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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책 쓰기/최광숙 논설위원

    인물 평전을 좋아한다. 세상사 돌아가는 얘기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때가 있다. 평전을 고를 때 주로 외국인들이 쓴 책들을 고른다. 주변 몇 사람의 얘기를 듣고 일방적인 관점에서 쓴 우리네 평전은 마치 날림공사를 보듯 부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몇달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10년에 걸쳐 수백명을 1000여 시간 인터뷰해 엮어낸 것이다. 그녀가 책 후기에서 고맙다고 언급한 이들만 무려 220여명(너무 많은 숫자여서 일일이 세어 보는 데도 한참 걸렸다)이나 된다. 책을 쓰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윌터 아이작슨만 해도 잡스를 2년에 걸쳐 40여 차례 직접 인터뷰하고 그 주변 인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를 싫어하는 이들도 만나 잡스 스스로도 모를 잡스의 내면 세계까지 적었다. 평생 그런, 제대로 된 책 한 권이라도 쓸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야인’ 장외룡 “칭다오 돌아갈 때”

    ‘야인’ 장외룡 “칭다오 돌아갈 때”

    ‘야인’ 장외룡(53) 감독이 결국 ‘친정’ 칭다오 중넝을 택했다. 인천의 사령탑 후보로도 거론되며 거취가 주목됐던 장 감독이 칭다오와 정식계약을 맺기로 지난 22일 합의했다. 칭다오 구단 홈페이지도 장 감독이 이날 오후 칭다오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칭다오를 떠난 이후 약 6개월 만에 돌아간 것이다. 장 감독은 처음에는 칭다오의 제의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16일 이장수 광저우 헝다 감독이 구단과의 갈등 때문에 경질된 것도 장 감독이 마음을 선뜻 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장수 감독은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려 놓고도 물러나야 했다. 후임으로는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 내정된 상태. 자본과 힘의 논리만으로 좌지우지되는 중국축구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는 개탄이 쏟아졌고 장 감독으로서도 이를 무시한 채 칭다오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칭다오 단장이 몸소 한국까지 날아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설득하자 장 감독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는 중국 슈퍼리그 14위로 턱걸이해 강등을 면했던 칭다오 지휘봉을 지난해 잡은 뒤 6위에 올려놓아 팬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다. 칭다오는 그가 떠난 뒤 다시 리그 꼴찌로 떨어졌고 “장 감독을 다시 데려오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장 감독은 올해 다롄 아얼빈 지휘봉을 잡았지만 개막 이후 3무1패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최근 “다롄을 그만두자마자 칭다오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고 털어놓았다. 다롄에 남아 있던 코칭스태프와 동반 입단을 요구해 관철시키고 계약을 결심했다. 대우 로얄즈에서 현역 생활을 했던 장 감독은 1995년부터 일본 실업팀인 토스 푸투레스의 감독을 맡았고, 1999년 친정팀인 대우에서 잠시 감독 대행을 맡다가 2001년부터 삿포로에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했다. 2003년 인천 수석 코치에 임명돼 K리그로 돌아온 그는 스타 선수 없이도 2005년 인천을 전·후기 통합 1위에 올려놓으며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국내 지도자로는 유일하게 한국, 일본, 중국 프로리그를 모두 경험했지만 그는 여전히 ‘야인’으로 불린다. 2008년 12월 인천을 떠나 일본 J리그 오미야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나 지난해 리그 하위권 칭다오의 부름에 응한 것도 ‘야인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2) 단종과 세조

    [선택! 역사를 갈랐다] (12) 단종과 세조

    단종 원년(1453) 10월, 수양대군은 야음을 틈타 세종 이래의 명신들을 죽이고 정권을 장악했다. 그날 밤의 일을 ‘세조실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김종서 부자(父子)·황보인·이양·조극관·민신·윤처공·조번·이명민·원구 등을 모두 저자에 효수(梟首)하니, 길 가는 사람들이 통쾌하게 여기지 않음이 없어 그 죄를 헤아려서 기왓돌로 때리는 자까지 있었고, 여러 사(司)의 비복(婢僕)들이 또한 김종서의 머리를 향해 욕하고, 환시(宦寺)들은 김연(金衍)을 발로 차고 그 머리를 짓이겼다.” ●정난(靖難)? 김종서(宗瑞), 세종이 문종과 단종을 부탁했을 정도로 신임했고, 조선의 원칙과 상식을 구현하여 호(號)조차 절재(節齋)였던 인물이다. 나머지 모두 아까운 인물들. 과연 민심이 ‘세조실록’에서 말한 것처럼 그러했을까? 수양대군과 그 세력들은 이 일을 정난, 즉 나라의 혼란을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소중한 인재들을 죽인 재난, 즉 사화라고 불렀다. 조선후기 역사서인 ‘아아록’(我我錄)이 대표적이다. 당시는 왕조시대였다.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면서, 세조의 후손이 왕위를 이었으니 세조가 찬탈했다고 할 수 없었다. 세조가 찬탈한 것이면 후대 임금의 정통성도 무너지고 왕조의 운명이 달려 있으니까. ●승자의 역사? 이래서 첫 번째 역사왜곡이 생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런 왜곡의 내면화이다. 한데 이러한 역사사실을 접하면서 사람들은 흔히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는 말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게 마련이고, 따라서 승자의 관점에서 왜곡되게 마련이라고. 역사에 대한 가장 소박한 형태의 냉소(笑). 이런 견해는 일부에 대한 진실로 전체를 덮어버리는 지적(知的) 게으름의 온상이 된다. 역사나 인생이 승패로 점철되는 경우는 일부이고, 승패가 있더라도 그 상황을 보고 듣는 이는 승자만이 아니다. 패자도 보고, 승패와 관련 없는 사람도 본다.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이비(似而非) 역사인식은 내려놓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면 모르거니와,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 그런 거 없다! 수양대군은 정적들을 살해하고 정권을 잡은 뒤 영의정부사(영의정), 판이병조사(이조판서, 병조판서)를 겸임했다. 백관(百官)에 대한 통솔권을 비롯하여 문관, 무관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한 것이었다. 이런 권력 집중은 왕실의 종친이 조정의 관직을 갖지 못하게 했던 법례를 깨뜨린 일이기도 했다. 대체로 태종대를 지나면서 국왕의 사적 네트워크가 공적 정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법규로 정착되었다. 종친은 종친부(宗親府)에 속하게 하여 녹봉과 명목상의 관직을 주어 넉넉한 생활은 보장하되,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수양대군에 의해 깨졌던 이 규정은 ‘경국대전’에서 다시 살아나, 국왕의 적실은 4대, 서실은 3대가 지나야만 관직 진출을 허용하였다. ●나이가 어려서? 학계의 평가는 수양대군, 세종의 둘째 아들이자 단종의 숙부로 나중에 세조가 되는 그가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듯하다. 그러나 세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면이 보인다. 일부는 세조대의 업적, 예를 들면 북방 개척, ‘경국대전’의 완성과 같은 문화 발전을 들어 세조 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을 갖기도 한다. 세조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찬탈 정권(쿠데타 정권)이며 세조시대의 정치 운영이 반(反)유가적이었고, 동시에 공신(功臣) 중심의 권력구조로 되어 있었다고 본다. 세조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국왕의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그것이 정권이양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점과 세조가 당시 보편적 이념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유가적 정치 질서에 어긋나는 공신 중심의 정치를 펼쳤다고 평가한다. 문화적 성과라는 것도 이미 세종조에 심어진 열매를 거두었을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왕조란 어떤 집안이 대를 이어 왕위에 오르는 제도이다. 출생에 의해 왕위에 오를 자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왕위를 내놓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단종은 12살에 왕위에 올랐고 세조의 손자인 성종은 13살에 왕위에 올랐다. 다시 말하면 왕조에서 왕위에 오르는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왕의 나이가 정통성에 흠이 될 수 없는 것은 보통선거제로 뽑히는 대통령의 득표율이 정통성에 흠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수양대군이 단종의 어린 나이를 선위의 명분으로 내세우고자 했다면 문종이 승하한 후에 바로 문제로 삼았어야 했다. 세조 때 편찬한 ‘단종실록’에는, 국왕이 어린 탓에 의정부의 권한이 강해져서, 관리를 임명하는 데도 의정부에서 김종서 등이 해당 인물에 노란 표를 하여 건의하면 단종이 낙점했다고 하여 당시에도 ‘황표정사’(黃標政事)라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이 선양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정치운영을 바로잡아야 할 일이지, 정통성에 흠이 되는 사안은 아니다. 선위의 이유로 내세웠던 나라에 변고가 많다는 것도 국왕이 적극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그 때문에 왕위를 내놓아야 할 일은 아니다.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넘겨준 일을 ‘세조실록’에서는 ‘선위’라고 적었지만, 세조가 빼앗았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산군일기와 단종실록 세조 2년 상왕(上王) 복위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민심의 반영이었다. 성삼문을 비롯해서 상왕, 즉 왕위에서 밀려난 단종을 복위시키려는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이 일은 김질의 밀고로 발각되었고,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단종은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되었고, 이듬해인 세조 3년 영월 귀양지에서 살해되었다. 영월 청령포는 평창강이 굽어 돌아나가며 삼면이 물길이고 뒤는 산으로 막혀 있는 지형이다. 어떻게 여기 이런 땅이 있는 줄 알고 단종을 유배 보냈을까. 건국 이후 조선 정부는 전국적 통치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각도의 지리지를 편찬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지리서는 지형, 특산, 인물 등 정보를 수록한 인문지리서에 해당된다. 세종대에는 ‘팔도지리지’(八道地理志)-‘세종실록’에 수록되어 있어서 ‘세종실록지리지’라고도 부른다-가 편찬되었고, 성종대에는 ‘팔도지리지’가 부족하였던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을 편찬하기에 이른다. 단종이 유배되던 때가 세조 2년이니까 각도 지리지의 편찬을 통하여 전국의 지역적 특성과 지형을 중앙 조정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척박한 외지를 단종의 귀양지로 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종은 아들인 수양대군이 손자인 단종을 유배 보내는 데 그 지리지가 이용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사람이 하는 일이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잠깐 상식 하나 추가한다. 조선시대 왕대별로 역사를 편찬하고 이를 실록이라고 불렀는데, 단종시대의 실록은 오래도록 실록이 아닌 일기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실록은 정통성을 확보한 왕의 시대를 기록한 역사서라는 상징성과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조선시대 폐위된 세 임금 시대의 실록에 해당하는 기록은 각각, ‘노산군일기’, ‘연산군일기’, ‘광해군일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지금도 ‘연산군일기’와 ‘광해군일기’는 여전히 그대로 부르고 있다. 다만 ‘노산군일기’는 242년 뒤인 숙종 때 ‘단종실록’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 ●집현전은 사라지고 집현전은 세종 때 설립되어 쟁쟁한 인재를 길러내고 한글, 의학, 출판, 농업기술 등 조선의 미래를 설계하고 정책을 실천에 옮겼던 기관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고려 말부터 시작한 문치주의 운동의 결산이기도 하다. 집현전이 설립되던 세종 2년은 부왕 태종이 병권을 유지한 채 세종에게 왕위를 넘겨준 시기였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집현전 자체의 역사에서 태종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세조 2년 일어난 단종 복위 운동의 중심이 바로 집현전이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무력에 의한 찬탈은 세종시대를 부정하는 것이었고, 세종시대의 중심에 집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조의 찬탈에 동조했던 신숙주, 정인지, 권람 등과 찬탈을 비판했던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등으로 집현전 학사들은 선택을 달리하게 된다. 정인지, 신숙주는 이미 고관대작이 되어 있었다. 박팽년이 단종이 양위할 때 자결하려 하자 성삼문이 말렸다. 결국, 수양대군에게 붙었던 일부 집현전 학사를 제외한 인재들 대부분 계유사화와 단종 복위 운동의 와중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조선 문명으로서는 첫 번째 손실이었다. 그러나 정작 원기(元氣)의 손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시에 그 사화를 잊지 않는 조선 사람들의 줄기찬 역사바로세우기도 시작되었다. 공론(公論)의 이름으로! 오항녕(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이 약 먹으면 성기능 좋아져” 영양제 속여 판 2명 검거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건강보조제를 정력제라고 속여 판매한 이모(45)씨와 최모(37)씨를 건강기능식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캐나다산 아연보충제를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를 내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 체험 후기 등을 통해 “3개월 복용 시 성기가 1.5㎝ 길어지고 정자 수와 발기력이 좋아진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이들이 판매한 제품은 단순한 건강보조제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 통에 3만원 하는 제품을 2600여명에게 24만 8000원에 판매해 8배가 넘는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한양사이버대 대학원 석사과정 새달 1일까지 9개 전공 30명 모집

    한양사이버대 대학원이 후기 석사과정 학생을 모집한다. 다음 달 1일까지 경영·휴먼서비스·부동산·디자인 등 4개 대학원의 9개 전공에서 총 30명의 학생을 뽑는다. 2010년 국내 사이버대학 최초로 개설된 대학원 과정은 개원 첫해 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에는 석사학위자 10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 최고(最古) 3만7000년 전의 성(性)묘사 작품 발견

    최고(最古) 3만7000년 전의 성(性)묘사 작품 발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란 작품’? 세계 각국 인류학자들이 모인 연구팀이 프랑스 남부에서 인류 역사상 성(性)을 묘사한 가장 오래된 작품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남부의 고대인들의 은둔처로 알려진 카스타네(Abri Castanet)와 블랑차르(Abri Blanchard) 지역 사이의 동굴에서 발견한 이것은 석회암에 새겨진 것으로, 여성의 생식기를 연상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 인류학자들로 이뤄진 연구팀은 이 그림이 3만 7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오리냑(또는 오리나시안·Aurignacian·프랑스 후기 구석기 문화의 일종)문화의 명확한 근거로 보고 있다. 이 연구팀은 15년 전부터 유라시아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흔적이 남아있는 카스타네 은둔 지역 인근을 집중적으로 탐사·연구해왔다. 랜덜 화이트 뉴욕대학소속 인류학자는 “초기 오리냑 인류의 의식은 현생인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그들은 이미 사회적인 소속감과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각과 그림 예술에 익숙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생식기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 외에도 순록 사냥꾼들이 동굴에 장식한 석판 그림 등을 발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프랑스 남쪽 론알프스주에 있는 선사시대 벽화동굴 유적인 쇼베동굴보다 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인류학자들은 “쇼베동굴의 조각과 그림이 기하학적 형태와 주술을 표현하는 등 일상생활과 다소 떨어져 있는 주제인 반면, 카스타네에서 발견한 작품들은 당시 인류의 모습 뿐 아니라 도구나 난로, 뼈, 작업장 등 일상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도봉구, 올 구민 예산학교 15일 개강

    도봉구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6개월여 앞두고 주민 참여 확대를 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산학교를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주민참여예산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 구 재정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구에 따르면 올해 예산학교는 교육과정을 둘로 나누어 운영한다. 먼저 지난해에 이어 주민참여예산위원을 대상으로 참여 예산에 대한 보충 교육을 실시한다. 첫날인 15일에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의의와 더불어 다른 구에서는 어떻게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는지 사례를 듣는다. 구 주민참여예산제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조명하는 강의도 준비했다. 오는 17일에는 ‘변화를 이끄는 소통의 힘’이라는 주제로 특강도 이어진다. 올해 새롭게 개설된 기초과정은 교육 대상을 확대해 21일부터 25일까지 동별 1회씩 총 14회에 걸쳐 실시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은 누구나 가까운 동 주민센터를 찾으면 된다. 기본 교육에서는 주민참여예산위원의 활동 후기를 듣고 주민 참여와 관련한 국내외 사례와 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현황에 대한 특강을 통해 참여 예산에 한발 더 다가가는 시간을 갖는다. 이동진 구청장은 “예산학교 운영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원들의 전문 역량을 키워 주민참여예산제의 조기 정착과 점진적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MB “GGGI, 10월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각료급 회의에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가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2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다자적, 양자적 협력 속에서 GGGI가 이제 국제기구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GGGI의 국제기구화로 한국이 주창한 녹색성장은 이제 국경을 넘어 국제사회 공동의 자산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국녹색기술센터(GTCK)가 지난 3월 홍릉에서 발족한 사실을 전하면서 “홍릉을 한국만의 발전을 넘어 전 세계 녹색기술·지식·인재양성을 선도하는 글로벌 녹색성장단지로 재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기후변화 총회에서 ‘녹색기후기금’ 설립에 합의한 것을 거론하며 “한국은 오는 2020년까지 녹색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을 30% 이상 늘릴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대표적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저축은행 영업정지 파장] 김찬경 회장 기상천외한 밀항작전, 운전사 한마디에 ‘물거품’

    [저축은행 영업정지 파장] 김찬경 회장 기상천외한 밀항작전, 운전사 한마디에 ‘물거품’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200억 중국 밀항’ 계획은 치밀했다. 김 회장은 겉으로는 저축은행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믿도록 행동했다.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을 당시에 미래저축은행에 넣어두었던 부인 하모씨의 예금 10억원을 선뜻 인출해 후순위채를 샀다. 후순위채는 영업정지를 당하면 날아가는 것이어서 어떻게든 저축은행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충남에 있는 개인 명의의 골프리조트를 매각하려는 시도도 하는 듯했다. 골프장은 고객 돈 1500억원을 불법대출해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저축은행 서울 서초동 본점과 주로 거래하는 우리은행 서초지점에서 법인통장에 들어 있던 200억원을 인출하는 과정도 치밀했다. 김 회장은 “증자를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의심을 피하기 위해 200억원 중 70억원은 수표로 준비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예금 인출 하루 전인 2일이었다. 현금을 미리 확보한 김 회장은 3일 출근하지 않았다. 저축은행에 파견돼 있던 금융감독원 감독관은 아침부터 김 회장을 찾았다. 저축은행 감찰실장에게 김 회장을 찾아내라고 다그쳤고, 감찰실장은 김 회장의 승용차 운전기사 A씨를 수배했다. 저축은행에 모습을 나타낸 A씨는 감독관 등이 몰아세우자 드디어 입을 열었다. 같은 날 저녁에 경기 화성시 궁평항에서 소형 어선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5개월간 김 회장이 치밀하게 준비한 ‘밀항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당국의 요청에 따라 A씨는 김 회장에게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A씨는 오후 5시 130억원을 현금으로 찾아갔다. 손수레로 김 회장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을 실었다. 돈은 5만원권을 1000장씩 흰색 종이 띠로 두른 묶음을 10개씩 가로로 쌓아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 비닐 포장 하나가 5억원인 셈이다. 총 35개 정도의 비닐 포장 중에 운전기사는 26개(130억원)를 찾아갔다. 김 회장은 이후 2~3시간 사이에 이 돈을 쪼개 지인들에게 숨겨두고 궁평항으로 떠났다가 현장에 잠복 중이던 해경에 붙잡혔다. 해경은 수개월전 저축은행 고위관계자가 밀항을 준비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중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신용불량자 신분이었다. 그는 건설회사 태산의 연대보증을 섰고 태산은 2007년 파산됐다. 2011년 3월 확정판결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미래저축은행 지분 취득은 2000년에 이뤄졌기 때문에 대주주 결격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김 회장은 국가지정 문화재를 매입해 직원들과 술판을 벌인 행동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의 상징적 고택인 ‘건재고택’과 ‘감찰댁’ 등 모두 8채를 차례로 구입한 뒤 ‘별장’처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2009년 봄 건재고택 등으로 직원 100여명을 데려와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술판을 벌였다. 일부 직원은 마을 공중화장실에 토하고 마을 관리인과 말다툼을 했다. 건재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 외암 이간(1677~1727)의 생가로 2000년 1월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3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아산 이천열·서울 이경주기자 성민수PD kdlrudwn@seoul.co.kr
  • [열린세상] 품위있는 죽음 준비하기/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품위있는 죽음 준비하기/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6·25전쟁, 4·19혁명 등 격변의 근현대 한국사를 경험하고 산업역군의 주역으로 경제발전에 몸바쳐 청·장년기를 보낸 후 어느덧 초고속 노령사회의 일원으로 진입해 버린 우리 부모님 세대는 농경사회, 산업사회, 후기산업사회를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경험한 유일한 세대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먹고살게 된 뿌리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높은 교육열과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 국가에 대한 헌신이었다. 이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고스란히 우리와 다음 세대의 몫이다. 그런데 이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비중이 올해 4가구 중 1 가구에 달해 2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1인 가구가 급증한 것은 젊은 층의 결혼 기피와 만혼이 늘었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독거노인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는 지난 2010년 48만 가구에서 2035년에는 210만 가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령층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20%)에 진입한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높다고 한다. 노인 1인 가구는 자립적인 경제능력이 없어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자와의 사별,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노인성 만성 질환은 최소한 한두 개씩은 갖고 산다. 암이나 뇌졸중 같은 중한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진료비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간병과 요양에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해 삶의 질은 형편없는 것이 현실이다. 말기로 가면서 의료비에 대한 부담은 훨씬 커진다. 2010년 건강보험 가입자 20만명의 의료기관 이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은 사망 전 1년 동안 평균 1200만원 이상을 병·의원 진료비와 약값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일반 환자보다 9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각종 검사나 연명치료에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가 조사한 결과 임종 한달 전에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비율이 미국은 10%인데 우리나라는 31%였다. 지난주 80대 노인이 지방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의 산소 호흡기를 자른 사건이 보도되었다. 의료비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인 부담이 원인이었는지, 고통받는 부인에 대한 마지막 배려가 우선이었는지는 몰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구나 ‘인간답고 품위 있는 죽음’을 바란다. 2009년 5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김모 할머니에게 내려진 대법원 판결 이후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자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연 품위있는 죽음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생애 말기환자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에 대한 문제는 이제 환자 가족과 의료기관에만 맡겨둘 수 없다. 국가의 중요한 보건의료정책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 사망 전 의료서비스는 치료뿐 아니라 완화와 돌봄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완화의료(호스피스 치료)는 지정된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죽음의 방법을 개인 스스로 어느 정도까지 결정해 놓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뿐 아니라 수혈, 수액·영양제 공급, 투석 등 ‘포괄적 연명치료’까지 사전에 환자가 결정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 원하는 치료와 원하지 않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사전 의사결정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민관 합동의 국민적 캠페인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는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도 받아야 한다. 한국죽음학회에서 편찬한 ‘웰다잉 가이드라인’에서는 유언서 작성 등의 실제적인 내용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 되돌아보기, 죽음의 의미 이해하기 등을 통해 삶을 보다 보람있게 영위하도록 제언하고 있다. 품위있는 죽음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알차고 의미있게 살자는 것이 ‘웰다잉’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 필리핀에 2억 달러 지원

    필리핀의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2억 800만 달러가 지원된다. 1987년 설치된 EDCF 지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재정부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세사 푸리시마 필리핀 재무장관과 EDCF 차관 지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연리 1.5%로 40년간 지원되는 이 자금은 필리핀의 주요 쌀 생산지인 서부 비사야스 지역에 댐 건설과 관개 시설 확충을 지원하는 데 쓰이게 된다. 필리핀 정부는 이 수자원을 이용해 수력발전 및 상수도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 해당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차총회에서 박 장관은 기조 연설을 통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를 신청한 한국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각국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할 비전으로 ‘3S(Stable, Solid, Sustainable) 경제’를 제시하고 운송·통신·금융 인프라 투자 확대,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내수기반 확충 및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를 통한 역내 무역·투자 촉진을 바탕으로 ‘하나의 아시아’ 비전을 실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령 부르고 싶다 소환 언제 잘되나” 질문 하루 수십건… 샤머니즘에 빠진 청소년들

    “사령(使靈)을 소환한 지 18시간이 지났네요. 사령이 눈에 보입니다. 60㎝ 정도 되는 정자(精子) 모양이네요.” “구자방(사령을 부르는 주문)을 보며 소환주문을 외웠더니 누가 제 다리를 만지는 것 같고 팔이 떨립니다. 소환에 성공한 건가요.” “사령에게 먹이는 언제 주면 되나요. 과자도 잘 먹나요.” 청소년들이 초자연적인 요술이나 주술·심령 예언에 빠져들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얘기가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부 청소년들이 현실과 괴리돼 병들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한다. 인터넷 사령카페 회원은 대부분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혼령을 소환하는 방법, 귀신 부르는 법, 체험 후기 등을 공유한다. 카페 안에는 ‘사령소환’, ‘사령일기’, ‘사령축제’, ‘마나(정신적 기운)무기’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넘친다. 회원들은 사령을 악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주는 착한 영(靈)으로 받아들인다. 한 네티즌은 “일본어로 된 주문을 간절히 외우면 사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령 체험도 구체적이다.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빠져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손이나 입술 주변이 찌릿하거나 욕조에 물을 채워 들어가 3초 뒤 ‘풍덩’ 하는 소리를 들으면 소환에 성공했다는 증표라는 것이다. 사령을 목격했다는 증언부터 사령의 얼굴이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인증’하는 회원도 적지 않았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사령을 소환하고 싶다. 방법을 알려 달라.”, “사령소환을 하면 정말 수명이 줄어드나. 소환은 언제 잘되는가.” 등의 질문이 하루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없는 두 가지 현상을 임의로 연관지어 맹목적으로 믿는 ‘주술적 사고’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바람이 불어 뒷목이 시원한 상황을 내 뒤에 귀신이 와 있다고 믿는 식이다. 또 청소년기에 미신, 텔레파시 등 기이한 현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인격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부 청소년들이 영화 해리포터의 배경이 되는 마술학교가 실제로 있다고 믿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이런 심령, 주술 등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프로야구] 4월 성적표, 9월 간다

    4월 성적을 보면 페넌트레이스 전체가 보인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 첫 달을 보냈다. 4월은 ‘몸 푸는’ 단계로 여겨져 성적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역대 4월 성적과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비교해 보니 그렇게 방심했다가 큰코다친 일이 많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단일 시즌이 시작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1999~2000 양대리그 제외) 21시즌의 4월 성적과 최종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30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4월 선두팀이 그해 페넌트레이스까지 제패한 경우가 21시즌 중 12번(57%)이었다. 그중 10번(48%)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4월에 1위를 하지 않았어도 4강 안에 들었다면 그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할 확률도 높았다. 역대 정규시즌 우승팀은 90년 LG, 96년 해태, 2009년 KIA를 제외하고는 모두 4월에 4강에 들었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팀이 여세를 계속 몰아갈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 입증된 셈. 물론 예외는 있다. 4월에 부진했던 ‘슬로 스타터’가 무서운 뒷심을 선보인 경우다. 90년 LG와 96년 해태는 4월까지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중반부터 치고 나가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와 반대로 4월에 1위를 하고도 꼴찌로 밀려난 팀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2006년 SK. 그해 SK는 정규시즌을 6위로 마감했다. 90년 빙그레, 91년 삼성, 2001년 두산과 지난해 SK는 4월에 선두를 달렸지만 결국 시즌 마지막은 3위로 마무리한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30일 현재 롯데와 두산(10승5패1무)이 공동 1위, SK와 넥센(9승7패)이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확률만 따지면 네 팀 중 올해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네 팀은 확실한 주역들이 4월 돌풍을 이끈 공통점을 갖고 있다. 롯데는 타점 1위(21타점)를 달리는 4번 타자 홍성흔을 중심으로 타선이 폭발하며 처음으로(전·후기리그, 양대리그 제외) 개막 첫달 1위에 올랐다. 두산은 혼자 3승을 거둔 임태훈의 덕을 톡톡히 봤고 SK는 8경기에 나와 5홀드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0을 이어간 박희수가 수훈갑이다. 넥센은 정성훈(LG)과 함께 홈런 공동 1위(7개)를 기록한 강정호가 듬직하다. 1일 발표되는 4월 최우수선수(MVP)가 누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나꼼수’ 김어준, 한겨레 인터뷰 내용 반박한 이유가…

    ‘나꼼수’ 김어준, 한겨레 인터뷰 내용 반박한 이유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김어준씨가 한겨레신문에서 한 자신의 인터뷰와 관련, ‘한겨레 인터뷰 AS’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내용 일부를 삭제하는 촌극을 빚었다. 한겨레신문은 28일자 지면 1면과 3·4면에 김씨의 인터뷰를 실었다. ‘15석 날렸다는 덧씌우기는 진보·보수의 국공합작’ ‘대신 김용민이 총알받이 되면 역전 발판 만들 수 있다고 판단’ 등을 제목으로 달았다. 김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한겨레 인터뷰 AS’라는 제목으로 인터뷰에 대한 답변글을 올렸다. 그는 “주요한 골자가 지면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러면 애초 인터뷰에 응한 목적이 사라지는 것”이라면서 “내 어법이 전혀 아닌지라 읽는 내가 다 어색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고치고 싶으나 귀찮아서 그 중 일부만 정리한다.”고 적었다.하지만 그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서 ‘4·11 총선 결과에 대한 나꼼수의 평가’라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웠다. 제목도 ‘한겨레 인터뷰 AS’에서 ‘인터뷰 후기’로 바꿨다.김씨는 앞서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 ‘나꼼수 때문에 15석이 날아갔다’는 식의 주장은 조중동 프레임”이라면서 ”이 프레임을 갉아먹은 결과 야권 패배의 책임을 나꼼수에 덧씌우기 위한 일종의 국공합작이 이뤄졌다.”고 보수·진보 양쪽을 비난했다. 그는 ‘나꼼수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이어 “김용민씨가 사퇴하지 않은 것은 극단적인 대결국면에서의 사퇴는 지지층의 정서적 전선을 무너뜨리고 상실감과 열패감을 부른다”면서 “(그가) 산화(散華)한 것”이라며 밝혔다.김용민씨의 출마에 대해서도 ”나쁜 선택이었다.”면서 “정치에 뛰어드는 순간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공격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돌파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한편 나꼼수는 28일로 방송 1주년을 맞았다. 나꼼수는 29일 오후 3시 한강시민공원에서 ’용민 운동회’를 연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6개월 급여 1억 3000만원 ‘꿈의 직업’ 반전 리뷰 눈길

    6개월 급여 1억 3000만원 ‘꿈의 직업’ 반전 리뷰 눈길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꿈의 직업’ 선발에 뽑힌 남성이 예상과는 다른 반전 후기를 공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인 벤 사우설(Ben Southall·37)은 3년 전인 2009년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에서 진행한 6개월 프로젝트인 ‘최고의 원정대’로 선발돼 유명 관광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일했다. 쉬고 관광하며 일할 수 있다는 광고로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프로젝트는 6개월 급여가 7만 파운드(약 1억 3000만원)에 달해 일명 ‘세계 최고의 일자리’(best job in the world)라 불리기도 했다. 사우설은 이 프로젝트에서 무려 3만 5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최고의 일자리를 꿰찼지만, 실상은 예상과 다소 달랐다. 그는 최근 BBC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 광고를 봤을 때에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 같은 생활을 상상했었다. 5성급 리조트에 머물면서 매일 제트스키를 타고 해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주일 내내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사우설은 하루 18~19시간 정도 일했으며, 전 세계로 전파되는 홍보 기자회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했다. 수백 곳의 각국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고, 빠짐없이 자신의 업무상황과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임무’를 다해야 했다. 이곳에서 생활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여자 친구가 있었지만, ‘최고의 일자리’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파경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도중 독성이 있는 해파리에 쏘여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사우설은 “호주 관광청이 나의 업무 능력에 만족해 해 1년 6개월 간 재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가능한 더 많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모험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해 ‘세계 최고의 일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모험을 즐기고 싶다는 소망대로 현재 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작은 무대 큰 울림’ 소수정예 공연 2편

    ‘작은 무대 큰 울림’ 소수정예 공연 2편

    “오늘은 보리순차를 준비했습니다. 다관(茶罐)을 잡고, 엄지로 뚜껑을 살짝 눌러주세요. 차는 세 번에 나눠 마십니다. 첫 모금은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모금은 좋은 공연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과편과 떡, 연근과자 등이 있으니 편하게 드세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복형 차문화연구원장이 조근조근 다례(茶禮)를 설명한다. 30㎡ 크기 한옥방에 관객 22명만이 나란히 앉아 있을 뿐이라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음악 즐기던 풍류방의 여유 속으로 연주자들이 앉은 곳은 한 발짝 앞이다. 연주자가 코앞에 있으니 연주 중에는 더욱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부담감을 알아챘는지 피리 연주자 김승애가 한마디 던진다. “엄숙하게 들으려고 하지 마시고, 마음 내려놓으세요. 찻잔을 달그락거려도 괜찮고요. 그저 색다른 경험을 하시길 바랍니다.” 거문고 연주자 박성아(경기도립국악단 단원)가 술대로 현을 내리쳐 묵직한 소리를 만들어 내며 연주를 시작한다. 조선후기 대표적인 풍류음악인 현악영산회상을 변형한 정상지곡이다. 느리고 차분한 소리로 이어지는 선율 외에, 손가락 누름에 따라 달라지는 울림, 술대가 나무판과 맞부딪치는 충격, 현이 괘(거문고 현 받침)에 쓸리는 소리 등 많은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미동도 하지 않던 관객들은 점점 음악에 녹아들어 흔들흔들 장단을 맞추거나 차를 마시고 주전부리를 즐긴다. 연주가 끝나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연주자와 대화도 풀어낸다. 거문고 줄 가격이나 술대 재질 등 사소한 질문부터 음악 해설까지 소재는 다양하다. 이어진 신쾌동 류 거문고산조는 느린 진양조에서 빠른 자진모리로 연결되며, 비로소 긴장이 풀린 관객의 흥을 더욱 돋우었다. 지난 17일 서울 필동 남산국악당에서 마련한 국악공연 ‘남산풍류’의 한 장면이다. 매주 월·화요일에 열리는 ‘남산풍류’는 조선시대 풍류방을 재현한 공연이다. 신분을 떠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풍류방처럼, 사랑방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객은 단 20명 안팎. 연주자와 관객이 소통하기에 딱 좋은 규모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는 어색함을 털어버리면 더없이 편안하고 친근하게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공간이 작다는 것은 연주자의 실력이 금방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은 연주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여 연주자 17명을 선발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등 기악과 정가, 판소리 등 성악을 골고루 구성했다. 23~24일에는 김영기(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가 정가를 부르고, 30일~5월 1일엔 김참다운(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이 아쟁 연주를 한다. 상반기는 7월 31일까지, 하반기 프로그램은 9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다과를 포함한 관람료는 5만원. (02)2261-0511~2. ●공간은 한 평, 감동은 펜트하우스 서울 내수동 광화문시대 401호는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딱 전달되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평극장’이다. 한 사람이 누울 정도 공간인 한 평(3.3㎡)이라니, 어떻게 공연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실제 실내는 복층 구조로 공간은 10평 정도 나온다. 연출가이자 배우인 심철종 극장장은 “예술가와 관객이 교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 규모가 한 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중심축인 광화문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고 싶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공연은 연극계를 이끌어가는 40대 이상의 명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출연작 중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를 선사하는 ‘배우 100인의 독백-모노스토리’로 시작한다. 매회 배우 7~8명이 각자 10분 정도 연기를 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시즌1은 한창 진행 중인 ‘제33회 서울연극제’와 연계해 5월 12일까지 매주 월요일에는 서울 대학로 연극센터에서, 금·토요일에는 한평극장에서 무대를 꾸민다. 출연 배우는 심 극장장을 비롯해 박웅, 이호성, 전수환, 박정자, 고인배, 남명렬, 맹봉학, 손종학, 천정하, 조준형, 오광록, 황정민, 박기산, 이우진 등 쟁쟁하다. 2만원. (02)338-924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S&P에 한국 신용등급 상향 요청 재정위기용 IMF 재정 확충 지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외의 다양한 경제현안 해결을 목표로 ‘멀티플레이어’ 활동을 폈다. 박 장관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재원확충 논의에 적극 나섰고,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을 주장했다. 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양국 납세자의 역외탈세 방지와 금융정보 수집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각국 재무장관을 상대로 환경 분야 국제단체인 녹색기후기금(GCF) 국내 유치를 위한 외교전을 전개했다. 박 장관은 20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요청했다고 기획재정부가 22일 밝혔다. S&P는 2005년 7월 이후 6년 9개월째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 묶어두고 있다. 중국·타이완(이상 AA-), 칠레(A+)보다 낮은 등급으로 최근 무디스와 피치가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높인 것과 비교된다. 박 장관은 존 챔버스 S&P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장을 만나 “S&P가 우려한 공기업 부채와 지방정부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공기업별 재무건전성 점검을 강화하고, 부채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라고 설득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에서도 박 장관은 IMF 재원확충을 통한 해법을 적극 지지했다. 박 장관은 20일 마지막 날 즉석 연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서스피셔스 마인즈’(Suspicious Minds) 가사 중 ‘우리는 함정에 빠졌다. 나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각국 재무장관들이 함정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고 국민들에게 말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연설에 앞서 한국은 유로존 국가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150억 달러의 재원확충 참여를 선언, IMF가 4300억원의 재원을 확충하는 데 일조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논산일기’ 페북 연재·영화 ‘은교’의 동명 원작 소설가 박범신

    ‘논산일기’ 페북 연재·영화 ‘은교’의 동명 원작 소설가 박범신

    그가 고향 논산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1월 27일이었다. 39년 만의 귀향이었다. 젊은 논산 시장과 우연히 인사를 나누었는데 붙임성 좋은 그가 대뜸 “형님, 고향으로 오시지요.”라고 했다는데, 그 ‘형님’이라고 불러주는 말이 따뜻해서 홀렸다고 했다. 소설가 박범신(66)은 그래서 당초 번잡한 서울을 떠나 40번째 장편소설을 써야겠다는 각오로 가족을 두고 홀홀 논산으로 떠났다는데, 낙향 다섯 달 만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연재한 에세이성 일기 ‘논산 일기-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를 들고 나타났다.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은교’ 덕분에 원작소설 ‘은교’는 종합판매 순위 5위, 문학판매 1위를 달리고 있어 박범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소설 ‘은교’ 덕분에 은교 같은 20대 여성팬들이 형성되고 있다고 박범신은 소년처럼 좋아라 했다. ‘은교’에 나오는 시인 이적요는 사실 박범신을 꼭 닮았다. 60대 후반의 나이대도 그렇고, 시인인 점도 그렇고, 문학을 향한 청년 같은 꼿꼿함도 그렇다. 그런 때문인지 영화에서 시인 이적요 역할을 맡은 박해일도 박범신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범신과 말을 섞어본 사람은 말투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최근에는 강은교 시인에게 “박범신과 어떤 사이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는 전화도 받았다. ‘은교’ 바람 탓이다. “이적요는 박범신의 오욕칠정을 담고 있지. 이적요의 제자인 서지우도 역시 나에게 분리된 또 다른 박범신이야. 나는 어떤 때는 이적요 같은 천재 끼가 있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무기재료학과 공대생인 서지우같이 답답한 부분이 있어.” 박범신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영화시사회를 보고 왔다고 했다. 말을 아꼈지만,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내 소설이 영화화된 게 10여 편, 드라마화된 게 10여 편쯤 돼. 그중에서 원작의 주제를 이만큼 알뜰하게 재해석한 경우는 많지 않았어. 감독과 출연진에게 고맙지. 그렇다고 만족스러웠다는 것은 아니야. 원작자로서 불만을 이야기하자면 밤새워 이야기해야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서 보아야 옳아.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는 나는 ‘불행한 관객’이었지. 원작을 읽은 사람들은 나 같을 수 있어.” 영화에서 재해석된 부분이라는 것은 이런 대목이다. “영화 마지막에 은교가 서지우와 섹스하면서 ‘여고생이 왜 공부는 안 하고 섹스하는 줄 아느냐, 외로워서 그렇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더라. 원작에는 없는 대사야. 에로티시즘은 죽음이고, 슬픔인데, 한국 영화에서 그런 슬픔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눈물이 핑돌더라고. 두 번째는 스승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서지우가 죽는 대목인데, 죽어가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면서 서지우의 슬픔을 나타냈어. 두 대목은 건졌으니 (원작자로서) 본전은 건졌지.” ‘논산 일기’로 돌아와서, 일기의 3분의2는 취중에 쓴 거다. 원래 소주 3~4잔을 못 넘기는 주량인데, 논산에서 살면서 외롭고 해서 소주 한 병으로 늘었다. 취중인 그의 눈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계백 장군 휘하의 백제 병사들도 보이고, 조선시대 윤휴도 보이고 했단다. “늙는다는 것은 스스로 귀신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식탁에 놓인 음식의 조화를 보듯이. 제 스스로 귀신이 돼 가면서 친구랑 장난치며 노는 것이다. ”고 했다. 취기가 오른 중에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뽁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의 자판을 눌러가며 일기를 쓰다 보면, 시간도 적잖이 걸리는데, 재미난 ‘블록깨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후에 쓰는 일기는 문학생활의 마지막을 기록한다는 기분으로 1년에 한 권 정도씩 묶어내면 어떨까 생각한단다. 소설을 쓰지 않으면 손이 발굽으로 변하는 느낌이라는 박범신에게 새 소설이 언제쯤 나올 예정이냐는 질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송시열과 윤휴를 주인공으로 하는 조선 중후기의 역사소설을 구상하면서 가슴이 빠르게 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새우젓 장사를 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애소설을 써볼까 한다고. 그가 중학교를 나온 강경은 새우젓으로 유명한 곳이다. “언제 놀러와!”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지고 박범신은 논산으로 돌아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4)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4)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

    헤르만 헤세(1877~1962)는 “나무들은 단지 아름답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의 무구함을 배우게 하고, 나무를 둘러싼 환경과 그 안에 사는 사람살이의 의미까지도 알게 한다.”고 했다. 평소에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건 곧 ‘진리를 배우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정원 일을 즐겼지만, 그에게 나무는 관상의 대상으로만 머무르지 않았다. 나무를 바라보고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는 삶의 진리를 얻고자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에서 참삶의 길을 찾고자 했다. 헤세의 이야기대로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오래된 나무에는 오래된 삶 속에서 배워야 할 삶의 진리가 담겨 있다. ●마을 수호목에서 문화재로 재조명 “동네 하나 뒤집어 엎는 건 금방이죠. 집들이 부서지고, 여기 살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 건 고작해야 4년밖에 안 됐지만, 이제 옛날 모습은 남은 게 거의 없어요.” 공공근로 작업으로 나무 주변 정비 작업에 나온 강현미(73) 할머니가 점심 도시락 보자기를 펼치며 이야기를 꺼냈다. 강 할머니의 이야기대로 마을은 몰라보게 바뀌었다. 몇 해 전만 해도 나무 옆으로 난 조붓한 골목길을 따라 낮은 지붕의 작은 집들이 이어져 있었다. 골목 안에서는 간간이 동네 조무래기들의 왁자한 목소리도 새어나왔다. 정겹게 느껴지던 그 마을은 그러나 가뭇없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으로는 널따란 자동차 도로가 뚫렸고, 반듯한 도로 너머로 휑해진 넓은 터에는 이미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변하지 않은 건 나무밖에 없어요. 이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라고 하대요. 우린 맨날 봐서 뭐 그리 대단한 줄 모르지요. 그러다가도 나무 한 그루 보겠다고 관광버스까지 타고 우르르 몰려와서 사진 찍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에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돼요.” 강 할머니는 이 마을로 이사온 지 몇 해 되지 않지만, 그나마 마을 사정을 아는 축에 속한다. 이곳 하송리는 군청을 가까이한 영월군의 중심지여서,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들고남이 잦았던 곳인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의 택지 개발까지 이어져 옛사람보다는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하송리 은행나무는 마을이 처음 들어설 때부터 마을의 당산나무로 사람과 더불어 살아온 나무이지만, 이제는 이곳 사람들보다 오히려 외지에서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기념물로 남았다. ●영월엄씨 시조인 당나라 파락사가 심어 나무가 처음 이 자리에 뿌리를 내린 건 신라 때인 1200년 전이다. 당시 당나라의 현종이 새로 지은 악장(樂章)을 주변 나라에 알리는 임무를 띤 ‘파락사’(波使) 신분으로 신라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임무를 마치고 당나라로 돌아가려 했으나, 때마침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고, 난이 평정되기를 기다릴 요량으로 이 지역에 머무르게 됐다. 난은 금세 평정되지 않았고, 영월 지역의 풍광을 좋아하게 된 그는 마침내 새 성씨(姓氏)인 영월엄씨를 일으키고, 이 마을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가 바로 당나라의 파락사 엄임의(嚴林義)였다. 당시 마을 위쪽의 솔숲이 매우 우거졌다는 이유에서 마을 이름은 소나무 아랫마을, 즉 하송리(下松里)가 됐다. 영월엄씨의 시조인 그는 사람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마을의 상징으로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게 바로 천연기념물 제76호인 하송리 은행나무다. 안녹산의 난이 일어난 게 서기 755년이니 이 나무는 무려 1200년을 넘게 살아온 셈이다. 조선 후기에 활동한 문인 신범(辛汎·1823∼1879)도 이 은행나무를 찾아보고 남긴 시(詩)에서 “中有千年杏”, 즉 ‘마을 한가운데의 천년 된 은행나무’라고 표현했다. 150년 전에도 이미 이 나무가 1000년을 넘은 나무라는 걸 모두가 인정했다는 증거다. 1000년을 넘게 살아온 나무는 키를 29m까지 키웠다. 세월의 풍진에 나무의 원래 줄기는 썩어 문드러져 가운데가 텅빈 듯한 생김새이지만, 거개의 은행나무가 그렇듯이 원줄기 곁에서 돋은 맹아(萌芽)가 더 우람하게 자랐다. 택지 개발로 마을 사람들이 흩어져야 했던 아쉬움 탓이었는지, 영월엄씨 후손들은 나무 앞에 영월엄씨 시조가 심은 나무라는 돌비석을 세웠다. 그 동안 사람들은 나무를 지키기 위해 온갖 정성을 들였을 것이다. 조상의 얼이 깃든 나무이니 당연한 노릇이다. 그리고 나무를 떠나면서 그들은 나무와 더불어 살았던 자신들의 삶을 비석 하나의 기록으로 남겼다. ●사람살이의 안녕을 지켜온 ‘큰나무’ 한 그루의 은행나무와 더불어 살았던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얽힌 여러 전설을 남겼다. 나무 안에 신통력을 가진 늙은 뱀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늙은 뱀은 근처에 다른 삿된 짐승은 다가서지 못하게 하지만, 사람살이만큼은 평화롭게 지켜주었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나무에 기어오르다 떨어져도 결코 다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나무에 기도를 올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전설을 통해 나무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며 이룬 평화로운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떠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아도 나무는 앞으로 다시 또 긴 세월을 이 자리에 지금처럼 융융하게 선 채로 사람과 나무가 더불어 살아갔던 평화로운 마을의 사람살이를 서리서리 풀어낼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주변 환경과 그 곁에서 이뤄가는 사람살이의 의미를 짚어준다는 헤세의 말을 다시 짚어보게 하는 이 땅의 큰 나무다. 글 사진 영월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190-4번지. 중앙고속국도의 제천나들목으로 나가서 영월군 방면으로 간다. 국도 38호선을 이용해 영월군에 들어서면 남면 소재지를 지나면서 청령포 방면을 알리는 안내판을 자주 만나게 된다. 청령포에 가까이 가면 청령포교차로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영월군청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공설운동장을 지나면서 나오는 군청사거리를 지나 300m쯤 가면 하송사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280m 가면 나무가 있다. 나무 옆에 자동차를 세울 공간이 있다.
  • 올 9급 공무원 시험, 왜 그리 쉽게냈나 했더니

    올 9급 공무원 시험, 왜 그리 쉽게냈나 했더니

    지난 7일 전국 194개 시험장에서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지원자 15만 7000여명 가운데 72%인 11만 3000여명이 응시했다. 지난해(73.3%)보다 조금 낮아진 72.0% 응시율이었다. 출제수준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쉬웠다는 것이 수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부터 일부 시험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뀌기 때문에, 출제 측이 문제유형·난이도에 변화를 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무원단기학교(학원)와 함께 ‘인책형’ 문제지를 기준으로 과목별 주요 경향과 눈에 띄는 문제를 짚어봤다. 국어, 어문규정·어휘 문제 11개 출제 국어는 한자 독음이나 표기 등 한자 문제가 많이 출제되지 않았고, 수험생들이 까다로워하는 고전문학 작품이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아 난도가 낮았다는 평이다. 김영준 강사는 “기본서를 중심으로 착실히 준비했다면 2문제 이상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역별로 어문 규정 7문항, 어휘 4문항이 출제되었고, 비문학은 5문항, 문학은 4문항이 출제되었다. 어문 규정에서는 9번이 대표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틀릴 수 있는 부분인데, ‘죄다’에 연결어미 ‘-어’를 연결하면 ‘죄여’가 아니라 ‘죄어’가 맞다. 10번의 사전 등재순서 역시 무조건 내는 문제로, 모음의 순서에서 ‘ㅘ-ㅙ-ㅚ’, ‘ㅝ-ㅞ-ㅟ’의 순서만 알면 풀 수 있다. 17번은 어휘 영역문제다. ①견마지로 ②읍참마속 ③풍수지탄 ④불치하문 등의 보기가 제시됐다. 보기②의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감싸 안아줘요.’가 틀린 사용으로, 읍참마속은 ‘큰 목적을 위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린다.’는 뜻으로 ‘감싸 안아’줄 때 사용할 수 없다. 13, 14번은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김수영의 ‘눈’ 등 운문 문제다. 한용운, 정지용, 김소월, 백석, 신동엽, 김수영 등 출제 가능성이 큰 작품은 평소 잘 정리해 둬야 한다. 영어, 어휘수준 높아져 영어는 영역별로 어휘 4문항, 생활영어 2문항, 문법 및 영작 4문항, 독해 10문항으로 출제됐다. 어휘 수준이 높은 문제들도 눈에 띈다. 난이도는 평이했다. 1번은 complacent(자기만족의)라는 어휘의 뜻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유의어를 찾는 이 문제의 답은 ‘self-satisfied’다. 3번의 ‘pass on’, ‘snuff the candle’, ‘go aloft’ 등 ‘죽다.’는 뜻이 있는 숙어를 제시했다. 이들의 뜻을 물어 빈칸을 채우는 이 문제의 답은 ‘death’다. 8번 영작문제는 ‘with와 by’라는 전치사의 쓰임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벽돌로 유리창을 깨다.’라고 하려면 ‘smash a window with a brick’이라고 해야 한다. 독해는 대체로 평이했으나,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으로 시작, 빈칸을 추론하는 14번 문제는 비교적 어려운 문제로 꼽혔다. 한국사, 문화사·정치사 출제비중 높아 한국사는 주제별로는 고대 사회의 발전과 근대 사회의 태동 시기 부분에서, 분야별로는 문화사·정치사 부분에서 많이 출제됐다. 강민성 강사는 “이해만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10번 이동휘와 관련된 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보기 ③의 ‘대동보국단을 조직하고 진단이라는 잡지를 발간한 사람’은 박은식·신규식이다. 8번 다산 정약용 당시 농민들의 실태에 대한 문제로 최근 자주 출제되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양반은 늘고 상민과 노비가 줄어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18번 조선후기 과학문화에 대한 문제는 실수를 유도하는 문제다. 보기 ②번 지석영은 종두법을 최초로 ‘소개’한 인물이 아니라 ‘실시’한 인물이다. 행정학, 정부 조직 관련 암기문제 3문제 행정학개론에서는 정부 조직이나 법과 관련한 문제가 예년보다 많았다. 정부 산하 기관의 조직도와 각 기관의 기능에 대한 암기 문제도 총 20문항 가운데 3문제나 출제됐다. 1번은 국무총리 소속기관이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소속기관이다. 9번은 ‘공기업 평가’가 ‘국무총리실’이 아닌 ‘기획재정부’의 기능인 점을 알아야 풀 수 있다. 11번은 기구와 그 법적근거의 연결을 고르는 문제다. 보조사업평가단은 ‘지방공기업법’이 아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에 근거한 기구다. 4, 5, 12번 문제는 여러 이론에 대한 지식을 응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행정법, 판례 문제 80% 행정법총론은 이번에도 판례문제가 대다수인 80%정도 출제됐다. 12번은 2010년 개정된 ‘행정심판법’의 주요 개정 내용을 묻는 문제다. 이 법으로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5번은 행정형벌에 대한 문제다. 의료법 제87조의 규정을 예시로 들었다. 면허증 대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위반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행정형벌에 처할 수 있다. 전효진 강사는 “행정법총론의 기본 쟁점을 이해하고, 중요 법령의 조문과 판례를 숙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내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 선택과목으로 포함되는 사회·과학·수학 과목의 출제범위 및 해당되는 직렬을 오는 13일 발표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험생들의 수험기간 등 편의를 고려해 대략적인 시험범위를 일찍 결정해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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