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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조 CSI ‘라스베이거스’ 시즌 12

    원조 CSI ‘라스베이거스’ 시즌 12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영향을 미친 수사 드라마의 원조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범죄현장 조사) 라스베이거스’가 시즌 12로 돌아온다. 영화채널 OCN은 오는 28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밤 11시에 ‘CSI 라스베이거스 12’(이하 CSI 12)를 방영한다고 22일 밝혔다. 미드(미국드라마) 전문 채널 AXN도 새달 2일 밤 10시 50분에 ‘CSI 12’를 방송한다. ‘CSI 12’는 미국 CBS에서 2011년 9월에 처음 방송된 최신작이다. 미국에서 9회(22일 기준)까지 방송된 시즌 12는 1회 방송 당시 약 1300만명, 매주 10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들여 과학 수사물의 원조다운 명성을 지켜 나가고 있다. 11년 동안 한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높은 인기 덕에 일찌감치 ‘CSI 마이애미’와 ‘CSI 뉴욕’ 등 스핀오프(비슷한 설정을 빌리거나 일부 캐릭터를 떼어 만든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CSI 마이애미’는 현재 시즌 10을, ‘CSI 뉴욕’ 역시 시즌 8을 이어 가면서 독자적인 팬을 확보했다. 과학 수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 완벽한 캐릭터 설정은 CSI 시리즈가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CSI의 이름 빼고 다 바뀌었다고 할 만큼 새바람이 불었다. CSI 역사상 최악의 사이코패스 네이트 헤스컬과 대결 후 심각한 후유증 탓에 반장 자리를 내려놓은 랭스턴(로렌스 피시번) 박사의 후임으로 D B 러셀(테드 댄슨) 박사가 새로운 수장으로 등장한다. 워싱턴 CSI 근무 경력을 지닌 그는 냉철했던 역대 반장들과 달리 인간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것이 특징. 천재적인 수사 능력은 물론 엉뚱한 호기심과 생뚱맞은 유머로 CSI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댄슨은 1991년 골든글로브 TV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1993년 에미상 코미디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CSI’의 터줏대감 격인 금발미녀 수사관 캐서린 윌로스(마그 헬젠버거)는 반장에서 강등되면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시리즈를 떠난다. 그는 길 그리섬(윌리엄 피터슨) 반장과 함께 ‘CSI’를 이끌어 갔던 핵심 캐릭터로 세심하며 결단력 있는 여성 수사관의 모습을 선보여 시리즈가 성공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대신 열정적인 미녀 수사 요원이 CSI팀에 가세하면서 닉 스톡스(조지 이즈)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편 시즌 9에서 갑작스레 떠났던 원조 멤버 길 그리섬은 이번 시즌 중 카메오 출연 계획을 밝혔다. 새라와의 결혼 생활과 함께 지난 2년 동안의 근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성폭행 공소시효 지나도 ‘정신적 후유증’ 첫 인정

    청각장애인학교인 광주 인화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증거 불충분과 공소시효 만료 탓에 불기소됐던 전직 교사와 교직원들이 피해자들의 정신적 후유증을 근거로 사법처리될 처지에 놓였다. 정신적 후유증을 처벌의 잣대로 삼기는 처음이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재수사하는 광주지방경찰청은 18일 교내에서 장애인 학생의 손발을 묶고 성폭행한 인화학교와 학교법인 우석법인 관계자 등 모두 14명을 성폭력 특별법 및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추가로 교직원의 성폭행과 교사의 강제 추행사실도 밝혀냈다. 이로써 지난 9월 29일부터 진행된 재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교직원 A씨는 지난 2004년 초순쯤 교내에서 B(당시 17세)양의 손발을 테이프로 묶은 채 성폭행한 뒤 감금했다. 교사 C씨는 2005년 초순쯤 인화원 2층 기숙사에 혼자 있는 B양을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하고 돈을 주겠다며 성매매를 제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양이 일관되게 A씨와 C씨를 가해자로 지목해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점, 성폭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바탕으로 A와 C씨를 강간치상과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입건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들이 2006년 수사 당시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지만 지난 6~12일 서울 모의대 소아정신과에서 트라우마 전문가의 정밀 진찰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만큼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강간치상의 공소시효는 7년인 탓에 2004년 4월 발생한 사건은 이미 지난 3월로 끝났지만 정신적 후유증이 공식 확인됐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늘린다는 것이다. 경찰은 성폭행 은폐를 주도하고 업무상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법인 임원 2명, 영화 ‘도가니’에 등장하는 세탁기 폭행 장면과 관련해 여자 원생을 폭행한 당시 인화학교 학생도 입건했다. 그러나 1985년부터 6년간 학생 4명을 강제 추행한 퇴직 교사 D씨를 비롯해 5건의 성폭력 사건과 1건의 법인 비리는 공소시효 경과로 사법처리대상에서 제외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계획대로 우석법인의 허가를 취소하기로 확정했다. 강운태 광주시장과 장휘국 시교육감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 해산이 아닌 법인허가 취소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석법인이 소유한 인화학교와 인화원 등 건물 4개동은 모두 국고에 귀속된다. 시교육청은 인화학교 등의 건물을 직영 특수교육 관련 공공기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정치권 FTA 대치] FTA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회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매달렸다

    [정치권 FTA 대치] FTA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의회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매달렸다

    “이러고도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만 죽고, 몸싸움을 해서라도 처리하면 같이 죽는다.”(한나라당 영남권 재선의원) “이제 와서 표결에 응하면 우리만 죽고, 몸으로 막다가 끌려나가면 같이 죽는다.”(민주당 수도권 재선의원) ●여, 대통령 제안으로 모처럼 한목소리 여야가 ‘공멸’의 길로 한발 더 다가섰다. ‘안철수 바람’을 맨몸으로 맞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절감한 여야이지만, ‘공생’의 길은 한층 더 멀어진 양상이다. 벼랑 끝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아니라 여야, 국회 그리고 우리 정치가 섰다. 지난 4년간 한 번도 슬기롭게 국사(國事)를 결정하지 못한 18대 국회가 다시 멱살을 잡는 모습을 연출하면 의회 정치는 회복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미 FTA를 둘러싼 대치가 여야를 넘어 의회 정치까지 위협하고 있는 꼴이다. 여야가 ‘공멸’의 길로 가는 이유는 ‘혼자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민심 이탈로 위태로워진 한나라당은 FTA를 처리하지 못하면 전통적인 지지층까지 등을 돌려 당이 해체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안 처리를 전제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재협상할 뜻을 밝히고, 미국이 호응한 상황이기 때문에 강행처리 명분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쇄신파 의원들은 합의처리를, 영남권 중심의 중진 의원들은 강행처리를 주장했는데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한나라당이 모처럼 하나가 됐다. ●야, 야권통합까지 영향 운신 폭 적어 반면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표결에 참여했다가는 존립의 이유조차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이제 와서 표결처리를 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인 야권통합까지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는 ‘FTA 몸싸움’을 공멸로 보는 동시에 ‘본전치기’로 인식하기도 한다. 둘 다 죽어야 살아날 길이 있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FTA가 어떤 형태로든 처리되면 여야 모두 엄청난 격변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FTA 처리를 핑계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따른 쇄신론 등을 미뤄 놓았다. FTA 국면이 지나가면 당 지도부 교체 및 청와대와의 관계 재정립, 공천 물갈이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본격적인 통합국면을 맞게 된다. 통합의 주도권은 총선과 대선에서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각 정파의 쟁투가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극적 합의 처리해도 정치불신 못벗어” 기존 정치권이 ‘공멸’ 이후 새판 짜기로 어렵게 ‘부활’한다고 해도 FTA 후유증 때문에 민심은 정치권에서 더 멀어지고, 정치권 밖에서 ‘메시아’를 찾으려는 현상은 더 깊어질 게 뻔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처리를 한다고 해도 제도 정치권은 불신을 씻어내지 못할 상황인데, 몸싸움 장면이 연출되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특히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를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찬반을 떠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와 무관하게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그 원인을 FTA 처리 불발에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FTA를 둘러싼 명분과 실리 등 모든 측면에서 여야의 차이가 너무 커 합리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의회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인화학교 피해자 국가 상대 소송 추진

    인화학교 피해자 국가 상대 소송 추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가해자는 물론 국가에까지 책임을 묻는 전방위적 민사소송이 추진된다. 1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지부에 따르면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와 함께 피해자를 위한 법률 지원 방안을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민변은 교직원 등 가해자와 학교, 법인은 물론 시교육청, 구 등 관리·감독기관과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아동 성폭행사건인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2차 피해를 인정해 국가에 13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판결을 이끈 이명숙 변호사도 민변 소속 변호사 5명과 함께 변호인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나영이를 돌봤던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는 최근 인화학교 피해학생 8명을 진단한 결과 6명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변호인단은 이를 토대로 피해 학생들이 겪는 후유장애와 엉터리 교육환경 등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소송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민변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금전적 배상보다는 제도를 바꾸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특허·산림청 ‘인사 동맥경화’ 비상

    특허·산림청 ‘인사 동맥경화’ 비상

    정부 외청의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 산림청은 올해 사무관 승진심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내년 실시 여부도 불투명하다. 특허청은 심사기간 단축을 위해 5급으로 특별 채용했던 심사관들의 승진 시기가 도래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서기관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 특허청은 2000년 이후 5급 특채자가 527명에 달한다. 이 중 70.3%인 371명이 2003~2006년 4년간 집중 채용됐다. 승진 최저 소요연수(5년)를 넘겼으나 이들에게 서기관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다. 승진자는 지난해 34명에서 올해 36명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자연 승진소요기간은 2005년 8년 6개월에서 지난해 10년 1개월, 올해는 10년 8개월로 길어졌다. 퇴직이나 휴직자 등도 증가하지만 중간층이 워낙 두껍다 보니 숨통을 트기가 쉽지않다. 5급 이상 간부 퇴직자는 2008년 40명, 2009년 44명, 지난해 41명에서 올 11월 현재 53명으로 늘었다. 승진이 적체되면서 특허청은 보수로 이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전체 사무관(856명) 중 서기관으로의 승진 최저 소요연수보다 2년을 더 근무하면 이후 승진 시까지 기본급의 4.1%를 ‘(4.5급)대우수당’으로 추가로 지급하는 수령자가 29.3%인 251명이다. “승진이 안 된다.”는 소문에 고시합격자(행정)들이 지원을 꺼리는 등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정원(1578명)의 75.9%가 5급 이상인 조직의 태생적 한계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층층시하”라며 “사기 진작을 위해 승진이 안 되면 금전적 지원이 가능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에는 ‘무늬만 사무관’이 14명이나 된다. 지난해 5월 승진 심사를 통과, 교육까지 마쳤지만 자리가 없어 보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6급으로 근무하며 대우수당을 받는 신세다. ●내년에도 승진 심사 불투명 1년 후 수요를 분석해 승진자를 선발했는데 다른 부처에 파견하는 별도 정원 및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 조직이 당초 예상보다 축소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이로 인해 산림청은 올해 사무관 승진심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자칫 2년 연속 승진심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산림청은 명예퇴직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조직 신설 등을 통해 최대한 빨리 해소한다는 방침이나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진대상자는 발령이 늦어져 사기가 저하되고, 차기 승진 후보자들은 심사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으면서 허탈해하고 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재선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피플 인 포커스] 재선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인 엘런 존슨설리프(72)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 단독 출마해 재선이 확정됐다. 존슨설리프는 지난 2005년 14년간의 내전 끝에 치른 선거에서 아프리카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바 있다. 하지만 존슨설리프의 재선은 선거 부정과 폭력 시비, 야당 후보 및 지지자들의 투표 불참 속에 빛이 바랬다고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전했다. 존슨설리프 대통령이 새로운 6년의 임기를 맞게 됐지만, 부정 선거 시비로 인한 정국 혼란과 국정 장악력 약화 등 후유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野 “투표거부”… 유혈충돌로 2명 사망 이날 결선투표에서는 당초 지난 10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못 미친 존슨설리프 대통령과 2위를 차지한 최대 야당 민주변화회의(CDC) 윈스턴 툽먼(70) 후보가 경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툽먼 후보는 1차 투표 당시 광범위한 선거 부정이 자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결선투표 불참을 선언하고 지지자들에게 투표 거부를 촉구했다. 특히 투표 전날인 7일에는 수도 몬로비아에서 시위를 벌이던 툽먼의 지지자 수백명이 경찰과 충돌해 지지자 가운데 적어도 2명이 숨졌다. 이에 유엔 평화유지군과 현지 경찰이 추가 폭력 사태에 대비해 몬로비아 진입로에서 차량을 검색했고, 유엔 소속 헬기가 상공을 맴돌았으며, 주요 전략 지역에 탱크가 배치되기도 했다. ●투표율 30% 그쳐… 국정장악력 타격 로이터 통신 등은 유권자들이 폭력 사태를 우려한 데다 야당 지지자들이 투표 거부에 동참하면서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다고 전했다. BBC는 결선투표의 유일한 후보인 존슨설리프의 당선이 확실해지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무의미하게 여겼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투표율은 30%를 웃도는 데 그쳐 1차 투표율 71%의 절반에 그쳤다. 전체 유권자는 180만명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내년 총선 재외국민 첫 투표… 준비상황 들어보니

    재외교포들이 유권자로서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국 교민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첫 참정권 행사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먼 거리를 이동해 투표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교민사회가 정파에 따라 사분오열되고, 혼탁 조짐도 나타나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오는 13일 시작되는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을 앞두고 재외국민 투표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중앙선관위 해외지역 선거관리위원장 2명으로부터 현지 상황을 들어본다. ■“투표장까지 車로 13시간 사전 선거운동 단속 애로” 정철교 美 LA선거관리위원장 한인회의 활동이 아주 활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민사회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있다. 선거열기도 그만큼 뜨겁다. 지난 7~8일 이틀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재외선거관리위원장 회의에 참석한 정철교 LA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인 언론을 통해 선거 방식 등을 알리고 있는데 LA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워낙 선거에 관심이 많아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LA에 등록된 한인회만 500개 남짓이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교민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애리조나나 뉴멕시코 등에서 LA 공관으로 투표하러 가려면 자동차로 13시간이 넘게 걸린다. 영주권자들의 경우 재외국민 신고도 직접 공관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더 크다. 정 위원장은 “투표를 위해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데 교민들의 불만이 많다.”면서 “그러나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LA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집중 공략지다. 유권자 수가 19만 7659명,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의 40%를 차지한다. 정당 지지모임도 다른 지역에 비해 활성화됐다. 현재 한나라당은 ‘한나라남가주위원회’, ‘한나라시애틀위원회’ 등 지역별로 모임을 구성했고 민주당도 ‘민주평화통일한인연합’을 통해 교민사회에서의 활동을 넓히고 있다. 이미 많은 교민단체들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직간접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얘기들도 적지 않게 나돌고 있다. 선관위는 사전 선거운동을 비롯해 선거법 위반 사항을 차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 위원장은 “LA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이나 정당 모임, 한인회 활동이 있을 때 사전에 연락을 취해 발언의 수위를 조절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첫 참정권에 46만명 감동 교민 분열 후유증 우려도” 김기봉 日도쿄 선거관리위원장 일본 도쿄의 김기봉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난생 처음 투표를 한다는 데 일본 교민들이 설레고 있다.”며 재외국민선거를 앞둔 분위기를 전했다. “재일동포 참정권도 아직 주어지지 않아 한국 교민으로서의 투표를 매우 감격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전체 유권자가 46만 2508명이다. 김 위원장은 “재일민단에서 10만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교민사회는 크게 민단과 조총련으로 양분돼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친북 성향의 조총련계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조총련이 현재 5만여명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 가운데 핵심 멤버는 2만여명 정도이고 이들은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해 투표권이 없다.”면서 “정치권에서는 유불리가 달려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겠지만 정작 현지의 분위기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민사회의 분열에 대한 우려도 사전에 줄여 나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본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민단 조직에서 각 정당에 ‘해외 동포들을 단합시키려면 비례대표 순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민단 간부들부터 선거에 개입할 경우 단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 재외선거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인 2세들부터는 한국인을 멸시하는 문화 때문에 한국어를 쓰지 못했다.”면서 “재외국민 신청서와 투표용지가 모두 한국어로 돼 있는데 모국어를 몰라 난감해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학생 등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들을 채용해 안내요원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도쿄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일본어에 능통한 8명을 채용했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교민들 중에는 여권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여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준비사항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은 미국에 비해 공관까지의 거리는 가깝지만 교통 비용이 너무 비싸서 우편 신고, 교통편의 제공 등이 시급하다.”면서 “내년 총선을 치른 뒤 공직선거법 중에서 가능한 것은 과감히 규제를 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카메라 어디 있는지 몰라 오히려 자신감이…”

    “카메라 어디 있는지 몰라 오히려 자신감이…”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서 자신감이 생겨요.” 한국 방송 최초의 장애인 뉴스 앵커 이창훈(25·시각장애 1급)씨는 7일 첫 방송을 마친 뒤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오후 여의도 KBS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완벽하게 했어야 했는데 약간의 실수가 있어서 아쉽다.”면서도 “지난 3개월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월 KBS의 장애인 뉴스 앵커로 선발된 그는 매일 정오 방송되는 KBS 1TV ‘뉴스12’의 새 코너 ‘이창훈의 생활뉴스’를 5분간 진행한다. 장애인 앵커가 뉴스 고정 코너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KBS는 밝혔다. 지난 3개월간 보도본부와 아나운서실에서 실무 교육을 받은 그는 첫 방송에서 중간중간 발음 실수를 했으나 무난하게 주어진 뉴스를 소화했다. 낮 12시 35분께 검은색 양복과 에메랄드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그는 손으로 하단에 설치된 점자단말기를 읽으며 안정된 톤으로 뉴스를 전달했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서울신학대·숭실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방송에 대한 꿈을 키웠다. 2007년부터는 한국시각장애인인터넷방송(KBIC) 진행자로 활동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고 지난 7월 5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KBS의 장애인 뉴스 앵커로 선발됐다. 앵커인 만큼 발음에도 신경을 쓴다는 그는 “평소 말이 빠른 편인데, 뉴스할 때 전달력이 있으려면 정확한 발음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발음이 새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자신의 강점으로 자신감을 꼽으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뉴스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그는 “장애인과 소외계층들이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를 선도하는 계기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KBS는 장애인 앵커의 뉴스 진행을 위해 최신 점자단말기와 점자프린터를 구입하고 업무보조를 위한 임시직원을 따로 고용했다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박성회 서울대 교수 “내 연구는 당뇨 아닌 면역학… 이종 이식거부 해결한 것”

    박성회 서울대 교수 “내 연구는 당뇨 아닌 면역학… 이종 이식거부 해결한 것”

    서울대 의대 박성회(64·병리학) 교수는 제자들에게 자주 강조해 온 “연구성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으면 살리려고 애쓰지 말고 오류가 있다면 폐기하라.”라는 말을 곱씹고 있다. 지난달 31일 돼지 췌도(膵島·랑게르한스섬)를 당뇨에 걸린 원숭이에 이식한 뒤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7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이래 쏟아지는 격려와 지적에 대해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다. 박 교수의 연구는 국내 350만명의 당뇨병 환자, 나아가 세계 3억명에 이르는 환자들에게 분명 ‘희망의 빛’임에 틀림없다. 이종(異種)간 장기 이식을 통한 당뇨병 치료에 주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박 교수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 기초연구동에서 만났다. →당뇨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내가 연구한 것은 당뇨가 아니라 면역학이다. 이종 장기이식에서도 내가 한 것은 면역억제항체를 통해 이식거부반응을 해결한 것이다. 뭐, 굳이 연(緣)이라면 아버지가 당뇨병을 앓으시다 합병증으로 돌아가셨고, 나를 키워 준 할머니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아내도 당뇨병이다.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나서 어떤 지인은 “자기 집안 사람들이나 조심시키지.”라고 농담 섞인 핀잔도 하더라. 특별히 당뇨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병리학과 면역학은 다른 분야인데. -내 눈을 보면 약간 튀어나와 항상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후유증 때문이다. 19살 때 이 병에 걸렸다. 당시 65㎏이던 체중은 45㎏까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삼수 해서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 졸업반이 돼서야 내 병명을 알았다. 병을 앓은 지 거의 10년 만에 이게 갑상선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갑상선을 전공으로 했다. 그런데 갑상선을 연구하다 내 병이 면역하고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댔다.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다나 파머 연구소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면역학을 공부했다. →25년간 연구를 했다. -연구하는 게 즐거웠다. 힘들면 못 하는 일이 연구다. 사람들은 내가 돼지췌도를 원숭이에 이식시키는 실험만 줄곧 매달려 온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면역학을 계속해서 연구하다 이런 연구로 발전된 것이다. 원숭이로 넘어가게 된 지는 불과 5~6년 정도다. 2005년쯤에 ‘인간화 생쥐’(인간의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생쥐)를 만났다. 이후 생쥐 면역거부반응을 없애는 연구에 성공하고 원숭이 단계로 넘어갔다. →연구비 조달은. -보건복지부에서 2005년부터 5년간 해마다 1억원씩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5억원을 받았다. 거대한 시설이 필요한 연구가 아니라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다. 무균돼지도 지원을 받았다. 마리당 700만원쯤 하는데 도움이 컸다. (박 교수 스스로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청춘을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너무 긴 지루한 연구, 시간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실적 부풀리기, 데이터 조작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황우석 사태를 염두에 둔 듯) 황우석 교수 이후에 우리 사회에 그런 시선이 많다. 기본적으로 학문적 발표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나도 계속해서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을 생각이다. 하지만 검증 전부터 “저거 가짜다.”라는 말은 안 했으면 한다. 앞으로 수개월간 아니 몇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검증은 계속해서 받는 것이 ‘과학자의 책무’다. 신랄한 비판과 지적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박 교수는 기자회견 때 “스스로 검증을 계속해 나가고 또 외부의 검증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이종이식학회 에마누엘레 코지 회장은 박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해 “앞으로 이종간 장기이식은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랑 같아 그렇지만 2001년 한국학술원상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연구성과를 내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이번도 지속적인 연구과정의 결실이다. →앞으로 일정은. -일단 2012년 말까지 동물(원숭이)대상 실험을 마치고 2013년부터 사람을 상대로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5년쯤에는 본격적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데 활용하고 싶은데 아직 딱 언제까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임상에 아내도 참여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아내를 설득해야 하지만…. 주변에서 서두른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소아당뇨 환자들을 보면 한시라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경쟁이 될 여지가 많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논문이 발표됐기 때문에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건드릴 여지도 있다.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 전에 복지부에서 이종간 장기이식과 관련해 법제화를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단계에서 (정부에 대고) 뭘 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학계와 의료계의 검증이 마무리되면 그때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요구해도 늦지 않다. →의대교수로서 의사의 길보다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좋은 의사가 되기는 힘든 성격이다. 병은 잘 본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의사가 기본적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좀 따뜻하게 다가가야 하는데 내 성질이 별로 그렇지 못하다. 환자가 이거저거 물어보면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구소에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선배들한테 진찰실에 안 붙어있고 틈만 나면 연구실로 간다고 혼도 많이 났다. 그때는 진료가 먼저였다. →짬짬이 즐기는 취미는. -없다. 아니 있다. 술과 수다다. 바둑은 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가르치려고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다. 요즘 말로 ‘알까기’만 하다가 바둑알 다 깨뜨리고 그만뒀다(웃음). 나이 들고서는 골프를 배워 보려다 복잡하기도 했지만 시간도 많이 필요해 그만뒀다. 대신 술 마시고 제자들 하고 떠드는 걸로 스트레스를 많이 푼다. 저녁 먹으며 소주 몇잔 하고, 2차로 생맥주 한두잔 하면서 떠들면 안 좋은 일도 싹 잊혀진다. 주변에서는 “애들 모아놓고 뻥 친다.”고 놀리기도 하는데 일리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제자들과 소주를 마시러 간다고 했다. “지금의 결과물은 어떻게 어떻게 연구를 지속하다 보니 나왔다.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하다 보면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종교가 없어서 ‘신의 뜻’이니 뭐니 하는 말도 쓰기 싫다고 했다. 박 교수는 내년에 정년을 맞지만 서울대 측은 박 교수의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박성회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의 병리학자로 갑상선암 전문가다. 서울대 석사와 박사과정에서도 병리학을 전공했다. 1985~87년 미국 하버드대의대 암연구소에서 면역학을 연구했다. 2000~2001년 대한면역학회 부회장과 회장을 맡기도 했다. 1999년 에밀 폰 베링 의학대상을, 2001년 면역학 연구로 대한민국 학술상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수다.
  • [독자의 소리] 아이들 고민 들어줄 어른 필요/경기 안산 상록경찰서 순찰팀장 경위 최태수

    지난 3월부터 경기 안산시 경수중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재학생들을 상대로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어른 생각에는 별것 아닌 일도 아이들에겐 죽을 만큼 심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겐 고민을 들어 줄 어른이 필요하다. “죽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도 한두 시간 얘기하고 나면 표정이 밝아진다.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80%는 해결된다. 학교 폭력 피해의 후유증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서장애가 있던 K군은 어느 날 갑자기 등교를 거부했다. 가정을 방문해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는 나와야 한다고 간곡히 호소하자 표정이 밝아져 “나를 위해 진심으로 충고해 준 사람은 아저씨가 처음”이라며 지금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무조건 “무슨 고민 있느냐.”고 묻기보다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마음을 연다. 아빠들은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학생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경기 안산 상록경찰서 순찰팀장 경위 최태수
  • [Weekly Health Issue] 화상

    [Weekly Health Issue] 화상

    화상은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흔을 남긴다. 생명에 대한 위험도도 심각하다. 그러나 의외로 화상에 대한 인식은 후진적이다. 화상을 단순히 불에 데는 정도로 알거나, “설마 내게 그런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펴보면 주변에 화상을 부를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 불은 물론이고 끓는 물, 전기, 인화성 물질, 화공약품 등 갖가지 화상 요인들이 널려 있다. 화상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화상에 대해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장 전욱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화상을 정의해 달라. 화상은 열에너지에 의해 피부세포가 손상을 입는 현상을 말한다. 섭씨 40∼44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조직 속의 단백질에 초기 변성이 생기며, 보통 섭씨 45도 정도에서 1시간 정도 노출되면 세포는 죽고 만다. ●화상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며, 각 유형의 특성은 무엇인가. 가장 흔한 화상이 뜨거운 물에 데는 열탕화상이다. 섭씨 60도의 물에 3초 정도 피부가 노출되면 깊은 진피화상 또는 피부 전층화상을 입는다. 화염화상도 발생 빈도가 높다. 이 유형은 불에 신체가 직접 닿아 생기기 때문에 화상이 깊으며, 폐쇄된 공간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흡입화상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또 자연상태의 가스나 프로판, 가솔린 등 인화성 액체들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섬광화상은 주로 안면부나 머리 등 노출 부위에 심한 화상을 부른다. 접촉화상은 금속 등 뜨거운 매개물질에 의한 화상이다. 이 유형은 매개체의 온도가 높은 데다 열이 계속 신체 부위로 전달될 수 있어 화상이 깊은 것이 특징이며, 따라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딱지(가피)절제와 식피술을 시행해야 한다. 전기화상은 근육 등 심부조직을 심하게 괴사시켜 대사성 산증에 빠질 위험이 크고, 혈중 마이오글로빈 수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므로 초기, 즉 3∼5일 이내에 괴사조직을 절제해야 한다.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칼리에 의한 화상이 산 화상보다 심하다. ●화상의 중증도는 어떻게 구분하며, 각 단계별 특성은 무엇인가. 화상은 심각한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한다. 1도 화상은 표피에 국한된 화상을 일컬으며 대부분 1주일 안에 재상피화가 일어난다. 햇볕에 노출돼 생기는 화상처럼 피부 색깔이 빨갛게 변한 상태로, 대부분 큰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이에 비해 표피와 진피 일부가 화상을 입은 상태면 2도로 분류한다. 이 중 표재성 2도 화상은 유두진피 정도까지 손상을 입은 상태를, 심재성 2도 화상은 망상진피 부근까지 손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표피와 진피층이 전부 손상을 입으면 3도 화상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진피 밑의 피하지방층이 화상을 입은 경우도 포함한다. 이 경우 피부가 가죽 가방을 만지는 느낌이 들지만 정작 환자는 통증도, 촉각도 못 느낀다. 가장 심각한 화상은 4도 화상이다. 근막 밑의 근육까지 손상을 입는 경우로, 주로 전기화상이나 심한 화염화상·접촉화상에서 발생할 수 있다. 4도 화상으로 근육이 손상될 경우 혈중 마이오글로빈으로 신장 기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위험한 단계다. ●화상의 발생 추이와 경향은 어떤가. 집이나 건물의 실내에서 열기구 등을 이용해 난방을 하던 시절에는 사용상의 부주의로 인해 겨울철에 화재나 화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화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상황을 살펴 가벼운 화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정답이다. 특히 화상의 범위가 넓다면 더욱 그렇다. 간혹 열기를 식힌다며 몸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저체온증이 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화상 범위가 작아도 물집이 생길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게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화상 치료 과정을 중증도별로 상세히 설명해 달라. 1도 화상은 소염진통제 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2도 화상은 간단한 드레싱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드레싱은 건조 드레싱보다 습윤 드레싱이 효과적이다. 단, 심재성 2도 화상이라면 식피술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3도 화상으로 판정되면 조기에 가피절제 및 식피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화상 부위가 크지 않다면 국소 마취로도 가능하다. 이 경우 동통이나 발적 등 감염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상처에 감염이 일어나면 식피술의 생착률도 크게 떨어지고, 당연히 사망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3도 화상 부위는 되도록 초기에, 또 감염 전에 절제해 세균 번식을 차단해야 한다. 이 경우 동종 피부이식을 통해 수술 부위의 감염을 예방해주고 육아조직이 잘 자랄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식된 동종피부는 약 3주 전후로 타락되는데, 이후 자가피부이식을 시행하게 된다. ●화상 후유증 유형을 들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달라. 화상은 위험도가 높고 화상 부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쉬우므로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 및 재료의 발전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치료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성과도 크다. 화상이 외형적인 후유증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같은 마음의 상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감안해 따로 정신과적 보조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 후 재활은 어떻게 이뤄지나. 화상 수술 후 보통 6개월까지는 흉과 착색이 남지만 12∼24개월이 지나면 상처가 많이 안정된다. 최근에는 수술 등 치료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재활 및 레이저치료, 피부 재활치료 등을 시행하는 추세다. 또 반흔을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 옷이나 실리콘시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커버스토리-복권 열풍] ‘매진 행진’ 연금복권 왜 안 늘리나

    [커버스토리-복권 열풍] ‘매진 행진’ 연금복권 왜 안 늘리나

    지난 2일 제18차 추첨을 마친 연금복권520(이하 연금복권)은 출시 이후 매회 매진이다. 이른바 ‘대박 횡재’에 따른 후유증을 없애고 건전한 복권 문화 정착이라는 도입 취지를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는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분간 연금복권 발행량을 늘릴 계획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복권은 경마·경륜·경정·체육진흥투표권 등과 함께 사행산업으로 분류돼 총량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금복권은 매회 630만장을 발행하고 있다. 기존의 주택복권인 ‘팝콘’ 복권을 대체하면서 그 복권의 발행한도를 그대로 가져왔다. 장당 1000원씩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매주 63억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이는 주당 평균 500억원어치가 팔리는 로또와 비교하면 복권 중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공공부문이 관리하는 사행산업은 규제하면서 오히려 불법 사행산업은 부추긴다며 지난 2009년 9월 합법적인 사행산업에 대한 총량규제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ISD 與는 우려 풀고 野는 정략 재단 말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가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란 마지막 걸림돌에 걸려 파행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ISD를 고리로 비준을 저지하고 나서 한나라당과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또다시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SD와 관련된 각종 ‘괴담’이 난무하면서 소모적인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ISD 괴담’은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다. 여야 모두에 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야당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집권당인 한나라당 역시 국민의 불안과 의구심을 적극 해소해야 한다. ISD와 관련해 설득력을 갖춘 주장과 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온갖 선동적 구호와 헛소문이 퍼지는 것도 현실이다. 민주노동당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제1야당 민주당조차 이를 부추기는 행태를 보여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ISD가 미국만 이익을 보고, 한국은 고스란히 피해만 입는 독소조항인 것처럼 주장한다. 야당으로서 그런 상황을 걱정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장되거나 왜곡된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예상되는 이익 규모와 피해 정도의 산출은 결코 정략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야당의 협력만을 바라는 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부담을 주려 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괴담’이 확산되면 국민은 불안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제2의 광우병 파동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국민의 우려를 씻어내는 과정 없이 한·미 FTA 비준을 강행처리하면 더 큰 어려움을 부를 수도 있다. 감당키 어려운 후유증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약하건대 야당은 우리 측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ISD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피해를 최대한 줄이거나 구제 제도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민주당이 절충안으로 제시한 ‘비준 후 한·미 간 ISD 재협의 착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찬성 측은 우리 측 이익이 더 크거나, 행여 피해가 있더라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건 정부·여당에 달렸다. 어떤 길이든 ‘괴담’은 해소돼야 하며 그 역시 궁극적으로는 정부·여당의 몫이다.
  •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국판 전(專)과 홍(紅)의 전쟁/오일만 경제부 차장

    사회주의건 자본주의건 국민들의 배를 곯리면 망하게 돼 있다. 소련식 사회주의가 해체되고 중국식 사회주의가 번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을 배고픔에서 탈출시키는 유일한 길은 경제성장밖에 없다. 후진국일수록 리더십의 요체는 어떻게 빨리 효율적으로 가난에서 탈출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문제는 좀 살 만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늘어난 파이를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나눠주느냐 하는 문제, 즉 분배의 문제 때문이다. 이것은 용의 역린(逆鱗·임금의 노여움)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배 고픈 것보다 배 아픈 것을 못 참는 우리 민족의 특성상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뇌관이 되기도 한다. 분배와 성장을 놓고 숱한 토론과 논쟁이 있어 왔고 권력투쟁으로까지 비화되곤 했다. 이런 싸움을 흔히들 홍(紅)과 전(專)의 전쟁이라고 한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싸움터는 신중국이었다. 홍(紅)은 정신, 즉 이념(이데올로기)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평등과 분배를 강조한다. 반면 전(專)은 물질을 중시하는 성장 제일주의와 맥이 닿는다. 후에 홍(紅)은 좌파의 뿌리가 됐고, 전(專)은 우파의 철학이 됐다. 마오쩌둥은 홍(紅)의 사상으로 중국 혁명을 이끌어 신중국을 건설했지만 대약진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이란 재앙을 겪으면서 파국을 맞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덩샤오핑은 전(專)의 사상으로 경제대국을 일궜지만 무서운 후유증을 남겼다. 심한 부정부패와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화 국가가 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우리 역시 전과 홍의 치열한 갈등과 대결 속에서 성장한 나라다. 18년간의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노태우의 5, 6공 시대는 성장 제일주의가 압도한 시기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김대중-노무현의 시대는 분배와 복지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됐다. 특히 386 운동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노무현 정권의 이념 과잉성과 개혁 피로증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우리의 정치·경제는 이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 속에서 갇혀 20세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맹위를 떨친 ‘안철수 신드롬’은 기존의 정치·경제 구도 자체의 대대적 변신을 요구하는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언론들은 이를 2040의 반란으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기존 시스템의 단순한 수리 정도가 아니라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강렬한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에 달하고 이들 가운데 대졸 이상의 학력자가 30%인 180만명을 넘어선 시점이다.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의 심화는 국민들 대다수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가져왔고 이들의 절망은 내년에 더 큰 태풍으로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동안 그럭저럭 유지해 왔던 우리의 갈등 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이미 무력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홍과 전으로 대표되는 이분법적 논쟁은 20세기의 닫힌 정치프레임의 산물이다. 사회의 기능이 고도로 분화되는 상황에서 극심한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해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할 대목이다. 지난해 특별한 해법도 도출하지 못한 채 우리 사회를 양분시켰던 복지 논쟁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전과 홍의 융합, 즉 보수와 진보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브라질의 룰라 모델’을 꼽는다. 그는 좌파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우파의 경제전략도 과감하게 수용했다. 대규모의 빈민 구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양극화 확대를 막으면서 중산층을 두껍게 해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원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소통을 중시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보수와 진보의 조화를 이뤄내는 리더십을 갈망한다. 이것이 바로 시대정신일 것이다. oilman@seoul.co.kr
  • 태국, 물가 잡기 전쟁

    방콕 침수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태국 정부가 폭등하는 홍수 관련 생필품 가격을 잡기 위해 팔을 걷었다. 태국 정부는 1일 생수와 모래주머니, 구명조끼, 고무장화, 펌프 등 9개 홍수 생필품을 물가 통제 목록에 추가하고, 이 제품들의 가격 상한선을 정했다고 방콕포스트, 더 네이션 등 태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품 사라폴 산업차관은 이 제품들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거나 사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태국에서는 홍수 발생 후 생수와 계란, 보트 등 홍수 관련 제품의 가격이 평소보다 2~3배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먹는물’ 문제다. 대홍수로 수인성 전염병이 우려되는 데다 방콕에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등의 수질이 크게 나빠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제한 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 가격은 홍수 전보다 2~3배 폭등했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생수 600㎖를 7밧(약 260원), 750㎖를 9밧, 1.5ℓ를 14밧으로 상한선을 정했다. 한편 대홍수 이후 복구 작업에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등 홍수 후유증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콕 외곽과 태국 중·북부의 침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홍수 피해자 구호와 침수된 공단 복구 작업 등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도심의 허파를 찾아서] (8·끝) 유럽의 도시숲을 가다

    [도심의 허파를 찾아서] (8·끝) 유럽의 도시숲을 가다

    유럽의 도시 숲은 도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환경적 가치를 넘어 사람에게 필요 공간으로, 생활권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유럽의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다. 유럽의 도시들은 숲 속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필요한 시설은 재건축을 통해 확충하거나 외곽마을을 연결해 확보하는 등 자연 파괴를 최소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산을 밀어버린 후 도시나 숲을 조성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금싸라기 땅인 도심 한가운데 숲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고 형태도 다양하다. 도시 숲이 규모가 크고 시설물을 최소화해 다소 거친 모습이라면, 도시공원과 정원은 규모는 작지만 잘 가꿔져 편안함을 준다. 숲과 녹지를 조화롭게 배치해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고, 휴양과 취미·생활공간으로 향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숲은 조성보다 잘 가꾸고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도시 숲의 모습이다. 서울신문은 7회에 걸쳐 ‘도심 속 허파’인 도시 숲을 소개했다. 유럽과 역사적 배경이 다르고 부족한 인프라와 경험 등으로 시작은 미미하지만 100년 후 우리도 아름답고 울창한 도시 숲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도심 금싸라기 땅 한가운데 숲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유림(Stadtwald)은 가장 모범적인 도시 숲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원으로서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숲의 생태적 역할뿐 아니라 목재생산도 이뤄지고 있다. 총 면적 6000㏊로 서울숲(115㏊)의 52배에 달하는 거대한 숲이다. 숲 속에 조성된 길만 서울~부산 간 거리인 440㎞에 달한다. 산지가 없는 지형을 고려해 임도를 업다운(마운트화)으로 설계한 것이 이채롭다. 이 길은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자전거 도로, 벌채 운반용으로 사용하며 별도로 80㎞의 승마길도 만들어졌다. 연간 이용객이 600만명에 달하지만 시설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숲 속 놀이공원 등 일정 장소에만 배치했다. 독일 최초의 숲 유치원이 세워진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듯 한 무리의 어린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곳은 하루에 60여명씩 200일간 아이들이 숲에서 살아 있는 체험학습을 한다. 숲은 새벽시간엔 승마, 오전에는 아이들, 오후에는 자전거를 즐기거나 달리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숨가쁘게 사람들을 맞아하고 있다. 한국에서 말로만 듣던 녹색댐의 존재도 확인했다. 숲에서 공급되는 식수가 프랑크푸르트 식수의 40%를 차지한다. 생태적 안전과 경관 유지, 물 생산 능력 제고를 위해 활엽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생명줄인 숲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를 실감케 한다. 목재도 생산한다. 지난해 목재생산액이 90만 유로(약 14억원)에 달했다. 위기도 경험했다. 산성비 피해로 나무 생장에 지장을 초래해 목재 수확량이 줄어드는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도시 요지에 있다 보니 건축과 도로 등 기반·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용도변경 요구가 끊이질 않는다. 숲의 서쪽에 들어선 프랑크푸르트공항 2터미널은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건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시는 2000년 숲 전체를 보호림으로 지정했다. 숲을 지키기 위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이철호 박사는 “잘 가꾼 인공 조림지로 나무들이 환경 스트레스를 받는 듯하다.”면서도 “숲이 울창하고 숲가꾸기와 신규 조림을 매뉴얼에 맞춰 시행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광욕… 산책… 친숙한 생활공간 독일 뮌헨시 중심에 위치한 ‘영국 정원’(Englischer Garten)은 슈바빙 대학가에서 바이에른 궁전까지 이어져 있다. 젊은이들은 번잡한 도심을 통과하는 대신 자전거 등을 이용해 시내로 나가는 이동로도 활용한다. 총 면적 375㏊로 도시공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곳에는 100개의 다리와 78㎞의 산책로, 12㎞의 승마길이 조성됐고 호수도 있다. 산책로는 숲길과 임도 코스로 구분돼 있고 산책로에는 자전거나 말의 출입을 금지해 사람들을 배려했다. 공원 형태는 우리나라 북서울 꿈의 숲과 울산대공원을 연상케 한다. 공원 중앙에는 드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일광욕이나 간단한 운동이 가능하고 호숫가와 공원 입구에는 레스토랑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들어섰다. 공원을 걷다 보면 원시림에 들어선 듯 찬기를 느낄 정도로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개천과 어우러져 산속에 있는 기분이다. 영국 정원에서도 산책을 즐기거나 나무 아래에서 독서하는 시민, 달리는 젊은이, 체험학습 나온 어린이 등 유럽의 여느 공원과 다름없이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몸이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보호자의 부축 속에 숲을 걸으며 치유받는 광경도 보였다. 평일 오전 입구부터 공원 곳곳에 현장 체험에 나선 유치원생과 중학생 단체가 숲 가이드와 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숲을 즐기고 있었다. 영국 정원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가 ‘누드 일광욕’을 허용한 것인데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 공원에는 시민들의 정성이 담겨져 있다. 강풍과 태풍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느릅나무 병이 창궐해 간벌하자 시민들이 나무 기증 운동을 통해 숲을 복원했다. 뮌헨시는 지난해 1963년 숲을 남북으로 단절시킨 도로(Isarring)의 지중화 계획을 마련했다. 하루 11만대 차량이 이용하는 이 도로의 공원 구간(300m)을 5900만 유로를 투입해 지하로 건설해 시민들에게 온전한 숲을 제공키로 했다. 오베르트 마르고트(72·여)는 “남편이나 손자와 산책을 하거나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한다.”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올 때마다 즐겁다.”고 말했다. ●옛 자연을 그대로 품은 채… 오스트리아 ‘비너발트’(빈 숲)는 빈에 있는 숲이 아니라 주변 지역을 잇는 거대한 산림·초원 지대다. 총 면적은 13만 5000㏊로 이 중 7만㏊가 산림이다. 빈 근처의 엄청난 규모의 숲이 벌채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과거 황실과 귀족 소유로 잘 보존된 덕분이다. 숲의 형태도 유럽의 다른 공원과 차이를 보였다. 비너발트에 속한 라인저 공원은 옛 황족의 수렵원으로 원시림을 유지하고 있다. 2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오전 8시에 개장해 오후 6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멧돼지와 노루·사슴 등 야생동물이 많아 벽이 쳐 있고 지정된 길을 이탈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하고 있다. 공놀이 등 운동을 할 수 없고 개와 같은 애완 동물도 데려올 수 없다. 도시 중심에 있는 프라터 도시 숲은 시민들의 휴양공간이다. 600㏊에 달하는 공원에는 놀이기구와 체육시설, 식당을 비롯해 숲길과 산책로, 잔디광장이 조성돼 있다. 중앙에 4.5㎞의 중앙 통행로를 만들어 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게 했고 좌우로 놀이 공원과 숲 공원을 배치했다. 체코 프라하의 도시 숲은 독일처럼 크진 않지만 동네마다 개와 아이들 산책을 위해 소공원들이 많다. 이중 패트슌언덕과 비셰흐라드 숲은 도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120m)과 외곽 성에 조성된 공원이다. 패트슌언덕은 프라하 성과 비슷한 높이로 연인들의 공원과 산악열차가 유명하다. 등산(?)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비셰흐라드는 음악가 묘지와 역사 유물이 있어 연중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연일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비엔나와 프라하에서 도시숲은 주민들만 아는 ‘비밀창고’같은 곳이다. 빈 시 산림공무원인 흘라바체크씨는 “비너발트는 교육과 휴양, 체험을 우선하기에 시민들의 접근성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건강한 숲 보존을 위해 겨울에는 간벌 등 숲가꾸기를 실시하고, 수종 갱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글·사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저성장시대 맞춰 경제정책의 틀 확 바꿔라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에 그치면서 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4.3%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의 더블 딥(이중침체) 가능성 등 대외여건의 악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이 성장률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건설투자가 4.2% 줄었고 설비투자도 전분기의 7.5%에 크게 뒤진 1.4% 증가에 그쳤다. 민간소비 역시 2.2% 증가에 머물러 전분기의 3.0%에 미치지 못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경제가 장기 추세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증가폭은 확대되면서 내·외수 간 성장기여도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그 충격파가 일용직 등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과 맞물려 복지 확대 요구가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내수와 건설 투자 회복을 위해 투기 억제 족쇄를 풀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재정 건전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면서 거품만 키우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정치적인 이유를 앞세워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 경제팀은 저성장시대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경제정책의 틀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이나 재정부담 능력을 벗어난 복지 요구에는 단호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성장률이 정권 성적표라는 유혹에서 벗어나라는 얘기다. 고통스럽더라도 글로벌 위기국면을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상생과 화합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적극 독려할 필요가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저임금 일자리부터 줄어든 경험을 염두에 두고 내년도 재정운용은 고용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 [사설] 진흙탕싸움 옥석 구분 서울시민 몫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 진영에 대권주자들이 가세해 사력을 다한 드잡이를 벌이면서 서포터들이 온갖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보태면서다. 특히 어제 안철수 교수가 박 후보 캠프에 가세하면서 선거전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1000만 시민의 살림살이를 맡을 시장을 뽑는 선거가 상대를 넘어뜨리는 데 급급한 살벌한 네거티브 대전으로 변질된 것은 퍽 유감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시민들이라도 깨어 있는 주인의식으로 냉철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우리는 진작에 각 후보 측에 이전투구를 삼가고 정책 경쟁을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작금의 선거판 양태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의 ‘아름다운재단’에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 기부금을 모금한 사실을 겨냥, “재벌 옆구리 찔러 삥뜯는 ‘캐비아 시민운동가’”라고 깎아내렸다. 박 후보 측도 나 후보가 고액 피부클리닉을 이용한 점을 공격하면서 “억대 피부관리실을 드나드는 ‘강남 공주’”라고 낙인찍었다. 두 후보 캠프의 이런 비방전을 양측 서포터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나르면서 혼탁상은 극심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제 서울시선관위가 법정 공방 등 후유증을 우려하며 후보들에게 직접 경고서한까지 보냈겠는가. 물론 후보들의 병역·학력 등 경력, 재산형성 과정, 그리고 정책적 시각이나 안보관 등은 당연히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 까닭에 박 후보는 대기업의 기부금에 매달리는 아름다운재단이 무슨 돈으로 50억원이나 들여 사옥을 신축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했다. 나 후보도 마찬가지다. 부친이 소유한 중·고교 교사들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도 서로 “상대 측의 네거티브 공세”라며 슬그머니 넘어가니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이처럼 흙먼지 자욱한 막장 선거판을 심판하는 것은 이제 오롯이 서울시민의 몫이다. 어찌 보면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덜 오염된 후보를 가려내는 일만 남은 꼴이다. 어차피 네거티브와 인물 검증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제대로 가려낼 유권자들의 현명한 분별력을 기대한다.
  • [EPL 이슈] 맨체스터 더비의 5가지 교훈

    [EPL 이슈] 맨체스터 더비의 5가지 교훈

    ”Six and The City(6 그리고 맨시티)” 영국 대중지 <더 선>의 재치 있는 맨체스터 더비 기사 제목이다. 미국 유명 코미디 드라마 <섹시 앤 더 시티>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홈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6-1로 대파했다. 2011년 10월 맨체스터의 주인이 드디어 바뀌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대로 “역사적인 경기”가 됐다. 물론 퍼거슨 감독의 의도와는 다른 의미의 역사가 되었지만, 적어도 맨시티 팬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역사적인 경기였다. 특히나 역사와 기록을 좋아하는 영국에선 더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도 이날 티비를 통해 맨체스터 더비를 지켜본 국내 축구 팬들에겐 맨유의 1-6 패배가 매우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제아무리 유럽 축구를 오랫동안 지켜본 골수팬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큰 점수 차이로, 그것도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가 패하는 모습을 보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맨유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6골 이상 실점한 것은 1930년 뉴캐슬전 4-7 패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맨유 팬들이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심했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맨시티에겐 두 번째 맨체스터 더비 대승이다. 1926년 맨시티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6-1로 맨유를 이긴 이후 실로 오랜만에 퍼펙트 승리를 거뒀다. ① 돈 앞에 장사 없다 돈 앞에 장사 없다 했던가. 머니 파워를 앞세운 맨시티의 괴력에 맨유도 그저 평범한 팀에 불과했다. 2000년대 들어 맨유가 열세 놓은 적은 크게 3번이다. 한 번은 무패신화의 아스날이구, 한 번은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다. 그리고 이날 1-6 패배를 안긴 맨시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스날을 제외한 두 팀의 공통점은 모두 단 기간에 신흥명문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첼시는 러시아의 힘을, 맨시티는 UAE의 힘을 빌려 진짜 강팀으로 변신했고 맨유를 제압하는 위력을 뽐냈다. 맨유를 꺾고 싶다면? 간단하다. 부자 구단주를 두 팔 벌려 맞이하면 된다. ② 10 대 11은 뒤집기 힘들다 10명으로 맨시티를 상대한 맨유와, 9명으로 퀸즈 파크 레인저스를 상대한 첼시 중 어느 팀이 더 힘들었을까? 아마도 맨유와 첼시가 느낀 절망감은 비슷했을 것이다. 수적 열세에 놓인 팀이 경기를 뒤집긴 매우 힘들다. 더구나 먼저 실점까지 한 상태라면 이변이 없는 한 패배할 확률이 높다. 그건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다. ③ 루니가 못하면 맨유도 못한다 어느 팀이나 에이스는 존재한다. 때문에 에이스가 부진에 빠지면 경기력에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맨유가 웨인 루니에게 의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맨유 같은 빅 팀이 자주 그런 현상에 빠지는 것은 옳지 않다. 맨유는 리그를 넘어 유럽 정상을 노리는 클럽이다. 이날 루니는 챔피언스리그의 후유증 탓인지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루니가 맨유에서 중요한 선수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플레이메이커이자 팀의 해결사다. 루니의 침묵은 맨유의 창의력을 잃게 만들었고 그로인해 맨유의 창은 맨시티의 벽 앞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④ 에반스는 퇴장왕 조니 에반스의 롤 모델은 로이 킨인 듯하다.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킨은 올드 트래포드에서 가장 많은 레드 카드를 받은 선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는 늘 불같은 성격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자주 빠져 나가곤 했다. 에반스는 이날 퇴장으로 올드 트래포드에서 두 번째로 퇴장을 많이 당한 선수가 됐다. 성격 탓일까? 아니면 실력 탓일까? ⑤ 맨유는 실바와 투레가 필요하다 맨시티는 분명 맨유가 가지지 못한 선수를 보유했다. 바로 다비드 실바와 야야 투레다. 실바는 맨유에게 부족한 창의력을 갖췄고 투레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맨유에게 필요한 선수다. 이날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의 실바와 투레를 영입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시티의 두 선수를 대체할만한 선수는 많지 않다. 굳이 뽑자면 토트넘의 루카 모드리치와 아스날의 알렉스 송 정도다. 맨유는 지난여름 모드리치와 웨슬리 스네이더 영입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글레이저 구단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름에 돈을 아낀 것을 후회하고 있진 않을까?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Weekend inside] 10·26 재보선 이색 후보 열전

    “아홉 번의 실패, 그래도 또다시 도전합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10·26 재보궐 선거에도 여느 때처럼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이색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가 끝나면 낙선한 후보는 물론 간혹 당선자마저 혹독한 후유증을 앓지만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영광의 한 자리를 위해 여전히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울산시의원 남구 보궐선거에 나선 무소속 이동해(59) 후보는 이번이 10번째 도전이다. 경남도의원과 구의원, 시의원에다 총선까지 파란만장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처음 선거를 치르는 후보에게 등록절차를 가르쳐 줄 만큼 ‘출마의 달인’으로 통하지만 그동안 두 차례나 선거관리위원회에 낸 선거기탁금도 건지지 못했다. 한번은 80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번에 그가 신고한 등록재산은 ‘0원’이다. 이 후보는 “선거기탁금을 한푼이라도 벌려고 막노동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진정성으로 주민을 감동시키고 지역의 참 봉사자라는 걸 입증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부산 동구청장에 도전장을 던진 무소속 이정복(59·구의원) 후보는 7번째 출마이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까지 따지면 9번째 선거에 나서는 것이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그는 “언젠가 7표 차이로 떨어지니까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임대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수 재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최완식(56) 후보의 부인은 최근 군청 재무과 세정담당으로 있다가 명예퇴직을 했다. 주민생활지원실장으로 있던 남편 최 후보와 함께 사표를 낸 것이다. ‘군수 사모님’을 향해 결연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충주시장 재선거에 나선 무소속 한창희(57) 후보는 과거 시장직에 두 차례나 당선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불운했다. 2004년 충주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2년 후 지방선거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석달 만에 물러났다. 기자에게 몇푼 건넨 사실이 적발돼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시장 두 번에 재임기간은 고작 2년 3개월. 남편이 억울하게 물러나자 부인이 대신 권토중래를 꿈꾸며 2006년 10월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한 후보가 지난해 8월 사면복권되면서 이번에 다시 출마했고, 부부의 시장 도전기를 4번째 쓰고 있다. 강원 인제군수에 도전장을 낸 한나라당 이순선(54·전 인제군 기획감사실장), 민주당 최상기(56·전 인제군 부군수) 후보는 인제고 2년 선후배 관계다. 공직생활도 고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하더니 이번 선거판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3만 1000여명의 작은 동네에서 혹여 동문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이 생길까봐, 올가을 동문 체육대회도 접었다. 함양군수에 출마한 무소속 서춘수(61) 후보는 못 이룬 군수의 꿈을 다시 꾸기 위해 도의원 자리를 과감히 버렸다. 경남도 농수산국장 등을 지낸 서 후보는 지난해 선거에서 한나라당 군수 후보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하자 방향을 틀어 무소속으로 도의원에 도전해 당선됐다. 하지만 함양군에서 1명 뽑는 도의원 선거에서 자신이 얻은 표가 군수보다 더 많았던 그는 군수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 결정이 나자 도의원직을 던진 것이다. 경북 울릉군수 선거에 나온 미래연합 박홍배(60) 후보는 16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3차례 연달아 출마했다가 이번에 단체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 후보는 “3년 전 본적을 독도로 옮겼을 만큼 독도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서귀포시 환경도시건설국장을 지낸 김석고(60)씨가 민노당 후보로 도의원에 도전한다. 고위공직자 출신이 민노당 후보로 나선 것은 누가봐도 이례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선거는 고시와 함께 입신출세의 빠른 길로 통한다. 시장, 군수만 해도 연간 2000억~1조원 이상 예산을 주무르고, 직원 인사권과 각종 인허가 권한 등을 가져 ‘지역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탈·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린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선거는 지방의원, 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 등으로 연속 신분 상승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해 매력이 있다.”면서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수 없다면 정당이 먼저 지역 주민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키울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기자·전국종합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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