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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형·보호감호 논의 公憤에 휘둘려선 안돼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흉악범을 엄벌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그제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형집행과 보호감호제 재도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장관은 청송교도소에 사형장 신설 검토를 지시하면서 “사형집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고, 지난 2005년 국회가 폐지한 보호감호제를 연내에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송교도소의 중범죄자 수용시설을 넓혀 흉악범을 집중수용해 특별관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장관의 행보는 반인륜 흉악범죄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단호한 법 집행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편으론 흉악범죄에 대한 국민의 공분(公憤)에 기대 사회적·법적 논란이 있는 사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중처벌, 인권침해 같은 위헌 요소와 부작용 때문에 없앤 보호감호제를 5년 만에 재도입하겠다는 방안은 당장의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사형제 합헌 결정과 별개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대우받는 현실에서 사형집행은 비난뿐 아니라 외교통상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흉악범죄자를 엄벌한다는 원칙은 확고히 하되 조급증에 빠져 논란이 있는 제도를 되풀이하거나 뒤엎는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사숙고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앞서 재범 방지를 위한 철저한 관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경찰청이 어제 청소년 성범죄자의 1대1 전담관리 대상자를 현재 1340명에서 5000여명으로 4배 늘리고, 성범죄자 신상 정보 열람을 간소화하는 내용의 성범죄자 관리강화 계획을 내놨다. 뒷북 조치라도 제대로 시행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김길태사건 색깔논쟁 입씨름

    여야가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에 색깔논쟁을 덧칠하며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좌파정부 10년간 편향된 교육 때문에 흉악범죄가 생겨났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알려진 게 화근이 됐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뻔뻔한 변명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포토]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 현장검증 그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최소한의 국가존립 목적과 정부 존립의 목적도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해괴한 논리와 후안무치한 자세로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영희·김유정·이성남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15명도 성명을 통해 “살인 피의자 김길태의 현재 나이가 만 33세라는 점을 감안하고, 그가 초·중·고교를 정상적으로 다녔다고 가정하면 그 시기는 1983년부터 1995년 사이이고 그 기간 동안의 집권세력은 한나라당”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사형제 부활 여론을 조장하고, 모든 것을 좌파 탓으로 돌리는 정부·여당의 행태에 대해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전날 안 원내대표가 ‘바른교육국민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해 “10년 좌파정권 기간에 편향된 교육 때문에 흉악범죄, 아동 성폭력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안 원내대표는 “‘좌파교육 때문에 국가 정체성이 부정되고 법치주의가 약해지는 등 문제가 많다. 요즘 흉악범죄, 아동성폭력 범죄들이 생기는 것도 법치주의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뿐”이라면서 “일부 언론이 이를 교묘하게 편집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홍성규 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사형집행 사회적논의 급물살 타나

    사형집행 사회적논의 급물살 타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1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 시설 설치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그동안 금기시해 온 사형집행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장관의 발언은 최근 법무부가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사형집행 논의를 활발하게 벌인 뒤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형집행권자인 이 장관이 흉악범들이 집결해 있는 청송교도소를 전격 방문해 사형제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는 것은 사회적 파장까지 염두에 둔 정제된 멘트로 볼 수 있다. 이 장관의 ‘작심발언’이 나온 이상 사형집행 논의는 어떤 형태로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도 최근 이 문제를 놓고 적극 논의한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데다,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흉악범에 대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돼 연쇄살인 등을 저질러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사형수를 선별해 사형을 집행하는 것을 두고 심각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유럽연합(EU)이 사형집행 국가와는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고, 11월 G20 정상회의도 있는 만큼 사형집행 여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23명을 한꺼번에 사형을 집행한 이후 13년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사형제가 합헌으로 나왔지만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는데 몇몇 사건을 계기로 집행할 경우 국제사회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 이외에 별 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사형의 직접적 효과보다 상징성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인은 “김길태 사건이 외국에서 봤을 때 국가정책을 바꿀 사안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면서도 “사형이 집행된다는 상징성 자체가 범죄예방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실정법 효력의 입장에서 보면 사형집행을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국제사회의 파급력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465조는 “사형집행의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로, 제466조는 “법무부장관이 사형의 집행을 명한 때에는 5일 이내에 집행하여야 한다.”로 각각 규정돼 있다. 정현용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청송교도소에 사형시설 설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16일 “보호감호제도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청송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을 갖추라고 지시해 주목된다. 이 장관이 사형제에 관해 공식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이 장관은 중(重)경비시설인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 “올해 말까지 형법상 상습범 및 누범 가중 조항을 없애고 보호감호제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청송제2교도소에 사형집행시설이 없어서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들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판결을 확정받거나 다른 교도소에 수용 중인 흉악범들을 청송제2교도소에 많이 수용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사형시설을 갖춘다는 것이 (사형 집행)의지를 적극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사형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결국 사형집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의 법감정과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보호감호제도는 1981년 사회보호법 제정에 따라 시행됐으나 헌법재판소는 1989년 법률상 요건만 갖추면 판사의 판단 없이 형벌과 다름 없는 처분을 내리는 것이라며 위헌결정을 내렸고, 2005년 국회에서 실제 징역형의 대체형이란 이유로 폐지됐다. 청송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김길태 옹호 카페’ 왜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피의자인 김길태를 옹호하는 카페가 잇따라 개설돼 우리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대대수 국민들과 네티즌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성 뒤에 숨은 자극적인 글쓰기, 범죄자에 자신을 투영해 주변인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청소년들의 이상 심리가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표출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김길태씨 공식 팬카페’가 등장한 이후 5~6개의 팬카페가 생겨났다. 각각의 팬카페에는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논란의 중심에 섰고, 며칠 뒤 포털사이트 관리자에 의해 대부분 폐쇄됐다. 일부 가입자는 김길태 검거 당시 모습을 바탕으로 그를 미화하는 그림을 카페에 잇따라 올리는 등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났다. “김길태는 시대의 영웅”이라거나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글도 다수 게재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부산지방경찰청이 수사에 나섰고, 현재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카페 운영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흉악범 옹호 카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팬카페, 지난해 연쇄살인범 강호순 팬카페가 등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팬카페 개설자나 가입자의 대부분이 초·중·고생일 것으로 보고 있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애정결핍과 관심받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면서 “자신도 관심받고 싶고, 영웅이 되고 싶은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으니 범죄자에게 자신을 투사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언론보도와 핵가족화로 인한 청소년의 고립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교정보호연구센터 박사는 “가치관 정립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자극적인 부분만 보고 휩쓸려 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일종의 놀이활동”이라면서 “반대되거나 다르다는 것 자체로 즐기는 청소년들을 사회 주류의 기준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흉악범을 옹호하는 카페의 개설을 규제하는 규정은 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관련 약관이 있고,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감독기관이 있지만 수많은 카페를 실시간으로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24시간 모니터링을 해도 수많은 카페를 모두 감독할 수 없다.”며 “이용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흉흉한 세상’ 호신용품 불티

    ‘흉흉한 세상’ 호신용품 불티

    12일 오전 서울 방화동의 A 초등학교 앞. 주부 김미라(35)씨는 여덟살짜리 초등학생 딸에게 “어디를 가든지 목에 걸린 휴대전화기를 반드시 확인하라.”는 말을 몇번이고 다짐시킨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올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최근 아동·미성년자를 노린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불안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남편과 상의한 끝에 위성항법장치(GPS) 위치추적이 되는 휴대전화기를 사줬다. 김씨는 “공부에 방해돼 나이가 좀 더 들면 사주려고 했는데, 딸 가진 부모 처지에서 요즘 세상이 하도 험하다 보니 학교에 보내 놓고도 안심할 수가 없어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덟살 나영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에 이어 부산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 사건까지 터지면서, 딸을 가진 부모들이 직접 어린 자녀들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 결과 어린이용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는가 하면, 맞벌이 부부들이 사설 경호원까지 고용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KT와 LGT 등 통신사에 따르면 부산 여중생 실종사건이 공개수사로 바뀌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난 2일부터 11일 현재까지 어린이용 위치추적 서비스 가입자가 급증했다. 기지국 신호를 통해 아이가 지정된 위치를 벗어나면 부모에게 문자로 통보되는 KT ‘아이서치’ 가입자는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 늘었다. 휴대전화로 아이의 위치를 알 수 있는 LGT ‘아이지킴이’ 서비스도 지난해 1만 7000명이던 가입자가 11일 현재 2만 8000명을 넘어섰다. 통신사 관계자는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어린 딸을 둔 부모들의 가입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호신용품만으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부모들은 ‘경찰에 의지하지 않고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자녀 등·하교를 직접 챙기고 있다. 맞벌이부부의 ‘귀가 시계’도 바뀌었다.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 부부는 번갈아 퇴근 시간을 앞당겨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다.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끼리 순번을 정해 아이들의 등·하교를 관리하는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심지어 어린이 전담 사설 경호원을 붙이는 부부들도 늘고 있다. 이병균 경찰경호무술연맹 총재는 “최근 아이를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크게 늘면서 전문 경호원을 고용하는 부모들이 지난해에 견줘 20~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호신용 기기를 통해 수동적으로 아이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흉악범과 마주치는 등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 위기 상황을 기지로 이겨낼 수 있도록 아이에게 적극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사진] 끔찍했던 기억…김길태 범행부터 검거까지  
  • [사설] 사형집행 논란보다 교도행정 내실화를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을 계기로 여권에서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시는 우리 사회가 이번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도록 하려면 단호한 법 집행으로 흉악범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도 복역 중인 57명의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강호순, 조두순에 이어 이번 사건 용의자 김길태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행각은 예방 차원에서라도 극형으로 단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반인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사형 집행 여부에만 모아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형수를 처형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더 이상의 김길태가 나오지 않도록 할 방안에 대해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법 감정은 중시돼야 마땅하나 법 감정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사형제 폐지여론이 꾸준히 늘어나다가도 흉악범죄가 한번 터지면 돌연 사형제 존치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여론 추세가 이런 법 감정의 유동성을 말해 준다. 사형이 정말 흉악범죄 예방 효과를 지녔는지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사회 전체의 보다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사형 집행 논란에 앞서 교화행정 전반을 되짚어 보는 일이 시급하다. 김길태만 해도 성폭력 범죄로 두 차례에 걸쳐 12년을 복역했건만 성폭력과 관련해 그 어떤 교정치료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부터 교도소별로 성폭력 범죄자 교정 프로그램을 시행했다지만 김길태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그의 범죄행각이 더욱 흉포해졌다는 점은 교도행정의 작동에 문제점이 있다는 방증이다. 교정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없었으리라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그 가능성을 낮췄을 것임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논의의 초점을 교화행정 개혁에 맞추기 바란다. 좀 더 예산을 들여서라도 선진국 수준의 교화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성범죄자만을 수감하는 교도소를 늘리고, 전문가가 각 성범죄자의 개별 특성을 반영한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펴는 한편 출소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성범죄자 인터넷 공개제도의 실효성도 높여야 하며 재범자의 격리기간을 늘리는 쪽으로 법체계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 [김길태 검거 이후] 경찰 “법개정 전이라도 사안별 얼굴공개”

    경찰은 흉악범 얼굴 공개와 관련, 법 개정 전이라도 개정안을 사안별로 판단해 얼굴을 공개키로 했다. 김중확 경찰청 수사국장은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면서 “법 통과 전이라도 사안에 따라 개정안의 얼굴 공개 기준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화보] 김길태 범행부터 검거까지 개정안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살인, 미성년자약취유인, 강도강간 등 특정강력범죄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얼굴·성명·나이를 공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김 국장은 “김길태의 얼굴 공개는 경찰청 지침이 아니라 부산 수사본부에서 결정한 것”이라면서 “피해자 몸에서 김의 DNA가 검출되는 등 물증이 확실하고 공개수배를 통해 이미 사진이 공개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05년 10월 경찰청 훈령으로 피의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유영철, 강호순 등은 연쇄살인범이지만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려줬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 서남부 지역 등에서 부녀자 등 11명을 살해한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흉악범은 확정 판결 이전이라도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흉악범에 한해 얼굴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김길태 검거 이후] 치안사각 서울 재개발지역

    [김길태 검거 이후] 치안사각 서울 재개발지역

    “밤이 되면 ‘전설의 고향’으로 변합니다. 가로등은 끊긴 지 오래됐고, 폐쇄회로(CC) TV도 없어요. 흉악범이 동네에 머물 수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지난 10일 밤 서울 동대문구 제기 4구역 재개발예정지역.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폐가가 흉물스럽게 늘어선 이곳에서 만난 주민 윤상대(82)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술병 나뒹굴고 불피우기도 이곳 주민들은 이날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가 재개발예정지역에서 은신했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 동네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주를 시작해 전체의 절반인 300세대만 남았다. 나머지 300세대는 모두 창문틀과 대문이 뜯겨나간 ‘흉가’다. 빈 집으로 들어서자 방안에 침대와 이불 등이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 잠을 자고 간 흔적이다. 담배꽁초, 술병 등도 나뒹굴고 불을 피운 흔적도 보였다. 김길태가 숨어 지낸 곳도 재개발예정지역이다. 재개발예정지역은 빈집이 많고 인적도 드물어 우범지역으로 분류된다. 서울의 재개발예정지역도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주택 수가 더 많고 골목길이 미로처럼 더 촘촘해 흉악범이 은신하면 찾아내기가 훨씬 어렵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이주를 진행 중인 재개발예정지역은 88곳에 이른다. ☞[화보] 김길태 범행부터 검거까지 서울의 다른 재개발예정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왕십리 3구역, 가재울 4구역, 전농 7구역, 상도 11구역, 제기 4구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모두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했다. 절도는 물론이고 화재도 빈번히 일어난다. 지난해 가재울에선 빈 집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두 번이나 일어나 근처 다세대주택에 살던 주민 8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 ●절도·화재·성추행 빈번 제기동 주민 정동근(68)씨는 “지난 겨울 밤에 골목을 지나가다 누군가 어두운 데서 튀어나와 갑자기 나를 껴안았다.”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집에 가서 보니 지갑을 훔쳐갔더라.”고 고개를 저었다. 재개발예정지역에는 CCTV는 커녕 가로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담당 지구대는 2시간마다 순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빈집을 꼼꼼히 순찰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한다. 때문에 일부 지역은 남아 있는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자체 순찰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와 해당 구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지역에 대한 감독권한은 자치구에 있다.”면서 관리책임을 피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CCTV를 재개발 구역 내에만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개발조합 측과 협의해 순찰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구청 책임 떠넘기기 전문가들은 환경적 특성이 범죄를 유인한다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을 강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재개발지역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경제력이 낮고 나이가 많아 자기 보호 능력이 떨어져 위험성이 가중된다.”면서 “경찰이 순찰을 제대로 도는 것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빈집이 많은 전국의 재개발지역을 대상으로 방범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와 재개발조합, 시공사 등과 협조해 초소를 설치하고 전·의경 상설부대, 자율방범대 등과 합동으로 도보 순찰 위주의 방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설] 흉악범 얼굴공개 법제화로 정리하라

    부산 여학생 살해 사건 피의자인 김길태는 그제 경찰에 압송되면서 마스크나 모자를 눌러쓰지 않은 맨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찰이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이후 6년만에 처음 흉악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한 것이다. 인권침해 논란에 밀려 얼굴을 가려주던 경찰이 오죽했으면 그간의 방침을 바꿨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도 안 될 일이다. 흉악범 신상공개로 범죄예방효과는 극대화하되 오남용의 소지가 없도록 요건을 엄정히 하는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영미권에서는 수사 중 공익상 필요할 때 신상정보를 공개하더라도 별반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피의사실공표죄라는 법조항이 없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관행적으로 잘 지켜지기 때문일 게다. 다만 우리 사회는 한번 단죄 분위기에 휩쓸리면 강압적 수사나 돌이키기 어려운 여론재판으로 흐를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공개에 신중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우리는 흉악범의 얼굴 공개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한 사실을 주목하고자 한다. 이런 여론이 성 야수(性野獸)에 대한 일시적 혐오 감정만을 담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을 넘어 제2, 제3의 유영철이나 강호순 사건 같은 극악한 범죄를 예방하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이번 부산 사건에서는 주효하지 못했지만 피의자 신상공개가 초동수사의 허점을 메우는 순기능도 기대할 법하다. 물론 범죄혐의가 판결로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인권보호의 대의가 훼손돼선 안 될 것이다. 경찰은 지난 2005년 “피의자의 초상권도 인권차원에서 보호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한 직무규칙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법적 뒷받침이 모호한 상황에서 그 규칙의 족쇄를 먼저 푼 격이 됐다. 얼굴 공개는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충분한 범죄 증거가 확보됐을 때에 국한하는 등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미 피의자 신상공개에 관한 특례조항을 담은 ‘특정강력범죄 처벌특례법’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처리를 미적대지 말기 바란다.
  • [사설] 전자발찌 소급 위헌소지 줄이면 문제없다

    정부와 여당이 성폭력범 전자발찌 부착 제도를 소급 적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제도가 도입된 2008년 9월 이전의 성범죄자라 해도 재범 가능성 등을 살펴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혜진·예슬이 사건과 조두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부산 여중생의 비극에 치를 떨어야 하는 현실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에 아직도 많은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서도 2008년 이전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며, 따라서 성범죄 예방 효과가 높은 전자발찌 착용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전자발찌 소급 적용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위헌 소지를 제기하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이 국민의 신체자유를 제한하는 사실상의 형벌이며, 따라서 소급처벌을 금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때문에 전자발찌 부착 기준과 대상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판단 절차를 통해 재범 가능성을 철저히 가리고, 그에 맞춰 제한적으로 전자발찌 부착 대상을 추린다면 위헌 가능성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고 본다. 미 연방대법원도 사회 방위 차원에서 반인륜 흉악범죄에 대해 소급 입법이 가능하며, 전자발찌 착용은 일종의 보안처분이지 형벌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를 허용한 바도 있다. 부산 여중생 살해범 김길태가 검거됐다고 해서 제2의 조두순, 제3의 김길태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시들해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여야는 국회에 쌓여 있는 40건의 성범죄 관련 법안을 조속히 정리, 3월 국회에서 차질없이 처리해야 한다. 난립한 성범죄 관련 법안들을 체계화하고, 법무부와 검찰·경찰·보건복지가족부 등으로 나뉜 성범죄자 사후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등 종합적인 성범죄 근절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 [김길태 검거] 김길태 마스크 벗긴 이유

    김길태는 경찰에 검거된 직후에 얼굴이 공개된 첫 강력 범죄자다. 경찰은 이날 김을 경찰서로 압송하면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검거 당시 김은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경찰은 호송차 안에서 이를 모두 벗겼다. 관행적으로 이뤄진 흉악범의 얼굴 보호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강호순 사건 이후 중범죄의 경우 범죄자의 초상권보다는 범죄 예방효과가 더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김길태의 경우 공개수배를 통해 이미 얼굴과 신원이 모두 공개됐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검거된 강력범 대부분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등의 방법으로 얼굴을 가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 서남부지역 등에서 부녀자 등 11명을 살해한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흉악범은 확정 판결 이전이라도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고, 관련법 개정이 추진됐다. ☞김길태 범행부터 검거까지…사진 더 보러가기 이와 관련, 사회적 파장이 큰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흉악범에 한해 얼굴을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에 대해 피의자의 얼굴과 성명, 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신원을 공개하는 조건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살인, 미성년자 약취·유인, 강도강간 등)일 것 ▲피의자가 자백했거나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등이다. 김효섭 장형우기자 newworld@seoul.co.kr
  • [시론] 알타이와 스킨헤드/강인욱 부경대 고고학 교수

    [시론] 알타이와 스킨헤드/강인욱 부경대 고고학 교수

    한국인들이 동계올림픽의 영광에 도취되어 있던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바르나울에서는 끔찍한 인종차별 범죄에 한국인 학생이 희생되었다. 바르나울은 필자가 유학한 곳으로, 시베리아 과학단지로 유명한 노보시비르스크 남쪽에 있는 인구 60만의 도시이다. 알타이는 시베리아 평원의 남쪽 끝자락인 평지 알타이와 그 남쪽의 험준한 고원지대인 산악 알타이로 나뉘는데, 바르나울은 평지 알타이의 주도로 알타이의 실질적인 중심지이다. 알타이는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신라고분과의 유사성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 기원전 7~3세기 파지릭 문화를 비롯하여 고대부터 동서문명 교류의 중심지였다. 기원전 3500년경 서방에서 전파된 목축문화는 알타이를 거쳐 동쪽으로 전파되었다. 또 중국 한무제에 의해 쫓겨간 흉노는 알타이를 거쳐 서방으로 가서 유럽의 중세시대를 뒤흔든 훈족으로 등장했다. 고구려와 교류한 돌궐(투르크)의 고향이기도 하다. 더욱이 사건이 발생한 알타이 국립사범대학의 유리 키류신 총장은 파지릭 문화를 연구하는 고고학자이다. 키류신 총장은 한국에 무척 호의적이어서 필자에게도 알타이를 한국과 러시아 공동조사의 터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알타이에서 인종차별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스킨헤드의 발생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증오가 아닌, 지난 몇 년간의 경제위기와 러시아 정부의 보수화와 관계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러시아의 치안사정을 볼 때 러시아 경찰에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한국인 관련 사건은 그리 크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런 흉악범죄가 워낙 사방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께 발생한 모스크바의 한국인 테러사건은 대낮 쇼핑센터 근처에서 일어난 것을 보니 단순히 개인이 조심한다고 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시베리아 전문가를 양성하고, 한국의 문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스킨헤드족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하류층의 젊은이들로, 단순한 논리와 폭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러시아인 수천만명을 죽게 한 히틀러를 추종하는 그들에게서 무슨 합리적인 논리를 바라겠는가. 굳이 원칙이 있다면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기’이다. 자신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을 자기들보다 약해보이는 동양계 사람들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니 스킨헤드가 폭력을 행사하는 주대상은 자기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계통에 집중된다. 반면에 이미지가 좋은 일본인들은 잘 건드리지 않는다. 아직도 러시아에 한국인의 이미지는 돈이 많은 작은 나라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작지만 강한 나라인 한국의 대응은 결국 문화적인 교류로 러시아에서의 우리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필자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우리나라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무지였다. 어떤 기사는 바르나울이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이르쿠츠크 또는 극동이라고도 하고, 피살자가 시베리아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갔다는 등 오류 투성이였다. 수많은 기사가 난무했지만 체계적인 분석은 거의 없었다. 시베리아 전문가가 거의 없는 탓이다. 대다수의 러시아 사람은 한국사람에게 아주 호의적이다. 필자가 유학시절 영하 30~40도의 추운 겨울을 몇 차례 보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겸손하고 정 많은 시베리아 사람들 덕분이었다. 우리에게 시베리아와 북방은 역사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협력해야 할 파트너이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인이 전체 러시아를 혐오하고 러시아인들을 백안시하게 된다면 바로 소수의 스킨헤드족이 바라는 바다. 다시 시베리아의 초원이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MB “모든 역량 동원해 범인 잡아라”

    이명박 대통령은 8일 부산 여중생 살인 사건과 관련,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빨리 범인을 잡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한 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런 흉악범죄가 계속돼야 하느냐.”며 ”무슨 말로 부모님을 위로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딸을 둔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정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흉악범죄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여중생 죽음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면서 “특히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러 후속조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는데 성과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어 법안처리와 제도적 논의와 관련해 정치권에 아쉬움과 답답함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방송된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민생 일선에 있는 공직자 여러분, ‘힘들다. 안 되겠다.’ 하는 말보다는 ‘좀 더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열심히 찾으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민생을 챙겨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강력범죄 재범 가중처벌 합헌

    헌법재판소는 2일 특정강력범죄처벌법(특강법) 제3조의 누범규정이 지나치게 가혹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대전고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흉악범죄인 특정강력범죄를 단기간 내에 재범한 경우 국민의 생명, 신체 등 법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사회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형의 하한이 20년까지 가중되더라도 지나치게 과중하거나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강법 3조는 존속살해, 흉기휴대 강간, 특수 강도 등 특정강력범죄로 처벌받은 후 3년 내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사설] 사형제 존치 유감, 입법개선 서두르라

    헌법재판소의 어제 사형제도 합헌 결정은 유감이다. 우리는 그동안 꾸준하게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왔지만 이번에도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합헌 의견 재판관 중에서 민형기, 송두환 재판관이 “사형제도 자체보다는 오·남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는 등 형벌 조항들을 재검토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입법개선을 권고한 것은 의미가 있다. 당연히 국회는 절대적 종신형 대체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논의 등 입법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12년 동안 사형집행이 없는 우리나라 현실과 분명 모순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0일 23명이 한꺼번에 사형에 처해진 이후 사형집행이 단 한 건도 없다. 그래서 국제사면위원회가 규정한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됐다. 이런 상태에서 사형집행이 가능하겠는가. 사형은 제도로는 존속하지만 실효성은 없는 셈이다. 그래도 13년 전인 1996년 11월 7(합헌)대 2(위헌)의 비율로 사형제 합헌을 결정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 위헌론이 2명 불어난 것에 우리는 의미를 둔다. 사형제 폐지 여론의 확산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형제 유지론자들은 정치범은 제외하고 납치살인·연쇄살인 같은 흉악범만 대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자는 소리도 낸다. 하지만 사형제는 법의 이름을 빌린 ‘사법 살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사형은 오판 시에 구제가 불가능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음이 국내외에서 입증됐다. 최근들어 흉악범죄자들의 발호로 사형 존치 여론이 늘었다고 하지만 사형제 폐지는 시대적인 조류다.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모두 139개국으로 사형제를 유지한 58개국의 두 배 이상이다. 이제 사형제 폐지와 이를 대체할 절대적 종신형 도입 등 입법개선은 시대적인 소명으로 인식해야 한다.
  • 상습 성폭행범 징역22년 중형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으로 흉악범에 대한 유기징역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아동 성폭행범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상철)는 17일 상습적으로 여성을 성폭행해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석방 이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상 유기징역으로 선고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은 가중형량까지 쳐도 최대 25년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흉기를 소지한 채 강간 범행을 저지르고, 상습적으로 강·절도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범행에 대한 단죄이자 뉘우치고 참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 한 주택에 들어가 A(9)양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는 등 200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여성 8명을 잇따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안심 안되는 ‘여성안심귀가 정류소’

    안심 안되는 ‘여성안심귀가 정류소’

    “이런 정류소가 있는지 몰랐어요. 옆 정류소까지 걸어서 1분도 안 걸리는데….” 31일 서울 방학동 롯데마트 앞 여성안심귀가정류소 부근에서 만난 최미경(36·여)씨는 자신이 서 있는 곳 인근에 여성의 안전을 위한 ‘여성전용’ 버스정류소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최씨는 이어 “글쎄요. 이곳에 필요할까요.”라며 기자를 빤히 바라봤다. 정류소 위치 선정이 잘못됐 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최씨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의 거리에 기존 버스정류소가 있었다. 서울시가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겠다며 설치한 여성안심귀가정류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12곳에 여성안심귀가정류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여성안심귀가정류소는 지정된 정류소 이외의 지역에 간이 정류소를 세워 밤 11시 이후 시내버스 이용객이 하차를 원할 경우 곧바로 내려주는 장소다. 인적이 드문 외곽 주택가에 사는 여성들을 위해 설치했다. 여성의 귀가 시간을 줄여주는 의미도 있지만 흉악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뜻이 더 크다. 하지만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방학동 샤브향 정류소는 인근 주택가와 800여m나 떨어져 있었다.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정류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 중간에 하나를 설치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범죄 예방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고 일침을 놓았다. 도봉동 서원아파트입구 정류소 역시 주택가와 300여m 떨어진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다. 기존 버스정류소는 주택가와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승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이용객이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신월동 안심귀가정류소를 경유하는 6211번 시내버스 운전기사 박모(42)씨는 “주변에 상점도 많아서 이곳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면서 “중간에 봉 하나를 세워 놓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용객이 없어 사라진 정류소도 있었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입구 정류소는 설치된 지 일주일 만에 폐쇄됐다. 인근 정류소와 겨우 20m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B운수업체 관계자는 “바로 옆에 정류소가 있는데 실효성이 없었다.”면서 “이용객이 없어 곧바로 폐쇄했다.”고 말했다. ‘여성 전용’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주현(32·여)씨는 “밤 11시 이후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 여성이 지나간다고 범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승객들이 많이 내리는 원래 정류소를 이용하는 게 더 안심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日,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日,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정부는 “가해자의 도주는 용서할 수 없다.”며 범죄 피해자의 ‘법감정’을 고려, 공소시효를 대폭 손질했다. 29일 법무성에 따르면 살인·강도살인 등 흉악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 생명과 관련된 강력범죄의 공소시효도 현행보다 2배 연장했다. 법무성은 형사사건의 공소시효를 검토해온 법무상 자문기관인 법제심의회의 개정안 심의가 끝나는 대로 현재 진행 중인 정기 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상 범죄행위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범인이 밝혀지더라도 처벌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다만 해외로 도피했을 땐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살인·강도강간치사 등 최고형이 사형인 죄의 경우, 현행 25년의 공소시효를 아예 없앴다. 강간치사와 강제추행치사 등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의 공소시효는 현행 15년에서 30년으로, 상해 치사와 체포감금치사의 공소시효는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자동차운전 과실치사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공소시효는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2배 늘렸다. 특히 개정되는 공소시효는 시행 전에 범죄가 발생했거나 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도록 했다. 예컨대 2000년 12월 일어난 도쿄 세다가야구의 일가족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도 법이 개정되면 없어지는 것이다. 검찰의 통계연보를 보면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사건은 2005년 44건, 2006년 54건, 2007년 58건, 2008년 62건에 달했다. 법무성은 흉악범의 공소시효 폐지 및 연장에 대해 “피의자의 처벌도 아니고, 인권 제한이 아니다.”면서 “피의자의 불이익 보다 피해자의 배려를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 정의관념과 규범의식에 가능한 한 부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hkpark@seoul.co.kr
  • 조두순, 檢 숙원 해결사?

    검찰을 괴롭혔던 ‘조두순 사건’이 되레 숙원사업 해결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지난 9월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검찰은 조두순을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징역 7년 이상)가 아닌 형법상 강간치상 혐의(징역 5년 이상)로 기소했고, 1심에서 징역12년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항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검찰이 비록 ‘조두순 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이로 인해 흉악범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검찰에 힘을 실어줬다.살인·아동성폭력 등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흉악범들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DB)에 남기고, 범죄발생시 조속한 범인 검거에 활용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정보이용법) 제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은 ‘과학수사 분야에서 OECD 가입’과 같은 의미라며 자축했다. DNA DB 구축은 검찰이 5년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지만 인권침해 논란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조두순 사건’은 성폭행 및 아동유괴범에게만 부착되던 전자발찌를 살인·강도·방화 등 강력범죄자에게도 확대하고, 최대 10년이던 부착기간을 30년으로 연장하는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현행 15년인 유기징역 상한을 20년으로 높여 가중 처벌할 때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 추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음주를 이유로 한 심신미약 감경을 어렵게 한 것도 ‘조두순 사건’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검찰은 이 여세를 몰아 ‘영장항고제’와 ‘플리바게닝’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을 때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영장항고제는 이미 법무부의 2010년 주요 업무계획에 포함됐다. ‘조두순 사건’으로 형성된 여론에 힘입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이다. 또 공범에 대한 진술증거의 대가로 형벌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도 첨단·지능화되는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해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판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가의 형벌권 강화는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항인데 ‘조두순 사건’을 기회로 한번에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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