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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자 179명 전원 신원 확인…최 대행 “한미 합동 사고 조사 중”

    사망자 179명 전원 신원 확인…최 대행 “한미 합동 사고 조사 중”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망자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7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전날까지 사망자 5명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날 모두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항공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이 탑승했으며 이중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밝히며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은 희생자분들을 유가족들께 인도하는 일로, 장례식장에 안치를 완료하는 등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분들이 느끼시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유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여 절차를 진행해 주시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 현장에 와 있는 유가족들에게는 사업장이 별도의 휴가를 부여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이 나서달라고 최 대행은 주문했다. 최 대행은 또 “현재 우리 측 조사관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항공기 제작사 등이 합동으로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항공기, 기체 등을 정밀 조사하고 블랙박스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해 사고 원인이 밝혀질 것”이라며 “국토교통부는 사고 조사 관계 법령과 국제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보도되고 있다”며 “국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조사 진행 과정에서 관련 정보와 사실관계가 유가족과 국민들께 정확하고 투명하게 전달되도록 유가족 및 언론과의 소통 노력을 더욱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 “결혼 이틀 전 연락받고 다음 날 촬영”…‘오겜2’ 공기놀이 손, ‘달인’이었다

    “결혼 이틀 전 연락받고 다음 날 촬영”…‘오겜2’ 공기놀이 손, ‘달인’이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의 공기놀이 장면은 대역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0월 SBS ‘생활의 달인’에 공기놀이의 달인으로 출연한 박종남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넷플릭스 데뷔(했다)”라며 ‘오징어게임2′에 대역으로 출연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이틀 앞둔 저녁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에게 전화를 건 제작진은 “생활의 달인 PD로부터 연락처를 받았다”면서 “밝힐 수는 없지만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데 공기놀이를 하는 손 장면이 필요해서 출연해주실 수 있냐”며 박씨에게 출연을 요청했다고 한다. 결혼식을 위해 마침 휴가를 냈던 박씨는 연락받은 다음 날 촬영을 위해 대전으로 갔다고 한다. 박씨는 “대전에 가서 엄청난 보안서약서들을 썼다”며 “점심 먼저 먹자고 하셔서 식당에 따라갔는데 앞에 (배우) 이병헌님, 이정재님, 강하늘님이랑 감독님이라는 분이랑 연락을 준 연출 감독님이랑 같이 밥을 먹었다”고 했다. 이어 “내 생애 이런 유명한 배우들과 한 상에서 밥을 먹다니. ‘결혼이 내일인데 와주셨다’는 얘기, 공기를 어쩌다 잘하게 되었느냐, 결혼 축하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며 “유명 배우들이 우리 결혼을 그렇게 축하해 줬는데 보안 때문에 사진 한 장 사인 한 장 못 남긴 것은 너무 아쉽다”고 했다. 박씨는 “촬영장은 1단부터 꺾기까지 원테이크로 찍으면 되는 거라 어렵지는 않았으나 배우들과 이인삼각부터 같이 해야 해서 너무 떨렸다”며 “두 번 정도 촬영하고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났다”고 했다. 이어 “촬영 전후로 강하늘님이 계속 긴장을 풀어주신 게 인상 깊었다”며 “공기하는 법도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고 같이 제기도 차고, 촬영 끝나고 아내에게 주라며 성심당 부추빵도 주신 게 생각난다”고 했다. 박씨는 “1년간 비밀로 하다가 오징어게임 공개된 날 아내랑 보는데 너무 재밌다”며 “이왕 나도 나왔으니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오징어게임 파이팅”이라며 응원했다. 강하늘은 극 중 해병대 출신 청년인 강대호역을 맡았으며, 강대호는 공기놀이에 도전해 한 번에 성공한다. 한편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2의 넷플릭스 시청 시간은 지난해 12월 넷째 주(23~29일)에만 4억 8760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같은 기간 영어권 TV 부문, 영어·비영어권 영화 부문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공개 첫 주 기준으로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 전작 ‘오징어 게임’ 시즌1이 세운 4억 4873만 시간의 기록을 깨고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결합된 제품이었다. 이름은 비디오 비전. 검고 매끈한 TV 수상기 밑에 VHS 투입구가 달린 모델이었다. VHS 투입구에 손을 넣었다 빼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관문처럼 마구 펄럭였다. 나는 그게 마치 누구의 손짓 같아서 그 문이 금세 닫힐 것 같은 조바심에 손을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하지만 매번 편지 한 통 없는 우편함처럼 미지의 그곳은 텅 빈 공백으로 열렸다 닫힐 뿐이었다. 비디오테이프를 밀어 넣으면 어딘가 멋진 곳으로 안내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집에는 어린이용 비디오테이프는커녕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불량·불법 비디오테이프 하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끈질기게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집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날은 평소에 뽑혀 있던 케이블이 비디오 비전의 본체와 콘센트 사이에 연결돼 있었다. 미지의 세계 관람권인 비디오테이프는 없었지만, 입장권을 들고서 문 앞에서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TV 전원을 켰다. 리모컨을 든 나는 놀이공원 앞에 서 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환해진 직사각 화면에는 기대와 다르게 회색의 담벼락이 펼쳐졌다. 황량한 공장의 경계를 드러내는 콘크리트 담. 공장 담벼락 같아서였을까. 소음이 들렸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11번으로 9번으로 7번으로 채널을 바꿔도 소용없었다. 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낮 시간대였다. 실망을 금치 못한 나는 리모컨 버튼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면서도 전원 버튼 근처는 누르지 않았다. 은밀한 일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색 소음이 진동하였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들어 버렸다. 회색 소음과는 다른 소음을. 삐-------이. 삐—————————익. 회색 소음보다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었다. 귀에 거슬려 TV를 끄려다 소음의 정체에 의문이 생겼다. 회색 소음은 회색 화면에 어울리는, 공중에 스크래치가 그어지는 소리였다. 그러나 높고 날카로운 소음은 회색 스크래치와 이질적이었다. 저 소음을 방송국에서 보낸 것일까. TV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대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TV 스피커에서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기가 귓가를 스치는 정도로 시작되는 데시벨은 금세 한여름 매미 떼의 데시벨로 거세지고는 했다. 나는 당연히 아버지와 누나도 소음에 시달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TV를 볼 때 별다른 말이나 반응이 없었다. 소음을 듣지 못하는 건 수리기사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생긴, 그리 크지 않은 귀를 스피커에 갖다 댄 수리기사는 고개를 몇 번 갸웃했다. 수리기사의 고갯짓에 아버지는 그것 보라는 눈빛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초조해져서 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매미 떼가 맹렬히 힘줄을 튕길 때 지금이라고 외쳤다. 수리기사는 평범한 귀를 다시 스피커에 밀착했고 아버지도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소음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나를 예민한 아이로 치부하며 미안하다고 말했고, 수리기사는 공구함 한 번 열지 않았다며 출장비를 사양했다.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매미의 합주를 들었다. 이렇듯 분명히 울리는 소리를 나만 듣는다는 게 답답하거나 억울하기보다는 어쩐지 서글펐다. 그때였을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명백히 혼자라고 느꼈다. 사운드 디자이너라고 하면 고민 없이 부풀어 오른 질문들이 날아든다. 음악하세요, 아니 디자이너니까 미술 쪽인가. 사운드를 디자인화하나요, 디자인을 사운드화하나요.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공감각의 예술인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고요한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잠자리를 몰래 잡아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포획의 목적은 잠자리가 아니다. 잠자리의 소리다. 그물망에 든 잠자리를 조심히 빼서 사각의 채집통에 넣어 두고 귀를 연다. 잠자리의 날개끼리 충돌해서 나는 타닥타닥 소리. 그 소리는 점점 허물을 벗어 잠자리에서 탈피한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잠자리의 소리를 다른 무언가의 소리와 연결하는 사람이다. 대개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러니까 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사실 뭘 어떻게 인위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사물에 있는 것을 튀어나오도록 하면 된다. 숨어 있는 물성이 드러나도록 상황을 마련하는 게 나의 일이다. 적막한 설산을 걸을 때는 굵은 소금이 뿌려진 바닥을 밟으며 밀가루 포대를 손으로 주무른다. 수풀이 바람에 휘날릴 때는 릴테이프 더미를 양손 사이에 놓고 비빈다. 중세 시대의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릴 때는 콘크리트 벽돌들을 포개어 놓고 두 벽돌을 맷돌 돌리듯이 간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있는 것을 끄집어내면 된다. 채집하고 발견하는 셈이다. 순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채집하려면 발견이 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일은 채집이 먼저이다. 채집한 후에야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사극에 매달려 있던 때였다. 그 작업은 현대에서는 접하기 힘든 소리의 연속이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였다. 적을 물리치겠다는 일념하에서 적장을 향해 팽팽해진 활시위의 탄력과 긴장을 어떻게 해야 소리로 튀어나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활시위와 연결할 수 있는 사물이 떠오르지 않아 활 자체로 가능할지 시도해 봤다. 하지만 실제로 눈을 밟는 것보다 소금을 밟는 소리가 사람들 머릿속의 눈 발자국 소리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수풀보다 릴테이프가 더 실감 나는 것이다. 활을 아무리 팽팽히 당겨도 소용없었다. 내가 당긴 활시위에서는 음률이 없는, 맥 빠진 거문고 줄 소리가 났다. 가죽가방과 고무장갑 따위를 비틀고 늘려도 소득은 없었다. 뭘, 그렇게 발길질당한 강아지마냥 낑낑대요? 고무장갑의 탄성 한계 때문에 경련을 일으키는 두 팔을 채아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 작업을 맡고 있는 채아는 내 입에서 난다는 소리를 자주 타박했다. 힘을 쓸 때나 뭔가에 몰두할 때나 밥을 먹을 때도 개 같다고 했다. 선배에게 개 같다니 참 맹랑한 말이지만, 나는 내가 소리를 낸다는 게 더 신경 쓰였다. 남의 소리는 그렇게 잘 들으면서 어떻게 자기 소리는 못 들을 수 있어요. 무슨 소리를 내냐고 반문했을 때, 채아는 내 직업적 소양이 의심된다며 따졌다. 가벼운 발길질이 아냐. 늘씬하게 얻어맞은 것 같아. 무심결에 또 어떤 소리를 냈을까. 궁금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금방이라도 숨 꼴딱거릴 것처럼 혀 내밀고 있지 말고 수분 보충 좀 해요. 선배를 계속 개 취급하는 못된 버르장머리에 대해 한마디 하려다가 채아가 건네는 맥주캔을 넙죽 받았다. 거절하기에는 맥주캔의 표면이 얼음장처럼 시원했다. 나는 모래가 쌓여 있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게, 이럴 때는 백사장 같네. 나는 손으로 모래를 뒤적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모래 옆에는 나무 옆에는 대리석 옆에는 소금 바닥이 있었다. 왜요? 휴가 못 가는 삶이 처량해요? 채아가 자신의 맥주를 들고 옆에 앉았다. 채아는 엉뚱하게 넘겨짚는 구석이 있었지만, 캐묻지 않고 넘겨짚는 포즈를 취한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파트너였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맥주를 마셨다. 알코올의 독성이 빈속을 찔렀다. 불법을 저지른 듯한 짜릿함. 백사장이 아닌 모랫바닥에서라도 잠시 쉬고 싶었다. 나는 금세 침묵에 이르렀고 내 마음을 넘겨짚었는지 채아도 보조를 맞췄다. 창고라고 불리는 작업실에는 철가방, 문손잡이, 깡통, 톱, 바이올린 활, 구두, 로프, 용수철, 자동차 문짝이 나름의 질서 속에 존재했다. 스스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물성을 깨우는 힘에 연주하는 악기들. 악기들은 지휘자가 없다는 듯 고요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에게 고요는 휴식 또는 죽음과 같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러나 곧 수면의 문턱을 넘다 정강이가 쾅, 부딪혔다. 뭐야. 미안해요. 블루투스가 꺼진 줄 모르고 볼륨을 키웠네. 끌게요. 아니야, 끄지 마. 본능적으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가가자 채아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채아가 무안할 만큼 거친 손길로 스마트폰을 뺏어 들었다. 화면 속 영상에서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맛있게 뜯고 있었다. 선배도 얘 알아요? 선배가 알 정도면 푸바오가 인기긴 인긴가 보네. 나는 스마트폰을 던지듯이 채아에게 떠넘기고 진열장을 뒤적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을 찾아 꺼낼 때는 낮게 탄성이 배어 나왔다. 갑자기 죽도는 왜 꺼낸 거예요? 나는 채아의 말에는 신경 쓰지 않고 샷건마이크 앞에 섰다. 대나무로는 텅텅, 비어 있는 소리만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판다의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턱은 예상치 못한 대나무의 물성을 깨우고 있었다. 판다가 씹는 게 죽순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단단한 뼛조각처럼 느껴졌다. 죽도를 두어 번 바닥에 내려쳤다. 탁탁. 대나무를 다른 사물에 부딪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죽도를 감싸고 있는 줄을 칼로 끊어 버리고 붙어 있는 네 쪽의 대나무에 칼집을 내어 서로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떨어진 대나무들을 한 손에 감싸고 가볍게 비볐다. 부드득. 귀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죽도를 샷건마이크에 더 가까이 대고 온 힘을 다해 두 손으로 대나무들을 비볐다. 부드드드드드드득. 대나무에서 소리가 튀어 올랐고, 활시위를 당기는 팽팽한 팔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물의 성질은 마찰에 의해 드러난다. 우리가 외부와 마찰을 빚을 때 나를 인식하는 것처럼. 소리를 발견한 쾌감에 대나무를 비비는 나의 팔뚝은 한껏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사극 작업이 끝나고 몇 개월 뒤에 스튜디오를 그만두었다. 사극은 흥행에 성공했고 입소문이 났는지 작업 물량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이어졌다. 줄지어 운반되는 의뢰를 수하물로 적재하고 물품을 의뢰서에 맞게 포장한 후에 다시 컨베이어벨트로 출하하는 기계적인 시간이 계속됐다. 과로나 질식이 원인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소리를 단순 제조하는 업자가 되리라는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존에 녹음해 둔 파일들을 대강 믹싱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나는 발자국 소리에도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을 만나러 달리는 그리움이 실감되도록 수십 번을 달리고 또 달리고, 도회적인 세련 아찔한 피로 흔들리는 일상이 전해지도록 하이힐을 신고 균형을 잡던 시간이 떠올랐다. 당분간 멈춰야 했다. 휴가를 가랬더니 휴식에 들어가네. 채아는 내가 내민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물끄러미 보았다. 채아의 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머뭇거림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뭔가를 넘겨짚었는지 다가와서는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쌌다. 나는 계획하지 않고 쉬는 계획을 세웠다. 눈이 감길 때 자고 눈이 떠질 때 일어나고 때가 이르거나 늦게 식사하고 술을 가볍게 또는 취하도록 마시고 느릿느릿 산책하고 레고 블록으로 별이 빛나는 밤을 조립했다. 집 근처를 돌거나 여행을 떠나서 풀벌레, 지하 터널, 경운기, 야적장, 항만, 오일장, 밤바다에 붐마이크를 갖다 댔다. 녹음 파일들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았고, 녹음한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시간은 왜곡 없이 흘렀고 나는 날짜와 요일 감각을 잃었다. 일상에 파동이 없었다. 파동이 없으므로 외부에 닿는 주파수도 없을 터였다. 송신하지 않고 수신하지 않는 생활. 나는 자유로이 고립되었다고 느꼈다. 누나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돌아가셨다. 누나의 말에 잠시 정적이 돌았다. 누나와는 일 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하는 사이였으므로 액정 화면에 뜬 두 글자에 나는 이미 예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한 말은 고작 알겠다, 였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조촐했다. 친척은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어서 코빼기도 볼 수 없었고, 아버지가 은퇴한 지 십여 년쯤 지나서 대표이사가 보내는 화환조차 없었다. 나는 주로 국화가 장식된 제단 옆에 앉아 있었고, 한 번쯤 봤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맞절했다. 둘째 날 오후, 누나가 식탁으로 나를 불렀다. 주변 식장은 조문객들로 붐볐지만 장례 도우미를 제외하고는 누나와 나만 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누나는 대뜸 앉으라고 말했다. 누나는 군말하는 법 없이 할 말만 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군말 없이 누나와 마주 앉았다. 일 미터쯤의 간격조차 어색한 사이였지만 누나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기억 속 어느 날에는 없었을 주름과 기미가 보여 열 살의 터울이 새삼스러웠다. 미처 상의하지 못한 장례 절차에 대해 말하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내게 누나는 구겨진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반으로 접힌 편지 봉투는 살짝 불룩했다. 너한테 필요할 거다. 누나의 단정에 나는 편지 봉투에 든 것을 꺼냈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카세트테이프였다. 겉면 라벨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손때와 볼펜 얼룩이 낀 낡은 상태였다. 카세트테이프를 보자마자 나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누나의 말처럼 내게 필요하리란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나는 일산으로 이사했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지 않은 땅에 창고가 딸린 농가주택이 비어 있었다. 창고를 작업실로 쓰면 되겠다는 심산에 덜컥 결정을 내렸다. 파동 없는 삶의 관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벗어나려고 했다기보다는 벗어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빚은 진동이 나를 다시 작업실로 이끌었다. 나는 일산의 공사장, 분리수거장,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물건들은 모두 채집하였다. 농기구와 농약, 비료 포대 등이 있었을 창고는 각목, 글러브, 밥솥, 스케이트보드, LP, 유리컵, 프라이팬, 사기그릇, 고무 팩 등이 있는 작업실로 탈바꿈되었다. 작업실의 윤곽이 자리잡힌 날, 양쪽에 테이프 플레이어가 장착된 더블 데크 카세트 플레이어를 진열장에서 꺼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발견한 괜찮은 매물이었다. 예상외로 쓸 일이 없다가 이사 오기 전에 쓰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편지 봉투에 담긴 테이프가 자리를 바꿔 플레이어에 담겼다. 달칵, 버튼이 눌리면서 테이프는 돌아가고 슥삭슥삭, 과도에 사과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큼큼. 부스럭 부스럭. 이게 맞나. 탕. 텅. 아, 아. 아버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기타를 쳤다. 장롱 위에 뿌연 먼지를 덮어쓴 커버에 담겨 있던 통기타이리라. 나는 아버지가 통기타를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린 나는 연주되지 않고 진열되지 않은 채 장롱 위에 방치된 통기타의 존재성이 의아했다. 통기타의 쓸모를 알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연주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면서 나는 통기타는 방치되었던 것이 아니라 안치되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였다. 가슴에 묻어 둔 열망이 장롱 위에 놓이는 방식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 눈에 보이면 마음이 근질거리고 눈에 안 보이면 마음이 서걱여서 대강의 형태로 보이게 놓아둔 것은 아닌지. 동그란 스피커에서 가리워진 길이 울려 퍼졌다. 아버지의 노래는 후렴에 이르러 그대를 애타게 불렀지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길을 터 줄 그대를 더 호출하지 못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여기까지 들었다. 나는 마음먹은 대로 더 듣기로 한다. 여보세요. 아버지의 음성이 저랬구나. 아버지가 스피커에서 멀리 떨어졌는지 통화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1분도 지나지 않아 통화는 끝났고 아버지는 다시 통기타를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줄 한 번 튕기지 못하고 통기타를 놓쳤다.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통기타는 소음을 일으켰지만, 뒤이어 터져 나온 소리에 소음은 배경음으로 밀려났다. 격렬한 기침 소리. 콜록콜록, 쿨룩쿨룩 따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진동하였다. 숨이 차고 흉통에 경련하는 병색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버지의 생전에는 들은 기억이 없는 소리였다. 아버지의 기타 소리를 들었다면 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아버지는 다감하지 않았고 나는 살갑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나는 왜 그리 아버지의 소리에 둔감했을까. 일시 멈춤 버튼을 눌렀다.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끝났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남았다. 휴지(休止)가 필요했다. 커피를 끓이러 싱크대 쪽으로 향하는데, 양은 주전자가 발에 차여 시끄러웠다. 주전자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째그랑 일을 벌여 놓고, 뭐하는 거야 째쟁쨍. 작업실에 쌓인 도구들이 매립지에 버려진 고물처럼 낡아 보였다. 이대로 뒀다가는 달걀 썩는 듯한 매립지 냄새가 진동할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아, 이게 누구신가요? 나를 헌신짝으로 만든 그분 아닌가요? 채아와 거의 일 년 만의 통화였다. 가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서로 생존을 확인하는 용도일 뿐이었다. 버려지긴 누가 버려져. 내가 도망친 거지. 그럼, 멀리 가버릴 것이지 웬일로 연락했어요? 나, 얼마 전에 일산으로 이사했어. 일산? 왜? 거기로 왜 갔는데요? 이제는 잭을 다시 만나 볼까 하고. 누구요? 잭? 아, 난 또 누구라고. 잭 폴리? 내 말뜻을 알아들은 채아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이제는 도망가지 말아요. 나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답했다. 앞으로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것, 그것이 채아에게 연락한 첫 번째 이유였다. 채아에게 알리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또 프리하게 때려치우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일감 때문이었다. 나는 일을 할 때 의뢰인과의 소통은 채아에게 맡겼었다. 소리만 잘 만들면 그만이라는 게 대외적인 사유였지만, 인맥이라든지 비즈니스적 관계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채아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잘했고 사교적이어서 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때가 묻은 것인지, 생계의 절박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채아를 통하면 일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다행스럽게 채아는 나를 넘겨짚었다. 채아의 주선으로 맡은 첫 복귀작은 돌침대 광고였다. 별 다섯 개가 돌침대에 박히는 효과음을 내 주세요. 광고 제작사 측에서 보내 준 영상에 등장한 돌침대 사장은 이마에 별 다섯 개를 달고 손가락 다섯 개를 좍 펴고 있었다. 별이 돌침대에 박히는 일은 당연히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관념에 있을 법한 소리를 뽑아내야 했다. 별이라는 거대 물질이 흔들림 없이 단단한 돌침대와 부딪치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문짝을 해머로 치고 외날의 서양톱을 바이올린 활로 켜서 고음부를 녹음했고, 샌드백에 아령을 두들기고 대리석 바닥에 모래주머니를 떨어뜨려서 저음부를 녹음했다. 녹음된 고음과 저음을 믹싱하니 별이 우주에서 날아와 돌에 꽂히는 듯한 효과음이 완성되었다. 광고는 마케팅 비용의 한계로 공중파에서는 송출되지 못하고 케이블TV의 프리미엄 시간대가 아닌 아침과 낮에 방영되었다. 하지만 빨간 별 다섯 개를 이마에 박은 돌침대 사장이 인터넷상의 밈이 되어 제품의 매출이 대폭 올랐다. 그 덕분에 돌침대 하나가 작업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광고 이후로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단막극 등의 의뢰가 들어왔고,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을 정도의 딱 알맞은 속도로 작업이 이어졌다. 내게 맡겨지는 작업이 폭설로 쌓이거나 진눈깨비로 흩날리지 않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의 잔설로 덮이던 즈음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스팸이겠거니 무시하려는데, 부재중 통화가 2건 찍히고도 벨은 멈추지 않았다. 광고성 전화라고 하기에는 상도덕이 없다고 할 정도의 집요함이었다. 보이스 피싱도 이렇게 한 번호를 공략하지 않을 텐데. 집 나간 가족을 찾는 연락인가. 죄송합니다. 이채아 디자이너님이 이렇게 해야 받으실 거라고 하셔서. 젊은 여자는 사과부터 했다. 문자는 언제 확인할지 모르니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라고 하는 채아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럼, 채아를 통해 연락하면 되지 않나. 회장님께서 직접 연락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회장이라는 말에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요새는 낯 모르는 아무 행인에게 선생님이라고 한다는데, 회장님이야 등산회, 친목회 등 각종 모임으로 인해 길거리에 널린 직위가 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자의 절제된 말투와 주변의 정제된 소음이 여자가 말하는 회장이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회장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필, 왜 저인가요. 회장님은 사극 마니아이십니다. 사극이라면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는 회장이 내가 디자인한 활 소리에 감탄했고, 수소문한 끝에 내가 일하던 스튜디오를 알아내고 채아를 통해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사연의 개연성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회장이 의뢰한 작업은 수긍하기 어려웠다. 회장이 투자하는 사극 영화에 사운드를 디자인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금세 납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회장은 사극과 관련이 없고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운드를 디자인하기를 바랐다. 작업은 간단했고 받는 금액은 과도했다. 이 정도의 일로 그 정도의 돈을 받는 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 뭔가 대단한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그런 제안을 할 리가 없을 텐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회장 비서의 말은 곧이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몇 차례 거절하다가 일을 맡기로 했다. 결국 회장이 거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액수가 아니었다. 회장은 왜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까지 이 작업을 성사하려는 것일까. 회장에게 필요한 소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 게 문제였다. 영상은 3분 30초 정도로 짧았다. 그것은 20대 초반의 여자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브이로그처럼 보였는데, 별다른 촬영이나 편집 기술이 동원되지 않은 평범한 영상이었다. 여자의 브이로그는 시종일관 무성(無聲)으로 진행되었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촬영할 때 음소거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소거된 음(音)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지고 헤어드라이어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옷장 속 옷을 뒤적거리다 여러 벌에서 한 벌을 꺼내는. 실감 나게 소리를 입히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였고, 도대체 어디에서 상상력을 펼쳐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반나절 만에 작업을 끝냈고 바로 보내기가 민망해 이틀 묵혔다가 보냈다. 소리가 빈 부분이 있다고 하십니다. 비서의 말에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소리가 비어 있다? 알맹이가 드문 과자 봉지를 질소로 과포장했다는 비난처럼 들렸다. 사실, 과포장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비서를 통한 회장의 의사는 내가 과포장하는 성의조차 없이 볼품없고 납작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화가 났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만한 도발이었다. 몇 번이나 비서에게 연락해서 계약금을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그만두는 건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회장의 말은 자존심을 긁었지만,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돌려놨다. 다른 급한 작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이 일을 끝내기로 했다. 브이로그를 여러 번 돌려 봤다.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세부를 살폈다. 내가 놓친 게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췄지만, 어디가 비어 있다는 것인지 그 공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영상에서 일어나는 충돌, 마찰 등의 물리 작용에는 그에 합당한 소리-내 판단으로는 그렇다-가 들렸다. 회장은 인식하는데 나는 인식하지 못하는 소리는 무엇일까. 내가 영상을 보고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소리는 화면 밖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곧 주저앉았다. 무성으로 촬영된 영상의 화면 밖 소리를 듣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회장은 무엇을 지적한 걸까. 혹시 비어 있다는 것은 있어야 할 소리가 없다는 게 아니라 소리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 아닐까. 영상 속 여자, 누굽니까? 대뜸 던진 말에 비서는 평소와 다르게 뜸을 들였다. 질문하지 않는 데에 동의하신 것 아니었나요? 그랬다. 계약서에 있던 내용이다. 그랬죠.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어요. 제 소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소리의 주체를 모르고 만들었는데 소리에 어떻게 실감이 있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회장님의 뜻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빈 소리를 메꿀 방법은 없겠죠.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틀 후에 비서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내 질문에 대한 회장 측의 답은 이랬다. 그녀는 수백 개의 딤플로 뒤덮인 골프공 같습니다. 겉은 매끄러우면서 울퉁불퉁합니다. 속은 타이어를 만드는 고무처럼 질기고 튼튼합니다. 그녀는 가볍지만 단단합니다. 간단히 한 손에 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는 견고해서 함부로 부술 수 없습니다. 그녀의 본질은 공이어서 굴릴 수 있고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부딪혀도 농구공처럼 통통 튀기지는 않습니다. 드라이버를 풀 스윙하면 그녀는 멀어집니다. 드라이버와 마찰을 일으키고 그 반발력으로 멀어지는 그녀는 딤플의 수만큼 더 멀리 날아갑니다. 수많은 딤플로 비거리는 늘어납니다. 주인공을 알고 싶다는데 웬 골프공 타령이람. 초보자를 위한 골프 교본도 아니고 무슨 저의로 알쏭달쏭하게 의미를 엮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계약서 조항을 어긴 데 대한 장난성 조롱으로 읽혔다. 그러나 몇 번씩 읽으면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녀는 왜 공일까. 많고 많은 공 중에서 왜 하필 골프공일까. 골프공을 뒤덮고 있다는 딤플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딤플은 골프공 표면에 오목하게 파인 홈으로 일반적으로 골프공에는 300~500개의 딤플이 파여 있다. 드라이버 스윙으로 날아가는 골프공에는 공기 저항이 생기는데, 공기 저항은 골프공 앞뒤 표면의 압력 차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딤플은 주위에 작은 회오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공기가 뒤섞여 공 뒤쪽 압력이 떨어지지 않아 비거리를 늘린다. 흠집이 난 골프공의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골프공에 흠집을 내어 사용한 것이 딤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골프공의 겉과 속. 가벼움과 단단함. 딤플과 비거리. 비로소 나는 비서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상상력이 필요했다. 나는 그녀 캐릭터에 집중했다. 골프공 같은 그녀를 수없이 떠올렸다. 작지만 단단하고 가볍지만 통통 튀지 않는. 캐릭터가 머릿속에 그려지자 그녀에게 합당한 소리가 튀어나오는 듯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입에서 계속 딤플이 맴돌았다. 딤플은 보조개라는 뜻이 있지만 외모의 특징을 표현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흠집이 많다는 뜻일까. 하지만 딤플은 비거리를 늘린다고 했으므로 결함의 의미로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목하게 파인 흠집이 결함이 아니라면,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었다. 상처. 나는 상처의 비거리를 생각했다. 그녀는 문을 (힘없이 덜컥 탁) 여닫으며 방에 들어선다. 암막 커튼이 처진 방에 (딸깍) 빛을 부른다. 그녀의 손이 화장대 의자를 (그윽) 끌어당기고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흔들린다. 초점 없는 화면이 360도로 돌아가고-슬픔이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다-스마트폰을 (드득) 거치대에 고정시키고 다시 돌아온 화면에서 수건이 (스르르) 풀리면서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이 보인다. 그녀는 화장대의 거울을 응시하다가-그녀의 얼굴은 뒤통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헤어드라이어 버튼을 (틱탁) 누른다. (경쾌함 없이 심란하고 무거운 위이잉) 헤어드라이어는 돌아가고 그녀의 손길에 머리카락이 부서진다. 이윽고 헤어드라이어의 작동은 (탁) 멈추고 상반신을 거울 쪽으로 수그린 그녀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러다가 (툭)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진다. 그녀는 브러시를 집다가 다시 (툭) 떨군다. 화장을 멈춘 그녀는 뭔가를 결심한 듯 (드윽) 의자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트특) 거치대에서 뽑아 손에 든다. 옷장을 (탕) 열고 (드르륵) 옷을 휘적이다가 고른 하나를 침대에 (툭) 던져 놓는다. 나는 그녀의 영상에 소리를 입혔고 소리에 그녀의 상처가 묻어나도록 노력하였다. 볼륨과 톤을 조정하여 모든 음은 낮고 둔탁하였다. 그녀가 찍은 영상에 대한 작업은 끝났지만, 작업이 모두 끝나지는 않았다. 회장 측에서 보낸 파일에는 부가 영상이 있었다. CH 02 2023/10/30 11:27:11 그녀가 잔디밭 위 돌길을 걷는다. CH 01 2023/10/30 11:27:15 ~ 11:28:07 그녀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CCTV 화면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 듯한 장면이었다.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나는 CCTV 화면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리가 있지 않을까, 궁리하였다. 특히, 대문의 화면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번 채널의 카메라에서 그녀는 잠깐 나타났다가 대문을 열고 나간 뒤로 볼 수 없다. 대문 위에 포치가 있어 그녀는 흔적 없이 사라진 것 같다. 여기에서는 그녀의 멀어지는 발소리만 남게 될까. 1분이 채 되지 않는 마지막 부분을 돌리고 또 돌려봤다. 그러다가 영상이 끝나기 몇 초 앞두고 그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작업을 마친 지 2주가 지나서였다. 이번에는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나와 통화하였다. 회장은 정중하게 집으로 초대하면서 감사의 의미임을 분명히 했다. 회장 집 대문 앞에 도착한 나는 벨을 누르려다가 경사진 이면도로로 내려섰다. 그러고는 몇 발짝 걸은 후에 뒤를 돌아 위를 올려다봤다. ㄱ자 형태 집의 가로획에 해당하는 곳 벽면에 CCTV가 부착되어 있었다. 노트북으로 봤던 1번 채널 화면의 각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CCTV 쪽에 고정한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데, 옆으로 그녀의 멀어지는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해의 시선이 거둬지는 시각이었다. 나는 그녀를 배웅하듯이 잠시 서서 그녀의 비거리가 얼마쯤이었을지 생각했다. 2번 채널 화면에서 그녀가 걷던 잔디밭 위 돌길의 끝에 현관문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섰다. 회랑 같은 널따란 복도의 끝 오른편에 낮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아래로 깊고 편평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높은 층고와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을 자아냈다. 정면으로 보이는 통유리창을 왼편에 둔 소파에 회장이 앉아 있었다. 회장은 나를 통유리창을 마주 보고 있는 소파에 앉게 했다. 벨로드미코프, 좋아하시나요? 꽤 긴장했던 탓인지 실내에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회장의 말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젠가 들어 본 적 있는 운율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회장은 의외라는 듯 팔걸이에 올려 둔 손을 턱에 대고 입을 오므렸다. 입 주변의 주름이 엷게 도드라져 보였다. 그런가요? 나는 벨로드미코프를 들으려고 저런 짓도 한 사람이오. 회장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전봇대가 서 있었다. 나만을 위한 전봇대를 설치한 거요. 공동 전봇대는 남들과 전기를 공유하는 탓에 아무리 좋은 오디오에서도 이런저런 노이즈가 들리길래 정원에다 저렇게 세워 놨어요. 그랬더니 벨로드미코프가 내 앞에서 연주하는 것 같더구려. 화구 박스가 매립된 벽난로 옆에 오디오, 앰프, 스피커가 양쪽으로 놓여 있었다. 얼핏 봐도 고가의 장비임을 눈치채게 하는 것들이었다. 회장은 오디오와 벨로드미코프에 관한 말을 늘어놓았다. 사운드에 대한 회장의 마니아적 열성은 순수한 애호와 성공한 자의 과시 사이를 오고 가는 듯했다. 어색함을 눅이는 커피가 잔 바닥에 엷은 띠를 남기고 있을 즈음 회장은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급한 작업이 있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의뢰인을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게 나에게는 예외적인 일이었고, 차 한잔 마시는 정도가 예외의 한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장은 이번 초대의 메인을 거절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고 나서 사업가답게 상대방이 거절하기 힘들도록 다시 제안하였다. 그럼, 식사 후 대접하려던 위스키 한 잔쯤 구경하시는 게 어때요. 과실향이 은은히 퍼지다가 끝에 스모키향이 감도는 위스키였다. 회장은 위스키 애호가이기도 한 듯했다.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설파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위스키를 마셨다. 어느덧 회장은 세 번째 잔에 접어들었고 내 위스키 잔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화면의 철 덜그럭거리는 소리, 덜그럭대다 쿵쿵거리는 소리, 그건 뭡니까? 굳게 닫혀 있던 가게 문에 철제 셔터가 열릴 때처럼 회장의 표정이 빗장을 푼 듯했다. 거래와 계약으로 묶여 있는 관계성을 술이 허물어뜨렸는지 말투도 다소 부드러워졌다. 마지막 영상 속의 여자는 대문을 나서는데,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의 49초 지점에서 그녀가 나타납니다. 그림자로 나타난 그녀는 3초 뒤 모습을 감춥니다. 대문을 열고 나가는데 2초, 대문에서 CCTV가 보이는 지점까지 3초, 그림자로 보이는 부분이 3초, 영상의 총길이가 52초니까 그녀는 대문 앞에서 44초를 머물렀을 겁니다. 회장은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유리들이 따깍, 울렸다. 그 머무름은 머뭇거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멀리 떠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마 미련이 조금 남았겠죠. 대문을 손으로, 발로, 툭툭, 그래서 덜그럭거리고 쿵쿵거리지 않았을까요.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곧 느슨해진 상반신을 바로잡았다. 집의 창고를 수리하는 날이었소. 대문 앞에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있길래 인부 하나가 부주의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대문에 누가 시멘트 묻은 발로 찬 것 같은 자국이 있었소. 그것도 인부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업체 사장을 나무란 기억이 나오. 그 애의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소. 냉정히 떠난 줄 알았지. 머뭇거렸을 줄은. 이제부터 그 애가 집을 떠나기 전에 미련이 남아 머뭇거렸다고 생각할 거요. 그래야 나 자신을 더 나무랄 수 있을 거 아니오. 나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오. 하지만 그 애가 떠날 때까지,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그 애의 소리를 듣지 못했소. 마지막 위스키 잔은 다 비워지지 않았다. 회장 집을 나서려고 할 때, 각얼음들이 녹으면서 달그락. 달그락. 천장 높은 거실을 울렸다. 아버지가 남긴 카세트테이프의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을 들은 다음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의 다른 면을 들었다. 테이프에는 아무것도 녹음되지 않은 듯 한동안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가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누나였다. 녹음하면 들릴까 해서. 아들내미 예민한 거 하루 이틀이에요. 걔가 지금 시위하는 거라니까요. 자기만 힘든 줄 아나. 그래도 혹시 모르잖니. 아버지와 누나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다시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아버지는 TV 스피커에 카세트를 대고 TV에서 나는지 모를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나에게 들렸던 TV 소음을 아버지와 누나는 듣지 못했다. 당시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10대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 영역의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만 들을 수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열아홉 살인 누나는 왜 못 듣나, 의아했다. TV 스피커에서 나오는 고주파 소음을 나만 들은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와 누나의 생각처럼 나의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 환청이 들린 것일까. 나는 그때도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음이 그날부터 들렸을까. 그날은 어머니가 영영 집을 떠난 날이다. 나는 마치 들을 수 있기라도 한 듯 카세트 플레이어의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댄다.
  • “내년에는 더 힘들 것” 직장인 46% ‘비관적 전망’…새해 소망 1위는?

    “내년에는 더 힘들 것” 직장인 46% ‘비관적 전망’…새해 소망 1위는?

    직장인 46%가 내년 직장 생활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직장인들은 새해 소망으로 ‘임금 인상’을 가장 많이 꼽았다. 3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새해 소망과 전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인들은 내년 직장 생활 전망을 묻자 53.5%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46.5%가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빠질 것’ 응답률이 29.4%를 기록한 데 비해 올해 같은 답변의 응답률이 17.1%p 늘어났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나빠질 것’ 응답률은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의 경우 53.3%, 월급 150만원 미만 직장인 54.7%, 비정규직 50.5%, 비사무직 49.6%, 지난 일주일간 보수를 받고 근무하지 않은 직장인 58.2%를 기록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의 경우 직장 생활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해와 비교해 23.8%p 증가했다. 또 연령이 높을수록(50대 49.3%), 직급이 낮을수록(일반 사원 51%) 응답률이 높았다. 직장인의 새해 소망 1위는 ‘임금 인상’(응답률 54%)이었고, ‘고용안정, 정규직 전환’(27.9%), ‘노동강도 완화, 노동시간 단축’(19.3%), ‘자유로운 휴가 사용’(17.2%), ‘직장 내 괴롭힘 근절’(16.1%)이 뒤를 이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직장인 인식 조사와 직장갑질119 상담을 통해 2024년 실물 경제가 위축되고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을 체감했다”며 “극도의 경제 위기를 수습해야 할 정부, 정치권이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이 그 피해는 노동자·영세사업자·서민들이 입고 있다”고 전했다.
  • [세종로의 아침] 두 대통령의 몰락

    [세종로의 아침] 두 대통령의 몰락

    48.56% 득표로 당선된 국가 최고 권력자가 ‘비상계엄령 선포’라는 근현대사의 용어를 45년 만에 소환했을 때, 기자는 한국을 떠나 미뤄 뒀던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이역만리에서 접한 고국의 비상사태는 현실감이 없었고, 유튜브 실시간 중계로 지켜본 군인들의 국회 진입 모습은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울린 업무 카톡방 메시지에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허구가 아닌 ‘실제 상황’임을 깨닫는 현실감이 돌아왔다. 계엄사령부가 내린 포고령에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엄포가 담겼고, 카톡방 폐쇄 가능성에 대비해 정권의 힘이 닿지 못하는 러시아산 메신저 ‘텔레그램 피난’이 이어졌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보는 국민이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을 테다. 지난 대선을 앞뒀을 당시 법조팀을 떠나 재계를 취재하는 산업부로 막 자리를 옮긴 탓에 ‘검찰 기자가 보기에 이번 대선은 어떻게 될 거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너는 누구를 더 싫어하느냐를 묻는 것이었다. “누구를 지지함을 떠나 누군가의 인신을 구속하고 그들의 삶을 나락으로 밀어내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던 분이 국가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살리는 자리’에 맞을지는 의문입니다.” 나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국민은 야당을 향한 ‘경고성 계엄’이라는 궤변을 통해 그릇된 신념을 가진 자가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공동체가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를 체득하는 중이다. 극우층만 바라보며 군불을 때고 있는 대통령에 정치혐오와 좌우 대립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고, 원화 가치는 한 달 새 5%가량 고꾸라지면서 환율은 1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그릇된 신념과 확신에 찬 지도자의 모습을 공교롭게도 정권의 찍어내기 희생양임을 호소하는 ‘체육 대통령’에게서도 읽을 수 있었다. 채용 비리를 비롯한 각종 비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최근 3연임 도전을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약 80분을 자기 변론에 할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타깃으로 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이은 최근 감사원의 체육회 감사 착수를 아울러 언급하며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날 압박하며 악마화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체육계도, 나도 더 물러날 룸(공간)이 없다”는 말로 출마 배경을 밝혔다. 2016년 통합체육회 출범 당시 선거에서 당선돼 올해까지 8년간 체육회를 이끈 이 회장은 체육회 재정을 확충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와 2024 파리올림픽 종합순위 8위 달성을 끌어낸 점 등을 자신의 공로로 치켜올렸다. 문체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출범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만이 완수할 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가스포츠정책위는 문체부의 주된 기능 중 하나인 국가 체육 정책과 행정을 떼어내 별도의 독립 기구로 이관하자는 취지로, 이 회장의 이번 체육회 선거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검·경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잠행을 이어 오던 이 회장은 최근 정세가 계엄 후폭풍으로 대통령 및 주요 국무위원 탄핵 국면으로 전환되자 이참에 자신을 ‘무도한 정권’의 대척점에 놓고 체육 개혁을 완수할 투사 포지션을 잡은 모양이다. 올림픽 금메달과 국제대회 우승과 같은 일부의 성과에만 집착해 출신 대학이나 종목별로 밀어주는 끼리끼리 문화와 선수 인권 보호에는 눈감았던 그의 과오를 들추며 ‘이제는 바꿔야 할 때’를 외치는 체육계 내부 목소리도 한낱 정치적 구호로 무시한다. 대통령이든 체육 대통령이든 구성원의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한시라도 빨리 그 직에서 내려오는 게 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박성국 문화체육부 차장
  • 미뤘던 신혼여행, 세 살배기 아들까지…

    미뤘던 신혼여행, 세 살배기 아들까지…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직원 일가족이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구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야구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중에는 최근까지 KIA 야구단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던 고모 프로와 그의 아내, 세 살배기 아들이 포함됐다. 고 프로는 과거 광주 지역 일간지 기자로 KIA를 전담하다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기며 많은 야구인들과 돈독한 인연을 쌓았다. 고 프로는 올해 구단의 정규 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이어 연말 시상식까지 모두 끝나자 가족과 함께 태국 방콕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릴 때 결혼한 탓에 이번이 사실상 제대로 된 신혼여행이자 아들과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비보를 접한 KIA 구단은 홈페이지에 흰 국화 사진과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을 올렸고, 김도영과 박찬호, 이의리 등 주요 선수들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KIA에서 뛰었던 김병현도 SNS에 고 프로와의 추억을 소개하면서 “이제는 야구 그만 보고 사랑하는 와이프랑 토끼 같은 자식이랑 그곳에서 부디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 “내 동생, 이제 편히 사나 했는데” 눈물로 공항 적신 일흔의 형

    “내 동생, 이제 편히 사나 했는데” 눈물로 공항 적신 일흔의 형

    참사로 동생을 잃은 김장식(71)씨는 한참 동안 무안국제공항 청사 내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닥에는 김씨가 흘린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김씨의 동생은 한평생 해양경찰관으로 일했다. 퇴직을 기념해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냈던 절친한 동창 6명과 함께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린 시절 전남 여수와 장흥, 광주 일대에서 학교를 같이 다니며 40년이 넘게 우정을 다진 친구들이다. ‘모닥불 모임’이라고 이름도 지었다. 동생이 탄 여객기가 충돌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안국제공항으로 달려온 김씨는 “동생은 제대로 휴가 한 번 가지 못하고, 자식들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묵묵하게 열심히 살았다”며 “동생보다 더 착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그렇게 평생을 일밖에 모르고 살던 동생이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김씨는 ‘드디어 조금 편하게 사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제발 좀 신나게 놀고 오라고 했다”며 “이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흐르던 눈물을 닦아 냈다. 동생은 최근 집과 차도 새로 마련해 김씨에게도 여러 차례 자랑했다고 한다. 김씨는 “어떻게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한테 이러냐. 운명이 이렇게 각박할 수 있냐”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가족 첫 해외여행서… 홀로 남은 아버지

    광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40대 여성은 인도에서 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두 아들과 태국으로 향했다. 20년 가까이 인도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모처럼 만나는 자리였고, 가족 모두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군 복무 중인 큰아들은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가족 모두를 만났고,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작은 아들도 부푼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가족 중 아버지를 제외한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 가족과 잘 아는 사이였던 박모씨는 “가족 모두를 한번에 잃은 아버지의 심정을 누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냐”고 전했다.
  • “귀하게 키운 딸, 이렇게 금방 떠날 줄은”… 고개 떨군 노신사

    “귀하게 키운 딸, 이렇게 금방 떠날 줄은”… 고개 떨군 노신사

    중절모를 쓴 노신사는 바짝 마른 입술을 몇 번이나 매만졌다. 이번 참사로 딸과 사위를 잃은 김모(61)씨는 “29일 새벽 3시쯤 딸이 ‘비행기가 연착해서 오전 9시쯤 도착하겠다’고 연락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씨의 딸과 사위는 지난 5월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다. 두 사람은 바쁜 업무로 뒤로 미뤄 둔 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처럼 방콕으로 떠났다 돌아오지 못했다. 30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난 김씨는 “칠삭둥이로 낳은 딸이 인큐베이터에서 거의 6개월 동안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면서 “그렇게 귀하게 키운 딸이 이렇게 금방 곁을 떠날 줄 알았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과 사위는 그에게 늘 자랑거리였다. 김씨는 “딸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에 있는 대학 여럿에 딱 붙었다”면서 “‘엄마, 아빠 돈 안 쓰겠다’면서 전액 장학금을 주는 경희대에 갔다”고 했다. 언론사에 취업한 딸에 대해 김씨는 “태풍이 오면 섬에 직접 헬멧을 쓰고 들어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딸의 생사를 알기 위해 전날 뉴스 속보를 보자마자 오전 10시쯤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망자 명단에 딸의 이름이 40번째로 들어갔다가 다음 발표에선 이름이 빠졌다”면서 “국토교통부 측에서 현장을 확인할 가족 10명을 뽑으라 해서 보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행정안전부 측에선 막았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항공사 대책 혼선 등으로 가족들이 더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 마지막 인사가 된 ‘집에 가서 보자’…가슴 아픈 희생자들의 이야기

    마지막 인사가 된 ‘집에 가서 보자’…가슴 아픈 희생자들의 이야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새로운 해가 다가오는 설렘 속 관광객들로 붐벼야 할 세밑이지만, 공항 안은 오열과 절규가 가득했다. 토끼 머리띠를 한 5살짜리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30대 여성은 아이를 쳐다보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차가운 공항 바닥에 주저앉은 70대 노인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신원 확인’ 안내 방송이 나오면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번 참사로 부친의 팔순을 맞아 가족 여행을 떠난 일가족 9명이 모두 변을 당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두 아들과 모처럼 여행을 떠난 아버지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수십년 일한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퇴직 기념으로 여행을 떠난 60대 동창들부터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30대 대학 동기들까지…. 그들이 남긴 ‘집으로 돌아가면 보자’는 문자와 카카오톡은 이제 가족들이 한평생을 붙들고 살아가야 할 마지막 인사가 됐다. 서울신문은 유가족과 지인 인터뷰를 바탕으로 가슴 아픈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내 동생 이제 편히 사나했는데” 오열한 일흔의 형참사로 동생을 잃은 김장식(71)씨는 한참 동안 무안국제공항 청사 내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닥에는 김씨가 흘린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김씨의 동생은 한평생 해양경찰관으로 일했다. 퇴직을 기념해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냈던 절친한 동창 7명과 함께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린 시절 전남 여수와 장흥, 광주 일대에서 학교를 같이 다니며 40년이 넘게 우정을 다진 친구들이다. ‘모닥불 모임’이라고 이름도 지었다. 동생이 탄 여객기가 충돌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안국제공항으로 달려온 김씨는 “동생은 제대로 휴가 한 번 가지 못하고, 자식들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묵묵하고 열심히 살았다”며 “동생보다 더 착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그렇게 평생을 일밖에 모르고 살던 동생이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김씨는 ‘드디어 조금 편하게 사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제발 좀 신나게 놀고 오라고 했다”며 “이게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흐르던 눈물을 닦아냈다. 동생은 최근 집과 차도 새로 마련해 김씨에게도 여러 차례 자랑했다고 한다. 김씨는 “어떻게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한테 이러냐. 운명이 이렇게 각박할 수 있냐”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아버지를 잃은 조카들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아빠 확인하고 왔다”며 두 조카의 눈물섞인 말에 김씨와 조카는 공항 청사 내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귀하게 키운 딸 이렇게 금방 떠날 줄은”...고개 떨군 노신사중절모를 쓴 노신사는 바짝 마른 입술을 몇번이나 매만졌다. 이번 참사로 딸과 사위를 잃은 김모(61)씨는 “29일 새벽 3시쯤 딸이 ‘비행기가 연착해서 오전 9시쯤 도착하겠다’고 연락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씨의 딸과 사위는 지난 5월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다. 두 사람은 바쁜 업무 뒤로 미뤄둔 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처럼 방콕으로 떠났다 돌아오지 못했다. 30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난 김씨는 “칠삭둥이로 낳은 딸이 인큐베이터에서 거의 6개월 동안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면서 “그렇게 귀하게 키운 딸이 이렇게 금방 곁을 떠날 줄 알았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과 사위는 그에게 늘 자랑이었다. 김씨는 “딸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에 있는 대학 여럿을 딱 붙었다”면서 “‘엄마, 아빠 돈 안 쓰겠다’면서 전액 장학금을 주는 경희대에 갔다”고 했다. 언론사에 취업한 딸에 대해 김씨는 “태풍이 오면 섬에 직접 헬멧을 쓰고 들어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딸의 생사를 알기 위해 전날 뉴스 속보를 보자마자 오전 10시쯤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망자 명단에 딸 이름이 40번째로 들어갔다가 다음날 발표에선 이름이 빠졌다”면서 “국토교통부 측에서 현장을 확인할 가족 10명을 뽑으라 해서 보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행정안전부 측에선 막았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항공사 대책 혼선 등으로 가족들이 더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첫 가족 해외여행서...홀로 남은 아버지광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40대 여성은 인도에서 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두 아들과 태국으로 향했다. 20년 가까이 인도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모처럼 만나는 자리였고, 가족 모두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군 복무 중인 큰아들은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가족 모두를 만났고,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작은 아들도 부푼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가족 중 아버지를 제외한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 가족과 잘 아는 사이였던 박모씨는 무안국제공항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 동안 울분을 토했다. 박씨는 “남편이 회사 일 때문에 인도로 떠나고, 아내와 두 아들은 사고 비행기에 탔다. 사고 소식을 접한 남편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며 “여행지에서 본 뒤 다시 연락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모든 가족을 한번에 잃은 아버지의 심정을 누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냐”고 전했다.
  • “코로나에 못 간 신혼여행, 3살 아들과 떠났는데”… KIA, 유일하게 애도 페이지

    “코로나에 못 간 신혼여행, 3살 아들과 떠났는데”… KIA, 유일하게 애도 페이지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직원 일가족이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구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야구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중에는 최근까지 KIA 야구단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던 고모 프로와 그의 아내, 그의 세 살배기 아들이 포함됐다. 고 프로는 과거 광주 지역 일간지 기자로 KIA를 전담하다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기며 많은 야구인들과 돈독한 인연을 쌓았다. 고 프로는 올해 구단의 정규 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이어 연말 시상식까지 모두 끝나자 가족과 함께 태국 방콕으로 휴가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릴 때 결혼한 탓에 이번이 사실상 제대로 된 신혼여행이자 아들과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비보를 접한 KIA 구단은 홈페이지에 흰 국화 사진과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을 올렸고, 김도영과 박찬호, 이의리 등 주요 선수들도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광주 출신으로 KIA에서 뛰었던 김병현도 SNS에 고 프로와의 추억을 소개하면서 “형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제는 야구 그만 보고 사랑하는 와이프랑 토끼 같은 자식이랑 그곳에서 부디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 군복무자 청년정책 혜택 42세까지, 기후동행카드 의정부 성남까지 확대

    군복무자 청년정책 혜택 42세까지, 기후동행카드 의정부 성남까지 확대

    2025년부터 서울시민 중 군 복무를 마친 이는 청년정책 혜택을 최장 42세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자녀출산 무주택가구는 주거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외로움으로 힘들어 하는 시민은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월정액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 서비스도 수도권 곳곳으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돌봄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돕는 콜센터인 ‘안심돌봄120’과 고립·은둔으로 힘들어하는 시민에게 상담부터 관련 서비스까지 연계해주는 ‘외로움안녕120’ 콜센터를 2025년 1월부터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안심돌봄120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외로움안녕120은 24시간 가동한다. 대학생 동아리 사회기여 활동 지원사업도 내년 시작된다. 시는 서울 소재 54개 대학의 200개 동아리를 선정하고, 이들 동아리가 사회기여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최대 200만원의 활동비를 보조한다. 국방의 의무를 다한 청년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시는 군 복무를 마친 청년에게 군 복무 기간(최대 3년)만큼 정책 수혜 연령을 확대 적용한다. 기후동행카드부터 서울청년예비인턴, 미래청년일자리 등 다양한 청년정책 혜택을 최장 42세까지 받을 수 있다. 자녀출산 무주택가구 주거비 지원도 시작된다. 시는 자녀를 출산한 무주택가구에 2년간 전세보증금 이자나 월세를 지원한다. 서울에 거주하면 내년 1월 1일 이후 출산하는 가구는 매월 30만원씩 2년간 총 720만원의 주거비를 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의 주거와 보육지원도 강화된다. 시는 신혼부부 선호도를 반영한 소형 아파트나 신축 오피스텔 2000가구를 추가로 매입해 신혼부부 전용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과 연계한다. 또 ‘서울형 키즈카페’를 130곳에서 200곳으로 늘리고, 아침 시간대 등교 지원 등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도 10곳에서 25곳으로 확대한다.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임산부 당사자에게 출산급여 90만원, 배우자가 출산한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80만원을 각각 지급하는 정책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기후동행카드는 김포·남양주·구리·고양·과천시에 이어 내년 하반기 의정부·성남시까지 확대된다. 태그리스(비접촉 대중교통 결제) 서비스도 상반기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하반기 모든 지하철 역사에서 가능해진다. 이밖에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에 들어가고, 동대문구, 동작구, 서대문구 등 총 3곳의 교통 소외지역에 마을버스형 자율주행버스를 시범 도입한다.
  • 귀국한다는 딸에 “공주 도착했는가?” 연락…父 가슴에 박힌 ‘숫자 1’

    귀국한다는 딸에 “공주 도착했는가?” 연락…父 가슴에 박힌 ‘숫자 1’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179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자들이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들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0일 뉴스1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에서 A(61)씨는 “딸이 포상 휴가를 받아서 사위랑 태국 여행을 일주일간 떠났는데…”라며 눈물을 보였다. A씨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은 딸의 어린 시절 사진이었으며, A씨의 카카오톡에 저장된 딸의 대화명은 ‘○○공주’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어제 비행기를 타고 간다면서 딸과 연락했다”면서 “우리 집사람한테는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A씨는 “오늘 아침 9시 48분에 ‘○○(딸 이름) 도착했는가?’라는 연락을 남겼지만 답이 없다. 숫자 1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수십통 했는데 받지 않았고, 그리고 나서야 속보가 떴고 가슴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싹싹하고 착한 딸이었다”며 “일주일 전에도 함께 점심을 먹기도 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제주항공 참사로 아들, 며느리와 6살 손자를 잃은 B(64)씨도 아들과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B씨의 아들은 “우린 오늘 밤에 돌아갑니다. 엄마도 경주 잘 갔냐”고 물었고 B씨의 “조심히 잘 와. 엄마는 삼촌들이랑 있다”는 대답에 아들은 “넹~ 내일 연락할게. 엄마도 즐거운 시간 보내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아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돼버렸다. B씨는 “며느리가 제주항공 승무원이다. 모처럼 시간이 맞아서 남편과 아기 데리고 태국에 여행을 갔었다. 아들이 어제 출발 전 보낸 카톡을 나눈 게 마지막이다”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수색 초기 구조된 승무원 2명(남성 1명, 여성 1명)을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여객기에는 한국인 173명과 태국인 2명을 포함해 모두 175명이 탑승했고, 승무원은 6명이었다. 기체 후미에 있던 생존자 2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동체 착륙 당시 활주로를 벗어난 여객기는 공항 외벽에 부딪히며 대형 화재가 발생해 꼬리 부분을 제외하고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파손됐다. 정부는 내년 1월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세종 등 전국 17개 시도와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 고립은둔 시민 위해 24시간 상담 콜센터 운영

    고립은둔 시민 위해 24시간 상담 콜센터 운영

    사회 기여 대학생 동아리에 활동비출산 무주택가구 월세·보증금 지원 내년부터 서울에서 외로움·고립은둔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전화 한 통만 하면 상담부터 서비스까지 연계해 주는 24시간 상담 콜센터가 정식 운영된다. 사회기여활동을 하는 대학생 동아리에 활동비를 지급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 청년들의 정책 수혜 기간도 최대 3년까지 연장된다. 서울시는 내년에 새롭게 시행·확대되는 사업과 개관을 앞둔 공공시설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한데 모은 ‘2025 달라지는 서울생활’을 다음달 3일 책자와 전자책(eBook)으로 발간한다고 29일 밝혔다. 달라지는 서울생활은 서울시의 미래 비전인 ‘동행·매력 특별시’를 기본으로 8개 분야 총 67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우선 자녀를 출산한 무주택가구에 2년간 전세보증금 이자나 월세를 지원한다. 서울에 거주하며 내년 1월 1일 이후 출산하는 가구는 매월 30만원씩 2년간 총 720만원의 주거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 선호도를 반영한 소형 아파트나 신축 오피스텔 2000호를 추가로 매입해 ‘미리내집’(신혼부부 전용 장기전세주택)과 연계한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130곳에서 200곳으로, ‘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는 10곳에서 25곳으로 확대 운영된다.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임산부 당사자에게 출산급여 90만원, 배우자가 출산한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8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시는 또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고자 사회기여활동에 참여하는 서울 소재 54개 대학의 200개 동아리를 선정해 최대 200만원의 활동비를 보조한다. 의무복무 제대군인들에겐 복무 기간(최대 3년)만큼 정책 수혜 연령을 확대 적용한다. 청년취업사관학교의 신규 캠퍼스가 5곳(중랑, 송파, 서초, 양천, 구로)에 개관한다. 60세 이상 노년층을 위한 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도 내년 1월 문을 연다. 돌봄과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 누구나 전화 한 통으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안심돌봄120’과 ‘외로움안녕120’ 콜센터 운영도 시작된다.
  • 연말 가족 여행이 비극으로… “2명 외 모두 사망” 발표에 통곡

    연말 가족 여행이 비극으로… “2명 외 모두 사망” 발표에 통곡

    사망자 명단 혼선 등 대응에 분노“유가족, 몇 시간째 아무것도 몰라”3代 걸친 일가족 5명 참변에 황망최연소 3세 포함 미성년자만 15명주로 광주·전남 지역민 피해 집중 “아악, 아빠.” “이렇게 가면 우린 어떻게 살아.” 29일 오후 2시 2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탑승동 1층 로비. 사고 브리핑 과정 중 시신 확인이 마무리된 탑승자 명단이 호명되자 가족들 사이에선 비명이 쏟아졌다. 단상 앞에 앉아 있던 한 30대 남성은 ‘사망자 김○○’이라는 발표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날 오후 브리핑에선 탑승자 중 신원 확인이 가능해 사망자로 분류된 승객 5명의 이름이 1차로 불렸다. 악몽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속절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탑승자 가족들은 정부의 미흡한 사고 대응과 소통 부족에 분통을 터트렸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등 총 22명의 명단을 공지했다. 한 명 한 명 사망자 이름이 불릴 때마다 대합실 곳곳에서는 유가족의 오열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호명된 사망자 명단이 앞서 알려진 것과 달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가족은 “좀 전에 (사망자로) 호명된 사람이 지금 공개한 명단에는 없다. 대체 우리 가족은 살아 있다는 거냐, 죽었다는 거냐”며 강력 반발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최소 30분마다 상황을 일러 주고 사망자 명단도 커다랗게 붙여 달라는 요구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며 “유가족들이 몇 시간째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날 탑승자 가족들에겐 하루 종일 절망적인 소식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 소방청 관계자가 “생존자 2명 외에 모두 숨졌다. 시신들의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아 개인 확인이 어렵다”고 밝히자 탑승자 가족 대기실에선 통곡과 탄식이 이어졌다. 이날 사고가 난 무안공항은 주로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이용해 왔다는 점에서 피해도 인근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 휴가 여행을 떠난 사람이 많았는데 3대에 걸친 일가족 5명이 사고 비행기에서 비극을 맞기도 했다. 한 60대 남성은 “형수와 딸 부부, 딸의 아이까지 5명이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사고가 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달려왔다”며 황망해했다. 어린 손녀를 꼭 끌어안은 할머니는 “이렇게 아이를 놔두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오열했다. 딸과 통화하던 한 중년 여성은 “그래도 아빠가 친한 친구분들과 함께 가셨으니 괜찮을 거다. 엄마는 괜찮다”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부모님을 찾으러 온 20대 남매는 “엄마, 아빠는 꼭 살아 있을 거다. 빨리 찾으러 가야 한다”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다른 가족들도 “분명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사고 직후 공항을 찾은 가족들은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빨리 현장에 직접 가야 한다. 우리 눈으로 보고 가족을 구해 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가족들은 분노하기도 했다. 한 탑승자 가족은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브리핑도 없이 언제까지 대기실에서 늘어 가는 사망자 숫자만 듣고 있어야 하느냐”며 “시신 안치소라도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불만을 쏟아 냈다. 사고 5시간 후인 오후 2시 공항 1층 대합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탑승자 가족과 친지 1000명으로 가득 찼다. 가족들은 TV와 휴대전화를 통해 긴급특보를 지켜봤다. 일부 가족은 공항을 찾은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손을 꼭 잡고 “제발 신원이라도 확인해 시신을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최연소 탑승객은 2021년생 3세 남아, 최연장자는 올해 78세인 1946년생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세(2004년생) 미만 미성년자 탑승객은 15명으로, 유치원생부터 초중고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을 함께 떠났다 참변을 당한 공무원들도 있었다. 화순군청 전현직 직원 8명과 도청 출연기관 공무원 2명, 담양군청 직원 1명도 이번 사고기에 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우승 후 휴가길 비극… KIA 직원, 아내·3살 아이와 참변

    우승 후 휴가길 비극… KIA 직원, 아내·3살 아이와 참변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떠난 한 가족의 태국 여행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났다. 29일 남도일보에 따르면 KIA 타이거즈 홍보팀의 책임 매니저 고모씨는 부인과 3살 아들과 함께 지난 25일 태국 방콕으로 크리스마스 겸 우승 자축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겨 탑승한 여객기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며 폭발하는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고씨는 원래 30일 귀국 예정이었으나 제주항공 여객기에 빈자리가 생겨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을 결심했다. 태국에 남아 있던 친형은 예정대로 남았으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고씨의 어머니는 탑승자 명단에서 아들과 며느리, 손자의 이름을 확인한 뒤 실신했다. 3살 아들은 이번 참사의 최연소 희생자로 기록됐다. KIA 타이거즈는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고씨의 태국 출국 사실을 확인하고 탑승자 명단에서 최종 확인했다. 구단 직원들은 “고씨는 구단과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으로, 그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는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고인은 지역 언론사 기자로 프로야구를 담당하며 야구계에서 해박한 지식과 열정으로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는 인스타그램에 “그는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해서 우리 회사 야구중계팀 모두가 좋아했다”라며 “끝까지 기적의 생환 소식을 기다렸지만 결국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까지도.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구단을 위로한다. 광주와 무안, 그리고 슬픔에 빠진 우리 대한민국을 위로하고 싶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밖에도 사고 여객기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가족 단위 여행에 나섰던 승객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충격이 더 컸다. 전남 영광의 팔순 잔치를 위해 떠난 일가족 9명, 진도의 일가족 5명, 전남교육청 공무원들과 함께한 단체 여행객 등이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중에는 내년 3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수능을 마친 형제 등 다양한 연령대와 사연이 포함돼 있다. 가족들은 “이제 형편이 나아져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며 슬픔을 토했다. 지역사회와 정부의 대응광주·전남 지자체는 사고 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탑승자 명단 확인, 장례 지원, 심리 상담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공항 대합실에서는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통곡과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구조 당국은 사고 원인 조사를 병행하며 남은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 사망자 명단발표에 “아악, 아빠!” 머리 감싸쥔 아들…“아니야, 엄마 아빠는 꼭 살아있을거야”유족들 울음바다

    사망자 명단발표에 “아악, 아빠!” 머리 감싸쥔 아들…“아니야, 엄마 아빠는 꼭 살아있을거야”유족들 울음바다

    “아악, 아빠” “어떡해 어떡해, 이제 우린 어떻게 살아” 29일 오후 2시 20분 전남 무안국제공항 탑승동 1층 로비. 사고 브리핑 과정에 사망자 중 시신 확인이 마무리된 탑승자 명단이 호명하자 가족들 사이엔 속속 비명이 쏟아졌다. 단상 앞에 앉아있던 30대 남성은 ‘사망자 김**’이라는 발표에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이날 오후 브리핑에선 탑승자 중 신원확인이 가능해 사망자로 분류된 승객 5명의 이름이 불렸다. 악몽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명단 확인 과정에서 일부 탑승자 가족은 강하게 항의했다. “왜 이렇게 발표가 늦냐” “감추지만 말고 브리핑을 해달라”며 공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참혹한 사고가 있던 이날 탑승자 가족들에겐 하루 종일 절망적인 소식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 브리핑에 나선 소방청 관계자가 “생존자 2명 외에 모두 숨졌다. 시신들의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아 개인 확인이 어렵다”고 밝히자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3층 탑승자 가족 대기실엔 통곡이 가득 찼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가슴 졸이던 탑승자 100여명의 가족들 사이에선 탄식이 이어졌다. 어린 손녀를 꼭 끌어안은 할머니는 “이렇게 아이를 놔두고 가면 어떻게 해”라며 오열했다. 한 중년 여성은 딸과 통화하며 “그래도 아빠가 친한 친구분들과 함께 가셨으니 괜찮을 거야, 엄마는 괜찮아”라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 하는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부모님을 찾으러 온 20대 남매는 “아니야, 엄마 아빠는 꼭 살아있을거야. 빨리 찾으러 가야 해”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다른 가족들도 “아니야, 분명 살아있을 거야”라는 말을 되뇌었다. 사고 직후 공항을 찾은 가족들은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빨리 현장을 직접 가야 한다. 우리 눈으로 보고, 가족을 구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가족들은 분노하기도 했다. 한 탑승자 가족은 소방청 관계자들에게 “정확한 브리핑도 없이 언제까지 대기실에서 늘어가는 사망자 숫자만 듣고 있어야 하나”며 “시신 안치소라도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탑승자 가족들은 오후 2시부터는 무안공항 탑승동 1층으로 자리를 옮겨 사고 수습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탑승동 1층 로비를 꽉 매운 700여명은 가족·친지 단위로 모여 앉아 한쪽에 설치된 TV를 통해 긴급특보를 지켜봤다. 이들은 공항을 찾은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손을 꼭 잡고 “제발 신원이라도 확인해 시신을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사고가 난 무안국제공항은 주로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이용해왔다는 점에서 피해도 인근 지역에 집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선만 취항하는 광주공항과는 달리 국제선을 탈 수 있어인근 지역민들이 애용하던 곳이다. 이때문에 목포 등 전남 서부권은 물론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주민들은 주로 국제선 이용을 위해 무안공항을 찾는다. 실제 탑승자 가족 대기실에 모인 이들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이었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 휴가 여행을 떠난 이들이 많아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공항 측이 밝힌 탑승자 명단을 보면 ‘성이 같아’ 가족으로 추정되는 4~6명 단위의 탑승객들이 많았다. 4~10세 사이 어린이들도 상당수 명단에 올라가 있었다는 점을 볼 때 가족 여행객도 많았다. 또 화순군청 전현직 직원 8명과 도청 공무원 2명도 이번 사고기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가정의 날 운영·스톡옵션 지급 등 ‘청년’이 찾는 기업은 달랐다

    가정의 날 운영·스톡옵션 지급 등 ‘청년’이 찾는 기업은 달랐다

    브릴스는 매주 가족의 날(금요일) 오후 5시 퇴근, 직원 대학·대학원 지원,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가온칩스는 유연근무제(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장기근속 직원에 대해 재충전 휴가를 제공하며 각종 포상제도를 운영한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이들 기업을 포함해 총 280개 기업을 ‘2025년 청년 일자리 강소기업’(청일강소)으로 선정·발표했다. 청일강소는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의 인식개선을 위해 청년 일자리의 양과 질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임금 체불(명단공개)과 부당해고(확정), 국세·지방세 체납, 취업규칙 미신고, 채용절차법 위반(과태료) 등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청년고용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평가에 반영했다. 청일강소는 청년고용과 평균 임금, 매출액 증가율 등에서 일반기업보다 우수했다. 1년 미만 근무 청년 근로자(만 15~34세)의 월평균 보수가 301만 8699원으로 일반 기업 평균보다 51만 6237원 많았다. 고용 증가율(6.7%)과 신규 채용(청년 근로자) 25명(18명)을 비롯해 청년 근로자의 비율(54.1%)·고용유지율(66.5%)·고용 증가율(12.5%)에서도 격차가 컸다. 이들 기업은 매출액 증가율(64.1%)과 영업이익률(8.1%), 자기자본비율(55.5%)도 일반 기업과 비교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청일강소에 대해서는 3년간 고용안정장려금과 중소기업 기술 혁신개발 등 정부 지원사업 선정·선발에 우대 혜택이 제공되고 채용박람회·청년 서포터즈 활동 등을 통해 기업 홍보를 지원한다. 홍경의 고용부 청년고용정책관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기업·청년이 윈윈할 수 있도록 청년고용에 앞장서는 강소기업을 적극 발굴·지원할 계획”이라며 “청년 친화 기업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가 협력해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송민호, 전화·민원 업무 빠지고 얼굴 거의 못 봐”…‘부실 근무’ 증언 나와

    “송민호, 전화·민원 업무 빠지고 얼굴 거의 못 봐”…‘부실 근무’ 증언 나와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사회복무요원으로 부실하게 근무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그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2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Y’에는 제작진이 송민호와 한 시설관리공단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A씨를 만나 인터뷰한 모습이 담겼다. A씨는 “(근무한 곳은) 시설관리공단에 있는 주차관리부다. 제가 2022년 11월부터 노상 주차팀에서 근무했었다. 송민호가 노상 거주자 주차팀에 (작년) 3월에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를 받으면 ‘노상 주차팀 누구누구입니다’ 이렇게 하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자기 이름이 드러난다고 전화 업무는 빠지고, 민원인들 직접 오는 거는 얼굴 알아본다고 또 빠지고, 우체국 가는 업무도 처음 한 번 가고는 안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잘 왔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 두세 번 (나왔다). 확신한 건 일주일 다 나오진 않았다. 심할 때는 뭐 한 달에 한두 번 두세 번 본 정도다. 나중에는 거의 못 봤다”고 했다. 송민호는 지난 3월 시설관리공단에서 주민편익시설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 주민편익시설 관계자 B씨도 “(송민호를) 한 10개월 동안 두 번인가 세 번밖에 못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말이 안 된다. 연가, 병가가 무슨 무한도 아니고. 본사에 있을 때는 잘 나왔다고 하더라. 거기는 눈이 한 200명 되는데 여기는 눈이 적다. 직원 다 해봐야 13명이다”라며 “병무청에서 두발 단속 사진 찍기 위해 한 번 방문했을 때도 자리에 없었을 거다. 편의를 제공해 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송민호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의심받는 송민호의 근태 담당자는 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제가 얘기를 잘못하면 민호에게 불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를 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7일 송민호의 근무지였던 마포구 마포주민편익시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호는 지난해 3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해 지난 23일 마쳤으나 지난 17일 그가 제대로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서 부실 근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규정에 맞춰 휴가 등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 당정 “내년 생활물가 안정·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 위해 11.6조 지원”

    당정 “내년 생활물가 안정·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 위해 11.6조 지원”

    27일 ‘내수경기활성화 민당정협의회’당정 “내수 민생사업 중심 신속 집행”정부와 여당은 27일 내년 생활물가 안정과 서민생계비 부담완화를 위해 11조 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내수경기활성화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수경기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수 민생사업을 중심으로 전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신속 집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노인 일자리 등 직접 일자리 124만개의 90% 이상을 1분기에 신속 채용하는 등 서민 생활 안정 방안을 마련했다. 관광이 내수 활력을 높이는 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활성화 대책도 집중 시행하기로 했다.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특별융자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현재 6만 5000명 규모의 근로자 대상 휴가지원사업은 2배 이상 확대한다. 지역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2025년 국토교통부 예산 약 59조원 중 36조원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도로·철도·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을 상반기 중 12조원 이상 집행하고, 주거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민생 예산도 약 11조 7000억원 투입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차원에서 소비 촉진을 위한 설 명절기간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은 10%에서 15%로 확대하고 환급행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연간 총 5조 5000억원 규모로 온누리상품권 사용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 가능한 골목형 상점가도 기존 353곳에서 55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협의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국내 정치 불안에 더해 대외적인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에는 조속한 내수경기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해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여당이 원팀이 돼 조속한 정국안정과 함께 자영업자 소상공인 살리기를 우선 최우선 국정과제를 삼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국민들에게 안정과 희망을 드려야 할 정치가 도리어 국정 혼란을 부추기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고 국민들에게 대단히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내수경기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은 지금이라도 철회하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재정을 신속하게 집행해 내년 예산이 새해 첫날부터 필요한 국민들께 신속히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내년에는 그간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이 둔화하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면서 “정부예산뿐 아니라 공공기관 투자, 정책·금융 등 공공부문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보강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내수・민생과제들을 검토·구체화해 오는 30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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