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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초등생 性매수 급증

    [충격 ‘아동 성범죄’ 울고있는 아이들] 초등생 性매수 급증

    용산 초등생 허모(당시 8세)양이 성추행을 당하고 살해된 지 22일로 꼭 1년을 맞는다. 사건 직후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 정치권에서는 아동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며 앞다퉈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성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성범죄 대상은 청소년에서 13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남자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아동 성범죄 실태와 법적·제도적 문제점 등을 3회로 나눠 짚어본다. # 1 초등학생 은희(12·가명)는 가출한 뒤 지낼 곳이 없어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친구 아저씨’에게 연락을 했다. 아저씨는 여관에서 재워주는 대신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에 응한 은희는 3만원을 받았다. # 2 중학생 선희(가명)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아저씨에게 끌려가 야산에서 성추행을 당했다.10살때는 이 아저씨와 여관에서 성관계를 맺고,‘용돈’ 2만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 선생님도 선희를 불러 성 관계를 맺고 용돈 1만원을 줬다.3년동안 무려 4명의 성인과 이런 관계를 맺고 용돈을 받았다. 사리판단 능력도 없고 철도 들지 않은 13세 미만의 아동에게 금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일방적인 성매수 형식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원조교제의 대상이 초등학생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원조교제 대상 초등생까지 확산 20일 청소년위원회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성매수했다고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는 2004년 7명에서 2005년 18명,2006년 21명으로 3년만에 세 배 늘었다. 성매수를 포함한 성추행·폭행은 2004년 577명→2005년 698명→2006년 774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피해 아동과 부모가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성매수, 성폭행·추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성매매 지원 쉼터에서 생활한 A(15)양은 “인터넷 채팅을 하다 보면 더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나오라는 아저씨들이 많다.”면서 “초등학생들은 게임머니나 갖고 싶은 물건, 몇만원만 쥐어줘도 쉽게 ‘조건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 성인들은 9∼12살의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만남을 갖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남성들이 교복을 입은 여중·고생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다가 조건만남을 성사시키고 나면 시들해진다.”면서 “그럴수록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결국 초등학생에게까지 눈을 돌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13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성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성관계에 합의하겠느냐.”면서 “겉으로는 성매매지만, 엄연히 강간에 해당된다.”며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청소년기 이후 후유증 심각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과장은 “마치 동네 가게에서 먹고 싶은 것을 슬쩍하는 것처럼 원하는 걸 갖고 싶어하는 단순한 어린이의 심리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기에 이르러 자발적으로 한 행동의 의미를 알고 나면 그만큼 더 후회하고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성적 충격을 겪은 아동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성에 대한 혐오감, 정체성이나 존재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의 후유증을 앓게 된다는 지적이다. 나중에 엄청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동 성범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문화마당] 동네북 신세 된 ‘민족’/한명희 한국민족음악가연합 이사장

    엊그제만 해도 진보니 보수니 하는 낱말들이 풍미하더니, 요즘은 난데없이 ‘민족’이라는 단어가 문화계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나를 낳아준 탯줄도 민족이고, 세계 속에 나라의 이름을 달게 해준 것도 민족이라는 이름의 응집력이요 동질감이었다며 칭송하는 눈치들이 아니다. 국제화시대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구태며 아집이냐는 뉘앙스의 언설들이다. 졸지에 민족이라는 이름이 폄하되고 용도 폐기되는 느낌이다. 필자처럼 고루하게(?) ‘민족’이라는 단어를 법인명으로 달고있는 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덩달아 못난 짓이라도 한 양 주눅이 들고 눈치꾸러기가 돼가는 기분이다. 왜 그렇게 시류에 민감히 부화(附和)하는지 모르겠다. 왜 그리도 미시적이고 호흡이 짧은지 모르겠다. 지난 세기 60년대의 일이다. 필자가 어느 언론사에 햇병아리로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들에게 일제히 규격화된 철제 책상과 집기들이 분배되었다. 바로 목재용구들이 철제용구들로 환치되던 시절이었다. 경향(京鄕)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래의 목재가구나 민화 등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었다. 엿 몇가락에 진귀한 서책이 팔려가고, 플라스틱 용기 몇개로 값비싼 병풍이며 농장들을 예사로 바꿔갈 수 있었다. 서구화와 동의어였던 현대화의 세찬 물결 속에서, 손때 묻은 옛것들은 모두 창피스러운 천덕꾸러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반세기쯤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때 그 시절의 경망함과 용렬맞음을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 중인가. 또한 시류에 뇌동하던 미망(迷妄) 때문에 기실 얼마나 많은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망실되고 말았는가? 금세기 화두인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옛것에 관한 지난날의 우몽(愚蒙)처럼, 민족이라는 글자마저 쪽배에 실어 망망대해로 수장시키는 게 아닌가 적이 씁쓸한 여운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도 세계화의 추세를 애써 강조하는 처지이지만, 민족이라는 낱말이 왜 못마땅한지 알 길이 없다. 세계화와 민족은 상충되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필자의 견해는 정반대이다. 세계화와 민족은 오히려 상호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건 일곱가지 색깔들이 각자 제 고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화음과 합창이 단음과 유니손보다 아름다운 것은 복수의 음과 복수의 선율이 각자 자기 고유의 음색을 잃지 않고 조화를 이뤄가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민족의 방정식도 이와 같다고 하겠으며, 또한 이같은 얼개로 조율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 땅에서 민족이란 곧 나라나 국가와 동의어이다. 수십·수백여 민족이 섞여 살며 국가를 이룬 나라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민족간의 갈등을 겪는 나라들처럼, 민족이라는 낱말을 기피할 필요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굳이 민족이라는 접두어를 떼자는 주장은, 아마도 세계화라는 대세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민족이라는 어휘가 시대감각에 뒤진 듯한 느낌이었거나, 혹은 세계화의 복잡한 실체나 본질을 표피적으로 속단한 데서 오는 개인적 주견들이 아닐 수 없다. 세계화·국제화의 시대일수록 민족(우리는 국가의 정체성과 이명동의)은 강조되어 마땅하다. 도, 미, 솔의 코드가 아름답고 빨강, 파랑, 노랑의 중간색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색깔을 견지하며 ‘전체는 부분의 총화 그 이상’의 경지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민족의 함수관계도 이와 같다. 세계화의 선두에 있는 중국은 지금도 컴퓨터를 전뇌(電腦)로, 빌딩을 대하(大廈)로 고집하고, 베이징에는 여보란듯이 민족음악학원이라는 유서 깊은 음악대학이 상존하고 있지 않은가? 뜸들지 않은 현란한 논리에 앞서 창해수처럼 깊은 예지와 곤륜산처럼 육중한 지성의 깊이가 아쉬운 계절이다. 한명희 한국민족음악가연합 이사장
  • 교통사고후 복귀 서민정 “당분간 꽈당 못해요”

    교통사고후 복귀 서민정 “당분간 꽈당 못해요”

    웃는 모습이 저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수줍은 듯 반달 모양으로 변하는 눈, 티 없이 맑은 표정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그녀. 탤런트 서민정(28)을 MBC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오후 8시20분)에서 어리버리한 선생님으로 나오는 서민정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넘어지는 몸 연기로 ‘꽈당 민정’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지난 3일 서민정은 교통사고로 약 12주의 진단을 받았다. 가뜩이나 넘어지는 연기로 성할 날이 없는 다리를 다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런 그녀가 1주일 만에 돌아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고 있다. # 죄송하고 미안하고 감사해요 MBC 정문앞에 카니발 승합차가 미끄러지듯 서더니 한 환자가 부축을 받으며 내린다. 절뚝절뚝 다리를 절며 불이 환하게 켜진 로비로 들어선다. 작고 가녀린 체구의 서민정이었다. 병원에 있던 지난 일주일이 아마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는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해요. 저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인데도 많은 격려와 사랑을 보내주셔서 큰 힘을 얻었어요. 이렇게 빨리 복귀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 꽈당 민정에서 벌떡 민정으로 ‘뜨∼악’ 하는 표정과 특이한 제스처, 그리고 ‘꽈당’ 하며 넘어지면서도 늘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는 약점 많고 실수투성이이며 소녀적 감성을 지닌 소심한 선생님으로 나온다.“원래 서 선생과 저는 많이 닮았어요. 나름대로 잘해 보려고 하는데 실수도 많고 간혹 엉뚱한 짓을 하죠. 그러곤 밤새 이런저런 후회로 잠을 못 자요.”라고 말하는 ‘소심한’ 여배우. 그래서인지 그녀는 극중에서도 혼자 독백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미소천사는 지금 걱정에 빠져 있다.“시청자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꽈당 민정’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저도 정말 안타까워요. 하지만 표정과 제스처로 재미나게 해드릴 테니 계속 지켜봐 주세요.” 넘어지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거울 앞에서 수십 번 연습을 한 뒤 카메라 앞에 선다는 그녀는 “난 워낙 가진 게 없어 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배우”라며 겸손해한다. 그러나 2000년 케이블TV 비디오 자키로 시작한 서민정은 VJ,MC, 라디오 DJ, 영화, 드라마, 그리고 일명 ‘음치송’이란 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쉼 없이 대중 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시트콤 외에 정극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서민정.“‘사랑과 야망’에 출연하면서 선배들의 연기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느낀 것이 많다.”는 그녀는 언제든 기회가 생기면 작은 배역이라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주인공보다는 드라마에 꼭 없어서는 안될 ‘소금’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단다. 다시 두 팔을 하늘로 높이 든 채 ‘꽈당’ 넘어지는 건강한 서민정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마리화나·섹스파티 현장

    마리화나·섹스파티 현장

    「마리화나」와「프리·섹스」로 뒤범벅이 되고 있는 미국의「히피」들은 어떤 몰골일까.「뉴요크」의「그리니치·빌리지」에 잠입(潜入)한 어느 동양인 산부인과(産婦人科)의사의 생생한 체험은-. 상대가 누구거나 사랑 느끼면 서슴없이 중국계 미국인 D군의 안내로「뉴요크」시내「워싱턴」광장에 도착한 것은 어둑어둑해진 저녁 8시께였다. 우리는 어느 영화관 앞에서 어떤 여자「히피」와 선을 대기로 되어 있었다. D군의 말을 빌면「뉴요크」대학의 학생인 그녀의 승낙으로「히피」들이 모이는「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찾던「히피」여대생도 약속대로 영화관 앞에 서 있었다. 『언제든지 와도 좋다는 거예요.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어깨를 덮는듯「블론드」머리를 가진 그녀의 이름은「메리」. 우리를 재촉하듯 B라는 다방으로 안내했다. D군의 말을 빌면 그녀는 어떤 시인과「섹스·프렌드」라는 것이었으나 나의 직감으로는 D군과도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듯 보였다. 이들은 서로 만나서 사랑르 느끼면「섹스」까지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는 그 다방에서「메리」와 같은「테이블」에 앉은 한쌍의「히피」에게서도 들었다. 이들은 불과 30분전에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자는 무전여행으로「샌프런시스코」에서 온 19세의 학생. 그 옆에 가지런히 앉은 여자의 목덜미를 보니「키스·마크」가 서너개나 보인다. 「엘리자」라는 이름의 그녀는 『상대가 어떤 남성이건 저는 사랑을 느끼면 미치게 돼요. 그래서 오늘 저녁은 저이와「섹스」를 즐기기로 했어요』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어린 티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나이를 물었다. 『13살이에요. 아직도 중학생이죠. 그러나 성의 경험은 꽤 있죠. 교섭한 남자가 몇명이나 되느냐고요? 몰라요. 그런 것 기억할 필요있나요?』-아랫 입술을 짓씹고 있는 그녀의 표정에는 그러나 후회의 빛은 없었다.「뉴요크」토박이로 아버지는 화가(畵家)라는 것이었다. 『임신을 하면 어떡하려고…』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걱정 없어요』 『맥주를 마시는 것을 잊고 별안간 상대방에 대해 사랑을 느꼈다면…』 『그런 일도 없지만 그래도 임신을 하면「히피」의 소개로「뉴·멕시코」에 가서 애를 떼면 되잖아요?』 그러나 4월7일부터「뉴요크」주에서도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우리 다섯명이 결국「히피」의 중심인물의 한 사람인「전위시인」의 집을 찾았다. 그의「아파트」는 4간 정도 넓이의 거실과 그 옆으로 같은 크기의 침실로 되어 있었다. 거실에는 낡아서 삐걱거리는 긴 의자가 하나 있었다. 나는 의자에 걸터 앉았다.「전위시인」은 책상에 기댄채 나와 마주 앉았다. 침실에는 한쌍의 남녀가 누워 있었다. 진짜 자유를 맛보기 위해 원시적 생활을 원한다고 이미「트립」(「마리화나」를 마시고 최면환각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D군과「메리」는 바닥의 융단 위에 앉고「샌프런시스코」에서 온 학생과「엘리자」는 침실의 한쪽가에 자리 잡았다. 전등도 없는 방안은 다만 두개의 촛불이 책상위와 침대머리에서 비쳐줄 뿐 어두컴컴했다. 『우리는 원시적인 생활을 그리워 합니다. 그 속에는 진정한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깃불도 필요없는거죠. 촛불은 때로는 환상적이고 즐거운 것입니다』 「전위시인」은「히피」의 효용성을 마구 선전했다. 침실에서는 소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창백한「피터」라는 이「히피」시인은 그의 생활을 설명했다. 『나는 반전·평화·자유 그리고 사랑을「테마」로 하는 시를 써서 그것으로 생활하고 있읍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사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나도는 가짜「히피」에게는 그것이 없다는 것이에요』 이야기를 나누는중에도 침실쪽에서 여자의 비명 『그들은「히피」를 모방해서 나태한 생활에 탐닉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들에게는「섹스」와「마리화나」와 LSD만 있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중에도 침실쪽에서 때때로 비명에 가까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할 것 없어요. 그들은 지금 한창 재미보고 있는 것입니다.「마리화나」는 습관성이 없는데도 단속을 한다니 알 수 없는 일입니다.「알콜」은 중독에 걸리면 사회에 해를 끼치는데도 그냥 내버려두고…』 시인은 손으로 만 담배 하나를 나에게 권했다. 이들은 썬 담배를 깡통에 넣어 언제나 갖고 다닌다. 이 담배속에는 대마(大麻)를 말린 것이나 「마리화나」가루가 섞여 있고 이것을 솜씨있게 말아 피우는 것이다. 나는 아무생각도 없이 보통담배인 것으로만 여기고 한모금 쑥 들이마셨다. 오래된 쓴 담배맛이 풍기면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다음 순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감각이 양쪽 볼에 느껴졌다. 어딘지 무겁고 씁쓸한 감각이었다. 마치 공복에 한잔 마신 기분이었다. 거나해지는 기분이었다. 의식과는 달리 마구 말이 튀어 나왔다. D군이「플래시」를 터뜨린 것 같았다.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오래 방안이 밝아지는 것 같았다. 『술의 명정상태에서 최면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마리화나」의 임상관찰이지만 의식은 뜻밖에도 또렷했다. 촛불이 퍽이나 눈부셨다. 환각제에 취했다 깨보니 눈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 몇분이나 지났을까? 퍽 오랜시간이 흘러간 것 같았으나 초는 그렇게 녹지 않았다. 시인은 어느새 알몸이 되었다. 여대생과 그는 내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슬랙스」의「지퍼」가 열려져 있고「팬티」도 내려졌으며 그녀는 시인의 애무를 받고 있었다. 빈약한 그녀의 가슴팍은 파도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시인의 다리 사이를 집요하게 훑고 있었다. 둘은 「트립」을 하면서 충동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엘리자」쪽도 기묘한 사랑을 즐기고 있었다.「베드」위에 누운 한쌍은 너무나 동물적이었다. 남자의 하반신을 덮고 엎드린 여자의 몸은 옆으로 나뒹굴면서 쩍 벌어진 여자의 다리가 허공에 뿌옇게 떠올랐다. 남자는 미친듯 여자의 이곳 저곳을 핥고 있었다. 여자의 입에서는 목마른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마치 두마리의 짐승이었다. [선데이서울 70년 6월 21일호 제3권 25호 통권 제 90호]
  • 어둔 저 능선 너머 걸어라 내 젊음아

    어둔 저 능선 너머 걸어라 내 젊음아

    취재 글 : 강성봉 기자 | 사진 : 한영희 ...행군 준비 끝! “지금쯤 아버지는 회사에서 일하고 계시고, 어머니는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계실 거예요. 여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은 동아리활동을 하거나 데이트하고 있겠죠.” 같은 시간, 57사단 220연대 소속 전상훈 병장은 경기도 불암산 유격훈련장에서 전술복귀행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합, 수통, 야삽, 판초우의, 활동복, 천막… 20kg이 넘는 군장을 꾸리고 전투화를 손질했다. 발에 물집이 안 잡히게 하기 위해 전투화에 깔창을 깔고 발바닥에 반창고를 붙였다. 오후 3시가 되자 병사들은 군장을 매고 계곡 아래에 모였다. “연대본부 행군 인원 보고, 총원 이십육, 열외 무, 현재원 이십육, 행군 준비 끝!” 오전부터 간간이 흩뿌리던 비는 멈췄고 계곡을 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병사들 말마따나 행군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힘찬 걸음 내딛고 “불암산 차렷!” 우렁찬 구호와 함께 행군이 시작되었다. 흰색 탄띠를 둘러맨 첨병이 선두에 서고 각 중대의 기수들이 파란 깃발을 펄럭이며 뒤를 따랐다. 유격훈련장 입구에서는 운전병들이 이온 음료수와 껌과 사탕 등을 나눠주었다. 앞으로 열댓 개의 껌과 사탕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며 40km를 걸어가야 한다. 훈련 후 복귀행군이라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오랜만에 하는 바깥구경이라 병사들은 설렌다고 했다. “이게 무슨 꽃이야?” “아까 말해줬잖아!” “목련화?” “아니, 내가 아까 뭐라 그랬나… 음… 연산홍, 연산홍!” 선연하게 붉은 연산홍 꽃잎 아래를 지날 때 병사들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논두렁을 지나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강둑을 걸었고, 강물은 병사들의 발걸음을 따라 유유히 흘러갔다. 마을 어귀를 지날 때면 개와 닭이 짖어대느라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행군은 제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체력적으로 얼마나 튼튼한지,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인한지 한번 테스트 해보는 거죠.” 멀리 떨어진 도로에 수학여행 버스가 줄줄이 지나갔다. 여고생들이 창밖으로 손을 흔들자 병사들은 침묵에 잠겼다. ...잠시 멈추어 서서 퇴뫼를 지나 병사들은 군장을 벗고 들길에 주저앉았다. 10분간 휴식 시간. 병사들은 담배를 꺼내 물고 군화를 벗고 땀에 젖은 양말을 말렸다. 수통을 돌려 물을 마셨고 어디선가 건빵도 나왔다. 힘들어서 퍼진 이도 있고 아직 쌩쌩한 듯 장난을 거는 이도 있다. 이번이 아홉 번째 행군이라는 강덕윤 상병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 눈치였다. “시간도 잘 가고 재밌어요. 제가 촌에서 살아서 그런지 발이 워낙 튼튼하거든요.” 행군 출발 준비 신호가 들렸다. 병사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워졌다. “가스마개 점검!” “수통!” “하이바!” 장구류 점검을 복창하며 병사들은 군장을 매고 일어섰다. 어느새 사위는 어둑해졌다. 저 멀리 험난한 비륵고개가 나타났다. 산으로 올라가니 어둠이 먼저 찾아오고 발소리가 뒤따랐다. 군화에 툭툭 차이는 나무뿌리와 돌덩이. 산새 소리,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총 철걱거리는 소리. 군장 삐걱거리는 소리.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산길엔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고 조심스러운 걸음마다 부모님 생각, 친구 생각, 헤어진 애인 생각, 갖가지 상념들이 펼쳐졌다. “후반기교육 때부터 여자 친구한테 편지가 안 오는 거예요. 전화하니까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아서 친한 형한테 물어봤더니 다른 남자가 생겼더라고요. 한 달 정도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맡은 일을 놓을 순 없었어요.” “대학 동기 여자애들은 4학년이 되어 진로 걱정할 때인데 난 나가서 뭐해야 하나 걱정이 많아요. 일, 이등병 때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젠 제대가 백 일 정도밖에 안 남다 보니 슬슬 압박감이 들어요. 군대 오기 전에 시간을 헛되이 쓴 게 후회되기도 하고요.” 산마루에 오르니 발밑으로 도시의 불빛이 깔렸다. 흔들리는 불빛에 상념은 멈췄다. 병사들의 입에선 짤막한 탄성이 터졌다. ...낙오는 없다 비륵고개에서 갓바위로 내려와 한 병사가 비틀거렸다. 다른 병사가 재빨리 달려와 부축했지만 둘은 대열의 맨 뒤로 쳐졌다. 체력이 고갈된 병사는 ‘앰비카(앰뷸런스)’에 실려 갔고 그를 부축하던 동료는 흘긋 뒤돌아보더니 바지를 추스르며 대열에 합류했다. 똑같은 군장을 매도 각각의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낙오하는 병사가 생긴다. 이럴 때 병사들은 전우애를 발휘하여 군장을 들어주고 서로를 부축한다. 이 사람이 저런 면이 있었구나. 평소에 무섭기만 하던 선임이 사뭇 달라 보이는 계기가 된다. 부대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빨라졌지만, 길은 끝이 없었다. 병사들은 앞사람의 뒤꿈치만 보며 걸었다. 군장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고 어깨는 마비될 듯 저렸다. 땀으로 가득 찬 군화는 찌걱거리고 발바닥은 뜨거웠다. “지금 제가 느끼는 피곤함과 갈증, 어깨에 둘러 맨 군장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부모님은 짊어지고 걸어오신 것 같아요. 말썽만 부리던 못난 아들 남부럽지 않게 해주기 위해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온갖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제 앞에서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어요. 고작 행군하면서 힘들다고 요령 피우려는 지금 제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즐거운 표정을 짓자고 말하는 전상훈 병장, 힘들 때면 노래 가사를 중얼거린다는 김일 일병, 거리의 네온사인을 보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신에게 되물었던 이윤직 이병도 마지막 힘을 다해 순화궁고개를 넘었다. 고개를 넘어가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 병사들의 힘을 북돋아주었다. 곧이어 부대에 도착한 병사들이 외치는 “파이팅! 파이팅!” 소리가 행군의 선두에서 후미로 이어졌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박수와 환호는 없었지만 뿌듯한 성취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 왔어요. 다 왔어. 낙오하지 않고 행군을 무사히 마쳐서 기뻐요. 우리 분대원들도 낙오하지 않고 무사히 마쳐줘서 고맙고요. 안전하게 통제해주신 대대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머릿속으로 무수히 집을 짓고 다시 부수곤 하지만 지금의 집은 바로 이곳. 뜨거운 젊은 시절,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집으로 돌아왔다. 고된 행군 중에도 취재와 사진촬영에 협조해주신 57사단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월간<샘터> 2006.07
  • [09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한 가문의 계통과 혈통 관계를 적어 기록한 책, 족보. 우리 조상들은 족보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봉건시대의 유물로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족보와 디지털이 만나 전자족보라는 것이 새롭게 등장했다. 새롭게 등장한 전자족보에 대해서 알아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친구들이 괴롭혀도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아이. 어디 가서 맞는 건 아닌지, 자기 것을 빼앗기는 건 아닌지 부모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안쓰럽다. 혼내기 전에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이는 아이. 강압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자기 탓인 것만 같아 후회가 밀려오는 노희란씨의 사연을 들어본다.   ●사랑도 미움도(SBS 오전 8시30분) 인주와 승표의 결혼식 날, 금자는 몰래 결혼식장에 찾아가서는 승표에게 축하인사를 건넨다. 식장으로 들어서려던 인주는 깜짝 놀라서 다시 신부대기실로 돌아가고, 비서에게는 금자가 식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시한다. 한편, 정희와 재혁은 주차장에 갇혀 있다가 승표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있을때 잘해(MBC 오전 7시50분) 실종된 환을 찾으러 민박집에 다시 찾아간 정화와 유진은 준범이 경찰에게 잡혀갔다는 얘기를 듣는다. 준범은 경찰서에서 행적에 대해 취조를 당한다. 영조가 민박집까지 태워줬다는 사실을 밝혀야만 되는 입장에 처한 준범은 매우 난감해한다. 한편, 승현은 은수의 회사로 꽃다발을 배달한다.   ●VJ특공대(KBS2 오후 9시55분) 설을 앞두고 오를 대로 오른 제수용품, 그러나 30%에서 최대 50%까지 값싸게 설 준비를 하는 현장이 있다. 보다 싸게 설 준비하는 현장을 VJ카메라가 따라가 본다. 뽀얀 참치 속살만 봐도 군침부터 흘린다는 참치천국 일본. 열도를 뒤흔드는 참치 열풍, 그 이색 현장을 VJ특공대가 공개한다.   ●과학카페-다빈치 프로젝트(KBS1 오후 10시)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영원한 고민 바람기. 배우자를 두고 바람 피운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의 욕망 속에서 꿈틀거리는 바람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하게 해석하지 못했다. 인류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뇌과학을 통해 비밀을 해부한다.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문단의 어른으로서 뜻하지 않게 후배들의 반발에 밀려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상황을 맞게 된다. 오직 한길로 35년을 봉직하던 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한다.’이런 상황이라면 시인이 아니라도 섭섭하거나 아쉽거나, 혹은 착잡해지거나 감회에 젖어 많은 말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정희성(62)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이사장은 그러지 않았다. 작가회의 명칭 변경이 무산된 데나, 평생을 지켜온 일터를 떠나게 된 데 대해서 시인은 의외로 평화롭고 담담했다. 맑은 얼굴에 자분자분한 말투. 서울 아현동,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만난 정 이사장은 과작(寡作) 시인답게 말수도 적었다. ▶정관 개정이 무산됐는데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무산이 아니라 찬반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걸려 결정을 못한 것이지요.24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명칭개정 소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결론을 내겠습니다. ▶작년 1월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는 ‘민족문학’이란 용어를 떼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셨는데 그 사이 생각이 변한 겁니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분단 상황에 있기 때문에 민족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 측면에서 보자면 오랫동안 남북작가회담을 추진해 온 결과, 작년 10월 금강산에서 남북한과 해외문학인들을 포괄하는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됐습니다. 민족문학에 분명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지요. 그래서 민족문학은 이 틀에서 다루게 두고, 우리는 명실공히 한국문단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단체인 만큼 포용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마침 젊은 작가들도 그런 생각을 해왔던 모양입니다. ▶‘민족문학’이란 이름으로는 전체를 포용할 수 없을까요. -작가회의는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로 출발했고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확대 개편된 지 2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해 온 이미지 때문에 국내에서는 ‘강성’‘좌파’로 몰리는 반면,‘세계작가와의 대화’ 등 국제교류를 할 때는 ‘내셔널’이란 명칭 때문에 극우 민족주의단체로 오해받아요. 또한 요즘 젊은 작가들은 ‘민족문학’개념으론 포섭될 수 없는, 너무도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을 수용해야 합니다. 총회 석상에서는 ‘문학은 포기해도 민족은 포기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지만, 문학이 민족문제만 다뤄야 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또 문학을 버리고 어떻게 민족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까요. ‘민족문학론’을 주창했던 백낙청 상임고문이 명칭개정에 찬동하고 있는 이때, 일부 후세대 작가들이 이에 집착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백 교수는 군사독재 시절 민족적 위기의식의 소산으로서 ‘민족문학론’을 전개했다. 민주주의 쟁취와 민족통일을 양대과제로 내세운 한시적 개념이었다. 백 교수는 이제 진영개념으로서 민족문학론은 내실을 잃었다고 보고 새롭게 ‘한국문학론’을 제시한다. 민주화는 완수됐고,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으로 분단체제도 극복단계에 접어들었으므로 진정한 국민문학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잠시 귀국했던 작가 황석영은 작가회의에 대해 “조직이든 집이든 사람이 만든 것은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 친목회 정도의 기능만 남았다면 ‘해소’하는 것도 하나의 역사적 과업”이라고 일갈하고,“분단체제는 남북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라는 확장된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작가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절차상의 문제도 있었던 만큼 심도있는 논의와 우편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 가겠다고 했다. ▶정든 교직을 떠나시는데 감회가 어떠신지요. -교직 35년, 문단 37년이니 두 경력이 비슷합니다. 그동안 제자 1만명, 시집 4권에 결혼하여 아이 둘을 길렀으니 행복했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엄혹한 시기에 용의주도하게 살았다고도 생각됩니다.70∼80년대 주목받던 저항시인으로 1979년 세계시인대회 시위,1980년 지식인선언 등에 참여하거나 잡혀갔는데도 자신은 훈방되거나 해직되지 않았다. 아마 대학교수가 아니라 고교교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자신이 쓴 시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고무돼 시위에 나서고, 한 여고교사는 시 ‘아버님 말씀’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가 선동죄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괴로움이었다. 용의주도하게 살았다는 말은 이런 책임의식 때문인 듯했다. ▶석사과정을 마치고도 고교교사로 남겠다며 학위논문을 내지 않았다면서요. -대학교수가 희망이기는 했어요. 그러나 1972년 논문만을 남기고 상아탑에서 나왔을 때는 가파른 유신시절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직장에서 쫓겨났고,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통 속에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문학적 관심이 걷잡을 수 없이 달라졌고, 이런 관심에 대한 해답이 아닌 다른 논문은 쓰고 싶지 않아 포기한 거지, 그렇게 깊은 뜻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문예창작과가 많이 생기면서 기회가 또 있었지만 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후회되지 않느냐니까 “대학교수가 되면 시가 안 좋아지더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사장의 시에는 그 시대의 현실과 급소가 생생하게 표출됩니다. 그런데 요즘의 시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무뎌지신 건가요, 생각이 달라지신 건가요. -가파른 시대에는 쓰지 못했던 사랑에 관한 시들이 많아졌습니다.2000년대 9·11테러 이후에는 평화에 대한 염원을 많이 담고 있지요. 무뎌진 점도 있겠지만 관심의 확장으로 봐 주기 바랍니다. 독자들도 옛날 독재정치에 항거할 때처럼 주먹 쥐고 하는 얘기들은 못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또한 현실 문제는 그 시대의 가장 젊은 문인들에 의해 잘 포착될 것입니다. 퇴임식 때 다섯번째 시집을 내 동료교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결국 편수를 못메워 싱거운 기념식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백령도를 다녀와 40행이나 되는 시 ‘몽유백령도’를 썼다. 짧아지던 시가 예전의 호흡을 다시 회복해가는 듯한 느낌이라 기쁘다. 문학은 인간다운 삶을 살자는 데에 그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 이사장이 저항의 시를 썼던 것도, 이제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것도, 작가회의가 명칭 변경을 논하게 된 것도 결코 우연히 진행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희성 그는… 1945년 경남 창원 출생(만 62세). 공무원인 부친을 따라 충남, 대전, 이리, 여수를 다니며 살았다. 용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 국문과를 나왔다.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탁목조’가 당선돼 등단했다.1972년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로 부임해 35년간 재직하고 그제 정년퇴임했다. 글을 쓸 생각이면서 국문과에 입학한 것은 고전문학을 공부해 전통의 바탕에서 창작을 하리라는 계획에서였다. 첫 시집 ‘답청’(1974)’은 그의 생각대로 ‘고전적인 전아함’을 갖춘 시들로 꾸몄다. 그러나 1972년 유신체제에 접어들고 친구들의 해직과 투옥을 접하면서 완전히 다른 문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나온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에는 칼칼한 저항의 목소리가 담겼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로 시작되는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는 어두운 현실을 처절한 서정에 담아 형상화한 대표작이다.“증오에 대해서/나도 알 만큼은 안다/이곳에 살기 위해/온갖 굴욕과 어둠과 압제 속에서/싸우다 죽은 내 친구는 왜 눈을 감지 못하는가….”란 시구처럼 ‘공격적이고 거친’ 글을 쓰기도 했지만, 자신은 시대가 현실주의자를 만들었지 본질적으로는 천진한 낭만주의자라는 생각이다. 네번째 시집 ‘시를 찾아서’(2001년)는 이런 면모를 엿보게 한다. 김수영문학상, 시와시학상 수상.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시절부터 반독재 문학단체에 몸담아 2006년 1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이 되었다. yshin@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4전5기 도전하는 프라이드 파이터 윤동식

    [스포츠 라운지] 4전5기 도전하는 프라이드 파이터 윤동식

    “경험이 없었다. 룰을 몰랐다. 강한 선수를 만났다…. 더 이상 핑계를 댈 게 없어요.” 유도스타에서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파이터로 변신한 윤동식(35)에게 올해는 ‘4전5기’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해다. 프라이드 무대에 선 지 얼추 2년, 그동안 4차례 링에 올랐다. 사쿠라바 카즈시(일본)와의 데뷔전에서 38초 만에 KO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타키모토 마코도(일본), 퀸튼 잭슨(미국), 무릴로 부스타만테(브라질)에게 거푸 판정으로 졌다. 부상 등으로 유독 올림픽에 나서지 못해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47연승 기록(93∼94년)을 보유할 정도로 걸출한 유도 선수였기에 승리에 목이 마르다.“이제서야 초보 티를 벗고 있다.”고 자평하는 그가 맞닥뜨렸던 상대는 사실 모두 강했다. 출격이 예상되는 오는 4월 초 일본 대회나 같은 달 말 미국 대회에서도 댄 핸더슨(미국)이나 파울로 필리오(브라질) 등 웰터급(-83㎏) 강자와 매치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입맛에 맞는 상대와 붙으려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패배의 연속이었으나 포기를 모르는 것은 유도 시절과 똑같다. 올림픽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도전했다.2001년 등 떠밀리다시피 은퇴했으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하기도 했다. 프라이드에서도 마찬가지. 분명히 이길 것 같은 느낌인데 좀처럼 승리를 움켜쥘 수 없었다. 때문에 다시 링에 오른다. 윤동식은 “이기면서 갖는 자존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짜릿한 승리의 감정을 빨리 맛보고 싶어 조바심이 날 정도예요.”라며 눈을 번뜩였다. 부스타만테와 겨뤘을 때 ‘이번에도 져서 4패를 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고 서툴게 경기를 치렀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그런 압박감을 털어버렸다. 그는 “질 때는 지더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는 불꽃 튀는 경기를 하겠다.”는 다짐이다. 윤동식은 유도에 이어 격투기에서도 따라다니는 ‘비운의 스타’라는 별명을 꺼려한다. 그는 “계속 떨어져도 ‘또 나왔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줄기차게 올림픽 선발전에 나섰죠.‘더 안 시켜주니까 이젠 격투기로 나오네?’라는 이야기도 들어요. 이만하면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가 어울리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윤동식은 9일 미국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프라이드 심판 맷 흄이 운영하는 ‘AMC팬크레이션’에서 2달 동안 타격 기술을 연마할 계획이다. 반다레이 실바(브라질)와 붙어도 KO를 당하지 않을 만큼 디펜스에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그는 타격을 끌어올려 공수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지난해 프라이드 무제한급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강자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인 조시 바넷(미국) 등과 함께 훈련하게 된다. “당장 목표는 1승이지만 1승을 디딤돌 삼아 1등은 하고 프라이드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격투기 팬들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표도르처럼 ‘60억분의1’이 되고 싶습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7국)] 복잡한 최신 정석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7국)] 복잡한 최신 정석

    제2보(21∼37) 흑21로 밀고 나오면 이하 30까지는 절대 수순이다. 아마 여기까지는 이 최신 정석을 잘 모르더라도 중급 정도 실력의 바둑이라도 어렵지 않게 둘 수 있다. 핵심은 다음의 31이다. 수상전에서 한 수라도 급하게 메우기 위해 (참고도1) 흑1로 젖히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수를 메우는 결과이다. 백2로 치중하면 6까지 한 수 차이로 흑돌이 잡히고 만다. 다음의 백32도 중요한 수이다. 백도 귀의 수상전을 서둘러서 (참고도2) 1로 빠지면 흑은 귀의 수상전을 포기하고 흑으로 민 뒤에 4로 씌워서 중앙을 에워싼다. 백이 귀의 흑돌을 잡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 형태는 잡아도 실패한 결과이다. 백이 32로 밀었으므로 흑33으로 젖혀서 귀의 백돌 넉 점을 잡은 것은 당연해 보였는데 국후 김진우 3단은 이 수를 크게 후회했다. 이곳은 기세상 (참고도3) 흑1로 젖혀야 했다는 것이다. 백2로 끊으면 흑3으로 젖힌다. 중앙 백돌 여섯 점이 잡히지는 않겠지만 백의 모양이 나쁜 것만은 틀림없다. 이하 36까지는 이런 정도의 진행. 이때 흑37이 또 다시 기세의 끊음이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데스크시각] 검찰 수사의 한계/오승호 사회부장

    요즘처럼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적은 드문 것 같다. 사회의 이목을 끄는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원과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갈등만 빚다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며칠 전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 의혹’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변 전 국장을 론스타 사건의 핵심 인물로 여겼지만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다른 사건으로 옭아맨 뒤 계속 수사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뇌물 사건에서마저 무죄 판결을 받아 론스타 수사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검찰이 기댈 곳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나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 정도다. 그런데 이들은 여러차례 소환에 불응한데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법원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로비 의혹 재판에서 이들을 소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마이클 톰슨은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것을 보장해 주면 증인으로 나가겠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미국사회에서 범죄 혐의자나 변호인은 한국에선 체포가 곧 구속으로 이어진다고 인식한다. 결국 그동안 검찰에 숱하게 불려다닌 이들의 명예만 심하게 훼손하고 진실은 가려내지 못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에 직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피해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반 국민이나 기업이 피해자였다면 피해 사실을 적극 알리는 등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의 강도가 더 컸을 것이고, 그러면 수사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란 요지였다. 여론몰이식 수사나 포퓰리즘에 기대던 발상은 아닌지, 헷갈리게 했다. 인권을 소중히 여기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로 사회정의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제이유 사건은 더 가관이다. 사건 피해자나 시민들은 정상명 검찰총장이 “사상 최대 사기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밝혔을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걸었다. 다단계 업체인 제이유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는 바람에 현재까지 직업군인 출신을 포함해 4명이 투신 자살했다. 그런데다 경제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이 수십만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이다. 검찰은 다음주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속된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과 정치인, 전·현직 공직자와의 유착 관계를 속시원히 밝혀낼지 두고 볼 일이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검찰총장 발언이 나왔을 때 일각에선 론스타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하자 여론을 제이유로 쏠리게 하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김흥주 로비의혹 사건 역시 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소환 여부를 질문하면 “대검이 감찰 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쪽에 물어보라.”는 짤막한 멘트만 한다고 일선기자들은 전한다.‘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검찰 수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왜 이렇게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일까. 일부 검찰 간부들은 “젊은 후배들이 옛날 같지 않다.”고 빗대기도 한다. 악착같이 달려들지 않는다는 얘기일 게다. 그러나 혹시 영화속의 장면처럼 진실을 파헤치려는 젊은 검사와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고 이를 말리는 상사와의 갈등 때문인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정치권에선 제이유 사건에 대한 특검 추진도 제기되고 있다.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치우침 없는 수사를 다짐할 때다. 오승호 사회부장 osh@seoul.co.kr
  • “행자부 - 인사위 분리 잘못”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인사와 조직을 갈라 놓은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1일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를 분리한 일을 한 사람이 본인이며, 잘못됐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1998년 김대중 정부 들어서기 전에 50일 동안 조직개편 작업을 할 때 행자부를 만드는 것을 제가 했다.”면서 “그때 총무처와 내무부를 합쳤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잘 모르고 만들었으며,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사무관들이 뒤에서 ‘교수바보’라고 수군거렸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이어 “후회는 안하는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조직과 인사를 분리시킨 것은 결과적으로 잘못한 것이다. 기능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몰라도 예산 조직이 사람 중심으로 하나가 돼 움직여야 하는데 떼놓은 것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행정자치부의 명칭은 김대중 당선자가 직접 지었으며, 이것이 행자부의 출발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김 교수는 “밖에서 쓴 소리를 많이 해 비판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특강을 요청받았지만, 연초부터 비판만 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판을 겸해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아직도 시대변화에 맞지 않게 권위적이고 딱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옛날 용어를 여전히 쓰고, 관료의 언어 색깔과 형식을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 부처가 로고를 별도로 만드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행자부에 대해선 직무파견이 너무 많고 중앙인사위와 소방방재청이 분리됐는데도 공무원 수는 여전히 그 때와 비슷하다며 방만함을 지적했다. 정부에 팀제를 도입한 것도 적절치 않으며, 외교부 청사에 설치한 정부홍보판은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쓴소리도 빠트리지 않았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징역을 받고 옥살이하는 남편을 찾아 교도소 문턱을 드나들기 15년. 산천도 변해버린 오랜 세월이었지만 꿈을 되찾으려는 「열녀」의 고행(苦行)은 변함이 없었다. 서울영등포교도소 기결수 1329호의 아내 장일자(張一子)여인(39·가명). 신혼생활 1개월만에 살인, 사체유기라는 끔찍한 죄명으로 남편 최상희씨(42·가명)가 수감된지 15년, 이미 가버린 젊음이었지만 장여인의 강한 의지와 사랑의 불길은 남편 최씨가 받게된 감형(減刑)과 귀휴(歸休) 은전으로 딸 희자(熙子)양(생후 5개월·가명)을 낳게되자 더욱 타오르고 있다. 교도관들은 물론 1천여명의 재소자들마저 망부석(望夫石)이라고 부르는 장여인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15년전인 1955년 4월 29일 당시 K대학 3학년이던 최씨는 가정불화로 1년동안 학교를 나오지 못했던 급우 이모씨가 복학운동을 부탁하며 준 교제비 1만1천5백환(구화)이 탐나 이씨를 죽인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검찰이 분석한 살인동기는 6·25동란 당시 S의대 1학년이던 최씨가 피난길을 전전하다가 8240부대에 입대, 18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K대에 복교했으나 가정형편으로 등록금을 낼 수 없었고, 군번없이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징집연기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급우 이씨를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는 것. 최씨는 사고가 난 날, 심한 가정불화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이씨로부터 복학운동을 부탁받고 스승인 안(安)모 교수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한 뒤 이씨의 청에 못이겨 술병을 사들고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 신세타령이 섞인 술잔을 나눴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 학교로 내려오는 길에 최씨는 술에 취해 벗어던진 최씨의 웃옷을 주워 들고 뒤늦게 내려와 보니 이씨가 길가에 있는 깊이 3m의 우물속에 빠져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검시결과 이씨가 추락사한 것이 아니라 외상(外傷)으로 보아 심한 타격을 받아 죽은 것으로 나타나 최씨는 살인범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이유와 함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이가 사람을 죽였다니…그럴수가…』-어릴때 소꿉친구였던 남편을 생각하며 장여인은 결혼 1개월만에 살인자의 아내가 돼버린 엄청난 비극앞에 몸부림쳤다. 고향인 충북음성에서 소꿉동무로 자라던 두사람이 헤어진 것은 최씨가 11세때 아버지를 따라 상경하게 됐을때였다. 6·25동란뒤 군복무를 마친 최씨가 고향에 내려가 여고(女高)를 졸업한 장여인을 만났을 때 장여인은 보랏빛 꿈을 꾸던 24세의 아리따운 처녀였다. 무기징역을 받은 남편-그러나 남편에 대한 사랑의 힘은 무엇보다 강했다. 여필종부의 낡은 관념때문도 아니었다.『비록 같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남편이 살아 있는 한 내가 바치려는 정(情)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면회날이 되면 장여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씨를 찾아 위로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던 최씨가 장여인의 면회를 거절한 2년동안 장여인은 매일같이 교도소 정문을 찾아 비참해 있을 남편을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눈물로 날을 보냈다. 「살아있는 망부석」-2년동안 장여인의 정성을 지켜보던 교도관들의 입에서 저절로 흘러 나오게 된 말이었다. 지난 60년 10월, 당국의 특별감형혜택을 받아 형기가 20년으로 줄자 장여인은 벅찬 기쁨에 최씨를 부둥켜 안고 울음을 그칠줄 몰랐다. 5년전 늙은 시부모를 모시고 벅찬 생활속에 폐결핵에 걸린 장여인은 남편과 면회를 할때마다 나오는 기침을 감기 때문이라고 속였다. 어느날 장여인은 남편앞에서 끝내 피를 토하고 실신했다가 깨어난 적이 있었다. 복역중인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끼쳐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지만 오랫동안의 번민으로 몸이 쇠약해져 버렸던 것이었다. 아내의 지성에 감동한 최씨는 그동안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버리고 새삶의 의욕을 보이기 시작, 지난 67년 7월 1일 재소자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새싹상」을 받은 1급 모범수가 되었다. 68년 6월 17일 5·16혁명의 은전인 귀휴시행규칙(현형법제44조)에 의해 장기복역수로는 처음으로 5일간의 휴가를 맡아 사회구경을 하게 된 최씨는 두 어깨를 마음껏 젖히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토록 오랜 기간을 기다리던 아내 장여인과 함께 잠시나마 교도소를 떠나는 이들 부부에게 1천여명의 재소자와 교도관들은 갈채를 보내며 부러워했다. 복역수에 대해 좀처럼 없는 귀휴조치가 모범수 최씨에게 내려지자 다른 장기수들도 활기를 띠며 성심껏 일하게 됐다. 최씨가 2차 귀휴를 받은 지난해 4월, 장여인은 바라던 임신을 하게 되었으나 3개월만에 유산했다. 지난해 4월초 장여인은 산부인과 의사의 진찰에 따라 수태기일을 맞춰 찾아가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늙기전에 혈육을 하나 보게 해달라는 장여인의 눈물어린 호소에 교도소장 최형수(崔亨洙)씨는 최씨의 당일귀휴를 허락했다. 지난 1월 21일 장여인은 그토록 원하던 예쁜 딸 하나를 낳았다. 경사를 전해 들은 교도소안에서는 보기 힘든 인정에 모두들 흐뭇해 했다. 딸이 백일을 맞은 지난 5월 1일 장여인은 푼푼이 모은 돈으로 백일떡을 마련, 1천여명의 재소자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교무과장 허병_(許炳_)씨(50)는 『20년만에 처음 맛본 보람스런 모습이었다』면서 감격했다. 최씨의 형기종료일은 76년 3월 19일. 교도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형량의 3분의1이 지난 모범수에게 주어지는 가석방 은전(형법 제 72조)이 하루 빨리 최씨에게 찾아오기를 안타깝게 바라고 있다. 우홍제(禹弘濟)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6월 7일호 제3권 23호 통권 제 88호]
  • [한국 부동산시장 급랭…美와 닮은꼴 되나] 집값 하락 1년 캘리포니아 대출 연체 145%↑

    [한국 부동산시장 급랭…美와 닮은꼴 되나] 집값 하락 1년 캘리포니아 대출 연체 145%↑

    미국 캘리포니아주 살리나스의 보험회사에 다니다 은퇴한 제임스 브라운(66)은 2년전 자신의 선택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집값 추가 상승 예측 분을 토대로 10만달러를 빌렸다. 이후 집값은 89만 9000달러에서 75만달러로 떨어진 반면, 매달 갚는 돈은 2900달러에서 4500달러로 급증했다. 아내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한 돈은 추가 의료비로 다 들어가 버렸다. 지난해 9월부터 상환금 연체가 시작됐고, 집은 내놔도 팔리지 않았다. 이젠 압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상환을 하지 못해 몇차례 체불 통지를 받다 끝내 압류 조치를 당하는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소개한 한 사례다. 신문은 주택정보 제공사인 ‘데이터퀵 정보 시스템스’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4·4분기 체불자가 모두 3만 7273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주택경기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2005년 같은 기간의 1만 5196명에 비해 무려 145%나 급증한 수치다. 최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 미 언론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일각에선 거품 붕괴로 표현)로 인한 이 같은 상황이 미 전역의 문제로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제시해 왔다. 캘리포니아의 분기별 체불 통지자 규모는 1998년 이후 최대치. 압류된 주택수도 2005년의 874건보다 7배 늘어난 6078건이나 됐다. 수년전 한꺼번에 수요자들이 몰린 LA동부 일부 지역에선 집값이 하락해, 추가로 돈을 빌릴 여력이 사라졌다. 집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아 고스란히 집을 내줘야 할 사람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담보물로 나온 주택도 대부분 싼 값에 처분되면서 주변 집값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어린이 놀이학교 가이드

    어린이 놀이학교 가이드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 놀이학교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로 소수 정원제로, 지능 발달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싼 수업료가 큰 부담이다. 쉽게 결정했다가 후회하는 이유다. 놀이학교별 주요 특징과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놀이학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달리 놀이를 통해 지능과 창의성, 재능 등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 교육시설이다.1990년대 초중반부터 국내에 하나 둘 소개된 이후 지금은 줄잡아 20여곳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특히 서구의 특정 교육이론에 바탕을 둔 교구와 교재,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소수 정원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영어나 미술, 음악, 체육 등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한 통합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싼 수업료. 업체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달 30만∼90만원 이상 든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소수 정원제로 운영… 20여곳 성황 유형별로 보면 독일 등 유럽식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 베베궁과 아이잼, 아이슐레, 키즈닥터, 킨더슐레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잼은 독일식 놀이교육에 2000년 이후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다중지능 이론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음악·미술·동작·교구·과학놀이 등 12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슐레는 사회·창의·수학·표현·언어·과학·신체 등 7가지 주제별 놀이를 통해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킨더슐레는 게임·아트·뮤직·독서·수학·요리 등 16가지 영역별로 그룹놀이를 통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키즈닥터는 감성, 사회성, 지능, 창조성지수를 높여 잠재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베베궁은 국내 브랜드로 독일과 미국의 교육철학을 조화시킨 것이다. 다중지능 이론을 바탕으로 9가지 영역별 과정을 통해 ‘표현을 잘하는 아이’를 지향한다.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김충원 키드빌리지는 가정방문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유니키드가 설립한 미술 중심의 통합형 놀이학교다. 명지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김충원 교수가 개발한 5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파인슐레는 영어로 특화된 곳이다. 매주 한 차례 오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놀이영어를 비롯해 사파리교실, 블록, 마술, 동화구연 등 10개 강좌를 갖추고 있다. ●선진형 맞춤교육… 비싼 수업료 부담 아이들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 곳으로는 위즈아일랜드와 짐보리를 들 수 있다. 짐보리는 신체·감각·인지·사회성·언어·정서·창의성 발달을 위해 신체활동을 통한 두뇌 자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엄마나 아빠 등 보호자가 반드시 함께 참여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위즈아일랜드도 감성놀이 연구소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성·감성·사회성 지수의 발달을 돕는다. 특정 프로그램을 특화해 운영하는 곳도 눈에 띈다. 토토빌은 동화를 주제로 한 통합 놀이학교다. 매달 주제에 맞는 동화를 선정해 동화 속 얘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창의력 교육과 예체능교육, 이벤트식 놀이수업도 함께 진행한다.3∼5세 어린이로 대상을 한정한 리틀소시에는 대인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3세 사회적응,4세 자아 알기,5세 대인관계 등으로 프로젝트를 나눠 나이별 전문교사가 아이들을 지도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엄마 입소문 마케팅’ 효과 쏠~쏠 하네 ‘무료로 체험해 보세요.’ 놀이학교와는 별도로 최근 교육업계에는 무료 체험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학부모들은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교재와 교구, 서비스를 무료로 경험할 수 있고, 업체는 상품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물론 엄마들의 입소문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웅진씽크빅은 대전과 대구, 광주 등 지사 3곳에서 전집 체험관 ‘씽크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를 비롯해 과학교실과 독서교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실, 교구와 장난감으로 놀 수 있는 놀이방을 갖췄다. 모두 무료다. 매달 한두 차례 외부 강사를 초빙해 부모 역할 훈련과 독서지도법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대교도 지난해부터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유아 및 여성 전문공간인 ‘소빅스 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파크몰을 찾는 엄마들이 주 대상으로, 놀이 및 수유공간, 서점 등을 갖췄다. 각종 놀이기구와 시청각 교재를 갖춘 ‘소빅스 존’은 갓 돌을 지난 아기부터 취학 전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놀면서 배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한솔교육도 홈플러스 서울 동대문점과 경기 부천·상동점, 구미점과 이마트 남양주점 등 4곳에서 ‘한솔 에듀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한솔교육의 전집류와 단행본 등 모든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방문교사가 집을 찾아가 가르치는 방문학습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유아발달 검사나 교육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이두한 원장의 건강이야기] 만약에 항문에서…

    40여년쯤 전이니까 옛날 얘기다. 시골 고향에 어른 한 분이 계셨는데, 항문 안쪽에 종기가 생겼다. 병원 치료를 받을 형편이 아니어서 고약을 붙여놓고 한 일주일을 앉지도 못하는 고생을 감내한 끝에 고름이 터지고 통증이 가라앉았다. 다들 그 걸로 다 나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기 자리에 작은 돌기가 생기더니 이후에도 조금씩 고름이 흘러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통증이 없어 그대로 40여년을 살았다고 했다. 그 분이 작년에 필자를 찾았다. 작년부터 종기 자리에서 평소보다 많은 고름이 나오고, 통증까지 느껴져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살펴보니 7∼8㎝쯤 되는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졌고, 고름에는 피도 섞여 나왔다. 조직검사를 해봤더니 치루에서 발전한 암이었다. 치루는 항문 안쪽에 있는 항문선이라는 작은 관이 곪아 터지면서 구멍이 뚫리는 병이다. 평소에는 조금씩 고름만 나올 뿐 통증이나 불편함이 거의 없어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지 않고 버틴다. 그러나 그 상태에서 방치하면 치루관 안에서 생긴 염증이 주위로 퍼질 수도 있고,10년 이상 묵히면 치루관에서 암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 농양 단계에서 치료하는 게 현명하다. 치료도 어렵지 않다. 농양 단계에서는 외래에서 간단히 염증을 긁어낸 뒤 치료를 하면 통증도 바로 나아져 대부분 그대로 치유가 된다. 이런 치료로 치유가 안 되면 입원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수술은 치루관을 열고 제거하는 것인데, 그다지 아프지도 않고 회복도 빨라 1∼2일 입원 후 바로 직장 복귀가 가능하다. 그러나 간혹 치루가 깊은 경우에는 치루관을 막아 항문의 괄약근을 보호해 줘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수술을 거쳐야 한다. 치루는 유아들에게도 의외로 많지만 절로 낫거나 수술도 아주 간단하다. 앞서 그 고향 어른은 항문과 직장을 절제하고, 인공 항문을 부착하는 큰 수술을 받았으나 다행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며 종종 안부전화를 주시곤 한다.“그게 암이 될 줄은 몰랐다.”는 후회와 함께.대항병원장
  • “북핵 집중외교로 해결”

    “북핵 집중외교로 해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얼굴)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해나갈 뜻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미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우리의 파트너인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과 함께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이룩하기 위한 집중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던 사실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 평화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때 북한과 함께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했던 쿠바, 벨로루시, 미얀마 3개국을 거듭 적시한 뒤 세 나라의 민주화를 계속 주창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이후 매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무법정권’이나 ‘위험한 정권’,‘민주주의가 아닌 나라’ 등에 포함시켜 비판해왔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언급 자제가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 재개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고려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국정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대한 의회와 국민의 초당적인 협력과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실패한다면 고통스럽고 광범위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며 의회와 미 국민이 이라크 추가 파병 정책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협력을 위해 의회 내에 양당 지도자들로 구성된 대 테러전쟁 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웠던 발언을 후회한 것 같다고 백악관에서 연설문을 작성했던 데이비드 프럼이 이날 밝혔다. 프럼은 부시가 명시적으로 후회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문제를 떠안게 됐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dawn@seoul.co.kr
  • [20&30] ‘日流’에 빠진 20~30대 마니아들

    [20&30] ‘日流’에 빠진 20~30대 마니아들

    티켓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의 내한 공연은 미국의 메탈리카나 영국의 오아시스 같은 전설적인 슈퍼밴드가 아니라 지난해 11월 열렸던 일본의 5인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첫 내한 콘서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라시가 도대체 누구냐.’는 식의 반응이었지만,8만 8000원짜리 공연 티켓은 예매가 시작된지 1시간여 만에 동이 났고 공연장의 분위기는 폭발적이었다. 공연 외적으로도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본 대중문화가 더 이상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닌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단편이다. ●‘일드·일음 마니아’의 커밍아웃 일본 TV 드라마(일드)나 일본 대중음악(일음 또는 제이팝)에 빠진 마니아들은 지난해 꽤나 행복했다.2004년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4차 개방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미쳤던 이른바 ‘일류(日流)’가 거물 스타들의 잇단 방한과 함께 봇물처럼 터졌기 때문이다. 20∼30대 여심(女心)을 사로잡은 배우 오다기리 조와 한국의 동방신기에 비견되는 아라시, 가수 겸 배우인 나카시마 미카 등 스타들이 지난해 대거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일류’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동안 부모나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인터넷 사이트와 소속 팬클럽 등에서 숨 죽인 채 암약(?)하던 마니아들이 비로소 떳떳하게 문화적인 취향을 커밍아웃,‘오버그라운드’로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드·일음 마니아’의 활동 무대인 인터넷 사이트의 주류는 20∼30대 직장 여성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인터넷 공유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에 가깝게 일본 TV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꽂힌’ 스타들을 실제로 보기 위해서라면 꼭꼭 아껴놓았던 쌈짓돈을 풀어 일본 원정을 떠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영실(26·여·대학원생)씨는 “대학 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 중에 그룹 ‘스마프(SMAP)’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드라마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보고 이것저것 알게 됐다.”면서 “지난해 8월 요코하마에서 스마프 콘서트가 열려 큰 마음 먹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투자해 5박6일 동안 다녀왔다.120만원이 들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2·여)씨도 “2003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삿포로돔에서 열린 남성 듀엣 긴키키즈(Kinki Kids)의 콘서트를 찾은 것을 포함해 틈 날 때마다 공연장을 찾아다녔다. 한국에 돌아오면 찾아가고 싶어도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밥값을 아껴가며 쫓아다녔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민진(25·여)씨 역시 “대학 다닐 때 친구들이 일본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별로 동조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백수시절 기무라 다쿠야가 주연한 드라마 ‘롱 베케이션’을 보게 됐고, 나랑 똑같은 (백수) 처지에 있는 캐릭터를 통해 일종의 구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독특하고 다양한 콘텐츠, 날 중독시켰다” 일본 대중문화의 어떤 매력이 숱한 20∼30대들을 중독자로 만든 것일까.“독특한 테마,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하고 풍부한 콘텐츠, 내공이 묻어나는 탄탄한 구성과 이를 소화해내는 스타들의 역량”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사랑 타령만 하는 국내 드라마와 달리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나름의 색깔을 잃지 않은 것이 일본산 콘텐츠의 장점이다. 드라마와 영화, 소설이 연결된 ‘원소스 멀티유스’의 성격도 마니아들이 금단 현상을 느끼며 일본 대중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2005년 선풍적 인기를 끈 ‘전차남(電車男)’처럼 실화가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매체를 바꿔가면서 계속 빠져들게끔 만든다. 김진아(28·여)씨는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인 ‘하늘에서 떨어지는 1억개의 별’은 스릴러 같으면서도 사랑 얘기가 버무려진,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드라마였다. 이런 점이 ‘일드’의 매력이다. 또 ‘노다메 칸타빌레’나 ‘너는 펫’같이 만화로 본 작품들이 드라마로 나와 상상을 자극하는 것도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일류 확산은 싫다” vs “여럿이 함께라서 좋다” ‘일류’의 저변이 폭발적으로 넓어지는 것에 대한 마니아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정부의 공식개방 조치 이전,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때부터 각개전투로 빠져들었던 세대 가운데 일부는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프리랜서 기고가인 이유리(26·여)씨는 초등학교 때 처음 ‘맛’을 본 뒤 중·고교 때 천리안 등 PC통신에서 내공을 키운 예다. 이씨는 “최근 홍수를 이루는 얼치기 팬에 섞이기 싫어 인터넷 팬클럽에서는 활동하지 않는다. 난 아이돌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문화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그런 이들과는 차별을 두고 싶다. 요즘 애들을 보면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저변이 넓어지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마니아들이 더 많다. 이 바닥에 입문한 지 20년이 가까운 강규임(35·여·인테리어업)씨는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드라마를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는 게 좋다.”면서 “적어도 일본 문화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악플’을 다는 부류는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윤모(28·여)씨는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든지 말든지 상관 없다. 다만 국내에서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 접근성이 좋아지고 관련 상품을 구하기도 쉽게 되니까 좋을 따름이다.”고 밝혔다. ●“무작정 베끼기는 그만” 하지만 ‘일드·일음 마니아’들은 국내 TV 교양·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 대중 음악계에서 일본 것을 ‘베껴먹기’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은행원 김모(31)씨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쇼나 오락프로그램에는 독창성이 없다.‘황금어장’도 ‘스마스마’의 일부와 ‘고코리코’의 ‘미라클타입’이란 꼭지를 섞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쇼프로를 보면 ‘아! 이건 뭐 베꼈네.’란 생각이 딱 든다.”고 꼬집었다. 김정아(26·여)씨도 “최근들어 ‘하얀거탑’이나 ‘연애시대’같이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우리나라 드라마나 예능프로도 좀 독창적이었으면 좋겠다.‘일밤’에서 하는 ‘경제야 놀자.’를 보면 예전에 일본 TBS의 ‘학교에 가자.’란 프로그램의 컨셉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06년이후 내한한 일본 스타들 ●우에노 주리(3월10일, 영화 ‘스윙 걸즈’) ●오다기리 조(3월11일, 영화 ‘메종 드 히미코’) ●사와지리 에리카(3월12일, 영화 ‘박치기’) ●나카시마 미카(3월13일, 영화 ‘나나’) ●아사노 다다노부(7월6일, 일본 인디필름페스티벌 중 영화 ‘녹차의 맛’) ●구사나기 쓰요시(8월29일, 서울 드라마어워즈) ●고토 마키(9월9일, 전 ‘모닝구 무스메’ 멤버, 콘서트) ●고다 구미(9월22일, 아시아 송페스티벌) ●아라시(11월11일, 콘서트) ●윈즈(w-inds)(11월25일·mnet·KM 뮤직페스티벌) ●기무라 요시노(7월3일,‘한일공동방문의 해’ 홍보대사) ●아오이 유(2007년 1월7일, 영화 ‘허니와 클로버’)
  • ‘가족연애사 2’로 돌아온 이의정

    ‘가족연애사 2’로 돌아온 이의정

    “웃음과 열정만큼 좋은 보약은 없어요.”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존재해 우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게 아닐까. ‘불치병’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오롯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사르는 배우가 있다. 외모는 작고 가냘프지만 어느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그녀가 돌아왔다. 이의정(33)이다. 팬의 사랑이란 보약을 먹어서일까. 그는 지난해 ‘뇌종양’ 때문에 까까머리에 병원복을 입고 우리 앞에 ‘하얀 웃음’을 지어 안타깝게 했었다.‘많이 아프고 힘들 텐데도’ 웃음을 가득 머금은 그녀의 해맑은 얼굴이 되레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사랑의 기적’이란 이런 걸까. 그녀가 병마를 이기고 다시 배우로 웃음과 희망이란 선물을 선사했다. 정말 기적같이 살아난 그녀를 만났다.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인생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돈, 명예, 권력…. 하지만 정말 생사를 넘나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가족을 꼽는다. 그녀는 “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을 스치며 지나갔어요. 짧은 인생이지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돈도 연기도 아니고 ‘바로 부모와 친구들’이었어요.”라며 “좀더 잘 해줄 걸 하는 후회에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하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부모와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단다. 지난 크리스마스엔 친구들과 함께 근사한 카페에 모여 수다도 떨고, 연초에는 가족과 여행도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가장 소중한 것을 알았다는 그녀. 부모는 물론 새벽에 술집에서 떡볶이를 사온 개그맨 한상규, 병마와 싸울 때 그녀의 수족처럼 도와주었던 ‘커밍아웃 1호’ 홍석천, 장대비를 뚫고 아이스크림을 사온 배우 권상우, 뜨거운 눈물을 손등에 떨구던 탤런트 윤다훈, 그리고 병원에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 친구들…. 이제 빨리 건강을 찾아 그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미소를 가득 머금는다. # 연기는 나의 천직 마음씨 좋게 생긴 그녀이지만 연기에 관한 한 악바리이다.1982년 극단 여인에서 배우의 길로 들어서 25년 동안 연기를 한번도 쉬어 본 일이 없다.‘뽀뽀뽀’의 뽀미 언니를 시작으로 빙그레 등 각종 CF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한창 아플 때도 연기를 쉬어 본 일이 없어요. 연기를 해야 엔도르핀이 마구 나오거든요. 아무리 아파도 감독님의 ‘큐’ 사인이 떨어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그래서 이번 OCN의 가족연애사2에 출연하는 데 특별한 애정이 있어요. 솔직히 전신마비와 항암치료를 병행하며 드라마를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의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저는 어떤 약보다 연기가 주는 행복감이 좋았어요.”아픈 몸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준 김성덕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너무 감사하단다. 그녀는 요즘은 ‘이의정의 뮤직타임’이란 조그만 음악 프로그램만 하고 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란다. “제가 너무 ‘남셋여셋’의 이미지가 커서인지 재미난 캐릭터만 들어오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젠 사극이 끌려요. 솔직하고 발랄하면서도 무엇인가 ‘누르는 듯’한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이의정. 병이 거의 완치되었으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그녀. 아프기 전엔 하루 이틀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무리를 하면 금세 몸에 힘이 빠진다. 스트레스는 금물이라 아직 이렇다 할 활동을 하기엔 이르다. 늘 웃음을 달고 사는 그녀도 서른을 훌쩍 넘겼다. 그만큼 코믹표를 넘어 성숙한 연기자로 우리에게 다가올 날을 기대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1월의 강원도는 겨울축제 공화국.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꽃축제와 대관령 눈꽃축제 등 1월 한 달 동안 눈과 얼음 관련 축제가 줄지어 열린다. 문화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에서 유망축제로 뽑힌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는 작년에 각각 120여만명,75만여명이 다녀갈 만큼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두 행사 모두 얼음구멍을 통해 강물 속을 돌아다니는 산천어와 빙어를 낚는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각종 부대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돼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찾을 수 있는 인기만점의 가족단위 여행지다. 태백과 평창에서는 이달 하순부터 눈꽃축제가 열린다. 각각 14,15회를 맞는 관록의 눈축제. 예년과 달리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축제에서 즐기는 축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층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될 듯하다. 춥다고 겨우내 구들장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천하장사인들 밖으로 나가자는 꼬마들의 성화를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을까. 독특한 겨울문화가 살아 숨쉬는 강원도로 미끄러지듯 달려가자. 글 사진 화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사위가 장모보다 고기를 못잡아?”장모 오덕순(65·경기 이천)씨의 힐난에 뒤통수만 매만지던 사위 김낙선(43)씨는 “녀석들이 어찌나 미끌거리며 잘 빠져 나가는지, 통 손에 잡히질 않네요.”라며 머쓱한 표정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산천어 축제(www.ice.narafestival.com·1월6일~28일) 중 산천어 맨손잡기 행사 현장.“아빠, 파이팅!”,“우리 아들 힘내∼”여기저기서 격려와 환호성이 교차하며 따뜻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슬로건으로 내건 산천어 축제. 정해년 돼지해를 맞아 ‘화천 산천어는 복(福)돼지’란 주제로 ‘체험돼지’,‘추억돼지’,‘재미돼지’ 등 30여가지의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화천천 2㎞구간에 펼쳐진 행사장은 그야말로 ‘겨울 해방구’. 다양한 놀이시설과 체험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다. 축제의 대표선수인 산천어 얼음낚시,‘겨울의 고전’ 썰매타기와 눈썰매 봅슬레이 등 얼음위에서 하는 모든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산천어 낚시와 눈썰매 등 놀이시설 이용료 대부분을 ‘화천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 줘,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축제의 자랑이다. 이 상품권은 행사장 내에서는 물론, 화천시내 어디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 신나는 산천어 잡기 40㎝가 넘는 두꺼운 얼음 속에서 어린아이 팔뚝만한 산천어가 낚싯줄에 끌려 나온다. 짜르르한 손맛에 과년한 처녀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체면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환호성을 터뜨린다. 간혹 산천어보다 몸집이 두배 가까운 송어라도 끌어올렸을 때는 건장한 떠꺼머리 총각도 어찌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계곡의 여왕’산천어는 1급수 맑은 물에만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산천어를 신선들이 먹는 음식이라 했고, 일본에서는 왕실 진상품 등으로 쓰였다. 북한에서는 국방위원장의 보양식이자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타이완에서는 보물 물고기란 뜻의 국보어(國寶魚)로 불리기도 한다. 행사장에서 산천어를 잡는 방법은 얼음낚시와 루어낚시, 그리고 맨손잡기 등 모두 세가지. 이 가운데 1만개의 얼음구멍이 뚫려 있는 넓은 낚시터에서 펼쳐지는 얼음낚시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김태형(12)군은 “갑자기 낚싯대가 후두둑 하며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리더군요. 깜짝 놀랐어요.2시간만에 두마리를 잡았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예요.”라며 입술이 귓불에 닿을 만큼 환하게 웃었다. 인조미끼인 루어를 얼음구멍 아래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위아래로 들었다놨다 하면서 산천어를 유혹하는 것이 얼음낚시 요령. 산천어의 유영층인 바닥위 10∼50㎝사이를 집중공략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화천낚시를 운영하고 있는 오충교(45)씨는 “루어를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견짓대를 한바퀴 돌리면 손뼘 하나 정도 뜨죠. 그 상태에서 위아래로 고패질을 해주는 겁니다. 루어가 낙하할 때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손목에 스냅을 줘서 끌어올린 다음, 슬며시 내리면 마치 작은 물고기처럼 살랑거리며 내려가죠.” 시간상으로는 아침 9∼11시와, 오후 3∼5시 사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주최측에서 산천어를 방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류쪽이나 낚시터 펜스주변을 공략하면 많이 낚을 수 있다. # 루어낚시로 잡을까, 맨손으로 잡을까 유연한 자세로 플라이 낚싯대를 휘두르는 최철우(32·강원 철원)씨. 낚싯대 가이드 톱마다 살얼음이 맺혀 있다. 꿰미를 보니 단 한마리의 산천어도 못 잡은 모양. 그래도 표정만은 여유롭다.“제가 어복이 없나 봐요. 깨끗한 자연속에서 맑은 공기 쐬고 가면 그게 좋은 것 아닌가요.” 루어낚시는 앉아서 구멍만 바라보는 얼음낚시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루어를 멀리 캐스팅한 다음, 끌어올리기 때문에 산천어가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앙탈이라도 부리면 ‘찐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조과도 나은 편. 하지만 낚싯대와 릴 등 다소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맨손잡기는 10m짜리 원형 수조속에 풀어 놓은 산천어를 제한시간 5분동안 맨손으로 잡는 행사.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는 주최측에서 제공한다.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탈의실과 탈수기 등도 준비돼 있다. 세 행사 모두 고등학생 이상 만원, 중학생이하 5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5000원은 농촌사랑나눔권으로 돌려준다. 중학생이하는 사실상 무료인 셈. 이 상품권으로 행사장 주변의 향토웰빙촌에서 농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 다양한 놀이기구 즐기기 얼음낚시를 하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얼음체험 프로그램을 즐길수 있다. 얼음광장에서 썰매광장에 이르는 거대한 빙판에서 얼음썰매를 지치며 놀 수도 있고, 얼곰이 썰매열차를 타고 얼곰이성과 눈조각품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눈썰매 봅슬레이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스릴만점인 놀이기구. 어린이 썰매면허시험장에서는 ‘구절양장’꼬불꼬불한 눈길을 통과하는 어린이에게 ‘썰매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눈썰매는 만원을 받는데, 반납할 때 현금 5000원과 5000원권 화천사랑상품권을 준다. 얼음썰매는 5000원. # 다양한 문화, 전시 프로그램 예년에 비해 자녀의 체험학습에 도움을 주는 알찬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얼음나라관에는 산천어와 수달, 토종물고기 등에 대한 풍성한 정보와 자료가 전시된다. 얼음나라 만화관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과 북한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산천어 소망나무에 새해를 맞는 가족들의 소망을 적은 소망리본을 달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 이밖에 행사장 제1터널부터 화천읍사무소, 중앙로에 이르는 구간에 조성된 산천어등(燈) 거리, 매주 금, 토요일 유명 연예인들이 벌이는 미니 콘서트 등도 볼 만하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농촌체험 사랑방 마실’도 놓치면 후회할 주요 이벤트. 농촌 가정에서 민박을 하며 장작패기, 가족 윷놀이, 밤하늘 별보기, 얼음낚시, 장작불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 야참먹기 등 전통적인 놀거리와 함께 시골마을의 따뜻한 인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랑방마실은 ▲동촌리 산속 호수마을 ▲간동면 구만리 어룡동마을 ▲하남면 원천리 하늘빛 호수마을 ▲상서면 신대리 토고미마을 ▲사내면 용담리 곡운구곡마을 등 5개 마을에서 운영중이다. # 가는 길 얼음나라 화천으로 가는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다. 하루종일 응달진 산자락 아래 도로는 결빙되어 있는 곳이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춘천∼화천간 5번국도는 주말이면 행락객들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가급적 평일, 주말에는 이른 시간대를 이용해야 혼잡을 피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나들목→퇴계원방향→47번국도→진관나들목→383번 지방도→사능­답내간 신설 46번국도→강촌→5번국도→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남양주→대성리→강촌→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베어스타운→포천 일동/이동→광덕계곡→화천 # 여행정보 화천천의 겨울바람은 동장군도 울고 갈 만큼 매섭다. 모자와 장갑, 두툼한 방한복은 필수. 방한효과가 좋은 스티로폼을 앉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져가는 것도 좋다. 견지낚싯대는 행사장 주변 낚시점에서 2000∼4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릴 낚싯대는 1만∼2만원선. 미끼인 루어는 3000∼5000원. 산천어알 등 생미끼를 사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조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제10회 인제 빙어축제(www.injefestival.net) 오는 26일 개막해 다음달 4일까지 소양호 300만평 얼음벌판 위에서 열흘간 펼쳐진다. 축제장은 크게 4개 공간으로 나뉜다. ‘깨끗한 자연(Nature Zone)’을 테마로 한 공간에서는 빙어낚시와 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신나는 겨울(Leports Zone)’공간에서는 얼음축구대회와 스노 래프팅 등 다양한 레포츠 행사가 열린다. ‘맛있는 겨울(Wellbeing Zone)’ 마당은 빙어회, 빙어튀김 등 각양각색 빙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행복한 겨울(Family Zone)’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 쉽고 재밌는 빙어낚시 동지(冬至) 무렵에 나타나 입춘(立春)즈음이면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호수의 요정’빙어. 겨우 손가락만한 크기지만, 맛도 좋으려니와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어 ‘국민적인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빙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빙어낚시. 간단한 장비로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빙어낚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2000~3000원 정도의 견지낚싯대와 2000원짜리 구더기미끼 한 통이면 온가족이 먹기에 충분한 양의 빙어를 잡을 수 있다. 어린이들도 요령만 가르쳐주면 곧잘 잡아낸다. 소양호 드넓은 얼음벌판 아무 곳이나 구멍 하나 뚫으면 준비끝. 얼음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 끌이 필요하지만, 주변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뚫어 놓은 구멍을 써도 된다. 축제위원회는 1만원으로 즐기는 ‘빙어낚시 패키지’를 준비했다. 얼음구멍을 만들어 주고 낚시도구, 미끼, 의자 등을 빌려준다. 스노모빌과 얼음썰매까지 즐길 수 있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460-2170. # 많이 잡으려면 첫째, 빙어를 많이 잡아 놓은 사람 옆자리에 자리 잡을 것. 둘째, 채비를 물밑바닥에서 10㎝ 정도 띄운 다음,3∼5초에 한번씩 살짝 챔질을 해줄 것. 셋째, 빙어의 입질이 집중되는 아침시간대, 특히 동틀 무렵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시간대를 놓치지 말 것. 미끼로 쓰는 구더기는 한 마리 꿰기가 원칙이다. 바늘끝이 꼬리쪽 껍질에 살짝 걸치도록 꿰는 것이 좋다. 구더기가 든 미끼통의 뚜껑을 연 채 얼음판 위에 놓으면 동사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할 것. 제14회 태백산 눈축제(festival.taebaek.go.kr)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한 겨울축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축제.‘눈, 사랑, 그리고 환희’란 주제로 오는 26일∼2월4일 10일간 열린다. 정상 부근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락지 설경과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은 태백산만의 자랑. 축제장의 다양한 이벤트와 눈덮인 계곡길을 따라 걷는 눈꽃 트레킹, 태백산에서만 탈 수 있는 오궁썰매 타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행사다. 예전과 다른 점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늘었다는 것. 단군성전 앞 공터에 웰빙 족욕탕을 마련해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족욕과 발 마사지를 제공하는 한편,4륜 모터 사이클이 끄는 스노 트레인을 운영하고,3000명이 벌이는 도전 기네스 눈싸움대회도 연다. 금천낚시터에서는 산천어, 송어 낚시체험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주행사장은 태백산 도립공원 일대. 하얼빈 눈축제의 조각가를 초청해 태백팔경 눈조각 부조, 주몽과 소서노 등의 눈조각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당골광장에서는 ‘스노 매직쇼’,‘비보이 페스티벌’ 등이 열리고, 등산로 입구에는 ‘얼음터널’이 전시된다. 마장공터에서는 ‘겨울놀이마당’,‘추억의 먹거리 체험’ 등의 체험행사, 마장아래 공터에는 어린이 미니 얼음미끄럼틀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밖에도 황지연못, 장성, 태백역 등 보조행사장에서도 ‘황금돼지를 잡아라’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2828, 태백산 도립공원 (033)550-2741,2745. 제15회 대관령 눈꽃축제(www.snowfestival.net) 오는 31일∼2월6일 평창군 횡계리 상지 대관령 고등학교 제2운동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첫째,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을 담은 20m높이의 초대형 눈조각 상징조형물이 선을 보인다. 이를 위해 제설기 5대와 포클레인 10대, 덤프트럭 20대 등의 중장비와 30여명의 조각가들이 투입될 예정이다. 둘째, 개막식날인 31일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황태해장국 2014 그릇 나눠먹기´ 행사가 진행된다. 눈꽃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대관령 대표 음식인 황태해장국 2014 그릇을 무료로 제공한다. 셋째, 한겨울의 알몸축제, 대관령 알몸마라톤대회가 부활된다. 눈쌓인 산하를 배경으로 웃옷을 벗은 채, 해발 700m의 고원도시 평창을 달리는 색다른 경기.10㎞,5㎞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넷째, 박진감 넘치는 스노 카레이싱대회가 열린다. 눈과 얼음 트랙을 미끄러지며 질주하는 차량들의 경주가 색다른 볼거리가 될 듯.A6(1500㏄ 미만),A7(2000㏄ 이상) 경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얀 눈속에서 펼쳐지는 레이싱걸들의 응원열기도 볼 만할 듯. 이밖에 대형 얼음무대에서 펼쳐지는 비보이 공연, 전통 눈썰매와 소발구 체험, 그리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노래프팅과 스노모빌 체험 등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행사들이 알차게 준비돼 있다. 평창군 문화관광과 (033)330-2762, 대관령눈꽃축제위원회 (033)336-6112.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남매’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집안이 결딴?

    “호미로 쉽게 막을 일을 미봉(彌縫)하면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 중국 대륙에 재혼해 금실 좋게 살아가던 부부가 자신들의 의붓 남매간의 성폭행 등 불미스런 일을 감추기 위해 혼인시켜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화목하던 집안이 풍비박산하는 일이 발생,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이혼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남녀가 재혼해 각각 데려온 아들·딸과 화목한 가정을 이뤄 살아가던 중 의붓 남매인 아들·딸을 억지로 결혼시키려다 결국 실패하는 바람에 집안이 쑥대밭이 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고 상주일보(常州日報)가 16일 보도했다. ‘사건’의 장본인들은 재혼한 추궈칭(邱國慶·40)·뤼루(呂茹·37)씨 부부와 의붓 남매인 추하오(邱皓·20)·장윈(17)씨.지난 19991년 이혼의 아픔을 딛고 결혼한 추·뤼씨 부부는 추씨가 전처와의 아들 추군을,뤼씨가 전부(前夫)와의 딸인 장양을 각각 데려와 함께 오순도순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갔다.이들이 재혼할 당시 추군은 14살,장양은 11살이었다. 재혼한 추·뤼씨 부부의 금실이 너무 좋은 덕분에 이들 가족 네식구는 웃음꽃이 그칠 날이 없을 정도로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특히 추씨는 국영기업 중견 간부이고 뤼씨는 능력 있는 보험 설계사여서 집안의 셈평도 나날이 펴졌다. 하지만 이들 집안에 ‘불행의 싹’이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다.2002년 9월부터 17살이 된 추군이 고교 2년,장양은 14살로 중학 2년생이 됐다.고교 2년생이 된 추군이 사춘기에 접어들자,아리잠직한 장양을 옆에서 지켜보며 ‘성충동’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심한 경우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고생을 했다.장양은 14살이지만 조숙한 탓에 몸매가 이미 성숙할대로 성숙한 까닭이다.그해 11월10일 일요일이었다.추·뤼씨 부부는 직장 후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외출하고 추군과 장양 단둘이만 남았다. 의붓 남매이지만 사이가 좋은 이들은 집 근처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쳐 온몸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장양은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온몸에 난 땀을 식히기 위해 물을 끼얹고 있었다.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은채…. “쏴,쏴….”사워 소리를 들은 추군은 갑작스런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사워중인 장양을 끌어안고 성폭행을 자행했다.그녀가 끝까지 버티며 반항했으나 오빠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끝내 무너져버렸다.정조를 잃어버린 장양은 추·뤼씨 부부가 돌아왔을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사태를 알아챈 뤼씨는 너무 화가난 나머지 경찰에 신고,의붓아들 추군을 감옥으로 보낼 생각이었다.추씨는 아내 뤼씨에게 백배 사죄한 뒤 아들 추군을 불러 어머니와 동생에게 용서를 빌라며 마구 때렸다.추군은 “어머니,용서해주세요.내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혼돈에 빠진 뤼씨는 추씨 부자의 사죄에 못이겨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뤼씨는 고통스럽지만 참기로 했다.이혼의 아픔을 딛고 재혼해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추씨가 워낙 성품이 좋고 수입도 안정되고….이런 행복한 가정생활을 깨기 싫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이 아픔도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져 갔다.1∼2년이 지나면서 이들 가정에 과거의 아픔을 떨쳐버리고 또다시 웃음소리가 넘치기 시작했다.특히 2004년 여름 추군은 공부를 열심히 한 덕택에 대학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유명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화불단행(禍不單行·불행은 한번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겹쳐 온다는 뜻)인가.그해 7월말 대학 합격을 한 추군이 무료하게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이때 샤워를 하고 타월로 몸을 감싼 뒤 머리를 털며 나오는 장양을 본 순간,또다시 흑심이 발동했다.더욱이 지난번 일도 용서받은 만큼 이번에도 조금 잘못했다고 빌기만 하면 쉽게 용서받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사워한 뒤의 물기 묻은 섹시한 모습이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추군은 이때부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지난번에는 아무런 준비없이 하다가 들켰지만,수면제를 먹인 뒤 일을 치르면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착각도 하게 됐다. 이틀 뒤 추·뤼씨 부부가 출근한 이후 수면제를 사온 그는 장양이 마시는 물컵에다 몰래 집어넣었다.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는 그 물을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파 위에서 통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때를 놓칠세라 추군은 또다시 동생을 범했다.잠에서 깬 뒤 자신의 하복부에 통증을 느낀 그녀는 그에게 당한 사실을 눈치챘으나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말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어머니 뤼씨는 여자의 직감으로 장양이 당했음을 알아차렸다. 이에 뤼씨가 장양에게 집중 추궁하자 눈물을 흘리며 “사실 몸이 너무 아프다.”며 사실을 털어놨다.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뤼씨는 모든 사실을 남편 추씨에게 털어놓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마음먹었다. 추씨는 집안의 스캔들이 밖으로 알려지면 직장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제발 참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대신 혼인서약서를 쓰겠다고 했다.의붓 남매인 만큼 이들이 결혼하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추·뤼씨 부부는 의붓 남매를 데려다 놓고 ▲추군은 장양을 성폭행했으나 경찰에 알리지도 않고 형사책임도 묻지 않으며,▲추군은 법정 결혼연령이 되면 반드시 장양과 결혼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하도록 했다.의붓 남매간 불행한 사건은 이로써 묻혀지는 듯 했다. 이들 부부는 의붓 남매가 당연히 결혼할 것으로 생각하고 “추군과 장양이 결혼을 하면,우리들은 이미 가족인 데,너희 둘이 또 결혼하면 우리들 사이는 더 가까워지니 얼마나 좋으냐?”며 흐믓해 했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2005년 들어 나이가 들면서 장양에 대한 추군의 마음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것.그해 10월 중순 장양은 학교 기숙사에 있는 ‘장래 남편’인 그를 찾아갔다. 이때 추군의 친구들이 “저 아가씨가 아내냐?”라고 묻자,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니,나의 여동생이야.”이라고 말한 뒤 식당으로 데려가 점심을 사준 뒤 아무 말 없이 되돌아가버렸다.너무 황당하다고 느낀 장양은 어머니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사실을 안 추씨도 몹시 화가 나 추군을 찾아가 “장양과 결혼할 것이냐,말 것이냐?”고 따지자,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추군은 그때 이미 한국 유학생 김(金)모씨와 사귀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중순,추군은 뤼씨와 장양에게 “정말 죄송하게 됐다.하지만 장양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해버렸다.너무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우두망찰하던 뤼씨는 “우리 모두 각서를 썼다.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욱대겼다. 며칠 뒤 이들 뤼씨 모녀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추군의 대학교 기숙사에 있던 한국 유학생 김씨를 찾아 저간의 사정을 털어놨다.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도 깜짝 놀랐다.김양은 그를 찾아가 “너는 부끄러움도 모르는 치사한 남자다.왜 나를 속였니?너를 저주할 것”이라고 말한 뒤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이에 화가 난 추군은 이들 모녀가 김씨를 찾아가 이같은 사실을 말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죽었으면 죽었지,너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잼처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모녀는 모든 생의 의욕을 잃어버렸다.여름방학 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추군이 8월말 생활비를 타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마침 추씨는 출근하고 없는 상황이었다. 추군을 보자 이성을 잃은 뤼씨는 “왜,장양과 결혼하지 않느냐?”며 따져 물었다.그는 “죽어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대거리했다.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뤼씨는 주방으로 들어가 식칼을 꺼내 들고 나와 추군을 마구 찔렀다. 이날 사고로 추군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충격이 너무 커 장애인이 되는 것은 물론 기억상실,실어증에 걸렸다.뤼씨 모녀는 현재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추씨는 입원중인 아들을 돌보기 위해 병원에 머무르고 있다.추씨는 곧 뤼씨와의 이혼 수속을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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