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흉내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살인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점심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누수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 찰스
    2026-06-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357
  • 어린이 성형(외언내언)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도』라는 경구가 있다.이 말은 흔히 육체를 건강하게 가꾸는 일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그러나 원래 이 말은 그렇게 생겨난 말이 아니라는 설이 있다.전성기의 로마시대에 사람들이 환락과 퇴폐를 탐하고 사회를 좀먹기 시작하자 유난히 신체단련에 기를 쓰고 사우나니 목욕같은 것이 성해졌다고 한다.요즘도 많이 볼수 있는 보디빌딩 같은 것도 그때 생겨났다.그렇게 극성스럽게 신체적 단련에 탐닉하는 계층을 보며 생각있는 사람들이 『육체의 건강만큼 정신의 건강도…』수련되었으면 좋으련만,하고 탄식한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육신의 건강에 너무 탐닉하는 풍조의 끝은 매우 부정적일 수 있다는 뜻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뜻이다.방학철의 어린이들이 성형수술바람에 휘말린다는 이야기(서울신문 12일자)가 어쩐지 그때의 로마를 생각나게 한다. 요즈음의 어린이는 안 이쁜 어린이가 없다.우리 어린이들이 별안간 잘 생겨져서 그렇다기 보다는 영양상태가 좋게 잘 자라 모든 어린이가 잘 생겨 보이는 것이다.또 현대는 개성시대여서 생긴대로 잘만 자라면 모두가 개성있게 이쁘고 귀엽고 발랄하다. 생긴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어린이를 어른들이 이끌고 가서 쌍꺼풀에 오뚝한 코를 가진 획일적인 성형미인으로 만드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그러는 정력과 시간을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수련하는 데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책을 읽게 할 수도,글을 쓰게 할수도 있다.혹은 좋은 예술과 접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준다든가 한다면 서양미인 흉내의 성형수술보다 지적이고 고상한 아름다움을 잉태시키는 확실한 기회가 될 것이다. 『육체의 아름다움만큼 정신의 아름다움도…』길러준다면 좋겠다는 한탄이 절로 든다.하다못해 자라면서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 교양을 익히며 자랄 기회라도 만들어준다면 「신한국인」으로 거듭나는 기회라도 만날 터인데….
  • 흥겨운 과학실험/놀이삼아 즐기며 자연법칙 공부

    ◎「마이 사이언스 북」의 재미있는 실험 2가지 소개/주변재료이용 누구나 실행 가능/기묘한 꽃/줄기통해 물 올라가 꽃의 색깔 변화/튀밥 올리기/통속 튀밥이 컨베이어 따라 올라와 보다 복잡한 산업·정보사회를 살아갈 어린이들의 미래를 내다볼 때 충실한 과학공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그러나 많은 어린이들이 과학적 사고방식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적인 자연법칙과 원리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어린이들은 여러번 자세한 설명을 들어도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원리가 잘 깨우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어느 과목보다 과학공부는 암기가 아닌 실제적인 이해를 요구한다.그래서 백번 읽고 외는 것보다 단 한번의 실험이 더 효과적인 것이 과학학습이기도 하다. 마침 문교부는 내년을 과학교육의 해로 정했다.과학실험을 전문적인 기구나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보통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숙련도와 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할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어린이나 부모들이 흔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어린이들에게 자연의 기본원리를 깨우쳐주는 과학실험은 딱딱한 공부가 아닌 놀라우리 만큼 흥겨운 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실행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겨울방학동안 어린이들이 놀이삼아 제 스스로 해볼 과학실험 2백5가지를 싣고있는 「마이 사이언스 북」이란 책자가 최근 한길사에서 발간돼 큰 관심을 끈다.영국의 어린이 학습교재 전문출판업체 돌링 킨더슬리사와 계약을 맺고 공동출판한 이 책은 빛,물,전기,공기,중력 등 과학의 거의 전분야에 관한 실험을 상세한 그림설명과 함께 16권에 담았다.어린이 혼자서 충분히 해볼 수도 있고 어머니 아버지가 더불어 참여하면 한층 즐거운 과학실험놀이를 몇가지 소개한다. ▷기묘한 꽃◁ 대부분 물은 아래로 흐른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물은 위로 흐르기도 한다.꽃 색깔이 바뀌는 실험을 해보자.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을 어떻게 얻는지 알수 있다. ▲준비물=싱싱한 흰꽃 두송이,잎이 달린 샐러리,물 3컵,파랑·빨강·초록의 식용색소,가위. ▲실험=①물이 든 잔세 개에 서로 다른 식용색소를 넣는다.②꽃가지 하나를 꽃송이 밑까지 두갈래로 찢는다.③갈래나눈 꽃가지를 각각 다른 잔에 한갈래씩 걸쳐넣는다.가르지 않은 다른 꽃가지는 세번째 잔에 넣는다.④꽃을 따뜻한 방에 놓아둔다.몇시간 뒤면 꽃색깔이 변하기 시작한다.갈래나눈 것과 나누지 않은 것의 색갈 변화가 신기하게 대조적이다.⑤샐러리 끝을 다듬어 빨간 물이 든 잔에 넣는다.잎이 붉게 변하는데 줄기를 잘라보면 잎으로 물을 나르는 가느다란 관을 볼수 있다.(제2권 「물」) 튀밥 끌어올리기 나사 컨베이어라는 기계를 손쉽게 만들어 쓰면 그릇에서 튀밥을 들어올릴 수 있다.농장에서 필수적인 수확기도 똑같은 원리다. ▲준비물=튀밥을 담은 큰 대접,작은 대접,가늘고 둥근 나무 막대기,펜,접착테이프,가위,플라스틱 병,카드. ▲실험=①플라스틱 병 양쪽 끝을 잘라내 나무막대기보다 약간 짧은 통을 만든다.②카드 위에 통 끝을 대고 원을 여섯개 그린다.③원 가운데에 작은 원을 그린다.큰 원을 오려낸다.큰원을 반절 잘라 그안의 작은 원을 오려내 구멍을낸다.④원을 서로 겹친 다음 잘라낸 옆선을 테이프로 붙인다.원들이 차례로 연결된다.⑤겹쳐붙인 원을 펼쳐 나사 모양을 만든다.막대기를 이 가운데 끼우고 테이프로 고정한다⑥나사를 플라스틱 통안에 집어넣는다.이게 바로 나사 컨베이어다.⑦작은 대접을 책더미 위에 올려놓는다.나사컨베이어 통을 튀밥 그릇속으로 집어넣고 막대기를 돌린다.튀밥이 컨베이어를 따라 저절로 올라온다.(제11권 「기계」)
  • 가요 「서태지와 아이들」(92문화계 주역:10)

    ◎랩 돌풍… 데뷔 3개월만에 정상/빠른음·율동 경쾌… 젊은층 매료/일부선 요란한 복장·몸짓 “눈총”/방송활동 쉬며 2집앨범 준비… 미·일 시장도전꿈 키워 올 가요계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던 발라드가 퇴조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랩음악 또는 리믹스곡이 돌풍을 일으킨 한해였다. 발라드나 트롯 위주의 가수들조차 랩을 가미하거나 기존의 히트곡을 리믹스해 부르는등 가요계의 기상도는 일변했으며 그 위세에 눌려 다른 장르의 음악들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데 급급한 형편이었다. 우리에게 낯설기만 했던 랩음악을 본격 확산시킨 장본인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서태지와 아이들」.그룹 「시나위」의 베이시스트였던 서태지를 주축으로 양현석,이주노로 구성된 이 랩댄싱트리오는 실험적인 테크노음악과 환상적인 무대로 데뷔 3개월만에 가요계를 강타,사회전반에 「서태지와 아이들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랩은 곧 「젊음」입니다.순수하고 솔직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대변해주는 음악이죠.또 긴박감 넘치는 율동이 곁들여져 폭발할 것같은 젊음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요』 이들은 랩음악이 젊은층의 환호를 받는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청소년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음악외적인 또 하나의 「심벌마크」가 있다.상표도 떼지 않고 차려입은 복장과 등에 멘 조그만 배낭등이 그것이다.세대간 문화격차를 실감케 하는 이러한 자유분방한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는 이들의 공연규제 여부를 놓고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다.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음악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강력히 맞선다. 『저희들이 청소년층에 인기가 높은만큼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있는 행동은 절대로 하고싶지 않아요.요란한 차림새나 공격적인 춤동작 자체가 비도덕적인 것은 아니죠.오히려 「환상속의 그대」같은 곡은 청소년 선도에 큰 도움이 되는 매우 건전한 가사를 담고 있어요』 데뷔이후 한시도 쉴틈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이 「무서운 아이들」은 당분간 방송활동을 쉬는 대신 연습시간을 최대한 확보,항상 새롭고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가 되기위해 노력하겠다며 강한 프로의식을 내보인다.내년 2월경 발표될 제2집 앨범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들은 일본시장 진입을 위해 현지에 직접 홍보프로덕션을 차릴 예정이다.또 94년에는 랩의 본고장 미국에도 진출,월드스타로 도약한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거의 10년간 가요계를 「독식」하다시피한 발라드의 아성을 일시에 퇴조시킨 이들의 랩음악관은 확고하다. 『랩음악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남이 하니까 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음악인들도 결코 적지않을 것입니다.그러나 그것은 「뿌리없는 음악」 「종속화된 음악」을 자초할 뿌이죠.가수는 모름지기 자신만의 음악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랩음악이 음악적인 깊이보다는 현란한 춤과 감각적인 가사로 청소년층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이 음악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아무튼 신세대 음악인들,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랩이라는 새로운 음악장르의 출현은 올 한해 가요계를풍성하게 했음에 틀임없다.
  • 사랑의 미화원(외언내언)

    난지도에서 쓰레기처리를 하는 일로 몇년을 살며 우리를 감동시킨 유옥자씨라는 여성이 있다.그는 남편이 중동근로자로 가있는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살면서 그일을 시작했다.가족과 함께 잘 살아보기 위해 열사의 땅에서 땀흘리는 남편을 생각하며 그지아비의 힘듦을 몸소 함께 겪어보려는 생각으로 출발한 일이다.그가 그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그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보석같은 마음이었다고 피력하는 것을 들었다. 얼마든지 더 쓸수 있고 아직도 충분히 값진 것을 예사로 버린 사람들의 죄깊은 행동에 가슴이 아팠고,그런 일감이 있어서 남편을 도와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에 그는 깊이 감사했다.그래서 남모르게 양로원 노인 한분을 「아버님삼아」보살피고도 있었다.그런 따뜻하고 풍요한 인간애는 감동스럽다. 환경미화원들이 재생품을 모아 얻은 수입으로 불우한 이웃을 찾은 이야기가 TV에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7백만원이나 되는 돈을 들고 「꽃동네」를 찾은 그들은 부실한 몸으로 외롭게 모여사는 그들 사이에 파묻혀 앉아서손을 맞잡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남의 도움을 오히려 받는 대상일 것같아 보이는 그늘진 곳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불우한 이웃을 찾고 있는 것은 숭고한 느낌을 준다.그저 해보는 잠깐의 선행이 아니라 어려운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가를 알고 있는 그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눔으로써 자신도 위로를 받는 이치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으면서도 더 갖지 못해서 마음이 앙앙불락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에서 이런 사람들의 행적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그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흉내라도 내지 않으면 벌을 받을 것같은 외경감까지 든다. 요란스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없이 떠도는 젊은이들이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들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 “결전 초읽기”… 세불리기 진력(대선 유세현장 16일)

    ◎“소외층 보살피는 잘사는 사회건설”/김영삼/“관권·금권아닌 민자대통령 되겠다”/김대중/“농촌부채 탕감… 비료·농약도 반값에”/정주영/깨끗한 정부수립/박찬종/썩은 집은 허물자/백기완 ○특유의 정공법 구사 ▷김영삼후보◁ 경남 함안·양산·울산과 경북 경주·포항·영일 등을 누비며 막판 총력전. 김후보는 이들 지역이 중소공업도시임을 감안,주로 근로자 복지정책과 중소기업 육성방안에 대해 중점 언급.김후보는 근로자 복지정책과 관련,『우리 정치인들이 해야할 중요한 일중 하나는 근로자들이 자랑스런 모습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근로자를 좌절시키는 부동산투기를 뿌리뽑고 매년 50만∼60만가구씩의 주택을 건설,내집마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 김후보는 특히 「국민당의 아성」인 울산지역 유세에서는 현대그룹을 의식,『일본과 독일이 강대국이 된 이유는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육성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중심의 현 경제구조를 강도높게 비판. 김후보는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공금리인하,신용대출확대,세부담 면제 등을 공약한뒤 『노동력에 의존해오던 우리의 경제구조와 기업구조를 과학기술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강조. 김후보는 이날이 마지막 유세인 때문인지 「양로원에서 외로운 할머니도 만나봤다」「소록도에서 나환자의 뭉개진 손도 잡아봤다」「소년소녀 가장의 아픔도 함께 했었다」는등 그동안 유세소회를 피력한뒤 『나의 목표는 경제를 살리고,중소기업을 육성하고,수출을 늘리고,물가를 안정시키고,소외계층을 보살피는 잘사는 사회건설』이라고 천명하며 지지를 호소. 특히 울산유세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부산 기관장모임」을 거론,『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중립내각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며 특유의 정공법을 구사. 김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서두에 『오늘은 후보로서 여러분에게 표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날』이라며 『마지막날 이곳을 찾으니 남다른 감회와 기대가 교차한다』고 정서적으로 접근을 시도. 상오에 열린 밀양 유세에서는 김후보의 부친인 김홍조옹이 참석해 눈길.사회자가 김옹이 『오늘 아들에게 끝까지 건강하게 잘싸우라고 당부했다』고 전하자 청중들은 『아버지 걱정마이소』를 연호. 김후보는 이를 의식,여성표를 겨냥한 어머니 얘기를 꺼내기에 앞서 『아버지가 계셔서 말씀드리기 뭐하지만』이라고 운을 떼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이날 각 유세장에는 「뭐하러 왔어요.이곳은 걱정마이소」「산에는 산삼,바다에는 해삼,청와대에는 영삼」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내걸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 또 이날 유세장에는 영화배우 장동휘 신성일 남궁원 선우용녀 윤일봉등 전·현직스타 20여명이 참석해 청중들과 접촉하며 김후보를 지원. 김후보는 유세가 끝난뒤 포항 시그너스호텔에서 중소기업인·당원 초청간담회 행사를 끝으로 유세를 종료. 김후보는 투표전날인 17일에는 국립묘지 참배,달동네 방문 등으로 공식행사를 마무리할 예정. ○“국민이 용납 안할것” ▷김대중후보◁ 서울 서대문·은평·도봉·성동지역을 헬기를 타고 돌며 유세를 벌인뒤 수원·안양·안산 등 수도권지역을 순회하며 막바지 지지표 다지기에 총력. 김후보는 전날인 15일 국민당이 폭로한 「부산지역 기관장모임」이 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큰 파문을 일으킨데 고무된듯 연설회마다 목소리를 높여 민자당과 김영삼후보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세력』으로 규정,맹렬히 비난하고 색깔론에 대한 역공및 자질론 공세를 계속. 김후보는 특히 유세마다 연설 첫머리에 『투표가 모레로 박두했는데 누가 될것 같으냐』고 청중들에게 물어 「김대중」연호를 유도한 뒤 『각종 여론조사결과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김대중이가 대통령되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 김후보는 역촌동 고수부지 유세에서 『전직장관이 부산에서 기관장을 모아 가장 증오스러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놀라운 일이 생겼다』면서 『이것이 부정선거할 바에야 차라리 낙선을 하겠다는 김영삼후보의 선거운동이냐』고 비난. 김후보는 이어 『고급공무원들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노태우대통령과 현승종총리는 파면에 처하는데 그쳤다』면서 『유인물 몇장 잘못 뿌린 사람을 구속하는 마당에 이들을 구속하지 않는다면 국민여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 김후보는 젊은 유권자층을 겨냥,『나는 관권대통령이나 금권대통령이 아닌 민권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젊은이들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서 젊은이가 바라는 대통령을 뽑아야 나라의 미래가 밝아지고 젊은이의 내일도 희망이 있다』고 역설. 한편 김후보가 수원에서 연설하는 도중 연단뒤에서 백기완후보를 지지하는 청년 10여명이 「민주당은 백후보에 대한 사퇴압력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주다 민주당청년당원에 의해 제지되는 등 소동. ▷정주영후보◁ 원주·단양·청주·대전등 중부지역 4곳을 돌며 막판 표밭갈이.이날 유세장은 강원·충청지역으로 뚜렷한 정치적 색깔이 없는 곳인데다 눈발이 날리는 좋지않은 날씨 탓인듯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 정후보는 『세계는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을 뽑아 잘살아보려고 하고 있다』면서 『나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경제를 회복시키자』고 호소. ○중부지역 4곳 순회 정후보는 이어 『비료와 농약도 반값에 공급하겠다』고 「반값 공약」의 범위를 아파트에서 비료·농약등에까지 확대한뒤 『농촌의 극빈자 부채를 모두 탕감하겠다』고 민주당 김대중후보의 공약을 흉내내기도. 정후보에 앞서 연단에 오른 이종찬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정치를 만들고 지역감정을 해소하며 당대당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뒤 『양금구도를 타파하려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통령후보를 사퇴했다』고 후보사퇴의 배경을 설명. ○“중립 허구성 드러나” ▷박찬종후보◁ 충북 제천·청주와 대전등 충청권을 돌며 유세를 갖고 『유권자들은 투개표과정에서 여러분의 주권이 도둑질당하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밝혀 젊고 깨끗한 정부를 기필코 수립하자』며 선거 막바지 득표활동에 주력. 박후보는 부산기관장 조찬모임과 관련,『이들이 김영삼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가 하면 신문사 간부를 매수하고 민간단체를 동원키로 논의한 것은 공명선거에 대한 쿠데타로 중립내각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대통령과 내각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금권선거의 주범인정주영후보와 함께 청문회에 출두해야 할 것』이라고 맹공. 박후보는 또 『요사이 벌어지고 있는 2김1정의 부도덕한 행위들은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뒤 ▲돈으로 표를 사려는 후보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후보 ▲중상모략도 서슴지 않는 후보 ▲오늘만 알고 내일을 모르는 후보등은 낙선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 ○진보진영 결집호소 ▷백기완후보◁ 경기도 이천·이주,강원도 원주와 경북 안동등에서 잇따라 유세를 갖고 민자·민주·국민등 3당후보들에 대해 집중 공세를 퍼부으며 진보진영의 결집을 호소. 백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김영삼후보의 색깔론 공세와 관련,『누워서 침뱉기로 스스로 한국병 중환자임을 드러내는 작태』라고 비난하고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일말의 신념이 남아있다면 나에 대한 사퇴압력을 중단하라』고 촉구. 또 정주영 국민당후보의 강원도 대통령론에도 언급,『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겠는가』고 반문한뒤 『나와 함께 썩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 대사업에 힘을 쏟자』고 호소.
  • 중국경제개방 시범지역(광동성을 찾다:2)

    ◎주강삼각주 중부지역/중산·순덕·번우도 공업도시 탈바꿈/10년전 한적한 농촌이 이젠 “밀집공단”/중산/외자여관 이어 향진기업 설립 바람/순덕/3월 시승격… 용성냉장고공장 유명/번우/합작기업 1천개… 올 30% 성장 예상 주강삼각주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중산·순덕·번우시는 옛부터 농토가 비옥하기로 유명했다.손중산(손문)선생과 같은 선각자들이 태어난곳일뿐 아니라 서구열강의 침범으로 외국문물에도 일찍이 눈을 뜬 지역이다. 그러나 10여년전까지만해도 이 일대는 한가한 농어촌지역에 불과했다.공장이라곤 찾아보기도 어렵고 그 비옥한 농토의 농산물도 인민공사가 운영한 때문에 흉작만 거듭됐다.의욕상실증에 허덕이던 농민들은 어떻게든 이웃 홍콩이나 마카오로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이처럼 후미진 지역이 최고지도자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요즘은 중국에서도 가장 활기찬 경제발전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불과 10여년만에 수많은 공장이 세워져 시커먼 굴뚝연기를 뿜어대는가 하면 아직도 군데군데 어지럽게 파헤쳐져빌딩과 아파트,공장들이 세워지고 있었고 강변과 해안에는 큰 배가 접안할수 있는 항만시설을 짓느라 소란스럽기만 했다. 외곽도로를 꽉 메운 화물차량들은 이곳이 이미 농촌지대가 아닌 살아움직이는 공업지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격일제 급수니 정전이니 하는 일들은 어느새 옛날얘기가 되었으며 농민들이라해도 일년내내 농사만 짓는게 아니었다.고작해야 한두달 농사일을 보고나면 공장에 들어가거나 운전사 혹은 장사등으로 돈벌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이곳 한중합자회사에서 1년동안 근무한 한 한국인은 『지난날 당에서 시키는대로 일하는 흉내만 내던 시절은 다 지나갔다.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돈나올 구멍을 찾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정부가 주해·심수을 경제특구로 지정,온갖 특혜와 지원을 통해 활기찬 신도시를 건설해가는것을 지켜본뒤 스스로 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10월 14차 당대회를 통해 시장경제를 선언했지만 이곳에선 벌써 여러해전부터 시범케이스로 적용해오고 있다.그래서 사방에개인상점들이 어지럽게 들어서고 각종 서비스산업까지 발전해가고 있어서 이곳이 과연 사회주의 나라인지 자본주의 땅인지 겉으로 보아선 구별이 안될정도가 되었다. ○손문선생 태어난 곳 ▷중산◁ 이곳은 바로 남쪽에 주해경제특구가 있고 바다 건너편으로는 홍콩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중국건국의 아버지 손중산선생의 호을 따서 중산시가 됐다. 이곳에는 요즘 중산생가등을 구경하기위해 연간 1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그가운데 40%는 홍콩 마카오 대만등지에서 오고 나머지 60%는 내륙인들이다. 중산시의 발전은 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부터 시작됐다.공장지을 자본이 없기때문에 우선 관광객을 더 유치하는데 노력하고 여기서 모아진 돈으로 공장을 짓고 도로를 닦으며 항만시설을 갖춰가는 방안을 채택했다.그래서 개혁 개방이 시작된 80년대초 외국자본을 끌여들여 합작으로 지은 중국 최대의 「외자여관」이 이곳에 생겨났다. 이곳의 지역발전을 살펴보면 마치 한국의 새마을 운동과 비슷한 측면을 발견할수 있다. 당국은 80년대초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농토를 농민들에게 돌려줬다.이에따라 농민들의 적극성이 되살아나면서 쌀 생산량이 2배가까이 늘었다.그러자 절반 가까운 농토가 사탕수수등 갖가지 특용작물 재배지로 바뀌었다.점차 돈을 번다는 의미를 알게되고 그런쪽으로 머리를 굴릴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변화에 대해 중산시당의 정금찬선전부장은 『농촌개방으로 80만 농민이 농업에서 해방됐다』고 자랑했다.『농업에서 해방됐다는게 무슨뜻이냐』고 묻자 그는 『농사는 1년에 한두달만 짓고 나머지 시간은 공업·운수업·서비스업등에 종사하므로 이들을 농민이라 부르기 어렵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곳 농민들은 지방정부 주도아래 농촌형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이른바 향진기업을 육성해가는 것이다.그래서 양말공장이나 전자부품공장등 향진기업이 시전체공업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조그마한 향진기업이 국가1급기업으로 발전한 곳도 있다.연간 1백3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는 중산위력집단공사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이 회사의 한 방계업체는 유리를 생산,마카오시장의 1백%,홍콩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집단공사가 12개나 되는 기업체를 거느리고 한국의 재벌처럼 성장해가고 있는데 대해 엽소주부사장은 『배가 크면 풍랑을 만나도 끄덕없이 전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홍콩까지 1∼2시간이면 배로 건너갈수 있어서인지 각종 호화주택이나 별장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요즘 홍콩신문들의 광고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호화주택을 많이 지어 홍콩갑부들이 살게되면 이곳 노동자들과 위화감이 생겨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한 시당간부는 『그것은 우리당의 정책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간단히 대답했다.이곳 주택가격은 홍콩집값의 30% 가량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해 홍콩인들의 이곳 부동산 투자는 1억5천만달러에 이르렀다. ○네마리 작은 호랑이 ▷순덕◁ 지난 79년부터 91년까지 이곳의 GNP성장률은 무려 18·8%였다.이는 중국전체평균이 8·6%,광동성전체가 12·4%라는 사실에 비춰 엄청난 것이다. 지난 3월 현에서 시로 승격했으며 8백6㎦의면적에 인구는 93만명으로 중소도시에 속한다.아직도 농업인구가 70%나 되지만 이곳도 중산처럼 농민을 순수농민으로 부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중산시와 함께 광동성의 4마리 작은 호랑이로 꼽히는 순덕시는 지난78년 중국의 전체 현중에서 맨 처음으로 국제자동전화(IDD)가 설치된 곳으로 유명하다.인구 8·4인앞에 1대의 전화가 보급되어 있으며 휴대용전화 2천대와 무선호출기(삐삐)2만5천대도 시내에 깔려 있다. 순덕부시장인 오수호씨도 『우리는 2000년까지 한국을 따라 잡으려 한다』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가는 곳마다 한국을 따라 잡겠다는 소리에 한편 부화가 나면서도 그들의 강한 집념에 섬뜩한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용성냉장고 공장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84년에 창립,지난해 65만대의 냉장고를 생산,전국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한다.이 회사 공장장인 왕국단씨는 『한국산 냉장고를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대부분 우수한건 사실이지만 소리나는게 중국국가표준치보다 큰것 같다』고 밝혔다. ○부동산투기 붐 일고 ▷번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30%가 예상될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곳이다.지난봄 광주시소속 현에서 독립,인구 78만명의 시로 승격했다. 이곳에는 1천여개의 외국합자기업이 들어서서 전체공업생산의 30%를 감당해 내고 있다.지난해 10억달러어치의 공산품을 생산,절반가량을 수출했다.이런점에 비추어 이곳 경제는 수출주도형이며 완전히 외향성경제로 변모된 상태다. 이곳에서도 부동산투자가 한창 붐을 이뤄 지난해 4억달러어치의 주택이 팔려나갔다.연말에는 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연간 1억달러가 넘는 도로분야 투자가 계속되지만 시내교통은 항시 혼잡스럽고 꽉 막혀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중국 어디를 가나 가라오케가 많지만 이곳에는 시정부청사내에도 가라오케를 설치하고 있다.황복배부시장은 가라오케가 많은 이유에 대해 『각 공장이나 기관단위로 가라오케를 설치하는 것은 문화생활을 즐기고 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과거 좌파세력이 집권할 때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반동적인 일들이 스스럼 없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열심히 일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이 스트레스를 풀어줄 최소한의 문화공간이 필요해진 것으로 여겨졌다.
  • 안혁·강철환씨가 말하는 참상(요덕 15호 북한정치범수용소:4)

    ◎죽어가는 사람들:다/붙잡힌 탈출자 처형전 이미 초주검/총살·교수형뒤 시신에 돌팔매 강요/돌 안던진 북송교포 뭇매… 선혈 낭자 3일동안 학생 9백여명을 비롯한 수용소내 전 인원이 총 동원됐다.수용소주변의 모든 산봉우리와 골짜기들을 몽땅 뒤져야 했기 때문이다. 수용소에서 도망친 3명을 찾기위해서였다.동원된 사람들은 수십명씩 조를 짜 골짜기에서 봉우리로 일렬로 수색해 올라가는 일을 반복했다. 보위부원들은 눈에 불을켜고 어린 우리들까지 닥달했다.만일 도주자들을 찾지 못할 경우 그들은 일시에 감시자에서 수감자로 전락할 처지였던 것이다 보위부원들은 『도주자를 찾는 사람은 수용소에서 석방시켜 준다』고 했기에 같은 수감자 처지임에도 모두 기를쓰고 이들을 찾아 나섰다. 3일이 지났다.평풍산골짜기 덤불속에 숨어 있던 도주자 3명이 붙잡혔다.눈덮힌 산자락을 꼬챙이로 쑤시고 다니던 우리들의 수색도 끝이 났으나 경험은 이제부터 시작됐다. 도주자들의 처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그도 그럴 것이 이미 북한사회에서 사라진 지 오래된 이들에 대한 처형은 거리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붙잡힌 다음날 수용소내 모든 사람들이 다시 소집됐다.넓은 공터에 모인 우리들은 눈이 한곳에 집중됐다.총을 든 9명이 한쪽을 향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처형은 총살형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소장이하 수용소내 감시원들이 한쪽옆에 도열해 있다가 이윽고 소장이 뭐라고 일장 연설을 했다.나는 소장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오직 눈앞에 펼쳐질 「총살형」이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되도록 잘 보기위해 많은 사람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갔다. 보위원들이 세사람을 끌고 나왔다.나는 그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미 모든것은 포기한듯 그들은 힘없이 이끌려왔다. 모두들 긴장했다.처형자들의 목과 가슴 다리 3부분이 처형대에 묶일 때에는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절차가 끝나고 드디어 총이 겨누어졌다. 『조준』 『…』 『발사』 귀가 찢어질듯한 총성이 3번 반복됐다.총소리가 터질 때마다 나는 경련을 일으켰다. 첫번째 총성에 얼굴을 묶은 밧줄이 끊어지면서세사람의 머리가 앞으로 꺽어졌다.두번째 총성에는 그들의 가슴에서 피가 튀면서 앞으로 꼬꾸라졌다.순간 나는 총을 더 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총성은 또 들렸고 이들은 나무토막 처럼 땅에 쓰러졌다. 그들의 주검 주변으로 선혈이 흘러 있었다.이것으로 처형은 끝난 줄 알았다.그러나 보위부원 한명이 시체앞으로 다가갔다.그는 권총을 꺼내더니 죽은이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순간 소름이 끼쳤다.그것이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음은 한참 뒤에서야 알았다.그뒤 시체는 어떻게 됐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것이 내가 격은 첫번째 수용소내 처형이었다.지난1978년4월의 일이었다. 내가 본 두번째 처형은 그로부터 7년뒤인 지난85년8월의 일이다. 그때도 역시 2사람이 수용소를 탈출했다.이 두사람은 현역군인으로 있다가 말을 잘못해 이곳으로 끌려온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이번은 지난번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보통군인도 아닌 특수훈련을 받은 이들은 수용소 사상 처음으로 요덕군 수용소구역을 완전히 벗어나 탈출한 것이다.벌집을 쑤신듯 난리가 났다. 한달여동안 계속된 수색작업도 허사였다.이미 밖으로 도망간 이들이 눈에 띌 리 없었다.수용소 사람들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구역에서 탈출한 이들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철저히 통제된 사회속에서 끝까지 버틸 수는 없었다.한명은 함경남도 금양군까지 도주했다 붙잡혔고 다른 한명은 국경을 넘어 중국 단동까지 갔다 중국공안원들에 의해 잡혀 신병이 인도됐다. 1주일 먼저 잡힌 한 사람은 그동안 너무 얻어맞아 이미 몰골이 흉악했다. 이들에 대한 처형은 『총알이 아깝다』는 것과 시각적 효과를 높힌다는 이유에서 처음으로 교수형으로 정해졌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날 수용소내 강변 어귀 자갈밭 공터에 ㄱ자형 교수대2개가 설치됐다.하늘높이 치솟은 교수대는 죽음의 갈고리처럼 보였다. 먼저 잡힌사람은 이미 반죽음 상태였고 나중에 잡힌 사람은 지친듯 보였어도 워낙 체격이 건장해 아직 힘은 남아 있어보였다. 둘은 소장앞에 꿇어 앉혀졌다.소장은 『공화국 형법 ○○조에 따라…』라며 난데없이법조문을 들먹이며 재판흉내를 내더니 이윽고 『사형』이라고 외쳤다. 교수대에 올려진 두사람은 머리에 두건이 씌어졌고 이내 올가미에 목이 감겨졌다.그야말로 침 넘어가는 소리도 들릴듯 조용했다. 침묵속에 몇분이 지났을까.『일렬로 정렬하라』는 소리가 들렸다.소장이 우리들에게 하는 소리였다.멍하고 있던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려 움직였다.소장은 우리들에게 『모두 돌을 들어 죽은 놈들에게 던지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들 돌을 주워 힘차게 던지는 것이아닌가.잘보여야 편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필사적인 생존의식이 이처럼 인간성을 완전히 말살시킨 것이다. 매달린 시체는 언제부턴가 살점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 뼈가 드러난 부위도 있었다.시체아래로 돌이 수북이 쌓였다. 그러나 사건은 또 이어졌다.일본에서 20세까지 살다 이곳에 온 교포가족세대의 성신휘라는 청년이 돌 던지기를 무시하고 교수대 앞을 그냥 지나친 것이다. 보위부원들이 가만 둘 리 없었다. 보위부원들은 돌을 던지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행렬 옆에서 성신휘를 구둣발로 짖이겼고 사람들은 이미 혼이 나간듯 그의 얼굴이 엉망으로 찢어지면서 흘러내리는 선혈을 보고도 무표정했다.
  • 장난감총으로 연설자 겨냥/유세장 술취한 30대 붙잡아(조약돌)

    ○…30일 하오4시50분쯤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광장에서 청중 5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새한국당 이종찬후보유세장에서 술에 취한 청중 한명이 갑자기 장난감 권총을 꺼내들고 연설자에게 겨냥하다 경호중인 경찰에 붙잡히는 해프닝이 발생. 전과가 있는 정근조씨(38·화성군 봉담면 와우리 기공산업 직원)는 이날 술에 몹시 취한채 연단 오른쪽 약3m앞에서 찬조연설중인 이영일대변인을 향해 장난감 플라스틱 권총을 꺼내 쏘는 흉내를 내며 소란을 피우자 이후보의 경호원들이 덮쳐 붙잡았다. 정씨는 경찰에서 『술김에 장난을 하고 싶었다』고 횡설수설.
  • 연극배우 전무송씨(이세기의 인물탐구)

    ◎긴 갱도 헤치듯 살아온 무대인생 30년/파란·곡절·절망속에서 뼈깎는 변신 시도/몸에 밴 「햄릿형」서 탈출… 본능적 연기 발산/“인생은 걷고 있는 그림자… 주어진 시간·무대서 서성일 뿐” 하나의 공연에서 성공적인 연기자를 발견하면 뉴욕타임스의 공연평론가 잭 앤더슨은 『어둡고 탁한 브로드웨이 하늘에 오늘밤 별이 떴다』고 말하고 브룩스 애트킨즈는 『폭죽을 터뜨린듯 눈부시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60년초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학생들의 「햄릿」공연을 본 극작가 차범석씨는 『드라마센터 무대는 괜찮은 배우를 품고 있다.이제 곧 연극계에 새로운 별이 탄생될 것 같다』고 예고했다. 그후 20년이 지난 82년 극단 산울림이 연극 「쥬라기의 사람들」을 대한민국연극제 무대에 올렸을때 연극평론가 정진수씨는 『신연극 70년을 통틀어 걸출한 수작』임을 못박고 『주인공 「만석」은 인간의 표리부동과 배반,진실의 모순 속에서 정의가 얼마나 외로운가를 피가 뚝뚝 흐르는 절규로 보여주었다.그의 연기는 범용한 우리 연극계에 폭죽처럼 찬란하게 피어올랐다』고 호평했다. 드라마센터 무대가 품고 있는 「별」과 「쥬라기의 사람들」의 「만석」은 바로 연극배우 전무송이다. ○데뷔때부터 능력 인정 그리고 전무송은 드라마센터가 배출한 수많은 연기자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로 부상되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밤하늘의 폭죽처럼 찬연하기까지는 순풍에 돛단듯 그렇게 순조로운 항해를 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파란과 곡절,절망의 나락을 수없이 넘나들었으나 지난 세월을 망각한채 성공한 오늘에 안주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전무송은 그렇지 않다. 이미 60년대부터 연극무대의 주역으로 각광받아 그는 우울한 햄릿과 세일즈맨인 윌리 로먼의 연기로 각박한 현실에서 무기력하게 파멸되고 함몰되는 패배주의자,음습한 도시 뒷골목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이방인의 모습속에 노스탤지어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단지 새뮤얼 베케트의 블라디미르나 헤롤드 핀터의 스탠리,테네시 윌리엄즈의 브리크를 분장하지만 그는 언제나 햄릿형 배우를 면치못하는듯 했다. 그는 배우의 생명인 혁신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벽에 부딪쳐 자질부족이라는 자책을 스스로에게 제기했고 햄릿과 윌리로부터 도망치려고 때때로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줄도 모르고 사람들은 그의 연기를 「끌과 망치로 다듬어진 대리석」이라 평했다.그만큼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리듬이 배어있지 않다는 의미도 될것이다. 결코 오지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처럼,그리고 블라디미르가 기다림을 멈추지않듯 그의 연기세계의 앞날은 농무속의 안개꽃처럼 불투명하기만 했다. 그는 대사 한마디짜리 역할로 첫 무대에 올랐다. 재학생 발표무대에 올린 유치진작·오사양 연출의 「소」가 그것이다. 『우리집 타작은 낼 모레니까 그때 들러 술이나 한잔 하세』 무대를 가로질러 이 한마디를 하고 들어오는데 연출자가 다짜고짜 따귀를 올려붙였다. 그건 술취한 걸음걸이가 아니라 깡패의 건들거림이라 했다.그날 진눈개비가 내렸다.인천행 기차를 타기위해 서울역까지 걸어내려오면서 그는 허공에 대고 『오사량,두고보자』고 소리쳤다.두빰위로 눈물과 진눈개비가 범벅이 되어 흘러내렸다고 그는 곧잘 그날을 회상하곤한다. ○대사 한마디에 뺨맞고 전무송은 인천에서 가난한 어부 집안의 7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인천공고 3학년때 대학진학을 포기하면서 신포동 동방극장에 들락거렸고 서울에 왔다가 우연히 관람한 김동원의 「햄릿」을 보고 막연히 햄릿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모의 도움으로 서울예전 전신인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에 입학,유치진 오사양 이해랑 이진순 이원경씨등 기라성같은 연극대가들의 연기지도를 받았으나 기본단계인 대사외우기와 작품몰입 템포부터가 너무 어눌하고 뒤늦다는 것이 교수들의 지적이었다. 어둠속에 잠긴 원형무대를 응시하면서 그는 인생의 진로를 잘못 선택했다는 참담한 후회에 허우적거렸다. 이후 그는 동랑레파토리극단창단과 함께 드라마센터내의 골방에 기숙하면서 자신의 약점들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갔다. 「마의태자」「춘향전」「나운규」와 「햄릿」으로서 전무송이 등장한 무대는 살아있다,무한한 가능성이 보이는연기자 등의 평을 받아냈고 그의 앞길에 청신호가 반짝거리는듯 했으나 인생역전은 예측 불허였다. 극단창단 6년만인 70년 유치진 2세이며 미트린티대·예일대에서 교육을 받은 유덕형이 새로운 연출자로 부임하게 된다는 뉴스였다. 모름지기 동낭의 간판배우로서 당대 대연출가들의 인정을 받고있는 전무송으로서는 자만심과 야심,오만이 넘쳐있었는지도 모른다. 연극 본고장인 뉴욕에서 본격적인 연극체험을 했다는 이 촉망받는 신성에게 그는 자신을 과시하고 싶기도 했다. 유덕형의 귀국기념 무대는 헤롤드 핀터의 「생일파티」였다. 대본을 읽는 과정에서 연출자는 「느낌이 없다」「사극조(사극조)다」하는 식으로 그에게 주역을 주지 않았다.「언더스터디」를 하라고 했다. 「언더스터디」가 무슨 소린지 몰랐던 전무송은 주인공인 스탠리의 상대역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한낱 「대역」에 불과했다. 동낭의 간판배우에게 대역이라니­.「연기에 대한 접근방법이 너무 경직되어 작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연극을 전체적으로 보지않고 자기역에만 깊이 빠지는데다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든다」「다른 등장인물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무대의 조화를 깬다」는 것이 연출자가 배역을 정한 이유였다. 전무송은 고요하고 다감하고 부드러운 반면 술만 마시면 그의 주사는 소위 「울분」을 터뜨리는 식이었다. 더구나 갓 결혼한 부인 이기순씨는 남대문시장에서 옷장사,아기의 우유 살 돈,쌀 살 돈이 없어 그는 갓난아기를 연습장에 데리고 다니는 형편이었다. ○혹독한 가난에 시달려 그는 눈에 보이는 것 없이 날뛰었다. 유치진씨가 그를 불렀다. 『연기자는 취한 모습으로 연기할 수 없다.정결한 생활없이는 연기를 위한 시선과 접촉·언어·동작을 무대에서 구사할 수 없다』고 엄히 나무랐다. 다음해 앙코르 공연에서 신구의 TV출연으로 주인공 스탠리가 돌아왔으나 처음엔 「사극조」라고 못박아 사기를 죽이더니 유덕형이 이번엔 「리처드 버튼을 흉내내지 말라」고 힐난했다. 『넌 백날 해도 리처드 버튼은 쫓아가지 못한다.네속에 있는 네것을 끄집어내라.연기생활 10년이면 제대로 무대에 설수 있는데 왜 남의 것을 쫓는데 급급하고 있는가』 유덕형의 이 말한마디가 그에게 잠재돼 있던 영감과 본능의 연기를 끌어낸듯 그는 비로소 눈앞을 가리웠던 두꺼운 커튼이 활짝 열리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곤두박질치며 그는 이렇게 성장했다. 「생일파티」는 템포빠른 극진행과 눈부시게 현란한 조명,록뮤직 불꽃튀는 화합의 무대로 번역극일망정 『우리 연극사에 전례없는 자극제가 되었다』는 평과 함께 연극계의 화제가 됐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혹독한 가난 속에서 그의 부인은 회사의 경리일,그때도 6개월에 한번씩 삭월세 방을 찾아 창동에서 쌍문동 문래동 다시 인천에 내려갔다가 서울로 올라와 개봉동에서만 여섯차례나 이사를 다녔다. 그때까지 그는 극단 성좌,국립극단,동랑레파토리 극단에서 여전히 세일즈맨 윌리역을 해냈고 그는 인생의 비바람에 시달릴대로 시달린,피로하고 허약한 윌리 로먼이 영락없이 자신의 모습처럼 착각되었다. 그런 그에게 윌리를 벗어날 수 있는 운명적인 기회가 다가왔다.영화 「만다라」출연이었다. 어지러운 속세를 등진 채 인간적 욕망과 갈등과 싸우는 젊은 지산의 영혼은 방황하는 윌리라는 다른 또하나의 자신의 분신이었다. 짐짓 불경스러운 몸짓과 땡추임을 자초하는 그 찐득하고도 냉소적인 체취는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연기의 환희이기도 했다. ○만다라서 연기폭 넓혀 그는 「생일파티」에서 튼 본능의 연기를 이 작품에서 마음껏 펼쳐 나갔다.그가 설 무대는 광활하고 그의 역할은 얼마든지 다양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수 있었다. 그는 결국 「쥬라기의 사람들」의 「만석」처럼 좁고 길고 어두운 갱도를 나와 그때부터 눈부신 햇살속에 서있게 되었다. 아기를 맡길데가 없어 연습장에 안고 다니던 딸아이 현아는 동대 연극과에 재학중이고 아들 진우(고2)도 연극을 하고싶어 한다. 그는 무기력하고 무능한 윌리 로먼도,오지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도 더이상은 아니다. 아침햇살에 사라지는 별빛,밤하늘의 폭죽같은 순간적인 아름다움도 아닐 것이다. ­인생은 다만 걷고있는 그림자,주어진 시간과 무대에 서성이다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초라한 배우에 불과할뿐­. 다만 예술세계에서는 어떤 우둔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그는 책임질 줄 아는 위치인 것이다. □연보 ▲1941년 인천 출생.전경식씨와 원복희씨의 3남4녀중 장남 축현국민교­인천중­인천공고졸업 ▲64년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현서울예전)졸업 ▲64∼74년 동랑 레파토리극단 단원 ▲75∼79년 국립극단 단원 ▲83년 극단 집현 창단 ▲현재 극단 ‘산울림’ 단원 ·64년 데뷔무대 유치진작,연출 「춘향전」을 비롯,「나운규」「마의태자」「햄릿」「수치」「태」「하멸태자」「대이인」「생일파티」「잉여부부」「돈주앙」「베케트」「쇠뜨기놀이」「초분」「고도를 기다리며」「세일즈맨의 죽음」「루브(Luv)」「뜨거운 양철지붕의 고양이」「쥬라기의 사람들」「징비록」「손탁호텔」「뜨거운바다」(일본스가고헤이작 연출)「시즈위벤지는 죽었다」 「맨발로 공원을」「파우스트」등 1백여편. ·영화 「만다라」 대종상,백상연극상,대한민국연극제 남자연기상,연극평론가협회상등 수상
  • 북은 합작앞서 개혁에 나서라(사설)

    북한도 외국인의 대북한 투자법을 만들었다.21일 발표된 「조선외국인투자법」등이 그것이다.자본주의국가들의 외국투자유치법과 유사한 내용이다.비록 자유경제무역지대에만 한정했지만 외국인의 단독투자도 허용하는등 그동안 내용의 모호성등때문에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던 합영법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외국두뇌와 기술·자본등의 유치를 통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경제란을 극복해 보겠다는 몸부림의 일환이라 하겠다.북한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건 우리는 그것이 지극히 제한된 것이긴 하지만 북한의 경제와 노동이 한국을 포함하는 외국에 일단 개방됨을 의미하는 것이란 사실에 주목하며 우선 환영한다. 외국투자의 유치는 외국자본·두뇌·기술등의 도입을 통한 자국경제발전은 물론 노동력등의 제공에 따르는 대가의 획득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그러한 목적을 위해선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고 또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하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이 제정·발표한 「조선외국인투자법」도 그러한 조건의 하나라 할수 있을것이다.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북한은 이미 84년 이른바 「합영법」이란 이름의 외국인투자유치법을 제정 ·실시해왔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92년현재 합작실적이 1백40여건 뿐이며 그나마도 60%가 재일조총련계 상공인들의 합작투자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그 합영법을 보완·강화시킨 것이 이번 외국인투자법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합영법은 왜 실패했는가.가장 중요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북한은 솔직하게 반성해야 한다.희망적이고 주관적이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원인분석이 있어야할 것이다.합영법에도 문제는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것은 법운용의 분위기미달에 있었다고 해야할 것이다.법보다 먼저 있어야 할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데 근본원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북한의 국가적 신뢰성문제라고 우리는 생각한다.예컨대 외채상환거부라든가 상환노력의 흉내도 내려하지않던 자세는 북한의 국가적 신뢰성에 치명적인 타격을줄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미·일·구등 서방의 투자를 원하면서 개방과 개혁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외국인이 투자를 하는 것은 북한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은 먼저 국가적 신뢰회복의 노력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본격적이고 과감한 개방과 개혁의 시작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신뢰회복방법의 하나일 것이다.북한은 중국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모방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중국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두말할 필요도없이 그것은 공산당주도의 과감한 개방과 개혁추진의 모험이라 해야할 것이다.북한도 중국성공의 과일이 탐난다면 개방·개혁의 모험도 무릅써야 할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고 다리는 묶어놓은 폐쇄사회를 그대로 둔채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그런 나라를 또 누가 신뢰하겠는가.이번 투자법도 개방·개혁의 물결을 흘러넘치게 하지않을까 조심한 흔적이 역연하다.그래가지곤 합영법실패의 재판이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북한은 너무 자신이 없는 것 같다.중국이 하는것을 북한은 왜 못하는가.
  • 방송들이 「불륜」을 경쟁하다니(사설)

    TV방송들이 앞다퉈가며 안방에 불륜의 기운을 쏘아대고 있다.방금 진행중인 3개 TV의 드라마들에는 한결같이 아름다운 젊은여인과 혼외관계를 누리는 남편을 소재삼고 있어서 시청자들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사람사는 세상에는 온갖 상상을 넘어서는 사건들이 일어나므로 「불륜」도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그러나 그것을 시청률경쟁삼아 흥미위주로 확대시키고 아무런 여과없이 집중적으로 내보내는 일은 곤란하다. 오늘날의 우리 생활에서는 TV가 안방이나 거실에서 가족으로 동거하는 일에서 거의 벗어날 수가 없게 되어 있다.그때문에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어른 세상을 엿보고 흉내내고 싶어 하는자녀,기회만 있으면 지루한 일상에서 자극을 받고싶어 하는 젊은이,끊임없이 탈선을 유혹받는 중년이 혼재된 가족이 함께 앉아 감상하는 것이 TV다.때로는 조손이 함께하는 3대가,더러는 시부모와 며느리가 나란히 그 앞에 앉기도 하는 상자가 TV다.그 상자에서 불륜이,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인 것을 보여줄까를 다투는 소재로 동원된다는 것은 공기능을맡긴 방송이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가나 방송국으로서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전체를 놓고 보면 죄악이나 탈선은 마침내 멸망하는 것으로 끝나고 선만이 긍정적인 끝을 본다는 결과가 준비되어 있거나 갖가지 인생에 보탬이 될 교훈적 요소가 마련되어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사회교육적 역할까지 충분히 해내리라는 것도 짐작한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한회마다 독립성을 지니고 있고,부정적인 영향이 더 쉽게 침투되게 마련인 대중매체로서의 TV의 기능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인 완성도만을 평가할 수가 없다.가장 안좋은 것은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다.불륜까지도 미화하여 동경하게 만들고,퇴폐적이고 부정적인 어른 세계를 당연하고 예사로운 것으로 생각하는 도덕적 불감증부터 길러주는 결과를 낳는다.어른 또한,가정은 신성하고 순결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회의하게하고 타락과 부도덕의 행태가 잠재의식에 침투하여 사물에 대한 평가나 가치관이 은연중에 무너지게 된다.부부가 근거없는 불신의 시선에 휘말리기도 하고 부정에 대한 감수성에 회의를 느끼게도 할수 있다.무엇보다도 사회에 대한 인식이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이 가속하여 우리의 주변이 점점 황폐해져간다. 어쩌다가 일어나는 일을 방송매체가 다룸으로써 사회에서 그 정도가 훨씬 빠르고 심하게 진행되기도 하며 악화시킬수도 있는 것이다.그것이 정보화시대의 주역인 방송매체가 지닌 거대한 부정적 기능인 것이다. 그런 방송매체가,불륜을 일상의 관심처럼 다루고 자녀를 둔 가장이 외도하는 상대에게 잠자리에서 본처를 흉보는 장면들이 안방에서 예사로 재연되는 따위 드라마는 그냥 무심히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비록 밤늦은 시청시간대라고는 하나 아이들을 완벽하게 격리할 수 있는 생활양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 이런 식의 시청률경쟁으로 전파를 낭비하고,우리의 공동의 삶을 거칠고 황폐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방송사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여론에 신중하게 귀기울이기를 당부한다.
  • 한지·옻칠 염료·주물/4대 전통기술 특화사업 추진

    ◎과기연·중앙박물관·옻칠연·화학연 공동연구팀 구성/당대 세계최고의 명품 비법 연구/경쟁력강한 독특한 제품을 개발/11월 사전작업 일환,중국에 기술조사단 파견 「세계시장에서 우리만의 독점적 경쟁력을 인정받는 최고의 제품을 개발해 낼수는 없을까」「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나라는 흉내낼수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을 가져야 한다」 이같은 질문과 당위성에서 출발한 G7프로젝트가 반도체 컴퓨터 신소재등 미래지향적 첨단기술을 주요연구과제로 겨냥하고 있는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과학기술자들은 「우리만」의 독점적 기술개발을 좀더 색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가고 있어 관심을 끌고있다.「한국전통기술의 현대화」라 이름붙여진,과거로부터의 기술유추가 그것이다. 「화엄경을 기록한 신라시대 종이는 1천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당초의 지질을 그대로 갖고 있다.신라시대 제지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 오늘날 양지로는 불가능한 새로운 용도의 제품을 개발해 낼수 있을것이다」 이같은 착상은 의약부문에서부터 실질적인 사업계획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수천년동안 한국과 중국등 동양인들의 건강을 책임져온 전통 한약재의 성분과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현대의약화하면 양약 일변도인 세계 의약시장에 우리제품을 진출시킬수있지않겠느냐는 것이다.한·중 과학기술교류석상에서 처음 제기됐던 이「신동의약개발」과제는 G7프로젝트의 하나로까지 선정돼 향후 2년간 1억5천만원규모의 공동연구가 착수단계에 있다.신동의약개발계획은 97년까지 생약·전통약물을 이용한 신의약·신농약을 2∼3개 개발하는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어 최근 확정된 문화재부문의 「한국전통기술 현대화」계획은 과거와 현대는 물론,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흥미롭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화학연구소 국립중앙박물관 옻칠연구소등 14명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전통기술 특화」연구팀(팀장은희준KIST전문위원)은 최근 ▲신라시대 한지 ▲고대 옻칠 ▲활석을 이용한 고대 주물틀 ▲전통염료등 4개과제를 전통기술 특화과제로 선정하고 11월중 중국에 기술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선정된 4개과제는 당대 국제사회에서 최고제품으로 인정받았으면서도 현재 맥이 끊겼거나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않고 있는 기술들이다. 연구자들은 이번 과제를 통해 잊혀진 전통기술의 복원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통기술과 현대기술을 접목시켜 전통공예등 한국고유의 특화산업을 형성할수있을 것으로 기대한다.특히 기원전 4∼5세기 다뉴세문경등 미려한 청동구조물 주조에 사용됐다는 활석 주물틀에 대해 연구자들이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국립중앙박물관 이상수연구원은 『활석틀은 한번밖에 못쓰는 모래틀과는 달리 연속해서 쓸수있었고 활석자체의 미세한 기공으로 쇳물의 가스가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독특한 구조였다』면서 『이번 연구중 중국기술과의 관련여부도 밝히고 싶다』고 말한다.반면 과학자인 은희준박사는 『가스배출구를 따로 두지않은 주물틀이 존재했다는것은 난생 처음 알았다』면서 『현대주물기술의 문제점을 해결해줄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또다른기대를 펼쳐보였다. 「전통기술특화사업」은 과학기술처 특정과제로 93년 1월까지 2천만원의 연구비를 투입,사전조사사업을 벌인뒤 본격연구에 착수,연구결과의 기업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 변우형특파원 총리회담 취재기/1992·가을·평양:중

    ◎바깥세계와 단절속 개방 흉내만/중국공연 뿐인 악단을 “세계적” 자랑/지난 4월 완공 고속도에 통행은 한산 고속도로를 따라 들어선 평양은 언뜻 보기에 모스크바시내를 연상케 했다.모스크바에 울창한 베리오스카(백양나무의 일종)가 이곳에는 없을 뿐 건물의 모양이나 크기,둥그런 지붕의 지하철역사등이 흡사 모스크바로 착각될 정도로 비슷하다. 건물은 모두 대형으로 잿빛의 인민대학습당,역사박물관,만수대예술극장과 같은 기념상징건물하며 거리의 궤도전차,곳곳의 기념탑,동상등이 그러했다.단지 붉은 색깔의 선동적인 우리말 구호가 이곳이 평양임을 알게하는 것이었다. 고속도로는 개성·평양간 1백70㎞의 왕복4차선.5년동안의 공사끝에 지난4월 완공됐다.도로상태는 조잡했다.종전 기차로 3시간반이나 걸리던 것이 2시간으로 단축돼 고속도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셈. 평양까지 가는 동안 버스차창에 비친 농촌의 모습이나 평양에서 만난 북한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한마디로 우리와 「시간대」를 너무나 달리하고 있었다. 우선 고속도로를달리는 동안 이곳을 지나는 차량 1대를 볼수 없었다.그것은 평양시내에서도 비슷해 버스나 궤도전차뿐 승용차는 드물었다. 농촌주택은 1층과 2층짜리로 1주택 2가구,1가구가 방 2개로 같은 모양의 조그만 집들이 곳곳에 마을을 이루고 있다.평양까지 2시간동안 이들 마을에서 한사람의 모습을 볼수 없어 마치 빈집이 모여있는 듯했다. 안내원은 「모두 국가에서 지어 공급한 것」「문화주택」이라고 자랑하며 『낮에는 모두 공장이나 사물실에 나가 일하고 있어 마을에 사람은 없다』고 전한다. 평양시내에서 만난 북한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떤 스타일이라고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우선 남루했다.생활에 쪼들린듯한 모습이 이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어떤 활동이 정지된 듯한 정적의 도시,무기력하게만 보이는 북한사람들의 모습에서 읽게 된다. 「왜 그럴까」「그 이유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가 무척 궁금한 북한 3박4일이었다.체제논쟁에는 끝없이 논쟁을 벌이며 반발하는 이들이 어째서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표정한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남북회담취재를 위해 서울을 자주 왕래한다는 북한기자는 『경쟁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동료에 비해 진급이 늦다』고 불평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어떤 자극이나 보람이 없다는 것도 큰 이유의 하나로 여겨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곳이 너무나 낙후돼 있고 폐쇄적인 사회라는 데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깥세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으면서 그저 주체사상만 주장하고 있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방도 필요에 따라 흉내만 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외적으로 개방 제스처를 쓰고 대내적으로는 약간의 숨통을 터주어 결속을 시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좋은 실례를 개방의 본보기로 얘기되고 있는 「경음악단」에서 보게 된다.이곳의 경음악단은 2개.보천보악단과 왕재단악단으로 보천보는 일본,왕재단악단은 중국을 순회공연하고 돌아왔다.이들 악단은 무용의 경우 치마의 길이가 조금 짧아졌을뿐 공연내용이나 수준은 우리 시골을 돌아다니는 지방악단과 비슷한데도 이곳에서는 소문이 무성하다.「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국제적이다」「공연초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공연에서 마지막 프로인 「우리의 소원」노래합창이 분명한 대내결속용임은 이미 알려진 그대로이다.출연자 모두가 함께 노래부르고 관중들은 박수로 호응함으로써 통일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번에도 17일의 동평양극장공연에서나 18일의 양형섭최고인민회의의장이 베푼 만찬장에서 「우리의 소원」합창때 이들은 곧 통일이 닥쳐오기나 하는듯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다시 이곳이 통제사회이고 그래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북한이 개방되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에 북한 3박4일을 마치고 고속도로를 따라 돌아오는 길목은 너무나 우울했다.
  • 외언내언

    「진귀한 손님」으로 남쪽을 방문중인 북한정무원 부총리는 어딘지 그들의 주석과 닮은데가 있다.크고 당당한 체격도 그렇고 행동거지도 그렇게 비친다.어느 시대나 실력이 막강한 지도자에게는 닮으려고 흉내내는 사람들이 줄을 잇게 마련이지만,김달현 부총리의 경우는 북한서의 그의 위상과 주석과의 개인적인 관계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그들 「진귀한 내객」들이 남쪽의 언론보도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우리(북한)경제가 파탄지경이라면서 체제와 연결해 보도한 것은 묵과할수 없어 중시할것』임을 벼르기까지 하고 있다.특히 남측 언론이 『우리 경제운영방식에 결함이 있는 것처럼』보도하고 있는 것에 강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그들의 정서로는 『감히』 할수 없는 짓을 언론이 하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가 담겨있다.◆「북쪽 손님들」은 오기만 하면 이런 시비를 한번쯤 벌이곤 하기때문에 으레 그러려니 하는 기분도 들긴 한다.그렇기는 하지만 이제쯤에는 좀 확실히 해두어야 할 일이 있다.우리의 언론들은 우리(남측)의 경제운용방식의 결함을 보도하는데도 그보다 얼마든지 가혹하고 신랄하다.아마도 북에서 온 손님들도 며칠 사이지만 충분히 그런것을 짐작했으리라고 생각한다.그것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물정을 모르지는 않으리라.◆게다가 남쪽의 언론은 누구도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고 시킬수가 없다.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그들 기준과 가치관,권리에 따라 보도하고 논평한다.그것에 참견했다가는 벌떼같이 덤벼서 감당할 수 없는 사태도 벌어지므로 아무리 「귀한 손님」이지만 그편을 들어 주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북한에서처럼 『남조선 인민들이 김정일 동지를 흠모하고 있는』사례를 보도하려면 인적사항이나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을 거치지 않고는 아무리 언론에 내라고 해도 내지는 않는다.그러니 아무리 못마땅한 내용이 보도되더라도 꾹꾹 눌러가며 참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 저명한 사회인사가 터득하는 덕목이다.◆너무 심기 불편해하지 말고 이같은 남쪽의 기질과 관습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만 할줄로 안다.그것도 아주 중요한 동질성회복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 첨단전자제품 조립시스템(첨단기술 신도전:2)

    ◎G7프로젝트 개발목표와 전망/1,624억원 투입… 초정밀기술 개발/2001년까지 고조명캠코더 생산/연구기관도 민간주축 산학연컨소시엄형태 선정 경기도 수원시권선동 삼성전자 공장의 VTR 데크 조립라인은 국내 최첨단을 자랑하는 전자제품 조립라인이다. 이곳에서는 외부 발주로 들여온 PCB 회로기판과 각종 부품들을 조립해 라인당 하루 4천대정도의 VTR데크를 생산하는데 작업인원은 3교대 1조 3명에 불과하다. 각종 부품 나사 스프링등이 자동공급시스템에 의해 보충되고 자체 개발한 4축로봇 34대가 조립라인을 구성,인간의 손을 대신한다.로봇 1대당 최고 6개까지 달려 있는 「로봇 핸드」가 1초당 최고 5.4m의 속도로 돌아가며 부품을 꽂고 접착제를 바르거나 기름을 치는 모습은 남북총리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나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고위정객등 VIP들에게 안내되는 산업시찰코스의 단골메뉴가 되기도 했다. 이 회사 생산기술본부 시스템개발팀 정기범부장은 『지난해 데크조립 설비를 국산화함으로써 해외기술도입시 수십억원에 이르는 설비단가를 2분의1로 줄일수 있었다』면서 『특히 고속·고정도 스카라로봇는 국내최초로 1천대 생산을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국내 전자제품 조립라인은 이와는 상황이 판이하다.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돼 상품화된 설비를 도입,사용하고 있는 것.이에따라 90년도 국내 가전업체의 자동화기기 수입액은 8억1천3백만달러로 87년 대비 2백%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세계 전자제품시장에서 국산제품이 계속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정부의 공통된 인식이다.외국업체들이 이미 구식이 돼버린 생산설비는 우리나라에 팔지만 첨단제품 설비는 철저히 기술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일본 소니는 대형카메라보다도 작은 8㎜ 캠코더 TR55를 개발,세계시장에서 히트를 치고 있지만 생산시스템은 우리에게 팔지않고 있다.국내업체들이 자체개발을 하고 싶어도 1㎠당 20개이상의 부품을 조립(부품실장밀도)하는 일본에 비해 기초기술이 턱없이 부족,겨우 흉내를 내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국내 신발·섬유·봉제업계가 세계시장에서 겪었던 좌절을 다음에는 전자산업이 당하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일본등 선진국이 첨단생산기술을 무기로 더욱 경박단소화·고기능화·지능화된 전자제품을 값싼 동남아시장에서 양산을 하고 나올 경우 기술도 뒤지고 노동력도 비싼 국산제품이 도태당하게 될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것이다.정부와 업계가 첨단 전자제품 조립·검사시스템을 G7과제로 채택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타개,앞으로 20 00년대 국내 산업에서 22%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선도적 위치로 부상할 국내 전자산업을 부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 전자제품 조립·검사시스템 개발계획은 현재 ▲부품실장 속도 부품당 0.7초 ▲부품실장 밀도 ㎠당 10개 ▲유연성 제로의 국내 기술수준을 오는 20 01년까지 ▲부품실장 속도 부품당 0.1초 ▲부품실장 밀도 1㎠당 30개이상 ▲1셀당 모델교체시간 1분의 유연성 실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선정했다. 정부는 이를위해 총 1천6백24억원의 연구비를 투입,95년까지 1단계로일반 가전제품급의 조립,검사시스템을 구축한후 98년까지는 2단계로 고선명(HD)­VTR 조립검사시스템을 구축하며 마지막 단계인 20 01년까지는 고선명(HD)­캠코더급의 조립·검사를 위한 IMS 대응 통합생산 운영·통제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연구기관은 ▲첨단 조립·검사기계개발 ▲첨단 조립·검사요소기술개발 ▲통합 물류 자동화시스템 ▲지능형 운영·통제 시스템등 4개 소분류과제 전체를 컨소시엄으로 묶어 선정하되 주관연구기관은 민간업체에 맡기고 개발비도 49∼64%를 부담토록해 민간의 사명의식을 부추길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인간의 손으로는 할수없는 차세대 정밀조립기술 분야인 HD­캠코더가 우리손으로 생산될 경우 가전제품은 물론 다른 모든 전자제품분야에까지 기술효과가 파급돼 2000년대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연구기획에 참여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계기술 실용화센터 조영준박사는 『개별 기술인력 자원은 있으나 전자기술과 기계기술을 조직화해 전체시스템을 구현하는 기술이 부족한 점과 산·학·연컨소시엄 경험 부족이 과제성공의 최대 걸림돌이 될것』이라면서 아울러 안정적인 예산확보도 과제로 제시했다.
  • 외언내언

    북한의 김일성주석이 자서전을 시리즈로 펴내고 있다.자서전의 제목은 「세기와 더불어」.지금까지 나온것은 자신이 태어난 1912년부터 35년까지 청소년시절의 얘기를 담은 1·2권인데 오는 8월에는 제3권이 나올 예정.앞으로 몇권이 더 나올는지 알수없지만 우리땅의 절반을 차지하고 북녘동포들을 반세기 가까이 철권으로 다스려온 김일성자신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그런데 최근 평양을 다녀온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 클레이튼 존스기자는 이 자서전이 전반적으로는 김일성생애에 대한 북한당국의 공식견해와 크게 다른 것은 없지만 그가 걸어온길을 「겸손하게 인간적으로」반성한 대목도 있다고 보도했다.◆존스기자가 지적한 대목들은 『나는 한번도 내인생이 비범했다고 생각한적이 없다』『내가 혁명대열에 오른 이후 어머니를 위해 아무것도 한일이 없다』는 식의 술회.그는 또 이 자서진이 『덜 이데올로기적이고 대화체로 기술돼 있어 과거의 선전물보다는 적지않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김일성도 살만큼 살았으니까 인생의 막바지 길목에서 자신의 생애를 돌아본 감회가 「인간적」일수도 있겠지만 그의 속성을 잘알고 있는 우리에게는 교활한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북한에서 김일성은 신으로 군림하고 있다.동서고금을 통해 어떤독재자도 흉내낼수 없는 「탁월한 수법」으로 인민들을 장악하고 있다.또 적화통일을 위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저지른 장본인이다.그런 인물이 신의자리에서 내려오지도 않은채 「인간적」인 술회를 늘어 놓았다고 해서 그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그의 자서전이란 것도 자신의 위상을 더욱 돋보이도록 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 내가 겪은 「1950년여름」/윤남경 작가

    ◎인공기 보면 아직도 떨리는 이가슴… 『아직도 옛말 삼기는 멀다』 몇해전까지만 하더라도 6·25가 돌아오면 나는 이 말을 되뇌이곤 했었다. 6·25 당시 부산으로 피란을 간 뒤에도 『언제쯤 이런 생활을 옛날얘기삼아 우리 후손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마치 우리가 3·1운동 얘기나 임진왜란때 이야기들을 할머니에게 듣듯이 말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리 후배들은 공산당 얘기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숫제 인민공화국 깃발을 흔들며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을 볼때 나는 꺄악하고 소리라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을뻔 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극단으로밖에 사물을 판단못하는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40여년전 대학기숙사에서 한가롭게 노래를 하고 있는데 우리 귀에 난데없는 대포소리가 쿵쿵하고 울릴 때 우리는 그저 국군의 훈련소리라고만 믿고 있었다.그러나 며칠뒤 사감선생님이 속히 집으로 돌아가거나 지방 학생들은 연고자를 찾아가라고 다급하게 말할때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부산이 집이었던 J는 이미 길이 막혀 이리저리 걸식하다시피 살면서 그 시절을 지냈다.영문도 모르고 집에 가 있는 내 귀에 모교인 K여고에서 인민재판을 연 결과 사형선고가 내려진 몇사람 속에 내가 끼었다는 소문을 듣고는 즉시 이모님댁으로 몸을 피했다.그때 기독학생회장과 훈육부장을 겸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모양이다. 그러나 이모님댁에도 밤마다 내무서(경찰서)원들이 집을 뒤지며 젊은 남자는 인민군으로,젊은 여자는 의용군이나 간호원으로 끌고가는 바람에 거기도 못 있고는 땀띠의 투성이 얼굴로 골방에서 뛰쳐나와 집에 가서 식구들 얼굴을 한번만 보고 어디론가 가리라 하고 집에 가보니 모두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인민군이 후퇴하기 직전에 몇몇집식구들은 다 죽이고 가는데 우리집도 그중의 하나라는 것이다.그러니까 빨리 피하라고 누군가가 귀띔을 해주었다.그들은 종적인 명령계통은 잘 서 있지만 횡적인 연락에는 둔하니 장소만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큰고모님네와 작은아버지 식구들하고 한 20여명이 성북동에 있는 작은 고모님댁으로 갔으나 가자마자 누군가가 찔렀다면서 내무서원들이 들이닥쳐 아버지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며 『네가 상공장관인 아무개지?』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할머니가 질겁을 하며 권총을 부여잡고 그애는 장관의 동생이라고 소리치시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한 일도 있었다. 결국 노인과 어린이만 빼놓고는 우리를 굴비엮듯이 엮어 끌고가니 그것을 본 동네사람들이 혀를 차며 『어제도 몇십명을 잡아다 뒷동산에서 죽이더니 오늘도 또 저렇게 죽이는구나』하는 말이 들렸다.어머니 친구분중 한사람은 잡혀 갈때 검정고무신과 흰고무신을 한짝씩 신고가면서 내가 죽거든 이 고무신을 보고 찾으라고 하며 끌려갔는데 정말 그들이 도망간 뒤 삼청동 산 웅덩이속에서 얼굴은 썩어 분간할 수가 없었으나 고무신때문에 찾은 일도 있었다. 우리를 끌고간 그들은 한사람 한사람씩 밤새도록 심문을 했으며 새총인지 무슨 총인지를 들고 공연히 사람들 얼굴에 겨냥하며 쏘는 시늉도 해보고 어디서 훔쳤는지 길다란 일본 사무라이 칼을 빼서 사람을 후려치는 흉내도 내보고 갖은 악독한 짓을 다하며 사람을 밤중까지 묶어 두었다.내게는 어디 다니느냐고 하기에 정직히 대학생이라고 말하니까 갑자기 표정이 잔인해지더니 『흥! 난 인민학교도 못나왔소.당신 나를 업신여기기요?』하고 대드는게 아닌가.업신여기다니 내 목숨을 쥐고있는 사람인데라고 생각했으며 『이승만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등 몇가지 이상한 질문을 던지더니 자기들도 사람 죽이는데 진력이 났는지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그때 풀어주는 것은 정말 기적중의 기적이라고 모두 말했다.그대신 자기들을 욕하면 또다시 잡아들인다고 협박도 했다. 인민군이 내려오자 멋도 모르고 환영하며 협력했던 사람들도 뒤에 알고보니 대부분 쫓겨났거나 숙청당했다는 것이다.이유는 서울에서 이북으로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살고 있었으니 반동분자라는 것이다.결국 이용할대로 이용해먹은 뒤에는 발길로 걷어차버리는 것이 그들의 속성인 줄 알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달콤한 말을 하더라도 속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당시 우리들의 심정이었다. 그 더운 복중에도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라디오를 들으면(들키면 사형이니까 목숨걸고 듣는 단파 라디오였다)미국의 소리방송에서 『여러분 오늘도 얼마나 수고하셨습니까?』하고 나올때 정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오늘 하루도 죽지않고 살았구나하는 실감때문이었다. 쌀을 구경못하는 배고픔에다가 전쟁전에 먹었던 군것질거리 생각이 나서 참기 어려웠지만 그보다도 사람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그들은 자식이 부모를,이웃이 이웃을 모두 못믿고 감시하고 서로 내무서에 일러바치는 자들만이 영웅이라고 가르친 까닭에 정말 누구하고 마음놓고 이야기할수 없었다. 그러나 북쪽사람도 우리 부모요 형제들이다.우리는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 사람을 속삭이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그러나 공산주의,김일성주의에 물들은 사람들하고는 아직도 마음놓고 흉금을 털어놓지 못한다는게 솔직한 내 심정인 것이다.
  • “표절”“포스트모더니즘” 뜨거운 논쟁(건널목)

    ○…표절시비가 문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올해 발표된 일부 젊은 작가들의 소설들이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작가들 뿐만 아니라 여러 국내외 작가들의 문체와 문장을 모방 또는 표절했다는 지적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특히 이같은 논쟁은 표절에 대한 진위 가리기를 넘어서 포스트모더니즘논쟁으로 치달아 문단이 포스트모더니즘진영과 비포스트모더니즘진영 혹은 리얼리즘진영으로 갈려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어서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품은 올해 「작가세계문학상」수상작인 이인화씨의 장편소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와 「오늘의 작가상」수상작인 박일문씨의 장편소설 「살아남은자의 슬픔」. 「내가 누구인지…」는 올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작품으로 양대이데올로기의 대립구조가 와해되는 90녀대적 상황속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지식인들이 현실세계와 관계맺는 모습을 그려보이고 있다. 이 소설에 대한 논쟁은 문학평론가이성욱씨가 계간 「한길문학」여름호에 실은 논문「심약한 지식인에 어울리는 파멸」에서 「내가 누구인지…」가 바나나,하루키,공지영 등의 작품에서 문장을 교묘히 표절하고 있다고 지적한데서 비롯됐다.이에 대해 작가 이인화씨는 자신의 소설은 여기저기서 인용하여 모자이크하는 혼성모방(pastiche)기법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반박했다.이에 맞서 이성욱씨는 이씨의 작품이 「누가 보더라도 알수 있는 형식과 내용의 공공연함과 명백한 의도성」이라는 예술방법에서 인정되는 차용의 요건을 결여,도용의 차원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응수했다.이들에 대해 김욱동교수(서강대)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잣대를,문학평론가 유중하씨는 리얼리즘이라는 잣대를 각각 들고나와 양측에 가세함으로써 양 진영간의 논쟁이라는 의혹을 짙게하고 있다. ○…한편 80년대를 살아남은 운동권 젊은이들의 방황하는 기록을 적고 있는 박일문씨의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일본작가 하루키풍의 작품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하루키의 분위기와 문체는 물론 여러 국내외 작가의 문장을 흉내 내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 ○…이들 논쟁을 관망하고 있는 문단의 많은 작가들은 표절여부를 떠나 그처럼 좋은 문체와 문장을 표절했다고 「비난」받는 작품들이 일류의 작품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포스트모던한 현실을 다룬 이 두 작품이 현실인식과 기법사용에 있어 필연성과 적실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인 것이다.또 현 단계를 어느정도로 포스트모던한 시대로 규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혼성모방 등 외래기법의 적절한 적용 여부문제등 이번 논쟁을 계기로 국내 포스트모더니즘 수용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표절시비에서 발단되어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번 논쟁의 결말에 대해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어차피 「풀수 없는 문제」를 물고 들어간 이상 명확한 결말보다는 양 진영이 각자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들 보고 있다.
  • KBS향 지휘차 귀국 재미음악가 함신익씨(인터뷰)

    ◎“정명훈씨 같은 명지휘자 될터”/파콩쿠르 2위… 88년 「뉴욕깁스」 창단 『단원들과 리허설을 하며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일 예술의전당과 21일 KBS홀에서 두차례 열리는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지휘하기 위해 일시 귀국한 재미지휘자 함신익씨(34)는 리허설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말하고 『건강때문에 이 연주회를 지휘하지 못한 오트마 마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큰 행운』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함씨는 지난해 12월 세계 40여개국에서 2백76명이 참가한 폴란드의 휘텔베르크지휘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국내외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 콩쿠르는 15일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각 단계를 거치면서 각 지휘자의 세부적인 자질까지 여지없이 드러나지요.이 콩쿠르가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신진지휘자의 등용무대가 된 것도 이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가 이번에 연주할 곡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그리고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이다. 피아노협연은 구소련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해 활동하고 있는 옥사나 야브론스카야.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는 반주가 아닌 독주와의 이중창이에요.명성을 익히 듣고 있던 야브론스카야와 좋은 노래를 불러볼 생각입니다』 이번 프로그램 가운데 시벨리우스와 브람스는 지난해 콩쿠르 당시 연주해 현지언론으로부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최상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함씨는 국내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라이스음대와 이스트만음대 대학원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함씨는 지난 88년 뉴욕의 로체스터에서 깁스오케스트라를 창단,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창설당시 25명에서 지금은 75명으로 늘어나 1년에 7∼8회 정기 공연을 갖고있다. 『지휘자로서 한국인으로서의 핸디캡은 없습니다.단원들은 말을 잘못하는 외국인이기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지요.그러나 말대신 지휘봉으로는 음악을 확실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함씨는 『정명훈선생님같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 “목마른 돈줄” 올 1,700사 부도(한국중소기업의 현주소:중)

    ◎문제점/부동산 투기등 무리한 확장도 화근/고임·노동집약업종 많아 경쟁력 뒤져 올들어 1·4분기동안 부도를 낸 1천7백64개사 가운데 99%가 중소기업들이다. 부도를 낸 기업들은 부도원인을 대부분 자금난으로 돌리고 있다.부도가 나지 않은 기업들도 이구동성으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최근들어 정부가 경제안정을 위해 임금및 물가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통화긴축정책을 펴면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더욱 어려워진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도의 원인이 모두 자금난때문만은 아니다. 정부당국에서는 최근 부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도태되고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올들어 발생하는 부도기업들이 대부분 섬유 의복 신발 피혁업종등 높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잃은 노동집약적 업종들이라는 사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1·4분기들어 부도가 늘었지만 부도기업의 2배나 되는 3천4백3개사가 같은 기간동안 신설됐다. 경쟁력을 잃은 한계 기업은 사라지지만 대신 성장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제품의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지난 80년에는 중소기업제품의 수출비중이 32.1%였으나 86년에는 35.2%,지난 90년에는 45.5%에 이르고 있다. 장래성이 있는 중소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부도를 내는 경우도 물론 없는것은 아니다.그러나 부도를 낸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부동산투자등 본업과 관계없는 무리한 사업확대나 과잉투자,돈좀 벌었다고 기술개발 등은 등한히 한채 어설프게 대기업의 흉내를 내는등 나름대로의 부도이유가 있다.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장사인 삼호물산이 좋은 예이다.본업인 수산업분야가 상당히 호황을 누리자 서초구 양재동에 5백억원을 투입,오피스텔을 짓고 제주도 중문단지에 호텔을 짓는등 부동산에 손을 댔다가 부동산의 침체로 파산했다. 지난 1월 부도를 낸 신한인터내셔널도 부동산투자가 화근이었다. 지난달부도를 낸 신정제지는 지난해 1백억원을 들여 전주에 공장을 짓는 등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불행을 맞았다.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영남방직은 기술및 제품개발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면방산업이 위축되자 많은 업체들은 제품고급화와 염색가공설비확충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등 변신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영남방직은 이를 등한시하다 불행을 초래했다.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호황이면 흥청망청하다 경기가 조금만 침체되면 허덕거리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재미를 보아왔던 수출이 제대로 되지않으니까 치밀한 시장조사도 없이 무조건 내수로 전환했다가 내수마저 부진해지니 망하는 경우도 많았다.중소기업은 특정 품목에 집중 투자,최고의 제품을 만드는것만이 최선의 생존 방법이다.그러나 다른 업체가 하는것이 히트를 치면 너도나도 덤벼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전문성이 있을리 없다.지난해말 EC(유럽공동체)로부터 60여개 카스테레오업체가 무더기로 반덤핑판정을 받고 주저앉게 된것도 모두 한꺼번에 소나기식으로 몰려든 결과이다. 최근들어 너도나도 해외에 진출하는 것도 문제다.인도네시아에 진출한 14개 신발업체는 그곳에서도 인력 스카우트전을 벌이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제살만 깎아 먹는 셈이다. 중소기업은 정부의 고유업종제도라는 온실속에 안주,그동안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소홀했다.수의계약으로 그럭저럭 유지하고 급하면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는 구태를 하루빨리 버려야 할것이다. 우리와는 달리 대만·일본의 중소기업들은 나름대로 살아남기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있다.대만의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및 기계를 공동으로 이용하는등 협조체제를 갖추고 있다.정부의 보호속에서 자라온 우리의 중소기업과는 달리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적자생존의 능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제품도 좋고 제품단가도 낮을 수 밖에 없다.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대기업이 자기업체 제품을 쓰지 않을수 없도록 만들고 있으며 다른업체의 기술용역사업도 해주는등 수평적인 협력체제를 이루고 있다.같은 업종은 물론 다른 업종간에도 협력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오로지 한길만을 추구하고 있다. 자본·기술·마케팅능력이 모두 열세이면서 어설프게 대기업흉내나 내고 협조보다는 제살깎기식 과당 경쟁이나 하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