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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객기의 일상

    숲속을 산책하거나 산에 오를 때면 문득 나는 아직 멀었고,대자연에 비해 너무 왜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그때 조금 너그럽고,여유를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후회도 곧잘 뒤따른다.누구나 한번쯤 경험한 감상이리라. 젊은 날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을 든다.생명이 움틀거리는,역동적인,그러면서도 한없이 너그러운 땅 위의 삶이 젊음을 자극했던 것 같다.마시지 못했던 술에 취해 열변을 토한 적은 또 몇 번이었던지…. 그러나 지금,그때의 마음 추스름은 아스라하고 객기만 남아 허전하다.나이가 들어가면서 늘상 마지막 남는 것은 반성뿐이다.굳이 ‘뽐내고 건방진 것은 객기가 아님이 없나니,객기를 항복받은 뒤에라야 정기가 펴일 것이오.’라는 옛 글을 되뇌이지 않더라도 여전히 어리석음 속에서 허우적대는 내 평범한 일상을 본다.왜 이리 작고 가벼운 걸까. 낡은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으면 옛 마음이 되살아날는지. 양승현 논설위원
  • 공산·사민당 ‘초라한 성적표’/의석수 절반으로 줄어 당 존립 흔들

    |도쿄 황성기특파원|‘9석,6석’- 일본의 혁신진보세력인 공산당과 사민당이 총선에서 거둔 초라한 성적표이다.20,18석이던 해산 당시와 비교하면 의석이 절반에도 못미친다.그나마 비례대표가 대부분이고 소선거구에서는 전멸에 가깝다. 예견했던 결과이지만 진보세력의 침몰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만큼 국회에서 제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특히 소선구에서 도이 다카코 당수가 낙선한 사민당(참의원 6명)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어 보인다.과거 사회당 시절 제1야당으로 군림하고,한때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기도 했던 저력의 사민당은 ‘꿈같은 일’이 됐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으로의 합병얘기까지 나올 만큼 1945년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도이 당수의 인책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그녀의 카리스마를 대신할 후계자가 마땅하게 없는 상황.민주당은 선거 전 사민당에 몇차례나 ‘선거협력’을 요청했으나 사민당이 끝내 거부했다.민주,사민당이 동시출마해 자민당에 패배한 지역은 300개 소선거구 중 60곳.후보를 단일화했을 경우 단순 표합산으로 자민당에 이길 수 있었다는 계산에 두 당이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딱한 사정은 공산당(참의원 20석)도 마찬가지다.1967년 총선에서 5석을 획득한 이후 한자리 숫자의 의석은 36년 만에 처음이다. 전반적 보수화 흐름,자민 대 민주의 양당 대결구도 속에서 전혀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다.게다가 지난 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시인 이후 일본에 조성된 반북감정도 친북 성향의 이들 두 정당에 감표요인이 됐다. 그러나 공산,사민의 퇴조가 이번 선거를 끝으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데 두 정당의 고민이 있다.공산,사민당은 개헌의 자민,민주당에 맞서 평화헌법을 고수한다는 ‘호헌(護憲)’을 내세웠지만 ‘전가의 보도’마저 전혀 듣지 않았다. 이들 정당의 앞날은 향후 일본사회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게 됐다.
  • 수백만 기러기아빠 외롭다 울지만 말고 날자! 건강나라로

    가족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혼자 사는 가장을 ‘기러기아빠’라고 부른다.40∼50대로 건강에 가장 신경써야 할 나이대가 많다.이 연령대에 들면 각종 건강지표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기러기아빠들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식사를 예사로 거르는가 하면 주말을 계획없이 보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특히 생활리듬이 깨진 상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생활이 계속되면 자신도 모르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심혈관질환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을 키울 수 있다.스트레스를 음주,흡연으로 풀다 보면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여기에 위축된 심리 상태와 외로움까지 겹쳐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지기 쉽다.전국적으로 수백만을 헤아린다는 기러기아빠들의 건강법을 살펴보자. ●사례 1년 전에 아들과 딸,아내를 뉴질랜드로 유학보낸 박준규(41·회사원)씨는 최근 들어 걱정거리가 늘었다.회사 건강검진에서 당뇨가 심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의사는 규칙적인 생활과 당뇨에 필요한 식단을 준비해실행해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혼자 사는 박씨로서는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고향에 계신 노모에게 집안 일을 부탁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아버지 때문에 어렵다.그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김유환(39)씨는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던 ‘기러기아빠’ 신세에 대한 불만에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까지 겹쳐 ‘이게 사는 건가.’라고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아졌다.가끔 집에서 밥을 해먹어도 보지만 손에 익지 않아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다.그런데다 최근엔 부쩍 체중이 늘고 혈압이 올라 여간 고민이 아니다.가끔 등산을 하지만 자주 가지 못해 건강에 딱히 좋을 것 같지도 않다.혼자 사는 생활이 이렇게 자신의 삶을 황폐하게 할 줄 몰랐다며 후회하고 있다. ●최고의 적,불규칙한 생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이 깨지지 않도록 규칙성을 갖는 것.기러기아빠들의 건강 문제는 불규칙한 생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단순히 ‘한끼 때운다.’는 식으로 끼니를 챙기다 보면 자신도 몰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혼자 있어 술자리가 잦아질 수 있다.과음은 필요 이상의 열량을 체내에 축적시켜 비만과 당뇨,간질환의 원인이 되며,생활리듬을 깨뜨려 문제가 된다. ●건강을 미리 챙기는 지혜 30대 후반부터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40대 후반부터는 복부비만으로 인한 당뇨병을 경계해야 한다.음주,흡연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절제된 생활과 함께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은 전신 쇠약감이나 피로감 등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 고혈압은 두통과 함께 뒷목이 뻣뻣한 증세로 나타난다.이유없이 코피가 터질 때도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고지혈증과 동맥경화는 특이한 증상없이 장기간 서서히 진행되므로 40대 이후부터는 정기 혈액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은 갑자기 숨이 차오르거나 운동할 때 가슴을 조이는 통증이 온다.가슴 통증이 팔로 뻗친다면 협심증을 의심할 수 있다. 검진 방법도 어렵지 않다.고지혈증은 혈중 지질검사,당뇨는 혈당검사,고혈압은 혈압검사로쉽게 확인되며,확진이 되면 의사와 상의해 생활요법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특히 주변에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지병이 있는 사람은 가까운 이웃이나 친척에게 미리 알려 비상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또 응급상황에 대비,비상연락처를 메모해 둬야 한다. ●황폐화하는 정신건강 기러기아빠에게 외로움은 가장 큰 적이다.여기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자칫 심리적 공황상태나 우울증을 유발하며,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적이다.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연대감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있을 때보다 더 자주,더 진실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서로가 사소한 일이라도 알리는 등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한다.운동을 겸한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순환기내과 한기훈 교수,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정신과 유범희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
  • 전생·후생 넘나들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사건/ 스릴러 ‘써클’ 14일 개봉

    ‘월드스타’ 강수연이 오랜만에 주연한 스릴러드라마 ‘써클’(제작 무비캠·JU프로덕션,14일 개봉)은 어쩌면 크게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매트릭스 3’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을 때 개봉하는 시점이 썩 좋지 않은데다 강수연 말고는 관객을 잡아끌 이렇다할 ‘미끼’가 없기 때문이다. 강수연의 상대역은 아직은 영화이력이 짧은 정웅인.촬영감독 출신인 박승배 감독의 연출작이다. 하지만 선입견은 금물이다.드라마를 풀어가는 힘만은 최근 선보인 그 어느 한국영화보다 강하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역시 강수연이 주도한다.그의 역할은 연쇄살인 사건을 담당한 검사 오현주.정신분열증을 앓는 듯한 연쇄살인범 조명구(정웅인)와,차가운 카리스마로 무장한 오현주의 캐릭터를 극대비시키며 영화는 보따리를 푼다.법정 안팎에서 두 캐릭터가 부딪치며 내는 파열음에 한동안 관객들은 감상포인트를 맞춰야 한다. 특별히 지능게임을 걸지 않은 채 밋밋하게 법정공방을 끌어가는 영화는 중반을 넘기면서 내러티브의 힘을 자랑하기 시작한다.조명구의 애인인 미향(최정윤)이 명구의 살인행각을 70년 전 기생 산홍 때문이라고 주장하고,이를 묵살하던 오현주도 점점 자신과 조명구가 전생에 숙명적인 인연을 나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현주와 조명구가 전생의 연인이었음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는 상당부분 1930년대 시대물로 둔갑한다.전생에 못다 이룬 남녀의 사랑이 후생(後生)에서 비극적 악연으로 연결되기까지의 과정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려지는 것.사랑과 욕망의 고리에 묶인 전생의 인물들이 현세에서 다시 만나는 필연적 사연들이 긴장감을 잃지 않고 착착 아귀를 맞춰나간다. 강수연이 1930년대 명월관 기생 산홍까지 1인2역했다.한 화면 안에서 현생의 오현주가 전생의 산홍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식이다. 느린 화면 전개와 살인의 진실이 여주인공의 환상을 통해 밝혀지는 비약은 스타일과 논리를 따지는 관객에겐 설득력이 떨어진다.그러나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모처럼 드라마를 곱씹는 재미를 느끼려는 의지만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황수정기자
  • “마지막홀서 승리 예감”

    생애 첫 승을 LPGA 투어 대회에서 거둔 안시현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우승을 언제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어제 코오롱 이웅렬 회장님이 “다 잡아버려.”라며 격려를 해줬지만 정말로 다 잡을지는 몰랐다.마지막홀 그린에 올라가서야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라운드에 앞서 세운 목표는. -3언더만 치자고 마음먹었다.그러면 다른 선수가 더 잘쳐 우승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목표보다 한타 더 잘쳐 우승할 수 있었다. 승부처가 된 홀과 승부에 종지부를 찍은 마지막홀 세컨드 샷은. -승부처는 4m 버디 퍼팅에 성공한 10번홀이고 세컨드 샷은 155m 남은 거리였고,6번 아이언을 잡았다. 동반자들이 부담은 되지 않았나. -많이 긴장했다.첫홀에서 세리 언니가 버디퍼트 넣을 때 가장 긴장했다.내가 못 넣으면 따라 잡힐 것 같은 위기였지만 나도 넣었다.언니가 내내 잘 대해 줬다. 우승 확정 순간 떠오른 사람은. -백을 메준 스승 정해심 프로와 어머니,아버지다.앞으로 LPGA투어 참가 등 일정이 바뀔 텐데. -우승을 예상하지 못해 정한 것은 없다.다만 더 넓은 무대에서 더 좋은 선수들과 겨뤄 보고 싶다. 올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라이벌 김주미의 선전에 대해서는. -생애 단 한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오늘로 다 풀렸다. 좋아하는 프로는. -안니카 소렌스탐이다. 제주 곽영완기자
  • 60년 환쟁이 인생 지그재그 변주곡 같아/ 결산전시회 여는 ‘만화계의 대부’ 신동헌 화백

    “난 내 이름(憲)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어.” 지난달 31일부터 자신의 창작인생을 결산하는 ‘에디슨과 아인슈타인 & 신동헌’전을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 캠퍼스내 청강만화역사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신동헌(申東憲·77) 화백.홍익대 근처 자택에서 만난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 인생이 마치 방랑자의 삶처럼 ‘지그재그 변주곡’ 같았다.”고 잠시 회상에 잠겼다.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기 어려운 천성 탓에 만화,애니메이션,클래식 음악,음악가 드로잉 등 다양한 것들에 빠져들며 삐쭉빼쭉 여기저기 부딪치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는 그는 “그래도 후회는 없어.지금도 후배들에게 예술가에게는 도전과 일탈이 필수적이라고 권한다.”고 말을 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가의 길로 1927년 태어나 자란 접경지 함경북도 회령은 외래문화에 접할 기회가 많아 나운규·신상옥 같은 예술인들이 대거 배출된 곳이다.신 화백만 해도 당시 그 지역에서 명망 높던 명필인 아버지 신기철씨부터가 이른바 ‘환쟁이’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신 화백은 집안의 관대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막내 신동우 화백와 함께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며 놀았다. 신 화백은 1942년 당시 중학생때 학생잡지 ‘형설시대’에 ‘묘안’이 첫 당선되면서 프로 만화가의 길을 꿈꾸었다.1946년 서울대학 예과에 입학한 뒤에도 충무로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그림 실력을 닦았다.스승인 ‘코주부’ 김용환 화백을 그때 만났으며 1947년 한국 최초의 만화단행본인 ‘스티브의 모험’을 내는 등,김용환 화백이 내던 주간만화신문 ‘뉴스’ 전속작가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벌였다. ●67년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 제작 1960년부터는 애니메이션에 손을 대 1966년까지 제자이자 동료인 넬슨 신 감독과 함께 수백편의 TV CF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진로소주,삐콤씨,럭키치약….그 경험이 67년 동생 신동우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문 도료인 ‘비닐 컬러’가 없어 ‘포스터 컬러’로 셀룰로이드 위에 직접그렸지.그런데 이건 뜨거운 조명 밑에 가져가면 껍질처럼 그냥 벗겨지거든.”신 화백은 고민 끝에 셀화를 그리자마자 재빨리 촬영하는 방법을 썼다.나중에는 포스터 컬러에 풀을 섞어 보기도 했고,맨질맨질한 피막을 누그러뜨리려고 양잿물에 필름을 재웠다가 썼다.1967년 후속작 ‘호피와 차돌바위’를 마지막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손을 뗐는데 “당시 영화판의 분위기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고 그 시절을 돌이켰다.1981년 캐나다로 건너가 현지 회사에서 1년여 동안 근무했지만 천성인 방랑벽을 어쩔 수 없었다.2년 동안 알래스카 등 미국과 캐나다의 국립공원 20여 곳을 풍경화를 그리며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물론 여비는 풍경화를 그려 팔아 마련했다. ●“음악가 그리는 게 더 재미있던데.” 그뒤 1983년 귀국해 MBC ‘뽀뽀뽀’용 단편 애니메이션을 10년간 제작해 주기도 했지만 애니메이션과 만화 분야에서 활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동안 취미생활이었던 ‘음악가 스케치’가 본업이 된 것이다. 신 화백이 지난 50년대 한국을 찾은 첼리스트 피아티 고르스키를 시작으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스케치해온 음악가의 수는 무려 2000여명.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아이작 스턴 피아노3중주단 등 직접 스케치한 것을 선물한 음악가도 줄잡아 300명이 넘는다.“만나면 술 한잔 할 사이는 되지.” 신 화백은 “일본의 후루카와 타이센,프랑스의 와이즈 밧슈 등 스케치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각국에 음악가 한 명씩은 있다.”면서 “내 전공은 현악4중주단 드로잉”이라고 말했다.“러시아의 보로딘(현악4중주단),영국의 린제이,아일랜드의 칠린기리안….” 대충 생각나는 대로 입에 올리는 악단만 해도 10여개.지난 99년에는 그동안 모은 스케치를 모아 예술의전당에서 ‘세계의 음악가 캐리커처전’을 열었고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 등 관련 책들도 여러권 썼다. ●“일탈을 자주 하되 기본을 지켜라” 신 화백은 자신을 굳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선구자’니,‘만화계의 대부’니 하는 호칭으로 묶는 것을 꺼려했다.“난 그냥 ‘문화적 방랑자’인 것 같아.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러나 신 화백은 “일탈과 도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만화가뿐만 아니라 누구든 계획대로 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 그래도 그때까지 열심히 쌓아온 ‘기본’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하루라도 스케치를 쉬어서는 안된다.’는 김용환 선생의 말씀을 50년 동안 지키고 있다는 노 화백이 지금까지 그린 스케치는 30만장이 넘는다.“‘기본’이라고 하는 것은 부지런히 노력해 쌓을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 아닐까….” 글 채수범기자 lokavid@ 사진 이언탁기자 utl@
  • [스포츠 라운지] ‘영원한 야구 철인’ 최태원

    마음 먹은 목표를 달성하고 은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은 누구나 큰 뜻을 품고 프로무대에 뛰어든다.하지만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경쟁에서 밀리거나 부상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유니폼을 벗어야만 한다. ●7년 6개월간 1014경기 연속출장 프로야구 2003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철인’ 최태원(33·SK 내야수)은 동료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서 한껏 부러움을 샀다.마음먹은 것을 이루고 떠나기 때문이다.지난 1993년 신인 2차지명 1순위로 프로야구 쌍방울에 입단한 그는 연속 출장기록 경신을 어렴풋이 목표로 가슴에 새겼고,95년 주전자리를 꿰차게 되자 그 뜻을 곧추 세웠다. 결국 그는 해냈다.95년 4월16일부터 지난해 9월10일까지 7년6개월에 걸쳐 1014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특유의 성실성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한국 프로야구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한국 야구의 역사가 짧지만 이런 기록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어릴 때부터 근성이 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 끈기가 필요한 이 기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요즘 가슴이 뻥 뚫린 것만 같다.올 시즌 33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던 아쉬움 탓도,은퇴 후유증도 아니다.지난 10월25일 시즌 내내 돌풍을 일으킨 소속팀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져 창단 첫 우승의 꿈을 끝내 접는 모습이 아직도 동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속 출장 기록을 세우기 위해 부상을 당해도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잡았다.이 때문에 몸에 무리가 많이 왔다.야구선수에게 33세 은퇴는 비교적 이른 편이고,더구나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기록 세운 대신 선수생명 줄어들어 지난 8년간 많은 고비가 있었다.무엇보다 부상이 끊이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96년 LG전에서 왼쪽 손목이 공에 맞아 한동안 고생했다.손이 너무 부어서 글러브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지만 ‘악바리’라는 별명답게 진통제 주사를 맞고 출장했다.한 달을 그렇게 보냈다.98년에는 팔꿈치 인대를 다쳐 팔이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을 감수하며 시즌을 마쳤다.회복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결과적으로 대기록을 세우기 위해 무리하게 출장한 것이 선수생명을 단축한 셈이 됐다.“영원히 야구선수를 할 것 같았는데….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습니다.결국 선택의 문제이니까요.” 그는 타고난 야구광이다.부모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갖고 놀라고 글러브를 사줬다.“야구가 무조건 좋더군요.시간만 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거나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쳐 선수로 그라운드를 마음대로 뛰고 싶었다.당시 그가 다니던 문성초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없었다.단식을 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모를 설득했다.뒤늦게 6학년 2학기 때 야구부가 있는 미성초등학교로 전학해 꿈에 그리던 선수가 됐다.그러나 운동선수로서는 키가 작아 후보로 맴돌았다. 태권도 선수로 한 체급을 10연패했던 아버지 최영열(58·경희대 태권도학과 교수)씨와 소프트볼 선수였던 어머니 양용자(57)씨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체력과 그만의 인내와 고집으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은퇴를 결정한 뒤 “이젠 유니폼을 벗는구나.” 하는 생각에 슬픔이 복받치기도 했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어깨를 활짝 펴고 있다. 다음 목표는 지도자.내년 미국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지도자 연수를 할 예정이다.그래서 요즘 영어 개인교습을 받느라 분주하다. 글 김영중기자 jeunesse@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생년월일:1970년 8월19일 포지션:내야수(우투·우타) 체격:178㎝ 74㎏ 별명:악바리,찐뜩이 경력:1989년 경희대 입학 1993년 쌍방울 입단 1995년 최다안타(147개) 1997년 골든글러브(2루수) 2002년 9월 연속출장 기록 중단(1014경기) ■최태원 기록의 의미 야구 기록 가운데 연속 출장 기록이 가장 깨기 힘든 것으로 꼽힌다.홈런 등 타격 기록은 컨디션 난조로 인해 일시적인 부진에 빠져도 몰아치기로 만회할 수 있지만 연속 출장 기록은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에게는 ‘철인’이라는 찬사가 따라 다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연속 출장 기록은 2632경기(1982년 5월30∼98년 9월19일)로 칼 립켄 주니어(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세웠다.그는 아직도 미국 야구선수 가운데 가장 국민적인 영웅으로 대접받는다.일본에서는 기누가사 사치오(전 히로시마)가 2215경기(70년 10월19∼87년 10월22일)에 연속으로 출전했다. 최태원의 기록(1014경기)은 미국과 일본에는 못미치지만 1000경기 이상 연속 출장 기록을 지닌 선수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6명뿐이라는 점에 견주면 의미가 크다.67년 역사의 일본에서도 5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 (하)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엄마라고 부르겠다는 이은숙 양

    험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 주위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많다.이 사회를 대신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위탁아동을 친자식처럼 거두어 키우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12월5일은 설희의 생일 김미심(金美心·37·여·서울 구로구 구로5동)·오진석(吳眞錫·38·목사)씨 부부는 부모없는 아이 3명을 데려다 키우고 있다.외동딸 하나(7)양을 두고 있지만 갈 곳 없는 김설희(7·유아원)양,신재민(8·신구로초등 2년)·강현호(12·신구로초등 5년)군을 대리양육하는 이른바 위탁가정이다. 설희는 지난해 11월,재민이는 98년 봄,현호는 지난해 10월 각각 데려와 주민등록에 얹었다.다행히 친딸 하나와는 친남매처럼 잘 지낸다. 설희의 부모는 이혼 후 각각 재혼했다.갓난애 적 사진이 있지만 부모의 얼굴은 기억 속에 희미하다. “오늘 이모에게 야단을 맞았다.엄마·아빠와 함께 살던 때가 그립다.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두 달만 참으면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힘들어도 참아야지.” 어느 날 김씨는 우연히 현호의 일기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주위의 편견이 두려워 친딸보다 더 잘해줬는데….데리고 올 때를 생각하면 애가 이럴 수는 없는데….”잠깐이나마 후회스러운 마음이 스쳐갔다고 털어놓는다. 재민이는 조용한 성격이면서도 살갑게 다가온다고 했다.“엄마,설거지 도와드릴께요.”라고 말할 땐 가슴이 뭉클해 힘껏 안아주곤 한단다.처음엔 말도 붙이기 어려웠던 재민이는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표정이 꽤 밝아져 김씨 부부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었다고 했다.고민을 덜어주려고 “이제부턴 엄마·아빠라고 불러라.”고 말한 뒤부터다.엄마·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만족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김씨는 분석했다. 구로5동 강남교회 목사인 김씨의 남편 오씨는 “세 아이에게도 조부모 등 친인척이 있지만 이혼과 재혼을 거듭해 아이를 맡을 수 없는 가정”이라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성결대학에서 2년째 사회복지학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가정위탁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재민이는 아주 어릴 때 데리고와 어쩔수 없이 동사무소에 가정위탁아동으로 등록해 적은 돈이나마 지원받고 있다.그러나 설희와 현호는 언젠가 부모들이 데리러 올 것이라는 생각에 등록을 미루고 있다. 최근엔 마음을 바꿨다.자꾸 불안해져서다.아이들이 행여 뜻밖의 사고로 다치기라도 한다면 지금껏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뒷수습할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버티다 이마저 꽉 차는 바람에 얼마 전에는 교회 차량을 팔아 400만원을 마련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오는 12월5일은 설희의 생일.이들 ‘사랑의 여섯 가족’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얘기꽃을 피울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학교 졸업 전 엄마라 부르겠어요 유기봉(55·아산시 도고면 봉농리)씨는 부모없는 이은숙(15·아산 도고중 2년)양을 두 살 때부터 데려다 수양딸처럼 키우고 있다.유씨는 미혼인 막내 아들(28),은숙이와 한 집에 산다.아들 2명은 결혼해 분가했다. 유씨는 은숙이를 2살 때 만났다.13년 전,유씨집에 세들어 살던 은숙이 아버지는 30대 초반의 목수였다.한집에 1년쯤 같이 살았을 때 부부싸움 끝에 엄마가 은숙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은숙이에게 외할머니 집에서의 생활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은숙이는 “나만 집에 남기고 매일 외출하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미웠다.”고 말했다.외할머니 집에 온 지 10여일 후 엄마는 재혼하고 은숙이는 아빠 집으로 보내졌다. 딸이 다시 돌아오고 부인이 재혼했다는 얘기를 들은 은숙이 아버지는 목수일마저 팽개치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급기야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간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유씨는 초콜릿회사를 다니면서 어렵게 살았지만 은숙이를 받아들였다.졸지에 고아가 된 은숙이는 부모 없는 스트레스 탓인지 머리숱이 모두 빠지는 병을 앓았다.유씨는 매일 약을 사와 정성스럽게 돌봤다.그는 “너무 불쌍하고 속이 상해 은숙이를 부둥켜안고 울기도 숱하게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씨의 사랑 덕분에 은숙이는 밝게 자라주었다.성격이 밝아 친구가 많고 학교 성적도 좋은 편이다.은숙이는 아침 6시반에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수다를 떨며 등교한다.유씨는 “저것이 아니면 새벽 5시에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다. 유씨는 사춘기인 은숙이가 혹시 나쁜 길로 빠질까봐 걱정이다.어릴 적부터 친오빠처럼 은숙이를 챙겨준 유씨의 아들들도 요즘엔 신경을 더 쓴다.아주머니와 오빠들이 “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신경써라.”라고 하지만 가끔은 부모없는 설움을 겪는다.은숙이는 “일부 친구 엄마가 ‘엄마없는 애’라고 깔봐 속상할 때가 많다.”고 했다. 유씨는 “남의 집 애를 3명이나 키웠지만 시집가니까 찾아오지도 않는다.”면서 “저것은 시집가면 찾아올라나 몰라.”라고 농담을 던졌다.은숙이는 “건축디자이너가 돼 남편,아줌마와 함께 살,잔디가 넓은 집을 짓고 싶다.지금은 부끄러워 아줌마를 엄마라고 못부르는데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엄마라고 부르기로 다짐했다.”며 유씨의 손을 꼭 잡았다. 특별취재반 ■나현민 충남 가정위탁지원센터 팀장 “대화단절이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는 가난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복지재단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나현민(羅賢民·30) 팀장은 “조부모와의 세대차가 너무 커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위탁아동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며 “고민을 숨기면서 지내서인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핵가족시대여서 평소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오지 않은 점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자녀를 규제하는 엄마·아빠가 없다 보니 절제력도 떨어진다.나 팀장은 “할머니·할아버지는 ‘어미·아비없이 크는 불쌍한 손자’로만 여겨 아이들에게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부재도 문제다.손자를 떠맡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남의 논밭을 부치거나 식당에 다니는 등 어렵게 살고 있다.위탁아동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맡겨 위탁아동을 돌보게 하고 있으나 시·도당 3명의 월급만 지원해 손이 모자란다.”며 세대간 단절을 막으려면 부모 나이의 후견인을 둬 그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또 읍·면사무소에서 가정봉사자를 파견,할머니·할아버지를 도와 위탁아동을 돌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팀장은 “농어촌지역은 도시와 달리 친구 사이에 ‘왕따’가 심하지 않아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린이들이 비행아동이 될 위험은 크지 않지만 농어촌도 가정해체가 가속화돼 위탁아동이 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가정위탁' 전문가 조언 전문가들은 가정위탁아동 문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관심을 요구했다. 한국아동권리학회 이재연(李在然·53·여·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회장은 “아동문제만은 아직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면서 “아동에 대한 정책의 방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같은 약자층이지만 장애인,노인은 참정권 등을 통한 의사표시와 인권개선 요구가 가능하지만 아동에 대해서는 정부 등 사회적으로 보호의무가 있는 계층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상 문제로는 협의이혼 때 양육자 지정 없이도 이혼이 가능하도록 한 허점을 꼽았다. 또 친부모 아닌 사람이 양육을 맡을 경우 ‘양육수당’의 현실화 등을 통해 정신적 부담에다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지 않도록 함으로써,아동이 정상적 여건 아래 자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이 회장은 “어릴 때부터 교육문제에 휘둘리는 등 우리 사회의 아동 방기(放棄)가 아동문제에 대한 무대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가정위탁아동 문제는 국가의 총체적인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세경(朴世鏡·32·여) 책임연구원도 “가정위탁아동이 좋은 환경에서 생활해도 모자랄 판인데 새 삶을 꾸려나갈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나쁜 결과가 빚어진다.”면서 이 회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우선 정부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위탁가정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혜택이나 교육비 지급 등 충분한 지원책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해체로 조부모가 친손자,손녀를 키울 경우 조부모에게 부모와똑같은 법률적 지위를 부여해 최상의 여건에서 결손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탁가정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입양과는 달리 위탁받은 쪽이나 아동이 모두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함께 생활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알맞은 관계설정이 절실하다는 점에서다.더 나아가서는 가정위탁아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체계적인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별취재반
  • [사설] 盧대선자금 이중장부는 또 뭔가

    불법 대선자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이 점입가경이다.정치권이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가 두번씩이나 국민들에게 사과했지만 불법자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이런 와중에 민주당의 김경재 의원은 노무현 후보 선대위에서도 기업들에 대한 모금과 이중장부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진흙탕 싸움도 이보다 더 추악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 후보 진영이든,이회창 후보 진영이든간에 대선자금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100억원이니,75억원이니 하는 돈을 모리배처럼 긁어 모아 불법으로 사용했는데 합법적인 영수증이나 장부가 있을 리 없다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이제 정치권이 할 일은 불법자금에 대해 스스로 고백하고 검찰수사에 협조한 뒤 책임을 지는 것밖에는 없다.그런데 아직도 정당들은 남의 잘못만 손가락질하는 우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한나라당의 특검제 도입 주장은 ‘물타기’이거나 불법문제를 정쟁으로 몰고가겠다는 불순한 의도마저 엿보인다.민주당도 마찬가지다.민주당은 노 후보 진영의 불법모금과 이중장부가 있었다면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민주당이 증거는 내놓지 않고 의혹만 부풀린다면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에 대한 협박이거나 힘겨루기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열린우리당도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마땅하다. 대선자금에 대한 고백도 하지 않는 정당들이 검찰수사를 불신하거나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정당들은 알고 있는 진실만 밝히면 된다.검찰수사가 미진하다면 그때가서 따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검찰도 정치권과 기업인들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로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 ‘최돈웅 100억’ 파장/SK비자금 입연 한나라前총장

    한나라당 김영일 전 사무총장이 SK 비자금 사건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처음 입을 열었다.26일 기자회견의 요지는 “모금에 관여하지도,대책회의에서 불법모금을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불법자금임을 알고도 그대로 집행한 만큼 당시 선대본부장으로서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것이다.아울러 불법을 인지한 시점과 자금의 용처 등은 아는 대로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후회스러운 점은 떳떳지 못한 돈을 돌려줬어야 하는데 당 재정이 어렵고 다급하다 보니 ‘쓰고 보자.’가 된 것”이라며 “당시 착잡한 심정으로 연수원을 팔아서라도 이 빚을 갚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비록 오랜 정치관행이었으나 잘못인 이상 책임져야 하며 앞으로 여야 모두 정치자금의 원죄를 씻고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SK 관계자와 만난 적도 전화한 일도 없다.”면서 “최돈웅 의원이 당과 후보를 위해 헌신적으로 한 것”이라며 ‘지시설’을 거듭 부인했다.그러나 김 전 총장은 “자금집행은 전적으로 내책임이었다.”고 밝힌 뒤 “이회창 전 후보는 모금과 집행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이어 중앙당 후원회를 앞두고 열린 대책회의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불법모금을 지시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상식에 어긋난다.”면서 “(통상)후원회를 할 때마다 한 푼이라도 더 걷기 위해 시도지부장·후원회·재정위 회의도 열고 심지어 각 상임위원장까지 모아 모금을 격려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장은 이 전 후보와 서청원 전 대표의 인지 여부나 최병렬 대표 등 현 지도부의 대처에 관한 질문에는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한 말에 유념해 달라.”고 직답을 피했다.다음은 일문일답. 후원회 이후 모금독려반은 어떻게 활동했나. -지난해 10월29일쯤 마지막 후원회에서 118억원을 걷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당원들의 당비였다.기업 후원금은 50억∼60억원 안팎.재정실무자가 작성한 기업명단에 따라 연고가 닿는 의원들이 모금을 독려하자는 것이지 불법비자금 회의가 아니다.후원회 이후에도 약정한 금액을 빨리 납입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SK의 공식 후원금은 두 차례 8억원이더라. 용처와 자금집행 내역은. -최 의원은 당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모를 것이다.나도 (모금경위는)검찰수사를 보면서 새롭게 안 사실이 많다.공식 후원금도 물어보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그러나 자금집행은 내 책임이다.각 선거기구의 요청에 우선순위를 정해 배분하는 것은 내가 했다.재정국 실무자가 무슨 책임이 있겠나. 불법자금임을 언제 알았나. -검찰에서 말하겠다.선대기구가 방대해 지구당 또는 사조직 등에서 자발적으로 모았거나 협찬 또는 후원받은 것 등은 내가 일일히 다 알 수 없다. 검찰 출두 통보 왔나. -아직 없다.부르면 나가겠다. 박정경기자 olive@
  • 한국은 삼오정?/ 회사 퇴출 35세부터… OECD평균보다 10년 빨라

    대학졸업 후 광고회사 영업부에서 근무하던 이모(36)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고 사표를 제출했다.자존심도 상하고 오기도 생겨 주저없이 내린 결정이지만 요즘엔 ‘윗사람들에게 부탁이라도 해 볼 걸.’이라는 후회도 생긴다고 했다.여러 회사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연락은 없고 점점 이력서를 낼 곳도 적어지기 때문이다.가장으로서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 PC방에서 1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35세 이상 퇴출, 유입인구보다 많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들은 35세부터 회사에서 퇴출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10년이나 빠른 것이다. 23일 한국노동연구원(원장 이원덕)이 2001년 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우리나라 남성근로자는 30대 초반까지 회사에 신규 유입되는 숫자가 많다. 그러나 35세가 넘으면 오히려 퇴출되는 사람이 유입인구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또 30대 후반 근로자 중 14.1%는 다른 직장을 얻지 못하는 ‘비임금 근로자’로 남고 있다. ●OECD 퇴출연령은 45세 반면 OECD 국가 임금근로자의 퇴출연령은 평균 45세로 국내 근로자보다 퇴출 위험이 10년이나 늦게 찾아오는 것으로 조사됐다.국내 평균 취업연령이 27세인 것을 감안한다면 결국 근로자가 퇴출 걱정없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8년이란 계산이다. 게다가 30대 후반에 퇴직할 경우 다시 직장을 갖기란 결코 쉽지 않다.나이 제한으로 신규채용은 ‘하늘에 별따기’일 뿐만 아니라 경력채용 역시 ‘좁은 문’이다. ●30대 후반 근로자 14% 재취업 못해 한국노동연구원의 2002년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 중 신규채용시 연령을 제한하는 곳은 전체의 50.0%,경력직 채용에 연령제한을 두는 곳은 24.3%에 이른다.‘인력선발시 나이 많은 지원자는 기피한다.’고 전제하고 있는 사업체도 58.6%나 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연구위원은 “사회보장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현실에서 퇴직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는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문제”라면서 “퇴직자 재교육과 퇴직금 등보상체계의 개선은 물론 기업 채용시 연령차별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법원, 宋교수 영장발부 이모저모/ “송두율 후보위원 소명 충분”

    22일 밤 9시30분쯤 송두율 교수에게 영장이 발부되자 변호인측은 설마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반면 검찰은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보강수사 일정에 대해 협의했다.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실에 대기하고 있던 송 교수는 오후 10시쯤 수사관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검은색 양복에 수갑을 찬 송 교수는 “귀국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라며 말끝을 흐렸다.송 교수 변호인측과 시민단체 등은 23일 오후3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응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법원 “유무죄 판단한 것 아니다” 서울지법 영장전담 최완주 부장판사는 발부사유에 대해 “노동당 후보위원이라는 부분을 포함,범죄사실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밝혔다.노동당 후보위원 여부를 놓고 송 교수측과 설전을 벌였던 검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최 판사는 영장발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일반적 영장 발부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했다.”면서“유무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검찰의 근거가 충분한지 여부만 살핀 것”이라고 말했다.송 교수의 출국정지 기한이 다음달 3일로 만료된다는 점도 고려됐다.최 판사는 “송 교수가 독일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 연장이 어렵다고 했고 주거가 일정하지만,외국인이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진실 가리기 위해 총공세 펼 것 송 교수의 부인 정정희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측근들과 함께 서울구치소로 향했다.심사에 배석했던 박호성 서강대 교수는 “예상은 했지만 착잡하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투쟁에 들어갈 뿐만 아니라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총공세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송 교수를 위해 활동했던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송 교수가 실정법을 준수하고 사과까지 했는데도 오로지 전향이라는 잣대로 송 교수를 옭아맨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수준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검찰과 송 교수 고성 논쟁 이날 오후 2시 서울지법 309호 법정에서열린 실질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수천쪽에 이르는 수사기록과 A4용지 75쪽 분량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송 교수의 혐의를 놓고 3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특히 전날 대부분의 수사기록을 검토한 최 판사는 주요 혐의에 대해 1시간 동안 직접 신문했다.주요 쟁점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과정,해외 학술회의 개최 배경,각종 저서와 언론사 기고문의 이적성 여부 등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교수가 지난 95년부터 북한의 지령을 받고 베이징 등에서 남북·해외 통일학술회의를 개최한 것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송 교수측은 “국내 언론사는 물론 삼성,SK 등 대기업들이 이 회의를 후원했다.”면서 “6차례 열린 학술회의는 모두 남측이 제의했고,참석한 학자들도 남측 학자가 2배 정도 많았다.”고 맞섰다. 실질심사가 끝난 뒤 김형태 변호사도 “남한에서 북한과 교류하려면 통일부·국정원의 허가가 필요하듯 북한에선 대남사업부를 거쳐야 한다.”면서 “검찰을 이를 두고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이라 몰아 세웠다.”고 주장했다. 구혜영 안동환 정은주기자 sunstory@
  • 외국 공무원에 한국교육 ‘외길’/국제교육협력관 박경배 씨

    한 자리에 1년을 채우기도 힘든 공직사회에서 23년 붙박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분명 이색 공무원이다. 지난 80년부터 올해로 23년째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경배(朴京培·52) 국제교육협력관(3급). 그는 그동안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113개국 2052명의 외국공무원 교육을 맡아 왔다.특히 20년동안 688명의 공무원을 교육원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말레이시아 공직사회에서는 ‘한국 공무원의 대부’로 까지 회자되고 있다.그는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의 ‘얼굴’이 된다는 점에서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춘 적이 없다.”고 말한다. ●언제나 몸가짐에 조심 박 협력관은 교육원에서 근무하며 ‘절제’와 ‘성실’을 생활신조로 삼게 됐다.세계 여러나라에서 건너온 외국 공무원들의 눈에는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한국공무원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다. 그는 “잇따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면 몸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외국 공무원들을 의식해 싫은 표정을 지을 수 없다.”고 털어 놓는다.그렇다고 박 협력관이 우리의 좋은 점만을 교육하는 것은 아니다.외국 공무원들에게 한국의 발전상 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도 배워 시행착오를 줄이라는 차원에서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알려야 한다는 게 그의 교육철학이다. 박 협력관은 “외국 공무원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면 교육효과를 낼 수 없다.”면서 “외국 공무원들이 우리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도록’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 공무원들 수료후에 한국 인식 바꿔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채로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 공무원들은 이런 시스템의 교육을 받고 나면 이같은 인식을 바꾸게 된다고 박 협력관은 설명한다.외신을 통해 데모하는 모습 등 부정적인 면만을 집중적으로 시청해온 외국 공무원들이 수료 때는 한국인들을 땀으로 기적의 드라마를 일궈낸 국민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처음과 끝이 다른’ 외국 공무원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 외국 공무원들에게 ‘한국 공무원의 얼굴’이 돼 버린 박협력관은 처음부터 공직을 흠모하거나 천직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숭전대(숭실대 전신) 대학원을 76년에 졸업한 그는 대전 목원대와 한남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시간강사 생활을 해왔다.예나 지금이나 생활고를 겪는 시간강사를 4년동안 하다보니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직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때마침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별정직인 어학담당 계장(5급)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딱 2∼3년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80년 공직에 발을 들여 놓았다.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요량이었다. ●토종 영어의 전도사 그러나 공직자가 된 뒤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그는 “문동후 전 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총장과 김범일 대구시 정무부시장,박명재 중앙공무원교육원장 등 능력있는 분들을 모시면서 일을 배우다 보니 선입견들이 하나둘씩 무너졌다.”고 회고한다.결국 그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발판삼아 외국 공무원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데 한평생을 걸게 됐다. 교육원에서 우리말보다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 더 많은박 협력관은 ‘토종 영어’의 전도사이기도 하다.집과 사무실에서 CNN과 BBC를 항상 틀어놓고 매일 4∼5시간씩 영어를 공부한다.“영어에는 왕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멍청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공부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태어나도 공직자가 되겠다.”는 박 협력관은 자신의 ‘외길 인생’을 추호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자신과 같이 한 길을 파온 사람들이 자주 배출돼야 우리 공직사회도 행정의 전문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락기자 jrlee@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
  • 좌충우돌 마하티르

    마하티르 모하마드(사진·77) 말레이시아 총리가 잇단 ‘튀는 행보’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2년간의 지도자 생활을 접고 이달 말 퇴임하는 그로서는 21일 끝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마지막 외교무대.바로 그 고별 무대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과 직간접적 설전을 주고받았다. 평소 ‘아시아적 가치’를 설파해온 마하티르 총리는 APEC 폐막 하루 전인 20일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의 칸쿤 협상 초안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서방권을 바짝 긴장시켰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멕시코 칸쿤의 WTO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것을 “작은 성공”으로 치부하면서 “빈국과 부국에 공평한 새 협상안”을 공개 제안했다.칸쿤 선언문 초안을 토대로 협상을 재개하려는 미국과 EU 및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이에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칸쿤 회의 결과를 완전히 무효화하고)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라면 실망스럽다.”고 발끈했다.이와는 별개로 이번 APEC무대에서 마하티르 총리와 부시 대통령은 유대인 문제를 놓고 ‘일합’을 겨룬 것으로 알려졌다.마하티르 총리가 앞서 유대인 비난발언을 한 데 대해 부시 대통령은 20일 정상회담장 한쪽으로 그를 따로 불러내 “유대인 관련 발언은 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직접 공박했다고 미 백악관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마하티르 총리는 2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그는 “(부시 대통령이) 내게 한 말은 ‘당신에게 강경한 단어들을 사용한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구본영기자 kby7@
  • “정치인, 대의 어긋나면 야망 버려야”/이기명씨 ‘유종필 변심’ 반격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시절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19일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노 대통령이 “존경한다.”며 직접 이메일까지 보내 주목받았던 이씨는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을 겨냥한 유 대변인의 ‘돈벼락’ 발언 파문과 관련,“세상이 허망하다.”고 토로했다.‘노심(盧心)은 유심(柳心)’이라고 말할 정도로 지난해 대선 때 노 후보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유 대변인의 ‘변심’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돈벼락의 근거를 대라.”면서 “인간이 이렇게 모진 동물이냐.지난해 초 유 대변인을 노 후보에게 추천한 사람으로서 슬픔과 후회와 자책으로 가슴이 미어진다.”고 통탄했다. 이 전 회장은 대선 중반 민주당내 후단협의 ‘노 후보 흔들기’를 거론하며 “자기들이 선출한 후보를 저렇게 흔드는 사람들은 정치인이 아니고 뒷골목 깡패만도 못하다는 것이 당신과 나의 공통된 인식이었다.”면서 “그런데 지금 당신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고 반노(反盧) 선봉대에 선 유대변인을 공격했다. 그는 “설사 당신이 민주당 대변인이 되었다 해도 퇴로가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배신’이라는 말을 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거기에 동의해 놓고도 여전히 배신을 입에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정치인이 야망을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야망이 없다면 그는 거짓말쟁이거나 정치인의 자격이 없지만 단 조건이 있다.”면서 “야망이 대의와 명분에 어긋나면 야망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유 대변인은 “(민주당)대변인에 내정되자 이씨가 전화해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삼가달라.만약 비판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예정됐던 반박으로 본다.”고 말했다.또 “내가 신문과 방송에 배신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휴대전화 음성메시지까지 남기며 바꿔달라는 등 스토커 수준으로 요구했다.”면서 “배신이란 생각은 당 대변인으로서 소신이고,우리당의 공식 당론”이라고 주장했다.아울러 “한국 정치 사상 최고 최악의 배신행위를 한 것이 노 대통령이란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박현갑기자
  • “내가 딸을 죽였어요”/전신마비 6년… 호흡기 뗀 아버지 구속 수천만원 빚더미… 안락사논쟁 재연될듯

    전신마비로 누워 있는 딸의 산소호흡기 전원을 꺼 숨지게 한 아버지가 구속돼 안락사 찬반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국내에서는 90년대 이후 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종교계와 사회 각계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10년 병 수발에 다른 가족의 짐을 아버지가 대신 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9일 산소호흡기를 떼어내 딸을 숨지게 한 전모(49)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전씨는 지난 12일 오후 9시40분쯤 용산구 후암동 집에서 가정용 산소호흡기의 전원을 꺼 딸(20)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딸은 8년전부터 경추 탈골증후군을 앓아 오다 6년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고통을 참으며 목숨을 이어왔다.전씨는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전씨는 범행 직후 부인에게 “내가 딸을 죽였다.”고 털어놓았고,부인의 신고로 영안실에서 붙잡혔다. 전씨는 이날 오전 5분 남짓 진행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딸 죽인 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딸에게 미안할 뿐이다.”며 고개를 떨궜다.또 “다른 가족들도 생각해야 했다.”면서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아들(24)도 경찰에서 “아버지가 여러 사람의 짐을 대신 진 것”라고 말했다.친지들은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고 아들이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며 병원비를 댔다.”면서 “10년 동안 계속된 병수발에 가세는 기울었고 빚이 5000만원 넘게 불어났다.”고 말했다.경찰 관계자는 “딸을 죽인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했겠냐.”고 고개를 내저었다. ●법원,“동정하지만 엄연한 살인”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이날 오후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동정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정법상 전씨의 행위는 엄연한 살인”이라고 밝혔다.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김선실(47)회장은 “외국에서는 식물인간이 17년 만에 깨어난 사례가 있다.”면서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라도 그럴 권리는 없으며,생명은 논리나 이론 그 이상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거액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방안에 가둬 굶겨 죽인 아내가 경찰에 구속돼 충격을 줬다.의사협회 산하 대한의학회는 사건 직후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지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안락사는 생명 주체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자의적 안락사’,생명 주체가 의사를 표시할 수 없거나 표현이 불가능할 때 실시되는 ‘임의적 안락사’,생명 주체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시되는 ‘타의적(강제적) 안락사’ 등으로 나뉜다.경찰은 사건 당시 딸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고,미리 동의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임의적 안락사’로 보고 있다. ●외국에서도 안락사 논쟁 가열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어머니가 3년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안락사 시키려다 살인미수 혐의로 연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호주에서는 최근 법원이 안락사를 희망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3년을 연명한 여성에게 인공급식을 중단해도 좋다고 판결했다.미국에서는 13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낸30대 여성에 대해 플로리다 주법원이 개입거부 결정을 내려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했다.안락사가 합법화된 곳은 벨기에,네덜란드 등이다.미국에선 오리건주만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위대한 유산’ 여주인공 김선아/“푼수역 놓쳤으면 평생 후회할 뻔”

    오랫동안 꿈꿔오던 캐릭터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일 것이다. ‘위대한 유산’에서 김선아의 역할은 연체료 몇백원을 놓고 옥신각신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비디오 가게 주인의 딸.배우 오디션에서 번번이 헛물만 켜는,누가봐도 한심한 ‘백수’다.그런데 그는 그 시덥잖은 캐릭터에 홀딱 반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욕심이 났어요.이 역할을 다른 배우에게 넘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로….그런 기분은 데뷔후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탐을 낸 배역이었으니 오죽 열심히 매달렸을까.폭소가 터지게 만드는 푼수 처녀 역할이지만,한순간도 애써 뭔가를 꾸미려 의식하진 않았다.“감정이 와닿는대로 연기했다.”는 그는 “코미디란 배우가 즐거운 만큼 관객도 즐거운 장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배우지망생 역할에 충실하려고 살을 무려 7㎏이나 뺐다.촬영을 하면서도 살빼기는 계속 됐다.덕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임창정과 함께 비몽사몽 술을 마시고 취한 여관장면.“실감연기를 하려고 맥주 500㏄ 정도를 마셨는데,다이어트 중이라 너무 취해버려 그 장면을 실연(實演)한 셈”이라며 웃었다. 그에게 이번 영화는 ‘예스터데이’‘몽정기’‘황산벌’에 이어 네번째.그러나 이번 만큼 자연스럽고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없었다.“코미디 영화지만 마음은 늘 진지했다.”면서 “웃기는 영화를 고집할 생각은 없지만,자신감이 생기는 역할은 뭐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 전남 여수 금오산·사도/서글픈 푸른빛에 처마끝 풍경도 소리를 잊고

    전남 여수 돌산도 남단에 자리잡은 금오산(金鰲山).동쪽 바다를 향해 엎드린 금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어 이같은 이름이 붙은 이 산은 마치 거북 등껍질처럼 주름진 바위로 뒤덮여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금오산이란 이름엔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다가도 산 서쪽 중턱에 자리잡은 향일암을 말하면 ‘아 그 산’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마련이다.대부분 향일암까지만 올라갔다가,발길을 돌려 내려와 산 자체의 진면목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향일암은 우리나라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금오산 산행길의 진수는 향일암을 지나서부터다.해발 323m로,향일암에서 정상까지 불과 30여분의 짧은 산행길이지만,완급의 조화를 이룬 바위길과 시원한 남해 풍광,정상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일몰과 월출이 산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월출이 아름다운 ‘향일암' 여수반도 서쪽에 위치한 작은 섬 사도 또한 오동도나 향일암,거문도 등 여수의 큼직한 관광 명소들에 가려 지나치기 쉬운 곳.그러나 한나절쯤 시간을 쪼개면,다양한 기암괴석과 수백개의 공룡 발자국,신비의 물 갈라짐 현상 등 색다른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도다.남도의 미항 여수 여행에서 빼놓기 쉬운 금오산 정상 산행과 사도 답사에 나섰다. 금오산 오르는 길은 두가지.산행 기점인 임포마을에서 새로 난 향일암 가는 길을 따라 가다가 암자 못미쳐 정상으로 가는 길로 빠지거나,향일암 가는 옛길로 처음부터 올라가면 된다. 새 길을 선택했다.향일암까지는 네댓 사람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도 될 만큼 길이 널찍하게 닦여 있다.길이 넓다보니 돌산의 아기자기함을 체험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움.새해를 맞을 때마다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이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바위산을 가르는 포장된 큰 길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향일암을 지나고,가파른 철계단과 아슬아슬한 바위길이 이어지면서부터 이같은 불만은 탄성으로 바뀐다.바위길을 한 굽이 돌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너럭바위.이마에 흐르는 땀을 잠시 식히면서 시원한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너럭바위 하나하나는 곧 바다 전망대다.동남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을 따라 펼쳐진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자태가 그림같다. 등산로변엔 군데군데 계절을 잊은 듯 바위 틈새로 자란 벚나무가 꽃을 피워 이색적인 분위기를 띄운다. 커다란 바위들로 이루어진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사통팔달이다.서쪽은 이미 붉은 물이 들기 시작했다.마치 광활한 호수를 연상케 하는 가막만 뒤로 펼쳐진 수많은 섬 너머로 만추의 홍시 같은 해가 진다.자그마한 한 섬 위에 걸리는 듯하던 해는 불과 2∼3분 만에 뚝 떨어지고 만다. ●일몰과 월출을 한자리서 누군가 고개를 돌려보라고 재촉한다.동쪽 바다 수평선 위로,정말 쟁반 같은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고 있다.한 자리에 앉아 일몰 감상 직후의 월출 구경이라니! 저마다 탄성을 토해낸다. 내려갈 때는 향일암에 들렀다.일출이 유명한 곳의 달구경은 어떨까 궁금했기 때문.어둠이 깔린 암자는 적막하기만 하다.사방이 어두워서인가,아니면 청정지역이어서인가.암자에서 보는 달은 푸른빛이 선연하기 그지없다.종루 처마에 달린 풍경(風磬) 너머 걸린 달은 서늘하다 못해 시리게가슴 속을 파고든다.임포마을에서 정상,정상에서 향일암을 거쳐 마을까지 내려오는 데는 3시간이면 넉넉하다. 여수 서쪽 27㎞ 지점에 위치한 사도는 증도·추도·사도·장사도·나끝·연목·중도 등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여수항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20분 정도 가야 한다. ●공룡 발자국 보며 고생대 체험도 7개의 섬에 사는 주민이라야 수십가구에 불과해서인지,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하지만 선착장은 깔끔하고 큼직하다.세계 최장의 보행렬(84m)을 포함해 400여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이후 고생태 체험학습을 위한 학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최근 조성했다. 마침 만조 때라서 수중에 감춰진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없단다.미리 시간을 확인해보고 오지 않은 것이 영 후회스럽다.하지만 선착장에서 조금만 가면 공룡 발자국과 서식 흔적을 재현하고 설명해놓은 공원이 있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사도는 물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음력 정월 대보름,2월 보름 등 연간 5차례 정도 이같은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약 2∼3일간 물이 갈라지는 이때는 7개의 섬이 ‘ㄷ’자로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이때 시간을 맞춰가면 마을사람들과 함께 바닷길에 들어가 지천으로 널린 고둥과 개불,해삼 등을 주울 수 있다. 사도엔 다양한 전설이 어린 기암이 많다.이순신 장군이 나랏일을 근심하며 앉아 있었다는 장군바위,거북 모양의 거북바위,예부터 사도의 여인들이 출산 후 젖이 부족할 때 치성을 드리면 맑은 물이 솟아났다는 젖샘바위,제주 용두암의 꼬리라는 용미바위 등이 볼 만하다. 여수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서울,수도권에서 여수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천안·논산∼호남∼남해고속도로 순천IC 코스가 가장 빠르다.순천IC에서 17번 국도를 타면 여수 돌산도까지 곧바로 갈 수 있다.항공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매일 5차례 김포와 여수를 왕복 운항한다.여수행 버스는 서울에서 하루 16회,광주에서 40회 있다. 금오산은 17번 국도를 타고 돌산대교를 건너 시덕리에 이른 뒤,1번 지방도를 타면 산 입구에 닿는다.여수항에서 사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 두 차례 있다.1시간20분 소요.배삯은 어른 7500원,어린이 3800원.문의 여수시외버스터미널(061-652-6877),여수역(1544-1788),㈜한려수도(061-644-6255). ●숙박 호텔은 여수시내의 여수비치관광호텔(061-662-3131),오동도 인근의 노블레스관광호텔(061-691-1966)이 묵을 만하다.금오산 인근엔 종점모텔(061-644-4737),한솔모텔(061-644-5089) 등 10여개의 여관이 있다.사도에선 사도식당횟집,장석례씨집(061-665-9203) 등 몇몇 식당과 민가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해넘이 해안 드라이브 돌산도 서쪽 금천에서 항대,모장,평사에 이르는 해안길은 해넘이 드라이브 코스.오른쪽엔 산과 들녘이,왼쪽엔 수많은 섬들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이 구간엔 굴 양식장이 늘어서 있는데,굴이 주렁주렁 달린 모양이 이색적이다.아직은 좀 이르지만 11월에 들어서면 해가 넘어갈 무렵,차를 세우고 굴구이집에 들어가 고소한 굴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여수시 문화관광과(061-690-2225). 식후경 여수는 남도 먹거리 1번지로 통할 만큼 음식이다채롭다.그래서 식도락가들이 여수에 가면 특유의 한정식을 한번쯤은 맛본다. 오동도 입구의 ‘동백회관’은 맛과 다양함을 함께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 해물 한정식집.음식값은 2인상 4만원,3인 이상은 1인당 1만 5000원이다.음식은 3차례로 나뉘어 나온다.먼저 도미·우럭·전어 등 회와 함께 떡가재 찜,낙지 무침,회초밥,생 피조개 등 30여가지의 찬음식으로 상을 차려낸다.이 음식을 거반 먹을 즈음해서 복어 중심의 뜨거운 요리가 나온다.복 조림,복 튀김,복죽,송이 조림 등이 주된 요리.이 음식을 대충 비우면 그제서야 밥이 나온다.대나무통에 쌀을 넣고 찐 대통밥과 함께 몇가지 나물,젓갈,매운탕이 상에 오른다.이렇게 총 60여가지의 음식이 나온다. 여수 인근 바다에서 나는 재료를 쓰다보니 음식 맛도 일품 요릿집 못지않다.(061)664-1487. 사도에선 선착장 앞의 사도식당횟집에 들러보자.도미,농어 등 자연산 회가 너무 싸다.마리 단위로 회를 쳐주는데,1.5㎏짜리 감성돔 한 마리를 3만원에 먹을 수 있다.쫄깃하면서도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감성돔 회맛이 일품이다.(051)666-9199.
  • [길섶에서] 물주기

    오래 전부터 사무실 캐비닛 위에 햇빛을 못보고 지내는 자그마한 선인장이 있었다.몸집은 작아도 내뻗은 가시는 바늘로 써도 될 듯 억세고 길어 고절(孤節)함마저 느끼게 했다. 달포전 ‘밥’도 못먹고 지내는 녀석이 측은해 물을 준 뒤,햇볕이 비껴드는 창가로 옮겼다.푸르름을 많이 잃고 있었지만 조금씩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1주일쯤 지나니까 밑둥부터 짓무르기 시작한다.시커멓게 괴사(壞死)하는 부분이 번지더니 마침내 몸뚱이 전체가 폭삭 가라앉았다.가시만 덩그러니 남게 될 때까지 썩어내리는 선인장을 지켜보면서 “괜한 짓 했다.”는 후회가 몇번이나 들었다.제대로 살릴 방책도 없이,잘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의욕만 앞세워 물 주고 햇볕 쪼이다가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몽땅 빼앗아 버린 것이다.화분에 바늘을 잔뜩 꽂아놓은 것처럼 변한 가시들이 “너의 미련함을 알라.”고 콕콕 쑤시는 것 같다. 강석진 논설위원
  • 정통부 “디지털TV 전송 美식 고수”/해외실사 앞서 발표 논란 일듯

    그동안 잠잠했던 디지털TV 전송방식 논쟁이 또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13일 미국식과 유럽식간의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에도 불구,당초 계획대로 2005년까지 미국식으로 디지털TV 방송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TV 방송 서비스는 지난 2001년 미국식으로 시험방송을 거쳐 현재 수도권에서 실시 중이고 올해 광역시까지 확대 실시를 앞두고 있다. 정통부의 이날 발표는 이달 초 방송위원회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외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전송방식 논쟁은 정통부가 지난 97년 확정,서비스 중인 미국식과 MBC를 중심으로 교체를 주장하는 유럽식간의 대립 문제다.미국식은 고화질(HD)TV에 유리하고 시장이 넓지만 이동수신이 안되며,유럽식은 이동수신때 화질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HDTV에 맞지 않다는 결점을 안고 있다. 정통부 유필계 전파방송관리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소모적 논란이 빠른 시간내에 종식돼야 한다.”면서 “우리나라가 미국식으로 가장 잘 디지털TV를 만들 수 있는 국가”라고 밝혔다.미국식의 경제적 효과도 유럽식보다 높은 22조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MBC를 비롯한 방송계 일각에서 ‘지금 디지털TV를 사면 후회합니다’란 스티커 부착운동을 벌이며 정통부를 압박하고 있다.KBS도 노조를 중심으로 미국식과 유럽식의 비교실험을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정기홍기자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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