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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 중계석/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

    ‘문화의 세기(世紀)’를 맞아 국내 역사도시가 한 차원 높은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면 환경친화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지금처럼 환경을 도외시한 ‘문화재 위주’의 관리방식으로는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오영석(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와 한동훈(서라벌대) 교수는 최근 경주시가 발간한 ‘경주연구’에 공동 논문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 실태와 발전방향’을 게재,이같이 강조했다.논문내용을 요약한다. 21세기를 흔히 문화의 세기라 일컫는다.후기 산업사회의 심화와 함께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이처럼 문화가 중시되면서 국민들의 역사유물과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과 수요,욕구 또한 증대되고 있다. 각종 문화재 등이 산재해 ‘노천(露天)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시 등 국내 역사도시들의 발전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게 사실이다.관광객 수 증가와 함께 관광수입 증대가 지역발전 가속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점이다.관광객은 단순하고 무미건조한 도시보다는 자연·역사·문화자원이 잘 어우러진 관광도시를 선호한다.잘 가꾸어진 숲 속에 둘러싸인 유럽의 고도(古都)에 관광객들이 몰리고,감탄하는 것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역사도시의 관리는 ‘문화재 따로,자연환경 따로’ 식의 개별 관리방식을 채택해 각종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우선 개별 문화재와 유적이 점유한 공간은 최소 면적인 반면 주변 및 배후지역에는 고층 아파트 등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이 난립,경관적 괴리감과 부조화가 발생되는 점을 들 수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불합리한 토지이용과 무분별한 형질변경,토석과 토사의 채취가 역사도시의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훼손과 불법 분묘 조성도 역사도시의 장소성과 정체성을 잃게 하는 큰 요인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99년 한해동안 경주지역에서 불법 묘지 조성과 산림 무단 형질변경으로 271건이나 단속됐다.피해면적만도 30.6㏊에 달한다.적발 건수의 80% 이상이 신고나 고발에 의한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불법행위로 인한 산림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 매우 다양하고,유사 제도마저 중복 규정된 것도 역사도시의 자연경관 훼손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역사도시의 자연환경 관리는 여러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먼저 역사도시들이 “우리 지역은 역사도시니까 문화재만 잘 보호하면 된다.”는 ‘박물관식’ 사고에서 탈피,자연환경의 보전과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역사도시의 장소성을 유지하고,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역사도시를 종합관리할 수 있는 ‘고도 보존 및 개발 특별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일본은 이미 ‘역사적 풍토의 보존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역사도시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중앙 및 해당 지방정부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과 사업계획을 수립,추진해야 한다.자연환경관리의 대상인 하천,공원,산림도 역사유적과 관련해 지역특성에 맞는 관리방향 및 방법 모색이 병행돼야 한다.역사도시는 잘 관리된 자연환경 속에 있을 때 발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정리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금감원 ‘감사원 특감’ 긴장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분위기는 ‘태풍 전야의 고요함’ 그 자체다.카드 특감을 받고 있어서인지,외환위기 이후 지정된 총 83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금감위·금감원 반응 금감위와 금감원 작원들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특별감사는 의외라는 반응이다.이들은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해서인지 ‘카드의 불똥’이 어디로 튈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카드에 대한 감사만 해도 엄청난데 워크아웃과 관련된 특별 감사를 하겠느냐.”면서 “카드 특감이 어디로 번질지 몰라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감사원이 워크아웃 특감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하자 “공적자금 특감 등을 통해 그동안 감사를 받았는데 특별감사를 받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워크아웃 관련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금감원이 워크아웃과 관련된 금융기관의 창구지도를 하고,채권은행단의 서로 다른 의견을중재하는 등 감사를 받아도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무슨 소식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말하는 등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워크아웃 현황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난 1997년 이후 워크아웃 기업으로 분류된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모두 83개.이 가운데 워크아웃을 졸업한 기업은 현재 58개이며,워크아웃 졸업 단계에 있는 자율추진기업은 13개,청산·화의·법정관리로 워크아웃을 중단한 기업은 18개다.현재 워크아웃 계속추진 기업으로 분류된 곳은 쌍용건설·쌍용자동차 등 7곳뿐이다.연도별로는 1998년에 55개사,1999년 22개사,2000년 6개사가 지정됐다.채권 은행단이 이들 기업에 빌려준 돈,다시 말해 이들 기업의 부실 규모는 103조 7958억원이나 된다. ‘워크아웃’이라는 이름으로 추가로 지정된 기업은 2001년 이후 한 곳도 없다.이는 2001년 9월 기업구조조정특별법이 만들어져 법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상·하반기로 나눠 채권은행의 기업신용평가를 모니터링한다.그 결과 유동성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상영업이 가능한 기업 ▲부실징후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 ▲부실징후기업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기업으로 분류,기업구조조정을 실시한다.부실징후기업은 법에 따라 채권단으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시행토록 한다.또 정리대상기업은 법정관리,매각,경매 등의 절차를 밟는다.이들 기업이 사실상 워크아웃기업인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정리기업대상 수는 2001년 156개,2002년 61개,올 상반기 66개 등 모두 283개 기업이다.이 가운데 184개 업체를 정리(법정관리 폐지 및 화의취소신청 6개 포함)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감사원 특감 포인트 감사원은 신용카드 정책부실에 대한 특감에 착수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재정경제부에 대한 금융감독체계 특감도 병행하고 있다.부실기업에 대한 금감원 등의 정리실태는 물론 신용불량자 처리 대책,금융감독체계에 대한 기구 개편 등을 두루 감사하면서 전윤철 원장이 예고했던 정책평가의 전범(典範)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감사원이 부실기업의 정리실태를 감사의 주요 포인트로 삼은 이유는 워크아웃 중인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집중 점검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채권단과 금융감독기관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부실기업에 대한 특감이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경제부처의 정책을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워크아웃 기업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은행원이나 공무원 출신들이 차지해 전문성을 결여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지난 6월 말 현재 32개 워크아웃을 경험한 기업들의 사외이사나 감사 등 임원직에 은행이나 재경부,금감원 등 정부 출신 인사 46명이 재직하고 있다. 공적자금 감사를 벌였던 관계자는 “지난해 공적자금 감사에서도 드러났듯이 부실기업 정리실태에 대한 감사만큼이나 파괴력 있는 감사도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감사원은 이원화된 금감위와 금감원의 감독체계가 효율적인지도 집중 조사한다.카드부실 사태가 현행 금융감독 시스템상의 혼선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98년 설립된 금감위는 초반 10여명의 직원 수가70명 이상으로 늘어났음에도,업무 구분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과 비대해진 금감원의 개편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특감에서는 지난 99년 5월 시행된 현금서비스 사용한도 폐지 조치 등 카드 장려정책의 타당성 여부도 포인트다.카드 장려책으로 신용카드사들의 길거리 회원 모집 등 무리한 외형확대 경쟁이 펼쳐졌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가두모집과 신용불량자 처리에 대한 정부대책도 감사대상이다. 이종락기자 jrlee@
  • ‘꼴찌’학교 명문高로 ‘우뚝’/전북 익산고 수능고득점 대거배출

    ‘꼴찌’들이 다니던 시골의 한 종합고등학교가 대입 수능시험 고득점자를 다수 배출하는 ‘명문고’로 탈바꿈해 화제다. 전북 익산시내 중심가에서 20㎞쯤 떨어진 금마면 동고도리 익산고(교장 최인호·59)는 지난 66년 설립돼 인문계와 실업계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종합학교이다.몇년 전까지만 해도 익산과 군산지역에서 인문고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마지막 학교’로 선택하는 후기 학교로 인식됐었다. 정원이 532명이나 되지만 개교후 지난 30여년간 수도권 대학에 입학시킨 학생이 손에 꼽힐 정도로 실력이 형편 없었다.그랬던 이 학교가 지난해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올해는 기어이 큰일(?)을 내고야 말았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이 학교 고인성(인문계)군이 392점으로 전북도내 최고성적을 거둔데 이어 전북도 예체능계 수석도 이 학교 학생이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기 때문. 특히 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 학생 29명 가운데 과반수가 330점 이상 고득점을 얻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개교 3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다.이같이 익산고가 갑작스럽게 입시명문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99년 지병으로 숨진 익성학원 지성양(당시 69) 이사장의 ‘교육보국’ 실현의지 때문이다.지 이사장은 눈을 감기 전 ‘지역인재 양성’ 유지(遺志)와 함께 150억원의 장학기금을 내놓았고,이를 기반으로 인재육성 사업을 활발히 펼치게 됐다. 30여명으로 구성된 ‘영재학급’을 별도로 설치,이들 학생에게는 3년간 수업료를 포함한 일체의 공납금과 기숙사 비용을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겨울방학때는 미국과 호주에 1개월씩 어학연수도 보냈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대부분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농촌학교들이 폐교에 직면해 있는 현실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우리 학교의 교육시스템이 침체된 농촌교육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산 임송학기자 shlim@
  • 삼국 풍만 고려 우아 조선 요염/그림으로 본 시대별 한국 미인

    한국의 고전적인 미인상이 삼국시대 ‘풍만형’에서 고려시대에는 ‘우아형’,조선시대에는 ‘요염형’으로 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미의 기준은 남성의 욕구에 따라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억압을 받기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홍선표 교수는 3일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이 ‘한국인의 신체관’을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 ‘한국 미인화의 신체 이미지’라는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홍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와 고려 불화,조선의 풍속화 등을 검토해보면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고대에는 훤하고 퉁퉁한 여성에서 고려 때는 아담하고 품위있어 보이는 여성으로 옮겨갔다.”고 밝혔다.또 “조선시대부터는 정감적이고 염요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이 미인으로 여겨졌는데 조선 후기 유흥과 향락의 주체가 사대부에서 중인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노골화되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특히 “고전적 미인상은 16∼18세 나이의 성적 생식능력이 생기기 시작하는 ‘소녀’를 ‘진미인(眞美人)’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미모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보는 쪽의 감성적 느낌을 중심으로 자연의 주술력이나 신체미에 비유해 형용했던 것 같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그는 “맑고 선선하면서 가늘고 긴 눈과 붉고 작은 입술,흰 피부,좁은 어깨,가늘고 유연한 허리 등이 미인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구혜영기자 koohy@
  • 사탐 67번등 오답시비 확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언어영역의 복수정답을 인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이종승 평가원장의 “평가원의 공신력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수능시험 자체에 큰 흠집이 남게 됐다.만 10년째 되풀이되던 난이도 실패가 올해에는 출제의 오류로까지 번진 셈이다.때문에 수능시험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더욱이 언어영역에서 평가원이 원래 요구한 정답을 적은 수험생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오답 시비의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언어영역 이외에 다른 문제 올해 수능에서 정답에 이의가 제기된 문제는 모두 20여문항에 이른다.하지만 초점은 언어영역 외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등 3문항 정도다. 이종승 평가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지적된 다른 문항들에 대해 출제진의 면밀한 검토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정답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하지만 일부 사회탐구(국사)와 과학탐구(화학)교사들은 역사적 진실에서 벗어난 예문과 학문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화합물 구조를 예로 든 문항은 출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회탐구 67번은 조선시대를 묘사한 예시문을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조선후기 향촌사회 모습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보기에서 고르는 문제이다.사회탐구(예체능계) 71번에서는 춘향전과 호랑이 민화를 제시한 뒤 이 작품들이 유행한 시기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찾도록 했다.과학탐구 화학Ⅱ의 67번은 4가지 화합물의 루이스 전자식을 제시한 뒤 이를 토대로 이 물질들의 특성과 구조를 설명한 예시문 중 옳은 것을 모두 선택하도록 했다. ●대입 일정 차질 없나 평가원측은 수능 채점과 대입 일정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고 단언했다.이미 채점이 끝난 만큼 언어 17번만 (5)번을 정답으로 처리해 재채점한 뒤 전체 성적처리에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다.평가원측은 “시간당 답안지를 2000여장 읽어낼 수 있는 광학마크판독기 25대를 가동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정답 인정으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원래 정답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고 다른 영역 오답시비 문제에 대한 정답 수정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전체적인 채점과 성적처리가 늦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성적 및 등급에 변화 불가피 2점짜리 문항인 언어 17번에서 (5)번도 정답이 되므로 언어영역 전체 평균과 등급,5개 영역 종합등급 등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원래 정답을 맞힌 전체 수험생의 15%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언어 17번의 복수정답으로 전체 수험생의 정답률은 15%에서 85% 이상으로 높아진다.상위 50% 집단의 정답률은 12%에서 94%로 올라간다.문항의 배점 2점도 고스란히 평균 상승으로 이어진다. ●평가원의 향후 대책은 평가원은 출제위원 선정과 위촉 과정 등을 엄정하게 관리하는 한편 출제위원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또 문항의 오류 및 정답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출제 및 검토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칠 방침이다. 박홍기기자 hkpark@
  • 책 / 매화

    이어령 등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조선의 대표적 유학자인 퇴계 이황은 임종 직전에 “저 매화에 물을….”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매화에 대한 퇴계의 남다른 애정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퇴계는 매화를 매형(梅兄)·매군(梅君)·매선(梅仙) 등으로 부르며 하나의 인격체로 대했고,때로는 의인화시켜 시를 주고받기도 했다.“막고산 신선님이 눈 내린 마을에 와/형체를 단련하여 매화 넋이 되었구려…”.퇴계의 이 매화시에서 막고산 신선은 살결이 빙설 같고 몸이 가볍고 보드랍기가 처자 같다는 신선을 일컫는다.그런 신선이 눈 내린 마을에 와 매화가 됐다니 그 청정함이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원산지는 中 광둥성·쓰촨성·후베이성 일대 망매지갈(望梅止渴)이라는 말도 있다.매실은 보기만 해도 갈증이 멎는다는 뜻이다.조조가 언덕 너머에 매림이 있다는 말로 병사들의 입에 침이 괴게 해 갈증을 씻게 했다는 ‘삼국지’ 고사에서 생겨난 말이다.그런가하면 매우(梅雨)는 매실이 익을 무렵인 6∼7월 상순에 걸쳐 계속되는 장마를 뜻하는 말로,한국에서는 낯선 말이 됐지만 일본에서는 지금도 일상어로 흔히 사용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매화 이야기는 이처럼 풍성하다.‘매화’(이어령 등 지음,생각의나무 펴냄)는 이 동북아 3국이 공유하고 있는 매화의 상징과 이미지를 고리로 세 나라의 ‘문화유전자’를 읽어낸 책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매화는 원산지인 중국 뿐 아니라 한반도와 일본의 섬에 퍼져 토착화되면서 세 나라의 문화를 매개하는 ‘매화문화권’을 형성해 왔다.매화야말로 3국의 문화적 DNA를 해독할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매화의 원산지는 중국 광둥성·쓰촨성·후베이성 일대.그 한자 이름과 함께 한국과 일본에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자의 뜻을 살펴보면 매(梅)는 꽃보다는 산과(酸果) 즉 신열매를 가리키며,완상용이라기보다 신에게 제사 드리는 신성한 나무로 간주됐고,서민보다는 선비들의 꽃이었다. ●궁극적 깨달음의 상징 책은 먼저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매화를 다룬다.퇴계가 자신이 기르던 분매(盆梅)에 물을 주라고 한 유언은 매화의 유교적 상징과 관련된 일화로 회자되지만 매화의 상징성이 꼭 유교의 범주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유교의 대표적 경전인 ‘논어’‘맹자’ 등에는 매화란 말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성리학의 이념을 나타낸다는 문인화의 묵매(墨梅)를 처음 그린 사람도 유생이 아닌 중국의 선승 중인이다.매화를 아내로 하고 학을 아들로 삼아 평생 서호의 고산에 들어가 살았다는 북송 시인 임포의 매처학자(梅妻鶴子) 이야기도 유교의 군자보다는 도교적 신선의 경지를 암시한다.눈 내린 산중에서 매화를 찾아다닌다는 탐매(探梅) 혹은 심매(尋梅)란 말에서도 신선이나 은자를 좇는 구도의 상징성이 묻어난다.일본에서 매화는 일반적으로 유교의 꽃이 아니라 선종의 도를 상징하는 꽃이다.일본의 선종은 궁극적인 깨달음의 세계를 눈 속에 핀 매화 한 송이에서 찾는다. ●순결한 미녀·정절의 표상 문학 속의 매화는 어떤 모습일까.이 책은 매화를 처음 시조형식으로 노래한 고려 말 문인 이색의 작품,조선 고종 때 예인 안민영의 ‘매화사’,판소리 열두 마당의 하나인 ‘강릉매화타령’,조선후기 애정소설인 ‘매화전’ 등을 한국의 대표적인 ‘매화문학’으로 꼽는다.또 ‘사문유취’‘한산시’ 등 중국의 한시와 ‘만요슈’‘고금집’ 등 일본 시가집의 매화시도 소개한다.‘만요슈’에 나오는 노래는 모두 백매(白梅)를 읊은 것이다.‘만요슈’시대의 매화의 인기는 헤이안시대 초까지 지속됐다.꽃이라고 하면 으레 벚꽃을 의미하던 10세기 초까지도 시가에서 매화는 꽃을 대표했다. 풍속비평적인 글들도 적잖이 실렸다.조선실록 중종 편에는 중국으로부터 매화 말안장을 만들어 보내라는 기사가 보인다.이것은 매화의 남성적 상징성을 보여주는 드문 예에 속한다.매화는 흔히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알고 있지만 순결한 미녀와 정절의 상징으로도 쓰인다.매화는 중국에서는 남녀의 결합을 암시하는 꽃이었으며,일본에서는 섹슈얼리티를 뜻하기도 했다.매화가 정숙한 부인과 기녀를 동시에 아우르는 상징이란 점은 사뭇 역설적이다. ●일본엔 관련된 속담도 많아 매화와 관련된 한·중·일 3국의 속담이나 속설은 색다른 흥미를 안겨준다.매실을 그다지 식용하지 않던 한국에서는 그 수가 별로 많지 않지만 일본에는 유난히 특이한 속담들이 많다.‘매근성’(梅根性,끈질기고 좀처럼 변하기 어려운 성질),‘매화에 꾀꼬리’(서로 조화가 잘 이뤄진 풍경),‘매화와 벚꽃을 양손에 쥐었다.’(좋은 일이 여러 가지 생겼다) 등이 대표적인 일본 매화 속담.매화와 국화를 짝지어 표현한 한국의 ‘매화도 한 철,국화도 한 철’이나 중국의 ‘매형국제’(梅兄菊弟,한 해에 제일 먼저 피는 매화를 모든 꽃의 형에,가을에 늦게 피는 국화를 아우에 비유한 말) 같은 속담도 눈길을 끈다. 출판사측은 이 책에 이어 앞으로도 ‘문화 표제어’를 매개로 한·중·일 3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풀어내는 단행본을 계속 펴낼 계획이다.책임편집을 맡은 이어령씨는 “한·중·일 3국은 서양을 알기 이전부터 3000년 동안 함께 나눠 온 문화를 갖고 있지만,중국의 중화사상과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같은 일국중심의 지배이론으로 동북아시아의 문화적 가치는 편향되고 왜곡돼 왔다.”면서 “이제 우리는 동북아시아가 공유하고 있는 지역문화의동질성과 특성을 새롭게 물어야 할 중대한 문명사적 소명 앞에 있다.”고 지적한다.‘매화’는 그런 물음에 답하는 첫 과실이다.2만 9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덩더쿵속 性스캔들 “통하였느냐”/마당놀이 ‘이춘풍전’ vs ‘어을우동’

    신명나는 노래와 춤,질펀한 해학과 풍자로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마당놀이의 계절이 돌아왔다.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마당놀이의 ‘명가’ 극단 미추와 지난 2001년부터 미추와 결별하고 독자적으로 공연을 제작해온 MBC가 올해에도 불꽃튀는 2파전을 벌인다.지난해 ‘심청전’으로 맞대결을 벌였던 두 단체가 이번엔 조선시대 최고 남녀 바람둥이를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서는 점이 흥미롭다. ●극단 미추 ‘이춘풍전’ 지난 14일 막올린 ‘이춘풍전’은 여색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이춘풍과 그런 남편을 지혜로 구하는 아내의 이야기이다.평양으로 장사를 떠난 춘풍이 평양 기생에 빠져 돈을 몽땅 날리고 종 신세가 되자,그의 아내가 남장을 하고 나타나 남편을 구한다.작품 곳곳에 조선 후기 양반 계층의 위선과 허세,부정부패와 매관매직으로 얼룩진 당대의 사회상이 속시원한 풍자의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윤문식,김성녀,김종엽 등 미추가 자랑하는 마당놀이 3인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인공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극작가 김지일이 대본을 쓰고,손진책 미추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12월14일까지.(02)747-5161. ●MBC ‘어을우동’ 조선시대 성스캔들 사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호된 시집살이에 시달리던 어을우동이 시댁에서 쫓겨나 당대의 한량들에게 성적으로 수난을 당하면서 한편으론 그들에게 조롱을 퍼붓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렸다. 여성 억압적인 사회분위기에 희생된 어을우동을 통해 여성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의도다. 인기사극 드라마 ‘다모’를 집필한 정형수 작가가 각색했고,배우 이재은이 국악 전공을 살려 어을우동으로 출연한다. 23일부터 12월15일까지 장충체육관.(02)368-1515. 이순녀기자 coral@
  • 다시 태어난 경복궁 민족의 정기 세우다

    조선왕조의 임금이 직무를 보던 정전(正殿)이자 경복궁의 상징인 근정전(勤政殿·국보 제233호)이 3년 10개월간의 긴 보수 끝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은 14일 오후 고건 국무총리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등 정부 및 문화예술계 인사들, 시민등 3만 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0년 1월부터 총 72억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진행해온 근정전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경복궁 근정전은 국가의식을 거행하거나 외국 사신을 영접하기 위해 1395년(태조 4년)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867년(고종4년) 흥선대원군이 다시 지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궁궐 건축물.대원군이 중건한 이후 130여년간 개·보수 없이 유지돼오다 지난 90년부터 민족정기 회복 차원에서 추진 중인 경복궁 복원사업의 하나로 보수를 해 이날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복원된 근정전은 기존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낸다는 원칙에 따라 원래 사용됐던 목재 그대로 국내 육송을 썼고 단청도 기존 문양을 모사해 원형을 그대로 재현했으며,시멘트로덮여 있던 바닥의 시멘트를 모두 제거하고 옛날 바닥재인 전돌을 다시 깔았다.그러나 건물을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고주(高柱)만 국내에서 높이 11.5m,지름 67㎝의 육송을 구하지 못해 미국산을 사용했다. 문화재청은 당초 이 근정전의 보수공사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에 맞춰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훼손과 부식상태가 심해 준공일자를 늦췄다.새로 단장한 근정전에서는 당시 왕의 집무 모습이 재현되며 조선 후기 정조 때 창덕궁 인정전(仁政殿)에서 열렸던 대조회 의식을 그림으로 기록한 ‘정아조회지도(正衙朝會之圖)’의 모습도 재현돼 상시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청이 오는 2009년까지 총 1789억원을 투입해 20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경복궁 복원사업은 이날 근정전 복원 완료로 50%의 공정을 마쳤다.현재 어진 봉안과 제사를 지내던 태원전 권역의 4단계 공사에 들어가 있으며 마지막 단계인 광화문과 기타 권역공사를 남겨놓고 있다. 글 서동철기자 dcsuh@ 사진 손원천·안주영기자 angler@
  • 책 / 중국 성문화사

    류다린 지음 / 노승현 옮김 심산 펴냄 중국의 성(性)의 역사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유구하다.중국인들은 성을 들춰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했는가 하면,도(道)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연구하기도 했다.중국 고대의 성문화는 정치·경제 상황과 성쇠를 함께했다.예컨대 경제가 발달하고 봉건사회가 강성했던 당나라 때에는 성문화는 번성했지만,송나라 중기 이후부터는 중국의 봉건사회가 쇠퇴하면서 성문화 또한 보수적이고 폐쇄적으로 흘러 유가의 금욕주의가 성학(性學)의 발전을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이러한 현상은 800년 가까이 이어졌다.그러나 중국 성문화는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며 변화 발전해 갔다. ●침상에 오르면 부부요, 내려오면 손님 ‘중국 성문화사’(류다린 지음,노승현 옮김,심산 펴냄)는 선사시대부터 청나라 말에 이르기까지 중국 5000년 역사 속에 숨겨진 성의 역사와 성문화의 변천사를 살핀다.중국의 대표적 성학자인 저자(상하이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을 연구하고 그 역사를 알아야만 인류 역사의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중용의 도’는 중국 고대의 성문화에도 스며들어 있다.상대적이긴 하지만 고대 중국인들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은근한 성을 즐겼다.중국에서는 어느 시대건 고대 로마와 같이 사회 전체가 음란했던 시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중세 유럽에서처럼 잔혹하게 동성애를 징벌하거나 ‘마녀’를 처형하는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부부의 성생활에 있어서도 고대 중국인들은 ‘침상에 오르면 부부요,침상을 내려오면 손님’이라는 ‘절제된' 태도를 취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위진시대 ‘여장남자' 처음 등장 이 책은 성문화의 아류에 대해서도 적잖은 지면을 할애한다.대표적인 것이 동성애 문제다.중국 역사상 남풍(男風)은 황제(黃帝) 때부터 시작됐다고 하지만 황제가 실존인물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남성 동성애는 궁정에서뿐만 아니라 일종의 사회풍조로 변해 민간에까지 퍼졌다.특히 군벌이 할거하던 격변기인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동성애가 크게 유행했다.‘여장남자’가 처음 나타난 것도 위진시대다.이에 비해 여성 동성애에 관한 기록은 남성중심 사회였던 만큼 매우 적다.중국 고대에 여성 동성애는 마치 중간에 거울 하나를 두고 자위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마경(磨鏡)’이라 불렸다.여성 동성애 현상은 거의 모두 현대 성과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상황적 동성애’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림자와 사랑에 빠진 여인 풍소청 저자는 성애 도착의 하나로 ‘영련(影戀)’,즉 ‘그림자 사랑’을 언급한다.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성장 발육하는 과정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아 주목을 끌지 못한다.중국 고대 역사상 ‘그림자 사랑’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명나라 때의 여인 풍소청이다.첩실로 들어가 처첩갈등 끝에 쫓겨난 풍소청은 강물에 스스로를 비춰 보거나 그림자를 보면서 자기연민 속에 살다 결국 18세로 삶을 마감했다.후세 사람들은 사당을 지어 그를 기리고 학자들은 성적 억압이 빚은 풍소청의 비극을 연구했다.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우생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반광단이 지은 ‘풍소청-그림자사랑 연구’다.이것은 중국학자가 현대 정신분석법을 응용해 변태적 성심리를 연구한 최초의 저술로 꼽힌다. ●중국 고대 性문화의 꽃은 ‘춘화' 중국의 성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성소설과 춘궁화(春宮畵)다.성소설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한 악질 토호의 입신출세 과정을 그린 ‘금병매’.중국인들은 열부(烈夫)를 칭송하며 성적인 억압을 강요하는가 하면 ‘금병매’의 주인공인 반금련의 모습을 좋아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성적 정향을 보인다.춘궁화는 본래 궁궐에서 음탕한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봄밤에 궁궐의 휘장 안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해 ‘춘궁(春宮)’ 또는 ‘비희도(秘戱圖)’라 불렸다.기록에 따르면 한나라 때 이미 ‘춘궁’이 나타났고 명나라 후기에 최고조에 달했으며 청나라 시대에 이르러서도 끊임없이 성행했다.궁중의 춘궁화에서 비롯된 춘화는 나쁜 기운을 내쫓고 재난을 없애주는 것으로 간주돼 민간에서는 ‘피화도(避火圖)’라고도 했다.저자는 옛사람들의 성생활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춘화야말로 중국 고대 성문화의 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인 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아우르며 중국 고대의 성문화를 해석한다.하지만 특별히 성정치학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인 성담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다만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중국 고대의 성문화를 사실적으로 다룰 뿐이다.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침묵하고 있던 동양의 성이 스스로를 드러내 놓고 말하도록 했다는 데 있다.3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기업63% “불익 우려 정치자금 제공”/‘순수후원’은 6.7%불과 자산2조이상 기업조사

    국내 기업들은 ‘특혜 기대’보다는 불이익을 우려해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앞으로도 정치권의 부당한 자금지원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산 2조원 이상인 41개 민간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공개한 ‘정치자금에 대한 기업인 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치자금 제공 이유로 전체의 63.3%가 ‘불이익 우려’를 꼽았다. 반면 ‘반대급부 기대’는 3.3%,‘순수 후원’은 6.7%에 그쳤다. 향후 정치권의 부당한 자금지원 요청에 대해서는 ‘여전히 응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과반수에 육박한 48.3%로 나왔다. 고비용 정치구조 해법으로는 완전 선거공영제 실시(38.7%)와 지구당 폐지(32.3%),정당연설회 폐지(19.4%) 등을 제시했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 방식에 대해서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안한 선관위(45.2%)나 경제단체(29.0%)를 통한 간접기부 방식을 선호했다. 대선자금 수사 해법과 관련해서는 ‘정치권 고해성사 후기업인 사면’(51.7%)이 가장 많았고,‘수사는 하되 처벌은 하지 말아야 한다.’(31.1%),‘경제파장을 고려해 수사중단’(10.3%) 등으로 답했다.‘수사후 원칙대로 처벌’은 6.9%에 그쳤다.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기업들은 고비용 정치구조 등 왜곡된 정치풍토로 정치자금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면서 ”기업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 관련 제도와 관행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병자호란때 삼전도비문 지은 백헌 이경석 우암 송시열을 눌렀다?/‘2004년 4월의 문화인물’에 선정

    문화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04년 이달의 문화인물’에는 주목할 만한 이름이 하나 들어 있다.‘4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백헌 이경석(1595∼1671)이 그 주인공이다.반면 이경석을 정치적 반대파로 생각한 우암 송시열(1607∼1689)은 문화인물 후보로는 추천됐지만 명단에 들지는 못했다.백헌과 우암의 관계에서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우암의 문인들로부터 사문난적으로 몰렸던 서계 박세당(1629∼1703)이 이미 올해 ‘8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우암도 추천됐지만 뽑히진 못해 백헌과 우암 사이에는 서울 송파의 이른바 삼전도비에 얽힌 시비가 있었다.1637년 병자호란 때 세 차례 절하고 아홉 차례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치욕으로 청 태종에게 항복한 인조는 ‘공덕비’를 세우라는 요구를 물리치지 못했다. 명을 받은 백헌은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의 비위에 맞게 비문을 지었다.그러나 30여년이 지나 우암은 명나라를 따르고 청나라를 배격하는 이른바 춘추대의를 명분으로 “오랑캐에 아첨하여 늙도록 편안히 살았다.”며 백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702년 백헌의 후손으로부터 신도비명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박세당은 우암을 “노성인(백헌)을 모욕한 불상(不祥)한 무리”로 규정하는 한편 삼전도 비문을 지은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백헌을 두둔했다. 우암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 문인들은 박세당을 사문난적,즉 ‘주자학을 문란하게 만든 도적’으로 몰아 삭탈관직하여 귀양보냈다.덩달아 박세당이 지은 이경석 신도비문은 불태워졌고,이경석 신도비 또한 땅속에 파묻혀야 했다. 삼전도비의 문제는 병자호란 당시 대청(對淸)문제에서 강경론을 주장한 척화파와 온건론을 편 주화파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청군에 포위되어 있는 남한산성에서 이조판서 최명길이 항복문서를 쓰자 예조참판 김상헌은 이를 찢었다.최명길은 “대감의 충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 역시 나라와 백성의 안전을 위하는 것”이라며 다시 풀로 붙였다고 한다.백헌이 최명길에 공감한다면,우암은 김상헌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나라사랑의 다양한방법 생각케 문화부가 백헌을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하는데 삼전도비에 얽힌 얘기를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흔적은 없다.선정 이유도 “조선 중기 문신으로 경학을 크게 발전시켰고 문장과 글씨에 능했다.”는 평범한 것이다. 또 우암의 선정이 늦춰진 데는 조선 후기 독단으로 치달은 노론의 영수로 당쟁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사실이 먼저 고려되었을 수도 있다.그럼에도 문화사적으로 중요하다는 인물을 선정하면서 백헌을 앞세운 것은 ‘나라 사랑하는 방법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이는 또 이라크 추가파병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현재의 국내 상황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않은 것 같다. 백헌은 효종의 아들 소현세자가 청나라의 볼모로 끌려가자 세자의 이사(貳師)로 심양으로 가,대청(對靑) 외교를 풀어나가다 명나라 선박이 선천에 들어왔을 때 조선의 관련 사실을 두둔하느라 청제의 노여움을 사 귀국한 뒤 3년간 벼슬에서 물러났다.또 효종의 북벌 계획이 청나라에 알려져 청나라가 북벌 계획의 전말을 치죄하려 하자,당시 영의정으로서 효종과 관련자들을 비호하고 두둔하면서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 극형당할 처지에 놓였다가 효종의 구명으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해 은거생활을 하기도 했다.인조 효종 현종의 3대 50년에 걸쳐 안팎으로 얽힌 난국을 적절하게 헤쳐나간 백헌은 현종 9년에 신하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궤장(杖)을 하사받았다. 한편 내년의 문화인물로는 이밖에 ▲조희룡 ▲신흠 ▲이항로 ▲의상 ▲백광홍 ▲이첨 ▲김창조 ▲조헌 ▲최항 ▲장욱진 ▲박두진이 선정됐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 등 각계에서 추천한 37명의 후보 가운데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자문위원회의 검토와 검증 절차를 거쳐 뽑혔다.그러나 후손들의 로비와 잡음 등을 우려해 선정 자문위원은 물론 선정 과정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백헌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논란이 있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99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달의 문화인물’은 2004년까지 15년 동안 모두 175명이 선정됐다. 서동철기자 dcsuh@
  • 비구상으로 구성한 산·바다·나무/ 故유영국화백 1주기전 내일부터 갤러리현대서

    한국 모더니즘 제1세대 작가이자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고 유영국 화백 1주기전이 5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사장 윤명로)과 갤러리현대가 공동 주최하는 이 전시에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WORK’(1999년)와 미공개작 10점을 포함해 모두 40여점이 나온다.전시작은 도쿄 체류기인 1937∼1942년의 초기 작품들과 1985∼1999년의 후기 작품들로 구성됐다.작가가 생존할 당시 재제작한 초기 추상릴리프 작품들과,작가의 고증에 따라 공예가인 장녀 유리지(서울대 미대) 교수가 다시 만든 릴리프 작품들도 전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1916년 강원도(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1935년 자유로운 학풍의 도쿄문화학원 서양화과에 입학하면서 추상작업을 시작한 이래 2002년 86세로 타계할 때까지 추상회화의 외길을 걸었다.자연을 바탕으로 추상작업을 벌인 만큼 그의 화면에는 산,바다,나무 등 자연풍경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다.특히 산은 그의 그림의 뿌리다.특히 60년대 말부터는 산이라는 특정한 모티프가 화면에 두드러지게 등장한다.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나의 그림의 대상은 자연이다.그것은 선과 면과 색채들로 구성된 비구상적인 형태로서의 자연이다.” 유영국은 도쿄 오리엔탈사진학교를 졸업할 만큼 사진에도 조예가 깊었다.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들은 모두 경주 남산의 문화유적들을 담은 것이다.라이카라는 소형 카메라를 사용해 찍은 이 작품들은 대부분 주제 그 자체만을 시각화했을 뿐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심지어 배경도 생략한 채 선택된 피사체만을 드러낸다.유영국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최인진 한국사진사연구소장은 “유영국은 결코 사진을 찍어 그것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만,자연을 선과 면과 색채로 구성된 비구상적인 형태로 관찰할 수 있게 해준 유력한 도구였다.”고 지적한다.(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
  • [길섶에서] 폰지게임

    사람은 가까운 곳,그날그날의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먼 데 일이나 미래의 일일수록 반응이 둔해진다.그래서 매일매일의 뉴스를 다루는 신문 장사가 이만큼이라도 되는지 모르지만 때로 이런 속성은 문제를 일으킨다. 다단계판매의 폐해를 지적할 때 곧잘 동원되는 폰지 게임도 그 가운데 하나.초기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준다며 돈을 모으고,다음 투자자의 돈을 빼서 주면서 다단계로 투자자를 모은다.소수의 초기 투자자들은 이익을 챙기지만 다수의 최종 투자자들은 모든 것을 잃는다.나중 일보다 현재의 이익을 중시하는 인간 속성을 이용한 사기수법이다.1920년대 미국 찰스 폰지의 사기극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국민연금법 개정논의가 제기되고 있지만 연금 논쟁을 들여다 보면 폰지 게임이 떠오를 때가 있다.적게 붓고 많이 탄다고 꾄 것이나,초기 투자자들이 후기 투자자의 부담이야 어찌되든 많이 타야겠다고 고집피우는 모습 때문이다.전 국가적 폰지 게임이라고 하면 지나칠까.손해보는 사람이 우리의 자녀,손자·손녀이고 자칫 모든 걸 잃는 게 미래의 우리일 수 있는데…. 강석진 논설위원
  • 性 쉬쉬할수록 꼬이고 양지로 나오면 활력소 / 스티븐 벡텔·로렌스 로이 스테인스共著 ‘성의학 사전’

    문제는 우리가 성(性)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는 점이다.전통적인 윤리관의 문제이기도 하고,그런 윤리관에 속박돼 살아오는 동안 체질화된 관행이기도 하다.그러나 아무리 쉬쉬하고 감춰도 성문제는 결코 은폐할 수 없고,은닉되지도 않는다.오히려 그 금기적 통제와 은밀함이 수많은 왜곡을 낳지 않았는가? 지금,성의 문제는 결코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호 차원의 논의가 아니다.해마다 수십만 건의 강간사건이 발생하고,아동 성폭력은 끊일 줄 모르며 사이버 온라인을 파이프라인 삼아 포르노 산업은 번창하고 있다.모두가 왜곡된 성문화의 단면들이다.그러면 이런 성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해답은 간단하다.먼저,수천년 동안 음지에서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거듭해 온 퇴폐와 문란의 성,그리고 그런 문화를 배태한 기만적 윤리의식을 이제는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부모와 자식,남편과 아내가 부담없이 성문제를 말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밝은 곳에서 풀어낸 답은 음지의 그것과 달리 음탕하거나 눅눅하지 않다.왜냐하면 그것은 바른 답이기 때문이다.다음으로,양지의 성담론을 가능하게 하는 텍스트가 사회적 공기(公器)로 제공되어야 한다.이런 점에서 미국의 의학 프리랜서 스티븐 벡텔과 로렌스 로이 스테인스가 공동집필한 새 책 ‘성의학사전’(도서출판 이채)은 눈여겨 볼만 하다.번역은 이화여대 의대를 같은 해 졸업한 이화의료원 목동병원 전공의 정진희, 이화의료원 동대문병원 전공의 장혜정,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전공의 조희정씨가 맡았다.3명의 여성 전공의가 번역,출간한 ‘남성 성지식서’라는 점이 이채롭다. 책은 남성의 입장에서 기술됐지만 매춘,성추행,일부일처제,개방결혼 등 사회성 강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담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의학텍스트로 간주하는 것은 섣부르다.오히려 성문화의 개방을 전제로 한 생산적 담론의 집적이라는 관점이 더 옳을 것이다. 예컨대,잠복기가 최고 40년에 이르는 매독은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죄값을 치른다.’고 할 정도로 치명적인 성병이지만 그 병증을 알고 심각성을 우려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현대 의학에의 막연한 신뢰인지는 모르지만,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독을 흔한 성병쯤으로 간주하기 일쑤다.그러나 부모로부터 매독균이 감염된 태아의 40%는 죽는다.치사율 7∼8%의 사스 때문에 공포에 떨었던 인류를 새삼 전율케 하는 사망률이 아닐 수 없다. 사실,현대 의학으로도 후기에 접어든 매독은 완치할 수 없다.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전설적인 마피아 보스였던 알 카포네와 히틀러,빈센트 반 고흐,베토벤과 콜럼버스,나폴레옹과 고갱 그리고 보들레르와 무솔리니….이들 모두 매독이라는 질병에 노후가 망가진 사람들이다.책은 이런 매독의 병증과 치료법 등을 관련 소사(小史)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전’이라는 책 제목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남녀의 신체 특성과 ‘좋은 건강,좋은 섹스’,‘보다 나은 섹스를 위한 테크닉’,‘사랑을 위한 준비’ 등 성을 둘러싼 과학적이고 기능적인 주제가 있는가 하면 각종 성병과 성 관련 질환,그리고 나와 우리의 성 문제를 근원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주제의 글을 실어 사전의 답답함을 벗겨냈다. “그래도 성은 드러내놓고 말하기엔 뭔가 찜찜해.”라고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어록이 도움이 될까.“섹스는 영혼을 재생시키기 위한 9가지 이유 중의 하나다.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미국 작가 헨리 밀러) “섹슈얼리티에 대한 경멸은 삶에 대한 범죄이다.”(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2만원. 심재억기자 jeshim@
  • 책 / 세대를 가로지르는 반역의 정신

    딕 파운틴 데이비드 로빈스 지음 이동연 옮김 /사람과 책 펴냄 스물넷의 나이에 요절한 반항아 제임스 딘,1960년대 미국 히피의 인생교과서였던 영화 ‘이지 라이더’에서 서부 사막을 모터사이클로 질주하던 데니스 호퍼,‘플라잉 하이 덩크슛’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젊고 자유로운 대통령의 상징 케네디와 클린턴….서로 다른 이력과 세대적 감수성을 지닌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결론은 모두 ‘쿨하다’는 것이다.질척거리지 않고 산뜻하고 세련된 감정 스타일인 ‘쿨(cool)’은 현대인의 이상적인 기질이자 행동 양식으로,또한 사회적 소통의 형식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세대를 가로지르는 반역의 정신’(딕 파운틴·데이비드 로빈스 지음,이동연 옮김,사람과 책 펴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막연한 이미지로만 인식하고 있는 ‘쿨’의 연원과 의미를 문화·역사적 맥락에서 살핀다. 쿨은 어떤 면에선 일관성을 띤 역사적 신드롬이다.20세기 중반 미국적 문화현상으로 떠오르기 전에도 쿨은 여러 사회에서 다양한형태로 존재했다.이는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궁정귀족들이 선망한 냉담함의 미학,곧 ‘스프레차투라(천재의 방식)’나 영국 귀족사회의 전통적 행동양식,19세기 독일 낭만주의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의 조류 속에서도 감지된다. 하지만 현대적인 감정 스타일로서의 쿨은 고대 아프리카 문명에 젖줄을 대고 있다.저자들에 따르면 쿨의 기원은 고대 도시국가인 이페와 베닌을 건설한 서아프리카 요루바 문명의 종교윤리인 ‘이투투’에 있다.종교적으로 물을 상징하는 푸른 색과 연관이 있는 ‘이투투’는 분쟁을 해소하는 능력,친화력 있고 관대하며 우아한 성품을 뜻한다.요루바 사회에서는 전사들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고 부족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이투투’를 종교적 규율로 삼았다. 이 아프리카의 쿨은 노예선을 타고 신세계로 옮겨왔다.쿨은 흑인들 사이에 인종차별과 부조리한 박해로부터 개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유효했다.흑인 정서는 블루스·비밥·재즈·힙합 음악의 형태를 빌려 정체된 백인사회를 휘저으며 대중문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회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이고 염세적인 가치관을 퍼뜨리며 서양정신사의 지형을 바꿔놓았다.규율대로 살아가는 산업사회의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를 부정하며 후기산업사회의 개인적 삶의 양식으로 쿨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비트·히피·펑크 등 각종 ‘족(族)’들의 반체체적이고 탈조직적인 포즈는 쿨의 전형으로 간주됐다. 흥미로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1980년대에 집권한 레이건과 대처의 우익 보수정부가 쿨의 대중성을 북돋웠다는 점이다.이들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제성향은 디오니소스적인 쾌락주의와 경쟁과 탐욕을 한껏 부추겼고,성공한 여피들은 세련된 차림으로 쾌락을 좇았다. 쿨한 사람이란 요컨대 실속 있게 처신하면서도 속물 티를 내지 않고,문명의 이기를 능란하게 다루면서도 초연해 보이고,쾌락을 좇으면서도 자기절제에 철저하고,냉소적이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일상에 찌들지 않고 게임하듯 유연하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을 말한다.저자들은 쿨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청년문화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어떤 기질이나 취향을 보여준다고 강조한다.그것은 나르시시즘과 역설적인 초연함,그리고 쾌락주의다. 고대의 종교적 규율이 흑인 노예들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거쳐 청년 하위문화를 가로지르는 코드로 설정되고 마침내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윤리가 된 쿨.현대인은 대중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주입되는 이 쿨의 이미지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욕망의 언어’ 쿨은 이제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까.9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한나라 재정국 직원 검찰, 내주 소환조사/당시 국장등 4~5명 出禁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安大熙)는 24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100억원 수수사실과 관련,사용처 규명을 위해 다음주부터 지난해의 한나라당 선대위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다음주로 예정됐던 SK비자금 수수 혐의 정치인 2∼3명에 대한 조사는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이날 “관련 기초자료를 수집·조사 중인 만큼 다음주쯤 개략적인 수사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음주부터는 한나라당 재정국과 사무처 직원 등을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재정국장이었던 이재현씨 등 재정국과 사무처 직원 4∼5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검찰은 이들을 조사하면 전액 현금으로 사용된 1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최 의원이 자신은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지만 전달받은 사람들에 대해 “정치신의상 밝힐 수 없다.”고 주장함에 따라 배후기획자를 규명할 방침이다.검찰은 특히 “지난해 10월쯤 100개기업 가운데 일부를 맡아 (후원금을 요청하는)전화를 했었다.”거나 “100억원 전액을 당에 전달했다.”는 최 의원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국·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되면 직원들의 보고라인 선상에 있던 당시 선대위원장과 선대본부장인 서청원·김영일 의원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또 이회창 전 총재가 사전 혹은 사후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될 경우 이 전 총재의 비서 역할을 맡았던 하순봉 의원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하다.검찰은 이 전 총재에게 출국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
  • 소핑몰 경매 백배 즐기기/가격비교 필수 직거래는 금물

    온라인 경매 사이트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경매 포털 온켓(www.onket.com)이 지난달 문을 연 데 이어,포털사이트 다음(4989.daum.net)은 연내 개설할 예정이고,LG이숍(www.lgeshop.com)은 적극 검토하고 있는 등 인터넷 경매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온라인 업체들이 인터넷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일반 쇼핑몰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별로 들지 않는 등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아 큰 위험부담 없이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윤희 옥션 과장은 “경매 사이트에서는 자유롭게 많은 상품이 오가기 때문에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 좋고,판매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넓은 시장이 형성되는 장점이 있어,온라인 쇼핑몰들이 앞다투어 경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 절차 기존 쇼핑몰 방식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경매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그러나 경매가 어떤 것인지만 안다면 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우선 원하는 물건을 사이트 검색창을 통해 찾는다.예산 등 원하는 조건에 맞는 물품을 선택한다.판매자의 신용도와 구매 후기 등을 꼼꼼하게 확인한 다음 입찰을 결정한다. 입찰을 위해서는 사이트 회원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실명 등록만 가능하다.낙찰이 되면 신용카드 등으로 물건값을 지불한다.물건을 받은 후에는 사이트에 수령 확인을 하고 다른 구매자들을 위해 구매 후기를 남기면 된다. ●구매 요령 및 주의 사항 무엇보다 직거래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약간의 수수료 아끼려다 낭패 보기 쉽다.최근 게시판 등을 통해 직거래를 하다 피해 입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매 사이트도 다른 쇼핑몰 이용 때와 마찬가지로 ‘클릭’품을 많이 파는 것이 필요하다.구매 전에 가격 비교사이트 등을 통해 충분한 사전 지식을 얻어야 한다.물건을 선택하기 전에는 배송비 등 물품 관련 정보를 챙기는 것 역시 필수다. 경매의 기본은 ‘눈치작전’.경매 종료 5분 전을 노리면 낙찰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경매의 백미인 ‘1000원 경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단 경쟁이 치열하므로 막판 충동 입찰을 하지 않도록 적정 가격을 마음속에 정해 놓아야 한다. 나길회기자kkirina@
  • [씨줄날줄] 재직기념비

    김용호는 시 ‘주막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영예의 허망함을 일깨우는 상징물로 송덕비를 내세웠다. 조선 후기 가난한 농민들의 분노를 자아내 결과적으로 동학농민전쟁의 단초가 된 가렴주구의 하나가 바로 고부군수 조병갑이 태인군수를 지낸 아버지의 송덕비를 세운다며 농민들에게서 1000냥을 뜯어낸 일이다.가문의 이름을 돌에 새겨 천추에 알리겠다는 어리석은 욕심이 천추의 한이 된 셈이다.전국 여러 곳에 ‘비석거리’란 지명이 있다.지방관들의 공적을 기린 송덕비가 몰려 있는 곳이다.서울에도 송파구 농수산물시장 맞은 편에 유일한 비석거리가 있어,현재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조선시대 경기도 광주지역의 유수(정2품)와 목사(정3품)를 지낸 11명의 송덕비가 있다. 지방관들이 한결같이 백성을 사랑하며 선정을 베풀었다는 내용의 송덕비를 대하는 백성들의 속마음은 어떠했을까.우리나라 민속놀이 가운데 ‘비석차기’가 있다.예전에 일부 지방에서 명절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송덕비·공적비 등을 발로 차고 뭉개며 즐겼다는 데서 유래했다.벼슬아치들의 자화자찬을 위해 세워진 송덕비가 억눌리고 수탈 당하던 백성들에겐 발길질과 욕설,능멸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의정부경찰서가 최근 양주경찰서 신설에 따른 분서(分署) 등을 기념하기 위해 높이 1m의 ‘의정부경찰서 재직기념비’를 세웠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몇시간만에 치웠다는 보도다.사각형의 오석(烏石) 기념비에는 현직 경찰서장 등 직원 62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사람은 누구나 ‘좋은 이름’을 후대에 남기고 싶어한다.이런 욕구는 양날의 칼이다.한편으로 사람들을 올바르게 살고,훌륭한 업적을 쌓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또 한편으론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과욕의 불씨가 되기 때문이다.“이름 석자 남기려고 딱딱한 비석을 파지 말라.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의 세평이 바로 비석이다.” 서산대사의 가르침이 새롭다.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관 뚜껑을 덮은 다음에야 비로소 이뤄진다. 김인철 논설위원
  • ‘마약 스와핑’ 해외까지 원정

    전직 경찰관이 포함된 부부 20여쌍이 주택가 안방에서 집단으로 변태적 스와핑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경찰은 이들이 마약을 집단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집단 스와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15일 “노래방 등에서 스와핑을 벌인 집단과는 별개의 또 다른 부부 집단이 부산 등지에서 집단 성행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또 인터넷 화상채팅 중 알몸을 보여주던 여성들의 사진을 찍어 돈을 뜯어낸 범인도 경찰에 붙잡혔다. ●주택가에서 버젓이 스와핑 행각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부산의 스와핑 부부집단은 지난해부터 인터넷 동호회사이트 등에서 만난 뒤 일반 주택가로 장소를 옮겨 가며 스와핑 행각을 벌였다.이들은 사이트를 통해 미리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특히 이들은 해외로 나가는 원정 스와핑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스와핑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모임 후기’ 형식으로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 놓고 성행위를 서로 평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경찰은 이들이 조직폭력배나 전문 마약조직을 통해 마약을 공급받았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화상채팅의 음란 수위 높아져 3,4년 전부터 네티즌 사이에 확산된 화상채팅에서도 갈수록 노골적인 음란변태 행위가 판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5일 여성들의 음란 화상채팅 장면을 몰래 녹화한 이모(34·컴퓨터 프로그래머)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이씨는 지난 1월부터 화상채팅 사이트의 ‘비공개방’에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들어가 20,30대 주부와 여대생 등 여성 50여명의 알몸을 녹화했다.이씨는 이들 가운데 여성 7명에게 “성관계를 맺거나 돈을 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이 압수한 화면에는 남녀들이 서로 얼굴을 드러낸 채 은밀한 부위를 내보이고 있었다.채팅창에는 서로 연락처를 묻거나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내용의 대화가 쉴새없이 오갔다.옷을 벗지 않거나 거부하는 회원은 강제 퇴장당했다. 이영표 이두걸기자 tomcat@
  • 쉬어가기˙˙˙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한국적 화면과 배경음악으로 쓰여진 서양 클래식 음악이 잘 어울리는 이유는?‘스캔들’의 음악감독을 맡은 이병우는 “이 영화의 배경은 서양으로 치면 후기 바로크에서 고전 초기로 넘어가는 시기”라면서 “영화에 사용된 음악도 이 시대의 음악”이라고 밝혔다.공간은 동서양으로 갈리지만 같은 시대를 호흡하던 음악이라는 설명인데,기타연주자로 더 유명한 그는 “그래도 처음에는 정말 난감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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