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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시진핑 새달 첫 회담… 北核 해법 나오나

    오바마·시진핑 새달 첫 회담… 北核 해법 나오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의 5세대 지도부 출범 이후 주요 2개국(G2)인 미·중 정상이 회동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달 7~8일 시 주석과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 있는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만날 예정”이라면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오는 26~28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21일 시 주석이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트리니다드 토바고,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 중남미 3국을 국빈방문한 뒤 미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시기와 장소 두 가지 측면에서 특이하다. 우선 두 정상이 오는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날 것으로 예상돼 왔다는 점에서 보면 회담 시기가 3개월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미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조사 논란 등으로 처한 정치적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 외교적 ‘빅 이벤트’를 급하게 마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집권 2기에 약해지는 국내정치적 파워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곤 했다”고 보도했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취임 후 2년 만에 미국을 처음 방문한 데 반해 시 주석은 취임 후 3개월 만의 방미라는 점도 이번 정상회담이 ‘번개 만남’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는 대목이다. 시 주석이 중남미 3국을 방문한 뒤 귀국 길에 미국을 들르는 것도 일정이 급하게 추가된 느낌을 준다. 정상회담 장소도 ‘오바마 스타일’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자들에 비해 실무적인 백악관 정상회담을 선호해왔고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도 별로 활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서부의 캠프 데이비드’로 불리는 서니랜즈를 회담 장소로 택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서니랜즈는 언론재벌로 주영 대사를 지낸 고(故) 월터 아넨버그가 만든 휴양지다. 11개의 인공호수와 9홀 골프장 등 위락시설을 갖춘 이 곳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대통령 등이 휴가를 즐겼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매년 새해를 이 곳에서 보냈다.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1990년 이 곳에서 가이후 도시키 일본 총리에게 국빈만찬을 대접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곳에서 휴가를 즐겼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같은 고급 휴양지를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 장소로 택한 것은 격식을 벗어나 인간적인 친밀감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정상이 ‘노 타이’는 물론 반바지 차림으로 함께 망중한을 보내는 그림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핵과 이란핵, 시리아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파격적 대접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그외에도 사이버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많은 민감한 의제가 놓여 있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를 마냥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 족벌인사 보도금지령… 왜

    중국 당국이 당·정·군 후손들에 대한 초고속 승진 인사를 기사화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미국에 서버를 둔 뉴스 포털 둬웨이에 따르면 당 중앙선전부가 관영 신화통신 등 언론 기관은 물론 전체 포털 업계에 족벌인사 보도 금지령을 하달했다. 이는 최근 중국 내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데다 지방 하급관리들의 ‘관직 대물림’ 사건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 주석이 지난 14일 톈진(天津)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대학생들과 만나 “고생스럽지만 용기를 내어 지방이나 기층에서 한 걸음씩 성실하게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당일 우레이(吳磊·36) 전 산업정보화규획사(司) 부사장이 상하이시 경제·정보위원회 주임으로 승진한 사실이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포털을 포함한 전 인터넷 매체에서 일괄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우레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정부 당시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아들이라고 둬웨이는 전했다. 앞서 이달 초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일한 손자 덩줘디(鄧卓棣·28)가 광시(廣西)좡족(壯族)자치구에서 부현장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하고, 혁명원로 예젠잉(葉劍英) 전 국가부주석의 증손자 예중하오(葉仲豪·30)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 제17대 대표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로켓 발탁’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둬웨이는 최근 발탁·승진한 18명의 젊은 공직자 가운데 11명이 현직 공무원의 자제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글로벌 기업의 후진적 안전사고 민망하다

    올 들어 대기업 공장에서 인명 피해를 수반한 안전사고가 유난히 잦다. 엊그제 새벽엔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기용광로(전로)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근로자 5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현재로선 아르곤 가스로 인한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근로자들이 산소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든, 작업을 감독하는 현대제철 직원이 현장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전로 시운전용 아르곤 가스를 주입했든 안전 불감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인 안전사항을 소홀히 해서 저개발국에서처럼 인명 피해를 냈다면 글로벌 기업이라는 간판이 민망하지 않은가. 현대제철에서는 지난해 9월 이후 이번까지 8차례 사고로 근로자 10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는지를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것이다. 현대제철도 자체적으로 사고의 빈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사고 원인이 안전 불감증이라면 관리감독 강화와 안전의식 제고로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무리한 작업 일정과 강행 방식이 문제라면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특히 사고가 현대제철 공장에서 발생한 만큼 협력업체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공동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민주노총도 장례식 등 사고 수습을 구실로 과도한 개입을 삼가길 바란다. 올해 대기업에서 잊을 만하면 안전사고가 터졌다. 삼성전자에서 두 차례 불산 누출 사고가 터진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의 염소가스 누출, 포스코 공장 폭발화재, LG실트론 구미2공장 불산 누출 등이 이어졌다. 모두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해서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는 안전사고로 한 해에 근로자가 2000명 넘게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부상 등 산업재해자는 연간 9만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 아무리 세계 일류기업이라 해도 안전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예방과 대응 등은 저개발국 기업과 뭔가 달라야 한다. 경영을 잘해 이익을 아무리 많이 낸들 기본 안전을 등한시해 인명 사고를 내면 그게 바로 후진적 기업이다.
  • 윤창중 대변인 경질 파문에 네티즌 성토 “비행기서 라면은 안 먹었나”

    윤창중 대변인 경질 파문에 네티즌 성토 “비행기서 라면은 안 먹었나”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혐의를 받고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급거 귀국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부끄럽다는 반응과 함께 사건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식이 알려진 10일 트위터에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성토가 들끓었다. 트위터 이용자 pato****는 “어느 후진국에서도 상상불가능한 나라 망신”이라고 비판했고, dksc****는 “믿기지 않는 사건이다. 부끄럽다”고 했다.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윤창중 같은 수준 미달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앉히는 안목과 검증 시스템, 둘 다 문제”라고 비판했고, goob****는 “그런 사람을 중책에 앉히는 건 사람 보는 눈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윤창중 사건을 두 마디로 표현하면 性와대의 방미性과”라고 꼬집었다. 윤 전 대변인이 현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서둘러 귀국한 데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윤창중은 한국으로 도망친 꼴. 경찰에 넘겨야 그마나 국격이 지켜지지 않나”, “한국에서 외교 업무 중인 미국 고위 공무원이 한국인 성추행하다 걸렸는데 미국으로 도주하면 난리났을 것”이라는 의견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번 사건과 ‘라면 상무’ 파문을 연결 지은 반응도 눈에 띄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비행기에서 승무원한테 라면 끓여달라고 진상 피우진 않았기를”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대변인은 미국 워싱턴 댈러스공항에서 400여만원에 달하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티켓을 발권받아 지난 9일(한국시간) 오후 4시 5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 네티즌은 “미국으로 도망친 주한미군 범죄자와 한국으로 도망 온 윤창중을 교환해 한미동맹을 강화하자”라며 윤 대변인의 귀국을 비판했다. 그 밖에도 “윤창중 경질로 일자리 하나 만들었으니 창조경제”, “이런 멍청한 대변인을 경질한 것이야말로 방미 최대 성과”라는 의견도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의 블로그 방명록에도 네티즌들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 [사설] 북, 중국의 계좌 폐쇄 의미 엄중히 새겨야

    중국의 외환거래 은행인 중국은행(BOC)이 그제 북한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관련 계좌를 폐쇄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마카오 지점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적이 있으나, 이번엔 아예 계좌를 폐쇄하고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사뭇 다르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달러 창구다. 북한의 대외거래 자금 대부분을 취급한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거래와 관련된 자금과 김정은의 통치자금도 이를 통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외거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웃도는 점까지 감안하면 BOC의 계좌 폐쇄가 안겨줄 북한의 체감 고통과 충격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OC의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의 중국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087호와 2094호를 단순 지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대북 제재를 몸소 실천하고 나섬으로써 북에 전례 없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특히 조선무역은행은 유엔이 아니라 미국이 지정한 제재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적극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물론 BOC의 이번 조치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감도 있다. 미국의 강력한 설득에 따라 마지못해 취한 상징적 제재이며, 따라서 좀 더 중국 당국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자금통로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 이후 상당부분 분산된 터라 이번 계좌 폐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한을 감싸고 도는 데만 급급했던 후진타오 주석 체제의 중국과 비교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그제 워싱턴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메시지, 그리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시그널을 유의해서 보기 바란다. 도발 위협에는 더 이상 보상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변국들의 일치된 경고를 허투루 보지 말아야 한다. 혹여라도 중국의 속내를 시험해 볼 요량으로 국지 도발을 자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 경제는 핵과 미사일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만이 살릴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고언을 부디 귀담아듣기 바란다.
  • [韓·美 정상회담] 52년이 빚은 차이

    중국의 국가 지도자들은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NPC)에서 연설을 한 전례가 없다. 베테랑 기자들의 모임인 NPC에서 쏟아질 공격적인 질문 공세에 시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런 자리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처했다. 1961년 11월 첫 미국 방문에서다. 43세 때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실내에서도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사람을 대하던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 미리 준비한 원고를 잘못 읽어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두 차례나 해야 할만큼 긴장했다. 그럼에도 그는 ‘후진국의 군사 정변’에 우호적일 리 없는 미국 기자들에게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길은 그 당시 NPC에 서는 것 말고는 없었다. 52년 뒤 그의 딸은 굳이 그런 자리를 통해 알려야 할 필요가 없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워싱턴을 찾았다. 미국 공중파TV CBS가 찾아와 인터뷰를 하며 한국 대통령의 입국을 전국에 알리고, 상·하원에서 동시 연설을 할 만큼의 위상을 갖게 됐다. CBS방송은 6일(현지시간) ‘이브닝 뉴스’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방미 사실과 인터뷰 내용을 리포트 형식으로 보도하면서 “박 대통령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고 소개했다. 아버지는 외국의 민항기와 군용기를 번갈아 타며 네 번의 기착 끝에 워싱턴에 입성했지만 딸은 전용기 편으로 13시간30분 만에 뉴욕에 도착했다.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파병을 제안하면서 차관을 제공해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을 차갑게 거절했다. 딸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회장들을 이끌고 미국을 찾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사절단에 삼성·LG 등 재계 거물이 포함된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보잉사 등 7개 미국 기업들은 3억 8000만 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악수했다. 이 자리에서 “유엔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 성장한 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십수명의 한국직원들과 사진도 찍었다. 미국에는 별도로 6·25 참전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열린세상] 숫자놀음에 빠진 우리 교육/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숫자놀음에 빠진 우리 교육/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몇 차례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미국 교육이 배워야 한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느닷없이 미국 대통령의 칭찬 대상이 된 한국 교육은 어리둥절했다. 저간의 사정은 이러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호놀룰루시에 소재한 명문 사립 푸나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와이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한국계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녀들을 이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청년 오바마는 자기보다 성적이 좋고 더 좋은 대학을 간 한국계 친구들을 사귀며 한국인 부모들의 교육열에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오바마의 한국 교육 칭찬은 미국의 교육제도 내에서 한국인의 교육열에 관한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은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할 만큼 커다란 교육자산이고 경쟁력이다. 문제는 그 좋은, 불타는 교육열은 후진적인 교육 제도와 문화의 틀에 갇혀서 부모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어처구니없는 교육 제도와 현실을 조금만 이야기해 주면 오바마 대통령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것이다. 의대를 지망하던 아들이 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과목에서 한두 문제 더 틀려 재수를 하게 됐다는, 친구가 전해주는 처절하다 못해 한심한 이야기다. “수능에서 수학 문제 만점을 맞아야 서울에 있는 의대에 가고, 한 개 틀리면 수도권 의대, 하나 더 틀리면 지방에 있는 의대, 또 하나 더 틀리면 서울공대에 가는 식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도박이고, 퀴즈쇼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교육현실에서 신경쇠약, 우울증,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고 견뎌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미국 명문 대학들은 미국의 수능인 SAT 2400점 만점에 2200점 정도를 넘으면 수학능력이 있다고 보고 과외활동, 작문, 교사 추천서 등을 평가해 선발한다. 국내에서 SAT 만점을 맞고도 미국 대학 낙방이 뉴스가 되는 것은 우리의 교육 문화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적 이외에 고교 때 발휘된 리더십으로 명문 하버드 대학에, 그것도 다른 대학을 거쳐 편입을 통해 입학했다. 국내 대학들도 요즘 랭킹 숫자 놀음에 빠져 꼴이 말이 아니다. 교육 대신 취업률만 따지고 있고, 연구 대신 논문 숫자만 세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교수들의 논문 수 늘리기를 위한 이상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름이 있는 대학은 교수를 뽑을 때 영어 논문 수가 많은 이를 뽑는다. 기존 교수들의 떨어진 논문 생산력을 벌충하기 위해 사실상 신임교원이 쓴 논문 수를 사고 있는 것이다. ‘논문용병 교수’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1년에 영어논문 3편을 써주는 대가로 연봉을 책정하고 더 쓰면 보너스를 받고 덜 쓰면 삭감당하는 식이다. 어떤 대학에서는 논문 숫자가 많이 나오는 분야로 알려진 학과의 신설을 추진해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이 마치 논문공장이 되어가는 꼴이다. 양의 축적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변증법처럼 논문 수가 많으면 저절로 훌륭한 연구가 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와 학문의 세계는 양과 질이 반드시 일치하는 곳이 아니다. 거칠게 얘기해서 현재 공장 체제에서 생산되는 논문의 95% 이상은 10년 뒤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대학에서 논문 편수가 많은 교수는 대우를 잘 받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좋은 연구로 존경받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서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논문을 찍어내기에 바쁜 것이다. 학문의 전당이 논문 공장으로 변해버린 풍경이다. 요즘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는 신문사의 대학랭킹 장사에서 비롯됐다. 신문은 알량한 대학광고를 더 따내기 위해 대학평가를 자처하면서 대학들을 포로로 만들었다. 평가기준의 문제점을 모두 알고 있지만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인 대학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학의 개혁과 국제적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이런 체제는 아니다. 우리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 많은 언론에 묻지 말고 차라리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자.
  • 쌍용차 ‘체어맨 W서밋’ 시승기

    쌍용차 ‘체어맨 W서밋’ 시승기

    ‘지상의 퍼스트 클래스’를 추구하는 체어맨 W서밋을 만났다. 쌍용자동차가 지난달 초 서울모터쇼에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로, 체어맨 W를 한 단계 고급스럽게 만든 차이다. 디자인은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심장 격인 엔진은 306마력의 벤츠 V8 5.0ℓ 엔진이 장착됐다. 변속기는 최초로 완전 내장형 변속기 제어 장치(TCU)를 적용한 벤츠 7단 자동변속기(전진 7단, 후진 2단 변속)를 탑재됐다. 운전석에 앉자 육중한 크기와 고급스러움에 압도된다. 백미러에 비친 운전자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지경이다. ‘역시 이런 차는 뒷좌석에 앉아야 제맛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동을 걸자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가속 페달을 밟자 차체가 묵직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300마력이 넘는 벤츠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적당히 절제된 느낌이다. 속도계가 150㎞를 이미 넘어섰지만 느낌은 출발할 때와 비슷했다. 육중한 차체가 낮게 깔리면서 차 안에서는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뒷좌석에 앉아도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다양한 편의장치가 가득했다. 특히 서밋은 뒷좌석을 두 명만을 위한 독립공간으로 꾸몄다. 그래서 다른 플래그십 세단과는 다르게 비행기 1등석에 탄 느낌이었다. 스코틀랜드 보사의 최고급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가 푹신함으로 온몸을 감싼다. 거실 소파의 편안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트를 뒤로 살짝 젖히니 바로 잠에 빠져 버릴 정도였다. 또 17개의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은 오페라 하우스의 중간에 앉아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역시 벤츠 등 최고급 차량이 ‘하만카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고집하는 이유가 느껴진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서울시내 구간과 80㎞ 이상 달리는 올림픽도로에서 30여분간 종이에 글씨를 써보았다. 회전 구간을 빼고는 글씨를 쓰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물론 책을 읽는 것도 불편함이 없다. 역시 선택받은 CEO들만 탈 수 있다는 명차였다. 그러나 가격은 서울 외곽의 웬만한 소형 아파트 전셋값인 8350만~1억 1464만원.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어린이 통학차량 위법 3회 땐 시설 인가·등록 취소

    어린이 통학차량 관련 위법 사항이 세 번 이상 적발되면 해당 차량을 운영하는 시설의 인가·등록을 취소하는 ‘삼진아웃제’가 도입된다. 또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며, 미신고 차량을 운행하면 시설 운영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정부는 3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어린이 통학차량 안정강화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어린이 통학차량 현황에 대한 지난해 정부 조사결과 통학차량 6만 5000여대 가운데 관할 경찰서에 신고된 차량은 3만 4000대(52.6%)에 그쳤다. 신고 실적이 저조한 것은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서 통학차량의 신고를 의무화했으나, 학원이나 체육시설은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을 개정,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해 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다만 영세한 학원·체육시설의 경우 법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보호자 동승 의무를 일부 완화한다. 통학차량의 안전기준과 안전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좌우 광각 실외 후사경, 후진 경보음, 후방 카메라 등 후방감지 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3만원에서 50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정부는 6월 말까지 시설 소관 부처별로 어린이 통학차량의 운행실태를 전수조사해 통학차량 관련 정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학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부처별로 수립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관련 계획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위원장을 맡고 관련 부처 실·국장으로 구성된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中 후진타오 서열 장쩌민 이어 ‘9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전 국가주석이 퇴임 후 처음으로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그의 의전서열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 7인과 전임자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에 이은 9위로 나타났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전날 열린 전 정치국원 니즈푸(倪志福)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거나 조의를 전한 전·현직 지도부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모두 거명한 뒤 장 전 주석과 후 전 주석을 차례로 호명했다고 3일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시진핑 反부패 전쟁에 ‘된서리’… 베이징 명품백화점 가보니

    [주말 인사이드] 시진핑 反부패 전쟁에 ‘된서리’… 베이징 명품백화점 가보니

    “핸드백 시장의 ‘큰손’들이 발길을 뚝 끊었어요.” 18일 중국 베이징 다왕루(大望路)에 위치한 최대 명품 백화점 신광톈디(新光天地). 1층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입점한 구찌 매장은 같은 브랜드 점포 중 중국 내 최대 매출을 자랑한다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한가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곳에 입점한 다른 명품 매장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명품 브랜드의 판매사원 리샤톈(李夏天·가명)은 “올 들어 핸드백 ‘큰손’들이 사라지면서 일류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그가 말하는 ‘큰 손’이란 한쪽 벽에 진열된 핸드백 제품 수십 개를 통째로 ‘싹쓸이’하는 통 큰 손님들을 말한다. 십중팔구 ‘뇌물성 선물’ 용도로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꼼꼼히 살피지도 않고 선뜻 대량 구매에 나서는 만큼 업체 입장에선 그야말로 최고의 ‘봉’이었는데 자취를 감춘 것이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매장의 매니저는 최근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로 나이 많은 남자들의 팔짱을 끼고 쇼핑 오는 얼나이(二?·첩)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이 국산 브랜드 제품을 입고 사용한다고 전해지면서 유럽 명품 배척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면서 “얼나이 고객이 줄어든 것은 관료들의 몸조심과 같은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명품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즐거운 비명을 내지르던 명품 브랜드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의 중국 명품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던 중국 명품 시장 매출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7% 증가에 그쳤다. 2006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이다. 중국 내 명품 매출의 25% 정도가 ‘뇌물성 선물’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돼 왔는데 권력교체가 한창이던 지난해부터 반부패 사정 행보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타격을 입은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에서 명품 브랜드들은 공직자들의 부패, 부유층의 도덕불감증 등을 기반으로 그동안 비정상적인 팽창을 구가해 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 연구원 소비경제연구부 자오핑(趙萍) 부주임은 “시 주석이 과소비 풍조를 엄격히 단속하고 정부의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한 데다 네티즌들의 감시·고발이 더해지면서 공금으로 명품을 구매하던 관례나 명품을 걸치고 다니는 공직자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시계 오빠’(표거·表哥)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산시(陝西)성 양다차이(楊達才) 안전생산감독관리국장이 롤렉스 등 자신의 급여로는 도저히 구입할 수 없는 명품 시계 여러 개를 바꿔 찬 모습이 네티즌들에 의해 포착돼 결국 구속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홍콩 핑궈(?果)일보는 최근 베이징 얼나이들이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어 명품 시계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시계 딜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 충칭(重慶)시 베이베이(北?)구 당서기가 지역 개발업자로부터 성 상납을 받아 10대 소녀들과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이 유포돼 면직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16명의 공직자가 얼나이 문제로 옷을 벗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바짝 긴장한 공직자들이 얼나이들을 지방으로 보내 베이징 고가 명품 시계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품 업체들은 지금까지 중국에서 우후죽순식으로 매장을 확장해 오던 기존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구찌와 루이비통, 버버리 등은 올해부터 중국 내 2, 3선 도시에서 신규 점포를 개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명품뿐만 아니라 고급 식당들도 고전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명품을 멀리하는 것은 물론 고급 식당 출입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고급 식당에 드나드는 사진이라도 유포되면 부패 수사 1순위로 지목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표적인 고급 식당인 샹어칭(湘?情)은 1분기에 7000만 위안(약 13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23만 위안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식당업계 매출 증가율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특히 같은 기간 연 매출 200만 위안 이상 고급 식당의 매출은 3.3%나 줄었다. 중국 내 명품, 고가품 시장이 이처럼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취임 초기에도 반부패 사정작업에 나섰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반부패 정책으로 인해 중국 내 명품 시장의 위축이 계속될 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구찌, 루이비통 등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은 감소세지만 아는 사람들만 아는 초고가 브랜드는 오히려 약진하고 있다. 대중에 잘 알려진 고급 식당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 회원들만 비밀리에 이용하는 초호화 프라이빗클럽은 성업 중이다. 이와 관련, PPR그룹의 주력 브랜드인 구찌는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인지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브랜드인 보테가 베네타는 25% 증가했다. 베이징 등 1선 도시에 배치되는 명품들이 브랜드 로고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인앤컴퍼니의 브루노 렌느 파트너는 “전 세계 명품시장에서 중국내 매출 비중은 7% 수준이지만 해외에서 중국인들이 사들이는 명품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명품의 25%를 중국인들이 사들이고 있는 셈”이라며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목적으로 ‘부의 과시’를 위해 명품을 구입하는 중국인들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다른 경쟁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품 업체들은 당분간을 중국 시장 재조정기로 규정하고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매장수를 늘리기보다 기존 매장 인테리어 재정비, 고객 서비스 강화 등 브랜드 고급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반부패 의지와 네티즌들의 감시로 뇌물용 명품 소비가 대폭 줄고, 명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명품 시장이 그동안의 ‘비정상적 팽창’에서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 데다 중산층도 확대되고 있어 중국 내 명품 시장의 미래를 쉽게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로스쿨 살리기/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로스쿨 살리기/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두 번째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다음 주로 예정되어 있다. 며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방대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 등록을 일정기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변호사 활동을 하려면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등록을 하여야 한다). 아직도 로스쿨에 대한 반발이 강고하다는 느낌이다. 로스쿨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세계화추진위원회인가 뭔가 하는 데서 로스쿨을 시작하지 않으면 당장 나라가 망할 듯이 수선을 떨었다. 다양한 전공을 학습한 학부 졸업생이 미국식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후진적일 수밖에 없다던 식의 독설이 기억에 생생하다. 이런 소란통에 사법시험 합격 인원이 1000명으로까지 늘어났다. 합격 인원에 숨통을 틔워 놓으니 음대 출신도, 미학과 출신도 법조인이 되었다. 신선하고 흥겨운 일이었다. 이미 로스쿨을 시행한 것과 다를 바 없었음에도 노무현 정부 말기에 로스쿨법이 통과됐다. 일본에서 로스쿨이 마구 무너지던 와중에, 일본 변호사들이 한국의 동업자들에게 ‘우리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조금만 더 버티라’고 신호를 보내던 과정이었다. 로스쿨의 도입은 사법제도의 뼈대를 근본적으로 다시 맞추는 혁명적인 사건이다. 대한변협까지도 ‘학생수 통제’라는 애매한 조건을 달고 반대 입장을 철회하였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법을 만들었으니 이른바 국민적 합의도 이룬 셈이다. 이제는 불필요한 소란을 반복하기보다 이미 도입한 로스쿨을 얼마나 멋지게 다듬을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여 시민사회 전체 법치의 수준을 얼마나 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상대 평가’로 성적을 처리한다. 몇 명에게 A를 주고, 몇 명을 D로 할지 미리 성적분포표가 확정되어 있다. 변리사 자격이 있는 학생이 특허법을 수강한다면, 특허 변호사를 꿈꾸는 다른 학생의 열정과 발전 가능성을 평가에 반영할 도리가 없다. 회계사, 노무사 자격이 있는 학생과 경쟁하는 다른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문성을 ‘키운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는 절대적으로 무관한 평가방식이다. 안타깝게도 전국 대부분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목을 맨다. 우리가 전범(典範)으로 삼은 미국의 로스쿨과는 거꾸로인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에서 공부하면서 ‘단 한번’ ‘변호사시험’이란 단어를 들었다. 지도교수와의 면담에서 “미국에서 개업할 예정이 아니라면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느니 차라리 그 기간 동안 여행을 다니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들었을 때이다. 어느 수업에서도, 어느 교수도 ‘변호사시험’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학교별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계 따위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변호사시험은 학생들의 통과의례일 뿐이었다. 로스쿨에는 일정 비율의 ‘실무 교수’가 배치되어야 한다. 실무 교수 임용의 조건은 변호사 휴업이다. 그렇다 보니 실무교수가 담당해야 하는 ‘리걸 클리닉’(legal clinic) 수업도, 실제 운영을 외부 변호사에게 청탁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하는 고홍주 교수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 시절 아이티 난민 사건으로 이름을 알렸다. 아이티에서 군사정변이 발생하고 아이티인들이 뗏목에 의지해 플로리다 연안으로 몰려들자 미국 해안경비대가 해상봉쇄를 하고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이들을 수용했다. 고 교수가 ‘리걸 클리닉’ 학생들을 이끌고 부시 행정부, 클린턴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하였던 난민 지위를 부여하라는 소송은 세계의 인권운동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우리 로스쿨 실무교수는 법정에 결코 서서는 안 되는 ‘휴업’ 변호사일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로스쿨, 잘되어야 한다. 재기발랄한 젊은이들을 거침없는 법률가로 키우기에는 촌티 나는 장애가 너무나 많다. 무모한 상대평가, 과도한 변호사시험 합격인원 통제는 참으로 로스쿨답지 않은 방식이다. 실무교수의 교육 목적 법정 활동도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 멍청하거나 가학적인 제도는 빨리 걷어내는 것이 좋다.
  • 초라한 ‘금융한류’…해외점포 고작 1% 늘어

    초라한 ‘금융한류’…해외점포 고작 1% 늘어

     금융 당국이 새 정부 출범 후 신성장동력으로 ‘금융한류’를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점포 수는 최근 1년 새 고작 1% 늘었다. 수익은 무색할 정도다. 증권·보험업계는 적자 행진이고, 은행권은 ‘쉬쉬’하며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6월 기준 은행권 전체 당기순이익의 7.1%에 불과하다. 다른 금융사들은 아예 적자다.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1~6월 125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와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4~9월 각각 280만 달러, 630만 달러 손실을 봤다.  기업은행의 경우 해외점포 수가 2011년 16곳에서 지난해 18곳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839억원에서 66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해외점포 순익이 전체 순익의 4%가 안 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순익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해외점포망이 발달된 외환은행만 해외점포 순익 비중이 2011년 23.3%에서 2012년 24.2%로 올랐다.  국민·신한·산업은행은 “실적이 좋지 않다”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외법인 실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언론에 제공한 적이 없다”며 궁색한 이유를 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영업점 이익도 일일이 공시하지 않지 않으냐”면서 “게다가 해외점포는 국내 지점에 비해 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에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점포 수는 지난해 말 355개로 전년에 비해 고작 4개 증가했다. 해외점포 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은행 3.9%, 증권사 0.8%, 생보사 0.1%, 손보사 1.2%로 미미하다. HSBC(49.8%), JP모건(34.2%)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해외점포 자산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국내 은행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는 지난해 6월 현재 3.5%다. 글로벌 은행이 60~75%인 것에 비춰 보면 초라한 수치다. 해외점포의 질도 떨어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 유형은 현지법인(44.2%)이 가장 많지만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해외사무소 형태의 진출도 35.8%나 된다. 해외지점은 20.0%다.  금융권은 고충을 토로한다. 현지인들을 상대로 영업하기에는 인적 경쟁력이나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공략 가능성이 큰 후진국에 HSBC, 씨티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미 진출해 있는 것도 걸림돌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시스템 등 우리나라가 비교적 앞서 있는 인프라를 먼저 수출한 뒤 현지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현지 금융사를 사들여 진출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 주거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투자비용을 줄여주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北, 대화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북은 그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 인터뷰 형식을 빌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하면서 아무 내용도 없는 대화 제의는 무의미하며,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 말장난을 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결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하려면 뭔가 ‘선물’부터 꺼내 보이라는, 치기(稚氣) 가득한 투정이 행간에서 읽힌다. 으르고 튕기고 버티는 그들의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따라서 예상 못한 바도 아니지만 동족인 그들이 갈수록 국제사회의 근심거리이자 웃음거리가 되어가는 현실이 딱하고 안쓰럽다. 어제 김일성의 101번째 생일을 맞아 북은 평양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주민들을 대거 동원해 다양한 경축행사를 펼치며 온종일 분주했다. 밖으로는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떠들어대면서 안으로는 온통 김정은 체제 다지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그들의 안보위기 조성이 북한 전체의 생존이 아니라 오로지 김씨 일가의 존립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분단 60년을 이어온 3대 세습 독재 체제로서 필연적이라 할, 자승자박의 고립적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은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지난 13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나 했던 말을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한반도에서 자꾸 사달을 내는 것은 관련국 모두의 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돌을 들어 자기 발등을 내리찍는 것과 같다”는 그의 말은 중국이 언제까지나 북한의 천방지방을 감싸주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 것임을 유의하기 바란다. 중국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지만, 시진핑 주석 체제의 중국은 분명 변화하고 있음을 김정은은 자각해야 한다. 과거 마오쩌둥·덩샤오핑과 김일성, 장쩌민·후진타오와 김정일의 북·중 관계와 시진핑과 자신의 관계가 결코 같을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도 북은 달라져 가는 중국이 아니라 우리, 즉 동족으로부터 기회를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이 서로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기회를 잡아야 한다. 남북 간 대화가 그 출발점이다. 이를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을 부둥켜안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는 한 김정은 체제가 맞이할 운명은 추락뿐이다. 대화에 나서면 길이 열린다. 그래야 ‘선물’도 얻을 것이다.
  • [시론] 시진핑 시대의 중국 외교와 韓中관계/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시론] 시진핑 시대의 중국 외교와 韓中관계/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이후 중국은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외교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외교의 지위를 높였다. 국가주석에 선출된 지 1주일 만에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섰으며, 최근에는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아오(博鰲)포럼을 개최해 다자 초청 외교를 펼치는 등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교 스타일 면에서도 이전과 달리 강한 자신감과 진취적인 기상 그리고 자아중심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국력이 강해진 것은 물론 중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이 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중국의 국제적 지위는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이 출범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못지않게 중국의 국가 이익이 세계 각지와 연결돼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이 잇따르는 등 중국 주변 정세도 복잡해졌다. 시 주석 체제의 중국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교를 한 단계 강화하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미 새로운 외교의 방향과 방침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 1월 28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은 과거와 같이 평화발전의 길을 걸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권익을 포기하거나 국가의 핵심이익을 희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높아진 국제 위상과 복잡해진 국가 이익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새 외교의 구체적인 방침은 시 주석 집권 후 첫 해외 순방국들의 면면을 통해 드러났다. 우선 첫 순방국으로 러시아를 찾은 것은 미국의 중국 봉쇄에 대항하기 위한 안정적인 후방기지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찾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중국 편을 확보하려는 게 목적이다. 남아공에서 브릭스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브릭스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발언권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중국 외교는 국제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제적인 발언권을 확대하는 한편, 다자 외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권력교체가 이뤄진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 정치보고에서도 “중국은 앞으로 전 세계적인 도전에 함께 대응하겠다”며 이전보다 능동적인 외교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시진핑 시대의 외교는 중국의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동시에 중·미 관계 강화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이 완화될 경우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로 악화된 중·일 간 갈등이 개선될 수 있다. 일본이 중국에 도전하는 배후에는 미국의 아·태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중·미 관계 개선은 한반도 등 중국 주변 환경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지난달부터 잭 루 재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을 잇따라 중국에 보내 중국 새 지도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같은 중국의 새 외교 전략을 감안할 때 중·한 관계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공조 강화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시진핑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를 첫번째 공조 임무로 삼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이번 위기가 마무리되면 북한이 6자회담의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양국이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한국은 중·미 관계 개선의 교량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 및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이용해 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도록 역할을 하고 나아가 3국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이 앞으로도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양국은 보다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 초라한 ‘금융한류’… 해외점포 고작 1% 늘어

    초라한 ‘금융한류’… 해외점포 고작 1% 늘어

    금융 당국이 새 정부 출범 후 신성장동력으로 ‘금융 한류’를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점포 수는 최근 1년 새 고작 1% 늘었다. 수익은 무색할 정도다. 증권·보험업계는 적자 행진이고 은행권은 ‘쉬쉬’하며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점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당기순이익의 7.1%에 불과하다. 다른 금융사들은 아예 적자다. 생명보험사는 지난해 1~6월 125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와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4~9월 각각 280만 달러, 630만 달러 손실을 봤다. 기업은행의 경우 해외 점포 수가 2011년 16곳에서 지난해 18곳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해외 점포 당기순이익은 839억원에서 66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다만 은행의 전체 순익도 줄어 해외 점포 순익 비중은 5.4%에서 6.0%로 올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해외 점포 순익이 전체 순익의 4%가 안 된다고 밝혔다. 해외 점포망이 발달된 외환은행만 해외 점포 순익 비중이 2011년 23.3%에서 2012년 24.2%로 올랐다. 국민·신한·산업은행은 “실적이 좋지 않다”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외 법인 실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언론에 제공한 적이 없다”며 궁색한 이유를 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영업점 이익도 일일이 공시 안 하지 않느냐”면서 “게다가 해외 점포는 국내 지점에 비해 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에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점포 수는 지난해 말 355개로 전년에 비해 고작 4개 증가했다. 해외 점포 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은행 3.9%, 증권사 0.8%, 생보사 0.1%, 손보사 1.2%로 미미하다. HSBC(49.8%), JP모건(34.2%)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해외 점포 자산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국내 은행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는 지난해 6월 현재 3.5%다. 글로벌 은행이 60~75%인 것에 견줘 보면 초라한 수치다. 해외 점포의 질도 떨어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점포 유형은 현지 법인(44.2%)이 가장 많지만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해외 사무소 형태의 진출도 35.8%나 된다. 해외 지점은 20.0%다. 금융권은 고충을 토로한다. 현지인들을 상대로 영업하기에는 인적 경쟁력이나 노하우가 뒤처져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공략 가능성이 큰 후진국에 HSBC, 씨티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미 진출해 있는 것도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시스템 등 우리나라가 비교적 앞서 있는 인프라를 먼저 수출한 뒤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현지 금융사를 사들여 진출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 주거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투자 비용을 줄여 주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투자를 꺼리는 금융사들의 태도도 문제”라면서 “정부 지원책에 의지하기보다는 리스크(위험)를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화학물질 유출 사고땐 기업이 전액 배상해야”

    “화학물질 유출 사고땐 기업이 전액 배상해야”

    이르면 올해 화학물질 사고 예방과 피해 보상을 위한 ‘환경피해 예방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일명 환경책임법)이 제정된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화학물질 관리 및 취급 업체는 환경오염 피해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1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화학물질 사고와 관련, “화학물질 사고 예방과 대책을 담은 법을 제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후진국형 환경오염 사고에 대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의미가 깊다. 환경책임법에는 오염 피해를 낸 당사자는 물론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대안이 담긴다. 경북 구미의 불산 유출 같은 대형 사고의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전액 피해 배상을 했지만 앞으로는 사고 기업이 전적으로 배상해야 한다. 또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 대표에 대해서는 안전 관리 책임과 구체적인 피해 배상 의무 조항도 명시된다. 윤 장관은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변 영향과 대응책을 담은 선진국형 ‘장외영향평가제’를 도입해 시행하겠다”면서 “원인자를 모르거나 영세한 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환경오염 ‘피해구제 기금’ 조성을 위한 특별법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별도 전문기관과 현장 대응기관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학물질 사고 발생과 허술한 사고 수습의 가장 큰 책임은 경영자에게 있다며 ‘피해배상 책임제’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中 발전할수록 세계 발전”… 시진핑 안방서 ‘대국 외교’

    취임 이후 러시아와 남아프리카를 순방하며 ‘대국 외교’를 펼쳐 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엔 안방 무대에서 주요 2개국(G2) 리더로서의 외교 역량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7일 하이난(海南)성의 휴양지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 개막 연설에서 세계의 공동 발전, 아시아 지역의 안전 문제, 그리고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아시아 현안을 주로 언급하던 예전 행사보다 범위를 한껏 확대한 것이다. 그는 이날 개막 연설에서 “인류에게 지구는 하나뿐이며 각국은 하나의 지구촌에 살고 있는 만큼 공동 운명체란 인식을 강화하고 시대 조류에 순응하여 아시아 및 세계 발전을 한층 높은 경지에 올려놔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구는 국가 간의 전쟁터가 아니라, 모두가 번영해야 할 무대”라면서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의 정당한 이익 역시 존중해 줘야 한다”며 공동 발전론을 역설했다. 시 주석은 또 “선진국과 후진국이 균형 있게 고루 발전토록 함으로써 세계 경제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중국이 시진핑 정부 들어 자국의 높아진 국제 위상과 복잡해진 국가 이익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중국은 앞으로 5년 동안 10조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고 5000억 달러의 대외 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면서 “중국이 발전할수록 아시아와 세계의 발전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중국의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이 세계 최고의 발전 잠재력을 가진 지역 중 하나인 만큼 이 지역 경제 협력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을 표방하는 보아오 포럼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개막 이후 처음 열리는 보아오 포럼의 격을 높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12회째인 이번 포럼에는 카자흐스탄, 미얀마, 캄보디아, 페루, 잠비아, 핀란드, 멕시코 등의 대통령 7명을 비롯해 43개 국가에서 정·재계, 학계, 정부 관계자 등 주요 인사 250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시 주석은 참가국 정상들과 개별적인 양자 회담을 갖는 등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참석했다. 보아오 포럼은 전통적으로 아시아의 경제 발전과 역내 협력을 의제로 다루지만 올해는 참가 대상이 확대되면서 아프리카, 유럽, 라틴아메리카의 발전과 관련한 주제 토론도 여러 개 신설됐다. 8일까지 열리는 포럼 기간 동안 총 54개의 크고 작은 포럼과 토론회가 마련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중국통신] 도로 소화전 터지자 공짜세차하는 얌체족

    ‘문명운전’은 어디에? 소화전에 세차하는 차들 중국에서 ‘문명운전(文明開車)’으로 가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도로 옆 소화전이 터져서 물기둥이 치솟자 신고는 커녕 줄지어 ‘공짜 세차’를 즐기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셴다이콰이바오(現代快報)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시경 장쑤(江蘇)성 난닝(南?)시의 닝하이루(?海路) 교차로에서 인도 위에 있던 소화전이 부러지면서 물기둥이 3층 높이까지 솟았다. 그러자 지나가던 차들이 현장을 돌아가거나 신고를 하기는커녕 일부러 천천히 지나가면서 물길을 ‘감상’하고, 심지어 일부는 차를 세우고 소화전 물을 이용해 세차를 했다. 그러다 보니 세차장으로 변한 소화전 주변을 중심으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져 통행에 지장을 주기까지 했다. 한편 소화전 사고는 트럭에서 파인애플을 팔던 노점상이 후진을 하다가 실수로 소화전을 들이받으면서 발생했고, 해당 노점상이 신고를 하지 않고 줄행랑을 치면서 이 같은 혼란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경찰과 응급 복구팀이 출동해 1시간 40분이 지난 후에야 상황은 수습되었다. 경찰은 현재 폐쇄회로 화면 등을 근거로 파인애플 노점상을 찾고 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후진국 부모, 선진국 아이/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대학 강단에 선 지 13년째다. 봄 새 학기가 시작되면 호기심 가득한 신입생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야 제대로 공부한 대학생의 자격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한다. 매 학기 한 강좌를 들을 때마다 20권의 책을 읽어야 하고, 한 학기 6개 강좌를 들으면 120권, 1년 240권, 4년 약 1000권을 읽게 된다고 자세히 설명한다. 매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신입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면서 결의를 다지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래 진로와 관련해 개별면담을 하면서 매번 하는 이 말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학생은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다양한 세계 문화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네팔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국문과에 왔다고 했다. 중학교 때 부모와 네팔에 여행을 가서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50대가 된 세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장래 진로는 ‘사’자 돌림의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1960~70년대 후진국 한국에서 보릿고개 춘궁기를 경험한 세대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다.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공직에 나가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 그래서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손에 쥐는 것만이 출세한 삶으로 비춰졌다. 동네에서 누군가가 고시에 합격하면,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마을잔치를 하면서 ‘개천에서 용났다’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젊은이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즐겁게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려는 젊은이가 부쩍 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한국이란 울타리를 넘어 세계 속의 한국 젊은이로서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에게서 1960~70년대 가난한 한국을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활동을 하던 파란 눈의 선진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어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얼마 전, 친구가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그는 나를 양식당으로 안내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데 주방장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주방장의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바로 친구의 아들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설쳐대는 바람에, 친구로 하여금 자식농사 망쳤다고 울분을 토하게 했던 그 녀석이었다. 아들이 대학에 가지 못했다고 고개를 들지 못하던 친구이기에 아들 소식을 더 묻지 못하고 지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어엿한 주방장이 되어 친구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호주로 가서 요리를 배우고 왔다는 녀석이 참으로 대견해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친구는 후식을 먹는 자리에서 아들이 요리사가 된다 할 때 적극적으로 밀어 줄 걸 괜히 자기 욕심 때문에 먼 길을 걷게 했다고 후회를 했다. 친구의 자책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후진국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와 선진국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는 세대의 사고는 다를 수밖에 없다. 후진국 부모는 지금도 ‘사’자 돌림의 직업을 선진국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총명하다. 선진 한국사회에서 더불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길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기성세대가 할 몫이다. 자식 세대에게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면, 그들은 기성세대가 상상도 못할 일을 벌이면서 선진 한국을 세계만방에 알릴 것이다. 국문학을 가르치는 선생 입장에서, 세계 각국에 한국문화원과 한국어학원을 세워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간절히 한다. 더불어 이번 신학기에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주문 외에 세계로 시선을 넓히고 폭넓은 견문을 쌓으라는 당부를 반드시 덧붙여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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