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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플러스] “매일 도봉산 맨발로 올라… 꿈·희망 전하는 국민 일꾼 되고 싶어”

    [인터뷰 플러스] “매일 도봉산 맨발로 올라… 꿈·희망 전하는 국민 일꾼 되고 싶어”

    ‘고독한 승부!’ 이는 ‘얼음 위에 오래 서 있기 세계최강’인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53) 에스제이트랜드(의류 브랜드) 전무가 내년에 출간 예정으로 집필 중인 책의 제목이다. 얼음 위 맨발 오래 서 있기 세계신기록(2시간 15분) 보유자인 그는 “모든 사람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출간을 준비하게 됐다”고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기 위해 매일 도봉산을 맨발로 오르는 등 2009년부터 하루 10시간 훈련을 하면서 매일 새벽마다 고독한 승부사가 된다”고 고백했다. 그가 팬들에게는 초인으로 불리지만, 그 뒷면으로 피나는 노력 그 이상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다. 지난 4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염원하는 이벤트로 전남 광양에서 경기 파주의 임진각까지 427km 종주를 9박 10일간 맨발 달리기로 완주했고, 지난해 6월에도 ‘남북평화통일 염원’을 담아 세계 최초로 일본의 상징 후지산(3776m) 정상을 8시간 만에 맨발로 올라섰다. 뿐만 아니다. 한겨울 강취위 속에 태백산 6회, 한라산 3회, 지리산 1회 등 그의 맨발 투혼은 KBS ‘아침마당’, SBS ‘세상에 이런 일이’, KBS ‘9시 뉴스’ 등 각종 방송언론에 대한국인의 꿈과 희망, 용기와 도전으로 수십 회에 걸쳐 소개됐다.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용기를,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대화합’을 전하는 국민일꾼이 되고 싶다는 그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대구 팔공산을 시작으로 광주 무등산, 영호남의 영산인 지리산을 차례로 맨발 등정할 계획”이라며 “피트니스 세계대회에도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득 불행이 찾아왔을 때 용기를 되새기면 꿈은 길을 찾는 이에게 새로운 희망의 등불을 밝혀 준다는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 그의 희망의 불빛으로 밝히는 인간승리의 스토리를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얼음 위에 맨발로 오래 서 있기’ 세계기록 보유자이시죠. -지난 7월 7일입니다. ‘세계에서 얼음 위에서 가장 오래 맨발로 선 사람’으로 공인됐습니다. 도전 한국인 운동본부가 서울 강서구 등촌동 KBS 스포츠월드 제2체육관에서 주최한 ‘2018 대한민국 도전 페스티벌’에서 ‘얼음 위에서 맨발로 오래 서 있기’ 세계 신기록에 도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2시간 2분을 기록했습니다. 전에 제가 보유한 이 부문 비공인 세계 기록(1시간 42분)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기록 인증원(KBRI)을 통해 세계 신기록으로 공인됐습니다.→맨발의 사나이로 더 잘 알려져 계신데요. 맨발의 사나이가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아픈 사연입니다. 큰돈을 벌어보고 싶어서 친척과 지인 돈, 은행 돈 다 끌어서 주식에 올인 했는데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한방에 그만 망했습니다. 거액을 날린 것은 물론이고 ‘빚쟁이’가 됐습니다. 도망자 신세가 된 거죠. 찜질방을 전전하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대상포진과 폐기흉, 달팽이관 파열 등 병까지 얻었습니다. 좀 생소한 폐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서 늑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는 병입니다.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형편이 안 돼서 찜질방을 정리하고 도봉산의 한 사찰로 피신했습니다. 산에 올라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죽어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생을 정리할 생각으로 도봉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지금은 뛰어서 20분이면 오르는데요. 그때는 10시간에 걸쳐 기어올랐는데 안 죽어지더라고요. 되레 도전정신이 생겼습니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로 바뀌듯이 그 짧은 순간에 삶의 희망의 불꽃이 가슴속에서 타올랐습니다. 그래서 매일 절에서부터 산 정상으로 하루도 쉬지 않는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맨발 등산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실행에 옮겼더니 폐기흉은 물론 대상포진 등이 치유됐습니다. 날씨가 겨울이 됐는데도 맨발 등산이 됐습니다. 추리닝 바지를 접고 등산했는데요. 반바지로 바꿔도 괜찮아졌습니다. 이제 나는 맨발 등산 덕에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수십억 모두 갚았습니다. 맨발 산행은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처방이었습니다. 맨발 산행 거리를 조금씩 늘려 6년이 지난 2015년에는 20분 만에 포대능선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죠. 건강을 회복한 것은 물론이고 ‘도봉산 맨발의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습니다. 맨발 산행이 저를 살리고 인생을 바꾼 것입니다. →맨발 등산뿐 아니라 맨발 퍼포먼스를 하고 계십니다. -네. 시작한 지 10년 된 것 같습니다. 겨울 산은 보통 영하 20℃에서 30℃인데요.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 도전정신을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좌절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 난관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강하다’는 것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특히 겨울 태백산은 6번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평화 통일 기원’, ‘국민 대화합’, ‘소년·소녀 가장 돕기’ 같은 문구를 옷에 붙이고 산행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 가운데 남북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맨발 퍼포먼스를 소개한다면 무엇인가요. -지난해 6월 13일의 일본 후지산 맨발 등정입니다. 후지산 정상을 8시간 35분 만에 맨발로 딛고 서서 ‘남북 평화통일 기원’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습니다. 후지산은 해발 3776m 높이로 일본의 상징인데요. 맨발 등정은 제가 세계 최초입니다. 당시 눈이 생각보다 깊어 허리까지 빠지는 곳도 있었습니다. 칼바람 또한 너무 심했습니다. 한 걸음 움직이기도 힘들었습니다만 ‘나는 한국인이다’는 정신으로 올랐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어요. 이를 계기로 분단국가의 현실을 알리고 평화통일을 당기는 초석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4월에 국토 남단에서 분단의 상징인 파주 임진각까지, 전남 광양 배알도에서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427㎞를 9박 10일간 맨발로 달린 겁니다. 4.27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였죠. 또 G20산악연맹이 2016년 12월 태백산에서 주최한 남북 평화통일 및 소년·소녀 가장 돕기 등반 행사에 참여해 태백산을 맨발 등정했습니다.→남북 평화통일이 주된 주제인 까닭은 무엇인가요. -정치 지도자들, 남북 지도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 나라 국민들과 민족이 얼음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기억해서 국민 대화합을 이루고,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정치를 해 달라는 겁니다. 얼음 위에 서면 발부터 뼈까지 시리고 얼어붙는 통증이 옵니다. 아픔인 거죠. 내가 아프듯이 국민이 아프다는 것, 민족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도 하셨고, 최근에는 서민경제를 주제로도 하셨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로 여러 차례 했습니다. 평창올림픽 개막 100일 앞두고 여주시청을 출발해 서울시청광장까지 약 100㎞의 거리를 맨발로 달리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를 진행했고요. 그 후로 도봉산에서 광화문까지 25㎞를 맨발로 달린 후 광화문에 도착해서는 얼음 위에서 오래 견디기도 했습니다. 70일 전에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에 힘을 실어주고자 맨발로 태백산에 올랐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이었습니다. 그 연장선에 지난 9월 3일부터 5일까지 서민경제 회생기원 맨발산행과 마라톤도 했습니다. 첫째 날인 9월 3일 맨발로 한라산 산행을 시작으로 둘째 날인 9월 4일에는 민족의 영산 태백산 산행했고요. 마지막 날인 9월 5일에는 파주시청을 출발해 임진각까지 19km를 맨발로 달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음 위 1인 시위’도 하셨습니다.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첫 증인신문을 하루 앞두고 했었죠. 그때 알림판에 ‘국민 대화합을 위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세력은 국민 앞에 사죄하시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지금까지 국민의 아픔이고 고통이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조기 탄핵 촉구였죠. 국회 특활비 폐지는 광화문과 국회의사당에서 각각 한 번씩 두 번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임을 재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 친 외할아버지 김갑곤 할아버지와 그 동생 김희곤 할아버지는 전남 광양을 대표하는 항일독립운동가셨습니다. 김갑곤 할아버지는 가산을 팔아 독성당이라는 독립운동단체를 설립해 독립운동을 하셨는데요. 친 외할아버지는 옥고를 치르셨지만, 동생 되는 김희곤 작은 외할아버지는 그만 옥사하셨습니다. 이로써 두 분 외할아버지께서는 독립유공자가 되셨고, 건국포장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의 피가 흐르는 독립운동가 자손으로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생각입니다. 특히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한 일, 소외계층을 위한 일에 힘쓸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겨울에 ‘서울에서 평양까지’ 평화통일 기원 맨발 달리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선은 오는 30일 영호남 대구 팔공산 국민대화합 한겨울 맨발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화합과 평화를 위해 갈등과 반목을 걷어내고 영호남인들이 손을 잡고 대한민국 희망을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광주 무등산, 지리산 한겨울 맨발 퍼포먼스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겁니다. 그리고 내년에 개최되는 세계 피트니스 대회에 참여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고독한 승부사’란 제목의 자전집도 출간할 계획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손예진♥정해인, 아직도 ‘예쁜 누나’ 촬영 중? 달달 포상휴가 포착

    손예진♥정해인, 아직도 ‘예쁜 누나’ 촬영 중? 달달 포상휴가 포착

    배우 손예진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포상 휴가 중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손예진은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높이 높이 더 높이 날다 #공중부양 #깨달음”이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사진에는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감독, 손예진, 정해인 등이 일본 후지산이 보이는 들판에서 점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손예진은 웃음을 터뜨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놀이기구 탑승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손예진과 정해인은 나란히 앉아있다. 정해인은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고 손예진은 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한편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연상연하 커플의 현실적인 연애를 그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지난 29일 일본 삿포로로 포상 휴가를 떠나 2박3일의 여행을 즐기고 31일 귀국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조상 로봇의 귀환 ‘어른이들’ 설렌다

    조상 로봇의 귀환 ‘어른이들’ 설렌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듣는 순간 어린 시절을 소환하는 노래의 주인공이 돌아왔다. 1970~1980년대 유년을 보낸 중년층을 향수에 젖게 하는 그 이름, ‘마징가Z’다. ‘마징가Z’는 1972년 TV시리즈로 제작될 당시 처음으로 등장한 인간 탑승형 로봇이었다. 최근 흥행한 ‘퍼시픽 림’을 비롯해 ‘기동전사 건담’,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후대의 로봇 캐릭터에 영향을 끼친 원조다. 당시 TV애니메이션으로 소년들을 매료시켰던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이 극장판 영화로 추억 속 로봇을 부활시켰다.원작자인 나가이 고의 화업 50주년, 마징가Z의 탄생 45주년을 맞아 기획된 ‘마징가Z 인피니티’다. 영화는 TV시리즈의 10년 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 후지산 인근에서 발굴된 높이 600m에 달하는 거대 마징가 ‘인피니티’를 차지한 닥터헬이 아수라 백작과 브로켄 남작 등을 앞세워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는다. 부활한 닥터 헬 군단과 맞서던 그레이트 마징가와 파일럿 쓰루기 데쓰야(한국명 장검철)마저 생포되자 과학자가 된 파일럿 가부토 고우지(한국명 강쇠돌)는 잠든 마징가Z를 깨워 마지막 출격에 나선다. 마징가Z의 과거와 매력을 꿰고 있는 골수팬들은 오는 17일 국내 개봉에 앞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마징가Z 피규어를 수십, 수백 개 사모으고 지난 1월 일본 개봉 당시 직접 도쿄까지 가 ‘마징가Z의 귀환’을 미리 반긴 팬들의 감상평과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1980년대 후반부터 마징가Z에 열광해 왔다는 김성태(38·건설회사 직원)씨는 지난 2월 도쿄 오다이바의 한 극장에서 일본어판으로 영화를 본 데 이어 지난 3일 국내 시사에서 우리말 더빙판까지 섭렵했다. 그는 “원어판은 성우들이 목소리 톤이나 액션을 할 때의 발성법 등에서 옛날 TV시리즈의 분위기를 비슷하게 재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김씨가 꼽는 마징가Z의 매력은 최근 히어로물에서 등장하는 인간미 넘치는 영웅들과 달리 단단한 정의감과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악을 물리치는 군더더기 없는 플롯이다. 그는 “전형적인 영웅상과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1980~9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과거 TV시리즈보다 화려해진 액션, 앵글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영화에는 후지산 중턱에 솟아오른 듯한 인피니티의 위용과 기계수 군단을 상대하는 그레이트 마징가의 액션, 마징가Z와 인피니티의 대결이 다채롭게 전개된다. 그는 “위력을 가진 병기가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는 원작자 나가이 고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라고 덧붙였다.1970년대 후반부터 TV시리즈, 카세트테이프, 그림책 등으로 ‘마징가Z’를 즐겨온 데 이어 마징가 피규어를 수집해 온 김익환(43·마케팅회사 근무)씨는 “마징가Z를 봤던 세대와 아닌 세대 간의 온도 차가 심한 작품으로 만듦새를 세세하게 따져 보면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하기 힘들지만 아버지 세대들이 과거엔 이런 걸 좋아했다고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그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요즘 히어로물에 익숙해진 젊은 관객들에게 유치하지 않을까 싶어 이야기를 난해하게 끌고 간 것이 아쉽다”며 “좀더 대중적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인물 간 관계를 짚는 드라마 비중을 줄이고 전투 장면을 늘리는 게 마징가Z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관객에겐 주효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마징가Z’와 관련 서적을 탐닉해 온 이경남(42·가명·회사원)씨는 “기존의 권선징악의 줄거리에 이제는 중년이 된 소년의 성장과 가족애로 이야기를 두텁게 했으나 전반적으로 신파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악역인 헬 박사, 브로켄 남작, 아수라 백작 등의 존재감과 캐릭터의 입체감이 약했고 손으로 그린 원화에 덧댄 일부 CG가 요즘 관객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다소 부조화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죽기에 완벽하고 절박하게 살고 싶은 곳

    일본 후지산 근처에는 약 900만평에 달하는 울창한 숲이 있다. “나무의 바다”로도 불리는 ‘아오키가하라’다. 이곳은 경관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이유로도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유독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2010년에는 무려 247명이 아오키가하라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아서(매슈 매코너헤이)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다. 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나는 ‘왜 죽음을 택하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왜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의 숲을 생의 마지막 행선지로 골랐느냐?’ 하는 점이다. 그 답은 조안(나오미 와츠)과 관련이 있다.아서와 조안은 부부다. 한데 그들의 관계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서와 조안은 늘 다툰다. 그는 그녀가 자기를 못마땅하게만 여긴다고 화를 내고, 그녀는 그가 계속 자기 등골만 빼먹는다고 소리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소원하게 지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갈등의 원인은 아서에게 있었다. 그의 외도가 들통나면서 조안의 믿음에 금이 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와 헤어지지 않았고,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며 생계까지 책임졌다. 반면 아서는 어땠나. 이후 그도 나름대로 남편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아내에게 진정 관심을 기울인 적은 많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후회할 말과 행동을 아서 스스로가 줄곧 한 셈이다.이제 조안은 세상에 없다. 비로소 아서도 자신을 되돌아본다. 남아 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죄책감, 자신에 대한 자책감뿐이다. 그래서 그는 아오키가하라에 왔다. (또한 이것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당신 최후의 날은 차갑고 휑한 병원이 아닌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맞으라는 조안의 부탁을 아서가 들어준 것이기도 하다.) 아서는 회한에 잠긴다. “꼭 그런 순간이 와야 알 수 있나 봐요. 삶이 흔들리는 순간이 와야만, 그제야 정말 소중한 걸 깨닫게 되잖아요. 문제는 그런 순간은 금세 사라지거나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거죠.” 그런데 그는 누구에게 이 같은 고백을 하고 있는 걸까. 아서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오키가하라에서 만난 일본인 다쿠미(와타나베 켄)다. 두 사람은 죽고자 여기에 왔으나, 어느 순간부터 동행하면서 미로 같은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쓴다.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살 기회’를 다시 한번 얻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다. 이때는 역설적으로 죽음이 삶을 돕는다. 예컨대 추위에 떨던 그들이 죽은 이의 외투를 입고, 시체가 있던 텐트에서 몸을 녹이는 장면이 그렇다. 앞서 2010년 아오키가하라에서 247명이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썼다. 그중 실제 자살한 사람은 몇 명일까? 54명이다. 다시 말해, 살아 돌아온 사람이 193명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아오키가하라의 별칭은 생동하는 “나무의 바다”가 맞는 것 같다.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지금, 이 영화] ‘씨 오브 트리스’

    [지금, 이 영화] ‘씨 오브 트리스’

    일본 후지산 근처에는 약 900만평에 달하는 울창한 숲이 있다. “나무의 바다”로도 불리는 ‘아오키가하라’다. 이곳은 경관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이유로도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유독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2010년에는 무려 247명이 아오키가하라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아서(매슈 매코너헤이)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다. 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나는 ‘왜 죽음을 택하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왜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의 숲을 생의 마지막 행선지로 골랐느냐?’ 하는 점이다. 그 답은 조안(나오미 와츠)과 관련이 있다.아서와 조안은 부부다. 한데 그들의 관계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서와 조안은 늘 다툰다. 그는 그녀가 자기를 못마땅하게만 여긴다고 화를 내고, 그녀는 그가 계속 자기 등골만 빼먹는다고 소리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소원하게 지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갈등의 원인은 아서에게 있었다. 그의 외도가 들통나면서 조안의 믿음에 금이 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와 헤어지지 않았고,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며 생계까지 책임졌다. 반면 아서는 어땠나. 이후 그도 나름대로 남편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아내에게 진정 관심을 기울인 적은 많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후회할 말과 행동을 아서 스스로가 줄곧 한 셈이다. 이제 조안은 세상에 없다. 비로소 아서도 자신을 되돌아본다. 남아 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죄책감, 자신에 대한 자책감뿐이다. 그래서 그는 아오키가하라에 왔다. (또한 이것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당신 최후의 날은 차갑고 휑한 병원이 아닌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맞으라는 조안의 부탁을 아서가 들어준 것이기도 하다.) 아서는 회한에 잠긴다. “꼭 그런 순간이 와야 알 수 있나 봐요. 삶이 흔들리는 순간이 와야만, 그제야 정말 소중한 걸 깨닫게 되잖아요. 문제는 그런 순간은 금세 사라지거나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거죠.” 그런데 그는 누구에게 이 같은 고백을 하고 있는 걸까.아서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오키가하라에서 만난 일본인 다쿠미(와타나베 켄)다. 두 사람은 죽고자 여기에 왔으나, 어느 순간부터 동행하면서 미로 같은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쓴다.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살 기회’를 다시 한번 얻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다. 이때는 역설적으로 죽음이 삶을 돕는다. 예컨대 추위에 떨던 그들이 죽은 이의 외투를 입고, 시체가 있던 텐트에서 몸을 녹이는 장면이 그렇다. 앞서 2010년 아오키가하라에서 247명이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썼다. 그중 실제 자살한 사람은 몇 명일까? 54명이다. 다시 말해, 살아 돌아온 사람이 193명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아오키가하라의 별칭은 생동하는 “나무의 바다”가 맞는 것 같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명당’, 비행기는 비상구석, KTX는 홀수 배열, 콘서트장은 콘솔 앞

    ‘명당’, 비행기는 비상구석, KTX는 홀수 배열, 콘서트장은 콘솔 앞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을 꼭 떠올리지 않더라도 같은 비용이면 더 좋은 자리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누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특히 장시간 이용해야 하는 항공권이나 기차,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나 오페라 공연 등은 더욱 그렇다. 어디에든 숨은 ‘명당’자리 는 있기 마련.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좌석의 경제학’을 알아보자.[항공기] 길게는 10시간 넘게 탑승해야 하는 비행기의 좌석은 여행의 첫인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자칫 여행길부터 피로감에 기분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항공기는 뒤쪽보다는 앞쪽 열 좌석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귀국편보다 해외로 출국하는 항공편은 착륙 후 빨리 내려야 조금이라도 입국 수속을 빨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좌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쪽에 앉을수록 식사나 음료를 먼저 받을 수 있는 것도 덤이다. 터뷸런스(난기류)로 기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 어지러움을 심하게 느끼는 승객은 중간 부분에 타야 한다. 날개 부분, 창가보다는 가운데 좌석이 좋다. 날개 옆에 위치한 좌석은 앞쪽이나 꼬리 부분보다 비교적 흔들림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날개 부근엔 비행기의 엔진이 가까워 소음이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또 주변소음에 민감하다면 주로 아기용 배시넷(요람)이 많은 앞쪽이나 단체 여행객이 모인 뒤쪽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퍼스트, 비즈니스 클래스를 제외한 이코노미석에서 가장 가성비 ‘갑’인 명당은 비상구석이다. 앞쪽에 좌석이 없어 다리를 편하게 쭉 뻗을 수 있고 화장실을 갈 때도 옆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상구석은 좌석 테이블이 따로 있고 발밑에 짐을 따로 놓을 공간이 없다는 단점도 있다. 요람을 달 수 있는 칸막이벽 바로 뒤에 배치된 벌크헤드 좌석도 앞쪽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 명당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상구 좌석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승객의 탈출을 도와야 하므로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이 되지 않는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영어 소통 가능 여부를 묻기도 한다. 벌크헤드 좌석도 요람을 사용하는 유아 동반 고객에게 우선 배정된다. 이 때문에 출발 당일 공항에 일찍 가서 해당 좌석이 있는지 확인하고 요청하는 편이 낫다. 물론 항공사에 따라 선호 좌석을 따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나의 경우 국제선 노선에 한해 A380 기준 비상구 좌석인 30열과 31열, 70열의 좌석은 물론 비행기 구조상 앞에 좌석이 없는 48D석을 판매한다. 일부는 유아용 요람을 설치할 수 있고 일반 좌석 대비 38㎝나 넓은 다리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나는 A350 기종에 한해 노선별로 편도 2만~15만원을 내면 되는 비즈니스 바로 뒤편 앞뒤 좌석 간 거리가 91.44㎝인 ‘이코노미 스마티움‘석도 운영 중이다. 착륙 시 하늘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잘 감상할 수 있는 명당자리도 있다. 제주를 남쪽에 두고 향하는 비행기는 좌회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 왼쪽 좌석에 앉으면 창 밖으로 섬의 모습을 잘 내려다볼 수 있다. 도쿄행 비행기에서 후지산을 보려면 김포·인천공항에서 하네다나 나리타 공항으로 갈 때는 왼쪽 창가, 올 때는 오른쪽 창가가 좋다. 네팔행 비행기에서 히말라야 고봉을 조망하려면 출국 때는 오른쪽 좌석이 유리하다. 항공기나 항공사에 따라 명당도 갈린다. 인천~뉴욕을 오가는 아시아나 항공 A380 기종의 경우 2층에 위치한 이코노미석은 ‘2-4-2’ 배열로 일행이 두 명일 경우 권하고 싶은 좌석이다. 또 2층 창쪽 좌석은 창 옆에 작은 짐칸이 따로 설치돼 편하게 짐을 넣고 꺼낼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항공기별 좌석을 보여 주는 사이트(www.seatguru.com)에서 항공사명, 항공편 번호, 탑승일자를 입력하면 탑승하게 될 항공기의 좌석 배열을 확인할 수 있다. [KTX] KTX 열차의 가장 편한 자리는 어디일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산천호 기준 KTX 특실 2호차가 명당이다. 좌석 수가 제일 적고 승무원실과 방송실이 있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5·7·9번 등 홀수 배열 좌석은 창이 넓어 경치를 감상하기 좋지만, 짝수 배열은 창 사이에 창틀, 옷걸이 등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피하는 편이 낫다. 유아를 동반한 경우라면 4호차와 5호차 사이에 있는 수유실과 가까운 좌석이 유리하다. 무거운 짐이 있을 때는 맨 뒷좌석을 예매하면 남은 공간에 짐을 넣어 둘 수 있다. [공연장] 공연 마니아라면 좌석에 더욱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비싼 좌석이 좋은 좌석일 가능성이 크지만 공연의 성격이나 취향에 따라 ‘명당’의 기준이 바뀌기도 한다.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1층 정중앙이다. 연출가들이 이곳에서 예행연습을 하면서 조명, 세트, 배우 동선 등을 맞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공연의 장르에 따라 달라진다. 피아노 독주회의 경우 대부분 무대 중앙에 피아노, 무대 왼쪽에 연주자가 위치한다. 이 때문에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고 싶다면 무대 앞 왼쪽 좌석이 유리하고, 연주자의 표정을 보고 싶다면 무대 중앙이나 오른쪽 앞좌석이 좋다. 타악기 등 특정 악기의 소리를 집중해서 듣고 싶거나 지휘자가 지휘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무대 뒤 합창석도 나쁘지 않다. 물론 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 독창회는 무대 앞쪽 중앙이 유리하다. 음향이 중요한 오케스트라나 아카펠라 공연의 경우 앞좌석은 특정 악기군의 소리만 들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리가 가장 조화롭게 들리는 1층 중간이나 뒤쪽 좌석을 권한다. 일부 클래식 마니아들은 앞, 뒤, 위쪽 등이 뚫려 소리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2층이나 3층 앞좌석을 선호하기도 한다. 연극이나 무용 공연은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화려한 무대 장치도 중요한 볼거리다. 특히 무용 공연에서 무용수들의 미세한 다리 근육의 변화와 호흡을 가까이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앞자리일수록 좋다. 하지만 군무를 보고 싶다면 중앙이나 2층 앞쪽 좌석도 괜찮다. 뮤지컬은 세트의 움직임과 조명의 변화를 조망하고 군무를 전체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1층 중앙 뒤편이나 2층 앞쪽 자리가 좋다.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2층은 1층보다 좌석 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다. 1층 앞줄도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지만, 고개를 뒤로 젖히고 봐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좌석 등급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공연장에 따라 명당도 달라진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공연장별 명당자리를 중심으로 인근 좌석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좌석 등급을 미리 확인하고서 VIP석 경계에 있는 R석을 선택하면 VIP석 같은 R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다른 공연장보다 조금 더 뒤쪽에서 감상해야 전체 무대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1층 C구역 8~10열은 오페라나 클래식, 대형 뮤지컬 공연 등 무대 연출이 화려한 공연을 볼 때 최고의 좌석으로 꼽힌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경우 1층 C구역 4~7열, 뮤지컬 공연이 많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은 1층 B구역 12열 7~10석을 비롯해 2층과 3층 맨 앞줄도 명당이다. 클래식 공연이 많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1층 C구역 10열이 최고의 명당이다. 샤롯데시어터는 오페라나 대형 뮤지컬처럼 음의 폭이 크고 무대 연출이 화려한 공연을 볼 때는 1층 C구역 8~10열이 좋다. LG아트센터는 1층 B구역 8~9열은 다른 열보다 3개석이 적은 11석으로 시야가 넓고 14열까지 최적의 시야를 보장한다. [영화관] 멀티플렉스가 보편화하면서 자주 찾게 되는 영화관에도 명당은 있다. 일반 2D 영화는 양옆의 화면이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는 정중앙보다는 스크린이 한눈에 다 들어오는 양옆 자리가 영화에 몰입하기 좋다. 사운드가 중요한 음악·뮤지컬 영화를 즐길 때는 스크린에서 3분의2 정도 떨어진 E~H열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외화는 자막을 쉽게 읽으려면 위쪽에서 전체 화면을 조망하거나 정중앙보다는 앞에서 네 칸 정도 떨어져 측면에 앉는 것이 눈의 피로가 적고 글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아이맥스·3D 영화는 일반 영화를 감상할 때보다 스크린에서 3분의1 떨어진 좌석에 앉는 것이 영화의 입체감을 배가시켜 준다. 중간 이후의 좌석에 앉으면 시야의 끝에 좌우의 양끝이 보여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영시간이 긴 영화라면 눈의 피로도가 높은 앞쪽보다는 스크린에서 조금 떨어진 중간 자리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라이브 공연장에서 명당은 어디일까. 조설화 국제예술대학교 공연기획과 겸임교수는 “대형 공연장의 경우 엄청난 소리를 내는 대형 스피커가 걸려 있는 무대 양 사이드의 앞쪽보다는 음향 밸런스가 맞는 무대 뒤쪽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서 “가수 콘서트의 경우 음향 감독이 소리를 잡는 콘솔 앞쪽이 명당석”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자치광장] ‘달리는 미술관’, 일상 공간의 문화화/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

    [자치광장] ‘달리는 미술관’, 일상 공간의 문화화/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

    지하철은 서울시민 68%가 이용하는 대중 이동수단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자 지친 하루를 보내고 귀가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민 생활과 밀접한 지하철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하철에 덕지덕지 붙은 무분별한 상업광고를 접할 때 갑갑함을 느낀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문화예술기관과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지하철이라는 일상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이달 초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전 역사(驛舍)와 열차 내부에 상업광고를 배제하고, 예술적 시도를 한 최초의 사례다. 신설동역 환승통로에선 여행을 주제로 한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13점을 만날 수 있다. 하얀 눈이 덮인 후지산과 형형색색의 뉴욕 거리를 보며 예술혼을 불태웠던 작가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우이신설선 방향으로 좀더 나아가면 원성원 작가의 ‘집착의 방주’를 비롯해 6인 6색의 유명 작가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마치 미술관을 거닐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4호선과 연결된 성신여대입구역에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 2분 동안 ‘오늘의 젊은 작가상’ 수상자 김영나 작가의 대형미술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그 크기에 놀라고 예쁜 색감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길목엔 보라색의 커다란 ‘별’이 기다리고 있다. 특정 각도에서 봐야 별 모양을 식별할 수 있는 페인팅 작품이다. 이 별은 청년들에게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곳에서는 ‘달리는 공연장’이라는 이름으로 주 3회 퇴근 무렵 거리예술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북한산우이·솔샘·정릉·보문역 등의 에스컬레이터에선 신진 그래픽디자이너의 150여 작품이 물 흐르듯 지나간다. 역사마다 광고 게시판을 전시장처럼 꾸며 공연·전시·추천도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광고 게시판은 앞으로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단체에 개방해 문화예술정보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차량 내부도 색다르게 꾸몄다. 시민예술가 정도운·정은혜 작가의 인물 그림으로 내부를 채운 ‘달리는 미술관’과 책을 읽고 싶은 느낌이 들도록 세대별 올해의 책, 서울이 사랑한 시 한 소절 등으로 채운 ‘달리는 도서관’이 승객들과 함께한다. 우이신설선은 서울시의 ‘일상 공간의 문화화’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회색빛 지하철 공간의 색다른 변신은 우이신설선을 넘어 다른 지하철 노선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거리예술 공연’, ‘시민이 찾은 길 위의 예술’ 등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해 모든 공공 공간과 시민 일상 공간을 예술로 넘쳐나게 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많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통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갖게 되고,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트럼보와 매카시즘 그리고 그 기시감

    근래 북핵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단어가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전 정부에서 비롯된 블랙리스트가 이제 전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소위 ‘요주의인물’이라는 뜻의 블랙리스트가 우리 사회 대중문화예술계를 망라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가 과도하게 정치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블랙리스트의 면면에 영향력도 인지도도, 예술적 성과도 부족한 사람들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정신 나간 이가 이런 리스트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대명천지에 있어서는 안 될 이런 이야기는 이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시초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1940~50년대 있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정치적인 신념을 가지고 공산당에 가입했거나 특정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 성향을 내비쳤던 연예산업 종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활동을 제한당했다. 유명 극작가와 배우, 감독, 영화 음악가가 모두 대상이었다. 1·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과 구소련은 동맹이었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세계는 미국의 자본주의와 소련의 사회주의로 나뉘어 냉전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기 위해’, 소련은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자기 진영의 결속과 단속을 시작했다. 외부로는 냉전이, 내부에서는 경제공황 때문에 생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묘책이 필요했다. 이때 홀연히 조지프 매카시가 등장해 미국 정부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사실 1930년대 이전부터 소련과 동맹이었던 탓에 많은 이들이 공산당원이었고, 공무원 중에도 사회주의자들이 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공산당을 척결해야 한다는 매카시 열풍은 곧 할리우드에도 몰아쳤다.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며 1937년 임시로 만들어졌던 미 하원비미활동위원회(HUAC)를 1945년 상임위로 격상시켰고 1947년 본격적으로 영화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청문회를 통해 극작가 아서 밀러나 배우 찰리 채플린 등 324명을 리스트에 올려 영화계에서 퇴출시켰고 이후 1만여명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당대 최고 극작가였던 달톤 트럼보도 소환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영화인들이 청문회에 나와 동료들을 ‘고자질’했지만 트럼보를 포함한 10명은 증언을 거부해 이들을 ‘할리우드 텐’이라 부른다. 이들은 1960년대 초까지 영화계를 떠나야 했는데 트럼보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B급 영화사의 ‘고스트 작가’가 되어 밥을 벌어먹어야 했다. 그가 11개의 가명으로 쓴 시나리오 중에 ‘로마의 휴일’(1953), ‘더 브레이브 원’(1956)이 오스카상을 받았다. 1960년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고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한 영화 ‘스파르타쿠스’를 통해 그는 얼굴과 이름을 다시 알렸다. 영화 ‘트럼보’는 트럼보(브라이언 크랜스톤)가 겪었던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사건을 그의 일대기를 통해서 보여 준다. 재능 있는 많은 사람이 이념 때문에 아니 이념을 빙자한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희생되어야 했던 역사적 비극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에서 트럼보는 순진한 공산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는 “모든 시나리오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전쟁에 종사하며 문학적 게릴라전을 벌인다”며 선전을 위해 영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투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선언할 정도로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다는 설도 있다.정치적 입장이 어떠했던 간에 트럼보를 돕는 친구들도 많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갱스터 배우이자 미술품 컬렉터였던 에드워드 G 로빈슨은 지금은 파리 로댕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신의 애장품인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을 팔아 소송비용을 건네준다. 몽마르트르의 클로젤가에서 물감과 캔버스를 팔던 화방주인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재료를 공짜로 주기도 하고 때론 그림으로도 받았던 줄리앙 프랑수아 탕기는 인상파 화가들에게는 은인이었다. 그의 화방에는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세잔, 고흐, 고갱 등의 그림이 걸려 있어 컬렉터들에게 소개됐다. 동생 테오를 통해 탕기를 알게 된 고흐를 유독 아꼈는데 고흐도 그를 좋아해 3점의 탕기 초상을 그렸다. 로빈슨이 소장했던 그림은 3번째 것으로 탕기영감 뒤로 후지산과 벚꽃나무 그리고 우타카와 카가와 구니사다의 일본기녀가 새겨진 우키요에가 가득 들어차 있다. 배경이나 탕기의 재킷을 보면 이제 자연의 색을 버리고 고흐 특유의 원색을 대담하게 구사함으로써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사실 묘사가 아니라 표현주의적인 화풍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렇듯 귀한 작품을 소장했던 로빈슨은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으로 흑인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요구하며 1930~40년대 문화, 교육 및 종교단체와 전쟁 구제 관련 850개 이상의 단체에 25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자선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중 11개 단체가 공산당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청문회에 소환됐지만 무혐의로 밝혀졌다. 사실 그는 자선가이기 전에 1953년 자신의 소장품 40점을 가지고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서 전시를 열 정도로 매우 중요한 미술품 컬렉터였다. 아끼던 그림을 팔아 거액의 소송비용을 전했던 로빈슨을 트럼보는 후에 당시 소극적으로 처신했다며 힐난했다. 동료들이 실업자가 되어 고통받는 그 척박한 시대에 그가 아무렇지 않게 활동했다는 이유로. 로빈슨은 트럼보에게 “너는 영화에 얼굴이 안 나오지만 나는 배우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도 나를 숨길 수는 없었다”고 강변한다. 사실 같은 상황과 생각이라도 처지에 따라 처신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누가 로빈슨을 비난할 수 있을까. 6·25 전쟁 때 서울수복 후 피난 못 갔던 사람들을 비도강파라 해서 부역했다고 몰아세운 일이 문득 떠오른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매카시즘의 적폐인 정적 말살과 인권탄압의 방법을 새로운 정적이나 다른 진영 사람들을 때려잡는데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문득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기시감이 들어 하는 말이다.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구로사와 아키라와 고흐의 이루지 못한 ‘꿈’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구로사와 아키라와 고흐의 이루지 못한 ‘꿈’

    ‘꿈’이란 잠을 자면서 현실을 경험하는 비현실의 세계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을 꿈에서 이루어 행복해하다가, 꿈에서 깨어 아쉬워하기도 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꿈을 다룬 많은 영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1910~ 1998)가 만든 ‘꿈’(1990)이 아닐까. 물론 이 영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꿈이라기보다는 구로사와 감독의 성장소설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역시 거장의 꿈답게 개인적이면서도 서사적인 거대담론이 큰 줄기를 이루는 장대함과 일본영화 특유의 교육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여덟 개의 꿈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는 영화에서 화자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구로사와이다. 첫 번째 ‘여우비’로 시작해 두 번째 ‘복숭아 밭’, 세 번째 ‘눈보라’, 네 번째 ‘터널’을 거쳐 다섯 번째 고흐 전람회에서 고흐(1853~1890)를 만나는 ‘까마귀’ 이야기와 여섯 번째 2011년 후쿠시마 사건을 예고하듯 핵발전소가 파괴되고 삶을 연장하려는 가족을 다룬 ‘후지산’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일곱 번째 세상이 망해 도깨비들만 사는 ‘귀신들이 울부짖는다’와 여덟 번째 낙원 같은 ‘물레방아가 있는 마을’을 통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순리에 대해 사무라이처럼 난폭하게 때로는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처럼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화가를 꿈꾸다 변사였던 셋째 형의 영향으로 27세에 조감독으로 영화에 입문한 후 33세에 ‘스가타 산시로’(1943)로 데뷔한 구로사와는 베니스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해 일본영화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내 머릿속에는 일본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이 동거하고 있다”는 말처럼 일본을 넘어선 연출로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매우 남성적이며 선이 굵고 다이내믹한 영화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매우 여리고 섬세한 성격이었다. 지금은 그를 ‘영화의 천황’이라 칭송하지만, 세계가 구로사와를 거장 대접할 때 일본은 그를 짐으로 생각했다.‘꿈’은 탐미주의를 통한 초자연적 아름다움에 대한 구로사와의 신념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서로 다른 별개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여우가 시집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유로 죽이거나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극단적인 설정이다. 또 복숭아 밭 이야기에서 인간은 자연을 책임져야 하며 책임지지 않으면 자연이 복수한다는 설정 역시 초자연적이다. 가장 몽환적인 에피소드는 고흐의 전시회에서 한 사내가 고흐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고흐를 만나는 다섯 번째 이야기다. 고흐의 그림이 현실이 되는 부분, 그리고 현실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고흐의 붓 터치들은 이 꿈의 탐미적 성격을 아주 잘 드러내는 동시에 색채와 빛이 지니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고흐를 통해 보여 준다. 영화 속 그는 고흐를 찾아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아를의 도개교와 빨래터를 찾고 그곳에서 그림 속으로 들어가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기하는 고흐를 노란 밀밭에서 만난다. 고흐에게 아를은 화가로서 최전성기를 맞고 보낸 곳이다. 1888년 2월 생활고와 실연의 아픔을 안고 로트렉(1864~1901)의 권유로 아를에 도착해 뒤늦게 합류한 고갱(1848~1903)과 함께 살았던 ‘노란 집’이 있다. 그는 이곳에서 파리 시절 이론적으론 완성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지 않은 새로운 양식과 기법을 실험해 그의 전형적인 화법을 완성한다. 그는 아를의 아름다운 풍경과 햇빛을 사랑했고 이곳에 머무는 15개월 동안 200여점을 완성했다. 그의 대표작인 ‘해바라기’ 연작과 론강의 야경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등은 모두 여기서 그려졌다. 아를에서는 그림 속 ‘노란카페’가 있는 리퍼블릭 광장과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이 지금도 우리를 맞는다. 영화에 나오는 도개교도 있다. 하지만 원래의 그 도개교는 아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원래의 도개교를 대신해 2㎞ 떨어진 남쪽 하류에 전란을 피해 남아 있던 도개교를 고흐의 “아를의 도개교”로 복원한 것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고흐는 아를에서 “붉은색과 초록색, 푸른색과 오렌지색, 짙은 노란색과 보라색의 아름다운 대조를 자연에서 발견했다.” 그는 아를에 도착하자마자 전체적으로 색채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도록 보색을 병치해 쓰면서 순수하고 강력한 원색으로 그림을 그렸고 대상의 자연색을 넘어서는 과장된 색채를 사용했다. 원색을 과하게 쓰지만 결코 그림이 야하거나 포스터처럼 장식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중간색을 가지고 원색과 원색의 경계에 조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매우 빠르고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림에 더 많은 생기와 강렬함과 직접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빠르게 그렸다고 충동적으로 그리거나 도취해 그리는 법은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머릿속에 완벽하게 구상을 끝내거나 여러 장의 스케치를 통해 연습과 준비를 했고 기억이나 생각에 의존해서 그리기보다 거의 언제나 소재를 눈앞에 두고 보면서 그림을 그렸다. 대상의 형태를 종종 심하게 변형 또는 왜곡시켰지만, 여전히 자연에 충실해서 추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물감을 튜브에서 나온 걸쭉한 상태 그대로 사용했으며 가끔은 튜브로 물감을 직접 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두껍게 발린 물감과 붓 자국은 입체적이며 더 생생하고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상에 유배를 온 천사 고흐의 열정이 그대로 녹아 흐르는 아를과 도개교를 걷다 보면 이젤 등 화구를 멘 고흐가 다가와 말을 걸 것 같다. 물론 꿈이겠지만. 프로이트(1856~1939)에 의하면 자면서 꾸는 ‘꿈’과 대낮에 꾸는 ‘백일몽’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예술을 백일몽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런 점에서 그림과 영화는 가장 현실적인 허구로 잠시의 위안은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엄중하다. 뜻이 좋다고, 간절하게 바란다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진 않는다. 구로사와도 고흐도 백일몽의 세계에서는 성공했지만 인간으로 현실에서는 실패했다. 현실은 참으로 엄중하다. 간혹 다들 이를 잊어 탈이지만.
  • 日에 ‘관악의 도서관’ 전파… “가장 좋은 지식복지”

    日에 ‘관악의 도서관’ 전파… “가장 좋은 지식복지”

    자타 공인하는 도서관 전문가… ‘지식도시락 배달’ 등 정책 소개 “누구나 햇볕의 혜택을 보는 것처럼, 지식의 혜택을 평등하게 보게 하는 게 지식복지입니다. 그런 면에서 도서관은 가장 좋은 지식복지이자 생산적 복지라고 생각합니다.”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이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특별 강연 연단에 섰다. 지난 14일 밤이다. 일본 지역자원학회 주최 국제 심포지엄 ‘도시를 재생하는 마법의 뮤지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도서관 전문가 유 구청장이 ‘세계의 도서관, 관악의 도서관’을 주제로 일본인들에게도 도서관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이날 강연은 2013년 관악구 도서관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일본 지역자원학회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 학회는 2010년 출간된 유 구청장의 ‘세계도서관 기행’의 일본·대만 번역본 출간을 지원하기도 했다. 유 구청장은 “세계 도서관과 박물관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라고 운을 뗀 뒤 “로마 영웅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반했던 것은 미모보다 지성미 때문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원어민 수준 그리스·로마어 실력 등 도서관에서 갈고닦은 지식과 언변으로 로마 영웅을 사로잡았다”며 청중들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세계 각국 위인들의 도서관 사랑 일화도 공개했다. “발명왕 에디슨은 ‘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도서관을 통째로 읽었다’는 명언을 남겼고, 마이크로 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매년 거액을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 재단에 기부한다”고 전했다. 관악구의 도서관 사업현황도 소개했다. 2010년 국회도서관장 재직 당시 도서관운동을 퍼뜨리기 위해 관악구청장에 출마한 유 구청장은 폐컨테이너를 개조한 공원도서관, 미니버스 3대가 지하철역·집 근처로 책을 배달해 주는 ‘지식도시락 배달’을 성공시켰다. 그는 “지식도시락 배달로 지난 1년간 배달된 책만 40만권, 쌓으면 후지산의 약 2배 높이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지식은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는 일본 국회도서관 현관의 경구처럼 도서관을 사랑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그는 강연이 끝난 뒤 “관악구 도서관 사업은 2013년 도쿄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고,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정책 우수성이 입증됐다”며 “앞으로 일본 지역자원학회, 지방자치정부와 관련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올해 ‘최고의 자연사진’은 무엇?…내셔널지오그래픽

    올해 ‘최고의 자연사진’은 무엇?…내셔널지오그래픽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016 올해의 자연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들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은 세계 곳곳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생생하게 사진에 담은 것으로, 수풀이 우거진 열대우림부터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바다거북의 모습까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자연과 생물을 볼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중국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에 가깝다. 이 작품은 프랑스 사진작가가 새벽 6시 30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불리는 황산(黃山)에서 찍은 것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 사이사이를 감싸는 구름은 일부러 그린 듯한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일본 작가 마사이 오케다는 후지산 근처에 있는 시라이토 폭포를 카메라에 담았다.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강물과 곳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실타래 같은 폭포줄기가 인상적이다. 이밖에도 알래스카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불곰의 모습과 하와이의 청정바다에서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바다거북, 모래바람을 피해 눈을 감는 회색바다표범 등을 담은 사진들은 마치 눈 앞에서 이들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올해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자연사진 콘테스트 출품은 다음 달 4일까지 제출할 수 있으며, 이후 심사를 통해 우승한 작가에게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탐사팀과 함께 갈라파고스를 10일간 여행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심사 결과는 오는 1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자 타베이 준코 저 하늘로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자 타베이 준코 저 하늘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여성 최초로 등정한 일본 여성 타베이 준코(田部井 淳子)가 4년 전 진단받은 복막암을 치료하던 사이타마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떴다고 영국 BBC가 22일(현지시간) 가족들의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향년 77.  고인은 지난해 9월 제주 올레길을 돌아보고 지난 6월 나고야의 코리아 플라자에서 제주관광공사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개최한 제주 도보 콘텐츠 홍보를 위한 ‘간세라운지 인 나고야’의 토크쇼에 초청돼 한라산과 올레길, 한라산둘레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더 많은 일본인들이 제주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35세이던 지난 1975년 5월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뒤 1992년까지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미국의 매킨리, 남극의 매시프 빈슨 등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발 아래 뒀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앞두고 눈사태에 파묻혔다가 가이드가 손으로 눈을 퍼내 그를 구조했으며 그는 12일 뒤 마침내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던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7월 후지산을 등정한 게 마지막 산행이었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 고교생들과 어울려 올랐다. 고인 역시 후쿠시마현 출신이었다.   2012년에 그는 재팬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것이 여성운동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타베이는 “1970년대 일본에서는 남자는 밖에 나가 일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직업이 있는 여성들조차 차심부름이나 하라는 대우를 받았다. 그래서 그들이 직장에서 승진하는 일은 꿈조차 꾸지 못했다”면서 “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하건 내가 산에 오르길 원했다는 것에 마음 속으로 의문이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동북아 창조경제협력 모델 구축” 속초에 모인 10개국 600개 업체

    투자유치·물품 판매 활동 한·중·일 올림픽 벨트 등 논의 ‘2016 광역 두만강 개발계획 국제무역·투자박람회(GTI 박람회)’가 12일부터 16일까지 강원 속초 엑스포광장에서 열린다. 11일 강원도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러시아·캐나다·말레이시아 등 10개국 600여개 업체가 참가해 투자 유치와 물품 판매 활동을 펼친다. 4회째를 맞는 이번 GTI 박람회는 한·중·일 올림픽 벨트구축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초점을 뒀다. 참가 기업과 외국 구매자 간 1대1 매칭으로 수출계약 성과를 높이고, 국내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 바이어(MD)와 특별상담회도 갖는다. 현장판매 극대화를 위해 5000여명의 국내외 구매투어단을 모집했다. 중국의 화상연맹회 등 유력경제단체 회원사를 중심으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강원도 기업에 도움이 되고 한류 가치를 재창조하는 박람회로 이끌어낼 예정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홍보한다. 설악산에서 일본 후지산까지 동계올림픽 홍보 벨트구축을 캐치프레이즈로 한 동계올림픽홍보관을 운영하고 문화올림픽운동 등을 펼친다. 12일 개막식에서는 한·중·일 3개국 테너 가수가 축하공연도 한다. 13일에는 한·중 FTA 발효 이후 국내 처음으로 한·중 경제인 500여명이 참가하는 ‘한·중 FTA 경제협력포럼 및 상담회’를 개최하고, 200여명이 참가해 ‘세계 한상지도자대회’가 열린다. 14, 15일에는 중국인 쇼핑 관광객 2000여명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한·중 교류의 밤을 열고, 16일 우수상품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GTI 박람회는 동북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최고의 박람회”라며 “동북아 창조경제협력 모델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국제무역·투자(GTI) 박람회, 속초서 10개국 600여 기업체 참가 개최

    ‘2016 광역 두만강 개발계획 국제무역·투자박람회(GTI 박람회)’가 12일부터 16일까지 강원 속초 엑스포광장에서 열린다. 11일 강원도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러시아·캐나다·말레이시아 등 10개국 600여개 업체가 참가해 투자유치와 물품 판매 활동을 펼친다. 4회째를 맞는 이번 GTI 박람회는 한·중·일 올림픽 벨트구축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초점을 뒀다. 참가 기업과 외국 구매자 간 1대1 매칭으로 수출계약 성과를 높이고, 국내시장 개척을 위해 국내 바이어(MD)와 특별상담회도 갖는다. 현장판매 극대화를 위해 5000여명의 국내외 구매투어단을 모집했다. 중국의 화상연맹회 등 유력경제단체 회원사를 중심으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강원도 기업에 도움이 되고 한류 가치를 재창조하는 박람회로 이끌어낼 예정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도 홍보한다. 설악산에서 일본 후지산까지 동계올림픽 홍보 벨트구축을 캐치프레이즈로 한 동계올림픽홍보관을 운영하고 문화올림픽운동 등을 펼친다. 12일 개막식에서는 한·중·일 3개국 테너 가수가 축하공연도 한다. 13일에는 한·중 FTA 발효 이후 국내 처음으로 한·중 경제인 500여명이 참가하는 ‘한·중 FTA 경제협력포럼 및 상담회’를 개최하고, 200여명이 참가해 ‘세계 한상지도자대회’가 열린다. 14, 15일에는 중국인 쇼핑관광객 2000여명과 치맥하며 한·중 교류의 밤을 열고, 16일 우수상품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박람회 기간 매일 야시장과 야간 공연으로 한류 문화를 체험하는 한편 일상 소품 만들기, 자가건강진단체험, 먹거리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GTI박람회는 동북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최고의 박람회”라며 “동북아 창조경제협력 모델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민방위훈련 확! 바꾸자/이종락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민방위훈련 확! 바꾸자/이종락 정치부장

    2011년 3월 11일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기자는 도쿄에 있었다.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기자는 이후부터 귀국할 때까지 2년 3개월간 무려 1만 1000여 차례의 여진을 더 겪느라 지금껏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8시 32분 리히터 규모 5.8의 2차 경주 지진이 수도권까지 영향을 줬을 때도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던 기자는 회사 동료들과는 달리 단박에 ‘그놈’이 왔음을 알아차렸다.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지진과 원전의 공포에 떨어야 했던 기자는 당시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모든 주민들이 지진을 무서워하고 있는데도 앞으로도 도쿄 수도권 직하 대지진, 간사이 대지진, 후지산 분화가 일어나 수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자주 보도하고 있었다. 때마침 일본 지진 기사를 취재할 일이 있어 사카이 신이치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를 만나 따져 물었다. “대지진 이후 일본 방재 당국이 대지진 예상 발표를 자주하고 언론도 대서특필해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고 있는 사실에 대해 섣불리 최대 피해 규모를 발표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사카이 교수는 “또 다른 대지진이 하루 뒤에 일어날지, 한 달, 100년, 1000년 뒤에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늘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도쿄대 지진연구소 위원장이 최근 한 언론에 “한국도 리히터 규모 7 수준의 내륙형 지진은 과거에 일어났던 만큼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기사를 읽고는 고난했던 도쿄 생활을 떠올렸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또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대지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일본의 지진 대피 훈련을 옆에서 지켜봤을 때 습관화가 제일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어릴 때는 물론 성인이 돼서도 반복적으로 지진 대피 훈련을 한다. 지진 대비 매뉴얼도 체계적이다. 일본 도쿄도가 펴낸 320쪽짜리 매뉴얼에는 장소별 대처 요령은 물론 피난할 때 주의점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우리나라 국민안전처가 펴낸 9쪽짜리 국민행동요령 매뉴얼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재난·재해 대비 의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웅변해 준다. 그러면 주기적인 대피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거의 형식적으로 하는 민방위훈련을 내실화하는 게 지금 당장 현실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기자가 거주하던 도쿄 세타가야구내 초·중·고교에선 한 달에 한 번씩 피난 훈련을 하고 있다. 지금 민방위훈련은 1년에 다섯 차례 실시하며 재난·재해 대비훈련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일선 교육청도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매년 네 차례 정도 민방공대피와 재난대피 훈련을 할 뿐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는지 의문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재난·재해 대피 매뉴얼을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완하고 지진 대피 훈련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학교, 도심 건물 등에서 시민들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몸에 익히게 해야 한다. 민방위훈련 사이렌이 울리면 짜증 내던 시민들도 경주 지진 이후 재난·재해 대피 훈련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민방위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jrlee@seoul.co.kr
  • [새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새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오는 22일 개봉하는 일본 좀비 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과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의 스핀오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닮아 있다.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인데 이야기 자체는 2009년 4월 연재를 시작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이 엠 어 히어로’가 앞선다. 연상호 감독은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원작 만화를 읽으며 ‘부산행’과 ‘서울역’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행’이 공간을 시속 300㎞로 질주하는 고속 열차에 집중했다면, ‘아이 엠 히어로’는 주택, 시가지, 택시와 아울렛 등 장소를 바꿔 가며 좀비 활극을 선사한다. ‘아이 엠 어 히어로’가 흥미로운 대목은 패배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찌질남’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한자 이름은 ‘영웅(英雄)’인 히데오(오오이즈미 요)다. 35세라는 나이에도 만화 어시스턴트로서 공상과 망상에 빠져 산다. 집에서도, 화실에서도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인생의 루저다. 쏘지도 못하는 엽총을 그저 가지고만 있는 게 취미.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ZQN’(조쿤)이 퍼지며 일본 전역은 사람들을 물어뜯는 감염자들로 쑥대밭이 된다. 아내와 화실 동료마저 조쿤에 감염된 히데오는 아수라장을 피해 달아나다 여고생 히로미(아리무라 카스미)와 동행하게 된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후지산으로 향하던 도중 히로미는 몸의 절반만 감염되는 증세를 보이며 정신을 잃는다. 영화는 현재 단행본으로 19권까지 나온 원작 중 8권까지의 분량을 다룬다. 원작은 평온한 일상의 붕괴를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편이다. 영화는 이를 압축하고 지루하지 않게 변형하며 액션을 강화했다. 또 인생의 낙오자가 재난 상황을 맞아 영웅적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보다 극적으로 다듬는다. 웬만한 강심장 관객도 눈을 돌릴 정도로 좀비 살육 장면의 수위가 매우 높다. ‘도서관 전쟁’ 시리즈의 사토 신스케 감독이 연출했다. 하이라이트인 쇼핑몰 지하주차장 액션을 비롯해 영화의 70%가량이 한국에서 촬영됐다. 개장을 앞둔 경기 파주의 한 쇼핑몰에서다. 당시 일본의 몰들은 모두 영업 중이라 장기간 촬영이 불가능했고, 도로에서의 자동차 액션과 총기 발포 등에 대한 허가가 한국이 더 용이했다고 한다. 좀비 무리를 연기한 엑스트라 중 100여 명이 한국 연기자들이다. 두목 격으로 비중 있게 나오는 ‘높이뛰기 좀비’도 마찬가지. 이 영화는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서울역’과의 경쟁 끝에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까마귀상을 받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폭우도 못말린 ‘삼바 열정’… 흥겨웠던 리우여 안녕

    폭우도 못말린 ‘삼바 열정’… 흥겨웠던 리우여 안녕

    적은 예산으로 대회 주제 설파 지속가능한 개발 중요성 강조 우리 돈으로 역대 최저인 14억원을 들였다는데 이렇게 남부럽지 않은 폐막식을 꾸몄다. 사상 처음 남미 대륙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22일(이하 한국시간) 삼바 리듬이 넘쳐나는 흥겨운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내내 거센 빗줄기가 마라카낭 주경기장을 적셨지만 열전 17일을 마친 206개 회원국과 난민올림픽팀(ROT) 등 1만여명의 선수들의 흥을 빼앗아가진 못했다. 지난 6일 개막식과 이날 폐막식이 ‘환경 보전’이란 주제로 일관했던 점이 우선 돋보였다. 금메달에는 수은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고 동메달은 재활용 소재로 제작했다. 코파카바나 해변에 설치한 대형 오륜 마크도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것이다. 시상식에서는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꽃다발 대신 선수들에게 리우올림픽의 나무 상징물을 선물했고 시상대도 나중에 수거해 가구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쓰던 침대를 경매에 부쳐 부족한 재원을 메우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예산이 부족한 것을 감추면서 오히려 이번 대회의 주제를 살리는 방편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들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인간 형상들이 리우의 랜드마크인 거대 예수상과 팡지아 수카르 산으로 바뀌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관중의 탄성도 이 순간 가장 커졌다. 성화는 소나기로 꺼졌는데 나중에 커다란 나무조각으로 바뀌어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폐막 선언 뒤에는 삼바 축제가 경기장에 재현됐다. 부족한 재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리우란 도시 이미지에 맞춰 폐막식을 가장 흥겹게 꾸밀 수 있는 주제로 삼바 축제만 한 게 또 있을까. 브라질의 세계적인 모델 이사벨 굴라트가 리우시의 공식 노래인 ‘기적의 도시’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50명의 여인과 200명의 무용수, 12명의 카니발 여왕들을 태운 트럭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펼쳤다. 바흐 위원장이 에두아르두 파에스 리우 시장으로부터 대회기를 받아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에게 넘기자 2020년 대회 개최지인 일본 도쿄의 문화 공연이 12분 정도 이어졌다. 동영상은 일본의 한 선수가 마라카낭 주경기장을 향해 공을 던져 닌텐도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 헬로키티, 팩맨 등 만화 캐릭터들이 차례로 건넸고 리우까지 시간에 맞춰 공을 전달할 수 없게 된 슈퍼마리오가 파이프 모양의 장치에 뛰어들었다. 폐막식 정중앙에 설치된 녹색 파이프에서 솟아오른 슈퍼마리오가 옷과 모자를 벗었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다음 올림픽을 착실하게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이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 중앙정부 대표는 없었을 것이다. 도쿄는 애니메이션과 실제 무용수의 이미지를 뒤섞은 홀로그램으로 휘황한 도시를 홍보했다. 일장기(히노마루)의 붉은 태양이 빈번하게 배경으로 등장하는 점이 어쩔 수 없이 한국 기자의 눈에 거슬리기는 했다. 도쿄올림픽 깃발을 흔드는 응원단의 공연 뒤 후지산을 배경으로 ‘도쿄에서 만납시다’라는 문구가 만들어졌고 불꽃놀이와 함께 4년 뒤 도쿄에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3시간의 폐막식이 마무리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커버 스토리] 닥치고 필승 한일전 축구 그 이상의 전쟁

    [커버 스토리] 닥치고 필승 한일전 축구 그 이상의 전쟁

    “무조건 이겨야 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을 하루 앞둔 29일 한국과 일본 사령탑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필승의 각오를 밝혔다. 한·일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인정한 대표적인 라이벌전으로 경기에 쏠린 관심만큼이나 숱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특히 ‘제기차기를 해도 한·일전은 이겨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로 인식되면서 선수들의 투혼이 더해졌고, 그 투혼은 감동적인 승리로 이어졌다. 숙명의 한·일전이 30일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 무대에서 또 한번 펼쳐진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했지만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일 국가대표팀 간 역대 전적은 77전 40승23무14패, 올림픽 대표팀 간 경기 역대 전적은 14전 6승4무4패로 한국이 모두 앞서 있다.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도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길 기대하며 역대 한·일전 명승부를 돌아봤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1998년 ‘도쿄대첩’ 축구 팬들의 머릿속에 가장 각인돼 있는 한·일전은 이른바 ‘도쿄대첩’으로 불리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3차전이다. 차범근 감독이 이끈 한국은 1997년 9월 28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일본과 격돌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한국이 전반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태극전사들은 투혼을 불사르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경기 종료 7분을 남긴 후반 38분 서정원이 헤딩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 이어 3분 뒤 이민성의 그림 같은 왼발 중거리슛으로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5만여명의 홈 팬은 침묵에 빠졌고, 경기를 중계하던 중계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일본의 심장부에서 일본을 꺾은 이 경기는 이후 ‘도쿄대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당시 경기는 56.9%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2년 8월 10일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3, 4위전은 한국에 두 배의 기쁨을 선사한 대회였다. 광복절을 닷새 앞두고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2-0 완승을 거두며 올림픽 축구에서 첫 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하면서 한·일 감정이 악화된 상황 속에 치러진 이 경기에서 전반 37분 박주영, 후반 11분 구자철의 연속골은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줬다. 경기 직후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로 논란을 빚기는 했다. 박종우는 독도 세리머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동메달 수여가 보류됐다가 6개월 뒤에 메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올랐다. ●박지성 산책 세리머니… 남아공 월드컵 日 출정식 찬물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2010년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친선 경기는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였다. 당시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일본은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출정식 상대로 한국을 택했다. 박지성은 전반 6분 만에 단독 드리블에 이은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가르며 일본 관중들을 침묵에 빠뜨렸다. 이어 박주영의 페널티킥(PK)골로 2-0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출정식을 가진 일본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을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 관중들을 응시하며 천천히 달린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가 화제가 됐다. ●일본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바르셀로나 최종 예선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요한 길목에서 만났다. 1992년 1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본선 진출의 희망을 만들었다. 당시 한국은 1승1무1패의 탈락 위기에서 일본을 만났는데 경기 종료 1분 전에 터진 김병수의 골로 일본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어 최종전에서 중국을 3-1로 이기며 1988년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뤄냈다. 또 1996년 3월 27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애틀랜타올림픽 최종 예선 결승에서도 일본을 만났는데 1-1로 접전을 벌이던 후반 37분 최용수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승리를 따냈다. 당시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놓고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상황이어서 승리의 의미를 더했다. 한편 U-23 챔피언십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일본이 우리팀에 대한 정보를 알면 안 된다. 일본에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데구라모리 마코토 일본 감독도 “런던올림픽 3, 4위전에서 메달을 따느냐 못 따느냐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한국에 배웠다. 지금 일본 국민도 일본 축구팀의 올림픽 출전을 축하하는 분위기지만 결승전 결과에 따라 그런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아이언맨이 실제로?’ 여객기와 나란히 비행하는 ‘제트팩’

    ‘아이언맨이 실제로?’ 여객기와 나란히 비행하는 ‘제트팩’

    마치 아이언맨처럼 제트팩(Jet-pack, 개인용 비행장치)을 등에 메고 두바이 상공을 비행한 ‘제트맨’들의 영상이 화제다. 화제가 된 영상 속 주인공들은 전직 전투기 조종사인 이브 로시(Yves Rossy)와 그의 제자이자 스카이다이버인 방스 레페(Vince Reffet)다. 지난해 5월에도 제트팩으로 두바이 상공을 자유롭게 비행해 화제를 모았던 이들이 시도한 이번 도전은 에미레이트 항공의 A380 비행기와 함께 편대 비행을 하는 것. 영상 속 이브로시와 방스 레페는 거대 여객기와 함께 4,000피트 상공을 시속 193km의 빠른 속도로 비행한다. 두바이의 인공섬 팜주메이라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의 장엄한 배경으로 한 이들의 아찔한 비행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한편 이브 로시는 제트팩만으로 하늘을 비행한 첫 인간으로, 일본 후지산과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도 아찔한 제트팩 비행을 펼친 바 있다. 사진·영상=XDubai/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경덕 교수, 전 세계 ‘일본군 위안소’ 앱 만든다

    서경덕 교수, 전 세계 ‘일본군 위안소’ 앱 만든다

    뉴욕타임스 및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적인 유력 매체에 일본군 위안부 광고를 꾸준히 집행해 온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번에는 전 세계 ‘일본군 위안소’ 관련 앱을 제작한다고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밝혔다. 이번 앱은 올해 서 교수가 일본 오키나와 위안소, 중국 상하이 위안소 등을 직접 방문해 찍은 사진과 영상, 자료들을 모아 전 세계 누구나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전 세계에 분포한 일본군 위안소 위치에 관한 자료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위안소 형체가 남아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르는 이런 위안소를 앱으로 보존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뉴욕 타임스스퀘어 및 페이스북 등 일본군 위안부 영상 광고를 올릴때도 담당자가 전혀 이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광고 올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앱을 활용한다면 외국인들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서 교수팀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 대일살롱을 방문했다.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지 한·중 위안부들이 있었던 곳으로 많을 때는 20여명이 머물렀던 곳이다. 특히 내부에는 일본 후지산 모양으로 된 목조 조각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 옛 ‘류큐왕국’의 왕궁이 있던 ‘슈리성’ 성문 옆 숲속 안 동굴에 위치한 위안소를 촬영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만 알고 있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군 위안소의 존재를 이번 앱을 통해 널리 알릴 예정이다. 한편 이번 ‘일본군 위안소’ 앱은 안드로이드용 및 아이폰용 2가지 버전으로 전 세계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다국어로 제작해 내년 상반기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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