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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플러스] 팔 무장단체도 공격중단 합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휴전에 들어간 데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중단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중동에 평화가 찾아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아바스 수반은 무장단체들이 전날 밤 자신이 이끄는 파타당과 하마스 간에 연립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 자국 병사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되자 가자지구를 공격했으며,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2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 [열린세상] 아시아와 중동의 짝짓기/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는 국가간 짝짓기를 다소 점잖게 표현해서 동맹 재편이라고 부른다. 피아간의 구분이 명확했던 냉전의 추억 때문에 국가간의 이합집산이 아직도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긴 인류역사를 보면 국가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짝짓기에 열중한 시기가 훨씬 더 길었다. 동물들은 짝짓기 계절에 피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가 역시 이합집산의 과정에서 판세를 잘못 읽으면 전쟁이나 경제적 쇠락 등 극심한 산통(産痛)을 겪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동맹 재편의 시대에 살고 있다. 8월14일을 기해 유엔의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결의가 발효되었지만 진정한 평화가 올 거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게임은 장기전의 서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보여준 정서적 흡인력과 군사 능력에 당황했으며, 미국은 이란의 능력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면에는 중국이 있다. 확대해석이라고 느껴질지 모르나 이미 중동에 드리워진 중국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넓고 길다. 로버트 매닝은 2000년 자신의 저서에서 아시아와 중동이 에너지를 매개로 결합하는 연합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중동과 아시아의 결합이 통상과 자본투자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으며 중국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진단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연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 실제로 미국 안보전략에 나타나는 최우선적 정책 목표는 초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시대의 도래를 지연시키거나 막는 것이며, 핵심은 중국이다. 테러전쟁은 자체가 목표일 수 없으며 수단적 성격이 강하다. 그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이 자발적인 ‘의지의 동맹’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냉전기의 연결고리가 이데올로기의 공유 및 핵우산으로 대변되는 안보공동체였다면, 지금은 대단히 실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테러전쟁에 대한 동참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지만 자원협력과 군사협력이 병행되어 동맹 지도가 변화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11 이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냉각되었다고 하지만 균열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1990년대 후반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이 갈망하던 오일 분야의 기술 이전을 제공해왔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누르고 싶어했던 중국의 에너지 목젖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풀어준 셈이다. 이번 영국의 테러 불발 사건에 파키스탄이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점 역시 미래의 불씨가 될 소지가 많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실천에 옮기면 중국은 이란 오일을 파키스탄을 통해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위치한 파키스탄 과다르항 건설을 중국이 지원했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이란과 파키스탄이 상하이 협력기구(SCO) 옵서버 국가로 가입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반대했지만 중국의 적극적 중재로 성사되었다. 미국은 이라크전을 통해 중동질서 재편과 에너지 통제권 강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반미 연대세력의 강화로 나타났다. 더불어 중동에 중국-러시아 전략연대의 입김만 키워주는 우를 범했다. 이번 레바논 사태에서 러시아제 무기가 이스라엘군을 향해 발사된 점이 향후 미국과 이란의 갈등과정에서 불거질 경우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소지가 크다. 인종·종교·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아시아와 중동이 어느 정도로 결합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연결고리가 반미연대의 사슬로 강화되는 것이다. 경제적 실익이 동맹재편의 우선순위가 된 현 시점에서 한국은 동북아를 넘어선 거시적 안목으로 아시아와 중동의 결합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레바논 복구 주도권 잡기 신경전

    레바논 남부에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가 시간이 걸리는 점을 틈타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부를 대신해 재건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병력은 전날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유엔군과 레바논 정부군은 오지 않은 상황. 반시리아 개혁블록 의회의 네메 Y 토메 의원은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헤즈볼라 관리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헤즈볼라는 레바논 복구를 위해 이란으로부터 무제한적인 예산 지원을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전했다.실제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휴전 당일 TV 연설을 통해 “모든 이들은 재건 전투에 동참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헤즈볼라는 전쟁 중에도 자선활동을 벌여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도 베이루트에 주방시설과 의료센터 수십곳을 열어 하루 10만달러 이상을 구호에 썼다. 레바논 정부는 다급해졌다. 정부군이 며칠 안에 남부의 치안을 접수할 것이라고 엘리아스 무르 레바논 국방장관이 밝힌 가운데 AP통신은 레바논군이 17일 중에 (남부 초입인) 리타니강을 건널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레바논군이 16일부터 이스라엘 접경지에 배치되기 시작해 향후 몇주간 증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장악해온 지역인 만큼 레바논 정규군이 국경에 배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하드 아주르 레바논 재무장관은 “전후 기간이 진짜 전쟁”이라고 말했다. 전후 복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헤즈볼라와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그러나 유엔 평화유지군은 언제 올지 불투명하다. 유엔 고위관계자는 15일 기자들에게 “열흘에서 2주 안에 3000∼3500명의 병력이 (1차로) 배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1일 레바논 정부군과 함께 각각 1만 5000명씩 파병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안보리 결의안이 이행되려면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면서 “가급적 빨리 파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2만 미군이 60만 국군 지휘 옳은가”

    “2만 미군이 60만 국군 지휘 옳은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휴전선에 배치된 60만 국군이 후방으로 빠진 2만 5000 미군의 지휘를 받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이태식 주미대사가 14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사는 그동안 간담회에서 ‘오프 더 레코드(기사를 쓰지 않는 것)’나 ‘백그라운드 브리핑(익명으로 기사를 쓰는 것)’을 고수해 왔으나 이날은 작심한 듯 “내 이름으로 기사를 써도 좋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대사는 “오늘은 미국 입장에서 설명을 해보겠다.”면서 미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국내 일부 보수층에서 제기하는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사는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은 한미연합사령부 체제가 바뀌면서 한국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미군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며, 당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시작전권 논의를 한·미동맹의 와해나 주한미군의 철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 스리랑카 고아원 폭격 여학생 210여명 사상

    스리랑카 내전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 선언이 공식 파기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깨진 상황이다. 스리랑카 정부군은 14일(현지시간)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가 장악한 북부 무라이티브 지역의 고아원을 공습해 이곳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던 10대 여학생이 적어도 61명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무라이티브는 정부군과 LTTE의 교전이 치열한 자프나 반도에 인접해 있다. 정부 대변인은 그러나 “(이같은 보도가) LTTE의 주장일 뿐”이라며 “우리는 LTTE의 훈련시설을 표적으로 해 무장 반군 수십명을 제거했다.”고 반박했다.하지만 LTTE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2002년 휴전이 성립된 이후 최악의 민간인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수도 콜롬보의 중심가에서도 이날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폭발물을 실은 3륜차가 파키스탄 대사와 에스코트 차량 행렬에 돌진해 7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대사의 차량도 크게 부서졌으나 대사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파키스탄은 스리랑카 정부군에 무기를 대주는 나라들 중 하나다. 따라서 파키스탄 외교관을 겨냥한 LTTE의 테러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파키스탄에서도 남서부 쇼핑센터에 2건의 폭탄테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당국은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군과 LTTE는 지난달 하순 동북부 무투르에서 상수원 봉쇄 문제로 전투를 재개해 지난 11일부터 최북부 자프나 반도까지 교전이 확대됐다.LTTE가 트린코마리 지역의 상수원을 장악한 뒤 물 공급을 중단시키자 정부가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정부와 반군 모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이스라엘 - 헤즈볼라 휴전 후폭풍

    이스라엘 - 헤즈볼라 휴전 후폭풍

    “이스라엘에 대한 전략적·역사적 승리다.”(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헤즈볼라가 주도하는 ‘국가 내부의 국가’를 제거했다.”(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오직 승자만 있는 이상한 전쟁이다. 휴전 발효 이틀째인 15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각각 자신들이 이번 전쟁의 승자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언론과 전문가 반응은 조심스럽다.‘휴전 이후’ 체제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전쟁의 승패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명운을 건 대결이 한달 넘게 이어진 탓에 양측 모두 정치·군사적 손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난처해진 것은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전면전을 감행한 이스라엘 정부다. 민간인 폭격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데다 내 세울만한 군사적 성과도 없다. 헤즈볼라 역시 ‘대(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이란 명분은 얻었지만 실익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레바논 공격 성공적” 44% 이스라엘 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 스미스 조사결과 ‘레바논 공격이 성공적이었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다. 반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답변은 52%에 달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쟁으로 가장 위험에 빠진 것은 올메르트 총리와 카디마당이 추진해온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으로부터의 철수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가 헤즈볼라의 세력확산을 가져온 것처럼 가자·요르단강 서안에서의 철수는 이곳에 군사적 진공상태를 초래, 하마스 등 적대세력의 득세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메르트와 카디마당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방식에도 비판이 제기된다.BBC방송은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도 이스라엘군의 전과는 보잘 것 없었다.”면서 “특히 공습과 지상작전의 부적절한 결합으로 이들의 ‘불패신화’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 ‘상처뿐인 영광’ 헤즈볼라측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이스라엘군과 대등한 대결을 펼치면서 이슬람과 아랍세계의 영웅으로 떠오르긴 했지만 근거지였던 레바논 남부는 사실상 초토화됐다. 문제는 안보리 결의안대로 이곳에 레바논군과 평화유지군 3만명이 배치된다면 헤즈볼라는 존립기반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BBC는 “이스라엘군 철수가 지연되는 데서 전쟁을 지속할 명분을 찾을지, 군사조직으로서 수명이 다하는 것을 받아들일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레바논 정부로선 이 기회에 헤즈볼라가 장악하고 있던 남부지역의 통제권 회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헤즈볼라 포로 13명·이스라엘 포로 2명 교환가능” 전쟁 초기부터 조기 휴전에 반대해온 미국은 아랍세계는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침공의 배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이슬람권의 반미정서를 유례없이 악화시킴으로써 아랍세계에 대한 발언권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미국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분명히 하면서 유엔 결의안 통과를 주도, 이 전쟁의 ‘유일하고 명백한 승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휴전 이틀째인 15일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10여발의 로켓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하는 등 산발적 전투가 이어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포로 13명과 시신 수십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을 헤즈볼라에 포로로 잡혀 있는 자국 병사 2명과 교환하기 위해 넘겨줄 수도 있다고 군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왕산家의 독립운동사] (2) 서울 진공작전

    러일전쟁 이후 일제는 침략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왕산도 1905년 1월 일제 헌병대에 며칠 동안 구금됐다. 항일투쟁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일제는 같은 해 3월부터 4개월 동안 왕산을 다시 구금했다. 구금에서 풀려난 뒤 은거생활을 하던 왕산은 이해 9월 지금의 휴전선 일대인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 지방에서 다시 의병을 일으킨다. 성산 허겸도 아우의 부대에 합류했다. 왕산은 경기도 이인영 의병부대와 강원도 서부 이은찬 부대 등 경기도, 황해도, 강원도 등지에서 활동하던 의병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전력을 극대화시켰다. 서로 연락을 이어가던 의병부대는 1907년 11월 하순쯤 왕산과 이인영 부대를 주축으로 의병 1만명을 모아 13도창의군을 조직, 서울진공작전을 계획했다. ●日 치열한 방해공작에 뜻 못이뤄 작전에 앞서 왕산은 서울주재 각국 영사관에 선언문을 보내 의병 항일전의 합법성을 공포했다. 그리고 1908년 1월27일 왕산은 선발대 300명을 거느리고 동대문밖 30리 지점까지 진격했다. 이 때 이인영이 친상을 당해 귀향을 했다.5000명 규모의 후발 본대도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진공계획이 노출돼 언론이 이미 두달 반 전부터 보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제의 방해공작이 치열했던 것이다. 결국 수적·전략적으로 열세했던 왕산의 부대는 패했다. 실패 뒤 왕산은 연천에 머물며 전력을 다시 모으고 있었지만, 항간에는 왕산이 음독 자살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대한매일신보는 1908년 2월13일자에서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의병장 허위씨는 파주 등지에서 약을 먹고 자처하였다더니 항설을 들은 즉 죽기는 고사하고 도당 4000∼5000명을 거느리고 가평 등지에 둔취하여 병졸을 연습한다더라.”라고 근황을 전했다. 기사처럼 사태가 수습된 뒤 왕산은 다시 임진강 근처에서 의병을 일으켜 유격전을 벌이며 일본군을 괴롭혔다. 이들은 일본군 진지를 기습해 통신을 마비시키고, 관공서를 습격하고 부일매국노를 처단했다. ●외교권 회복 등 30개조항 日에 요구도 1908년 2월부터 5월까지 왕산 부대는 왜군과 15차례의 교전을 벌였다. 왕산은 이 기간에 부하 박노천, 이기학을 서울로 보내 통감부에 외교권 회복, 통감부 철거, 이권침탈 중지 등을 골자로 하는 30여개의 요구조항을 내기도 했다. ■ 참고 서적 왕산 허위의 나라사랑과 의병전쟁(왕산허위 기념사업회 편), 아직도 내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허은 여사 구술집)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총성 멎은 레바논 ‘불안한 평화’

    현지 시간으로 14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2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이 발효됐다.AP통신과 CNN 등 외신들은 휴전 직전까지도 교전이 치열했던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드디어 ‘총성’이 멎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인터넷판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군에 자위를 제외하고 휴전을 지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지역에 주둔한 이스라엘군 3만여명 중 일부가 철수를 시작했다. 나머지 병력은 평화유지군이 파견될 때까지 주둔할 계획이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달 12일 헤즈볼라에 납치된 자국 병사 2명의 석방을 위해 헤즈볼라와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CNN이 불확실성의 날들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하는 등 현지 언론이 바라보는 평화의 징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벌써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이행이 삐걱거리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 무장 해제 문제를 둘러싼 내부 이견으로 13일 소집키로 했던 각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레바논군의 남부 지역 파견도 지연되고 있다. 크고 작은 국지전이 지속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평화유지군 파견까지 레바논 주둔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논의 중인 1만 5000명의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기까지는 최소한 한달 정도가 필요해 전운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쟁 개시 한달여 만에 휴전이 발효됐지만 민간인 희생이 커 후유증도 만만찮다. 레바논 고위구호위원회는 사망자가 모두 1130명으로, 그 중 1000명이 민간인이며 3분의1이 12세 이하 어린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병사 109명과 민간인 39명 등 모두 148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한국인인 나는…태극이요… 무궁화요… DMZ이다

    ● 고종이 태극 고안…본지 특종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을 상징하는 국기를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그 상징에 우주만물과 철학을 담고 있는 예는 찾기 힘들다. 바로 태극(太極)과 괘(卦)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홍으로 이루어진 태극은 음(청색)과 양(홍색)의 상호 작용에 우주만물이 생성·발전하는 대자연의 영원한 진리를 형상화한 것으로 창조와 발전을 의미한다. 태극은 우주자연의 생성근본원리이며, 창조적 우주관을 담고 있다. 이러한 태극기는 1882년 8월9일 박영효(朴泳孝)가 특명전권대사 겸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 배 위에서 만들었고, 이를 8월14일 고베의 숙소 니시무라야에 게양한 것이 효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7년 10월9일 서울신문사에서 발행한 ‘뉴스피플’ 제288호에 실린 특종 기사에 따르면, 태극기를 직접 도안하고 색깔까지 지정한 인물은 고종(高宗) 임금이라고 한다. 박영효는 고종의 지시에 따라 일본으로 가면서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태극 문양을 사용한 연원은 매우 오래 되었다. 우선 선사시대 때의 고령과 울산 암각화에서도 발견되며, 고구려의 고분벽화 사신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682년(신라 신문왕 2년) 경주 감포에 세운 감은사의 기단석에도 태극 문양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태극 문양은 종묘와 궁궐 및 왕릉, 사찰 등 도처에서 다양하게 발견된다. 특히 서울대 규장각도서관에 소장된 어기(御旗) 채색도를 보면, 중앙에 4개의 동심원을 수직으로 나눈 태극과 그 주위에 8괘를 배치한 그림을 조선시대의 임금을 표상하는 깃발로 사용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의미를 달자면 태극기의 시조쯤 되지 않나 생각된다. 2002년에도 그랬지만, 석 달 전 밤잠을 설치게 했던 2006년 월드컵 때에도 변함없이 태극 문양은 붉은색과 함께 하나의 패션이 되었다. 상하와 좌우가 융합하지 못하고 커다란 장막에 꽉 막힌 듯한 세상, 태극 창제의 정신으로 극복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여겨진다. ● 산해경에도 ‘훈화초가 아침에 피고… ’ 기록 애국가를 보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후렴의 첫 구절을 장식하고 있다. 매사 따지기를 좋아하는 혹자는 이 구절이 잘못됐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노랫말처럼 무궁화가 우리 강산 삼천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지 못한 까닭이겠다. 그런데 옛 기록들을 보면 한반도가 무궁화 자생지였고, 한반도의 특징으로 인식될 만큼 도처에 만발했음을 알려준다. 무궁화가 한반도와 관련된 사실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의 ‘산해경(山海經)’이다. 이 책의 ‘해외동경’편에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훈화초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는 시든다.”고 하였다.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는 한반도이며, 훈화초(薰花草)는 무궁화를 일컫는 중국의 옛 명칭이라 한다. 또한 신라의 효공왕이 897년 7월 당나라의 광종에게 국서를 보낸 일이 있는데 그 국서 가운데 신라를 자칭하여 근화향(槿花鄕)이라고 한 사실도 확인된다.‘근화’ 또한 무궁화의 또다른 이름이다. ● 한국인 뿌리 밝혀주는 단서 역사상징 가운데 선사시대의 것은 빗살무늬토기와 고인돌을 우리의 민족문화상징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할 듯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출토·발굴된 수많은 선사 유물과 유적 중 이들만큼은 한반도가 주인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빗살무늬토기는 신석기시대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들어 쓴 토기에 대한 통칭으로, 한국인의 뿌리를 밝혀주는 단서가 된다는 데서 그 중요성을 더한다. 빗살무늬토기 발견 분포도를 보면, 바이칼호 일대가 빗살무늬토기 문화의 중심지이며 빗살무늬토기는 여기로부터 동으로는 만주를 거쳐 한반도까지, 서로는 볼가강 유역을 거쳐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까지 전해졌다는 것이 세계 고대사 학계의 정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바이칼호 일대로 보는 근거가 된다. 발굴 현장에서 깨진 토기 조각들이 출토되고, 그 파편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맞추어 원래의 형체를 되살린 빗살무늬토기가 이처럼 장구한 민족의 비밀을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파편 어느 것 하나조차 조상의 신주 모시듯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민족상징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사회구조와 문화를 단적으로 대변해 주는 거석(巨石) 문화유산이다. 한자로 지석묘(支石墓:일본), 석붕(石棚:중국)으로 표현되는 고인돌은 아시아를 비롯하여 유럽·아프리카 등에서 약 5만 5000여 기가 확인되는데, 그 중 약 3만여 기가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전세계 고인돌의 중심국가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한반도에 그 분포가 집중되어 있는 고인돌의 기원에 관해서는 동남아시아 또는 중국 동북부지역에서 바다를 통해 전해졌다는 전파설과 함께, 주변지역과 관련 없이 자체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자생설이 맞서고 있다. 자생설은 한반도가 동남아시아나 중국 동북부지역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고인돌이 많다는 점, 그리고 축조 연대가 이들 지역의 것보다 앞선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고인돌은 선돌(立石)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석문화의 요체이며, 조상들의 정신세계가 구현된 귀중한 민족상징이다. 이에 2000년 11월 29일 호주 케언스에서 열린 제2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의 고창·화순·강화 등 3개 지역의 고인돌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 민족의 상처…지금은 희귀동물 서식지로 비무장지대(DMZ)와 길거리응원은 어찌 보면 우리 민족의 상처와 냄비 기질을, 또 어찌 보면 우리민족의 기회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마치 야누스와 같다고 하겠다. 비무장지대는 민족의 아픔인 ‘한국전쟁’에 직접 참여한 유엔군과 북한·중공군이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에 합의하면서 한반도 중앙의 동서 248㎞ 길이를 군사분계선으로 삼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만 본다면 비무장지대는 우리 민족이 입은 커다란 상처덩어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자유로운 출입이 막힌 결과 비무장지대는 희귀동식물들의 주요서식지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생태를 조사하기 위한 남북학술조사단의 구성과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비무장지대는 민족분단의 아픔은 물론, 자연 생태의 보고(寶庫)와 민족화합, 평화공존의 현장성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주요 문화상징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 문화국민으로서 성숙된 질서의식 표출 2002년뿐 아니라 2006년에도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응원은 남녀노소가 너나할 것 없이 공간과 시간에서 동질화되고 균일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문화행위였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을 비롯하여, 부산·대구·광주·인천·대전·울산·전주·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적게는 수만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이 ‘애국’으로 하나 되어 우리 축구대표팀을 함성과 율동으로 응원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길거리응원은 오직 신기록 수립과 문화국민으로서의 성숙된 질서의식만이 관심사였지 이를 가능케 한 ‘변화’에 대한 인식은 가려져 있었던 듯하다. 예전 같으면 수십만명이 한 곳에 모이는 사건(?)이 어찌 가능했을까. 우리의 기억에는 ‘집시법’이라는 반(反)민주적 잣대를 들이댄 강제해산만이 남아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보다 더 큰 변화는 아마도 찾기 힘들지 않나 생각된다. 길거리응원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또 내후년, 또 그 다음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에 더해 자부심을 갖게 되는 점은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의 길거리응원이 세계 각지에서 벤치마킹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이·레바논 오늘 휴전

    이·레바논 오늘 휴전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4일부터 휴전에 들어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휴전촉구 결의안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로 분쟁이 발생한 지 한달여 만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양국이 14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 내각도 각각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수용했다. 레바논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헤즈볼라측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휴전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11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 즉각 중단 ▲이스라엘군 ‘가급적 빨리’ 철수 ▲유엔평화유지군과 레바논군의 레바논 남부 배치를 골자로 하는 결의 1701호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은 12,13일에도 계속됐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평화軍 올때까진 무력충돌 계속될듯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이어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로 한달여를 끌어온 레바논 사태가 일단락지어졌다. 하지만 이 지역에 영구적인 평화가 오리라고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유엔 결의 이행되기까지 일단 1만 5000여명의 유엔 평화유지군(UNIFIL)과 레바논 정부군이 레바논 남부에 배치되기 전까지는 양측의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휴전 수용 직후 기자들에게 “평화유지군이 올 때까지 철수하지 않겠다.”면서 “안보리 휴전 결의안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결의도 ‘가급적 빨리 철군’을 명시했을 뿐이다. 또 경제·군사제재와 같은 강제성을 담보하는 유엔헌장 7장에 대한 언급도 없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휴전을 앞둔 12,13일 영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막바지 공격의 불을 뿜었다. 베이루트에 20기의 미사일을 퍼붓는가 하면 접경에서 30㎞ 올라간 리타니강까지 진격해 ‘완충지대’를 장악했다.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이곳에는 향후 유엔과 레바논군 외에는 무장인력과 무기 등을 둘 수 없다. 헤즈볼라도 반격해 이스라엘 군용 헬기 1대를 격추시켰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폭력 종식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가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 2명과 이스라엘이 생포한 헤즈볼라 전투요원의 처리, 유엔 평화유지군의 구성 문제도 논란이다. 프랑스가 평화유지군을 이끌 것이란 관측 속에 다른 나라들이 전투병 파병에 소극적이어서 실제 파견까지는 열흘 정도 걸릴 전망이다. ●승리자는 누구? 겉으로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거점을 상당 부분 파괴했다는 점에서 이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승리자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예상 밖으로 헤즈볼라의 화력과 정보전 능력이 뛰어남을 만천하에 확인시켜 줬고 아랍권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영웅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반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의 지지도는 하락했다. 레바논 공격 초기 75%가 넘었던 총리 지지도는 최근 48%로 내려 앉았다. 진보지 하레츠는 총리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속전속결’의 기대가 무너졌으며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좌파를 중심으로 전쟁에 염증이 제기됐다. 민간인 희생에 따른 국제사회의 비난은 이 지역 이스라엘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모두 51억달러(약 5조원)를 썼다고 이스라엘 경제지 ‘더 마커’가 전했다. 직접 비용과 전쟁복구 비용, 국내총생산(GDP) 1.5% 감소 등을 감안해서다. 이스라엘의 정보통신(IT) 거점인 북부 하이파가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에 노출되면서 향후 이 도시의 고급인력 유치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번 안보리 결의는 완곡하게나마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주변국 땅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태도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5차 중동전쟁’의 불씨는 살아 있는 셈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아득한 휴전… 커지는 ‘반미벨트’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한달째 접어들었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공격이 10일 꼭 30일째를 맞았지만 사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거점을 상당 부분 분쇄하는 등 효과는 거뒀다. 그러나 중동 사회의 반이스라엘·반미 감정은 극에 달하면서 아랍 온건파의 입지를 좁혔다. 미국의 중동 ‘민주화’ 구상도 타격을 받고 있다. ●美 “확전 원치 않아”…첫 이스라엘 비판 이스라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합의가 늦어지는 사이 확전 태세에 돌입, 미국마저 처음으로 ‘싫은 소리’를 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폭력의 종식을 원하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폭력을 증폭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날 이스라엘 내각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까지 진격키로 한 결정에 정면 반대한 것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측은 10일 “외교적 노력에 기회를 주기 위해 2∼3일 지상전 확대를 미루겠다.”고 발표했다.4만명의 병력을 레바논 접경에 배치하고 난 뒤였다. 일부는 대공포 엄호 아래 국경을 넘은 상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접경지대에서 몰아내기 전까지는 철군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각국의 비난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데는 지난 한달간의 공격이 ‘별 성과가 없었다.’는 자국 내 비판이 더 두려워서다. 지칠 줄 모르는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은 이스라엘이 확전을 감행하는 명분이지만 또한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이스라엘인 사망자가 15명, 부상자가 38명으로 개전 이후 이스라엘측의 최대 피해일로 기록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지금까지 숨진 레바논인은 1000여명. 이스라엘인도 100명을 넘어섰다. ●사우디서도 연일 헤즈볼라 지지 시위 수니파 정권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진다. 반면 시아파인 이란·시리아의 영향력은 더 커졌고 알 카에다 같은 극단 세력은 더 고무돼 있다. 이집트에선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친미 정권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1979년 이스라엘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파기하고 천연가스 수출 등 이스라엘과의 무역을 끊으라는 압박이 거세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헤즈볼라 역시 이번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중동 지역의 새 판을 짜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바논이 당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재앙의 상처는 깊기만 하다. 레바논 인구의 4분의 1인 10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가까스로 살아나려던 경제는 기간시설 초토화와 함께 잿더미로 변했다. 이스라엘의 ‘묻지마 공격’은 희생자들의 초상집을 뒤흔드는가 하면 국제적 구호 활동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작통권 논란 일파만파] “美 세계전략따라 감군 작통권 환수와는 무관”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10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밝힌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시기 등과 관련, 제기되는 논란에 대해 사안별로 조목조목 설명했다.●전작권 환수후 주한미군 감군 여부 전시 작통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는 독자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우리는 우리군을, 주한 미군은 주한미군을 통제한다. 그러나 상호간에 협의·조정 메커니즘을 만들어간다. 감군은 미국이 전세계적인 군사전략 재조정에 따라 감축하기 때문에 전시 작통권 환수와 미군 감축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령관의 회원국 군대 통제 나토 회원국은 회원국 군사력의 10% 안팎을 상황이 생기면 파견하는 모양새다. 나머지 주군사력은 각 국가가 지휘·통제한다.●한국군 정보능력 어느 한 나라도 독자적으로 정보능력을 다 가질 수 없다.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미국도 우리에게 지원받는 부분이 있다. 상호교환이다. 한·미 간에 공조협조 체제를 가진다. 중기국방계획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시기상조 지적 한·미 간에 주변국으로부터의 위협, 특히 북한과 한반도의 안보상황 등을 포함해 포괄적인 안보상황 평가를 해왔다. 한국이 작통권을 환수, 독자 행사하고 공동방위 체제를 구축하면 되겠다는 판단을 갖고 지난해 10월부터 로드맵을 작성 중이다. 오는 10월 완성된다.●남북관계 한·미간 이견 또는 한·미 관계 악화라는 시각은 맞지 않다. 휴전상태에서 평화상태로 넘어가려면 작통권 문제도 정상화돼야 한다. 평화체제로 가려면 당사자인 남북이 자기 군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작통권도 없는데 평화체제를 맺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전작권 환수 논의 전작권 환수 를 위한 연구검토는 1990년 합동참모본부에서,1991년 국방부에서 했다.1993년 평시 작통권,1995년 전시 작통권 환수가 적절할 것이라는 평가보고서가 나왔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이, 레바논 남부 확전 “헤즈볼라 뿌리뽑겠다”

    9일 긴급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6시간 회의끝에 투표로 지상군의 레바논 남부 작전 확대를 결의했다. 엘리 이샤이 내각 장관은 이날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휴전 합의가 이뤄지기 전 레바논 남부에서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 근거지를 뿌리뽑기 위해 지상전 확대를 결의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 북쪽 6㎞ 지점까지 지상군 1만여명을 투입해 헤즈볼라와 전투를 벌였으나 이번에 작전 범위를 국경에서 30㎞ 떨어진 리타니강까지 넓히기로 함으로써 더 많은 병력의 추가 투입이 예상된다. 이날 투표에서 지상전 확대에 9명의 장관이 찬성 표를 던졌고 3명은 반대 표를 던졌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샤이 장관은 이번 작전에 30일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공격을 확대할 경우 더 많은 병력 손실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정은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과 올메르트 총리가 확전 시기를 결정해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댄 루츠 이스라엘 육군 참모총장은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휘할 새 사령관에 모셰 카프린스키 소장을 임명했다. 전투가 한창인데 장수를 바꾼 격이다. 뭔가 안 풀린다는 방증이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헤즈볼라와 격렬한 전투 끝에 11명의 이스라엘 병사들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지중해 생태재앙 오나

    동지중해 생태재앙 오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넘어 동지중해에 최악의 환경재앙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 공습으로 파괴된 레바논 남부 지예 발전소의 연료용 중유가 바다로 유출, 해류를 타고 확산되면서 영해는 물론 시리아와 터키, 키프로스 해안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름막 터키·키프로스까지 확산 유출된 기름은 수면에 검은 막을 형성하며 북서진하고 있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기름막은 레바논 남부에서 시리아에 이르는 120㎞ 해안선을 따라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야코브 사라프 레바논 환경장관은 “최근 사진은 기름막이 동지중해를 가로질러 북서진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면서 “조만간 터키와 키프로스 해안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총리실은 항공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군 전함을 동원, 기름막의 확산을 막을 부유장벽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출된 기름량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이스라엘 공습 직후 레바논 당국은 1만t 정도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유출량이 3만 5000t에 이를 것으로 본다.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불리는 1989년 알래스카 엑손 발데즈 사고에 맞먹는 규모다. ●암 집단 발병 가능성 일부에선 암 집단 발병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유관기관인 인포락(Inforac·바르셀로나협약 정보교류센터)은 이날 “유출된 기름은 암과 내분비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는 맹독성 혼합물”이라며 대규모 인명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시모네타 롬바르드 대변인은 “가장 먼저 위험물질에 노출된 200만 베이루트 시민이 첫번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면서 “레바논 해안에서의 물고기 떼죽음도 기름의 독성물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엔은 조사단을 급파했다.UNEP 산하 지중해행동계획 관계자는 전문가팀이 8일 시리아에 도착, 누출된 기름의 샘플 채취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성분 분석이 마무리되기 전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완전 복구까진 10년 걸릴 수도 문제는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 때문에 방제와 복구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라프 장관은 “우리에겐 장비도, 노동력도, 노하우도 없다.”면서 “휴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활동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레바논 당국은 해양 오염 피해가 완전 복구되려면 최장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사라프 장관은 “해외 기름 유출 사고의 선례를 볼 때 방재는 발생 48∼72시간 안에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이미 20일 넘게 흘러버린 상황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개탄했다. 사고 직후 국제기구와 주변국들이 약속했던 기술과 장비 지원도 안전을 이유로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학계에선 이번 사고로 초록거북 등 동지중해 일대 희귀종의 서식 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헤즈볼라 ‘반격’… 이 30명 사상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과 프랑스가 레바논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합의했지만 이스라엘에 유리한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어 레바논과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합의 직후 환영 입장을 나타냈던 이스라엘 역시 이행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명, 레바논 유혈사태의 해결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와의 결의안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이 이번 주 초 결의안을 공식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동맹국이며 프랑스는 레바논과 오랫동안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사국들은 이날 회의를 열어 양국이 제안한 결의안 초안을 검토했다. 볼턴 대사는 전투 종식 결의안과 함께 “현상유지를 타파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정치적 틀”을 규정하는 결의안도 프랑스와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결의안이 양측의 폭력 행위를 근절하도록 요구했지만 만약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이스라엘에 반격할 권리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의안에는 즉각적인 폭력의 근절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아드 사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이번 결의안 초안이 적절하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중단하고 모든 이스라엘군을 철수시켜야 휴전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의 하임 라몬 법무장관은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헤즈볼라가 이행할지 의문”이라며 군사작전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전투기로 베이루트 남부를 공습했으며, 레바논 남부의 항구도시 티레에는 해군 특공대를 투입, 이스라엘에의 미사일 공격을 지휘한 헤즈볼라 지도자 3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6일 이스라엘 북부 마을을 15분 이상 로켓으로 공격해 10명이 죽고,20명이 다쳐 교전 이후 이스라엘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낳았다.dawn@seoul.co.kr
  • “평화유지군 주둔하면 레바논 공격 중단”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의 지상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휴전이 이뤄지기 전 헤즈볼라에 최대한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평화유지군이 레바논 남부에 주둔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일 밝혔다. 적어도 당분간은 공격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민간인이 죽을 때마다 실패로 여기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변호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휴전 합의가 수주일이 아닌 수일 안에는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타결되더라도 국경지대의 교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이스라엘군은 48시간 공습중단 시한이 만료되지 않은 1일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에 대대적인 지상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지상공격 확대는 국제평화유지군이 파견되기 전 레바논 국경 18마일 북쪽의 리타니강 지역까지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월드이슈] 중동은 지금 지각변동중 ‘시아 초승달’이 커진다

    [월드이슈] 중동은 지금 지각변동중 ‘시아 초승달’이 커진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레바논 유혈사태에 가슴 한쪽이 저리면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머리가 지끈거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미국, 말잔치만 무성한 유럽과 유엔, 한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 달려드는 이스라엘과 그에 맞선 헤즈볼라, 뒤에서 부추기는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 정세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말대로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작동할 것인가?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중동 정세를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해 본다. ●9·11 사태가 미국의 중동정책을 획기적으로 가른 게 맞나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지역의 국경을 멋대로 획정했던 사례를 좇아 미국은 공산세력의 팽창을 막는다는 냉전 논리를 앞세워 석유 채굴권을 확보하는 한편,1967년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했어요. 아랍 전제 정권들을 비호한다는 욕을 여러 미국 대통령이 들었지만 ‘평화의 지속’, 다시 말해 현상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지요. 미국의 이런 접근 방식은 2000년까지 그런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그러나 이듬해 9·11 사태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어요. 부시 행정부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실로 거창한 목표를 내세워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어요. 덩달아 후세인을 통해 이웃 이란을 간접 견제하던 외교 역량에 큰 구멍이 생겼지요. 또 민주주의 확산 전략은 아랍 전제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의 등장이라는 원치 않은 결과까지 가져왔어요. 이란은 이 틈을 파고드는 한편, 이들 독자세력을 지원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 요르단 같은 친미 정권과 맞설 수 있는 역내 영향력을 갖게 됐지요. 이같은 변화는 레바논 사태를 분석하는 데도 결정적인 열쇠가 되고 있어요.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란 해석도 그래서 나오고요. 부시 1기 행정부 때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는 “중동 지역은 20세기와 달리 열강의 몫은 줄어들고 역내 세력이 더 큰 역할을 하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중동 정세는 왜 이렇게 복잡해졌지요? 국가적 야망, 이데올로기, 종교와 석유 이권 등을 둘러싸고 합종연횡이 거듭됐고, 그 빈 틈을 열강들이 파고들거나 이용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이집트와 시리아, 이란의 이슬람 혁명운동을 지원함으로써 세속 민족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힘을 합치게 했어요. 그 뒤 그네들의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권력 쟁취를 위해 드잡이하게끔 부추긴 것도 물론이고요. 그러나 오늘날 세속적인 민족주의는 중도로 물러앉고 이슬람 혁명운동이 창궐하고 있어요. 이런 연유로 한때 미국의 동맹으로 인식되던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은 이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어요. 시아파와 수니파 국가는 지중해 연안에선 기독교 세력에 맞서기 위해 협력하지만, 이라크에선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어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 남부에서 각자 이스라엘과 교전하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기실 각각 수니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무장집단이에요. 같은 수니파 국가로 미국과 가까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스라엘에 적대하고 있지만, 무바라크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갑작스레 성장한 무슬림 형제단-알카에다의 뿌리라는 시각도 있어요-을 사우디 정부가 막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서로 눈을 부라리고 있어요. ●‘시아 초승달’이란 무엇이며 그 위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앞서 말한 중동의 역내 세력 가운데 가장 크고 강력한 것이 ‘시아 초승달’이에요. 멀리 페르시아 문화권의 이란부터 미국이 옹립한 이라크 새 정부, 시리아, 레바논내 헤즈볼라까지 선을 긋게 되면 초승달 모양이 그려지지요. 전세계 무슬림으로 보면 수니파보다 수적으로 밀리는 시아파가 미국과 친미 아랍정부에 맞서는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지요.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수니파 국가들이 가장 겁내는 것이 바로 시아 초승달 동맹이에요. 미국이 줄곧 레바논 사태와 관련, 두 나라를 겨냥하는 것도 사우디 등이 그 연결고리를 끊어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지요. 중동 전문가인 라첼 브론슨은 “사우디인들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이란인”이라며 “그들은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메시아적인 호메이니즘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어요. 이란의 위력은 미국과 유럽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재정을 죄었을 때 하마스에 재빨리 5000만달러를 지원한 것에서도 알 수 있어요. 이런 연유로 “아마디네자드의 인기는 테헤란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더하다.”는 농담이 퍼지고 있다고 이란 출신의 발리 나스르 미 해군대학 교수는 전했지요. 이란의 발언권은 미국의 조종을 받는 시아파 이라크 새 정부에까지 먹히고 있어요. 누리 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맹렬히 비난했거든요. 한 걸음 나아가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영적 지도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는 헤즈볼라에 대한 시아파의 지원을 더 공고히 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어요. 시리아 역시 아랍권 테러리스트들이 이라크로 들어가게끔 국경을 열어주고 이란제 무기를 반입할 수 있도록 해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돕고 있어요.26년간 군대를 보내 점령할 정도로 레바논에 군침을 흘리고 있어 결코 만만히 볼 대상이 아니지요.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중동 안정의 열쇠는? “중동을 안정시키려면 이란과 시리아의 전략적 중요성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플린트 레버렛 ‘뉴 아메리카 재단’ 선임연구원은 레바논의 유혈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 두 나라와 대화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 정부는 테러 지원국과는 결코 대화하거나 타협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버텨왔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휴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이스라엘이 마음껏 레바논을 유린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면서 워싱턴의 자세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즉각 휴전’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스스로 물러설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리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옵션으로 보인다. 시리아는 이란보다 작고 더 취약하며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조차 주류에서 벗어난 수니파 출신으로 정치적 입지 또한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레버렛 연구원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시리아를 빼주면 미국이나 아랍권과 경제협력을 할 수 있게 돼 이란과의 유착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의 조사 고삐를 느슨히 해주는 좀 더 비용이 안 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란 역시 레바논에서의 전면전 위기를 부채질함으로써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에서 숨을 돌리는 선에서 만족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면 헤즈볼라에 무기를 대는 행동을 그만둘 수 있다고 기대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란은 레바논사태 최대 수혜자”

    최근 중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 지도자를 꼽으라면 헤즈볼라를 이끄는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다. 이스라엘 정예병력에 맞선 헤즈볼라의 선전으로 아랍 젊은이들 사이에 ‘개인 숭배’ 움직임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레바논 사태로 가장 큰 실익을 챙긴 지도자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헤즈볼라의 ‘준비된 전력’도 연간 1억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막대한 군사지원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헤즈볼라에 매년 1억달러 지원 물론 이란이 챙긴 것은 지도자 개인의 명망이나 종파적 영향력의 확대만이 아니다.30일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최근의 중동위기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이란에 중대한 이득을 가져 왔다. ‘앙숙’ 이스라엘에 국제적 비난이 집중되도록 만든 것은 물론, 핵활동 재개로 초래된 국제사회의 제재 위협에서 숨 돌릴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대한 반발로 역내에 급진 이슬람운동이 확산될 토양이 마련된 점도 무시 못할 수확이다. 이란의 헤즈볼라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구체적 지령을 내리는 수준이란 견해가 있지만 무기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바만 바크티아리 미국 메인대학 교수는 “이란에 헤즈볼라는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면서 “레바논 사태를 통해 이란은 역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미국과 세계 앞에서 무력시위한 셈”이라고 말했다.●장기전 땐 헤즈볼라·이란도 타격 그러나 상황이 이란에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교전이 길어진다면 헤즈볼라의 피해를 키우는 것은 물론 이란이 그동안 거둔 외교적 성과마저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란이 바라는 것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은 채 마무리되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지난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즉각 휴전을 촉구한 것도 이 주장의 설득력을 높인다. 워싱턴의 전략국제연구센터의 대니얼 벤저민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 정권이 국내에서 곤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국민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경제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선거에서 이슬람권의 단결이나 이란의 역내 영향력 확대 같은 이슈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이 국방 “공격 강화할 것” 한편 이스라엘군이 48시간 공습중단을 선언한 직후인 31일 레바논 동부에 또다시 공습을 가했다고 레바논 관리들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1시30분(현지시간) 시리아 국경에서 5㎞ 떨어진 얀타 마을 부근 도로를 두 차례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30일 자정쯤 레바논에 대한 48시간 공습중단을 선언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그러나 31일 오전 2시부터 공습 중단이 적용됐기 때문에 얀타 지역 공습은 약속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한편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레바논내 헤즈볼라 게릴라들의 소탕을 위해 군사작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이, 레바논 또 공습 56명 사망

    2000년 전 예수가 첫번째 기적을 행했다는 ‘축제의 마을’ 카나가 귀청을 찢는 폭발음과 함께 피비린내 나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30일 새벽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으로 레바논 민간인이 적어도 56명 숨졌다.34명은 어린이였다고 국제적십자사가 밝혔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다. 생존자 이브라임 샬로브(26)는 “폭격이 너무 격렬해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면서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린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숨졌을 것”이라며 망연자실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유엔은 이날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즉각 휴전 및 헤즈볼라 무장해제 등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화를 골자로 한 프랑스 중재안을 올렸으나 회원국간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다.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신속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이어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제외한 어떤 협상 제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미국측 평화안을 들고 이스라엘에 이어 레바논을 방문하려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계획도 무산됐다. 라이스 장관은 참사 직후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두 번째 회담을 가졌으나 올메르트 총리는 “앞으로 10∼14일간 더 공격할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성명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면서도 민간인에게 대피령을 내렸으며, 마을을 로켓 발사기지로 활용한 헤즈볼라가 원인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신약성서에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꾼 첫번째 기적현장으로 기록된 카나에서는 1996년에도 이스라엘의 ‘분노의 포도’ 작전으로 105명이 숨졌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각각 “충격과 슬픔”,“소름 끼치는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폭력사태의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즉각’ 무기를 버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과 영국도 유감을 표명했으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날 이스라엘 공습은 남부 항구도시 티레 주변의 국경마을 수십곳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전날 국경마을 빈트 즈베일에서 전격 퇴각했던 이스라엘군은 이날 다시 레바논 남동부 국경마을 타이베 외곽으로 진출, 헤즈볼라 게릴라들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19일째 이어진 이스라엘 공격으로 레바논 사망자가 실종자를 포함해 750명이 넘었다고 레바논측은 밝혔다. 한편 얀 에겔란트 유엔 긴급구호대책 본부장은 교전지역 내 사상자 이송과 식량·의약품 공급을 위한 한시적 휴전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측이 거부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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