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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유업(이탈리아 중소기업 탐방:3)

    ◎3분 걸려 짠 직물 30분간 검사/“고품질만이 살길”… 검사공정 3배 강화/정보제공 등 염색업체와도 긴밀 협력/클레임 한건 없고 광고 안해도 각국의 바이어 몰려 피아트의 아성인 피에몬테주 토리노에서 북동쪽으로 60㎞ 떨어진 비엘라.15세기 때부터 직물업이 성해 프랑스 왕족도 이 곳 원단만을 찾았다는 모직물의 도시이다. 비엘라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30분정도 가면 알프스의 언저리에 해당하는 「발레사모」에 다다른다.계곡속의 마을이라는 뜻의 이곳에서 1세기가 넘도록 모직물을 만들어온 가르란다사는 연간 매출액이 2백억원을 넘는 이 지방의 대표적인 모직물 생산업체이다. 1881년 원단 하청업체로 출발,지금은 원사와 원단을 함께 만들며 생산량의 70%를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객의 관심을 끄는 환상적인 원단을 만든다는 사훈를 지녔지만 기업광고나 제품선전은 한번도 한적이 없다.그럼에도 「가르란다」라는 브랜드는 국경을 넘어 전세계 의류업체에 알려져있다.그래서 매년 여름,겨울 시즌을 앞두고 세계곳곳에서 수십명의바이어들이 이 계곡마을을 찾는다. ○디자인실 벽 유리로 가르란다에 특별한 노하우나 원단을 짜는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편직기나 실틀도 다른 업체와 같고 실의 소재는 중국이나 페루·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대부분을 수입해 쓴다.종업원도 1백50여명에 불과하고 생산 공정은 19세기때와 달라진게 별로 없다. 그러나 품질의 검사 과정을 강화하고 중간 공정을 몇번이고 반복,제품의 질을 높이고 있는것이 이 회사만의 강점이다.최근 염색업체와의 공조 체제를 강화,기술 개발에 힘쓴 것도 남다른 점이다.주로 평범하면서도 흉내내기 힘든 독특한 특징을 지녔다. 먼저 디자인실을 들러보면 가르란다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30평 남짓한 방의 천장과 벽이 모두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졌다.하루 종일 태양 빛이 내부를 비춰 전등이 거의 필요없다.실외에서의 색상과 전등 아래에서 보는 색상은 엄연히 틀리다는 사실을 고려한 구조이다. 「그런 것까지」하고 웃고 넘어갈 수도 있고 「누구나 아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그러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실천에 옮긴 점이 제품의 질을 높이고 있다.백화점에서 산 물건이 집에서는 다른 색으로 보여 실망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에겐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 뿐 아니다.가르란다는 가늘고 질긴 실을 뽑기 위해 생산공정을 여러차례 반복한다.실을 짜기전 한번으로도 충분한 세탁과정을 2∼3차례 반복하고 원단의 표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건조과정을 2∼3배 더 오래 한다. 그만큼 시간과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만 품질과 가격도 함께 높아진다.게다가 품질의 신뢰성도 한층 높인다.그래서인지 다른 회사들이 양털 1㎏으로 1만5천∼1만8천m의 원단을 짜는데 비해 가르란다는 2만m의 원단을 짜고 값도 10∼20% 높게 받고 있다. 원단을 검사하는 종업원도 별도로 10여명을 두고 있다.기계가 고장나지 않는 한 특별한 검사를 하지않는 게 직물업계의 상식이지만 이회사에서는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공정을 추가하고 있다.때문에 기계로 원단을 짜는데는 3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검사과정은 30분 이상이 소요된다.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만 가르란다는 1백년이상 이 방식을 지켜왔다. ○값 10∼20% 더 받아 이같은 과정을 거쳐 가르란다가 해마다 생산하는 원단은 서울과 부산을 한차례 왕복하고도 남는 1천2백㎞에 이르고 있다.그러나 클레임은 단 한건도 없을 만큼 뒷마무리는 완벽하다.생산하는 원단의 종류,색깔,무늬 등도 4천가지나 된다.원단 한가지의 길이는 3백ⓜ 정도로 역시 다품종 소량생산원칙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가르란다의 제품이 뛰어난 또다른 이유는 염색업체와 철저한 수직적,수평적 공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가르란다는 지난 79년부터 비엘라에 위치한 염색업체 코텍스사에 모든 직물의 염색을 맡기고 있다.코텍스사도 종업원이 14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컴퓨터로 원사의 특성을 1백% 분석,소화한 뒤 염색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가르란다로부터 염색할 원사나 생산할 원단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회사의 기밀이나 남에게 알리기 싫은 것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가르란다는 서슴지 않고 자료를 준다.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이다.염색을 대행하고 맡기는 관계라기 보다 대학의 공동 연구실과 업체 같은 협력관계이다. 이같은 협력 체제에 힘입어 2년전만 해도 실을 분석하고 염료의 배합을 정하는 등 염색하는데 최소한 2주일이 걸렸으나 지난 해는 1주일,올해는 2일로 크게 줄였다.가르란다의 생산공정이 빨라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코텍스는 현재 물을 사용하지 않고 염색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물 대신 컴퓨터를 이용,염료를 섞지 않고 털이 지닌 자연 색상의 배합만으로 색깔을 만드는 기술이다. 비엘라에 있는 직물업체는 약 5천개,이중 대부분이 염색업체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품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보통 1개의 염색업체가 30∼50개 직물업체와 거래하며 이중 3∼4개 업체는 가르란다와 코텍스의 경우처럼 새로운 기술 개발에 함께 힘쓰고 있다. 이탈리아 울 생산협회의 회장이기도 한 파올로 네그리 가르란다 사장의 얘기이다.『발레사모에서 광고를 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광고할 시간과 돈이 있다면 새로운 원단을 연구하고 더 좋은 기계를 사는데 쓸 것이다.제품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바로 가장 좋은 광고이다.그러기 위해선 관련 업체끼리의 긴밀한 협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 한국마임페스티벌… 16개팀 참가/11∼14일 춘천…심포지엄도 개최

    「94 한국마임페스티벌」이 11일부터 14일까지 춘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한국마임페스티벌은 마임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한국마임협회(회장 유진규)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이번 축제에는 국내 13개 단체와 외국의 3개팀이 참가한다. 마임은 그리스어의 미모스(Mimos:흉내)에서 유래된 용어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몸짓과 표정만으로 연기하는 일종의 익살극을 말한다. 국내 마임이스트 유진규 김동수 최규호 유홍영씨 등과 일본의 고지야마 만스게,시미즈 기요시,미국의 주드 모안등이 공연을 갖고 김대환의 타악기 연주와 심우성의 1인극,손심심의 동래학춤,이영란의 물체극,심철종의 행위예술 등의 축하무대가 펼쳐진다. 또 축제기간중에 거리공연과 공개심포지엄,강습회,비디오 상영등도 곁들여져 마임예술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돕는다. 문의(0361)56­5370
  • 이웃털던 14살강도 검거/“TV보고 범죄수법 흉내”(조약돌)

    ○…16일 하오2시10분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2동 175 이모씨(35·여)집에 이웃에 사는 박모군(14·M중3년)이 침입,집을 보고있던 이씨와 아들 이모군(5)등 2명을 흉기로 위협하고 장롱등을 뒤져 10만원권 자기앞수표 3매등 모두 35만4천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2시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박군은 이날 얼굴을 스타킹으로 가린채 이씨집 담을 넘어 안방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이씨등의 입과 눈을 가린뒤 금품을 털었다. 박군은 경찰에서 『범죄자들을 경찰이 수사하는 내용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호기심에 범죄수법을 흉내냈다』고 말했다.
  • 덩크슛 흉내 20대 농구대 깔려 참변(조약돌)

    ○…27일 낮 12시15분쯤 인천시 중구 전동 제물포고등학교운동장에 세워져 있는 농구대에서 농구선수들의 덩크슛흉내를 내던 이길휘씨(20·무직·동구 송월동 송월아파트)가 농구대에 깔려 숨졌다. 이씨는 이날 친구들과 함께 농구시합을 하던중 골대밑에 70㎝ 높이의 통나무 조각을 갖다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덩크슛을 한뒤 손으로 골대를 잡고 매달려 있다가 농구대가 앞쪽으로 쓰러지면서 그밑에 깔려 변을 당했다.
  • 아동문학평론의 부재/손춘익 아동문학가(굄돌)

    「오감도」와 「날개」의 작가 이상이 동화를 썼다면 아마 선듯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비록 짧은 전래동화이긴 하지만 그는 이 땅의 어린이들을 위해 한두 편의 동화를 남겼다.춘원과 횡보도 동화나 소년소설을 쓴 것이 있다.또 지용도 그렇고 목월은 아예 동시로 출발한 경우에 속한다.그밖에도 근대문학의 선구자들이나 혹은 대표적인 문인들가운데서 아동문학에 관심을 가졌거나 작품을 남긴 예는 흔하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도 그것은 마찬가지다.외국의 대문호들,가령 톨스토이만 하더라도 어린이를 위한 많은 이야기를 남겨놓았다.심지어는 탐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도 「왕자와 제비」를 쓰지 않았는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문단의 경우에는 빼어난 동시로 시심을 불태운 지용이나 목월은 예외이지만 대부분이 아동문학에 그다지 심혈을 기울인 것같지가 않다.대가들이 쓴 아동문학 작품중에도 어쩌다 청탁에 의해 적당히 흉내만 내다만 것은 아닐까 싶은 실망을 주는 작품들이 적잖으니 말이다.아닌게 아니라 그들이 기왕에발표한 시나 소설에 비해서,아동문학 작품만이 어쩐지 치열한 창작의욕이나 문학정신이 빈약한 듯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인지도 모른다.덧붙인다면 근년에 발표된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쓴 아동문학 작품들에서도 그런 경우가 없지 않은듯 하다. 아마 그것은 아동문학에 대한 오만과 편견때문이 아닐까? 혹시 가부장적인 유교권 문화의 속성이 은연중에 그런 경향을 띠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만일 아동은 유치하다라는 고정관념때문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처럼 아동문학을 경시할 수가 있을 것인가? 아니 그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평론부재가 한 원인인지도 모른다.아동문학에는 평론가나 평론활동이 전무하다시피 한 터이므로 그것이 방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더구나 독자는 아동들이니 말이다.어쨌든 아동문학에는 반드시 본격적인 평론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그것은 비단 아동문학가들뿐만 아니라 문단과 문학저널리즘의 공동 관심사에 속하는 것이어야 한다.전혀 여과장치도 거치지 않는 작품들을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읽힐 수가 있을것인가.부끄러운 현실이다.
  • 아키타현의 집단영농협의회(일본농업탐방:16)

    ◎「PC농법」으로 전국평균보다 20% 증산/벼 생육정보 교환,품질 개량·방제에 활용/현농업센터에 데이터베이스 구축… 매년 농가별 평가회 개최 일본 최대의 냉해가 지난 여름 일본농촌을 휩쓸 때 매스컴의 관심이 쏟아졌던 영농집단이 있다.아키타(추전)현 북부 히나이조(비내정)의 도작집단연락협의회(회장 중전정남)가 그것이다.이 협의회가 언론의 각광을 받은 것은 부락단위의「PC농법」으로 흉작을 최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쌀생산량만 봐도 최근 5년동안 일본 최고품질의 쌀로 불리는 「아키타고마치」를 전국 평균보다 20%나 더 생산했다. 협의회 소속 40가구의 연평균 쌀생산량은 10㏊당 5백90㎏.히나이마을 전체평균인 5백㎏보다 1백㎏이나 더 많았다. 히나이농협 농산물가공시설내 회의실에서 연락협의회 부회장이며 현재 히나이농업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다카마쓰(고송정부)씨,히나이 아스파라생산회 부회장인 마쓰에(송강일칙),히나이농협 농산유통과 하라자와(우택번지)과장,농산유통과 하세베(장곡부신),사토(좌등화호)히나이정 농정계장등을 만났다.앞의 세사람은 모두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협의회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지난해 냉해로 이곳 작황이 말이 아니었습니다.그래도 우리 협의회 소속 회원들은 다른 마을의 평균생산량보다 높았습니다.우리나름대로 과학적영농을 한 덕택이지요』다카마쓰씨의 말이었다.지난해말 협의회주최로 가진 농가별 생산분석자료들을 보았다.샘플농가 15곳 가운데 흉작이 극심했던 지난해 히나이마을 전체평균(10㏊당 3백81㎏)을 웃도는 농가가 열곳이나 됐다. 아키타현 식량사무소가 작성한 현미품질개황도 마찬가지였다.이마을 오다테관내의 1등급 판정비율이 35.5%였으나 협의회소속 농가의 1등급비율은 79.9%에 달했다.같은 양의 쌀을 생산해도 품질이 좋은 덕택으로 흉작피해를 크게 보상받았던 셈이었다. 『협의회는 지난 60년 집단농장화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발족됐습니다.다른 현의 「집단영농」은 경영을 함께하며 이윤을 배분하지만 이곳 집단연락협의회는 「농업정보는 공유하고 경영은 농가단위로」하는 것이 다르죠』 사토계장에 따르면 토양과 생육정보에 대해 개개농가가 모여 활발한 정보교환을 하면서도 농사는 따로 짓는다는 것이다.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이다. 다른 현의 농가들이 감히 흉내내지 못하는 이른바 「PC농법」도 협의회가 구사하는 첨단 농업기법이다.협의회의 각 농가는 모내기이후 벼의 줄기와 잎의 수,크기등을 매월 3회 조사한다.그리고 조사한 수치는 현농업정보센터가 개발한 「생육진단시스템」에 담는다.이때 농협중앙전산실에서는 농업개량보급소의 협조를 받아 예상기상과 기온이 담겨진 데이터베이스를 퍼스널컴퓨터가 있는 각 농가에 서비스한다. 대부분의 회원농가는 농협의 생육진단시스템에 의존,냉해를 예상하고 방충·방제의 시점,예상수확량등을 정밀하게 판단한다. 『지난해에는 농업센터의 자료를 분석,7월중순쯤 냉해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도열병방지를 위해 한차례 방제를 실시하도록 각농가에 지시했습니다』다카마쓰부회장은 이어 『자료를 충실히 측정,관리하고 토론회 정보를 잘 이용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고설명했다. 다카마쓰씨의 경우 컴퓨터농정으로 지난해 히나이마을의 평균생산량을 훨씬 웃도는 4백87.9㎏의 아키타고마치를 수확했다. 뿐만아니라 매년 회원농가별 벼의 유형기·출수기·성숙기때의 상태, 각농가의 토양중 질소잔존율,지온,줄기및 줄기당 이삭수등이 20년간 농업지도센터에 데이터베이스화돼 있다.이를 농가단위에서 활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마쓰에씨의 경우 지난해 아키타고마치생산량은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2백95.5㎏정도에 불과했다.컴퓨터분석자료는 『마쓰에씨의 경우는 토양의 배수가 나빠 생육이 지연된 케이스.유기질의 투입은 좋았는데 투수성이 나빠 유기질의 효과가 제대로 구실을 못했음』이라고 분석돼 있었다.이같은 분석은 바로 마쓰에씨가 사서 쓰는 유기질배합비료회사가 해준 것이어서 더욱 이채로웠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농가에선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우문현답이 나왔다.『쌀은 생산후에도 여러각도로 분석해야 합니다.맛과 색깔은 어떻고…비료배합에 따라 쌀의 맛은 어떻게 나오는지 등모두 컴퓨터농법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하세베씨의 대답이었다. 지난해 농가별 쌀평가회는 12월 16일에 있었다.이날은 농협과 농업지도센터가 그동안 각 농가의 기초자료를 응용,분석한 자료를 검토하는 날이다.협의회는 이 평가회에서 각급 농업관련 전문가를 초청,농가별 생산실적을 비교,평가한다.장소는 정농산유통과가 무료로 임대해준다. 단위농협과 정농협지도센터가 후원이 되고 자료제공및 조사협력기관 관계자가 빠짐없이 참석했다. 아키타현농업시험장,현식량사무소대관지소,대관농업개량보급소,아키타현농협경제연관계자가 모두 나오고 비료회사등 농업관련 민간기업관계자도 나왔다. 질좋고 값싼 쌀의 생산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농협,민간기업,단위농가할 것없이 모두가 한마음 한공동체였고 이것이 바로 일본농업의 강점이었다.
  • 배끼기 흉내내기… 이젠 고만둬야(박갑천 칼럼)

    모방도 창작이라고 말한 신문인이 한국일보의 장기영초대사장이었다.외국신문등 다른 지면이 잘한 점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받아들여 내 뼈와 살로 만드느냐를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멋진 편집 빼어난 제목에 욕심이 남달랐던「장기자」로서의 명언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런 경우의 모방이란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좀 거창하게 말한다면 인류사 그것이 모방 속에 이어져 내려온다고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먹고자고 생각하고 배우는 일상생활 자체부터가 모방의 연속 아니던가.다만 거기에 자그만 창의를 보태면서 한걸음씩 발전을 거듭해 온다는 것 뿐이다.『책에서 책 나온다』는 말도 그같은 인류의 발자취를 설명한다. 인간세계는 신의 세계의 모방이라 했던가.모방을 하면서 살아오는 까닭이 거기 있는건지 모른다.또 그래선지 세상에는 희한한 모방꾼도 있다.「용재총화」(용재총화:권3)에 보이는 축구스님 같은 사람이다.글씨를 잘쓴 그는 항상『내 필법은 독곡(독곡:문경공성석린의 아호)과 같다』고 했다.어느날 독곡이그의 방에 와서 걸려있는 그의 글씨를 보더니 말하더라나.『이건 내가 아무때 아무데서 쓴 것인데 그대가 어떻게 구했지?』 이 축구스님 못잖게 진짜 뺨칠 모방의 실력자는 동서고금에 많다.반드시 예술·학술작품을 주변해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일상사에도 있다.미인 서시가 가슴앓이로 낯을 찡그리는 것인데 그것이 예뻐보인 추녀가 자신도 그러면 예뻐 보일까 하여 찡그렸다는 엉터리 모방 효빈도 있긴 하지만.모방은 그렇게 어느 형태로건 사람사회에서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또 그러는 한 어떤 유형의 어느만큼의 모방이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시비의 대상으로 되는 것이리라. 서시를 본뜬 추녀의 모방은 웃음거리는 될지언정 시비거리로는 되지 않는다.문제로 되는 것은 창의가 곁들였으면서 명예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것에 대한 모방일 때다.지적재산권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엄밀하게 따져보자면 모방하고 모방 당하는 세상 아니냐 싶기도 하지만 정신세계의 모방을 그리 가볍게만 볼일은 또 아니다.창의와 개발이 생명인 것이니 말이다. 우리텔레비전 프로가 일본의 구성형태를 본뜬다는 말은 어제오늘에 나온게 아니다.그런데 최근 일본의 한 텔레비전이『흉내 내주어 고맙다』고 이죽거리면서 모방의 장면들을 비쳤다고 한다.하지만 이같은 텔레비전 프로만 창피한건 아니다.저질만화에서부터 교과서의 표현에 이르기까지 모방의 폭은 넓다.그걸 못벗을때 그들의 모멸의 눈길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 농부 후지쿠라씨의 여가활동(일본농업탐방:9)

    ◎“농한기엔 아르바이트”… 제설작업·택시운전도/건강에 좋고 돈도 벌고… 연소득 백50만엔/영농메모 철저… 품질개선·생산비 절감등 농사에 큰 보탬 북해도 삿포로에서 기차로 약40분거리에 있는 아담한 농촌마을 에베쓰(강별).이곳에서 3대째 벼농사를 지어온 후지쿠라(57·등창욱보)씨는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작업복차림에 바지는 흠뻑 젖어 있었다.인사를 건네자 방금 이웃동네에서 꼬박 24시간동안 눈을 치우고 돌아왔다고 했다.워낙 눈이 많이 오는 곳이 북해도다.하지만 『24시간을 치우다니…』잘못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농한기에 시에서 주선한 아르바이트자리입니다.이틀에 한번 꼬박 하루를 일하면 일당2만엔이 나오지요』 영하2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그러니까 농한기를 이용,시에서 마련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특별히 할일이 없는 매년 12월부터 2월말까지 제설작업을 합니다.여가도 활용하고 운동도 되고 돈도 버니 일석삼조지요』 그는 또 모를 심고나서 추수할 때까지 즉 6월부터 8월까지 여가시간에는 택시운전을 한다고 소개했다.이렇게 해서 그가 1년에 버는 농외소득은 모두 1백50만엔정도가 된다.이처럼 모은 소득의 일정분은 농지구입에 쓴다. 거실을 둘러봤다.깔끔하고 넉넉해보이는 거실 한편엔 팩시밀리까지 있었다.부인 노부코(신자·54)여사도 거들었다.『여자들도 무슨일거리라도 생기면 찾아서 합니다.놀지 않아요.겨울에 남자들이 제설작업을 나가면 부인들은 이웃 슈퍼같은데서 파트타임으로 일하지요』 노부코부인도 지난해까지 이웃 반찬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하지만 지금은 노모의 병간호때문에 일을 않고 있다. 『여름같은 때 농가의 여자들은 건설현장에도 나가요.유리창을 끼기도 하고 토목공사에 뛰어드는 사람도 흔하지요』 『여가선용인가』『진짜 궁해서인가』싶어 농사규모를 알아봤다. 후지쿠라씨는 8.8㏊의 논을 소유하고 있는 전업농.전후최대의 흉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지난해 이 논에서 10㏊당 3백30㎏(평년작 대비95%)의 벼를 생산했다.농협을 통해 전량수매한 것이 9백80만엔어치였다.지난해 전례없는 냉해피해로 작황지수 74를 감안하면 생산관리도 A급농가이다. 그의 생산성은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농업에 관련된 일이라면 시시콜콜한 것도 영농일지에 메모해 둔다.에베쓰농협에서 수시로 팩시밀리로 보내주는 농사정보도 꼼꼼히 읽고 챙긴다.그만큼 영농관리에 철저한 사람도 없다. 『단위농협의 팩시밀리정보를 요긴하게 활용합니다.매일은 아니지만 이 팩시밀리정보에는 기상개황부터 각종 농업기술정보까지 담겨있습니다.지난해 이 정보는 이미 냉해피해를 예상했습니다』 작년 수확기때의 일이었다.수확기가 되면 우선 그는 남과 달리 수확일정을 치밀하게 짠다.며칠부터 며칠까지 벼를 거두는데 이때 트랙터를 많이 갖고 있는 이웃농가의 일정을 피해짠다.트랙터 2대를 갖고 있는 그가 트랙터를 쓰지 않고 있는 농가로부터 트랙터와 일손을 빌려쓰기 위해서다. 짧은 시간안에 많은 수확고를 올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한가한 일손을 빌리니 그만큼 생산원가도 줄이는 셈이다. 『농번기때 결혼해 따로 살고 있는 아들이 와 도와주기도 합니다.그렇지만 이웃농기계를 잘만 이용하면 우리 두사람으로도 충분합니다』 벼를 건조할때 건조기를 쓸때도,이앙기를 쓰는 모내기때도 같은 방식이다.이른바 농기계의 공동이용방식은 이 마을뿐만 아니라 일본 대부분의 농가가 생활화돼 있다고 한다.농협은 이때「농기구공동이용」이라는 복덕방구실을 한다는 것이 후지쿠라씨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농기계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그는 지난해 건조기 3대를 사기 위해 년리 4%짜리 시설자금을 농협으로부터 융자받았다.기계화영농을 위해서라면 정부·농협단체가 발벗고 나서는 것이 일본이다.매년 2백만엔정도를 갚아나가고 있었는데 이자가 싸 별다른 걱정은 없다고 했다. 그가 심은 품종은 지난해 모두 5종류.북해도에서 가장 맛좋고 비싼「기라라397」「유키히카리」등이 주종이다.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기라라397은 지난해 3할만 심었다.가격은 좋지만 냉해에 약한 기라라를 조금밖에 심지않았던 것이다.때문에 지난해 일본 전역을 강타한 냉해피해를 최소화했다.선견지명보다는 후지쿠라씨의 철저한 영농관리덕택이었다. 그가 9년째 쓰고 있는 영농일지도 품질개선,생산비절감에 큰 몫을 했다.일지에서는 후지쿠라 논의 특성등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하우」가 듬뿍 담겨져 있다.한 날짜에 3년분을 나란히 적게 돼 있는 영농일지에는 날씨부터 모판의 준비상황,비닐 씌우는 요령,품종의 성장과정등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때문에 방제·방충요령은 물론 예상되는 피해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양질의 쌀을 생산해도 미국·태국등 다른 나라 쌀에 비해 평균 5배이상이나 비싼 쌀이 가격경쟁이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걱정없습니다.외국쌀도 맛이 있지만 안전도가 떨어지고 일본밥맛이 나질 않지요.딱 한가지 걱정은 일본내 전자밥통회사가 외국쌀로 일본밥맛이 나게 만드는 일이죠』
  • 카오스 문명에서의 관리기법/신재인(서울광장)

    현대과학의 발달과정에서 최근 도입된 혁명적인 두가지 개념은 혼돈(카오스)이론과 퍼지이론인 것 같다.과학이 궁긍적으로 묘사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의 질서이며 이 질서는 단순하고 규칙적이고 명확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기존개념을 이 두이론은 부정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자연은 우리가 교육받은 일반개념처럼 그렇게 정확하고 규칙적이지만은 않다.일출일몰의 아름다운 광경에서부터 아지랑이 솟아오르는 봄바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전과 동일한 것은 없고 반복되지도 않는다.자연은 애매모호하고 복잡한 것이 그 참모습인 것 같다. 그래서 컴퓨터라는 막강한 동반자를 옆에 끼고 있는 현대과학은 옛날에는 의식적으로 기피해 버렸던 불규칙하고 무질서하게 보인 자연의 속살을 이제는 파헤치고 있으며 여기에서 카오스와 퍼지이론이 싹트게 되었다. 그러나 이 두 이론에서 새삼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은 불규칙하고 혼란스러운 그 자연속에서도 내면적으로는 역시 아름다운 단순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불규칙적인 혼돈,예를들면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모습과 번개치는 모습,바람과 물이 흐른 모양,이런 것은 우리에게 일정치 않고 매우 혼돈스러운 것이지만 실제 그 내부에는 단순질서로 꽉차있으며 단지 전지전능한 신이 그때그때 결정하는 몇개의 불확정된 인자만이 있다는 사실이다.그래서 현대과학의 새로운 두개념은 신이 결정하는 그 인자를 적절하게 유추해서 그 흉내를 내어봄으로써 자연 그 실체를 좀더 가깝게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과학의 접근방법은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문명,즉 혼돈스럽고 불확정시대의 현대문명을 해석하고 관리하는 방법으로도 적당할 것 같다. 현대문화는 과학의 발달로 조그마한 취락문화나 단순 동일 인종문화에서 벗어나 전세계가 한 지역이된 복합문화로 이미 진화되었다. 이에따라 현대사회의 구조를 깊이 살펴보면 옛날처럼 정치·사회·경제·과학·국방·환경등의 각 분야가 독립적 변수로 각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서로 서로가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어서 무질서한 카오스를 창조해내는 복합문화로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그래서 이제는 어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분야가 서로 협력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도록 되었다. 따라서 옛날의 방법들,즉 각자의 전문분야가 독립적으로 존재해서 자기분야만의 목적달성을 위해 가족적 분위기를 조성하던 그러한 방법은 쓸모가 없게 되었다.이제는 현대과학의 새로운 개념,즉 카오스와 퍼지개념을 통해 우리가 터득했던 그 진리를 실제의 사회생활에도 적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그 진리를 압축하면 다음 세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첫째 현대문화의 문제는 그 자체를 복합적이고 불규칙적인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한가지 문제를 너무 단순화 시켰을 때에는 정확한 해결점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두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단순한 질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즉 복합적인 사회문제에서도 중요변수만을 뽑아내 간략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번째로는 고정된 개념으로 문제를 풀지말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신이 주는 그 재량권을 흉내 내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카오스적 문명을 관리하기 위한 이러한 개념이 실제로 경제분야에서는 훌륭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본다. 최근의 경영형태는 옛날처럼 연구·생산·판매·기획·관리분야들이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다. 반면에 바로 일이 발생된 그 현장에 「복합요소」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높고 낮은 사람들이 모여 「단일팀」을 만들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유연한 해결책」을 서로 머리를 맞대어 도출함으로써 바로 그 자리에서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즉시해결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기업은 최근 수평적경영,리엔지니어링,다운사이징으로 표현되어 집합적,총제적,단순현장관리 경영기법으로 설명되고 있다.그리고 이러한 복잡한 카오스문명에서의 단순현장관리기법은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과학기술·교육·국방·환경등 다방면에 파급되어 적용되어 훌륭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철저한 한국인 먼저 되자/한영우(일요일 아침에)

    UR태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국가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그 방법으로서 국제화,세계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세계인이 되자는 캠페인도 일어나고 있다. ○설부른 국제화 경계 경제의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에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그런데 그 방법이 국제화,세계화요,세계인이 되자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이제는 국가니 민족이니 우리 것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걷어치우고 외국의 흉내나 내면서 살자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UR로 상징되는 세계질서의 새로운 개편이 우리에게 희망과 기회를 키워주는 측면도 있지만 아직 경제,기술분야에서 뒤져 있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더 크다.특히 초강대국 일본·중국과 함께 동아시아 경제블록에 묶이게 될 가능성이 큰 우리의 경우는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존전략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이러한 시기에 섣부른 국제화,세계화는 제2의 망국으로 갈 위험성도 적지않다. 밖으로 나갈수록 집안단속을 잘하고 철저한 정신무장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상대를 잘 알고 나를 잘 알아야 백전백승한다는 손자의 병법도 있지 아니한가.원심력이 커질수록 중심을 잡아주는 구심력이 똑같은 비중으로 커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구심력에 대한 방안은 없이 원심력만 키워 놓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진단할 때 흔히 빠지는 오류는 구심력의 바탕이 되는 민족문화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간과하는 일이다.다시 말해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전통문화가 심하게 파괴된 나라가 없다.이는 유물의 파괴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전통문화에 별 가치를 두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법고창신정신 필요 새로운 것은 옛 것을 배우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 철칙이다.이것이 이른바 법고창신이요,서양식 말로 르네상스다. 우리가 지금 전세게를 무대로 열심히 뛰면서도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법고창신의 정신이 부족한데 원인이 있다.일본이 앞서가고 있는 것은 일본상품 밑에 일본혼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일본처럼 전통문화가 잘 보전되어 있고 그것을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문화,특히 민족문화를 소홀하게 생각하면서 과학과 기술을 장려한다고 갑자기 창의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세계인이 되기 전에 먼저 철저한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세계가 따로 있고 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한국속에서 세계를 찾아야 한다.세계는 공간적으로만 존재할 뿐이며 그 내용은 여러민족,국가의 다양한 특수성의 복합체일 뿐이다.그 특수성이 공간을 초월하여 공감을 얻을 때 세계적인 것이 된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특수하면서도 세계적 공감을 얻을 것들이 무수히 많다.우리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강대국 중심으로 개편될지도 모를 세계질서를 정의롭게 바로잡을 새로운 가치관의 창조까지도 내다보아야 한다. 사람은 배고플 때는 빵을 그리면서 살지만 생활이 넉넉해지면 이상을 찾아서 산다.지금은 이상을 세울 때다. 강대국을 쫓아가는 것이 반드시 이상은 아니다.그 이상의 모델은 조그만 나라에서도찾을 수 있고 가까이 우리 조상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다. ○문화복흥 서두를때 우리는 이웃 나라와 평화공존하면서 당당하고 선진적인 문화국가로 살아온 역사전통이 있다.천만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문화자산을 물려받고도 이를 활용할 줄 모른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UR태풍이 몰아닥친다 해서 국제화,세계화를 서둘 일이 아니다.오히려 신토불이의 정신을 농산물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교육·문화 각 방면에 확산시켜야 한다.이제야말로 민주문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즉 문화경제가 뿌리를 내려야 할 때이다. 그리고 법고창신의 문화복흥을 서두를 때이다.
  • 미 국무장관의 졸음/이경형 워싱턴특파원(오늘의 눈)

    빌 클린턴미대통령은 9일 취임후 첫 유럽외교길의 첫 행사로 브뤼셀의 15세기풍 시청홀에서 유럽각지로부터 온 2백50여명의 젊은 정치지도자들을 상대로 열띤 연설을 하고 있었다.홀 벽면에 조각과 호화로운 벽걸이융단이 가득한 장내는 격조높은 유럽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나토정상회담의 전야제 격인 이 자리에서 클린턴은 『금세기 중요한 안보문제에 도전이 있을 때마다 우리와 유럽은 동반자로서 함께 힘을 모았듯이 이제는 「더 넓어진 유럽」을 군사협력,번영된 시장경제,역동적인 민주주의로 엮어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안보를 건설하는데 다같이 동참하자』고 열변을 토했다. 이즈음 단상의 귀빈석에 앉아있던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은 생중계 TV카메라가 연신 자신주변을 맴도는 것도 모르고 계속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수행하는 주무장관이 첫 행사때부터 꿈나라를 헤매고있는 사진이 10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외국에서 중요한 연설을 하고있는데 외무장관이 단상에서 꾸벅꾸벅 졸았다면 청와대는 말할것 없고 우선 야당과 언론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하며 흥미롭게 관련기사를 자세히 읽어내려갔다. 『만약(대서양을 가로질러 오느라)클린턴이 휴식이 필요했다면 크리스토퍼 역시 낮잠이 필요했을 것이다.한 라디오 논평가의 지적처럼 크리스토퍼는 이미 그 전에 대통령말씀을 모두 들었을 것이다』(때문에 또 듣기가 지겨워 졸았을 것이다) 다른 측근들은 『그는 깊은 상념에 빠져있었다』『밤새 일을 했기 때문에 좀 쉬어야 했었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여유있는 논평은 마이크 매커리국부무대변인의 입에서 나왔다.『그는 아마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흉내를 내고 있었을 것이다』(부시대통령시절 백악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코크로프트는 회의나 대통령연설때 잘 졸기로 악명높아 부시가 공개적으로 그를 놀려주곤 했었다) 누구의 발언에도,어느 신문기사에도 크리스토퍼장관을 비난하는 대목은 없었다.여유가 없고 살벌하기까지 한 우리 정치문화와는 너무도 다른 「유머와 여유가 넘치는」미국의 정치문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 모두 국제화를 말하지만…/황병선(데스크 시각)

    해마다 연말이면 예외없이 지면을 장식하는게 「국내·외 10대뉴스」지만 금년에는 유독 국외 10대뉴스가 강하게 눈길을 잡아끈다. 명암과 희비가 엇갈리기는 예년이나 매한가지다.그러나 93년 한햇동안 이 지구촌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한결같이 단발성으로 스쳐가 버린것이 아니라 앞날을 향한 큼직한 변화들을 잉태한 것들이어서 가볍게 시선을 돌릴수 없게한다. ○지구촌 대변혁 예고 국내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문민정부 출범과 이에따른 「변화와 개혁」 소용돌이 속에서 훌쩍 한해를 보낸것으로 요약된다.공직자 재산공개파동 율곡사업 비리감사 슬롯머신­카지노 배후수사 사정회오리 그리고 금융실명제실시,이렇게 하루도 조용한 날없는 「신한국 창조」의 1년이 흘러간 것이다. 우리는 그 한햇동안 변화,개혁이라는 단어와 함께 「국제화」를 또하나의 가장 친숙한 단어로 만들었다. 국내 상황때문이기도 했지만 변화 개혁 국제화 강조는 21세기를 맞이하는 지구촌의 대변혁 용틀임에 따른 당연한 흐름이기도 했다. 소비에트련방,동구의 붕괴로 냉전시대의 동서이데올로기 대결구도가 깨지면서 따뜻한 세계평화가 도래할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구촌의 평화가 그렇게 만만하게 이뤄질수 있는 것이 아님을 93년은 입증해 주었다.정치 대신 경제다.발빠른 선진국들은 낮아진 정치적 국경선을 떼지어 넘나들며 장사 이문 챙기기에 나섰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경제지역(EEA)같은 지역경제블록들이 등장하더니 끝내는 우루과이 라운드타결로 유엔보다도 힘이 센 세계무역기구(WTO)가 나타나게 됐다. 그사이 우리는 세계로 눈을 돌리자며 나름대로 국제화를 학습했다.그러나 본격적 테스트 결과 「숲을 못보는」 우리 국제화 안목의 비실용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우루과이 라운드를 「쌀 라운드」정도로 대처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화,국제화를 말한다.외국사람들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흉내내는 것을 국제화로 착각하기도 한다.외국풍물을 선호하고 우리 고유의 것을 멀리하는 식의 「스타일」에서 국제화를 찾으려 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한국,우리의 국제화는 비실용적인 구호차원에 머무는인상이다. ○UR결과를 거울로 우루과이 라운드가 예고하듯 지구촌에서 국경선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국제문제를 다루는 공무원이나 대기업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국제적 식견」을 갖지 못하면 어느분야에서건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온것을 뜻한다.적당주의나 억지가 통하지 않는 합리주의와 자유경쟁이 국제화의 대원칙이다. 중소 생산업체가 조그만 상품을 하나 생산하더라도 그 제품의 국제적 품질수준을 생각하며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국제수준에 뒤떨어지는 상품을 생산하면 곧바로 값싸고 우수한 수입품에 밀려 쓰레기가 돼버릴 것이기 때문이다.국가나 대기업차원만이 아니라 호텔종사자,택시기사들까지도 국제급 서비스라는 높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자연도태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리게 될것이다. 한마디로 어물어물 적당히 넘어가는 것을 체질화한 근로자라면 곧 일자리를 잃게되고 그런 사람이 많은 회사는 문을 닫게 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대학생들도 졸업만하면 그만이라는 우물안 개구리 사고는 털어버려야 한다.세계각국 대학생들과의 실력경쟁에서 지게되면 대학졸업이 아무 의미가 없는 시대가 도래할 테니 말이다. ○“세계와 경쟁” 인식을 학자,공무원,예술가,기업인,심지어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한반도안 경쟁의 테두리를 벗어나 각자가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한다.여기서 「국제수준에 맞는 한국적 행동양식」을 찾아 체질화할때 바로 그것이 참 국제화일 것이다.
  • 「서울토박이」(외언내언)

    토박이는 본토박이와 같은 말로 대대로 그땅에 나서 붙박이로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고 국어대사전에 쓰여있다.요즘과 같은 변화하는 세상에 이런 토박이는 없을 것 같다.하물며 변화의 화신과 같은 서울에서야….그래서 「서울토박이」는 거의 없다고 얘기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전래의 풍습도 점점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각지방에서 올라온 타지역사람들이 많은데다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함께 살면서 그들의 독특한 각지역 문화가 섞여버렸기 때문이다. 각지역의 향토음식들이 서울에 몰려 제맛을 잃고 그런가하면 서울의 표준어에 사투리가 섞이는 갖가지 혼재현상을 보이고 있다.제것도 서울것도 아닌 이상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정도6백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서울토박이찾기사업」을 벌이기로 한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준시점을 1910년으로 하고 「그이전에 한성부에 정착한 이후 현서울시 행정구역내에서 계속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서울토박이」로 규정하고 있다. 1910년은 한일합방의 해로 그때인구이동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도시규모가 커져 그이전 사람들에 대해서는 검증도 어렵고 또 근거가 될수있는 문서도 없어 최소한 이때부터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서울 뿌리찾기분과위 관련자는 전한다. 이런 「서울토박이」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수 있다.옛날에는 이랬는데 요즘은 볼수가 없다거나 물장수·생선장수의 모습을 흉내내고,마포나루터얘기를 신명나게 떠드는 사람들이다.이들로부터 서울의 옛얘기를 듣고 서울말·풍습자료를 모으면 그것만으로도 뜻이 있을 것이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토박이라는 어휘의 약간은 투박하고 시골적인 느낌을 산뜻한 도시감각으로 바꾸면 어떨까.미국의 「뉴요커」,프랑스의 「파리장」,일본의 에도코(강호자)가 있고 우리말로는 서울내기가 있다.
  • 부재자표 대리투표 미 주상원의원 당선

    ◎타주이주 유권자 서명 위조,교묘히 표 조작/낙선 공화당후보 제보로 언론이 추적… 폭로 지난 2일 실시된 미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선거에서 민주당 인사가 부재자 투표를 조작해 당선된 사실이 뒤늦게 폭로돼 미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에 의해 밝혀진 이 사건은 더욱이 공화당이 이를 문제삼아 백악관의 직접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서 클린턴 대통령에게도 적지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에 대해 처음 의혹을 제기한 것은 패배의 쓴잔을 든 공화당 소속 부르스 마크스 진영이었다.민주당 윌리엄 스틴슨 후보에 근소한 차로 패한 후 아무래도 뭔가 미심쩍어 인콰이어러 취재진에 이를 캐도록 제보한 것. 신문사로서는 당연히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으며 10여명의 사건기자를 집중투입해 추적한 결과 이처럼 어마어마한 부정을 확인했다는 것이 딕 쿠퍼 제2사회부장의 설명이다. 인콰이어러지에 따르면 마크스 후보는 일반투표에서 5백66표나 스틴슨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부재자투표 집계결과는 유효 1천7백57표 가운데 1천3백91표가 스틴슨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결과가 이처럼 정반대로 나타났으니 공화당쪽에서 의혹을 제기한건 당연했다. 그러나 투표조작 수법은 별로 치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펜실베이니아에 살다가 다른 주로 이사한 중년층 이상이 주요 목표가 됐는데 본인 모르게 스틴슨 후보을 지지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쿠퍼부장은 이들 유권자가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또 먹고 살기에 바쁠 것으로 판단돼 주로 악용된 것 같다면서 상당수는 선거가 치러진 사실조차 모르더라고 혀를 찼다. 스틴슨 진영은 선거인명부에 나타난 부재자명단을 입수,기록된 서명을 교묘하게 흉내내는 방법으로 표를 조작한 것으로 폭로됐다. 이번 사건은 특히 선거부정이란 상상조차 못할 「지상 최고의 민주주의국가」를 자처해온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 벽난로/겨울철 따스함·자연의 멋 조화

    ◎모양에 따라 매립과 노출형 2종 구분/비용 170만원∼300만원선… 비싼게 흠 추운겨울,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포근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난방기구로는 벽난로가 으뜸이다.「타닥 타닥」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아름다운 불꽃색이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자연의 멋과 정취를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난방효과와 함께 멋스러움을 느낄 수있는 벽난로는 그러나 설치비용이 만만찮다는 단점이 있다.마감재와 화구의 크기등 공사여건에 따라 다르긴 하나 벽돌및 자연석으로 마감할 경우 최소 1백70만원 이상,대리석같은 경우엔 3백만원이상이 든다. 그러나 전문시공업체에 맡길경우 영구적이고 또 이사때에는 해체해서 재설치할수도 있어 요즘에는 상류층이 아니더라도 멋을 즐기려는 실속파들이 많이 찾는 추세라고「삼진벽난로」 정현진과장은 설명한다. 다양한 재질,디자인으로 실내장식효과를 살리는데도 한몫하는 벽난로는 형태에 따라 크게 벽의 내부에 난로를 넣는 매립형과 주물로 만든 원추형의 난로를 실내공간에 따로 설치하는 노출형으로 구분된다.땔감에 따라서는 전통적인 장작용외에 도시생활의 편리함을 살린 LNG·LPG가스용,전기용,장작·가스겸용등 4가지로 나뉜다. 단독주택이나 빌라·연립주택은 장작및 가스벽난로의 설치가 가능하나 공동주택관리법의 규정을 받는 아파트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히터를 장착,겉모양만 흉내낸 전기용.아파트에 사는 알뜰주부들은 60만∼1백만원하는 전기벽난로 본체만 사서 직접 벽돌로 구조물을 쌓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고. 연료비는 장작의 경우 한겨울을 나는데 1t트럭 1대분(25만원선)이 필요하며 시공회사에 주문하면 배달도 해준다.가스는 한달에 2만원선. 벽난로 전문 시공업체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축자재상가 일대에 몰려있어 설치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국경없는 경쟁… 세계시민을 키우자/선진화의 길 특별대담

    ◎교육제도 근본 혁신… 창의적 인재 양성/흉내내며 뒤좇지 말고 흐름 선도해야/“모르면 당한다”… 언어·문화장벽 극복 서두를때/김호길 포항공대 학장/이상우 21세기위원장·서강대 교수/ 경제전쟁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국제경쟁에서 이기고,다가오는 21세기를 주도하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위해 선진화와 국제화가 국가적인 주요과제가 되고있다.오늘날 우리는 과연 어느 수준에 있으며 선진화·국제화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김호길 포항공대학장과 이상우 21세기위원장(서강대교수)의 대담으로 선진화·국제화의 방향과 과제등을 들어본다. ▲이상우위원장=최근들어 선진화와 국제화가 우리의 주요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이 시대 우리에게 왜 선진화·국제화가 꼭 필요할까요. ▲김호길학장=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한 이웃이 됐고 그 이웃을 무시하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정치적으로는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니까 이웃국가와 더 가까워져서 경쟁이 나라안이 아니라 나라간에 더욱 치열해 졌습니다.이런 상황에서 경쟁에 이기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진화와 국제화가 필수적입니다. ▲이위원장=옛날에는 같은 우물을 먹는 사람이 이웃이고 같은 냇물로 농사짓는 사람이 고을을 이뤘습니다.그러나 이제는 전세계가 이웃이고 활동무대입니다.한마디로 지구화되고 있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위해 국제화의 필요가 절실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선진화·국제화 일까요. ▲김학장=글쎄요.국제화하는 것이 선진화의 길이며 국제화란 곧 나라나 언어의 장벽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닐까요.전세계를 의식하고 세계를 이용한다는 생각으로 합리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이위원장=국제사회의 보편적인 행위준칙을 따르는 것이 국제화나 개방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우리의 사고방식을 지금까지의 국가단위에서 인류가 다같이 추구하는 수준으로 넓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태평양의 어느 곳의 해양오염이나 시베리아의 삼림도 우리 문제라는 세계시민의식을 가지는 것이 곧 국제화라는 말입니다. ▲김학장=인도네시아인의 생활도이해하고 미국 흑인의 전통적인 사고방식도 역지사지로 생각해야 합니다.민족과 국경을 초월해 서로 존경하고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 국제화의 기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위원장=그렇습니다.바깥세상의 행위준칙을 국내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떼어놔서는 안될 것입니다.천안문사태때 중국 고위관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그 관리가 『우리 애들 종아리 좀 때리는데 왜 태평양 저쪽에서 난리냐』고 불평을 하길래 제가 『세계시민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대답해줬습니다. ○제2의 개화를 ▲김학장=19세기말 일본은 서양과 조약을 맺으며 국제조약이 뭔지 몰라 잔뜩 사기를 당했습니다.그뒤 일본은 똑같은 방법으로 구한국과 협약을 했고요.국제 준칙과 관행을 배워야 합니다.최소한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겠죠. ▲이위원장=19세기말의 국제화는 바로 개화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개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열강에 몰리고 식민지와 분단 및 미군정 등 여러가지 수모와 고통을 겪었지 않습니까.18∼19세기 서세동점 시대에 문닫고 국제화에 신경쓰지 않는 바람에 우리보다 한 50년 먼저 국제화한 일본에 당했습니다.그런데 요즘 국제화는 전세계로 빨리 뛰어나가 공장을 짓고 무역을 하는 등 세계사의 흐름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과거와는 다른 제2의 국제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아무튼 제2의 국제화에선 결코 뒤지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의 선진화·국제화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요. ▲김학장=기업은 비교적 국제화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선진시장에 수출할 생각으로 물건을 만드니 어느정도 국제화의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겠죠.가장 후진적인 분야는 학계·교육계입니다.과학기술분야는 말하기 비참할 정도입니다.1920년대의 일본 정도라고나 해야 할지…기술이란 것은 사람의 능력입니다.남해에 석유가 발견되면 우리나라는 부자가 되겠지만 당장 능력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기술은 한세대안에 나올 수는 없는 겁니다.2000년대에는 우리도 G­7에 들어간다거나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이는 기술과 교육을 너무 얕보고 역사발전을 너무 쉽게 보는 것입니다. ▲이위원장=전적으로 동감입니다.사회과학 계통을 보면 동경제대에서 교육받은 우리 세대가 21세기 세대에게 강의하고 있는 형편입니다.다행스러운 것은 해방직후 한반도에 대학이 하나 밖에 없었으나 이제 대학이 1백51개나 되고 90%나 되던 문맹률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입니다.그러나 대학이 1백51개나 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이것도 대학이냐하는 자괴감이 듭니다.1백년 앞을 내다보는 일이 교육이라고 했습니다.그런데도 교육이 너무 눈앞만 내다보고 있지 않나 염려됩니다. ○눈앞만 봐서야… ▲김학장=교육의 첫째 조건은 교육자가 최선진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그래야 피교육자가 빨리 자랍니다.동경대 초창기에 물리학교수를 영국에서 모셔와 영어로 강의를 했습니다.거기서 길러진 졸업생들을 영국으로 유학보내 교수자격을 갖추게한뒤 다시 데려와 일어로 강의를 하도록 했습니다.이들에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급성장을 했죠.이에비해 우리는 그동안 독학하다시피한 교수가 대학을 만들고 다음세대를 가르치는 식이었습니다. ▲이위원장=농부는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듬해 뿌릴 씨는 보관합니다.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나쁜 씨만 남겨놓고 좋은 종자는 다 먹어버리는 대책없는 일을 저질러 왔습니다.그래도 생활양식면에서는 국제화가 많이 된 셈입니다.각종 제도도 그런대로 국제화의 흉내는 내고 있습니다.그러나 제도는 남의 것을 베껴 놓았으나 의식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헌법은 제일 좋은 것을 베껴놓았으나 민주화가 안되는 것은 의식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눈에 안보이는 우리의 의식을 어떻게 국제화해나가느냐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김학장=기술운영 능력은 한두 세대가 가야,그것도 열심히 노력해야 이루어지는 것입니다.결국은 교육밖에 길이 없습니다.교육은 서두르는 것보다 느긋하게 미래를 위한 바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국제화에 필요한 교육은 상대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합리주의적인 사고를 갖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또 국제화에 대비,실용적인 외국어교육을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인구도 큰 자원 ▲이위원장=세계사의 큰 흐름에 따르는 것이진보입니다.예컨대 한자를 없애는 것이 애국이라는 생각은 얼마나 속좁은 소견입니까.일본이 명치시대에 그 많은 서양의 어휘를 한자어로 바꿔 놓았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한자문화권인 한·중·일 3나라만 모국어로 대학 강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당시 일본에서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말한 「리베르테」라는 용어를 10년 동안 여러가지 후보작을 시험하다 오늘날처럼 자유라는 단어로 정착시켰습니다.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의 주요대학 강단에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외국인이 한국에서 교수 노릇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이런 풍토에서 하루가 달라지는 세상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겠습니까.빨리 의식을 국제화하는 국민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김학장=같은 생각입니다.필요하다면 소련사람이든 유태인이든 흑인이든 과감하게 데려와 배워야합니다.대학입시를 비롯한 교육제도는 개혁이 아니라 근본부터 완전히 혁신해야 합니다. ▲이위원장=물론 의식의 국제화를 우리 것은 버리자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됩니다.우리 고유문화를 인류의 보편적인문화와 접목해 국제화·선진화하자는 것입니다.국제화를 위해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김학장=한 노벨상 수상자가 인간자본(HUMAN CAPITAL)이란 말을 썼죠.옛날에는 자원이 많고 인구가 적어야 부국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호주나 남미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이 더 부국입니다.결국 교육을 잘시키면 인구도 큰 자원이 됩니다.즉 선진화·국제화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과제의 핵심입니다. ▲이위원장=그런 측면에서 남북한 겨레와 해외교포 7백만을 포함해 8천만 한민족을 잘만 활용하면 우리도 선진국으로 충분히 발돋움할 수 있을 겁니다.이 시대를 사는 지식인들이 그동안 남의 탓만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소홀한 점을 자성하는 한편 국민을 계몽하는데서 국제화와 선진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모두가 반성을 ▲김학장=1백년 앞을 생각하면서 현실의 급한 일도 해결해야 합니다.맡은 분야에서 국제수준과 비교해서 반성을 해봐야 합니다.기업은 물건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드는가.교수는 국제수준의 논문을 낼 수있느냐.한번씩 돌아보고 보완하고 자책하는 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위원장=좁은 나라 안에서 옆의 동료와만 비교해 질시하는 따위의 자해행위는 그만둬야죠.비교기준과 척도를 국제사회로 삼는 것이 국제화의 첫걸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력을 얘기할 때 군사력이 제일 중요한 요소로 치부되었습니다.10여년전부터는 경제력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만 21세기는 문화수준이 관건입니다. ▲김학장=결론적으로 선진화·국제화를 위해서는 보다 창의적인 인간을 길러야하며 이를 위해 교육이 중요합니다.모방도 철저하게 잘 하는 것이 필요하고요.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병행해서 장기적으로 무엇이 중요한가를 염두에 두고 국제경쟁력을 기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 “미망한 중생에 자비 남기시고…”/성철 큰스님 영전에

    스님! 종정 큰스님! 스님의 원적소식에 소승은 망연자실,넋을 잃어버렸습니다. 스님의 카랑카랑한 원음이 퇴색한 지금,우주는 동강나고 삼라만상은 고요히 잠들어 버렸습니다.스님이 떠나가신 이제,온통 세상은 스님의 열반소식으로 세인들은 애도의 하루를 보냈습니다.스님이 계시지 않은 지금,등불잃은 캄캄한 밤중에 눈멀고 귀먹은 중생들은 슬픔을 못이겨 그저 멍하니 텅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따름입니다. 스님.종정 큰스님!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법문으로 미망한 중생들의 귀를 열어주고,칼날같은 법어로 후학들을 일깨워주신 그 크신 도량을 그 누가 뒤따르겠습니까.스님은 근세불교의 지도자일뿐아니라 인류의 스승으로 부처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하늘을 우러러 보아도 천당과 극락은 하늘위에 있지 않습니다.우리가 걸어다니는 발밑이 천당이요 극락이니,다만 서로 존경하고 사랑함으로써 영원한 행복의 세계가 열립니다」라는 그렇게도 알기쉽게 일러주신 법어에서,무상대도의 참모습을 저희들에게 보이셨습니다. 스님의구구절절의 활구는 인간은 물론이려니와 날고 기는 짐승에 이르기까지 들려주신 자비의 원음이셨습니다.스승을 여읜 저희들은 스님께서 일궈놓으신 그 길위에서 아픔을 딛고 정진하여 스님께서 늘상 걱정하시던 분별을 세우는데 힘을 모으겠습니다. 환귀본처하신 스님. 스님 너무 오래 극락에 머무르지 마시고 이내 저희 곁으로 다시오셔서 미혹에 빠져있는 중생들을 건져주시옵소서. 나무아미타불.
  • 국감장의 「이덕화시비」/김경홍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인기 연예인 이덕화씨가 국정감사에 나흘간 등장했다. 이씨는 20일 국회 문화체육공보위의 국감장에 나타나 민주당의 박지원·임채정·채영석·국종남의원을 만나고 돌아갔다. 21일에는 박종웅·강선영의원(민자)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다. 국감과 별 연관이 없을듯한 연예인 이씨가 왜 이틀간 계속해서 국회의원들과 접촉했을까. 이씨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월요일인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날 방송위원회에 대한 문공위의 국감에서 박지원의원은 『이덕화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김대중후보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는등 장애인을 우롱하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런 연예인은 방송출연금지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19일 KBS에 대한 감사에서 임채정·채영석의원은 이씨를 최고 출연료까지 주어가며 역사적으로도 존경받지 못하고 개혁시대에 부적절한 소재인 「한명회」(KBS가 제작중인 드라마)역할에 발탁할 수 있느냐고 매도했다.20일 공보처에 대한 감사에서도 국종남의원은 『1백회 방영예정인 한명회라는 드라마를 30회 정도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충고했다. 21일 문화체육부에 대한 감사에서 박종웅의원은 『이덕화씨는 특정후보를 비방하거나 장애인흉내를 낸적이 없으며 당시 그 발언에 대한 진상이 정확한 기사로 보도됐다』면서 『이러한 문제로 억울한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동료의원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양해를 당부한다』고 반대입장에 섰다. 결국 이씨는 이날까지 문공위 국감에 4일간 연속 출연한 셈이 됐다. 이씨는 지난 대선에서 김영삼후보를 지원했고 보궐선거때는 박종웅의원을 지원했다.민자당에는 고운털이,민주당의원들에게는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이씨는 20일 민주당의원들을 만난뒤 기자실에 해명자료를 배포하려고 했으나 박지원의원이 「내가 대신해서 기자들에게 해명해 주겠다」고 해서 돌아갔다.그러나 민주당에서 일언반구도 없어 21일에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전해왔다. 어느 의원의 주장이 옳은지는 지금 알 수 없다.증거를 확인할수 없을 뿐 아니라 이씨 본인이 공식적으로 해명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정인을 마구잡이식으로 매도하고 반론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 TV광고 흉내,여동생 세탁기 넣어(조약돌)

    ◎아버지가 고발… 25일부터 선전중지 ○…세탁기를 선전하는 TV광고를 보고 동생을 세탁기안에 넣은 사건이 발생,방송윤리위원회가 이 광고에 대해 방송중지조치를 내렸다. 18일 대한주부클럽 청주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쯤 청주시 봉명동 1593 권오덕씨의 아들(8)이 세탁기속에 사람이 빨려들어가는 삼성전자 퍼펙트세탁기 TV광고를 보고 5살난 여동생을 세탁기안에 넣어 돌리려다가 권씨에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를 본 권씨는 이 광고가 어린이들의 모방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문제점이 있다는 내용의 고발을 소비자고발센터에 냈었다. 이에따라 소비자고발센터측은 즉시 방송윤리위원회에 고발장을 전달했고 방송윤리위원회는 「광고모델이 세탁기안에 빨려 돌아가는 것처럼 광고를 하는 장면은 어린이들에게 모방심을 불러 일으켜 위험하다」고 판단,오는 25일부터 광고방송을 중지하도록 했다.
  • 사회방언/이재식시인(굄돌)

    언어란 사물을 표현하는 기호이지만 음성이나 문자를 통해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고 전달하는 사용자간의 공약이다. 모든 사물과 역사가 그러하듯 언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천해 왔고 또 변천해 간다.같은 맥락에서 문화의 유입과 방출에 대한 처음과 마지막이 언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언어 사용의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한다.민족의 일원으로서 자국어를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결론은 같다. 근대 언어학의 건설자인 소쉬르의 「시대 언어상태」를 들추지 않더라도 방언은 어떤 언어에나 있게 마련이다.같은 의미의 언어라도 강이나 산이 가로 놓여 있는 경우,억양이나 뉘앙스가 달라지는데 이를 지역방언이라 한다. 사회방언이란,어떤 특수한 계층사이에만 사용하는 언어로서 그것이 개방적이며 모방적이라는 점에서 폐쇄적이고 창조적인 은어와는 다르다. 요즘 우리의 청소년층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는 사회방언은 다음 세가지 점에서 뜻있는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우선 사유와 논리가 없다는 점이다.문자보다 영상에 기울어진 이들은복잡하고 촘촘함이 귀찮아서인지 문장의 생략이 빈번하고 주어·술어를 무시한채 감각만을 중요시 하는 것같다.좋아하는 시를 말하게 하고 왜 좋으냐고 물으면 『좋으니까 좋다』며 말문을 닫아 버린다. 둘째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배운 비어·속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물론 익살과 유머,재치를 자랑하는 청춘들이 또래간의 대화중에서 사용하는 몇마디를 염려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흉내가 마치 유행의 첨단인양 자랑스런 표정이 걱정이라는 말이다.그들은 지금 차가운 이성위에 칼날같은 논리를 세우고 폭넓은 독서량으로 따뜻한 가슴과 인격을 성장시켜야 할 나이다.강한 개성과 주체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대목이다. 세째 말과 글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문장중 『큰소리로 웃었다』보다 『깔깔거리며 웃었다』를 선호하고 근데(그런데),그치만(그렇지만)이라고 주저없이 적는다.시와 신문의 사설보다는 카피 한줄과 구성을 무시한 채 무한히 사건만을 나열하는 무협소설에 심취해 있는 청소년들이다.이런 까닭으로 청소년이내일의 「훌륭한 시민」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방법과 평가에서는 더욱 현실이 중시되어야 한다. 이들이 기성인이 됐을때 이 나라 언어문화와 사회상에 대한 걱정이 소심하고 걱정많은 한 기성인의 기우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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