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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1970, 가리봉 오거리를 기억하시나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1970, 가리봉 오거리를 기억하시나요?

    “재봉틀을 돌리며 눈이 침침해지고, 실밥을 뜯으며 손끝이 갈라진 그 분들입니다.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 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당연히 응당하고 맞는 말이다. 제 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시절의 누이들에게 ‘마음의 훈장’을 달아주었다. 공지영 작가의 표현대로 1970, 80년대의 구로공단은 하루종일 ‘지독한 소음과 울컥 토해 버릴 것 같은 납 냄새’로 매캐한 공간이었고, 젊은 누이들의 삶이 온종일 겨우 지탱되는 거리였다. 공업용 본드 냄새와 귓불 후벼 파던 미싱 소리에 하루를 푹 절인 몸을 이끌고 들어가 뻑뻑한 잠을 청하던 곳. 스치듯 지나가는 하루하루의 힘든 일과는 고작 한 달 7만원 월급에 젊음이 풀어졌던 1970년대 공장의 피곤한 밤. 명치끝부터 아련하게 젖어드는 1970년대 가리봉 오거리의 풍광이 다시금 되살아난다. 금천구의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이다. 구로공단이라는 말은 지금에서야 서울의 뒤안길로 이름이 쏙 숨어들었지만, 거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지하철 2호선 ‘구로 디지털 단지역’은 예전 ‘구로공단역’이었고, 지하철 1호선의 ‘가산 디지털 단지역’의 옛 이름은 ‘가리봉역’이었다. 원래 이 지역은 자연적으로 점토질의 구릉과 평탄지가 펼쳐져 있어 당시 기술과 자본이 없던 1960년대 경공업 중심의 값싼 임금을 바탕으로 노동 집약 산업 단지 조성에 유리한 곳이었다. 또한 영등포역과는 약 5㎞, 인천항까지는 약 25㎞ 정도 떨어져 있었기에 원료나 부자재 운반 수송에 용이한 지리적 입지 조건도 갖추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1967년 지금의 구로구 구로 3동 지역에 우리나라 최초의 내륙 공업 단지인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를 조성하였고 이후 1단지 인접 지역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약 36만㎡에 제2단지를, 다시 1970년 5월 현재의 구로구 가리봉동과 경기도 철산리 일대에 약 100만㎡에 이르는 제 3단지를 조성하면서 한국 최대의 공업 단지가 구로구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 600만 평 규모에 이르던 구로 공단에서는 주로 섬유, 봉제, 전자 및 가발 등의 잡화를 생산하는 수출기업들이 대거 입주하였고, 노동력은 주로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어 가계를 지탱하던 어린 10대 여공들이 맡았다. 휴일 없이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던 고된 노동의 댓가는 실로 초라했는 데, 1970년대 말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인 15만원의 반도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고향집으로, 동생 학비로 보내고 나면 고작 3만원 남짓의 돈으로 생계를 이끌어 가야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싼 방을 찾게 되었고, 구로공단 근처 주거형태의 대종은 ‘벌집’이라 부르던, 6.6㎡가 채 되지 않던 월세 1만원 내외의 쪽방들이었다. 이 마저도 서너 명이 함께 생활하였기에 늘상 잠은 싸구려 비키니 옷장에 다닥다닥 붙은 완두콩모양으로 웅크린 채로 하루를 닫아야 했다. 바로 이런 구로공단 누이들의 삶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곳이 ‘가산 디지털 단지역’에 인접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이다. 이 곳은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벌집 혹은 닭장집이라고 불렸던 쪽방들을 당시 모양새 그대로 재현해 놓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또한 체험관에서는 70~80년대의 생활환경이 그대로 남아 있고, 직접 노동자 생활 체험 및 관련 자료 열람도 가능하다. 이 곳은 현재 6개의 테마별 쪽방으로 구성된 ‘쪽방 재현관’, ‘추억의 구멍가게’, 노동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획전시관’, 당시 노동자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영상관’으로 구성되어 있어 잊혀졌던 구로공단 옛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변하였다. 도시형 첨단 IT업종인 디지털컨텐츠, 소프트웨어(SW),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지식기반산업 등이 들어서 있어 얼핏 화려한 겉모습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주변은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의 지친 삶은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듯해서 체험관을 나오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다.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1970년대의 구로공단을 삶을 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2. 누구와 함께? -당시의 삶을 사셨던 우리의 어르신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체험 장소. 3. 가는 방법은? -가산디지털단지역1, 7호선 2번 출구. 버스 5537, 5616, 금천03, 금천05, 금천07 -주차시설이 없으므로 대중교통을 꼭 이용해야 함. 4. 감탄하는 점은? -재현된 쪽방들의 내부 모습.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명성에 비하여 장소가 너무 협소하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영상관, 쪽방 재현관 7. 주의할 점은? -동네 한 주택을 리모델링한 곳이어서 자동차로 진입이 어렵다.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laborhouse.geumcheon.go.kr/ 9. 관람 정보는? -화~일 오전 10시~오후 5시(입장마감 4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10. 총평 및 당부사항 -구로동단 노동자 삶을 기억하는 공간으로서 너무 초라하고 협소하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던 1985년 연계된 노동 운동의 시발점인 이정표로서의 체험관의 규모는 너무 아쉽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KMA 한국능률협회 ‘평생교육센터’ 개소

    KMA 한국능률협회 ‘평생교육센터’ 개소

    KMA한국능률협회는 100세 시대 새로운 평생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7월 11일 여의도 이룸센터 8층에서 ‘KMA평생교육센터’를 개관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55주년을 맞은 한국능률협회는 국내 기업에 대한 경영혁신과 산업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기여했으며, 2008년부터 커리어개발본부(現 평생교육본부)를 설립해 대학생, 예비 직장인, 은퇴(예정)자, 경력단절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올해 평생교육사업 10년차를 맞이해 KMA 한국능률협회는 기존 평생교육사업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6차산업, 여가, 문화예술 등 시대적·사회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보급하기 위해 평생교육센터를 개소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개인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최근 최신 기기 등이 교육에 도입·활용됨에 따라 KMA평생교육센터는 최첨단 스마트 강의실, 비즈니스 시설, 휴게공간, VR체험시설 등 다양한 최신 기자재를 갖추고 있는 신개념 공간으로 구성됐다. 개관식에 참석한 KMA한국능률협회 최권석 대표는 “한국능률협회는 그동안 산업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왔으며, 앞으로 평생교육을 통해 개인의 역량개발과 인생 2막을 합리적으로 준비 할 수 있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라고 의의를 밝혔다. 또한 KMA한국능률협회 임상철 상무는 “현재의 흥미, 재능개발, 힐링 등 일반화된 평생교육이 아닌, 개인의 환경과 역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평생교육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KMA평생교육센터는 지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아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평생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인생학교 서울 팝업스쿨, 기업회생전문가·법정관리인 양성과정, 코딩강사양성과정, 디지털통합마케팅전문가과정, 작가과정 등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우수한 콘텐츠를 보유한 개인 또는 기관과의 제휴를 통해 평생교육의 지평을 넓혀갈 예정이다. KMA 한국능률협회 평생교육 및 제휴관련 문의는 KMA한국능률협회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덕수궁 중명전 재개관… 생생하게 재현된 을사늑약 체결 현장

    덕수궁 중명전 재개관… 생생하게 재현된 을사늑약 체결 현장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덕수궁 중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인물 조각상으로 꾸며진 을사늑약 체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아 지난해 8월부터 11개월간 진행한 덕수궁 중명전 내부시설 보수와 조경 정비 작업을 마친 뒤 지난 1일 재개관했다. 일제가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체결한 을사늑약의 현장인 덕수궁 중명전의 내부 전시 공간은 4개로 나뉘며 각각 덕수궁과 중명전, 을사늑약의 현장, 을사늑약 전후의 대한제국, 대한제국의 특사들을 주제로 한다. 덕수궁 중명전은 본래 황실 서적과 보물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졌으나 1904년 덕수궁에 큰불이 나면서 고종이 머무는 편전이 됐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외국인들의 사교 클럽으로 사용됐고 1960년대부터 40년간은 민간이 소유하는 등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냈다. 정부가 2005년 매입해 복원 공사를 거쳐 2010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며, 월요일엔 휴관한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조선 아낙네가 관아에 이혼을 요청한 까닭은

    조선 아낙네가 관아에 이혼을 요청한 까닭은

    남편과 잠자리 문제로 억울한 소박 윤리 강조하고 욕망 억압받던 사회사랑·치정에 얽힌 성 풍속도 조망 ‘낭군은 외모로 보면 면목과 몸과 수염이 여느 사람과 흡사하지만 방 안의 일에 이르면 중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서 있는 나무처럼 형체를 갖추었지만 크기만 할 뿐 힘이 없어 사나운 범이 주저하는 듯하니 벌이나 벌레가 쏘는 것만도 못합니다.’조선시대, 남편과의 잠자리 문제로 불화를 겪은 중하층 양인 여성이 관아에 올린 이혼 요청서다. 헛되이 보내는 밤이 이어지자 자결하려던 여성은 고모가 자신을 구해 주자 정식으로 이혼하기로 마음먹는다. 여성은 남편을 ‘쓸모없는 장군’, ‘수염 난 아녀자’로 묘사하며 억울하게 소박맞은 이유를 사또에게 호소한다. 19세기 조선 평민들을 위한 민원문서 사례집에 실린 곡진한 사연이다.사랑, 욕망, 치정이 교차하는 조선의 이색적인 풍경을 고문헌, 고문서로 엿볼 수 있다. 다음달 1일부터 12월 16일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열리는 특별전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에서다. 정약용이 회혼례(해로한 부부의 혼인 예순 돌을 축하하는 잔치)를 맞아 지은 시(여유당 전서) 등 70여종의 고전자료가 등장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 선인들이 품고 살았던 사랑의 의미를 조망한다. 욕망을 억압하는 윤리가 지배적인 사회로 알고 있지만 조선 일상사에도 어긋난 사랑과 그로 인한 파국은 휘몰아쳤다. 16세기 순천김씨 묘에서 출토된 신천강씨의 편지에는 늙은 남편의 외도를 딸에게 하소연하는 아내의 한탄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나이 예순에 시골역의 찰방직을 맡은 김훈은 호기롭게 사치를 부린다고 첩을 들였다. 종들이 알면 질투라고 할까 봐 내색도 못 하는 아내는 “서러운 마음은 일백 권의 종이에도 다 쓰지 못할 것”이라며 “내 손에 죽으리”라고 딸에게 하소연한다. 정약용의 ‘흠흠신서’(1822)에는 조선 후기 백성의 일상사를 보여 주는 사연이 등장한다. 정조 시대 황해도 토산에 사는 김몽세는 병약한 아들이 죽자 며느리와 내연 관계에 있던 김천의를 밟아 죽인다. 병든 남편을 두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부인, 사위의 장례식장에서 딸을 개가시키겠다고 하는 친정 부모, 막 과부가 된 사람에게 공공연히 떠나자고 하는 외간 남자 등 욕망에 솔직한 일상의 단면들이 흥미롭다. 선조 시대인 1602년 박의훤이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려고 작성한 문서, 박의훤 분급문기에서는 조선의 자유로운 연애관을 발견할 수 있다. 다섯 명의 부인과 결혼한 그가 전처 네 명과 이혼한 이유는 모두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도망가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전통시대를 새롭게 바라봄과 동시에 그 시대가 지키고자 한 가치의 이면을 진솔하게 살펴보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공휴일·일요일은 휴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자연 속에서 책 읽는 구로 어린이

    자연 속에서 책 읽는 구로 어린이

    서울 구로구에 ‘궁동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궁동어린이도서관은 구로꿈나무어린이도서관, 개봉어린이도서관,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에 이은 지역 내 네 번째 구립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다. 구 관계자는 26일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부모와 함께 독서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연못, 나무 등이 있는 궁동 생태공원 내에 ‘궁동어린이도서관’을 건립했다. 지난 23일 개관식도 열었다”고 밝혔다.궁동어린이도서관은 연면적 660㎡(약 199평),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시설 내부에는 도서 1만권과 유아자료실, 어린이·청소년 자료실, 디지털 자료실, 프로그램실, 동아리실, 옥외체험장 등이 갖춰졌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친환경 내장재를 사용했으며, 건립 사업비로 총 21억 8200만원을 투입했다. 연중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이고 하절기(3~10월)에는 오후 7시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6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일이다. 자연 안에 있는 도서관인 만큼 ‘자연’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천연벌레퇴치제와 천연연고 만들기, 과학교실, 생태공원 탐방, 원화 전시 등 총 10개 과정이다. 유아, 초등학생, 성인 등 전 연령대가 참여할 수 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독서문화시설이 취약했던 궁동에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생겨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면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도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평일 대관·90일 전 예약… 작은 결혼, 적은 기회

    평일 대관·90일 전 예약… 작은 결혼, 적은 기회

    “처음에는 야외 작은 결혼식(하우스웨딩)을 하려고 민간업체를 찾았는데 일반 결혼식만큼 비용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무료로 빌려주는 작은 결혼식장을 알아봤는데 경쟁이 너무 심하거나 주말 대관이 안 돼서 포기했습니다.”직장인 윤모(30)씨는 “과도한 결혼비용과 허례 의식을 줄이고 부부만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부모님까지 설득했는데 결국 지난 5월 일반 결혼식장에서 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작은 결혼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작은 결혼식은 일반 예식장과 비용이 비슷한 경우가 많고 미술관, 전시장, 공원 등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작은 결혼식장은 개점휴업 상태인 경우가 상당수였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결혼식장이 작은 결혼식의 핵심인 만큼 결혼 문화 개선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공연 우선에 날짜 제한적 22일 서울시 및 시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작은 결혼식장 18개를 점검한 결과 44.4%에 해당하는 8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지난해 4월 이곳들을 작은 결혼식장으로 선정하고 꾸준히 홍보 중이다. 중구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예비부부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 4월부터 대관 사업을 중단했다. 미술관 내에 3곳에서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는데 정작 미술관 휴관일인 월요일에만 예약을 받으면서 외면당한 것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식장 대관 문의가 많았는데 주말 결혼식은 안 되고 월요일만 대관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니 신청자가 단 한 쌍도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예비부부들은 결혼 1년 전부터 식장을 예약하지만 중구 서울시청 별관 후생관은 결혼 90일 전부터 예약을 받는다. 결혼이 코앞에 닥쳤는데 식장 예약에 실패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지난해 6쌍, 올해 1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진행했다”며 “90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대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천구 금천예술공장은 지난해 1건만 결혼식을 치렀고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은 현재까지 한 건의 예식도 없었다. 시설의 본래 목적인 전시와 공연을 위해 우선적으로 대관을 하기 때문에 결혼식을 할 수 있는 날짜가 제한적이다. 서초구의 인재개발원과 서울연구원의 결혼식 예약 건수는 올해 각각 10건과 7건에 머물렀다.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하고 피로연장도 식장 건물과 떨어져 있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산한옥마을 등 인기 지역 예약 전쟁 반면 10여곳의 작은 결혼식장에서는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지난해 남산한옥마을에서 73건의 결혼식이 열렸고 올해는 60건이 예약됐다. 특히 외국인 커플의 예약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월드컵공원은 친환경 결혼식, 반포한강공원은 소풍 결혼식으로 인기가 높다. 양재 시민의숲 결혼식장은 지난 1월에 올해 예식이 모두 마감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은 결혼식장 대관 사업이 잘 안 되는 시설은 수요 조사를 다시 해 보완하겠다”며 “또 작은 예식에 적합한 공공시설을 더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팀장은 “수요는 많은데 결혼식장 공급이 적은 상태”라며 “공공기관의 장소 확충과 함께 종교시설이나 기업 등이 장소를 제공토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 아르누보 전문 ‘유민미술관’ 조성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 아르누보 전문 ‘유민미술관’ 조성

    제주 서귀포시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에 ‘유민미술관’이 들어섰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아르누보 공예예술품 전문 미술관이다. 유민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니어스로사이’에 조성됐다. 미술관 전시 설계는 덴마크 건축가인 요한 칼슨이 맡았다. 유민미술관은 제주도 자연과 지형적 특징을 컨셉트로 한 야외 정원을 비롯해 ‘영감의 방’ ‘명작의 방’ ‘아르누보 전성기의 방’ ‘램프의 방’ 등 4개의 전시실이 있다. 50여 점의 전시품은 에밀 갈레의 ‘버섯램프’ ‘잠자는 화병’, 돔 형제의 ‘개양귀비화병’ ‘튤립무늬 파란색 램프’, 외젠 미셀의 ‘인어와 아이스 화병’ 등이다. 특히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샤이닝 글라스’가 인상적이다. 미러 글라스로 제작돼 비추는 기능과 빛나는 기능을 동시에 갖췄다. 들어오는 빛이나 보는 각도에 따라 풍광 과 글라스의 색깔이 변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관람료는 어른 1만 2000원, 어린이 9000원이다. 오는 7월 21일까지는 오픈 기념으로 어른 1만원, 어린이 7000원에 할인한다. 아르누보 예술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작품 해설(도슨트) 프로그램을 하루 4회(오전 10시30분, 오후 1·3·5시) 운영한다.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빌려준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암 없는 희망찬 세상] 세계적 트렌드 맞춰 협력·연구 ‘병용’ 필수

    [암 없는 희망찬 세상] 세계적 트렌드 맞춰 협력·연구 ‘병용’ 필수

    그동안 면역항암제가 주도해 왔던 항암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체크포인트 저해제의 본격적인 개발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BMS사가 승인받은 CTLA4 저해제 여보이와 MSD사와 BMS사가 2014년 승인받은 PD1 저해제 키트루다·옵디보를 필두로 고형암에 대한 표준치료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체크포인트 저해제와 같은 최신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항암치료보다 더 우수한 종양 반응과 생존 혜택, 그리고 월등한 안전성에 따른 개선된 삶의 질을 자랑한다.상업적 성공에 대한 전망도 밝다. 미국 제약·헬스케어 분야의 금융 전문가들은 2022년까지 체크포인트 저해제의 연매출이 약 300억 달러(약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환자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암의 특성과 변화 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체크포인트 저해제는 암 환자의 약 20~30%에게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항암치료의 단점을 보완하고 모든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을 위해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는 접근법이 바로 정밀의료와 병용요법이다. 정밀의료는 바이오마커 식별을 통한 환자별 맞춤 치료법을 의미하고, 병용요법은 여러 종류의 의약품을 조합하는 치료법을 가리킨다. 신약 개발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안전성이다. 두 개의 의약품을 병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더라도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병용요법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병용요법 연구를 진행하다가 발생하는 부작용 사례는 전부 미국 식품의약국(FDA) 같은 규제당국에 보고돼야 하므로, 병용 가능한 약이 존재한다고 해서 섣불리 병용요법 개발을 시도하기는 어렵다. 병용을 시도하기 위해 자신의 약을 제공했다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당혹스러운 결과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병용요법이 시도되기 위해서는 그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을 허가할 규제 당국에 각 병용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두 회사가 서로 자신의 의약품에 대한 기밀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용요법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가 없으면 어떤 산업보다 엄격한 보안과 비밀유지가 요구되는 제약업계 내에서 이와 같은 비밀자료의 공유는 쉽지 않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15년이 소요되는 데다 성공 확률 또한 5%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 제약사가 병용요법에 사용할 약물들을 모두 직접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병용요법은 전통적 신약 개발 과정보다는 두 개 이상의 회사가 서로 협력해 공동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거친다. 암 치료제 개발 동향이 병용요법으로 바뀌면서 항암제 개발에 있어 전략적인 공동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실제로 병용요법의 발흥은 세계적 제약산업 내 기업 간 협력 구도를 바꿔 놓기도 했다. 2005년쯤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라이선스 거래의 유형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거래의 절반 이상이 대형 제약사가 중소형 바이오 회사로부터 개발 중인 제품의 판권 등을 완전히 인수하는 전통적인 라이선스 계약이었다. 최근에는 공동 협력·연구개발을 골자로 하는 공동연구 계약의 빈도가 급격히 증가해 두 유형의 거래 빈도가 비슷해졌다. 신약 후보 물질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현존 약물과의 시너지 가능성까지도 고려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약산업 사업 개발 거래의 유형이 큰 규모의 현금 거래가 동반되는 전통적인 라이선스 계약에서 공동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획득해 상호 제휴관계의 필요성을 확인한 후 큰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추세다. 국내 항암제 개발 회사들도 세계적 트렌드에 발맞춰 자신들의 기술을 체크포인트 저해제와 같은 세계적 기술과 병용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미약품의 여러 차례에 걸친 기술이전 사례는 물론이고, 제넥신과 MSD사의 공동연구계약, 신라젠과 리제네론사의 공동연구계약 체결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신라젠과 제넥신이 최근 발표한 공동연구는 모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관한 협약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병용을 진행하는 제제가 전 세계적으로 무섭게 적용 대상 암종을 확장하고 있는 PD1 저해제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염지운 신라젠 사업개발팀 변호사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인쇄공장 속 파격 걸작들 개념 미술의 교과서 공간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인쇄공장 속 파격 걸작들 개념 미술의 교과서 공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 센트럴 역은 보자르 양식의 멋진 외관과 함께 세계 최대의 기차역이라는 명성을 지니고 있다. 44개의 플랫폼과 67개 노선을 거느린 이 역에서 허드슨 라인을 타고 한 시간 반가량 북쪽으로 올라가면 비콘(Beacon)이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한다. 이 자그마한 마을이 전 세계의 예술 애호가들에게 아주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디아비콘’(Dia:Beacon)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을 지원 육성하는 비영리 단체인 ‘디아 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이 미술관은 1960년대 이후 활동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대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현대미술사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기차를 타고 허드슨 강의 멋진 풍광을 즐기며 가다 보면 어느새 강변에 자리한 비콘 역에 도착한다. 뉴욕 시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비콘은 허드슨 강이라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미국 독립 이전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소도시다. 특별할 것도 없었던 조용한 마을이 주목받게 된 것은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오레오 쿠키, 리츠 크래커 등 비스킷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과자회사 나비스코사가 1929년 이곳에 포장지와 포장상자 인쇄 공장을 세우면서다. 허드슨 강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세워진 포장지 인쇄공장은 수십년간 가동된 뒤 문을 닫았고, 새 전시공간을 물색하던 디아 예술재단이 이를 사들였다. #엄청난 성격·규모의 실험적 작품들 전시 디아 예술재단은 1974년 미국 휴스턴 기반의 유명한 예술후원자인 도미니크 드 메닐 여사의 딸로 세계 굴지의 석유시추 재벌인 슐랭베르제 그룹의 상속녀인 필리파 드 메닐과 그녀의 남편인 예술품 딜러이자 수집가인 하이너 프리드리히가 설립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보다는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196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한 개념미술은 생각 자체도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애당초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작품이라는 결과물보다 그 이면의 개념을 함께 고려해야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1960~1970년대 회화와 조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나타난 경향을 가리킨다. 작가의 감정을 오브제에 싣기보다는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전시공간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관람자와의 물리적 관계에 주목한다. 무슨 의도인지 이해하기도 힘들고, 때로는 이런 것을 왜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작품이 많다. 이런 창의적 사고 덕분에 세상이 진보한다는 확신을 갖고 재단을 만들기로 한다. 디아 예술재단은 창의력 넘치고 실험적인 작품을 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성격과 규모가 엄청나서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파격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실현 가능하게 지원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 의지를 담아 예술재단 명칭도 그리스어로 ‘~을 통하여’라는 뜻을 지닌 ‘디아’(dia)를 선택했고, 실제로 실험성 높은 작가들을 선정해 후원하거나 작품을 소장하며 전후 현대미술 발전을 이끌어 왔다.디아 예술재단이 선정해 프로젝트를 후원한 작가로는 독일의 전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 형광등을 이용한 조각을 시도한 댄 플레빈, 개념미술의 선구자 솔 르윗,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 단색의 추상적인 회화를 시도한 아그네스 마틴, 팝아트의 아이콘 앤디 워홀, 철판 조각의 대가 리처드 세라, 대지미술 장르를 개척한 월터 드 마리아 등이 있다. 원래 유명하기도 했지만 디아 예술재단의 후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경우도 많다. 재단은 뉴욕 첼시 지역에 디아 예술센터를 열고 1987년부터 2004년 문을 닫을 때까지 이들의 작품을 장기간 전시하며 현대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었다. 뉴욕의 10번과 11번 애비뉴 가로에 7000그루의 참나무와 돌기둥을 세우는 요제프 보이스의 ‘7000그루 참나무’ 프로젝트를 작가 사후에도 여전히 진행하는 것도 이 재단이다. #7000평 실내 전시공간에 전시 작가는 25명뿐 영구소장 작품을 상설 전시하기 위해 적절한 공간을 찾던 재단이 나비스코 공장을 매입했다는 것 자체가 예술계에선 큰 뉴스였지만 2003년 5월 ‘디아비콘’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더 큰 뉴스거리였다. 공장 건물 외관은 그대로 살린 채 전시공간을 최대한 크게 구획한 디아비콘은 규모로 보자면 뉴욕현대미술관(MoMA) 다음으로 크기도 하지만 그 크기보다는 소장한 작품들과 그 독특한 전시방법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만 3000㎡(약 7000평)에 달하는 실내 전시공간에 자리를 차지한 작가는 단 25명. 모두가 현대미술사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이름들이며 소장 작품도 그들의 대표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관을 전시공간에 맞게 리뉴얼하는 데 총 5000만 달러가 소요됐다. 재정 압박을 받고 있던 중 반스앤노블의 레너드 리지오 회장이 재단의 설립이념을 높이 평가하고 3500만 달러를 통 크게 기부한 덕분에 무사히 미술관 개조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재단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전시장 이름을 ‘리지오갤러리’라고 이름 지었다. 비콘 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난 언덕길로 10분 정도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붉은 벽돌 건물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 양쪽으로 카페와 서점이 있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전시공간이 시작된다. 미술관이라고 하면 꽉 막힌 화이트 큐브를 연상하게 되고,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 한꺼번에 전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디아비콘은 오래된 공장 건물의 벽돌과 철골, 콘크리트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천장과 벽의 창문도 그대로 살렸다. 특히 한 작가의 작품 한 점에 넓은 공간을 할애하고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 광선 아래에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함으로써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 예술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마다 작가와 작품 해설서를 비치해 놓고 있다.처음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로버트 어윈의 ‘입방체를 위한 헌정’이다. 한 방을 흰색 천과 긴 막대를 이용해 공간들을 만들고 조명을 설치해 공간감각을 느끼도록 해 놓았다. 작품 제작 기간은 1998년부터 2015년까지라고 표시돼 있다. 그 옆으로 가면 북쪽으로 난 긴 복도에 댄 플레빈의 형광등을 이용한 조각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미술관 지하에 설치된 플레빈의 형광등 작품은 장관이다. 북측 벽 쪽의 긴 방에는 마이클 하이저의 ‘북, 동, 남, 서’라는 작품이 설치돼 있다. 네모, 원, 네모, 원 모양으로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푹 파인 철 구조물이 작품이다. 하이저는 1960년대 후반 작품 무대를 네바다 사막으로 옮긴 후 사막을 파헤치거나 흙을 쌓고 바위를 끌어모으는 등 미술관에서 실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대지미술 작품에 몰두한 독특한 작가다. 기다란 실로 공간을 구획해 놓은 프레드 샌드백의 작품, 수학적 개념을 도입한 솔 르윗의 작품, 벽에 선반을 붙여 놓은 것 같은 도널드 저드의 작품, 깨어진 유리를 한 무더기 쌓아 놓은 로버트 스미손의 작품 등을 지나면 폐유조선 덩어리를 거꾸로 세워 놓은 것 같은 리처드 세라의 철판 조각이 한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폐차장에 있어야 할 것처럼 자동차를 우그러뜨려 세워 놓은 것은 존 체임벌린의 작품이다. 특별한 날짜를 적어 놓은 온 가와라의 작품이 한 공간에 일렬로 걸려 있고 한 방에는 페미니즘 예술가 루이스 브르주아의 거대한 거미가 차지하고 있다.#인공조명 아닌 자연광 감상… 해 지기 전 문 닫아 미술관에서는 대부분의 작품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데 예외가 있다.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은 작가의 희망에 따라 촬영이 금지돼 있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대지미술을 오가며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창조적 욕망을 가시화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다. 뉴멕시코주의 외딴 벌판에 가로 1.6 ㎞, 세로 1㎞의 공간을 마련하고 쇠로 된 7m 길이의 장대 400개를 꼽아 놓고 인위적으로 번개를 불러오는 ‘번개 치는 들판’(1977)이 대표작이다.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이 작품을 디아 예술재단의 후원으로 실현할 수 있었다. 금싸라기 땅 소호에는 대지 161㎡로 설명되는 ‘뉴욕 대지의 방’(1977)과 정확한 측정을 바탕으로 한 ‘부러진 킬로미터’(1977)가 40년째 전시되고 있다. 독일 카셀의 프리드리히광장에는 ‘수직 대지의 킬로미터’(1977)를 설치해 놓았다. 디아비콘에는 붉은 카펫에 나무토막으로 드로잉한 ‘360도’가 설치돼 있다. 오직 디아비콘의 공간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이 작품들을 보기 위해 비콘을 찾는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미술관은 자연광으로 감상하도록 하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 문을 닫는다. 연중 화요일과 수요일은 휴관하며 1월부터 3월까지는 목요일도 휴관이어서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헛걸음을 피할 수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의왕시 관상 조류 특별 기획전…일환조 등 희귀새 보러 오세요

    세계의 희귀 관상 조류 40여종을 볼 수 있는 특별 기획전이 열린다. 경기 의왕시는 조류생태과학관에서 18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살아 있는 관상 조류 200여마리를 전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의왕시가 왕송호수 주변에 2012년 건립한 조류생태과학관은 어류, 조류, 화석 전시실과 생태체험관으로 구성됐다. 2층 조류전시실에서 열리는 기획전에서는 일홍조(아프리카 북동부), 일환조(뉴칼레도니아), 벽조(말레이시아) 등 우리나라에 없는 희귀 조류들을 소개한다. 일환조 중 황도색의 큰 부리를 가진 핑크부리일환조는 체모는 녹색, 얼굴은 흑청색, 머리는 밝은 청색을 띠고 있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호금조(오스트레일리아), 벽조는 동서조류연구소에서 국내 최초로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또 야생에는 없는 종인 십자매는 십여마리를 같이 둬도 싸우지 않아 십자매라 부른다. 색깔이 예쁘고 인기 있는 애완조인 사랑앵무(오스트레일리아), 모란앵무(아프리카) 등도 선보인다. 금강앵무 등의 박제 포토존도 운영한다. 어린이날을 맞아 다음달 4일부터 3일간 무료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아트페이퍼 동물모형 만들기, 예쁜 색깔 한지와 메타세쿼이아 열매로 꽃술을 붙인 앉은뱅이꽃 만들기 등이 있다. 과학관은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하며 레일바이크와 철도박물관 이용객에게는 입장료를 50% 할인해 준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그림책의 노벨상’ 작가들 원화 만나다

    ‘그림책의 노벨상’ 작가들 원화 만나다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 칼데콧상 수상 작가들의 원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30일부터 6월 25일까지 경기 성남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열리는 ‘칼데콧이 사랑한 작가들’전이다.칼데콧상은 미국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매년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938년부터 시작됐다. 19세기 현대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작가 랜돌프 칼데콧의 이름을 딴 만큼 수상 작가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그림책의 역사가 그려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제리 핑크니를 비롯해 모리스 센닥, 모 윌렘스, 닥터 수수, 에즈라 잭 키츠, 모디캐이 저스타인, 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등 미국 대표 작가 12명의 원화와 조각 등 59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80년 역사를 지닌 칼데콧상 수상 도서 80권도 실물로 함께 전시된다. 박수민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학예사는 “다문화적 요소, 관계의 의미 등을 통찰하는 작품이 많은 칼데콧 수상작들은 글과 그림의 어울림이 탁월해 어린이들이 그림책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상상의 폭을 넓혀 왔다”며 “이번 전시는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눈을 길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관람료 6000원. 월요일 휴관. (031)5170-3700.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나폴레옹 이각모 보면서 청년 꿈·희망 키워갔으면”

    “나폴레옹 이각모 보면서 청년 꿈·희망 키워갔으면”

    “천하의 시골뜨기, ‘흙수저’에서 긍정의 힘으로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이각모(바이콘)를 보면서 청소년들이 긍정적인 생각으로 꿈과 희망을 키워 갔으면 좋겠다.”2014년 11월 나폴레옹의 이각모를 경매에서 26억원에 낙찰받아 세상을 놀래켰던 김흥국(60) 하림 회장의 소원이다. 김 회장은 이 이각모를 경기 성남 판교 NS홈쇼핑 별관 1층에 마련된 나폴레옹 갤러리에 전시했다. 16일 열린 개관식에서 김 회장은 “낙담하고 냉소적인 젊은이들에게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라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내 경험만으론 한계가 있어 고민하던 차에 이각모를 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각모는 나폴레옹이 1800년 5월 알프스 산맥을 넘은 뒤 6월 14일 오스트리아군과 치른 마렝고 전투에서 썼던 모자다. 이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패전 직전의 급박한 상황에 몰렸지만 승리해 전세를 뒤집었다. 김 회장은 사회 각 분야 유명인사들의 재능기부 모임인 ‘청야’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3년 만들어진 청야는 야간고, 야간대 등을 졸업하고 성공한 인사 10여명의 모임이다. 김 회장은 “사업의 길을 찾는 젊은이나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도 이곳을 찾아 기업가 정신을 되새긴다면 더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85㎡ 규모의 나폴레옹 갤러리는 매일(월요일 휴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각모 외에 다른 유물들도 있다. 관람은 무료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부천 만화박물관 ‘변신 완료’

    부천 만화박물관 ‘변신 완료’

    한국만화 100년사 총망라… 누적방문객 250만명 랜드마크 만화 마니아들의 상상마당이자 만화의 ‘보고’인 경기 부천의 한국만화박물관이 봄맞이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11일 재개관했다. 부모님 몰래 만화방에 자주 갔던 사람들은 십만권의 만화책과 애니매이션이 가득한 부천 만화박물관으로 자녀와 찾아가 보면 어떨까. 희귀 만화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존하며 만화책을 열람할 수 있는 이곳은 2001년 10월 12일 설립해 지난 2월 말까지 총 누적 방문객이 250만명을 넘었다. 부천의 ‘문화 랜드마크’이다.박물관은 부천 영상문화단지 내 전체면적 8342㎡(약 2523평)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초대형 문화복합공간이다. 만화박물관과 만화도서관, 만화영화상영관, 만화자료실,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1층에는 380석 규모의 만화영화상영관이, 2층에는 국내 최대 만화전문 자료실인 만화도서관이 있다. 국내외 만화와 학술자료, 논문 등 27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2층에서 ‘청소년 만화아카데미’나 ‘꿈의 학교’ 등 만화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만화박물관의 메인 전시장은 3층 만화역사관이다. 상설·기획전시가 열린다. 한국만화 100년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국내외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만화역사관에는 1909년부터 시작된 한국만화의 역사가 시대별, 흐름별로 전시돼 있다. 옛날 만화방을 떠올리는 1960년대 만화방을 비롯해 70~80년대 ‘사랑의 낙서’나 ‘대야망’ 등 성인만화를 만날 수 있다. 60석 규모인 4D 상영관에서는 3차원 영상(3D) 외에 진동과 향기, 물, 바람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치를 갖췄다. 로봇 애니메이션 ‘씨드라이트’를 상영한다. 4층 만화체험관에는 웹툰 전시 코너와 만화체험관, 카툰갤러리가 있다. 웹툰 전시 코너는 2000년대 이후 우리 만화의 큰 흐름 중 하나인 웹툰 초기작을 소개해 놓았다. ‘만화포토존’은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과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 등 인기 웹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인기다. 지하에 만화 수장고가 있다. 한국만화박물관 내 최고의 첨단시설이다. ‘고바우 영감’이나 ‘엄마 찾아 삼만리’ 등 50~60년대 대표적인 작가들의 육필원고 8만점이 보관돼 있다. ‘코주부 삼국지’를 비롯한 만화 단행본과 희귀 잡지 등 희귀 만화도서 2만여점과 허영만 작가의 대표작 육필원고 15만점도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세상 밖으로 나온 희귀한 초판 소설

    세상 밖으로 나온 희귀한 초판 소설

    한국의 첫 신소설 작가 이인직의 ‘은세계’①, 안국선이 쓴 최초의 단편소설집 ‘공진회’②, 김동환의 ‘국경의 밤’③ 초판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관장 최진용)은 7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희귀한 근대문학 원본 자료 34점을 모은 ‘문학관의 새롭고 오래된 친구-新수장자료전’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일제강점기 때 민중들을 위무해 준 대중 통속소설도 다수 소개된다. 한국 최초로 삽화를 넣은 연재소설 이해조의 ‘춘외춘’, 조선일보 현상문예 1등을 차지한 한인택의 ‘선풍시대’ 등이다. 1920년대 연애 편지 묶음으로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사랑의 불꽃’도 처음 선보인다. 한국 최초의 장편소설인 ‘무정’ 발표 100주년을 맞아 춘원 이광수 코너도 따로 마련됐다. 500부만 찍어내고 책 케이스도 제작됐던 호화판 시집 ‘춘원시가집’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춘원시가집’은 작가의 사진 원본뿐 아니라 춘원의 친필도 들어가 있어 더욱 가치 있는 판본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는 장편 역사소설 ‘원효대사’ 초판본도 함께 전시된다. 일제강점기 때 연재됐던 신문소설 스크랩 자료 3점은 당시 소설 애호가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함태영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선보이는 책들은 김동환, 이광수, 이해조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만 봤던 작가들이 살아 있을 당시 펴냈던 실제 작품들로, 근대문학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대문학이 있게 한 중요한 토대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관람은 무료, 월요일은 휴관한다. (032)455-7166.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말없이도 통했던 무대, 中 불통에 난타당하다

    말없이도 통했던 무대, 中 불통에 난타당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중국이 자국민들에게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 관광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관광객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주요 관광코스 중 하나인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 공연 제작사들이 서둘러 몸집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중국 관객 의존도가 높았던 공연 관광 시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한국 최초 비언어극 ‘난타’ 제작사 PMC프로덕션은 국내 전용관 4곳 중 600여석 규모로 가장 큰 서울 충정로 극장을 4월부터 휴관하기로 했다. 김용제 PMC프로덕션 대표는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기점으로 중국 관객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만 수용했던 충정로 극장의 경우 현재 손님이 ‘0’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고 충정로 극장 폐쇄 여부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대사 없이 리듬과 비트, 상황만으로 구성된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는 1997년 10월 초연 이후 인기를 얻으며 2000년 7월 우리나라 최초로 전용 공연장을 개관, 연간 약 120만명의 관람객을 모아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한한령 여파로 충정로와 제주 전용관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긴 상황이다. 김 대표는 “제주 전용관의 경우 90%가 중국인 관광객이고 그중에서도 80~90%가 단체 관광객이기 때문에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향후 중국 이외에 한국을 많이 찾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중국인 단체 관광객보다 개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 온 ‘점프’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점프’ 제작사 예감의 김성량 홍보팀장은 “2015년부터 개인 관광객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 온 이후 이제서야 관객 수가 반등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위축이 우려된다”면서 “최근 방문율이 늘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 등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을 모객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공연한 미술 넌버벌 퍼포먼스 ‘오리지널 드로잉쇼’는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내 전용관을 잠정 휴관했다. 관계자는 “공연사·극장 등 내부 사정으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면서 “향후 재개관 일정은 미정인 상태”라고 밝혔다. 명보아트홀 내 전용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여 온 타악 퍼포먼스 ‘드럼캣’도 2월 말로 계약을 만료하고 공연을 종료한 상황이다. 2004년 10월 초연 이후 2008년부터 9년간 상설 공연을 해 온 댄스 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사춤)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시네코아 전용관 공연을 마치고 오는 5월 대학로에서 ‘사춤 시즌2’로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령 탓에 공연장 이전을 앞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춤’ 제작사 두비커뮤니케이션의 최광일 대표는 “12년여 만에 작품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정비 기간을 갖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공연장 문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국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연관광협회장이기도 한 최 대표는 “그동안 공연 관광의 중국 의존도가 심하다 보니 공연 품질이 낮아진 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계기를 통해 여행사·면세점 등을 통한 판촉 형태가 아닌 관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예술성 있는 공연 제작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현장 블로그] 미루다 개관한 세계 첫 ‘지하철 과학관’

    ‘작은 과학행성.’ 서울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에 있는 ‘사이언스 스테이션’에 붙은 문구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사는 ‘작은 행성’이 떠오릅니다. 개관 이틀째인 지난 5일 찾아가보니 더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버려진’ 작은 행성의 느낌입니다. ●유동인구 적은 역·주말엔 휴관 사이언스 스테이션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창의재단, 미래창조과학부, 서울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 성북구 등 6개 기관이 뭉쳤습니다. 개관까지 투입된 비용은 6억 2500만원, 올해 유지관리에 들어갈 예산도 2억 2000만원에 달합니다. 지하철역 기둥에 KIST 역사를 적고, 초등학생도 아는 아인슈타인과 퀴리 부인 등의 사진과 업적을 보여주는 디지털 액자와 키오스크를 설치했습니다. 바이오리빙랩에는 혈압측정계, 동작분석기, 종아리 마사지 기기를 둔 정도인데, 그렇게 많은 예산이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사이언스 스테이션은 ‘과학문화 확산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 최초의 지하철 과학관’을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상월곡역은 이용객이 많지 않은 역입니다. 이날 점심시간에 지켜보니 1회 탑승객은 10명에도 못 미쳤습니다. 상월곡 역과 가까운 월곡(동덕여대)역이나 고려대역이 유동인구가 훨씬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과학관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 열고 평일 하루를 휴무일로 합니다. 하지만 사이언스 스테이션은 관리주체인 KIST 근무시간에 맞춰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만 운영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순조로운 대통령 동상 건립과 대조 사이언스 스테이션은 KIST 설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했습니다. 2015년 12월 28일 6개 기관이 이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같은 날 연구원 내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포함한 작은 공원 조성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사이언스 스테이션은 지난해 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개관하기로 했다가 차일피일 미뤄져 지난 3일에야 오픈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원 출신 동문모임인 ‘연우회’가 추진한 박 전 대통령 동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지난해 2월에 설치했습니다. 연구원은 국가 주요 보안시설이었는 데도 말이죠. ●6억 아깝지 않은 운영의 묘 기대 선진국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연구뿐만 아니라 대중에 과학을 알리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봅니다. 그런데 정치적 논란이 될 사업은 순식간에 끝내고 정작 대중과 과학의 접점을 찾는 일은 대충 처리한 듯한 모습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초의 지하철 과학관’이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운영의 묘라도 발휘하길 기대합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중국 여행 갔다가 봉변당할까 겁나” 취소 문의 빗발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심해지면서 이달 중 중국 여행을 계획한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중국행 취소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6일 직장인 전모(35)씨는 “18일 중국 상하이로 가족 여행을 갈 예정이었는데 취소했다”며 “중국인이 한국산 자동차를 부수는 동영상도 돌아다니고, 입구에 한국 손님 안 받는다고 써 붙인 중국 식당 사진을 보니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갔다가 봉변을 당할 것 같아 겁이 났다”고 토로했다. 휴학 중인 대학생 김모(22·여)씨는 “2주 뒤에 친구와 칭다오로 여행을 가는데 주위에서 위험하다니 걱정된다”며 “취소를 고민하다가 수수료가 아까워서 그냥 가기로 했는데 현지인이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일본인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체들은 취소 문의 전화가 많다며 긴장한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중국 여행을 가도 안전한지, 여행을 취소하면 위약금이 얼마인지를 묻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실제 중국에서 관광객 폭행 등 안전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니고 출국일에 임박해서 여행을 취소하면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해 아직 대규모 취소 사태는 없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자신의 사정으로 취소할 경우 출국일 보름 전에는 약 15%, 일주일 전에는 30%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중국이 반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직후부터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항공 노선을 줄이거나 비자 발급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 여행경보를 발령하지는 않았지만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인들이 많이 모인 곳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주요 관광 코스 중 하나인 비언어극(넌버벌 퍼포먼스) 공연 제작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공연 관광시장의 대표주자 격인 ‘난타’는 전용관 중 가장 큰 규모인 충정로 극장을 4월부터 휴관하기로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여행 가방]

    [여행 가방]

    ●자메이카관광청, 한국어 웹사이트 오픈 자메이카관광청이 공식 한국어 웹사이트(www.visitjamaica.com/kr/)를 열었다. 자메이카는 천혜의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자랑하는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다. 독특한 향미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블루마운틴 커피가 생산되고 육상스타인 우사인 볼트와 레게 스타인 밥 말리의 모국이기도 하다. 한국어 웹사이트는 자메이카의 유명 해변, 바다가 보이는 골프 코스, 현지 요리 등 다채로운 정보를 담고 있다. 아울러 자메이카의 예술과 축제, 지역별 여행 가이드, 자메이카에서의 결혼식과 신혼여행, 비즈니스 회의 등에 관한 각종 정보도 제공한다. ●에버랜드, 봄맞이 인기 어트랙션 재가동 에버랜드가 봄 시즌을 앞두고 ‘티 익스프레스’ ‘아마존 익스프레스’ 등 대표 어트랙션들을 가동한다. 최고 인기시설인 ‘티 익스프레스’가 지난 18일 문을 연 데 이어 25일에는 보트를 타고 580m 급류를 즐기는 ‘아마존 익스프레스’와 슈퍼 후룸라이드 ‘썬더 폴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이로써 동절기 휴관했던 놀이시설들이 풀가동하게 된다. 겨울 시즌 캐리비안 베이는 오는 3월 1일까지 운영된 뒤 개·보수를 거쳐 4월 말 재개장한다. ●롯데월드, 해양과학 교육프로그램 운영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오는 5월까지 전문기관과 협업을 통해 해양과학을 더욱 쉽게 배울 수 있는 봄 시즌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나이트 아쿠아리움’은 아쿠아리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야간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유아, 초등학생으로 세분화해 진행된다. 4월부터 시작되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골격미색’ 프로그램에서는 어류의 뼈를 다양한 색깔로 염색해 해부하지 않고도 뼈의 구조와 내부기관을 관찰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해양생물 전문가로 꼽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강충배 박사가 해양생물 연구 방법을 주제로 특강도 벌인다.
  • [명인·명물을 찾아서] 공동변소·연탄가게·솜틀집… 고단한 시절 멈춘 곳

    [명인·명물을 찾아서] 공동변소·연탄가게·솜틀집… 고단한 시절 멈춘 곳

    온 나라가 잘살아 보겠다며 땀 흘렸던 1960~1970년대. 굶주린 배를 부여잡기 일쑤였던 그 시절,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은 혹독했다. 지금은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며 한잔 술에 호기롭게 말하지만 당시는 춥고 황량하기만 했다. 한편으론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리움과 추억으로 회자된다. ‘달동네’는 도시 빈민들의 상징적인 주거 공간이었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판잣집들은 값싼 주거지인 동시에 생존의 공동체였다.달동네란 이름은 마을이 높은 산자락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 혹은 고단한 삶 때문에 달을 바라보며 출퇴근했기에 그리 불렸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은 대개 재개발로 흔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인천에 지난 시절 달동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곳이 있어 찾아갔다. 인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1960~1970년대 달동네 사람들의 생활상을 테마로 한 체험 중심 박물관이다. 수도국산(水道局山)은 동구 동인천역 뒤에 있는 산이다. 개항기 이후 일본인들이 인천 중구 지역을 차지하자 그곳에 살던 조선인들이 수도국산으로 쫓겨나면서 산자락 주거지가 탄생했다. 그 후 6·25전쟁 피란민과 산업화 시기 실업자들이 몰려들어 18만 1500㎡ 규모인 동네에 3000여 가구가 모둠살이를 시작했다. 수도국산 박물관은 과거의 흔적과 기억을 모아 실제 달동네 터 꼭대기에 2005년 10월 건립됐다. 박물관을 향해 언덕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지만 정상에선 인천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여 과거와 현재를 데자뷔하는 듯하다. 박물관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이 층으로 나뉘어 있다. 관람 순서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제1전시실은 990㎡ 규모로 영화 세트장처럼 과거 달동네 모습을 실감 나게 재현한 공간이다. 어두컴컴한 실내 공간 안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연탄가게, 구멍가게, 이발소, 솜틀집 등이 자리한다. 구멍가게에는 예전에 인기를 끌던 과자와 음료수가 진열돼 있고 솜틀집에서는 마네킹이 솜을 틀고 있다. 여럿이 사용했던 공동구역의 공동수도와 공동변소는 금방이라도 악취가 올라올 것처럼 현실감 있게 묘사해 놓았다. 달동네는 여러 가구가 수도나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다. 줄을 서서 물을 길었고, 아침저녁으론 화장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재촉하는 게 흔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달동네는 이웃관계가 지속되는 공동체였다. 옆집 담벼락이 우리 집 담벼락이기도 했고 TV가 있는 집으로 동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곳 전시실에는 그런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 낸 가정집의 모습도 보인다. 좁은 쪽방 안에는 진짜 사람처럼 마네킹들이 TV 앞에 모여 김일의 레슬링을 관람하고 앉아 있다. 흑백 TV에서는 김일의 실제 레슬링 경기 영상이 재생돼 현실감을 더해 준다. “이야 김일이다, 김일!” 지난 15일 전시장을 관람하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발길을 멈추고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마치 생중계를 보는 것처럼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경기가 끝나자 웃음을 머금으며 발길을 돌렸다. 아마 예전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함께 온 손자는 이런 광경이 어리둥절한 눈치다. 요즘 아이들은 달동네 생활상에 공감하기 힘들겠지만 다양한 체험을 통해 그 시절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실 내 곳곳에는 물지게 체험, 연탄불 갈아보기, 주사위 놀이 등 체험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한 골목에 놓여 있는 터치스크린 컴퓨터를 누르면 전문 작가들이 촬영한 달동네 모습부터 실제 달동네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잠시나마 부모의 삶을 느끼게 해 세대 간을 이어 주는 장소다. 2층 제2전시실로 올라가면 추억 어린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상점들은 실제로 인천을 대표했던 가게를 본떠서 재현해 놓았다. 가장 먼저 1971년부터 영업했던 ‘우리사진관’이 있다. 사진관 안에는 1970~1980년대에 촬영한 사진들이 비치돼 있고 옛 교복과 교련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그 옆은 ‘미담다방’이다. 미담다방은 동인천역 축현파출소 옆에 있었던 다방으로 1960년대부터 인천의 명소였다.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옛 다방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푹신한 다방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고 한쪽에는 LP 판이 빼곡한 뮤직박스가 있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다방 앞에는 인천 토박이라면 대개 들어본 바 있는 ‘송림양장점’과 ‘창영문구’가 자리잡고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달동네박물관의 11번째 기획 특별전인 ‘추억 속 우리집에 가다’를 오는 5월 28일까지 개최한다. 특별전은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았기에 의미를 더한다. 실제 살림살이로 쓰던 드레스 재봉틀부터 타자기, 라디오, 선풍기 등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는 1950년대부터 동구 금곡동 배다리에 위치했던 ‘20세기 약방’에 관한 자료를 기증받아 마련된 공간도 있다. 박물관 관람의 종착점은 ‘추억의 구멍가게’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옛 과자와 기념품, 만화책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5~12세) 500원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雪國 #금강에서 설악을 굽어보다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雪國 #금강에서 설악을 굽어보다

    【신선대 오르니 금강의 산자락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발 아래엔 수바위·화암사·푸른 동해가 한눈에 펼쳐지네】 오랫동안 겨눠 왔던 숲길이 있다. 설악의 끝자락과 금강의 첫 봉우리를 한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강원 고성의 화암사 숲길이 그 주인공. 한데 그간 도시의 직장인들이 이 숲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걸핏하면 통제됐기 때문이다. 산행 적기인 봄, 가을엔 ‘산불조심 기간 입산통제구역’으로,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위험 구간으로 지정돼 사람들의 발길을 막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상시 개방 구간으로 지정됐다. 기막힌 설경을 언제든 볼 수 있게 된 것이다.설악의 북쪽, 그러니까 울산바위 오른쪽으로 봉우리 하나가 불끈 솟았다. 당당한 산세의 신선봉이다. 설악산의 북쪽 끝이면서 금강산 1만 2000봉의 남쪽 제1봉이기도 하다. 신선봉은 출입통제 구간이지만 그 아래 능선의 신선대(성인대)까지는 호젓한 숲길을 밟아 오를 수 있다. 그 코스가 바로 화암사 숲길이다. 길이는 4.1㎞ 정도.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산행 코스는 두 개다. 화암사에서 오르거나 화암사 못미처 휴게소에서 오른다. 원점 회귀를 해도 되고, 반대편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휴게소를 들머리 삼아 오른다. 초반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제법 힘에 부쳐 겨울인데도 콧잔등에 땀이 맺힌다. 장딴지가 뻐근해질 즈음 거대한 바위가 막아선다. 인근 주민들에게 쌀을 내줬다는 전설을 품은 수(穗)바위다. 모양새가 볏가리를 닮아 오래전엔 화암(禾岩)이라고 불렸다. ‘금강산 화암사’(剛山 禾岩寺)란 절집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수바위 위 웅덩이엔 항상 물이 고여 있다. 가뭄에 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면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온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하늘이 툭 터진다. 여기가 신선대다. 제법 굵은 바위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해발고도는 불과 645m. 설악의 이름난 봉우리들엔 견주기 어렵고, 미시령보다도 낮다. 하지만 전망만큼은 탁월하다. 북설악 일대의 전경과 신선봉 등 금강의 산자락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발 아래로 수바위와 화암사, 고성 쪽 동해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신선대에서 낙타바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풍경은 더욱 깊어진다. 거대한 너럭바위를 딛고 서면 코앞으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그 너머로 공룡의 등줄기를 닮은 거대한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설악의 웅장한 자태를 한 발짝 물러서 완상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지 싶다. 울산바위 왼쪽으로는 흰 눈에 파묻힌 속초와 푸른 동해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동해의 만경창파를 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시름들로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울산바위 오른쪽은 미시령이다. 능선을 따라 미시령 옛길이 구절양장처럼 구불구불 내려오고, 미시령터널 속으로 드나드는 자동차들은 개미처럼 작다. 산행 끝자락은 화암사다. 설악산 코앞에 있으면서도 열에 아홉은 모르고 지나친다는 숨은 명소다. 절집의 개창 시기는 신라시대까지 올라가지만 가람 내 대부분의 전각들이 중창 등의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고색창연한 맛은 덜하다. 절집에서 100여m 뒤쪽의 산자락에 미륵대불이 서 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금강의 봉우리들은 물론 멀리 속초 시내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절집 마당으로 내려서면 찻집 란야원이 객을 반긴다. 날아갈 듯한 기와집의 규모가 커 얼핏 승방처럼 보이는 집이다. 찻집 안으로 들어서면 빼어난 풍경이 기다린다. 문설주를 액자 삼아 바라보는 수바위 자태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번 여정에서 명태와 만난 건 행운이었다. 명태는 ‘1어4색4미’라는 표현만큼이나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한때 ‘국민생선’이라 불릴 만큼 우리와 친숙한 녀석이었지만, 지금은 남획과 수온 변화 등으로 우리 연안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다. 급기야 2014년 ‘현상금’까지 내걸고 어미 명태를 찾았다. 이른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산 건 50만원, 죽은 개체에도 5만원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듬해 살아 있는 암컷 한 마리가 고성군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에 신고됐다. 길이 70㎝에 달하는 싱싱한 명태였다. 이 암컷의 등장은 여러 모로 ‘기적적’이었다. 씨가 마른 상황에서 잡힌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암컷인 데다 상처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암컷은 단박에 양식을 통한 ‘2세’ 확산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명태는 보통 자망으로 잡는다. 작은 그물코에 물고기가 꽂히게 해 잡는 방식이다. 당연히 그물에 걸린 명태가 온전한 경우는 드물다. 한데 이 암컷은 정치망에 잡혔다. 수심 200~300m 아래에 서식하는 명태가 매우 드물게 수심 40~50m를 회유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암컷이 얕은 수심을 회유하다 정치망에 걸려든 것이다. 우연과 행운이 겹쳐진 셈. 암컷은 곧바로 수컷 몇 마리와 합사됐고, 자연 부화에도 성공했다. 최근 이 암컷의 후손들이 동해안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이 공식 확인됐다. 2015년 말 20㎝ 정도의 어린 명태 1만 5000마리를 동해 연안에 방류했는데, 지난해 고성 앞바다에서 채집된 명태 가운데 2마리가 이때 방류했던 명태로 확인된 것이다. 이제 토종 명태가 우리 바다로 돌아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화암사 아래, 그러니까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와 속초 노학동 학사평 일대에 볼거리가 많다. 속초시립박물관, 발해역사관, 국립산악박물관, 테디베어뮤지엄 등과 고성 쪽의 조각미술관 ‘바우지움’ 등 공공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전시·체험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새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내형 테마파크 ‘얼라이브 하트’(www.aliveheart.co.kr)와 ‘다이나믹 메이즈’도 관심을 끌고 있다. 착시 미술과 미로가 결합된 이색 체험 공간이다. 산행의 피로는 온천에서 푼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눈 덮인 설악산 자락을 완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시령 아래 있는 설악 워터피아는 물놀이와 스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10여개의 노천 테마탕이 일품. 일반 사우나 시설도 갖췄다. 글·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가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속초까지 곧장 간다. 경기 양평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강원 홍천, 인제 등을 지나 미시령 터널을 넘는 방법도 있다. 화암사(633-0090)는 미시령 터널을 나가 미시령 옛길 쪽으로 좌회전해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국립산악박물관(682-2084)은 화요일에 휴관한다. →잘 곳 : 미시령 아래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1588-2299), 델피노 골프 & 리조트(1588-4888) 등 유명 리조트들이 많다. 설악동의 켄싱턴 스타 호텔(635-4001)은 영국 왕실을 콘셉트 삼은 테마 호텔이다. 객실 발코니에서 설악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맛집 : 도치알탕이 제철 음식이다. 말랑말랑한 살과 오도독 씹히는 알을 묵은 김치와 함께 끓여 내 시원하다. 속초 영랑호 인근의 포장마차촌에서 맛볼 수 있다. 십여개 업소가 늘어서 있는데 당근마차(632-3139)가 그중 알려졌다. 골뱅이무침, 도루묵구이, 간장새우장 등을 곁들여 낸다. 고성 거진항 초입의 성진회관(682-1040)도 권할 만하다. 입 안에 톡톡 터지는 도치알찜도 별미다. 도치알탕은 3월 말까지 먹을 수 있다. 거진시장 뒤편의 장미경양식(682-2084)은 옛날식 돈가스를 내는 집이다. ‘최북단 돈가스’라고 하면 주민 누구나 알 정도로 제법 유명한 집이다. 달달한 소스와 고소한 튀김옷을 입은 고기, 가니시로 나오는 시금치가 독특하게 어우러진다. 곁들여 나오는 강원도식 김치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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