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없어 주행세 도입어렵다/재경원/서울시 추진…정부 부처반응
◎“세부담 대형차 줄고 소형 늘어”/통산·건교부 총논 공감명논 엔
재정경제원은 주행세를 신설하는 문제에 이미 불가 판정을 내렸다.
「많이 타는 사람이 많이,적게 타는 사람이 세금을 적게 내야 한다」는 원론이야 좋지만 구상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제도개편에 따른 비용문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순진한 발상」「설익은 아이디어」로 치부한다.서울시가 정말로 면밀한 검토 끝에 주행세 구상을 내놓게 됐는 지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재경원의 반론은 이렇다.
예컨대,자동차세를 없애고 주행세(ℓ당 6백원)를 새로 도입할 경우 3천㏄ 이상 대형 승용차는 이제까지 물던 자동차세(연 2백45만7천원)보다 5만7천원이 절감되는 반면 소형차는 70만8천원을 주행세 명목으로 더 내게 된다.휘발유 값을 무한정 올릴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주행세 구상은 대형차 선호와 차량보유 증대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동차세의 누진성을 살리기 위해 자동차세를 최소한으로 존치시키거나 소형차에 한해 자동차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그러나 이역시 자동차세 존치와 주행세 신설의 행정비용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다.특히 소형차에 자동차세를 감면해 줄 경우 대형 승용차를 국내로 수출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의 통상마찰이 예상된다.
종합보험료를 대폭 낮춰 주행세에 반영하는 문제도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보험료가 사고위험률을 토대로 한 것인데 서울시의 「보험료의 주행세포함 구상」은 단순히 기름을 많이 쓰는 차가 사고를 많이 낸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초보 운전자는 운행거리가 짧아도 사고를 많이 낼 수 있고 베테랑급 운전자는 주행거리가 길어도 사고가 적을 수 있다.
설령 보험료를 주행세에 포함시켜 걷더라도 보험사에 배분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할 지,또 균등하게 배분한다면 보험사마다 다른 사고율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문제가 된다.보험사가 영업에 적극적일 수 없게 된다.더우기 종합보험은 안들 수도 있는 임의보험인 데 휘발유 값에 일률적으로 반영,강제보험화되는 문제가 있다.재경원 강권석 보험제도담당관은 『서울시의 구상대로라면 운전자의 경력과연령 등 개인별 특성을 보험료에 반영할 수 없다』며 『보험료를 주행세에 넣자는 것은 현실성없는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통상산업부와 건설교통부의 생각은 좀 다르다.등록·보유보다는 도로파손과 교통유발을 가져오는 운행쪽에 세금을 더 물리자는 입장이다.그렇다고 서울시에 동조하는 건 아니다.통산부는 자동차 산업을 생각,12가지나 되는 자동차관련 세금을 단순화하고 관련 세수의 59%가 비자동차 부문에 투자되는 현실이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건교부도 운행거리와 무관한 자동차세제를 개편,자동차세는 경감하고 유류세율은 올리자는 입장이다.
◎서울시 추진 방안/휘발유값 2배인상… 자동차세 없애/보험료 80% 인하… “교통량 21% 감소”
조순 서울시장이 검토하라고 지시한 주행세가 시행되면 승용차의 통행량이 21% 정도 준다는 것이 서울시의 추정이다.
서울시의 안은 이미 오래 전에 마련됐다.그러나 부처와 민자당 등 저마다 의견이 엇갈려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주행세의 전제는 보유세인 자동차세를 없애는 것이다.그만큼 휘발유에 주행세로 얹어,많이 굴릴수록 부담이 늘어나도록 함으로써 교통량을 줄이자는 취지이다.
많이 굴리는 자동차는 사고의 위험도 높아지므로 자동차의 보험체계를 조정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대체적인 구상으로는 교통세가 1백50% 포함된 휘발유 값을 현재의 2배로 올리는 것이다.예컨대 ℓ당 5백60원인 휘발유 값을 1천1백60원으로 올린다.공장도 휘발유값은 2백24원으로 변함이 없지만 3백36원인 교통세(지난 해부터 특소세에서 이름이 바뀜)는 9백36원으로 늘어나며 이름이 주행세로 바뀐다.
9백36원의 주행세 가운데 현행 교통세(특소세) 3백36원(연간 1조2천6백억원)은 그대로 중앙 정부에,3백원(연간 1조2천억원)은 자동차세분으로 시도별 자동차세 부과비율로 나눠 준다.현재 연간 자동차세 세수는 1조9백억원이다.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 모두 세수의 손실이 없는 셈이다.
나머지 3백원(연간 1조2천억원)은 보상한도의 확대로 예상되는 보험업계의 적자(1조3천억원)를 보전하는 데 쓴다.
현재 책임보험과종합보험으로 2원화된 보험체계는 책임보험으로 일원화하고 사망시 1천5백만원인 책임보험의 보상 한도를 무한으로 확대한다.다만 대물·차량·자손보험은 따로 가입토록 한다.
이 방안대로 될 경우 1천5백㏄ 짜리 새 차를 하루에 50㎞씩 굴리는 운전경력 2년 미만인 35살의 남자의 자동차 관련 비용은 월 15만원에서 15만5천5백원으로 다소 늘어난다.
기름 값이 7만원에서 14만5천원으로 늘지만 자동차세 2만6천원이 없어지고 보험료가 5만4천원에서 1만5백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연간 보험료는 현재 책임보험 12만5천9백원,종합보험 52만3천원 등 64만8천9백원에서 책임보험 12만5천9백원으로 대폭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