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흉내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제철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타인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천장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 명목
    2026-05-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355
  • [인물 플러스] ‘한유화’의 창시자…세계 미술계를 흔든다

    [인물 플러스] ‘한유화’의 창시자…세계 미술계를 흔든다

    예술은 국경이 없다. 각국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예술의 영역에서는 대륙이나 국가별로 다른 특색들이 그대로 인정받는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세계외교문화미술연구원 원장인 강신재 화백은 여기에 질문을 던졌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21세기에 국가와 대륙 문화권을 넘어서는 미술은 불가능할까. 35년 넘는 연구 끝에 강 화백은 동양화와 서양화 어느 쪽으로도 구분하기 어려운 새로운 미술을 정립해냈다. ‘한유화’라고 불리는 그림들이다. 오랜 세월 예술로 세계와 소통해 온 그의 ‘민간 예술 외교’는 이처럼 문화권을 초월하는 그의 예술세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유화의 창시자이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려진 작가인 강신재 화백을 만나 그의 성과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편집자 주→‘한유화’란 어떤 것입니까.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미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창조한 미술의 한 종류이지요. 동양화나 유럽의 서양화를 중심으로 이제까지 그림이 발전해 왔는데, 동양화와 서양화 그리고 서예까지 포함해서 통합된 21세기 새로운 미술이 나온 겁니다. 단순히 화풍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고 새로운 미술 종류라고 봐야 합니다. →오랫동안 그 연구를 하셔서 직접 정립하신 것이죠. -35년 넘게 연구를 해서 2014년에 이론을 정리하고 2018년에 학술적으로 작업으로 해서 ‘미학개론’이라는 612페이지짜리 책으로 냈습니다. 그것을 교육부와 각 대학의 미대, 도서관에 증정해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게 세계적인 학자들과 겨룰 만한 업적이라고도 해주시더군요. →한유화 작품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서양화의 색채를 응용하고, 동양화의 수묵 기법을 적용해서 조화롭게 만든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서양화를 응용한 기법과 동양 서예의 필력이 만나는 것이기도 하고. 유화가 화려하고 강렬하지만 딱딱한 느낌이 있었다면 한유화는 그 매력은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이 들지요. 이렇게 장점들이 조화롭게 응용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연구해 오신 한유화가 국책사업으로 지정됐습니다. 이전에도 정부와 교감을 가져오셨었나요.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과 일을 해왔습니다. 7대째 일을 하고 있는데, 김영삼 대통령 때 우리 세계외교문화미술연구원을 만들어줬어요. 그때부터 우리 연구원이 민간 차원의 ‘예술외교’를 펼쳐왔지요.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서류를 보내고 작품으로 소통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세계 미술의 변화를 이끌려면 정치적인 부분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이제 한유화의 이론적인 정립도 됐고, 국책사업도 됐으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미학개론의 영문판을 만들어서 각국 정부와 세계적인 대학들에 보낼 생각이에요. →그동안 작품으로 세계와 소통해 오셨으니 국제적인 인사들과도 자주 만나실 것 같습니다. -현재 110개국 정부와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동안 대사들을 만나고 그쪽으로 초청을 받기도 하고 그랬죠. 오히려 스스로 자중하고 있습니다. 정상들과 만날 기회도 많고, 문서가 오가기도 하는데 이런 활동을 우리나라 최고위층에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이제까지 해온 일들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일반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화랑이나 최고위층에서는 저를 다 알고 있죠. 다만 제가 이제까진 일반 대중 앞에 나서는 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작품도 전시를 하고 나면 팔지 않고 다 싸 들고 오니까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죠. 오히려 십수 년 전에는 방송이나 공개적인 자리에 많이 나갔어요. 그런데 제가 일하는 데 지장이 있더군요.→작품 자체는 대중적인 시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겠지만 스스로 피하셨다는 거군요. -저는 세계 어느 작가에게도 지지 않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수준에 스스로를 올려놓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일반에게 정식으로 판매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화랑에 있는 분들이나 외국에서는 제 작품을 아주 좋아해요. 동서양의 취향이 다르고 유럽과 일본과 미국의 시장에서 팔리는 작품이 다 다른데 제 작품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좋다고 평가합니다. 지금도 화랑에서 제 작품을 고가품으로 공개하는 곳이 있어요. 10호짜리에 10억을 붙였더라고요. →중국과 러시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는 오래됐지요. 베이징대학교에서 초청 전시를 했는데, 거기서 한유화를 공개했습니다. 베이징대학에서는 전시가 끝나고 한유화를 자기들이 합작한 것이라고 홍보까지 했어요. 러시아의 경우 국립극동 종합대학 초청전을 가졌었고, 모스크바국립대학과도 전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이 적죠. →K팝을 중심으로 한류가 세계적인 이슈인데, ‘예술 한류’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K팝은 일시적이지만 미술은 영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카소와 같은 유명한 화가의 브랜드가 가치로 따지면 얼마입니까. 제 작품에 대해서도 10개국 넘는 곳에서 초청이 오는데 제가 갖추질 못해서 못하고 있어요. 몇 년은 작품활동에 집중해서 작품을 늘려야겠는데 여건이 쉽지 않네요. →지금은 성과를 거두고 결실도 맺어가고 있지만 강 화백께서도 처음 시작이 있었을 텐데요. 미술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특별히 있었습니까. -처음부터 어려웠죠. 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게 4살 때예요. 해방 직후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걸 보고, 따라다니면서 흉내를 냈죠. 그렇게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제대로 배운 학생들보다 뛰어나서 초등학교 땐 전교생 중에서 그림으로는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재능이 있으셨군요. -그렇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대학교 이후였습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3회 때 제가 입선을 했어요. 상만 탄 게 아니라 200점 중에 70점으로 지방 순회전을 하는 데에도 뽑혔습니다. 그러고도 활동을 제대로 하진 못했죠. 나중에 보니까 다 ‘돈 문제’더라고요. →이제까지 연구에 매진하셔서 결실을 맺었으니 앞으로는 작품활동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집중해서 연구한 이론을 기반으로 세계 어느 화가에 지지 않는 그림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미술의 현대화를 이끄는, 글로벌시대에 맞는 세계 공통 취향의 그림을 그리려고 해요. 2019년부터는 그런 작업에 힘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또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서 세계적으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해외 활동이 많으실 텐데, 전시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십니까. -제가 세종문화회관에선 여러 차례 전시를 했는데, 우선은 국립미술관에서 세계화에 초점을 맞춘 그림을 발표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작업에 집중해서 2년 후에 전시를 하고, 그 여세를 몰아서 중국 베이징대학 문화산업연구원과 협력해서 현지에서 대전시를 열려고 합니다. 이제는 제 그림들을 세상에 내보이는 데에 조금 더 힘을 쓰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공개적인 퍼포먼스도 해서 실력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정태기 객원기자 jtk3355@seoul.co.kr
  • [단독] 교육평가원 정규직 전환 ‘꼼수’…석·박사급 직급 낮춰 채용 추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달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존 비정규직 석·박사급 연구원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직급을 낮춰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이 있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직군의 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하고 해당 직군이 없을 경우에만 별도의 직군, 별도의 임금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평가원이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을 사실상 ‘흉내’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8일 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과정평가원은 기존 석·박사급 연구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 지금보다 최대 1000만원까지 삭감된 연봉을 감수하고 행정조원이나 연구조원 직급으로 하향 지원하도록 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또 정규직 전환을 위한 ‘상시·지속적 업무’의 판단 기준을 ‘향후 2년간의 지속 성과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로 명시한 정부 가이드라인과 달리 ‘과거 3년간 지속된 업무, 사업예산 5억원 이상’의 기준으로 문턱을 높였다. 성기선 교육과정평가원장은 국감에서 “지적에 동의한다”면서도 사측 안 자체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위반된다는 지적에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가이드라인 위반은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 소관 26개 기관 중 하나인 한국교육개발원도 마찬가지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상시·지속적 업무’ 분석 없이 수탁용역 과제업무 담당 비정규직을 전환 대상에서 일괄 제외했다. 이 때문에 15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교육평가원 정규직 전환 ‘꼼수’, 석·박사급 직급 낮춰 채용 추진

    교육평가원 정규직 전환 ‘꼼수’, 석·박사급 직급 낮춰 채용 추진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달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기존 비정규직 석·박사급 연구원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직급을 낮춰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이 있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직군의 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하고 해당 직군이 없을 경우에만 별도의 직군, 별도의 임금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과정평가원이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정책을 사실상 ‘흉내’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8일 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과정평가원은 기존 석·박사급 연구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 지금보다 최대 1000만원까지 삭감된 연봉을 감수하고 행정조원이나 연구조원 직급으로 하향 지원하도록 하는 전환 계획을 검토 중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또 정규직 전환을 위한 ‘상시·지속적 업무’의 판단 기준을 ‘향후 2년간의 지속성과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로 명시된 정부 가이드라인과 달리 ‘과거 3년간 지속된 업무, 사업예산 5억원 이상’의 기준으로 문턱을 높였다. 성기선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지적에 동의한다”면서도 “내부 노조가 2개 있는데 양쪽의 대립적 생각으로 전환심의위원회가 가동이 안 돼 사측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 안 자체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위반된다는 지적에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 가이드라인 위반은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 소관 26개 기관 중 하나인 한국교육개발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이후 361명의 비정규직 중 9.7%인 35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한 한국교육개발원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명확한 분석 없이 수탁용역 과제업무 담당 비정규직을 전환 대상에서 일괄 제외했다. 이 때문에 15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추 의원은 “정부의 가이드라인과는 정반대로 정규직 전환의 취지 자체를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리 책임이 있는 경인사연에서 전수조사하고 정규직 전환 목적에 맞게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정유미 “‘프리스트’ 속 의사 役, 많이 보고 연구 중”

    정유미 “‘프리스트’ 속 의사 役, 많이 보고 연구 중”

    정유미가 OCN 새 주말드라마 ‘프리스트’에서 의사로 변신한다. 데뷔 이후 다양한 직업군을 연기해왔지만, 의사 역할은 처음이라는 정유미는 보다 완벽한 변신을 위해 빈틈없는 준비를 하고 있다. OCN 새 주말드라마 ‘프리스트’(극본 문만세, 연출 김종현, 제작 크레이브웍스, 총 16부작)는 2018년 남부가톨릭병원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 현상들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 의사와 엑소시스트의 메디컬 엑소시즘 드라마다. 정유미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순식간에 다 읽었을 정도로 긴장감과 속도감이 굉장했다”라며 차기작으로 망설임 없이 ‘프리스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냉철한 판단력과 매서운 손놀림을 지닌 의사 함은호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공개된 스틸 사진 속 하얀 의사 가운이 어색함 없이 어울리는 정유미. “함은호는 옳은 걸 옳다고 끝까지 얘기하는 소신과 용기를 가진 정의로운 인물”이라며 캐릭터를 소개한 그녀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금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생명을 손끝으로 책임진다는 심적 무게감이 동반되는 직업이기에 강한 의지와 사명감이 없다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직업임을 느꼈다는 것. 그 때문에 정유미는 “의사 함은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의사로서 지녀야 하는 올바른 인격과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사명감 등, 마음가짐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단단한 각오를 밝혀 그녀의 첫 의사 캐릭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극 중에서 응급의학과의 에이스로 불릴 만큼 뛰어난 수술 능력을 지닌 함은호를 부족함 없이 연기하기 위해 의학 전문 용어 공부부터 수술 봉합 연습까지 실전을 위한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후문. 병원 측에 동의를 구한 후, 드라마에 나오는 수술 장면을 참관하는 것은 물론 미드와 영화를 비롯한 각종 의학 관련 동영상을 참고하며 보다 섬세한 손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진짜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의사 함은호를 연기하면서 어색하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 많이 보고 연구하고 있다”는 그녀의 활약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편, OCN 새 주말드라마 ‘프리스트’는 오는 11월 24일 오후 10시 20분 첫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중국 여성 BJ, 웃으며 국가 부르고 지휘 흉내냈다가 닷새나 구금

    중국 여성 BJ, 웃으며 국가 부르고 지휘 흉내냈다가 닷새나 구금

    중국에서 440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여성 인터넷 개인 방송 진행자(BJ)가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의 1절을 3초 가량 흥얼거리며 웃고 지휘하는 시늉을 했다가 국가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닷새 동안 구금됐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경찰국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리꺼’란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양카이리(楊凱莉·21)가 지난 7일 생방송 도중 중화인민공화국 국가법을 어겨 구류 처분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국가는 나라의 상징이며 모든 주민은 존중할 뿐만 아니라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은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며 법과 도덕적 기준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동영상 플랫폼 후야는 그녀의 동영상을 삭제하고 채널 가입을 금지시켰다. 그녀는 두 차례나 공개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지만 철창행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르면 “산만하거나 존중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국가를 따라 부르면 15일까지 구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중국에도 수천 개의 개인 인터넷 방송이 성행해 카메라 앞에서 먹거나 노래 부르고 떠들어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수백만명이 이들 방송을 지켜보고 별풍선을 보내면 그것이 현금으로 돌아온다. 2016년 중국의 개인 인터넷 방송 시장 규모가 50억 달러로 추정됐다.그녀를 철창 안에까지 보낸 것에 대해 중국의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법은 법이다. 어떤 일은 존경심을 담아 표현해야 한다”거나 “부끄러운 일이다. 그녀는 국가를 모독했고 법을 어겼다”는 식으로 구금에 동의하는 이도 많았다. 반면 “그녀가 국가를 모독할 목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거나 “그렇게까지 가혹하게 처벌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대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당사자는 “진지하게 국가를 부르지 않았던 점을 정말로 사과드린다. 국가는 신성한 것이며 내 행동은 모두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앞으로 모든 생중계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고교생과 할머니… 누구보다 잘 통하는 말벗 됐어요”

    “고교생과 할머니… 누구보다 잘 통하는 말벗 됐어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아파트 노인복지관에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8명과 70대 할머니 9명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학생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흉내내자 할머니들은 미간을 좁히며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강남오빠?” “오빠는 강남?”을 외쳤다. 한 할머니의 “강남스타일!”이라는 소리에 학생이 “정답!”을 외치자 10여평(33㎡)의 작은 공간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고 1학년 5반 학생들은 문래동의 아파트 경로당 세 곳에서 지역 노인들과 ‘세대공감’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최규창(17)군은 타조를 표현하며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등에 올라타자 “동물인 것 같은데 초원을 달리고 있네요”라고 정답을 유도하는 등 능숙하게 퀴즈를 진행했다. 이날 학생들은 세대공감을 위한 질문을 마련해 할머니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손주들과 언제 세대차이를 느끼냐는 질문에 한 할머니가 “명절 외에는 손주들을 볼 수 없어 세대차이를 느낄 기회도 없다”고 하자 한 학생은 “저도 저희 할머니를 많이 만나고 싶은 데 공부 때문에 명절 외에는 만나뵐 수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연상의 여자를 만나고 싶은데 어떡하나요?”라는 엉뚱한 질문에 한 할머니가 “요즘 세상에 엄마와 아들뻘만 아니면 된다”고 답하자 학생들은 “와, 정말요?”하며 놀라기도 했다. 여의도고가 지난해부터 의무적으로 치르던 봉사활동을 능동적 참여 프로그램으로 바꿔 주목받고 있다. 해마다 하루 날을 잡아 전교생이 대형 복지시설을 찾는 방식으로 학년당 연 7시간으로 규정된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오다가 올해부터 지역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매주 한 반씩 노인 대상 세대공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한다는 점이 이전과 다른 대목이다. 강요식 여의도고 교장은 “처음엔 데면데면하던 아이들도 노인 분들과 반나절 정도 함께 지내면 금방 적응해 대화를 나눈다”면서 “본인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면서 사회복지의 의미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장애인 관련 복지시설 등 보다 전문적인 시설로 대상을 확대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황교익, 백종원 또 저격…“뚱뚱한 아저씨가 설탕을 막 퍼넣는다”

    황교익, 백종원 또 저격…“뚱뚱한 아저씨가 설탕을 막 퍼넣는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또 백종원의 설탕 사용을 비판했다. 황교익은 11일 방송된 EBS1 ‘질문 있는 특강쇼-빅뱅’에 출연, ‘맛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던 중 단맛 중독성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단맛은 중독되는 쾌락”이라면서 단맛에 노출된 아이들이 단맛을 제한받을 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텔레비전에 좀 뚱뚱한 아저씨가 나와서 음식을 하는데 컵으로 설탕을 막 퍼넣는다”고 말했다. 이어 “괜찮아유~”라며 흉내를 내기도 했다. 직접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백종원을 가리켜 비판한 것이다. 황교익은 “구세주가 나온 거다. 이때까지 받아온 설탕에 대한 스트레스를 한방에 해결해 준 사람이다. 여태까지 공공매체에서 설탕을 퍼 넣으며 ‘괜찮아유’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최초의 사람”이라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그 선생에 대해 팬덤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이것 말고 다른 것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이 일을 사회적 현상으로 읽는다”고 주장했다. 황교익은 최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막걸리 12종의 브랜드를 맞히는 장면을 두고 “막걸리 맛만 보고 브랜드를 맞히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이라면서 방송 내용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백종원에 대한 공개 저격이라는 논란이 더해져 온라인에서 황교익과 누리꾼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인생술집’ 김혜은 “흡연 연기 이후 중독...촬영 끝나고도 담배 찾아”

    ‘인생술집’ 김혜은 “흡연 연기 이후 중독...촬영 끝나고도 담배 찾아”

    ‘인생술집’ 배우 김혜은이 연기 열정을 뽐냈다. 11일 방송된 tvN 예능 ‘인생술집’에는 배우 김혜은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은은 이날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 촬영 비화를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극 중 마담 연기를 선보였던 김혜은은 “첫 흡연 연기였냐”는 질문에 “그렇다. 처음에 흉내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다르지 않냐”며 작품을 위해 흡연을 배웠다고 털어놨다.그는 “지하세계(유흥업소) 생활을 한 언니에게 직접 레슨을 받고 다양한 이야기도 들었다”며 “손가락 각도부터 태도까지 다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촬영을 마친 뒤에도 담배에 지배당했었다”며 “더 이상 담배 피울 이유가 없는데도 회식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 담배를 찾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동료 배우 조진웅 덕에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혜은은 “조진웅 씨에게 ‘진웅아, 담배’ 이랬는데 진웅 씨가 ‘누나 그만. 지금 피우면 평생 피워야 한다’고 하더라. 그때 끊었다. 참 무섭더라”라고 말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트럼프 “성폭행 당시 술 마신 것만 기억?” ‘미투’ 폭로 여성 조롱...지지자들 환호

    트럼프 “성폭행 당시 술 마신 것만 기억?” ‘미투’ 폭로 여성 조롱...지지자들 환호

    “(그녀는) 자신이 성폭행 당할 뻔 했던 집이 어딘지, 구체적인 장소가 윗층인지 아랫층인지, 주변 환경은 어땠는지 다 모른다면서 맥주 마셨던 것만 기억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유세를 위해 찾은 미시시피주에서 최근 열린 상원 법사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한 크리스틴 포드 캘리포니아 팰로앨토대 교수를 우스꽝스럽게 따라하며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고교시절 한 하우스파티에 참석했다가 캐버노 지명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사실을 지난 달 17일 실명으로 공개한 포드 교수는 이른 바 ‘캐버노 스캔들’이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며 파문이 확산하자, 캐버노 지명자 지지자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청문회에 출석해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온라인매체 복스와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지자들을 향해 포드 교수가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공격했다. “모른다. 모른다. 주위 환경이 어땠나? 모른다. (사건이 일어난) 집은 어디였나? 모른다. (집 내부의) 윗층이었나, 아랫층이었나. 모른다. 그러나 (당시) 맥주를 마셨고 오로지 그것만 기억이 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 교수의 청문회 증언을 흉내내내면서 비아냥댔다. 이어 변호사를 통해 “1982년쯤 열린 파티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그 자리에 캐버노가 있었다”고 추가 폭로한 캐버노 지명자의 동창생인 여성 줄리 스웨트닉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여성 또한 자신이 주장하는 사건에 대해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날을 세웠다. 이날 유세 현장에 모인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우리는 캐버노(지명자)를 (연방대법관으로) 원한다”고 외쳤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무장헬기 탄 시진핑… 한반도 주도권·對美 무역전쟁 겨눴다

    무장헬기 탄 시진핑… 한반도 주도권·對美 무역전쟁 겨눴다

    “새로운 정세 속 軍역할 중요” 강군 강조 종전선언 논의 등서 中역할 부각 의도 홍콩 언론 “근육질 과시한 푸틴 흉내”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이어 군사 갈등까지 커지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장 헬기에 탑승해 강군 사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3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은 지난 27일 육군 제79집단군을 시찰하면서 최신형 공격용 헬기인 ‘즈(直)10’ 조종석에 앉아 전투 헬멧을 쓰고 헬기 내 기관총 등의 무기 조준 장치 등을 직접 조작했다. 시 주석은 이날 훈련 상황을 보고받고 주력 무기 장비들을 점검한 뒤 부사단장급 이상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새 시대의 강군 사상을 관철하고 새로운 정세 속에 군사 전략 방침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전에 대비한 훈련과 전투 준비를 모든 분야에서 전면 보강해 승전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의 이날 행보는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을 앞둔 군 기강 단속 차원이지만 최근 미·중 간 군사 갈등 격화를 의식해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한 측면도 강하다. 북부전구 소속의 제79집단군은 주둔지인 랴오닝(遼寧)성을 관할하는 것 외에 한반도 유사시 신속대응군의 임무를 띠는 것으로 알려져 미·중 갈등 격화와 한반도 정세의 전환기 속에서 이번 방문의 의미가 크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제일 먼저 행동을 취하는 것이 제79집단군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시 주석의 제79집단군 방문은 지난주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성 등 동북 지역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전방위로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시 주석이 군사력을 과시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헬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강력한 군사 지도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군 시찰 도중 “정치에 의한 군대 건설을 견지하고, 개혁으로 군대를 강력하게 만들며, 과학기술을 통해 군대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최고 지도자이자 군 통수권자로서의 위상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홍콩 빈과일보는 시 주석이 무장 헬기에 직접 탑승한 것은 전투기를 조종하거나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행동 등으로 지지도를 높이려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흉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은 군사적·전략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한 중국 군부를 제재하자, 중국은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했고 해군 사령관의 방미 계획을 취소했으며, 베이징에서 열 예정이던 중·미 합동참모부 대화를 무기 연기했다. 이어 지난 25일 미 국무부가 F16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 예비부품을 대만에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중국 주권을 침해했다며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3억 3000만 달러(약 3684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제3세대 야간표적 식별장비인 스나이퍼(Sniper) ATP 18기의 판매도 포함돼 있어 대만 F16 전투기의 주야간 지상공격능력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은 미국에 맞설 해군력을 갖춘다는 목표 아래 지난 1년간 각종 군함 25척과 해군 병력 1만 명 이상을 증강했다. 또 지난해부터 원양 보급선 1척, 강습상륙함 2척, 미사일 구축함과 호위함 20척 등을 차례로 취역 배치했다. 한편 시 주석은 30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사기념일을 맞아 지도부 전원을 이끌고 인민 영웅들에게 헌화하며 애국심 고취에 나섰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당시 수행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안도현 시인이 서울신문에 당시 감동을 담은 기행문을 보내오셨습니다. 안 시인이 보고 느꼈던, 그리고 언론 매체에선 볼 수 없었던 정상회담 이면의 이야기들을 원문 그대로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한 북한의 풍경들을 함께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자의 서해 직항로의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보였다. 이른 새벽 해 뜨기 전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나선 길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 순안비행장이라 불리던 평양국제비행장 청사는 현대식 건물로 면모를 완전히 바꿨고, 의장대와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의 함성이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차범근도, 유홍준도…벅찬 감동에 “왜 이렇게 눈물이”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천천히 움직였고 우리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표정 하나하나를 가까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버스 바깥도 버스 안도 만남의 감격의 출렁거렸다. 선두에서 남북 정상은 정상끼리, 행렬 뒤쪽에서 같은 동포인 우리는 우리끼리 만나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 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썬팅 처리된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볼 날이 없었다. 누군가가 눈물 타령한다고, 감상적이라고 또 이죽거린다고 해도 평양에서는 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공식수행원들의 숙소는 백화원초대소, 특별수행원들의 숙소는 고려호텔이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고려호텔은 별다른 장식 없이 조용히 낡아가고 있었다. 1인 1실로 배정된 방에는 사과, 배, 귤, 바나나로 구성된 과일 한 접시와 과자, 사탕, 껌이 담긴 접시 하나가 ‘당신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내게 재떨이는 또 반가운 선물이었고. 호텔 창밖으로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솟아올라 평양 시내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평양역 구내로 화물차와 전철이 쉼 없이 오가는 게 보였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호텔 2층 뷔페식당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는데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북쪽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룩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으면서 나는 1930년대 후반 시인 백석을 떠올렸다. ●김정숙 여사 ‘영부인 외교’ 동행한 리설주 여사 ‘깍듯한 환대’ 인상적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와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등 체육계 인사,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14호차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쪽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정장 차림에다 하이힐을 신고 부동자세에 가까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국가의 지도자이기 전에 젊은 부부가 웃어른을 모시는 우리의 전통 예절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가 분명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이어서 김원균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김원균은 북한의 국가와 ‘김일성장군의 노래’ 등을 작곡한 사람으로 북한 정권 초기 앞장서서 음악으로 ‘혁명과업’을 수행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재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 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되었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 ‘그대 없이는 못 살아’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주었다. 남쪽의 대중가요를 선곡한 것도 모두 남쪽 손님들에게 예를 갖추기 위한 거라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나는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서도 왠지 불편했다. 낯간지러운 가사와 트로트풍의 가요를 내가 모두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국에 나가 북한 식당을 들렀을 때 점점 남쪽 사람들의 입맛대로 음식들이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과 유사한 것이다. ●‘홀로아리랑’에 눈물…“어떤 난관도 아리랑 고개 넘듯 헤쳐 가야” 환영공연에 등장한 인민배우들의 한복 디자인도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원래의 것을 놓치고 남쪽을 흉내 내는 일로 남쪽을 배려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남북 관계에서 북한은 원래의 북한을 유지해야만 화해와 협력도 대등한 관계 속에서 진전될 것이 아닌가.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되었다. 가사 뒷부분은 이렇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1980년대 후반에 남쪽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가 2018년 평양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은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걸어가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분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와 부인 리설주 녀사께서 주최하는 연회”가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 것으로 나는 평양 방문을 한 것에 대해 우쭐거려 보려고 한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당중앙위 조용원 부부장은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로 말하고자 하였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은 찡그린 얼굴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한 사람은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에서 가장 현대화한 지역은 미래과학거리 구역이었다. 여기에는 전에 없던 현대식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곳에는 과학자, 연구자, 교육자들이 주로 거주한다고 했다. 이 거리의 가로수들은 대부분 메타세쿼이아였다. 북에서는 이걸 수삼나무라고 부른다. 이밖에 평양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나무들은 살구나무와 버드나무가 있다. 봄이 되어도 평양 거리에 벚나무들이 벚꽃을 휘날리는 일은 없다.9월 19일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번 평양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공동선언은 남쪽에 생중계 되었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웅장한 집단체조…남북 정상을 향한 15만 환호는 ‘지축 진동’ 평양 방문은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고,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모두 300g이었다. 평양교원대학은 우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합친 교육기관이다. “어린이들에게 한 컵의 물을 주기 위해 한 동이의 물을 들이키는 심정으로 가르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평양 방문 때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집에 그 판화를 가져와 펼쳐 놓고 다시 보아도 내 선택이 현명했던 건 분명하다.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보는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지축을 울린다는 그 상투적인 표현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수사일 것이다.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주었다. 다들 하나같이 말했다. “남쪽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공연이지. 아이들을 저렇게 동원해서 연습 시키면 가만히 있을 엄마가 한 사람도 없을 걸.” 씁쓸했지만 그게 또 우리의 현실이었다. 1970년대 중반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중학생이었던 나도 마스게임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어린 우리는 뙤약볕 속에서 살을 태워가며 연습을 해야 했다. 개인은 없고 집단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북쪽 안내원이 말했다. “여기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엄마는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한답니다.”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저녁 9시경이었다. 20일 새벽 4시에 출발한다는 갑작스런 통보가 전해졌다. 평양 방문 내내 우리는 그 다음 일정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하였다. 일정이 정해진다고 해도 남과 북의 안내원 말이 다를 때가 있었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실무적으로 삐걱거리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특별수행원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백두산은 밤에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간다는 말도 들렸다. 어쨌든 젊은 가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9월 20일 새벽 1시까지 큰 짐들을 호텔 로비에 내려놓으라는 전갈이 왔다.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되었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서 빈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남북을 위한 백두산의 환대, 이젠 평양도 백두산도 멀지 않더라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의 공기였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마음껏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삼지연의 공기를 팔아 돈을 벌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지연비행장과 그 주변은 말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터미널이 신축되었고, 활주로는 깨끗하였다. 백두산으로 가는 포장도로도 손색이 없었다. 이깔나무(냑엽송), 가문비나무, 자작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길을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말했다. “남쪽에서 오신 나이 드신 손님들을 위해 속도를 80㎞ 이하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백두산과 천지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로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1920년대에 육당 최남선이 쓴 ‘백두산근참기’를 나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꽃은 졌지만 잎은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는 일이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봉투에 넣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백두산과 천지 주변을 마음껏 걸으며 둘러보고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잎사귀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것으로 나의 ‘백두산근참기’는 완결편을 갖게 되었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수학은 쉽고 디자인은 어렵다 - 서울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수학은 쉽고 디자인은 어렵다 - 서울 근현대디자인박물관

    “좋은 예술가는 흉내를 내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파블로 피카소. 1881~1973> 디자인이 세상을 움직인다. 1997년, 끝없이 추락하던 미국 기업 ‘애플’의 구원투수로 CEO자리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1955-2011)는 회사를 다시금 일으킬 핵심역량으로 디자인 변혁을 내세운다. 이를 위해 회사 내에서 산업디자인 팀을 이끌고 있던 조너선 아이브(51. 현 애플 CDO)을 발탁한다. 조너선 아이브는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감싼 감성적 디자인의 컴퓨터, 아이맥(1998)을 그려 낸다. 10억 달러의 적자가 1년 만에 4억 달러의 흑자로 돌아선다.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단순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지닌 조너선 아이브만의 디자인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애플은 단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디자인의 기적이다. 4차 산업의 핵심 역량 중 가장 중요한 힘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의견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우리네 삶은 눈 안에 들어온 모양새에 마음을 내어주게끔 변하고 있다. 수천억 제품 개발비를 보기 좋게 날려 먹은 디자인도 있고, 애플사처럼 넘어지던 회사 다시 일으켜 세운 디자인에 관한 일화도 심심찮게 들린다. 또한 우리네 속담에도 나오듯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든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며 고운 물건 손이 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 디자인이 다 모여 있는 곳, 서울 근현대디자인 박물관이다. 서울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은 서울시 등록 제1종 전문박물관 제 55호로 인가가 난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디자인 전문 박물관으로 홍익대 근처 와우산 자락에 2008년 3월 14일에 개관하였다. 이곳에는 국내 디자인 사료들을 5만 여점 이상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개화기 이후 2000년대 초까지 한국 디자인에 관련된 수많은 사료들 중에서 역사적, 미학적 가치가 높으며 희귀성이 있는 디자인 제품 약 1,60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서울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의 외양은 자그마한 원룸 크기의 독특한 건물모양을 지니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5층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건물은 박물관이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아담하다. 그러하기에 오히려 관람객들에 그리 큰 위압감을 주지 않아 다정다감한 느낌도 안겨 준다. 지상 2층과 3층에 상설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나머지 층들은 학예연구실 및 디자인숍, 커피숍 등이 위치하고 있어 가벼운 산책 장소로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작은 박물관 규모와는 다르게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귀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기자료,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 ‘박가분’,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 우리나라 최초의 전축, 우리나라 최초의 텔레비전 VS-191, 우리나라 최초의 냉장고, 우리나라 최초의 비디오 카메라, 우리나라 최초의 핸드폰 등등 전시된 제품마다 눈물 쏙 뺄만한 이야기 한 트럭씩 가지고 있는 귀한 물건들이 박물관에는 가득하다. 또한 박물관 2층과 3층의 상설전시장은 ‘밤하늘에 빛나는 7개의 별 ... 북두칠성’이라는 컨셉트로 모두 7개 섹션으로 구분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태극기 자료부터 2002년 월드컵 관련 자료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근현대 디자인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꿰어볼 수 있도록 시대순으로 조명해 놓기도 하였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처럼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이지만, 옛날이야기 가득하고 유익한 박물관임에는 틀림이 없는 곳이다. <서울근현대디자인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규모가 작아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 관련 업종에 종사하거나 옛날 물건들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 특히 데이트 장소로는 제격이다. 2. 누구와 함께? - 연인과 함께 천천히. 홍대에 나온 김에 시간이 난다면. 3. 가는 방법은? - 2호선 신촌역 7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13번 탑승 후 와우공원 정문에서 하차. - 273번, 7011번, 마포08, 마포09번 탑승 후 산울림소극장 하차, 도보 5분 4. 감탄하는 점은? - 우리나라 최초 제품들의 모습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유명하지도 않으며 또한 아주 유명해질 만큼의 규모를 갖춘 박물관은 아니다. 전문가의 컬렉션 장소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6. 꼭 봐야할 물건은? - 우리나라 최초의 각종 전자 제품들. 간판들 7. 관람의 의미를 찾는다면? - 책이나 화면이 아닌 실제 만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날것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designmuseum.or.kr/sub/main.as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마포구 경의선 숲길, 홍익대 주변, 신촌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너무 큰 기대는 가지지는 말기를. 규모가 크지 않다. 디자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천지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섹션TV’ 박성웅 “아내 신은정과 뽀뽀신, 완벽한 연기 했다”

    ‘섹션TV’ 박성웅 “아내 신은정과 뽀뽀신, 완벽한 연기 했다”

    배우 박성웅이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출연한다. 17일 방송되는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올가을 연이은 작품 개봉을 앞두고 2018 다작 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박성웅이 출연한다. 이날 박성웅은 리포터 박슬기가 야심 차게 준비한 희귀자료를 보고 끝내 노트북을 닫아 버렸다고 해 자료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소문난 ‘아내바보’ 박성웅은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아내 신은정과 뽀뽀 신을 찍을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때 신은정과 이미 연인이었던 박성웅은 평소보다 농도 낮은(?) 뽀뽀 신에 완벽히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다. 팔불출 같은 그의 모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성웅은 ‘태왕사신기’ 촬영 당시 신은정이 현장에서 가장 예쁜 배우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실제로 만나보니 마음까지 너무 예쁜 배우였다고 칭찬했다. 영화 ‘물괴’ 촬영 당시 박성웅은 “허상을 보고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CG 작업을 하기 전 괴물 역을 맡은 배우가 분장을 하고 ‘크아항!’ 소리를 내는 것이 웃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 모습을 직접 흉내 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편,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17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사진제공=MBC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앉아서 대장내시경 검사? 롤러코스터 타면 신장결석 제거된다고?

    [달콤한 사이언스] 앉아서 대장내시경 검사? 롤러코스터 타면 신장결석 제거된다고?

    신장결석 환자가 롤러코스터를 타면 결석이 제거될까, 앉아서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더 편할까. 싫어하는 상사가 있다면 ‘부두’(voodoo) 인형을 만들어 바늘로 찌르면 기분이 좋아질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궁금증들이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13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는 이런 황당하지만 기발한 질문들에 대해 놀랍고 신기한 연구업적을 내놓은 사람들에게 시상하는 ‘제28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행사 주제는 ‘마음’이었지만 실제 수상자들은 마음과는 상관없는 부분에 대한 분야의 연구들에서 쏟아져 나왔다.전 세계 대부분 직장인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상사와의 갈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지 몰라 끙끙거려 속앓이를 하거나 심할 경우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한다. 그런데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어대 심리학자 린디 량 박사팀은 자기가 싫어하는 상사의 부두인형을 만들어 괴롭히거나 바늘로 찌르는 등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건강한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지난 8월 경제학 분야 국제학술지 ‘리더십 쿼터리’에 발표한 ‘악의적 상사를 상징하는 부두교 인형에 대한 보복으로 정의감 회복’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덕분에 량 박사팀은 올해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신장결석을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마크 미첼 박사와 데이빗 워팅거 박사는 이그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3D 프린팅한 신장에 결석을 넣은 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있는 ‘빅 썬더 마운틴 레일’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결석 제거 효과를 측정했다. 이들은 롤러코스터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타고 결석 제거 효과를 분석했는데 롤러코스터 뒷부분에 앉으면 결석 제거율이 64%에 이르렀는데 앞부분에 앉으면 17%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2016년 미국 정형외과학회지에 발표했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 디자인학부 알레테아 블래커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제품을 새로 구입했을 때 사용 매뉴얼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새로운 기계 장치에는 자체 내장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2016년 ‘인터렉팅 위드 컴퓨터’라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 덕분에 이번에 이그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일본의 위장병 학자인 아키라 호리우치는 앉은 자세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편안함과 효율성을 검토한 실험 결과 누워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와 큰 차이가 없이 ‘가벼운 불편함’만 느꼈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그노벨 의학교육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 평화상은 운전자의 25% 이상이 운전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퍼붓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중 2%의 운전자만이 자신의 그런 태도에 대해 인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스페인 발렌시아가대학 연구팀에게 돌아갔다. 또 성인 남성의 발기기능을 검사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성기 주변에 우표로 감싸서 측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미국 오리건대 의대 비뇨기과 의사들에게는 이그노벨 생식의학상이 수여됐다. 이 밖에도 사람의 침이 알코올이나 다른 세정제보다 세정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낸 포르투갈 연구팀에게 이그노벨 화학상이, 짝짓기를 못한 암컷 초파리가 포도주 잔에 앉아 내뿜는 페로몬이 와인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밝혀낸 스웨덴 과학자들에게는 이그노벨 생물학상이 돌아갔다. 영국 브라이튼대 고고학자 제임스 콜은 구석기인들이 사람을 잡아 먹었을 때 섭취한 칼로리가 다른 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낮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그노벨 영양학상을 받았다. 또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은 지역 동물원에서 침팬지가 사람을 흉내내는 것만큼이나 사람도 침팬지를 흉내낸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그노벨 인류학상을 수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노벨상 못지않은 ‘이그노벨상’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노벨상 못지않은 ‘이그노벨상’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 초가 가까워지면 과학기자들은 바빠집니다.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들이 발표되고 각 분야의 ‘예비 노벨상’ 수상자들도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서 수상 가능성 높은 연구 성과들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해놔야 하고 혹시 나올지 모르는 한국인 수상자 등장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합니다.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는 10월 1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노벨물리학상, 3일 노벨화학상이 예정돼 있습니다. 사실 노벨상 수상자 발표보다 더 기대되는 것은 매년 9월 2~3주 목요일에 치러지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시상식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199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행하는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가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시작한 것이지요. ‘흉내 낼 수도 없고, 흉내 내서도 안 되는 것’이란 선정 기준처럼 매년 수상작들을 보면 ‘정말 이런 연구를 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하고 황당한 것들이 많습니다. 시상 부문은 매년 달라지기는 하지만 노벨상의 여섯 개 분야인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화, 평화, 경제학을 기본으로 생물학, 심리학, 우주 등 필요에 따라 4개 정도를 추가하면서 10개 분야 안팎에 대한 시상을 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은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먼 친척으로 소다수를 발명한 이그나시우스 노벨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유산으로 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재하지 않는 사람의 유산이기 때문에 상금은 없습니다만 2013년에는 수상자들에게 각각 10조 달러(약 1경 120조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해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준 화폐가 짐바브웨 달러라고 밝혀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짐바브웨 달러는 한때 2억 3100%의 물가상승률 때문에 100조 달러가 발행된 적이 있는데 2009년 사용 중단된 100조 짐바브웨 달러는 우리 돈으로 따지면 4000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스웨덴 왕실이 참석해 근엄하게 진행되는 실제 노벨상 시상식과는 달리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겁게 진행됩니다. 시상식은 매년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는 치러지는데 수상자 발표 당일에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석해 시상을 할 뿐만 아니라 축하 강연도 합니다. 올해 시상식은 13일(현지시간) 오후 6시에 열립니다. 주최 측은 시상식 축하공연 무대에 하버드대 물리학과 연구진이 나와 수백만 볼트의 고전압을 만들어 내는 테슬라 코일과 바이올린의 협연을 보여 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홈페이지에 연습장면을 공개해 올해 시상식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근대 과학의 역사가 길지 못한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라고 하면 학교에서나 배우는 어렵고 딱딱한 ‘교과목’을 떠올립니다. 그런 시각으로 이그노벨상을 바라본다면 과학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질 떨어지는 장난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과학으로 웃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이 학문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와 문화의 한 영역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 합리적 사고를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개인의 행동과 선택,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뜯어 보면 비과학적이고 특정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을 체화하지 못하고 ‘우리 삶과는 상관없고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과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 이상 매년 10월만 되면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왜 우리는 노벨상을 못 받는가’만 되뇌는 일은 계속될 것입니다. edmondy@seoul.co.kr
  • 정경화·조성진 46년 뛰어넘은 호흡

    정경화·조성진 46년 뛰어넘은 호흡

    “누가 나보고 ‘성진이를 너무 예뻐하세요’라고 하기에 ‘아니 예쁜 걸 어떻게 하냐’고 했죠.”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70)와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이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듀오 콘서트를 연다. 공연을 앞두고 10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클래식의 ‘어제’를 대표하는 정경화는 간담회 내내 조성진을 바라보며 흐뭇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앞서 1일 경기 고양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를 거쳐 서울에서 공연을 마무리한다. 정경화는 한국 클래식의 ‘현재’와 함께하는 이번 연주에 대해 “연주는 집중해서 준비하지만 무대에 올라가서는 즉흥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연주 파트너를) 너무 잘 만났다”면서 “이번에 듀오로서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성진에 대한 칭찬을 거듭했던 그는 “성진이는 한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듣는데, 그것은 신이 주신 재주”라고도 했다. 조성진은 46세의 나이 차이가 나는 대선배와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즉흥적으로 연주한다고 해도 악보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그 프레임 안에서 하시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이번에는 이렇게 다르게 하시네’ 하고 선생님의 색깔을 흉내 내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연주회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과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베토벤의 중기 바이올린 소나타를 비롯해 슈만과 프랑크의 곡 모두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동등한 위치에서 연주해 두 스타 연주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곡으로 평가된다. 특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헌정해 그의 결혼식에 초연된 곡으로, 사랑과 낭만의 분위기가 가득한 곡이다. 정경화는 이 곡을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케빈 케너와 녹음한 바 있어 이미 그에게는 익숙한 레퍼토리다. 정경화·조성진은 2012년 진주와 과천에서 협연한 바 있어 이번이 6년 만의 만남이다. 정경화는 “지난 5일 진주 공연이 있었는데 옛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정경화를 ‘멘토’라고 지칭한 조성진은 “정 선생님을 2011년 초에 처음 뵈었는데 그때부터 제가 고민이 있거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정 선생님께 여쭤 본다”고 존경심을 나타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베이징에서 멈춰 선 강명구 마라토너가 쓴 ‘을밀대의 결의’

    베이징에서 멈춰 선 강명구 마라토너가 쓴 ‘을밀대의 결의’

    그는 1년을 힘들게 달려온 힘겨움을 내려놓고 중국 베이징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평화통일 기원 유라시아 횡단 마라톤을 이어가고 있는 강명구(62)씨가 8일 베이징에 도착해 10일 오전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5편-을밀대의 결의’를 보내왔다. 15개국 1만 3000㎞를 쉼없이 달려온 그는 다음달 초 북한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단둥에 도착해 북한 땅에 들어서는 벅찬 감격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그의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그는 평양에서 한바탕 축제를 벌인 다음 판문점을 통과해 경기 파주에서 광화문까지 달리는 완주를 꿈꾸고 있다. 아니 확신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1만 3000㎞를 거침 없이 달려온 그가 허베이성에 들어선 뒤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원고를 인용부호 붙여 따지 않고 전문 그대로 맛보게 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 여겨 옮긴다. 명백한 오류나 동어 반복을 손질하는 등 최소한 적게 개입하며 필자의 뜻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어쩌면 오래달리기가 이 병들어가는 나약한 사회를 바꿀 최선의 해결책인지도 모른다.?사람들은 허겁지겁 바쁘게 사는 것 같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고 건강 불안증에 빠져 의료비나 건강보충제, 비타민제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히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지경이다. 사람들이 모두 오래달리기와 손을 잡으면 더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것이고 그러면 국가는 메말라가는 국민건강보험 기금이 남아 돌기 시작하는 축복을 누릴 것이다. 만약 국가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때마다 완주 메달과 함께 장려금 100만원씩 지불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행복지수가 높으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창의력이 높아지며 단숨에 일등 국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게임기 앞에서 몸과 마음이 시들어가는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도 오래 달리기와 손을 잡는 순간 활력이 넘치는 일상과 신선한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다. 달릴 때 자존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상승한다. 사람이 사는 게 그렇듯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때,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할 때이다. 주위 사람이 나를 인정하는 것은 내가 돈이나 명예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남다른 정신이 존재하고 놀라운 기질이 있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하는 중에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발생할 때가 아주 많다. 나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태항산맥을 넘어 허베이성(河北省)으로 들어선다. 황허(河)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 베이징과 톈진을 품고 있는 허베이성은 중국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두루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성도인 스자좡(石家莊)을 비롯하여 바오딩(保定),청더(承德)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이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협곡 중 하나인 태항산대협곡과 만리장성의 동쪽 끝 요새인 산해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연나라와 조나라 땅이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원소의 본거지이며,?원나라, 명나라, 청나라는 베이징을 수도로 삼았고 이때부터 정치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때문에 중국에서도 역사 유적이 많기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청더 피서 별장, 장성, 청동능과 청서능도 모두 이곳에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도 허베이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周) 왕실에 타협하지 않은 채 의리와 명분, 절개를 지키러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따먹으며 연명하다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허베이성의 약칭은 지(冀)로 기주에서 유래했다. 낯이 익을 것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유비와 관우, 장비 세 사람이 각자 28세, 29세, 24세에 맺은 영원한 약속, 도원결의가 아닐까 한다. 사내아이들이라면 술 배울 나이에 친구들끼리 술 한 잔 마시며 이 도원의 결의를 흉내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지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오딩 시가 있다.?이곳이 유비와 장비의 고향 탁현이고 이곳에서 도원결의를 맺는다. 허베이는 조자룡의 고향이기도 하다. 황건적의 난이 천하를 어지럽힐 때 유비와 관우, 장비가 허름한 주막에서 만나 무너져가는 황실의 부흥을 위해 의기가 투합했고 천하의 대사를 논의했다. 이보다 더 멋지고 낭만적이면서도 결의에 찬 도원결의를 이번 가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꿈꾼다. 남북정상이 다시 손을 맞잡고 이름도 대박인 평양시 대박산 능선에 올라 우리 민족의 생명의 근원이 되는 단군릉에 참배하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을밀대로 가 우리 민족의 평화는 우리끼리 지키자는 결연한 ‘을밀대의 결의’를 맺고 자주적으로 우리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명장면이 연출되기를 바란다.
  • [유세미의 인생수업] 닭 두 덩어리

    [유세미의 인생수업] 닭 두 덩어리

    “말도 말어. 내가 그 생각하면 아직도 속에서 천불이 나. 생일인지 뭔지 앞으로 또 하자고 하면 이 집구석 싹 다 엎어 불고 말테니께.”생일상 잘 받아 먹었느냐고 축하 인사 한번 건넸다가 날벼락마냥 화풀이당한 친구는 어안이 벙벙하다. 사실 친구한테 퍼부을 일은 아닌데 미안하다는 소리도 안 나온다. 그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꼭지가 뜨거워지는 박복자 여사. 몇 해 전부터 생일이면 즐겁기는커녕 나이 먹는 서글픔에 절로 한숨 나오는데 올해는 아들 내외 때문에 마음이 더 상했다. 그 전에도 어미 생일을 잘 챙긴다 여기지 않았건만 이번에는 전화하는 품새부터 부아를 돋운다. “어머니 생일 어떻게 할까요?” 심드렁한 며느리 음색에 서운함이 먼저 가슴에 얹힌다. ‘어떻게 하긴? 내 생일상 내가 차리랴?’ 목구멍까지 솟구친 말을 꿀꺽 삼키고 있으니 따발총처럼 떠드는 며느리는 이미 일정을 결정한 뒤였다. “아이들 학원 때문에 생신날에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구요. 그냥 이번 토요일에 미리 저녁 먹는 걸로 하죠 뭐. 전화드릴게요.”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그녀, 죄 없는 남편에게 괜한 심통이다. 시어미 알기를 오뉴월 식은 밥덩이만도 못하게 여긴다는 둥 처음부터 남편이라는 사람이 저리 무심하니 애들까지 닮아서 한통속이라는 둥 미운 남편만 가자미눈으로 째려보다 머리 싸매고 휙 드러누워 버렸다. 그래도 저녁 먹자는 토요일 오후부터 박복자 여사는 부산하게 공들여 화장하고 오랜만에 머리도 정성껏 매만졌다. 생일 아닌가. 그러나 오후 6시가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혼자 끌탕하던 그녀가 오후부터 곱게 차려 입은 채 벌서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려는 순간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근처 찜닭 집으로 예약했으니 7시에 식당으로 오라나. “나 참 기가 막혀서. 부모 알기를 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남이랑 약속해도 그렇게 무성의하게 하겠냔 말야. 찜닭 먹겠다고 차려 입고 주렁주렁 걸고 달고 나선 내가 우세스러워서 원.” 이미 마음 상한 박복자 여사가 찜닭이 마음에 들 리 없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다. “대체 그게 무슨 맛인지…. 닭 두 덩어리를 물었다 놨다 먹는 흉내만 내다 일어섰네.” 겨우 식사만 마치고 자식들이 서둘러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허전할 수 없다. 허청허청 걷는 걸음마다 어느덧 선득한 밤바람이다. 말하면 세금 붙는 줄 아는 남편이 그제서야 입을 뗀다. “애들한테 서운해 말어. 건강하게 새끼들 잘 키우고 제 밥벌이 하고 살면 고마운 거지. 난 아침에 눈떠 애들 생각하면 그저 고맙고 대견해.” 이 양반이 누구 염장을 지르나. 40년 같이 살며 마누라 생일 한번 변변히 챙기지 않은 당신이 할 소리냐고 막 따지려는 순간 그녀의 말을 남편이 또 가로막는다. “이 험한 세상에 내 아이들이 그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훌륭해. 그거면 됐어. 세상 철없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부모가 돼서 밤낮없이 직장에, 집안일에 달음질치는 거 보면 안타깝지. 그래도 다 이겨 내며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잖은가.” 남편이 늙긴 늙은 모양이다. 눈가에 언뜻 물기가 비친다. “마누라를 그렇게 좀 가엾게 여겨 보쇼”라며 못 본 척 고개 돌리고 그녀는 앞서 걷는다. 그러고 보니 추석이 낼모레다. 이번 명절은 야채값이 다락같이 올라서 상을 차릴 수나 있나 벌써 겁부터 난다. 배추 사다 김치라도 미리 해놔야 애들이 와서 먹을 텐데. 아들이 좋아하는 새우장도 좀 만들고 집에 갈 때 들려 보낼 밑반찬은 뭘로 하나. 투덜거리던 마음은 그새 잊고 우리의 박복자 여사 벌써부터 마음이 급하다.
  • ‘진정성 마법’은 승승장구

    ‘진정성 마법’은 승승장구

    베트남 부임 뒤 빛난 ‘형님 리더십’ 선수들 한 명 한 명 아픔 함께 나눠한국 축구에 그의 이름은 늘 먹먹한 느낌표를 던졌다. 29일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1-3으로 지며 베트남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사상 첫 결승 진출이 좌절된 ‘쌀딩크’ 박항서(59) 감독 얘기다. 한 살 아래 김 감독의 성가와 견줬을 때 박 감독의 경력은 보잘것없다고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성남 일화의 전성기를 일궜지만 박 감독은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것과 상주 상무를 지휘했던 2013년 K리그 대상 챌린지 감독상을 수상한 것 정도만 떠오를 정도다. K리그 역대 전적은 김 감독이 8승1무1패로 멀찍이 앞서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이 지난 2년 동안 일군 베트남 U23 대표팀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에 0-3으로 뒤져 모든 것을 포기할 법한 후반 중반 이후 베트남 선수들이 보여준 패기와 근성은 박 감독이 걸어온 삶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후반 37분 우리 골문 앞을 지나치는 크로스가 베트남 선수 몸에 맞고 굴절됐지만 우리로선 간담이 서늘한 장면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베트남 선수들의 모습은 스승의 ‘잡초’ 근성과 닮아 보였다. 박항서의 땀과 눈물, 진정성의 결실이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 내내 승승장구한 베트남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가 옆줄 근처에서 선수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안아 준 것은 ‘쇼’가 아니었다. 늘 선수들의 아픔을 함께 매만졌다. 그가 구사할 수 있는 베트남어는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뛰어넘지 않지만 누구도 흉내 내기 쉽지 않은 진정성이란 무기가 있었다. 김 감독이 틈만 나면 유럽에 다녀와 전술 공부에 힘쓴 반면 박 감독은 늘 감성에 기대는 쪽이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패한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나오자 “고개 숙이지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선수들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감싼 것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1년이 안 돼 베트남 축구를 일신한 박 감독의 매직이 앞으로 아시아 축구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독도함, 항모가 될 수 있을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독도함, 항모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동북아시아의 바다는 20세기 초 세계대전을 앞둔 열강들의 해군력 군비경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은 항모굴기를 선언하고 여러 척의 대형 항공모함을 동시다발적으로 건조하고 있으며, 이에 질세라 일본도 ‘헬기탑재호위함’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항공모함을 건조해 호위함대에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6만톤급 랴오닝·산둥 항공모함을 전력화시킨데 이어 8만톤급 통상동력 항공모함 1척, 10만톤급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1척을 건조 또는 개발하고 있으며, 일본은 2만톤급 휴우가 호위함 2척 전력화에 이어 공식 배수량 2만 7천톤, 추정배수량 4만톤 이상의 대형 헬기탑재호위함 이즈모급 2척도 최근 전력화를 마쳤다. 이처럼 뜨거워지는 항모 경쟁 열전(熱戰)에 대한민국 해군도 출사표를 던졌다. 해군은 지난 10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LPH 미래항공기 탑재운용을 위한 개조·개장 연구」라는 연구용역과제 입찰공고를 냈다. 이 연구과제는 우리 해군의 독도급 대형수송함에서 F-35B를 운용하려면 얼마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어떻게 개조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연구 기간은 4개월이 주어졌다. 제안요청서에서 밝힌대로 해군이 이 같은 연구용역과제를 발주한 목적은 독도급 수송함 2척을 F-35B 탑재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즉, 주변국의 4~8만톤의 중대형 항공모함에 맞서는 대한민국 해군의 출사표는 2만톤급 경항모인 것이다. 과연 독도급을 개조한 경항공모함은 가능한 이야기일까? 군함이 전투기를 운용하는 항공모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항공관제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전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넓고 튼튼한 비행갑판이 있어야 한다. 전투기의 보관과 정비, 보급이 이루어질 격납고와 항공무장용 탄약고, 유류고가 있어야 하며, 격납고와 비행갑판을 오르내릴 엘리베이터도 필수다. 배의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배기가스가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특별히 설계된 배기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독도급에는 이러한 시설들이 충분히 갖춰져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No’다. 독도급은 헬기 운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항공관제시설은 갖추고 있으나, 전투기 운용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착함 관제용 장비와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대형 항공기 운용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30톤에 육박하는 F-35B가 뜨고 내리기 위해서는 비행갑판의 구조설계는 물론, 비행갑판 자체를 제트엔진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는 내열 소재로 전부 교체해야 한다. 함교 앞뒤로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17m×9.75m에 적재중량 19톤으로 F-35B 탑재가 불가능하므로, 이 역시 선체 일부를 뜯어내고 30톤급 대형 엘리베이터로 교체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격납고다. 해군이 독도함에 부여한 분류기호인 LPH(Landing Platform Helicopter) 유형의 상륙함들은 일반적으로 3층 갑판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가장 높은 층은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비행갑판, 바로 아래층은 항공기 격납고, 가장 아래층이 상륙용장갑차나 상륙정을 탑재하는 갑판이다. 그러나 독도함은 2층 갑판 구조다. 비행갑판 바로 아래 항공기 격납고 겸 상륙정 탑재를 위한 웰덱(well deck)이 하나의 층으로 이어져 있다. 독도급 수송함에 F-35B 탑재용 격납고를 확보하려면 배 뒤쪽의 상륙정 출입도어과 웰덱을 없애고 2층 갑판 전체를 격납고로 개조해야 한다. 단층구조로 설계된 독도함의 웰데크와 행거데크(Hanger deck) 전체를 항공기용 격납고로 만들더라도 내부 용적은 약 1,800~2,000평방미터 수준이다. 경항공모함으로 분류되는 호주 캔버라급의 약 5,100평방미터 용적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 A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캔버라급에 탑재 가능한 F-35B는 10대 정도에 불과하며,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이러한 경항모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다시 말해 독도급의 2배가 넘는 덩치의 군함에서조차 F-35B 운용은 비효율적이라는 말이다. 2,000평방미터도 되지 않은 행거데크에 F-35B를 위한 항공유 연료탱크와 항공무장 무기고를 마련하면 실제 격납 용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독도급의 전체 행거데크 용적이 캔버라급과 비교했을 때 4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탑재 가능한 F-35B 전투기의 숫자는 많아봐야 4~6대를 넘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4~6대의 F-35B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주변 해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정답은 해군이 지난 2015년 발주했던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가능성 연구」 보고서에 이미 나와 있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항모전단과 수상함 전단, 지상발진 항공기와 미사일 전력 등에 대한 위협 분석을 실시한 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 작전능력을 일일 소티 생성률, 항공기 요격 능력, 동시 대함 공격 능력, 일일 대지 타격 능력 등으로 구분해 이를 일일 작전요구 충족률로 정리했다. 6대 정도의 F-35B를 탑재하는 경항공모함의 작전 능력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일일 소티 생성률과 항공기 요격 능력은 요구치의 18%, 대함 공격능력은 요구치의 9%에 불과했다. 즉, 중국이나 일본의 함대와 교전하기 위해서 최소 100의 작전능력이 요구될 때, 이 경항공모함의 능력 충족률은 18% 수준에 불과해 주변국 함대와의 전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실상 전력으로서 의미가 없는 이러한 경항공모함 1척을 보유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예산은 약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영국공군 도입가격 기준 F-35B 전투기의 대당 가격은 대당 2,800억 원에 육박한다. 6대를 도입할 경우 전투기 값만 1조 6,800억원이다. 여기에 F-35B 운용을 위한 선체 개조 비용 역시 수 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한 호주 ASPI는 호주해군 상륙함에 F-35B 운용을 위한 개조 비용으로 약 5,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포클랜드 전쟁 이후 지난 1980년대 유행처럼 번졌던 경항공모함은 작전능력 부족과 생존성 취약 등의 이유로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태되고 있는 개념이다. 최초로 경항공모함을 도입했던 영국은 인빈시블급 경항모를 조기 퇴역시키고 7만톤이 넘는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를 도입 중이며, 수직이착륙기인 YAK-38 전투기를 운용했던 구소련의 키예프급 경항공모함도 사라진지 오래다. 또다른 경항모 운용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호주 역시 경항모 운용 계획을 축소하거나 이미 도입된 함정을 항모 대신 다목적 지원함 또는 헬기항모로 운용하는 추세다. 즉, 2만톤도 되지 않는 독도급 수송함을 개조해 경항모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30년 전 유럽에서 유행하다 사라진 낡은 개념을 21세기에 흉내내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이미 도태되어 사라진 무기나 개념을 마치 최신 트렌드인 것처럼 가져와 ‘명품무기’로 포장해 운용하다 낭패를 보는 사례는 한국형 무기 개발의 고질병 중 하나다. 독도급을 개조해 경항모로 쓰려는 이번 구상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 안보환경이 한국해군에게 요구하는 수준은 정규항공모함인데, 예산 좀 줄여보겠다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개념을 가져와 배를 만들어내면 안보는 안보대로 실패하고,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될 뿐이다. 2인승 스포츠카를 아무리 개조한다한들 일가족이 탈 수 있는 패밀리카가 될 수 없으며, 미니밴을 아무리 개조한다한들 스포츠 레이싱용 레이싱카가 될 수 없는 이치처럼 모든 군함에는 고유의 형상과 기능이 있다. 독도급은 처음부터 헬기 탑재 상륙함으로 설계·건조되었다. 따라서 독도급은 상륙함으로 두고, 해군에 항모가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항공모함 고유의 형상과 기능을 갖춘 별도의 배를 만드는 것이 타당하다. 독도급을 경항모로 개조해 운용하는데는 막대한 혈세가 들어갈 것이다. 막대한 혈세로 만들어진 이 비효율적인 군함이 과연 주변국들에게는 얼마나 큰 비웃음거리가 될 것인지, 우리 국민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 정책 결정론자들의 심사숙고가 필요한 때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