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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롄잔 국공대화… 양안 첫 정상회담 이어지나

    시진핑-롄잔 국공대화… 양안 첫 정상회담 이어지나

    중국과 타이완이 분단 이후 첫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롄잔(왼쪽·連戰) 타이완 국민당 명예주석과 시진핑(오른쪽·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국공(國共·국민당과 공산당) 대화를 가졌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타이완에 화해·협력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 신분으로 이날 중국 베이징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롄잔 주석과 만나 “양안(兩岸·중국과 타이완)은 한 집안”이라면서 “함께 손잡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자”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타이완 동포가 스스로 선택한 사회 제도와 생활 방식을 존중한다”면서도 ‘타이완 독립’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롄잔 주석도 “양안 관계는 국제 관계가 아니란 점은 이전에 비해 더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지금 이 시간 이후 양안 관계는 한 계단 한 계단 점점 더 멀리, 점점 더 높이 나아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롄잔은 2005년 국민당 주석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해 당시 중국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와 양안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국공 회담을 열어 양안 화해의 돌파구를 마련한 대표적인 친중국 성향 인사다. 시 주석과의 만남은 지난해 2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롄잔 주석은 이날 앞서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당서기를 만나 ‘양안이 힘을 합쳐 전 세계의 돈을 끌어모으자’는 문구가 새겨진 ‘샤오미’(小米) 휴대전화 두 대를 선물받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샤오미’는 근년 들어 급성장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이름이다. 양쪽 모두 이번 회담에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양안 관계가 무르익은 만큼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유일 낙화장 김영조씨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유일 낙화장 김영조씨

    우리 전통 화법 중에 ‘낙화’(畵)라는 것이 있다. 화선지, 나무, 천, 가죽 등의 재료 표면을 인두로 지져서 글씨와 문양을 그려 넣는다. 붓이 아닌 인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회화와 공예의 기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에는 상당히 수준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다가 근대에 이르러 그 맥을 잇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면서 일반인들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낙화를 그리려면 고도의 수련과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따라서 끊임없는 장인정신으로 달궈진 예술 혼이 아니면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무한한 인내와 끊임없는 정진이 요구된다. 지난 13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 대야리, 25번 국도를 따라 속리산 방향으로 가다가 누청삼거리 부근에 버섯 모양의 집 두 동이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서로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었다. 한 집은 ‘청목화랑’이고 다른 한 집은 ‘낙화 체험장’이다. 먼저 ‘청목화랑’으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8m 길이의 12폭 병풍 ‘낙화강산무진도’(畵江山無盡圖)가 떡하니 진열돼 있었다. 이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이인문(李寅文)의 ‘강산무진도’를 전통 낙화 기법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다. 이인문은 단원 김홍도와 함께 정조, 순조 때를 대표하는 화가로, 그의 작품인 ‘강산무진도’는 조선 회화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대 걸작 중의 하나다. ‘어떻게 이런 대작을 인두로 다 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몇 발자국 옮기자 종이가 아닌 나무에 직접 그린 ‘신선암 마애보살상’이 눈에 들어왔다. 좌우로 낙화산수도, 사군자, 연과 버들 등 여러 그림들이 앙증맞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합해서 모두 100여점이다. 김영조(64)씨는 국내 유일의 전통 낙화장인(충북 무형문화재 제22호)이다. 22세 때 낙화에 입문해 끊어질 위기에 처한 전통 낙화의 맥을 계속 이어간다는 사명감으로 42년째 낙화 인생의 길을 오롯이 걸어오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일까. 그가 오는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아솔로 비엔날레에 참가해 한국 낙화의 전통미를 한껏 알릴 예정이다. 그토록 소망했던 우리의 전통 낙화가 처음으로 외국 나들이를 하게 된 것이다. 하여 김씨는 어느 때보다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화랑 옆에 있는 작업실에서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눴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 예술도시 아솔로에서 5월 한 달간 열립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조직위원회에서 초청하는 전문작가들만 참가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낙화가 그들과 함께 세계에 알려진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는 아솔로 비엔날레에 애지중지 여기는 작품 7점을 엄선해 전시할 예정이다.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낙화 기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까지 시연할 예정이다. 그가 아솔로 비엔날레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지난해 9월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에 참가한 이탈리아 작가와 에이전시들이 전시된 낙화와 대작을 시연하는 김씨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아 그를 초청했다. 불에 달군 인두로 그려도 타지 않고, 특유의 원근법으로 살아 있는 산수화를 잘 표현해내는 것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낙화는 중국과 한국에만 있는데 특히 한국의 낙화를 더 알아줍니다. 예술성이 높아 회화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지요. 이번 아솔로 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적인 낙화 예술이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키겠습니다.” 낙화 전수자인 그의 딸 유진씨도 동행해 비엔날레 현장에서 함께 시연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낙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그는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조선 초기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면서 “오세창의 ‘근역서화징’ 등에 낙화와 관련해 1598년에 태어난 정부인 장씨를 언급하고 있어 문헌상으로는 400년 역사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기록에 따르면 1822년쯤 밀양 박씨 박창규가 임금님 앞에 가서 시연할 정도로 이름을 날렸으며 당시 장안 양반집에 낙화 그림이 한 점씩은 대부분 있었을 정도로 크게 유행했습니다.” 김씨의 스승은 일제강점기 때 활발히 활동했던 운포 백학기와 설봉 최성수의 계보를 잇는 전원 전창진이다. 전원은 1972년 서울 종로에서 한국낙화연구소를 차려 낙화를 가르치며 작품활동을 하다가 나중에 출판업으로 전향했다. 당시 전원의 제자가 여러 명 있었으나 김씨가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맥을 잇고 있다. 김씨는 1950년 충남 부여에서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충북의 천도교 책임자로 독립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정치에 관심이 많아 27세 때 부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족의 생계는 어머니가 책임을 졌다. 이후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김씨 가족은 서울 뚝섬 쪽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당시 서울시가 무허가촌에 살고 있는 시민을 강제로 경기도 성남으로 이주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가족 모두 성남으로 이사를 했다. 장남인 김씨가 미술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였다. 원래 김씨는 미술대학에 들어가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 어쩌다 용돈이 생기면 곧바로 종이를 사다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다. 어머니를 도와 바느질도 곧잘 했다. 지금의 예능적 끼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학교 때에는 동양화를 좋아해 각종 미술대회에서 입상했다. 이런 김씨를 보고 미술 선생도 미술분야로 진로를 정해 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든 꿈을 접고 취직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취업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보던 중 어느 날 우연히 ‘낙화연구생 모집’이라는 신문광고를 보게 됐다. 이게 뭘까. 그때만 해도 낙화라는 말이 생소했다. 그러나 그림도 배울 수 있고 취업도 보장된다는 내용에 곧바로 모집광고를 낸 종로에 있는 한국낙화연구소로 달려갔다. “그때 장교빌딩 5층에 학원(낙화연구소)이 있었지요. 30여명의 수강생들에게 낙화를 가르치는 전창진 선생님의 모습이 아주 특이했습니다. 마음이 금방 끌리더군요. 처음에는 아주 재미있었지만 나중에는 무척 어렵더라고요.” 그는 집이 성남이라 낙화연구소에서 기숙하며 열심히 배웠다. 스승이 그려준 낙화를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그렸다. 낙화의 소재는 주로 동양화에 등장하는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사군자로 시작해 나중에는 꽃과 새, 산수, 인물 등을 배워 나갔다. 잠 잘 시간을 줄여가며 낙화에 몰두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낙화연구소의 운영이 점차 어려워졌다. 30명이 넘던 수강생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연구소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김씨는 남아 있는 낙화연구소 수강생 5명과 함께 종로2가 건물에 사무실을 얻어 합숙을 하며 낙화를 연습했다. 나중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제작과 판매를 하며 사무실을 운영했다. 그러나 1년쯤 지나자 같이 활동했던 멤버들이 모두 떠나버렸다. 혼자 남게 된 그는 기념품을 제작해 전국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판매했다. 다행히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러던 1977년 대구 동아백화점에서 전시를 하게 됐다. 100여점을 풀어놨는데 10여점이 팔렸다. 이어 속리산 입구에 기념품 상점을 열었다. 그곳에서 10여년 동안 기념품을 팔면서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동안 소망했던 일, 즉 자신의 공방을 열어 본격적으로 전통 낙화를 다시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에 가서 전통회화를 감상하고 연구를 했다. 회화와 도록에 나와 있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모사하기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무에 낙()을 하는 기술과 종이에 낙을 하는 기술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인두의 온도가 적당하고 손놀림이 빨라야 종이가 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인두의 열로 그림과 선의 음양을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후 무수히 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반복된 노력 끝에 마음대로 종이에 낙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게 됐다. 그는 2007년부터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을 시작으로 여러 공모전에 10여 차례 수상을 하게 됐다. 그러자 주위에서는 김씨의 낙화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후대에 전승해야 한다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것을 권했다. 결국 심사과정을 거쳐 2010년 10월에 지정됐다. 그동안 그린 낙화는 수천점에 이른다. 외국인들에게는 그의 산수화와 마애불이 특히 인기가 높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좋은 작품을 국내외에 꾸준히 선보이고 후진 양성에 진력해 예술적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김영조씨는… 1950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배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2년 낙화에 입문했다. 1977년 대구 동아백화점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79년 청목화랑을 개원했다. 2010년에 충북무형문화재 제22호 낙화장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한국 낙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활동 이력으로는 일본 궁기현(宮岐縣) 낙화전(2003년), 인도 세계공예심포지엄 워크숍 참가(2012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통공예작가 워크숍 참가(2013년) 등이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특선(2007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입선(2008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장려상(2009년) 등이다.
  • [사설] 후진국형 리조트 참사 책임 철저히 물어야

    어이없는 인재(人災)가 꿈을 펴보지도 못한 대학생들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갔다. 그제 오후 9시 6분쯤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50㎝ 이상 쌓인 눈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지붕이 무너지는 바람에 새내기 대학생들을 비롯해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불과 10여초 만에 지붕이 주저앉고 기둥이 엿가락처럼 휘었다니 희생자들이 얼마나 급박한 상황을 맞았을지 생각만 해도 망연자실한 일이다. 폭설과 습설로 인한 자연재해로만 볼 수 없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사고 체육관은 하중에 취약한 철골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어 가건축물과 유사한 형태라고 한다. 최근 23㎝의 습설이 내린 인근 울산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패널 공장 5동이 무너져 고교 졸업을 이틀 앞둔 실습생 등 2명이 숨졌다. 이런 마당에 학생 500여명이 야간행사를 하는데도 사전에 리조트 측이 제설 작업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중대 과실이다. 또 문제의 건축물은 2009년 완공 이후 한 차례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그룹이 책임을 통감한다고 해서 참사의 비극을 되돌릴 순 없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불산 누출 등 잇따른 화학물질 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안전과 환경은 뒷전인 채 수익과 성장에만 매달리는 재벌기업 전반의 풍조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기업의 안전불감증이 제2, 제3의 참사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현 정부가 틈만 나면 안전을 강조한 터라 비상식의 후진국형 인재가 재발하지 않길 바라는 기대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의 출발은 국민안전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행정안전부도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지 않았는가. 그 안행부를 맡은 유정복 장관은 불과 나흘 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민 일상생활 안전을 저해하는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를 얘기하며 현장 중심의 안전 실천과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사회로의 실질적 변화를 다짐했다. 이번 참사는 현 정부의 안전 구호가 허울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대형참사에서 보듯 ‘예고된’ 인재는 우리의 노력과 안전의식으로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사전 예방도 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폭설로 인해 붕괴의 위험에 처한 전국의 취약지역을 일제 점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주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안전 사각지대는 없는지 발로 뛰며 점검하기 바란다. 거대 담론에 묻혀 옥신각신하는 사이 정작 공동체의 기반인 일상의 생활안전이 무방비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 우리 시대의 어머니, 하늘무대 오르다

    우리 시대의 어머니, 하늘무대 오르다

    ‘한국 영화계의 어머니’ 원로배우 황정순씨가 지난 17일 89세로 별세했다. 지병을 앓던 황씨는 요양병원에 머물다 최근 폐렴이 악화돼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오후 9시 45분 타계했다. 1925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난 황씨는 15세 때인 1940년 동양극장 전속 극단인 청춘좌에 입단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극단 호화선, 성군 등에서 활동하던 그는 1941년 허영 감독의 ‘그대와 나’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영화에 데뷔했다. 연극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던 그는 1957년 출연한 영화 ‘사랑’으로 제1회 한국평론가협회상 최우수여우상을 수상하며 한국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평생 연극 200여편과 영화 370여편에 출연했다. 쪽진 머리에 단아한 한복 차림의 이미지로 각인됐을 정도로 그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을 스크린에 구현했던 배우였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에서는 가족을 따뜻이 보듬는 새엄마, 김수용 감독의 ‘혈맥’(1963)에서는 억척스러우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배석인 감독의 ‘팔도강산’(1967)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이어진 팔도강산 연작을 통해서는 코믹하면서도 정감 있는 어머니상으로 대중에 각인됐다. 전혀 다른 면모로 연기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육체의 고백’(1964)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양공주 역을, ‘민며느리’(1965)에서는 악독한 시어머니 역을 개성 강한 연기로 소화해 호평받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동시대 배우였던 최은희씨와는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도 영화에서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자주 출연했을 만큼 연기력이 탄탄했다”고 평가했다. 1972년에는 ‘황정순 장학회’를 설립해 후진 양성에도 힘썼다. 한국 영화계에 끼친 공로로 1992년 정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신상옥·유현목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2007년에는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지난해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공로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이성규씨, 딸 일미자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4월 시네마테크KOFA에서 ‘고 황정순 추모 특별전’을 열어 고인의 대표작을 무료로 상영할 예정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석기 징역 12년 선고] ‘북핵 찬양’ ‘전국 전쟁’ 발언… 내란 음모·선동 증거 인정

    [이석기 징역 12년 선고] ‘북핵 찬양’ ‘전국 전쟁’ 발언… 내란 음모·선동 증거 인정

    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게 적용된 내란 음모 및 선동죄를 인정한 것은 지난해 5월 10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 수련원과 이틀 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 모임에서 나온 피고인들의 발언이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이 모임의 성격과 RO의 실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북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전략을 추종하는 지하혁명세력인 RO의 총책과 핵심 간부인 피고인들이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등을 근거로 지난해를 혁명의 결정적 시기로 판단해 회합을 통해 내란을 선동, 모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단은 RO를 “제보자 이모씨의 허위 진술을 토대로 국가정보원이 만들어 낸 허위”로 규정하고 “회합이 아닌 진보당 경기도당이 마련한 정세 강연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갔을 뿐 어떠한 결의도 없었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17일 일단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통해 “RO는 내란 혐의의 주체로 인정되며 총책이 이 피고인인 사실도 인정된다. 지난해 5월 두 차례 모임에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의 실행을 모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모임에서 한 이석기 피고인의 발언이 내란 음모 선동이라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로 충분하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7일 법정에서 최초로 공개된 곤지암과 합정동 RO 비밀 회합의 녹음 파일에서 이 의원은 ‘미 제국주의’ ‘혁명’ ‘종파분자’ ‘우리 조선’ ‘조중동맹’ 등 시종일관 북한식 용어를 사용하며 북한을 찬양했고 참석자들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전쟁 국면’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특히 북한의 핵실험과 광명성 3호 발사를 찬양하면서 “철탑을 파괴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중요하다” “동시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한다면” “물질적, 기술적 총은 언제 준비하느냐”고 말하는 등 전쟁 관련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신모씨는 지난 공판에서 “(RO 조직원) 130명의 전사가 자기 분야에서 성심을 다해 활동한다면 4세대 전쟁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의 전쟁은 전선이 따로 없는 4세대 전쟁인데 130명이 4세대 전쟁에 투입되면 국방을 완전히 교란시킬 수 있고 굳이 북한과 연계하지 않더라도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다”며 내란 음모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검찰도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추종 세력으로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한 것은 체제를 전복시킬 의도가 있는 중한 범죄”라며 이 의원에게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나머지 피고인에게 징역 10∼15년과 자격정지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 의원 등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을 통해 “전쟁을 준비하자는 게 아니라 민족 공멸을 막기 위해 반전을 준비하자는 화두를 제시한 것으로 이번 사건은 국정원에 의해 조작, 날조된 정치 공작”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유죄 판결 기류를 막지는 못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中, 허궈창 전 서기 두 아들도 조사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에 이어 또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출신인 허궈창(賀國强)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 일가족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록 ‘저우융캉 사법 처리설’ 확인이 늦어지고 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부패 사정 행보가 이상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기율위 소식통들을 인용해 허 전 서기의 두 아들 허진타오(賀錦濤)와 허진레이(賀錦雷)의 부인들이 거액을 챙겨 해외로 도피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보쉰은 허진타오와 허진레이 형제가 아버지의 권세를 이용해 뇌물 수수와 부패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지난해 기율위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인들이 거액을 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도피하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허 전 서기의 두 며느리는 지난해 말 자녀를 데리고 현지에 정착한 후 벌써 호텔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며느리들의 이름과 이들이 유출한 자금 액수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군 복무 후 지방에서 근무 중인 허진타오는 중국 자본이 출자한 홍콩 화룬(華潤)그룹 쑹린(宋林) 이사장의 인사에 개입해 거액의 뇌물을 챙기는 등 뇌물 수뢰와 매관매직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보쉰은 전했다. 베이징대 자원연수학원 원장인 허진레이는 별다른 위법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서기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의 둘째 부인 허쯔전(賀子珍)의 조카로도 유명하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 중앙조직부장을 거쳐 기율위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했다. 허 전 서기는 지난 1월 재직 시절 강연 등을 모은 ‘허궈창 당 건설공작 문집’을 출간해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막강 파워 ‘新권력 축’ 당·정·군 초호화 진용 강도 높은 개혁 예고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막강 파워 ‘新권력 축’ 당·정·군 초호화 진용 강도 높은 개혁 예고

    지난달 22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당중앙 개혁영도소조 회의장. 회의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열린 제18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결정된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정책을 총괄하는 영도소조의 첫 번째 회의를 갖는 엄숙하고 진중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영도소조장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해 당·정·군 최고위 관료 23명은 중국 사회의 최대 화두인 개혁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굳은 의지를 다졌다. 시 주석은 “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문제도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면서 “문제점을 용감하게 제기하고 잘 대처함으로써 빠르고 안정되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새로운 권력 중심인 ‘개혁영도소조’가 시운전에 들어갔다. 소조의 태동을 알리는 이날 첫 번째 회의에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와 류윈산(劉雲山) 당중앙서기처 상무서기, 장가오리(張高麗) 국무원 상무부총리 등 3명의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이 영도소조 부조장을 맡았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소조장과 소조 부조장 못지않게 소조원들도 중국을 이끌어가는 핵심 실세들로 꾸려졌다. 기구의 특성과 구체적인 명단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이날 저녁 7시 중국중앙방송(CCTV) 화면에 시 주석을 중심으로 원탁에 둘러앉은 지도자들이 소조원들로 파악되고 있다. 소조원들은 공산당중앙에서 자오러지(趙際) 조직부장, 류치바오(劉奇?) 선전부장, 리잔수(栗戰書) 판공청 주임, 왕후닝(王?寧) 정책연구실 주임, 자오훙주(趙洪祝) 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 두칭린(杜靑林) 서기처 서기 등이 선출됐다. 국무원(행정부)에선 마카이(馬凱) 국무원 부총리, 류옌둥(劉延東) 부총리, 왕양(汪洋) 부총리,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등이, 군부에선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뽑혔다. 법조계에선 멍젠주(孟建柱) 당중앙 정법위원회 서기,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장, 차오젠밍(曹建明)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 등이 선정됐다. 입법부에선 리젠궈(李建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부위원장, 왕천(王晨) 전인대 비서장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전국 정협)에서는 장칭리(張慶黎) 전국정협 부주석, 왕정웨이(王正偉)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이 각각 선출됐다. 새로운 중국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한 개혁영도소조의 초호화 진용이 사실상 베일을 벗은 것이다. 중앙개혁영도소조에는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4명, 정치국위원 18명 가운데 10명이 포함돼 있다. 중국 권력 핵심 25인(정치국원) 가운데 무려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영도소조의 경우 부총리(정치국원)가 소조장을 맡고 부장(장관·중앙위원·권력 서열 205위 이내)이 부조장, 부부장(차관)이 소조원으로 구성되는 게 관례이다. 최고 지도부 4명이 개혁영도소조를 이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기구의 막강한 정치적 카리스마와 무게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게 베이징 정가 소식통들의 지적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소조의 실무 책임자인 소조판공실 주임에는 왕후닝 당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류허(劉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왕 주임은 정치국원 가운데 유일하게 주요 보직이 없지만 해외 순방 때마다 시 주석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왕 주임이 ‘정치 책사’라면 류 부주임은 시 주석의 경제 밑그림을 그리는 ‘경제 책사’이다. 오는 3월 전인대 기간 인사와 조직 구성에 대한 세부안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조원 면면은 영도소조가 앞으로 당과 경제, 인민해방군, 공안, 입법, 사법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참여한 국무원 개혁이나 류윈산 서기→류치바오 선전부장→ 왕천 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이데올로기와 언론, 인터넷에 대한 개혁 조치가 주목된다. 법조 인사들이 총망라되면서 이들이 중국의 인권과 법치 수준을 높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도 기대된다. 개혁영도소조 산하에는 ▲경제체제 개혁 ▲생태문명체제 개혁 ▲민주법제영역 개혁 ▲문화체제 개혁 ▲사회체제 개혁 ▲당의 건설제도 개혁 ▲기율검사체제 개혁 등 분과별로 6개 전문 소조가 설치됐다. 개혁영도소조는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 부문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창설된 기구다. 각 부문의 개혁을 설계·구체화시키는 한편 개혁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익집단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셰춘타오(謝春濤) 공산당중앙당교 교수는 “지금까지 개혁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총괄해 왔으나 일부 분야, 특히 정책을 제정하는 문제 등에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개혁영도소조의 신설은 개혁 관련 설계와 협조, 추진, 감독 등 단계별 실행을 보장할 뿐 아니라 개혁의 체계성과 협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총리가 추진하기에 버거울 수 있는 개혁작업에 힘을 싣기 위해 초호화 진용을 갖췄다는 게 베이징 정가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시 주석도 러시아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맛있는 고기(쉽게 할 수 있는 개혁)는 이미 다 먹었다. 이제 물어뜯기 어렵고 딱딱한 뼈(어렵고 힘든 개혁)만 남았다”고 밝혀, 앞으로는 실행하기 어렵고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개혁영도소조의 야심찬 첫 번째 회의는 탈세 의혹으로 빛이 바랬다. 앞서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부의 친·인척 5명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탈세를 꾀했다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까닭이다. 시 주석을 비롯해 덩샤오핑(鄧小平) 전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리펑(李鵬) 전 총리의 친·인척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워 거액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독자의 각도에서 보면 그들의 논리가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그 배후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금융보안, 원칙을 재정립하자/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열린세상] 금융보안, 원칙을 재정립하자/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온 나라가 금융 보안 문제로 뒤숭숭하다. 인터넷 기술은 선진국이나, 인터넷 보안제도는 후진국이라는 것이 바로 불편한 진실이다. 관련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이러한 과정은 현대캐피탈 등 4개의 거대 금융 사고가 터진 2011년 이후 매번 반복돼 왔으나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즉 지금까지의 대증요법적인 문제해결 방법이 아닌 원칙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목할 현상은 전 세계 해커들이 한국을 주요 경유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전 세계 악성코드의 70%가 한국을 경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이 악성코드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는가 진지하게 반문해 보아야 한다. 인터넷 보급률과 전자금융 이용률이 높은 것은 이유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인터넷 보안 불감증이 높다는 것과 보안 레벨이 낮은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 사용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는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바로 보안에 너무나 취약한 액티브X 기반의 전자금융 제도이다. 공인인증서에 기반한 한국의 전자금융 제도는 ‘묻지마 다운로드’를 국민들에게 인지시켰다. ‘설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오면 우리는 무조건 ‘yes’ 하도록 길들여졌다. 각종 보안 모듈들을 심기 위하여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전 직원 관리자 모드 사용이 일반화됐다. 보안 레벨이 높아진 상위 OS나 브라우저에서 제한된 액티브X 사용을 풀기 위해 일부러 보안 레벨을 낮추고 브라우저도 다운그레이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악성코드를 심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전 세계 해커들은 악성코드를 심어야 가능한 각종 피싱과 파밍의 시험무대로 한국을 활용하게 됐다. 작년에만도 인터넷 사기는 재작년의 두 배 가까운 8만 5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악성코드를 설치하기 쉬운 나라가 되었고, 너무나 광범위하게 남용된 액티브 X 기반의 공인인증서가 그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것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차기 제품에서 자바 애플릿을 포함한 모든 플러그인 설치를 없애려 한 이유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브X를 보안 목적에 쓰지 않도록 경고하고 윈도8과 IE11에서는 원칙적으로 이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당국은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액티브X를 악용한 악성코드 유입이 만병의 근원인 것이다. 다음은 서버 인증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전자금융 제도에 있다. 가짜 사이트로 유도하는 피싱과 파밍의 확산은 서버 인증을 하지 않는 한국 제도의 허점을 해커들이 최대한 악용한 것이다. 전 세계는 표준적으로 금융기관의 서버를 우선 인증하는 것을 보안의 시작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입자 인증에만 목을 맨다. 피싱과 파밍 피해를 초래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데이터 통신과 저장 단계에서 암호화는 너무나 상식적인 보안의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는 통신 암호화는 물론 저장 단계에서도 암호화 하지 않아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것이다. 보안은 형식적 규제가 아니라 확실한 책임과 권한의 명확성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번 카드 사태와 같이 한 명이 전체 자료에 접근하는 것은 서버 관리의 기본을 위배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이 파악되면 임시방편적 대안이 아니라 근원적 처방이 가능해진다. 단계적으로 공인인증서 기반의 획일적인 전자금융 제도를 다양화해야 한다. 이미 2010년 기업호민관실과 합의해 설립한 인증방법평가위원회가 4년간 실질적으로 개점 휴업한 것은 분명히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 전자금융에 대한 국제 협약인 바젤협약은 분명한 원칙을 제시한다. ‘기술의 진보에 대응하기 위하여 당국이 하나의 제도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생체인증과 OTP(일회성 비밀번호), 보안토큰 등 각종 기술을 반드시 금융기관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보안기술들이 금융기관의 책임하에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규제를 원칙으로 되돌리자.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 美 눈폭풍 “제설차에 임산부 사망… 아기는 극적 생존”

    美 눈폭풍 “제설차에 임산부 사망… 아기는 극적 생존”

    뉴욕을 비롯한 미국 남동부 지역에 연이어 눈 폭풍(snow storm)이 휘몰아쳐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뉴욕시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한 임산부가 제설차에 치여 사망했으나 임신한 아기는 응급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생존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임신 8개월로 ‘민 린’(36)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 여성은 이날 아침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중국계 대형 슈퍼마켓을 방문했으나 이 과정에서 주차장에서 제설 작업 중이던 제설차에 그만 치이고 말았다. 목격자들은 이들 부부가 슈퍼에서 산 물건들을 차에 싣는 순간, 제설차가 후진하면서 이 여성을 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동한 응급구조대에 의해 이 여성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곧 사망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긴급 제왕절개 수술 끝에 임신한 아기는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극적으로 생존한 아기는 현재 위중한 상태이나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자 한 인근 주민은 “제설차 운전자가 예전에도 미친 듯이 운전해 그러다가는 사람을 치일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뉴욕경찰(NYPD)은 현재 제설차 운전자를 사건 현장에 머무르게 하면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임산부를 치어 사망하게 한 제설차 (뉴욕데일리뉴스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시론]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시론]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통상임금문제는 2014년 한국 노사관계의 가장 첨예한 이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말 한 달마다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고,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이를 반영한 통상임금지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법원과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추가임금청구분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정부지침에 대한 노동계의 이견이 혼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통상임금은 우리나라 임금제도의 후진성과 복잡성에 기인한 문제다. 서구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기본급과 초과근로수당으로만 구성돼 있다. 즉,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의 경우 (1)일한 시간에 비례한 시간급과 (2)초과근로시간에 대해 시급의 1.5배 정도인 초과근로수당의 합으로 구성된다. 임금 계산도 쉽고 기업 간 비교도 수월하며, 임금정책을 펴기도 용이하다. 반면 한국의 임금제도는 기본급과 극히 복잡한 수당들로 구성돼 있다. 기업에서 사용되는 수당의 예를 들면 효도수당, 월동수당, 체력단련수당, 피복비, 위험수당, 벽지수당 등으로 수당의 명칭을 모두 헤아리면 250개가 넘는 기형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수당이 발생한 것은 그간 수당 신설에 대한 노사 간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퇴직금이나 초과근로수당에 따르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조의 동의하에 임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 기본급보다는 수당을 계속 신설해 왔다. 그 결과 기업마다 기본급과 10여개의 수당으로 구성된 복잡한 임금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의 임금 구조는 금액으로 봐도 기본급은 적고 수당은 많아서 본봉의 비중이 전체 임금의 40%에 불과해 세계에서 예를 찾기 힘든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학자들은 10여년 전부터 이 문제를 거론해 왔고 일부 학자들은 “한국의 임금제도는 걸레와 같다”라고 까지 언급한 바 있다. 임금체계가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기업에서는 초과근로수당이나 휴업수당, 퇴직금을 지급할 때 어느 수당까지를 포함해 계산해야 할지를 판단할 기준이 필요했다. 그 결과 고용부는 행정지침으로 초과근로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각각 어느 수당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를 정해 주게 됐다. 한편 법원에서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수당이 계속 늘어나서 기본급성 임금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경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수년간 고용부 행정지침보다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도 기존의 판결 경향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과거임금을 얼마나 추가로 청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법원 판결과 고용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있다. 한국의 임금제도를 지금의 기형적인 모습에서 서구의 선진국처럼 명쾌하고 단순한 형태로 바꿔 계산과 비교가 쉽고 정책의 효율성이 담보되도록 임금체제를 개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진작 이런 식으로 임금제도가 개편됐다면 이번 통상임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고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수년 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통상임금의 문제는 우리 임금제도가 선진화돼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져야 할 문제가 이번에 대두한 셈이고, 언젠가는 해결돼야 할 문제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로 이슈가 된 문제만을 거론하기보다는 이참에 우리의 임금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노사정은 머리를 맞대고 한국 노사관계의 백년대계를 마련하는 심정으로 임금제도 혁신 방안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100년 정당의 위기의식/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100년 정당의 위기의식/박홍환 논설위원

    1921년 7월 23일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한 13인이 비밀리에 모여들었다. ‘망백’(望百)을 넘어 창당 100년을 앞두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태동이다. ‘그날’ 창당 선언 당시 57명에 불과했던 중국 공산당원은 2012년 말 현재 8512만 7000명으로 149만배 증가했다. 소득의 0.5~2%를 당비로 납부하는 진성 당원들이다. 세계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머드급 성장이다. 한 해 200만명 이상씩 당원이 늘고 있다. 8500만 당원의 최고 수령인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조차 10대 후반~20대 초반 11차례 도전해 가까스로 입당했을 정도로 입당 절차가 까다롭지만 여전히 연간 2000만명 이상이 공산당원이 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보다 우위에 있는 ‘당국가’ 체제다. 시 주석의 첫 번째 공식 직함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다. 국가주석 호칭은 총서기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이어 세 번째에 등장한다. 그만큼 공산당의 위상과 역할이 막중하다는 얘기다. ‘공산당이 없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존재할 수 없다’는 구호에는 공산당원들의 자부심이 흘러넘친다. 그런 중국에서 100년 정당, 공산당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그것도 공산당 1인자인 시 주석의 입을 통해서다. 집권 직전인 2012년 8월 보하이(渤海)만의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열린 전·현 공산당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극심한 부패로 민심을 잃고 타이완으로 패퇴한 국민당의 전철을 거론하며 공산당에 대한 민심 이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다고 한다. 금기어인 ‘재스민 혁명’(아랍 민주화 혁명)까지 언급했다니 어지간히 심각한 모양이다. 망당망국(亡黨亡國)론도 인용됐음직하다. 1948년 국공내전의 와중에 국민당의 부패가 극에 달하자 국민당 지도자인 장제스(張介石)는 큰아들 장징궈(張慶國)와 부패척결 방안을 의논했다. 하지만 뿌리 깊은 부패는 이미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였다. 장제스는 “부패가 이미 뼛속 깊이 들어차 있다. 척결하자니 당이 망하고(亡黨), 그대로 두자니 국가가 무너지지 않겠는가(亡國). 실로 어려운 문제로구나”라고 탄식했다. 당내 반발에 부닥쳐 부패척결은 흐지부지됐고, 민심은 공산당으로 움직였다. 결국 1년 뒤 국민당은 공산당에 쫓겨 타이완으로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시 주석은 지금의 공산당이 당시의 국민당과 닮아 있다고 경계한 것이다. 민심이반에 대한 시 주석의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도 2011년 공산당 창당 90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당의 생사존망과 직결돼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의 허울 좋은 번창 이면에는 빈부격차의 확대와 만연한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끼는 민심이 확대되고 있다. 모두 다 가난할 때는 받아들일 만했지만 개혁·개방 이후 부(富)가 한쪽으로 편중되면서 불만이 곪아 가고 있는 것이다. 도려내기에는 그 불만의 종양이 너무 커졌고, 무엇보다 자그마한 자극에도 터져버릴 수 있다. 민심 이반의 결과는 아무리 100년을 앞두고 있는 독재정당이라도 감당해내기 어렵다는 점을 시 주석은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100년 정당도 이처럼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는데 지금 우리 정당들은 어떤가. 국민들은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 치여 아우성인데 정당들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자영업자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청년실업은 개선될 여지조차 없는데 정당들은 당리당략에 매몰돼 여전히 진흙탕 싸움이다. 정치 관련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정치와 정당 불신은 팽배해 있다. 민심과 이반된 정당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사가 웅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위기의식이 다른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stinger@seoul.co.kr
  • 中 지도자들이 수영을 즐기는 까닭은

    중국 개국 원수인 마오쩌둥(毛澤東)부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대부분의 중국 지도자들이 취미로 수영을 꼽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도자들은 자신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치적으로도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하는 데 스포츠를 이용하지만 중국에서 수영은 정치적으로 특별한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시 주석이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취미로 수영을 꼽은 것을 소개하면서 마오부터 시 주석까지 중국의 1~5세대 지도자 가운데 덩샤오핑(鄧小平)을 제외하고 모두 수영을 즐겼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마오쩌둥은 1966년 문화대혁명을 일으키기 직전 70세의 고령으로 창장(長江·揚子江)을 헤엄쳐 건너는 모습을 통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1956년 처음 창장을 횡단한 이래 1966년까지 10년간 모두 42차례 수영으로 창장을 건넜다. 마오는 “강하호해(江河湖海·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에서 대풍대랑(大風大浪·크고 모진 바람과 파도) 속에 수영으로 신체를 단련하라”고 말하며 수영을 국민 스포츠로 추천하기도 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출신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마오 이후 중국에서 수영을 잘한다는 것은 풍파가 많은 정치 환경 속에서 생존 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면서 “험난한 정치 환경 속에 절대 익사하지 않는다는 신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3세대 지도자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1997년 미국 방문 당시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청색 수영복을 입고 한 시간 동안 수영을 즐긴 사실이 미국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의 경우 학생 시절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를 좋아했는데 특히 춤 솜씨가 좋았지만 스스로는 탁구와 수영을 가장 좋아하는 운동으로 꼽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반면 개혁·개방으로 중국을 경제 대국으로 키운 덩샤오핑은 수영 대신 두뇌 훈련에 좋은 마작과 브리지 게임을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내러티브 리포트] 끔찍한 가축 비명·발버둥…내 10년은 생지옥이었다

    [내러티브 리포트] 끔찍한 가축 비명·발버둥…내 10년은 생지옥이었다

    전북 고창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달 17일. 축산위생연구소 수의직 공무원 A(52)씨에게 한동안 잊고 지낸 악몽이 되살아났다. 10여년간 방역관으로 일하며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발병할 때마다 투입됐던 그가 숨을 끊은 돼지, 닭, 오리는 수만 마리에 이른다. 가축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땅에 묻은 ‘대량살상’의 기억은 아무리 지워 보려고 해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살처분 현장은 지옥이 따로 없다. 죽음에 직면한 동물들의 발버둥과 비명이 끊임없이 맴돈다. 추운 날씨에 끼니를 걸러 가며 밤샘 일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비인도적인 일을 한다는 시선이 따갑기만 하다. 경험 없는 공무원들이 투입된 현장에서는 과로와 흥분 상태가 겹쳐 통제력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년 전 구제역 현장에서는 살처분된 가축을 싣고 매몰지로 이동하려고 후진하던 차량에 치여 방역 공무원이 숨진 적도 있었다. AI는 구제역과 달리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1만 마리 이상의 오리가 있는 농장에는 방역관 1명과 공무원 30여명이 들어간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려온 ‘AI 긴급행동지침’대로라면 가축들을 이산화탄소로 안락사시킨 후 자루에 담아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일단 살아 있는 오리 7~8마리씩 자루에 담아 쌓은 뒤 자루 더미에 비닐을 씌워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오리의 생사를 일일이 확인할 겨를은 없다. 생매장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닭도 오리와 같은 가금류이지만 살처분은 더 어렵다. 사람 키보다 높은 곳에서 날개를 파닥거리며 발톱을 들이미는 닭을 강제로 나오게 하다 보면 아무리 튼튼한 장갑을 껴도 손등에서는 피가 나고 옷이 다 찢어지는 등 만신창이가 된다. 가축전염병이 사그라지면 사람들은 금세 잊는다. 하지만 살처분에 동원됐던 이들의 고통은 이어진다.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살처분에 동원된 방역 인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위한 정신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적인 고통을 토로하는 것 자체가 ‘호사스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한 동료는 새끼 돼지가 포클레인에 몸이 잘려 두 동강 나는 모습이 지금까지도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합니다. 동물의 비명이 환청으로 들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여 봤을 법한 사람들이 살처분에 동원된 뒤 식음을 전폐한 일도 숱하게 봤습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용어 클릭] ■내러티브 리포트 이야기하다(Narrate)는 단어의 뜻처럼 이야기체로 사건이나 인물의 심층적인 리얼리티를 그려 내는 방식을 뜻합니다. 축산위생연구소 수의직 공무원 A(52)씨와 다른 방역관계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내러티브 리포트(Narrative Report) 형태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 12초 만에 시속 100㎞… 1회 충전 148㎞ 주행

    12초 만에 시속 100㎞… 1회 충전 148㎞ 주행

    기아자동차는 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4 시카고 오토쇼’에서 전기차인 쏘울 EV를 첫 공개했다. 쏘울 EV에는 동급 최고 수준인 27h의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최대 148㎞까지 달릴 수 있다. 서울 북단에서 대전 남단에 해당하는 거리로 최근 출시된 국내 완성전기차 가운데는 가장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자사의 레이EV나 한국GM의 스파크EV,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가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91~135㎞ 정도다. 완충하면 160㎞ 정도를 갈 수 있는 닛산 리프와 BMW i3보다는 10㎞ 이상 주행거리가 짧다. 납작한 모양의 배터리를 차량 밑에 배치해 비교적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무게 중심은 낮춰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충전 시간은 100㎾ 충전기로 급속 충전할 때 25분, 240V 완속 충전으로는 5시간이 걸린다. 81.4㎾급 전기모터를 달아 최대 출력 109마력, 최대 토크 29㎏f·m의 주행 성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약 12초, 최고 시속은 140㎞다. 차량의 운동에너지 일부를 다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회생 제동 시스템’, 실내의 필요한 곳에만 부분적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개별 공조’ 등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엔진 소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저속으로 주행하거나 후진할 때는 보행자가 차를 피할 수 있도록 가상의 엔진 소리를 낸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쏘울 EV를 국내 출시하고 3분기 중 미국 시장에도 내놓을 계획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보라!세계를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

    보라!세계를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질서와 안보 등 주요 이슈를 끌어가는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하면서 중국의 핵심 가치관과 문화를 형성하는 소프트파워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서점가에는 중국 소프트파워를 다룬 국내외 저자들의 책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전해 온 동양 고전에 담긴 사상은 중국인의 사고와 전략을 이해하는 지름길을 터준다. 중국 런민(人民)대 중문과 교수인 렁정친(成)은 ‘중국의 지혜’(시그마북스, 김인지 옮김)에서 유가, 도가, 법가, 종횡가, 병가 등 5개 전통사상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저자가 최고로 꼽은 것은 공자의 사상을 출발점으로 하는 유가다. 유가의 지략은 모략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서 시작하는 까닭에 유가야말로 가장 심오하고 진정한 지혜의 보고라고 했다. 유가가 주장하는 이상적인 왕도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유가는 법가나 병가처럼 강경한 방법이 아닌 지혜로 상대방을 굴복시킨다. 공적 가치와 사적 이익을 분명히 구분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학파보다 합리적이다. 법가의 지혜는 법(法·강력한 통제), 술(術·술수), 세(勢·막강한 권세)가 그 핵심을 이룬다. 법가는 역대 황제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지략이지만 평등과 정의가 없고 오로지 봉건 왕조의 통치권력 유지를 목표로 존재했다는 점에서 가장 악독하다고 평가했다. 법가의 법은 그것이 도의에 맞는지, 백성에게 이익이 되는지 따지지 않는다. 한비자나 관중, 상앙 등이 법가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반면 도가의 지략은 마음과 지혜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 인간사에 존재하는 모든 이해관계와 그 관계의 전환을 꿰뚫어 보는 경지에서 가능하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며 모든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방해물이 없도록 만드는 처세의 지혜이기도 하지만, 종종 어둡고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횡가의 지혜는 중국의 지략 역사에서 가장 몰염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한 정치적 주장이나 가치관 없이 이익에만 끌려다닌 결과다. 병가는 큰 이익을 얻으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사상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지략이라는 평가가 붙는다. 지켜야 할 원칙도 없고 오로지 상대방을 이기면 승자로 인정한다. 저자는 “사람은 지략의 동물이 아니라 문화의 동물이다. 문화적 소양이 없는 사람이 지략을 구사하면 자신이 지른 불에 타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중국의 지혜는 곧 인생경험을 통해 깨달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의 신정근 교수는 ‘공자와 손자, 역사를 만들고 시대에 답하다’(사람의무늬)에서 동아시아 문(文)과 무(武)의 세계를 대표하는 두 인물을 교차 분석했다. 공자는 현실에서 실패했지만 역사를 만들었고, 손자는 현실에서는 성공했지만 역사를 만들지는 못했다는 것이 후세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두 거장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무를 겸비하려 했으며, 공통의 역사관과 시대감각을 갖고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2007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중국 소프트파워론’을 꺼낸 이후 전략 분야를 연구하는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중국의 매력국가 만들기: 소프트파워전략’(성균관대학교출판부)은 중국 최고 엘리트 양성교육기관인 중앙당교가 세계 각국의 전략학자들과 발행한 중국전략보고 시리즈의 첫 번째 발간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관념의 혁신, 중국문화의 건설, 모델 탐색, 중국이미지 형상화, 세계속의 중국이라는 5개의 큰 주제 아래 중국 소프트파워의 특징을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 책의 편저자인 먼훙화 중앙당교 교수는 “후발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을 선진국, 특히 미국과 비교할 때 차이가 가장 큰 부분은 국내총생산(GDP)이나 군사력이 아닌 소프트파워”라며 “중국이 소프트파워 건설을 강화하는 것은 평화적 발전의 길을 견지하는 중요한 지침이자 중국의 부상을 실현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양악수술 ‘저래선 안 되는데’ 말도 못하고… ”

    “양악수술 ‘저래선 안 되는데’ 말도 못하고… ”

    “한국으로 돌아와서 놀란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무리 봐도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는 의사들이 막 양악수술을 해대는 것이었어요. ‘저러면 안 되는데’ 싶었지만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게 우리나라 의료계 풍토여서 답답했습니다.” 그는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질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미국에서 돌아와 나도 개원을 한 터에 특정인이나 특정 부류를 비난하면 오해 받을 수도 있어 말문이 안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답변을 대신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더러는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악수술은 결코 간단한 수술이 아닙니다. 그게 단순한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안면 전체와 두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양악수술에 대해 잘 훈련된 전문의가 맡는 게 당연한데, 이걸 자꾸 미용적 관점으로만 보려 하니 문제가 생긴 거지요. 한번도 양악수술에 대해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가 마치 레고 다루듯 해치운다는 게 같은 의사로서 이해가 안 되고, 그런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도 십중팔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지요”   ■ 세계 양악수술의 프로토콜을 바꾼 한국 의사  의사로서, 특히 한국인 의사로서 특정 의료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 술 더 떠서 한 치료 분야에서 기존의 치료 프로토콜을 완전히 바꾸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치과 의사가 양악수술 분야에서 치료의 모든 과정들을 3D로 진행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을 창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치대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퍼시픽치과대학 교정과 교수로 7년간 재직했던 조헌제(현, 한국임상치과의사회 회장·앵글치과 원장) 박사가 그다. 3D란 3차원 입체영상으로, 의료계에서는 CT 등 기존 2차원 평면 영상을 대체하는 최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조헌제 박사가 이런 3D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1인창업 벤처기업 창업자가 퍼시픽치과대학으로 찾아왔다. 당초 아이디어만 갖고 있던 그는 조 교수의 전폭적인 지도를 받으며 개발을 진행해 지금은 임플란트·치아교정·양악수술 등에 필요한 3D 소프트웨어를 다섯번째 버전까지 개발했는가 하면 3D 기술을 이용해 시체없이도 해부학 실습을 할 수 있는 해부학테이블까지 개발했다. 이 덕분에 그 회사는 미국내 치과 3D 소프트웨어 시장의 70%를 점유할만큼 압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 그의 연구 결과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  조 교수는 2009년 4월 미국임상교정학회지(JCO)에 세계 최초로 3D 안면골 및 치아분석법인 ‘조 분석법(Cho Analysis)’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 때까지 연구 분야에서만 쓰이던 3D가 최초로 임상치료 분야에 적용되는 신호탄이 되었던 이 논문은 학회지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학회지 편집인들은 그의 논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JCO 이번 호에 조헌제 교수가 3D 진단분석시스템을 발표한다. ‘Cho 분석법’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두개안면부 골격을 3차원적으로 분석하는 매우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Cho 분석법’을 이용한 많은 치료 사례들이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JCO 편집장 로버트 G 케임) “이번달 JCO에 발표된 조 교수의 3D진단 논문은 교정치료와 연구에 있어서 앞으로의 거대한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JOC편집인 로널드 레드몬드)   이후, 조 교수는 미국은 물론 유럽의 치과학회 및 치과대학 등지에서 자신이 개발한 3D 분석법을 발표하고, 강의했다. 그러면서 3D 분석법을 치료에 적용하기로 하고 개발한 것이 바로 ‘3D 치아교정술’과 ‘3D 양악수술 치료법’이다. 그가 ‘3D 안면골 분석법’과 ‘3D 치아교정술’, ‘3D 양악수술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창시한 것. 그가 제시한 3D 분석법이 전세계 치과 분야에 끼친 파급효과는 상상을 뛰어넘어 현재 세계적으로 유수한 치과 3D 소프트웨어에는 대부분 그의 ‘3D 안면골 분석법(Cho Analysis)’이 탑재돼 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 최초의 3D 양악수술 지침서인 영문판 ‘시스템 3D 수술교정’도 출간했다.    그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2011년 귀국했다. “아쉬웠지만 한국에서도 할 일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지요.” 그가 귀국한 뒤 미국의 동료 교수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조 교수가 떠나면서 미국의 3D 교정, 3D 양악수술 분야의 발전이 너무 더뎌졌다” 그만큼 미국의 치과 3D분야에서 조 박사의 공헌과 입지는 독보적이었다.   ■ 양악수술 국제표준도 안 지키는 한국  귀국 후 양악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치과를 개원했는가 하면 앵글치의학연구소도 설립했다. 또 한국임상교정치과의사회(KSO) 회장까지 맡아 이제는 한국에서 3D 안면골 분석법과 3D 치아교정술, 3D 양악수술을 연구, 전파하고 있다. 조 박사는 “그동안 한국에서 이뤄진 수많은 양악수술 중 상당수가 잘 됐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양악수술은 전반적인 의료 수준에 비해 후진적”이라면서 “인생을 좌우하는 양악수술이 기능을 무시한 채 미용적인 측면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실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충분히 경험을 쌓은 의사가, 그것도 치아교합을 잘 아는 교정치과 의사와 외과의사가 긴밀하게 협진해 치료하는 것이 양악수술의 국제표준인데, 이런 중요한 원칙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후진적이고 무원칙한 양악수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는 ‘3D 양악수술’을 제시했다. “이 술기를 누가 창안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우리나라의 양악수술 수준이 지금의 후진성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그의 시선이 국내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중국 등 아시아권의 양악수술 대상자가 2억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모두 우리 의료의 잠재적 대상이다. ‘3D 양악수술’이라는 의술이 양악수술 한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만큼 크다. 국내의 많은 의사들이 이런 가능성에 눈길을 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민심 잃은 中 공산당, 1948년 국민당 닮았다”

    “민심 잃은 中 공산당, 1948년 국민당 닮았다”

    “지금의 중국 공산당은 1948년 (민심을 잃고 붕괴에 직면한) 국민당과 닮은꼴이다. 우리에게 언제든 재스민 혁명과 같은 위기가 올 수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 취임 3개월을 앞둔 2012년 8월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에서 당의 위기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고 중국시보 등 타이완 언론들이 5일 일제히 보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최고지도부와 원로들이 휴가를 보내며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연례행사다. 시 주석이 총서기 취임 뒤인 2013년 1월 “파리부터 호랑이까지 때려잡겠다”며 연일 ‘반부패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당·정·군의 부패에 따른 민심 이반에 대한 시 주석의 위기의식과 직결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당시 퇴임을 앞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그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회의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전폭 지지했으며, 이에 지도부는 시 주석 취임 이후 반부패 운동을 강력히 전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시 주석이 언급한 1948년의 국민당은 심각한 부패로 국민의 원성이 극에 달해 패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국민당 지도자인 장제스(蔣介石)와 그의 큰아들 장징궈(蔣經國)는 부패로 찌든 국민당을 개혁하겠다며 “파리는 놔두고 호랑이만 때려잡겠다”는 구호를 내세워 상하이(上海) 대형 비리 기업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친·인척인 쿵샹시(孔祥熙) 사건은 무마시키면서 국민당의 반부패 운동은 70일 만에 종말을 고했다. 1년 뒤인 1949년 10월 1일 공산당은 신중국을 건립하고 국민당은 타이완으로 쫓겨났다. 신문은 시 주석이 반부패 운동 이외에 서민 만두 가게를 ‘깜짝 방문’하고, 이전 지도자들과 달리 퍼스트레이디와 손잡고 해외 순방에 나서는 등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는 것도 국민들이 가진 공산당의 부패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시 주석이 취임 전에 한 이야기가 뒤늦게 중화권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에서 고의적으로 시 주석의 발언을 흘린 것이라면 집권 2년 차인 올해 반부패 운동을 더욱 강력히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출신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본인의 친·인척 비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반부패 운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공공기관 여성 채용 ‘후진’… 이공계·고졸 출신도 홀대

    공공기관 여성 채용 ‘후진’… 이공계·고졸 출신도 홀대

    지난해 공공기관이 뽑은 정규직 신입직원 중 여성의 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정규직의 경우 전문분야 선발이 많아 상대적으로 여성이 적다는 게 공공기관의 설명이다. 또 이명박 정부가 차별 해소를 강조하면서 높아졌던 이공계와 고졸 지원자 증가율은 크게 낮아졌고,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지역인재 채용은 크게 늘었다. 4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295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 인원은 1만 5090명으로 2012년(1만 4766명)에 비해 2.2% 증가했다. 당초 기재부가 제시했던 2013년 채용 목표인 1만 5000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차별 해소를 위해 채용하는 여성·장애인·이공계·지역인재·고졸 등 5개 분야를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장애인·이공계 증가율은 전체 신입사원 증가율(2.2%)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신입사원 중 여성은 5979명으로 전년(5918명)에 비해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정규직 신입사원 중 여성 신입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39.6%였다. 2009년 45.3%에서 2012년 40.1%로 꾸준히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여성 채용을 2012년 11명에서 지난해 3명으로 줄인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연구전문 분야 인원을 주로 뽑다 보니 남성이 많다”면서 “반면 석사급 초청 연구원은 여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채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258명을 선발했는데, 2011년(365명)보다 29.3%나 줄었다. 이명박 정부가 특히 강조했던 이공계 및 고졸 신규 채용 수도 예년에 비해 감소했다. 이공계 채용자는 5689명으로 2012년(5638명)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2010년 52.8%, 2011년 42.4%, 2012년 19.7% 증가한 것을 감안할 때 체감적으로 오히려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졸 채용 역시 2034명으로 전년(1930명)보다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졸 채용은 2010년부터 매년 30% 이상 늘었다. 반면 지방대 출신자 등 지역인재는 8255명으로 2012년(7499명)보다 무려 10.1%가 늘었다. 2011년(31.6%)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지역인재를 채용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검찰 “남한체제 전복 의도” vs 변호인단 “국정원의 정치이벤트”

    검찰 “남한체제 전복 의도” vs 변호인단 “국정원의 정치이벤트”

    검찰이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 피고인 7명에게 3일 중형을 구형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가 존립에 해를 끼치는 세력에 대해 장기간 사회 격리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의원은 국회의원임에도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면서 폭동을 주도하고 직분을 내세워 각종 국가 기밀을 빼내려 한 점에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최고 45년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데도 이를 절반으로 내린 것을 두고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없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2시간 30분에 걸쳐 이 피고인 등의 내란 선동과 음모, 이적 동조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실, 법률 적용 및 정상 관계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구된 정당 해산 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내란 음모 혐의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검찰은 “이 의원 등 130명이 ‘RO’라는 비밀 조직에 몸담고 전시에 남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인명 살상과 후방 교란을 모의했다”고 지적했다. 정신이상자에 의해 시민 120여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을 예로 들며 “기간시설은 마비될 경우 안보와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계획이 실행될 경우 무수한 희생을 예상하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 모두를 겨냥해 “피고인들이 속한 RO와 같은 지하혁명조직은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러한 조직이 얼마나 더 있을지조차 알 수 없지만 이 사건을 통해 체제 위협 세력에 엄중한 경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국정원이 제공한 온갖 ‘카더라’식 소설을 대대적으로 받아쓴 언론의 여론재판(마녀사냥)이 저를 결국 의사당에서 끌어내어 이 자리에 서도록 했다”며 “저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나 한 사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중심이라고 할 통합진보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도 최후 의견진술을 통해 “이번 사건은 대선 개입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국정원이 국면전환을 위해 조작한 ‘정치이벤트’”라고 규정했다. 판결은 오는 18일 열리는 헌재의 진보당 해산 심판 심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재판 장면이 10여분간 언론에 공개된 것은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커 자료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변호인단 의견을 재판부가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중형이 구형된 것은 헌법 질서 준수를 통한 국가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가감 없이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관계자들은 수원지법 앞에서 ‘내란 음모 조작 사건 검찰 구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檢 “장기간 격리 필요” 이석기 징역 20년 구형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 등 피고인 7명에게 검찰이 중형인 징역 10~20년을 구형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내란 음모와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에 대해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과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김홍열 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0년을, 한동근 전 진보당 수원시위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이 구형됐다. 선고 공판은 17일 오후 2시 열린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추종하는 RO(혁명조직) 조직원들이 북한과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생각하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다 발각된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한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민혁당 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이 피고인 등은 국민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거하려는 범행을 계획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만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것만이 재범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북과 그 무슨 연계를 맺은 적도 없고 폭력으로 정권을 전복하려 한 적도 없는데 검찰은 RO총책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현역 국회의원이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현 정권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복하려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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