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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 한류팬, 한국음식 먹으며 “대~한민국!”

    멕시코 한류팬들이 19일 멕시코시티의 세르히오 마가냐 극장에 모여 가라오케 반주에 맞춰 한국 대중가요를 부르고, 한국 음식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한류팬 250여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주 멕시코 한국대사관(대사 원종찬)이 개최한 ‘2007 한국가요 경연대회’에 참석하여 평소 어렵게 배운 우리의 최신 대중가요를 열창하면서 환호했다. 참가자 16명은 비, 강타, 안재욱, 이정현 등의 최신곡들을 큰 무리없이 불러 우리 대사관 직원들과 교민들을 놀라게 했다. 원종찬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멕시코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관심을 갖고 최신 노래까지 배우는 멕시코 한류팬들을 우리의 민간 외교관으로 생각한다”고 찬사를 보내고 “앞으로도 한국과 멕시코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노래 경연이 중간 쯤에 이르렀을 때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비디오와 역동적인 우리 문화와 산업을 소개하는 다이내믹 코리아 비디오가 상영돼 한류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행사는 우리 대사관에서 극장대관, 가라오케 설비, 식사 등 제반 준비를 해주고 한류팬들이 노래경연의 사회를 보는 등 행사를 진행했는 데 중간중간에 사회자들의 선창으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친숙해진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몇 번이나 외치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대사관측은 행사에 참석한 한류팬들 모두에게 태극문양이 새겨진 티셔츠와 함께 고급 부채를 선물하는 한편 노래경연이 일단 끝나고 참석자들의 전원 투표로 결정하는 순위결과가 나올 때 까지 김밥, 떡, 잡채 등 우리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하여 멕시코 한류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멕시코 북부의 몬테레이 시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인 후손 앙헬레스 왕포(여.35)는 “친구 5명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면서 “한국말을 조금 밖에 할 줄 몰라 너무 미안하다. 앞으로 한국말을 꼭 배우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기고] 스승의 날에 생각해 보는 교육리더십/김진춘 경기도교육감

    교육은 희망이다. 교육이라는 행위의 본질은 희망을 창조하는 데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의 변화가 빠르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할 때에 교육에 눈을 돌려온 것은 교육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을 창출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십은 교육 리더십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과 확보를 위한 교육 혁신에 온갖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 현장에서 인재 양성을 통해 희망을 일구고 있는 선생님들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들이다. 교육 리더십이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현장은 교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찬란한 교육 정책이라도 이들의 피땀어린 노력을 통하지 않고는 현실화될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3000억달러 수출을 이루어 냈다.1인당 국민소득이 70달러 선으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것이 겨우 50년 전 일인데,50년 만에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놀라운 성공 뒤엔 바로 산업사회 인재 양성을 위한 선생님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다. 지금의 성공은 20년 전,30년 전에 우리의 스승님들에 의해 예약된 것이었다. 이와 같이 앞으로 20년,30년 후의 미래도 우리 선생님들의 손에 달려 있다. 선생님들의 손에서 지식 정보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가 자라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인재의 요건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력, 외국어 능력, 올바른 인성과 건강관리 능력 등이다. 이러한 능력들은 선생님의 손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길러지기 어렵다. 선생님들이 신바람 나는 교육풍토 속에서 글로벌 인재 육성에 헌신할 수 있도록 교육의 다양화·특성화·자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보통교육 수준에서 유창한 영어 구사력을 길러주기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학교마다 선생님들이 자랑으로 내세울 수 있는 명품 교육브랜드를 창출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서는 흥미롭게도 2025년이면 한국이 세계 9대 경제대국에 오를 것이고 2050년에는 일본과 독일을 따돌리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부국으로 떠올라 1인당 GDP가 8만 10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은 지난 50년의 우리 역사가 증명한다. 다만 지금 여기에서 선생님들이 어떤 교육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허황된 꿈일 수도 있고, 우리 후손들이 실현해 낼 30년 후의 현실일 수도 있다. 제26회 스승의 날을 보내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희망은 선생님들이 창조해 낸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으면 한다. 이 시대의 교육 담론은 선생님들이 글로벌 인재 육성에 최선을 다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풍토, 스승 존경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로 수렴되어야 한다. 김진춘 경기도교육감
  • “오바마의 뿌리는 아일랜드 머니갈”

    “오바마의 뿌리는 아일랜드 머니갈”

    인구 298명의 한적한 아일랜드 시골 마을인 ‘머니갈’이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인해 흥분에 빠졌다. 족보상으로 오바마 의원의 뿌리가 머니갈이라는 기록이 발굴되면서다. 마을 사람들은 “오바마 상원의원은 우리 머니갈의 아들”이라며 한껏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13일 머니갈 교구 목사인 스티븐 닐이 찾아낸 기록과 족보학자들에 따르면 오바마 의원의 4대 외조부는 아일랜드 이민자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캠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의원의 4대 조부인 풀무스 커니는 머니갈에서 태어나 19세이던 1850년 미국으로 떠났다. 구두 기술자의 아들이었던 커니는 다른 아일랜드인들처럼 기근을 피해 조국을 떠나 뉴욕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족보사이트인 ‘앤세스트리(ancestry.com)’에 따르면 그의 후손에서 오바마 의원의 어머니 앤 더램이 태어났다. 더램은 18세 때 오바마의 아버지인 케냐 출신의 유학생 버락 후세인 오바마와 결혼했다. 둘 사이에서 오바마 의원이 태어났다. 족보상으로 오바마 의원의 먼 친척 뻘인 헨리 힐리(22·여)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내 친척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멋질 것이며 마을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아일랜드에 뿌리를 둔 인물은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존 F. 케네디가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는 나라 전체가 열광에 빠졌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그의 조상이 살았던 아일랜드 티페래리 카운티의 밸리포린 마을에 관광객이 넘쳐났다. 머니갈 주민들도 들떠 있다. 벌써부터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마을 선술집 주인 줄리아 헤이즈는 “이미 외국 기자들이 마을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힐러리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오바마 의원을 꼭 만나고 싶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에 성큼 다가서고 있는 오바마 의원은 “내 안에 모든 사람들의 조각들이 담겨 있다.”며 자신의 혈통과 뿌리가 흑인·백인 모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머니갈 교구 목사 스티븐 닐은 “오바마 캠프에 자신이 발견한 4대 조부의 기록을 팩스로 보냈다.”면서 “그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아일랜드인이 조국을 떠나야 했다.”면서 “우리들은 정상을 향해 가는 아일랜드인을 보고 싶다.”고 오바마의 선전을 기대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구 의정 초점] 강북구의회 효자·효부 마을 만들기

    [구 의정 초점] 강북구의회 효자·효부 마을 만들기

    강북구의회가 ‘효자·효부 마을 만들기’에 앞장 서고 있다. 강북구 번동 오패산에는 효자·효부가 많이 난다는 미담이 예부터 있었고 그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12년째 효자·효부에 표창 14일 강북구의회에 따르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인을 공경해 이웃에 모범이 되는 지역주민 신무현(36·여)씨 등 28명을 ‘2007 효자·효부 선행자’로 표창했다. 효자·효부는 윤영석 구의장 등 의원 14명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2명씩 추천했다. 상을 받은 이들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록 포상금을 받지는 못하지만 상장과 꽃다발 하나로 숭고한 효심을 위로받았다. 원국재(63·미아3동 258)씨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된 이후 수절을 한 홀어머니가 80세가 넘도록 효성을 다했다. 원씨는 노환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어머니가 식사를 할 때마다 곁에서 거들고 1주일에 한번씩 병원치료를 위해 손발이 되고 있다. 송종근(70·번1동 461)할머니는 90세를 넘긴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1주일에 한번씩 거르지 않고 목욕탕을 함께 다녀 주위의 칭송을 듣고 있다. 관절이 좋지 않아 고생을 하면서도 시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드리고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시어머니를 먼저 챙겼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오패산에 송덕비건립,10월1일 제사 강북구의회는 1995년 3월 도봉구로부터 분리되면서 ‘효자·효부에 관한 표창 규정’을 제정하고 매년 상을 주고 있다.2005년 4월에는 규정을 다듬어 14개 조항에 이르는 조례를 만들었다. 전통을 자랑하는 상인 만큼 엄격한 공적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정한다. 아울러 효자·효부 표창의 추천 대상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인을 공경하는 사람, 이웃 노인을 공경하고 선행을 한 사람 등으로 정했다. 고려시대 오패산에는 다음 시대의 왕이 태어날 것이라는 전설이 나돌았다고 한다. 글 읽는 선비와 효자·효부가 많이 나는 마을로 유명하다. 구의회는 2004년 오패산 근처의 오동근린공원에 효자·효부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송덕비를 세웠다. 또 매년 음력 10월 1일이면 이들에 대한 제사를 지내며 그 효심이 후손들에게도 전해지도록 빌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강북구의회 윤영석 의장 “선거법때문에 지원 못해요” “애틋한 효심을 지닌 분들은 대부분 집안이 가난하거나 본인의 몸도 성하지 못한 분들이었습니다.” 강북구의회 윤영석(58) 의장은 14일 “효를 실천한 분들에게 존경과 위로의 박수를 보내며 아울러 자라는 신세대에게 귀감이 되도록 표창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윤 의장은 그러나 “선행 주민들이 대부분 어려운 형편인데도 지난해말 강화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물도 못주고 밥 한끼 대접 못하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선행을 베풀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메마른 풍토만 만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효자·효부에게 상으로 금품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취업근로시 우선권을 주는 등 지원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걷기대회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걷기대회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걷기대회’를 겸한 성공다짐대회가 경북 고령의 대가야 고분군 일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고분과 등산로를 따라 4.2㎞ 구간을 걸으면서 깨끗한 자연과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다짐했다. 서울신문과 행정자치부, 국가균형발전위, 농협중앙회 등이 12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 고분군 일원에서 공동 주최한 제2회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걷기대회에는 공무원, 마을 대표, 주민 등 1만 2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러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1500여년 전 대가야의 숨결을 느끼며 각기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했다. 행사에는 노진환 서울신문사장과 박명재 행자부 장관,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이인기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택천 전국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이연창 농협 농업경제대표이사, 이태근 고령군수,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30개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역단체장과 마을주민 등이 참석했다. 탤런트 전인택, 변소정, 조향기씨 등도 함께했다. 박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촉촉히 내린 비는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의 성공을 기원하는 단비가 될 것”이라면서 “이 사업은 그동안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사장은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북돋으며 지역의 아름다운 자원을 발굴·홍보해 국민들의 관심을 높여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30개 시범지역 대표들은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을 살기 좋은 지역으로 변화시켜 당대와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태근 고령군수가 대표로 낭독한 결의문에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타악그룹 ‘광명’이 힘찬 북을 치며 분위기를 돋웠다. 경비행기가 축하 비행을 하기도 했다. 고령 한찬규 조덕현 김상화기자 hyoun@seoul.co.kr
  • [씨줄날줄] 전두환 나무/진경호 논설위원

    삼한시대 영고(靈鼓)를 매달고 천제를 올린 소도(蘇塗)의 솟대나무까지 갈 것도 없이 조상들에게 나무는 합일(合一)의 대상이었다. 마을을 지키고, 후손의 번성을 기약하는 상징이었다. 세시풍속으로 전해 오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역시 갈라진 나뭇가지에 큼지막한 돌을 올려 놓는, 짓궂은 풍습 너머 풍요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나무에 대한 우리 조상의 사랑은 종종 나무를 인격화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세종대왕은 경기도 양평의 1100년 은행나무에 정삼품 당상관의 벼슬을 내렸고 세조는 속리산 법주사 소나무에 정이품을 하사했다. 조선초 글과 그림에 능해 당대의 삼절(三節)로 꼽힌 인재(仁齋) 강희안(1417∼1465)은 꽃과 나무를 아홉 품계로 나누기도 했다. 자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소나무와 대나무, 연, 국화를 1품(品)으로, 모란을 2품으로, 사계·월계·왜철쭉·연산홍·진송·석류·벽오를 3품으로 꼽았다. 으뜸 중 으뜸으로 꼽은 소나무를 통해 장부의 지조를 노래했다. 마을 노인으로부터 전 재산을 물려받은 경북 예천의 석평마을 석송령(石松靈·천연기념물 400호)이 지금도 재산세를 내고 있고, 얼마 전엔 2세까지 봤다니 나무를 사람보듯 하는 조상들의 마음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광주시청 식수동산의 ‘전두환 나무’가 시름시름 앓아 오다 이젠 고사 직전에 놓였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987년 2월 기념식수한 동백나무다. 경남 합천의 일해공원 조성 움직임에 격분한 5·18회원 등이 나무에 구멍을 뚫어 제초제를 부어 넣고 톱으로 가지를 잘라 내는 등 해코지를 한 결과다. 시청측은 “나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발을 구르지만 5·18회원들의 분노를 삭이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나무를 인격체로 보고 그 자체를 즐겼던 조상들과 달리 나무를 자신의 힘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긴, 비천한 권위주의가 동백나무의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이 물러난 지 20년. 한쪽에선 그의 호를 딴 공원이 지어지고, 다른 쪽에선 그가 심은 나무를 말려 죽인다. 강희안이 4품에 올려 놓은 동백이다. 세상과 주인을 잘못 만난 그가 안쓰러울 뿐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아름다운 기업들] KT

    [아름다운 기업들] KT

    ‘100년의 신뢰’를 이어온 KT는 우리사회의 소외된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박정호 KT 사회공헌담당 부장은 9일 “KT는 ‘나의사랑 대한민국 Wonderfull Korea’라는 비전 아래 세전이익의 약 8%인 1100억원을 사회공헌비용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지식기반사회 구축을 앞당기는 ‘정보화 지원’과 ‘나라사랑’ 테마가 봉사활동이 주축이다. 이는 KT가 정보통신 기업으로써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KT는 ‘소리’를 통한 봉사활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소리는 KT의 주력 사업인 전화 서비스의 주요 매개체. 소리에서, 전화에서 소외된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찾아주자는 발상에서 출발,2003년부터 ‘청각장애인 소리찾기 사업’을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중 약 30%는 내이(內耳) 속에 있는 달팽이관의 손상으로 일반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언어장애까지 겪고 있다.KT는 이들에게 인공와우 수술비 전액과 2년간 재활치료비를 지원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보청기가 없거나 망가져 청각장애를 겪는 저소득층 청소년에게는 디지털 보청기를 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130명의 청각장애 청소년들에게 소리를 찾아줬다. 이들은 2년간의 집중적인 재활치료 등을 받는다. 소리를 찾고 말을 할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맛보고 있다. KT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가져올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KT는 ▲보육시설 제공 ▲저소득층과 맞벌이부부 자녀의 보육 ▲방과후 교육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KT의 전국 110개 지사에서 관내 운영환경이 나쁜 공부방과 자매결연을 맺고,IT 시설과 학습환경을 업그레이드해 주고 있다. 전국의 11곳에서 KT 공부방을 만들어 저소득층 아이에게 학습지도 봉사와 노는 토요일에 부모를 대신해 박물관·공연장 등 현장 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올해에는 4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KT는 세계적 IT 강국의 그림자인 병폐를 치유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청소년의 인터넷 및 게임 중독, 개인정보 보호, 스팸메일, 악성 댓글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보화 역기능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30개 지역에서 초등·중·고등학생 및 학부모 2만 5000명에게 청소년 인터넷 윤리, 인터넷 및 게임중독 예방, 네티켓 등 순회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건전한 인터넷 문화와 윤리 정착 및 확산을 위해 2005년 11월부터 매월 사회 각층의 오피니언 리더와 IT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인터넷 윤리포럼 및 좌담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네티켓 지키기 공익 포스터 공모전’을 열고 수상작을 공공장소와 초등·중·고등학교에 순회 전시해 정보통신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KT는 사회공헌활동을 새로운 환경보전 사업인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으로 확장했다. 우리의 문화와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난개발을 막는 환경운동 방식이다. 강원도 정선군 제장마을에서 동강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전통 가옥 너와집과 담배 건조막을 짓기도 했다. 또 강화도 초지리의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전하기 위해 목책로를 조성했고, 충남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의 해당화를 보호하려고 외래식물인 달맞이 꽃을 주기적으로 뽑아주고 있다. 박정호 부장은 “미래의 후손에게 맑고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환경보전으로 사회공헌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1) 경북 영양군 수하리 오무마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1) 경북 영양군 수하리 오무마을

    오무마을은 골이 깊고 우묵한 산골짝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오지인 ‘깊고 깊은 경상도 영양 골짜기’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간다. 행정 구역으로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예부터 나라에 큰 난리가 날 때마다 사람들이 숨어 들었다는 이 마을에 다다르는 길은 오늘날도 여전히 고단하다. 영양 군청에서 100리 가량 떨어진 오무마을. 수비면에서 하루 세 번 다니는 시내버스를 타고 송방마을까지 간다. 다시 계곡을 따라 비포장길을 지프차로 20여분을 가야만 마을 어귀에 다다를 수 있다. 대중 교통편이 없는 비포장 길은 4륜 구동형 지프형 자동차를 이용한다. 그래야 얕은 하천을 건너며 이동할 수 있다. 물이 불어나는 여름철에는 그나마도 고립되기 일쑤다. 그러나 여기서도 끝은 아니다. 다시 마을 어귀에서 절경의 수하계곡 구절양장을 몇 굽이 돌아야 비로소 주민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다. 오무 마을에는 여섯 가구가 살고 있다. 그 중 다섯 집이 배씨이고, 한 집은 박씨다. 배상복(76)씨는 약 300여 년 전 난리를 피해 들어온 조상의 30대 후손이라고 전한다. 손자 손녀, 아들 내외 3대가 함께 살고 있는 박용덕(73)씨 부부도 외갓집이 이곳에 있어 오게 되었다니 외지인으로 볼 수 없다. 주민은 노인 13명에 청년 3명, 아기 3명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참나무 껍질을 벗겨 지붕을 얹은 굴피집이 40여호 정도 있었으나 70년대 새마을운동 때 함석지붕과 슬레이트로 교체되었다. 지금은 굴피집이 한 채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한 채인 ‘굴피 헛간채’도 지은 지 35년이 넘어 몇 해 전에 허물어져 내렸다. 경북 울진 평해면 온정리에서 150리 길을 걸어와 혼례를 올렸다는 손분금(76) 할머니. 시집 와서 장날이면 울진까지 100리길을 가기 위해 새벽 닭이 울기 전에 일어나야만 했다고 한다. 감이라도 내다 팔아야 식량과 바꿔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에 잔뜩 이고 가서 사라는 말도 못하고 기다리다가 밤 9시가 넘어 돌아오곤 했다고 회상한다. “고생스러워도 도망갈 데도 없었다니깐. 도망갈 수가 있나? 고랑이 콱 막혀서. 어찌 살았나 몰라….” 오무 마을로 가는 도중에 있는 수하리 비지미골도 옛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맑기가 거울 같은 계곡물을 쳐다 보고 있노라면 기울어진 초가집 한 채가 그림을 드리운다. 뒷산에는 방목한 건강한 흑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금실 좋은 동갑내기 노부부는 저녁을 짓기 위해 불을 지피고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배경의 이 초가집은 200여년이 넘었음직하다. 오무는 산골마을이지만 젊은이들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다른 농촌에 비해 활력이 넘친다. 인근 송방마을 젊은이들과 5년 전 작목반을 만든 덕분이다. 달팽이 무공해 농법으로 쌀농사를 짓고 산채와 더덕을 재배해 적잖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박성철(40)씨는 앞으로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마을 발전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최근 청정수역에서만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 수달이나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오지 탐험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반딧불이천문대와 청소년수련관은 가족 단위로 찾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물 흐르는 소리 외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새벽.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운무(雲霧)가 서서히 걷히자 계곡 마을의 비경이 드러난다. 눈 앞에 펼쳐지는 무채색의 산수화…. 고요함과 청량함에 마음과 몸이 깨끗해진다. 오무마을에서 아침을 맞는 사람의 행복이자 특권이다. 사진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친일파후손 토지반환訴 첫 포기

    친일파 일부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소송청구 권리를 포기하고 앞으로 소유권도 주장하지 않겠다.”며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친일파 후손이 소송청구 권리를 포기하며 땅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완전 철회한 것은 2005년 12월‘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때문에 최근 정부의 친일파 재산 국고 환수 방침과 함께 다른 친일파 후손이 제기한 토지반환 소송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6일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유권 확인청구소송을 지난해 말 포기했다고 밝혔다.2차 대전 당시 일제에 비행기를 헌납하는 등 친일행위를 한 민영휘의 후손은 경기 남양주시 땅 1600㎡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해왔다. 또 을사늑약 감사사절단에 포함됐던 이재완의 후손도 지난해 3월 시가 1억 3000여만원의 경기 남양주시 땅 570여㎡에 대한 소유권 보존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말 소송을 포기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매화마름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매화마름

    며칠 전 선재도에 다녀왔다. 이웃한 영흥도와 함께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하는 작은 섬이다. 과거에는 섬이었지만 연륙이 된 지금은 육지나 다름없는 곳으로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닿을 수 있다. 이 섬과 영흥도를 연결하는 영흥대교 공사가 한창이던 2000년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찾아간 셈이었다. 그동안 선재도에는 새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예전의 고즈넉한 시골 풍광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벼농사를 짓던 논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신 서 있는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영흥도행 배를 타는 포구 부근에 있다가 사라져 버린 이 논들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귀한 물풀이 살고 있었다.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지정된 멸종위기야생식물2급 매화마름(<B>사진</B>)이 살고 있었던 것인데, 이제는 대부분 만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선재도의 논들이 집을 짓기 위해, 길을 넓히기 위해 메워지면서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매화마름의 생육지 자체가 파괴되어 절멸하고 만 것이다. 영흥대교, 선재대교 같은 교통 인프라의 구축이 인간생활을 편하게 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생물종을 절멸의 길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개발은 궁극적으로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선재도에서 깨달을 수 있다. 매화마름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한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과거에는 서울 영등포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하지만,1998년 초에는 멸종위기 식물도감에 넣을 사진을 구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1998년 필자가 강화도에서 대규모 자생지를 발견해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후 환경부의 정밀조사를 통해, 강화도뿐만이 아니라 영종도, 선재도, 삽시도, 영흥도, 안면도 등의 서해안 섬에서 발견되었고, 근래에는 섬 외에도 서해안에 인접한 논들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서해안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아직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생육지를 까다롭게 가리는 습성이 있다. 과거에 출간된 식물도감에는 여러해살이풀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관찰이 안 되었던 식물인데, 초봄에 잠깐 피고 없어지는 생태적 습성도 관찰을 어렵게 한 원인이다.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사이에 꽃을 피우고,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을 갈고 물을 대면서 사라진다. 이 짧은 기간 동안 매화마름은 꽃을 피우고 씨를 익혀 후손을 남긴다. 매화마름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선재도의 경우처럼 논 자체를 매립하는 것이다. 아무 논에서나 살지 않고, 겨울에도 물기가 남아 있는 논, 저수지나 유수지 주변의 논에서만 살기 때문에 자생지 숫자도 많지 않다. 마을 가까이에 사는 식물들이 더 쉽게 더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매화마름은 잘 보여준다. 택지개발, 도로개발 등 인간 활동에 의해 자생지가 파괴됨으로써 산 깊은 곳에 자라는 식물에 비해 절멸될 위험이 큰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생물종을 멸종위기로 치닫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서식지와 자생지 파괴인데,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식물이 매화마름이다. 다음 주말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의 매화마름위원회가 주관하는 매화마름 관찰행사가 강화도 초지진 자생지에서 열린다. 우리 곁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는 가녀린 물풀 매화마름을 만나러 가는 주말은 의미가 클 것 같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452명 명단 작성… 확인후 추가환수”

    “452명 명단 작성… 확인후 추가환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김창국 위원장은 2일 “이번 결정은 1949년 반민특위가 와해하고 활동이 좌절된 지 58년 만에 얻는 친일청산의 첫 가시적인 성과로 의미가 크다.”면서 “시간적 제약이 있지만 정해진 기간에 위원회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9명의 재산에 대한 추가 환수는. -추후 확인되면 (추가 환수를) 할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것 중 일부 재산은 의문점이 있어 이번에는 보류했다. ▶환수한 재산은 모두 후손 명의인가. 제3자에게 넘어간 것도 있는가. -후손 명의다. 일부는 본인 명의도 있다. 앞으로 일본인 명의의 토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실제 일본인의 재산이면 국가에 귀속시키고 창씨개명한 조선인의 재산이면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 조사한 뒤 국가에 귀속시킬 것이다. ▶명백한 소급입법이라 법리적 논쟁이 있을 듯하다. -조사위는 국회에서 정당하게 만들어진 법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없지만 위헌 문제가 제기되면 그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할 문제다. ▶추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은. -452명의 명단을 작성해놨다.‘독립운동에 참여한 자를 살상하는 등 친일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452명 중 가계도가 파악된 대상은 얼마나 되나. -350명 정도 파악됐다.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단 가계도 공개는 어렵다. ▶해방 후 토지를 팔아 재산을 증식, 변형시킨 경우는 어떻게 하나. -그럴 경우 재산을 추적하기가 물리적으로 곤란하다. 그래서 주로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친일파 재산환수 이제 시작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어제 이완용 등 친일파 9명의 소유토지 154필지,25만 4906㎡에 대해 국가 귀속결정을 내렸다.2005년 말 공포·시행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해 7월 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내린 첫 환수결정이다. 귀속 결정된 토지는 위원회가 추정한 전체 환수대상 토지(3994만 6266㎡)의 0.64%에 불과하지만 상징성은 매우 크다. 이번 결정은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와해된 지 58년만에 보는 친일청산의 첫 가시적인 성과다. 나라를 되찾은 지 62년만에 일제 잔재의 청산이 시작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실천함으로써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위원회는 이번에 친일행위로 얻은 것이 확실한 재산만 첫 환수대상으로 삼았다. 친일 청산이라는 대의를 알리고, 후손들의 행정소송 제기 등 논란의 소지를 의식한 결과다. 그러나 위원회의 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민족 행위로 축적한 부가 후손에 대물림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452명의 재산을 추적해 국가로 귀속되도록 할 계획이다. 친일행위자들이 당시 소유했던 재산은 긴 세월이 흐른 지금엔 그들의 손을 떠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자료도 불충분하고 조사인원도 부족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왕에 시작한 환수작업이 제대로 마무리되도록 정부는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촉구한다.
  • 친일파 재산 63억 첫 환수

    친일파 재산 63억 첫 환수

    이완용과 송병준 등 친일파 9명의 재산이 국가로 환수된다. 친일 행위를 한 대가로 모은 재산이 국가로 귀속되는 것은 처음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2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위원 9명 전원 찬성으로 9명의 토지 7만 7108평(25만 4906㎡), 공시지가 36억원(추정시가 약 63억원) 상당의 친일 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키기로 의결했다. 전원위는 귀속 결정된 재산을 재정경제부에 통보해 ‘국(國·나라)’ 명의로 등기한 뒤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예우 및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금,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에 우선적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불복하는 사람들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환수 대상자는 한일합병조약 당시 내각 총리 대신이었던 이완용과 장손 이병길, 일진회 총재를 지냈던 송병준과 아들 송종헌을 비롯해 고희경, 권중현, 권태환, 이재극, 조중응 등이다. 조중응은 정미칠조약 당시 법부대신이었다. 이재극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남작 작위를 받았다. 환수 대상이 된 재산은 러일전쟁(1904년)부터 1945년 8월15일 사이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해 현재 본인 명의로 남아 있거나 후손이 상속 증여를 받아 소유하고 있는 토지다. 토지는 고희경이 19만 8844㎡(공시지가 17억 2400만원)로 가장 많고, 권태환이 2만 1713㎡(공시지가 13억원)로 뒤를 이었다.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1차로 지난달 말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 93명의 토지 1317만㎡(공시지가 1185억원) 상당에 대해 위원회 의결로 조사개시결정을 하고 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법원에 보전처분을 마친 상태다. 김창국 위원장은 “친일재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다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도 조사해 조사개시결정을 하고 조사 결과 친일재산으로 판단되면 순차적으로 국가 귀속결정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법 시행후 처분 땅도 국가 귀속”

    “법 시행후 처분 땅도 국가 귀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발족한 이후 9개월여 만에 친일재산 첫 환수 결정을 내렸다. 친일을 대가로 조성한 토지에 대해 처음으로 국가귀속 결정을 내린 것으로 과거사 청산과 맥을 같이한다. ●친일파 땅 1185억원 상당 찾아내 위원회는 지난해 7월 발족된 뒤 친일반민족행위자 452명의 명단과 가계도를 작성했다. 이를 토대로 행정전산망 등을 이용,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후손 명의로 된 친일재산을 조사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말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 93명의 토지 1317만㎡(398만평)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하고 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법원에 보전처분을 마쳤다. 조사개시 결정된 토지의 공시지가는 약 1185억원에 이른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29일 이완용·송병준 등 11명, 지난달 7일에는 이창훈·윤덕영·이근상 등 13명의 명단과 조사개시 결정된 이들의 토지 지번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조사개시 통보를 받은 토지 소유주들은 이의신청을 낼 수 있도록 했다.2일 귀속결정이 나온 9명 중 고희경과 조중응 등 2명의 후손이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불복할 경우 90일 내 행정심판 청구 친일파 후손들이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며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고환수 결정에 불복할 경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친일재산조사위 행정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부동산 소재지의 행정법원 또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친일재산은 귀속 결정이 난 순간부터 친일행위를 한 시점으로 소급해 국가소유가 됐기 때문에 친일파 후손은 국가 재산을 두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청구해야 한다. 친일재산을 미리 처분한 사례도 있다. 송병준 후손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2005년 12월29일 직후 제3자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고희경의 후손은 경기 연천군에 있는 공시지가 1억 7000만원 상당의 토지를 지난해 가을 제3자에게 처분했다. 친일재산조사위는 “특별법 시행 이후 제3자에게 처분된 경우에도 모두 조사개시결정을 거쳐 친일재산으로 인정되면 제3자가 선의로 사들였더라도 국가귀속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특별법 시행 이전에 처분된 경우 친일재산이라는 걸 몰랐던 제3자는 보호를 받는다. ●조사인원 40명·자료 없어 어려움 이번 결정은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와해한 지 58년만에 올린 친일 청산의 첫 가시적 성과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국민들 사이에서는 “친일파 후손이 부귀를 누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앞으로 친일재산 환수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 것인가도 함께 보여줬다. 국가귀속대상자 9명은 친일재산조사위가 조사개시결정을 한 친일파 452명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아직 환수하지 못한 9명의 은닉재산은 국가에 귀속하기로 결정한 재산보다도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의 전 직원 104명 중 조사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이 고작 40여명이라는 점과 함께 친일재산을 추적하는 단서가 될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HAPPY KOREA] 부산 기장군 대룡마을

    [HAPPY KOREA] 부산 기장군 대룡마을

    기장군은 ‘부산’이란 대도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농사와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1995년 행정구역개편으로 부산시에 편입되기 전까지 경남 양산군에 속해 있었다.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덜 됐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 주변인 장안읍 지역은 30여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다. 그만큼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못했다. 넓은 녹지와 천혜의 자연 환경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런 기장군이 요즘 관광·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관광 및 산업단지, 신도시 등이 조성되고, 행정자치부의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부산지역 문화·예술인의 메카로 변신하는 장안읍 오리 ‘대룡마을’을 다녀왔다. ●“시범지 선정됐을때 소 한마리 잡았죠” 요즘 대룡마을엔 또 다른 ‘봄’이 왔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마을 전체가 발전을 못했는데,2002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데 이어 올해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시범지역’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수십년간 사용해 온 마을 공동의 간이 상수도를 부산시에서 공급하도록 시설을 교체 중이다.“2월에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시범지역으로 선정됐을 때 큰 소 한 마리 잡아 주민들이 잔치를 했죠.”마을 이장 김덕용(45)씨의 말이다.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의 사각지대에 있다가 마을에 ‘좋은 기회’가 오자 주민들이 모여 대대적인 잔치를 벌이고 ‘의기투합’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이 마을은 대도시에 있으면서도 도시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78가구로 형성됐지만 상당수의 집들이 낡았다. 그동안 개·보수를 못한 탓이다. 마을 입구엔 1960∼70년대에 농촌에서 볼 수 있던 정미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미소 주인 이수봉(75)씨는 “네 아이를 모두 공부시켰는데 이제는 집집마다 도정기계가 있어 ‘자가용’이 됐다.”며 웃는다. ●78가구중 21가구가 도예·조각등 예술종사자 마을 골목길을 따라 토담이 정감 있게 꾸며져 있고 일부 집들은 몇년 전부터 폐가로 방치됐다. 이 마을은 인근에 고리원자력 1∼4호기가 건설되면서 그린벨트로 묶였다. 요즘엔 원자력 관련 시설이 들어오면 여러 모로 특별대책이 마련됐지만 그 당시는 그런 것이 없었다. 국가 발전의 일익을 담당했지만 희생만 따른 것. 이곳의 또다른 특징은 문화·예술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몇년 전부터 예술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이제는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인촌이 됐다.78가구 가운데 21가구가 도예, 조각, 조형, 목공, 서각, 불교 등의 예술에 종사한다. 이곳에서 생활을 하며 직접 작품활동도 하는 것이다. 이들이 이주하면서 줄어들던 주민 수도 늘고 있다. 이장 이씨는 “다른 지역의 경우, 원주민과 외지에서 들어온 예술인들이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마을은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달집 태우기 행사 등 마을 행사에도 예술인들이 적극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예술인들은 작품 활동 장소로 폐축사를 이용하고 있다. 소를 키우던 축사가 방치되자 개조해 사용한다. 도자기 작가인 하영주(34·여)씨는 “7∼8년 전 남편과 함께 이곳에 들어왔는데 전혀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에 사는 예술인들은 1997년 모임인 ‘아트인 오리’를 결성한 이후 도시보다 활동하기가 좋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인 김경호(34)씨는 “젊은 작가들이 전시회를 할 때 마을 주민들이 초대권을 만들어 주는 등 협조를 많이 해준다.”면서 “예술가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전시한 작품 중 마을에 맞는 것을 전시해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마을은 서로 잘 어울리는게 장점”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김수환(69) 추진위원장은 “마을에 특색 있는 것은 없지만 인화가 잘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을 출신으로 예술인들의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정동명(38·동아대 강사)씨는 “이제 시작이지만 주민간 단결이 잘되는 만큼 마을 어르신들과 힘을 합쳐 정말 좋은 곳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부산 김정한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생활예술문화터’ 만들기 사업은 대룡마을은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됐었지만 최근 들어 각광을 받는 곳이다. 개발이 안됐던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다. 주민간에 단단한 유대감이 사업 추진에 무게를 더 실리게 한다. 특히 고리원자력발전소로부터 매년 7000만원씩 받는 지역개발기금 수입으로 주민 부담을 최소화해 생활 여건을 더 개선할 수 있다. 주민 가운데 예술가들이 많은 점도 마을을 재창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군과 주민들은 대룡마을을 삶과 문화, 예술, 놀이, 휴식, 레저를 아우르는 ‘생활예술문화터’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도시민에게는 농촌 및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주민에게는 소득 증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수십년간 국가 발전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것을 감안해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우선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마을 내 3㎞가량의 계획도로를 내기로 했다. 마을 내에 어린이공원을 조성해 주민과 외지인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한다. 예술 작품을 구입하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는 700평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한다. 상수도 공급을 마무리하고, 전선도 미관을 고려해 모두 지하로 넣기로 했다. 하수처리장을 설치하는 한편 마을 앞 하천도 자연형으로 정비를 추진한다. 주민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보건진료소 시설을 보강하고, 문화·환경시설도 집중 설치한다. 공동 부지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복합 전시관을 세울 계획이다.1층은 마을회관과 노인정, 찜질방, 휴식공간 등을 조성한다.2층엔 전시실과 아트숍, 예술체험관 등을 설치하고 3층은 종합 회의실과 마을 운영센터, 휴식공간 등을 꾸민다. 마을 진입도로변에 조각공원을 만들고 밀랍인형전시체험관도 마련한다. 마을의 숲이 우거진 곳에 가족단위로 마음놓고 즐길 수 있도록 체험교육장, 놀이시설, 어린이도서관 등을 갖춘 어린이캠핑장도 조성한다. 아울러 자전거도로를 겸한 산책로로 꾸민다. 공동작업장과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도 만든다. 부산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30년동안 그린벨트 생활여건 개선부터 “다른 나라들이 조상들의 문화를 잘 보존해 많은 혜택을 보는 것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어요.” 최현돌 기장군수는 “지난해 해외 연수 중에 여러 나라들이 관광 및 문화자원을 이용해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에 감탄했다.”고 털어놨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해외 연수 차원에 유럽 지역을 다녀왔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조들이 남긴 문화를 잘 보존해 후손들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굴뚝산업처럼 자연 파괴나 매연 유발 등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관광산업으로 톡톡히 수입을 올리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고 했다. 최 군수는 “연수에서 돌아오면서 대룡마을도 잘 가꾸면 ‘명품마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섰다.”고 설명했다. 대룡마을은 30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탓에 자연이 잘 보존된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울산과 부산 사이에 위치해 문화와 관광쪽에 포커스를 맞추면 좋은 결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쪽 도시 주민들이 휴식과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군수는 일단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생활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올해 27억원의 추경 예산도 편성했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를 추진하기에 앞서 대룡마을의 생활 여건을 개선할 예정이다. 그는 인근에 고속 전철이 놓이고,100만평 규모의 동부산권 관광단지 개발사업과 신도시,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면 기장군의 인구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에 원자력의학원 동남권 분원이 내년 말 완공되고 중립자 가속기 유치가 성사되면 최고의 의료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도예촌과 체험센터 등 도시민을 위한 다양한 학습장을 만들면 문화·의료가 어우러진 ‘살기좋은 지역’으로 변모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부산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코트라 무역관이 자리한 칠레 산티아고 서부 프로비덴시아 지구의 셉티엠브레 11번가에는 기업체,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깔끔하게 꾸민 상점, 카페, 레스토랑은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산타아고시가 대대적으로 개발 중인 라스 콘데스 지구가 나온다. 하얏트, 메리어트 등 고급 호텔과 칠레 최대의 복합 쇼핑몰(아푸만케) 파르케 아라우코가 들어서 있다. 파르케 아라우코에서는 팔라벨라, 파리스 등 대형 백화점들이 패션의류·가전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삼성,LG, 대우의 전자제품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최숙영 산티아고 무역관 과장은 “평균 1%대에 불과한 초(超) 저관세가 이곳 사람들의 소비성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칠레가 ‘세계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칠레가 농업·수산업·광업(1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강중국(强中國)’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렛대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이다. ●1차 산업의 확실한 경쟁력 칠레는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의 비중이 17%(한국 28%)에 불과하다. 북부 아리카 지역 등 일부를 빼면 산업공단이 없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다. 제조업 수출도 표백펄프, 제재목, 포도주, 어분, 메탄올 등 농림수산물 가공제품이 태반이다. 산업의 원천은 세계 공급량의 40%에 이르는 구리다. 지난해 333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흑자를 견인했다.2004년 파운드당 1.30달러이던 국제 구리값이 지난해 2.27달러로 뛴 덕이다. 연어도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포도·아보카도 등 농산물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유통과 통신, 금융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처럼 칠레에서도 카르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팔라벨라, 파리스, 리플레이, 리데르, 에코노, 알마크, 소디막 등 경쟁력 높은 토착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이동통신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텔레포니카 모빌, 엔텔PCS, 클라로 등 3개 토착기업이 시장을 100%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칠레는 무역 빗장을 건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1970년대에 개방과 자유경쟁 시장체제를 구축했다.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는 ‘시카고 학파’를 대거 기용해 개방정책을 폈다. 그 결과,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은 몰락했지만 질 좋고 값 싼 공산품들이 들어와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졌고 1,3차 산업도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90년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져 2003년에는 모든 수입상품에 일괄적으로 6%의 단일관세만 적용하고 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체 평균 관세율이 1%대에 불과하다. 현재 56개국과 17건의 FTA를 맺고 있다. ●IT와 BT로 도약 칠레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개발모델로 설정했다. 한선희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통신·화학·제약 등 IT와 BT를 강화하기 위해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IT기업에 최고 70만달러까지 지원하는 생산진흥청(CORFO)의 ‘이노바 칠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만든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가는 1시간 거리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없다. 과속감시 카메라처럼 생긴 장치가 도로 곳곳에 세워져 차량 안에 부착된 센서와 감응, 자동으로 요금을 기록한 뒤 매월 은행계좌를 통해 징수한다. 하지만 이런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 초 추진한 ‘트란 산티아고’(산티아고 교통개혁) 프로젝트는 오히려 대혼란을 가져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투명성 높은 사회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칠레 외국인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칠레의 진정한 경쟁력은 대외개방 외에 정치·사회적 안정, 공공부문의 투명성과 청렴성, 선진국 수준의 치안 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부패인식지수에서 세계 20위(한국 42위)에 올랐고 지난해 산티아고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율도 2명(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48명)에 그쳤다. 부가가치세율이 19%나 되지만 조세행정이 철저해 구멍가게에서조차 영수증을 내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다. 칠레 가톨릭대 학생 로만 조시프는 “부의 편중과 교육의 불균형 해소가 칠레 성장의 관건이라는데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중산층 이하 자녀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칠리안’ 특징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산티아고 공항에서 미국인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가 따로 있다. 초강대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별도의 입국세를 받기 위해서다.“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비자를 요구하니 우리도 미국인에게 비자 발급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걷는다.”는 게 칠레 정부의 논리다. 칠레는 다른 나라보다 ‘반미감정’이 강하다.‘유럽의 후손’이라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미국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지원한 데 대한 반감이다.2004년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칠레 경호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따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측 경호원들을 제지하다 싸움이 크게 붙었던 것은 유명하다. 중남미 다른 나라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역시 좋아할 리가 없다.“중남미에서 가장 잘 산다고 으스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질시를 받는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인접국들과 모두 사이가 좋지 않다. 일본에 대한 한국·중국의 국민감정과 비슷한 데가 있다.”(교포 장기현씨) 인구 중 백인이 29%로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다.60%에 이르는 메스티소(원주민·백인 혼혈)도 상당수가 육안으로는 백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스페인계와 독일계가 많아 정치·사회·경제 제도를 유럽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이고 친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중남미인들의 특징이 약한 반면 논리적·이성적이며 검소하고 신중한 편이다. 일부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대거 이주한 독일계의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동양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지만 한국·중국 등의 빠른 성장에 대해 부러움도 갖고 있다. 이곳의 가족중심 문화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저녁에 서둘러 퇴근해 집으로 직행한다.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것이 남자들에게 관행화돼 있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는 뜻의 배려라고 한다. 이런 관행이 간혹 회사의 잔업 등 요구와 충돌하기도 한다. windsea@seoul.co.kr ■비즈니스 환경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높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특히 그렇다는 얘기다.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이긴 하지만 칠레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길거리나 상점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칠레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정규교육에 영어과목이 매우 빈약한 탓이다. 유럽을 종주국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도 작용한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스페인어가 기본이고 부득이하게 영어를 쓸 때에는 반드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칠레인들은 웬만해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안전 위주의 신중한 거래가 철칙이다. 수입상의 시험주문의 개념도 다른 나라와 다르다.1회 시험주문을 해보고 품질이 확인되면 정식거래를 트는 게 보통이지만 칠레인들은 3회 시험주문이 보통이다. 기계·장비류는 통상 1∼2년간 시험해 본 뒤에 정식 거래를 시작한다. 오랜 철권통치의 여파로 사회에 아직 불신풍조가 강하다. 믿음을 주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설령 칠레인들이 미덥지 않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우리쪽에서 먼저 못 믿겠다는 식의 표정이나 몸짓을 하면 그걸로 거래협상은 끝이다. 코트라 산티아고 무역관 성기주 과장은 “구두로 협의한 내용은 나중에 번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거래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같은 데서는 혹시 먹힐지 몰라도 자존심 강한 칠레인들에게는 상종 못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교포 방민수씨·식당업) windsea@seoul.co.kr ■후안 코이만스 칠레카톨릭대 교수 인터뷰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 최고의 명문으로 통하는 칠레가톨릭대학 경제학부 4층 연구실. 후안 코이만스 교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코레아’의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면서 쉴 새 없이 설명과 주장을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칠레가 ‘제조업 없는 농산·광산물 수출국’이란 일부의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칠레의 포도와 아보카도가 왜 좋은지 아십니까. 단순히 기후 때문에 그런 게 아니지요. 우리나라 아보카도 농장에서는 물방울을 이용한 첨단농법을 씁니다.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우리만의 ‘과일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컴퓨터·네트워크 등 뉴 테크놀로지에서도 세계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칠레가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첨단 전자장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칠레 경제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로 ‘혁신적인 실험’을 꼽았다. 다른 어떤 중남미 국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개방경제를 1970년대에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성장-위기-성장-위기의 악순환을 무역장벽 완화와 자유시장체제 도입으로 끊은 것이지요.80년대에 시작한 세제·재정 혁신과 사회보장제도·노동시장 개혁은 거기에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부문의 성공은 사회의 안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빈곤계층 비율이 90년대 초반 전 국민의 절반 가량에서 지금은 18% 정도로 줄었고 생계 자체가 곤란한 극빈층은 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이 대목에서 ‘피노체트 17년 독재’를 언급했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누가 뭐래도 국민을 탄압한 철권통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그의 통치기간에 나왔던 것도 일정부분 사실입니다. 자유경제, 개방경제, 관료사회 숙정 등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경제개혁의 완성작이었습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한국의 일부 산업분야는 FTA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농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칠레조차 FTA로 생과일 수출에서는 득을 봤지만 과일 통조림 수입에서는 큰 손해를 입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산업간 득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상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요하문명은 韓·中·蒙 공동의 뿌리”

    “요하문명은 韓·中·蒙 공동의 뿌리”

    “요하(遼河)문명은 결코 중국만의 문명이 아닙니다. 요하문명을 동북아 공동의 시원(始原)문명으로 삼아야 합니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요하문명론’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요하문명을 ‘흐름과 교류’의 역사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항공대 교양학부 우실하 교수는 16일 “우리가 동북공정만을 경계하는 사이에 중국은 요하문명론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면서 “자칫 우리 상고사 전체가 중국의 방계역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요하문명론은 중국이 만주의 서쪽인 요하일대의 고대문명을 중국문명의 시발점으로 삼아, 이 지역에서 발원한 모든 고대민족과 역사를 중화민족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논리이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에서 기원한 예·맥족은 물론 단군, 주몽 등 한국사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황제의 후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大)중화주의’ 완결판 그렇다면 중국은 왜 요하문명론에 집착하는 것일까. 중국은 신화와 전설의 시대인 하(夏), 상(商), 주(周)시대를 역사에 편입하는 작업(하상주단대공정)을 필두로, 중국고대문명탐원공정, 동북공정 등 일련의 역사관련 공정을 진행해 왔다. 이미 1950년대부터 정립하기 시작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이론적 배경을 갖추기 위한 작업이다. “현재의 중국영토 위에 있는 모든 민족과 역사는 통일적 다민족인 중화민족과 중국사에 속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작업은 21세기 ‘대(大)중화주의’ 건설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국가적 전략이었다. 우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는 요하지역으로 중국문명의 기원을 옮기는 것이 요하문명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요하지역에서는 지금껏 지구상에 있었던 그 어떤 문명보다도 앞선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요하일대에서 대량으로 발굴되고 있는 신석기시대 유적은 소하서문화(기원전 7000∼6500년), 흥륭와문화(기원전 6200∼5200년), 사해문화(기원전 5600년), 조보구문화(기원전 5000∼4400년), 홍산문화(기원전 4500∼3000년) 등이다. 이는 애당초 중국이 문명의 시초라고 떠들었던 황하유역의 앙소문화(기원전 4500년∼ )나 장강 하류의 하모도문화(기원전 5000년∼ )보다도 훨씬 앞서는 것이다. 더욱이 홍산문화 후반부로 보이는 우하량 유적(기원전 3500년∼ )에서는 ‘초기국가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대량 발굴돼 충격을 던져줬다. 이들 지역은 종래 중국에서는 ‘오랑캐’ 땅으로 알려진 데다 발굴되는 유물들이 중국문명의 본거지로 알려진 중원과는 사뭇 다르고, 오히려 내몽골이나 만주·한반도와 유사하다. 중국이 서둘러 문명의 기원을 황하에서 요하로 옮기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흐름과 교류’의 역사 우 교수는 “동북아 고대사는 수많은 민족과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이동하는 ‘흐름과 교류’의 역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이나 우리나 ‘닫힌 민족주의’를 벗고, 요하문명을 끊임없는 흐름과 교류의 역사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요하문명은 세계사를 다시 쓰는 계기를 마련할 정도로 엄청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요하문명을 어느 한 국가의 고유한 문명이 아닌 동북아 공동의 시원문명으로 삼을 때 ‘동방 르네상스’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신간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소나무 펴냄)에서 한·중·일·몽골 등 동북아 각국의 연구진들이 이같은 요하문명을 공동으로 연구해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근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임정 88돌/이목희 논설위원

    2차대전 당시 많은 임시정부, 망명정부들이 생겼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스, 노르웨이, 폴란드, 유고…. 독일과 이탈리아에 의해 점령당한 나라들이다. 거꾸로 일본이 사주해 인도 임시정부가 싱가포르에 세워지기도 했다. 이들 망명정부들은 대부분 옛 집권세력이 주축을 이뤘다. 나치나 파시스트에 의해 영토가 점령당했어도 과거 집권세력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자금력과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출범했다. 왕조국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민주공화정을 표방했다. 주도세력은 지식인 민족대표들. 남의 땅 중국 상하이에서 축적한 돈도, 조직도 없이 새 나라 건설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열악한 주변 환경, 내부 분열을 딛고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26년을 싸운 역사는 기적에 가까웠다.2차대전이 끝난 뒤 다른 어떤 임시정부보다 합법정부로 인정받을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드골 정부처럼 임정이 해방공간에서 역할을 할 자격이 충분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못 된 데는 미국과 소련의 알력 등 여러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정의 외교력 미흡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임정 인사들이 조금더 단합해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정부로 인정받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한반도 분단, 동족상잔의 전쟁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자격으로 귀국한 백범 김구 선생은 환영대회 연설에서 ‘단결’을 반복했다.“민주단결의 정부,3·1혁명의 민족단결 정신 계승, 각 당파의 철과 같은 단결….” 민족이 단결하지 못한 점이 백범 선생에게 얼마나 한이 되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민족의 단합과 외교력 강화 요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제는 임정 수립 88돌 되는 날. 미수(米壽)를 맞은 임정의 의미가 점차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깝다.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에 임정 정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쉬움을 남긴 임정 외교를 후손들이 채워줄 필요가 있다.2010년 상하이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린다. 상하이 임정 청사를 세계의 관광객이 꼭 들르는 명소로 만들자. 다른 임정유적도 제대로 복원하자. 임정을 공식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강대국의 오판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바그너 후손 아닌 연출가로 대접해주세요”

    “바그너 후손 아닌 연출가로 대접해주세요”

    “연출가가 아니라 바그너의 후손으로 평가받아 속상합니다. 개인적 배경으로 영향을 받는 데서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증손녀인 연출가 카타리나 바그너(29)가 한국에 왔다. 예술의전당이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2008년 4월 무대에 올릴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연출할 카타리나는 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연출가는 연출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면서 “연출가도 자신의 연출에 확신을 가져야 좋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카타리나는 베를린 국립오페라 등에서 증조할아버지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로엔그린’을 연출했고, 오는 7월에는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한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파르지팔’은 카타리나의 아버지인 볼프강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예술총감독 시절인 1989년 연출한 것. 카타리나는 이번에 리바이벌 연출자로 나선다. 금발이 아름다운 카타리나는 “아버지(볼프강)는 외모부터 증조할아버지를 닮았지만, 나는 닮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바그너의 증손녀가 아닌 연출자로 대접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카타리나는 “‘파르지팔’은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과 증오, 권력과 구원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를 담고 있다.”면서 “작곡된 지 100년이 훨씬 넘었지만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현대의 한국 관객에게도 얼마든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는 2008년 공연에서 구르네만츠 역을 맡을 베이스 연광철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세계 오페라의 떠오르는 보석’으로 극찬을 받으며 2002년 이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해마다 초대되고 있다. 연광철은 “바그너는 베이스 가수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을 제공한 작곡가”라면서 “‘파르지팔’도 테너인 파르지팔이 주인공이지만 베이스인 구르네만츠는 전체적으로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등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고 배역을 설명했다. ‘파르지팔’은 내년 4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베르트랑 드 바이의 지휘로 연광철, 사무엘 윤, 김재형, 정록기 등이 출연한 가운데 모두 3차례 공연될 예정이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지방시대] 울산,역사성 복원을 위하여…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시 승격 45년째인 울산은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신·구 도심이라는 이중구조로 성장해 왔다. 이제 울산은 20대의 열정,30대의 역동을 넘어 40·50대의 여유와 품격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선사시대 암각화와 500년 된 읍성을 갖고 있는 역사도시로서, 반백년 가까이 산업화를 이끈 산업수도로서의 선도적 역할에 어울리는 도시라면 이젠 뒤를 좀 돌아보아야 한다. 역사적 품격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울산의 도시 발원지, 도시의 역사적 원형, 휴먼 스케일의 도시경관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함, 동헌이나 읍성길 같은 오래된 건물과 도로,500년 된 꾸불꾸불한 골목길…. 울산 구도심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된 장소는 따듯하고 정겹다. 이런 울산의 구도심이 최근 울산 최초의 도심재개발사업을 통해 옷을 갈아입고 있다. 울산의 도시 원형인 구도심에서 일어날 ‘공간혁명’이다. 또 구도심 바로 위에는 새로운 도시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선다. 전국 최초의 우정지구 혁신도시 건설사업이다. 넘어야 할 산도 여럿이다. 울산의 구도심에는 도시의 원형인 ‘울산읍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울산 구도심이 새로 갈아입을 옷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어떤 틀과 품격으로 만들어져야 할까. 구도심부 재구조화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첫째, 울산읍성의 존재이다. 울산읍성은 울산의 역사적 자존심이며 울산의 도시사적 상징이다. 도시에 하나밖에 없는 노른자요 핵이다. 울산 도시의 발원지이다. 그것을 일부나마 복원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은 후손을 위한 작은 배려이고 선대로서 해야 할 마땅한 의무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역사적 정체성을 전제로 한 것이어야 의미가 있다. 재개발이라는 기회를 이용하여 새로운 틀을 짜되 근본은 도시 역사성에서 찾아야 한다. 도시에 역사가 없으면, 돈은 있어도 혼은 없고, 번영은 있어도 정신은 없는 도시일 뿐이다. 역사 하나로 먹고 사는 나라가 좀 많은가. 구도심 재개발의 주제가 도시의 역사성이어야 하고 지속가능성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울산읍성을 중심으로 한 역사공원의 축과 핵을 재개발계획에 과감히 도입하는 것이다. 둘째는 재정 확충 문제이다. 역사성 회복에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다. 외국처럼 역사적 의미가 있는 토지에 대한 주민들의 자발적 기부나 사회적 환원을 우리로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역사적 장소에 대한 토지 매입은 쉽지 않지만 시기를 놓치면 기회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 울산시의 결단으로 태화루의 복원이 급물살을 타는 것을 보면 울산의 역사성 복원 의지는 큰 전기를 맞고 있다. 셋째는 혁신도시와의 관계이다. 지금 울산은 큰 전환점에 서 있다. 역세권, 국립대, 생태도시에다 혁신도시 건설까지 눈 앞에 두고 있다. 혁신도시는 울산 중구의 구도심부 재개발과 맞물린 중요한 도시적 변수이다. 울산의 구도심부는 지금 전통의 보전과 첨단의 혁신도시 개발이라는 양날개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보전과 개발이라는 동전의 양면 같은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이 울산을 힘들게 하고 있다. 결국 도심 재개발과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중구의 도시 재구조화는 울산에 엄청난 기회이면서 위기이기도 하다. 울산의 역사적 전통성을 회복하고 21세기 도시로 도약하느냐, 낡은 19세기적 도시개발 패러다임에 머물러 개발 이익이나 손에 쥐는 낮은 수준의 개발로 마무리를 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역시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도심의 역사적 상징성을 회복하고 도시성을 보존하며 그것을 하나의 전통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건강한 의지가 살아 있으면 울산의 내일은 밝다.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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