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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에 핀 윤동주·이상의 삶…우리 시대 아픔을 위로하다

    무대에 핀 윤동주·이상의 삶…우리 시대 아픔을 위로하다

    시대를 위로한 시인들의 삶이 무대에서 재탄생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 서거 80주년을 맞은 시인 윤동주와 이상이 그 주인공이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뮤지컬 ‘점점 투명해지는 사나이’는 윤동주(1917~1945)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지기 하루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일본인 간호사 ‘요코’의 기억과 상상으로 재구성했다. 그가 수감 당시 정체불명의 약물 주사를 맞으며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따뜻한 시편을 빚어낸 시인의 아름다운 본성을 노래한다. 연희단거리패가 최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게릴라극장’을 폐관하고 새 보금자리로 삼은 ‘30스튜디오’에서 여는 창작극 기획전의 첫 번째 무대다. 연희단거리패의 젊은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부산, 경남 지역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젊은 창작집단 극단 가마골의 작품이다. 6~16일까지.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3만원. (02)766-9831.뮤지컬 ‘스모크’는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시를 쓰는 남자 ‘초’(超),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남자 ‘해’(海), 부서질 듯 아픈 고통을 가진 여인 ‘홍’(紅) 세 사람이 함께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상징적인 소품과 대사를 통해 속도감 있게 전달한다. 작품의 핵심 소재인 ‘오감도’ 외에도 시 ‘건축무한육면각체’, ‘회한의 장’, 소설 ‘날개’, ‘종생기’ 등 개성 있는 발상과 표현을 선보인 이상의 작품을 대사와 가사에 녹였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성을 지녔지만 식민지 조국에서 느껴야만 했던 예술가로서의 불안과 절망, 고통, 그리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기를 바랐던 시인의 열망을 노래한다. 5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3만~6만원. 1577-336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미완의 999처럼 나도 주인공도 영원한 꿈의 여행중”

    “미완의 999처럼 나도 주인공도 영원한 꿈의 여행중”

    터널 나온 도쿄행 기차서 영감 얻어 철이는 분신·메텔은 라틴어로 엄마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냐고요? 저는 인간으로서 한정된 삶을 열심히 살고 싶어요.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인간이 되면 삶을 대충대충 살게 되지 않을까요?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으며, 꿈도 시간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1980년대 TV 만화로 소개돼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79)가 26일 한국을 처음 방문해 팬들과 만났다. ‘은하철도 999’ 40주년 특별전이 꾸려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다. 늦었지만 한국에 꼭 와 보고 싶었다는 그는 “어려서 후쿠오카에서 자랄 때 한국 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집에 놀러 가 저녁을 먹기도 했다”고 인연을 설명했다.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그린 것과 관련해 그는 “어려서 시골에 살아서 밤하늘에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고 그 별 속에 무엇이 있는지 관심이 컸다”고 설명했다. 원래 꿈이 기계공학자였다는 그는 그러나, 형편이 어려웠던 부모님을 돕기 위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또 자신의 꿈은 실제 기계공학자가 되어 로켓을 만들고 있는 남동생이 대신 이뤄줬다며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인공 스스무는 동생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덧붙였다. “돈이 없었는데 만화 편집자가 기차표를 보내줘 간신히 도쿄에 갈 수 있었죠. 도쿄로 가는 기차가 터널을 통과해 밖으로 나왔을 때 우주 세계를 본 느낌이었어요. 저는 우주로 날아가고 싶었죠. 그때부터 은하철도 999를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기차를 타지 않았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철이를 분신이라고 소개한 마쓰모토는 자신이 탄생시킨 수많은 캐릭터 중 메텔, 천년여왕, 에메랄다스와 하록 선장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았다. 특히 메텔에 대해서는 “라틴어로 엄마라는 뜻”이라며 “메텔은 소년 철이의 꿈이자 청춘이자 엄마”라고 설명했다. 마쓰모토는 ‘은하철도 999’를 최종 완결 짓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그리고 있다. “999라는 숫자는 끝없이 1000을 향해 다가가는 미완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꿈에 도착하면 이야기가 끝나버리니까 계속 스토리를 만들며 언제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메텔과 철이를 그리고 싶어요. 영원한 여행을 지금 나도 하고 있고, 은하철도 999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전은 오는 5월 1일까지 열린다.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메탈과 철이 이야기 멈추고 싶지 않아”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메탈과 철이 이야기 멈추고 싶지 않아”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냐고요? 저는 인간으로서 한정된 삶을 열심히 살고 싶어요. 영원히 살 수 있는 기계인간이 되면 삶을 대충대충 살게 되지 않을까요?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으며, 꿈도 시간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은하철도 999’의 아버지 마츠모토 레이지(79)가 26일 한국을 찾아 팬들과 만났다. ‘은하철도 999’ 40주년 특별전이 꾸려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다. 특별전은 오는 5월 1일까지 열린다. 늦었지만 한국에 꼭 와보고 싶었다는 그는 “어려서 후쿠오카에서 자랄 때 한국 친구들이 많이 있었고, 집에 놀러가 저녁을 먹기도 했다”면서 “오늘 이렇게 보니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모두 똑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열 다섯에 데뷔해 60년 넘게 만화를 그려온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999’를 비롯해 ‘우주전함 야마토’, ‘우주해적 캡틴 하록’, ‘천년여왕’, ‘퀸 에메랄다스’ 등으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그의 작품은 여러 철학적인 함의가 담긴 것으로 유명하다.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그린 것과 관련해 그는 “어려서 시골에 살아서 밤 하늘의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고, 그 별 속에 무엇이 있는 지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꿈이 기계공학자였다는 그는 그러나, 형편이 어려웠던 아버지, 어머니를 돕기 위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또 실제 기계공학자가 되어 로켓을 만들고 있는 남동생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줬다며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인공 스스무는 동생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덧붙였다. “돈이 없었는데 만화 편집자가 기차표를 보내줘 간신히 도쿄에 갈 수 있었죠. 도쿄로 가는 기차가 터널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우주 세계를 본 느낌이었어요. 저는 우주로 날아가고 싶었죠. 그때부터 은하철도 999를 머릿 속에서 게속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기차를 타지 않았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철이를 분신이라고 소개한 마츠모토 레이지는 자신이 탄생시킨 수많은 캐릭터 중 메텔, 천년여왕, 에메랄다스와 하록 선장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았다. 특히 메텔에 대해서는 “라틴어로 엄마라는 뜻”이라며 “메텔은 소년의 꿈이자 청춘이자 엄마”라고 설명했다. 일부 작품에서 군국주의를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우주전함 야마토’의 경우 “야마토는 어렸을 때 봤던 가장 큰 배였을 뿐이고 그 큰 배가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지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여러 사람을 태워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있는 그런 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구는 하나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999’를 최종 완결 짓지 않고 지금도 꾸준히 그리고 있다. “999라는 숫자는 끝없이 1000을 향해 다가가는 미완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꿈에 도착하면 이야기가 끝나버리니까 계속 스토리를 만들며 언제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메탈과 철이를 그리고 싶어요. 영원한 여행을 지금 나도 하고 있고, 은하철도 999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유통+환승센터’ 대구 신세계, 지역경제도 달궜다

    ‘유통+환승센터’ 대구 신세계, 지역경제도 달궜다

    유통과 복합환승센터가 만나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신세계는 지난해 12월 대구신세계백화점이 개장한 지 100일 만에 1000만명이 다녀갔다고 22일 밝혔다. 이 중 절반은 대구가 아닌 외지인이다. 하루 평균 10만명이 다녀간 힘은 규모(영업면적 10만 3000㎡)도 크지만 하루에 한 번꼴로 열리는 문화공연, 수족관, 옥외테마파크, 갤러리 등 지역 주민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다양한 여가활동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KTX, STR,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10분 안에 갈아탈 수 있는 복합환승센터의 이동 편의성도 이를 거들었다. 유동인구 증가는 지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월 대구 내 호텔 등 숙박시설 이용객은 5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000명 이상 늘었다. 전국 백화점 판매지수가 올 1월 -2.5% 역신장했지만 대구 지역은 12.4% 늘었다. 동대구역 KTX와 STR 승하차 인원이 83%, 지하철역은 57% 늘었다. 복합환승센터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경우는 일본에도 있다. 나고야역에 위치한 JR센트럴타워는 백화점, 호텔, 식당 등이 함께 입주한 나고야의 랜드마크다.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은 교통시설에 일본 최대 백화점인 한큐백화점, 2000석 규모의 영화관, 호텔, 다양한 식당 등을 갖춘 복합환승센터가 된 지 2년 만에 지역의 최대 상권으로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이자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대표이사인 장재영 사장은 “대구신세계는 대구시가 주도한 국내 최초의 복합환승센터”라며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기업투자 유치 프로젝트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유커 빈자리, 동남아·이슬람 관광객으로 메운다

    유커 빈자리, 동남아·이슬람 관광객으로 메운다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지난 15일부터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자, 서울·인천· 제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 대만,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와 이슬람권 국가 등으로 관광객 다변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한류 목마름’을 부추기는 만큼 20~30대 유커를 상대로 자유관광객 유치에 주력하자는 제안도 나온다.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제주도는 최근 ‘긴급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유커는 전체 관광객 360여만명의 85%인 306만여명이었다. 중소 여행사까지 한국 관광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크루즈선 한국 경유도 금지돼 타격이 크다. 제주도 한 관계자는 “일본·대만·홍콩·이슬람권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현지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며 “당분간 지역의 숙박, 음식, 유통업체의 매출 급감이 우려되지만 내국인 관광객이 다소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올해 관광객 1700만명 유치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 1350여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635만여명이 유커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명동과 동대문시장 등 도심 일대 화장품 판매점이 이미 썰렁한 상태라 중국계 대기업 관계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3월 4500여명의 유커가 인천 월미도에서 연 ‘치맥파티’는 더는 없을 것으로 인천시는 전망한다. 인천항에도 중국 크루즈가 입항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인구가 많은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인천시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와 연계한 한류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17~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는 관광 박람회에서 이 상품들이 판매된다. 대구시 역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 인구 1억~2억 5000만명 이상의 국가들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최근 중국 일변도로 진행됐던 ‘자유여행 설명회’를 대만과 홍콩 등지로 확대하는 등 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추기로 했다. 전남도는 지난 14일부터 베트남 하노이·호찌민에서 관광 설명회를 열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홍콩 등을 겨냥한 계절상품과 현지 마케팅도 시동을 걸었다. 5월 3일에는 일본 현지 여행박람회와 후쿠오카·기타큐슈 관광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광주·전남·북 호남권 3개 지자체는 17∼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관광박람회에 참여해 호남권 공동 홍보관을 운영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상 국가 다변화와 함께 한류를 매개로 한 중국 젊은층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돌려받을 약탈물” “돌려줄 장물”… 부석사 불상 어느 품에

    “돌려받을 약탈물” “돌려줄 장물”… 부석사 불상 어느 품에

    1심 서산 부석사 승소·21일 2심 약탈 추정… 적합한 국제법 없어 # 1911년 8월 21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있던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튿날 박물관은 발칵 뒤집혔고 수색과 수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모나리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2년 뒤였다. 루브르박물관 직원이던 이탈리아인 빈첸초 페루자가 그림을 몰래 훔쳐 자기 집에서 보관하던 중 피렌체에서 화상에 넘기려다 체포됐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환호했지만 모나리자는 순회 전시된 뒤 프랑스에 반환됐다.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자신을 후원한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의 권유로 거처를 프랑스로 옮길 때 가져간 그림으로 숨지면서 왕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국가에 귀속됐다. 절도 사건으로 모나리자는 유명해졌고 2012년 이탈리아 국립문화유산위원회가 “이탈리아인이 이탈리아에서 그린 그림은 이탈리아 것”이라며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 2012년 10월 6일 오후 8시쯤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 4명의 도둑이 침입했다. 사찰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잠겨 있지 않은 출입문을 열고 절 안으로 들어가 재단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손쉽게 훔쳤다.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고려말인 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만들어졌다. 범인은 김모(당시 69)씨 등 한국 문화재절도단이었다.이들이 불상을 들고 현해탄을 건너와 붙잡히면서 국내 초유의 국외문화재 소송이 벌어졌다. 세계적으로도 똑같은 사례는 물론 비슷한 사례도 찾기 힘들다. 약 700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추정되는 약탈’과 ‘분명한 절도’가 뒤섞여 한·일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1심에서 부석사가 승소했지만 일본이 강력 반발하면서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2심 재판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지법 민사12부(부장 문보경)는 지난 1월 26일 정부를 상대로 불상 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부석사의 손을 들어주며 “불상 내 복장물 중 종이로 쓴 결연문에 ‘고려국 서주(서산 지역) 부석사’라고 써 있고 시주자 32명의 이름이 새겨졌고 다른 사찰로 이전되면 남기는 기록이 없는 점으로 미뤄 부석사 소유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왜구들이 1352~81년 5차례 서산 지역을 침입했다”는 ‘고려사’의 기록을 들어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에 넘어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국제법은 1970년 유네스코 협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석사 불상 사례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모나리자는 프랑스가 불법으로 소유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정황이 있지만 부석사 불상은 약탈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일본에 어떻게 넘어갔는지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면서 “결국은 재판 결과가 판가름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범죄 자금책은 경남 마산 조직폭력배 장모(당시 51)씨였다. 마산 P파 고문인 장씨는 조폭생활 늘그막에 돈벌이 수단으로 문화재에 관심이 있었다. 국내 문화재는 공소시효 시작이 도난에서 발견 시점으로 강화돼 판매가 어렵게 되자 김씨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장씨와 연결됐다. 앞서 김씨는 “약탈당한 우리나라 문화재가 일본에 많으니 훔쳐와 팔자”며 다른 공범들을 끌어들인 뒤 장씨에게 접근했다. 장씨는 4500만원을 제공했고 김씨 일당은 범행 한 달 전 일본 현장을 사전 답사했다. 김씨 일당 4명이 타깃으로 삼은 일본으로 문화재 절도 원정을 떠난 것은 범행 3일 전인 2012년 10월 3일이었다.●日무인 사찰·보안 허술… 절도 용이 김씨 등이 범행에 성공하자 장씨는 운반책으로 일본과 부산을 오가는 골동품 보따리상 손모(당시 60)씨를 동원했다. 손씨는 일본으로 건너가 이들로부터 건네받은 절도 문화재들을 배낭과 가방에 넣어 10월 8일 낮 12시쯤 후쿠오카현 하카다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6시 20분쯤 부산항에 도착했다. 김씨 일당이 훔친 문화재는 부석사 불상(나가사키현 지정문화재 造8호) 외에도 통일신라 불상인 동조여래입상(일본중요문화재 造3259호)과 고려시대 대장경(나가사키현 지정문화재 書8호)도 있다. 귀국 이틀 전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쓰시마섬 사찰들을 돌면서 훔쳤다. 대장경은 사찰 지붕을 뚫고 절도했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일본은 신들이 산다고 해서인지 스님이 잠을 자지 않는 무인 사찰이 많아 훔치기가 쉽다”며 “하카다항에는 엑스레이 검색대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손씨는 부산항에서 “50~60년 전에 만든 가짜 골동품”이라고 속여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 들여오는 골동품에는 감정관이 신경을 덜 쓴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함께 훔친 대장경 행방은 오리무중 김씨 등은 장씨의 어시장 창고에 장물을 보관하면서 이듬해 초 판매책 임모(당시 51)씨와 짜고 밀매에 나섰다.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아버지 A씨에게 12억원에 부석사 불상을 팔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사진만 보여 주는 임씨가 수상쩍어 진품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문화재청에 문의했다. 그때는 이미 일본이 인터폴(국제경찰)을 통해 불상에 적색 수배를 내린 상태였다. 일당 9명이 차례로 검거됐다. 김씨 등 4명은 구속돼 최고 징역 4년형, 장씨 등 5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압수한 장물 중 동조여래입상은 소유권을 주장하는 곳이 없어 일본에 반환됐다. 그러나 부석사가 소유권을 주장한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재판에 들어갔다. 부석사 스님과 신도들이 2013년 2월 불상 반환금지 가처분을 해 놓고 지난해 4월 불상 보관 주체인 정부를 대상으로 소유권 다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터진 뒤 일본이 문화재 보호를 강화하고 한국 관광객에게 문화재 보여 주는 것을 꺼린다고 들었다”면서 “그런데 불상과 함께 훔친 대장경은 오리무중이다. 범인들은 ‘돈이 안 될 거 같아 일본에서 버렸다’고 하는데 도둑들 말을 믿을 수 있느냐. 일당 중 누군가 혼자 팔아먹으려고 몰래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심했다. 경찰은 김씨 일당 검거 브리핑에서 3개 절도 문화재의 시가를 모두 150억원으로 발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약탈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불에 타 그슬린 흔적에다 훼손된 부분이 있지만 완형에 가까운 형태로 잘 만들어졌다”며 “돈으로 따지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 계속 있었어도 국보나 보물 등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등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일본이 약탈해 간 우리 문화재를 가져왔으니 우리는 ‘애국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건이 터지자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는 “불상을 만든 부석사가 돌려받아야 한다”와 “다른 국외문화재 환수를 위해서 훔쳐온 것은 일본에 반환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따른 반일 감정도 끼어든다. 그렇지만 재판 중임을 이유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부석사 불상 사건으로 일본에서 한국 관련 문화재 전시나 교수들 교류 등이 전면 중단됐다”면서 “부석사가 승소를 해도 일본에 반환하면서 ‘우리도 훔쳐온 문화재를 반환했으니 너희도 약탈한 것을 돌려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신선한 국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대표는 “불상을 찾아오면 부석사에 관음전을 지어 모실 것”이라고 반환에 거부감을 보였다. 문화재보호법은 ‘불법 반출된 국외문화재라는 사실이 인정되면 회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일본 정부는 지금도 끊임없이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불상은 1심 승소에도 부석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묶여 있다. 최종심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몰라 법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일본 관음사도 2014년 11월 불상을 반환해 달라는 ‘몰수물 교부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전고검 관계자는 “일본이 재판보다 외교를 통해 돌려받는 게 쉽다고 여겨 재판보다 외교부 압박에 더 나서는 것 같다”며 “관음사가 몰수물 교부청구를 해놨기 때문에 정부가 승소하면 관음사가 불상을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석사가 이기면 부석사 소유가 되지만 일본에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한국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하선 거부 중국인 태운 크루즈선 제주서 쓰레기 2t 배출

    제주항에서 하선을 거부한 3400여명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태웠던 국제크루즈선이 제주에서 쓰레기는 2t가량 배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제주세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시쯤 제주에 온 코스타 세레나호(11만 4000t급)가 제주항에 기항하는 동안 재활용 쓰레기 2t을 배출했다. 폐지나 캔, 페트병 등으로 크루즈선 승객들이 생활하면서 배출한 쓰레기들이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이 쓰레기는 제주세관에 신고된 뒤 제주의 모 폐기물업체를 통해 처리됐다. 이들은 제주에 도착하면서 회사 측으로부터 하선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날 오후 5시쯤 다음 목적지인 일본 후쿠오카로 떠났다. 이날 코스타 세레나호는 제주항 입·출항료, 정박료 등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크루즈선 1척당(10만t급, 2500명 기준) 1회 입항시 입출항료, 접안료, 터미널사용료 등으로 1800여만원을 지불한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오는 16일부터 제주기항이 예정된 크루즈선 200여회가 취소됐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대한항공 ‘꿈의 항공기’ 김포~제주 하늘서 첫선

    대한항공 ‘꿈의 항공기’ 김포~제주 하늘서 첫선

    대한항공이 12일 김포~제주 노선에 ‘꿈의 항공기’로 불리는 ‘보잉 787-9’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항공기는 269석 규모로 하루 3회 왕복 운항한다. 기체 50% 이상을 탄소복합소재로 만든 친환경 차세대 항공기로 기내 기압과 습도를 높여 쾌적한 기내 환경을 제공한다. 기존 항공기 대비 1.5배 큰 창문, 약 5인치 높아진 객실 천장 높이, 기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이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5대를 비롯해 총 1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6월부터 캐나다 토론토, 일본 후쿠오카 등 국제선에도 투입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선에 먼저 선보인 보잉 787-9를 통해 기존 항공기보다 확연하게 달라진 꿈의 항공기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속보] 유커 집단행동에, 독일 이탈리아 등 외국관광객들도 못내려

    크루즈를 이용해 제주도를 방문하려던 중국의 단체관광객 3000여명의 지난 11일 오후 하선거부라는 집단행동으로 이 배에 함께 타고있던 다른 외국인들도 하선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 외항에 기항한 크루즈선인 코레나 세레나호(11만 4000t급)에는 중국의 인센티브 관광객 3428명 이외에 이탈리와와 독일, 우크라이나 승객 31명도 있었다. 세레나호는 중국을 모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31명은 하선 거부라는 유커의 단체 행동에 기가 눌려 배에서 덩달아 내리지 못해 엉뚱한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태는 해당 중국 기업 직원들이 한국에 도착하자 회사 측에서 하선 취소 결정을 내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선 취소 결정을 현지 여행사에 통보했고 이를 제주 측 여행사 등에 알려 이뤄졌다. 유커들은 출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입국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배에 대기하고 있다가 오후 9시까지이던 제주 체류 기간을 앞당겨 오후 4시 30분쯤 다음 목적지인 일본 후쿠오카로 가버렸다. 한편 네티즌들은 이같은 중국관광객들의 집단 하선 거부 소식에 ‘아예 유커의 국내입국을 금지시켜야한다“거나 ”관광객 유치다변화 전략을 면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등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주 온 中크루즈 관광객 3400명, 갑자기 ‘하선 거부’

    제주 온 中크루즈 관광객 3400명, 갑자기 ‘하선 거부’

    국제크루즈선을 타고 제주에 온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3400여명 전원이 배에서 내리는 것을 거부한 일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중국 관광객 일부가 하선하지 않는 경우는 있었으나 관광객 전체가 하선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에 따른 중국 정부의 방한 관광 중단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11일 오후 1시쯤 제주에 온 국제크루즈선인 코스타 세레나호(1만 1000t급)가 제주항 외항에 기항했다. 하지만 이 배를 타고 온 중국 관광객 3400여명은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해운조합 제주지부 관계자는 이날 “크루즈가 기항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배를 댄 뒤에야 승객들이 내리지 않는다는 통보를 해왔다”면서 “중국 관광객 일부가 배에서 내리지 않는 일은 있으나 이번 경우처럼 전원이 하선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이들 관광객을 태우고 자연 관광지 등으로 가려고 장시간 대기했던 전세버스 80여대의 운전기사와 관광안내사 수십명은 믿을 수 없는 유커의 대응에 허탕을 치고 말았다. 이들을 상대로 영업을 준비 중이던 면세점 등 유통업체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크루즈선에 탑승한 관광객들은 중국 모 기업 인센티브 관광객들이다. 이 크루즈선은 승객 전원이 하선하지 않은 채 기항 3시간마인 오후 4시 30분쯤 다음 기항지인 일본 후쿠오카로 떠났다. 국제 크루즈가 제주에 기항해온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20년간 승객들이 하선 거부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전원일기] 묵히면 돈 되는 늙은 호박… 넝쿨째 굴러온 방문객

    [新전원일기] 묵히면 돈 되는 늙은 호박… 넝쿨째 굴러온 방문객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물방울 무늬가 가득한 호박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가 쓴 ‘호박에 대하여’라는 글의 일부이다. 오랫동안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시달렸던 그는 호박죽을 먹으면서 몸을 회복했고, 이러한 경험은 호박에 대한 찬미와 호박을 주제로 삼은 여러 뛰어난 작품의 창조로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호박 때문에 나는 살아내는 것이다’고 했던 현해탄 너머의 설치미술가 못지않게 호박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농부가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운산리에 위치한 ‘참샘골 호박농원’의 최근명(64) 대표다. 서산시가 공인한 ‘호박 명인’이기도 한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늙은 호박의 변신은 가히 예술적이라 말할 만했다.# 4전 5기 끝에 만난 복덩이 호박 한 덩이 충남 공주 출신의 최 대표가 서산에 처음 터를 잡게 된 계기는 1980년 ‘참샘골 목장’을 설립하면서다. 그는 군 복무 시절, 부대 근처에 있던 젖소 농장에서 소젖을 짜는 농부의 모습을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제가 1970년대에 군 복무를 했는데 그 시절만 해도 우유를 먹는다는 게 굉장히 생소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우유 먹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당시 서산에는 ‘상아목장’이라는 큰 목장이 있었다. 제대 직후 그곳에 취업한 그는 3년 동안 낙농 기술을 배운 후 독립했다. 동네의 유명한 샘 이름을 따다 지은 ‘참샘골 목장’이라는 이름은 현재 ‘참샘골 호박농원’의 전신이 되는 셈이다. 낙농업이 유망한 산업이 되리라 생각했던 청년 최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1980년대 산업이 발달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유 소비가 늘어났다. 송아지 5마리로 시작한 그의 목장은 젖소 50마리까지 늘어났다. 10년간 승승장구하던 그의 목장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실시되면서였다. 저렴한 수입 우유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많은 축산농가가 타격을 입었다. 사료값도 못 건질 정도로 우유값이 떨어지자 목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수입 개방과 상관없는 산업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토종닭 사육이었다. ‘참샘골 토종닭’을 설립해 토종닭을 방사해 키웠다. “여름에는 토종닭 장사가 괜찮았어요. 그런데 겨울이 되니 닭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더라고요. 저 혼자 하는 영세업체라 유통 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려웠고요. 결국 1억원 정도 손해를 보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세 번째로 도전한 우렁 양식업에서도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대형 수조 설비를 갖추고 우렁을 잘 키우는 데에만 주력한 나머지 판로 개척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통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었던 거죠.” 최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네 번째 도전이었던 느타리버섯 재배도 겨우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농업환경 변화가 큰 이유였다. “1995년부터 느타리버섯에 갈반병이라는 병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더이상 버섯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오염돼 생긴 병이래요. 첨단 무균 재배 설비를 갖춰야 앞으로 계속 버섯사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저 막막했죠. 이미 앞서 세 번이나 실패했던 탓에 가진 돈이 없었거든요.”수차례 실패 끝에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갈반병이 든 것을 추려내고 얼마 남지 않은 버섯을 팔아치운 다음 농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느타리버섯을 팔러 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늙은 호박 한 덩이가 그의 인생을 역전시켜 줄 복덩이가 됐다. “가락동 시장에서 호박 장수를 만났는데, 늙은 호박 한 덩이에 1만~2만원씩 파는 거예요. 왜 이렇게 비싸게 받느냐고 물었더니 가을철에 한 개 2000원이면 살 수 있는 호박이 봄과 여름철이면 값이 열 배, 스무 배까지 치솟는다고 하더군요. 저장이 어려워서 그렇대요. 호박 장수가 ‘누가 호박 저장 기술만 개발하면 그 사람은 떼돈 벌 텐데’라고 지나가는 말로 던진 한마디가 제게는 구원의 종소리처럼 들렸어요. 그래 이거다. 내가 그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미래의 농업을 준비하는 선견지명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첫해 ‘참샘골 호박농원’에서 재배한 호박은 다 썩어버려 폐기처분을 해야 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수년간의 연구 끝에 1998년 호박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했을 때 최 대표는 천하를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온도 10도 내외, 습도 60%의 건습 상태, 에틸렌 가스농도 0.02ppm 이하, 그가 찾아낸 최상의 호박 저장 환경이다. 전국 최초로 호박 저장법을 개발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는 참샘골 농원의 호박 저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향긋한 호박 냄새가 165㎡ 규모의 저장실 전체에 감돌았다. 수천 통의 굵직한 호박들이 층을 지어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자동 조절 시스템을 통해 잘 관리된 호박들은 겨울을 지나 초봄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단단하고 싱싱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노란색 늙은 호박은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해 ‘맷돌호박’이라고도 불리는데, 비타민과 식이섬유,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60대에 접어든 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의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1990년대 농업인들 사이에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무지하던 시절에 그는 이미 ‘참샘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이후 업종을 바꾸면서도 참샘골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0년 농촌진흥청에서 무료로 홈페이지를 개설해 준다는 공고가 떴을 때에도 가장 먼저 신청해 ‘농업인 1호 홈페이지’를 구축했다.“그때만 해도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인터넷 시대가 되고, 호박도 쇼핑몰을 통해 팔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든 후에도 1년이 훨씬 넘도록 단 한 건의 주문도 없었다. 그럼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주문 내역을 확인했다. 첫 주문이 들어온 것은 홈페이지 개설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조금씩 소문이 나고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다. 각 가정에 인터넷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쇼핑몰 매출도 폭증했다. “쇼핑몰에서 호박을 판매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고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게시판을 통해 고객들이 남긴 의견을 꼼꼼하게 읽고 소통했죠. 그 과정에서 다음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호박즙과 호박죽 등 호박 가공식품 생산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고객의 요청 때문이었다. 2002년 한 여고생이 ‘호박 달인 물이 여성 미용, 다이어트, 부기 제거에 효과적이라며 호박즙을 만들어 달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남겼다. ‘호박 미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호박즙이 대박을 내면서 2차 산업으로의 진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후 2005년 한서대 식품공학과와 산학협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로 ‘레토르트 고구마호박죽’을 개발했고, 2012년에는 임신부의 배 뭉침과 조산을 막아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호박손달인물 액상차’를 개발해 출시했다. 모두 고객들의 요청에 따른 제품 개발이었다. # 농원매출 6억 중 가공품 판매 85% 차지 지난해 참샘골 호박농원의 매출은 6억여원, 그중 85%가 호박 가공품 판매에서 거둔 수익이다. 이제 호박 농사보다 가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호박 저장 시설을 잘 구축해 놓은 덕에 연중 내내 호박 가공품을 일정하게 생산할 수 있다. “참샘골 가공식품이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인 호박이 맛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황토땅에서 서해안의 해풍을 맞고 자란 참샘골 호박은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계약 재배 중인 농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죠.” 모든 제품을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하는 참샘골 호박농원의 홈페이지 회원 수는 2만여명에 이른다. 연간 80~100t 규모의 호박이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쓰인다. 최 대표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어서 지역농민 여러 가구와 10만㎡ 규모로 재배 계약을 맺어 수매한 호박을 재료로 쓰고 있다. 참샘골 호박이 유명해지면서 인근 지역에서 호박을 재배하는 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최 대표에게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히려 “더 늘어서 맷돌호박이 서산을 대표하는 지역 명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맷돌호박하면 서산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명해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호박을 보고, 체험하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겠지요. 이 마을을 대한민국 최고의 호박 테마파크로 키우는 것이 제 꿈입니다.” # 호박체험관 운영… 마을주민과 수익 나눌 것 그동안 최 대표는 바쁜 와중에도 10년 전부터 일본을 오가며 3차 산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일본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현을 방문했을 때 소바(메밀국수) 만들기 체험을 하는 것을 보고 호박 따기 체험뿐 아니라 호박칼국수, 호박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3차 산업은 문화와 체험을 파는 일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앞으로 6차 산업의 시대가 올 거라는 최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갔다. 마을 주민들과 합심해 노력한 결과, 2008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았고 호박체험관을 지을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최 대표는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제1회 6차 산업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5000명 정도다. “체험관을 지으면서 3차 산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은 마을 사람들과 모두 나누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3차 산업 수익이 점점 더 커지겠지만, 그건 제 몫이 아니에요.” 향긋한 호박향이 가득한 농원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랴’라는 속담이 참으로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호박이 수박보다 못할 이유도, 호박이 수박이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호박은 호박 나름의 개성, 달콤한 맛과 향이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조서영 작가, ‘희망의 속삭임’ 개인전

    조서영 작가, ‘희망의 속삭임’ 개인전

    서양화가 조서영 작가의 2017년 첫 개인전이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 갤러리에서 열린다. 후쿠오카 한국미술전, 미얀마,스리랑카깃발전베트남 다낭 박물관 초대전, 중국 제남 현대아트페어등 해외 전시전과 롯데호텔 아트페어, 한.중.일 아트페어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조 작가는 이번 전시전에서 선물, 봄나들이, 희망의 속삭임등 20여점을 선보인다. 꽃 나비등을 통해 늘 작품에서 사물의 화려함과 섬세함을 보여준 조작가는 2017년 첫 전시전도 화려한 색 구성으로 ‘붉은 닭’ 그림 5점이 선을 보인다. 조 작자는 이번 전시전을 열면서 ‘희망의 속삭임’ 이란 타이틀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희망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작가는 국내 각종 미술대전에서 대상, 예술문화상, 환경부장관상, 국회의원상, 몽골대사상등 다양한 수상경력과 초대작가, 운영위원, 심사위원등 10여개 미술 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는 작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현지인처럼 살아 보는 ‘에어비앤비’ 부실 관리·범죄 노출 우려에 불안감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현지인처럼 살아 보는 ‘에어비앤비’ 부실 관리·범죄 노출 우려에 불안감

    지난 5일, 일본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 ‘후쿠오카에서 지인이 자살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있다. 도와 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사람은 “지인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일본 후쿠오카 근처의 집을 예약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현관에 어떤 사람이 목을 매달고 자살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에어비앤비로 일본 여행 숙소를 예약했다가 낭패를 본 여행객은 별 탈 없이 조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행객이 발견한 시신이 숙소 주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 사건은 ‘에어비앤비 괴담’으로 번지게 됐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용해 봤을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8월 미국에서 오픈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다. 자신의 집이나 방, 별장 등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임대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해 190여개국의 3만 4000여개 도시에서 60만여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으며, 2017년 새해 전야에는 전 세계 200만명의 여행객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로, 에어비앤비는 여행업계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력업체가 됐다.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다양하다. 숙박 제공자가 임의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다. 에어비앤비의 수익구조는 에어비앤비가 숙박 예약을 중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숙박 제공자와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가격 협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현지화’다. 작은 시골 동네부터 도시 뒷골목의 주택까지, 이용자에게 원하는 기간 동안 철저하게 현지인처럼 살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대도시 한가운데 있는 호텔만 이용해야 했던 과거의 여행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에어비앤비다. ●시신 목격부터 몰래카메라까지 하지만 ‘에어비앤비 괴담’ 사례에서 보듯,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내놓은 사람들은 소규모 사업자 또는 일반 개인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에어비앤비가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철저하게 숙박 제공자의 사진과 이용자의 후기에만 의존해 숙소를 골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피해 사례가 속출한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여행을 즐기던 영국인 커플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캘리포니아의 한 아파트 숙소에서 고성능 원격조종이 가능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이들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해 여행을 한 시기가 2년 전인 2013년이었는데, 몰카 사건을 바로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다른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자신도 같은 숙소에서 같은 일을 겪은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부정적인 영향은 이를 이용하는 개인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나타난 에어비앤비의 부작용 사례를 보도했다. 암스테르담시는 2014년 유럽에서 최초로 에어비앤비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암스테르담시 당국이 집 공유 확대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시 당국에 송금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객이 많아지는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드는 여행객이 많아지면 중개 수수료를 받는 에어비앤비도, 에어비앤비로부터 세금을 받는 암스테르담시 당국도 이익이었다. 문제는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던 원래의 거주자들이었다. 에어비앤비의 ‘활약’은 암스테르담에 뚜렷한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유도했다.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거주민들이 편안한 복장을 하고 수시로 들르던 동네 슈퍼마켓은 여행객을 위한 자전거 대여점으로 바뀌었다. 임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에어비앤비에 방을 내놓았다’는 집주인의 말에 쫓겨나야 했다. 에어비앤비 등이 유발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런던과 파리, 베를린과 리스본 등 유럽은 물론이고 몬트리올과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 대책 세워야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외국인 집주인이 항의 댓글을 남길까 봐, 혹은 에어비앤비로부터 댓글 삭제 조치를 받을까 봐 한국인만 해석할 수 있는 말로 적어 놓은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인종차별을 한다’, ‘화장실과 방이 엄청 낡았다’ 등 부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이다. 반면 외국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셰어하우스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의 ‘악의적인 후기와 별점’에 치를 떤다. 외국의 한 호스트는 “가이드라인에 보일러 켜는 법을 다 설명해 놓았는데, 사용자가 보일러를 켜지 않고 잤으면서 ‘추워서 잠을 못 잘 정도’라는 후기를 남겨 놓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에어비앤비의 순기능이 발현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는 신뢰다. 에어비앤비의 모토처럼, 사람(호스트)과 사람(게스트)이 이어지는 데 신뢰만큼 필요한 것이 또 있을까. 더불어 에어비앤비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을 완화시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에어비앤비와 호스트, 게스트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당신은 ‘에어비앤비’를 믿습니까?

    [송혜민의 월드why] 당신은 ‘에어비앤비’를 믿습니까?

    지난 5일, 일본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 ‘후쿠오카에서 지인이 자살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있다. 도와달라’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사람은 “지인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일본 후쿠오카 근처의 집을 예약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현관에 어떤 사람이 목을 매달고 자살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에어비앤비로 일본 여행 숙소를 예약했다가 낭패를 본 여행객은 별 탈 없이 조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행객이 발견한 시신이 숙소 주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이 사건은 ‘에어비앤비 괴담’으로 번지게 됐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용해 봤을 에어비앤비(Airbnb)는 2008년 8월 미국에서 오픈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다. 자신의 집이나 방, 별장 등 사람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임대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해 190여 개국의 3만 4000여개 도시에서 60만여 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으며, 2017년 새해 전야에는 전 세계 200만 명의 여행객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로, 에어비앤비는 여행업계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력업체가 됐다. 에어비앤비의 장점은 다양하다. 숙박 제공자가 임의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다. 에어비앤비의 수익구조는 에어비앤비가 숙박 예약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숙박 제공자와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가격 협상을 가능케 한다는 장점도 있다. 뭐니뭐니 해도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현지화’다. 작은 시골 동네부터 도시 뒷골목의 주택까지, 이용자에게 원하는 기간 동안 철저하게 현지인처럼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대도시 한 가운데 있는 호텔만 이용해야 했던 과거의 여행과는 완전히 차별화 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에어비앤비다. ◆시신 목격부터 몰래 카메라까지…에어비앤비의 그림자 하지만 ‘에어비앤비 괴담’ 사례에서 보듯,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내놓은 사람들은 소규모 사업자 또는 일반 개인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에어비앤비가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철저하게 숙박 제공자의 사진과 이용자의 후기에만 의존해 숙소를 골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피해 사례가 속출한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여행을 즐기던 영국인 커플이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캘리포니아의 한 아파트 숙소에서 고성능 원격 조종이 가능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고 밝혀 논란이 인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이들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해 여행을 한 시기가 2년 전인 2013년이었는데, 몰카 사건을 바로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다른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자신도 같은 숙소에서 같은 일을 겪은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부정적인 영향은 이를 이용하는 개인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나타난 에어비앤비의 부작용 사례를 보도했다. 암스테르담시는 2014년 유럽에서 최초로 에어비앤비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암스테르담시 당국이 집 공유 확대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시 당국에 송금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객이 많아지는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드는 여행객들이 많아지면 중개 수수료를 받는 에어비앤비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세금을 받는 암스테르담시 당국도 이익이었다. 문제는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던 원래의 거주자들이었다. 에어비앤비의 ‘활약’은 암스테르담에 뚜렷한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유도했다.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거주민들이 편안한 복장을 하고 수시로 들르던 동네 슈퍼마켓은 여행객들을 위한 자전거 대여점으로 바뀌었다. 임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에어비앤비에 방을 내놓았다’는 집주인의 말에 쫓겨나야 했다. 에어비앤비 등이 유발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런던과 파리, 베를린과 리스본 등 유럽은 물론이고 몬트리올과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순기능…관건은 ‘신뢰’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외국인 집주인이 항의 댓글을 남길까봐, 혹은 에어비앤비로부터 댓글 삭제 조치를 받을까봐 한국인만 해석할 수 있는 말로 적어놓은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인종차별을 한다, 화장실과 방이 엄청 낡았다 등 부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이다. 반면 외국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쉐어하우스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들의 ‘악의적인 후기와 별점’에 치를 떤다. 외국의 한 호스트는 “가이드라인에 보일러 켜는 법을 다 설명해 놓았는데, 사용자가 보일러를 켜지 않고 잤으면서 ‘추워서 잠을 못 잘 정도’라는 후기를 남겨 놓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갈등은 비단 한국인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어비앤비의 순기능이 발현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는 신뢰다. 에어비앤비의 모토처럼, 사람(호스트)과 사람(게스트)이 이어지는데 신뢰만큼 필요한 것이 또 있을까. 더불어 에어비앤비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을 완화시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에어비앤비와 호스트, 게스트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트럼프 시대] “한국, 한·미동맹 속 독자 행보 구사 ‘미들파워 외교’ 펼쳐라”

    [트럼프 시대] “한국, 한·미동맹 속 독자 행보 구사 ‘미들파워 외교’ 펼쳐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70년간 유지된 국제질서가 급격하게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23일 미국과 일본, 중국의 3국 전문가를 대상으로 가상좌담회를 개최해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전문가들도 각국의 입장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좌담회에 참가한 전문가는 스콧 슈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과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한반도문제 포럼주임)이다. 슈나이더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통상 압박이 있을 가능성을 전망했다. 반면 진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펼친 갈등이 1라운드였다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한반도와 대만을 고리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 2라운드를 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쿠조노 교수는 한·미 동맹 속에서 일정한 반경의 독자외교를 구사하는 ‘미들파워 외교’를 제안했다. →트럼프 취임식 및 이후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미국에 계속 의지해야 하나. -슈나이더 연구원:미국이 아시아에서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과 맺은 공약에서 후퇴할 것이라는 구체적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주의자’가 될지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미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추구하고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 결과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조가 심화되면 한국은 불편해질 것이고 외교정책에도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진 교수:미국 우선주의가 유아독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무역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면적인 무역 전쟁은 모두에게 출혈이 크며 중국 상품을 봉쇄하면 미국에 더 큰 혼란이 생긴다. -오쿠조노 교수:도발적인 북한과 거대한 중국 등을 상대하고 있는 한국에 현실적으로 한·미 동맹 없이 자체적인 안전보장은 쉽지 않다. 미국을 붙잡아 놓을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동맹 속에서 일정한 반경의 독자적 외교를 구사하는 ‘미들파워 외교’는 필요하다. 이슈에 따라 자기주장을 펴면서 자기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서 미국 변수도 있지만 한국 변수도 있다. 한국에 급진적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조의 흐름 자체도 달라지고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대미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미국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진 교수:미국은 70년 동안 한국의 제1협력국이었고 북한은 한국의 제1적대국이었다.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대결을 벌이는 한 한·미 관계는 한국의 대외관계에서 최우선순위다. 트럼프 취임으로 불확실성이 가미됐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슈나이더:한국을 주요 동맹으로 보는 미국의 기존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정부 초대 외교안보라인도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미 FTA 등 통상 이슈는 압박이 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한·미 관계는 어느 정도 한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본다. 한국은 트럼프로부터 떠날 수도 있고,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더욱 강한 동맹 파트너십을 만들 수도 있다. -오쿠조노 교수:한국은 한·미 동맹이란 틀을 국가안보 체제와 국가안전을 지키는 기본 축으로 삼고 있다. 국가 존속유지를 위한 기본 전제인 셈이다. 한국에 중국은 여러 입장에서 중요한 존재이지만 미국과 대등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미·중 사이에 균형외교란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한국은 거대한 중국의 흡입력과 압박을 대처하는 데 미국을 끌어들여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이 됐다. 지나친 의존으로 중국의 정치상황이 불안정해지거나 문제가 생길 때 한국이 받게 될 충격은 작지 않다. 중국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지나친 의존은 위험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오쿠조노 교수:기본적으로 강경 대응이 예상되지만 필요에 따라 극적인 타협도 불가능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미국 정치인과 다르다. 이념보다 이해관계를 중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흥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괄 타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북한을 보는 미국과 한·일 양국의 시각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유지, 존립을 국익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결정적일 때 북한의 숨통을 틔워 주면서 한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 핵, 미사일 문제를 공식적으로 용인할 수도 없다.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해 온 대만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을 가진 대만이다. 한·미의 문제는 북한이 이미 사실상 핵을 가져버렸다는 데 있다. 핵을 가진 북한과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사드를 둘러싸고 중국은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진 교수:6개월 정도는 서로 지켜볼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행동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다. 북한 역시 이제까지 상대한 미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 북한은 제일 힘든 상대를 만났다.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북·미 관계 개선은 한국부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안전 우려가 발단이다. ‘안전 대 안전’의 빅딜이 이뤄져야 한다. -슈나이더:북한이 도발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물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협상도 가능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멈추고 노선을 바꾸려는 의지를 보일 때만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유리하고 유연한 조건에서 미국과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트럼프 정부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는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다각도의 충돌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최근 한국에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무형의 보복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슈나이더: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은 균형이 맞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이 사드를 둘러싸고 한국과의 관계를 계속 악화시킨다면 결국 한국이 미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미국은 이후 중국과의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하나의 쟁점으로 만들어 다뤄야 할 것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방어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다. 중국의 역할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데려오고 북한이 중국의 국익을 위협하고 있으니 이를 멈추라고 설득하는 데 있다. -진 교수:중국은 사드를 단순한 군사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 전략 문제로 본다. 대중국 봉쇄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대신 해결하라고 하는데 중국은 자국 기업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제재에 나서고 있다. 대북 제재로 단둥 경제가 죽어간다는 말도 나온다.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 관계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최근 주장을 살펴보면 사드의 목적이 대북 방어가 아니라 중국 압박용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오쿠조노 교수:센카쿠 열도 문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본 길들이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반하는 경우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를 인정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자의적인 측면이 강한데 한국, 일본 등은 중국이 국제법과 국제관례를 지키도록 촉구하고 견제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도 결국 같은 맥락의 문제로 중국에 대한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 교수: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끊기 바라지만 중국은 1300㎞에 이르는 국경선을 맞댄 국가가 적대국으로 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북·중 70년 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북한을 괴멸시키라는 요구를 중국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 -오쿠조노 교수:일부 한국인은 중국이 마치 북한을 버리고 한국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때로는 중국을 믿었는데 배신당했다는 주장을 한다. 한국인의 착각이다. 중국 외교에서 한반도는 미국을 상대하는 대미 외교상의 가치를 지닌 카드다. 북한이 존재한다는 것, 한반도가 분단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은 중국에 국익이다. 북한이 불투명한 상황일수록, 한국은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된다. 북한리스크를 관리하고 제어하기 위해 한국은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 중국에 불투명한 북한이 있는 것은 한국을 다루고 한반도 정책을 펴는 데 유리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했는데 리더가 될 수 있나. -슈나이더:중국은 미국에 비해 리더다운 행동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말과 행동이 따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아직 중국은 멀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가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외교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긴장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 -진 교수:중국은 세계 지도국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럴 조건과 자격이 갖춰지지도 않았다. 트럼프가 실책한다 해도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자유무역과 안보는 다른 개념이다. 자국의 안보를 해치며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실제로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은 한국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동안 쌓아 왔던 전방위적 협력은 전방위적 대결 관계로 변할 것이다. 미국이 기어코 중국과 대결을 펼치려 하고 한·미 동맹이 그 역할을 한다면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차기 정부의 사드 재협상 가능성은. -진 교수:사드는 한국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최선은 사드 배치를 차기 정권으로 미루고 한·중 양국이 소통과 협상을 통해 적당한 해결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일부에서 야당 의원만 상대한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가 중국의 말을 들으려 한 적이 있는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상대방과 어떻게 대화를 하나. 사드를 미국이 주도하는 한 누가 집권해도 중국은 반대한다. 사드의 통제권이 미국에 있는 한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중국의 국력과 반비례한다. 국력이 약할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강할수록 중요성이 약화된다. →대일 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슈나이더:위안부 협의는 정상적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한 단계였다. 그러나 지금 그 합의는 흐트러지고 있다. 향후 어떤 합의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나는 위안부 합의와 그에 따른 후속 상황이 한동안 한·일 관계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 문제의 원칙을 유지하되 외교적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진 교수: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드 배치로 한·중이 소원해진 틈을 이용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는 등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미·일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란다. -오쿠조노 교수:아베 정부는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한·일 관계라는 양자 관계로뿐만 아니라 대중 관계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패권을 추구하는 거대한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새로 짜려고 하고 있다. 기존 질서를 존중하기보다 자신들에 의한 새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경제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안전보장상 위협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같은 가치관의 한·일이 손잡으면 중국이란 거대한 존재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중국을 국제 질서 안에서 건설적으로 끌어들여서 같이 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국제적인 시각, 거시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로 침략전쟁의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진 교수:위안부 문제는 한국에 살에 박힌 가시와 같다. 건드리면 계속 아프다. 가시를 뽑으려면 일본이 참다운 사죄를 해야 한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풀어 주지 못하는 한 위안부 문제 합의가 재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쿠조노 교수:2015년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지만 한국 내에서 위안부 합의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위안부 합의는 고노담화, 아시아 여성기금 등의 조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2015년 합의는 두 나라 정부가 합의한 것이다.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해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지층인 보수개헌 세력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국제법과 국제 관례에 따른 결정을 지켜 줬으면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안보적 이익과 역사·영토 갈등을 분리할 수 있나. -슈나이너: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더욱 진전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결국 역사 문제는 계속 남아 양국 관계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제약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군사정보 공유 등 안보적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북핵에 대한 공동 대응 강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쿠조노 교수:한·일 두 나라의 정책결정자와 정부 관계자는 양국 안보 협력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일 안보협력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한·일 안보협력의 수위와 성사 여부는 한국 국내 문제에 달려 있다. 일본은 언제든지 협력에 응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일본은 보고 있다.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 태도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역사인식 문제가 한·일 협력의 전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생각은. -슈나이더:우리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함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북한 문제도 한·미, 한·일,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 -오쿠조노 교수:한·미·일 3국은 기존 질서를 무시하며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부상이란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당장 발등의 불은 핵과 미사일을 쥐게 된 북한의 위협이다. 전에 비해 소형화되고 정밀화된 미사일과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은 한·미·일 3국의 공통된 위협이다. 당장 국가 안전보장상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북한은 불투명하고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든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일 3국 협력은 이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진 교수:동북아에 ‘작은 나토’ 즉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 구축되는 것은 중국엔 악몽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지정학적’ 군사동맹 관계가 약화되고 ‘지경학적’ 경제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 역사문제는 화약통과 같다. -슈나이더:북·중·러 3각 관계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중국과 북한의 안보관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약하다. 한·미·일 3국 협력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한 북·중·러 3국으로부터 심각한 반발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은 멈춘 지 오래됐지만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이 트럼프 시대에 양자로든 다자로든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스콧 슈나이더 미국 내 손꼽히는 동북아 및 한반도 전문가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겸 한·미정책 프로그램 국장이다. 북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CFR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아시아재단 서울지부 대표를 역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등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계 부인과 2녀를 두고 있으며 한국말에도 능숙하다. ▶오쿠조노 히데키 일본의 대표적인 소장파 동북아·한반도 전문가로 한반도 문제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함수 관계 속에서 분석해 왔다. 1964년 후쿠오카 출신으로 일본 방송협회(NHK) 기자, 아사히신문 기자 등 5년 가까이 국제 문제 및 동북아·한반도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한반도·동북아 문제로 특화돼 있는 시즈오카 현립대학 교수로 있다. ▶진징이(景一)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3년 지린성에서 태어난 진 교수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 지역연구소 객원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지금은 베이징대 교수 및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새달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 낸다

    다음달 1일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1단계로 오른다. 이에 따라 2월 1일 이후 발권 국제선 항공권에는 이동 거리에 비례해 항공사별로 책정된 유류할증료가 부과된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의 갤런당 평균값인 150센트를 기준으로 이하면 면제, 이상이면 단계별로 부과된다. 유류할증료는 장거리 항공편에 할증료가 더 붙는 ‘거리비례 구간제’ 방식으로 책정된다. 다음달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후쿠오카·홍콩·타이베이는 1200원, 하노이·괌·방콕은 2400원, 시드니·파리 7200원, 뉴욕·워싱턴은 8400원의 유류할증료를 각각 더 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선의 경우 1100원에서 2200원으로 유류할증료가 오르고 국제선은 도쿄·베이징은 1달러, 하노이·다낭·싱가포르는 3달러, 이스탄불·런던·로마·프랑크푸르트 등은 5달러의 유류할증료가 각각 붙는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금괴 운반 알바생들, 日 공항서 집단 도주

    금괴 운반 아르바이트를 하던 10~20대들이 금괴를 가지고 집단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19·무직)군 등 2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B(20·대학생)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금괴 2개씩 가지고 비행기에 탄 뒤 후쿠오카공항에서 내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 등은 일당 수십만원을 받기로 하고 금괴운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사이로, 총 10명 가운데 2명만 정상적으로 금괴를 상대에게 넘겨줬다. 경찰은 이들 2명의 죄는 묻지 않았다. 달아났던 8명 중 3명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금괴 운반책 인솔자에게 붙잡혔다. 문제는 나머지 5명. 금괴 1개당 약 5천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5억원의 거액이 중간에서 증발한 셈이었다. 홍콩에서 구매한 금괴를 일본에서 판매하려고 했던 금괴 주인은 이 소식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본이 사실상 1인당 금괴 2개까지는 반입을 허용하는 점을 이용해 세금을 아끼려 했다가 큰 낭패를 본 셈이다. 이들은 금괴 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의 추적 끝에 지난달 20일 한국에서 모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금괴 절도를 지시하고 물건을 인수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다케나카 헤이조 교수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여전히’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고, 이를 위한 규제 개혁과 국가전략특구의 과감한 활용을 역설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경제재정상·금융상 등 여러 각료 자리를 옮겨 가면서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각종 구조개혁을 완성시켰던 그를 지난 2일 도쿄 중심가 오테마치의 파소나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7년 새해는 어떤 한 해가 될까. -한국,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하이퍼 포퓰리즘’(초대중 영합주의)이 일어나고 있다. 흡사 거대한 지각의 단층선(fault line)이 사회를 단절시키는 듯한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6년 전 ‘단층선’이란 책에서 계층으로 단절된 사회에서 불만세력들이 과도한 요구를 쏟아내고,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난무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격차, ‘갈라진 단층’들 안에서 국민 불만이 여러 형태로 폭발했다. 영국에선 브렉시트로, 미국에서는 예상 밖의 지도자 선출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의 격한 반발도 이와 관련이 없지 않을 듯하다. 올해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주요 선거들이 예정돼 있다. 선거를 통해 이런 현상이 고조될지, 완화될지,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민족주의 고조는 장기적인 경제 이익을 저해한다. →갈등과 불확실한 요소들이 어느 때보다 돌출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미·중 갈등 등) 아·태지역의 평화질서 구축 여부 등이 대표적인 불확실 요소다. 1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간다. 그 직후 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두 사람이 각각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무게를 지닌다.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중국의 상황과 대응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이 구체화된 것은 아직 적다. 향후 행보를 봐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국제경제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거시경제적으로는 앞으로 진행될 상황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이었던 ‘레이거노믹스’의 초기 단계와 비슷해질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는 재정 확대와 금융 긴축을 조합으로 한 정책이었다. 당시 재정과 무역수지 양쪽의 ‘쌍둥이 적자’ 발생으로 금리가 뛰고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엔화와 원화가 약세가 되고, 주가는 오를 것이다. 2017년은 일본경제도, 세계경제도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당시에도 적자가 크게 늘자, 미국은 1985년 일본을 압박해 엔화 가치를 올린 플라자합의를 맺었다. 당시 4년 만에 조정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1~2년 안에 (엔화·원화 가치를 높이려는) 조정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조정 국면이 한국, 일본 경제에 충격을 주진 않을까. -조정 국면이 닥치면 통화 가치가 오르고, 수출기업에 부담을 주게 돼 관련주가가 내려가게 된다.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재정, 금융 모두 확대정책으로 가게 된다. 1985년 당시 일본도 이런 정책을 쓰다 결국 버블에 빠졌다. 버블은 세계 어느 곳에선가 진행돼 왔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버블, 1997년 한국 등이 포함된 아·태지역 버블, 2001년 IT 버블, 그 뒤 미국 부동산 버블 및 이로 인한 2008년 리먼 쇼크 등…. 신흥국들에서 버블에 가까운 상황이 생겼다. 인도, 중국 등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브라질, 러시아는 벌써 왔는지 모른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중국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6% 경제성장을 지속 중인 중국의 성장률이 2030년 2.8%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성장은 모순을 감춘다”는 말이 있는데,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 소득격차, 부패, 정치 불안정 등 여러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사회 불안정 가능성도 있다. 성장이 지속될 때의 버블은 견딜 수 있지만 성장률이 떨어지면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높아진 자산가격 및 대차대조표 조정 등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도 일본의 지난 20년의 저성장 상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혁신이 필요하다. 명확한 법의 지배, 창의적인 인재 및 교육제도, 자유 등이 불가결하다. 자유가 없으면 혁신은 없다. 한국에 시급한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정상화다. 안정성이 떨어지면 미래 예측가능성도 낮아져 경제도 정체한다. 국가가 사회에 어떤 정책과 행동을 취하려는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 기업 문제와 관련, 한국은 과거 재벌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 왔는데 이제는 공정한 정책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결국 공정 경쟁 정착 문제다. 독과점 규제도 필요하고, 경쟁 정책과 공정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공공 개혁의 권위자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구조개혁 조치들이 필요한가. 한국 정부의 공공 구조개혁 국제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한국에 필요한 공공·구조개혁은 무엇인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부문이 비대하다고 판단, 내가 우정민영화담당대신으로서 민영화를 이뤄낸 것에 관심을 보였다. 인구가 주는 상황에서 물류사업인 우정을 글로벌화시키려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국영기업으로는 불가능했다. 성장 여력이 큰 아시아물류사업의 매력도 컸다. 독일의 도이치포스트는 유럽연합(EU) 전체를 보고 민영화를 단행했고, DHL을 매수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축은 늘고 투자는 둔화 추세다. ‘자연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추계도 나왔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투자 기회가 줄고 있다”면서 “방치할 경우 장기 침체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리고, 각 분야의 규제개혁을 단행해 투자 기회를 늘려야 한다. 규제개혁으로 민간 투자와 공항시설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일본)국가전략특구의 제안자로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도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위한 많은 전략을 조언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민간투자설비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라는 제안은 국가전략 특구를 만들어 실행되고 있다. 규제개혁에는 반대 세력이 많아 특구를 만들어 우선 그 안에서 규제 개혁을 시작해 보려는 시도다. 도쿄권·오사카권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공공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프라의 ‘컨세션’(concession)제도의 도입이다. 국가가 도로, 항만, 공항 등 주요 인프라의 소유권을 갖되, 운영권은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센다이 공항, 간사이 공항 등이 이 방식을 취했다. 후쿠오카공항, 홋카이도 지토세 공항 등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현금이 도는 인프라 운영권 이용은 활용도가 높다.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조치들이 또 필요한가. -일본의 경우 산업과 기업의 신진대사를 높여야 한다. 창업률, 개업률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기업 폐쇄율도 마찬가지이다. 신진대사를 높이려면 기업 거버넌스를 강화해 경영 효율화를 높여야 한다.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업거버넌스 코드를 만들어 이에 따라 사외이사를 늘리기 시작했다. 수익성 없는 사업에서는 손을 떼게 하고,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자는 그만두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의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종신·연공서열이 일본의 표준방식이 돼 있는데, 이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 여러 형태의 노동과 근무형태를 수용하고 가능케 해야 한다. →노동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늘고 직업의 질은 떨어져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올해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 안에서 비정규직의 급여와 대우를 높이는 방안도 들어 있다. 입법을 추진 중인 ‘동일(同一)노동 동일임금’도 이를 위해서다. 올 3월쯤 정부 가이드라인이 완성되고, 관련 법안은 연내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임금 부담이 큰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임금 하향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노조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 증가 추세인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르고, 대우가 나아져야 소비도 살고 경제도 활성화된다. 다양한 노동형태를 수용해야 한다. 한국도 더 노력해야 한다. 해고의 규범, 룰도 분명해져야 한다. 일본은 쉽게 해고할 수 없게 하는 도쿄고법의 1979년 판결 등 판례에 따라 이를 결정해 왔다. 해고 시 금전 보전 등이 확립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해고할 때 금전 보상 제도가 없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지난해 대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져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가계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 근본 이유였다. 소득을 늘리려면 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늘어난 부분이 정부 세금으로 흡수됐다. 지난 3년 동안 국민들의 국내총생산(GDP)은 30조엔이 늘었지만, 그 가운데 70%가 세금으로 흡수됐다. 국민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대규모 추경을 통해 이를 다시 가계와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이하게 세금을 늘려서는 안 된다. 증세 없이 가능하냐는 반문도 있지만, 재정 건전화 방안을 모색하면 된다. 일본은 매우 큰 사회보장 예산을 쓰고 있다. 나도 올해부터 연금을 받게 됐다. 게이단련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도 그렇다고 한다. 대기업 사장 등 연금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돈 등 절약할 부분이 많이 있다.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더 올려야 한다. 지금 제도는 1960년 일본인의 평균수명이 66세일 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남성 81세, 여성 87.4세가 평균수명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노동형태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활성화되고, 연금재정 수요도 준다. 사회보장비용을 합리적으로 절감해 양육 지원, 보육원 대기아동 해소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재정을 더 써야 한다. 사회보장개혁으로 얻은 여유 재정을 인프라에 더 투자할 수도 있다. →일본 사회의 당면 과제에 어떤 해법이 있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과 GDP의 200%를 넘어선 정부부채 해결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방향성은 분명하다. 사회보장 개혁을 통한 예산 절감, 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컨세션과 특구를 활용한 규제개혁의 활성화 등이다. 도쿄에서는 20개 이상의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5~7년 정도가 걸리던 대형도시개발 심의를 특구에서는 20개월 만에 해결했다. 기초의학 연구, 의료관광 등 글로벌화를 겨냥해 38년 만에 신규 의대도 세우게 됐다. 나리타 공항 부근 특구에 산노병원의 의과대학이 들어선다(의사협회의 반대로 신규 의대를 세우지 못해 왔다). 공동조합들의 더 자유로운 경쟁 등 농업개혁도 필요하다. 3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도 일본에는 커다란 정비와 개혁의 기회다. 이를 잘 활용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자동운전, 로봇을 활용한 건설 등을 한 단계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1965년 도쿄올림픽 개막 9일 전에 도카이도 신간센이 개통됐고, 도쿄를 대표하는 뉴오타니호텔, 프린스호텔 등이 세워졌다. 오쿠라호텔도 개막 2년 전에는 문을 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란 계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활성화를 지적했는데. -자동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그리고 우버와 에어비엔비 같은 공유경제활동 등 5가지 요소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일본은 AI와 자율주행 기술은 있지만 ‘차는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법규 탓에 공공도로에서 이를 실험할 수 없다. 영국이 핀테크를 위해 만들고, 싱가포르가 도입한 샌드박스(모래상자)형 특구를 활용하면 된다. 자율주행을 위해 올해 중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빅데이터 등의 활발한 활용을 위해서도 개인정보보호 등을 해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아마존, 구글 등을 앞세운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럽의 에스토니아와 같은 작은 나라의 성취도 연구 대상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다케나카 헤이조 도요대 교수는 고이즈미 前총리의 ‘경제 선생’… 구조 개혁 불도저처럼 밀어붙어 게이오대 교수로 있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에서 주요 각료를 지내며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핵심 개혁을 추진·성사시켰다. ‘총리의 가정교사’, ‘구조개혁의 사령탑’ 등으로 불리며 2001년 4월 고이즈미 1차내각에 경제재정상으로 입각해 2006년 9월 3차 내각까지 5년 6개월 동안 금융상·총무상 등을 맡으며 총리와 임기를 함께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서 공공 개혁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각료 퇴임 후에도 각종 자문을 하며 일본정부의 개혁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베 신조 정부의 산업 경쟁력회의,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 미래투자회의 등의 위원으로 왕성한 자문 활동을 펴고 있다. 2016년 게이오대 퇴임(명예교수) 후, 도요대 글로벌·이노베이션학 연구센터 소장 겸 교수로 있다. 2009년부터 파소나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대변동과 일본 부활: 2020년 대전환 플랜’(고단샤)을 비롯해 40여권의 저서를 통해 일본경제의 혁신 및 재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51년 와카야마현 출생 ▲히토쓰바시대 졸업 ▲오사카대 박사 ▲일본개발은행 근무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실 주임연구관 ▲ 하버드대 객원교수 ▲컬럼비아대 일본경영연구센터 연구원 ▲도쿄재단 이사장 등 역임
  • [하프타임]

    이상화 월드컵 포기… 선수권 준비 ‘빙속 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가 2016~17시즌 두 차례 남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출전을 포기하고 내년 2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집중한다. 이상화의 매니지먼트사인 브리온 컴퍼니 관계자는 19일 “이상화가 이번 시즌 월드컵 5~6차 대회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상화는 이번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 500m 종목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만 따내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상화는 무릎 보호 차원에서 월드컵 시리즈에서 무리하지 않고 몸을 만든 뒤 내년 2월 9~12일 강릉에서 열리는 2017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강원 ‘런던 동메달 주역’ 이범영 영입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으로 승격한 강원FC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의 주역 이범영(27)을 영입했다. 강원은 19일 “이범영과 3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범영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다 올해 일본 J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로 이적했다. 이범영은 런던올림픽 8강 승부차기에서 영국 단일팀 대니얼 스터리지의 슈팅을 막는 등 동메달 획득에 큰 공을 세웠다.
  • 서울시의회 우창윤의원, 9~11일 日 나고야 유니버설 국제컨퍼런스 참가

    서울시의회 우창윤의원, 9~11일 日 나고야 유니버설 국제컨퍼런스 참가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12월 9일~11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제6회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컨퍼런스에 참가한다(사진). 3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한 공유가치 창조’이며 관광, 산업진흥, 긴급상황에서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중심으로 세미나, 워크샵, 박람회, 유니버설디자인 마라톤이 동시에 진행된다. 장애인당사자, 서울시 유관부처 공무원, SH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메트로,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의료원 등 참가자 45명으로 구성된 한국 참가단은 특히 공공기관의 참여가 많은 점이 눈에 띈다. 우창윤의원은 ‘일본의 아베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유니버설디자인이 산업전반에 접목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실제 일본의 경제성장 및 사회적 인식 확산에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우창윤의원은 ‘유니버설디자인이 반영된 품격 있는 도시, 서울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시가 이번 컨퍼런스에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참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지원했다’며 서울시의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이번 연수 참가를 통해 참가자들의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성이 강화되어 국내 상황에 적합한 정책 마련 및 추진에 큰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니버설디자인 국제컨퍼런스는 2년에 한 번씩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2012년 후쿠오카, 2014년 도쿄에 이어 올 해는 중부지역의 중심지인 나고야에서 열린다.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 학생, 유관기관 관계자, 이용자들이 모이는 이번 행사에는 주최 측 예상 30여개 국가 약 15,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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