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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도의도 원칙도 내팽개친 與 패권정치

    4·13 총선 후보 등록일(24~25일)을 일주일 앞두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내홍에 휩싸여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대거 공천 탈락에 따른 계파 간 갈등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그제에 이어 어제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가 취소됐다. 공천관리위 공전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수뇌부들은 연일 편을 갈라 서로 잘못을 지적하면서 당무 자체가 마비 수준에 이르렀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는 아직 미해결로 남겨 놓은 채 계파 간에 첨예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을 보게 되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당의 모습은 아니다.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친박과 비박계 간 다툼에 국민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천은 시종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전횡과 독단’의 연속이다. 김무성 대표 역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 채 최고위원회 추인을 거부하는 등 뒷북만 치고 있다. 북한은 어제도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한반도 안보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보란 듯이 위반하고 5차 핵실험을 공언해도 정치권은 대응조차 못 하고 있다. 집권당이 계파의 이익에 골몰하면서 서로에게 막말을 쏟아 내고 시정잡배 수준의 멱살잡이 정치로 날을 지새우고 있는 셈이다. 집권당의 위상이 이 지경으로 떨어진 것은 주지하다시피 ‘패권 공천’이 계기가 됐다. 공천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반발과 잡음이 불가피하지만 이처럼 특정 계파가 독식하는 구도의 공천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정성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다. 비박계 학살로 불리는 새누리당 공천은 유권자는 물론 당원들 사이에서도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는 오간 데 없고 권력자의 신임 정도에 따라 공천이 좌우됐고 밉보인 인사는 예외 없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2008년의 제18대 총선 당시의 ‘친박 학살’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 당권’을 잡았던 2012년의 19대 총선 당시 ‘친이 학살’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 안팎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보복 공천’이니, ‘친박의, 친박에 의한, 친박을 위한 사천(私薦)’이니 하는 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유권자들이 승복하지 못하는 공천은 과거에도 표의 심판을 받았다. 여권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패권정치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최근 새누리당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이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낙천한 의원들의 탈당 선언 등 불복 확산이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총선 이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감정 대결로까지 치닫는 친박·비박 대치가 국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전도 가치도 찾기 어려운 집권당의 권력투쟁성 파벌 싸움은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4·13 총선은 정치 개혁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국민의 열망이 반영되지 않은 공천은 준엄한 표의 심판에 직면한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 [사설] 혼돈 정국에서 더 중요해진 유권자의 판단력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지만 이번 총선 정국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총선을 준비하면서 공천과 낙천으로 예비후보들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느 정도의 잡음과 혼돈 또한 ‘성장통’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든 계량화된 경쟁력 평가든 최소한 공천 기준만 명확하다면 사실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누가 봐도 부족한 사람인데 ‘진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장을 거머쥐고, 이유도 댈 수 없는 정무적 판단으로 핵심 ‘친노’에게 낙천장을 내민 여야의 이번 공천은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공천은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재를 뽑아 유권자들에게 선택해 달라고 요청하는 정당의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역 의원이라 해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고, 특정 계파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새누리당의 ‘3·15 공천 결과’를 이른바 ‘비박 학살’로까지 부르며 비판하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나 친이계의 수장 격인 이재오 의원, 기초연금 항명 파동의 진영 의원 등을 모두 배제하고, 그 자리를 진박 인사들로 채운 것은 사실상 ‘박심(朴心) 공천’과 마찬가지다. 유 의원의 사활 여부가 새누리당 공천의 화룡점정이 되겠지만 이미 클라이맥스는 넘어섰다. 새누리당은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은 도덕성이나 경쟁력에 문제가 없더라도 함께 걸어갈 수 없다는 점을 이번 공천에서 분명히 보여 줬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총선 이후 친박 핵심 A의원이 당대표, B의원이 국회의장에 올라 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 당과 국회를 장악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국회 및 정치개혁과 무관한 사당(私黨) 정치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져 준다. 민심을 제대로 읽었는지 묻고 싶다. 당장 여당의 총선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지 않은가. 실제 낙천 당사자들이 보복 정치라며 반발하고, 유권자들 또한 수긍하지 못하면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실장 출신인 임태희 전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낙천자들 사이에서는 ‘비박 무소속 연대’ 움직임도 엿보인다고 한다.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낙천자들도 대거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일여다야 구도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혼돈의 총선이 될 것 같다. 유권자들로선 이래저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후보들 가운데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인재를 고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공천 논리가 100% 잘못됐다고 볼 수도 없고, 양당의 낙천자들을 흡수하겠다는 국민의당의 태도를 비난만 하기도 힘들다. 무소속 출마자들 가운데 감춰진 보석이 있을 수도 있다. 유권자가 눈을 떠야 한다. 상향식 공천과 한참 먼 여야의 공천 파행, 특히 새누리당의 공천 독선은 결국 표로써 심판할 수밖에 없다. 더는 국민을 우습게 알지 못하도록 똑똑한 한 표를 행사해 혼돈을 바로잡아야 한다.
  • 끔찍한 범죄 가해자 또는 피해자…中 6000만 ‘남겨진 아이들’을 어쩌나

    끔찍한 범죄 가해자 또는 피해자…中 6000만 ‘남겨진 아이들’을 어쩌나

    중국에는 ‘리우셔우얼통’(留守儿童)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지기도 하고, 집안에 홀로 남겨져 생활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리우셔우얼통 수가 6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남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며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난성(湖南省) 샤오둥현(邵东县)에 살고 있는 10대 소년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게임방에 갈 푼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 당직 여교사를 불러내 몽둥이로 내려치고, 입과 코를 걸레로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의 나이는 불과 11살, 12살, 13살이었고, 사람을 죽이고 훔친 돈은 2000위안(한화 36만원)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할머니와 친척에게 맡겨진 리우셔우얼통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꾸이저우시(贵州市) 비지에시(毕节市)에 사는 남매 4명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1남 3녀, 아이들의 부모는 타지에 나가 일을 했고, 아이들만 덩그러니 집안에 남아 생활해왔다. 장남은 13살, 막내는 5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돌보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아빠가 두고 간 은행카드로 돈을 찾아 먹을 것을 사러 잡화점에 들르는 것이 외출 전부였다. 한 번도 동네 친구들과 바깥세상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4남매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외로운 생활을 견뎌오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8월 꾸이저우시 비지에시에서 또다시 리우셔우얼통 참극 사건이 발생했다. 15살 여아와 12살 남아가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여아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17살, 20살 된 친척 오빠들이었다. 이들은 여아를 강간, 살해한 뒤 남동생이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워 남동생까지 살해했다. 남매가 집안에서 처참히 살해당하는 순간까지 이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014년 1월에는 광시성(广西省)의 13세 여아가 마을 남성 16명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20대에서 70대 이르는 남성들은 10~30위안(한화 5500원)으로 순진한 아이를 꼬신 뒤 위협해 성폭행을 일삼았다. 아이의 나이 불과 11살부터 2년간 두려움 속에 떨면서 홀로 고통을 견뎌야 했다. 리우셔우얼통의 사회문제는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간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상무회의에서 “리우셔우얼통을 보호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월 국무원은 ‘농촌 리우셔우얼통의 관심보호 공작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농촌의 리우셔우얼통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의 희망이며,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올해 중국 양회(两会)에서도 리우셔우얼통을 주요 사안으로 다루며, 지역별 대표의원들은 관련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선부론’(先富论)을 외치며 개혁, 개방과 더불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라는 후유증 또한 남았다. 농민공들은 '우리도 잘살아 보겠다’며 도시로 몰려갔고, 농민공의 아이들은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잃어버린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악에 물들거나, 사회악의 희생양이 되었다. 부모들은 “내 새끼 부족하지 않게 키우겠다”며 도시로 떠났지만, 정작 아이들은 헐벗은 마음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된 채 세상에 남겨졌다.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리우셔우얼통의 아픔이 가려져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던가? ‘G2’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중국에 ‘부모 있는 고아’ 6000만 명

    중국에 ‘부모 있는 고아’ 6000만 명

    중국에는 ‘리우셔우얼통’(留守儿童)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이들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지기도 하고, 집안에 홀로 남겨져 생활하기도 한다. 현재 중국 당국은 리우셔우얼통 수가 6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남겨진 아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며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난성(湖南省) 샤오둥현(邵东县)에 살고 있는 10대 소년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게임방에 갈 푼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 당직 여교사를 불러내 몽둥이로 내려치고, 입과 코를 걸레로 막아 숨지게 했다. 이들의 나이는 불과 11살, 12살, 13살이었고, 사람을 죽이고 훔친 돈은 2000위안(한화 36만원)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가면서 할머니와 친척에게 맡겨진 리우셔우얼통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꾸이저우시(贵州市) 비지에시(毕节市)에 사는 남매 4명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1남 3녀, 아이들의 부모는 타지에 나가 일을 했고, 아이들만 덩그러니 집안에 남아 생활해왔다. 장남은 13살, 막내는 5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돌보는 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아빠가 두고 간 은행카드로 돈을 찾아 먹을 것을 사러 잡화점에 들르는 것이 외출 전부였다. 한 번도 동네 친구들과 바깥세상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4남매는 대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외로운 생활을 견뎌오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8월 꾸이저우시 비지에시에서 또다시 리우셔우얼통 참극 사건이 발생했다. 15살 여아와 12살 남아가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여아는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17살, 20살 된 친척 오빠들이었다. 이들은 여아를 강간, 살해한 뒤 남동생이 경찰에 신고할까 두려워 남동생까지 살해했다. 남매가 집안에서 처참히 살해당하는 순간까지 이들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014년 1월에는 광시성(广西省)의 13세 여아가 마을 남성 16명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20대에서 70대 이르는 남성들은 10~30위안(한화 5500원)으로 순진한 아이를 꼬신 뒤 위협해 성폭행을 일삼았다. 아이의 나이 불과 11살부터 2년간 두려움 속에 떨면서 홀로 고통을 견뎌야 했다. 리우셔우얼통의 사회문제는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간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월 리커창(李克强) 총리 상무회의에서 “리우셔우얼통을 보호할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2월 국무원은 ‘농촌 리우셔우얼통의 관심보호 공작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농촌의 리우셔우얼통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의 희망이며,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올해 중국 양회(两会)에서도 리우셔우얼통을 주요 사안으로 다루며, 지역별 대표의원들은 관련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은 ‘선부론’(先富论)을 외치며 개혁, 개방과 더불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지만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라는 후유증 또한 남았다. 농민공들은 '우리도 잘살아 보겠다’며 도시로 몰려갔고, 농민공의 아이들은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이 되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잃어버린 ‘남겨진 아이들’은 사회악에 물들거나, 사회악의 희생양이 되었다. 부모들은 “내 새끼 부족하지 않게 키우겠다”며 도시로 떠났지만, 정작 아이들은 헐벗은 마음에 ‘부모 있는 고아’가 된 채 세상에 남겨졌다.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는 리우셔우얼통의 아픔이 가려져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라고 했던가? ‘G2’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주말 영화]

    ■지옥의 묵시록(EBS1 토요일 밤 11시 45분)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폴란드 출신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1902)을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각색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던 윌라드 대위(마틴 쉰)에게 암살 명령이 떨어진다. 출중한 군인이었으나 탈영 뒤 캄보디아로 망명해 정글 속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이 타깃이다. 윌라드 대위는 커츠 대령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쟁의 광기를 잇달아 목격하게 된다. ‘대부’ 1, 2편으로 1970년대 최고 감독으로 군림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메가폰을 잡았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3막 첫 음악인 ‘발키리의 기행’을 배경 음악 삼아 펼쳐지는 헬리콥터 폭격 장면이 압권이다. 1979년작. ■참새들의 합창(MBC 일요일 밤 12시 5분) 이란 테헤란 외곽의 타조 농장에서 일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가장 카림은 청각장애인인 큰딸의 보청기 문제로 걱정이 크다. 고장이 나 수리를 하려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 설상가상으로 농장에서 해고당한 카림은 도심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게 된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아빠를 걱정한 큰딸은 도로에 나가 꽃을 팔고, 아빠와 누나를 돕고 싶어하는 8살짜리 아들은 마을의 우물에서 금붕어를 키워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데…. 한국의 1960~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란 영화다. 자파르 파나히 등과 함께 1990년대 이후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3세대 감독인 마지드 마지디가 연출했다. 2008년작.
  • 아동학대예방위 설치... 2년마다 전면 실태조사

    아동학대예방위 설치... 2년마다 전면 실태조사

    이신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1인 발의한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에 관한 조례’가 9일 오후 2시에 시작한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조례안을 발의한 이 의원은 “오늘은 ‘서울시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에 관한 조례’가 확정된 의미 있는 날이지만 어제도 평택에서 7살 아들을 길에 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등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하루 빨리 아동학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어린이를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그 흐름이 청년층과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례의 입법 취지는 단 한번만으로도 아동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여 신속대응할 수 있도록 그 안전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동학대 예방 및 방지를 위한 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이번 조례를 근거로 아동학대예방위원회를 설치해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함과 더불어 2년 마다 아동학대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알리고, 아동학대예방센터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설치해야 함을 명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마취환자 성범죄’ 의사 면허 취소한다

    ‘마취환자 성범죄’ 의사 면허 취소한다

    주사기 재사용 의료사고도 포함… ‘비도덕 진료’ 최대 1년 자격 정지 의료 재판중에도 업무중단 추진 앞으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입히거나, 수면 마취한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은 면허가 취소된다. 신체·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 제대로 진료하기 어려운 의사도 면허 취소 대상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환자 안전을 위해 의료인 면허 관리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인 면허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가수 고(故) 신해철씨의 집도의에게 위 절제 수술을 받은 외국인 환자가 또 사망하고, 원장이 뇌손상 후유증을 앓던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97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의사면허 관리 체계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입법 작업을 시작해 국회에 추가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 위기에 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는 일회용 주사기 사용에 관한 처벌 강화 조항만 포함돼 있다.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는 의사면허 자격을 최대 1년간 정지한다. 환자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고의로 초과 투여한 의료인,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를 사용하거나 마약·대마·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한 상태에서 진료한 의료인, 고의로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술을 마시고 진료한 의료인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는 이런 경우 최대 1개월의 자격정지 처분만 내릴 수 있으며,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없다.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여부를 판단할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전문영역도 심의할 수 있도록 전문과목별 자문단을 구성한다. 또 의료인단체 중앙회와 지역의사회, 보건소 등에 신고센터를 운영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손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더라도 계속 진료하면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의료인에게 자격정지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도입한다. 현행 의료법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보완하기로 했다. 보건당국은 신해철 집도의에게 지난 7일 업무정지명령을 내렸다. 3년에 한 번 하는 면허신고에 대한 검증 절차도 강화한다. 의료인은 면허 신고를 할 때마다 뇌손상, 치매 등 신체적·정신적 질환 여부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허위로 신고하면 과태료를 무는 등 처벌을 받게 된다. 신체·정신 질환이 있는 의료인은 동료 의사가 평가해 진료 행위를 계속해도 좋을지를 따진다. 이른바 ‘동료평가제’로, 현재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다. 면허 취소 후 재교부를 신청한 의료인, 2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의료인도 동료평가 대상이다. 의사 보수 교육도 강화한다. 현재는 매년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3년마다 이뤄지는 면허신고 때마다 보수교육과는 별도로 의료법령, 의료윤리, 감염예방 등에 대한 필수교육을 2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신해철 집도의, 비만 수술 중단하라”

    뒤늦은 중지 명령 아쉬움 지적도 의사끼리 ‘동료평가제’ 도입… ‘문제 의사’ 퇴출 등 처분 추진 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수술을 집도했던 서울 S병원 강모 원장에게 지난 7일 비만 관련 수술·처치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보건복지부는 8일 신해철 집도의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 재판 중에도 환자가 사망하는 등 문제가 계속 발생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24~26일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보건소, 관련학회와 함께 합동 현지조사를 한 결과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신해철씨에게 위장관유착박리술 등을 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검찰에 기소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7월 강 원장은 새로운 외과 병원을 열어 지금까지 계속 수술을 해왔다. 지난해 11월 한 외국인 남성이 강 원장에게 위 절제 수술을 받고 나서 숨졌고, 같은 시술을 받은 외국인 여성이 합병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의료과실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어, 강 원장이 수술해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의료법에 근거해 좀 더 빨리 수술·처치 중지 명령을 내렸다면 추가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의료 사고를 막고자 동료 의사들끼리 서로 평가해 문제가 있는 의사는 퇴출하는 ‘동료평가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역의사회에서 ‘현장 동료평가단’을 구성해 진료적합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있으면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필요하면 복지부 장관에게 자격정지 등의 처분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장기요양 1등급, 치매 등 진료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는 자, 다수 민원이 제기된 자, 면허신고 내용상 면밀한 주의가 필요한 자, 면허취소로 면허재교부를 신청한 자를 동료평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동료평가제는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원장이 교통사고로 뇌손상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 면허체계 개선의 후속 대책으로 추진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방으로 잡는 건강] 교통사고로 인한 어혈, 탕약으로 풀 수 있어요

    우리나라 승용차 보급률(인구 1000명당 승용차 보유 대수)이 280대를 넘어섰다. 3.6명당 1대꼴로 승용차가 있는 셈이다. 2001년 188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15년 사이에 승용차 보급률이 무려 1.5배 높아졌다. 차량이 많아지면 사고도 잦아지기 마련이다. 교통사고는 몸과 마음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안전 운전을 하더라도 다른 운전자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고 후유증 관리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는 순간 전신의 근육은 순간적으로 긴장한다. 뻣뻣해지거나 저리고 관절이 아프다.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의학적 검사를 해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교통사고 후 근육통 등이 계속 남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신체적 증상 외에 내과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일도 있다. 어지럽거나 가슴이 조이는 듯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는다. 소화불량, 메슥거림, 변비 등 소화기계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사고의 충격이 자율신경계를 교란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이다. 보통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지만, 때론 수개월 이상 지속하는 일도 있어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특히 사고 당시 상황이 자주 떠올라 불안, 분노, 초조, 걱정 등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들면 이런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가장 큰 원인을 담음(痰飮·몸 안의 진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생기는 불순물)과 어혈(瘀血·혈액 흐름이 느려져 탁해지고 정체된 상태)로 본다. 따라서 담음과 어혈을 제거하는 탕약을 쓰면서 침이나 뜸, 부항으로 치료한다. 임상적으로 봤을 때 교통사고 후유증은 다른 원인으로 생긴 비슷한 증상에 비해 더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드는 감정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하는 탕약에는 심신(心身)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러 약재를 쓴다. 탕약을 잘 복용하면 외과적 손상은 물론 내과적 손상도 빨리 개선할 수 있다. 여기에 틀어진 몸을 바로잡아 주는 추나 치료나 구조개선침, 약침 치료를 병행한다. 한의원에서 교통사고 치료를 받아도 자동차보험이 적용되며, 침 치료는 물론 비교적 고가인 한약 치료, 추나 치료 등도 본인부담금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양방 치료와 한방 치료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도움말 남지영 경희미르한의원 원장
  • [사설] 與 여론조사 유출하며 공천개혁 꿈꾸나

    살생부 파문도 모자라 사전 여론조사 결과 유출 사건까지 벌어지는 등 새누리당의 공천 작업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 ‘클린공천’은 커녕 ‘더티공천’으로 변질되면서 새누리당이 공언했던 공천개혁은 이미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집권당으로서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선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천 과정에서 오히려 볼썽사나운 음모극이 난무하고 있으니, 그러고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하며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 여의도 당사 회의실 배경판에 적어 놓은 “정신 차리자”는 문구가 단지 장식용에 불과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무성 대표가 비박계 정두언 의원에게 언급했다는 현역 의원 40명 살생부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경선을 위한 자체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유출됐다. 그제 오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사진 형태로 유포된 자료에는 서울, 경기, 대구를 비롯해 전국 지역별로 현역 의원이 포함된 예비후보들의 이름과 여론조사 수치가 적혀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각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며 서로 상대 측을 유출 배후로 의심하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번 일로 공정성 시비가 확대되면 경선 불복 사태로 이어져 결국 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결과 유출은 범죄행위나 마찬가지인 만큼 중앙선관위 조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역대 총선에서 다소간의 공천 잡음은 발생했다. 공천 탈락 후보 측 지지자들이 당사로 몰려가 난동을 부리는 모습도 종종 있었다. 과거에도 여당 내 계파 간 충돌은 빈번했다. 하지만 살생부가 돌고, 음모론이 난무했던 적은 없었다. 야권 분열 직후 새누리당은 최소 180석 획득의 압승을 예단했지만 이젠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고 한다. 계파 간의 공천 이전투구에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속 의원의 대거 탈당으로 위기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은 친노계를 포함해 이미 10명의 현역 의원을 과감하게 공천에서 배제한 바 있다. 더민주는 2차 컷오프를 통해 추가적으로 부적격 현역 의원들을 퇴출할 방침이다. 그런데 여당은 근거 없는 ‘필승론’에 안주해 당내에서 계파끼리 공천 싸움이나 벌이고 있으니, 40일밖에 남지 않은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역대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오만한 여당과 나태한 야당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공천개혁에 앞장서야 할 여당이 지금처럼 공천 싸움만 계속한다면 냉정한 표심을 똑똑히 목도할 것이다.
  • ‘핵 재앙’ 사자들의 증언과 은폐 실상

    ‘핵 재앙’ 사자들의 증언과 은폐 실상

    죽은 자들의 웅성임/이소마에 준이치 지음/장윤선 옮김/글항아리/308쪽/1만 5000원 끝이 없는 위기/헬렌 캘디콧 지음/우상규 옮김/글하아리/204쪽/1만 2000원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서경식·정주하 외 지음/형진의 옮김/반비/360쪽/1만 6000원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지진과 쓰나미가 부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과 방사능 누출.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 불리는 대재앙은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2만여명의 사망자를 냈고, 십수만명의 탈(脫)고향 사태를 불러 지금도 10만명이 오염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 상처는 얼마나 치유됐고 복원됐을까. 치명적인 오염의 파장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년을 맞아 관련서들이 발간됐다. ‘죽은 자들의 웅성임’이 현장의 생생한 인상 기록이라면 ‘끝이 없는 위기’는 핵 재앙의 의학적·생태학적 보고서로 읽힌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진지한 성찰록 성격을 띤다. ●종전 답사기와 다른 피해자의 기록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가 재난 지역을 찾아 엮은 ‘죽은 자들의 웅성임’은 종전 답사와는 사뭇 다르다. 피해자인 사자(死者)들의 묻힌 목소리에 천착해 알지 못했던 재앙의 실상을 파고든다. 쓰나미로 학교에 남아 있던 학생 78명 중 74명과 교사 전원이 사망한 옛 오카와소학교 답사기를 보자.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덮칠 때까지 50분 동안 아이들은 교정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몇 명은 스스로 판단해 산으로 피했지만 그런 행동은 교사들에게 제지당했고 대부분은 쓰나미에 목숨을 잃었다. 교사의 말과 행동을 포함해 그날 모습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몇 안 되는 살아남은 사람들은 입을 닫아버렸다. 기억이 공백이 된 시간, 죽은 자의 시간뿐 아니라 유족들의 시간도 그때 멈추었다.’ 사자의 생각을 그곳에 없었던 세계 여러 지역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애썼다는 저자는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행복을 손에 넣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웅변한다. 한국어판 서문 속 일갈이 예사롭지 않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격차 확대가 부른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는 그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도호쿠 주민 안전 외면한 日 정부 “강력한 힘을 가진 원자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우리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유례없는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아인슈타인이 남겼던 유명한 경고의 적중 사례다. 뉴욕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100만명 이상이 직접 영향으로 사망했고 유럽 많은 지역이 수백년간 방사능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쿠시마 사고는 의학적 측면에서 체르노빌 재앙에 필적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책 ‘끝이 없는 위기’는 그러한 의학, 과학적 차원의 재앙 후유증을 정리한 결정판이다. 2013년 뉴욕의학아카데미 주최로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모인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후쿠시마 관련 최신 연구 결과를 엮은 책에는 놀랄 만한 사실들이 수두룩하다. “엄격히 1만 4000㎢의 도호쿠와 간토 지방을 방사능 오염 지역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가 그 지역 주민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하기로 결정했고 사실상 그들을 버렸다” “방사성 핵종마다 영향이 다르고 사람마다 방사성 배출 기간이 달라 일관된 기준으로 내부 피폭을 계산할 수 없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해 사실상 데이터가 왜곡되고 있다”…. ●원전 사고 사진전서 오간 대화록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 지역을 찍어 온 사진작가 정주하가 2013년 봄~2014년 여름 일본 6개 지역에서 열었던 순회 사진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전시장에서 오갔던 대화록을 추려 담은 책.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본 것이 특징이다. 사진전이 열린 장소와 후쿠시마의 문제를 연결시키기 위한 갤러리토크 참석자들은 주로 약자의 피해를 부인하고 망각하는 폭력에 어떻게 맞설지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 안에서도 여러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인식 차이와 연대의 지점을 찾기 위한 치열한 대화가 도드라진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국회 문턱 못 넘은 ‘신해철法’ ‘주사기法’

    19대 국회 활동 사실상 끝나 20대 개원하면 원점서 시작해야 여야 정치권의 극한 정쟁과 무관심 속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생법안들이 19대 국회에서 입법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지난 2일 밤부터 3일 새벽까지 본회의를 열어 선거구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을 처리하며 19대 국회 입법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19대 국회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이지만 4·13총선에 정신이 팔린 19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사실상 종료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주사기를 재사용한 부도덕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과 의료사고로 피해를 당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일명 신해철법) 등 시급한 건강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2일 본회의에 앞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들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시간 부족’을 이유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한 가수 신해철씨 사건이 계기가 된 신해철법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의 동의 없이도 분쟁 조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금은 병원의 동의 없이는 조정 자체가 불가능해 지난해 기준 조정 중재 개시율이 4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C형 간염에 걸린 환자가 이미 300명을 돌파했음에도 여야는 끝내 의료법 개정도 외면했다. 주사기를 재사용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지금은 주사기를 재사용해도 시정명령밖에 내릴 수 없다. 이와 함께 지난해 ‘9·15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국회에 제출된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박근혜 정부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관련 법안 처리도 요원한 상황이다. 정형우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이날 “지금이라도 국회가 노동개혁 4대 법안을 통과시켜 주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 전에 본회의를 추가로 열어 쟁점 법안 등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의 반대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4·13총선 이후 19대 국회 종료일 전까지 임시국회를 열 가능성도 있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입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서울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與 이르면 9일부터 경선 서울 종로·강남권 1순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4·13총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을 서울 종로와 강남권 등 수도권부터 시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작일은 오는 9~10일쯤으로 예상된다. 경선 대상 지역은 이르면 4일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2일 “이동통신사로부터 여론조사용 안심번호를 제공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경선은 빠르면 9일이나 10일쯤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합 지역부터 경선 일정이 우선 발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앞서 “경선을 세게 붙는 곳은 빨리 후보를 정해 줘야 경선 후유증을 빨리 극복할 수 있고, 특히 본선이 어려운 수도권 지역 후보를 빨리 정해야 선거운동을 하루라도 더 일찍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요건에 부합하는 곳으로 서울 종로와 서초가 꼽힌다. 강남권을 묶어 동시에 경선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례대표 추천을 위한 별도의 공천기구는 구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친박(친박근혜)계는 현재의 공관위가 비례대표 심사까지 해야 한다고, 비박계는 별도의 공천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굿바이 탈장’ 개정판 출간

     기쁨병원은 외과 전문의 강윤식 원장이 집필한 ‘굿바이 탈장’ 최신 개정판을 출간했다고 1일 밝혔다.  개정판은 강 원장이 개발한 강윤식 무인공막 탈장수술을 알기 쉬운 글과 만화로 풀어내 탈장관련 상식 등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정리했다. 또 탈장수술의 시기, 좋은 병원 선택의 기준, 수술 후 주의사항도 담았다. 강 원장에게 수술받기 위해 미국, 몽골, 영국,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환자들의 에피소드도 실었다.  저자인 강 원장은 1990년 서울외과클리닉에서 시작해 2001년 탈장센터, 2006년 스포츠탈장클리닉을 세워 1만여건이 넘는 탈장수술을 집도했다. 또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인공막을 사용하지 않고 최소절개로 탈장 구멍을 막는 수술법도 개발했다. 병원에 따르면 약 3㎝의 작은 부위에서 수술이 이뤄져 통증이 적고 만성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확률도 낮다. 수술시간은 평균 20분이고 대부분의 환자는 당일 저녁에 퇴원할 수 있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강 원장은 “저자의 입장에서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알찬 내용의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재미있는 사례 위주로 내용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단독] “KIST는 성공했다”… 46년 만의 응답

    [단독] “KIST는 성공했다”… 46년 만의 응답

    1970년 3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필립 보페이 기자의 ‘한국과학연구소, 개발도상국의 모델일까?’라는 기사가 실렸다. 4년 전(1966년 2월) 아시아의 작은 개발도상국에 세워진 연구소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본 분석기사였다. 대상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였다. KIST가 설립됐던 1960년대 중반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00달러가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고작 8700만 달러(당시 가치로 약 235억원)에 불과했고 산업연구는 전무했다. 당시 국내에는 80여개의 정부와 민간 과학연구기관이 있었지만 대부분 존재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보페이 기자는 “총 2400만 달러가 투입된 KIST 건립은 한국의 과학기술과 산업화 기술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KIST 설립 아이디어를 제시한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관 도널드 호닉 박사의 입을 빌려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과 박정희 한국 대통령의 합의로 설립된 KIST 같은 형태의 연구소는 본 적이 없으며 ‘다른 개발도상국에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만 46년이 지난 올해, 사이언스는 KIST 이병권 원장의 특별기고를 2월 26일자로 실었다. ‘KIST 창립 50주년, 기적을 넘어’라는 제목의 기고는 46년 전 사이언스의 전망과 비교할 때 불가능할 것 같았던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원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의 후유증과 경제난으로 극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2015년 기준 국민소득 2만 7000달러, 2016년 정부 R&D 예산 12조 6380억원 등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국가로 초고속 성장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 덕분이며 그 뒤에는 국내 최초의 종합연구기관인 KIST 설립이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KIST를 모태로 한 1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과 상용화 노력으로 농업 중심 경제를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기계·부품, 석유화학 등을 포함한 기술기반 산업경제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단독] 류준열의 속마음… “배우자 삼고 싶은 여성상은 라미란”

    [단독] 류준열의 속마음… “배우자 삼고 싶은 여성상은 라미란”

    배우 류준열이 ‘응답하라 1988’ 등장인물 가운데 배우자로 삼고 싶은 여성상으로 극중 ‘정환이 엄마’ 열연한 라미란을 꼽았다. 류준열은 25일 오전 서울신문사에서 ‘앙케이트 인터뷰’를 갖고 ‘쌍문동 태티서’ 3인방 가운데 배우자로 삼고 싶은 여성상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러면서 “울 엄마 최고!”라는 글을 덧붙였다. 앙케이트 인터뷰는 서울신문 페이스북(☞자세히 보기 )을 통해 팬들이 직접 류준열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고 이 가운데 몇 가지 물음을 선별해 류준열이 답을 적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서울신문 소셜뉴스팀이 지난 17일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응답해줘, 류준열’ 댓글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해 보면서, 답을 적는 동안 류준열의 반응도 덧붙인다.  -준열 오빠, 요즘 관심있는 걸그룹이 누구예요? →모든 걸그룹을 응원합니다!  류준열은 ‘걸그룹’에 대한 첫 질문지를 받자 “특별히 좋아하는 걸그룹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며 잠시 머뭇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기자가 “걸스데이나 혜리라고 적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웃기만 했다. 그러더니 “모든 걸그룹을 응원한다”는 센스 있는 답변이 나왔다. -다음 ‘응팔’ 캐릭터 중에 나중에 배우자로 가장 괜찮을 것 같은 여성상은? ① 정환이 엄마 (라미란) ② 덕선이 엄마 (이일화) ③ 선우 엄마 (김선영)→① 정환이 엄마 (라미란) “울 엄마 최고!”  -tvN ‘꽃보다 청춘’을 통해 아프리카를 다녀오셨는데요. 20대 청춘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여러분 모두 사랑을 주고 받으세요. 아프리카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①세수 ② 스마트폰 ③ 하루 스케줄 확인 ④ 먹고 본다 ⑤ 멍때림 →⑤멍때림 “명(상) 때림” -내가 멋있어 보일 때는? ① TV에 출연할 때 ② 팬들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 ③ 샤워한 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④ 화보 찍을 때 ⑤ 항상 멋있다 →⑤ 항상 멋있다  이 질문을 보며 류준열은 쑥스러운 듯 머뭇거렸다. 주변에서 “항상 멋있다고 하라”고 말하자 ‘내가’라는 부분에 거듭 동그라미를 그리고 별 표시를 하더니 ‘5번’ 아래에 살짝 밑줄 표시와 함께 ‘점’ 세 개를 찍었다. 다른 답변은 과감하게 동그라미로 표시하던 것과 달랐다. 그러면서 “항상 멋있는데…쑥스러워서”라며 웃었다. 류준열은 특히 이 질문을 보면서 “질문이 너무 정성스게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찍고 싶은 CF가 있다면? ① 휴대폰 ② 치킨 ③ 커피 ④ 술 ⑤ 공익광고 →⑤ 공익광고 “고맙습니다”  류준열은 CF 관련 질문을 보자마자 “여기 제 답이 바로 있네요”라면서 곧바로 공익광고에 표시를 했다. 그리고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외우는 전화번호가 있다면? ① 엄마 ② 첫사랑 ③ 매니저 ④ 대리운전 ⑤ 간첩신고 →① 엄마 ⑤ 간첩신고  류준열은 ‘엄마’라는 선택항목 옆에 바로 ‘010-xxxx-xxxx’라고 적었고, 나머지 선택항목에도 모두 멘트를 남겼다. ‘첫사랑’에 대해서는 “잘 사니…”, 매니저에는 “미안해 상철아.”, ‘대리운전’에는 “차가 없어요…”라고 썼다. 마지막 ‘간첩신고’ 선택항목을 보자 “간첩신고, 111 아닌가요?”라며 마치 퀴즈의 답을 적어내듯 자신있게 ‘1’ 세 개를 써내려갔다. 111은 국가정보원의 간첩신고 긴급 전화번호다.  앙케이트 인터뷰를 마친 류준열은 팬들로부터 전달된 질문이 적힌 종이를 들어 그 안에 적힌 팬들의 이름을 향해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일일이 인증샷을 남겼다. 그러면서 거듭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이날 인사를 나눈 기자들에게도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인사를 했다. 그는 “아직 감기가 덜 나았다”면서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독감 후유증으로 여전히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류준열은 먼저 “제가 어제 큰 일을 겪어서요”라고 말하며 전날 불거졌던 ‘일베 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기사가 쏟아져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죠?”라고 물으니 “그게 다 일이신데요, 뭐”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 인분 교수 뺨치는 ‘악마 동기생’

    [단독] 인분 교수 뺨치는 ‘악마 동기생’

    대학 같은 과 1살 어린 가해자 고급 외제차 타며 부유함 과시 “내가 맡을 회사에 취업시켜 줄게” 경제 형편 안 좋은 피해자에 접근 1년간 가혹행위 전치 8주 부상 폭행에 ‘학습’돼 저항 못 한 듯 “지난 1년은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습니다. 지금도 문득 ‘그놈의 방에서 또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잠도 잘 안 와요. 하지만 뒷배 든든하고 돈 많은 그 친구가 저뿐 아니라 우리 집 식구들에게까지 해코지를 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 지방 사립대 재학생이 같은 학교 동기생에게 “취업을 시켜 주겠다”는 구실을 붙여 1년여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 및 감금, 협박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과제나 집 청소를 대신 시키는 등 사실상 ‘노예’처럼 동기생을 부렸고, 이 과정에서 성적 학대까지 있었다고 수사 당국은 전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폭력의 형태와 강도가 지난해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린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던 ‘인분 교수’ 사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19일 대학생 A(24)씨를 강제추행치상,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의정부지검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1년간 같은 대학 동기생 B(25)씨를 수십 차례에 걸쳐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의 학대와 구타 후유증으로 비뇨, 피부, 정형, 안과 등에 걸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씨와 B씨는 2014년 초 B씨가 군대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하면서 같은 과 동기생으로 처음 만났다. A씨는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부유한 집의 자제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B씨의 가정은 차상위계층으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A씨는 B씨에게 “나한테 잘하면 나중에 내가 운영할 회사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B씨의 부모까지 만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뒤 B씨와 함께 동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A씨는 B씨를 만나고 1년 정도 지난 뒤부터 자신의 자취방에서 수시로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고 뺨을 때렸다. A씨의 폭행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거의 매일같이 B씨를 엎드리게 한 뒤 허벅지나 엉덩이 등을 유리병으로 내리쳤다. “금속제 옷걸이 8개를 편 뒤 꽈배기처럼 엮어 만든 쇠뭉치로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B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B씨에 대해 “평소에도 얼굴이 붓고 멍이 들어 있는 등 멀쩡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동네 주민들의 증언도 나왔다. 성적 학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A씨는 자신이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나에게 옆에 서서 지켜보도록 했고, 내가 졸 때마다 쇠뭉치로 성기를 수십 차례 가격했다”, “껌 10여개를 한꺼번에 씹게 한 뒤 입에 소금과 후추, 참기름 등을 들이부었다”고 진술했다. 또 매일 A씨의 자취방을 청소하게 하고 밤에는 A씨 대신 게임 레벨을 올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마다 자신을 깨울 것을 명령하고 군대와 비슷하게 새벽 1시에 취침 점호 보고까지 시켰다. 폭행과 가혹행위는 자취방뿐 아니라 A씨가 부업차 운영하는 회사와 부모님 집 등에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A씨의 가혹행위를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주변에 “B씨를 내가 돌봐 주고 있다. B씨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라”며 B씨를 주변과 격리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에게 경제력을 과시하는 것뿐 아니라 최근 취업난에 고민이 많은 B씨의 심리 상태를 이용해 폭행을 계속하면서도 B씨가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밝혔다. A씨의 범행은 지난달 초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교 수업 시간에 B씨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교수가 B씨에게 병원 진료를 받게 했고 병원 관계자는 B씨의 부모에게 “오랫동안 폭행당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에게 그동안의 문자 내용을 지우라고 시키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결국 B씨는 지난 1월 A씨를 의정부지검에 고소하면서 1년간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 측은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B씨가 원해서 이뤄졌다”며 “A씨의 무죄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B씨가 A씨를 ‘취업난의 현실에서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 상황에서 A씨의 폭행에 ‘학습’되다 보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 같다”며 “인분 교수 사태와 마찬가지로 청년 취업난의 세태 속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단독] 인분 교수 뺨치는 ‘악마 동기생’

    대학 같은 과 1살 어린 동기생이 고급 외제 승용차 몰고 다니며 “내 회사에 취업시켜 줄게” 빌미 피해자에 성적 학대 등 가혹행위 2년간 폭행… 전치 8주 부상 폭행에 ‘학습’돼 저항 못한 듯  “지난 1년은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습니다. 지금도 문득 ‘그놈의 방에서 또 맞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잠도 잘 안 와요. 하지만 뒷배 든든하고 돈 많은 그 친구가 저뿐 아니라 우리 집 식구들에게까지 해코지를 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 지방 사립대 재학생이 같은 학교 동기생에게 “취업을 시켜 주겠다”는 구실을 붙여 1년여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 및 감금, 협박 등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과제나 집 청소를 대신 시키는 등 사실상 ‘노예’처럼 동기생을 부렸고, 이 과정에서 성적 학대까지 있었다고 수사당국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의 형태와 강도가 제자를 수년간 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린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던 지난해 ‘인분 교수’ 사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지검은 지난 19일 대학생 A(24)씨를 강제추행치상,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의정부지검과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간 같은 대학 동기생 B(25)씨를 수십 차례에 걸쳐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의 학대와 구타 후유증으로 비뇨, 피부, 정형, 안과 등에 걸쳐 전치 8주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씨와 B씨는 2014년 초 B씨가 군대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하면서 같은 과 동기생으로 처음 만났다. A씨는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부유한 집의 자제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B씨의 가정은 차상위계층으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A씨는 B씨에게 “나한테 잘하면 나중에 내가 운영할 회사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B씨의 부모까지 만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뒤 B씨와 함께 동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A씨는 B씨를 만난 지 1년 정도 지나고 난 뒤부터 자신의 자취방에서 수시로 B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고 뺨을 때렸다. A씨의 폭행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거의 매일같이 B씨를 엎드리게 한 뒤 허벅지나 엉덩이 등을 유리병으로 내리쳤다. “금속제 옷걸이 8개를 편 뒤 꽈배기처럼 엮어 만든 쇠뭉치로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B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B씨에 대해 “평소에도 얼굴이 붓고 멍이 들어 있는 등 멀쩡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동네 주민들의 증언도 나왔다. 성적 학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A씨는 자신이 온라인 게임을 할 때 나에게 옆에 서서 지켜보도록 했고, 내가 졸 때마다 쇠뭉치로 성기를 수십 차례 가격했다”, “껌 10여개를 한꺼번에 씹게 한 뒤 입에 소금과 후추, 참기름 등을 들이부었다”고 진술했다. 또 매일 A씨의 자취방을 청소하게 하고, 밤에는 A씨 대신 게임 레벨을 올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마다 자신을 깨울 것을 명령하고 군대와 비슷하게 새벽 1시에 취침 점호 보고까지 시켰다. 폭행과 가혹행위는 자취방뿐 아니라 자신이 부업차 운영하는 회사와 부모님 집 등에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A씨의 가혹행위를 눈치채지 못했다. A씨는 주변에 “B씨를 내가 돌봐 주고 있다. B씨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라”며 B씨를 주변과 격리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에게 경제력을 과시하는 것뿐 아니라 최근 취업난에 고민이 많은 B씨의 심리 상태를 이용해 폭행을 계속하면서도 B씨가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밝혔다. A씨의 범행은 지난달 초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교 수업 시간에 B씨의 상태를 이상하게 여긴 교수가 B씨에게 병원 진료를 받게 했고, 병원 관계자는 B씨의 부모에게 “오랫동안 폭행당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에게 그동안의 문자 내용을 지우라고 시키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결국 B씨는 지난 1월 A씨를 의정부지검에 고소하면서 1년간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 측은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B씨가 원해서 이뤄졌다”며 “A씨의 무죄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B씨가 A씨를 ‘취업난의 현실에서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 상황에서 A씨의 폭행에 ‘학습’되다 보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 같다”며 “인분 교수 사태와 마찬가지로 청년 취업난의 세태 속에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필리버스터’ 막전막후…도대체 무슨 말을 ‘뭘 가지고’ 그렇게 오래 했나

    ‘필리버스터’ 막전막후…도대체 무슨 말을 ‘뭘 가지고’ 그렇게 오래 했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막기 위해 야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해 이틀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무제한 토론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뒤 처음 시행되는 것인 데다 ‘필리버스터’에 관한 기록은 주로 1960년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만큼 최근 헌정사에선 유례가 없던 장시간의 필리버스터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면서 야당이 무제한 토론을 벌이기로 급히 결정된 데 비해 의원들이 최장시간의 기록을 거듭 깨면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들에게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대체 5시간, 10시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어떻게 발언을 이어갈 수 있는 걸까.   무제한 토론의 ‘첫 타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대로 된 준비 시간을 갖지 못하고 단상에 올랐다. 23일 더민주가 정 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요구를 제출한 것이 오후 3시 45분쯤이고 김 의원이 발언을 시작한 것은 오후 7시 6분이다.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서 무제한 토론에 돌입하기로 결정됐는데, 김 의원은 이 때 “내가 먼저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테러방지법을 심의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젊은 의원인 점도 어느 정도 염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타자 김광진 의원, 지역구 있던 보좌진이 ‘카톡’으로…  김 의원이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결정되자 의원실은 분주해졌다. 의원실에는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1명만 자리를 지킨 상태였고 나머지 보좌진들은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 있었다. 급히 자료가 필요하다는 김 의원의 연락에 보좌관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파일을 전부 의원실에 있는 비서관에게 보냈다. 그럼 비서관이 그 파일을 열어 인쇄를 한 뒤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동안 상임위나 대정부질문을 위해 모아두었던 자료가 총동원됐고, 국회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모두 모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발언 내내 A4 용지로 된 자료만 넘겼다.  단상에 가지고 간 자료의 목록을 달라고 하자 김 의원의 보좌관은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무제한 토론을 통해 테러방지법이 제정되지 않아도 현행 제도에도 대(對) 테러활동지침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바로 대통령훈령 제47조인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근거로 들면서다. 이 훈령은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 산하에 테러대책기구를 두게 돼 있다.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에서는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는 테러대책기구를 두게 한다는 점을 꼬집었고, “아마 (대테러활동 지침의 내용을) 대통령도 몰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토론 초반에 이 대테러활동 지침의 모든 조항을 낱낱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각 부처·기관별로 어떻게 기능을 하게 되어있는지를 일일이 설명했다.   이후에 참고한 자료들은 김 의원이 평소에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축적한 것들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국방위원회에서 줄곧 활동했고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원으로 테러방지법을 직접 다뤘다. 발언이 마무리 될수록 테러방지법 제정안의 각 조항을 조목조목 따지며 수정·보안되어야 할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오후 7시 6분부터 24일 오전 12시 39분까지 김 의원은 총 5시간 33분 동안 발언했다. 이는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 동의안을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기록을 깬 것이다. 김 의원은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 긴 시간동안 반대토론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같이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발언을 마치고 나온 김 의원은 바나나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장 앞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발언에 나섰던 소회를 밝힌 뒤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더민주 두 번째 주자인 은수미 의원에게 준비사항을 일렀다. 24일 김 의원은 출마예정지인 전남 순천 지역으로 이동해 출근길 인사를 마쳤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예비후보로서의 선거운동을 곧바로 이어갔다.  ●10시간 발언 은수미 의원 SNS에 SOS… “긴급 부탁”  본회의 ‘최장 발언’이라는 기록을 단 번에 깬 김 의원 다음으로 나선다면 더욱 부담이 컸을 듯 하다. 전체 야당 의원 가운데 세 번째, 더민주에선 두 번째 주자로 무제한 토론에 나선 은수미 의원은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밤샘 토론을 했다. 24일 오전 2시 30분부터 오후 12시 48분까지다. 이는 ‘상임위 최장 발언’ 기록으로 남아있던 지난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 국민투표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한 것을 깬 기록이다.   은 의원이 들고 올라간 자료는 주로 시민단체들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은 의원은 자료를 읽는 모습 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더 주력했다. 발언 초반부터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설명하면서 그 과정에서 국정원(과거 안전기획부)가 어떻게 권한을 남용했는지 역설했다. 은 의원은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 노동운동을 시작해 1992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검거돼 6년간 복역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분실에서 고문당했고, 고문후유증으로 폐렴과 폐결핵, 종양 등 여러 질환을 앓았고 큰 수술도 두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의원은 또 10시간여 동안 발언을 한 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며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은 의원 측 관계자는 “앞서 김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잘 이야기하셨기 때문에 은 의원은 국정위의 인권 유린 및 침해 우려를 중심으로 하자는 콘셉트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특히 일찌감치 SNS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전날 오후 7시 4분 페이스북을 통해 “긴급 부탁. 자료를 올려 주십시오. 준비할 시간 없이 필리버스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면서 “여기에 올라온 내용을 받아 국민의 의견으로 발표하겠습니다. 같이 밤을 샌다 생각해 주셔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은 의원은 이와 관련, 토론을 마친 뒤 “댓글이 도움이 도움이 됐다”면서 “헌법 조문과 비교해서 테러방지법이 헌법이나 인권과 무관한 조치라는 이야기를 꼭 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래서 헌법 이야기도 하고 정치가 얼마나 올바라야 하는지, 테러방지법이 왜 문제인지 등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10시간여 발언’에 대해 “힘들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아팠다”면서 “(제가) 그렇게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버틸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는데 버티게 되더라 다행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연설을 위해 전날 저녁부터 금식을 했다고 밝혔다. “아무 것도 안 마시고 수분을 뺀 상태”라고 덧붙였다. 결국 은 의원은 10시간 18분의 발언을 마무리하며 눈물을 쏟았다. ●박원석 의원 “10시간 동안 꼼짝 못 해” 본회의장에서 ‘공부’   최장 기록이 모두 경신된 뒤 나선 주자는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었다. 세 명의 의원이 17시간 동안 토론을 펼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준비를 했을까.  다른 의원들의 지쳐가는 모습을 보며 쪽잠을 자거나 끼니를 채우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박 의원은 10시간 동안 본회의장에서 “꼼짝도 못했다”. 은 의원이 무제한 토론에 들어간 뒤 30분쯤 뒤부터 자리를 지켰다. 이유는 “언제 끝날지 몰라서”였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다. “앞 순서 의원이 발언을 모두 마친 뒤 박 의원을 찾았는데 만약에 자리에 없으면 바로 다음 의원으로 순서가 넘어간다”면서 “언제 부를지 모르니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앞서 의원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미리 준비한 것은 ‘운동화’ 뿐이었다. 은 의원도 이날 운동화를 신었다.   박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직접 심의할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의원실에서도 테러방지법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 의원이 몸 담고 있던 참여연대에서 지난 2001년부터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온 만큼 박 의원 역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우리가 직접 작성해 드린 자료는 없다”면서 각종 자료를 들고 박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간 뒤 한참 뒤에 “마킹(표시)할 것 좀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자료는 주로 민변, 대한변협 및 법학 관련 교수 등 전문가 그룹에서 작성한 의견서 등의 자료를 추천 받았고, 국정원 및 정보기관의 문제점을 다룬 책 5권을 가지고 들어갔다. 또 최근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까지 부상한 ‘애플’사의 ‘아이폰 잠금해제 불가 방침’과 관련된 자료들도 포함됐다. 박 의원은 토론에 들어가기 전 “한 두시간 만에 끝내면 안 되지 않겠느냐”면서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현재 세 시간 이상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전날 밤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한 때 “박원석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대비해 ‘요실금 팬티’를 준비했다”는 메시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 측 보좌관은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진작 그런 게 있는 걸 알았다면 미리 준비했을 텐데 안타깝다”며 웃어 보였다.   다음은 야당 의원들의 주요 자료 목록.   ●김광진 의원  -대통령훈령 제47조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 -테러방지법 제정안 전문 -테러방지법 관련 상임위 및 대정부질문 자료 (너무 방대해서 열거 불가능)  -관련 서적   ●은수미 의원  -‘북한의 대남테러 준비’ 국정원 보고 미덥지 않은 4가지 이유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테러방지법 관련 법률 의견서  -‘진보넷 정보운동’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의견서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각계 전문가들의 칼럼  -2014년 테러방지법 토론회 자료집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자료  -국정원의 잘못된 과거사 관련 자료들   ●박원석 의원  -헌법 전문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대한 특별담화문 -민변,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 모임과 시민사회단체의 테러방지법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 발제문  -국가정보원발전위원회 보고서  -정의당 국가정보원법 전면개정안 -애플 ‘아이폰’의 잠금해제 논란을 통해 본 정보기관의 수사편의성과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전문가 의견서 -애플 팀 쿡 CEO가 고객들에게 주는 편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논문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  -국정원 진실위 보고서 -단행본 ‘조작된 공포 :세계 정보기관의 진실’ (전세계 정보기관의 부적절 행위를 다룬 해외번역서)  -단행본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단행본 ‘간첩의 탄생’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 관련 참고 서적)  -단행본 ‘No Place to hide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미국의 ‘스노든 사건’을 취재한 전직 가디언 기자가 쓴 책)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4·13 총선 핫클릭] 의뢰자에 따라 결과 들쭉날쭉… 수천만원 비용도 후보자 부담

    설계조작 가능… 혼탁선거 주범 될 수도 1000명 조사 때 최대 4000만원 들어 여야는 모두 4·13 총선의 공천 방식으로 ‘여론조사’ 경선을 택했다. 예비후보자들도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결과와 ‘억’ 소리 나는 비용 등 여론조사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보니 벌써부터 경선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지역구에서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조사도 의뢰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지역구의 경우 A 후보는 자신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B 후보와 7.5% 포인트 격차를 벌리며 1위를 달렸다. C 후보와는 16.4% 포인트 차이가 났다. 하지만 B 후보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A 후보와 B 후보의 격차가 1.8% 포인트로 좁혀졌고 C 후보가 의뢰한 조사에서는 C 후보가 지지율이 10% 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A 후보에게 0.9% 포인트 모자란 2위를 차지했다. 경기 지역의 경우 D 후보 의뢰 조사에서는 D 후보가 E 후보를 2.7% 포인트 앞섰지만 E 후보 의뢰 조사에서는 오히려 E 후보가 D 후보를 15.1% 포인트나 앞서며 결과가 뒤집혔다. 강원에서도 11.0% 포인트 뒤졌던 후보가 다른 조사에서는 12.8% 포인트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지역의 한 후보는 지난해 12월 20%대이던 지지율이 최근 자신이 의뢰한 조사에서 60%대로 껑충 뛰기도 했다. 다른 모든 조사에서 본선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나온 후보가 자신이 의뢰한 조사에서만 이기는 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4%대 지지율로 늘 4위를 기록해 온 후보가 돌연 18.8%를 얻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통계 조작이 아니라 설계 조작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전화 조사를 할 때 후보자의 직책과 설명의 뉘앙스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주로 홍보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상대 후보와 소송전을 벌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론조사가 혼탁선거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론조사 경선이 끝난 뒤 전국 곳곳에서 ‘불복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경선 탈락자들이 ‘내가 한 조사에서는 결과가 이러한데 왜 내가 낙천자인가’라며 항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선 비용도 부담이다.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한 번 실시하는 데 250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심번호의 개당 단가는 330원이다. 낮은 응답률을 감안해 3만개를 추출하면 990만원이 든다. 이 데이터로 1000명을 조사하면 1500만원(샘플당 1만 5000원)이 더해진다. 결선투표까지 하게 되면 1500만원이 추가돼 최대 400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후보자들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별로 안심번호를 5만개씩 추출하기로 해 새누리당보다 660만원이 더 들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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