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휴지조각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 업무상 재해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 합동수사단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 보디가드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 오하이오주
    2026-03-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9
  • ‘게임 상품권’ 4000억대 휴지조각 가능성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의 부작용으로 상품권 퇴출이 예고되면서 ‘상품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상품권 발행업체가 상품권 환전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나타나고 있다.●상품권 폐지에 따른 후유증 만만치 않아 정부는 내년 5월부터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할 방침이다. 상품권이 없어지면 상품권 발행업체는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유통되고 있는 4000억원대의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선에서는 이미 동요가 시작됐다.22일 서울의 한 게임용 상품권 발행업체는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러 온 성인오락실 업주에 대해 “새 상품권 외에 돈으로는 줄 수 없다.”며 환전을 거부했다. 오락실 업주는 “오락실을 그만뒀으니 필요가 없다.”고 따졌지만 업체측은 “절대 돈으로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업주는 “발행업체에서도 환전을 안해 주고 보증보험에서도 안해 주니 큰 일”이라고 했다. 현재 성인오락실마다 1만장에서 2만장 정도의 상품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과 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경품용 상품권 발행 한도는 18개 업체(승인만 받고 발행은 하지 않는 1곳 제외)에서 96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00억원대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권에 지급보증을 한 서울보증보험이 발행액의 50%가량을 보증해 주게 돼 있지만 시장의 동요는 상당하다. 이와 관련,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현재 1900억원대의 담보를 확보한 상황에서 서울보증보험이 위기에 노출되거나 금융시장 혼란이 유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상품권 대란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품권 등 유가증권시장에 대한 신뢰하락을 우려, 서울보증보험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품권이 폐지되면 최대 피해자는 상품권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오락실 업주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이용자들은 쉽게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업주들만 환금성 없는 상품권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강대권 게임산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상품권을 보유한 게임장 업소의 줄도산이 예상된다. 적극적으로 상품권 폐지 반대운동을 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상품권이 폐지되면 과거처럼 이른바 ‘딱지 상품권’ 등 불법 상품권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상품권 발행업체 19개 현재 상품권을 발행하는 업체는 19곳이다. 이 가운데 상장사는 인터파크, 다음커머스, 세이브존I&C 등 3개사다. 이 회사들의 주가는 상품권을 발행한 뒤부터 상승세를 보이다 올들어 단속이 강화되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3개 상장사 중 가장 먼저 상품권을 발행한 곳은 인터파크로 지난해 8월1일 발행업체로 지정됐다. 당시 주가는 4200원대였으나 올 1월16일에는 1만 4250원(최고가)까지 치솟기도 했다.22일에는 전일보다 1.44% 내린 6120원으로 마감했다.이종락 전경하기자 jrlee@seoul.co.kr
  • [책꽂이]

    ●교육기계 안의 바깥에서(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태혜숙 옮김, 갈무리 펴냄) 해체론적 마르크스주의적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서술한 문화연구서. 인도 출신으로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의 거장인 저자는 초국가적 문화연구를 통해 미국의 다원주의 또는 다문화주의가 유포하는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한다. 저자는 오늘의 지구촌 현실에서 영어를 매개로 한 문화접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번역의 필요성과 효과를 집중 조명하는 ‘번역의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판의 정치학에서 이제 번역의 정치학 또는 협상의 정치학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3만원.●성서의 역사(크리스토퍼 드 하멜 지음, 이종인 옮김, 미메시스 펴냄) 13세기에 이르러 커다란 자이언트 성경 대신 휴대용 성서가 주류를 이루고 역사 속 언어가 돼버린 라틴어 대신 일상 언어로 성서를 번역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기존 교회는 이런 움직임을 엄격히 제지했다. 특히 잉글랜드에서는 위클리프 성서라고 불리던 영어 번역본은 이단으로 간주돼 책을 소유한 사람들은 모두 화형됐다. 성서의 다양한 판본을 중심으로 2000년에 걸친 성서의 기술적, 문화적, 역사적 변천과정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25년 간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중세 채색필사본 경매를 담당한 채색필사본·고문서 분야의 권위자.4만 5000원.●페르낭 브로델(김응종 지음, 살림 펴냄) ‘역사학의 교황’으로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저서 ‘지중해’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분석했다. 브로델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함께 현대 역사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프랑스 아날학파의 대표적 역사가. 개인, 정치, 연대(年代)만을 중시하는 기존 역사학에 반대해 집단, 사회, 구조를 탐구했다.‘지중해’는 16세기 지중해 역사를 다룬 책. 전통적 역사학이 단기적인 시간 속에 매몰된다는 점을 비판하며 장기지속·중기지속·단기지속이라는 시간의 세 층위에 입각해 역사를 바라본다. 자본주의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필요악’으로 비판하는 브로델은 불평등은 그 자체로 악이지만 불평등하지 않으면, 즉 위계가 없으면 흐름이 없어 정체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1만 900원.●세계사를 바꿀 달러의 위기(빌 보너 등 지음, 이수정 등 옮김, 돈키호테 펴냄)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미국은 공화국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전 세계 120곳에 군사기지를 둔, 로마제국 이래 가장 강력한 제국이 됐다. 이 책은 하나의 제국이 어떻게 성장과 발전, 절정과 쇠퇴기를 거쳐 붕괴에 이르는가를 역사와 경제를 접목시켜 살핀다. 고대 로마제국 쇠퇴기에 제국의 통화인 아우레우스의 금 함유량이 계속 감소했던 것처럼 달러도 가치가 하락하면서 종국엔 휴지조각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에서 제국은 영원할 수 없다.1만 7000원.●라인강변에 꽃상여가네(조병옥 지음, 한울 펴냄) 동백림사건에 연루됐던 공광덕 박사의 부인인 저자의 수기. 이화여대 교수로 촉망받는 음악가였던 저자가 동백림사건으로 전과자가 된 공 박사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독일에서 부부가 벌인 민주화투쟁, 암 선고를 받은 남편이 암세포를 굶겨 죽이기 위해 42일간 단식하며 투병생활을 했을 때의 심정 등이 담겼다.1만 1000원.
  • “청약통장 10년간 아꼈는데 가점제로 평수늘리기 무산”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청약기회를 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를 믿고 청약통장을 만든 사람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무주택 서민을 위해서는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청약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정부가 오는 2008년부터 청약제도를 청약통장 가입 순위가 아닌 가족 구성원·주택 소유·소득 여부에 따라 청약 우선순위를 정하는 가점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유무용론 공방이 뜨겁다. 청약통장을 활용,20평형대에서 30평형대로 넓혀갈 계획을 세웠던 1주택 보유자들의 성토가 가장 많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두고 20평형대에 살고 있는 유모씨는 “10년 동안 아껴온 청약통장이 ‘휴지조각’으로 변했다.”며 흥분했다. 유씨는 작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는 3년 뒤에는 30평형대 아파트를 청약할 생각으로 10년 전에 청약통장을 들었다. 아이디 evkang는 네이버 뉴스 댓글에서 “집만 있으면 무조건 1주택자로 간주, 일반1순위 청약 기회를 박탈하는 게 무슨 대안이냐.”면서 “강북 1억원 유주택자보다 강남의 10억원짜리 전세 사는 사람이 더 이득나는 가점제는 말도 안 된다.”고 따졌다. 실제로 오는 2010년부터 부동산 자산과 무주택기간을 연계해 평가하더라도 소형 1주택자들이 구제받기는 어렵다. 예컨대 2억원짜리 전세를 살던 사람은 ‘자산+무주택기간’에서 184점을 받지만 청약을 위해 1년 전에 5000만원짜리 집을 처분하면 ‘자산+무주택기간’에서 80점을 받는다. 사회적인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아이디 cloud인 네티즌은 “중·대형도 아니고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받는데 노부모까지 모셔야 당첨권에 넣어준다는 것은 억지다.”면서 “애들만 자라도 넓은 아파트로 옮겨가려는 요즘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감안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부양 가족이 없는 독신자, 단독 가구도 늘고 있지만 이들은 나이가 많아도 가족 구성원이 없어 당첨권에서 멀어지는 것 또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점제 찬성론자들은 사회 소외계층과 저소득무주택자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책을 옹호했다. 네티즌 backuisa씨는 “지금까지의 청약제는 돈이 있건 없건 운만 좋으면 당첨됐지만 이제는 가난한 사람을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것인 만큼 그래도 환영할 만한 제도”라고 말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사설] 사학법 재개정이 민심 아니다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진지한 협의’가 무슨 뜻인지, 지난 1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재개정을 논의한다’와는 또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 무엇보다 국회를 열 때마다 왜 이리 사학법을 놓고 치고 받아야 하는지 답답하다. 재개정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두 가지다. 각 사립학교에 도입키로 한 개방형 이사제를 수정, 사학재단의 이사 추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다. 또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강행처리된 만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사 추천권을 초·중·고 학교운영위와 대학평의원회에 부여한 조항은 사학법 자체라 할 핵심내용이다. 사학재단에 추천 여지를 두게 되면 개방형 이사제는 무용지물이 되고, 사학법은 휴지조각이 될 게 뻔하다. 강행처리 또한 한나라당의 실력저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다. 오히려 민심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다른 현안을 볼모로 삼은 한나라당에 매질을 가했다고 본다. 엊그제 여야간 정책협의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열린우리당이 먼저 제의했다고 한다.“국회법 절차에 따르자는 뜻일 뿐”이라지만 몹시 군색하다. 다른 법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에 양보하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학법은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개혁법안이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참패를 안긴 민의는 결코 사학법을 재개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개혁의 원칙마저 버리고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간다면, 이야말로 집권여당이기를 포기하는 자기부정이다. 사학법은 다음달 시행된다. 마땅히 시행돼야 하며, 문제점이 드러나면 이후 보완하는 것이 순리다. 여당은 남은 ‘집토끼’마저 잃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 짐바브웨 ‘돈 마구 찍다’

    짐바브웨 ‘돈 마구 찍다’

    두루마리 화장지 ‘한 칸’이 현지 화폐로 무려 417달러인 나라가 있다.1롤의 가격은 14만 5700달러(미국 달러기준으로는 약 69센트). 아프리카 동남부의 내륙국 짐바브웨 얘기다. 이 나라에서 현금은 무조건 사용하고 보는 게 낫다. 자고 나면 화폐가치가 5%씩 떨어지기 때문이다.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가히 ‘살인적’이다.1년새 914%가 뛰었다. 전시(戰時)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초인플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국경은 평온하다. 내전도 없다. 현지 언론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초현실주의’가 일상이 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수도 하라레의 현실은 무정부상태에 가깝다. 전기는 들어오는 날보다 끊기는 날이 많다. 수도는 오염과 악취로 수개월째 식수이용이 불가능하다.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거리마다 오물더미가 산을 이룬다. 해가 떨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도시는 암흑에 휩싸이고 어둠을 틈타 시민들은 가족의 시신을 동네 공터에 묻는다. 한때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경제 모범국이었던 짐바브웨는 10년 넘게 이어진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정부의 무분별한 화폐증발로 세계 최악의 인플레 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1일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발표한 ‘위태로운 국가’ 순위에서 이라크에 이어 5위에 올랐을 정도다. 결정적인 악수(惡手)는 2004년 민간 농장 2000여곳에 대한 압류조치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폐업하는 공장들이 늘어났다. 소비재 생산이 위축됐고 부족한 생필품을 수입하느라 외환보유고는 곧 바닥이 났다. 정부는 외화 마련을 위해 수조달러(짐바브웨 화폐단위)를 무분별하게 찍어냈다. 결국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400%나 됐지만 올해에는 1000%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6년째 권좌를 차지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연말까지 인플레를 200%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장기적 경기침체를 끝낼 비책을 갖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꿈 같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한 경제학자는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유일한 선택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돈을 더 찍어내는 것뿐”이라면서 “짐바브웨 국민들은 더 극심한 인플레를 견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현금이 휴지조각이 되기 전 곡물가루와 설탕처럼 돈이 되는 생필품을 사 모으는 게 일상이 됐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인척의 송금액에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들도 수백만명에 이른다. 뉴욕 타임스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살고 있는 짐바브웨인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돈은 한 달에 약 5000만달러(미화)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짐바브웨 국내총생산(GDP)의 17%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채권자가 괴롭힐까 겁나요

    Q불경기에 직장을 잃고 몇달 지난 뒤 새 카드를 사용하며 생활했습니다. 이 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다른 카드빚을 메우는 돌려막기를 하다 3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습니다. 주로 젊은 여성을 상대로 하는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썼는데, 이자가 부담됩니다. 이달에는 더 이상 빚을 낼 방법도 없는데, 독촉받을 생각을 하니 답답합니다. 카드회사, 대부업체 직원이 저를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을지 겁이 납니다. -한명금(34·여)- A채권자를 겁내시면 안됩니다.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하는 것을 채무자는 감수해야 하지만, 법이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렇습니다. 단순히 채무자에게 전화로 또는 우편으로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것은 채권자의 정당한 추심권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그렇지만 채무자를 해치는 일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시설과 인적 조직을 갖추고 밝은 햇빛 아래 영업하는 신용카드사나 대부업체 직원들이 채무자를 해하려고 한다면, 그 신용카드 회사나 대부업체는 간판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채권자의 추심은 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부실채권의 추심이 본질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은 이익을 주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채무자가 이행을 거부한 순간 채권자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채권이 액면금액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휴지조각이 되는 상황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 때가 되면 채권자는 가치가 의심스러운 물건을 고객에게 비싸게 팔아야 하는 방문판매원의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이 있듯 막상 채무자가 이행을 거부하면 답답한 것은 채권자입니다. 채권자는 집요한 영업사원처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빚을 받으려고 즉, 무가치한 채권을 채무자에게 팔려고 시도합니다. 따라서 채권추심 기술은 기본적으로 영업사원의 그것과 같습니다. 전화, 우편, 방문을 통해 직접 변제를 독촉하고 또는 언론매체를 통한 광고 캠페인으로 간접적으로 채무이행의지를 고양합니다. 구매심리를 자극합니다. 건강식품 판매원이 제품을 먹지 않으면 암에 걸린다고 암시하듯 추심을 하는 사람은 이 채권을 되사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돼 인생을 슬프게 마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폭할인을 해주겠다는 것도 한 수법입니다. 세일이라는 것이 팔리지 않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던져놓은 고전적 미끼이듯 채권추심에 있어서도 일제정리기간이 조직적으로 또는 추심인 마음대로 설정됩니다. 세일기간이 지난 뒤 원래 정상가격으로 회복되니 좋은 조건의 거래를 위해서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채권증서에 관해서도 지금 갚으면 이자를 탕감해 준다고 유혹하며 때에 따라 20%,30%까지 원금을 탕감해 주겠지만,20일 뒤에는 이런 혜택이 없다고 선전합니다. 호객 행위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집중적인 마케팅 대상이 되듯 추심직원의 선전에 응해 전화를 한 채무자는 다시 집중적인 전화와 우편에 시달립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이같은 추심 전화, 우편물에 대응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물론 일반 물품 판매와 달리 채무자는 본래 빚을 갚을 법률적인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관한 채무 불이행 사항을 공동의 전산망에 등재하기도 하고, 채무자를 형사고소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채권자가 임대차보증금, 유체동산, 급여를 압류하면 대다수 채무자는 상당히 불편을 겪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법적 조치는 채권자에게 이득을 주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실제로 변제능력을 상실한 채무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잘 취하지 않습니다. 막다른 곳에 몰린 채무자는 파산절차를 선택해 채권을 공식적으로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명금씨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절망적인 것은 아니니, 억지로 상환하려고 애쓰지 말고 워크아웃·파산·개인회생 등 여러가지 채무 재조정 또는 취소 절차를 대안으로 검토할 시간이 충분히 있습니다. 채권자를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빚독촉 전화를 받더라도 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주눅들지 마십시오. 막상 전화를 해오는 사람은 채권자 본인이 아니라 채권자를 위해 일하는 역시 가난한 직원일 뿐입니다.
  • [사설] 북 경수로 청산비용 뒤집어 쓰나

    북한 신포 경수로 청산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쪽으로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 당국은 일단 “아직 협상 중이며,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석연치 않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1997년 신포 경수로 착공 이후 우리 정부가 들인 돈은 전체 건설비용의 70%가 넘는 11억 3700만달러다. 그러나 이 돈은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 신포 경수로 청산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2억달러 안팎의 청산 비용마저 우리가 떠안는다면 10년 세월을 허비하고 14억달러의 막대한 금액을 허공에 날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 돈이 이미 날아간 돈이 아니라, 앞으로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라는 점이다. 경수로는 무용지물이 됐는데 경수로 중단의 책임이 없는 남한이 국민세금으로 그 빚잔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만 경수로 건설비용 원리금 상환에 2000억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비용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듯 하다. 북한이 경수로 중단 책임을 들어 위약금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신포에 남아 있는 455억원 상당의 자재와 중장비를 회수할 방침이라지만, 이마저 북한이 순순히 내어줄지 불확실하다. 이 밖에도 경수로 대안으로 남측이 제시한 200만㎾ 대북송전이 추진된다면 7조∼1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우리는 새 경수로 건설보다는 신포 경수로 회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북한이 즉각 6자회담에 복귀, 청산절차를 중단하고 신포 경수로 재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정부는 최대한 협상력을 발휘, 청산비용을 몽땅 우리 국민이 떠맡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현대건설 경영정상화 이룬 이지송 사장

    현대건설 경영정상화 이룬 이지송 사장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이 다음달 임기가 끝나면 사장직을 물러나겠다는 뜻을 17일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경영정상화를 이룬 현대건설의 위상을 보며 자부심과 함께 많은 감회를 갖게 된다.”면서 “휴지조각 같았던 주식이 4만원대를 넘어 시가총액기준 건설업체 1위를 차지하고 부채비율도 200%에 진입해 건실한 회사가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태안 기업도시 선정, 이라크 미수금 회수 확정 등을 마무리지은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러한 성과를 모든 임직원들의 몫으로 돌렸다. 이 사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현대건설의 발전을 지켜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새로운 사장이 오기 전까지는 맡겨진 일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지낸 뒤 회사를 떠났던 이 사장은 경인운하㈜ 사장, 포천 경복대 교수를 거쳐 2003년 3월 사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편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들도 이 사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해 왔으며 올해 최대 현안인 M&A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은 후임 사장 선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거품 코스닥기업’ 줄퇴출 위기

    ‘거품 코스닥기업’ 줄퇴출 위기

    지난해 주가 상승기에 편승, 증시에 무더기로 상장된 코스닥 기업들이 올들어 줄줄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대부분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투자금을 끌어모았으나 그에 비해 경영실적은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거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개 코스닥기업 상장기준 미달 증권선물거래소는 오는 3월말까지 2005년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연간 매출액이 30억원을 넘지 못해 상장 기준에 미달될 것으로 보이는 코스닥 기업이 11곳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들 종목은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남은 한 두달 사이에 기준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이 폐지된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은 휴지조각과 다름없게 된다. 통합소프트웨어 판매업체 시스맘네트웍스는 지난해 3·4분기까지 매출액이 4900만원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까지 무려 62억 8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컴퓨터서비스업체 서원아이앤비가 4억원, 제약업체 대한바이오가 5억 6300만원, 소프트웨어업체 오토윈테크가 5억 8700만원 등이다. 이들 기업은 남은 기간에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의 3배 이상 실적을 올리면 증시에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연간 적자 규모가 매출 규모를 웃돌 정도로 경영상태가 부실해 정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들은 장기투자, 연구개발 등으로 상장 기준을 미처 총족시키지 못했다고 해명하지만 매출액은 상장 기준 중에도 최저 기본 요건이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증시 붐에 섣부른 상장이 원인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된 기업은 70곳이다.2003년의 52개에 비해 34.6%나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증시상승 분위기를 지켜보다 하반기에 상장을 서두른 예가 많았다. 올해에는 약 100여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과 증시 붐 조성을 위해 코스닥의 상장 기준을 완화시킨 점도 상장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상장심사의 승인율은 2004년 59.0%에서 지난해 82.9%로 크게 높아졌다. 상장 신청기업 10개중 8개 기업이 합격한 셈이다. 지난해 갖가지 이유로 상장이 폐지된 종목은 전년과 같은 40개로 집계됐다. 올해는 연초부터 이미 11개 기업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퇴출기업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최근 외국인들은 코스닥 종목에 대해 집중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들은 2일에만 3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을 뿐, 지난달 23일부터 1일까지 연속 순매수를 했다. 이 기간 순매수액은 2117억원에 이른다. 외국인들과는 달리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2741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함정을 피해 매수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들이 올해 특별히 우수한 경영실적을 낼 이유는 별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종 등의 전망이 대체로 밝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2000년처럼 코스닥 기업들이 덩달아 경기호황을 맞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코스닥 매수세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등에 대해서도 강한 매수세를 보인 점과 마찬가지로 원화강세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보유한 원화의 자금여력이 이전보다 풍부해진 탓이다. 외국인들은 코스닥 종목 중에서도 SSCP(순매수액 329억원), 심텍(280억원), 아이필넷(196억원) 등 우량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한양증권 김연유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비중을 줄이면서 자금력을 키운데다 최근 환율하락으로 여유있는 매수력을 확보했고, 이는 우량종목에 대한 순매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안정진 연구원은 “코스닥은 최근 장중에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종목별 실적과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면서 분산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금융CEO들 ‘스톡옵션 대박’

    올해 금융가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스톡옵션을 통해 상당한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휴지조각’이 대박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예가 많았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지난 2001년 11월 받은 스톡옵션 70만주 가운데 현재 보통주 50만주를 주당 5만 12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김 전 행장이 물러난 지난해 10월29일의 국민은행 주가는 3만 7400원으로, 스톡옵션 가치는 ‘0’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주가는 7만 5200원(23일 종가)으로 뛰면서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120억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김 전 행장은 2002년 주택은행장 시절에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11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올해 3월에 받은 스톡옵션을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반납했던 우리금융 황영기 회장도 삼성증권 사장 시절에 받은 스톡옵션 9만 6374주를 주당 3만 5997원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황 회장이 사표를 냈던 지난해 3월4일의 삼성증권 주가는 2만 8950원으로 행사가치가 없었지만 현재 주가는 5만 5700원이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차익이 19억원에 이른다. 거의 매년 스톡옵션을 받고 있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거액의 평가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 회장은 행사 가능한 2002년 부여분(행사가 1만 8910원·9만 4416주)과 2003년분(1만 1800원·9만 5390주)에서 50억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김 회장은 2000년분(8500원·7060주),2002년분(1만 9750원·7만 2560주)에서 22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김봉수 키움닷컴 사장이 최고의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 초만 해도 김 사장의 자사 주식은 3000주였지만 스톡옵션 행사로 현재는 20만 3000주를 갖고 있다. 키움닷컴의 주가는 지난해말 5270원에서 3만 7000원으로 급등하면서 김 사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581만원에서 75억 1000여만원으로 무려 478배나 폭증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2005년 묻혀진 이슈

    2005년 묻혀진 이슈

    2005년 한해를 보내면서 좀 더 관심있게 집중 보도했어야 할 ‘묻혀진 이슈’는 없었을까. 지면의 제약에다 ‘새로우면서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뉴스를 찾다 보면 정작 독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슈가 가려지거나 묻히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서울신문은 올 한해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미처 부각하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대표적인 이슈 3가지를 간추려 돌아본다. ■ 1. 파키스탄 대지진 지난 10월8일 발생한 파키스탄 지진 소식이 서울신문 지면에서 사라진 것은 참사 2주째를 하루 앞둔 21일이었다. 구호단체들의 호소는 판에 박힌 것으로 치부되고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은 새 뉴스를 전해야 하는 강박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말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동남아시아 5개국의 참상과 겹쳐 보인 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의 치부가 드러난 것과 같은 사회적 의미가 미미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파키스탄의 참상은 으레 되풀이되는 재난쯤으로 여겨졌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진 사이 희생자는 참사 직후 추산됐던 4만명의 갑절에 가까운 7만 5000명으로 늘어났다. 인도령 카슈미르의 1400명이 포함된 숫자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8만 70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7일 웨스트 프런티어주 만세라의 난민 텐트에서 화재가 발생,4명의 어린이 등 7명이 몰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를 보도한 국내 신문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인도와 국경 지대인 카슈미르에 12월 평균 1.5m, 내년 1월 2.4m의 눈이 쌓일 것으로 추정되고 예년보다 훨씬 낮은 섭씨 영하 20도의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거듭된 ‘제2의 재앙’ 경고도 국내 언론의 눈과 귀를 붙들어매지는 못했다. 더욱이 이 지역의 눈은 4월은 돼야 녹는다. 지난달 28일 첫 눈이 내린 뒤 8명이 얼어죽고 700명 이상이 감기와 폐렴, 저체온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더해 동상, 피부병, 전염병 등으로 인한 어린이 희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행히 WHO 등이 어린이 40만명에게 예방접종을 마쳐 이같은 우려를 조금은 덜었다. 그러나 40곳의 난민 캠프에 의탁하고 있는 350만명의 이재민들은 쏟아지는 눈을 피할 만한 변변한 텐트 하나 없이 겨울을 맞았다. WHO는 지금까지 제공된 구호물품은 텐트 2만개와 담요 32만장으로 집계했지만, 이들 텐트의 90% 이상이 한파를 견뎌낼 수 없는 것으로 파악돼 구호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식량 공수도 문제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450만명 가량이 구호단체가 제공하는 식량으로 갸날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자선기구가 내놓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62억달러로 당초 구호기구가 호소한 금액을 훨씬 넘어섰지만, 문제는 내년 1월 이후 쓸 재원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헬리콥터를 띄워 오지의 이재민들에게 식량을 공수하려면 7000만달러의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구호 관계자들은 호소한다. 파키스탄의 재난구호를 총괄하고 있는 파루크 아마드 대장은 지난 18일 테드 터너 CNN 창립자 등에게 겨울을 견뎌내려면 200만개의 담요가 더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해가 바뀌더라도 파키스탄의 참상에 눈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2. 요르단강 서안 장벽 지난 8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하는 이스라엘 불도저들의 굉음에 파묻힌 것은 정착민들의 절규만은 아니었다. 정착촌 철거가 두 민족의 분규를 끝내기 위한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역사적 결단’으로 여겨지는 사이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쌓고 있는 보안장벽 건설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6월 국제사법재판소의 ‘국제법 위반’ 판결도 한낱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서구 언론의 시각을 그대로 좇은 국내 언론은 이스라엘의 ‘반칙’을 제대로 부각시키지도, 이슈화하지도 못했다. 지난 14일 사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서안지구 정착촌에 290여 가구가 이주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미국이 지원하는 중동평화 로드맵에 엄연히 규정된 신규 이주 동결 원칙을 어긴 것이다. 반칙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잠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샤론 정부는 2002년 6월부터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 지난 9월까지 총 연장 670㎞의 절반 가까이를 완성했다. 높이 5m의 콘크리트벽 한쪽에는 철조망이, 다른 쪽에는 깊이 2m의 도랑이 파여졌다. 전자 감응장치와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는 흔적 탐지로가 설치됐다. 약 8.5㎞ 구간은 무려 8m 높이의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쳐진다.1㎞를 건설하는 데 200만달러(2억여원)가 든다. 더욱 큰 문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가르는 국경인 ‘그린 라인’을 무시했다는 데 있다. 일부에서 요르단강 서안 쪽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고립화시켰다. 지난 2월 샤론 내각이 노선을 약간 변경하긴 했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 땅 6∼8%를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존 더가드 유엔인권판무관은 2003년 9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장벽과 이스라엘 사이에 거주하는 21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공공서비스, 학교, 작업장에서 격리되기 때문에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일방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뜨뜻미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이 장벽은 어디까지나 보안상으로만 기능해야 하며 영구적인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어선 안된다. 테러에 가담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보안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팔레스타인은 또다른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방주의는 팔레스타인의 고립감을 부추겨 원치 않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당장 내년 1월25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마무드 아바스 총리가 이끄는 파타당이 무장세력 하마스에게 권좌를 내줄 경우, 중동평화는 험한 도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하마스는 지난 15일 서안지역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전조를 드러낸 바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3. 유럽연합 통합 |파리 함혜리특파원|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경제력을 갖춘 ‘유럽합중국’의 등장은 그 자체가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지난 5·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유럽연합(EU) 헌법이 부결되면서 지금껏 중단 없이 달려온 통합기관차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후 EU 통합 관련 기사는 ‘푸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인도 등에 밀린 측면도 있지만,EU 통합 자체가 너무 오랫동안 지루하게 진행돼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U 정상들은 지난 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EU헌법조약의 비준이 부결된 뒤 비준일정을 연기한 채 ‘숙고기간’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회 헌법위원회는 ‘사망선고’를 받은 유럽헌법을 회생시키기 위해 지난 9월 첫 협의를 갖고 다양한 회생방안을 제시했다. 자유당 그룹의 앤드루 더프(영국) 의원은 숙고기간 중 기존 헌법조약을 일부 수정, 새로운 EU헌법조약 초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녹색당의 보겐후버(오스트리아) 의원은 2009년까지 새로운 EU헌법조약 초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당 그룹의 알렉산더 스터브(핀란드) 의원은 주요국의 선거 일정이 마무리되는 2007년 헌법조약의 수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거쳐 2008년 헌법조약 수정,2009년 비준절차를 취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사회당의 카를로스 카르네로(스페인) 의원은 숙고기간 중 논의된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07년 말 유럽의회가 각국 의회와 공동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헌법조약 개정방향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EU 전체 차원의 국민투표를 2009년 6월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이같은 논의가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다수 유럽의회 의원들이 2009년을 EU헌법조약 완료시한으로 상정한 점,EU헌법조약을 수정하자는 의견이 개진된 점으로 미뤄 향후 EU 내 헌법조약 처리에 대한 논의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헌법에 대한 논의는 독일이 순번제 의장국을 맡는 내년 상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와 관련,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브뤼셀을 방문해 EU집행위 및 유럽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뒤 “유럽은 헌법을 필요로 한다. 헌법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헌법비준의 부활을 시도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제사회 ‘데뷔무대’였던 EU정상회의에서 2007∼2013년 EU 예산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영국과 프랑스, 신·구 회원국들간을 설득, 타결을 이끌어냄으로써 균형잡힌 ‘중재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유럽헌법 문제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otus@seoul.co.kr
  • [사설] 고소득 전문직 탈세 왜 못 막나

    국세청이 부동산 투기혐의자 36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눈에 띄는 부류는 역시 변호사·의사·변리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사실 전문직의 소득탈루는 오랜 세월동안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고질적 병리현상이다. 이번에도 소득신고는 쥐꼬리만큼 하고 고가주택을 보유한 전문직 112명이 탈루와 투기혐의로 대거 조사대상에 포함돼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월소득이 100만원이라고 신고한 변호사가 21억원짜리 고가주택에 살고 있다고 한다. 어느 한의사는 부인·자녀 명의로 고급주택 6채를 갖고 있으면서 5년간 소득 15억원을 누락했다는 것이다. 전문직의 이런 탈루행태는 수십년동안 변하지 않는 전형적 유형이다. 이 직종의 탈루자 중 조사받는 사람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전문직의 세금 탈루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우선 당사자들의 의식이 문제여서다. 소득추적 시스템도 아직은 허술하다. 부르는 게 값인 수임료·치료비 등의 현금수수 관행도 탈루 유혹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직능단체별로 자체 윤리규정을 두고 있지만 세금 앞에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성실납세는 국민으로서 대접받기 위한 의무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전문직은 국가로부터 혜택은 많이 받으면서 세금은 안 내려고 요리조리 피한다. 더구나 많이 배웠다며 사회지도층 행세까지 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들의 탈세를 줄이려면 국세청은 소득추적 및 검증기법을 더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 일반인들도 철저한 영수증받기 등을 통한 범사회적 감시망을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것 외에 달리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
  • [9·19 공동성명 이후(2)] 北, 국제사회 편입될까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 관광객수가 올해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지난해 북한의 대미 수출이 5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북·미 정상은 오는 11월 워싱턴에서 올 들어 두번째 정상회담을 열어….” 9·19 공동성명 타결로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 사이에 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열릴까. 관계 정상화란, 위의 꿈같은 ‘가상뉴스’가 실제뉴스로 현실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적으로는, 국교수립이 이뤄지는 단계를 말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9·19 성명만으로 관계 정상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지난한 여정에 있어, 핵문제 해결이 출발역이라면 수교는 종착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 9·19 성명은 ‘북·미가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고만 서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원론적 언급만으로는 과거의 숱한 ‘아픈 기억’들을 상쇄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양측은 1차 핵 문제가 불거진 이듬해인 1994년 9·19 성명을 능가하고도 남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채택하고도 휴지조각으로 만든 ‘전과’가 있다. 당시 합의문은 ‘합의 3개월내 통신·금융거래 및 무역·투자제한 완화,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 개설, 관계 진전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한다.’는 획기적 내용을 담았다. 그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상호 방문을 통해 분위기를 회복하는 듯했으나,2002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북·미 수교는 핵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 인권, 마약 밀매 등 잡다한 문제들이 전부 정리된 뒤에야 가능하다. 초강대국 미국에 의해 매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당해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국가 자체를 개조할 각오를 해야 관계 정상화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처지인 셈이다. 성균관대 김태효 교수는 “북·미 관계 정상화의 싹수는 오는 11월 열리는 5차 6자회담에서 핵폐기 시점이 합의되고 대북 경유지원이 재개된 뒤에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일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는 시차적으로 북·미보다 한발짝 앞서 있는 인상을 준다. 이미 2002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관계 정상화 의지를 담은 ‘평양선언’을 채택해놓고 있는 데다, 이번 9·19 성명 채택과정에서도 북한은 거의 매일 일본 대표단을 접촉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9·19 성명은 양측이 ‘평양선언에 따라’ 정상화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일 동맹’의 속성상 일본이 독자적으로 북한과 수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이 주민들의 동요를 감수하고 체제를 개혁·개방하는 ‘통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북한과 미·일 관계는 납치문제 해결이나 경수로 건설비용 지원 등 부분적인 관계 개선에 국한될 전망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북핵 6자회담 타결] 여야 일제히 환영… ‘성실이행’ 주문

    [북핵 6자회담 타결] 여야 일제히 환영… ‘성실이행’ 주문

    6자회담에서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성명 채택에 대해 정치권은 19일 일제히 환영을 표시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지난 1994년의 제네바 합의가 휴지조각으로 바뀐 전례를 우려한 듯 북한의 ‘성실 이행’을 특별 주문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라는 공동 목표와 이성적인 실리외교의 원칙 아래에서 가능했던 결과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공동성명문에 스스로 서명한 데 대해 국가로서 신용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모든 핵을 깨끗이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협정 준수 등 예측 가능한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와 원칙에 대한 역사적 합의라 평가하며,7000만 겨레와 함께 환영한다.”면서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던 북핵문제가 해결된 만큼 남북간 본격적인 경협과 균형 발전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공동성명은 최초로 합의한 동북아 평화헌장 성격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한국 외교의 승리”라고 후하게 평가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북한의 핵포기와 안전보장 문제의 일괄 타결은 국민의 정부 이후부터 일관된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다.”면서 “모든 참가국들이 회담결과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정부도 한반도 영구평화 보장과 남북 교류 활성화의 청사진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낮은소리] 임대차보호법 소외 목욕업종사자 운다

    [낮은소리] 임대차보호법 소외 목욕업종사자 운다

    부산 A찜질방에서 목욕가운 대여와 일회용품을 판매하던 이모(36·여)씨는 영업 8개월만인 지난해 3월 찜질방 부도로 보증금 1억 5000만원을 몽땅 날렸다.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걸었던 이씨의 집은 결국 남의 손에 넘어갔으며, 현재 전셋집에 살고 있다. 이 찜질방에서 이씨와 같은 피해를 당한 종사자들은 모두 15명. 이들이 날린 보증금은 무려 14억 5000만원에 이른다. 김모(55·여·서울 구로구)씨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지난 2003년 8월 서울 B사우나에 보증금 1억 8000만원을 걸고 목욕관리사(일명 때밀이)로 일한 그녀 역시 지난해 6월 부도로 인해 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김씨는 시집간 딸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친척들에게 융통한 돈으로 보증금을 마련했으나 돈을 날리는 바람에 저당잡힌 딸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결국 딸은 이혼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신은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최근 찜질방이나 사우나 등 목욕장업이 대형화되면서 목욕관리사 등 목욕업 종사자들에 대한 보증금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이들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자신들이 일하던 업장이 경영악화 등으로 문을 닫거나 부도날 경우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린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목욕업은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 가능 현행 목욕탕업은 신고제이다. 따라서 관할구청 등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탓에 한집 건너 찜질방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찜질방수는 2500여개로 추산되고 있으며 300∼400평의 소규모 찜질방은 대형 찜질방에 밀려 문을 닫는 추세다. 하루에 2개 정도 생기고 1개 정도가 폐업한다. 덩달아 목욕업 종사자들도 크게 늘었다. 전국적으로 20만명이 목욕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시청 주변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P찜질방 등 세 곳이 있었으나 한 곳은 얼마전 건물주의 부도로 문을 닫았다. 걸어서 10분 이내인 곳에 두 곳의 대형 찜질방이 현재 영업을 하고 있다. 목욕업 종사자들의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는 한국노총 부산경남일반노조 이승섭 위원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목욕탕, 사우나, 찜질방은 2만 3000여개에 달하며,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목욕관리사(6만∼7만명), 식당, 스낵코너, 주차장, 구두닦이, 스포츠마사지사, 손톱관리사, 이발사 등 20여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목욕업 종사자 크게 늘어 목욕업 종사자는 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찜질방간 치열한 경쟁으로 하루에도 몇 곳씩 문을 닫아 이들이 투자한 보증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목욕업 종사자 취업을 미끼로 한 브로커들도 판을 치고 있다. 한국노총 부산경남일반노조가 파악하고 있는 부산지역 브로커는 200여명, 전국적으로는 1000여명이나 된다. 목욕탕 부도로 3000만원의 보증금을 떼인 박모(47·여)씨는 “찜질방 업주와의 계약은 상가처럼 임대차계약에 따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용역계약 형태에 불과해 부도 이후 경매가 시작되면 종사자들은 강제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원들의 횡포도 심각 외환위기 등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이나 가장의 실직 등으로 가계를 떠맡게 된 주부 등이 목욕관리사로 나서면서 이들을 가르치는 사설 학원들도 여러 곳 생겨났다. 그러나 일부 학원들은 체계적인 교육은 뒷전인 채 고액의 수강료만 받아 챙기고 있다. 또 목욕탕 때밀이 취업 보장명목으로 소개비조로 따로 거액의 알선료를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 지난해 경남 마산시의 H목욕관리학원 김모 학원장은 취업생들로부터 취직을 미끼로 수억원을 편취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E피부관리학원장인 오모(52)씨도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낸 뒤 찾아온 사람들로부터 1인당 100만원씩 6년여간 27억원의 알선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44)씨는 “목욕관리사가 보증금을 내고 일을 한다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규모가 큰 대형 찜질방이나 물좋은 사우나 등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수억원대의 보증금이 필요하고, 이마저도 브로커의 도움 없이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포함시켜야 목욕종사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현재로서는 없다. 업장주와 용역자간에 제대로 된 계약서가 없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해도 민사밖에 되지 않는다. 즉 업주가 배상할 금전적인 여유가 없으면 보증금을 받아 낼 길이 없다. 일부 악덕업주들은 이같은 법의 맹점을 교묘히 악용해 고의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등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따라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공증 또는 확정 일자를 받는 방법과 건물의 주인이 찜질방 업주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또 과다한 용역을 유치하는 곳에 들어가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약자인 이들이 공증 등의 법적 보호장치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건물주나 업장 주인들은 공증 또는 현금보관증 등은 아예 해주지 않고 있어 약자인 용역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위원장은 “업주들이 사실상 때밀이 등 용역업자들로부터 권리금이 아닌 보증금 형태로 돈을 받는 이상 임대차보호법에 목욕업장 안의 이발코너, 때밀이코너, 식당코너 등을 포함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목욕도우미 아줌마 “남편 일못해 10년간 생계책임 보증금 받기전엔 못나가” “보증금을 받기 전에는 절대 못 물러납니다.” 목욕 도우미 경력 10년의 김재순(52·여)씨는 지난달 한 통의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한때 자신이 일했던 찜질방의 새 주인이 보낸 것으로 개인 사물함에 넣어둔 목욕장비와 옷가지 등 짐을 모두 치우라는 내용이었다. 글 말미에는 기한 내에 치우지 않을 경우 보관료를 받겠다는 경고성 내용도 들어있었다. 김씨는 통보기간이 지났지만 아직 사물을 비우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03년 10월 2500만원의 보증금을 걸고 부산 해운대의 한 찜질방에 목욕도우미로 취직했던 그녀는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찜질방이 부도나는 바람에 그만둬야 했다. 결국 이 찜질방은 3∼4차례 경매를 거쳐 최근 새로운 주인에게 넘어갔다. 10여년전 남편이 건강문제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생계를 책임지게 된그녀는 목욕도우미로 나섰다. 김씨는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대로 수입이 짭짤했다. “일은 힘들었지만 월수 200만∼300만원의 수입을 올렸지요.” 당시에는 보증금 제도도 없어 그저 하루 청소비조로 1만원 정도만 목욕탕 주인에게 주면 됐다고 한다. 그런데 7∼8년전 찜질방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목욕탕도 대형화되자 보증금제도가 생겨났다. 김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자리를 부탁한 소개업자는 놓치기 아까운 일터이니 보증금을 걸고 일을 하라고 등을 떼밀었다. 모아놓은 돈이 없던 김씨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보증금을 걸었다. 물론 업장 주인과는 보증금과 관련한 계약서도 작성했다. 그러나 이 계약서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몸이 아파 시골에 휴양차 갔다가 얼마전 집으로 왔다는 김씨는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증금이)적은 돈일지 몰라도 저한테는 큰돈”이라며 일부라도 돌려받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찜질방이란 어떤곳- 마사지·미용실까지… 하룻밤 숙식 인기 목욕문화가 번창하면서 급속하게 번진 찜질방이 이제는 어엿한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연휴 때면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가족단위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일반 직장인들은 퇴근 후 찜질방에서 동호회 모임을 갖는 등 찜질방 문화도 점차 다양화돼 가고 있다. 또 지역에서 출장온 사람들의 하룻밤 숙식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찜질방들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10여년 전에는 소규모 형태였으나 최근에는 몸에 좋다는 맥반석, 옥, 은 등 테마별로 각 방을 만드는 등 그 규모가 수백평에서 수천평에 달한다. 또 실내에는 스포츠마사지실, 발마사지실, 피부미용실, 목욕탕, 식당, 헬스장 등 각종 부대시설을 설치, 손님들이 ‘원스톱 휴식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처럼 찜질방이 인기를 끌자 재래시장, 오피스 빌딩, 역세권, 아파트, 유흥가 주변 등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신축하는 빌딩에는 어김없이 찜질방이 들어선다. 이같은 찜질방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며 일부 비용은 목욕관리사 등의 보증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 등으로 영업난이 심화되자 문을 닫는 업소들이 줄을 잇고 있고, 여기에 종사하고 있는 용역업자들도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새달5일 개봉 ‘밀리언즈’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진다면? ‘밀리언즈’(Millions·새달 5일 개봉)는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음직한 행복한 상상을 파스텔톤의 동화로 풀어낸 영화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색감에 속아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새털처럼 가벼운 영화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아이들 수중에 거액을 던져놓은 뒤 이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을 통해 돈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조롱하는 손끝이 제법 매섭다. ‘프랑스는 프랑화와 작별하고, 독일은 마르크화와 작별했다. 우리도 파운드화와 작별한다.” 7살 소년 데미안(알렉스 에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의 배경은 유로화 통합을 열흘 앞둔 영국의 소도시. 기찻길옆 아지트에서 평소처럼 공상에 빠져있던 데미안의 눈앞에 난데없이 돈가방이 떨어진다. 가방안에 든 돈은 현찰 백만 파운드. 돌아가신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성녀가 됐을 거라고 믿는 데미안은 당연히 이 돈도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여긴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마다 ‘울 엄만 죽었어요.’라는 말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능청스러운 형 앤서니(루이스 맥거본)는 “신고하면 세금이 40%”라며 입단속을 시킨다. 유로화로 바꾸지 않으면 열흘 뒤 휴지조각이 되는 파운드의 기막힌 운명. 이때부터 두 형제의 기상천외한 돈쓰기 작전이 펼쳐진다. 만나는 사람마다 ‘가난하세요.’라고 물으며 자선활동에 나서는 데미안과 이와 반대로 부동산 매입과 재테크에 관심을 쏟는 앤서니의 상반된 캐릭터는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 같다. 여기에 돈의 존재를 알게 된 아빠(제임스 너스빗)가 예상과 달리 경찰에 알리지 않고 앞장서 유로화 환전에 나서는 대목은 돈앞에 쉽게 무너지는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셸로 그레이브’‘트레인스포팅’에서 신선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을 뽐냈던 대니 보일 감독은 자본주의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돈을 화두삼아 아이와 어른,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재치있는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日 열차전복 50여명 사망

    |도쿄 이춘규특파원|25일 오전 9시20분쯤 일본 서부 효고현 아마가사키시 JR후쿠치야마선 커브 선로상에서 쾌속열차(전차)가 탈선, 전복돼 26일 0시 현재 승객 54명이 숨지고 4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사고는 7량 편성의 열차가 아마가사키시 구구치3초메 건널목 부근에서 탈선, 앞의 5량(이중 1량은 일부 바퀴만)이 차례로 탈선하면서 일어났다. 탈선열차 가운데 1,2번째 차량은 선로에서 6m 떨어진 9층짜리 맨션 1층으로 돌진,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이날 사고는 지난 1963년 도쿄에서 발생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 충돌사고로 161명이 숨진 이래 42년 만에 최악의 철도사고로 기록됐다. 현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고차량은 기관사(23)와 승무원(42)이 운행을 맡고 있었다. 열차는 건널목을 100m 정도 남겨두고 커브지역에서 탈선, 승용차와 충돌 뒤 맨션에 돌진했다. 사고열차 소속 회사인 JR서일본은 열차는 이날 오전 9시14분쯤 인근 이타미역에서 당초 정차 위치로부터 8m 정도 지나쳐 정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역에서의 발차가 예정시간보다 약 1분30초 늦어지면서 사고현장을 통과할 때는 속도를 크게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기관사들이 운행시간을 못 지키면 감봉이나 승급 지장 등 징계를 우려,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과속할 경우가 많다.”며 과속을 중요한 사고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 등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taein@seoul.co.kr
  • [법원이 변화한다-공판중심주의 2년] ‘공판중심주의’ 몇가지 오해

    판사가 검찰의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집무실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조서재판’은 10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뿌리가 깊다 보니 법정 심리를 강화한 새로운 형사재판은 생소하게 느껴진다.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를 문답으로 풀어본다. ●법원을 위한 제도다? 공판중심주의의 핵심은 피고인과 방청객, 즉 국민을 위한 제도다. 수사기록을 제출해도 검사가 법정에서 증인, 피고인을 다시 신문하는 것도 국민을 위해서다. 판사는 집무실에서 수사기록을 읽으면 되지만, 방청객은 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검사, 피고인은 물론 판사를 감독하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공판중심주의 기본원칙이다. ●조서재판은 우리의 전통? 조서재판 관행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판사는 일본인이고, 피고인은 한국인인 경우가 많았다. 판사가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인 피고인을 재판하기란 쉽지 않았다. 통역인이나 번역인도 부족하고, 절차도 번거로웠다. 결국 법원은 조선인 경찰이 작성한 수사기록을 절대적 유죄증거로 삼았다. 해방 이후에도 판사 수가 부족한 탓에 조서재판 관행은 계속됐다. ●법률에 위배된다? 우리 법률은 1948년 제정 이후 줄곧 공판중심주의를 원칙으로 내세워왔다. 대법원 판례나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예를 들면 검찰과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재판이 가능하고, 증인 신문을 번갈아 하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판사가 수사기록을 미리 읽어 유죄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규정한 ‘공소장 일본(一本)주의’도 마찬가지다. ●피고인이 부인하면 검찰조서는 휴지조각?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 조서가 내가 말한 대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최근 나왔다. 피고인이 부인하는 검찰조서를 법정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대로 조서가 작성됐지만, 당시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검찰 조서가 진술과 다르게 작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은 조서를 증거로 사용한다. ●배심제 국가에서만 통용된다? 배심제를 채택한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독일, 일본에서도 공판중심주의는 형사재판의 원칙이다. 미국에선 검사와 충분히 다툴 수 있도록 피고인의 98%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영국에선 증인으로 나서지 않는 한 판사나 검사가 피고인을 신문할 수 없다. 독일에선 모든 증거를 법정에서 구두로 조사한다. 수사기관의 서류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설] 기대되는 여권의 실용주의 행보

    여권이 실용주의 정책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은 어제 여야, 기업·노조를 포함해 5개 분야별 사회협약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정세균 원내대표·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친(親)기업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정책협의회를 열어 경제위기 조기경보시스템을 전면도입하는 등 경제회생 총력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당이 내놓은 선진사회협약 등 12대 대국민약속,25개 실행과제는 대체로 국민공감대가 이뤄진 내용들이다. 무정쟁선언, 신용불량자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해소, 지식기반산업 육성에 여야간 이견이 있을 리 없다. 심도있는 경제·민생 논의를 위해서는 정쟁자제가 중요하다. 당론 대 당론으로 극한대결을 벌이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싼 극한대립이 빚어진다면 다른 약속도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국보법 대체입법 등은 의견접근이 되는 대로 처리하고, 일방처리·극력저지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말 과거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을 고치려다가 하지 못한 예는 실용주의가 구현되기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정 합의에도 불구, 일부 원칙론자의 반대로 처리가 미뤄졌다. 때문에 이번 실행과제 추진에 앞서 관련 의원들에 대한 사전설득이 필수적이다. 사회협약만으로 가능한 부분은 기업, 노조, 시민단체의 호응이 있도록 정지작업이 있어야 한다. 새로 꾸려진 여당 지도부가 특단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2월 국회가 열리면 여야 모두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요즘 여당 당원협의회장 선거에서는 국민참여연대 등 강경한 목소리가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의 개혁요구를 넘어 실용정책을 추진하려면 청와대와 여당, 내각의 3자간 견해가 벌어져선 안 된다. 분야별로 진행되는 과거사 정리는 명분상 옳으나, 이것으로 한나라당을 과도하게 자극해 판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 [사설] 우려되는 여야 리더십 붕괴

    국가보안법 등 쟁점입법을 지난해 마무리짓지 못한 것과 관련, 여야 정당 모두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협상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점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당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지휘부가 들어선다 해도 원활한 여야 협상과 입법을 이끌 수 없다. 여야는 사람을 바꾸는 데 그치지 말고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말 여야의 행태는 현재 정치권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도부가 어렵게 타협해놓으면 소속 의원들이 의총에서 뒤집었다. 협상대표가 사인까지 한 합의문은 일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일부 중진들이 나서 타협점을 찾았으나 이 또한 각 당의 지도부에서조차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추진력을 상실했다.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따로 노는 현상은 너무 심각해 함께 당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이런 난맥상의 근본 이유는 이념적 지향점이 다른 인사들이 한 정당내에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극복하기 어려운 온건·강경파의 견해차는 리더십의 붕괴로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2월 임시국회에서도 국보법 등 쟁점입법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사퇴함으로써 새 지도부 구성이 불가피해졌다. 대화·타협의 기조를 내건 지도부가 탄생해 쟁점입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원만하게 처리함으로써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길 바란다. 한나라당도 당직개편을 통해 좀더 개혁쪽으로 리더십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주요 협상에 앞서 의총에서 내부협상안을 다양하게 만들어 지도부에 미리 위임토록 하든지, 아니면 지도부에 협상전권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