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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스트 군기반장 ‘람보아저씨’

    “람보 아저씨요? 그 아저씨 모르면 KAIST 학생이 아니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캠퍼스폴리스 방선권(58)씨는 학생들 사이에 이렇게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방씨는 지난 86년 KAIST가 대전 대덕캠퍼스로 옮겨 첫 신입생을 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18년간 한결같이 이 학교 캠퍼스를 지켜왔다.그는 오전 7시부터 교내 곳곳을 돌며 안전시설을 살피고 교내 규정속도(시속 30㎞) 위반차량,오토바이 탑승시 헬멧 미착용 학생들을 찾아내 가차없이 벌금 스티커를 발부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은 최소 15분 이상 계속되는 서릿발같은 훈계.방씨는 적발된 학생들에게 두번씩이나 월남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은 사연,국가유공자로 아들을 현역으로 입대시키지 않아도 되는데도 병무청까지 쫓아가 입대시킨 얘기를 줄줄이 읊은 다음 ‘안전규정’을 반복해서 말할 때는 학생들도 혀를 내두른다.이렇게 월남전 얘기가 빠지지 않다보니 월남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담은 영화 ‘람보’를 본떠 별명이 ‘람보 아저씨’가 됐다. 학교 밖에서도 KAIST 학생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벌어지면 어김없이 그가 나타난다.경영공학과 4년 정모(25)씨는 “2학년때 술에 취해 정신없이 거리를 헤매다 파출소에 잡혀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기숙사 침대였다.”면서 “람보 아저씨가 찾아와 기숙사까지 데려다 준 사실을 알고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방씨는 2000년 SBS드라마 ‘카이스트’에서 탤런트 김보성이 역을 맡아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올해 말 정년퇴직하는 방씨는 “내가 훈계했던 학생이 KAIST 교수가 돼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2년전 순찰용 오토바이를 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학생들이 100만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병원비에 보태줬다.”고 학생들을 자랑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열린세상] 미국 대선 관전법/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제44대 미국대통령 선거전은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만큼 우리 외교안보팀은 선거과정에서 미국의 전반적 대외정책과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주도면밀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거용의 과장된 주장과 실현가능한 정책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선이 어떤 선거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를 우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이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대선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칙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미국 선거는 미디어 선거전의 효시가 된 1930년대초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전에서 정착된 몇가지 원칙에 의해 서로 치고박고 싸운다.그 내용은 그렉 미첼이 쓴 책인 ‘세기의 선거전’에 잘 나와 있다.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의 선거전략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첫번째 원칙은 방어적이 아니라 공세적 선거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상대 후보의 공격에 대해서 방어적으로 일관하다가는 결국 죽은 고기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일종의 맞불작전이다.공세적 선거전략은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전략으로 발전함으로써 미국 사회에서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진영은 당시 악화된 경제상황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책임으로 몰아붙인 결과 방어적 변명으로 일관한 당시 현직 부시대통령을 패배시켰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라크전쟁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는 상대방의 대북정책의 한계점을 서로 비판하면서 공세적 전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번째 원칙은 언론과 방송을 강압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체들이 집어삼킬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특정 후보의 애국심을 부각시키고 싶다면 그 후보는 미국 성조기를 만드는 공장을 방문한다.이때 자연스럽게 기자와 텔레비전 카메라가 따라올 것이고 이 기회에 자신의 전쟁 참여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애국심을 강조하는 식이다.공화당이 이번 전당대회 장소를 뉴욕으로 잡은 것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안보 문제에 대해 조지 W 부시대통령이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기 위한 이벤트이다.케리는 베트남전쟁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번 전당대회에 베트남 복무 당시 동료를 초청하는 이벤트를 연출했다. 세번째 원칙은 상대 후보를 빨갱이로 모는 것이다.이른바 안보와 관련된 색깔논쟁으로서 냉전시기 대소련 정책이 유화적이라든지 국방을 소홀히 한다고 상대 후보를 몰아붙이는 것이다.1992년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측은 클린턴 후보가 군복무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영국 유학시 주영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전데모를 했다는 사실을 집중부각시켰다.이번 선거전에서도 양 진영은 서로 상대 후보가 대테러전쟁 수행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네번째 원칙은 정치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도덕적 평가는 매우 낮기 때문에 선거 유세 때 국민을 훈계하기보다는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위기에 몰린 후보가 어떠한 재치와 유머로 그 상황을 벗어나는지도 유권자의 커다란 관심사항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동원되는 이런 선거전략들은 정책논쟁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 선거전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미국 내에서 매우 높다.그렇지만 우리로서는 한국의 국가이익과 관련된 현안들이 미국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 ‘자중자애’ 못하는 노건평씨?

    지난달 21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은 뒤 ‘대통령 친인척으로서 자중자애하라.’는 내용의 훈계를 들었던 노무현 대통령 친형 건평씨가 선고 다음날인 22일 당시 재판장이었던 창원지법 형사3부 최인석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 부장판사는 3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선고 다음날 건평씨로부터 직접 전화가 걸려온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건평씨에게) 재판과 관련해 이렇게 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부장판사는 “당일 건평씨와 통화에서 전화내용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끊었다.”며 “구체적인 통화내용은 보도를 전제로 하는 이상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건평씨는 “그런 적이 없으며 일부 언론에서 추측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시 판결은) 판사 소신대로 법집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건평씨는 재판장이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며 다시 묻자 “모르겠다.어쨌든 그런 적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창원 연합
  • [책꽂이]

    ●실마릴리온(JRR 톨킨 지음,김보원 옮김,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문헌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저자가 창조한 ‘가운데땅(Middle­earth)’의 신화와 역사를 기록한 서사시.‘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처럼 이 작품에는 모든 존재들의 운명을 지배하며 세상마저 바꿔버린 위대한 보석 ‘실마릴’이 등장한다.잃어버린 보석을 되찾기 위한 격렬한 전쟁이 시작되면서 요정과 인간의 운명,‘가운데땅’의 흥망성쇠가 어우러진 거대한 신화의 세계가 펼쳐진다.나무들의 빛이 봉인된 보석 실마릴들에 얽힌 신화적 연대기이기도 하다.2만 5000원. ●유혹,아름답고 잔혹한 본능(린다 손탁 지음,남문희 옮김,청림출판 펴냄) 인간의 본능인 성적 유혹에 관해 고찰.저자는 인류의 시작이 엑스터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난자와 정자가 자궁의 열기 속에서 하나로 결합되며 생명의 드라마가 잉태된 그날부터 남자와 여자는 그 숭고한 생태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 유혹하면서 살아간다는 것.그래서 태고적에는 섹스와 종교가 하나였고,섹스는 곧 신성한 행위로 간주됐다는 논리를 편다..그러나 지나친 유혹에의 탐닉은 파괴를 몰고온다.바빌로니아는 어마어마한 사치와 엄청난 향수의 남용 속에 사시사철 성대한 파티의 나날을 보내다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1만 3000원. ●내일은 인도다(이운용 지음,인도코리아센터 펴냄) 10억 인구에 면적이 남한의 35배나 되는 인도는 브라질·러시아·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라 불리며 미래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제2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남인도 뱅갈로엔 첨단정보기술(IT)전용 빌딩이 들어서고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인도 첸나이 무역관장을 지낸 저자가 소개하는 인도여행·주재생활·투자 가이드.인도에선 보통 남부의 안드라프라데시,카르나타카,타밀나두,케랄라 등 4개주를 남인도라 부르고 그 외의 북쪽 전체를 북인도라고 한다.1만 8000원. ●자녀교육의 비법은 없다(이성호 지음,문이당 펴냄)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연대 교수)의 자녀교육 지침서.저자는 자녀들에게 타인의 존재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자신을 바로 세우도록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에베소서에 나오는 자녀 교육에 관한 사도 바울의 충고를 들려준다.“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 부모의 잣대에 맞춰 자녀를 키우고 싶다면 먼저 부모 자신이 바로 서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9500원. ●내 사랑 멘토(주영하 지음,누리미디어플러스 지음) 고대 그리스 이타카이 왕국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서며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에게 맡긴다.그의 이름은 멘토.그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텔레마코스의 친구이자 선생님,상담자,때론 아버지가 돼 친구의 아들을 잘 돌봐준다.지혜와 신뢰로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라는 의미의 멘토란 말은 그렇게 탄생했다.이 책엔 인생의 등대가 돼 주는 멘토를 그리워하는 33편의 글이 실렸다.9000원.
  • “노건평씨 자중자애하라”

    남상국 전 대우건설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고,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불구속 기소된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 후 이례적으로 대통령 친인척의 몸가짐에 대해 3분여 동안 ‘훈계’를 해 눈길을 끌었다.창원지법 형사합의3부(부장 최인석)는 21일 건평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인사청탁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돼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은 후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형(건평씨 지칭)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보좌하는 사람들,심지어 대통령조차도 피고에게 쓴소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재판부가 적절한 훈계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최 부장판사는 “선고 전에 실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심지어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노 대통령이 개혁과 도덕성으로 당선이 됐는데 친인척의 잘못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이전 정권들을 볼 때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발생하면 대통령의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고,지위마저 손상돼 왔다.”면서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많이 남은 만큼 겸손과 인내로써 다시는 물의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고 올바르게 처신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훈계를 마쳤다.한편 건평씨는 법정을 나오면서 “본인은 대우와 무관하며 그들로부터 조작된 것”이라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사체발굴등 현장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사체발굴등 현장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출장 마사지사들의 시신 유기 장소를 일일이 가리켰다.현장검증은 18일 오전 출장 마사지사의 시신 10구가 매장된 서대문구 봉원동 봉원사 일대에 이어 유영철이 거주하던 원룸에서 이뤄졌다.앞서 경찰은 강남구 신사동과 종로구 혜화동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말 일절 않고 손으로 가리켜 오전 11시20분쯤 서울경찰청 승합차편으로 형사들과 함께 봉원사 인근 암매장 현장에 나타난 유영철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한데다 노란색 비옷까지 입고 있었다.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유영철은 현장검증에서 따로 범행을 재연하지 않았다.대신 봉원사 인근의 반경 20m에 이르는 매장 현장을 손으로 지목하기만 했다.봉원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폭 2m 가량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개울 부근의 제1현장에서는 잘게 토막난 여성의 시신 7구가 발견됐다.20대 여성의 골반이 드러나면서 손·발 등 끔찍하게 토막난 신체 부위가 잇따라 나왔다.예리한 흉기로 15∼18개 부위별로 잘려 있었기 때문이다.발굴에 나섰던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상당히 많이 잘렸다.”면서 “사람의 관절 수가 몇 개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밝혀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각함을 시사했다.이곳의 시신은 살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패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신원확인 어려운 시신 DNA조사 의뢰 계곡 왼편의 제2현장에서는 시신 2구가 나왔다.매장한 지 오래돼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뼈만 남아 있었다.계곡 오른쪽 아카시아숲에서도 토막난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유영철은 시신을 1구씩 다른 곳에 묻었다.빨리 썩게 하기 위해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는 모두 벗기고 파묻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된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고 그렇지 않은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조사를 의뢰했다. 봉원사 암매장 현장에서는 현지 주민 100여명이 “저럴 수가…”라며 충격에 휩싸인 채 현장 검증을 지켜봤다.봉원사의 한 스님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지만 이처럼 끔찍한 일…”이라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화장대·화장품… 여자와 동거 흔적 한편 마포구 노고산동의 4층 건물 2층에 위치한 유영철의 원룸은 자취생활을 하는 여느 직장인의 주거지와 마찬가지였다.침대와 TV,컴퓨터들이 놓여 있었다.화장대와 화장품,인형 등 여성이 동거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유영철 체포 직후 지난해 9월 일어난 신사동 숙명여대 명예교수 부부 피살 사건의 현장에 유영철을 데려갔다.실질적인 현장검증에 앞서 수사 차원의 검증이었다. 이 때 유영철은 “초기 현장 조사를 좀 더 철저히 했다면 나를 금방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태연하게 ‘훈계’까지 했다.“부부를 살해한 뒤 실수로 흉기를 안방에 놔둔 채 문을 안으로 잠그고 나와 흉기를 되가져가기 위해 안방문을 수차례 걷어차 다리털이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라며 ‘조롱섞인’ 진술을 했다.신사동 명예교수 부부 자택에 대한 실질적인 현장 검증은 법원의 증거보존 방침에 따라 하지 못했다. 종로구 혜화동 살인사건 현장에서 유영철은 실제 자신이 범인이 아닌 듯한 진술을 늘어놓아 경찰을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연합군의 앞잡이” 후세인, 판사 조롱

    6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수척해지고 더 늙어 보였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오히려 자신을 심문하는 재판정의 판사를 연합군의 앞잡이라고 꾸짖는 등 30여분간 계속된 첫 재판에서 시종일관 기세등등한 자세였다.다음은 CNN 등 외신이 전한 판사와 후세인간 법정 논쟁 요지다. ●후세인 시종일관 기세등등 법정에 도착한 후세인은 법정에서 수갑이 풀리자마자 과거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금방 회복했다.판사가 직업을 묻자 “나는 이라크 국민이 직접 뽑은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다.”고 자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어 이라크의 전 대통령이 아니냐고 판사가 따져 묻자 전직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라면서 “국민이 나에게 부여한 대통령의 직위는 연합군이 함부로 빼앗을 수 없다.”고 반격했다.자신을 심문하는 법정이 국민의 뜻에 거슬린 것이라면서 판사에게 “어찌 연합군을 대표하느냐,코란과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유산인 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훈계까지 했다. 이에 판사가 지지 않고 “당신은 해체돼 소멸한 바트당 당수고,전 이라크군 총사령관”이라며 신분확인을 계속해 나가자,후세인은 “당신 또한 나에게 자신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시비를 걸었다.판사가 “나는 이라크 중앙법원의 심문판사”라고 대답하자,“옳아? 그러면 당신은 이라크 사람인데 점령군을 대표하는가?”라고 판사를 조롱하기도 했다. ●“쿠웨이트 침공은 정당하며 진짜 범죄자는 부시” 이후 판사가 후세인이 저지른 7가지 범죄행위를 적시한 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7번째 혐의는 이라크 대통령과 군 사령관으로서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이라고 규정하자 후세인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그는 “이 혐의는 부당하다.왜냐하면 이 행위는 대통령인 상황에서 시스템적으로 행해진 것이다.”고 강변했다.특히 “쿠웨이트는 이라크 여성들을 매춘부로 모독했다.이런 쿠웨이트의 ‘개’들로부터 이라크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공식적인 의무이며 결코 재판받을 일이 아니다.이 모든 것(자신을 재판하는 것)은 부시가 연출하는 연극이며 부시야말로 진짜 범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이 대목에서 매우 격앙된 듯 비속어까지 사용,판사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혐의 기록 서류에 서명 거부 후세인은 자신의 모든 혐의들을 부인하면서 혐의 기록 서류에 서명을 완강히 거부했다.판사가 “당신이 이 서류에 공식 서명하기를 바란다.이것은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며 서명을 요구하자,그는 “변호사가 입회할 때까지 어떤 것에도 서명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버텼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大法 “교사 이런체벌 안된다”

    대법원이 체벌 등 교사의 지도행위가 어떤 경우에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인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조무제 대법관)는 지난 99년 여중생을 폭행하고 욕설해 모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체육교사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사가 학생을 징계가 아닌 방법으로 지도할 때 교육상 필요가 있어야 될 뿐만아니라 신체·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이나 비하하는 말 등 언행은 교육상 불가피한 때에만 허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생에 대한 폭행·욕설에 해당되는 지도행위는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써는 교정이 불가능한 경우로 그 방법과 정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타당성을 갖췄을 때만 법령에 의한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학생에게 체벌 등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도 않은 채 지도교사의 성격 또는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행위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개별적으로 훈계·훈육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낯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서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체벌·모욕을 가하는 지도행위 등은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 또는 지도교사의 신체를 이용,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학생의 성별·연령·개인적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행위 등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세계사 편력1,2,3/곽복희·남궁원 옮김

    “보통 사람들이 언제나 영웅일 수는 없다.그들은 날마다 빵과 버터,자식 뒷바라지,또 먹고 살아갈 걱정 등 여러가지 문제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단 때가 무르익어 사람들이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확신을 갖게 되면 아무리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도 영웅이 되며,역사는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해 커다란 전환기가 찾아온다.그리고 그들 속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나타나 모든 사람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큰 일을 이루도록 이끄는 것이다.” ●印영웅 네루가 딸 간디에 보낸 편지 196편 인도의 독립영웅 자와할랄 네루가 1930년 외동딸 인디라 간디의 13번째 생일을 축하해 보낸 옥중편지의 한 대목이다.네루가 나이니 형무소에서 쓴 이 편지는 거창한 도덕적 설교나 엄숙한 얼굴의 훈계가 아니다.네루 자신의 표현대로 “착한 요정이 줄 수 있는 공기나 정신,영혼으로 된 어떤 것”,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선물이다.어떻게 지도자가 탄생하고 역사를 이끌어가는가를 소상하게 일러준 네루의 글은 훗날 인도의 초대 여성총리가 된 인디라 간디의 신념과 용기의 원천이 됐다. ●이야기체 편지글… 부담없이 읽혀 네루가 1930년부터 1933년까지 3년 동안 옥중생활을 하면서 딸에게 쓴 196편의 편지글들을 모은 ‘세계사 편력1,2,3’(원제 Glimpses of World History,곽복희·남궁원 옮김,일빛 펴냄)이 ‘결정판’의 형태로 완역돼 나왔다.이야기체의 편지글 형식인 만큼 부담없이 읽힌다는 게 장점이다.이 글들이 씌어진 시기는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운동을 전개하던 때.우리 역시 그 당시 일제의 지배 아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입장에서 보는 세계사’라고도 할 수 있다. ●어린 딸의 역사적 안목 키워주려 노력 1919년부터 간디 밑에서 인도 독립을 위한 반영투쟁에 나선 네루는 1921년 이래 1945년까지 여덟 차례 체포되면서 9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다.네루는 어머니와 할아버지마저 투옥돼 홀로 남겨진 어린 딸에게 편지를 통해 역사와 인생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려 했다.조국애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가장 오래된 도시인 베나레스,즉 옛날의 카시를 찾아가 그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보렴.아득한 옛날-숱한 제국의 몰락과 새로운 복음을 가져온 불타,오랜 세월 평화와 위안을 찾아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니? 늙고 쇠퇴하고 지저분하고 악취가 나지만 활기차고 연륜으로 가득차 있는 곳이 바로 베나레스다.그 얼굴에서 인도의 과거를 볼 수 있고,강물의 속삭임 속에서 사라진 세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민족우월·제국주의 반대… 민주적 평등 강조 세계 역사는 바야흐로 중심이동이 이뤄지고 있다.이제 더이상 서구와 미국중심의 편협한 역사관으론 다변화하는 현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중국·인도 등 동양의 새로운 강자가 역사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네루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누구보다 앞서 읽었다.그는 모든 민족의 자주성과 평등을 강조하며 민족우월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나아가 동양이 과거엔 오히려 서양을 능가하거나 동등했음을 편지 곳곳에서 강조한다.“세계 여러 민족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다르지 않다.지도는 여러 나라들을 울긋불긋하게 구분해 놓고 있지만 그 색깔 구분이나 국경에 연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시아 사람들은 커다란 파도가 밀어닥치듯 몇번이나 유럽을 정복했다.그들은 유럽에 문화의 빛을 전해줬다.아리아인,스키타이인,훈족,아랍인,몽골인,투르크인….아시아는 이 민족들을 마치 메뚜기떼를 낳듯이 잇따라 키워냈다.사실 유럽은 오랫동안 아시아의 식민지와 같은 존재였다.” ●“행동은 사상의 종점이다” 네루가 국민회의파에 참여하게 된 것은 1916년 간디를 만나 그의 행동주의에 영향을 받아서였다.네루는 자신의 196회분 마지막 편지에서 “행동은 사상의 종점이다.”라는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의 말을 인용하며 다시 한번 ‘행동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행동을 동반하지 않는 사상은 모두 미숙아이며 변절이다.만약 우리가 사상의 주인이 되려 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행동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롤랑의 말은 곧 네루의 말이기도 하다.각권 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암울한 80년대 ‘인권지킴이’ 잠들다

    한승헌·이돈명씨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 꼽히는 유현석 변호사가 25일 오후 별세했다.향년 77세. 52년 제1회 판·검사 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은 유 변호사는 14년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66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명동 구국선언문 사건을 비롯,시국·공안사건의 변호를 도맡았다. 유 변호사는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민주화 인사들의 변론을 맡아 당시 서슬이 퍼렀던 군사법정에서 “용기를 내 법관으로서 양심에 맞는 판결을 해달라.”고 재판장을 훈계,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80년대 들어 권인숙양 성고문 재정신청 사건,박종철·강경대군 치사사건,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등 사회적 이목을 끌었던 주요 공안사건의 변론도 맡았다.이같은 공로로 지난해 대한변협이 주관하는 제34회 한국법률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고문인 유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의 대표로 법정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지난 4일 극심한 복통으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해왔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기각 결정이 나왔던 12일 문재인 변호사 등 대리인단이 유 변호사가 투병중인 병실에 들러 소식을 전하려 했지만 혼수상태에 빠져 끝내 기각 소식을 듣지 못했다. 유족으로는 원규(서울고법 부장판사)·형규(미국 리드대 교수)·이규(작은형제회 신부)·정규(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상규(한국주택금융공사 홍보실장)·지영(신사중 교사)씨 등 5남1녀가 있다.빈소는 서울대병원,장례미사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혜화동 천주교회에서 봉헌된다.(02)760-2091∼2. 박경호기자 kh4right@˝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골퍼 선서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나는 치료자 아폴로 신과 하이게니아,파나케이아와 다른 신들과 여신들을 증인 삼아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서약을 지키겠음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입니다.나는 병자를 돕기 위해 내 능력껏 치료법을 사용하겠습니다.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여겨 존중히 여기겠습니다.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의 일부다.의사들이 면허를 취득해 환자를 돌보기에 앞서 신 앞에 서서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맹세다.나는 텔레비전에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신참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그 숭고한 정신 앞에 숙연해졌다. 내가 잘 아는 의사가 있다.그는 의사이기 전에 참다운 골퍼이고 싶어 한다.어느 날,나는 환자로서 그의 병원엘 가게 되었다.그는 전부터 내게만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책상 서랍을 열고 무엇인가를 찾았다.그는 곧 졸업증서나 성혼선언문 등을 끼워 보관하는,겉면이 부드러운 천으로 감싼 서류철을 꺼내서 내게 넘겨주었다.내가 서류철을 반으로 가르자,그 안에서 나온 것은 ‘골퍼 선서’였다. “이제 골프를 허락을 받음에,다음의 서약을 성실히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나는 나에게 골프를 전수한 사람을 나의 부모와 다름없이 존경하고 사랑하겠으며,그와 평생 동료로서 살아가겠습니다.내 자녀뿐만 아니라 나의 스승의 자녀들과,맹세와 서약에 의해 맺어진 제자들에게도 교훈·훈계·강의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골프를 전수하겠습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을 으뜸으로 여기어,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골프를 행하고 가르칠 것이며,인간뿐만 아니라 하찮은 생물도 상하게 하거나 해치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인도에 어긋나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일에 나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나의 양심에 따라서 품위를 가지고 순수와 신성으로 나의 골프를 지킬 것을 선언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타락한 행실을 억제하고,어떤 의도적인 부정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인종·종교·국적·정당 또는 사회적 지위를 초월하여 오직 다른 골퍼에 대한 나의 의무에 충실하겠습니다.나는 골프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습니다.순수함과 거룩함으로 나의 골프 생활을 영위할 것입니다.그리하여,복된 문화적인 삶을 즐기고,모든 이들로부터 명성을 얻겠습니다. 나는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걸고,위의 내용을 서약합니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탄핵기각] 윤영철소장 ‘따끔한 훈계’

    “어이쿠 이러다가….” 14일 오전,TV로 중계되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잠시 동안이나마 극도의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대통령의 발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공표한 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훈계’를 한참 동안이나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결정문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던 윤 헌법재판소장이 가장 간곡하게 ‘타이른’ 대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행위’부분이었다.그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라면서 그럼에도 “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고 법률의 합헌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대통령의 지위에서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 소장은 “대통령도 정치인으로 현행 법률의 개선방향에 관한 입장과 소신을 피력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선거법 위반 행위로 중앙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 선거법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률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은 다른 공직자의 의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나아가 국민 전반의 준법 정신을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법치국가의 실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대통령 스스로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지 않는다면,국민 누구에게도 법의 준수를 요구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윤 소장은 결론지었다. 윤 헌재소장은 이런 정도의 강도높은 ‘설득’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결정문을 마무리짓기 직전 한 차례 더 고언(苦言)을 내놓았다.윤 소장은 짧은 민주정치의 역사속에서 국민의 헌법의식이 이제야 싹트기 시작하였고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직 확고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확고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서동철기자˝
  • [사회플러스] 중학생 아버지·담임 꾸중에 자살

    아버지의 꾸중을 들은 중학생이 부모가 잠든 사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10일 오전 4시15분쯤 서울 노원구 공릉3동 S아파트 401동 앞 도로에서 이 아파트 14층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송모(13)군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김모(64)씨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송군은 전날 학교 숙제를 하지 않아 담임교사로부터 “반성문을 써오라.”는 지시를 받았으며,귀가한 뒤 방에서 반성문을 작성하다 아버지에게 “학교생활을 잘하라.”며 훈계와 팔굽혀펴기 50회 등 기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학교와 집에서 연이어 꾸지람을 듣고 상심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신세대 감각 톡톡 튀는 급훈 인기

    새학기를 맞은 초·중·고 학생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급훈(級訓) 정하기다.과거에는 담임교사가 교육관 등을 바탕으로 적절한 내용을 급훈으로 정하는 방식이 주류였지만,최근에는 학생들이 직접 학급회의 등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이 늘고 있다.까닭에 신세대의 의식이 반영된 톡톡 튀는 급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급훈으로는 최근의 시대상을 반영한 ‘패러디형’을 들 수 있다.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힌트를 얻은 ‘합격증 휘날리며’나 TV에서 방영됐던 ‘올인’,‘여인천하’ 등이 그것이다.광고 등에서 등장하는 카피를 활용한 ‘열심히 공부한 당신 더해라’,‘세상을 다 가져라’,‘꿈★은 이뤄진다’ 등도 이같은 유형에 포함된다. 희망사항을 재치있게 표현한 ‘목표제시형’ 급훈도 학생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3 교실의 경우 재수(再修)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재수없는 반’,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에 진학하자는 뜻으로 ‘2호선을 타자’,‘빡세게!’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다소 위협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옆사람 깨워라’,‘쉿!’,‘엄마가 보고 있다.’,‘밥값은 하자’ 등의 ‘협박형’ 급훈도 인기다.이밖에 ‘노력의 열차를 타면 희망의 역에 도착한다’,‘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인생은 언어가 아니다’ 등과 같은 시적인 표현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예전에 급훈으로 자주 사용되던 정직·성실·근면·인내·정숙·충효 등의 단어나 ‘4당5락’(四當五落),‘고진감래’(苦盡甘來),‘초지일관’(初志一貫) 등의 교훈적인 사자성어와는 사뭇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송모(16·서울 관악구 신림동)군은 “모든 학생들에게 막연히 모범생이 되기를 강조하는 급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급훈으로는 훈계조의 내용보다 반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표현이 더 적당하다.”고 말했다. 서울 S여고 이모(25·여) 교사도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급훈에 대해 다소 천박하다는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하지만,관념적·추상적 단어를 사용한 박제화된 급훈보다는 오히려 낫다.”면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결정한 급훈인 만큼 학생들의 실천을 이끌어내는데도 유리하다.”며 지지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 중학생 5~6명이 급우 집단폭행 촬영 '왕따 동영상’ 충격

    중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내용을 스스로 동영상으로 제작,인터넷에 올려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dcinside.com)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을 여러명이 괴롭히는 내용의 동영상이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왔다. 총 16분 길이의 동영상에서 학생 5∼6명은 혼자 책상에 엎드려 있는 A(16)군을 둘러싸고 손으로 머리를 치고 귀를 잡아당기는가 하면 가방을 빼앗고 의자로 책상을 치는 등 괴롭혔다. 이들은 A군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 웃긴다,저 ××.’ 등의 욕설,비웃음과 함께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으로 A군을 찍었으며 다른 학생들은 이 광경을 지켜봤다. 이 동영상을 제작해서 올린 B(16)군은 “즐감(즐겁게 감상)해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동영상에도 자신과 피해자,다른 학생들의 이름을 자막으로 밝혔다. 이를 보고 분노한 네티즌들이 이 중학교 홈페이지와 B군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몰려 1000건 이상 비난 글을 올리자 디씨인사이드와 해당 중학교는 관련 글을 모두 삭제했고 B군도 홈페이지에 사과문과 함께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그러나 A군의 가족은 A군이 전부터 왕따로 계속 고통을 받아왔다며 B군 등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A군의 아버지(50)는 “작년 여름 졸업여행을 갔을 때도 B군이 주동해 여럿이 아들을 밤새 괴롭힌 적이 있다.”면서 “훈계 정도로 넘어가면 이런 일이 다시 생기므로 남을 괴롭히는 일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이번에 뼈저리게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도 “조사 결과 A군이 괴로움을 많이 느낀 것이 사실이며 교사들도 충격을 받았다.”면서 학교에서 지도가 충분치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에 A군과 매우 친한 사이여서 졸업을 앞두고 ‘추억만들기’ 비슷한 장난을 친 것이라고 하더라.”며 “호기심으로 찍은 것인데 큰 일이 됐다며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 [열린세상] 자존심이 뭐기에?/임옥희 여성문화이론 연구소 공동대표

    이 땅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철 지난 의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존중에 바탕한 철저한 마키아벨리즘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변의 한 사람이 겨울방학 동안 미국 여행을 떠났다.미국 유학으로 10년 세월을 보냈으니,그곳에 대한 향수가 있을 법도 했다.하지만 하필 이런 상황에 미국행이냐고 물어보았다.그러자 “이런 상황이 어떤 상황이기에”라는 반문이 되돌아왔다.절박한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관광여행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독주하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세상도 가능하다는 기치 아래 아래로부터 세계화를 부르짖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소위 한국의 지식인으로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리는 인도의 뭄바이로 간다면 납득할 수 있다.‘세계사회포럼’에는 반세계화,반전,반핵,생태주의 여성 운동을 전개하는 아룬다티 로이,반다나 시바 등도 참여하고 있다.전세계 여성 운동가들이 모여 반핵,반전,반미를 외치는 마당에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내 눈에는 자존심 상하는 일처럼 보인다고 툴툴거렸다. 그런데 나는 왜 오지랖도 넓게 다른 사람이 미국 여행을 간다는 데 그처럼 신랄한 반응을 보였을까?그 사람의 반문대로 지금이 어떤 상황이기에,여행길에 오르는 사람에게 어쭙잖은 자존심까지 들먹였을까? 2003년 12월5일부터 미국은 테러 방지를 이유로 입국 심사시 전자 지문날인을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있다.신화가 없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지 않을까 싶다.신화가 없어서 스스로 신이 되기로 작정한 미국이 언제 타국의 동의를 구하고 행동했던가.대한민국 역시 자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해 주민등록증에 지문 날인을 강제하지 않느냐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 시민을 상대로 똑같이 전자 지문 날인을 받는 것은 아니다.백인 제국과 일본은 제외했다.대략 28개국인 이들 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의 경우 승무원들마저 지문 날인을 해야만 했다.언제라도 테러를 일삼을 수 있는 ‘야만적인’ 나라의 시민들은 지문 날인에서 예외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했다.남한 사회처럼 미국에 충성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그런 한국인들에게 비자 발급시부터 지문 날인을 받겠다고 한다.그것이 아마 동맹국에 대한 의리인 모양이다. 브라질은 자국에 입국하는 미국인들에게 지문 날인을 받겠다고 한다.브라질의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다.동맹국이라는 미명하에 이 땅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의 범죄를 생각한다면 우리 역시 그들에게 지문 날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맥팔랜드 사건에서 보다시피 이 땅을 쓰레기 하치장 취급해도 주한 미군은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다. 반세기 동안 한국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동맹 속의 섹스’에서 보다시피 주한 미군과 한국 정부는 동맹이라는 이름 하에 기지촌 여성들을 교환했다.이 땅에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한국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자국 여성을 팔아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욱 미운 법이다.강자에게는 알아서 설설기면서 약자에게는 자존심마저 반납하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 지배계층들의 행태에 사실은 더욱 자존심이 상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그 사람은 비아냥거렸다.당신도 자주 들먹이는 자주파냐.동맹국에 대한 의리라는 것도 있지 않으냐.100년 전에도 자존심 타령이나 하면서 세계 정세에는 맹목적이었던 쇄국정책으로 인해 대한제국은 망했다.지금 상황도 100년 전인 구한말과 다를 바 없다.자존심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그 사람은 말했다. 동맹국으로서 의리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훈계는 이제 신물난다.약자는 자존심마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약자에게 의리를 지키라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이 땅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철 지난 의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존중에 바탕한 철저한 마키아벨리즘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임옥희 여성문화이론 연구소 공동대표˝
  • 儒林(유림) 속 한자이야기

    유림(13)에 梁柱가 나오는데 梁(들보 량)과 柱(기둥 주)의 공통점은 木자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木자가 들어간 한자는 그 뜻이 나무와 연계되어 나왔으며 本(뿌리 본),末(끝 말) 등과 같이 木자를 이용하여 추상적으로 만든 일부 한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村(마디 촌),材(재목 재),枯(마를 고),梅(매화 매),棟(마룻대 동)과 같이 木자를 제외한 부분이 음이 된다. 柱자도 마찬가지인데 主(주인 주)자가 들어간 한자는 거의가 住(거처할 주),注(물댈 주),駐(머무를 주) 등과 같이 ‘주’로 발음된다. 梁柱는 (대)들보와 기둥으로 집을 지탱하는 핵심 목재(木材)들이기에 국가나 사회의 중요한 인물을 뜻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한자어로는 柱石(柱石之臣의 준말)과 棟梁(마룻대와 들보)도 있다. 마룻대는 서까래를 지탱하며 집 중앙을 가로로 버텨 주는 가로 막대이며,들보는 집의 상단부를 받쳐 주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얹히는 굵은 나무인데,들보 중에서도 가장 굵고 강한 것이 대들보이다. 우리는 대들보 하면 보통 두 가지 일화를 떠올린다. 하나는 대들보가 이처럼 중요하기에 집을 지을 때 간혹 행하는 ‘대들보 올리는 행사인 上梁式’이다. 이는 家家戶戶(가가호호:집집마다) 그 집을 보호하는 神(귀신 신)이 있는데,그 중에서 제일 높은 신인 상량신(上梁神) 또는 성조(成造)라고도 하는 성주신을 맞이하는 행사로 성주맞이 굿을 하기도 한다. 성주신(상량신)이 가신(家神)으로 모셔지게 된 사연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하늘의 천궁대왕과 옥진부인은 39세가 되도록 자식이 없다가 불공(佛供)을 드려 아들을 낳았는데,이름을 안심국(安心國)이요, 별호(別號:별도의 호칭)를 성조씨(成造氏)라 했다.성조가 15세 되었을 때 인간들이 집이 없어 고생하는 것을 보고는 땅에 내려와 나무를 이용하여 집 짓는 것을 가르쳐 주려 했다.그러나 산신(山神)의 반대로 솔씨 서말 닷되를 산에다 심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그 후 그가 74세였던 어느 날 그가 심었던 소나무가 생각나서 10명의 子女를 거느리고 땅에 내려왔다가 연장을 만들어 인간들에게 집을 지어 주었다.즉 성조가 인간에게 집 짓는 방법을 처음 가르쳐 준 셈이다.그래서 입주신(入住神)인 성주신으로 모셔지게 된 것이라 한다. 또 하나의 일화는 후한서(後漢書)에 전하는‘양상군자(梁上君子)’이다. 후한(後漢) 말 ‘진식’이라는 사람이 태구현의 관리로 있을 때였다.흉년이 든 어느 해에 진식이 방에서 책을 읽는 중에 마침 도둑질하러 방안에 들어왔다가 미처 나가지 못하고 대들보 위에 숨어 있던 도둑을 발견했다. 그러나 진식은 모르는 척하며 아들과 손주들을 불러 “무릇 사람은 스스로 힘써야 하느니라.나쁜 사람도 본성(本性)이 나쁜 것은 아니고,나쁜 행실이 습관이 되어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야.예를 들면 지금 저 대들보 위에 있는 군자(梁上君子)처럼 말이다.”라고 훈계했다. 그러자 이 말에 마음이 찔린 도둑이 내려와 진심으로 사죄했고,진식은 그를 가엽게 여겨 비단 두 필을 주었다는데,그 후로 그 현에는 도둑이 없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도둑을 미화하여 양상군자라 부르게 된 것이다. 유림(9)에 나오는 禁府堂上(금부당상:의금부당상관)의 직책을 맡은 사람도 棟梁 중의 한 사람이라 생각된다. 정3품인 통정대부 이상을 당상관,정3품인 통훈대부 이하 관리를 당하관이라 했는데,당하관들은 망건(網巾)에 까막관자를 붙인 반면,당상관들은 옥관자(玉貫子:옥으로 만든 관자)를 붙였다. 그런데 당상관들의 옥관자는 망건에서 떼어 놓아도 좀이 먹거나 변색되거나 또는 전국에 몇 개 되지 않아 잃어버릴 염려도 없었다. 그래서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없다.’라는 의미로 ‘떼어 놓은 당상(망건에서 떼어 놓은 옥관자)’이라 하는데,이를 ‘따 놓은 당상’이라 하여 이미 따놓은 벼슬자리를 뜻한 것처럼 잘못 사용되기도 한다. 박 교 선 교육부 연구사
  • 책/대통령의 자식들

    더그 위드 지음 / 윤성옥·송경재 옮김 중심 펴냄 우리에게 ‘대통령의 자식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소통령’ ‘비리’ ‘수갑’….그러면 200년 이상의 공화정치 역사를 지닌,43명이나 되는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미국도 대통령 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해 특혜를 받고 비리를 저질러 여론의 비난을 산 아들들이 더러 있다.그러나 적어도 범법행위로 감옥에 간 아들은 없다.물론 어려서부터 ‘사회적 애완동물’이 된 대통령 아들들이 주위의 지나친 기대와 관심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빠지거나 젊은 나이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예는 적잖다.또 대통령의 자식들은 일반인에 비해 이혼율도 높다.오죽하면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일 가운데 하나가 대통령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그들의 삶은 끔찍하다.”고 했을까. ‘대통령의 자식들’(더그 위드 지음,윤성옥·송경재 옮김,중심 펴냄)은 조지 워싱턴부터 조지 W 부시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의 자녀에 관한 보고서다.1988년 조지부시 대통령 후보의 선거참모로 일한 저자는 부시가 당선된 후 아들 조지 W 부시의 요청으로 대통령 자녀들의 삶을 정리했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모험가 정신이 충만한 사람들이었다.그래서 그런지 그 아들들 또한 모험심이 강한 이들이 많다.1999년 자신이 직접 조종하던 비행기가 추락해 죽은 존 F 케네디 2세가 대표적인 예.그는 위험한 바다로 카약여행을 다니고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비행기 조종훈련을 받곤 했다.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아들 4명은 1차대전이 터지자 모두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그 중 막내인 쿠엔틴 루스벨트는 전투기 조종사가 돼 독일군과 공중전을 벌이다 추락해 전사했고,두 형은 지체장애자가 됐다.맏형 시어도어 테드 루스벨트 2세는 육군준장으로 2차대전에도 참전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했다. 아버지에 못지않은 명성을 쌓은 아들도 보인다.링컨 대통령의 맏아들 로버트 토드 링컨은 그중 가장 성공적인 삶을 산 인물로 꼽힌다.그는 AT&T의 창립자로 알려져 있으며,가필드 정부에서 육군 장관을 지낸 것을비롯해 각료·대사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로버트를 포함해 8대 마틴 밴 뷰런 대통령의 둘째아들 존 밴 뷰런,27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의 장남 로버트 알폰소 태프트 등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실제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장남 존 퀸시 애덤스는 6대 대통령에,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장남 조지 W 부시는 4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역대 대통령의 아들로 주지사에 당선된 사람은 두 명인데 그들 모두 조지 부시의 자식들이다.부시가가 자식농사만큼은 잘 지은 셈이다.그 비결은 무엇일까.조지 부시는 말한다.“나는 자식들을 훈계하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오직 사랑만 베풀 뿐 스트레스를 결코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조지 W 부시 또한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벽돌담이라도 뚫고 달리겠다.”고 말한다. 대통령 아버지를 궁지에 몰아넣거나 불운한 생을 살다 간 자녀도 많았다.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의 장남 조지 워싱턴 애덤스는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과 기대에 중압감을 느낀 나머지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로 죽었다.남북전쟁 영웅인 18대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은 퇴임 후 둘째아들 율리시스 심슨 버크 그랜트 2세가 설립한 증권회사에 투자했다가 재산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32대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역시 아들들의 인사 개입과 특혜시비로 곤욕을 치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인기나 영향력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루스벨트의 네 아들은 2차대전이 일어나자 모두 군에 자원 입대해 가장 위험한 전투지역에 투입됐다.‘병역정의’가 흔들리는 우리에겐 무엇보다 가슴에 와 닿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책은 대통령 자녀의 생애와 일화를 11개의 장으로 나눠 요령있게 다뤘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길섶에서] 설 영화보기

    설날 풍속도 가운데 예전과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극장가 풍경 아닐까.연휴에 맞춰 개봉영화가 줄을 잇는 것도 연륜 쌓인 전통이다.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예전에도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연소자 입장불가’라고 쓰여있곤 했다.그러나 고모나 삼촌의 손을 잡고 탈 없이 들어갔던 기억이 여전히 삼삼하다. 아직도 그 티를 벗지 못해 내내 잊고 살다가도 설날 연휴 무렵만 되면 영화프로를 챙기는 버릇이 남아있다.‘실미도'가 하도 ‘절찬리 상영중’이라고 해서 동네 근처 개봉관을 찾았더니,벌써 매진이란다.인파가 장사진을 친 풍경도 옛 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왕 나왔으니 다른 영화라도 보고 가자.”고 우겨 ‘라스트 사무라이’를 봤다.미국영화가 흔히 그렇듯 ‘메시지가 있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정월 초하루부터 아들녀석에게 집사람의 일장 훈계가 시작됐다.나라는 달라도 최고는 서로 통하고,닮은꼴이라는 둥. 그 모습을 말 없이 지켜보면서 속으로 ‘예전 삼촌 따라다닐 때가 좋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양승현논설위원
  • 주말매거진 We/세상에 이런 일이-국내

    대학로서 3000명 우르르 나 잡아봐 ~ 라 ‘누가 술래고 누가 행인이야?’ 3000명이 넘는 인원이 한 장소에 모여 ‘술래잡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지난달 3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tag2003’(playtag.co.to)이라는 사이트에서 주최한 ‘범국민 대규모 술래잡기’에 네티즌들이 구름같이 모여든 것. 이날 술래잡기는 ▲도망자가 술래에게 잡히면 서로 역할을 바꾸는 ‘고독한 술래’ ▲술래에게 잡힌 도망자가 계속 술래가 돼 모두가 술래가 된 다음에야 끝이 나는 ‘무한증식 술래’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참가자들은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 일대를 필사적으로 뛰어다녀 시민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의 성공적인 술래잡기에 힘입어 네티즌들은 지난 1일 부산에서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술래잡기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의 놀이를 벌였으며 일산과 대구,인천의 네티즌들도 속속 카페를 결성,지역별로 비슷한 형태의 대규모 술래잡기를 계획하고 있다. 놀이를 최초로 제안했던 오형종(19·ID시시로)군은 “한 스포츠 의류용품업체가 술래잡기를 주제로 만든 광고 동영상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도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놀이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걷기 귀찮아 자전거 ‘슬쩍' “장난으로 훔쳤을 뿐인데 죄가 될 줄 몰랐습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 형사계.이모(20)군 등 20대 젊은이 3명이 나이 지긋한 경찰로부터 훈계를 듣고 있었다.“학생들이 할 일이 없어 도둑질을 해? 너희들 학생만 아니었으면 모조리 구속이야.” ●음주 뒤 ‘객기’가 화근 전날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길에 자전거를 훔친 대학생들이었다.이들의 얼굴에선 ‘억울함’과 ‘당혹감’이 교차했다.취중에 장난삼아 벌인 일이라고 항변해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들 모두 강남구 개포동과 대치동의 중형아파트에 사는 ‘8학군’ 출신이었다.아버지가 중앙정부기관 공무원인 사람도 있었다. 괜한 ‘객기’가 화근이었다.적당히 취기가 올라 밤 10시쯤 귀가하던 이들은 일원동의 주택가에서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자전거를 발견했다.이군이 “집까지 걸어가기도 귀찮은데 자전거를 타고가자.”고 제안했다. 자전거 1대를 번갈아 타가며 집이 있는 개포동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자정도 다가오고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웠던지 일행 중 누군가 “2대를 더 훔쳐 1대씩 타고 놀자.”는 얘기를 꺼냈다. 대담해진 이들은 30분 남짓 개포동의 아파트단지를 돌며 2대를 더 훔쳤다.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마지막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오던 신모(20)군이 순찰중이던 60대 아파트 경비원에 붙들렸다.도망칠 기회도 있었지만 ‘이게 무슨 큰 죄가 될까.’란 생각에 순순히 경찰서까지 동행했다. 경찰은 초범인데다 학생 신분이란 점을 감안해 이들을 불구속 입건하는데 그쳤다.다음날 오전 경찰서 문을 나서면서도 이들은 자신들의 죄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했다.“법이 이렇게 엄한 줄 몰랐다.이제 우린 전과자가 된 거냐.”며 태연히 대화를 나눴다. 강남 최고급 빌딩 화장지도 비쌀까? 같은 시각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계에도 이모(19)군 등 대학생 4명이 절도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이들이 훔친 것은 두루마리 화장지.광진구 성수동에서 자취생활을 하던 이들은 자취방에 화장지가 떨어지자 대형건물 화장실에는 24시간 화장지가 비치된 것을 떠올렸다. 30일 오후 5시 이들은 화장지를 넣을 빈 스포츠가방을 준비해 역삼동 스타타워로 향했다.‘서울에서 가장 비싼 빌딩이니 화장지 질도 좋을 것’이란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화장실을 돌며 화장지 21개를 챙겼다.범행에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음 한 구석엔 찜찜한 기분도 없지 않았지만 ‘1만원어치도 안 되는데 무슨 죄가 될까.’ 싶었다.하지만 이들은 때마침 연말을 맞아 취약지 순찰을 하던 경찰과 맞닥뜨렸다.불룩한 가방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이들을 경찰이 그냥 보아넘길 리 없었다. 결국 이들은 경찰서로 연행돼 하룻밤을 보호실에서 보내야 했다.학생 신분을 내세워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은 엄정했다. 강남경찰서는 31일 이들을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세영기자 sylee@ 돈 안주면 “부처님도 싫어” 돈 문제로 절 주인과갈등을 빚던 주지 스님이 절에 불을 질러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4일 자신이 주지로 있는 사찰에 불을 지른 ‘이진암’ 주지 김모(47)씨에 대해 일반건조물 방화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3일 오전 8시30분쯤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 이진암 건물에 불을 질러 법당 70평과 불상 등을 태워 1억 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혐의다. 김씨는 사찰 주인인 김모(80)씨의 부인 강모(72)씨를 폭행해 부상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돈 문제로 절 주인 김씨와 갈등을 빚어오다 ‘주지를 그만두라.’고 하자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르고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밝혀졌다. 35년만에 돌아온 병원비 40만원 돈이 없어 병원 치료비를 내지 않고 달아났던 환자가 35년만에 병원비 40만원을 갚았다. 인천 부평구 부평동 가톨릭대학교 성모자애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 40대 여자가 병원을 찾아와 안내원에게 “심부름 왔는데 원장님께 전해달라.”며 봉투를 전달했다.봉투에는 현금 40만원과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에는 “저는35년 전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목숨을 끊으려 음독을 했는데 이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습니다.그런데 병원비를 낼 돈이 없어 몰래 도망했습니다.이제야 아주 작은 40만원을 죄스러운 마음으로 보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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