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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념 대상자 추가할 수 있게 국민의례 규정 재개정 예고

    올해 초 “묵념 대상자를 한정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국민의례 규정이 개정돼 행사 주최 측에서도 묵념 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행정자치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의례 규정(대통령훈령)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월 행자부는 국민의례 규정을 개정하면서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해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침몰사건 희생자 등이 ‘공식’ 묵념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행자부는 문제가 된 조문을 “묵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하여 함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행사 주최자가 행사 성격상 필요한 경우 묵념 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다”고 고쳤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육군, 동성애자 색출 위해 함정수사 등 불법” 추가 증거 공개

    “육군, 동성애자 색출 위해 함정수사 등 불법” 추가 증거 공개

    육군본부가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을 위해 함정수사 등 기획수사를 벌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추가 증거가 공개됐다. 현행법상 위법인 군인의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기 위해 적법한 과정을 거쳐 수사를 했다는 욕군 측의 해명이 틀렸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은 왜곡으로 점철된 여론 선동으로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육군 중앙수사단의 불법 수사 증거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수사단이 동성 간 성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동성애자 군인을 무차별적으로 수사 대상에 올렸다는 증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단서 삼아 수사를 개시한 사례가 있었다. 또 게이 데이팅 앱을 이용해 여러 건의 함정수사를 벌였다. 그리고 수사 대상자를 회유해 다른 군인들에 대한 탐문 수사, 즉 ‘네가 알고 있는 다른 동성애자 군인을 대라’라는 식이다.군인권센터는 “D하사는 E중위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여 얻은 정보에 군인과 연애를 했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수사 대상자가 되었다”면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 없었음에도 동성과 연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식별’ 활동을 금지한 국방부 훈령 제1932호 제254조 1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 군인권센터는 홍모 수사관이 G중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G중사에게 게이 데이팅앱에 접속해서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H중위가 답장을 보내자 홍 수사관은 H중위의 얼굴 사진을 보내주도록 요구하라고 G중사에게 지시했고, 이렇게 확보한 사진을 다른 수사관에게 전달했다. 심지어 즉석만남을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도록 G중사에게 지시해 “성관계까지 유도했다”고 군인권센터는 밝혔다. H중위는 이 제안을 거부했지만 얼굴 사진으로 이미 신원이 식별된 뒤라서 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군인권센터는 중앙수사단이 H중위 말고도 게이 데이팅앱을 활용해 무차별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동성애자 추정 군인들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 소속 부대가 군인과의 성관계 여부 등을 알아내도록 G중사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여러 피해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모두 휴대전화에 게이 데이팅앱을 설치해두고 있었다”면서 “성관계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게이 데이팅앱에 수사대상자를 잠입시켜 신원을 확보하고 성관계를 유도하여 적발하려 한 것은 명백한 함정수사이며 이는 곧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중수단 홍 수사관과 한 수사대상자 사이의 통화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홍 수사관은 “걔는 성향이 뭐야”라는 등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다른 군인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협박, ‘아웃팅’(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성정체성을 불특정 다수에게 폭로하는 일), 피의사실 공표 등 불법행위도 이뤄졌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피해자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고, 외부기관에 진정을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기획수사의 발단이 된 현역 병사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경우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수사단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신원을 식별해 ‘색출’에 나선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군인권센터는 육군 측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간부 1명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린 현역병 A씨에 대한 수사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면서 “문제는 육군 중앙수사단이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동성애자 군인들을 식별하고 색출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 사건은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 18명은 모두 다른 부대 소속이다. 지휘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A씨를 제외하고는) 영상을 게시한 사례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육군이 발표한 반박 자료에는 이와 같은 사건 경과가 모두 생략되어 있다”면서 “(현재 수사 대상자가 된) 이들 피해자를 더 이상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매도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수사를 지시했다는 정황을 추가 공개하기도 했다. 사건이 군 검찰로 송치되지도 않았던 시점에 육군 법무실 고등검찰부(고검)가 기소 지침을 일선 부대에 하달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이런 기획수사는 통상적으로 중앙수사단장이 육군참모총장에게 가서 결재를 받도록 되어 있다”면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 없이는 이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임 소장은 “(육군참모총장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에서 동성애자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 소장은 “주말 사이에 육군에서 해군으로 수사가 옮겨간 것을 확인했다”면서 “육군 중수단이 해군 중위 한 명을 포착해서 해군 중수단에 사건을 이첩해 중위 한 명이 대면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중수단 수사관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육군참모총장, 동성애 군인 색출 지시 논란

    한 시민단체가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색출을 위해 기획성 수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육군본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13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과정에서 각종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장 총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센터 관계자는 “장 총장 지시를 받은 육군 중앙수사단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고, 올해 2월과 3월에 육군에서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40∼50명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 선상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사팀이 성관계 시 성향, 체위, 콘돔 사용 여부, 첫 경험 시기, 성 정체성 인지 시점 등 추행죄 구성요건과 무관한 성희롱성 질문을 했다”며 “이는 동성애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수사는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평등 취급, 동성애자 식별활동 금지,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사생활 관련 질문 금지 등을 규정한 부대관리훈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군대에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92조 6항이 사실상 ‘동성애 금지법’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2002년과 2011년, 그리고 지난해 헌법소원 심판에서 해당 군형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육군참모총장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형사처벌 지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획수사가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했고, 인권 및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육군참모총장, 동성애자 군인 색출해 처벌 지시했다”

    “육군참모총장, 동성애자 군인 색출해 처벌 지시했다”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과정에서 대상자들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장준규 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 6항 추행죄로 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올해 초 복수의 피해자들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장 총장의 지시를 받은 육군 중앙수사단은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2~3월 육군에서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40~50명가량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선상에 올렸다. 센터는 “성관계 등의 물적 증거도 없이 동성애자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몰래 동성애자 군인을 식별한 뒤 수사 대상을 선정했다”면서 “성 정체성만으로 수사를 개시한 것은 성적 지향을 문제삼은 차별이자 반인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수사팀은 대상자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접근해 기습 수사했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람에게는 ‘부대에서 아웃팅(동성애자라는 사실이 강제로 알려지는 것)될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관계시 성향, 체위, 콘돔 사용 여부, 첫경험 시기, 성 정체성 인지 시점 등 추행죄 구성요건과는 무관한 성희롱성 질문을 해 수사 대상자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육군 중앙수사단의 이런 행태는 동성애자 병사의 평등 취급, 동성애자 식별활동 금지,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사생활 관련 질문 금지, 동성애자 입증 취지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 금지 등을 규정한 부대관리훈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번 사건은 성적 지향에 대한 육군의 천박한 인식을 보여주고, 계속 위헌 시비에 휘말리는 군형법 92조 6항이 동성애자 군인 색출 등에 악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라면서 장 총장이 이에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는 정훈공보실장 명의로 “‘육군참모총장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형사처벌 지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육본은 “중앙수사단은 SNS에 현역 군인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것을 인지하고 관련자들을 식별해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법적 절차를 준수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군내 동성애 장병의 신상비밀을 보장하고, 타인에 의한 아웃팅은 제한하고 있다”면서도 “현역 장병의 동성 성관계는 현행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공직체험] 집배원이라 쓰고 섬대표로 불린다

    [공직체험] 집배원이라 쓰고 섬대표로 불린다

    따뜻한 바닷바람이 봄의 시작을 알리던 지난달 27일.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3시간 가까이 파도를 헤쳐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항에 도착하자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섬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뱃멀미로 정신이 없던 기자 앞에 얼굴이 까맣게 탄 한 남성이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삼륜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16년째 홍도에서 ‘1인 집배원’으로 살고 있는 정대웅(44)씨였다. 그는 배 화물칸이 열리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뭍에서 온 편지와 비와 소포 꾸러미를 오토바이에 옮겨 실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우편 주머니를 들었더니 생각보다 꽤 무거웠다. 정씨는 “초짜가 이런 일 하면 허리 다친다”고 나무란 뒤 삼륜차 화물칸에 기자를 태워 산 중턱 홍도우체국으로 올라갔다.# 220가구의 소식을 싣고… 해가 지면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고 해서 이름붙은 홍도(紅島)는 580여명, 220가구가 오손도손 모여 사는 작은 섬이다. 이곳의 유일한 집배원인 정씨는 육지 소식을 가장 먼저 배달하는 ‘일꾼’이자 뭍과 섬을 연결하는 ‘전령사’다. 홍도우체국은 다른 곳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10시 30분쯤 섬으로 오는 배에 우편물을 보내려는 주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보내는 택배물품을 처리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많을 때는 하루 접수 물량이 300개나 되는데, 대부분은 도시 주민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해산물과 뭍에 사는 자식에게 선물로 보내는 건어물이다. 접수받은 우편물을 삼륜차에 실어 항구에 옮겨놓은 그는 목포행 쾌속선에서 가져온 우편물을 지역에 맞춰 분류해 나갔다. 매일 홍도로 오는 우편물은 편지(신문 포함) 약 150통, 택배물 50개 정도.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우편 물량은 줄고 있지만 인터넷·모바일 거래가 늘어 택배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그가 항구 건너편 발전소에 우편물을 갖다 주려 길을 나섰다. 6년 전쯤 만들어진 나무 계단을 30분 가까이 걸어 작은 산 하나를 넘는 ‘난코스’였다. 계단이 생기기 전에는 등반용 줄을 잡고 기어서 올라갔단다. 너무 숨이 차 홍도의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작 이것 걷고 뭐가 힘들다고 이러냐”고 기자를 채근하는 정씨의 모습은 말 그대로 ‘상남자’(남자 중의 남자)였다.# 절해고도의 삶은 외롭지 않다 오후 2시 30분. 남은 우편물을 가방에 차곡차곡 담아 마을 곳곳을 누볐다. 정씨를 본 한 동네 할머니가 “이 잡것아. 그동안 왜 이렇게 얼굴을 안 비쳤냐”며 그의 입에 크게 썬 홍어 한 점을 밀어 넣었다. 정씨는 “지금처럼 어르신들이 음식이나 믹스 커피를 건네며 ‘애쓴다’고 말할 때 피로가 가신다”면서 웃었다. 홍도에서 나고 자란 정씨는 고교 졸업 뒤 서울과 부산 등에서 일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고 직장을 잃었다. 도시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고향인 홍도로 내려와 방황도 했다는 정씨는 시간 날 때마다 집 근처 우체국에 들러 틈틈이 일을 도운 인연으로 2001년 3월 정식 집배원(상시계약직)이 됐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년)이란 긴 제목의 영화를 보면 주인공 홍두식(김주혁 분)이 오지랖 넓게 동네 주민의 온갖 어려움을 샅샅이 파악해 모두 해결하는 ‘홍반장’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정씨가 바로 이 마을의 홍반장이다. 마을 구성원 대다수가 칠순 이상 고령인 홍도에서 정씨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공과금을 대신 내 주거나 보건지소에서 의약품과 구급약도 받아 준다. 섬에 딱 한 대 있는 우체국 현금지급기(ATM)에 가서 돈을 대신 찾아 주거나 반대로 돈을 부쳐 주기도 한다. 마을 주민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수 박스가 배로 들어오면 배달도 하고, 몸이 아픈 노인을 삼륜차에 태워 보건지소에도 데려간다. 편지를 돌리다 혼자 사는 노인 집에 들러 말벗이 되고 지붕에 물이 새면 직접 고쳐 주기도 한다. 며칠간 집에 인기척이 없거나 낯선 이가 의심쩍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경찰에 신고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집배원이기에 아무 대가 없이 주민들을 위해 해 주는 일이다. 우편 배달길에 만난 마을 청년회장 김영재(40)씨는 “대웅이형은 단순한 집배원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물류와 안전, 복지를 책임지는 사실상의 동네 대표”라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일을 끝낸 정씨가 고샅길을 따라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집배원 일이 고되지만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보람도 커 절해고도의 생활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15년 넘게 여름휴가 못 가 홍도에 없어서는 안 될 그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오래전 마흔을 넘겼지만 미혼이라는 것. “요즘은 이런 섬까지 시집올 아가씨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지만 그래도 결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않은 눈치다. 다만 이곳이 ‘1인 집배원 구역’이다 보니 단 하루도 섬을 비워 둘 수 없어 주말에 목포에 나가 맞선을 보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집배원 일을 시작하고 15년 넘게 여름휴가 한번 다녀오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정씨처럼 한 지역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1인 집배원 구역’은 전국에 50여곳이나 된다. 그의 소원은 남들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일주일짜리 휴가를 다녀오는 것과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주말을 온전히 쉬는 것이다. 때마침 1인 집배원 현황을 살피러 홍도를 찾은 황문영 전국우정노동조합 복지국장도 “강씨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우정사업본부 훈령 15조에는 집배원 인력의 3.5%를 여유 인력으로 둬 병가나 휴가에 대처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에서 해마다 300억~700억원씩 적자를 내다 보니 인력 충원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집배원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86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747시간)뿐 아니라 우리나라 평균(2113시간)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최근 5년간 85명의 집배원이 과로사 등으로 숨졌고 올해 들어서도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 정씨에게 ‘휴식’과 ‘가족’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인생의 봄날’은 언제쯤 올까. 글 사진 홍도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커버스토리] 나는 ‘9급 지방직’ 공무원…5급 되려면 29년 걸린다

    [커버스토리] 나는 ‘9급 지방직’ 공무원…5급 되려면 29년 걸린다

    ‘시민의 이불’로 불리는 공복이 있다.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23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29만여명(2015년 기준)의 지방직 공무원이다. 중앙정부가 국가를 덮는 지붕이라면 지방정부는 이불이다. 지붕이 뚫려 비바람이 샐 때 온기를 지켜 주는 마지막 보루라는 얘기다. 지방직 공무원들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각종 재난이 터지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마지막까지 제 몫을 한다. 이러한 보람과 안정적 고용 지위 때문일까. 지난해 7·9급 지방직 공무원시험에 도전한 이는 모두 25만 4295명이나 됐다. 이 가운데 19대1의 경쟁률을 뚫고 1만 3000여명만이 공무원증을 손에 쥐었다.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품고 현장에서 근무 중인 지방직 공무원의 삶은 어떨까. 공직사회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급여와 수당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직 공무원의 처우를 살펴봤다.‘43’ 평균 연령 # 지방직 평균 연봉 5648만원 ‘43.3세의 7급, 공직 경력 16.8년의 남성 행정직 공무원’ 데이터가 말해 준 대한민국 지방직 공무원의 평균적 초상이다. 중앙 부처 공무원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평균연령이 1살가량 많고, 공무원 경력도 1년 이상 길다. ‘현장 경험으로 단련된 노련한 공무원’으로 요약된다. 지방직 공무원 1인당 평균 연봉은 5648만원(광역 시·도 기준)으로 중앙직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 평균연봉(5892만원)보다 다소 낮았다. 광역시·도 중 공무원이 가장 젊은 곳은 세종시로 평균 42.8세였다. 대구는 평균 48세로 가장 많았다. 지방직 공무원이 속한 지자체 240곳은 각각 하나의 정부다. 각 지자체가 인사, 수당 등에 자율권을 가진 까닭에 같은 직급의 공무원이라고 해도 어느 곳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급여, 승진 등의 차이가 꽤 난다. 우선 급여에서 본봉은 지자체 간 차이가 없다.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직급·직렬 등에 맞게 매년 정해지는 같은 액수를 받는다. 월급 명세서에 찍히는 액수를 가르는 건 각종 수당과 맞춤형 복지비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복지비는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나 단체장의 철학에 따라 행자부 훈령인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안에서 각기 달리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당을 인정받는 최대 추가근무 시간도 지자체장이 노조와의 협상해 정할 수 있다. 또 업무 특성에 따라 장려수당을 지자체 능력 안에서 줄 수 있다. 쓰레기장과 화장장, 도축장 등 업무강도가 높은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주는 수당은 행자부에서 정한 상한선이 없다. 이웃 지자체 공무원이 야근·조근을 하고 수당을 얼마나 받는지는 공직사회의 큰 관심거리다. 서울신문이 17개 광역 시·도 공무원의 지난해 초과근무수당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월평균 41만 5300원을 받았다. 초과근무수당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서울시로 공무원 1명당 월평균 52만 789원이 지급됐다. 이어 울산시(51만 7420원), 충남도(49만 7549원), 경북도(48만 5620원), 경남도(48만 2130원) 등의 순이었다. 강원도 공무원은 지난해 월평균 21만 7600원의 초과근무 수당을 받아 가장 적었다. 서울과는 월평균 2배 차이가 났다. 강원도 관계자는 “수요일과 금요일은 ‘화목한 데이’로 지정해 6시에 퇴근하도록 하고 일을 가급적 집중력 있게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복지비인 ‘복지포인트’도 지자체마다 차이가 난다. 복지포인트는 공무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매년 지급되는데 복지전용 카드를 이용해 공무원연금매장과 병원, 서점 등에서 쓸 수 있다. 노사협상에 따라 지자체별로 제공 포인트를 정한다. 기본 포인트를 가장 많이 받는 광역지자체(2017년 기준)는 대구로 1인당 연간 114만원을 받았고, 충남도 111만원, 울산 110만원, 인천·광주 100만원 순이었다.‘43만’ 서울 자치구 月초과근무수당 # 곳간에서 인심 날까? 같은 서울이라도 25개 자치구별로 수당과 각종 복지 혜택은 차이가 났다. 흔히 생각하듯 ‘있는 집’(재정 형편이 좋은 자치구) 인심이 후했을까. 통계를 보면 새내기 공무원들은 그렇게 믿는 듯하다. 최근 5년간 서울시 7·9급 공채 합격자의 희망 근무지 순위를 보면 1위 송파구, 2위 서초구, 3위 중구, 4위 강남구 등이었다. 재정자립도 1위인 중구를 포함해 부자 동네로 알려진 ‘강남3구’가 포함됐다. 하지만 ‘팩트 체크’를 해 보니 꼭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건 아니었다. 자치구 중 기본 복지포인트가 가장 높은 곳은 중랑구로 210만원이었다. 중랑의 재정자립도는 25개 구 중 20위다. 이어 송파구와 노원구가 200만원, 관악구 195만원, 양천·용산구 190만원 수준이었다. 기본포인트가 가장 적은 곳은 서초로 140만원이었고, 성북구 154만원, 은평구 155만원 등의 순으로 적었다. 초과근무수당도 중구난방이었다. 지난해 직원 1명당 가장 많은 초과근무수당을 받은 곳은 강남구로 월평균 56만원이었다. 2위 중랑구 53만 8338원, 3위 송파구 53만 6796원, 4위 마포구 47만 7930원 순이었다. 재정자립도 등과는 일관된 비례 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가장 낮은 곳은 종로구로 31만 9312원을 받았고, 강동구 33만 3510원, 동작구 36만 4950원 순으로 수당액이 적었다. 하지만 복지포인트나 수당이 다소 많다고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민간 기업 직원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도 복지 혜택이 늘면 근로의욕이 높아져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랑구 관계자는 “실제 상급 지자체의 기술직 등 우수인력이 복지제도 등을 보고 우리 구로 옮겨 오고 싶어 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43’ 서울 자치구 月초과근무시간 # 5급 이상 여성공무원 11% 공직생활을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승진이 늦거나 빨라질 수 있다. 경기와 경남북, 전남북, 충남북 등 광역도에 9급으로 채용돼 초급 간부인 5급까지 승진하는 데는 보통 22.1년이 걸린다. 특별시인 서울시가 26.4년, 부산·인천 등 광역시는 평균 26.9년이 걸린다. 기초지자체인 자치구 공무원은 27.7년, 군 단위 공무원은 31.8년 걸렸고 시 단위 공무원은 32년 걸려 평균적으로 승진이 가장 늦다. 승진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9급→8급 2.5년 ▲8급→7급 4.8년 ▲7급→6급 10.1년 ▲6급→5급 11.6년 등이다. 9급 공무원이 5급까지 올라가는 데 걸리는 평균 연수는 29년인 셈이다. 중앙 부처 공무원은 ▲9급→8급 4.2년 ▲8급→7급 6.4년 ▲7급→6급 8.1년 ▲6급→5급 9.3년 등이었다. 9급에서 7급까지는 지방직 공무원이 더 빨리 승진하지만 6급부터는 중앙직 공무원이 승진 속도를 앞질렀다. 9급 중앙 부처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28년이었다. 지자체별로 여성 간부 비율도 각기 다르다. 17개 광역 시·도의 5급 이상 여성공무원 평균 비율은 11.1%였다. 서울이 20.8%로 가장 높았고, 경북도는 4.8% 가장 낮았다. 서울시 자치구만 따져 보면 평균 20.3%였고 영등포가 35.7%로 가장 높았다. 여성인 신연희 구청장이 이끄는 강남구는 10.3%로 가장 낮았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예술가 권익보장법’ 추진… 표현의 자유 침해 땐 처벌

    ‘예술가 권익보장법’ 추진… 표현의 자유 침해 땐 처벌

    대관료 지원 등 부당폐지 사업 복원 5개 新사업 추진… 85억 긴급 투입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조항을 담은 ‘예술가 권익보장법’이 추진된다. 헌법 제22조에 규정된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는 기본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입법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예술가의 직업적 권리로 실효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각종 지원에서 배제해 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예술가의 사회·경제·문화적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예술가의 권익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올 상반기 중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법에는 예술의 자유 침해 금지, 예술 지원의 차별 금지, 예술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금지 원칙이 명시되고, 표현의 자유 침해, 예술지원 차별 및 심사 방해 등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도 규정한다. 이를 토대로 예술의 자유 침해 사례를 조사해 시정 조치를 권고하고, 형사처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예술가권익위원회’를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논란이 된 예술계 성추문을 차단하기 위한 예술가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규정도 마련된다. 문체부는 캐나다의 ‘예술가 지위법’(1992년)과 프랑스의 ‘창작의 자유와 건축, 문화재 관련법’(2016년)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문학·연극·영화 분야에서 부당하게 폐지되거나 변칙적으로 개편된 사업도 종전대로 복원된다. 앞서 폐지된 우수문예지 발간, 공연장 대관료 지원, 특성화 공연장 육성 등 3개 사업을 되살리고, 축소된 아르코문학창작기금도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또한 지역문학관 활성화,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 공연예술유통 지원, 영세 출판사 창작자금 지원, 피해출판사 도서 우선구매 등 5개 지원 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들 사업의 복원과 신설에는 우선적으로 예산 85억원을 편성했다. 대표적 예술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성도 강화된다. 현행법상 두 기관에 대해 문체부 장관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법규를 개정해 ‘합의제 위원회’의 취지에 맞게 위원들이 위원장을 뽑는 ‘호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두 기관이 정치적 압력에 못 이겨 ‘블랙리스트’의 집행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앞으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는 ‘팔길이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예술가, 예술단체들에 대한 지원심의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예술지원기관들의 회의록 작성·관리·공개 규정을 마련하고, ‘심의위원 풀제’와 ‘참여위원 추첨제’를 도입한다. 지원심의 결과에 불복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지원심의 옴부즈맨’ 제도도 예술지원기관 전반에 적용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훈령으로 존재하는 ‘문체부 공무원행동강령’에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뒤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인사상 보호 규정과 직무 수행에서 특정인을 차별하지 못하게 명시하는 규정을 추가하기로 했다. 김영산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블랙리스트 사태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고, 다시는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반 제도와 절차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관가 블로그] 與파견 공무원들 복귀 ‘러시’

    [관가 블로그] 與파견 공무원들 복귀 ‘러시’

    1급 승진 코스 또는 차관으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졌던 정부 각 부처의 여당 파견 전문위원이 6명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1일 “4당 체제가 되면서 네 개의 당에 모두 정책 설명을 하려니 무척 힘들다”고 토로하면서 “17개 정부 각 부처에서 여당에 파견한 전문위원들이 대부분 복귀해 6명만 남았다”고 밝혔다.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여당인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측은 공무원 출신 전문위원들에게 복귀하고 싶으면 복귀하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정완규 수석전문위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으로 복귀하면서 여당의 요구가 없자 새로 정무위에 전문위원을 파견하지 않았다. 행자부의 이재관 안전행정위 수석전문위원은 1년 반의 파견을 마치고 곧 대전시 행정부시장으로 부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수석전문위원(차관보 급)은 형식상 소속 부처에 사표를 낸다. 전문위원들은 정책 현안에 대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조율 역할을 맡아 1년 정도의 파견을 끝내고 돌아오면 1급이나 차관으로 승진했다. 파견기간이 끝나면 승진해서 원래 부처로 복귀하기 때문에 공무원 사이에서 인기 있는 자리지만 정권 말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친정 복귀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정권 교체기에는 ‘이전 정부 사람’이란 낙인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 십상이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전문위원들은 여당과 야당의 의견을 종합해 법안 통과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끄는 촉매이자 막후 중재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회가 대통령 탄핵에 이어 바로 대선 준비에 들어가면서 전문위원들의 역할은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국무총리 훈령은 공무원 출신 수석전문위원이 파견되는 여당을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실질적 여당 역할을 하면서 입지도 애매해진 탓에 공무원들의 탈출이 이어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울광장] 김정은이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한 것/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은이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한 것/황성기 논설위원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남한의 시청자들에게 예능 프로의 연예인만큼이나 익숙해진 얼굴이 됐다. 풍채도 좋고, 출세 코스를 탄 딱 외교관 인상이다. 그러나 TV에 자주 등장해 저질 코미디를 연기하면서 그는 미안하지만 3류 배우같이 됐다. 지금은 언론 대응에 나서지 않고 아래 직원을 내보내고 있지만. 강 대사는 평양외국어대학을 나온 64세의 고급 엘리트다. 그가 김정남 부검이 치러진 병원에 나타났을 땐 놀랐다. 북한 대사관 직원을 지휘하고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필시 평양의 훈령을 받아 싫어도 나갔겠지만 김정남도 아닌 김철이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일개 공민’의 하찮은 부검이라면 대사가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평양도, 강 대사도 상식적 판단을 못할 만큼 급했을 것이다. 그는 ‘북에 의한 김정남 암살’을 ‘정치 스캔들’이란 남한식 용어까지 써 가며 뒤집으려 했다. 30도를 웃도는 대낮 대사관 앞으로 기자를 불러 남한과 말레이시아가 결탁해 ‘김철’의 돌연사를 암살로 꾸며 내고 있다고 생트집을 잡았다. 빨간 김일성·김정일 배지에 유행 지난 안경을 쓰고 고함을 치는 강 대사를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북한은 깊이 생각하고 그 같은 장면을 연출했을까. 김정남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 응분의 대가를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는 실패한 암살의 뒤처리 반장 특명전권대사 강철.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고 판단을 내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손에 피를 잔뜩 묻히고 “우리는 안 죽였다”고 외치는 강 대사는 평양의 어두운 심부를 들여다보게 해 주는 음습한 자화상이다. 북한이 수많은 국가범죄를 저지르고, 딱 한 번 인정한 적이 있다. 일본인 납치 사건이다. 2002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부른다. 김정일의 중대한 고백. “우리 애들이 충성 경쟁을 하느라 일본인을 납치했다.”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했던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일은 일생일대의 도박을 했다. 김정일은 유감을 표하고 북·일의 역사적인 ‘평양선언’이 탄생한다. 김정일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 5명을 돌려보내는 통 큰 결단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여론은 납치를 저지른 ‘야만 국가 북한’ 때리기로 들끓었다. 고이즈미가 2004년 5월 한 번 더 김정일을 만나 납치 피해자 가족 5명을 데리고 돌아왔지만 100억 달러급 대북 경제원조를 포함한 다음 단계로 이행하지 못했다. 김정일로선 카드 패만 보여 주고 판이 엎어진 셈이었다. 김정은은 아버지의 국가범죄 인정이 불러온 ‘떡 주고 뺨 맞은’ 나쁜 결과만 학습했다. 김정남 암살 이후 북한이 열흘 만에 관영 매체를 통해 보인 첫 반응은 ‘무조건 부인’과 남한의 음모책동이란 ‘뒤집어씌우기’였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조선을 전복하기 위한 ‘대형폭탄’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여론몰이로 남조선 정국의 혼란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로 비난하면서 침을 뱉고 있다”는 담화는 김구라의 구라만큼이나 웃긴다. 아무리 북한 내부용이라지만 개그콘서트도 아닌데 이런 담화를 버젓이 내놓는 배짱이 우습다. 제3국 국제공항에서 인류가 개발한 최악의 화학무기로 테러를 저지르고도 ‘일개 공민의 돌연사’, ‘남한과 말레이시아의 암살극 조작’이라 우기는 평양. 세계가 두눈 부릅뜨고 보고 있는 ‘나’를 외면하고 ‘나’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북의 자기중심적 폭주 위험성에 소름이 바싹 돋는다. 국제사회는 김정남 암살로 김정은을 비롯한 평양 지도부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임을 재확인했다. 오랜 친구 말레이시아의 정부 각료까지 북한을 깡패국가라며 단교를 주장한다. 아버지 김정일은 20년 전의 납치 범죄를 뒤늦게 인정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 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북의 납치 범죄는 이제 없을 것이라고 김정일을 평가했다. 안타깝게도 김정은은 아버지를 배우지 않았다. 왕좌를 위협하는 이복형을 없앤 김정은에게 돌아온 대가가 야유와 정권 교체 압박인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marry04@seoul.co.kr
  • 탄핵 정국 갈등의 상징… 3·1절 ‘태극기 딜레마’

    탄핵 정국 갈등의 상징… 3·1절 ‘태극기 딜레마’

    지자체, 게양행사·행진 고민 촛불, 노란 리본 태극기로 맞불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이 태극기를 집회의 상징으로 내세운 데 대해 탄핵 촉구 진영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가 통합의 상징이어야 할 태극기가 분열의 표상이 되고 있다. 촛불집회 측은 태극기가 정치적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태극기집회 측은 나라를 위한 애국심의 표현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른바 ‘태극기 이니셔티브’가 논란이 되면서 촛불집회 측은 3·1절인 1일 18차 집회에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매단 태극기를 달고 맞불을 놓는다는 방침이다. 태극기와 관련된 시민단체 등은 자주독립, 자유, 주권, 평화, 화합, 단결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분열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인식될까 우려했다. 광복회는 지난 27일 “독립운동의 상징인 태극기에 구호를 새기거나 시위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며 “국민 분열을 야기시키는 데 태극기가 사용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단법인 태극기달기 나라사랑본부 관계자는 “태극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뜩이나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적인 인식까지 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태극기는 그간 항일운동, 자주독립, 자유, 통합의 가치를 상징했는데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그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이 28일 소셜메트릭스 인사이트를 통해 1개월간(1월 28일~2월 27일) 태극기가 언급된 인터넷 게시물 38만 3199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단어는 ‘집회’였고 박근혜 대통령, 촛불 순이었다. 태극기의 원의미상 연관어로 꼽히는 국민과 대한민국은 4, 5위에 그쳤다. 긍정·부정 연관어의 경우 ‘폭행’이 1위였고 빨갱이, 국정농단, 요구하다, 가짜, 몸살 앓다, 분노 등의 순이었다. 긍정어는 10위 안에 없었다. 태극기에 대해 항일운동이나 애국심보다 집회가 더 많이 연상되면서 3·1절이면 대대적으로 태극기 달기 행사를 여는 지자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북구 관계자는 “해마다 국경일이면 해 왔던 태극기 달기 행사인데, 올해는 행사 주체나 이유에 대해 문의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잦다”며 “일일이 취지를 설명하면서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태극기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3·1절에 관공서가 국기를 게양하는 것은 정부 훈령으로 정해진 만큼 태극기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역시 별다른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3·1절에는 태극기 문양을 새긴 머그컵을 출시하거나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벤트, 매장 화면에 나오는 태극기 영상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행사가 있었지만 올해는 관련 마케팅이 사라졌다. 태극기 머그컵을 내놓았던 업체는 이번에는 무궁화를 새긴 텀블러로 대체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트럼프 손에 달린 ‘살인 로봇’..인권단체들 “로봇 무력경쟁 반대”

    트럼프 손에 달린 ‘살인 로봇’..인권단체들 “로봇 무력경쟁 반대”

    내년 미국에서는 군사용 인공지능(AI)의 윤리적·법적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테러범을 자동으로 인식해 살해하는 ‘살인 로봇’과 같은 군사용 AI 연구개발을 허용할 경우 인권단체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살인 로봇 등 군사용 AI의 등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2012년 미 국방부가 발표한 ‘자동무기 사용 제한’ 훈령의 유효기간이 내년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당시 국방부는 준자율 무기, 즉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완전한 자율행동을 막을 수 있는 무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동시에 완전 자율무기를 연구 개발하려면 국방차관, 합동참보본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유효기간이 5년이라 내년에 다시 이 훈령을 공포하거나 폐기 또는 갱신해야 한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행정부가 군사용 AI의 윤리적·법적 문제를 검토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는 다음달 20일까지 끝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살인로봇 등장 가능성에 인권단체들은 벌써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인권단체들은 “살인무기가 한번 허용되면 사용을 제한하기 어렵다”면서 로봇 무력경쟁을 반대하고 나섰다. 미 연방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존 케리 국무장관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에서 관련 기술 개발과 사용을 금지하도록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숨은 규제·문제점 찾아내 국민 불편 최소화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숨은 규제·문제점 찾아내 국민 불편 최소화

    각 부처에서 훈령·예규·고시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면 법제처에 규제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법제처는 법령 위반이나 위임범위 일탈 여부, 다른 행정규칙과의 중복·충돌 등 문제점을 검토해 정부 규제관리 컨트롤타워인 민관 합동 규제개혁위원회와 해당 부처에 통보한다. 이러한 행정규칙은 현재 1만 4000건을 웃돈다. 관련된 법률, 대통령령 등 법령은 5000여건에 이른다. 제도를 시행한 지 2년을 맞아 주무 부서인 법제처 행정규칙법제관실 이진희(4급) 법제관으로부터 19일 현황을 들었다. 2014년 이맘때 제도를 도입한 이후 행정규칙 270건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검토했습니다. 72건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 발령 전에 정비해 부작용을 막을 수 있었죠. 이른바 ‘숨은 규제’를 발굴해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이익을 해치는 일을 미리 없앤 것입니다. 대통령령인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 제6조엔 중앙행정기관장이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행정규칙 발령안을 놓고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에 규제심사를 요청해 법제처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경우 위원회 심사완료 전에 해당 부처에 알리도록 규정했습니다. 최근 국민 실생활과 맞닿은 사안을 규정한 행정규칙에 대해 검토한 사례를 보면 제도를 파악하는 데 좋겠군요. 먼저 온 국민의 관심사였던 담뱃갑 경고 그림 고시부터 소개합니다. 보건복지부 소관입니다. 국민건강증진법 및 시행령에서는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그림과 글을 10종씩 인쇄하도록 했죠. 구체적인 표기 내용은 고시로 규정하도록 했습니다. 검토한 결과 다행인지 법령에 어긋나거나 위임 범위를 벗어난 부분을 찾을 수 없어서 예정대로 오는 23일 시행됩니다. 같은 법을 바탕으로 ‘과다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거나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 문구에 관한 고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빈병 보증금 인상 예정에 따른 물가안정 고시도 좋은 사례입니다. 빈병 보증금 인상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기 위해 매점(사재기)을 하거나 반환을 기피하는 행위(매석)가 물가인상에 관한 법률을 어겨 국민 권익을 해치지는 않는지 판단하는 일이었습니다. 법제처는 ‘이상 무’라는 결론을 내리고 11월 1일자로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내년 1월 1일 이후 출고되는 빈병에 대한 보증금이 오르기 때문에 11월과 12월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매점매석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다음은 캠핑용 자동차 및 트레일러 내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시설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전기준 고시입니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과 시행규칙에선 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문제는 특례를 결정하는 것 외에 캠핑용 자동차 및 트레일러 안에서 취사, 야영을 목적으로 LPG를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해당 시설의 완성검사 의무를 부과하는 데 있다는 점이었죠. 이에 따라 법제처는 상위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정작 필요하다면 시행규칙을 바꾸도록 조치했습니다. 이처럼 국민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얽힌 사항이 고시나 훈령 등 행정규칙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시행돼 문제를 일으키기에 앞서 제대로 된 행정규칙을 발령하고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리게 됩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권익위 “경찰, 피의자 조사 때 수갑·포승 풀어줘야”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이 피의자를 조사할 때 특정 강력범죄나 마약 관련 범죄, 자살, 자해, 도주, 폭행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갑, 포승 등 경찰장구를 풀어줄 것을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청 훈령인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서도 이같이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강원 속초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 옆 테이블 손님들과 몸싸움을 벌여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당시 속초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후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체포된 다음날 두 손목에 수갑을 차고 포승으로 몸이 결박당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8월 경북 영주에 거주하는 B씨는 경찰관 모욕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영주경찰서에서 손목에 수갑을 찬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 강원 속초경찰서와 경북 영주경찰서에 “피의자 조사 시 수갑, 포승 등을 사용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 방어권 보장에 어긋날 수 있어 피의자 체포 때 경찰장구 사용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며 시정권고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경찰이 체포현장에서 수갑을 채우는 것은 현장이 개방되어 있어 자해나 도주, 폭행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며 “두 고충민원 사례의 경우 피의자 A씨와 B씨는 자해, 폭행, 도주 등의 우려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천주교회 화장도 허용

    “화장을 허용하지만 정상적인 납골당에 모셔야 하며 강이나 바다에 뿌리는 산골(散骨)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천주교회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매장·화장 지침을 정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지난 8월 15일 발표한 ‘죽은 이의 매장과 화장된 유골의 보존에 관한 훈령’을 바탕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매장 및 화장 기준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준에 따르면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시신을 묘지나 다른 거룩한 장소에 매장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육신의 부활을 부정하는 등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화장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화장할 경우 유골은 묘지나 교회가 마련한 거룩한 장소에 보존해야 하지만 묘지 납골당에 모시는 것도 허용한다. 유골을 공중이나 땅, 강, 바다 등의 장소에 뿌리는 산골 행위는 금지된다. 천주교주교회의는 “성경에 따라 육신을 땅에 묻는 것이 전통적인 관습이기는 하나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 실정을 반영했다”며 “최근 우리나라도 화장을 많이 하는 추세이고 묘지도 부족해 위원회가 한국 교회에 맞는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수요 에세이] 국정 홍보가 아쉽다고 생각한다면/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신문방송학 박사

    [수요 에세이] 국정 홍보가 아쉽다고 생각한다면/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신문방송학 박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초청 토론회에서 정부 홍보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과거 정권들은 국정홍보처라는 것을 별도로 둬서 직원들을 몇백 명을 두고, 예산을 몇천억원을 써 가면서 국정 홍보를 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 7개월에 대해서는 굉장히 과소평가된 게 많고 제대로 국민한테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일부 언론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고 비판한 다음 정부가 홍보 수단으로 빈번히 활용하는 정부 광고의 규모가 지난해에는 공식 집계된 것만 577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 발언에 여러 비판이 있지만 근본 취지가 정부가 좀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국정 홍보를 잘했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업적을 국민들로부터 온당하게 평가받았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홍보의 중요성을 이처럼 강조하는 이 대표라면 차제에 새로운 정부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정부 홍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해 보기 바란다. 광고가 정부 홍보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홍보 수단 중 하나임은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 광고의 집행 시스템은 오랫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왔다. 정부 광고 집행 과정에서 국가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특별법인 등이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광고를 집행하려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을 반드시 통하도록 돼 있다. 마치 대기업에서 인하우스 에이전시라는 광고대행사를 두고 있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언론진흥재단은 정부 광고를 대행하면서 광고비의 10%를 수수료로 징수한다. 언론진흥재단이 정부 광고를 총괄 대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국무총리훈령(제541호)이다. ‘정부 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훈령은 44년 전인 1972년에 제정됐고, 2009년에 새 훈령이 발령됐지만 기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훈령의 제정 목적은 ‘정부 예산을 절감하고 효과적인 정부 광고를 위해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은 정부 광고 대행 수수료로 조성한 수입을 언론 진흥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이 지금까지 정부 광고를 대행하면서 정부 광고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받는다면 비록 시스템이 비정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일응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광고홍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조차 우리 정부 광고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지 않고 있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기형적인 정부 광고 대행 시스템이 오랫동안 비판받아 왔다. 정부가 광고를 하는 목적이 국정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민간의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시장에 맡기는 것이 정도다. 역량 있는 민간 광고대행사들이 정부 광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언론진흥재단이 정부 광고 대행 수수료 수입을 언론 진흥이라는 의미 있는 곳에 집행한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정부 광고 대행 시스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언론 진흥을 위한 조직과 기능에 예산이 필요하다면 언론계 자율에 맡기거나 국가 예산을 출연해 조달할 일이지 정부 광고 수입으로 지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와 규제 혁파를 일관되게 강조해 온 박근혜 정부다. 차제에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이기도 한 이정현 대표가 주도해 정부 광고 대행제도를 정상화시키기 바란다. 정부 광고의 효율을 높이고 광고시장 활성화에도 일조한 의미 있는 혁신으로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 진땀 흘린 한국사… 기본서 넘어서 ‘난도 상’

    진땀 흘린 한국사… 기본서 넘어서 ‘난도 상’

    올해 두 번째인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이 지난 3일 전국 80여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전 과목이 대체로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나, 필수 과목인 한국사 등은 다소 변별력이 있었다. 올해 상반기에 치른 경찰 필기시험과 비교하면 난도가 소폭 상승했다는 게 수험가의 반응이다. 박문각 남부경찰학원 강사진의 도움을 받아 과목별 출제경향 및 난도를 분석했다. <영어> 필수 단어·숙어 등 무난 영어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최근 기출 경찰 영어시험에 맞춰 전략적으로 공부했다면 문제를 풀어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남지해 강사는 “지엽적인 내용보다는 역대 시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이 예상대로 출제됐다”고 말했다. 필수 단어, 숙어를 확실히 익힌 뒤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고난도 어휘를 꾸준히 챙겨온 수험생이라면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독해 영역에서는 빈칸 추론, 순서 맞추기 등 다소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지문이 일부 포함됐다. 그럼에도 대부분 독해 문제가 큰 뜻만 파악하면 정답을 고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사> 해방 후 현대사 빠져 의외 이번 경찰 시험에서 수험생이 진땀을 뺀 과목은 한국사다. 이운우 강사는 “한국사는 난도가 ‘상’에 해당할 정도로 어려웠다”며 “기본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까지 추가된데다, 알고 있는 내용도 확실하게 암기하지 않았을 때 헷갈릴 만한 문제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사 출제 경향과 유사하면서도 기본서를 넘어선 부분에서 문제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평년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평이한 난도로 출제된 이번 시험에서 한국사만 유독 변별력이 있었다. 다만, 해방 이후의 현대사 부분에서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고 이 강사는 전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사에서는 골고루 문제가 나왔다. 시험이 어려워질수록 기본서를 소홀히 한 수험생이 고득점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기노트 요점정리에만 의존해 한국사를 공부해온 수험생은 앞으로 반드시 기본서를 정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경찰학개론> 총론·각론 균형 출제 ‘경찰학개론은 총론과 각론에서 각각 10문제씩 나와 균형을 이뤘다. 총론에서는 한국경찰의 역사와 제도 부분을 제외하고, 경찰학의 기초 2문제, 경찰과 법적 토대 6문제, 경찰관리 1문제, 경찰통제 1문제가 나왔다. 각론에서는 생활안전 3문제, 외사 2문제를 비롯해 나머지 영역에서 각각 1문제씩 출제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법률’의 출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경찰관직무집행법, 경찰감찰규칙, 경범죄처벌법,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보안관찰법, 출입국관리법, 범죄인 인도법에서 각각 1문제씩 모두 12문제가 나왔다. 이론을 다룬 문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비교, 경찰의 지역관할, 훈령,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셉테드·CPTED), 계급제와 직위분류제, 개괄적 수권조항 인정 여부, 다중범죄의 정책적 치료법에서 각 1문제씩 7문제가 출제됐다. 교통판례에서도 1문제가 나왔으며 박스에서 개수를 고르는 문제 유형이 역대 기출 가운데 가장 적게 출제돼 난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다. 공병인 강사는 “이미 경찰시험에서 다뤘던 경찰관의 경찰장구·분사기·최루탄·무기 등의 사용 관련 규정, 시보임용, 계급제와 직위분류제, 즉시강제,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 등이 또다시 등장했으며, 기출 내용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다뤄진 내용도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난도가 평이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한번도 출제되지 않았던 ‘개괄조항 인정에 관한 학설’과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상 임시조치’는 수험생이 까다롭게 느꼈을 내용이다. 공 강사는 “범위가 방대한 과목이지만 기출문제를 많이 차용하기 때문에 80점 정도까지는 쉽게 득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법> 90% 지문이 판례서 나와 형법에서는 역시 판례의 출제 비중이 높았다. 김승봉 강사는 “결과적 가중범의 법조문,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 착오 2개 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든 지문이 판례에서 나왔다”며 “경찰 채용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법조문을 보면서 새로운 판례를 꾸준히 숙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기본 이론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기출 문제 지문을 외우는 것은 금물이다. 지문이 변형돼 출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 중에서도 이번 시험에서는 최신 판례와 기본 판례, 판례와 이론, 판례와 법조문 등 다양한 지문이 혼합돼 어느 한 부분에 치중되지 않고 골고루 출제됐다. <형소법> 상소·재심 부담없는 지문 형사소송법도 적정한 수준의 난도로 전 영역에서 고루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김승봉 강사는 “수사, 증거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전 범위에서 문제를 내려고 한 출제 의도가 드러난다”며 “기본적인 문제와 최신 판례도 균형 있게 배치됐으며, 상소나 재심의 경우 무난한 지문으로 출제돼 수험생 부담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헌법의 명문규정 여부, 함정수사, 불심검문, 피의자신문, 현행범체포, 구속, 압수수색, 증거보전제도, 공소시효, 간이공판절차, 국민참여재판, 공소장 변경, 엄격한 증명,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전문법칙에서의 피의자신문조서, 탄핵증거, 보강법칙, 동의, 재심, 즉결심판 등이 이번 시험에서 다뤄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영란법’ 아리송한 적용 대상·기준 Q&A

    오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법한 법률’(김영란법)의 적용 대상 기관과 대상자 기준이 공개됐지만 모호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권익위는 이번 주 안으로 공직자, 언론인, 사립교원 직종별 매뉴얼을 세 차례에 걸쳐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앞서 김영란법 적용을 받게 될 대상 기관과 기준에 대한 궁금증을 국민권익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다. 국회의원도 적용 대상… 공익 위한 민원은 예외 Q. 국회의원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A.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이므로 당연히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과 기준 제정, 개정 등에 관해 제안하거나 건의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 Q. 행정기관에서 기간제·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A. 2013년 전까지 기능직(비서 등), 계약직이던 공무원들은 공무원 직종체계 개편에 따라 관리운영직, 임기제 공무원으로 편입됐다. 여기서 말하는 기간제·무기계약직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과거 계약직으로 불렸던 임기제 공무원은 전문지식이나 전문기술 등이 요구되는 업무를 일정 기간 동안 임기를 정해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사무관 주사 등과 같은 일반직과 동일한 직급 명칭이 부여되고 임기동안 법이 정한 사유가 아닌 경우 면직되지 않는 등 신분이 보장된다. 반대로 기간제무기계약근로자는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기간제·무기계약직 공무원법 적용 안 돼 Q. 공직유관단체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지. A.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은 까다롭게 구분되는 데 비해 공직유관단체와 공공기관에서 보는 임직원의 기준은 직접적인 근로계약 체결 여부다. 권한이나 정보접근성, 공적기능이 더 많더라도 제형법정주의에 따라 법 적용 여부를 다르게 할 수밖에 없다. 각각의 소관법률을 보완해서 바꿔 나가야 할 부분이다. Q.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행정기관 공무원에 대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는데. A. 공무원 행동강령 운영 지침을 보완해서 기간제·무기계약직 근로자를 공무원에 준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Q. 사립학교법인 관련 김영란법 적용 범위는. A. 사립학교법인이 세운 병원은 들어가지만 출자출연기관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연세대를 예로 들면 세브란스병원 임직원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만 출자출연기관인 연세우유는 제외된다. 통합방송법 통과 땐 IPTV사업자도 적용 Q. 대학의 명예교수, 겸임교원, 초·중등학교의 산학겸임교사 등 비전임교원도 법 적용 대상인지. A. 고등교육법상 겸임교원, 명예교수 등은 ‘교원 외’로 구분돼 교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상 산학겸임교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Q.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IPTV 사업자의 김영란법 적용 여부는. A. IPTV 사업자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언론사에 해당하지 않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올 6월 정부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인 통합방송법이 통과되면 IPTV 사업자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 통합방송법에 따라 IPTV법이 폐지되면서 방송법으로 일원화되기 때문이다. 방송국 직접 계약 아닌 외주제작자 해당 안 돼 Q. 방송국의 외주제작사의 경우 법 적용 대상인가. A.언론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임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Q. 행정기관의 권한을 위임·위탁받은 법인, 단체의 경우 공무수행 사인으로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범위는. A. 공인회계사 등록·등록 취소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공인회계사회, 연수교육을 위탁받은 대한변호사협회, 누리과정 운영을 위탁받은 어린이집, 감정평가사사무소의 개설·변경·폐업신고 접수업무를 위탁받은 감정평가협회 등이 있다. Q. 행정기관에 설치된 자문위원회 등 모든 위원회의 위원이 ‘공무수행 사인’(공무수행을 위탁받은 개인)에 해당하는지. A. 법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가 아닌 경우에는 공무수행 사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서 법령이란 법률, 대통령령, 국무총리령, 부령뿐만 아니라 조례, 규칙을 포함한다.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또는 그에 근거해 제정된 고시, 훈령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고등교육법에 따른 등록금심의위원회,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인사위원회, 방송법에 따른 시청자위원회, 신문법에 따른 편집위원회, 독자권익위원회 등이다. 법령에 명시 안 된 기관 자문위 제외 Q. 영세사업자들에 대한 김영란법 적용 여부 판단 기준은. A. 단발성 출연 계약을 맺은 쇼핑호스트나 프리랜서 기자, 작가, 해외통신원, 만평작가 등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같은 영세사업자라 하더라도 계약 형태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언론사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환경미화, 건물관리, 경비, 당직 등을 비롯해 해외지사·지국의 경우에도 근로계약이 아닌 뉴스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경우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Q. 앞으로 마련할 직종별 매뉴얼엔 무엇이 담기나. A. 영역에 따라 감독기관도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각각 신고는 어디에, 어떻게 할 수 있으며 신고 후 조사 및 처벌 절차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정리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영란법’ 시행 앞둔 관가 움직임 2題] 기재부 “비위 적발 땐 징계·좌천 발령 병행”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앞으로 금품수수 등 비위 행위가 적발될 경우 징계처분에 더해 ‘좌천 발령’을 각오해야 한다. 기재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기획재정부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행동강령은 인사 청탁, 공용물의 사적 사용 등 기재부 공무원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나열하고 징계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으로 전체 25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기재부는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반영해 행동강령을 새롭게 정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비위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훈령 21조는 비위 행위자에 대한 징계 내용을 ‘징계 등 필요한 조치’로 모호하게 표현했지만 개정안에는 ‘징계 및 문책성 전보 등’으로 구체화했다. 기존의 징계처분 외에 필요한 경우 비위 행위자를 한직으로 보직을 옮기도록 하거나 다른 부처로 파견을 보낼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명확히 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문책성 전보는 기재부 안팎 이동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요직에 있는 공무원의 경우 보직을 잃게 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용물의 사적 사용을 금지한 훈령 13조에는 ‘국유재산법 또는 공무원여비규정 등에 따라 벌칙 또는 가산금을 징수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처벌 기준을 마련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행정재산을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훈령 23조에는 징계 조치를 받은 공무원에 대해 조치 후 6개월 이내 청렴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비위 행위 재발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단독] “너 국어 못하냐? 학부모 어떻게 될래?” 검찰 수사관 ‘막말’

    [단독] “너 국어 못하냐? 학부모 어떻게 될래?” 검찰 수사관 ‘막말’

    검찰 수사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너 국어 못하냐”, “너는 사람 말을 이해 못하냐”라는 등의 ‘비하 발언’을 한 것은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4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수사관 A씨가 속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A씨를 상대로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이 사건 사례를 해당 검찰청 소속 수사관들에게 전파할 것을 최근 권고했다. 진정인 B씨는 지난 3월 중순 사문서위조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관 A씨에게 조사를 받았다. B씨는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개통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친구 C씨의 아내로부터 운전면허증을 건네받은 뒤 C씨 아내의 이름으로 선불폰을 개통해 C씨 아내에게 선불폰 사용요금을 대납하게 해 피해를 끼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 A씨의 질문이 너무 길어 다시 한 번 말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A씨가 “너 국어 못하냐?”라고 했고,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B씨에게 “너는 학부모는 어떻게 되려고 하냐”는 등의 인격 모욕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 B씨의 진정 요지다. 인권위 조사에서 수사관 A씨는 B씨의 혐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에 B씨가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고, 자신의 질문을 잘 못 알아들은 것처럼 되묻기를 반복해 우발적으로 “너 국어 못 해?”라는 반말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수사관 A씨는 또 B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거나 ‘잘 못 알아들었다’고 답변을 회피해 “너 내가 하는 말 이해 못해?”라고 발언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발언이 인권유린이라면 신문은 형해화되고 수사관은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말은 진지하게 B씨에게 반성을 촉구하려는 발언이었다는 것이 수사관 A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검찰 수사관으로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할 책무가 있으나 동시에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절차를 지켜야할 의무를 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 국어 못하냐”, “너는 사람 말을 이해 못하냐”라는 등의 언행은 30대 성인인 피의자로서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만한 표현이고, “학부모는 어떻게 되려고 하느냐”라는 발언을 듣고 피의자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면 이는 피의자의 명예감정을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수사준칙’ 조항을 언급하며 “수사관이 피의자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임의적인 방법으로 피의자의 명예를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함이 마땅하다”면서 “(수사관 A씨가) 피의자의 양심에 호소해 피해 회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의가 바탕이 되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A씨가 속한 검찰청이) 본 사례를 소속 수사관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유사한 인권침해 재발을 방지하는 적절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권고 배경을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正道 걷겠다는 윤갑근… 우병우 ‘셀프수사’ 차단되겠나

    正道 걷겠다는 윤갑근… 우병우 ‘셀프수사’ 차단되겠나

    윤갑근(52) 대구고검장을 필두로 한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이 24일 닻을 올렸다. 주요 수사팀을 확충한 특별수사팀은 이날부터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53) 특별감찰관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윤 팀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검찰을 둘러싼 작금의 상황이 어렵고 복잡한 가운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 공정, 철저하게 수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결과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특히 ‘수사의뢰를 받은 혐의 외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발되거나 수사의뢰된 사건을 기본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구체적인 수사에 착수할 정도가 되는지, (그럴 경우) 법률적 문제는 없는지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한 직권남용 및 배임·횡령 혐의를 넘어 부동산 거래 등 우 수석 관련 의혹 전반을 들여다볼 뜻임을 시사했다. 윤 팀장은 “검찰은 의혹 전반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범죄 혐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범죄 혐의에만 맞춰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논쟁을 불식하는 데 맞는 것인지는 좀더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대구에서 상경한 윤 팀장은 김수남(57) 검찰총장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사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신속히 진상을 파악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팀장은 중앙지검 특수2부장실에 짐을 풀었다. 수사팀은 윤 팀장을 포함, 10명의 검사와 20여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됐다. 공보를 담당할 차장검사급 부팀장에는 이헌상(49) 수원지검 1차장 검사가 임명됐다. 아울러 김석우(44) 특수2부장을 중심으로 특수2부와 특수3부, 조사부 소속 검사, 일부 파견 검사 등이 수사에 나선다. 우 수석과 이 감찰관을 동시 수사하게 된 특별수사팀은 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된 우 수석 관련 고소·고발 건도 모두 넘겨받은 상태다. 현재 우 수석은 직권남용 및 횡령·탈세 등 혐의로 수사 의뢰가, 이 감찰관에 대해선 수사기밀 누설 의혹으로 고발장이 접수돼 있다. 우 수석과 관련해서는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특혜 거래, 진경준 검사장 부실 인사검증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로 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우 수석이 현직 민정수석의 신분인 만큼 이번 수사는 공정성 확보와 수사사항 유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팀장이 김 총장에게 직보를 하더라도 결국 법무부 등을 거쳐 민정수석실로 보고가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김 총장은 윤 팀장에게 독립적 수사권한을 가진 사실상의 ‘특임검사’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고, 보고 횟수를 최소화하도록 지시했다. 윤 팀장도 이날 “수사 내용이 외부로 나가 방해받기를 원하는 팀은 없을 것”이라면서 “보고 횟수나 방식, 절차 등에 있어서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사 공정성 우려에 관해선 “(우 수석과의) 개인적 인연에 연연할 정도로 미련하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정도(正道)를 따를 뿐 어려움은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특별수사’는 대검 훈령상 대상과 목적 등 지침이 정해져 있는 특임검사 제도와 달리, 별도 규정 없이 사안별로 검찰총장의 판단에 따르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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