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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강이 흐른다…세월을 빚는다

    돌강이 흐른다…세월을 빚는다

    비슬산(琵瑟山, 1084m)은 흔히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 불린다. 대구를 상징하는 팔공산에 빗댄 표현이지 싶다. 산정에는 옹골찬 바위들이 시립해 있고, 비탈을 따라서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암석들이 널려 있다. 말잔등 같은 능선 위엔 참꽃(진달래) 군락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부드럽게 팔을 뻗은 지맥들은 대구의 들녘과 굽이치는 낙동강을 깊게 껴안는다. 그 위로 석탑 한 기가 다소 힘겨운 듯한 자태로 서 있다. 대견사지 삼층석탑이다. 어렵사리 세월의 강을 건너오느라 외모는 다소 남루해졌지만, 꼿꼿한 기상만은 잃지 않은 듯하다. 비슬산은 4월이 되면 늘 산꾼들의 머릿속을 맴돈다. ‘참꽃’ 때문이다. 해마다 봄이면 정상 아래 너른 고위평탄면에 참꽃이 만든 연분홍 세계가 펼쳐진다. 이 모습 보려고 산꾼들이 그야말로 장사진을 친다. 하지만 비슬산이 산꾼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이뿐 아니다. 세월의 흔적 켜켜이 쌓인 암석들이 펼쳐 낸 ‘장사진’도 꽃 못지 않게 볼 만하다. 비슬산을 ‘암석 전시장’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산비탈 바위들이 강물처럼 흐르는 듯… 비슬산은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다. 비슬산 휴양림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암괴류(岩塊流, 천연기념물 제435호)가, 왼쪽으로는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암괴류는 둥글거나 각진 바위덩어리들이 산비탈이나 골짜기를 따라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일컫는다. 바위들이 강물처럼 흐르는 모습을 하고 있어 ‘돌강’ 또는 ‘바위강’이라 부른다. 비슬산 암괴류는 해발 약 1000m의 산정에 터를 잡은 대견사 인근부터 시작된다. 여러 개의 암괴류가 각기 다른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다가 해발 750m 지점에서 합류해 450m 지점까지 이어지는데 길이 약 2㎞, 최대 폭 80여m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다. 기이한 형태의 암석들을 병풍처럼 두른 대견사는 개창 연대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연스님이 고려 고종 4년(1227) 22세 때 승과 선불장에 장원급제한 뒤 초임 주지로 22년간 주석하면서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한 사찰이기도 하다. 대견사는 일제강점기 때 폐사됐었다. 경내 일곱 건축물의 가람배치(칠당가람, 七堂伽藍)가 일본의 대마도를 바라보는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산정에 높이 앉은 대견사가 째려보는 탓에 일본인의 기가 꺾인다는 것이다. 이후 흔적으로만 남았던 ‘대견사지’ 위에 현재의 대견사가 중창된 건 지난해 3월 1일이었다. 일제에 항거해 만세운동을 벌였던 3·1절에 산문을 열어 강제 폐사의 수모를 씻겠다는 뜻이 담겼다. ●100여년 만에 복원된 신라시대 대견사 절집 앞은 절벽이다. 이 깎아지른 암봉 위로 석탑 한 기가 서 있다. 신라시대 세워진 대견사지 삼층석탑(유형문화재 제42호)이다. 수차례의 전란과 강제 폐사에 이어 지난 2009년 낙뢰를 맞아 탑 일부가 훼손되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옛 모습를 잃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탑 주변은 그야말로 암석 전시장이다. 앞으로는 암괴류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특이한 형상을 한 ‘토르(tor)’도 곧잘 눈에 띈다. 토르는 부분 침식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잘한 물질은 제거되고 특이한 형태의 모습만 남게 된 대형 화강암이다. 석탑 주변의 거북바위, 부처바위, 형제바위, 스님바위 등이 토르다. 특히 톱(칼)바위는 토르이면서도 비슬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덜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대견사 위에서부터 비슬산 정상 아래까지는 고위평탄면이 펼쳐져 있다. 봄이면 참꽃이 무리 지어 피어 방문객을 경탄케 하는 곳이다. 해마다 4월 하순께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는 18일부터 참꽃 축제가 열린다. ●문익점 후손들이 절터에 일군 인흥마을 비슬산의 지맥이 안온하게 감싼 땅 화원읍에 남평 문씨 세거지지인 인흥마을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들이 인흥사 절터 자리에 일군 마을이다. 인흥사는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전해지는 절집이다. 마을에 들면 날아갈 듯한 처마의 한옥들과 세월의 흔적이 더께로 쌓여 있는 돌담길, 그리고 오래된 나무들이 단박에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후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 주는 살림집과 재사, 문고 등이 돌담을 경계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대부분의 집들은 문이 잠겼다.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흙을 이겨 만든 돌담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수백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한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해 문을 연 집은 종가인 죽헌종택과 수백당이다. 특히 노송과 어우러진 수백당의 정취는 정말 일품이다. 주로 손님을 맞거나 일족의 모임 장소로 이용됐던 곳으로, ‘우물 정’(井)자 형태의 우물과 대나무로 경계를 이룬 뒷간 등이 옛 건물과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마을의 가장 안쪽에 터를 잡은 광거당(廣居堂)에도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 등 볼거리가 많지만 아쉽게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져 있다. ●천리마 한 쌍의 전설 깃든 마비정 벽화마을 인흥마을에서 산자락을 거슬러 오르면 마비정(馬飛亭) 벽화마을이다. ‘비무’와 ‘백희’ 등 천리마 암수 한 쌍의 애달픈 전설이 깃든 마을이다. 대도시 대구에 속해 있지만, 대중교통이라곤 하루 8번 운행하는 군내버스가 고작일 정도로 도심 속 오지로 꼽히기도 한다. 마을에 들면 토담을 따라 그려진 벽화들이 외지인을 맞는다. 쟁기질하는 황소, 난로 위에 도시락을 빼곡하게 올려놓은 옛 교실 풍경 등 향수를 자극하는 벽화들이다. 200년 된 초가집과 동네 할머니들이 음료수와 과자 등을 파는 이른바 ‘점방’도 시선을 끈다. 화원읍 낙동강 변의 사문진나루터는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장소다.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15분 남짓한 거리다. 안내판은 1900년 3월 대구에 온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탐 부부가 미국에서 가져온 피아노를 배편으로 사문진나루터까지 싣고 온 뒤 대구 시내 사택으로 옮겼다고 적고 있다. 당시 피아노 소리를 처음 들은 지역 주민들은 빈 나무통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귀신통’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귀신통 납시오’란 조형물과 피아노 장승 등도 세웠다. 사문진나루터는 1932년 나운규 주연의 ‘임자 없는 나룻배’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3대 명화’로 꼽히는 ‘임자 없는 나룻배’는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정신과 리얼리즘이 결합된 우리 영화의 대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기념하는 조각상이 나루터 초입에 세워져 있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3) →가는 길 : 비슬산 대견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나들목으로 나가 현풍·비슬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좌회전한 뒤 이정표대로 따라가면 된다. 인흥마을, 마비정 마을 등을 먼저 보겠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인 화원·옥포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낫다. 직선거리로는 남대구나들목이 가깝지만 대구 시내를 관통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슬산 휴양림에서 대견사까지는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오른다.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입구까지 5.8㎞를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편도 30분으로 길다. 급경사와 급커브가 반복되는 산길이라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요금은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상 편도)이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614-5481. 휴양림에서 걸어서 대견사까지 오르는 건 편도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 대견사 뒤편의 능선에 진달래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이달 말부터는 교통 체증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맛집 : 달성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현풍면의 곰탕이다. 현풍면 성하리 인근에 원조 현풍할매집곰탕(614-2031) 등 곰탕집들이 몰려 있다. 화원읍 천내리의 교동면옥(634-9222)은 진주식 냉면을 내는 맛집이다. 대구 시내 쪽에선 안지랑 곱창골목이 유명하다. 푸짐한 돼지곱창구이를 내는 집들이 길 양쪽으로 40여곳이나 늘어서 있다. 이곳의 가게들은 재료를 공동으로 구매한다.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 덕에 매콤한 양념의 돼지곱창 한 바가지를 불과 1만원 안팎에 맛볼 수 있다. 북성로 철물 공구 골목은 밤이면 포장마차촌으로 변한다.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연탄에 구워 먹는 불고기집들이 많다. →잘 곳 : 달성 쪽에선 비슬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할 만하다.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진달래 핀 산자락 속에 조성돼 있다. 가창면 삼산리, 성서공단 등에 모텔들이 있지만 낡거나 유흥가와 인접해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다. 가족단위 여행객이라면 대구 시내에서 숙소를 찾는 게 낫다. 호텔인터불고 대구, 노보텔앰배서더 대구 등 특급호텔을 비롯해 엘디스리젠트호텔, 호텔대구, 대구그랜드호텔, 프린스 호텔 등 수준급 숙소가 있다.
  • [영화 多樂房] ‘비긴 어게인’

    [영화 多樂房] ‘비긴 어게인’

    아일랜드산 음악영화 ‘원스’(존 카니·2006)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뉴욕판으로 불리는 존 카니 감독의 신작 ‘비긴 어게인’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원스’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OST와 두 남녀의 닿을 듯 말 듯한 서정적 로맨스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다. 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음악영화로서, 또 저예산영화로서 가장 성공적인 롤모델로 손꼽혀 왔던 작품이기도 하다. ‘비긴 어게인’은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여성과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남성이 만나 교감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원스’의 플롯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만 모든 면에서 훨씬 대중적이고 감각적으로 만들어졌다. 뮤지션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고, 음악은 여주인공의 음색만큼 밝아졌으며, 로맨스의 비중도 커졌다.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마룬 5’의 애덤 리바인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하는 데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전면에 내세웠으니 변화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원스’가 투박하면서도 은근하게 다가왔다면, ‘비긴 어게인’은 좀 더 세련되고 직설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아가씨 ‘그레타’는 유명 음반 회사와 계약한 애인 ‘데이브’를 따라 뉴욕에 온다. 그러나 유명세를 타게 된 데이브가 그레타를 배신하자 그녀는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때 막 해고당한 빈털터리 프로듀서 ‘댄’이 그녀의 노래에 반해 접근해 오고, 두 사람은 함께 음반을 만들며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당장 뉴욕으로 간 시골내기가 곡절 끝에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다는 내용의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 영화들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뮤지컬 장르를 개척한 영화, ‘브로드웨이 멜로디’(1929)로부터 시작된 음악과 로맨스의 결합 방식이 21세기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비긴 어게인’에서 진부함은 별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먼저 스튜디오로 변신한 뉴욕의 새로운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뉴욕은 선남선녀 배우들과 함께 그 자체로 뮤지컬 영화의 화려한 춤을 대신하는 시각적 포인트이면서 그레타의 음반에 도시 곳곳의 생생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뉴욕의 공감각적인 기능은 로맨스에도 관여하는데, 그레타와 댄이 이어폰을 낀 채 밤거리를 자유로이 거닐며 교감하는 장면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들이 듣고 있는 것은 뉴욕의 시청각적 분위기와 합치된 음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영화는 역시 음악으로 가장 잘 설명될 수밖에 없다. ‘비긴 어게인’에는 방금 사랑에 빠진 이들도, 이별의 슬픔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노래가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 두루마리처럼 펼쳐진다. 로맨틱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이야기, 시적인 가사와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한여름의 습기를 날려 주는 상쾌한 작품이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이웃 더 사랑하고 배려·포용… 화해·상생하는 새해를”

    “이웃 더 사랑하고 배려·포용… 화해·상생하는 새해를”

    갑오년 새해를 앞두고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했다. 각 종교 지도자들은 신년사를 통해 이웃에 대한 자비와 배려, 포용과 상생의 정신을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종단 신도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전하는 종교계 수장들의 신년사를 요약, 소개한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새해에는 우리 모두 더 진실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도록 노력하자. 특히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도록 하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소망하지만 사실 행복은 우리 마음 안에 있다.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다. 가난한 삶이란 겸손한 자세로 모든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맡기는 것이다. 이런 행복의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나라 안팎으로 화해와 상생의 물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옛 말씀에 바보 셋이라도 모여 의논하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 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과 종단의 주인인 사부대중이 마음을 모아 지혜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새해에는 현란함과 숫자로 이름 지어진 허명을 좇아 동분서주하기보다는 진실과 화해의 새 길을 여는 데 모두의 마음을 모으자. 천심인 민심을 형성하고 합리적인 민심이 사회의 공론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마당을 열어가자. 도정 천태종 총무원장 새해에는 모든 것을 긍정하고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나를 낮추면 세상이 높아지고 상대를 높이면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다툼이 없으면 평화롭고 차별이 없으면 평등하다. 일체를 긍정하는 마음에서 천지의 조화가 드러나고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에서 상생의 복락이 펼쳐진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일하고자 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기쁨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세상, 약자와 강자라는 대립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는 마음을 나누는 세상, 공권력은 주인인 국민을 섬김으로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민족이 화해하고 하나 되는 세상이기를 소망한다. 교회는 먼저 공공성을 회복함으로써 세상의 희망으로 다시 설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위근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새해 새 아침에 우리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갱생하고 개혁함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는 일에 힘쓰자. 가진 것을 흩어 구제하고, 겸손히 이웃을 섬길 때 한국교회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정쟁으로 우리 사회는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 양극화의 골을 메우기 위해 한국교회는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한다. 장응철 원불교 종법사 새해를 맞아 국가 및 세계, 교단의 앞날에 큰 서광이 깃들고 전 교도와 국민, 인류에게 법신불 사은의 은혜가 가득하시길 축원한다. 이제 우리는 세상 만물을 상극에서 상생으로 살려나가야 한다. 넉넉한 마음을 기르고 깊은 지혜를 닦고 남모르게 베푸는 덕행을 쌓자. 21세기를 과학과 도학이 병진하는 참문명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인류공동의 과제인 환경에 대해 우리의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새롭게 해야 한다. 안경전 증산도 종도사 개벽은 험난한 시련이지만 동시에 위대한 희망이다. 세상이 흔들릴수록 원형문명과 시원역사로 돌아가 온고지신으로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 점점 치열해지는 동북아 역사전쟁의 판세와 급박하게 돌아가는 남북의 상씨름 대결은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과제다. 수천년을 이어온 조상의 얼과 대한의 혼으로 다시 배달민족의 영광을 회복해야 한다. 개벽기에 하늘의 광명과 땅의 광명이 대한민국의 찬란한 앞날을 밝혀 세계의 문화 종주국으로 우뚝 서기를 축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진보정의당 새 당명 ‘정의당’

    진보정의당 새 당명 ‘정의당’

    진보정의당이 ‘정의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새 대표로 천호선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사실상 ‘제2 창당’인 셈이다. 진보정의당은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 격인 ‘혁신당원대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단독 출마한 천 최고위원은 참석 당원 6635명 가운데 96.0%의 찬성표를 얻어 대표로 확정됐다. 이정미 최고위원, 김명미 부산시당 부위원장, 문정은 청년위원장 등이 부대표로 선출됐다. 천 신임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홍보수석, 대변인 등을 지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다.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통합진보당 대변인·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천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작은 정당이지만 자기혁신을 바탕으로 양당 기득권 구도를 타파할 것”이라면서 “진보의 나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 당명 투표에서는 과반인 51.8%의 지지를 받은 ‘정의당’으로 결정됐다. 당명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사회민주당’과 관련해 당 관계자는 “사민당이 대중적이긴 하지만 이른바 ‘좌파 콤플렉스’가 있는 보수층은 물론 노동운동계를 비롯한 기존 진보층 등 좌우 모두를 설득해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신당도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임시당대회를 열어 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꿨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김종면 칼럼] 세종시 이대로는 안 된다

    [김종면 칼럼] 세종시 이대로는 안 된다

    세종시 출범 1년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효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중앙부처 기능 이원화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견했던 바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애당초 경제논리로 출발한 도시가 아닌데 효율성만을 따지며 냉소를 보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 스스로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대의를 위해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세종시를 택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와서 단추를 갈아 끼울 수도 없다. 가야 할 길이면 깨어지고 부서지더라도 가야 한다. 세종청사 중심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확립하고 세종시를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도시로 만드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수도권 공화국’이라고들 한다. 수도권 헤게모니는 그만큼 강고하다. 지방식민지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런 형편에 지방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세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균형발전에 대한 신앙 수준의 의지와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꿈도 꿀 수 없다. 중앙집권 문화에 길들여진 정부와 특권의식에 젖은 국회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 없이 세종시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휴전선을 사수하듯 세종시 건설에 매달린 행복도시론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세종시 패배주의’에라도 빠져 나몰라라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세종시에는 이미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핵심부처들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도 아직 행정의 중심이 세종시로 옮겨 왔다는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없지 않다. 크고 작은 일들이 변함없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허구한 날 130㎞나 떨어진 서울을 오가며 일을 봐야 하는 세종시 공무원들로서는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잖아도 ‘기러기 특별시’에 사는 유목민이라고 자조하는 그들 아닌가. 무작정 공복(公僕) 의식만을 강조하며 불편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쯤 되면 청와대와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권력 중의 권력’ ‘갑 중의 갑’부터 솔선하는 모습을 보일 때 냉소적 분위기도 불만의 목소리도 잦아들 것이다. 세종청사 안에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만들어 시범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세종청사에서 국회 상임위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 분원(分院)을 설치해야 한다.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 분원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국회는 이제라도 특권을 내려놓고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야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정치생명을 걸고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지금의 ‘세종시 시대’를 열었다. 그것이 단지 표심을 향한 제스처가 아니었다면, 세종시가 속병을 앓고 있는 이때 뭔가 통치권 차원의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세종시가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처럼 ‘선거의 산물’이 아니라 진정한 ‘국가철학의 소산’임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수도를 멀리 지방으로 옮긴 브라질이 그로 인한 비효율과 낭비로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는지 우리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런 걱정을 덜어주고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아무리 감동적인 영화도 세월이 지나면 생각나는 것은 고작 한두 장면이다. 박 대통령은 무엇으로 기억되는 대통령이길 바라는가. 세종시로 상징되는 국토 균형발전의 기틀만 확고히 세워 놓아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배터리가 부실한 세종시는 지금 점프 스타트가 필요하다. 세종시에 대통령 제2 집무실을 마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 기득권’ 내려놓기와도 무관치 않은 일이다. 대통령 집무실 분소(分所)를 둔다면 그 상징적 효과만으로도 세종시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대통령이 몸소 용의 눈에 눈동자를 찍어야 한다. 행복이 강물처럼 흐르는 ‘약속의 땅’ 세종시는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jmkim@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섬진강33/김용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섬진강33/김용택

    시 쓰는 문재란 놈이 웬일로 새벽 세시 여수행 열차에서 전화한다. 형, 똥 쌌어? 굵어? 똥은 굵어야 돼. 내 똥은 가늘어. 암 걸렸나봐. 똥이 중요하지. 방구는 섬진강 물속 붕어가 깜짝 놀라 땅으로 튀어오르게 크게 뀌고. 알았지? 하고, 일방적으로 흐르는 새벽 강물처럼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이런… 여수행 열차는 술 취한 문재를 싣고 달린다. 갑자기, 나, 똥 마렵다.
  •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영(反英) 감정’이 치솟는다. ‘물타기’를 위해 중동과 영국의 우호관계를 포장할 뉴스거리를 눈에 불을 켜고 찾던 총리실 홍보책임자에게 흥미로운 얘기가 들려온다. 낚시광인 예멘의 실세 무하마드 왕자가 5000만 파어드를 들여 영국 연어 1만 마리를 모국 하천에 방류시키기를 원한다는 것. ●억지 웃음 NO… 영국판 로맨틱 코미디 왕자의 영국 자산을 관리하는 컨설턴트 해리엇을 통해 자문을 요청받은 농수산부의 연어전문가 프레드 박사는 “사막의 플판이피싱은 화성 유인탐사만큼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며 단칼에 자른다. 하지만 뉴스거리를 발견한 총리실 홍보책임자는 프레드에게 프로젝트를 돕도록 명령한다. 프레드는 처음엔 왕자의 취미생활을 위한 돌발행동 정도로 오해한다. 그러나 척박한 예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댐을 짓고, 덕분에 생태계가 살아났음을 알리는 상징으로 왕자가 연어 낚시를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해리엇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어의 DNA에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자연산이든 양식장에서 나고 자란 연어든 마찬가지다. ‘개 같은 내인생’(1985), ‘길버트 그레이프’(1993) 등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 노 감독 라세 할스트롬은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에서 연어뿐 아니라 사람 또한 때론 정해진 흐름을 거슬러 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묻는다. 한마디 상의 없이 출세를 위해 6개월짜리 파견직을 덜컥 자원한 아내이든, 프로젝트의 타당성에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길 요구하는 총리실 고위 관계자이든 프레드가 고분고분 따르라고 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레드는 깨닫는다. 종교이든, 신념이든, 믿음이든,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위해 때로는 모든 것을 내던질 필요가 있다는 걸. ●이완 맥그리거 등 英 배우들에 눈이 호강 그렇다고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이 고리타분하고 엄숙한 영화는 아니다. 제법 긴 112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억지웃음이 아닌 드라마와 캐릭터에서 뽑아내는 영국 코미디 특유의 쏠쏠한 재미가 잘 담겨 있다. 냉소적인 프레드 역의 이완 맥그리거와 모든 일에 열정적인 해리엇 역의 에밀리 블런트, 총리실 홍보책임자로 나오는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등 연기 잘하는 영국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도 제법이다. 다만, 둘 다 짝이 있는 탓인지 해리엇과 프레드가 서로 감정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급반전이라고는 하지만 예측 가능했던 결말은 옥에 티. 또한, 낚시란 소재 때문에 ‘흐르는 강물처럼’(1992)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플라이피싱은 단순한 낚시 행위를 넘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면,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의 낚시는 코미디의 소재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지난 3월 개봉했다. 2961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68%로 평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삼베에 물든 오방색… 여성의 恨 달래네

    삼베에 물든 오방색… 여성의 恨 달래네

    그간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따온 한국의 전통 여성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어 온 정종미(55) 작가의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보자기 부인’전이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열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편안한 색감이다. 손으로 직접 짠 삼베나 면을 캔버스 삼아 전통기법으로 만든 물감으로 색을 올렸다. 그 위에다 박지(薄紙)를 꼬고 뭉치고 붙여서 여인네들의 전통 장신구를 표현했다. 오돌토돌한데도 투박하고 거칠다는 느낌보다 곱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색감이 너무 고와서다. “요즘은 심리치료하시는 분들이 전통 색에 관심을 많이 나타내요. 완전 자연산이어서 색깔의 파장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역할을 한대요.” 이런 색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관심이 고려불화의 재구성이라서다.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색을 못 쓰게 하셨어요. 우리는 수묵이고, 색을 쓰는 것은 일본풍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고려불화는 정말 화려하거든요. 그래서 재료와 물성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예 이번엔 불화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전통 오방색을 바탕색으로 한 ‘오색보살’이다.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모두 부처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가만 들여다보면 보살이 모두 여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색 때문에 고려불화를 연구하다가 자비나 불심 같은 가치가 바로 여성들의 가치가 아닌가 싶었어요. 부처는 원래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으로 표현되지만, 저는 여성으로 표현한 거지요.” 이 가운데 ‘수월관음도’는 일본에 모셔져 있는, 미국에서 ‘동양의 모나리자’란 격찬이 쏟아진 고려불화에 대한 오마주다. 설치작품 ‘조각보를 위한 진혼곡’은 큰 스케일만큼이나 시원스럽다. 오방색을 입힌 박지를 연결해 높은 곳에 매듭지어 달아둔 뒤 흐르는 강물처럼 배치해 뒀다. 해원(解?)이 느껴진다. “아버지가 의사였어요. 어려워던 시절 길가에 쓰러진 여자 한 분을 돌봐주셨어요. 오갈 데 없는 처지라 우리 집에 머물면서 마치 엄마처럼 우리를 챙겨 주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알고 보니 지금 말로 하자면 위안부 할머니셨던 거예요. 그 분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그분 인생의 한이 이 작품으로 시원하게 풀리길 기원합니다.” (02)732-4677~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중국의 과거’ 황하유역 소수민족의 삶

    ‘중국의 과거’ 황하유역 소수민족의 삶

    EBS 세계테마기행은 2~5일 오후 8시 50분 ‘오천년 천상의 물길, 황하’를 방영한다. 황하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운운하지 않더라도 13억 중국인들의 젖줄이자 어머니로 불려 왔다. 한국도 중국과 오랫동안 영향을 주고받았다. 해서 한국인들도 중국인 못지 않게 황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밀한 속사정까지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해서 이 황하를 제대로 훑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기획이다. 초점은 황하유역에서, 전통 생활방식으로 고수하면서 사는 소수민족들이다. 1부 ‘호랑이가 된 투족’은 칭하이성 퉁런현을 찾았다. 이곳에는 투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사는데 새해 안녕을 기원하면서 해마다 축제를 벌인다. 바로 ‘우투’ 축제이다. 호랑이로 분장한 7명의 장정들이 마을 곳곳을 휩쓸고 다니고 뜀박질을 한다. 귀신을 쫓고 복을 원하는 의미다. 이들이 지켜온 옛 전통의 기원과 현재를 살펴본다. 2부 ‘하늘 초원을 지키는 사람들, 장족’은 쓰촨성의 루얼가이 초원을 찾았다. 해발 3400m에 위치한 이 초원은 중국의 3대 초원으로 꼽힐 만큼 방대한 규모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 높은 곳에서 오직 하늘과 땅만이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장족들이 산다. 이들은 걷자마자 말을 탄다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초원을 누벼온 유목민이다. 그러나 현재와의 융합도 피할 수 없는 법. 바지오 마을에 들러 장족과 한족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까지 잡아냈다. 3부 ‘전통의 향기, 나희지향(儺戱之鄕)’은 황하석림을 찾았다. 석림, 곧 돌숲이라는 뜻이다. 실제 둘러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34㎢에 이르는 방대한 계곡이 펼쳐지는데, 기암절벽들이 마치 빽빽한 숲처럼 둘러쳐져 있다. 자연의 기적으로 꼽히는 명소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중국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 보전에 안간힘을 쓰는 곳이다. 이곳 돌숲에는 하나하나마다 ‘화목란의 귀향’ ‘달빛 속의 연인’ 같은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 이름에 얽힌 사연과 전설을 들려준다. 이곳에는 희족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그렇게도 보존하려는 ‘나희’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4부 ‘흐르는 강물처럼’은 산시성 길현의 황수(黃水) 폭포로 간다. 천군만마가 내달리는 황하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황하 특유의 노란 물길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해 낸다. 물길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덕분이다. 이곳에는 보안칼로 유명한 보안족이 있다. 보안칼의 수공 제작 현장을 찾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나이 드는 게 좋아요… 지혜가 따라오니까”

    “나이 드는 게 좋아요… 지혜가 따라오니까”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영화 ‘가을의 전설’(1994) 주인공 브래드 피트(48)가 한국을 찾았다. 자신이 직접 투자하고 주연한 영화 ‘머니볼’ 홍보를 위해서지만, ‘흐르는 강물처럼’(1992) 이후 20년간 미국 할리우드 톱스타 자리를 지켜온 유명 배우의 첫 방한에 국내 매스컴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나의 생존 비결은 차별화” “작년에 한국을 찾은 아내(앤젤리나 졸리)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들어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피트는 “야구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들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머니볼’은 좋은 야구 선수들을 부자 구단에 빼앗긴 가난한 구단의 성공 실화를 다룬 영화다. 15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트는 “극한의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경쟁하느냐는 점을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실패를 거듭하던 햇병아리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1987년 ‘회색도시’ 출연 당시 몇만원(38달러)에 불과했던 그의 출연료는 2001년 ‘오션스 일레븐’ 때 몇백억원(3000만 달러)대로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동료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과의 결혼과 이혼,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와의 사실혼 등 숱한 로맨스도 함께 뿌렸다. 할리우드라는 치열한 밀림에서의 생존 비결에 대해서는 ‘차별화’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다른 배우와 차별시킬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한 작품의 부품으로서가 아니라 그 작품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나를 남들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지점을 연구한다.” ●“좋아하는 야구팀은 세인트루이스” 그래서일까. 그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일반적인 궤적을 따르지 않는다. 수억 달러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저예산 독립영화에도 자주 출연한다. 올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트리 오브 라이프’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50살에 배우를 그만두려 한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는 “배우로서의 활동 기한을 두지는 않았다.”면서도 “제작(과 투자)에 흥미를 느끼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가장 좋아하는 야구 팀으로는 올해 미국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꼽았다. 그는 명성에 비해 상복이 적은 편이다. 아카데미 주연상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머니볼’로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목표는 언제나 좋은 영화 만드는 것” “목표는 언제나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거다. 나머지는 추가적인 즐거움이다. 물론 오스카상(아카데미상 별칭)을 받으면 즐겁겠지만 최선을 다하는 게 먼저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로 꼽히는 그이지만 검정 뿔테 안경 너머의 깊은 주름은 숨기지 못했다. 외모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나이 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나이와 함께 지혜가 따라온다. 젊음과 지혜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항상 지혜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나 자신을 더 많이 관리하게 된다.” 전날 밤 김포공항을 통해 전용기로 입국한 그는 16일 오전 출국한다. 인터뷰 등 한국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변경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보일러 메이커’

    고된 노동은 술을 부릅니다. 취기가 피로감을 잊게 하기도 하지만 혈류의 속도를 높여 그만큼 피로물질을 빨리 대사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옛적,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들일을 하던 농부들이 논두렁에서 사발에 채운 막걸리며 소주를 들이켰던 것도 노동과 술의 상관성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사례겠지요. 배고팠던 시절, 허술한 끼니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노동을 위해 열량 높은 술을 마셔 힘을 벌충하려 했던 것 아니었겠습니까. 그래서 만들어진 술이 바로 싸고 센 폭탄주입니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광산·부두·벌목장 등에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맥주에 싸구려 양주를 섞어 만든 소위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를 즐겨 마셨습니다. 원조 폭탄주인 셈인데, 얼마나 독했으면 이름이 보일러 메이커였겠습니까. 혹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기억하시는지요. 연인을 잃은 형이 바에서 ‘위스키 믹스’를 주문하자 바텐더가 맥주를 부은 잔에 위스키를 채운 잔을 떨어뜨려 건네는 장면이 나옵니다. 술은 이렇게 육신뿐 아니라 마음의 고통까지 덜어주는 따뜻한 포옹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술이 주는 위안은 짧고 단순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 허상의 위로와 위안 속에서 허덕이는 것이지요. 술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관이 간입니다. 술 때문에 간을 망친 사람이 주변에 널렸습니다. 간처럼 잘 견디는 장기도 줄창 마셔대는 술을 끝까지 감당하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이를 두고 누군가는 “술에 장사 없다.”는 준엄한 경고를 남기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술만 보면 이성을 잃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술이 고마운 것은 희로애락을 정화하는 촉매가 된다는 사실, 누군가와 격의 없이 소통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런 술이 실은 수많은 질병을 갖다 준다는 사실을 두고 새삼 균형의 섭리를 생각합니다. 확실히 술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대상입니다. jesh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암살자’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암살자’

    감독으로서 로버트 레드퍼드의 점수는 어느 정도일까. 시작은 무척 화려했다. ‘보통 사람들’(1980)로 데뷔하자마자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후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다. 대중들이 ‘흐르는 강물처럼’(1992)과 ‘호스 위스퍼러’(1998)를 사랑할 때 평단은 ‘퀴즈쇼’(1994)를 지지했고, 그나마 2000년 들어 내놓은 영화들은 별다른 주목을 얻지 못했다. 근래 그는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향수 어린 드라마 사이로 사회성 짙은 드라마를 배치해온 레드퍼드는 후자에 더 비중을 두기로 한 듯하다. 30일 개봉한 레드퍼드의 신작 ‘음모자’는 각별한 제작사와 손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더 끈다. 제작사 아메리칸 필름컴퍼니는 ‘역사의 증인’을 모토로 내세운 곳이다. 1865년 4월 15일, 링컨 대통령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북군 측은 즉각 범인 체포에 나섰고, 암살 공모자 중에는 메리 서랏(로빈 라이트)이란 이름의 평범한 중년 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가 워싱턴에서 운영하는 하숙집이 음모의 근거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도주 중인 그녀의 아들이 암살에 가담한 건 분명해 보이지만 그녀는 무죄를 주장할 뿐 아들의 행방에 대해 입을 다문다. 북군 장교 출신이자 초보 변호사인 프레더릭 에이컨(오른쪽·제임스 맥어보이)이 그녀의 변호사로 나선다. 서랏에 대한 반감과 변호사의 책임감이 뒤섞인 채 변호에 임한 에이컨은 차츰 재판에 문제점이 많음을 발견한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해결하고 북부인의 복수심을 달래려는 정부는 오로지 희생양 제거에만 골몰하는 터였다. 법정영화의 긴장감을 기대한다면 ‘음모자’는 심심한 영화다. 죄 없는 인간이 법정에서 겪는 고통,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 같은 건 ‘음모자’에 없다. ‘음모자’는 서랏의 무죄 여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며, 영화는 그녀가 정말 범죄에 가담했는지를 중요하게 다루지도 않는다. ‘음모자’가 관심을 두는 건 그녀가 처한 불순한 상황이다. 서랏은 민간인이면서도 군사재판소에 섰다. 부적절한 절차들이 정당하게 변호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조작된 증거와 증언이 보호받지 못한 자를 유죄로 몰아간다. 레드퍼드는 신성한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힌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 현실의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당 지지자인 레드퍼드의 눈으로 볼 때 부시 치하에서 벌어진 일들은 150년 전 사건의 되풀이다. 잘못하면 비극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말한 것처럼 ‘음모자’는 답을 주기보다 토론을 이끌어내기를 원하는 작품이다. 레드퍼드의 의도는 이해 가능하고, 영화의 진중한 걸음은 주제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음모자’는 무기력한 작품이다. 영화 속 사건은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로 생길 법한 일이다. 문제는, 답을 모르는 게 아니라 나쁜 권력이 몸을 가로막는 데 있다. 부당한 처사 앞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에이컨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며 ‘음모자’는 그 얼굴을 확인하는 선을 넘어서지 못한다. ‘음모자’는 몸에 입만 달린 영화 같다. 영화 내내 서랏의 몸과 얼굴 위로 환하게 내비치는 빛은 실제로는 반대인 현실을 방증할 따름이다. 당연히 맥어보이와 라이트의 성실한 연기도 맥을 추지 못한다. 영화평론가
  • [이용철의만화경] 밋밋한 레드포드 신작 ‘음모자’

    [이용철의만화경] 밋밋한 레드포드 신작 ‘음모자’

     감독으로서 로버트 레드퍼드의 점수는 어느 정도일까. 시작은 무척 화려했다. ‘보통 사람들’(1980)로 데뷔하자마자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이후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편이다. 대중들이 ‘흐르는 강물처럼’(1992)과 ‘호스 위스퍼러’(1998)를 사랑할 때 평단은 ‘퀴즈쇼’(1994)를 지지했고, 그나마 2000년 들어 내놓은 영화들은 별다른 주목을 얻지 못했다.  근래 그는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향수 어린 드라마 사이로 사회성 짙은 드라마를 배치해온 레드퍼드는 후자에 더 비중을 두기로 한 듯하다. 30일 개봉한 레드퍼드의 신작 ‘음모자’는 각별한 제작사와 손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더 끈다. 제작사 아메리칸 필름컴퍼니는 ‘역사의 증인’을 모토로 내세운 곳이다.  1865년 4월 15일, 링컨 대통령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북군 측은 즉각 범인 체포에 나섰고, 암살 공모자 중에는 메리 서랏(로빈 라이트)이란 이름의 평범한 중년 여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가 워싱턴에서 운영하는 하숙집이 음모의 근거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도주 중인 그녀의 아들이 암살에 가담한 건 분명해 보이지만 그녀는 무죄를 주장할 뿐 아들의 행방에 대해 입을 다문다. 북군 장교 출신이자 초보 변호사인 프레더릭 에이컨(?오른쪽?·제임스 맥어보이)이 그녀의 변호사로 나선다. 서랏에 대한 반감과 변호사의 책임감이 뒤섞인 채 변호에 임한 에이컨은 차츰 재판에 문제점이 많음을 발견한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해결하고 북부인의 복수심을 달래려는 정부는 오로지 희생양 제거에만 골몰하는 터였다.  법정영화의 긴장감을 기대한다면 ‘음모자’는 심심한 영화다. 죄 없는 인간이 법정에서 겪는 고통,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 같은 건 ‘음모자’에 없다. ‘음모자’는 서랏의 무죄 여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며, 영화는 그녀가 정말 범죄에 가담했는지를 중요하게 다루지도 않는다. ‘음모자’가 관심을 두는 건 그녀가 처한 불순한 상황이다. 서랏은 민간인이면서도 군사재판소에 섰다. 부적절한 절차들이 정당하게 변호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조작된 증거와 증언이 보호받지 못한 자를 유죄로 몰아간다.  레드퍼드는 신성한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힌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 현실의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당 지지자인 레드퍼드의 눈으로 볼 때 부시 치하에서 벌어진 일들은 150년 전 사건의 되풀이다. 잘못하면 비극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말한 것처럼 ‘음모자’는 답을 주기보다 토론을 이끌어내기를 원하는 작품이다. 레드퍼드의 의도는 이해 가능하고, 영화의 진중한 걸음은 주제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음모자’는 무기력한 작품이다. 영화 속 사건은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로 생길 법한 일이다.  문제는, 답을 모르는 게 아니라 나쁜 권력이 몸을 가로막는 데 있다. 부당한 처사 앞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는 에이컨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며 ‘음모자’는 그 얼굴을 확인하는 선을 넘어서지 못한다. ‘음모자’는 몸에 입만 달린 영화 같다. 영화 내내 서랏의 몸과 얼굴 위로 환하게 내비치는 빛은 실제로는 반대인 현실을 방증할 따름이다. 당연히 맥어보이와 라이트의 성실한 연기도 맥을 추지 못한다. 이용철 영화평론가
  • “갑옷에 싸인 뜨거운 가슴…절제·신중함이 브람스 매력”

    “갑옷에 싸인 뜨거운 가슴…절제·신중함이 브람스 매력”

    “브람스란 사람 자체가 표현을 막 폭발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뜨거운 가슴은 있지만 많은 갑옷을 껴입은 것처럼 절제하고 은근하면서 신중하게 표현하는 게 그의 매력인 것 같다.”(임헌정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10일 예술의전당서 첫 막 예술의전당이 지난해 시작한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The Great 3B Series)의 두 번째 주인공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다. 19세기 후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동시에 독일음악의 전통을 계승한 브람스야말로 지난해 베토벤(1770~1827)에 이어 또 한명의 ‘위대한 B’(Great B)로 손색 없을 터. 내년에 펼쳐질 ‘3B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는 바흐다. 브람스의 교향곡과 협주곡 등 전곡 대장정을 이끌 지휘자는 1999년부터 5년간 말러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말러 신드롬’에 불을 지폈던 지휘자 임헌정(58·서울대 교수)이다. 그와 22년 동안 호흡을 맞춘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임 교수는 “단원들에게는 항상 영혼을 담아 살아 있는 음악을 연주하자고 강조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음표가 아닌 브람스의 마음을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와 부천 필하모닉은 그동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1991)과 말러 교향곡(1999~2003), 베토벤 교향곡(2003), 슈만과 브람스 교향곡(2010) 등 끊임없이 전곡 연주에 도전했다. 음악단체로는 처음으로 ‘호암상’을 수상하며 국내 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경선·송영훈… 화려한 협연 총 4회(3·5·9·11월)로 이뤄진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브람스’의 첫 막은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오른다. 프로그램은 ‘교향곡 제1번 C단조’와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브람스가 22세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해 완성까지 무려 21년이 걸린 ‘교향곡 제1번’은 ‘베토벤의 열 번째 교향곡’으로 불릴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운명 교향곡’을 모범으로 삼았기 때문인지 베토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엄숙한 분위기나 깊이 있는 선율, 목가적인 분위기는 물론 4악장에서 모든 갈등이 해결돼 강물처럼 흐르는 느낌은 브람스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브람스의 마지막 관현악 작품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은 중후한 악상 속에 차분하고 독특한 로맨티시즘이 스며든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협연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은 1993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와 199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등에서 연속 입상하면서 ‘제2의 정경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국내 최고의 첼리스트로 꼽히는 송영훈은 피아졸라의 곡을 모은 솔로 앨범 ‘탱고’를 발매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예정된 네 차례 공연을 동일한 좌석의 등급으로 한번에 예매하면 20% 할인해 준다. 매회 2만~4만원. (02)580-130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청춘, 정의를 꺾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요? 인생 신인상보다 주연상 받으세요”

    [청춘, 정의를 꺾다] “빨리 성공하고 싶어요? 인생 신인상보다 주연상 받으세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시작은 김난도 교수가 2004년 미니홈피에 올린 ‘슬럼프’란 글이었다. 슬럼프에 빠진 제자에게 김 교수 자신의 실패와 방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힘이 끓어오르는 조언을 남긴 내용이었다.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김난도를 검색하면 슬럼프가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이 글은 화제가 됐고 눈 밝은 출판사 편집자가 그에게 ‘젊은이를 위무하는 글을 묶어 보자.’고 제안해 책으로 나오게 된 것. 인터넷으로 먼저 이름을 떨친 ‘글짱’ 교수였던 셈이다. 출판사에서 예상 판매 부수를 5만부로 제시할 때 깜짝 놀랐던 것은 김 교수 자신이었다. 전작(前作) ‘트렌드 코리아’가 1만~2만부 정도 팔리는지라 5만부는 ‘언감생심’ 숫자였다. 하지만 대형 서점에서 하루 1600부씩 팔리는 ‘아프니까’의 판매 기세는 조만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아이돌 그룹 빅뱅의 책 ‘세상에 너를 소리쳐!’의 판매고(45만부)를 따라잡을 전망이다. 그만큼 진심 어린 조언에 목말랐던 ‘88만원 세대’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책에는 미국의 많은 대학이 방학 3개월 동안에는 월급을 안 주는데 우리나라의 대학은 월급을 주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는 내용이 나온다. 교수가 방학 동안에도 학생들과 만나라는 의미라는 게 ‘란도쌤’의 해석이다. 학생들과 소통하기를 즐기는 그는 “혼자 속 끓이지 말고 선생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인터뷰 도중에 그의 방문을 두드리는 제자에게 김 교수는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진로부터 연애까지 그의 상담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흔히 괜찮은 남자는 다 결혼했거나 여친이 있다고 투덜거립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 남자들, 여자 만나서 괜찮아진 겁니다^.^ 솔로 여성 여러분, 괜찮은 남자 기다리지 말고 만나서 괜찮게 만드세요~”와 같은 김 교수의 ‘연애 관련’ 트위터 멘션은 폭발적인 댓글 숫자를 자랑한다.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하지만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신문 읽기와 글쓰기다. 매일 다섯 개 신문을 정독한다는 김 교수는 “신문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정보도 얻는다. 신문에는 고급 정보가 많이 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뉴스는 자기주도적 검색이 되기 때문에 편협한 정보만을 얻게 된다고 경고했다. 연예 기사를 한번 클릭하면 연예 기사만 쫙 뜨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이슈는 놓친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래서 여전히 힘이 세다.”는 김 교수는 “비릿하지만 산뜻한 잉크 냄새를 맡으며 아침을 시작하라.”고 젊은이들에게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면 ‘글짱’ 교수는 좋은 글을 쓰려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학창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다닐 때마다 카드에 시를 한 편씩 적어 놓고 외웠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의 글을 종이에다 펜으로 꾹꾹 눌러서 베끼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자녀에게 직접 글쓰기를 지도한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목사 아버지처럼 긴 글을 간결하게 쓸 때까지 몇 번이나 퇴짜를 놓는 방식은 아니다. 빨간 펜을 들고 대학원생의 논문 지도를 하듯 첨삭하는 방법으로 가르친다고 귀띔했다. “옛날 사람들은 항해할 때 배 밑바닥에 짐을 실었습니다. 풍랑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 밑짐이 필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려 하는데 열등감은 인생의 성취를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밑짐입니다.” 그에게는 생활 속에서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행동, 되도록 하려는 행동’ 리스트가 있다. 게임보다는 독서, 인터넷 서핑보다는 신문 읽기, TV 시청보다는 영화 감상, 골프보다는 빨리 혹은 느리게 걷기, 늦잠보다는 토막잠, 수다보다는 대화, 다이어트보다는 운동, 사우나보다는 반신욕 등이 그것이다. 해마다 11월 초면 다음 해의 유행을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를 3년째 출간하고 있는 김 교수의 전공은 소비자학이다. 책을 내고 나면 기업의 강의 요청이 이어져 겨울방학이 오히려 더 바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스펙 쌓기 압박에 시달리는 30대를 위한 희소식도 있다. 당장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 다니며 결혼 생활을 고민하는 세대를 위한 책도 써 보고 싶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의 책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바탕에는 ‘진정한 멘토, 진정한 스승’에 목마른 이들의 갈구가 있었음을, 제자를 바라보는 김 교수의 부드러운 미소에서 읽을 수 있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女談餘談] 마냐나(Mañana) /김민희 경제부 기자

    [女談餘談] 마냐나(Mañana) /김민희 경제부 기자

     지난해 이맘때 나보다 1년 먼저 서른 살을 맞은 J언니가 이렇게 말할 때, 이건 분명 ‘오버’라고 생각했었다. “잔치가 끝난 수준이 아니야. 이제 내 인생은 끝났어.” 정말? 내가 무슨 커트 코베인도 아니고, 서른이 되면 인생이 끝난 거라고?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12시간 뒤에 서른 살이 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니, J언니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인생의 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처럼, 비행기 두 대가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에 부딪칠 때처럼,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비장한 느낌이 요 며칠 동안 이어졌다.  처음엔 부정도 해봤다. 이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짊어지는 부당한 강박관념의 산물이라고. 젊음, 특히 여성의 젊음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와 집착은 얼마나 허무하고 천박한 것인가. 하지만 나는 분명 사회적 강박관념과 상관 없이 조급해하고 있었다. 서른 살이 상징하는 ‘어른’의 표상, 그게 내게는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였다. 딱 떨어지는 수트를 입고 치열하게 일하다가 저녁이 되면 교외의 단독주택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이건 순전히 내 판타지이니 제쳐두고라도 지금의 나는 책임감·관용·인내 등등 어른이 의당 가져야 할 법한 미덕은 하나도 없이 그저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 나이 먹도록 뭘 했냐.’는 질문에 나는 답을 할 수 없어 슬펐다.  그러다 얼마 전, 책을 읽다 발견한 단어 하나가 강물처럼 넘쳐 흐르는 평화를 선사했다. ‘마냐나’(Mañana)라는 스페인어. 사전적으로는 ‘내일’이지만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라는 스페인 특유의 슬로 문화를 반영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걸 보고 결심했다. 내일 나는 서른 살이 되지만 마흔, 쉰, 예순, 일흔의 내가 아직 남아 있다. 열 살을 더 먹을 때마다 이뤄놓은 게 없다고 아등바등하는 삶은 얼마나 비극인가. 인생은 나 자신에게만 충만한 의미가 있으면 된 거 아닐까. 나는 서른 살의 1월 1일부터, 매일을 즐기고 느끼고 감탄하고 아파할 거다. 마냐나, 마냐나. 경제부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충북 영동 황간 월류봉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충북 영동 황간 월류봉

    충북 영동 황간면 초강천(초강) 상류에는 월류봉(月留峯)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산이 있다. 월류봉을 타고 오른 달이 서편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능선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듯 사라진다고 한다. 그 모습에 반한 우암 송시열은 이곳에 한천정사를 짓고 아침마다 월류봉 중턱 샘까지 오르내렸다. 그래서 이곳 8개 명소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으뜸은 월류봉이다. 아래에서 지긋이 올려보는 월류봉도 좋지만, 월류봉에 올라 내려다본 모습 또한 일품이다. ●한천팔경 중 으뜸인 월류봉 월류봉은 원촌리 주차장 앞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멋지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나가는 초강천 뒤로 송곳처럼 우뚝한 봉우리 6개가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맨 왼쪽 봉우리 앞으로 월류정이란 정자가 날아갈 듯 앉아 있는 모습도 근사하다. 기막힌 자리에 화룡점정처럼 앉은 정자 덕분에 월류봉의 모습은 더욱 돋보인다. 이 정자는 예전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2006년에 세운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는 가히 돋보이는 역작이다. 한천팔경은 월류봉을 비롯해 화헌악·용연동·산양벽·청학굴·법존암·사군봉·냉천정의 여덟 경치를 말하는데, 대부분 월류봉의 여러 모습을 지칭한 것이다. 화헌악(花軒岳)은 봄에 진달래와 철쭉으로 붉어진 산을, 용연동(龍淵洞)은 월류봉 아래의 깊은 소를, 산양벽(山羊壁)은 월류봉의 깎아지른 절벽을, 청학굴(靑鶴窟)은 월류봉 중턱의 깊은 동굴을 이른 것이다. 월류봉 감상은 대개 주차장 앞에서 산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다가 차를 타고 되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월류봉에 오르면 유장하게 흘러가는 초강천과 웅장하게 펼쳐진 백화산 조망이 기막히다. 산행에 앞서 주차장 앞에 세워진 월류봉 등산 안내판을 유심히 봐야 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초강천을 건너 산에 올랐다가 다시 강을 건너 원점회귀한다. 강변으로 내려가자 아저씨 한 분이 다슬기를 잡고 있다. “많이 잡으셨어요.” “뭘요, 물살이 세 많이 안 잡혀요?” 그의 바구니 안에는 다슬기가 가득했다. “돌이 물에 쓸려갔어요. 산에 가려면 신발 벗고 강을 건너오세요.” 징검다리가 물에 쓸려간 흔적이 보인다. 신발을 벗고 발을 물에 담그자 시원한 물살이 발가락을 어루만진다. 물의 촉감이 부드러워 기분이 좋아진다. 이 물을 예전에는 차다고 해서 한천으로 불렀다. 백두대간의 깊은 계곡인 물한계곡에서 내려오는 냇물이다. 강 중간쯤에 이르자 센 물살이 흐르는 곳에 물고기 몇 마리가 힘차게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다. 바닥이 미끄러워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 건너는 맛이 제법 스릴 있다. 강을 건너면 미루나무들이 우뚝한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TV 드라마 ‘해신’을 찍었다. 산행에 앞서 월류정에 오르자 초강천의 유연한 곡선이 보기 좋다. 산길은 미루나무를 지나 백사장을 따라 이어진다. 월류봉 산신을 모신 서낭당을 지나면 길은 산비탈을 부드럽게 타고 돈다. 치솟은 산에 비해 길이 순한 것이 신기하다. ●초강천과 석천이 만나는 풍경 서늘한 공기가 밀려오는 큰 동굴을 지나면 길은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로 이어진다. 15분쯤 비지땀을 흘리면 점점 조망이 좋아지면서 5봉에 올라붙는다. 아래에서 보면 월류봉 5개 봉우리 중에서 왼쪽 봉우리인 월류봉(1봉)이 정상으로 보이지만, 위성항법장치(GPS)로 확인한 결과 의외로 5봉이 가장 높았다. 이제 휘파람 불며 봉우리를 타고 넘으면서 느긋하게 조망을 즐기면 된다. 4봉에 이르자 월류정 앞을 스쳐 U자를 그리며 흘러나가는 초강천 모습이 잘 보인다. 역시 강은 높은 곳에서 봐야 제맛이다.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풍경은 조금씩 바뀌고, 1봉에 이르자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조망이 열린다. 물한계곡에서 발원해 황간을 적시고 흘러온 초강천과 백화산에서 내려온 석천이 월류봉 앞에서 합류하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북쪽으로 주행산과 포성산으로 이어진 백화산맥의 흐름이 웅장하다. 하산은 1봉 오른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르면 곧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는 리본이 붙어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급경사를 10분쯤 내려서면 길이 순해지고 이어 물소리가 들리면서 초강천에 닿는다. 징검다리에서 탁족을 즐기고,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한천정사와 유허비를 둘러보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글 사진 진우석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산길 가이드 원촌리 월류봉 입구에서 5개 봉우리를 모두 돌고 내려오는 데 약 3.5㎞, 넉넉하게 2시간30분쯤 걸린다. 주차장에서 강을 건너고, 내려와 다시 강을 건넌다. 징검다리가 떠내려갔기 때문에 물살이 셀 때는 주의해야 한다. 스포츠 샌들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가는 길과 맛집 월류봉은 황간면에서 4㎞쯤 떨어져 있다. 자가용은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으로 나오면 월류봉이 지척이다. 영동이나 황간에서 월류봉 가는 버스가 없다. 황간역에서 걸으면 월류봉까지 30분, 택시를 타면 5분도 안 걸린다. 월류봉 앞 한천가든(043-742-5056)은 민물 매운탕을 잘하고, 황간역 앞 동해식당(043-742-4024)은 30년 넘게 올갱이국을 내온 원조집이다. 칼칼한 국물에 수제비를 넣은 것이 특이하다. 올갱이국 5000원.
  • [길섶에서]세치 혀/김성호 논설위원

    오랜만에 입에 올린 말이다. 요강.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까지 우리네 일상에서 흔했던 배출의 도구. 생리현상의 당연한 해결사였지만, 요즘에야 어디 쉽사리 볼수 있을까. 술 자리에서 눈치없이 입에 올린 원색적인 ‘지난 도구’ 요강 발언에 발설자도 섬뜩했다. 순간에 몰아치는(?) 시선이 그냥 미안하기도 하고. 그것도, 어렵다면 어려운 자리에서였으니. 그러려니 넘기는 동료들의 아량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 미련한 세치 혀의 망발이다. 농담반 진담반. 농이면 농이려니 흘리면 편할 터인데. 진담이면 또 어떤가. 술좌석을 향한 후배의 뒤늦은 치근거림이 어렵다. 우리네 살아냄이 어찌 진실만 있으려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낙화유수도 좋겠고. 송곳니 세우고 앞뒤 따져보자는 옹찬 다툼에서야. 망발의 요강도 때로는 가뭄의 단비 격 청량제가 아닐까. 흐르는 강물처럼 식의 유유자적. 생지를 찾아드는 연어의 원천적 생존본능. 살다 보면 갈등의 간격은 어찌할 수 없을 터인데. 그래도 가끔씩은 세치 혀의 망발도 긴요하지 않을까. 김성호 논설위원
  • ‘히어로’ 지창욱 “롤모델도, 이상형도 없다” (인터뷰)

    ‘히어로’ 지창욱 “롤모델도, 이상형도 없다” (인터뷰)

    “시청자들에게 거짓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화나지 않는 데 화난 척 하고, 즐겁지 않은데 웃는...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근데 그게 참 힘들죠.” 거짓말 하지 않는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다? 최근 한 커피숍에서 만난 한 신인이 조금은 색다른 연기관을 밝혔다. 근데 이 신인에겐 롤모델도 따로 없다. 그는 바로 지난 달 종영한 MBC ‘히어로’ 에서 개성있는 기자 역을 선보였던 지창욱이다. 롤모델 없는 신인...‘히어로’ 아쉬움 남지만 후회는 없어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현주 형 보면서 진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근데 될지 모르겠어요. 사람인데 어떻게 항상 100% 몰입할 수가 있겠어요. 그래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롤모델이 없는 이유는 연기의 폭이 제한되지 않을까 라는 우려 때문이다. “롤모델은 없어요. 어찌보면 저에게 잣대로 작용할 수도 있잖아요. 또 어떤 배우는 이래서 매력이 있고 또 어떤 선배는 저래서 매력이 있는데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지창욱은 즐겁게 웃으면서 살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다. 지난 2007년 독립영화제 초청작 ‘sleeping beauty’ 를 촬영하면서 직접 현장편집을 하는 등 영화의 색다른 재미를 맛보기도 했다.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KBS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 에서 순진하고 철없는 막내 미풍 역을 맡으면서부터였다. 그리고 뒤이어 MBC ‘히어로’ 에서 뺀질뺀질한 경제부 기자 박준형 역으로 180도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다. “둘 다 재미있었지만 미풍이 역을 맡았을 땐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지만 처음에 준비기간도 가장 길었고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거든요. 대선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됐구요.”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형님’ 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극중 첫째 형 진풍 역의 손현주, 셋째 형 선풍 역의 한상진, 부르터스 리 조진웅 등과 회식자리를 자주 갖었던 것. “너는 후배가 아닌 친구다.” 며 허물 없이 지내는 선배도 생겼다. 반면 ‘히어로’ 는 캐릭터상 임하긴 편했지만 첫 미니시리즈였던 만큼 부담감은 더 컸다. “내면적으로 가둬두는 미풍이와 달리 준형인 밖으로 표출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래서 재미있게 맘껏 연기해야지 했는데 아슬아슬한 촬영 일정에 처음에 당황을 좀 했죠. 또 준형이 캐릭터에 애정이 많이 갔던 만큼 아쉬움도 그만큼 컸어요.” 실제로 ‘히어로’ 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일침을 가함으로써 ‘용자’ 드라마로 회자됐지만 KBS ‘아이리스’ ‘추노’ 와 맞붙는 불운한 대진운으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쉽게 막을 내렸다. “준형 캐릭터는 처음에 다짐했던 만큼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또 매번 잘 될 수는 없지만 시청률은 생각보다 냉정했죠. 감독님, 스텝분들, 팀 분위기도 좋고 캐릭터, 촬영현장도 재밌었거든요. 살 같은 작품이어서 더 안타까웠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배우들 장점 다 갖고파...연기 욕심 많은 신인 솔직하면서도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이가 지창욱이다. 실제로 그는 “이상형은 없다. 이상형을 왜 정해놓는지 모르겠다. 만나서 대화가 오고 가야 알 수 있지 않겠냐” 고 반문하면서도 “평소 얼굴이 잘 빨개지고 기분도 얼굴에 잘 드러난다.” 고 밝혔다. 자신의 매력이나 장점은 시간을 두고 찾아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른 배우들의 장점들을 다 갖고 싶기 때문이란다. 또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가능한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연기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기 전에 책을 읽는 습관도 들였다. “원래는 책을 안 좋아했어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 잘 할까’ 생각하다 시작하게 됐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듯이 책을 읽어서 간접경험을 늘릴려구요. 요즘엔 자기 전에 친구에게 선물 받은 ‘흐르는 강물처럼’ 을 읽고 있어요.” 지창욱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빠르면 오는 5월 대학로 소극장에서 뮤지컬 무대를 선보인다. 복학과 함께 방송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아직 젊어서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는 그가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진 = 현성준 기자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주혁·김지수, 결별… “좋은 동료로 남아”

    김주혁·김지수, 결별… “좋은 동료로 남아”

    한국 연예계의 대표적인 공식 커플이었던 배우 김주혁 김지수가 3개월 전 헤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김주혁과 김지수의 소속사인 나무액터스 관계자는 두 사람이 3개월 전 자연스럽게 헤어졌다며 “각자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좋은 동료로만 남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이 연인에서 친구가 됐을 뿐으로 결별로 인한 소속사 이적 등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혁과 김지수는 이별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끔 만나는 등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생 동갑내기 커플이었던 김주혁과 김지수는 지난 2003년 SBS 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을 통해 극중 연인에서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연인이었던 지난 6년 동안 서로를 결혼상대로 말했던 김주혁과 김지수는 ‘결혼이 가장 임박한 연예인 커플’로 꼽히는 등 주목을 받아왔지만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편 김주혁은 현재 영화 ‘방자전’의 주연으로서 촬영에 임하고 있으며, 김지수는 드라마 ‘태양의 여자’ 종영 후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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