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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수 樂山樂水] 안전사회를 위한 형사정책

    [김일수 樂山樂水] 안전사회를 위한 형사정책

    지난 세기 형사정책분야에서 가장 큰 정신적 유산을 남겼던 프란츠 폰 리스트는 ‘형사정책은 사회정책의 최후 수단’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복지적 사회정책이 최선의 형사정책이라는 의미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사회통제 시스템의 기본은 인간의 이성과 개선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낙관적인 교화 프로그램이었다. 보편타당한 규범·가치구조를 전제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일탈한 개인을 훈육하고 보듬어서 다시금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사회정책의 방향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형사정책적 제도들은 이런 시각에서 개인을 재사회화하는 도구이자 다수의 지배적인 질서에 순응하도록 교화하는 도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후기 현대사회에 이르러 이러한 사회통제의 관점은 경제적·정치적·사회 문화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엄청난 전환 과정에 휩싸였다. 즉 개인에게 사회적 네트워크와 제도, 국가적 개입을 통해 규범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정상적인 시민 생활의 방향을 재설정하도록 하는 통제방식과는 달리 일탈과 사회적 위험유발 원인에 대한 예방과 사전통제·관리 쪽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사회통제 내지 형사정책의 지향점은 안전사회라는 비전 속에 함축돼 있다고 말해도 지나침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거의 문 앞에까지 이른 위험과 위기 앞에 고도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범죄는 우리의 인근 주변과 가정, 학교 등 전통 깊은 안식처에서 빈발하고 있고, 사이버 공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사회통합기관들의 역할이 후퇴하고, 핵가족과 만연한 개인주의로 공동체는 사막화돼 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범죄통제 기술은 범죄 성향을 띤 개인이 아니라 위험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다. 더 나아가 구체적인 위험이나 개별적인 갈등 상황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계산된 추상적인 위험 상황을 주목한다. 즉, 안전을 위해 특정집단, 상황, 공간 또는 사회 전체가 새로운 형사정책의 관리대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안전정책의 선제적 기능 확대는 종전처럼 단순한 자유의 증가 또는 감소로 평가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법질서의 방어를 위해 법 적대세력을 법질서 바깥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시민들 스스로 공동체의 보호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특별한 희생까지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소리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안전·안전사회라는 표어는 정치적 차원에서 위험 사회의 높아진 불안을 해소해 주는 상징적 은유로 자리 잡았다. 안전의 상징적 무게는 전자발찌, 신상 공개, 화학적 거세와 같은 특정한 법제도 내지 경찰 예방활동의 강화를 정당화하는 논증 도구가 되었다. 그 결과 위험관리를 위한 통제문화가 일상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우리가 높은 범죄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강화된 국가의 힘만 선호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법치국가가 감시국가, 통제국가, 형벌국가로 변형되기 쉽다. 점증하는 사회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형사정책은 감시와 처벌 일변도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인간의 얼굴을 지닌 합리적인 정책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주민참여를 활성화해 주민협동에 의한 생활 안전망 구축, 사적 영역에서 개인 또는 단체의 보안설비 확충, 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 개선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안전은 국가나 정치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유와 마찬가지로 안전도 인간의 행복을 위한 보호법익이다. 국가의 형사정책이 국민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항시 자유와 안전의 균형이 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빅 브라더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안전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진실로 안전사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전사회의 적은 안전 불감증 못지않게 과잉안전 욕구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공군 제16전투비행단 군견소대를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공군 제16전투비행단 군견소대를 가다

    침입자의 모습이 드러나자 위협적인 눈빛의 셰퍼드 ‘빈츠’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림과 동시에 곧장 달려들었다. 방어복으로 감싼 침입자의 팔을 물고 늘어졌다. 곧이어 침입자는 제압됐다.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 공군 제16전투비행단 헌병대대 군견소대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군견 20여마리가 한창 훈련을 받고 있었다. 군견들의 기초체력과 공격능력을 키우기 위한 기본 훈련이다. 훈련은 ‘핸들러’(handler)라고 불리는 취급병과 짝을 이뤄 1시간가량 진행됐다. 군견과 핸들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료다. 이어 폭발물 탐지 훈련도 실시됐다. 항공기 주기장 내 F5 전폭기의 좌측 랜딩기어 속에 설치된 C4폭약을 찾아내는 미션이 주어졌다. 활주로의 끊이지 않는 소음이 군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했지만 랜딩기어 주위를 맴돌던 탐지견인 코카스 파니엘 ‘우정이’는 채 1분도 안 돼 폭약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탐지견 ‘우정이’ 이외에 나머지 군견은 모두 독일산 셰퍼드다. 부대는 지난해 폭발물 탐지·명령복종·공격능력·체력능력 등 4개 종목을 측정하는 군견경연대회에서 최우수 군견소대로 뽑혔다. 소대장을 받고 있는 박태호 상사는 “개들 모두가 최고의 자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함께 기지 순찰임무를 할 때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자랑했다. 군견과 관련된 기록은 일찍이 중국의 고서 ‘삼진기’(三秦記)나 고대 로마사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견이 조직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군견들은 경비, 연락, 수색, 운반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을 했다. 대한민국 군견 1호는 육군이 아닌 공군 출신이다. 1954년 수원기지 미 공군 제58전폭대에서 10마리를 인수해 처음 군견으로 운용했다. 현재는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예하 행정학교 군견훈육중대에서 배출하고 있다. 우수한 혈통을 가진 수컷 종견과 암컷 모견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는 생후 45일이 되면 군견으로 등록된다. 12주째에는 군번인 ‘견번’(犬番)이 부여된다. 1년간의 훈련을 마친 500여 마리는 수색견·추적견·경계견· 탐지견 등으로 분류돼 각 예하 비행단과 기지에 배치된다. 공군 군견은 기지 내 전투기 주기장과 침입자를 막는 야간 순찰임무를 주로 수행하는데 ‘핸들러’만이 행동을 같이할 수 있다. 토종 진돗개는 충성심이 강해 함께 생활하는 핸들러가 제대하면 후임 병사를 따르지 않는 탓에 사교성 좋은 셰퍼드를 군견으로 양성하고 있다. 군견 에이스 핸들러 손청황 병장은 “군견도 사람과 같이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공격명령 등을 지시할 때는 핸들러와의 호흡과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군견의 후각은 인간의 1만 배, 청각과 야간 시각은 각각 40배와 10배에 달한다. 박 소대장은 “군견 1마리의 능력은 1개 중대의 전투력과 맞먹는다”면서 “공군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강조했다. 군견은 능력만큼 대우도 상당하다. 매일 소독 처리되는 ‘1견 1실’의 견사(犬舍)에서 생활을 한다. 종합병원급인 병원에서 수의장교가 매일 꼼꼼하게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사람보다 더한 호사를 누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군견도 때가 되면 제대한다. 관리규칙에 따라 8~9살(인간나이 65세)쯤 되면 후각과 추적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안락사를 시키거나 대학 수의과에 학술용으로 기증된다. 군 이외의 생활을 차단하는 것이다. 철칙이다. 군견으로 살다가 군견으로 죽는 셈이다. 정훈공보실장 김희강 소령은 “살아선 국가안보와 국익에, 죽어선 의학발전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빈츠’나 ‘우정이’ 등 군견은 대한민국의 영공 방위체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군 가족’인 것이다. 글 사진 경북 예천 jongwo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사다리 유감/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다리 유감/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최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세상이 화들짝 놀랐다. 우리나라 고교생 10명 중 4명은 10억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저지르고 1년쯤 감옥에 가는 것도 괜찮다는 답을 했다. 설문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대번 윤리의식의 결여로 진단했다. 교육을 받을수록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하건만 현실은 그 반대이니 앞으로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과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과연 옳은 진단이었을까. 그들의 비윤리 의식이 단지 훈육 부족 탓일까. 현실에 열심히 발을 딛고 나아가면 거북이도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우화가 공허하다는 사실을 그 나이쯤 되면 꿰뚫고도 남는다. 예서제서 입이 쓰게 떠들어대는 사다리 없는 사회의 실체를 머리 굵은 아이들이 감 잡지 못할 리 없다. 출구 없는 삶보다야 차라리 최악의 한순간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절벽을 봐버린 청춘들의 때 이른 허무였을 터다. 본지에서 교육 현실을 심층보도하는 기획시리즈(‘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가 화제다. 왜 아니겠나.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 없이는 혼자 힘으로 도저히 입신할 수 없는 현실을 너나없이 절감하고들 있다. 얼마 전 사석에서 한 부장판사의 득의양양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고 3인 아들이 수능 성적을 잘 받았으니 SKY대의 경제학부에 합격할 수 있겠다는 안도와 함께 아들의 장래지도를 넌지시 펼쳐보였다. 다음 목표는 로스쿨. 로스쿨 과정을 마치면 판·검사를 시킬 것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자신이 운영할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앉히면 된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얼마든 실현 가능한 꿈의 대물림 구도였다. 3년간 등록금만 최소 6000만원을 감당하지 않으면 엄두를 낼 수 없는 로스쿨 장벽은 이미 서민들에게 차단된 상황이다. 그 다음 단계의 게임 승률은 당연히 더 높아진다. 로스쿨 과정을 거쳐 대형 로펌의 러브콜을 받는 풍운아들이 십중팔구 뜨르르한 세력가들의 자녀란 사실은 법조계의 신종 금기어로 굳어지고 있다. 그런 사이 인터넷 고시 사이트 어디에서든 맨주먹 청춘들의 좌절은 파도를 넘는다. “고졸 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패스해 청와대까지 들어갔던 바로 그 대통령이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직설화법의 장탄식도 줄을 잇는다. 비록 빈 주먹의 삶일지라도 끊임없이 다독여 견인해 주던 사회적 메타포가 바닥이 나고 있다. 이런저런 훌륭한 취지와 명분에 밀려 외무고시가 폐지됐고, 사법고시가 없어진다. 아니, 꿈을 위한 본경기를 치러보기도 전에 많은 아이들은 궤도이탈을 강요받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해가 갈수록 ‘미친 난이도’를 자랑하는 대입 정책은 이젠 며느리도 모른다. 혼자 열심히 공부만 하는 건 삽질이 되고만 입학사정관제, 사교육 없이는 논제조차 이해하기 힘든 논술시험, 주요 과목의 A·B형 반영 방식이 난수표 수준이어서 대학들조차 백기를 들어버린 선택형 수능까지. 컨설팅 과욋돈을 쏟아붓지 않고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정책들이다.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은 교육과학기술부뿐일 것”이란 한숨이 쏟아진다. 생기있는 사회로 되돌리려면 어떤 모양새든 다시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당장 급한 대로 두레박이라도 내려놔야 할 판이다.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귀 닫고 눈 감았던 정책들을 새 정부에서는 살뜰히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sjh@seoul.co.kr
  • 조카 사랑 각별… 여동생과는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 후 소원

    조카 사랑 각별… 여동생과는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 후 소원

    박근혜 당선자는 독신이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 사이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박 당선자는 어머니를 1974년 8월 15일 저격범 문세광의 손에, 아버지를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손에 잃는 비운을 겪었다. 여동생 근령(58)씨와 남동생 지만(54)씨, 이들과 결혼한 신동욱(44) 전 백석문화대 교수, 서향희(38) 변호사가 당선자와 가장 가까운 피붙이 및 배우자다. 지만씨 부부 외아들로 초등학교 1학년인 세현(7)군은 당선자의 유일한 친조카다. 박 당선자는 각종 인터뷰에서 “단란한 가족을 보면 저 가족의 행복을 지켜드리고 싶다.”고 말해 왔다. 비운의 가족사를 겪으면서 평범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내외는 당선자 남매를 엄격하게 훈육했다. 어린 시절 청와대 생활을 하면서 특권의식이 몸에 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박 당선자는 1999년 쓴 ‘나의 어머니 육영수’에서 어머니에 대해 “부드러운 성품이셨지만 훈육방식은 엄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당선자가 성심여중 때 우연히 관용차량을 타고 등교했던 날 따로 불러 꾸짖을 정도였다고 한다. ●친·외가 대식구… 정·관·재계 ‘화려’ 지만씨는 16살 때 어머니를, 육군사관학교 3학년인 21살 때 아버지를 총탄에 잃고 방황을 거듭했다. 1986년 육군 대위로 전역한 이후 31살 때인 1989년 코카인 흡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이후 2002년까지 다섯 차례나 구속됐다. 그러나 고 박태준 전 총리의 도움으로 삼양산업(현 (주)EG) 부사장으로 취직한 이후 안정을 찾게 된다. 2004년 16살 연하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했다. 서씨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부산 중앙여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박 당선자는 지만씨 부부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동생이 막상 결혼을 한다고 하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서향희는) 동생과 아주 잘 어울리는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고 썼다. 그의 조카 사랑은 유별나다. 2005년 9월 서향희씨가 세현군을 낳자 “우리 가문의 귀한 아이가 태어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가문에 귀한 선물을 안겨준 올케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고….”라고 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당선자는 조카 소식을 듣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그가 최고회의 중간에 나간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007년 잃고 싶지 않은 세가지로 ‘조카 세현이’를 꼽았다. 최근 한 여성지 인터뷰에선 조카가 가장 사랑스러울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태어나서 저와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나면 케이크가 없어도 허공에 대고 후후 하면서 촛불을 끄는 척하기도 한다.”고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케에 대한 박 당선자의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동생인 근령씨와는 몇 차례 갈등을 겪은 뒤 소원한 사이다. 경기여고,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근령씨는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언니의 개인비서를 자청해 활동하다 10·26을 맞았다. 1986년 4월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90년 귀국한 근령씨는 언니로부터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3남매 간에 운영권을 놓고 18년여간 지리한 다툼이 이어진 끝에 자매 사이는 틀어졌다. 근령씨는 현재 한국재난구호 총재, 대한댄스스포츠실업연맹 총재, 세계바둑표준화협회 이사장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올해 4·11 총선 때 무소속으로 어머니 고향인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출마했지만 곧 사퇴했다. 지만씨 부부는 몇 차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수감 중인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의 개인 친분, 서 변호사가 이 회사 법률고문을 맡았던 전력 등이 그것이다. 서 변호사는 결혼 이후 활동 반경을 크게 넓혀 왔다. 씨엔에이치(CNH) 감사, 케이엠에이씨(KMAC) 사외이사,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 운영위원, 코오롱 법률고문 등 각종 사외이사, 법률고문 경력이 화려하다. 2009년 4월엔 대전고검장을 지낸 이건개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주원을 설립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주원에서 탈퇴해 법무법인 새빛을 설립, 공동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 이후 별다른 경력이 없던 서 변호사의 약진은 박 당선자의 후광 효과라는 말도 나왔다. 서 변호사는 2007년 뉴욕과 바하마를 다녀온 여행기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고 2009년엔 하루 81홀을 도는 철인골프대회에 출전해 화제를 뿌렸다. 이런 그에 대한 언론 관심도 지대하다. 서 변호사가 지난 7월 세현군 영어연수 차 홍콩으로 출국한 것을 두고 박 당선자의 사전 가족관리라는 세간의 평도 나왔다. 근령씨와 2008년 10월 결혼한 신동욱 백석문화대 겸임교수는 14살 연하이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다. 근령씨는 1982년 풍산그룹 창업자의 아들과 결혼했다 6개월 만에 이혼한 바 있다. 신 교수는 부산 성도고, 경상전문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했다. 영화 수입 일을 하다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5년 말 한나라당 디지털정당 위원장에 응모, 한나라당 전국위원이 돼 정계에 입문했다. 2008년 총선 때 서울 중랑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신 교수는 지난해 8월 박 당선자와 지만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판결을 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박 당선자는 직계가족은 단출하나 친인척들은 친·외가 양쪽으로 화려하다. 정·관계는 물론 사돈관계를 통해 연결된 기업인과 재벌가 인물들이 많다. 정치권에선 박 당선자의 사촌오빠이자 4선을 지낸 박재홍 전 의원, 외삼촌인 5선 육인수 전 의원, 사촌형부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한승수 전 총재가 있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정권 2인자로 김대중 정부 때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형 박상희의 딸인 박영옥씨 남편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조카사위다. 한 전 총리는 육영수 여사 언니인 인순씨 딸 홍소자씨와 결혼했다. 박 당선자에게도 한 전 총리는 사촌형부가 된다. 한 전 총리의 사위가 고 김진재 전 국회의원 아들인 김세연 국회의원이다. 박 당선자의 이모인 육인순씨는 전 혜원학교 이사장을 지냈고 남편 홍순일씨 사이에 3남 5녀를 뒀다. 딸 소자씨는 대한적십자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딸 은표씨와 재희씨는 정치인과 결혼했다. 은표씨는 재무부국장, 농수산부 장관 등을 지낸 장덕진 전 의원과, 막내 재희씨는 기업인이자 11대 국회의원이었던 윤석민 전 의원과 결혼했다. 윤 전 의원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서주산업) 명의로 불법 융통어음을 발행해 32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김희철·허동수 회장 등 ‘사돈 인연’ 박 당선자의 막내이모 육예수씨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조태호씨와 결혼했다. 선거운동 때 박 당선자 지원유세에도 나섰던 가수 은지원씨는 5촌 조카로 박 전 대통령 누나인 귀희씨 손자다. 재계 쪽으로는 친가 사돈관계를 통해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 연결되어 있다. 박 후보 친사촌인 박설자씨가 벽산그룹 김인득 창업주 둘째 아들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과 결혼했다. 김 회장 형인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은 허동수 GS 칼텍스 회장 누나 허영자씨와 결혼해 먼 관계이기는 하나 허 회장과 박 당선자는 사돈지간이다. 친인척이 많다 보니 이에 얽힌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다. 박 당선자 사촌인 박준홍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친박연합’을 만든 뒤 3500만원을 받고 시의원 공천을 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지난해 9월엔 박 후보의 5촌 조카인 박용수씨가 또 다른 5촌인 박용철씨를 채무 등의 이유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학칙 개정 자율권 줬더니 교장의 징벌권 대폭 강화

    올해부터 초·중·고교 학교규칙에 대한 학교장의 자율권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상당수 학교가 교장의 학생 징계 및 지도 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학칙을 고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장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학칙을 고치거나 만들 때 반드시 내부 의견을 받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인 동의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19일 일선 학교 현장에 따르면 상당수 학교가 학생 징계와 지도에 대한 학교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서울 D초등학교는 지난달 학칙을 고쳐 ‘교내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이수·1회 10일 이내 연간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등 학교장이 내릴 수 있는 징계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개정 이전에는 별도의 학교규정에 명시했던 징계의 종류를 학칙으로 격상시켰다. 서울 M초등학교는 학칙에 ‘징계 외의 지도’ 조항을 새롭게 추가했다. ‘학교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구두주의·격리·상담·특별과제 등의 방법으로 훈육·훈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교육상 필요한 때를 ‘수업에 방해를 주거나 행동이 바르지 못한 학생이 학급의 질서를 무너뜨릴 경우’로 규정했다. 두발·복장 등 용모,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도 새롭게 학칙에 추가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학교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지도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학교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것은 올 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학칙 제·개정 이전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듣도록 했지만 이러한 과정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학교장의 징계 및 지도 권한이 강화되자 학부모와 일부 교육시민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M초등학교 학부모 김모(39·여)씨는 “교장의 눈 밖에 나면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교장의 권한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학교장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면서 “학칙 제·개정 시 전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여대 학군단(ROTC)에서 복무 중인 장교가 간암 진단을 받은 홀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절반 넘게 이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 훈육관인 오윤정(33) 대위는 지난 7월 20여년 동안 B형 간염으로 고생하던 어머니(56)가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종양 부위를 절제해야 했지만 병원 측은 암세포 때문에 절제가 어렵다며 간 이식 수술을 권고했다. 오 대위는 간 제공을 자청해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7시간에 걸쳐 자신의 간 65%를 어머니에게 떼어 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모녀는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 대위는 2002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언니와 남동생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 왔다.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에서는 “수술 뒤 군 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오 대위는 “홀로 자식을 키우며 누구보다 고생이 많았던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수술을 자원했다. 2004년 여군사관학교 49기로 입대한 오 대위는 초군반 과정을 전체 1등으로 마친 뒤 여군이 드문 보병 병과를 선택해 중대장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성신여대 학군단에서 사관 후보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 대위의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에서도 지원이 잇따랐다. 오 대위에게 교육을 받은 성신여대 학군사관후보생 30명은 헌혈증 350장을 모아 오 대위에게 전달했고 성신여대 교직원들도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장인 구덕관 중령은 “오 대위는 사명감과 열정이 투철하고 근무 성과가 출중한 보기 드문 재원”이라고 평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숙대 ROTC 세네~

    숙명여대 학군사관후보생(ROTC)들이 올 대학별 군사훈련에서 남자 학군단을 제치고 종합 1위에 올랐다. 6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숙대 ROTC 51기(4학년) 29명은 올 초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진행된 2주간의 동계훈련에서 전국 109개 학군단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후배들도 힘을 보탰다. 숙대 ROTC 52기(3학년)도 올해 처음 참가한 4주간의 하계 훈련(7월)에서 각개전투와 수류탄 등 5과목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며 학군단 중 1위를 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종합 성적에서도 숙대 ROTC는 1위에 올랐다. 점수를 매긴 논산 육군훈련소 교관들도 여자 후보생들의 독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 김나미 숙대 훈육관은 “수류탄 투척은 팔 힘이 달리는 여학생들에게 불리한 과목이지만 입학 후 예외 없이 훈련에 매달리게 한 결과 1등에 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5년전 탐험 행사서도 가혹행위…

    국토 대장정에 나섰던 10대 청소년들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모 탐험대 총대장 강모(55)씨가 구속됐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민달기 판사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등이 있다.”며 동해해양경찰서가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씨는 동해해경 유치장에 수감됐다. 앞서 사진 등 해명자료를 갖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강씨는 “3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다. 떳떳하고 부끄러움이 없다.”면서 “나처럼 국토 대장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추행은 얼토당토않다. 배 안에 많은 사람과 관광객이 있는데 어떻게 성추행이 일어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때린 부분은 인정하지만 학생들이 힘들어서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대한 체벌이고 훈육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씨는 지난달 30일 울릉도 성인봉을 등반하던 중 C(15)양이 힘이 들어 올라가지 못하겠다고 하자 폭력을 행사해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힌 것은 물론 C양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몸과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만지는 등 6명의 참가 청소년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 조사에서 강씨는 2007년에도 자신이 주최한 탐험행사에서 참가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해 1년 2개월의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한국 교육도 K팝처럼 붐 일으킬 수 있어”

    “한국 교육도 K팝처럼 붐 일으킬 수 있어”

    11년 전 충남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20대 초반의 청년은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한국의 교육 문화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2006년 한국식 교육의 장점을 도입한 학교를 세웠다. ●천안서 원어민 교사… 한국 교육에 감명 그로부터 6년 뒤 다시 한국을 찾은 세스 앤드루(32) 교장은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교육도 K팝처럼 한류에 편성해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15일부터 열리는 ‘제1회 EBS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2006년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 빈민가인 할렘에 ‘데모크라시 프렙스쿨’을 세운 앤드루 교장은 훈육, 존중, 열정, 책임감, 성실 등 한국적 교육의 가치를 자신의 학교에 고스란히 옮겨 놨다. 한국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방과 후에는 태권도와 탈춤 등을 가르쳤다. ●한국어를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 이 학교 9~11학년생 185명은 한국어를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다. 오후 3시면 마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읽기와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오후 5시까지 남아 수업을 하도록 했다. 앤드루 교장은 “처음에는 사람들이 ‘학교에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데 한국어를 왜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느냐’며 의아해했지만 한국적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교장의 이러한 철학은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고교생 졸업시험에서 영어 99%, 수학 98%의 통과율을 기록해 뉴욕주 평균을 훌쩍 넘었다. 우수한 학생들만 모인다는 특수목적고에도 뒤지지 않았다. 2010년에는 뉴욕시 최우수 차터스쿨로 선정되었고 2010~2011학년도 학교 진척도 평가에서는 뉴욕시 125개 차터스쿨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데모크라시 프렙스쿨의 교훈인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세상을 변화시키자’ 역시 앤드루 교장이 한국에 있을 당시 익혔던 교육 목표다. 그는 “한국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학생 개인의 가정환경과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에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식 교육은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면서 “미국, 특히 할렘과 같은 곳에서는 이런 믿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교육의 단점은 창의성 부족” 한국식 교육에 매료된 그도 한 가지 아쉬움을 꼽았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은 창의적 교육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면서 “단점을 제외하고 좋은 점만 우리 학교 교육에 적용하려 한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시민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길섶에서] 훈육의 어려움/구본영 논설위원

    학교 폭력의 양태가 갈수록 패악적으로 변하고 있다. ‘군사부(君師父)일체’라는 유교 덕목이 사라진 지는 오래된 느낌이다. 초등·중학생이 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지경이니 말이다. 이런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는 데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교육을 맡은 부모의 책임도 적잖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훈육이라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느낀다. 그래서 유대인의 생활 지혜를 담은 ‘탈무드’의 한 구절을 읽고 무릎을 쳤다. “아이를 꾸짖을 때에는 한 번만 따끔하게 꾸짖고 언제나 잔소리로 오래 꾸짖어서는 안 된다.”는 경구다. 과도하게 감정을 실어 나무라면 반발심만 초래하고 개선 효과는 적다는 뜻일 게다. 이따금 시쳇말로 “전통 윤리나 예절이 물구나무 선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선생이나 부모 노릇하기도 쉽지 않은 세태지만 어쩌랴. 훈육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는데. “화가 났을 때 말하라. 그러면 평생 최고로 후회하는 연설을 하게 될 것”이라는 비어스의 명언이 생각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청소년 왕따, 남 탓말고 내 아이 교육부터 잘 합시다

    비교적 최근까지 청소년 사회의 ‘왕따’ 문제로 여론이 펄펄 끓었다.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단지 냄비의 표면이 식었고,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시선이 다시 연예계와 스포츠계, 그리고 불교계 등으로 분산됐을 뿐이다. 왕따가 독버섯처럼 번져 가는 원인은 뭘까. 학교 선생님들의 훈육이 잘못돼서? 가정 교육이 덜 돼서? 아니면 아이 스스로 악한 본성을 타고 났기 때문에? 누군가 잘잘못의 원인을 자신 밖에서만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어른”이라며 “옆집 불구경하듯 슬그머니 남 탓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 교육부터 잘하시오!”라고 일갈한다면 여기저기서 박수깨나 받을 듯하다. ‘내 아이가 보내는 SOS’(푸른 영토 펴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겪고 있거나, 혹은 겪게 될 문제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아이들의 문제가 오로지 가정 교육의 결여 때문에 생겼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배승민)와 작가(심현정)가 함께 쓴 책이어선지, 건네는 화법은 조근조근하다. 한데, 담긴 내용만큼은 여간 차고 맵지 않다. 책은 아이의 일기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일기를 쓴다. 아이들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자신의 일기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기 속에 자신의 생활뿐 아니라 직접 말로 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담는다. 아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마음의 신호인 셈이다. 책은 아이들의 신호가 담긴 일기를 텍스트 삼아, 엄마가 주변과 자신을 돌아본 뒤, 전문의의 의견(Dr. Mom Says)을 구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여러 아이들의 일기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른이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점이다. 그게 여러 ‘사례’의 주요한 ‘원인’이란 뜻이다. 예컨대, 책은 왕따 피해를 당한 아이가 극단에 몰려 자살을 택한다 해도 가해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했다. 힘의 균형에 의해 강자는 약자에게 무슨 짓을 해도 된다, 약자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부던히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책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은 물론, 자신의 감정을 읽는 능력조차 키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양심과 죄책감을 요구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며 “결국 왕따는 가해나 피해 ‘아동’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 아이들 주변의 ‘어른들’ 문제”라고 지적한다. 1만 3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 국제여성영화제 열린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서울 국제여성영화제가 어느덧 14회를 맞는다. 새달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과 CGV송파, 한국영상자료원 등에서 30개국 120편(장편 44편, 단편 7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정치적 도피를 감행한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파울라 마르코비치 감독의 ‘더 프라이즈’가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전체주의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이뤄지는 파시즘적 훈육과 군대를 찬양하는 웃지 못할 의식들을 어린 딸 세실리아의 눈으로 그린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멕시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마르코비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과 프로덕션디자인상을 받았다. 서울 국제여성영화제의 얼굴 격인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최근 1~2년간 제작·발표된 여성감독들의 수작을 집중 조명한다. ‘파니핑크’(1994),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헤어드레서’(2010)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리스 되리 감독의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에 우선 눈길이 간다. 고국의 내전을 피해 베를린으로 떠나왔지만, 불법체류자인 탓에 불법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리나와 집 없이 떠도는 펑크족 칼리가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글렌 클로즈 주연의 ‘앨버트 놉스’ 국내 개봉이 요원한 터라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 연극 ‘앨버트 놉스의 혼자인 삶’에서 살아남고자 어쩔 수 없이 남장 여인이 된 비운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부터 클로즈는 영화화를 꿈꿨고, 30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클로즈는 주연과 공동각본을 맡았다.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이다. 이 밖에 배우 줄리 델피의 4번째 장편연출작 ‘스카이랩’과 폴란드 출신의 논쟁적 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와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만난 ‘엘르’,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베어상(동성애자 필름 부문)을 수상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 등도 두고 볼 만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북유럽 아빠’ 뜬다

    자녀에 대한 엄격한 훈육이 중심인 중국 엄마들의 ‘타이거 맘’ 교육법 대신 자연과의 교감과 자율성 등을 중시하는 ‘북유럽 아빠’식 육아가 글로벌 트렌드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에선 최근 스웨덴과 덴마크를 배경으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스웨덴 주부들의 인터넷 블로그가 유명해지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북유럽 가정의 라이프스타일과 육아법을 따라 하는 것이 최신 유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북유럽 아빠식 육아법의 핵심은 아빠가 자녀의 일상과 훈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21명의 아빠들에 관한 책 ‘스웨덴 아빠’의 저자인 요하나 칼슨 스웨덴 말뫼대 교수는 “스웨덴에선 아빠가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학교에 통학시키는 일이 일반적”이라면서 “외국인은 스웨덴의 아빠가 자녀의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큰 역할을 차지하는 걸 믿지 못하는데 16개월 유급 육아휴직 등의 사회적 제도를 통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날씨에 관계없이 산보나 피크닉 등 야외 활동을 즐기고,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방식도 북유럽 육아법의 특징이다. 스톡홀름에 거주하는 영국 작가 크리스틴 뎀스테더는 “스웨덴의 육아는 영국의 옛 세대가 아이를 키우던 단순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빠는 아들을 낚시터에 데려가고, 온 가족이 버섯을 따러 숲속에 간다.”고 전했다. 추운 겨울에도 엄마가 카페 밖에 유모차를 세워 두고 아이를 재우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는 점도 특이하다. 반면 체벌은 불법이며,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는 부모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일이든 자녀와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자녀를 소중히 여기지만 가족의 중심에 두지는 않는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방문했던 미국 심리학자 바버라 알몬드는 “아이가 울거나 짜증 내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자녀의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는 부모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7살 때까지 읽기 교육을 시키지 않고, 레고 놀이를 즐기는 습관 등도 북유럽 교육법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軍은 우리의 운명”

    “軍은 우리의 운명”

    육군 2포병여단 인사장교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박정자(35·여)대위의 가족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아버지와 세 딸 및 아들 5명이 모두 군 간부 출신이다. 아버지는 2008년 정년퇴임한 특전사 출신 박두봉(59)예비역 원사다. 박 대위의 동생들은 모두 ‘군인’이다. 4남매의 맏이이자 큰딸인 박 대위는 전남대를 졸업하고 2003년 장교로 임관했으며 둘째딸인 박정숙(33)대위는 학생군사학교 교육단 훈육관으로 복무 중이다. 셋째딸 박경숙(30) 예비역 대위는 해병대 통신중대장을 지내고 2010년 전역했다. 막내 동생인 박종민(23) 소위는 지난해 10월 임관해 육군2군수지원사령부에서 탄약소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 대위는 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릴때부터 ‘특전맨’으로 자부심을 갖고 사시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4남매가 군문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딸과 아들의 진로에 영향을 준 아버지 박두봉 예비역 원사는 1974년부터 34년간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11공수여단 행정보급관·주임원사를 지냈다. 박 원사는 “군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군인의 길을 가라고 권유하지는 않았다.”며 “나라의 녹을 먹는 군인은 누구보다 법과 규정,원칙을 솔선수범해 지켜야 상명하복의 리더십이 생긴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모두 군인인 탓에 막내아들인 박 소위는 어색한 경험도 해야했다. 그는 “지난해 임관 직전 3사관학교에서 양성교육을 받고 있을 당시 훈육장교인 둘째 누나와 마주쳤다. 집에서는 누나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눈도 못 마주쳤다.”고 회상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타이거맘 자녀 ‘고양이’ 된다?

    타이거맘 자녀 ‘고양이’ 된다?

    엄격한 훈육과 주입식 교육을 앞세운 중국식 양육법으로 지난해 전세계에 논란을 일으킨 ‘타이거 맘’에 맞서 아이의 자율성과 행복을 중시하는 ‘안티 타이거 맘’교육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타이거 맘은 중국계 2세인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교수가 호랑이 엄마처럼 무섭게 두 딸을 키운 양육경험을 쓴 책 ‘타이거 마더’에서 비롯됐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17일(현지시간) 타이거 맘의 자녀들이 또래보다 자존감이 낮고, 좌절감과 불안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타이거 맘 교육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티 타이거 맘’ 교육법에 앞장선 이는 데지레 바올리안 진 미시간주립대 조교수다. 공교롭게도 그녀 역시 중국계 미국인으로 두 딸을 키우는 엄마다. 진 교수는 곧 출간될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중국계 미국인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인 학생들에 비해 학교 성적이 높을수록 우울감에 빠지기 쉽고,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계 학생들에 비해서도 학업과 관련해 부모로부터 훨씬 시달림을 당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몇 시간을 공부할지, 어느 학교에 갈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사사건건 부모의 간섭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진 교수는 “조사 대상자 가족의 절반 이상이 교육 문제를 가장 중요한 가정사로 여기고 있으며, 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이 나쁠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적으로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응답이 나왔다.”면서 “부모들은 경쟁심 유발과 동기부여를 위해 자녀를 남들과 비교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자부심이 떨어지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끼는 등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의 안티 타이거 맘 교육법은 아이를 아이처럼 키우는 것이다. 학교 성적에 매몰돼 자녀가 느끼는 행복의 가치를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릴 때 중국에서 인자한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자라나 하버드대에 진학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자녀 양육에서 학교 성적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과 사회성 발달 등의 요소 또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도가니 보육원’

    보육원 생활지도원이 상습적으로 중학생 남자 원생들을 강제 성추행하고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제2의 도가니 사건을 연상케 한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6일 원주시내 한 보육원의 생활지도원 A(32)씨를 강제 성추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보육원생을 두 차례 폭행한 같은 보육원 사무국장 C(37)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2010년 4월부터 같은 해 11월 말까지 평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B(14·중2)군 등 원생 6명을 둔기로 여러 차례 때리고, 이 가운데 원생 2명을 속옷을 벗겨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또 보육원생 14명의 개인 통장에 후원금으로 들어오는 돈 1700여만원을 수년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은 사흘째 학교를 결석한 원생의 담임교사가 해당 보육원을 찾아가 상담하는 과정에서 폭행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훈육 차원에서 체벌한 것일 뿐 원생들의 주장은 과장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열린세상] ‘시티즌 오블리주’가 더 절실한 오늘이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시티즌 오블리주’가 더 절실한 오늘이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임진(壬辰)년 새해가 밝았다. 오리무중 속 우리 시민사회의 진로는 시계 제로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등장과 총선, 대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선거의 해’가 몰고 올 불안정성이 우리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한 세기 전 아픈 역사의 기억이 가슴을 찢는다. 조선왕조가 기울어 가던 개화기(1876∼1910)의 시대적 과제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근대 국민국가를 세우는 데 있었다. 그때 우리는 양반과 상놈의 신분제 사회를 넘어 민족을 단위로 한 ‘국민 국가 만들기’(nation building)에 실패했다. 우리의 지도층은 나라를 식민지로 전락하게 만들었고, 백성들은 국민으로 거듭나지 못해 일왕의 신민(臣民)이 되고 말았다. 역사는 우리의 앞길을 비추는 등대다. 실패라는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오늘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시대적 소명은 둘로 요약된다. 하나는 민족을 단위로 한 통일된 국민국가 세우기라는 미완의 근대 과제 달성이다. 다른 하나는 혼혈인과 이주노동자와 같은 타자에 대한 차별 넘어서기, 남녀 동권의 양성 평등사회 만들기, 그리고 환경을 지키는 녹색성장 이루기 같은 근대 이후 과제이다. 이 두 과제도 중요하지만 우리 내부의 분열을 봉합하는 사회통합, 국민통합이 더 시급한 초미의 과제이다. 지금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역사는 반복하는가’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보수와 진보’, ‘친미와 반미’. 오늘 우리 안의 이분법은 한 세기 전 망국을 초래한 ‘개화와 수구’, ‘친일과 반일’의 분열과 진배없다. 벌어진 골과 갈등의 날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국민통합의 상징인 화폐의 도안 인물이 이를 잘 보여준다. 건국에 공이 있는 인물이나 자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나 과학자들의 초상을 실은 외국과 달리 우리 지폐는 조선조 인물을 담는 역설을 범한다. 민주주의와 산업화의 초석을 놓은 이승만과 박정희, 문호 이광수, 양성평등을 외친 나혜석은 독재자와 친일파란 이유로 세종대왕, 이황, 신사임당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데 필수적인 역사교육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 국사교과서 서술지침을 놓고 벌어진 자유민주주의 논쟁이 웅변하듯 봉합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무상급식과 부자 증세 같은 복지문제, 4대강 사업과 원전 건설 같은 환경문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같은 교역문제를 둘러싸고도 좌와 우, 여와 야는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같이 파국을 낳을 뿐인 치킨게임만 일삼고 있다. 한 세기 전 조선의 망국은 전제군주와 특권 양반이 책임을 져야 한다. 통치의 객체에 지나지 않았던 백성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 다원화된 시민사회를 사는 오늘 이 땅의 사람들은 더 이상 훈육되는 통치의 대상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을 권리를 갖고 있는 시민은 통치의 또 다른 주체로 공동체의 번영과 안위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의 몫이 있다. 그렇기에 권력자나 지배세력의 리더십만이 아닌, 시민사회의 펠로십(Fellowship)도 중요하다.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배려와 나눔을 체화하는 정신적 성숙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시민 모두가 자신보다 못한 사회적 약자와 타자의 권리 보호에도 눈을 돌리는 교양 있고 품격 있는, 깨어 있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일기 시작한 안철수 돌풍이 웅변하듯 시민사회는 구태의연한 기존 정치세력에 식상했다. 우리 시민사회는 갈등을 해소하고 분열을 통합하는 치유의 리더십에 목이 말라 있다. 아직 논란의 불씨는 남았지만,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막는 것이 위헌이라는 유권해석을 냈다. SNS가 만들어낸 새로운 시민 공론장이 어떤 역사적 변화를 이끌어 낼지 자못 궁금하다. 더 가진 자의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만큼이나, 시민 개개인이 갖추어야 할 도리와 의무인 ‘시티즌 오블리주’(citizen oblige)가 더없이 필요한 오늘이다.
  • 사흘마다 회초리… 中 ‘늑대아빠’ 열풍

    “사흘에 한번 매를 드니 아이가 베이징대에 합격하네!”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자녀 네명 가운데 세명을 명문 베이징대에 진학시킨 중국 남부 광둥성의 사업가 샤오바이유(蕭百佑·47)는 요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가 하면 주변 친지들로부터 아이를 맡아 교육시켜 달라는 부탁도 잇따른다. 에이미 추아(중국명 차이메이얼)의 ‘호랑이 엄마’(虎?)에 이어 이번엔 샤오바이유로 대표되는 ‘늑대 아빠’(狼?)가 중국 부모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호랑이 엄마’가 엄격한 규칙을 정해 놓고 아이들에게 이를 반드시 준수토록 한다면 ‘늑대 아빠’는 수시로 매를 들어 아이들을 훈육시킨다. 대부분 한 자녀만 두고 있어 아이들을 황제처럼 떠받드는 중국 가정에서는 흔치 않은 교육법이다. 특히 샤오바이유의 ‘매 교육법’은 가정폭력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샤오바이유는 ‘사랑의 매’가 자녀들을 올바르게 키운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지키도록 했고, 잘못한 후에는 반드시 매를 들어 규정위반에는 벌칙이 따른다는 점을 일깨웠다”면서 “매는 매우 틀림없고, 과학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국가에 국법이 있다면 자신의 가정에서는 매가 가법(家法)이라고도 강조했다. 매를 들어야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교나 선생님이 없다면 학생의 진보가 있을 수 없다.”면서도 “가장이 학교 교육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자녀교육 방법을 모른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더욱 발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정에서의 ‘사랑의 매’가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 형성을 이끌어 줬고, 그것이 학교교육과 조화를 이뤄 명문대 진학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해수욕장 뒤짚어 놓은 임자 없는 옷 한벌

    해수욕장 뒤짚어 놓은 임자 없는 옷 한벌

     말복을 앞둔 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물가로 모여들고 있으며 갑자기 모여든 인파 때문에 물가에서는 갖가지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仁川) 송도(松島)에 마련된 여름경찰서를 찾아 바다와 피서 인파가 빚어낸 각종 신고와 얘깃거리를 모아 보면-. 제1화=배표 사러 노숙(露宿)하다 감기 걸려 바캉스 망친 4아가씨  A=정말 찌는 듯이 더운 날씨입니다.  D=어쨌든 예년에 없던 더위예요. 하인천(下仁川)에 있는 연안부두여객 터미널에 잠깐 들러봤는데 섬으로 가려는 피서객이 어찌나 많은지?  B=배표를 못 사서 노숙(露宿)까지 한다면서요?  C=옛날에 쌀배급 탈 때 하던 식이군요.  D=김(金)모양 최(崔)모양 등 어느 직장에 근무하는 아가씨들 4명이 덕적도로 가기 위해 내려 왔는데 배표를 못 샀어요. 여관에 가서 자고 아침에 나오면 그동안에 배표가 다 팔려 버릴까봐 4명이 모두 그 자리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아침에 배표를 사기는 샀는데, 뜬눈으로 밤을 새운 데다 바닷바람에 그만 감기가 들어버렸다는군요. 4명이 일제히 콜록콜록 하면서 기진맥진, 결국 배표를 다시 무르고 서울로 되돌아갔나봐요. 제2화=숲속에서 잠자다가 익사자로 몰린 취객(醉客)  B=다음은 송도(松島)해수욕장 얘기나 해볼까요. 이곳 유원지의 총면적은 11만4천평이고 그 중 수영장의 넓이는 2만1천평이에요. 그 넓은 터에 모여드는 피서객은 보통 2만여명쯤 되지요.  E=올해는 훨씬 더 많았어요. 아마 매일 3만명씩은 들어왔을 거예요.  B=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여들다 보면 정작 익사자가 생겨도 그 당장은 확인할 길이 없어요. 저녁 8시 수영금지 시간이 되고, 탈의장에 맡긴 옷이 남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만 알 수가 있단 말입니다.  지난 달 29일이었을 거예요. 탈의장 검사 결과 임자 없는 옷 한벌이 발견됐어요.  주민등록증을 보니 서울에 사는 30살의 박(朴)모라는 청년이더군요. 올해 들어 처음 생긴 사고라 우리 여름경찰관 20명은 전원 긴장해서 익사체 찾기 작업을 벌였지요.  E=해수욕장 자체 구조원 15명도 합세해서 대대적인 작업을 벌였답니다.  B=하여튼 해수욕장 밑바닥을 싹 훑었어요. 그런데 걸리느니 그저 깡통이나 걸레조각 뿐이지 영 사람의 시체가 나타나지를 않더군요, 송도해수욕장 주인을 불러서 물을 모두 빼달라고 지시했지요.  A=물을 한번 뺐다가 다시 새 물을 넣으려면 경비가 50만원 가량 든대요.  B=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죽은 사람의 시체는 찾아놓고 봐야 할 게 아닙니까. 그 때가 아마 밤 11시쯤 됐을 거예요. 주인도 할 수 없이 물을 빼려고 하는데, 어두운 숲 속에서 어떤 사람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지 않겠어요? 누구냐고 물었더니 서울에서 놀러온 박(朴) 아무개라고 하더군요.  E=술을 마시고 숲속에서 한잠 자다가 오는 것이라나.  B=반갑기도 하지만 어찌나 약이 오르는지,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어요.  제3화=고교생 혼성 캠핑 단속한 경찰관에 바락바락 대든 남학생  A=8월1일부터 남녀 혼성 캠프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읍(습)니다만 7월까지만 해도 사실 눈꼴사나운 일들이 종종 있었어요.  E=나이든 어른들보다 20대 젊은층에 그런 일은 더 많을 것 같더군요.  A=그게 아마 지난 달 20일 전후였을 거예요. 조그마한 텐트에 남녀 고등학생 8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모두 이리로 데려 왔지요.  B=고등학교 2학년생들이라는 데 여학생들은 모두 어린애들 같더군요.  A=신원을 알아보니 인천(仁川) 시내 모 고등학교와 모 여자고교 학생들임이 분명하더군요.  어째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은 텐트에서 자려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글쎄「그런 걸 뭣 때문에 묻느냐」「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끌어 왔느냐」면서 바락바락 대들지 않겠어요.  B=법대로 처리하자면 모조리 경범죄 대상이니까 충분히 구류 처분까지 시킬 수 있지요.  A=그러나 역시 학생이라 그럴 수도 없고 할 수없이 학교에 연락해서 훈육담담 선생님을 나오게 했지요. 경찰로서는 처벌하지 않고 일단 학교에 넘겨 줄테니 학교측 재량으로 처리하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이튿날 그 학생의 부모가 떼를 지어서 이리로 왔어요.  B=뭘 따질 게 있어서 저렇게 몰려 나오나 하고 저는 은근히 떨었어요.  A=그런데 그 학부모들 정말 고맙더군요. 자기 자식들이 탈선하기 일보 직전에 구출해 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제4화=5시간 보호한 미아(迷兒) 찾아온 어머니가 어린애 볼기를 “철썩”  C=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으레 보호자를 잃어버리는 미아가 생겨서 말썽을 부리곤 하지요.  D=이곳에서도 보통 하루에 20명꼴로 미아가 생긴답니다. 물론 나중에는 부모들이 모두 찾아갔읍(습)니다만-.  C=2,3일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서울 말을 쓰는 다섯살짜리가 엉엉 울고 있기에 마아보호소에 데려다 두고 곧 방송을 했지요.  꼬마의 이름은 물론 생긴 모습, 수영복 빛깔까지 몇번 되풀이 방송하면서 찾아가라고 했단 말입니다. 방송을 10분에 한번씩 하니까 아마 수십번을 했을 거예요.  점심때 데려 왔는데 6시가 넘어서야 겨우 어떤 아주머니가 나타나더니「너 왜 여기 와 있니」하면서 큰 소리로 야단치지 않겠어요. 5시간이 넘도록 부모를 찾았다고 야단치지 말랬더니 막무가내 였어요. 우리더러 고맙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꼬마의 엉덩이만 철썩철썩 때리면서 끌고가는데 정말 보기 민망하더군요.  <정리 이의재(李義宰)·이용희(李容熙)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8월12일 제6권 32호 통권 제252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사설] 땅에 떨어진 교권 이대로 둘 것인가

    교권 추락 현상이 한계를 넘어섰다. 지난달 19일 광주광역시에서 여중생이 여교사와 머리채를 잡고 싸우더니 지난 1일에는 대구의 한 중학생이 담배를 압수하며 꾸짖은 교감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을 차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 학생은 한 달 전에도 수업시간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려는 여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교실 유리창을 깼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비슷한 때 교사가 학생을 꾸짖자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테이프의 절단부로 이마를 긁어 피를 흘리는 등 자해 소동을 벌인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교권의 참담한 현주소다. 이런 상태에서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교권이 이렇게 붕괴된 데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체벌을 전면금지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는 등 교권은 뒷전인 채 학생 인권만 내세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여기다 툭하면 교사에게 대드는 학생들의 무례한 행동, 학부모의 ‘비뚤어진’ 자식사랑 등도 교권 추락에 한몫했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학생생활지도 등 교육활동은 위축된다.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한테서 폭행을 당해도 징계를 받을까봐 교육청에 보고하지도 않고 쉬쉬하며 넘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학생한테 폭행당한 교감도 처음에는 교육청에 보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감인 나도 맞았는데 여교사는 어떻겠는가.”하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교사들이 주눅들면 학생들의 훈육에 소극적이고 냉소적으로 바뀌게 된다.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 교권은 백년대계인 교육의 핵심 요소다. 학습 못지않게 학생의 품성과 인성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교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서야 어떻게 학교가 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겠는가. 미래세대가 올바르게 자라고 법질서를 준수하는 민주시민이 되는 데는 학교 현장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권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학교현장은 체벌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교사가 따금하게 나무랄 수도 없게 돼 있다. 그래서 일정 부분 간접 체벌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사가 폭행을 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도 있어야 한다. 교권도 학생 인권 못지않게 적극 보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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