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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률 논란’ 변액연금 알고 들어야 혼란 없어요

    ‘수익률 논란’ 변액연금 알고 들어야 혼란 없어요

    회사원 김모(31)씨는 2년 전 가입한 변액연금보험의 수익률을 최근 확인해 보고 충격을 받았다. 누적수익률이 2.23%에 불과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고작 1% 남짓이다. 계약 해지를 고민하던 김씨는 해지환급금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매달 15만원씩 300만원을 부었지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원금의 60%인 180만원뿐이었다. 그는 “연 4~8% 수익이 나온다는 보험 설계사 설명만 대충 듣고 가입했던 게 후회된다.”면서 “큰 손해를 보고 해약할 수도 없으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처럼 변액연금 때문에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 4일 컨슈머리포트를 통해 발표한 변액연금 실효수익률 때문이다. 금소연은 생명보험사가 파는 60개 변액연금 가운데 54개의 실제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인 3.19%에 못 미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변액연금에 가입한 뒤 10년 후 해약하면 46개 상품 중 18개는 원금도 못 찾는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변액연금은 가장 복잡한 금융상품 중 하나다.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모아 펀드를 구성하고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장기간 투자 성과에 따라 보험금 규모가 달라지며 경우에 따라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이자를 많이 주는 적금에 들거나 카드를 만드는 것처럼 간단치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변액연금에 가입할 때 신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입한 후에도 적극적인 투자 관리를 통해 수익률을 지켜야 한다. 생명보험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변액연금 가입자가 지켜야 할 5계명을 정리했다. 변액연금에 가입하기 전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투자성향을 진단하는 것이다. 연금보험에는 시중금리(보통 3년 만기 채권수익률)만큼의 수익을 내는 공시이율형 연금과 주식 및 채권 펀드 투자에 따라 수익을 내는 변액연금이 있다. 원금을 지키고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공시이율형 연금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변액연금은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기대하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보험 가입 기간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변액연금은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않고 그전에 해약한다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각종 초기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가입 후 10년까지는 보험사가 사업비 명목으로 매월 납입 보험료의 11~13%를 떼 간다. 사망보장금 등의 월 대체보험료도 제외하면 실제 낸 보험료의 80% 정도만 펀드에 투자되는 것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꾸준히 내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연금으로 받거나 계약을 해지해도 이자소득세(15.4%)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때부터는 사업비도 보험료의 6~7% 수준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장기간 유지할 수 없다면 변액연금에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20~30대 젊은 직장인이라면 멀리 바라보고 변액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고, 은퇴를 코앞에 둔 장년층이라면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가입을 삼가야 한다. 변액연금이라고 해서 원금 보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변액보험에는 최저연금적립액보증(GMAB) 기능이 있다. 주가가 폭락해서 변액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연금 개시 시점(보통 15년 이상)까지 계약을 유지하면 납입한 보험료, 즉 원금은 보장해준다. 노후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변액연금에 가입했다면 꾸준히 관심을 두고 수익률을 관리해야 한다. 관리가 어렵다고 느껴지면 변액연금의 주요 기능인 펀드 자동재배분 및 이동을 활용하면 된다. 자동재배분 기능은 주식형과 채권형의 비중을 정해두면 6~12개월 단위로 평가금액이 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형과 채권형에 각각 50%씩 투자한다고 설정했다면, 주가가 올라서 주식형 펀드의 비중이 60%로 늘어난 경우, 채권형으로 10%를 떼어 옮겨준다. 펀드 이동기능은 수익률을 지키는데 유용하다. 3~4년 동안 쌓은 금액이 많아지면 이를 안전한 채권형으로 옮긴 뒤 새로 적립하는 보험료는 주식형에 넣어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 원칙적으로 변액보험은 1년에 12번 펀드 투자 비중을 바꿀 수 있다. 4번까지는 수수료가 없고 이후부터 2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액연금이 장기상품이므로 1년에 수차례 펀드를 이동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주가의 흐름이 크게 움직이는 3~5년 단위로 관리해주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변액연금 계약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소 6개월마다 수익률과 해지환급률을 체크하도록 한다. 공인인증 절차만 거치면 언제든지 홈페이지에서 계약 현황을 상세하게 조회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다면 콜센터 또는 가입했던 보험 설계사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2012 런던올림픽 D-100] “현장 가봐야 누가 잘 하는지 알지”

    [2012 런던올림픽 D-100] “현장 가봐야 누가 잘 하는지 알지”

    기자는 종종거리며 뛰다시피했다. 엉덩이를 붙일 틈이 없었다. 체력엔 자신있었는데 오후쯤 되자 피로가 몰려왔다. ‘그냥 차 마시며 편안하게 인터뷰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런던올림픽을 100여일 앞둔 박종길(66) 태릉선수촌장을 하루 쫓아다닌 소감이다. 지난 12일 박 촌장은 쉼없이 훈련장을 누비며 “현장을 봐야 누가 잘하는지, 선수들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선수촌장의 ‘분(分)치기 삶’을 옮긴다. ●AM 6 새벽훈련 선수로, 감독으로, 촌장으로 40여년을 태릉에서 보낸 박 촌장은 에어로빅과 러닝으로 아침을 연다. 졸린 눈의 선수들과 달리 오전 5시 30분이면 선수촌을 도는 촌장의 눈빛은 살아 있다. 비가 와 새벽훈련이 취소돼도 우산을 들고 뛴다고. 날씨가 너무 안 좋을 때는 실내에서 108배를 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바로 뒤 불암산을 오른다. ●AM 9 간부회의 매일 아침 유정형 운영본부장, 윤옥상 훈련지원팀장, 송상우 관리팀장이 촌장실에 모여 크고 작은 안건을 다룬다. 이날은 태권도 국가대표선발전-레슬링 런던대책회의-역도 아시아선수권 결단식 등 일정은 물론, 올림픽 D-100 일정까지 미리 챙겼다. 촌장은 “요새 OO종목 애들 표정이 어둡더라. 전과 다르다.”며 감독에게 물어 사기 진작책을 알아오라고 했다. ●AM 10 언론 인터뷰 대사를 앞둬서인지 사흘 연속 인터뷰가 잡혀 있다. 박 촌장은 “내 기사가 많이 나와 민망하다. 하지만 선수들은 훈련에 방해될 수 있으니 나라도 궁금증을 해소해줘야 한다.”며 응했다. ●AM 11 태권도 대표선발전 올림픽 본선만큼 힘들다는 국내선발전. 발차기 한 번에 운명(?)이 좌우되는 치열한 현장에서 박 촌장도 “애들 실력은 백지장 차이인데.”라며 마음을 졸였다. 태권도협회 임원들과 만나서는 “다른 건 안갯속이어도 태권도는 (금메달이) 확실하잖아요.”라고 압박을 듬뿍 줬지만, 선수들 앞에선 그저 자애로운 미소만 지어 보였다. ●낮 12 점심식사 선수촌을 찾은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영양사부터 식사 중인 직원들까지 정답게 인사를 나눴다. 박 촌장은 태릉선수촌에 사는 선수들과 직원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운다. ●PM 1 회의 박 촌장은 “한국스포츠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며 회의를 비공개로 하겠다고 했다. 탁자에 둘러앉아 1시간 회의가 이어졌고, 다음 1시간은 문제의(?) 현장을 돌았다. 사소한 농담부터 선수단 현황보고, 다소 무리한 부탁까지 민원이 넘쳐났다. ●PM 3 역도 결단식 런던에 나설 대표를 뽑는 아시아선수권대회(24~30일·평택)를 앞두고 역도대표팀 결단식이 열렸다. 박 촌장도 당연히 참석해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에게 “재밌냐?”고만 물었고 “세계정상이 되는 건 당연히 쉽지 않다. 즐기면서 재밌게 해야 성공한다.”고 했다. ●PM 4 선수촌 순회① 본격적인 ‘현장 방문’. 박 촌장은 여자단체전 훈련이 한창인 리듬체조를 먼저 노크했다. 매트의 청결상태부터 연습장 온도, 선수들 컨디션까지 꼼꼼히 체크했다. 이어 여자레슬링, 여자핸드볼, 배드민턴, 남자레슬링, 복싱 연습장을 차례로 돌았다. 선수들은 늘 그랬다는 듯(!) 살갑게 인사했다. 복싱 신종훈은 “촌장님이 아빠같이 잘해주셔서 꼭 금메달 따야 돼요.”라고 잽을 날렸다. ●PM 5:30 선수촌 순회② 이번에는 여자유도장을 찾았다. 이원희 코치에게 선수들 컨디션을 묻고, 몇몇에겐 이름을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승리관 지붕 아래 새로 지어진 탁구장도 둘러봤다. 박 촌장은 “(5월 초 입촌할) 탁구선수들한테 빨리 보여주고 싶다.”며 웃었다. 체조연습장까지 둘러보고 이날의 현장방문은 끝났다. 일정을 함께한 이옥자 지도위원은 “매일 이렇게 훈련장을 둘러보신다.”고 혀를 내둘렀다. ●PM 6:30 저녁식사 배식 전에 밥 먹는 선수들 사이를 쭉 돌았다. 땀에 전 선수에겐 두툼한 옷을 억지로 입혔고, 밥맛이 없는 선수에겐 고민을 물었다. 배드민턴 이용대에게는 전화번호를 땄다(!). 식당이 한가해진 7시 30분을 넘겨 들어온 여자 유도팀까지 모두 살핀 뒤에야 자리를 떴다. “선수들뿐 아니라 나도 세계 각국 선수촌장들과 경쟁한다. 1등이 되겠다.”던 약속은 허풍이 아니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지하철서 부딪쳤다고…70세 노인 77세 때려 숨져

    서울 광진경찰서는 16일 지하철을 타다 부딪쳐 시비를 벌이다 상대 노인을 때려 숨지게 한 오모(70)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오씨는 지난 3월 9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광진구 지하철 7호선 군자역에서 탑승하는 김모(77)씨와 어깨를 부딪쳐 말다툼을 벌였다. 오씨는 “승객이 몰리는 와중에 김씨가 나를 밀기에 ‘왜 미느냐’고 하자 오히려 ‘나도 밀리는데 무슨 말이 많으냐’고 큰소리를 쳐 시비가 붙었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다음 역인 중곡역에서 김씨가 사과 없이 내리자 뒤 엘리베이터 앞에 선 김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쓰러뜨린 뒤 달아났다. 김씨는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8일 만인 17일 새벽 사망했다. 오씨는 배달일로 지친 상태에서 퇴근하다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는 “사망할 줄은 몰랐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피쉬와 칩스(KBS1 오후 1시 30분) 머레인은 피쉬에게 광고지에서 본 파마기를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져다주지 않으면 앞으로 공기 방울을 주지 않겠다는 말에 다급해진 피쉬는 바트와 함께 육지로 가서 파마기를 찾아 나선다. 한편, 이 광경을 몰래 엿보던 칩스는 롤프와 짜고, 롤프의 미용실로 피쉬를 유인해서 뼈를 뺏으려는 음모를 꾸민다. ●유희열의 스케치북(KBS2 밤 12시 15분) 트로트 대중화에 앞장선 젊은 피 장윤정과 박현빈이 무대 위에서 만난다. 기존의 음악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 따위는 없다고 말하는 그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무대가 있다. 바로 ‘청실홍실’이 아닌 아이유의 ‘잔소리’. 맑은 목소리의 아이유는 장윤정이, 감미로운 임슬옹의 목소리는 박현빈이 대신했다. ●TV 속의 TV(MBC 낮 12시 10분) 연예계는 지금 만능 엔터테이너 전성시대다. 배우가 음반을 발매하고 무대에서 노래하는가 하면, 가수들은 연기와 예능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만능돌’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노래와 연기, 그리고 예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TV 프로그램들을 종횡무진하고 맹활약했던 원조 만능돌을 만나 본다. ●궁금한 이야기Y(SBS 밤 8시 50분) 2010년 10월, 충주의 한 교회에서 백골이 발견됐다. 마룻바닥이 썩어 무너지고, 지독하게 풍겨오는 악취를 견디지 못한 신도들은 참다 못해 마루 공사를 새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심이 단 한 사람에게 주목되기 시작했다. 바로 교회 마룻바닥 공사를 심하게 반대했다는 원로 목사인데…. ●오프사이드(EBS 밤 12시 5분) 이란과 바레인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지는 축구경기를 보려는 여성 축구팬들의 이야기다. 이란은 남녀가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규율에 따라 여성의 경기장 출입이 금지된다. 이에 여성 팬들은 남장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결국 군인들에게 발각되고, 임시 구치소에 갇히고 만다. ●올리브(OBS 밤 11시 5분) 영원한 뽀식이 코미디언 이용식이 한층 더 풍만해진 체구로 풍부한 인생이야기를 공개한다. 이날 이용식은 인생 중 가장 보람된 일로 ‘희극인의 날’을 만든 것을 꼽는다. 또한 ‘남북 코미디 합동공연’이 자신의 꿈이라며 남다른 포부도 밝혔다. 한편 그는 스타의 건강검진코너에서 중증도의 ‘안검하수증’의 진단을 받으며 충격을 더한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리그렛’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리그렛’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매튜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상태다. 남자는 어머니의 팔을 살며시 잡아본다. 그녀의 몸에서 생명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서일까, 남자는 별다른 감각을 느낄 수 없다. 남자는 한 생명의 빛이 꺼져 가는 병원에서 물끄러미 앉아 있는 것 외에 달리 할 게 없다. 무언가 소멸하면 그 가까이에서 소생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어머니 집의 낡은 테이블을 고치러 시내로 나갔던 남자는 길 건너편에 선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다. 죽도록 사랑했던 그녀, 마야와 그는 15년 전에 헤어졌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불씨가 꺼진 줄 알았던 사랑을 불태운다. 잠깐 스치는 그녀의 손길에서도 그는 짜릿함을 느낀다. 건축가가 직업인 남자, 15년 만의 재회, 병실에 있는 부모, 어리석은 젊음이 빚은 오해, 상대방 곁에 있는 다른 사람, 남자가 예전에 만든 건축 모형. ‘리그렛’의 설정이 ‘건축학개론’의 그것과 닮았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리그렛’이 뒤늦게 개봉하는 것도 ‘건축학개론’의 성공 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 ‘건축학개론’이 과거의 추억을 예쁘게 포장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과 반대로, ‘리그렛’은 나이를 먹은 두 남녀의 현실에 주목한다. 영화의 제목이 ‘후회’를 의미하는 건 그래서다. 영문을 모른 채 헤어져야 했던 과거가 얄밉고 떨어져 지낸 세월이 후회된다. 두 사람은 과거에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상대방에게 달려든다. 지금 그들에게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욕망이 더 중요하다. 눈앞에 선 상대방의 육체의 떨림이 전해오는데 거추장스러운 현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1998년, 세드릭 칸은 미친 사랑의 이야기인 ‘권태’를 만든 바 있다. ‘권태’에서 철학강사가 어린 소녀에 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숨이 멎을 지경인 것처럼, ‘리그렛’에서 중년남자는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옛 연인 탓에 머리가 터질 판이다. 파리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매튜는 반듯하게 자리한 벽과 천장과 창이 어우러진 세계에 사는 남자였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에 간 그는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지나 마야의 세계로 들어간다. 마야는, 자연에 둘러싸여 야생적으로 보이는 공간에 기거하는 여자다. 두 사람의 미친 사랑은 어두컴컴한 모텔이나 자줏빛 욕망이 흐르는 호텔에서 전개된다. 도망을 치든 다시 돌아오든 그녀는 그 공간의 여왕이다. 결국 남자만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근래 비슷한 음을 반복하는 중인 필립 글래스의 주제 선율은 듣기엔 좋으나 만족스럽진 않다. 글래스의 음악보다 영화에 더 어울리는 건 솔 가수 니나 시몬(1933~2003)의 ‘시너맨’(Sinnerman)이다. 답을 얻으려 마침내 악마에게까지 달려간 죄인의 노래는 매튜의 사랑 이야기에 딱 들어맞는다. 매튜는 불을 품고 악마의 품으로 뛰어든다. 악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낮의 도로 한복판에서 실신할 정도로 사랑에 미치진 못했을 것이다. 이반 아탈과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의 빼어난 연기는, 선뜻 다가서기에 꺼려지는 인물에게 호소력을 부여한다. ‘건축학개론’에서 예쁘게 보이려 애쓰느라 정작 볼품없는 연기를 펼친 한가인은, 건조함과 풍성함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테데스키의 연기를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여자프로농구] 데뷔 14년차 신정자 “나에게도 이런 날이…”

    [여자프로농구] 데뷔 14년차 신정자 “나에게도 이런 날이…”

    ‘리바운드 퀸’ 신정자(32·KDB생명)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신정자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9일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호텔에서 개최한 신세계·이마트 2011~12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72표 중 38표를 얻어 올 시즌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공인받았다. 1999년 겨울리그를 통해 데뷔한 지 14년 만의 MVP 등극이다. 그는 리바운드상(5년 연속), 시즌 공헌도 1위에게 주어지는 윤덕주상, 우수수비상, 베스트5 등을 휩쓸어 5관왕에 올랐다. 신정자는 올 시즌 평균 15.3점(6위), 12.5리바운드(1위), 4.2어시스트(5위), 1.4블록(2위)을 기록했으며 공헌도 부문에서 39.31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팀은 정규리그 2위에 그쳤지만 경기마다 고른 활약을 펼친 점을 인정받았다. 그는 “진짜 나에게도 이런 날이 왔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기대는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고, 신한은행이 우승해 하은주가 받을 줄 알았다.”며 “챔피언결정전에 못 가 아쉽지만 후회 없이 했기에 후련했다. 강영숙(신한은행)이 런던올림픽에 나가야 한다고 내 몸을 걱정해줬다. 힘껏 뛰겠다.”고 기뻐했다. 하은주(신한은행)는 2년 연속 MVP 후보에 오르고도 고배를 마시며 67.77%의 성공률로 2점야투상을 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도자상에는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이 수상했으며 신인상은 72표 중 59표를 받은 이승아(우리은행)에게 돌아갔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모범선수상은 박태은(삼성생명), 미디어스타상은 김단비, 우수후보상은 김연주(이상 신한은행)가 차지했다. 베스트5에는 최다 득표를 얻은 최윤아(신한은행)를 비롯, 김지윤(신세계), 김단비, 변연하(국민은행), 신정자가 뽑혔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프로농구] ‘인동초’ 이상범

    [프로농구] ‘인동초’ 이상범

    팬들은 감독을 못 미더워했다.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해박한 전술이나 용병술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허허실실 웃으며 선수들 엉덩이를 두드려 줄 따름이었다. 김동광(삼성)·정덕화(국민은행)·김인건-유도훈(전자랜드) 감독 밑에서 9년간 코치로 지낸 것도 유약한 이미지를 더했다. 그런 ‘허당선생’이 대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명장’ 전창진 KT 감독을 4강플레이오프에서,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 동부 감독을 챔피언결정전에서 내치고 정상에 섰다. 이상범(43) KGC인삼공사 감독에 대한 재평가가 절실하다. 실업팀 SBS부터 프로 창단 과정을 지켜봤고 KT&G를 거쳐 인삼공사까지 20년간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 한 팀을 지킨 이 감독은 “져도 후회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참 열심히 뛰어줬다. 덤비는 모습이 내가 봐도 정말 아름다웠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최강팀 동부를 무너뜨린 3-2 존디펜스나 ‘트윈타워’ 크리스 다니엘스-오세근의 공격옵션 등 전술을 묻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 주연은 선수들이고 난 뒤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철저한 ‘그림자 리더십’이다. 지난 두 시즌 얘기에는 눈물을 삼켰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짧고 굵은 리빌딩을 하며 많은 수모를 당했다. 8위-9위를 했고 선수들은 패배의식에 빠져 있었다. 이 감독은 안양 시내에 나가지도 못했다. 길거리의 웃는 사람들을 보며 “뭐가 저렇게 좋을까.” 시무룩해진 적도 있단다. 이 감독은 숙소에서 쓴 소주만 들이켰다. 12연패, 13연패를 할 때는 늘 사표를 품고 다녔다. 정상에 오른 지금에야 “선수들 얼굴을 보면서 ‘내가 왜 쟤들을 데리고 와서 이런 무시를 당할까’ 싶어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러나 그 시간이 배울 수 있고, 용기를 낼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선수들에 건넨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고맙다는 말보다 더 좋은 단어로 표현하고 싶은데 못 찾겠다. 정말 잘해줬다.” 원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50년만의 신용·경제 분리-新농협 개혁과 과제] 농협, 풀어야 할 과제는

    ‘50년 만의 대수술’을 거친 만큼 농협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조직 정비가 덜 됐다. 농협중앙회를 머리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나뉘었지만 금융만 지주회사 형태를 제대로 갖추었을 뿐, 경제지주는 반쪽짜리다. 경제사업의 큰 축인 농업경제와 축산경제는 아직 중앙회에 남아 있다. 그럼에도 농업경제(김수공)와 축산경제(남성우) 대표가 경제지주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두 부문도 자회사로 편입시켜 2015년까지 경제지주 출범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그전에 확실한 수익기반부터 확보해야 한다. 지주회사로 먼저 출발한 금융 부문(신용사업)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약속한 1조원 현물 출자 대상은 산은금융지주(5000억원)와 한국도로공사(5000억원) 주식으로 가닥이 잡혔다. 배당률은 산은 2%대, 도로공사 0%대(평균 1%선)로 얘기되고 있다. 최종 결론을 놓고 정부와의 막판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자회사에 출자하는 1조원과 관련한 세금 75억원은 면제받기로 했지만 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전까지는 안심하기 어렵다. 양대 지주회사의 상장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기업공개는 당연한 일”이라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 몫을 내놓을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워낙 강하다 보니 지주 내부에서는 상장의 ‘상’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출자분을 뺀 지주회사 지분은 100% 조합원이 갖고 있다. 더딘 의사결정 속도, 낮은 생산성, 폐쇄적인 조직문화, 파벌 등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농협중앙회장과 양대 지주 회장의 역학 관계도 정비해야 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초기에는 두 지주의 균형발전 유도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분리 당시에는 경제지주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리뷰]타이타닉 3D를 극장서 ‘다시’ 봐야 할 이유

    [리뷰]타이타닉 3D를 극장서 ‘다시’ 봐야 할 이유

    제임스 카메론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은 1997년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2~3번 관람한 ‘충성 관객’외에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와 TV를 통해 보고 또 본 ‘헤픈’ 영화 중 하나다. 때문에 타이타닉이 3D로 재개봉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볼만 할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굳이 5년간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3D로 컨버팅하는 작업이 왜 필요한지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일을 벗은 타이타닉 3D는 기존의 타이타닉이 아니었다. 그저 추억을 회상할 옛 영화라고 하기엔 타이타닉 3D는 너무나 색다르고, 더욱 아름답다. 카메론 감독과 3D 컨버팅 작업팀은 한 장면을 3D로 변환하기 위해 길게는 2주일가량을 소모해야 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 한 장면에는 디카프리오나 윈슬렛의 얼굴 클로즈업 씬 등이 포함돼 있는데,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듯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두 사람의 얼굴이나 침몰 전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타이타닉 호 내부가 등장하는 장면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입이 벌어질 만큼 선명하고 화려하다. 마치 리모델링을 통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시 탄생한 집을 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3D 기술을 마치 내 코앞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듯한 입체영상으로만 여긴다면 오산이다. 타이타닉 3D는 보다 또렷해짐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과 배경에 볼륨이 더해지면서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이미 지난 15년 간 수많은 평론가와 업계 관계자,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온 만큼 이제와 구성의 치밀함을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다만 15년 전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 중 어떤 이들은 이미 결혼해 중년이 되었을 수도 있고, 당시 극적인 러브스토리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이들은 어느새 다양한 사랑을 경험한 성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관객 저마다에게 흐른 15년의 시간은 타이타닉 3D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15년 전 이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근래의 웃음유발에만 급급한 로맨틱코미디에 익숙한 젊은 관객에게도 타이타닉은 달리 다가간다. 타이타닉이 ‘잠들어있던’ 지난 15년간, 역시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외에는 어떤 영화도 ‘잭’(디카프리오 분)과 ‘로즈’(윈슬렛 분)의 사랑기록(전 세계 역대 흥행 수익 2위 기록)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타이타닉이 흔하디 흔한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에 할리우드 대표 꽃미남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15년 전 생생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 역시 스크린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후회할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타이타닉 호 침몰 100주년이자 15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는 타이타닉 3D는 오는 5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길섶에서] 늦은 후회/임태순 논설위원

    화상으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아버지는 어린 아들, 딸을 고아원에 맡기고 외진 곳에서 숨어 살았다. 자녀들은 어느 날 나타난 아버지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에 등을 돌렸고, 그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녀들은 문상객이 아버지는 화장을 싫어했고 뒷산에 묻히길 원했다는 말을 전해 주었으나 귓전으로 흘려 버리고 화장을 했다. 장례를 마친 뒤 아버지의 짐을 태우다 빛 바랜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은 어린 애들 울음소리 때문에 당신을 구하지 못했다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려온 만큼 화장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자식들에 대한 당부로 끝을 맺었다. 자식들은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통곡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5년 전 아버지를 떠나 보낸 친구가 “생전엔 소중함을 잘 몰랐는데 요즘 아버님 생각을 하면 가슴속 깊이 허전한 마음을 많이 느낀다.”며 보내온 이메일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아이폰 사기위해…” 中 불법 신장 판매 충격

    아이폰을 사기위해, 여자친구의 낙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불법적으로 판 사연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난팡일보는 최근 “개인적인 이유들로 자신의 신장을 불법적으로 팔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해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1백만명 이상이나 이중 4,000명 정도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한 신장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 언론은 특히 신장을 판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에 사는 19세 하오는 아이폰 4S와 아이패드2를 사고싶은 욕심에 자신의 신장을 팔았다. 또 22세의 샤오 딩은 여자친구의 낙태 비용이 필요해 수술대 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언론은 할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아파트를 얻기 위해 등 신장을 불법적으로 판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소개했다. 신장을 판매한 바 있는 안후이성에 사는 칭(32)은 “빚을 갚기 위해 내 신장을 팔았으나 몇달 열심히 일하면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 면서 “신장을 판 이후 건강이 갈수록 나빠져 너무나 후회된다.”고 밝혔다. 한 신장 판매 브로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이 신장을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판매 대가로 2만위안(약 360만원)을 준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가요계 3대 보물’ 반야월 하늘로

    ‘가요계 3대 보물’ 반야월 하늘로

    가요계의 원로 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본명 박창오) 한국가요예술작가동지회 명예회장이 26일 오후 3시 2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95세. ●군국가요 작사 친일행적 오점 191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진해농산고를 수료한 고인은 1939년 태평레코드가 주최한 전국 신인가수 선발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이듬해 진방남이라는 이름으로 태평레코드사 소속 가수로 활동하면서 ‘불효자는 웁니다’, ‘고향만리’, ‘오동잎 맹세’ 등을 불러 히트시켰다. 광복 이후에는 작사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꽃마차’, ‘내 고향 마산항’, ‘단장의 미아리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 ‘만리포 사랑’, ‘소양강 처녀’, ‘삼천포 아가씨’ 등 불후의 명곡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노래를 지어 히트시키고 가장 많은 노래비를 보유한 작사가이기도 하다. 그의 주옥같은 노랫말은 현인, 황금심, 남인수, 백설희, 이미자, 김세레나, 남일해, 배호, 하춘화, 남진, 나훈아, 은방울자매 등 수많은 가수들이 불러 히트곡이 되었으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줬다. ●소장품 158점 제천시에 기증 한편 그는 남대문악극단을 구성해 ‘산홍아 너만 가고’, ‘마도로스 박’ 등 악극을 제작하고 방송극도 집필했다. 대한레코드작가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가요반세기작가동지회 등을 설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966년 국제가요대상 작사상, 1967년 공보부장관 감사상, 1991년 문화훈장 화관장을 받았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 ‘소년초’, ‘조국의 아들’ 등을 부르고, ‘결전 태평양’과 같은 군국가요 작사에 참여한 경력으로 2008년에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에 포함됐다. 2010년 고인은 과거 행적을 후회하며 국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박달재에 수목장 엄수 예정 하지만 작곡가 박시춘, 가수 이난영과 함께 ‘한국 가요계의 3대 보물’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예술가인 것은 변함이 없다. 고향 마산에서는 반야월가요제가 열리고 있고, 가요계에 기여한 공로로 KBS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지난 22일 고인은 자신의 음악과 관련된 소장품 158종을 충북 제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하겠다는 협약을 한 뒤 박달재를 둘러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품은 제천시가 내년에 준공할 예정인 한국가요사기념관에 소장할 것으로 보인다. ‘울고 넘는 박달재’의 무대인 제천시 백운산의 박달재 정상에 건립될 이 기념관에는 반야월 전시관과 고인의 동상 등이 들어서며 한국 가요 100년의 자취를 돌아보는 다양한 자료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고인은 생전의 유언대로 박달재에서 수목장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유족은 부인 윤경분(92)씨와 2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한국가요작가협회 5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02)3010-2230.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 국제여성영화제 열린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한 서울 국제여성영화제가 어느덧 14회를 맞는다. 새달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과 CGV송파, 한국영상자료원 등에서 30개국 120편(장편 44편, 단편 7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정치적 도피를 감행한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파울라 마르코비치 감독의 ‘더 프라이즈’가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전체주의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이뤄지는 파시즘적 훈육과 군대를 찬양하는 웃지 못할 의식들을 어린 딸 세실리아의 눈으로 그린다.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멕시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마르코비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과 프로덕션디자인상을 받았다. 서울 국제여성영화제의 얼굴 격인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는 최근 1~2년간 제작·발표된 여성감독들의 수작을 집중 조명한다. ‘파니핑크’(1994),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헤어드레서’(2010)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도리스 되리 감독의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에 우선 눈길이 간다. 고국의 내전을 피해 베를린으로 떠나왔지만, 불법체류자인 탓에 불법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리나와 집 없이 떠도는 펑크족 칼리가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면서 빚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글렌 클로즈 주연의 ‘앨버트 놉스’ 국내 개봉이 요원한 터라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1982년 오프브로드웨이 연극 ‘앨버트 놉스의 혼자인 삶’에서 살아남고자 어쩔 수 없이 남장 여인이 된 비운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부터 클로즈는 영화화를 꿈꿨고, 30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클로즈는 주연과 공동각본을 맡았다.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이다. 이 밖에 배우 줄리 델피의 4번째 장편연출작 ‘스카이랩’과 폴란드 출신의 논쟁적 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와 명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만난 ‘엘르’,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베어상(동성애자 필름 부문)을 수상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 등도 두고 볼 만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해군 간부 “北위해 일해라” 막말… 보직 해임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공사 정지 명령 청문이 22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재개됐지만 해군 측의 요청으로 29일로 연기됐다. 이날 청문에서는 해군기지 15만t급 크루즈 선박 동시 2척 접안 가능성을 두고 제주도와 해군이 공방을 벌일 예정이었다. 제주도 이대영 규제개혁법무과장은 “해군 측이 청문 질문 내용이 방대해 이에 따른 성실한 의견진술과 증거제시 등을 검토하기 위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요청해 청문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청문절차가 끝나면 청문내용과 관련법 등을 검토, 해군기지 공사 정지 명령 처분을 내릴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해군제주방어사령부 홍모(해사 40기) 대령이 22일 새벽 1시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김정은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20여분간 막말을 해 강 회장과 마을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군본부는 이날 홍 대령을 보직해임 조치했다. 강정마을회 등에 따르면 홍 대령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전화를 걸어 “나는 강 회장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고생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힘내시라고 격려하기 위해 전화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느라 힘들겠다. 북한 김정은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막말을 시작했다. 강 회장이 “내가 왜 북한 김정은을 위해 일하느냐.”며 항의하자 홍 대령은 “지금 그렇게 일하고 있지 않느냐. 나중에 토사구팽당한다.나중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다하고 나면 후회할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도 했다. 제주방어사령부 관계자는 “홍 대령이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 해서는 안 되는 전화를 했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누드 브리핑]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누드 브리핑]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예전에는 다양한 구민들 요구에 부응하려면 공무원이 조금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 행복해야 더 즐겁게 구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들과 거리낌 없이 얘기를 주고받으면 오히려 제가 배우니 좋고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19일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 의견을 모아 월별 주제에 따라 문화행사를 골라 함께 즐기는 행사를 마련한 데 대한 소감이다. 구름이 잔뜩 낀 지난 14일 덕수궁 대한문 옆 시립미술관에선 30여명과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전을 둘러봤다. 이곳을 찾은 까닭은 공무원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려는 뜻이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66)의 특별전에서 이들은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과 환경 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깨우쳤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작가가 한국을 방문해 찍은 사진도 감상할 수 있어 방문객에게 잔잔한 감동까지 안겨 줬다. 전시해설사 박귀주씨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사진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며 이해를 돕기도 했다. 이들은 이어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 구청장은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꼽으라면 늦게 결혼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시집·장가 갈 값이면 빨리 가라. 아예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겐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의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달 극장에서 영화 ‘더 그레이’를 관람한 뒤에도 유 구청장은 “재앙이란 언제든 우리들 코앞에 들이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갖가지 정책을 펴는 데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되새긴 계기였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그래서 직원들과의 이런 만남에 늘 느끼자는 취지로 ‘소감(소통과 감성)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도봉, 주민과 함께하는 ‘1박2일’ 독서여행

    오는 18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 도봉구 도봉1동 어린이도서관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소중한 꿈을 안고 씩씩하게 자라가요!’를 주제로 한 기념행사는 17일 오후 2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진행된다. 그림자극 공연, 바이올린 연주 등이 40분간 펼쳐져 축하공연 첫머리를 장식한다.이동진 구청장이 직접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있다. 오후 3시부터는 강연을 들을 수 있다. 2시간에 걸쳐 ‘도서관에 놀러온 짱뚱어’의 작가이자 도예가인 후두둑 김창진씨와 함께 치유 활동을 하게 된다. 흙을 이용해 나만의 짱뚱어를 만들어 전시하는 활동이 참가자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여준다. 오후 7시 열리는 ‘도서관에서 하룻밤 캠프’를 놓치면 후회할 수 있다. 독서골든벨, 보물찾기, 영화상영 등 프로그램이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캐릭터인형 전시, 우리작가 책 100선 전시, 나무목걸이 만들기 등도 즐길 수 있다.최성희 문화관광과장은 “음식반입 금지, 소란 금지 등 제약공간이었던 도서관에서 색다른 낭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7년씩 두번 집권하려 했다”

    “7년씩 두번 집권하려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4일 재임시절 7년을 회고하며 ‘임기 7년의 대통령직을 한 번 더 하려 했다.’는 비화를 공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연희동 자택에서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내가 대통령을 7년 했는데, 7년 7년 두 번을 프랑스식으로 하려다 ‘잘못하면 내가 3∼4번 해야겠다’는 모순에 빠지거나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까봐 딱 7년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가 모범적으로 (대통령직을) 한번 하고, 후임 대통령은 5년씩만 하라고 했다.”면서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그분들에게 (대통령 임기) 7년을 하도록 해줬어야 하는데, 5년으로 한 것이 후회가 된다. 5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는 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1987년 개헌을 통해 ‘7년 단임’에서 ‘5년 단임’으로 변경됐다. 그는 “이북(북한)이 핵보유를 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 빨리 없애지 않으면 자살하는 것”이라면서 “소련(러시아), 중국이 위협을 느낀다. 김정일이 술 한잔 먹고 취해서 (발사 버튼을) 누르면 베이징이 날아가지 않느냐.”고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현재 회고록을 쓰기 위해 자료를 수집 중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배인순 “자전소설로 아들 상처,결혼식 못가”

    배인순 “자전소설로 아들 상처,결혼식 못가”

    1960년대를 풍미한 자매 듀오 펄시스터즈의 배인순이 자전소설을 펴낸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아들과 멀어져 장남 결혼식에도 못 가 배인순은 최근 동생 배인숙과 SBS의 ‘좋은 아침’에 출연해 자전소설 출간 논란으로 아들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 같아 지금까지도 책을 펴낸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펄시스터즈는 ‘커피 한잔’, ‘님아’, ‘떠나야 할 그 사람’ 등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1976년 언니 배인순이 당시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과 결혼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1998년 이혼한 배인순은 2003년 자신의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한 자전소설을 출간해 파문을 일으켰다. 배인순은 자전소설 출간 논란으로 세 아들과도 점차 멀어졌고 장남의 결혼식에도 갈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전소설 논란과 거액의 사기로 우울증을 겪으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으나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인숙 “언니 결혼으로 삶 엉키기 시작” 동생 배인숙은 갑작스러운 언니의 결혼으로 “삶이 엉키기 시작했다.”면서 펄시스터즈 해체 후 혼자 활동했지만 언니의 빈자리가 커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의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그는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엄마가 가수인 줄 몰랐을 정도로 가정에 충실하며 살아 왔다. 펄시스터즈가 출연한 ‘좋은 아침’은 14일 오전 9시 10분 방송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이집트서 38cm짜리 ‘거인’ 손가락 발견

    이집트서 38cm짜리 ‘거인’ 손가락 발견

    그 옛날 지구 상에는 거인족이 실존했던 것일까. 이집트에서 무려 38cm짜리 ‘거인’ 손가락이 발견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9일(현지시각) 독일 일간 빌트지는 스위스 바젤의 사진작가 겸 작가인 그레고르 스포에리(56)가 촬영한 기괴한 손가락 사진을 공개했다. 유명 클럽 경영인 출신인 스포에리는 지난 1988년 이집트 여행 당시 카이로에서 만난 도굴꾼 출신의 노인이 가보라며 보여준 미라화된 손가락을 살펴봤다. 스포에리는 “직사각형의 상자 안에 곰팡이 냄새나는 그 손가락이 있었다. 돈을 낸 뒤 손으로 만져보고 크기 비교를 위해 지폐를 옆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고 회상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거인 손가락 옆에 가로 15cm짜리 이집트 지폐가 놓여 있어 그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또한 그 노인은 스포에리에게 1960년대 확인한 감정서와 X-레이 사진도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스포에리는 자신의 촬영한 사진만 가지고 스위스로 돌아왔고 지금 그때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 당시 그 노인이 스포에리에게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해 사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포에리는 “그 유물이 진짜일지 알 수 없었다.”면서 “전문가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 그동안 밝히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21년이 지난 2009년 다시 그 유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대 아랍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현재 ‘더 로스트 갓, 운명의 날’이란 책도 출간한 상태다. 지금도 일부 학자들은 과거에 거인이 존재했었다고 주장한다. 성경에서는 거인을 네피림으로 그리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기가스(기간테스)로 나타난다. 사진=빌트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주진모 “배우는 결국 존재감”

    주진모 “배우는 결국 존재감”

    당신에게 주진모(38)는 어떤 배우인가. 호위 무사를 사랑한 고려의 왕(‘쌍화점’)인가, 첫사랑을 목숨처럼 지키는 순정마초(‘사랑’)인가, 혹은 냉정하고 능력이 있는 음반 프로듀서(‘미녀는 괴로워’)인가. 주진모는 이런 강렬한 이미지 뒤에 인간적이고 소탈한 매력이 숨어 있는 배우다. 그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가비’에서 사랑을 위해서라면 조국도, 자신도 버리는 지독한 순정남 일리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주진모를 만났다. →언론 시사회 때 왜 “새로운 여배우의 탄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나. 본인 홍보를 하지 않고. -이제는 더는 내가 “나 잘났어요….” 이런 말은 안 하고 싶다.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이 다 알아서 판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감독의 처지에서 봤을 때 보고 느낀 것을 말했을 뿐이다. →이제 감독의 시각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인가. -배우는 결국 존재감으로 남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얼굴이 많이 나오는 배우가 1등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느 순간 분량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고려하게 됐다.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존재감으로 남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영화가 이전에 출연한 작품보다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기차 위 지붕을 뛰어다니는 첫 장면부터 마치 서부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랬다면 다행이다. 원작 소설에 일리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소극적인 인물로 설정돼 있어 매력도 없고 연기하기에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원작과는 반대로 강하고 남성성이 짙은 인물로 표현했다. 폭주 기관차처럼 갈등 요소를 강조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인물로 바꿨다. 의상도 고종과 무게감 있게 맞대응하는 이미지를 주려고 군복으로 설정을 바꿨다. →장윤현 감독이 상당히 의지를 많이 했다고 하던데, 영화 ‘가비’의 매력은. -처음에 감독님이 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되고 남자 주인공 위주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 제작을 진행하면서 투자도 원활치 않고 처음과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배우경력이 10년 넘는데, 어려워졌다고 중도 하차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감독님과 머리를 맞대고 영화를 함께 만들어 나갔다. ‘팩션사극’에 커피 애호가로 알려진 고종에 대한 암살 시도라든지, 고종에 대한 재조명 등 역사적인 의미를 담았다. →남자주인공의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이전에 연기한 순정남의 코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허구의 인물인 만큼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순정남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차 액션 장면을 비롯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선보였다.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이 멋있게 보여야 한다.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그래야 할 텐데….(웃음) →모든 출연작에서 ‘멜로’의 요소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을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온 것 같다. 그동안 출연작에서 아주 거친 사랑, 절박한 사랑, 힘든 사랑, 로맨틱한 사랑 등 다양한 색깔의 사랑 연기를 했던 것 같다. →‘해피엔드’나 ‘쌍화점’ 등에서 굴곡 있고, 사연 있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내가 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얼굴인 것 같다. ‘진하게’ 생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웃음) 솔직히 어려운 역할이 더 매력적이다. 연기자로서 고뇌하고 갈등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변해 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다 보니 상업적으로 호감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광고계쪽 사람들이 그 점을 더 아쉬워하더라. 사실 ‘쌍화점’ 이후 CF를 한 편도 못 찍었다.(웃음) →‘쌍화점’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인가. -전혀. 내가 배우이지 CF 모델은 아니지 않은가. 그 작품으로 배우로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미남 배우들의 공통점인데, 초기엔 잘생긴 외모가 오히려 배우 생활에 방해가 됐다던데. -연기보다 시각적으로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연기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장)동건이 형이 인정을 받은 것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수염으로 얼굴을 가리고 열연했기 때문 아니었나. 핸섬한 외모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이미지의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 →망가지고 풀어지는 역할도 충분히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물론이다. 망가진다는 것이 말초 신경만 자극하기 위한 인물만 아니라면 괜찮다. 나도 더는 어린 꽃미남 배우가 아니지 않은가. 주름도 생기고 살도 찌니까 어린 친구들에게 못 당하겠더라.(웃음) 나이에 맞는 밥그릇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장동건과는 소문난 절친이다. 새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출연이 불발됐는데, 아쉽지 않은가. -원래 (장)동건이 형에게 들어왔던 작품인데, 나를 추천했다가 형이 다시 스케줄이 맞아 하게 됐다. 우리 둘 사이에는 자존심 싸움 같은 것이 전혀 없다. 형이 원래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이번 영화를 보고 “진모야, 내가 이 정서에 맞는지 모르겠는데 나 영화 너무 잘 봤다. 네가 지금까지 했던 연기 중에 제일 좋다.”고 얘기해 줬다. 무척 고마웠다. →솔직한 성격이라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생각해 볼 법한데. -순발력도 떨어지는 편이고,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웃음) 내 생각이 아니라 어떤 형식에 맞춰서 하는 것은 좀 힘든 것 같다. 물론 내 코드에 맞는 프로그램 제의가 들어온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직 혼자서 핸드 드립 커피를 즐긴다는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더니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면서 웃었다. 배우로서 한 획을 그을 대표작을 만나 주진모의 진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그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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