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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종 SSM 전남 골목상권 파고든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를 피해 ‘상품공급점’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점포 수를 늘리고 있어 골목상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SSM 등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점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발효에 따른 출점 규제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10일 전남지역 유통가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최근 순천 1호점을 개점한 데 이어 2, 3호점을 ‘상품공급점’ 형태로 출점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대형슈퍼인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이미 지난해부터 여수에 들어온 후 6호점까지 상품공급점 형태로 진출했다. 올초 광양에는 일본계 24시간 마트인 ‘트라이얼마트’가 출점한 상태다. 이들 SSM들은 물품 납품을 조건으로 영세 슈퍼마켓 점주들을 접촉해 ‘상품공급점’ 계약을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지역 슈퍼마켓점주 이모(50)씨는 “대리점이나 슈퍼마켓조합에서 들여오는 가격보다 싸게 공급해줄 테니 ‘상품공급점’ 계약을 맺자고 제안이 들어왔으나 거절했다”면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킨 업체에 투항하는 것 같아 양심상 받아들일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 같은 변종 SSM 출점이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품공급점의 외양은 SSM이지만, 대기업이 아닌 기존의 슈퍼 개인 점주들이 그대로 운영하고 있어 규제대상이 안 된다. 또 SSM은 재래시장에서 1㎞ 이내에 개점할 때는 지자체에 신고해야하지만 상품공급점은 신고의무도 없다. 영업시간이나 월 2회 휴무일 규제도 없어 사실상 365일 영업이 가능, 골목 슈퍼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 상품공급점들은 또 간판도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하고 있다. 대형마트 이름을 크게 내걸고 귀퉁이에 ‘○○슈퍼’ 또는 ‘XX상품공급점’ 등으로 작게 표기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남동부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신고된 사업장 명칭과 실제 간판명을 다르게 표기하는 것은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한 것으로 규제를 해야 된다”며 “SSM에 먹히다보면 동네슈퍼가 하나둘 없어지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대기업 슈퍼들이 가격을 올려 받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저가 상품 공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역 영세업주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계약을 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부터 시장에 진출한 이래 현재 전국에 28개의 점포를 냈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울고 싶은 대형마트

    울고 싶은 대형마트

    올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대형마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갑을 좀체 안 여는 소비자와 정부의 영업규제로 매출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5~7% 가량 감소했다. 이마트가 -6.4%로 감소율이 가장 컸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5.9%와 5.7%씩 매출이 떨어졌다. 품목별로도 예외 없이 뚜렷한 감소세다. 이마트의 경우 신선식품(-9.2%), 가공식품(-5.4%), 생활용품(-6.3%), 패션·스포츠(-7.6%) 등의 매출이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이른 더위 탓에 에어컨 판매가 늘면서 가전 매출만 0.8% 늘었다. 롯데마트도 신선식품이 전년 동기 대비 9.7%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의류잡화(-5.4%), 가공식품(-5.1%), 생활용품(-4.1%)도 매출이 줄었다. 홈플러스는 설 연휴가 있었던 2월과 경쟁마트 대비 최저가를 보장해주는 ‘가격비교 보상제’를 시작한 지난달만 제외하고 매출이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 감소의 원인은 가계의 소비 부진과 일요 의무휴업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1분기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가계에 남아도는 자금(자금잉여) 규모가 30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0조원가량 늘었다. 지출도 안 하고 빚도 안 냈다는 얘기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계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일요일 의무휴업이 매출 신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푸념한다. 매달 둘째, 넷째주 일요일에 강제적으로 휴업하는 점포가 절반 이상으로 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이마트는 146개 점포 가운데 85개, 롯데마트는 103개 가운데 58개, 홈플러스는 136개 가운데 88개가 일요휴무에 참여하고 있다. A마트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일요일에 강제적으로 쉬는 점포가 늘면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형유통사 6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45%가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 응답 기업의 89.3%가 소비 위축을 꼽았고, 32.1%는 정부 규제를 탓했다. 대한상의는 가격을 인하하는 상품을 늘리고 할인행사 기간을 연장하는 등 마케팅을 동원해도 1인당 소비량이 적어서 매출을 끌어올리기 역부족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매출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3대 마트의 지난달 매출 실적을 보면 홈플러스가 7.1%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고,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각각 3.4%와 3.2%로 매출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지난 4월(102) 이후 석달째 상승세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고 100 아래면 비관적인 것으로 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가계부채의 부담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계의 소비여력이 상반기보다 다소 되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오늘의 눈] 진정인 뒤로하고 평일 친목다진 인권위/김민석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진정인 뒤로하고 평일 친목다진 인권위/김민석 사회부 기자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2009년 7월 취임한 이후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존재감이 예전만 못한 인권위원회가 이제는 정무적인 판단 능력도 떨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연찬회라는 이름으로 1박2일간 사실상 야유회를 다녀왔다는 것보다 이에 대처하는 자세가 볼썽사나워서다. 인권위는 지난달 31일부터 1박2일간 충북 충주의 인권위교육센터에서 체육대회를 겸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른바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어느 조직이든 친목을 다지는 자리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평일인 만큼 업무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되며,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어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연락 체제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권과 관련해 수시로 진정인이 몰려오는 인권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둘러본 인권위는 국민을 위한 인권위인지, 인권위 직원을 위한 인권위인지 도통 가늠이 안 됐다. “담당자가 연찬회에 참석해서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답변은 그나마 양호했다. 충주 연찬회에 참석한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싶다는 얘기에 “그곳까지 전화를 연결하면 담당자가 화를 낼 것”이라는 대답에는 어이가 없었다. 휴일도 아닌 평일에 벌어진 일이다. 인권위는 이날 행사에 전체 직원의 60% 정도가 참석했고 진정인 상담 업무는 평소처럼 정상 운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사실상 휴무 상태였다. 브리핑실을 열어줄 직원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 일부 기자들은 오랜 시간을 바깥에서 기다려야 했다. 상담 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진정인은 “상담을 하려고 했는데 담당자가 하루종일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권위는 이날 직원 대부분이 자리를 비워 업무에 차질이 예상됨에도 이와 관련해 어떠한 사전 고지도 하지 않았다. 평일 시간을 쪼개 인권위를 찾아온 진정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업무를 제쳐놓고 친목을 다질 생각이라면 주말에 행사를 갖는 것이 상식이다. 기업들도 업무가 너무 많아 요즘엔 주말에 워크숍을 다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물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업무에 차질을 빚으면서 친목을 다졌다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인권위 출범 이후 사인(私人) 간 인권침해 진정 가운데 95%를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각하 처리했던 인권위로서는 국민들이 ‘일은 안 하고 놀러 다닌다’고 비판을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인권위는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에서 ‘인권’이라는 이름 덕분에 국민권익위원회에 통폐합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를 빼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해 권익위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인권위가 지금처럼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행보를 지속한다면 정부가 아닌 국민들이 되레 등을 돌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인권위는 위원장과 조직이 아닌 국민의 인권을 생각할 때다. shiho@seoul.co.kr
  • 구멍난 전력 200만㎾… 울산 산업계 電電긍긍

    구멍난 전력 200만㎾… 울산 산업계 電電긍긍

    울산 산업계에 ‘블랙아웃’(대규모 동시 정전) 발생 비상이 걸렸다. 원전 10기의 가동 중단으로 여름철 전력 대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역 산업계는 이미 매년 여름철 자가 발전과 생산 지원라인 전력사용 감축 등 에너지 절약 방안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데다 장치산업이 많은 지역 특성상 정부가 권고하는 휴가 분산 및 조업 시간 조정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체들은 자가 발전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위기 속에 비용 상승까지 겹치는 위기를 맞게 됐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여름 전력공급은 최근 신고리 2호기 등 원전 가동 중단으로 200만㎾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기업체의 휴가 분산과 조업시간 조정 등을 시행하고,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전력 피크시간대(오전 11~낮 12시, 오후 1~5시)에 과다 사용하면 연간 3배의 할증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블랙아웃을 피하기 위해 절전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자가 발전기 가동률을 높이고,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 일부 생산 지원라인 가동률을 줄일 예정이지만 예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이미 쥐어짤 때로 짜 절전을 해 오고 있다. 한전 울산지사에 따르면 울산의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2008년 2만 695GWh에서 지난해 2만 5516GWh로 5년 사이 4821GWh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기 사용료도 1조 2630억원에서 2조 2160억원으로 9530억원 늘었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납부하는 현대자동차는 주 생산라인의 가동을 줄일 수 없는 만큼 전력 사용 피크시간대 소재 공장의 가동률을 최대한 낮추고, 냉온도 조절과 간접 부서 절전계획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절기 전력사용량이 많은 오전 11~낮 12시, 오후 5~6시 두 시간 동안 모든 냉방기기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시설의 전력 사용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여기에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 회사 내에 전력피크 비상 메시지를 발송해 15분간 냉방기기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전력피크 제어도 실시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전력 수요 분산을 위해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은 공휴일에 근무하고, 평일에 대체 휴무를 시행해 효과를 거뒀다. 올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고려아연은 전력 사용량을 줄이려고 여름·겨울철 주간 생산량을 기존의 60% 수준까지 낮추고 봄과 가을 생산력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시간당 8만㎾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연중 공장을 멈출 수 없는 SK에너지는 여름철 자가 발전량을 전체 전기사용량의 10% 이상 높일 계획이지만 일반 전기사용료보다 비싸 부담이 크다. 산업계 관계자는 “사무실 절전과 냉방온도 조절 등은 이미 시행하고 있고, 산업 특성상 휴가 분산과 조업 시간 조정 등도 도입이 어려워 에너지 절약의 대안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원전 2기 가동 정지] 200만㎾ ‘펑크’… 단기 처방 없어 새달초·8월 블랙아웃 위기

    [원전 2기 가동 정지] 200만㎾ ‘펑크’… 단기 처방 없어 새달초·8월 블랙아웃 위기

    냉방기(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한여름이 닥치기도 전에 가정이나 공장에서 전력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전력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엔저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갑자기 공장 가동중단 사태를 맞을 위기에 놓였다. 이는 단지 원자력발전 2기의 가동 중단이 불러온 사태여서 국가 차원의 전면적 에너지 수급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 최대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예비전력은 906만㎾까지 떨어졌다. 최저 단계인 ‘준비’ 발령의 400만~500만㎾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해도, 기업의 사무실과 공장의 전력사용 시간 이전에 이처럼 전력 공급량이 달리면서 전력당국은 긴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발전량 100만㎾급 원전 2기가 전력 위기 상황을 몰고 온 셈이다. 다행히 예비전력은 오전 8시 55분이 지나면서 982만㎾로 여유를 되찾았다. 흐린 날씨 때문에 가정의 냉방기 수요가 발생하지 않은 덕분이다. 지난 1월 3일에도 겨울철 난방 수요 등으로 예비전력이 419.1만㎾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 같은 위기는 현재 전력공급의 30% 이상을 맡고 있는 원전에 문제가 있다. 전국 원전 23기 중 8기가 가동중단 상태에서 이날 2기를 포함, 10기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원전 전체 설비용량 2071만 6㎾ 중 771만여㎾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다. 정부는 올여름 하루 최대전력수요는 7900만㎾를 유지하지만 최대공급능력은 당초 예상한 8000만㎾에서 7700만㎾로 줄어, 예비전력이 200만㎾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무환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원전에 문제가 발생해서 고장이 일어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정지되도록 하는 등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원전을 추가로 증설할 수 없다면 절약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단의 전력 사용에 대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일본의 경우 휴무일 등을 지정해 공장의 전기 사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본부장은 “이번 사태는 지난해 일반규격품 품질 보증서 위조사건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원전산업은 커지고 있지만 안전·품질 의식은 뒤따르지 못한 결과”라며 “원인 규명과 상응 조치를 명확히 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용어 클릭] ■ 블랙아웃(Blackout) 도시나 넓은 지역의 전기가 동시에 모두 끊겨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정전사태를 일컫는 전기용어.
  • 강남 학원가에 SAT괴담 확산

    ‘서울 거주, 만 20세 이상, 직전 시험 대비 200점 이상 오른 수험생’ 다음 달 1일 예정된 국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일부 응시자들의 시험이 취소된 가운데 국내 수험생들 사이에 출신지와 나이, 점수 상승폭 등을 기준으로 시험 취소 여부가 갈렸다는 괴담이 퍼지고 있다. SAT 시험 주관사인 칼리지보드 측은 “취소 대상과 기준을 공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명 SAT 학원의 수강생 명단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과 함께 일부 수험생 사이에 역으로 유명 학원 기피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SAT 학원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7일 서울 강남의 SAT 학원가에 따르면 칼리지보드가 한국의 일부 수험생에게 시험취소 이메일을 보낸 지난 25일 이후 학원 및 컨설팅업체에는 시험 취소 기준을 문의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취소 통보를 받지 않은 학생들도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면서 “우리도 어떤 기준으로 취소 대상을 정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칼리지보드 측은 이메일에서 “이의가 있는 수험생들은 직접 전화해 문의하라”고 했지만 미국의 메모리얼데이인 27일(현지시간) 공식 휴무에 들어가면서 수험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학원과 수험생들은 취소를 통보받은 학생들의 조건을 근거로 대상을 유추하며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서울에 살면서 만 20세가 넘는 학생들이 상당수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험지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SAT 학원이 대부분 서울 강남권에 밀집해 있어 지방 거주자에 비해 서울에 사는 학생들이 취소 명단에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SAT 응시 대상인 만 18세(미국 12학년)를 넘긴 수험생들이 대거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분석과 직전 시험에 비해 200점 이상 점수가 오른 수험생들이 대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제대 후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는 한 20대 중반 수험생은 “유명하다는 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전에 이 시험을 본 적도 없는데 왜 취소됐는지 황당하다”면서 “재수, 삼수가 없는 미국 사정에 비춰봤을 때 나이가 많아서 취소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소 대상을 따지는 것보다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대학 진학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칼리지보드 측이 취소 대상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미국대학 입학 학력고사(ACT) 등 다른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20세 넘는 서울 거주자가 타깃” 춤추는 SAT괴담

     ‘서울 거주, 만 20세 이상, 직전 시험 대비 200점 이상 오른 수험생’  다음 달 1일 예정된 국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일부 응시자들의 시험이 취소된 가운데 국내 수험생들 사이에 출신지와 나이, 점수 상승폭 등을 기준으로 시험 취소 여부가 갈렸다는 괴담이 퍼지고 있다. SAT 시험 주관사인 칼리지보드 측은 “취소 대상과 기준을 공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명 SAT 학원의 수강생 명단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과 함께 일부 수험생 사이에 역으로 유명 학원 기피 현상마저 나타나면서 SAT 학원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7일 서울 강남의 SAT 학원가에 따르면 칼리지보드가 한국의 일부 수험생에게 시험취소 이메일을 보낸 지난 25일 이후 학원 및 컨설팅업체에는 시험 취소 기준을 문의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취소 통보를 받지 않은 학생들도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면서 “우리도 어떤 기준으로 취소 대상을 정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칼리지보드 측은 이메일에서 “이의가 있는 수험생들은 직접 전화해 문의하라”고 했지만 미국의 메모리얼데이인 27일(현지시간) 공식 휴무에 들어가면서 수험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학원과 수험생들은 취소를 통보받은 학생들의 조건을 근거로 대상을 유추하며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서울에 살면서 만 20세가 넘는 학생들이 상당수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험지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SAT 학원이 대부분 서울 강남권에 밀집해 있어 지방 거주자에 비해 서울에 사는 학생들이 취소 명단에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SAT 응시 대상인 만 18세(미국 12학년)를 넘긴 수험생들이 대거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분석과 직전 시험에 비해 200점 이상 점수가 오른 수험생들이 대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제대 후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는 한 20대 중반 수험생은 “유명하다는 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전에 이 시험을 본 적도 없는데 왜 취소됐는지 황당하다”면서 “재수, 삼수가 없는 미국 사정에 비춰봤을 때 나이가 많아서 취소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소 대상을 따지는 것보다 서둘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대학 진학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칼리지보드 측이 취소 대상을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미국대학 입학 학력고사(ACT) 등 다른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대형마트·SSM 의무휴업일 전통시장 매출·고객 늘었다

    대형마트·SSM 의무휴업일 전통시장 매출·고객 늘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에는 중소 소매업 및 전통시장의 매출액과 고객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은 대형마트·SSM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난달 28일 중소 소매업체와 전통시장의 평균 매출과 평균 고객 수를 조사한 결과, 휴무일이 아니었던 전주(4월 21일)에 비해 각각 9.1%, 8.7% 늘어났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대형마트와 SSM 주변 중소 소매업체 694곳과 전통시장 내 점포 1000곳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전통시장의 평균 매출은 11.1%, 평균 고객 수는 11.3% 증가했다. 매출증가율도 의무휴업 지역(전주 대비 9.1%)이 자율휴업 지역(전주 대비 5.1%)보다 높았다. 휴업일에 맞춰 중소 소매업체와 전통시장이 상품 판매가를 10∼30% 할인하고 상품권, 쿠폰, 경품 증정 등 고객 참여 행사를 공격적으로 시행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은 의무휴업일에 맞춰 매월 넷째 주를 ‘전통시장 가는 날’로 지정, 특판행사 등을 진행해 매출과 고객이 전주보다 15% 증가했다. 경기 하남의 덕풍시장 등 5일장의 경우 대형마트 자율휴업일(수요일 휴업)에 장을 열어 매출액이 2배 증가했다.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은 중소 소매점포와 전통시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골목 슈퍼를 대상으로 상품 진열과 재고 관리 컨설팅, 공동 브랜드·공동 구매·공동 마케팅 등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53.8%는 대형마트와 SSM 의무휴업 규제 강화가 ‘골목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은 23.6%였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영사관 휴무로 납치범 잡아둬도 ‘감금죄’

    영사관 휴무로 납치범 잡아둬도 ‘감금죄’

    중국에서 한국인 납치범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그를 억류했던 조직폭력배에게 감금죄가 인정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김도형)는 28일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A씨를 이틀간 억류해 공동감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폭 이모(46)씨와 김모(3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범행을 지시한 두목 최모(52)씨에 대해서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0년 4월 동업자 B씨가 투자를 철회하자 앙심을 품고 B씨의 친·인척을 인질로 잡아놓고 2억원을 빼앗았다. 돈을 받은 뒤에도 A씨가 친·인척을 풀어주지 않자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조폭 두목 최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에 최씨는 부하 이씨와 김씨를 중국으로 보냈다. 이씨 등은 중국 공안에 B씨 친·인척의 납치 사실을 알린 뒤 이들을 구했다. 이어 A씨를 한국법에 따라 처리하기 위해 한국영사관으로 데려가려 했으나 주말이어서 업무를 하지 않자 자신들의 숙소에 이틀간 A씨를 감금했다. 이후 A씨는 국내로 송환돼 인질강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나도 감금 피해자’라며 최씨 일당을 고소했다. 검찰은 조사에 착수, 이씨 등 3명에 대해 공동감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중국법으로 처벌될 게 두려워 이씨 등의 뜻에 따른 게 아닌가 의심되고 전화로 구호 요청을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감금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강압 행위가 없더라도 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 감금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봄날의 차茶를 좋아하세요?”

    “봄날의 차茶를 좋아하세요?”

    꽃차 메말랐던 꽃잎이 다시 피어나듯이 아침에 마시는 차로는 꽃차가 제격이다. 메마른 꽃잎이 따뜻한 물을 머금으며 서서히, 선명하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시작이 상쾌해진다. 오늘 하루도 잘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절로 든달까. 꽃차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꽃잎이 크고 꽃받침이 단단해 떨기 채로 만드는 것은 ‘공예차工藝茶’, 얇고 잔잔한 잎파리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꽃차다. 공예차는 물을 부었을 때 꽃의 원형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손이 훨씬 많이 가고, 가격도 비싸 일종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 중국에서는 예부터 귀한 손님들을 대접할 때, 모리화나 자스민 공예차로 찻잔 속 공연을 선보였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도 복숭아꽃차를 즐겨 마시며 찻잔 속 무릉도원을 꿈꿨다. 꽃차는 봄차와 가을차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 봄에 따는 봄꽃차는 꽃잎이 얇아 자연 그대로 말리고, 가을에 따는 국화와 구절초 등은 가볍게 쪄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말린다. 다 말린 꽃은 솥에 넣어 보관해 향과 색을 유지한다고 한다. 다양한 꽃차 중에서 봄에 어울리는 차로 해바라기꽃차와 벚꽃차를 추천한다. 차 주전자 속에서 샛노란 꽃잎을 활짝 틔우는 해바라기꽃차는 보기에도 신비롭고 맛도 좋다. 구수하고 달큰한 대추향이 난다. 전체적으로는 국화차와 비슷하지만 더 깔끔하고 향긋하다. 반면 벚꽃차는 은은하고 여성스럽다. 살아있는 벚꽃은 향기가 강하지 않지만, 꽃잎을 말려 우려낸 차에서는 진한 허브향이 난다. 부유하는 연분홍색 벚꽃잎과 차향을 음미하다 보면, 아직 오지 않은 봄의 절정이 미리 느껴진다. 바람에 하염없이 흩날리는 벚꽃의 아련한 이미지가 차 한잔에서 우러나는 것. 해바라기차는 어지럼증과 감기에, 벚꽃차는 숙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청량감을 주며 두통에 효과가 있는 목련차와 춘곤증을 없애 주고 불면증에 좋은 제비꽃차도 추천할 만하다. 꽃차는 두 번째 우린 것이 가장 좋고, 3번 이상은 우려 마시지 않아야 한다. 꽃 자체가 식물의 영양소를 응축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우리면 독성이 생길 수 있다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tea shop 꽃차 카페 사유思惟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유는 제대로 된 꽃차를 취급하는 서울 시내에 몇 안 되는 카페다. 매화차, 목련차, 도화차, 벚꽃차, 아카시아차, 홍화차, 해바라기차, 국화차, 백화차 등을 위주로 만드는데, 메뉴에 있는 꽃차는 모두 꽃차 명인으로부터 직접 공수해 오는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 분위기와 어울리는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야외정원을 갖추고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3월부터는 정원에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는다고 하니, 차를 즐기기 더 좋을 듯하다. 꽃차 이외에도 대추차, 식혜 등 직접 만든 전통차도 판매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3층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문의 02-2077-9779 홍차 오후의 마법과 만나는 시간 나는 마들렌 한 조각을 적셔 부풀게 한 차를 한 수저 입술에 기계적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한 모금의 차가 입술에 닿은 순간 몸을 떨었다. 그 기쁨은 차와 과자의 맛에 이어지고, 그것을 무한히 넘어서, 도저히 같은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마르셸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中 1 서양에서는 검은차black tea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붉은차紅茶로 부른다. 오후의 햇살을 머금은 듯한 홍차의 오렌지빛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2 홍차 카페들은 우아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홍차의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홍차를 많이 마시는 나라는 영국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영국인들은 1년 동안 홍차를 1인당 1,500잔 넘게 마신다고 한다. 하루에 4잔은 기본이고 많게는 7~8잔을 마시는 것이다. 마시는 시간에 따라 아침식사 전엔 얼리티early tea, 아침 식사 때는 모닝티morning tea, 점심 후에는 애프터눈티afternoon tea 등 별칭도 제각각이다. 영국 사람들이 이렇게 홍차를 좋아하게 된 것은 18세기 초, 와인 대용품으로 서양에 보급된 홍차가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다. 당시 영국에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점심은 간소하게, 손님들을 초대하는 저녁은 8시 이후 성찬으로 즐기는 관습이 있었다. 오후 4시경이면 자연히 시장기가 감도는 시간. 영국의 부인들은 거실이나 정원에 모여 간식과 함께 홍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이런 문화는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당시 영국에서는 ‘시계가 오후 4시를 치면 6시까지 영국 내의 모든 가정의 주전자가 한꺼번에 펄펄 즐겁게 소리를 내고, 도자기 찻잔에 설탕을 넣어 짤그랑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다소 과장된 말이 있었을 정도다. 영국인들은 홍차를 통해 오후 4시라는 황금의 시간을 발견해냈다.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동안 길어진 해가 차탁을 비추고, 도자기로 만든 예쁜 찻잔 속에는 따뜻한 오렌지빛 홍차가 가득하다. 그 순간의 나른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은 오후 4시의 홍차를 맛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애프터눈티 문화의 탄생은 홍차의 맛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로 이 마법 같은 시간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실제로 홍차는 어떤 시간대에 마셔도 무난하다. 홍차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커피처럼 몸에 빠르게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저녁에 마셔도 해롭지 않다고.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오후 시간이 가장 지겹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때가 홍차가 필요한 순간이리라. 찻집을 찾지 않아도, 예쁜 찻잔에 우린 티백 홍차 한잔이면 마음을 편히 다독일 수 있다. 홍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수한 홍차 잎으로만 우리는 기본차straight tea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기본차는 찻잎의 오래된 듯하면서도 고유한 향이 매력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나무껍질 맛이 되기 일쑤다. 특히 무발효차인 녹차를 즐겨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찻잎을 80% 이상 발효시킨 홍차가 낯설 수밖에 없다. 홍차 입문자라면 아무래도 꽃이나 과일, 허브향을 더해 만든 가향차flavored tea를 선택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봄에 어울리는 가향차로 두 가지를 꼽아 봤다.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Earl Grey French Blue와 애프터눈 애프리콧Apricot Tea. 두 가지 모두 꽃향기와 과일향이 일품이다. 얼그레이 프렌치 블루는 베르가못 향을 입힌 얼그레이와 블루콘플라워를 섞은 것으로 달콤한 꽃향기가 매력적이다. 화려하지 않고 온화한 향이라 초봄에 마시기 좋다. 애프터눈 애프리콧은 대표적인 오후의 홍차다. 살구의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 때문에 화창한 봄날 오후 느긋하게 즐기면 좋을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 다르질링과 같은 기본적인 홍차는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좋다. 찻잎 본연의 향과 쿠키의 달달함이 잘 어우러진다 4 이대 앞 카페 ‘클로리스 티 가든’은 영국식 티룸tea room으로 인기가 높다 글·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tea shop 홍차 카페 클로리스 티가든Cafe De Chloris 홍차 카페 체인점인 클로리스 티가든은 신촌, 역삼, 홍대, 삼청동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가장 오래된 신촌 본점이 분위기 면에서 가장 압도적이다. 영국 시골 가정의 티룸tea room을 그대로 카페에 옮겨온 듯, 가구 하나, 찻잔 하나에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실제로 영국 손님들이 와 보곤 고향집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클로리스 티가든은 홍차 본연의 맛을 추구한다. 주로 프랑스와 영국제 브랜드 홍차 20여 종을 취급하며, 독창적인 레시피의 다양한 밀크티도 선보이고 있다. 고풍스런 티테이블에 앉아 예쁜 다기로 향긋한 홍차를 마시다 보면 마치 영국 귀부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주소┃신촌점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3-35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2시(연중무휴) 문의 02-392-7523 www.cafechloris.co.kr 홍차 반짝 정리! 홍차는 크게 순수한 홍차로만 만든 기본차straight tea, 꽃이나 과일, 허브향을 더해 만든 가향차flavored tea로 나눌 수 있다. 세계 3대 홍차로 꼽는 다르질링Darjeeling, 우바Uva, 치먼Qimen이 가장 대표적인 기본차. 다르질링은 인도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홍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며, 시원한 맛이 매력이다. 우바는 스리랑카 중앙산맥 고지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밀크티와 어울리며, 오렌지색을 띤다. 중국 치먼에서 재배되는 홍차의 원조 ‘치먼’은 난향, 장미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가향차로는 얼그레이Earl Grey가 있는데, 기본 홍차에 베르가못 향을 입힌 것이다. 여러 산지의 차를 조합한 것도 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English breakfast는 아삼 지방의 차와 스리랑카의 실론차를 합한 것으로 복합적인 향을 낸다. 홍차의 맛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나이도 한다. 같은 홍차라도 각 회사마다 차를 섞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로는 영국의 트와이닝, 포트넘 메이슨, 립톤, 프랑스의 포션티, 애플티, 미국의 티즈, 스톡홀름의 쥬뗌므 등이 있다. ●fun fun tea lesson 고단한 봄날의 한방차 ‘귤피차’ 한방차 중에는 직접 만들어 볼 만한 것들도 많다.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간편하게 만들어 시간 날 때마다 마시면 체내 독소를 없애고 몸을 가뿐하게 해준다. 비싼 돈 주고 하는 디톡스 대신 귤피로 만든 한방차 디톡스는 어떨까. 귤피는 간의 기능을 도와 줘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도 풀어 준다. 귤피차 만들기 1 귤을 먹고 난 후 껍질을 버리지 말고 모은다. 2 소금물로 불순물을 잘 씻어낸다. 3 껍질 안쪽에 흰색 내과피는 떼버린다. 4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군 다음, 채 썰어서 잘 말린다. 5 다 마른 귤피는 종이 봉투에 넣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한다. 귤피차 마시기 1 귤피차는 끓이지 않고 뜨거운 물에 몇 조각 띄워서 마신다. 2 퇴근 후 저녁에 마시면 긴장으로 인한 피로를 풀어 주는 데 좋다. 3 스트레스만 받으면 체한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귤피차를 가까이 두고 평소에 자주 마시면 마음이 안정된다. -이상재 <한의사의 다방> 中 왕과 왕비가 사랑한 예술품, 홍차 찻잔 1720년대 이래 다기세트는 유럽풍 홍차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우아한 찻잔은 차 마시는 분위기를 북돋워 주고, 홍차의 품격마저 높여 준다. 귀하신 분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나라별 대표적인 홍차 찻잔 브랜드를 모아 봤다. 마이센 16세기 초, 못 말리는 도자기광이었던 독일 작센 공국의 아우구스트 2세는 최고의 장인들로 하여금 도자기를 만들도록 했다. 당시만 해도 서양 사람들에게 동양의 도자기 제작 기술은 최대의 수수께끼였는데, 마이센 장인들이 이 어려운 문제를 처음으로 풀었다. 1710년, 서양 최초의 도자기가 된 마이센 자기는 현재까지도 세계 최고로 꼽힌다. 웨지우드 1759년 설립돼 영국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는 웨지우드Wedgwood. 조지 3세의 아내인 샬롯 왕비에게 납품된 이후 ‘여왕의 도자기Queen’s Ware’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재스퍼 콘란Jasper Conran, 베라 왕Vera Wang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현대적인 제품들도 출시하고 있다. 로얄 코펜하겐 영국에 웨지우드가 있다면 덴마크에는 로얄 코펜하겐이 있다. 줄리안 마리 왕비의 후원으로 1775년 왕실 도자기로 인정받은 로얄 코펜하겐은 화려한 문양이 특징. 블루 플루티드(사진)의 문양은 모두 직접 그리는데 접시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1,197번의 붓질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도자기 도자기 종주국인 우리나라 도자기도 유럽에 뒤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 식기로 잘 알려진 한국도자기. 고故 육영수 여사가 일본 도자기 대신 처음 사용한 이래로 청와대에서는 쭉 한국도자기 제품을 쓰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최근 ‘프라우나’ 등 명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세련된 디자인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영하 10℃를 밑도는 서울의 한파를 등지고 도착한 말레이시아는 그 온도차만큼이나 다른 세계였다. 어떤 끌림이 있었는지, 회중시계를 손에 든 흰 토끼를 따라 알지도 못하는 굴 속으로 졸래졸래 따라간 앨리스처럼, 낯선 듯 평화롭고, 평범한 듯 해맑은 ‘말레이시아’를 만났다. 겨울날에 도착한 여름나라 앞으로 여섯 시간 후 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는다. 여느 때와 달리 떠오르는 혹은 기대하게 되는 그림이 불분명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속으로 옹알옹알. 입에 익긴 한데 막상 고개가 갸웃한다. 출근길에 바쁜 사람들을 지나쳐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본능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날의 여행.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영하 10℃를 밑도는 겨울날과 영상 30℃를 웃도는 여름나라를 동시에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해가 떴는데도 바닥이 젖어 있다. 이 나라에서는 매일 오후 네다섯 시 즈음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고 했다. 오늘도 방금 전까지 비가 내렸다고. 공항을 나서니 바깥 공기가 그리 습하지 않았고,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까지 가는 차 안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기에 아직 서울에서의 차림 그대로다. 하나둘 옷을 허물처럼 벗어낸 것은 공항과 쿠알라룸푸르 중간 즈음에 위치한 신행정도시 푸트르자야Putrajaya의 풍경이 차창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모형처럼 군더더기 없는 도시를 울울창창한 야자수 정글이 포위하고 있었다. 서울과 쿠알라룸푸르 사이 한 시간의 시차를 거슬러 오른 나는 그제야 여름나라에 들어온 것을 실감했다. 호텔방에 대충 짐을 밀어 넣고 낯선 거리로 나섰다. 하늘은 어둑하게 물들어 가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로 치면 명동에 비견되는 부킷빈탕Bukit Bintang 거리와 그 지척에 노천 음식점이 즐비한 잘란알로Jalan Alor는 낮보다 더 환하고, 더더욱 북적였다. 여행 첫날의 긴장과 피로는 서울과 다르지 않은 도심풍경 때문에 잔잔해졌지만 그 속에 빠져드는 것이 아직 부담스러운 이방인은 두 거리 사이, 트렌디한 펍과 레스토랑이 늘어선 잘란창캇Jalan Changkat으로 살짝 발을 들여 놓았다. 거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펍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공기, 낯선 도시, 차가운 맥주, 관망적 자세. 취取하거나 취醉하거나. ▶travie info 잘란알로alan Alor와 잘란창캇Jalan Changkat | 잘란알로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리 사테Satay를 추천. 얇게 썬 고기를 양념해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 구운 꼬치요리이다. 달큼하고 고소한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잘란창캇에서는 부러 핫한 곳을 찾기보다는 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2층 테라스가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위치 부킷빈탕 거리에서 모노레일이 가로지르는 대로 변 오른쪽 방향(도보 5~10분). 영업시간 늦은 오후부터 새벽녘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주소 Jalan Perdana, 50480 Kuala Lumpur 방문객 입장시간 오전 9시~정오, 오후 3시~4시, 오후 5시30분~6시30분(단, 금요일은 오전 입장 불가) 입장료 무료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주소 Jalan Hang Kasturi, 50050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30분(건물 밖 노점은 오전 11시~밤 11시) 홈페이지 www.centralmarket.com.my 차이나타운China Town┃위치 Jalan Petaling,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에 문을 여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점심 무렵부터 밤 10시까지 One for All, All for One 아무리 피곤해도 늦잠은 아까운 여행자의 아침, 좀 걷자. 걷다 멈춘 곳이 목적지가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여름의 날씨인지라 자연스럽게 차도르Chador를 두른 여인들에게 눈길이 간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다.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겐 당연한 것이겠지만 “안 덥나?” 결국 입 밖으로 뱉고 만다. 모스크에 가봐야겠다.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피해 택시를 탔다.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에 가자고 했다. 안내에 따라 신발을 벗고 보라색 가운과 히잡Hijab을 둘렀다. 아무도 없는 기도실 앞에 서자 안내원인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대답을 듣자 지긋한 눈빛으로 <본성(피뜨라)과의 만남>이라는 한국어 책자를 건네 준다. 천장까지 닿은, 수십 개의 흰색 기둥으로 빼곡한 기도실 앞 대리석 바닥에 앉아 책자를 폈다. 맨 첫 장과 마지막 장은 같은 문구로 시작해 같은 문구로 맺어지고 있었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따라 읽는 사이 작지만 야무진 아이 모모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시간을 훔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회색 신사들에게 홀려 잿빛이 된 모습으로 내 말만 하는 어른이 돼 버린 내 앞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중략)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미하엘 엔더의 <모모> 中 지난밤 잘란창캇의 펍에서 마셔 버린 시큰둥했던 첫날밤이 뜨끔했다. 그럼에도 선뜻 털고 일어나 기도실을 나서지 않고 조금 더 게으름을 피우다 못 이기는 척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다 뒤를 돌아봤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맑고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새하얀 모스크. 종교와 교리를 떠나 그곳에 잿빛을 걷어낸 나의 뽀얀 마음 한 조각을 묻어두었다. 그리곤 천천히 초록 잔디가 카펫처럼 펼쳐진 메르데카 광장Merdeka Square까지 걸었다. 딱히 구경거리가 없는 고가도로변인데도 길이 참 싱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어로 독립이라는 뜻이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8월31일 이 광장 국기게양대에 걸려 있던 영국 국기를 걷어내고 말레이시아 국기를 내걸면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다. 광장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과 함께 광장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고건축물들이 독특한 도시경관을 그려낸다. 식민지 역사의 흔적을 상당수 지워낸 우리와 달리 쿠알라룸푸르는 도심 가운데 이를 그대로 남겨두고 오늘날까지 이용하고 있다. 광장 북측, 1894년에 지은 세인트메리 성당을 시작으로 유럽과 이슬람식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구 시청사, 술탄압둘사마드 빌딩, 구 중앙우체국, 국립섬유박물관, 구 차터드은행 등이 시계방향으로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사람들이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오랜 세월 다양한 인종이 각기 다른 언어와 신을 믿는 가운데 함께 어울려 살아왔기에 관용의 미덕이 배어 있다고.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1 Malaysia, truly Asia’라는 말레이시아의 캐치프레이즈를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 서 있자니 이번엔 달타냥과 삼총사가 떠올라 그들의 구호를 외친다. “One for All, All for One” 메르데카 광장에서 켈랑강Kelang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과 차이나타운China Town까지 다다르는데, 이곳에서 ‘1 Malaysia, truly Asia’가 허언이 아님을 체감했다. 역시나 건물 자체가 100여 년이 넘은 마켓 안에는 말레이, 차이니즈, 인디아 구역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었고, 역사문화도시 말라카와 페낭을 모티브로 한 거리까지,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오밀조밀하다.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마켓 2층의 푸드코트와 마켓 바깥 골목에 위치한 예술가의 거리도 시장구경의 재미를 더해 준다. 중국계가 중심이 되어 상점가를 형성하고 있는 차이나타운China Town 언저리에서도 불교 사찰과 식민지 건축물, 힌두교 사원이 자연스레 한 컷에 담긴다.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도 모르게 사진기를 들었다놨다 한다. 여행의 순간은 눈에만 담아두기 참 아쉬울 때가 많다. 찍고 싶은데 면박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몰래 찍는 것도 내키지 않는. 옆에서 누군가 이야기한다. “그냥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하면 완전 좋아하면서 반가워할 거예요.” 새삼 놀라운 ‘참말’이다. 무표정하게 있다가도 사진기를 보이며 눈인사를 할 때마다 꽃보다 환하게 피어나는 그들의 얼굴빛.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마저 꽃 같은 포즈를 취해 주는데 그 덕에 내 잿빛 마음이 부끄럼을 타며 조금씩 희석된다. 1 메르데카 광장에서 센트럴 마켓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동화 같은 거리. 초고층 빌딩숲 아래 파스텔톤의 유럽식 건축물이 독특한 도심경관을 만든다 2 쿠알라룸푸르에 대한 모든 것을 미리보기 할 수 있는 곳, 쿠알라룸푸르 시티갤러리에 가면 말레이시아 여행이 더욱 촘촘해진다 3 강요하는 사람 없지만 열대 기후에서도 히잡을 벗지 않는 여인들. 그러나 색색 고운 히잡을 보며 여인의 마음을 짐작한다 빨간 구두 신고 램프의 요정을 따라서 쿠알라룸푸르가 다민족이 내뿜는 전통적인 색채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질릴 틈 없이 신상품으로 넘쳐나는 도심의 빼곡한 쇼핑몰이야말로 쿠알라룸푸르의 현재다. 마음이 풀어지고 나니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마술을 부린 듯 새롭고 반짝이는 것들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 쇼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킷빈탕 거리의 파빌리온에서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수리아 쇼핑몰이 위치한 KLCC까지 구름다리 형식의 통로KLCC-Bukit Bintang Pedestrian Wailkway가 연결되어 있어 주요 쇼핑 스폿을 쾌적하고도 수월하게 오갈 수 있다. 정유회사 페트로나스의 사옥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층의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에 올랐다. 쌍둥이 빌딩 한쪽 타워에서 보이는 맞은편 타워는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솟아 있었다. 멀고도 높다. 물리적인 거리와 높이만큼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돌아갈 수 있을까. 우선 내려가자. 호텔 방에 들어와 가방에서 가장 예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와 파빌리온Pavilion의 명품 매장 사이를 모델처럼 걷기 시작했다. 명품 매장에서 나오는 차도르 두른 여인들에게 익숙해지기까지 촌스럽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와 우리나라의 쇼퍼들은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찾아 최근 말레이시아를 찾는 쇼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머니 가벼운 까막눈도 마냥 즐거운 윈도우 쇼핑. 걷다가 힘이 들면 쇼핑몰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고, 쇼핑몰 안팎에서 진행되는 버스킹 공연에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 나오는 아가씨처럼 춤추듯 걷자니 지치기는 했지만 시간은 지겨울 틈 없이 흘러갔다. 램프의 요정을 따라 말레이시아의 머리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반도 최남단으로, 싱가포르와 맞닿은 도시 조호바루Johor Baharu에 도착했다. 말레이어로 조호바루는 ‘새로운 보석’이라는 뜻. 그곳에 앨리스도 혹할 만한 새로운 보석이 있었다.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동화풍 색채의 레고 랜드LEGO LAND에 제대로 빨려 들어갔다. 오전 10시, 오픈시간이 가까워지면 레고 랜드 사람들이 나와 오매불망 가지런히 줄서 있는 아이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10, 9, 8……3, 2, 1” 문이 열림과 동시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레고 랜드 안으로 돌진. 레고 랜드를 둘러싼 자연과 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레고 블록이 빚어낸 세상이다. 아이들의 쨍한 웃음이 화수분처럼 솟아난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어른들 역시 수북 쌓인 레고 블록 조립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간이 모자랐다. 조호바루에도 쿠알라룸푸르 못지않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아웃렛과 쇼핑몰이 즐비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여행자의 시간은 좀더 색다르고도 익숙한 풍경을 더듬는다. KSL 리조트 앞으로 펼쳐진 난전은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떠올리게 했다. 땅의 기운을 머금고 고운 색을 발하는 식재료와 튀기거나 굽거나 볶아낸 군침 도는 먹을거리에 자꾸만 손이 간다. 여기저기 “한국에서 왔어요?” 말하며 아는 체하는 현지인들이 우리네 시장 사람들의 인심과 다르지 않았다. 싱싱하고 건강한 어투. 그들 손으로 기르고 거둔 곡물로 만든 주전부리를 오물거리며 시장 한 바퀴를 어슬렁댄다. 부디 12시를 알리는 신데렐라의 종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런 걸까. 천천히 빨간 구두를 벗고, 램프의 요정과도 안녕을 고했다. 한 시간만 뒤로 돌리면 말레이시아의 앨리스는 사라지고 나는 다시 영하를 밑도는 나의 현실세계, 서울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나의 말레이시아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일 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반대편 타워와 함께 쿠알라룸푸르 도심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2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주요 쇼핑 스폿 간의 이동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페데스트리안 워크웨이 3 레고 왕국에 들어서자 순식간 동화 속 인물이 되고 만다 4 최고급 명품은 물론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을 내세운 쇼룸에 이르기까지 쇼윈도 하나하나가 발걸음을 늦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말레이시아 관광청 www.mtpb.co.kr ▶travie info 말레이시아 항공 하늘 위에서부터 말레이시아의 환대Malaysian Hospitality를 경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적기 말레이시아 항공을 이용하면 매일매일 인천과 쿠알라룸푸르 사이를 쾌적하게 오갈 수 있다. 특히, 오전 11시 출발이라는 스케줄은 출발과 도착에 있어 허둥대거나 허비할 수 있는 있는 여행 시작 당일의 일정을 여유롭게 해준다. 여행 후 도착 시간 역시 오전 7시 전으로 도착한 당일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최상의 스케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2년 7월 30일부터 에어버스사의 신규 A333 항공기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 도입되어 여유 있는 좌석 공간과 전원 공급 장치, 개인 스마트 스크린, 한국 영화와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등 한국 여행객들에게 보다 개선된 기내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을 비롯한 타 항공사와 코드쉐어를 통해 다양한 노선에 공동 운항을 하고 있어 다양한 국가로 보다 편리한 여행이 가능하다. 2013년 2월부터는 One World Alliance 회원국의 일원으로 등록되어 보다 다양한 항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스마트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02-777-7761 www.malaysiaairlines.com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스카이 브릿지 투어┃위치 Jalan Ampang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7시(화~일,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RM80, 어린이 RM30 홈페이지 www.petronas.com.my 파빌리온Pavilion┃위치 168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파빌리온 옆 카페거리는 새벽까지 운영) 홈페이지 www.pavilion-kl.com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 ┃위치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홈페이지 www.starhillgallery.com 레고 랜드LEGO LAND┃위치 Gelang Patah, Joho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과 국경일은 밤 20시까지) 입장료 성인 RM140, 3~11세 어린이와 60세 이상 RM110 홈페이지 www.legoland.com.m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전주 덕진동 종합경기장 개발 ‘시끌’

    전북 전주시가 덕진동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규모 쇼핑타운과 호텔을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하자 지역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주시는 지난해 6월 시 외곽에 종합경기장과 야구장을 신축해 기부하는 대신 현 종합경기장 부지를 넘겨받아 수익시설과 호텔을 짓는 민간투자사업자로 롯데쇼핑을 선정했다. 롯데쇼핑은 제안서에서 900억원을 투자해 장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5만 667㎡에 1만 2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완주군 용진면 스포츠타운에는 1만 463석 규모의 제1종 육상경기장을 건립해 주기로 했다. 대신 롯데쇼핑은 전주시로부터 노른자위 땅인 현 종합경기장 부지 6만 3786㎡를 넘겨받아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호텔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쇼핑시설은 지하 3층 지상 8층 연면적 23만 237㎡ 규모다. 백화점이 12만 5280㎡, 쇼핑몰 7만 4308㎡, 전문관 1만 3427㎡, 영화관 1만 7223㎡ 등이다. 또 종합경기장 내 1만 930㎡에 200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해 20년간 무상으로 사용한 뒤 전주시에 기부채납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북 지역 중소상인들은 롯데쇼핑이 대규모 쇼핑타운을 조성하게 되면 재벌 마트 10개가 동시에 들어서는 것보다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북중소상인연합회는 롯데쇼핑타운이 조성되면 연간 1조원의 매출 잠식이 발생해 전주시는 물론 인접 지역인 익산, 군산, 김제, 남원 지역 상권까지 초토화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구도심 활성화와 대형 마트 강제휴무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전주시가 돌변해 유통 재벌인 롯데를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전북네트워크는 “롯데쇼핑 입점은 지역경제의 블랙홀이 될 게 분명하고 그나마 대형마트 일요휴무제로 기사회생한 중소상인들에게는 회복 불능의 돌이킬 수 없는 직격탄이 될 것임을 전주시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Norway OSLO 오늘, 오슬로

    Norway OSLO 오늘, 오슬로

    오슬로에서 한 예술가의 절망을 목격했고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을 엿봤다. 삶의 방향성을 끈질기게 고민하는 여행자라면 오늘, 오슬로로 향하라.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드를 형상화 했다. 건물 깊숙이 바다가 차오른 듯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 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 신동엽의 <산문시> 中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신동엽 시인의 시에도 그곳은 등장한다. 헬싱키를 거쳐 오슬로까지. 가는 데만 14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그래도 노르웨이는 꼭 가야만 했다. 깔끔한 북유럽식 가구처럼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그들의 세련된 이야기를 동경했다. 정말 시인의 말처럼 대통령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거니는 세상일까. 3일간의 짧은 일정상 그들의 복지 체계는 얼마나 단단한지, 그들 사이에는 얼마만큼 끈끈한 신뢰가 엮여 있는지는 알 턱이 없겠지만. 오랜 시간 품어 오던 의문에 답을 내릴 때가 된 것이다. 평생 한번쯤 메카를 여행하는 이슬람교도처럼 그렇게 오슬로로 향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쑤욱 찬바람이 파고든다. 달력의 날짜가 동지 즈음에 걸린, 해가 가장 짧다는 시기라 다소 스산했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북유럽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풍경은 추위에도 당당히 맞설 만한 값어치를 했다. 호텔로 향하는 길에 침엽수림이 울창하다. 빽빽한 나무 사이로 빨간 지붕 집들이 언뜻언뜻 솟았다. 오슬로를 키운 건 7할이 숲이고 도시를 걷는 건 산림욕과도 같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머지 3할은 바다의 몫이다. 바이킹의 후손들에게 바다는 투쟁과 호혜의 대상이었다. 움푹 파인 만灣 끝자락에 자리한 오슬로는 혹독하기도, 자비롭기도 한 바다와 지척이었다. 여기에 볕에 굶주린 듯 최대한 창을 키운 건물들이 단순하지만 모던한 자태를 더한다. 숲, 바다, 건물이 어우러져 오슬로만의 노르딕 스타일을 창조한다. 도시를 소개하는 브로슈어를 보니 오슬로 카피 문구는 바로 ‘슬로 시티Slow City’. 이 느릿한 도시를 흡수하는 최고의 수단은 걷기라는 뜻이다. 현재 국왕과 여왕 등 왕족일가가 머무는 노르웨이왕궁에서 오슬로 중앙역에 이르는 1.5km의 칼요한슨거리Karl Johans Gate를 따라 걷는다. 구석구석 가구와 디자인 숍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소담한 수도의 첫인상은 우선 합격점이다. 나의 침대를 바라보고 있던 것은 밤과 광기와 죽음의 검은 천사들이었다. 그들은 그 후에도 줄곧 나의 생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 뭉크의 일기 中 당신도 셀카를 찍는군요 겨울에 오슬로에 와야 할 이유가 또 있었다. 뭉크Edvard Munch를 기념하는 뭉크박물관Munch Museet에서 뭉크 탄생 150주년이 되는 2013년을 기념해 특별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인을 포착했다는 그의 작품은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시 기간이 올해 2월13일까지라 발걸음을 서둘렀다. ‘더모던아이The Modern Eye’라는 부제의 전시는 집단보다 개인이, 자연보다 도시가, 농업보다 공업이, 종교보다 과학이 우선시된 근대를 살아간 뭉크의 기록을 집약했다. 합리성을 내세웠지만 근대는 개인의 외로움과 절절한 고독을 불러왔다. 소년기에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나를 잃었고 여동생은 정신병을 앓았으며 성년이 됐을 땐 남동생마저 죽었다는 뭉크의 인생은 듣는 것조차 버겁다.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아버지의 히스테리를 고스란히 받아냈던 지친 영혼은 캔버스에 자신을 투영했다. 깨끗하고 단아한 느낌을 자랑하는 뭉크박물관. 들어가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그의 작품은 감당하기가 녹록진 않다. ‘절규’ 앞에 섰을 때도 작품 속 울렁거리는 붉은 하늘이 평온하기만 한 오슬로의 그것과는 완전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뭉크의 작품은 콜렉터 사이에서 최고 인기 아이템 중 하나다. 사실 뭉크의 ‘절규’는 단 한 점이 아니라 5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중 한 작품이 지난해 5월 소더비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1,37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현재 뭉크박물관에 걸린 절규도 도둑맞았던 것을 다시 찾아와 복원한 것이다. 도난 중 훼손을 심하게 입어 지금도 1/3가량이 변색된 그림을 보니 세상은 뭉크에 미쳐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고깃덩이마냥 육체가 나뒹굴고 어둑한 사자가 튀어나오는 작품인데도 전세계 관람객은 그를 숭앙하고 환호한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려는 찰나 그는 대예술가답게 반전을 선사한다. 절규의 방에서 그의 사진이 전시된 방으로 건너갔다. 이게 웬걸. 그곳에는 히스테릭한 뭉크가 처음 접한 카메라를 장난감 삼아 숱하게 찍었던 ‘셀카’가 진열돼 있었다. 이런저런 얼짱 각도를 연출한 모습을 보고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셀카의 의외성은 강렬했다. 그의 자화상과도 같은 셀카들. 당당히 렌즈를 자신 앞으로 가져갔던 그는 얼마나 오랜 시간 번민했을까. 인간의 심연에 있는 불안과 광기를 여과 없이 드러낸 뭉크는 진솔하다. 남이 눈치챌까 꼭꼭 숨겨 놓은 우리 모두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제야 그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렷해졌다. 우리 안의 꿈틀거리는 어둠을 대신 꺼내 보였던, 이 예술가의 솔직함에 대한 경의는 아닐지. 묵직했던 무언가가 소화되면서 자신의 결핍과 욕망에 너무도 충실했던 그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뭉크박물관Munch Museet┃주소 Tøyengata 53 0578 OSLO 개관시간 월, 수, 목, 금, 토요일 오전 12시~오후 6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화요일 휴무(1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적용) 입장료 성인 95크로네(약 1만8,000원) 학생 50크로네(약 1만원) 홈페이지 www.munch.museum.no 1 셀카의 달인, 뭉크. 그의 작품은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예술품 중 하나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뭉크식 화풍으로 풀어냈다 2 올해 뭉크 사후 150주년을 기념해 오슬로 뭉크박물관에서는 대대적인 회고전이 열린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같이 함께 살기, 어렵나요? 노르웨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던 듯하다. 우리를 잠식한 우울과 고통은 같이 극복해내는 거라고. 두루두루 사는 인생이 행복의 총량을 높일 거라고 말이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거리의 모습도 다를 바 없다. 오슬로는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는 아니다. 고층빌딩 없이 고만고만하게 고풍스런 건물들이 어깨를 견주고 있다. 2008년 개관한 오페라하우스는 정갈한 오슬로의 풍광을 화사하게 수놓는 건물이다. 피오르드를 상징화했다는 오페라하우스는 바다에 유유히 떠다니는 빙산처럼 바다를 품었다. 유명한 건축회사인 스뇌헤타Snøhetta가 설계했다고 해서, 건물 전면이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도배될 만큼 호화롭다고 해서 마음에 찬 건 아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위축감을 선사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고고한 예술의 정수가 되어 신전처럼 떠받들여지는 여느 무대와는 달랐다. 오슬로 시민들과 관광객은 긴 경사면을 타고 오페라하우스 지붕과 벽면을 완만히 오르락내리락한다. 여름이면 옥상 정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오페라 공연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대통령이나 총리조차 특별할 것 없는 그들의 철학이 부러웠다. 하지만 오슬로에 와서야 철저히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누구도 특별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누구나 특별하다는 것, 그 명제가 행복한 노르웨이를 만들었다. 부산에 들어설 오페라하우스도 스뇌헤타가 설계한다고 하니, 건물이 문화를 낳는 힘을 좀 기대해도 되려나. 이들의 삶의 방식은 일상의 면면에 구체화된다. 요즘 노르웨이에는 협동조합 설립이 붐인데 마침 우리나라도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 당장 지난해 8월 개장했다는 마달렌Mathallen으로 향했다. 마달렌은 오슬로 시가 리모델링한 폐공장터에 들어선 푸드코드. 30여 개 상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신선한 과일, 연어, 염소치즈를 사러 노르웨이 사람들이 바지런히 드나든다. ‘푸드코트’로 직역되지만 ‘식품문화원’으로 번역하는 게 어울릴 것 같다. 푸드 컨퍼런스, 조리 강습, 푸드 페어, 음식 경연대회가 활발하게 열리면서 노르웨이식 ‘잘 먹고 잘 살기’를 실천해 간다. 요새 우리 식탁에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처럼 원거리를 여행해 푸드마일리지를 쌓은 식재료가 태반이다. 20cm 집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닭, 우유만 주구장창 생산하다 평균수명의 1/10도 못 채우고 죽는 소, 유전자변형이란 유혹에 쉽게 노출된 콩과 옥수수들. 건강하지 못한 밥이 건강한 사람을 만들 리 없다. 이 평범한 진리를 알기에 음식이 자본의 도구가 된 지금 좋은 음식에 대한 열망도 반사적으로 높아졌다. 안정적인 판매를 원하는 공급자와 바른 먹을거리가 필요한 소비자의 만남에 문화적 옷을 덧입혀 관광객에게 내보이는 그들의 자신감이 더없이 부러웠다. “우리도 싸울 때가 있다구.” 감탄 사이사이에 어쩔 수 없이 부러움이 묻어나자 오슬로 사람들,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위로랍시고 이런 말을 한다. 90년대 노르웨이 국민들은 EU 가입 여부를 두고 극명하게 두 편으로 갈라섰다. 논쟁을 벌이다 결국 1994년 국민투표까지 이어졌다. 결과는 반대 52%, 찬성 48%. 얼마 전 우리나라 대선 결과와 묘하게 맞물린다. 세가 비슷한 집단이 첨예한 갈등을 겪고 나면 허탈감과 혼란을 피할 수 없는 건 동서가 마찬가진가 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국 경제가 나날이 번창하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웃 EU 국가들을 보면서 성공적인 논쟁이었다고 자평한다. 물론 사람도 사회도 실수할 수 있다. 대신 옳은 선택을 이끌어내는 생산적인 ‘갑론을박’이 필요하다. 비현실적인 정답을 실현한 사회. 합리적이고 따뜻한 노르딕 라이프스타일은 마음속에 잔잔한 파동을 남길 것 같다. 3 마달렌은 오슬로에서 가장 신선한 노르웨이와 유럽산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4 푸드홀 마달렌은 장도 보고 유기농 식사를 즐기는 오슬로 시민들의 잇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페라하우스┃주소 Kirsten Flagstads pl. 1 N-0150 Oslo 박스오피스 개장시간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일요일 낮 12시~오후 6시 홈페이지 www.operaen.no 사이트를 방문하면 5월, 6월에 집중된 문화공연 스케줄 표를 볼 수 있다. 마달렌Mathallen┃주소 Maridalsveien 17 OSLO 개장시간 화~수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목~금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 낮 12시~오후 5시,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www.mathallenoslo.no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02-777-5943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낯선 터키의 중심 ②카라만 Karaman, 카파도키아 Kapadokya

    낯선 터키의 중심 ②카라만 Karaman, 카파도키아 Kapadokya

    풍요로운 도시 카라만 Karaman 여행자들에게 콘야는 안탈랴와 카파도키아 사이의 경유 도시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런 탓에 가이드북에서도 콘야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콘야에서 남쪽으로 100km 거리인 카라만은 콘야보다도 더 소외된 도시다. 콘야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임에도 카라만을 들러 여정을 잇는 이들은 흔치 않다. 한국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라 카라만의 존재는 그 흔한 블로그에서도 검색하기가 힘들다. 여행자들이 외면한 카라만이긴 하지만 시대를 아우른 보물을 간직한 풍요로운 도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카라만 성’에서는 예로부터 위풍당당했던 카라만의 면모를 볼 수 있다. 12세기 셀주크제국 당시 세 겹으로 겹겹이 지은 카라만 성은 요새와도 같았다. 무려 3km 바깥에 자리했었다는 해자와 외성外城은 카라만의 위상과 권위를 짐작하게 한다. 최근까지도 복원 중인 카라만 성은 현재 내성內城만 남은 상태. 아찔한 계단을 따라 성루에 오르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카라만 도심이 한눈에 담긴다. 200년 전의 오스만 전통 가옥인 ‘타르탄랄의 집’에서는 카라만에서 나아가 터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나무로 지은 집은 아래층과 위층에 각각 네 개의 방을 두었는데 아래층은 겨울에만, 위층은 여름에만 사용했다. 붙박이장과 샤워실 등은 각 층에 공통적으로 배치했지만 벽난로는 아래층에만 설치하는 식이다. 2007년에 복원한 2층은 배, 블루 모스크 등을 그려 놓은 천장 장식이 볼 만하다. 이슬람과 크리스트교를 넘나드는 카라만의 종교 유적지는 카라만에 풍요로운 볼거리를 더한다. 메블라나의 어머니를 모신 ‘아크테케 모스크’는 카라만의 자랑이다. 메블라나와 그의 아버지가 묻힌 콘야의 메블라나 박물관에 비해 너무나도 소박하지만 사원 앞에 자리한 커다란 나무는 1370년부터 이어온 사원의 유구한 역사를 속삭이듯 전한다. 아크테케 모스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비잔틴 당시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체쉬멜리 교회’가 남아 있다. 교회 내부 천장에는 프레스코화의 흔적이 아련하지만 크리스트교인들이 제 나라로 돌아간 후 교회는 문을 닫았다. 여행자들의 발길 또한 뜸해 교회 내부를 돌아보기는 쉽지 않은 일. 대신 체쉬멜리 교회 분수 유적은 카라만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카라만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동전, 의복, 도자기 등 다양한 생활양식이 깃든 전시품은 기본. 조명을 밝힌 유리관 안에는 섬뜩하지만 눈길을 앗아가는 미라가 누워 있다. 이 미라는 카라만 도심에서 40km 떨어진 타쉬칼레 마나잔 동굴 5층에서 발견됐다. 타쉬칼레의 마나잔 동굴은 6~7세기 비잔틴 시대에 사람들이 살아가던 공간이다. 겉으로는 깎아지른 암벽으로만 보이지만 암벽 안에는 5층에 걸친 주거 공간이 오밀조밀하게 놓여 있다. 수백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당시의 입구는 찾을 수 없다. 암벽의 전면부가 무너져 내려 날개를 가진 새들만이 자유롭게 동굴을 드나든다. 사람들은 길이 아닌 환기구로 마나잔 동굴을 찾는다. 가느다란 손전등 빛에 의지해 허리를 굽혀 좁은 굴을 통과하고 환기구에 설치된 수직의 사다리를 기어오른다. 길은 또한 외길이다. 내려오는 데에도 팔과 다리의 근력이 만만찮게 요구돼 적절한 힘의 배분이 필요하다. 악조건을 딛고 찾은 동굴 자체는 그리 큰 볼거리가 아니지만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채우기에는 손색이 없다. 두 눈이 번쩍 뜨이는 타쉬칼레의 또 다른 볼거리는 마나잔 동굴에서 멀지 않은 타쉬 암발라에 자리한다. 타쉬 암발라는 비잔틴 시대, 사암의 무른 바위를 파 만든 350여 개의 곡물 창고다. 대형 비둘기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바위를 질서정연하게 쌓아 만든 창고는 비록 필요에 의해 조성됐지만 놀랍도록 아름답다. 내부 온도가 13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창고는 50~60톤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 사람들이 바위를 기어다닐 수 있도록 홈을 파 놓았으며, 도르레를 사용한 흔적도 보인다. 곡물 창고 한 켠에 마련된 타쉬 메스짓 사원에서는 곡물 창고의 내부를 짐작해 보는 일이 가능하다. 사원은 나무 계단을 통해 편하게 드나들 수 있어 기도 시간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travie info 타르탄랄의 집┃관람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카라만 박물관┃관람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12시30분, 오후 1시30분~오후 5시, 월요일 휴무 아름답고도 슬픈 땅 카파도키아 Kapadokya 페르시아어로 아름다운 말馬이라는 뜻의 카파도키아는 박해를 피해 살던 많은 크리스트교인들이 정착한 땅이다. 60~70년대부터 400년대까지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리스트교인들은 카파도키아의 어딘가에 숨어 피폐한 삶을 살아왔다. 지하 혹은 바위 동굴에 숨어 살던 그들에게는 크리스트교의 공인도 소용이 없었다. 교인들을 꾀어 내기 위한 술수라 여긴 그들은 크리스트교가 공인된 이후 더욱 깊은 곳으로 숨어 들었다. ‘데린쿠유’와 ‘카이마클르’와 같은 지하 도시는 애초에 히타이트인들이 파 놓은 곳이다. 박해를 피해 온 크리스트교인들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를 하기 위해 지하를 오가며 살았다. 지하 도시의 규모는 생각보다 무척 크다. 침실과 부엌, 원형 극장에 교도소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 가장 많을 때에는 2만~2만5,000명의 인구를 수용했다니 그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크리스트교인들이 정착한 땅에는 수도원 또한 많다. 카파도키아의 기괴한 지형은 그리하여 바위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은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괴뢰메 야외 박물관’은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의미로 365개의 암굴을 파 수도원을 지었다는 곳이다. 기암괴석과 더불어 프레스코화의 상태가 좋은 동굴 교회가 꽤 있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돌아보면 도움이 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98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젤베 야외 박물관’도 괴뢰메 야외 박물관의 일부다. 젤베는 물이 흘러 만든 계곡으로 가장 깊은 골로 접어들면 물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계곡 높은 곳에는 수도원이 지어졌고 성상파괴가 성행하던 8~9세기경 이곳 동굴은 은신처로 사용됐다. 크리스트교인들과 더불어 이슬람교인들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되며,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와 유사한 구조물이 아직까지도 보존돼 있다. 스머프 마을이라는 명성답게 ‘파샤바’에는 버섯 모양의 바위가 줄지어 서 있다. 송이버섯처럼 몸통은 하얗고 갓은 거무튀튀한 모양새가 재미있다. 어떤 곳의 바위는 눈처럼 하얘 화이트 샌드 혹은 소금 사막과 같은 느낌이 든다. 지하 도시와 괴뢰메 박물관 등 여행자들이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카파도키아는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수많은 기암괴석과 계곡이 이룬 이곳 땅은 길보다는 길이 아닌 곳이 더 많다. 이런 카파도키아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열기구를 타는 것이다.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아침, 여행자들을 가득 실은 열기구는 카파도키아의 하늘을 점점이 수놓는다. 열기구는 기암괴석에 가까이 가기도, 아주 높게 떠오르기도 하며 1시간 가량의 여정을 잇는다. 열기구를 타기 전에 잔뜩 겁을 먹었던 이들도 이내 적응해 하늘 아래 아름다운 경치에 취하고, 과도하게 흥분된 마음으로 과도하게 많은 사진을 찍고 나서야 지상에 발을 내디딘다. 열기구 투어는 단언컨대 상상보다 황홀하다. 무섭다는 이유로, 비싸다는 이유로 절대 망설이지 말 일이다. Travel to Turkey ▶항공 터키항공(서울 사무소 02-3789-7054 www.turkishairlines.com)에서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인천 출발 23:55, 이스탄불 도착 05:00, 이스탄불 출발 00:45, 인천 도착 16:55. 기내 서비스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스탄불-콘야, 이스탄불-카파도키아 등 이스탄불 국내선도 터키항공으로 이용 가능하다. ▶시차 터키가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화폐 터키시 리라Turkish Lira를 사용하며 TL로 표기한다. 2012년 12월 기준, 1TL이 0.556미국달러, 0422유로 가량. 대략 1TL에 600원을 곱하면 원화로 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레스토랑 소마치(0332-351-6696 www.somatci.com)는 셀주크투르크의 음식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 800년 전 요리법에 따라 메블라나의 책자에 나오는 음식을 선보인다. 토마토 소스나 해바라기 오일, 마가린 등 당시 콘야에 없던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 100년 된 가정집의 방과 정원을 레스토랑으로 활용하고 있어 분위기도 그만이다. 하브잔(0332-324-1100 www.havzanetliekmek.com.tr)은 터키식 피자인 피데 전문점이다. 1m 가량 되는 기다란 에뜰리엑멕 피데를 자르지 않고 내어 와 보는 즐거움도 크다. 두 명은 족히 먹고도 남을 만한 피데가 6TL로 가격도 저렴한 편. 2m가 넘는 피데도 만든 적이 있다는 게 주인장의 전언이다. 피데를 먹고 나올 때 레몬향의 스킨도 뿌려 준다. 타카(0332-237-8802 www.takarestaurant.com.tr)는 흑해에서 잡은 생선요리를 선보이는 집이다. 육류가 대부분의 밥상을 지배하는 중앙 아나톨리아에서 생선요리는 반가운 메뉴. 여러 종류의 생선 중에서 선택을 하면 튀김옷을 입혀 맛있게 내어 온다. 레스토랑 분위기도 매우 고급스럽다. 야카마나스트르(0544-601-1312)는 30cm는 족히 넘는 잉어를 통째로 튀겨 선보이는 집. 잉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베이쉐히르 호수에서 잡은 잉어를 요리의 재료로 사용한다. ▶카페 아이딘차부쉬(0332-325-2343, www.aydincavus.com)에서는 소박하지만 정겨운 콘야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진한 터키식 커피가 일품이다. 시니(0332-237-5853)는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도심을 360도 전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자 카페다. 콘야 시내의 쿠레플라자 42층에 자리한다. 실레(0332-244-9028)는 터키전통의 물담배를 경험할 수 있는 커피숍이다. 성헬레나교회가 자리한 실레에서도 분위기가 꽤 괜찮은 곳으로 손꼽힌다.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설 매출 대형마트↓·백화점↑

    경기침체와 의무휴업 탓에 설 준비 기간의 대형마트 선물세트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화점과 편의점, 온라인쇼핑몰의 매출은 신장해 대조를 이뤘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줄었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한과(-37%), 굴비세트(-30%), 양주(-17%), 민속주(-15%) 등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갈비세트도 5.8% 줄었다. 롯데마트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5.7% 감소했다. 생선(-11.4%), 건해산물(-11.2%), 축산물(-10.3%), 과일(-5.9%) 등 대부분 품목에서 매출이 줄었다. 홈플러스도 매출이 3.3% 줄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설 당일인 10일이 의무휴업일이었으며 13일 수요일에 자율휴무를 하는 점포들도 10일로 휴일을 앞당겨 문을 연 점포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 매출은 일제히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모든 점포 기준으로 매출이 11.7% 상승했다. 곶감(18.8%), 정육(16.8%), 청과(10.5%), 굴비(5.3%)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매출이 늘었다. 고객 1인당 구매 금액은 지난해보다 20% 줄었지만 40만~60만원대 고가상품은 판매 호조를 보였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전 점 기준 10.6%, 10.4% 매출이 증가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한우세트 17% 증가 등에 힘입어 매출이 12%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선물을 사던 고객들은 소비를 줄였지만,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예년처럼 선물을 샀다”면서 “불황 속에 소비가 양극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CU는 설 선물세트 판매가 지난해보다 25%, 롯데닷컴은 16% 매출이 늘었다. 연휴가 짧아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추가 할인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은평구 1일부터 대형마트 규제 재개

    서울 은평구는 1일부터 대형마트(연면적 3000㎡ 이상)와 기업형슈퍼마켓(SSM·330㎡ 이상 3000㎡ 미만)의 영업규제를 재개한다. 구는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0시~오전 8시 영업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매달 2·4번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2월 의무휴업일은 10일과 24일이다.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영업규제를 받는 은평구 내 업체는 이마트 은평점과 수색점 등 대형마트 2곳, 홈플러스익스프레스 구산점 등 SSM 12곳이다. 구는 “지난해 5월 영업규제 조례를 시행했지만 대형마트 측 소송으로 중단돼 조례를 개정해 9월 공포하고 행정절차법에 따라 다시 규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대형마트 9일 자율 휴무

    대형마트 9일 자율 휴무

    대형마트들이 예정대로 9일 자율 휴무에 들어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시되면서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12월 자율적으로 매달 둘째·넷째 수요일(월 2회)을 의무 휴업일로 정했다. 평일 자율 휴무는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3월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4월부터 일요 휴무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9일 서울 등 수도권 10개 점포를 포함해 충북 제천점 등 전국 147개 점포 가운데 62%인 91개 점포가 문을 닫는다. 수도권 지역은 수서·역삼·양재·가든5·영등포·용산·자양·수색·은평·일산점 등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일을 조례에 주말로 명시한 45개 매장은 오는 13일 휴무에 들어간다. 서울 미아·신도림·여의도·청계천점 등과 부산 해운대점, 광주점, 포항점 등이 쉰다. 홈플러스도 9일과 23일 자율 휴무에 들어간다. 이날 홈플러스는 총 133개 점포 가운데 서울 목동·잠실점을 포함해 전국 84개 점포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전체 356개 점포 가운데 237개 점포가 쉰다. 서면점, 창원점, 동·서대전점, 춘천점 등이 포함된다. 둘째, 넷째 일요일인 13일과 27일에는 마트 43개, SSM은 95개가 의무 휴업한다. 서울 동대문점 등 14개점을 포함해 인천연수점, 대구점, 전주점, 센텀시티점 등이 문을 닫는다. 롯데마트는 전국 100개점 가운데 서울역점을 포함한 전국 66개 매장이 9일, 23일 자율 휴무에 들어가며 5개 매장은 기타 요일에 쉰다. 29개 매장은 13일, 27일 의무 휴업에 들어간다. 일요 휴무는 유통법 개정안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하며 국무회의 의결과 지자체 조례제정 등을 거쳐야 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②활기찬;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②활기찬;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세상이 잠들 무렵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며 해산물이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것들로 활기 넘치는 시장. 그들의 밤은 낮보다 더 펄떡펄떡 생기가 넘친다. 활기찬; 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세상이 잠들 무렵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며 해산물이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것들로 활기 넘치는 시장. 그들의 밤은 낮보다 더 펄떡펄떡 생기가 넘친다. 3. 고속버스터미널 꽃도매상가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4 서울고속터미널 3층 찾아가기 3·9호선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영업시간 월~토요일 자정~오후 1시, 일요일 휴무 꽃시장에서 만난 꽃집 아가씨가 다발로 산 꽃을 한아름 들고서 꽃시장 구경 노하우를 일러준다. 꽃이 들어오는 월, 수, 금요일에는 도매상 사장님들도 너무 바빠서 일반 손님들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단다. 하지만 점심 무렵까지는 문을 여니 아침나절에 오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도 있고 또 아주 저렴한 값에 꽃도 한아름 안고 돌아갈 수 있다고. 마지막 버스가 떠나고 터미널의 불도 하나둘 소등을 한다. 경비아저씨들이 작은 전등을 들고 터미널 구석구석을 점검하는 이때 힘차게 터미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거침없이 계단을 오르는 그들을 반기는 것은 터미널 3층 전체를 가득 메운 올망졸망 예쁜 꽃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온갖 꽃을 맘껏 구경하고 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곳은 고속버스터미널 꽃도매상가다.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물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새방앗간 같은 곳. 밤 12시부터 새벽 2~3시까지는 소매상들이 많은데 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구와 인테리어 소품, 장식 재료를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 있어 파티플래너, 플로리스트, 스타일리스트와 같은 전문가들의 발걸음도 잦다. 한차례 북적이는 시간대가 지나자 꽃시장의 구석구석이 더 재미있어진다. 한가한 틈을 타 쪽잠을 청하는 꽃집 아저씨, 옆집 주인과 배달음식으로 출출한 배를 달래는 아주머니, 이리저리 떨어진 꽃잎을 쓸며 주변 정돈을 하는 아저씨, 잠시 뒤에 올 또 한 무리의 손님들을 위해 큰 생수병을 줄 세워 커피를 만들고 있는 주인장까지 저마다 시간을 쪼개 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꽃집마다 꽃만큼 많은 것이 있으니 바로 무더미로 쌓인 신문지다. 이곳에서 단으로 판매하는 꽃은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는 것이 포장의 전부. 날짜 지난 신문지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 장씩 쓰다 보니 파지를 취급하는 곳에서 돈 주고 사오는 엄연한 포장지란 말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꽃시장에 오는 날은 집에서 나설 때부터 마음이 설레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기운 없을 때,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을 때 일부러 찾아오기도 해요. 꽃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거죠. 예쁘잖아요. 또 마음에 드는 꽃을 사서 집에다 꽂아두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요. 꽃구경 나온 직장인 신아름 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녀는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초 두 개를 장만했다. 강렬하게 어울릴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골랐다며 생글거리는 그녀는 잠 못 이루는 밤 꽃시장으로의 나들이를 추천했다. 술보다 꽃으로 더 달뜨는 밤, 좋지 아니한가. 1 꽃도매상가에 꽃만큼 많은 것이 포장지로 사용하는 신문지 더미다 2 알록달록 꽃만큼 예쁘고 화려한 포장재료를 판매하는 부자재 상가들이 이웃하고 있다 3 처음 보는 꽃들이 얼마나 많은지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4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꿔 줄 아이템! 꽃도매시장에서 원스톱으로 해결 가능하다 4. 노량진수산市場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동 13-8 찾아가기 1·9호선 노량진역 연결통로 이용 영업시간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홈페이지 www.susansijang.co.kr 시장은 어디든 생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수산시장이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꼬리로 물장구치며 펄떡이는 물고기는 싱싱함 그 자체. 수산시장 특유의 풍경이라 할 수 있는 경매는 새벽 1시부터 이른 아침까지 장 전체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맘에 드는 놈으로 골라 회를 떠서 맛볼 수 있는 횟집거리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니 노량진은 언제 가도 반겨 주는 이들이 많다.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1층 입구로 들어서면 횟집 늘어선 통로에서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물고기와 눈싸움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도매시장이지만 이렇듯 횟감을 파는 소매상들로 1층에 횟집거리가 형성돼 있어 여기서 구입한 싱싱한 해산물은 2층 식당가에서 양념과 주류를 구입해 먹을 수 있는 회식 장소로 안성맞춤. 모자란 먹을거리를 찾아 한달음에 내려온 한 청년은 신입사원인 듯 어떤 것이 좋을까 수족관 앞에서 생각이 깊어진다. 우리나라로 여행 온 외국인 여행자들도 제법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시장풍경이 신기한 여행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선물하는 횟집 사장님의 인심이 구수하다. 전구 불빛 찬란한 길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이들의 표정에도 웃음이 한가득. 단골은 단골대로 뜨내기 손님은 또 그대로 시장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쭈뼛쭈뼛 흥정이 쑥스러운 여대생 둘이 등장하자 횟집 사장님들은 서로 더 잘해 주겠다며 호객에 열을 올린다. 생선은 물론 건어물과 젓갈, 어패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구이용이든 찌개용이든 회를 뜨든 모든 생선은 포장 가능하다. 회를 포장을 할 때에는 회로 뜨고 남은 생선뼈를 매운탕용으로 따로 담아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아가씨 우리 광어 좀 봐 봐라. 오늘 광어가 싱싱해. 작은 것보다 큰 게 맛이 좋다고. 요기 큰 거 내가 인심 썼다. 3만원 하자.” 사겠다는 말도 하기 전에 뜰채로 광어를 들어 올리는 횟집 사장님. 처음 온 손님도 단골처럼 대하는 상인들의 그 모습에 한 번 맛들이면 발길을 끊기 어렵다. 1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노량진수산시장 2 수산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활기차게 살아있다 3 고양이 한 마리가 불러도 못들은 척 생선가게 앞을 지키고 앉아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③그리운; 그 시절, 그때의 향기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③그리운; 그 시절, 그때의 향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장이란 그저 오래된 것만이 아니라 그 구석구석에 특별함이 진득하게 배어 그 언젠가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운; 그 시절, 그때의 향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장이란 그저 오래된 것만이 아니라 그 구석구석에 특별함이 진득하게 배어 그 언젠가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5. 서울약령市 주소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1126-5 찾아가기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 영업시간 월~토요일 오전 9시~ 오후 7시, 일요일 휴무 홈페이지 www.seoulya.com 서울약령시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깜빡 넋을 놓고 있다가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이내 ‘도착했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하철 안은 살짝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개찰구를 향해 계단을 오를 땐 더더욱 분명했다. 한 계단 한 계단 발걸음을 뗄 때마다 특유의 한약 냄새가 진해졌다. 조선 건국 초기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구휼기관이었던 보제원이 자리한 제기골의 역사가 오늘로 이어지는 제기동 일대의 서울약령시는 전국 각지의 약재들이 한데 모이는 한약재 전문시장이다. 한약재를 취급하는 도소매점을 비롯하여 한의원, 한약방, 제분소, 탕제원 등 한약과 관련한 업체와 노점상들이 밀집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한약재를 사지 않더라도 집에서 차로 끓여 먹을 수 있는 말린 국화, 녹차, 구기자 같은 한방차나 요거트나 계란 등에 섞어 미용 팩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각종 약재를 곱게 가루로 빻아 소량씩 판매하는 상점도 있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약령시 골목을 누비다 한참 약을 달이고 있는 한약방 앞에 섰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할아버지 구경 좀 하면 안 돼요?” 물으니 퉁명스러운 할아버지의 대답은 이랬다. “왜 안 돼?” 표정은 무뚝뚝했지만 왜 안 되냐고 되묻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뽀얀 김을 올리는 약탕기처럼 훈훈하기만 하다. 제분소 아저씨들은 환을 만들기 바쁘다. 찰흙 반죽처럼 생긴 덩어리를 기계에 넣으니 국수 가락마냥 모양이 잡히는데 이 가느다란 가닥들을 다시 기계에 넣으니 똥글똥글 환으로 굴러 떨어진다. “아저씨, 이거 공진단이에요?” 물었더니 아가씨가 공진단을 어떻게 아냐는 아저씨. 드라마에서 봤다는 말에 헛웃음을 내더니 “공진단은 만드는 방법이 좀 다르고 이건 그냥 소화제야” 한다. 약령시에서 대로를 건너면 한의약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의약박물관’이 있다. 약령시가 초행이라면 한의약박물관을 먼저 둘러보고 시장으로 나서는 것도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약령시의 구석구석을 더욱 알차게 누빌 수 있으리라. 1 일렬로 늘어선 약탕기. 약령시에는 ‘약 달이는 집’이 따로 있다 2 노점 아주머니의 구성진 목소리. 전문가 못지않은 말솜씨가 청산유수다 3 한의약박물관 4 포대마다 가득한 약재들 5 차로 우려먹을 수 있는 말린 국화는 5,000원이면 한 봉지 가득이다 6 질 좋은 국산 녹차도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다 7 가래떡처럼 뽑아져 나오는 소화제. 제분소 아저씨의 손놀림이 바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①정겨운;골목골목,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①정겨운;골목골목,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

    발길 닿는 곳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선 서울이지만 골목을 사이에 두고 상점과 난전이 오밀조밀 마주보며 들어찬 동네 언저리 마을시장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멋들어진 쇼윈도에, 높다란 쇼핑공간이 즐비한 서울에서 전통시장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가만 떠올려 보면 사대문 안팎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매시장과 골목골목 가지를 뻗은 크고 작은 시장들이 서울 전역에 똬리를 틀고 있다. 추운 겨울, 서울의 구석구석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시장 구경에 나섰다. 정겨운; 골목골목,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 발길 닿는 곳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선 서울이지만 골목을 사이에 두고 상점과 난전이 오밀조밀 마주보며 들어찬 동네 언저리 마을시장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 1. 통인市場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10-3 찾아가기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500m 도보 이동 영업시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도시락 카페는 오전 11시~오후 4시), 셋째 일요일 휴무 홈페이지 tonginmarket.co.kr 유니폼을 입거나 넥타이 반듯하게 맨 양복 차림의 회사원들이 하나둘 시장통으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이긴 한데 시장통에 유명 맛집이라도 있나 뒤따라가 보니 플라스틱 도시락을 들고 골목 이 끝에서 저 끝을 오가며 반찬을 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입소문을 타고 통인동 명물이 된 통인시장 도시락카페 ‘통通’ 덕분이다. 이 골목시장에는 반찬, 떡, 분식 등 유독 먹을거리 가게가 많다. 이러한 시장의 특성과 경복궁역 인근에 오피스타운이 형성되었다는 지역적인 특성을 두루 살펴 상인들이 힘을 모아 마을기업을 일군 것이다. 시장 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고객만족센터 2층에 위치한 도시락카페에서 500원 단위의 통인시장 엽전을 구입하면 빈 도시락을 주는데 이 도시락을 들고 도시락카페 가맹점에서 가면 먹고 싶은 음식을 엽전으로 구매할 수 있다.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고 카페에서 먹을 수도 있다. “어머, 여기 떡갈비가 맛있던데 오늘은 없나 봐요.” 도시락카페 단골들의 훈수를 귀동냥하여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줄도 생겨난다. 밥과 국 그리고 후식은 도시락카페에서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점심값 아끼려는 알뜰족은 물론 데이트 나온 연인들, 마침 장보러 나왔다 사람들이 맛있는 반찬을 골라 담는 모습에 마음이 동한 동네 주민들까지 여럿이 담아 온 도시락을 한곳에 펼치니 진수성찬 잔칫상이 따로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시락카페 가맹점은 아니지만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도 빼놓을 수 없다. 국물 없이 볶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떡볶이라고 말하는 원조 기름떡볶이 가게 아주머니는 “시중에 떡볶이는 떡볶이가 아니야. 떡 찌개나 떡 전골쯤 되려나? 이게 진정한 떡볶이지”라며 신나게 떡을 볶아댄다. 각각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아 상점들을 꾸미고 있는 공공미술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통인시장만이 가지는 특별함을 새로이 디자인하여 멋을 낸 것인데 버리는 포장지를 모아 예쁜 모양으로 오려 만든 오브제와 채소가게 옆에 덩그러니 세워진 가스통에 배추 모양의 간판을 단 것이 재미있다. 속옷가게 문 앞에는 편안한 내복 차림의 사람 오브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장면들이 계속되니 이 끝에서 저 끝까지 200m 남짓의 작은 시장이지만 몇 번을 오가며 숨어 있는 재미를 숨바꼭질하듯 찾게 된다. 1 누가 봐도 속옷 가게. 상호보다 그림 간판이 더 인상적이다 2 시장 사람들의 푸근한 표정이 그 손맛을 짐작케 한다 3 통인시장 도시락 투어! 무엇을 담아야 할지 즐거운 고민이 계속된다 4 맛있고 푸짐한 통인시장 스타일 점심식사 5 가스통 위에 배추 아가씨. 채소가게의 마스코트다 6 김이 모락모락, 갓 쪄낸 호박시루떡이 먹음직스럽다 2. 수유마을 市場 주소 서울특별시 강북구 수유동 54-5 찾아가기 4호선 미아역 8번 출구에서 400m 도보 이동 영업시간 이른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홈페이지 www.suyumarket.com “이모, 멸치 여기 쌓은 것만큼 다 주시는 거예요?” 정량보다 훨씬 더 높이 쌓아 담은 건어물을 보며 주인아주머니께 묻는다. 아주머니는 “말이라고. 예쁘니까 한 주먹 더 줄까?” 그럼 남는 게 뭐 있냐는 말에 그저 웃기만 한다. 대형마트의 쿠폰, 1+1, 마감세일 등의 마케팅 전략이 모두 전통시장의 에누리, 덤, 떨이와 같은 정과 흥의 문화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 강북구 수유마을시장은 전통시장 본래의 인심을 팍팍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이 꽤 크다 싶은데 공산품을 취급하는 상가형의 수유시장과 골목시장인 수유전통시장과 수유재래시장 등 3개 시장이 어우러져 크게 하나의 마을시장을 이루고 있다. 정신없이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신호를 보내 온다. 배고플 시간이 아님에도 군침 도는 먹을거리에 배꼽시계가 제멋대로 돌아가는 탓이다. 매콤한 홍어무침, 쫀득한 족발, 고소한 빈대떡, 든든한 호박죽 등등 맛보라며 한 입 권하는 시장 아주머니들의 유혹은 그래서 더더욱 물리치기 어렵다. 맛보고 사들이고 그러다 보면 두 손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봉지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부른 배를 소화시키겠다는 핑계로 시장구경은 더 길어지는데 수유마을시장 한가운데 노란색 간판이 눈길을 끈다. 수유마을 작은 도서관이다. 시장 한가운데 도서관이라니.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바쁜 상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공간이다. 이 좋은 취지에 공감한 분들의 기부와 상인들의 노력으로 제법 많은 책이 모였다. 누구나 들어와 책도 읽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시장 속 문화공간으로 독서동아리, 북콘서트 등의 모임도 꾸려 가고 있다. 이 밖에 시장 곳곳에 상인과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카페 다락방, 생생클럽 등의 공간도 열어두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생활형 시장인 수유마을시장의 소통은 말뿐인 소통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가족과 독신들도 제대로 된 식문화를 꾸릴 수 있도록 제철 갈무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산지에서 가져온 싱싱한 재료를 시장에서 공동구매하고 함께 만들어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월 김장을 시작으로 12월에는 고추장, 간장, 딸기쨈, 쑥버무리, 매실청, 열무김치, 오미자청, 엿 만들기가 이어진다. 시간의 흐름에 둔감한 도시인들에게 제철의 기쁨을 선물하는 시장은 참으로 정답다. 1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 속이 알찬 배추가 층층이 대기 중이다 2 수북이 쌓인 건어물. 시장 인심이 이렇게 넉넉하다 3 어디서 이렇게 향긋한 냄새가 날까. 자연스럽게 코를 대고 과일향을 들이마시게 된다 4 갓 빼낸 가래떡. 떡국용으로 썰려면 꾸덕꾸덕하게 말려야 한다 5 매콤한 양념에 군침이 돈다. 지글지글 족발이 맛있게 익어 간다 6 기름에 바삭 튀기고 설탕에 도르르 굴린 찹쌀도너츠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는 법이 없다 7 군데군데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수유마을시장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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