제대로 찍으려면 5년이 걸린다”고 했다. 낮 동안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집에 와 밤새도록 파일 이름을 정리하고 잠에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새벽이면 어둠을 밝히고 또 밖으로 나섰다.이렇게 찍은 사진이 지난 23년 동안 무려 150만장에 이른다. 사진의 화질을 생각하면 무겁고 육중한 DSLR 카메라가 적당하지만, 매일 다니기 때문에 콤팩트 카메라를 선호한다. 꽃 사진을 촬영한 첫 카메라는 소니 717이라는 모델이었다. 15년 정도 매일 사진을 찍다 보니 결국엔 고장이 나 버렸다. 고쳐서 쓰려고 수리점에 가져가니 “어떻게 쓰셨길래…”라는 타박이 돌아올 정도였다. 5년 전 니콘 카메라를 샀지만,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무척이나 혹사당하고 있다. 그의 가방에는 지름을 정확히 잴 수 있는 버니어캘리퍼스, 잎이나 꽃의 궤적을 따라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자, 그리고 배경을 깔끔하게 찍도록 돕는 모눈이 그려진 고무매트가 항상 들어 있다. 사진을 찍고서는 나무 종류와 일치하는지를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 이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도 일본어도 잘 못하지만, 외국 서적을 토대로 원예종의 학명과 함께 비교합니다. 권위 있는 외국 사이트에도 들어가 확인을 하고요. 실제 크기를 또 재봐요. 컴퓨터 속 사진만으로 했다가 크기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찍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중노동이다.●“나무 좋아하는 이에게 도움 되면 돈 못 벌어도…” 책을 출간한 글항아리의 강성민 대표는 “책의 샘플을 가지고 여러 곳을 찾아가 감수를 맡겼더니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기존 자료가 있어야 맞춰 보고 맞는지 틀린지를 알 수 있지만, 국내엔 자료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2765종 전체를 감수할 분야별 전문가들도 마땅치 않다. 결국 책은 감수자가 없다. “조사를 해보니 외국에서는 아주 체계적으로 나무를 관리하더군요. 그런데 우리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연구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국립수목원에서는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예종에 대해서도 따로 연구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면 우리 것조차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그는 이른바 ‘미스김 라일락’처럼 “다른 나라에서 우리 수종을 가져가 육종하고 우리나라가 이를 역수입해야 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렇게 들인 노력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 정도 책을 냈으니 수입을 어느 정도 예상하는지 궁금했다. 통상 인세와 인쇄 부수를 계산해 보니 사실 책 출간으로 벌 수 있는 돈은 크지 않다. “큰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래서 괜찮다고 거듭 말하는 그에게서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졌을 법한 사명감이 엿보인다. “내 책으로 공부하면 여기저기 자료 찾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나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는 그저 기쁘다고 했다. 나무처럼 우직한 그의 23년간 노력은 어떤 열매를 맺을까. 값진 결실인 도감을 들어 보인 그는 꽃처럼 밝게 웃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홍어는 대청도에서 더 많이 잡히는데 왜 흑산도가 주산지 됐을까

    홍어는 대청도에서 더 많이 잡히는데 왜 흑산도가 주산지 됐을까

    홍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이다. 여름날 서울 관악산을 오르는 산객들의 배낭에서 큼큼한 냄새가 풍기면 틀림없이 삭힌 홍어가 들어 있을 것이다. 홍어 맛을 들인 사람들은 독특한 식감도 있고, 소화도 잘 되고, 어떤 주종과도 잘 어울린다고 찬양(?)한다. 해서 홍어를 질색하는 이들의 핀잔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길에 홍어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홍어를 즐기는 이들이 입안에 홍어 살을 질겅거리면서 입씨름을 벌이는 주제가 홍어를 어느 지역에서 먼저 삭혀 먹었느냐는 것과 어느 지역이 주산지냐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가 주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금도 실은 인천 옹진군 대청도와 소청도가 국내 생산량의 50%를 차지한다. 2010년부터 참홍어를 별도로 분류하기 시작하는데 그해 인천은 395t, 2011년 197t, 2014년 348t을 기록한다. 2014년 인천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어는 참홍어를 포함해 800t으로, 전남지역 502t보다 298t이 많았다. 대청도에서 나주 영산포나 영광 법성포까지 뱃길로 엿새쯤 걸렸으니 그 과정에 삭혀진 것이 기원이란 얘기를 하면 전라도 사람들의 표정이 영 안 좋아진다. 흑산도에서 영산포나 법성포로 이동하려 해도 거진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흑산도가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것은 일단 전라도 지역민들이 오래 전부터 홍어 삭힌 것을 제삿상에 올리는 것을 도리라 생각할 정도로 즐겨 풍부한 시장이 형성된 데다 대청도 홍어를 자체 브랜드로 키우지 못한 까닭이 겹쳐진다. 대청도는 물론, 오래 전부터 홍어를 즐겨온 인천 지역에서도 홍어를 삭히지 않고 먹거나 말려 탕으로 끓여 먹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대청도 어민들은 자체 브랜드 육성을 하지 않고 왜 흑산도에 홍어 물량을 그대로 넘겼을까? 서해 5도 현장 답사의 마지막 순서로 지난 2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대청도를 찾아 어민들과 해양경찰청 파출소장 등을 인터뷰했는데 늘 홍어가 화제에 올랐다. 어민들은 1975년쯤 이곳 어민 3명이 흑산도로 이주해 전수한 건주낙(걸낙) 때문에 흑산도가 주산지로 잘못(?) 알려지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수심 30∼200m, 수온 섭씨 5∼15도의 냉수종 어종인 홍어는 봄철 흑산도에 머무르다 여름에 대청도 근해로 올라왔다가 겨울에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새우류와 어류, 두족류 등을 주로 먹는데 낚시 바늘에 놀래미 미끼를 끼어(장주낙) 바다에 던져 놓고 반나절(7~12시간) 지나 걷어 올린다. 그런데 대청도에선 미끼를 쓰지 않고 빈 바늘만 갖고 홍어를 잡았다. 2016년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이 펴낸 ‘당신이 몰랐던 인천 섬 이야기’를 들추면 손무남씨가 이렇게 증언한다. 시간과 비용을 줄여 걸낙은 한 번 던져 놓으면 닷새 뒤에 건져 올려도 돼 물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잡은 홍어는 그대로 저장해 삭혀 군산이나 법성포로 가져가 팔고 쌀이나 부식 등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북방한계선(NLL) 근처까지 올라가 야간 조업도 하며 홍어를 잡았다. 그러다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수원호가 납북되는 바람에 ‘어로저지선’이란게 생겨 북쪽으로 갈 수가 없었다. 물살에 떠밀려 조업금지 구역을 넘어 갔다고 우리 어업순시선에서 뭉둥이찜질을 당하기도 했다고 손씨는 증언했다. 이 바람에 1975년에 대청도에 살던 송명섭씨가, 1980년 김상렬씨가 흑산도로 이주했다. 당시만 해도 흑산도는 장주낙을 썼는데 걸낙으로 바꿔 홍어잡이가 풍년을 맞았다. 또한 일부 어민은 충남 쪽으로 이주해 같은 조업 방법을 전파했다.1980년대에는 인천에 있던 저인망 어선들이 몰려와 홍어잡이에 뛰어들어 씨가 마를 정도여서 어촌계가 공동 조업하고 공동 분배하기도 했다. 1992년 배에 위성위치측정(GPS) 시스템이 도입되자 다시 NLL 근처로 올라가 홍어잡이가 급격히 늘어 1995년부터는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 통발을 사용해야 했다. 2000년 이후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홍어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가 2008년 무렵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그러면 왜 대청도 어민들은 자체 브랜드 육성에 소홀했던 것일까? 이번에 만난 어민들은 “홍어를 잡는 어민들의 연령이 너무 높아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흑산도 것과 경쟁하며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 싸움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저 마리당 2000원씩은 더 쳐주는 법성포와 영산포 집하상들에게 넘기는 게 속 편한 일이라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연유로 ‘홍어는 흑산도’가 사람들 머릿속에 박히게 됐고 대청도와 소청도 근해에서 잡힌 것도 흑산도 것으로 팔리게 됐다는, 조금은 슬픈 얘기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들은 사단법인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겸 지질학 박사 김기룡 님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 흰꼬리유리딱새, 흑산도서 국내 첫 발견

    흰꼬리유리딱새, 흑산도서 국내 첫 발견

    흑산도에서 그동안 국내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조류가 확인됐다. 11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생물자원 조사 중 전남 신안 흑산도 암동마을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가칭 ‘흰꼬리유리딱새’를 발견했다. 흰꼬리유리딱새는 크기 17∼19㎝ 크기의 솔딱새과 소형 조류로 인도 북동부를 비롯해 중국 중부, 미얀마 남부, 대만, 하이난섬 등지에서 서식하는 텃새다. 관찰된 흰꼬리유리딱새는 1개체로, 기존 분포지에서 벗어난 ‘길 잃은 새’(미조)로 판단된다. 공단 조류연구센터는 2003년부터 홍도와 흑산도에서 총 25종의 국내 미기록종 조류를 찾아냈다. 태풍 등으로 경로를 벗어난 미조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분포지가 확장돼 새롭게 관찰되는 사례도 있다. 조류연구센터는 흰꼬리유리딱새가 미조로 도래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향후 국내 관찰 빈도와 개체수 변화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승운 국립공원연구원장은 “동아시아 철새 이동에서 흑산도·홍도가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자산어보’에서 배우는 것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자산어보’에서 배우는 것

    좋은 문학과 영화에서 얻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특정한 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이나 시대영화를 읽고 보는 이유다. 역사적 사실을 아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건 시험용 지식이다.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에도 나오듯이 중요한 건 누가 뭐라고 떠들었다는 걸 외워 적는 것이 아니다. 공부(工夫)의 본뜻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왜 배우고 익히는가? 영화에서 정약전(1758∼1816)이 창대에게 던지는 근본 물음이다. 공부에는 학문만이 아니라 기술도 포함된다. 창대처럼 물고기라는 대상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도 공부다. 공부는 단지 입신양명의 수단이 아니다. ‘자산어보’를 보면서 정약전, 정약용, 정약종 형제의 삶을 좀더 자세히 알게 됐다. 정약용은 실학의 대표자이기에 친숙한 이름이다. 형과 동생인 정약전, 정약종은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해양생물을 다룬 책 ‘자산어보’의 저자가 정약전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 책의 집필 과정에 숨은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면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영화의 힘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모습을 영화에 비춰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나는 이 말을 인간 생활의 지속되는 반복이라는 뜻으로 우선 읽는다. 미래는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과거와 현재의 삶의 반복일 수 있다. 약 200년 전 시대를 다룬 영화 ‘자산어보’에서도 ‘오래된 미래’의 모습을 발견한다. 권력과 지식인의 관계가 한 예다. 영화에서 정약전과 정약용은 자신이 사는 시대의 사회 현실과 권력 구조에 대해 강한 비판의식을 지녔지만 그 대안은 사뭇 다르다. 영화에서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의 한 구절을 들어 정약전이 지적하듯이 정약용은 기본적으로 왕권 사회의 틀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개혁정치를 모색했다. 그와 달리 정약전은 왕도, 신하도, 신분차별도 없는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흑산도에서 만나 사제의 연을 맺는 창대의 행로가 보여 주듯이 두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자신이 사는 시대가 뭔가 심하게 비틀린 시대라는 판단에서 정약전과 약용 형제는 하나로 묶인다. 창대의 착잡한 행적은 이들 형제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증거한다. 그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서로 존중한다. 창대가 택했던 ‘목민심서’의 길은 타락한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나는 여기에서 정치와 지식인의 간단치 않은 관계를 확인한다. 정치는 언제나 주어진 현실과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만을 강조한다. 공익을 앞세우는 본래의 마키아벨리즘이 아니라 타락한 마키아벨리즘인 정치공학이다. 이런 정치공학은 정치의 본뜻과 거리가 멀다. “정치(政治)는 평화 ‘治’의 실현 ‘政’이다. 평화(平和)란 글자 그대로 화(和)를 고르게 ‘평’(平)하는 것이다. 화(和)의 의미가 쌀 ‘미’(米)를 먹는 입 ‘구(口)’로 우리의 삶 그 자체라면 정치는 우리의 삶이 억압당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신영복, ‘유고집’)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창대가 목격하는 정치는 백성의 쌀을 고루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쌀을 빼앗고, 견디다 못해 백성이 자신의 양물(陽物)을 자르게 만드는 정치다. ‘자산어보’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우애와 배움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들이다. 우리 시대는 뭔가를 가르치려 하면 기계적 평등주의의 시각에서 ‘꼰대’ 취급하는 시대다. 배우기 위한 겸허함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스승도, 제자도 사라졌다. 저마다 자신만을 내세운다. 배움은 더 많은 재물과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런 배움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허전하다. 정약전은 성리학을 창대에게 가르치고 창대는 자신이 아는 물고기 지식을 정약전에 가르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존중하며 가르침과 배움을 교환한다. 선생은 학생이 되고, 학생은 선생이 된다. 그런 관계는 정약전, 정약용 형제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이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것을 서신으로 알리고 배움을 청한다. 우애의 모습이다. 영화는 단지 현실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현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영화 ‘자산어보’는 그렇게 우리 시대의 모습을 비춰 보는 거울이 된다.
  • 굵직한 한국영화? 아카데미 후보작?… 뭐부터 볼까, 극장가 봄날

    굵직한 한국영화? 아카데미 후보작?… 뭐부터 볼까, 극장가 봄날

    새달을 맞아 기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화색이 돌고 있다. 굵직한 한국 영화들을 비롯해 오는 25일 발표하는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이 극장가의 문을 연이어 두드린다.지난달 31일 개봉한 ‘자산어보’는 개봉 첫날 3만 4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고, 둘째 날인 1일에도 1만 5000여명의 관객을 더해 이틀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흑산도에 유배당한 정약전(설경구 분)이 마을 청년 창대(변요한 분)의 도움을 받아 어류도감인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서로 스승이자 벗이 돼 가는 이야기다. 공유와 박보검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서복’도 여러 차례 개봉을 미루다 15일 선을 보인다. 극장 개봉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도 동시 개봉해 화제성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임무를 맡은 정보국 요원 기헌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과 맞서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는 내용이다.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가 지난달 개봉한 뒤 장기 흥행을 이어 가는 가운데 3주 앞으로 다가온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발표를 앞두고 후보에 오른 작품들도 속속 입성하고 있다. 7일 개봉하는 ‘더 파더’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일상을 보내던 노인 앤서니가 치매로 인한 기억의 혼란을 겪고, 가족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앤서니 역의 앤서니 홉킨스는 85세의 나이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메인인 작품상 수상이 유력한 ‘노매드랜드’가 15일 개봉한다. 2008년 금융위기 후 마을공동체가 붕괴하고, 방랑자로 내몰린 중년 여성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홀로 밴을 타고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도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78회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6개 부문에 지명됐다.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도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인 22일 선을 보인다. 21세의 나이에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블랙팬서 흑표당의 리더 프레드 햄프턴과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의 배신과 비극적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영화, 아카데미 후보작...4월 극장가 꽃 필까

    한국영화, 아카데미 후보작...4월 극장가 꽃 필까

    새달을 맞아 기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화색이 돌고 있다. 굵직한 한국영화들을 비롯해 오는 25일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을 앞두고 후보작들이 극장가의 문을 연이어 두드린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자산어보’가 4월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개봉 첫날 3만 4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고, 둘째 날인 1일에도 1만 5000여명 관객을 더해 이틀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고질라 VS 콩’에 주말 동안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이달 중순까지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어 당분간은 흥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흑산도에 유배당한 정약전(설경구 분)이 마을청년 창대(변요한 분)의 도움을 받아 어류도감인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서로 스승이자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다.공유와 박보검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서복’도 여러 차례 개봉을 미루다 15일 선을 보인다.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임무를 맡은 정보국 요원 기헌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과 맞서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극장 개봉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도 동시 개봉해 화제성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발표를 앞두고 후보에 오른 작품들도 속속 입성하고 있다.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가 지난달 개봉한 뒤 장기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작진 코멘터리부터 촬영 현장 모습을 담은 메이킹 영상 13분 분량을 추가한 ‘피처렛’ 버전도 개봉했다.다른 후보작들도 국내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7일 개봉하는 ‘더 파더’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일상을 보내던 노인 안소니의 기억에 혼란이 찾아오고, 가족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안소니 역의 안소니 홉킨스는 85세의 나이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메인인 작품상 수상이 유력한 ‘노매드랜드’가 15일 개봉한다. 2008년 금융 위기 후 마을공동체가 붕괴하고, 방랑자로 내몰린 중년 여성 펀(프란시스 맥도맨드 분)이 홀로 밴을 타고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도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78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6개 부문에 지명 됐다.‘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도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인 22일 선을 보인다. 21세의 나이에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블랙팬서 흑표당의 리더 프레드 햄프턴과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의 배신과 비극적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정약전, 설경구, 흑백영화… 왜? ‘자산어보’ 이걸 알아야 보인다

    정약전, 설경구, 흑백영화… 왜? ‘자산어보’ 이걸 알아야 보인다

    조선시대 서학 핍박 찾다가 정약전 눈길급진적이며 선비 풍모 품어 설경구 낙점청년 어부 창대와 서로 지성 나누며 성장 흑백으로 담긴 흑산도 풍경, 더 생생해져“컬러 장면 3번… 창대의 성장 나타낸 것”18세기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꼽히는 정약용이 평생에 지적으로 의지한 두 사람이 있다. 하나는 그를 신임한 정조였고, 또 하나는 그의 형 정약전이다. 형제는 차례로 벼슬에 올랐고, 나란히 천주교에 심취했다가 순조 1년인 1801년 신유박해 때 유배됐다. 정약용이 전남 강진으로 떠났을 때, 정약전은 흑산도로 보내져 ‘자산어보’를 완성했다.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도에서 보낸 그의 시간을 조명한다. 정약용보다는 덜 알려진 정약전을, 사극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설경구가 연기한다. 세상 모든 컬러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시대에 흑백 화면으로 채웠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 질문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핍박받은 서학에 대한 영화를 구상하다 ‘목민심서’를 지은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정약전을 조사하다가 그가 쓴 ‘자산어보’ 서문에 나오는 청년 창대가 어떤 이인지 궁금해졌다.”(지난 19일 온라인 인터뷰)역사 속 인물을 탐구해 영화에 녹인 이 감독이 정약전까지 닿게 된 흐름은 이렇다. 알려진 것보다 이야기가 많은 정약전에,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라는 인물은 이 감독의 상상력을 증폭시켰다. 바다 생물에 해박한 청년 어부 창대에게 정약전은 물고기 백과사전 집필에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사학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한다. 신분제에 막혀 답답해하던 창대에게 정약전은 지식의 돌파구이자 인생의 스승으로서 역할을 하며, 서로 지성을 키워 나간다. 이 감독은 “창대를 만들자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머지 주변 인물도 자연스레 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자산어보’의 정약전은 “양반도 상놈도 임금도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진 급진적인 인물이다. 위험한 그의 생각은 창대를 만나면서 그리고 흑산도의 티 없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발산된다. 전형적이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선비의 모습도 자연스레 그려진다. 이 감독도 “조선 선비의 풍모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인물”로 설경구를 꼽았다. 사극 제안을 죄다 거절했던 설경구는 영화 ‘소원’(2013)으로 인연을 맺은 이 감독과 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맘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설경구는 “이 감독이 배우들에게 특별한 연기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앵글 안에서 배우들과 놀자’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소개했다. 창대를 맡은 배우 변요한은 촬영 전 흑산도에 다녀오고, 전라도 사투리를 할 수 있는 지인을 총동원해 사투리를 연습했다. 또 수영장에 다니며 물에 익숙해지고 전문가에게 물고기 손질법을 배웠다. 반면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영화 속 내용처럼 설경구와 때론 티격태격하고, 그를 스승으로 여기며 연기했다. ‘자산어보’는 흑백영화인데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흑산도의 하늘과 바다, 바위 등 질감이 오히려 생생하고, 배우들의 표정 연기는 한층 깊다.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아 흑백영화로 연출했다”는 이 감독은 흑백으로 시인 윤동주를 조명한 ‘동주’(2016)와 비교하며 “두 영화 모두 시대와 불화를 겪는 개인의 이야기이고, 그를 돕는 주된 인물이 등장한다. ‘동주’가 암울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달리 ‘자산어보’는 훨씬 밝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 홍보에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는 정약전의 대사가 쓰였는데, 영화 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감독은 “둘은 어긋나지만, (세상을 깨닫는다는) 본질적인 면에서 같은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흑백영화지만, 컬러 장면이 3번 나온다. 이 감독은 “창대가 크게 성장하는 장면을 상징한다. 무엇이든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중국發 모래먼지, 한반도 하늘을 누렇게 뒤덮었다

    중국發 모래먼지, 한반도 하늘을 누렇게 뒤덮었다

    지난 주말 중국과 몽골지역에서 발생한 거대한 모래폭풍이 화요일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겠다. 기상청은 “지난주 금요일인 26일부터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따라 유입되면서 29일 전국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29일 밝혔다. 특히 이날 낮 12시를 기해 제주도에도 2010년 11월 이후 11년 8개월 만에 황사경보가 발령되면서 강원도 중북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이 황사 영향권에 들었다. 29일 오전 9시 기준으로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충북 서청주 975, 흑산도 936, 경북 안동 817, 전북 군산 816, 서울 547, 강원도 영월 638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옅어지기는 했다고 하지만 제주 고산 957, 전북 군산 925, 흑산도 825, 부산 구덕산 779, 광주 583, 서울 284 등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29일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하루 종일 ‘매우 나쁨’ 상태를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30일 화요일부터는 황사 농도가 점차 옅어지겠지만 대기 정체로 인해 전날 유입된 황사가 잔류해 있는 상태에서 국내 발생 미세먼지까지 축적되면서 전국이 ‘나쁨’ 단계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주 내내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기 정체상태가 이어질 경우 전국에 비가 예보된 이번주 토요일 이전까지 미세먼지 농도는 계속 ‘나쁨’ 단계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한편 30일과 31일 아침 기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도 내외를 보이고 경기동부와 충북북부, 강원영서와 산지, 경북북동산지, 전북동부는 0도 안팎을 보이며 춥겠다. 그렇지만 낮 기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5도 내외가 되겠으며 전남권과 경상권, 강원 동해안은 20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겠다.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은 낮 기온이 전날보다 2~4도 더 올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20도 내외가 되겠고 전남내륙에서는 25도 가까이 오르겠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왜 정약전이고, 설경구며, 흑백일까…‘자산어보’에 대한 3가지 궁금증

    왜 정약전이고, 설경구며, 흑백일까…‘자산어보’에 대한 3가지 궁금증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이준익 감독 영화 ‘자산어보’가 31일 개봉한다. 영화는 흑산도에서 보낸 정약전의 시간을 조명한다. 정약용보다는 덜 알려진 정약전을, 사극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배우 설경구가 연기한다. 세상 모든 컬러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시대에 흑백 화면으로 채웠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 질문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왜 정약전인가 1801년 신유박해로 정약용은 전남 강진, 그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에 유배된다.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바다 생물에 매료돼 책을 쓰기로 한다. 영화는 정약전이 바다 생물에 해박한 청년 어부 창대를 만나 물고기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된 과정을 그린다. 이 감독은 지난 19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조선시대 핍박받은 서학에 대한 영화를 구상하다 ‘목민심서’를 지은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으로 관심이 생겼다. 정약전을 조사하다 그가 쓴 ‘자산어보’ 서문에 나오는 청년 창대가 어떤 이인지 궁금해졌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정약전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사학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한다. 혼자 글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 지식을 거래하자 제안하고, 창대는 못 이긴 척 받아들인다. 창대는 정약전을 돋보이게 하는 상대역으로 설정했다. 서자 출신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명민한 청년이지만, 신분제에 막혀 답답해하는 인물이다. 이 감독은 “창대를 만들자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머지 주변 인물도 자연스레 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전작 ‘동주’(2015), ‘박열’(2017)에서처럼 이번에도 역사 속 개인의 이야기로 시대를 풀어낸다. 그는 “정약전은 실존 인물이고 기록도 있지만, 창대는 허구의 허용치가 확보된 인물이어서 오히려 수월하게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영화로 만들면 자칫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고증에 특히 신경 쓰는데, 그 과정이 정말이지 괴로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왜 설경구인가 설경구가 연기하는 ‘자산어보’의 정약전은 “양반도 상놈도 임금도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가진 급진적인 인물이다. 위험한 그의 생각은 창대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그리고 흑산도의 티없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발산된다.정약전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는 첫 사극연기를 펼친다. 이전에도 몇 번의 사극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 그러나 영화 ‘소원’(2013)으로 인연을 맺은 이 감독과 다시 작업하고 싶어 이번 영화를 택했다. 이 감독은 기자 시사회에서 “개인적으로 조선 선비의 풍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설경구라고 생각한다”고 그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감독은 배우를 풀어놓고, 배우들은 편하게 연기했다. 설경구는 “이 감독이 배우들에게 특별한 연기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앵글 안에서 배우들과 놀자’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창대를 맡은 배우 변요한은 촬영 전 실제 정약전 유배지인 흑산도에 다녀오고, 전라도 사투리를 할 수 있는 지인을 총동원해 사투리를 연습했다. 또, 수영장에 다니며 물에 익숙해지고 전문가에게 물고기 손질법을 배웠다. 그러나 역시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영화 속 내용처럼 설경구와 티격태격하고, 때론 스승으로 여기며 연기했다. 가거댁 역의 배우 이정은이 둘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밖에 류승룡, 조우진, 정진영, 김의성, 동방우(명계남), 방은진 등 유명한 배우들이 우정 출연한다. 두 주연 배우를 축으로 화련한 출연진이 펼치는 앙상블이 볼 만하다. ●왜 흑백영화인가‘자산어보’는 흑백영화임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흑산도의 하늘과 바다, 바위 등 질감이 오히려 생생하고, 배우들 표정 연기는 한층 깊이감 있다. 이 감독은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아 흑백영화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앞서 흑백으로 시인 윤동주를 조명한 ‘동주’와 비교하며 “‘동주’나 ‘자산어보’ 모두 시대와 불화를 겪는 개인의 이야기이고, 그를 돕는 주된 인물이 등장한다. 다만 ‘동주’가 암울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과 달리, 자산어보는 훨씬 밝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창대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흑산도에서 공부를 더 해야 했고, 정약전은 스승이 돼 그에게 도움을 준다. 창대가 정약전을 따르며 성장하고, 품에서 떠나고 깨닫는 게 이야기의 주요 뼈대다. 영화 홍보에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는 정약전의 대사가 쓰였다. 영화 주제도 바로 여기에 집중된다. 이 감독은 “둘은 어긋나지만, 결국에는 (세상을 깨닫는다는) 본질적인 면에서 같은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흑백 영화지만, 컬러 장면이 딱 3번 나온다. 이 감독은 “창대가 크게 성장하는 장면을 상징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여지는 대로 보라는 주제를 담았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정약전과 창대, 그리고 설경구와 변요한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정약전과 창대, 그리고 설경구와 변요한

    “설경구는 우리나라 배우들 가운데 조선시대 선비의 이미지를 가장 많이 내포한 배우에요. 변요한은 솔직히 연기를 이렇게 잘할지 몰랐어요.” 이준익 감독은 31일 개봉하는 영화 ‘자산어보’의 주요 캐릭터인 정약전과 장창대를 연기한 배우 설경구와 변요한에 대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19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두 축이 되는 인물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설명하고,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영화는 흑산도로 유배 당한 조선시대 학자 정약전이 1814년 물고기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된 과정을 따라간다. 책의 서문에 ‘창대’라는 청년의 도움을 받았다고 돼 있는데, 이 감독은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을 구축했다. “조선 시대 핍박받던 서학에 대해 영화를 만들어볼까 하다가 ‘목민심서’를 지은 정약용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그의 형 정약전으로 이어졌는데, 그가 쓴 ‘자산어보‘ 서문을 비롯해 책에서 9번 정도 나오는 청년 창대가 어떤 이인지 궁금해졌다. 정약전은 실존 인물이고 기록도 있지만, 창대는 이름만 있고 기록이 없다. 허구의 허용치가 확보된 인물이어서 오히려 수월하게 구상했다.” 이 감독은 영화 속 창대에 대해 “정약전의 선명성을 돋보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창대는 서자 출신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는 명민한 청년이다. 창대를 구체적으로 만든 뒤 곁가지를 쳐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머지 주변인물도 설정할 수 있었다. 창대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흑산도에서 공부를 더 해야 했고, 여기에 도움을 주는 게 바로 정약전이다. 창대가 정약전의 제자가 돼 도움을 받고 성장하고, 품에서 떠나는지가 이야기의 주요 뼈대다. 이 감독은 “둘은 어긋나지만, 결국에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은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흑백 영화지만, 컬러 장면이 딱 3번 나온다. 이 감독은 “창대가 크게 성장하는 장면을 상징한다”고 귀띔했다. 영화 홍보에는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는 설경구의 영화 속 대사가 쓰였는데, 영화 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감독은 영화 속 두 인물을 생생하게 소화한 두 배우에 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관객은 배우의 외면을 보지만, 감독은 같이 일하면서 내면을 보지 않는가. 설경구와 ‘소원’이라는 영화를 같이 했는데, 배우 이전에 설경구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감동했다. 나이와 격차를 떠나 내가 존경하는 배우”라고 했다. 특히, 그의 얼굴에서 조선의 선비상을 봤다고도 덧붙였다. “네살 때부터 할아버지랑 10년 동안 한 방에서 살았다. 할아버지는 항상 새벽에 일어나셔서 대님부터 매고 한복을 입으셨던 선비셨다. 설경구에게서 그런 자세와 풍모를 느꼈다. 이번 영화에서도 확인했지만,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의 수준이 아니라 내면에서 선비의 분위기가 그대로 우러나오더라.” 창대를 연기한 변요한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렇게 연기를 잘할지 못했다”면서 ‘기대 이상’이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창대라는 인물 자체가 독특한 캐릭터이고, 나름의 방대한 여정이 있는 인물이다. 변요한이 뜨겁게, 때론 차갑게 다 해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이상한 커트가 없었다. 변요한이 아니라 그냥 ‘창대’였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다.” 이 감독은 코로나19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는 것에 관한 부담감도 보였다. “돈은 그저 숫자가 아니라 사연이 있지 않나. 투자자들의 돈은 귀한 것이다. 영화를 개봉할 때에는 항상 실패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열심히 했으니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울릉도·가덕도 하늘 길 다 열리는데… 흑산도 날고 싶다

    울릉도·가덕도 하늘 길 다 열리는데… 흑산도 날고 싶다

    “같은 섬인데 울릉공항은 되고, 흑산공항은 왜 안되나요?” 국토교통부가 2008년부터 도서지역의 접근성 개선과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추진했던 울릉공항이 지난해 11월 착공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흑산공항의 건설 사업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13년째 표류하고 있어 지역 주민의 반발을 넘어 ‘호남 홀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흑산공항 건설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울릉공항은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편익(BC) 1.19로 흑산공항 4.38보다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사업비도 흑산공항 1833억원보다 3배 넘는 6633억원이 투입되지만 오는 2025년 완공 목표로 공항 건설에 들어갔다. 흑산도 주민 신모(54)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일 뿐 아니라 사업성도 좋고 사업비도 훨씬 낮은 흑산공항 사업은 표류하고 울릉공항 사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또 가덕도는 특별법까지 만들었다”면서 “도대체 정부는 무슨 원칙으로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홍도 인근으로 주민 4200여명의 생활권인 흑산도와 1만여명이 거주하는 울릉도는 각각 한해 35만여명 이상 찾는 관광섬이다. 목포에서 흑산도는 쾌속선으로 2시간, 포항에서 울릉도까지는 3시간 걸린다. 두 섬 모두 기후 악화로 선박이 통제되면 응급 상황 시 주민과 관광객 모두 생사의 갈림길에 맞닥뜨리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 흑산공항도 울릉공항처럼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활주로 길이 1200m 규모의 공항 신축을 바라고 있다.두 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립공원 여부다. 울릉도는 국립공원이 아닌 국가지질공원이어서 개발에 아무런 장애가 없지만, 흑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의 공원 계획 변경 승인이 필요하다. 일본과 필리핀은 국립공원 안에 각각 소형공항이 5곳과 2곳이 있고, 인도네시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코모도제도 국립공원에 공항 2개가 있다. 섬 주민들과 이용객 등의 편의를 위해 소형 공항을 운영하고 있는 점에서 우리 정부 방침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항공기 이용 시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된다. 결국 신안군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난해 8월 흑산 공항 예정 부지 1.21㎢(36만평)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는 대신 4.3배에 달하는 신안지역 갯벌 5.32㎢(160만평)를 대체 부지로 제공하는 국립공원 대체 편입지역 변경안을 제출했지만 코로나19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정일윤 흑산공항건설대책위원장은 “울릉공항 착공 소식에 우리 주민들도 박수를 보냈다”며 “지역균형발전과 섬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라도 흑산 공항 건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같은 섬인데 울릉공항은 되고, 흑산공항은 왜 안돼요?”

    “같은 섬인데 울릉공항은 되고, 흑산공항은 왜 안돼요?”

    “같은 섬인데 울릉공항은 되고, 흑산공항은 왜 안된가요?” 국토교통부가 2008년부터 도서지역의 접근성 개선과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추진했던 울릉공항이 지난해 11월 착공한데 반해 흑산공항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13년째 표류 상태에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흑산공항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울릉공항은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편익(BC) 1.19로 흑산공항 4.38보다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사업비도 흑산공항 1833억원보다 3배 넘는 6633억원이 투입되지만 오는 2025년 완공 목표로 공항 건설에 들어갔다. 특히 최대 28조원이 들어가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 3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 하자 ‘흑산공항 소공항’ 건설을 염원했던 지역민들은 호남 홀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홍도 인근으로 주민 4200여명의 생활권인 흑산도와 1만여명이 거주하는 울릉도는 한해 35만여명이 찾는 관광섬이다. 목포에서 흑산도는 쾌속선으로 2시간, 포항에서 울릉도까지는 3시간 걸린다. 두 섬 모두 기후 악화로 선박이 통제되면 응급 상황시 주민과 관광객 모두 생사의 기로에 맞닥뜨리게 되는 공통점이 있다. 흑산공항도 울릉공항 처럼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활주로 길이 1200m 규모의 공항 신축을 바라고 있다. 두 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립공원여부다. 울릉도는 국립공원이 아닌 국가지질공원이어서 개발에 아무런 장애가 없지만, 흑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의 공원 계획 변경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 2016년부터 세 차례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회의가 열렸지만 철새 보호 대책과 국립공원 가치 훼손, 안전성 등에서 찬반 의견이 맞서 계속 보류됐다. 하지만 일본과 필리핀은 국립공원 안에 각각 소형공항이 5곳과 2곳이 있고, 인도네시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코모도제도 국립공원에 공항 2개가 있다. 섬 주민들과 이용객 등의 편의를 위해 소형 공항을 운영하고 있어 정부 방침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항공기 이용시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된다. 결국 신안군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난해 8월 흑산 공항 예정 부지 1.21㎢(36만평)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는 대신 4.3배에 달하는 신안지역 갯벌 5.32㎢(160만평)를 대체 부지로 제공하는 국립공원 대체 편입지역 변경안을 제출했지만 코로나19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정일윤 흑산공항건설대책위원장은 “울릉공항 착공 소식에 우리 주민들도 박수를 보냈다”며 “지역균형발전과 섬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라도 흑산 공항 건설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조선의 보배’ 동의보감·자산어보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동의보감’(25책)과 ‘자산어보’(1책)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중앙과학관의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동의보감’은 1614년 2월부터 오대산사고에서 보존해 온 내사본이다. 영구 보존용이어서 최상의 보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09년 7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2015년에는 보물 제1085-1호에서 국보 제319-1호로 승격됐다. ‘동의보감’은 선조의 명을 받은 허준이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의서 200여종을 집대성해 1610년 편찬했다. 정약전 자필 ‘자산어보’는 현재 전해지고 있지 않으며,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필사본으로 일부 소장 중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은 1946년 필사됐지만 원본 소장자와 필사자, 교정자의 이름과 필사 시기 등 정보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역사적,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귀양 갔던 흑산도 연해 어류를 조사해 1814년에 정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 백과사전이다. 지금 과학적 분류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어류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해 이해하려는 과학적 사고가 잘 담겨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준익 감독 “조선 근대성 발현 ‘정약전 시대’ 흑백으로 담고파”

    이준익 감독 “조선 근대성 발현 ‘정약전 시대’ 흑백으로 담고파”

    “‘자산어보’는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해양 생물을 기록한 어류 학사입니다. 오래전에 동학에 관심이 있다가 왜 ‘동학’이라고 이름을 지었나 싶어서 보니 동학의 반대편에 ‘서학’(천주교)이 있더군요. 쭉 쫓아가다 보니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라는 인물에 꽂히게 됐습니다.” ‘사도’, ‘동주’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25일 설경구·변요한 배우와 손을 잡고 ‘자산어보’를 스크린에 소환했다. 이날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은 “조선 후기 근대성이 발현되던 정약전의 시대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도로 유배되고 나서,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세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돼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자산어보’는 ‘사도’, ‘동주’, ‘박열’ 등으로 역사 속 인물을 새롭게 조명해온 이 감독의 열네 번째 작품이다. 실제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와 관계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보통 영화를 할 때 위대한 분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자산어보는 소박한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윤동주를 기억하지만, 그 못지않은 위대한 누군가 있고, 정약용이 있는가 하면 정약용 옆에 정약전이 있고 정약전 옆에 창대가 있다. 아래로 가다 보면 그 시대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동주’에 이어 또다시 흑백 영화를 선택했다. 이 감독은 “제가 어렸을 때는 1800년대 미국을 다룬 서부영화를 흑백으로 봤다”라며 “서부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호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영화 ‘동주’는 일제의 암흑을 나타내고자 흑백중 흑의 비중이 크다면,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만난 하늘과 바다 사람들의 관계를 그리는 백의 비중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정약전 역할을 맡은 설경구 배우는 ‘자산어보’를 통해 첫 사극 영화에 도전한다. 설경구는 “이 감독님이 사극을 준비한다고 해서 한 번도 안 해봤다고 내가 해야겠다고 주장했다. 열흘 뒤에 감독님이 보내준 책이 ‘자산어보’였다. 여운도 있고 읽으면 읽을수록 와닿았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은 영화 ‘소원’ 이후 8년 만에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설경구와 다시 하게 된 것만으로 행운”이라며 “그런데 마침 책을 달라기에 속으로 좋아하며 책을 줬다. 제가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애틋한데, 촬영현장에서 설경구가 분장하고 나오는데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 같아 마음이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변요한은 흑산도를 벗어나기 위해 글공부를 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변요한은 “저는 선택이라기보다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는데 책을 주셨고, 받게됐다”라며 “설경구 선배님이 정약전 역할이라고 했고, 글도 좋아서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설경구 선생님은 눈물이 났다고 했는데, 저는 처음에는 눈물이 나지 않았지만, 촬영장에서 맨날 울었다”고 웃었다. 영화 ‘자산어보’는 다음달 31일 개봉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장애인 ‘염전·사찰노예’…이런 착취가 품앗이라고요?

    장애인 ‘염전·사찰노예’…이런 착취가 품앗이라고요?

    “전복 밥 줘야 하니까 아침마다 배 타고 다시마도 뜯으러 가야 해요. 노는 날이 없어요. 여기서는요. 어딜 가지 못해요.”(피해자 진술조서)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박남철(67·가명)씨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2009년부터 10년간 ‘노예’ 생활을 했다. 전복 가두리양식장과 낭장망 멸치어장 사업주들은 박씨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불러다 일을 시켰다. 박씨가 섬 밖으로 나갈 때면 항상 곁을 지키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박씨 사건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지난해 2월 가해자 3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박씨가 착취를 당할 정도로 지능이 낮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본인의 이름은 쓸 수 있지만 그 외에 글은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35,000원’을 235만원으로 읽는 등 수를 정확하게 셈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은행 직원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ATM기를 이용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노동 강도가 낮았다”, “피해자가 자주 도망갔고 실질적인 지배 관계가 아니었다”는 가해자 진술에만 의존했다. 피해자 조사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일 ‘장애인 노동착취 근절을 위한 수사 및 처벌의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들이 ‘장애인 학대 범죄’로 다뤄지지 않고 있어 가해자 처벌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가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 10건을 분석한 결과 6건이 불기소로 마무리됐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은 혼자서 피해 사실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조력자가 필요하지만 수사기관에서 신뢰관계인 동석을 꺼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법은 전담 검사와 경찰이 조사하도록 규정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피해자 측이 적극 요청하지 않으면 어영부영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소극적인 법 적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사회적 공분을 산 ‘사찰 노예’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32년 동안 지적장애 3급 장애인에게 노동을 강요하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주지 스님 A씨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끝내 장애인복지법(강제노동 금지) 위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노동착취가 아닌 ‘울력’(절에서 일을 나눠 하는 협동 관행)”이라는 가해자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임성택 장애인법연구회 회장은 “울력과 품앗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착취가 합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어족 자원 씨 마르는데… 헐거운 단속망

    어족 자원 씨 마르는데… 헐거운 단속망

    정부와 지자체의 방치와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우리 어족 자원의 씨가 마르고 있다. 단속권을 가진 해양수산부와 각 지자체가 인력 부족 등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에 ‘싹쓸이 어업’이 판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년 안에 홍어와 민어 등 어족 자원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 어족 자원의 보호를 위해 올해부터 14종의 포획금지 기준을 신설하거나 강화했다. 감성돔은 기존 20㎝ 이하에서 올해부터는 5㎝가 늘어난 25㎝ 이하로 확대했다. 참조기는 15㎝, 서해안이 주 어장인 민어는 33㎝ 이하 크기는 잡을 수 없다. 수산자원관리법시행령에는 금어기에 43종, 금지 체장 40종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 전무한 실정이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흑산도 홍어도 전남도 경계 밖에서 그물 등으로 무분별하게 잡아들이는 등 남획이 수십 년째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남과 전북, 경북 등 광역 지자체는 100여명의 단속 직원이 있지만, 장비와 인력을 탓하며 사실상 실효적인 단속에는 손을 놓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2018년 30㎝ 기준을 벗어난 농어배 한 척 이외 지난 2년 동안 단속된 사례는 없다”고 털어놓으면서 “어업 단속선의 예산도 매년 삭감되면서 낡은 선박으로 인강망과 저인망 등의 어선을 따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무 부처인 해수부도 마찬가지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어업관리단이 단속하고, 어업인 계도 등을 하고 있지만 관할 해역이 넓어 어려움이 많다”며 변명만 늘어놨다. 또 솜방망이 처벌도 싹쓸이 어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년 이내에 3번 적발되거나 어업 정지일이 150일 이상 돼야 어업허가 취소,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신안군 관계자는 “기소의견으로 올려도 재판부가 벌금형의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경우가 많다”면서 “처벌법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단속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해수부와 산하의 어업관리단, 해양경찰, 지자체 등 4곳에서 각자 나서면서 중구난방식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식 목포해양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는 “연근해의 불법 싹쓸이 어업자들에 대해 더 엄격한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현행보다 강화된 처벌 규정 마련과 어업 단속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두 가지 방안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년 안에 민어와 홍어 등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흑산 홍어, 씨 마른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홍어는 5㎏ 한 마리에 20~3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육질이 입에 달라붙을 정도로 찰지고 맛이 좋다. 겨울철이 제맛으로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가장 맛이 좋아 어획량도 많다. 해양수산부는 이같은 무분별한 남획으로부터 어족자원을 지키기 위해 2009년 참홍어 총 허용 어획량(TAC) 제도를 도입했다. 흑산도와 서해 5도 홍어 연승(낚시로 고기 잡는 방법) 어업인들은 TAC 제도 도입으로 연간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이 정해져있다. 흑산도 근해연승 참홍어 어획량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81t,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331t 배정받았다. 흑산도 어민들은 이 한도 내에서 참홍어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근해연승을 비롯해 안강망, 유자망, 저인망 등은 TAC 제도 제한을 받지 않아 연근해에서 무분별하게 홍어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흑산도 어민들은 “무분별 남획으로 씨가 마른다“며 “흑산도 해역 등에서 잡히는 참홍어 어족자원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흑산도 어민들은 “최근 목포수협 위판장에는 안강망 어선이 잡은 참홍어 2000마리가 경매로 팔려나가는 등 무분별한 포획과 유통으로 어족자원 고갈과 가격 하락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흑산도 어업인들은 “참홍어 자원 보호를 위해 암컷 63㎝,수컷 58㎝로 확대 시행할 것을 주장했지만 쌍끌이 저인망 어업의 반대로 암·수 구분 없는 42㎝ 이상이 포획되고 있다”며 “참홍어 자원이 한순간에 고갈될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안수협 관계자는 “흑산도에서 홍어를 잡는 어선은 물론 안강망 등 전 업종으로 확대해 어획량을 대폭 상향해야한다”며 “허가 어선 이외에는 조업을 못 하게 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흑산 홍어는 고단백, 저지방으로 담을 삭히는 효능이 뛰어나 기관지 천식, 소화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삭혀서 먹어도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하고도 특별한 생선이다. 입 안을 톡 쏘는 맛과 목과 코가 펑 뚫릴 정도의 특유한 냄새가 나지만 한번 맛 들이면 푹 빠진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폭설로 정체 시작…서울 북악산로 등 통제 “대중교통 이용 당부”(종합)

    폭설로 정체 시작…서울 북악산로 등 통제 “대중교통 이용 당부”(종합)

    12일 오후부터 내린 폭설로 서울 일부 도로가 통제됐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퇴근길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했다. 이날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TOPIS)에 따르면 폭설로 인왕산로 사직공원~창의문삼거리 구간 양방향, 북악산로 창의문삼거리~북악골프연습장 구간 양방향이 오후 11시 30분까지 통제됐다. 정릉로 10길 북악골프연습장~정릉3차인센터 구간 양방향, 난곡로 난우파출소~난향삼거리 구간 양방향, 개운산산책로 서울개운초교~성북구의회 양방향도 11시 30분까지 통제 중이다. 갑작스러운 눈으로 도심의 차량 정체도 심해졌다. 이날 오후 5시 15분 기준 서울시 전체 속도는 시속 11.2km, 도심 전체속도는 7.1km다. 서울시는 기상청이 이날 오후 3시 40분을 기해 서울 동남·서남권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함에 따라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했다. 2단계 비상근무에서는 인력 4000명, 차량·장비 1000여대가 투입돼 제설작업을 시작한다. 1시간 반만에 서울 4.5cm 눈 쌓여오후 6시 이후 눈발 약해진 뒤 9시경 그칠 듯 이날 오후 5시 기준 주요지점 적설현황은 ▲서울 4.5cm ▲백령도 3.0cm ▲인천 2.8cm ▲수원 2.5cm 등이다. 세부 지역으로 보면 수도권의 경우 ▲시흥 9.5cm ▲기상청 7.4cm ▲광명철산 6.8cm ▲서초(서울) 6.5cm ▲군포금정 5.7cm ▲노원(서울) 5.0cm ▲능곡 5.0cm ▲동두천 5.0cm ▲과천 4.9cm ▲구리 4.7cm ▲서대문(서울) 4.6cm ▲김포장기 4.3cm ▲금곡(인천) 3.9cm ▲안양동안 3.9cm ▲남양주 3.7cm ▲양주 3.5cm ▲성남 3.4cm ▲강서(서울) 2.4cm 등이다. 강원권의 경우 ▲철원 1.7cm ▲외촌 0.4cm, 충청권의 경우 ▲춘장대(서산) 6.0cm ▲대산 5.2cm ▲보령 3.9cm ▲태안 2.9cm ▲청양 2.6cm, 전라권의 경우 ▲흑산도 4.5cm ▲군산산단 1.8cm ▲고창 1.4cm ▲새만금 1.2cm 등이다.기상청에 따르면 시속 40㎞로 동북동진 중인 기압골에 의해 만들어진 눈구름대는 오후 3~6시쯤 가장 강하게 내릴 전망이다. 눈은 오후 6시까지 강·약을 반복하면서 내리다가 이후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도권의 경우 오후 9시경에 그치고, 그 외 지역의 경우에도 자정 전후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단 강원영서의 경우 13일 오전 3시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강한 눈이 내리는 시간대가 퇴근 시간대와 맞물려 교통혼잡이 예상된다“면서 ”눈이 강하게 내릴 때는 가시거리가 짧아지니 운전 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면도로나, 경사진 도로, 그늘진 도로는 내린 눈이 쌓여 미끄럽겠으니, 보행자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들어는 봤나요 ‘홍어 썰기 학교’

    들어는 봤나요 ‘홍어 썰기 학교’

    ●홍어 칼잡이, 명절엔 일당 100만원도 흑산도 홍어는 설과 추석 명절 전후 2개월에 가장 많이 유통된다. 이때는 홍어를 써는 사람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일손이 달린다. 흑산도에는 마리당 2만~3만원을 받고 홍어를 썰어 주는 전문 ‘칼잡이’가 있다. 전문 칼잡이는 명절 시즌에 일당 100만원을 벌기도 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성수기에는 신안과 목포 홍어 전문점에서 홍어만 썰어도 월 5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썰기~포장까지 6개월… 첫 수료생 배출 고령화에 따라 주문량이 많은 시기에 홍어 써는 인력 부족으로 제때 공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흑산 주민자치위원회는 6개월 과정의 ‘흑산홍어 썰기 학교’를 열었고 지난 10월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료생들은 전문가로부터 까다로운 홍어 썰기부터 진열과 포장법까지 익혔다. 20대부터 60대까지 15명이 등록했지만 11명만 수료할 정도로 과정은 까다로웠다. ●기술 계승… 민간 차원 자격증도 추진 최서진 학교장은 27일 “홍어의 손질 및 썰기 방법의 계승 보존과 명절, 관광철 적기 공급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흑산홍어 썰기 학교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며 “민간 차원의 자격증을 부여해 주도록 신안군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신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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