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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지원금 준 점주인 척… 순진한 손님인 척… 짜고 친 ‘폰파라치 상황극’

    ‘폰파라치’ 포상금을 노리고 유령 휴대전화 판매점을 차려 사기극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폰파라치는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불법 지원금을 지급하는 점주를 신고해 포상금을 노리는 사람이다. 포상금은 최고 1000만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6일 점주와 손님 행세를 하며 증거를 꾸며내 포상금을 신청한 혐의(사기미수)로 권모(33)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동네 후배 등 지인들과 지난 3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휴대전화 판매점을 차린 뒤 6월까지 이곳에서 불법 지원금을 받았다는 허위 신고를 75차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타내려고 한 포상금은 5억 6800만원에 달한다. 권씨 등은 점주와 손님으로 역할을 나눠 상황극을 연출하며 대화를 녹음하거나 온라인에 휴대전화 개통 지원금 광고를 올리고 이를 캡처하는 등의 수법으로 증거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폰파라치 신고는 1인당 연간 두 번밖에 하지 못한다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 등 65명의 개인정보를 빌려 범행에 활용하기도 했다. 지인 대부분이 휴대전화를 공짜로 개통해 주겠다는 권씨 일당의 꼬임에 넘어가 정보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2013년에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다가 폰파라치의 신고로 과징금 1억 5000여만원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지난해 초 가게를 접고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사기극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포상금 지급 정지를 요청하면서 막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폰파라치 신청자의 휴대전화 사용 이력을 확인해 실제 사용을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것이 확인돼야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지난달 1일부터는 1인당 포상금 신청 횟수를 연 1회로 제한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 아홉개 경찰의 별 구하기

    [단독] 아홉개 경찰의 별 구하기

    11만 2000명의 단일 공무원 최대 조직인 경찰청의 연말 정기인사가 다음주 지방경찰청장급 수뇌부 이동을 시작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이번 인사에는 어느 때보다 관전 포인트가 많아 조직 안팎에서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대로 치면 ‘장성급’에 해당하는 경무관 이상 간부의 ‘조정정년’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폐지될지 주목받는 가운데 강신명 경찰청장이 ‘현장 중심’을 강조해 온 터라 일선 경찰들도 인사 향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인사가 예년보다 20일 정도 늦어진 것도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각 지연으로 예년보다 20일 늦어 다음주 초 치안정감과 치안감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초미의 관심사는 조정정년이 적용될지 여부다. 조정정년은 경무관 이상 간부가 ‘만 57세’가 되면 자진해서 퇴직하는 것으로, 1999년 이무영 경찰청장 때 후배들에게 승진 길을 터 줘 인사 적체를 없앤다는 이유로 시작된 내부 관행이다. 매년 12월이면 조정정년 대상자들은 자연스럽게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58년 경무관 이상 9명… 역대 최다 올해 조정정년에 해당하는 고위직은 1958년생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관으로 역대 최다인 9명에 이른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상 치안정감)과 이철성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 정해룡 강원지방경찰청장, 허영범 경찰청 보안국장, 김성근 경찰청 외사국장, 윤철규 충북지방경찰청장(이상 치안감)이다. 경무관인 설용숙 대구지방경찰청 1부장, 남병근 인천지방경찰청 3부장도 대상이다. ●차기 청장 후보 구은수·이철성 구제설 일단 경찰청 내부에서는 조정정년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강 청장은 지난 8월 “조정정년은 폐지 또는 단계적 완화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 출신으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꼽히는 구은수 서울청장과 이철성 현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조정정년이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15일 “강 청장이 폐지, 완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인사에서 조정정년이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경찰 수뇌부 인사는 보통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발표하지만 올해는 개각이 지연되면서 20일가량 늦어졌다. 이후 경찰청, 각 지방청, 일선 경찰서, 지구대 순서로 인사가 이어진다. 최종 마무리까지는 보통 2개월 정도가 걸린다. ●현장 경찰·지구대 승진도 늘어날 듯 “현장을 중심으로 전문가가 우대받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강 청장의 지론이 실현될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본청이나 각 지방경찰청 등 내근직에서 근무하는 경찰보다는 일선 경찰서나 지구대에서 발로 뛰는 경찰들을 우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올해 인사부터 승진 심사에 근무평정 비율을 기존 50%에서 65%로 늘려 적용한다. 시험승진일 경우에도 근무평정이 기존 25%에서 40%로 늘어난다. 한마디로 승진시험 성적보다 현장 업무에 능통한 경찰관이 유리하도록 제도를 바꾼 것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이 시험 성적보다는 업무 성과가 뛰어나야 승진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업무가 많지 않은 부서에 있더라도 시험에서 높은 점수만 받으면 승진할 가능성이 컸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서 근무 경찰은 “일이 많이 몰리는 형사과에 있다 보면 승진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심사에서 떨어지는 일이 많았고, 오히려 일은 안 하고 시험 성적만 잘 받아 승진하는 폐단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고교 선후배 김문수·김부겸 대구 수성갑 ‘빅매치’

    고교 선후배 김문수·김부겸 대구 수성갑 ‘빅매치’

    내년 4·13총선의 예비후보자 등록 첫날인 15일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새누리당 김문수(오른쪽·64)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왼쪽·58) 전 의원이 함께 등록하는 등 전국에서 일제히 등록이 시작됐다. 이날 총 513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해 첫날 경쟁률은 2.1대1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있어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김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대구 수성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고등학교·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데다 여야의 대권 후보로 꼽히는 이들의 경쟁은 대구 지역의 ‘빅매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정권의 ‘입’이었던 김행(57), 민경욱(52)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각각 서울 중구와 인천 연수구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경기 성남시 분당갑에서는 33년 공직 경력의 경제 전문가임을 앞세운 권혁세(59) 전 금융감독원장이 등록을 마쳤다. 권 전 원장은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비서실 정책팀장을 지낸 조신(52) 새정치연합 정책위 부의장과 경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권오중(48)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도 이날 서울 서대문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문재인 키드’로 꼽히는 김경수(48) 새정치연합 경남도당위원장도 이날 김해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예비후보자들은 현행 선거구를 토대로 등록을 했지만 선거구 개편이 이뤄지면 많은 지역에서 등록 선거구와 실제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가 달라진다. 오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기존 선거구마저 무효화된다. 당장 예비후보들은 앞으로 지역구에 편입될 것이 예상되는 지역에 가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지, 이것이 자칫 불법 선거운동이 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까지 이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영화 多樂房] ‘라스트 탱고’

    [영화 多樂房] ‘라스트 탱고’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다큐멘터리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1999)과 ‘피나 3D’(2011)가 공히 성취해 낸 것은 다큐멘터리의 스펙트럼을 넓힘으로써 이 장르가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의 진폭을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벤더스가 제작을 맡은 ‘라스트 탱고’는 비록 연출작들만큼의 과감함은 덜하지만, 그의 다큐들에서 봐 왔던 솔직함과 상상력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어 트릭 오브 더 라이트’(1995) 스태프로 시작해 약 20년간 벤더스와 함께 작업하면서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성장한 게르만 크랄은 영화 내내 탱고의 강렬함과 우아함을 전달하며 가슴을 뜨겁게 한다. 마리아 니브 리고, 후안 카를로스 코페스는 탱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커플로 기억되는 댄서들이다. ‘라스트 탱고’는 50년간 계속되었던 두 사람의 춤사위와 굴곡진 인생을 함께 반추해 나간다. 삶이 춤이었고, 곧 사랑이었던 젊은 시절부터 부침을 계속했던 관계 속에 춤으로 애증을 표현했던 나날들까지, 가감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스크린을 수놓는다. 부부로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성격 차를 극복하기 어려웠지만, 완벽한 파트너로서의 운명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던 두 사람은 반 세기 동안 함께 탱고의 역사를 써내려가며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다. 오래된 영상 자료들을 통해 만나는 그들의 앙상블은 다른 커플들이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해 있다. 매끈한 몸매와 우아한 얼굴을 가진 마리아는 까다로운 리듬도 경쾌한 스텝으로 소화해 내고, 중후한 멋을 가진 후안은 완벽한 타이밍으로 그녀를 리드해 간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합을 맞춰 움직이는 두 사람의 춤은 불변의 수학 공식이나 엄격하게 연주한 바흐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후미진 클럽에서나 추던 탱고를 예술 공연으로 승화시켰다는 그들의 명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라스트 탱고’는 형식적으로도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 댄서들이 직접 인터뷰어로 등장해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두 선배의 만남과 이별을 탱고로 재연하는 등 뮤지컬 영화와 다큐를 혼합한 독특한 양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졌던 당시를 극화한 춤은 매우 인상적이다. 댄서들은 갈등의 불꽃을 격렬하면서도 절도 있는 안무로 표현해 내는데, 마리아와 후안의 실제 이야기가 녹아 있다는 점에서 리얼리티가 강하게 느껴진다. 루이스 보르다, 리디아 보르다 남매를 비롯한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OST는 댄서들의 동작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러닝 타임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화려하지만 결코 과시하지 않는 탱고의 매력을 이들의 음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위대한 탱고 커플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 예술과 예술가들을 사랑하는 모든 후세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불어넣을 다큐멘터리다. 31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스타뷰] 산악영화 ‘히말라야’로 돌아온 쌍천만 배우 황정민

    [스타뷰] 산악영화 ‘히말라야’로 돌아온 쌍천만 배우 황정민

    더이상 오를 곳 없는 정상(頂上). 그곳에 섰을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연기는 어쩌면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연기를 등반에 빗대자면 배우 황정민(45)은 산을 제대로 탈 줄 아는 ‘산쟁이’다. 연기력으로도, 흥행 성적으로도 더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이는데 매 작품이 산 넘어 산이란다. 그가 이번 겨울 산악 영화 ‘히말라야’를 통해 다시 관객과 만난다. 그는 사람, 인연을 먼저 생각하는 배우다. ‘너는 내 운명’으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함께 작업한 동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오롯이 담은 ‘밥상 소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인간미를 돋보이게 한다. ‘히말라야’를 선택한 까닭도 첫눈에 시나리오에 반했다거나 그런 것 따위는 아니었다. 사람 때문이었다. “이석훈 감독을 비롯해 ‘댄싱퀸’ 팀이 다시 모인다는 게 좋았어요. 즐겁게 웃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죠. 배우를 담는 것은 카메라이지만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이잖아요. 현장의 에너지가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것, 공동 작업의 묘미는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히말라야’는 정상 정복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더욱 울림이 있었다. 에베레스트에서 숨진 후배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렸던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실화가 바탕이다. “정상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고 산을 올라가는 이야기라 다른 산악 영화와는 시작부터 달라요. 산이 주는 위대한 감정들이 분명히 있고 직접 느끼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걸,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주는 무엇인가가 더 위대하다는 것을 이번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다큐멘터리까지 나온 이야기를 왜 반복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적으로 새롭게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 중반까지 헤맬 정도로 해답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강원도 영월에 20년 만에 더위가 와서 채석장에 만든 빙벽이 녹아내린 적이 있어요. 낙석 등 위험이 있어 닷새 정도 촬영을 쉬었죠. 그때 희망 원정대를 다룬 책을 펼쳤어요. 비슷하게 따라갈까 봐 읽지 않고 있던 책인데 많이 울었죠. 새로운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는데 그때 실타래가 풀리며 진짜 엄 대장이 됐어요. 촬영을 도와주던 산악인들이 산을 타는 것, 욕하는 모습까지 똑같다며 저보고 ‘홍길이 형’이라고 부르더라구요.” 혹독한 추위와 사고, 고산병의 위험이 도사린 극한 상황에서의 촬영은 정말 고됐다. 영화를 찍는 건지, 실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촬영을 끝내고서는 집에 있던 등산복을 모두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보다는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 없었던 게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액션이나 멜로를 찍으면 모니터로 확인하고, 이 정도면 된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레퍼런스가 있는데, 산악 영화는 모두들 처음 접해 보는 장르라 그런 게 없던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기력이야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흥행작을 거느린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2010년까지는 ‘너는 내 운명’과 ‘부당거래’ 정도가 200만 관객 고지를 밟았을 뿐, 그 이상을 좀처럼 허락받지 못했다. 그랬다가 2012년 ‘댄싱퀸’과 이듬해 ‘신세계’로 400만명을 넘어서더니 올해 ‘국제시장’과 ‘베테랑’을 통해 1000만 봉우리 두 개를 마치 한풀이하듯 거푸 발 아래 두며 ‘쌍천만 배우’가 됐다. 이후 선보이는 ‘히말라야’라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찍었으니 정말 미친 듯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몽블랑 마지막 촬영 날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가 왔어요. 해외 가이드들이 촬영 불가라는 거예요. 그런 날씨를 고대한 우리는 찍어야 하는데. 가이드들이 자신들은 책임 못 지겠다며 가버리고 우리끼리 남았죠. 진짜 좋은 장면 엄청 건졌어요. 사고 없이 촬영을 끝내고 2시간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온 뒤에야 ‘이제 살았구나’ 하는 마음에 서로 부둥켜안았죠. 그렇게 고생했는데 (흥행이) 안 되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바란다고 뜻대로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알아요. 그건 관객의 몫이죠. 매 작품 산 넘어 산이에요. 아웅다웅 올라가면 뒤에 또 큰 산이 있어요. 그걸 아니까 즐기며 재미있게 하려고 해요. 흥행에만 너무 신경 쓰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스태프들과 같이 웃고 떠들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많은데 이제는 절 어른으로 생각하고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순간이 온 것 같아요. 현장에서 주인공이 되고, 형이 되고, 선배가 되다 보니 주변에서 못한다는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전 쓴소리를 들으며 더 얻고 싶은 게 많은데 말이죠. 그럴 때 외로움을 느껴요. 한편으론 어떻게든 저부터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죠. ‘히말라야’에서 그런 감정이 정점을 찍은 것 같아요.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그동안 짊어졌던 무게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아 펑펑 울었어요. 희한한 경험이었죠.” 그는 ‘에너자이저’이기도 하다. 좀체 스스로에게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하는 게 재미있어 쉬지 못하겠단다. 강동원과 처음 호흡을 맞춘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보다 먼저 찍었던 ‘곡성’(감독 나홍진)도 내년 개봉 예정이다. 조만간 촬영에 들어가는 ‘아수라’(감독 김성수)에서는 오랜만에 악역을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베테랑’ 이전부터 준비 중이던 ‘군함도’(감독 류승완)에도 합류한다. 이 밖에 5년간 공들인 뮤지컬 ‘오케피’가 오는 18일 무대에 올라간다. 내년 2월까지 공연이다. 2012년 ‘어쌔신’ 때처럼 연출·연기 1인 2역에 도전하고 있다. “연기를 안 하고 있으면 배우가 아닌 것 같아요. 일할 때 제가 누구라는 게,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 40대를 넘어가면서부터 즐기면서 일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돼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소모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작품마다 새로운 이야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니 오히려 충전되는 것 같아요. 똑같은 작품을 반복했다면 모르겠지만요. 바쁘지만 가족들도 잘 챙긴답니다. 잠을 좀 덜 자면 돼요. 하하하.” 그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사랑 이야기만큼 잘 알고 재미있는 게 없다고. 언제든지 ‘콜’이지만 요즘엔 시나리오를 찾아봐도 중년의 멜로,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도 한 번 엎어졌던 프로젝트인데 제작사를 설득해 만들게 됐다고 웃는다. “60대에도 멜로를 할 수 있게 잘 늙고 싶어요. ‘꼰대’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 위치가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기분 좋아요. 제가 해야 할 일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내년에는 연극 한 편은 꼭 하려고 해요. 요즘 잘하지 않는 고전극으로요. 제가 하면 어쨌든 보러 오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연극 보는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늘겠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무한도전(MBC 토요일 오후 6시 25분) 멤버들의 불만 사항을 모두 개선해 나가는 모습이 공개된다. 치어리더, 합창단, 방청객들의 커다란 함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그동안 자신들이 꿈꿔 온 완벽한 촬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멤버들은 신들린 2행시와 ‘아프지 마 도토 잠보’에 이은 새로운 중독송까지 탄생시킨다. 한편 멤버들의 ‘불만 제로’ 프로젝트 이후 반대로 멤버들이 시청자들의 불만 사항을 해결하는 시간을 가진다.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받은 다양한 불만들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멤버들은 시청자들의 불만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까. ■다큐 공감(KBS1 토요일 밤 7시 10분) 대한민국에서 결혼이주여성으로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다. 2015년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고군분투하는 다문화 엄마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헬로카봇 2(투니버스 일요일 오후 4시) 차탄과 카봇에게 혼이 났던 우주해적이 돌아왔다. 돌아온 우주해적은 차탄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빠와 엄마를 납치한다. 어찌할지 모르는 차탄과 카봇 친구들 앞에 우주해적을 무찌르기 위해 로드세이버가 새롭게 변신해 나타난다. 과연 로드세이버는 우주해적을 무찌르고 아빠와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
  • 23년 만에 돌아온 국내 정통 재즈인들의 잔치

    23년 만에 돌아온 국내 정통 재즈인들의 잔치

    “요즘 우리 재즈 뮤지션들의 진면목을 보여 줄 무대가 없어요. 그래서 23년 만에 다시 칼을 뽑게 됐죠.” 한국에도 국제적인 규모를 자랑하며 흥행에서도 성공적인 재즈 페스티벌이 있기는 하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서울재즈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국내보다는 해외 뮤지션 초청에 실려 있는 게 사실이다. 경향 또한 대중성에 기반하고 있어 국내 뮤지션만으로 꾸려지는 정통 재즈 페스티벌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반세기가 넘는 우리 재즈 역사에, 해외에서도 수준을 인정받는 3·4세대 뮤지션이 나오고 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그 존재를 알린 뮤지션은 많지 않다. 우리 재즈의 현주소를 접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재즈 페스티벌(포스터)이 열린다. 23년 만의 부활이다.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국국제예술원 예홀에서 개최된다. 올해가 2회째다. 국내 최초 순수 재즈 콘서트를 표방하며 재즈 저변 확대를 위해 1회 대한민국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 건 1992년이었다. 재즈 타악의 거장 류복성(75)이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기획부터 섭외, 음악감독 및 무대연출까지 총감독을 맡았다. 재즈 인생 58년. 재즈 연주와 연구에 평생을 바친 그는 한국 재즈의 맏형 격이다. 류복성은 “과거와 비교하면 우리 재즈가 놀랍도록 발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뮤지션이 주인이 돼 우리 재즈를 들려줄 무대가 없다는 건 창피한 일이라는 생각에 큰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모는 작지만 일단 판을 벌여 놓은 만큼 좋은 후배 뮤지션들에 의해 해마다 성장하는 페스티벌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국 재즈의 맥을 잇는 정상급 뮤지션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재즈의 본질을 들려줄 예정이다. 연주 실력은 물론 팀 색깔이 뚜렷한 팀들이 하루에 세 팀씩 무대에 오른다. 첫날에는 드라마틱한 연주로 갈채를 받고 있는 드러머 한웅원을 중심으로 재즈 밴드 프렐류드의 피아니스트 고희안과 국내 최고 베이시스트 서영도가 결성한 한웅원 밴드, 색소폰, 트럼펫 연주에 노래까지 ‘멀티’를 뽐내며 모던 재즈와 현대 재즈를 넘나드는 임달균 밴드 등이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 송준서가 결성한 혼성 4중주 송준서 그룹, 류복성이 이끄는 재즈 올스타 등이 둘째 날 무대를 장식한다. 류복성과 함께 1회 무대에 섰던 한국의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 김준과 재즈 클라리넷의 거장 이동기가 스페셜 게스트로 나올 예정이다. 이 밖에 재즈 평론가 남무성, 황덕호가 사회를 맡았다. 남무성은 “근래 우리 재즈계에선 팝, 크로스오버가 큰 흐름을 이루며 재즈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었다”면서 “재즈계의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실력파 뮤지션을 알리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만~5만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러시아 귀화’ 안현수 입국 왜

    러시아로 귀화해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현수(30·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최근 입국해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쇼트트랙대표팀의 파벌 싸움과 소속팀 해체 등으로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귀화 이후 국내에서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7일 “최근 입국한 안현수가 어제(6일)부터 한국체대에서 훈련을 시작했다”면서 “한국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안현수가 올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선수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현수가 2주 후로 예정된 아내 우나리(31)씨의 출산을 위해 들어온 것으로 안다”면서 “안현수는 이번 겨울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경기에 나서기보다는 아내의 출산을 도우며 훈련에 임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라는 것이다. 안현수의 훈련을 돕고 있는 전 전 부회장은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가 공개적으로 비난을 했던 인물이어서 관심을 끈다. 안씨는 2014년 1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체대 지도교수이자 연맹의 고위 임원으로 계시는 분 때문에 안현수가 많은 피해와 고통을 당해 러시아로 가게 됐다”며 전 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전 전 부회장은 안현수가 대학원에 진학할 것을 권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성남시청에 입단하자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당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안현수의 귀화가)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짚어 봐라”라고 주문했고 전 전 부회장은 얼마 뒤 자진 사퇴했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 관계자는 “(전 전 부회장과 안현수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오해다.”며 “만약 그렇다면 함께 훈련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 안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발언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꾸자] (1) 은메달 따고도 죄송하다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 체질부터 바꾸자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꾸자] (1) 은메달 따고도 죄송하다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 체질부터 바꾸자

    체력은 국력일까. 이 체력이 각종 국제대회 성적을 뜻하는 것이라면 한국은 분명 스포츠 선진국이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축구 대표팀은 이미 13년 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다. 해방 이후 한국이 하계올림픽에서 딴 메달은 모두 243개로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이은 3위다. 수영, 피겨 등 전통적으로 한국이 불모지라고 여겨졌던 종목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등장하면서 한국의 스포츠 경쟁력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언뜻 강해 보이는 이 체력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한국 스포츠계는 현재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오랫동안 체육계에 곪아 있던 병폐가 한꺼번에 터진 해였다. 동계올림픽 메달밭인 쇼트트랙은 일 년 내내 성추문, 폭행 사건에 휘말려 구설에 올랐고 프로농구 개막 직전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의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 혐의가 드러나 팬들을 실망시켰다. 프로야구는 올 시즌에도 연일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며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자리를 지켰지만 해외 원정 도박 수사망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지난 6월에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김병찬씨가 생활고로 숨지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몰린 은퇴 선수들의 삶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뒤늦게 스포츠가 국위 선양의 수단만이 아닌 개인의 행복을 위한 복지의 영역임을 인식한 정부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을 시작으로 기존의 엘리트 체육 중심에서 생활체육 위주로의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인에게 필요한 스포츠는 무엇일까. 한국 스포츠는 앞으로 어떤 체력을 키워야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새해를 앞두고 국내 체육계 인사들이 화두를 던졌다. ●잠재적 실업자 양산하는 엘리트 선수 육성 “시대가 변했는데 엘리트 선수 육성은 여전히 예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메달 지상주의’라는 오래된 스포츠 패러다임부터 벗어던져야 생활체육 위주의 선진국형 시스템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은퇴 선수 재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장미란재단 김종성(37·전 대통령청년직속위원회 위원) 사무국장은 “어렸을 때부터 각종 대회 입상을 목표로 선수들을 훈련에만 집중시키는 지금의 교육 방식이 모든 운동선수를 잠재적 실업자로 만들고, 결국 선수층을 얇게 해 스포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스포츠 스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퇴한 체육인은 학교 다닐 때 오로지 올림픽 메달만을 목적으로 운동만 했기 때문에 은퇴 후 지도자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끝”이라며 “그나마 중·고등학교나 실업팀 코치 같은 비정규직 지도자 자리조차 한정돼 있어 경쟁이 치열한데, 비인기 종목 같은 경우는 실업팀도 몇 개 없어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운동을 하려고 할까. 결국 생활체육이 활성화돼 학교 클럽이나 동호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가야 선수 저변도 넓어지고 운동만 한 실업자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드니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정부경(37·정부경유도관장)씨는 “생활체육으로 가야 한다는 큰 방향은 맞지만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각종 전국대회 입상 경력이 선수의 대학 입시 결과를 좌우하고 각 지역 체육 예산과 지도자들의 인사고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 상황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듣기 좋은 말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도 “2009년 학교체육진흥법이 통과된 이후 중·고등학교 운동부 아이들에게 의무적으로 수업일수를 채우도록 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 보면 학생들이 운동도 못하고 공부도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학교, 학생, 지역이 걸린 전국체전 직전에는 하루에 훈련만 세 번을 해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정책이 전혀 따라가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K리그는 외면, A매치만… 스포츠 단절의 예 한국 사회의 ‘메달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선수 육성 방식은 입시 비리,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한국 스포츠의 병폐와도 직결된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윤동식(43)씨는 “10대 때부터 합숙 생활을 하는 어린 선수들은 부모의 보호 없이 또래끼리 모여 있다 보니 기본적인 윤리 의식을 키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입시가 가까워지면 승부조작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데 이런 환경에서 자란 선수들에게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바라는 것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시드니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심권호(43·대한레슬링협회 이사)씨도 “운동만 했던 친구들이 사회에 나오면 아무래도 적응이 힘들지 않겠느냐. 후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운동만 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엘리트 체육 위주의 시스템은 생활체육과의 완전한 단절을 야기하기도 했다.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특정 종목에서 메달이 나온다는 것은 그 사회의 많은 사람이 해당 종목의 운동을 하는 상태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이 국가대표로 선발된 결과여야 한다. 즉, 해당 종목을 잘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과의 간극이 없고 서로 소통이 되는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은 운동을 잘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단절돼 있다”며 “K리그는 보지 않고 국가대항전인 A매치에만 시선을 집중하는 우리의 모습이 이러한 단절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유도관을 열고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도를 가르치면서 엘리트 유도와 생활체육 유도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유도 동호회 사람들은 제대로 된 유도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목이 말라 있더라. 블로그에 동영상을 올리고 도장에서 직접 사람들에게 코치도 해 주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체육대학교에서 5년간 선수들을 지도해 봤지만 졸업한 뒤 운동을 관두는 학생들에게 부사관 정도밖에 권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라며 “생활체육이 활성화돼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엘리트 체육인들이 동호회나 학교 클럽에서 기술을 전수해 준다면 스포츠 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는 “연결점은 생활체육에 있다. 엘리트 위주의 체육 시스템을 버리고 풀뿌리(생활체육) 중심 시스템으로 간다면 당장은 메달이 안 나올지 몰라도 (유소년이 성인이 되는) 8년 뒤에는 국제대회 성적이 오히려 지금보다 잘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생활체육 시설 부족… 정책도 뒷받침돼야 “선진국처럼 보는 스포츠에서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가 ‘복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처럼 인구 대비 클럽활동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 교수는 “한국만 스포츠를 학교 체육, 생활체육, 엘리트 체육 등으로 나눠서 분류하는데 이 분류체계부터 허물어야 한다”며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메달리스트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는 것만으로도 존경을 받는다. 함께 스포츠를 즐기다가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수가 되는 과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브스, 데일리 텔레그래프 한국 특파원 앤드루 새먼(48·영국)은 “생활체육, 엘리트 체육 모두 중요한 건 맞지만 하나만 선택하라면 개인의 행복과 건강을 위한 스포츠가 먼저”라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부유한 국가다. 엘리트 체육이 아닌 생활체육에 투자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열겠다는 국민 행복 시대로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한국은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생활체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도움 주신 분들 (왼쪽부터) ① 김종성 (장미란재단 사무국장, 전 대통령청년직속위원회 위원) ② 정희준(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 ③ 류태호(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 ④ 앤드루 새먼(포브스, 데일리 텔레그래프 한국 특파원, 전 타임스 한국 특파원) ⑤ 정부경(시드니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⑥ 윤동식(히로시마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⑦ 심권호(시드니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 고위직 “가야 할 방향” 6급이하 “하후상박 기대” 일부 “공정한 평가 계량화 가능한지 의문” 우려

    7일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성과·직무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안에 대해 공직사회는 직급에 상관없이 대체로 ‘개혁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공정하고 계량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간부급인 4~5급, 경찰 관리직 등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6급 이하 하위직은 보수 인상률의 차등 적용 방안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6급직은 “공무원 보수 체계가 앞으로도 하후상박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월급이 지난 몇년 동안 꾸준히 오른 게 사실이어서 자긍심을 갖는 후배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 수행의 강도가 높아진 국실장급 간부들이 오히려 환영의 분위기를 전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은 “성과연봉제 확대에 찬성한다”면서 “다만, 업무 역할과 승진 등에서 부처별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성과연봉제 확대 때 이런 부분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급은 “민간 기업에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공직에 확대되는 것에 대해 두렵지만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면서 “자신의 능력에 관계없이 맡은 업무나 보직에 따라 성과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보완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의 한 국장급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임금 체계가 성과급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 아니냐”면서 “공무원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수긍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위원회 한 과장급은 “월급보다는 기수나 인사 이동에 더 민감한 공직사회의 특성상 보수 체계에 성과급을 도입한다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인센티브보다는 기수 파괴로 인한 사기 저하 등 역효과가 더 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공정한 평가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붙였다. 총리실의 한 사무관급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젊은층은 경력 10년 안팎의 서기관·과장급과 거의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 심적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대전청사의 한 사무관급은 “공직 성과가 자신만의 능력으로 이뤄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고, 환경부의 한 과장급은 “민간처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평가요소와 방법 등에서 시비를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무원노조총연맹 등 노조는 직급별 보수 인상률을 차등 적용해 보수 격차부터 해소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이날 환영의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낸 것으로 보는 듯한 분위기다. 김경운 전문기자·부처종합 kkwoon@seoul.co.kr
  • [길섶에서] 잔소리 약국/서동철 논설위원

    잔소리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다. 국어사전을 보니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이나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이 잔소리란다. 그러니 ‘듣기 좋은 잔소리’나 ‘기분 좋은 잔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나 ‘기분 좋은 소리’의 오용(誤用)일 뿐이다. 아니면 그 잔소리 한 사람에게 아부하는 것이거나…. 며칠 전 이웃 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골목길을 걸어 나오는데 ‘잔소리 약국’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집 약사는 어지간히 잔소리가 심한가 보다 하면서 SNS에 사진을 올렸더니 후배가 댓글을 달았다. 실제로 감기약을 사러 그 약국에 갔다가 마스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강의를 한참이나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잔소리를 각오한 사람만 들어오라’고 미리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 집에선 참아야 한다. 잔소리의 ‘잔’은 ‘작다’는 뜻의 ‘잘다’에서 왔을 것이다. 잔소리하는 사람은 말만 잔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도 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내가 그렇다. 실수를 저질러 기분이 좋지 않은 이에게 “그것 봐, 내가 뭐랬어” 하고 꼭 한마디씩 한다. 그렇게 두 번 죽이고 나서야 ‘왜 그랬을까’ 하고 반성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시론] 한국 정치, 유머 감각을 배워라/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시론] 한국 정치, 유머 감각을 배워라/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18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2012년 9월 8일 지방 강연이 있어 부산으로 가는 첫 항공기를 탔다. 마침 같은 편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가 탔다. 대학 후배로서의 면식으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문 후보는 부산의 당내 경선에 가는 길이었으나, 당시의 대세는 그가 야당 후보가 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한 일간지에 필자가 쓴 칼럼의 제목이 ‘대통령 후보, 창의적 유머를 보여라’였다. 신문은 항공기에 실려 있었고, 필자는 그 신문을 달라고 해서 문 후보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읽어 보겠다고 했다. 칼럼은 세 가지 예화를 담고 있었다. 미국 대선에서 불리한 판세를 뒤엎은 기지와 재치를 말하는 두 개의 이야기는 루스벨트와 레이건의 선거운동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백악관이 매우 당혹스러운 대민 관계를 발전적으로 넘어선 하나의 이야기는 조지 부시의 언어 표현에 관한 것이었다. 문 후보가 이런 선례들을 숙려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보다 여유 있는 태도로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선거를 치렀다면 판세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금의 여야 대치 정국을 보면 어느 누구에게서도 여유 있는 유머 감각을 찾아볼 수 없다. 상대방을 비판할 때는 생전 다시 안 볼 것처럼 사생결단의 언어를 쏟아낸다.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자는 것이다. 마음을 지키는 것은 강압적이고 매몰찬 언어, 태도, 행위로는 불가능하다. 봄바람이 한없이 부드러워도 그 가운데는 모든 생명의 복권을 촉발하는 확고한 힘이 숨어 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한 해의 경점(更點)을 넘어가는 지금 참으로 심각하게 정치적 언어의 유머 감각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방면에 수완이 있던 서양 국가원수 몇 사람의 예를 들어 보자. 딱딱한 이미지가 강한 ‘철의 여인’ 대처 영국 총리가 600명이 모인 만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홰를 치며 우는 건 수탉일지 몰라도 알을 낳는 건 암탉입니다.” 이 간략한 코멘트의 능력이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대처를 뛰어난 정치가로 만들었다. 자기 주장이 강한 드골 프랑스 대통령에게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한 의원이 말했다. “각하, 제 친구들은 각하의 정책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드골이 응수했다. “아, 그래요? 그럼 친구를 바꿔 보세요.” 이의(異議)를 제기한 상대를 부드럽게 압도하는 유머다. 미국 대통령 링컨에게 에드윈 스탠턴이란 정적(政敵)이 있었다. 스탠턴은 저명한 변호사였고, 변호사 시절의 링컨을 시골뜨기라 무시하고 모욕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그를 육군 장관으로 불렀다. 참모들이 “원수를 없애 버려야 하지 않느냐”며 만류했다. 스탠턴은 링컨의 당선을 ‘국가적 재난’이라고 공격했던 것이다. 링컨은 이렇게 참모들을 설득했다. “원수 맞아요. 원수를 마음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그는 능력 있고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입니다.” 스탠턴은 남북전쟁 때 북군의 모든 군사조직을 통괄했다. 링컨이 암살당했을 때 링컨을 부둥켜안고 가장 많이 통곡한 사람이 스탠턴이었다. 이와 같은 여유와 배려, 국면을 전환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정치적 유머 감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맡은 일에 대한 분명한 사명감,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나 더 있다. 이는 어쩌면 생래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유머를 통해 관계성을 유화할 수 있는 자질이 부족하다면 후천적으로 이를 습득하기 위해 애쓰는 수고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머 감각이 없이는 지도자 될 꿈을 꾸지 말라’는 서구 속언이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썰렁한‘ 유머를 수첩에 적어 갖고 다니는 것도 높이 살 만하다. 우리 정치에서는 정치행위만 있고 정치의식이나 정치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히 상생을 꾀하는 참신한 아이디어, 격조 있는 관계 설정의 모형도 드물다. 애쓰고 수고하는 노력이 답이다. 왜 보지 않았는가. 비록 사회적 여론에 밀렸기 때문이지만 지난 5일의 2차 도심 집회가 평화시위와 준법보장으로 큰 충돌 없이 끝날 수 있었던 것을. 일부이지만 저항의 놀이화 현상도 있었다. 어쩌면 시위문화의 새로운 기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기실 여유와 유머 또한 규정과 약속을 지키는 토양이 튼튼할 때 밝게 피어나는 꽃이라 할 수 있겠다.
  • [단독] ‘러시아 귀화’ 안현수 국내에서 훈련하는 이유는?

    [단독] ‘러시아 귀화’ 안현수 국내에서 훈련하는 이유는?

    러시아로 귀화한 뒤 지난해 소치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현수(30·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최근 입국해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쇼트트랙대표팀의 파벌 싸움과 소속팀 해체 등으로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귀화 이후 국내에서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7일 “최근 입국한 안현수가 어제(6일)부터 한국체대에서 훈련을 시작했다”면서 “한국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안현수가 올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선수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국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현수가 2주 후로 예정된 아내 우나리(31)씨의 출산을 위해 들어온 것으로 안다”면서 “안현수는 이번 겨울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경기에 나서기보다는 아내의 출산을 도우며 훈련에 임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라는 것이다. 안현수의 훈련을 돕고 있는 전 전 부회장은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가 공개적으로 비난을 했던 인물이어서 관심을 끈다. 안씨는 2014년 1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체대 지도교수이자 연맹의 고위 임원으로 계시는 분 때문에 안현수가 많은 피해와 고통을 당해 러시아로 가게 됐다”며 전 전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전 전 부회장은 안현수가 대학원에 진학할 것을 권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성남시청에 입단하자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당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안현수의 귀화가)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짚어 봐라”라고 주문했고 전 전 부회장은 얼마 뒤 자진 사퇴했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 관계자는 “(전 전 부회장과 안현수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오해다. 원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며 “만약 그렇다면 함께 훈련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 안씨의 발언에 대해서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발언한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엄홍길 대장과 진로 찾아요

    엄홍길 대장과 진로 찾아요

    “천둥 번개가 치고 살면서 처음 우박을 본 날씨에도 북한산 정산까지 올랐다. 당연히 하산할 줄 알았는데 엄홍길 대장님은 멈추지 않았다. 최악의 등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주 멋진 경험이었다(청소년 희망원정대 등산 후기 중에서).” 강북구 청소년들과 매달 한 번씩 산에 오르며 살아 있는 교육을 하는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55) 대장이 진로 상담사로 나섰다. 지난 3일 강북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강북혁신교육지구 진로, 진학 박람회’에서 엄 대장은 ‘도전과 청소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엄 대장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6개 봉우리에 모두 오르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생생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꿈을 향한 도전정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자신감’을 청소년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오는 16일 개봉하는 실화 영화 ‘히말라야’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히말라야’는 등정 중 사망한 박무택씨를 포함한 후배 대원의 시신을 찾고자 2005년 에베레스트로 떠났던 휴먼 원정대의 여정을 그렸다. 엄 대장은 그가 강북구 주민이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박겸수 구청장의 ‘삼고초려’에 2011년 강북구 홍보대사를 맡았으며 강북구만의 인성 교육 프로그램인 ‘청소년 희망원정대’도 이끌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운영 중인 ‘청소년 희망원정대’에서는 엄 대장이 매월 둘째 주 토요일 강북구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산행을 한다. 희망원정대에 모두 참석하면 엄홍길휴먼재단에서 히말라야 등정 기회도 제공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 삼성 R&D 첫 女부사장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 삼성 R&D 첫 女부사장

    4일 발표된 삼성그룹 임원 승진자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삼성의 인사 원칙인 성과주의는 잘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의 2016년 임원 승진자는 모두 294명, 새롭게 임원 반열에 오른 상무 승진자는 197명으로 모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발탁 승진자가 44명 나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때부터 적용하던 ‘신상필벌’ 인사 원칙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한 인사에도 적용된 것이다. 특히 삼성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처음 여성 부사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인 김유미(57)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 개발실장은 미혼으로 사내에서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로 통한다. 소형부터 중대형 사이즈의 전지를 포괄하는 SDI 최고의 전지 개발 전문가로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전기차전지 수주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단어는 ‘주도권’이다. 스스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남이 시키기 전에 하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해외 법인에서 성과를 낸 인력의 본사 임원 승진도 잇따랐다. 규모는 4명으로 2014년(12명), 2015년(9명)보다 줄었지만 반도체 등 삼성전자 부품(DS) 부문에서 현지 VP(바이스 프레지던트)급 3명이 본사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한 명도 없었다. 모토롤라·노키아 출신인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품전략담당 저스틴 데니슨(41) VP는 북미시장 전략 제품 론칭을 주도해 상무로 승진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생산법인 기술담당 마이클 레이포드(53) VP도 14나노 제품 양산에 기여해 상무로 올라갔다. 삼성은 “국적에 관계없이 핵심 인재를 중용함으로써 글로벌화와 조직 내 다양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또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 개발을 주도한 반도체 공정 전문가인 삼성전자 심상필(50) 상무는 전무로 2년 빨리 발탁됐다. 승진을 위한 직급별 기준 체류 연한은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가는 데 6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3년이다. 생산자동화 전문가로 휴대전화 글라스·메탈 케이스 공정 개선을 이끈 삼성전자 김학래(53) 상무도 전무로 발탁됐다. 한편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전략1, 2팀을 통합하는 식으로 조직을 축소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퍼즐 맞추듯 최적의 배우들 직접 뽑았죠”

    “퍼즐 맞추듯 최적의 배우들 직접 뽑았죠”

    무대 위에서 뮤지컬 공연이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동안 무대 아래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법한 이런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줄 작품이 국내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오케피’다. 오케피는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로,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하는 공간을 말한다. 뮤지컬 ‘오케피’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오케피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애환을 조명한 작품이다. 일본의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유일한 뮤지컬 작품으로 2000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오케피’는 뮤지컬 ‘보이 밋 걸’ 공연을 위해 연주자들이 하나둘 오케피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화려한 손놀림으로 하프, 바이올린, 비올라, 트럼펫 등으로 격조 높은 서곡을 연주하며 ‘보이 밋 걸’ 공연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클래식의 우아함도 잠시, 오케피 안에선 관객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가 연이어 일어난다. 이번 뮤지컬은 영화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쌍 천만’ 배우로 등극한 황정민이 연출을 맡아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정민은 극 중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컨덕터’ 역도 열연한다. 황정민은 “2008년 미타니 코키의 작품인 연극 ‘웃음의 대학’에 출연했을 때 작가를 처음 만났고, 이 작품도 그때 알게 됐다”면서 “‘오케피’는 삶이 있고 화해가 있는 휴먼드라마로 대본을 보는 순간 꼭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5년 전부터 공연 작업에 돌입했고,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 3년 걸렸다. 인터미션 포함, 3시간 30분인 원작 공연을 2시간 50분으로 줄이고, 출연 배우들도 직접 뽑았다. 그는 “작품을 오랫동안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공연을 보러 다니며 ‘오케피’ 속 등장인물들의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퍼즐처럼 조합했다”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배우 오만석이 ‘컨덕터’ 역에 더블 캐스팅됐고 송영창, 윤공주, 린아, 서범석, 박혜나, 최우리, 김재범 등은 각각 하프, 오보에, 바이올린, 피아노, 트럼펫 등의 연주자로 나온다. 피아노 연주자 역을 맡은 송영창은 “연출가들 중에는 배우의 감성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황정민은 배우들의 감성을 섬세하게 잘 헤아려 준다”며 “후배이지만 존경스런 배우이자 연출가”라고 말했다. ‘오케피’ 제작사인 샘컴퍼니는 황정민의 아내인 배우 출신 김미혜가 2010년 설립,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국내 초연이 성사됐다”며 “미타니 코키의 언어 마술과 중독성 강한 음악, 배우들의 자신감이 어우러져 ‘웰메이드’ 작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5만~14만원. (02)2005-011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굴지의 싱크탱크 만들려고…5억, 불법 자금인 줄 몰랐다”

    “굴지의 싱크탱크 만들려고…5억, 불법 자금인 줄 몰랐다”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창호(59) 전 국정홍보처장이 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처장은 이번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이며 지금 어떤 이론이나 전망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찾아 나갈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굴지의 싱크탱크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접적으로 혐의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김 전 처장은 이철(50·구속기소)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로부터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 쓸 용도로 5억원가량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다만 김 전 처장은 ‘5억원으로 싱크탱크를 만들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엔 “거기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 여기서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불법자금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며 “선거자금 의혹에 대한 단정적 질문에는 대답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선 “제 강의를 듣고 저를 굉장히 좋아하는, 제 강의를 경청하고 배우려고 하는 후배”라면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활동을 하다 친분을 쌓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VIK가 2011년 9월부터 4년간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이 대표 등 업체 관계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VIK 측이 투자금 가운데 수억원을 김 전 처장에게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불법 정치자금 수수´ 김창호 前 홍보처장 검찰 출석

    ´불법 정치자금 수수´ 김창호 前 홍보처장 검찰 출석

    김창호(59) 전 국정홍보처장이 수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일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처장은 이철(50·구속기소)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로부터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 쓸 용도로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 전 처장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혐의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라며 “대한민국 굴지의 싱크탱크를 하나 만들고 싶었다”며 이 대표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불법자금인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며 “선거자금 의혹에 대한 단정적 질문에는 대답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철 VIK 대표와는 “제 강의를 듣고 저를 굉장히 좋아하는, 제 강의를 경청하고 배우려고 하는 후배”라고 설명하며 노사모 활동을 하다 친분을 쌓았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검찰은 VIK가 2011년 9월부터 4년간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여억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이철 대표 등 업체 관계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VIK 측이 투자금 가운데 수억원을 김 전 처장에게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계좌 추적 결과 등을 놓고 볼 때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로부터 정치자금을 건네받아 선거운동 등에 썼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출석한 김 전 처장에게 이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받았다면 어떤 명목이었고 어디에 지출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언론인 출신인 김 전 처장은 2010년 성남시장 선거,2012년 총선(분당갑),작년 경기지사 선거에 도전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임기 채우고 떠난 김진태 檢총장

    임기 채우고 떠난 김진태 檢총장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떠나는 검찰총수가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낭송하자 남게 될 후배들의 표정이 자못 숙연해졌다. 이어 커다란 박수가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김진태(63·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30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1일 떠났다. 임기 2년을 온전히 마쳤다. 검찰총장이 임기를 다 채운 건 2007년 퇴임한 정상명 전 총장 이후 8년 만이다. 직전 4명의 총장이 줄줄이 임기 도중 낙마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임자들은 혼외자(채동욱 전 총장)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따른 검사들의 집단 반발(한상대 전 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김준규 전 총장) 등 논란에 말려 임기를 못 채우고 옷을 벗었다. 법조계에서 “김 총장이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범죄 혐의 유무는 명명백백하게 제대로 밝히되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한다. 아집과 타성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바르게 처리하되 세상 사는 이치와 사람 사는 정리에도 부합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도 늘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의 문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인류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 평화로운 공존 등을 염두에 두면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냉철한 머리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가슴이 국민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1985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구지검장, 서울고검장 등을 지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지각생 줄인 주행로봇… 교내 흡연 알리미… 게임으로 푸는 한국사

    지각생 줄인 주행로봇… 교내 흡연 알리미… 게임으로 푸는 한국사

    #1. 전북 완주군 봉동초등학교 심재국(왼쪽 41) 교사는 매일 아침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의 들쭉날쭉한 등교 시간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읍내 출근 시간 교통 체증과 맞물리면서 무더기 지각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 교사는 이를 이유로 학생들을 다그치지 않는 대신 교육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학교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담하는 심 교사는 ‘스마트(SMART)한 교통 시스템’을 주제로 학생들과 연구에 착수했다. 시판되고 있는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초음파 센서와 블루투스 통신을 활용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자동차의 흐름을 탐지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주행로봇에 전송, 여러 도로의 자동차 흐름을 비교해 덜 막히는 길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이다. 심 교사는 “학생들은 협동 연구의 구체적 경험으로 자존감을 얻었고 정보영재교육원 진학이나 로봇공학자의 꿈을 가지게 되는 등 새로운 진로를 물색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며 “학교와 학부모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2. 경기 포천고등학교 2학년 김덕겸(오른쪽·17)군은 올해 초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 나이 때 누구나 겪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에 따른 의욕 부진이 남들보다 심각하게 나타났다. 주변에서는 ‘걱정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지만 고뇌는 깊어만 갔다. 그러던 중 김군은 동아리 선생님의 소개로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참여했고 ‘C언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됐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김군은 C언어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됐고 자연스레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여름방학 이전에 간단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2학기 개학과 함께 교내 흡연 학생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군은 동아리 친구 및 후배 등 7명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흡연 감지센서 및 교내 흡연 알리미 앱’ 개발에 도전했다.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교의 지원을 받아 네트워크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고 ‘무박 2일’의 집중적인 연구를 거쳐 앱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된 센서는 화장실과 흡연 유력 구역에 설치됐고 앱을 통해 흡연 사실을 쉽게 적발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들의 흡연이 눈에 띄게 줄었다. 김군은 “1학년 후배가 앱을 맡았고 나는 주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맡았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정보보안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굳혔다”면서 “다만 몰래 담배를 피우던 친구들에게는 원망을 듣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오는 4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2015년 소프트웨어 교육 수기·앱 공모전 시상식’에서 심 교사와 김군이 수기 부문 대상을 받게 됐다고 30일 밝혔다. 수기 부문에는 초·중·고교 학생 및 교사 726명이, 앱 부문에는 초·중·고교 학생 201팀이 도전했다. 교수, 교사,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심 교사는 일상의 문제를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와 세계로 학생들의 시야를 확대시켰다”고 평가했다. 봉동초교는 심 교사의 주도하에 ‘로봇을 활용한 발명교육’을 주제로 응모한 ‘201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교육협력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난 10월 뉴질랜드 하스웰 초등학교 학생들과 국제 교류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김군에 대해 “스스로 학습하고 몰입하면서 심화, 발전한 과정이 잘 보인다”며 “그 성취 과정도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앱 부문 대상에는 퀴즈와 게임을 통해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앱을 제작한 광주 광덕고등학교 ‘히스토리(He-Story)팀’(박성훈, 정민수, 조영완, 지도교사 이재원)이 선정됐다. 이들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 필수과목이 된 것에 착안해 신라 시대를 범위로 초·중학생 대상의 퀴즈와 게임을 결합한 앱을 개발,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기본적인 역사적 상식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앱 사용자는 직접 한 국가의 왕이 돼 올바른 정책 등을 선택하고 다른 국가와 전쟁을 벌이는 과정을 통해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히스토리팀은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적인 배경음악을 직접 제작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픽셀아트를 이용해 각 퀴즈에 사용되는 사진뿐만 아니라 앱 전체에 사용되는 사진들도 직접 제작했다. 또 담임인 한국사 교사의 검증과 설명을 통해 초·중·고교생이 꼭 알아야 할 내용만 뽑아서 제작, 한 번의 게임 플레이를 통해 신라의 전반적인 역사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히스토리팀은 “현재 플레이 스토어 등의 앱 마켓에 교육과 게임을 병합한 것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 앱을 제작하게 됐다”며 “삼국시대의 국가들 전부, 나아가 우리 한국사에서 다루는 모든 시대의 나라들을 이런 앱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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