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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관광객 주머니 터는 ‘악덕’ 필리핀 세관

    지난달 필리핀 세부로 휴가를 다녀온 회사원 민재희(28·여)씨는 도착 공항에서 여행으로 설렜던 마음이 사그라졌다. 막탄 세부 국제공항의 세관 직원이 민씨를 불러 세워 “화장품을 새로 샀으니 세금 100달러를 내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 178달러어치를 산 민씨가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나오자, 이를 본 세관원이 “필리핀은 면세 한도가 없고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은 모두 세금 부과 대상”이라며 돈을 요구했다. 황당한 민씨가 “정확한 세율이 몇 프로냐”고 되묻자 세관원은 “그럼 40달러만 내고 나가라”고 흥정까지 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 악덕 세관원이 부과하는 고액의 세금으로 피해를 보는 한국 여행자가 속출하고 있다. 여행객 사이에서는 ‘면세점 쇼핑백 버리기’, ‘포장과 가격표를 뜯어 헌 물건처럼 만들기’ 등 세부공항 세관을 통과할 때 세금을 안 낼 수 있는 매뉴얼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여행 인터넷 동호회를 운영하는 최현호(39)씨는 28일 “지난해부터 세부와 마닐라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여행객 사이에서 마구잡이식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입국 거부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족여행으로 세부를 찾은 주부 이숙영(33)씨도 구입한 지 1년이 넘은 가방에 대해 황당한 세금을 내야 했다. 이씨는 “국내에서 구입해 한참 메고 다니던 가방인데 세관 직원이 무작정 새것이라고 우기며 140달러를 요구했다”면서 “버텼더니 내보내 주지 않고 시간을 끌어 어쩔 수 없이 돈을 내고 나왔다”고 털어놨다. 세부공항 세관의 악질적인 행태는 지난해 필리핀 법원의 판결로 항공사들이 공항 측에 기부금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건네던 관행이 사라진 이후 시작됐다. 공항 측의 기부금 요구 횡포에 반발한 필리핀항공이 지난해 소송에서 승소한 뒤 다른 항공사들도 기부금을 끊었다. 항공사로부터 들어오던 뒷돈이 없어지자 세관 측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를 뜯고 있다는 것이 교민과 여행사들의 분석이다. 필리핀 내 교민단체를 중심으로 세관 측에 항의하고 있지만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지 교민보호단체인 ‘필리핀 112’는 지난해 12월 세 차례나 세부공항 세관장을 만나 규정 세율을 준수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후에도 세관의 악덕 행위는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 112 관계자는 “공항뿐 아니라 필리핀 정부도 묵인하는 상황이어서 민간단체가 항의한다고 달라질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개입을 꺼리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필리핀은 제3국에서 구입한 모든 물품을 세관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각 나라의 세관 규정이 달라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해외 안전여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여행객에게 방문 국가의 통관 규정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기회는 지금뿐”… 서울고객 줄세운 지방빵집·일본손님 애태운 공주객실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기회는 지금뿐”… 서울고객 줄세운 지방빵집·일본손님 애태운 공주객실

    단기간 ‘구름 떼 고객’을 모아 인지도 상승에 효과적인 팝업스토어가 길거리를 벗어나 백화점과 호텔 안으로 파고듦에 따라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업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특산물 담당 전호영 CMD(선임상품기획자)는 4년 전부터 대전에 갈 때마다 지역 명물 빵집 ‘성심당’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 유명한 ‘튀김 소보루’의 맛을 잊지 못해서만은 아니었다.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성심당을 언젠가 꼭 한번 백화점에 입점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57년간 한결같은 맛으로 전국 각지의 맛집 순례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꼭 들러야 하는 명소로 통한다. 성심당은 2년 전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 정보지 ‘미슐랭 가이드’에도 등재돼 국제적인 명성까지 획득했다. 한국도 모자라 외국서 밀려드는 손님을 다 소화하기가 힘들어 한명당 6개 이상 빵을 팔지 않는 다소 ‘야속한’ 원칙까지 세워 놓았다. 전 CMD는 이 대단한 빵집을 입점시키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성심당을 드나들었고 올 1월 그 소원을 이뤘다. 지난 1월 14~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관에 차려진 ‘성심당 팝업스토어’는 소위 대박을 쳤다. 7일간 찾은 방문객이 1만 7000명에 달했고 1500~5000원짜리 빵으로 1억 5000만원어치의 매출을 올렸다. 관계자들이 흐뭇해한 건 짭짤한 수입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의 소박한 맛집이 화려한 도심의 백화점에 잠시나마 둥지를 틀었다는 사실은 고객들에겐 색다른 추억거리다. 다수의 언론 매체엔 재미난 뉴스거리로 두고두고 화제를 낳았다. 롯데백화점은 성심당의 성공을 발판으로 4월엔 ‘대한민국 1호 빵집’으로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한 전북 군산의 ‘이성당’을 불러올렸고, 두 달 뒤인 6월에는 강원도 속초의 ‘만석닭강정’도 불러와 연이어 홈런을 쳤다. 지역 명물의 서울 상경은 입소문이 퍼져 이성당과 만석닭강정의 경우 각각 1주일·9일 동안 3만명, 2만 2000명의 고객 유치와 2억 4000만원, 3억 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주로 멋지고 화려한 의류나 화장품을 홍보하기 위해 활용되던 팝업스토어가 백화점에서는 지역 명물 및 특산품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브랜드와 상품으로 고루해진 백화점업계에 전국 팔도의 유명 맛집과 특산품은 요즘 구세주가 되고 있다. 고가의 외국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기 위해 글로벌을 부르짖던 백화점들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불황기 소비심리를 조금이나마 자극하기 위한 방편으로 새삼 ‘로컬’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지방 맛집을 유치하는 데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향수와 추억을 제공해 꽁꽁 언 소비심리를 그마나 풀 수 있다. 여기에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요즘 지역과 상생한다는 이미지도 줄 수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 전국 팔도의 유명 맛집과 특산품을 발굴하는 것은 ‘특명’이 됐다. 업계의 맏형답게 롯데백화점은 일찌감치 지난해 12월 상품본부에 ‘특산물 담당’이란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흐름의 물꼬를 텄다. 성심당, 이성당 등이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거둔 성공 사례가 퍼지면서 전국 각지의 맛집 앞에 백화점 바이어들이 줄을 선다는 과장된 얘기도 떠돌 정도다. 전통을 이어 가는 지역 강자들 앞에서 백화점들은 ‘슈퍼 갑’의 체면도 던졌다. 롯데백화점의 전 CMD는 “성심당 사장님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대형 오븐 등의 설비를 백화점 식품 매장에 들여오는 일도 쉽지 않았다”며 “성심당에서 사용하는 오븐의 전기 용량을 맞추기 위해 전기 설비 공사까지 했다. 내가 알기로는 창사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유명 향토 맛집을 발굴하기 위한 ‘제왕의 귀환’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이다. 상품본부 생활사업부 내 바이어 20명으로 꾸려졌는데 팀 이름처럼 왕년에 날렸거나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지방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내는 게 이들의 임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접한 맛집이나 먹거리를 속속 보고하는 한편 지인들이나 인터넷 블로거들의 추천을 토대로 맛집 목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들의 첫 결실은 지난 4월 15~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점에 차린 ‘전주 PNB 풍년 제과’ 팝업스토어다. 대표 상품은 1600원짜리 수제 초코파이. 전주에 있는 본점에서만 연평균 180만개가 팔리는 히트 상품이다. 소식을 듣고 고객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고 하루 평균 2000여개 이상 팔렸다. 물건이 없는데도 계산을 먼저 하고 간 고객도 상당수였다. 지난 15~18일에는 롯데백화점에서 이미 ‘파워’가 검증된 만석닭강전 초대전을 열어 하루 준비 물량(1500마리) 완판 기록도 세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불경기라 그런지 소박하지만 전통 있는 맛집처럼 추억과 향수를 주는 먹거리 아이템이 고객을 유도하는 효과가 높다”며 “백화점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체험하고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시장 먹거리에 문턱을 과감히 낮춘다. 다음 달 9일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 본점 식품 매장에서 일주일 동안 광장시장, 남대문시장, 신포시장 등의 소문난 맛집으로 구성된 임시 저잣거리를 운영한다.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남대문시장 가메골 만두, 부산 승기 호떡, 대구 납작만두, 신포시장 어묵 등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호텔방을 팝업스토어 개념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있다. 수동적으로 고객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롯데호텔 제주는 노르웨이 고급 유모차 브랜드인 ‘스토케’와 손잡고 9월 15일까지 ‘스토케 VIB(Very Important Baby) 패키지’를 판매한다. 디럭스룸을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스토케 익스플로리 유모차를 비롯해 침대, 의자, 기저귀 탁자 등 스토케의 유아용 가구들로 꾸몄다. 어린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고객들에게 직접 제품을 체험하게 해 호감을 주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다. 아직 국내 출시 전인 침구, 목욕용품, 모자 달린 목욕가운 등 고급 섬유로 만든 ‘스토케 텍스타일’ 제품도 함께 비치해 고객 반응을 살핀다. 롯데호텔의 스토케 패키지는 지난해 9월부터 석달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하룻밤에 42만원 이상으로 비쌌지만 한번 이용해 본 고객들이 인터넷 블로그, 페이스북 등에 후기를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다. 수차례 행사 재개 요청을 받은 롯데호텔과 스토케는 올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시 제휴 패키지를 내놨다. 호텔 입장에서도 가족 고객을 불러모으는 효과가 큰 ‘팝업방’을 반기는 눈치다.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서울 중구 명동에도 팝업스토어 형식의 호텔방이 생겨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과 에뛰드하우스는 명동 한복판에 있는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점의 9층과 10층을 각각 ‘전세’냈다. 한 층에 있는 24개 객실과 복도 등을 모두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꾸민 것이다. 일명 레이디스 플로어(여성 전용층)다. 욕실에는 해당 브랜드의 화장품과 샴푸, 샤워용품 등을 비치해 써 볼 수 있게 했다. 마스크팩이나 색조 화장품 등 잘 팔리는 상품을 선물로 준다. 복도에는 여러 색의 매니큐어를 재미 삼아 발라 볼 수 있는 화장대를 뒀다. 특2급의 스카이파크호텔은 하루 평균 1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데 이 중 80%가 일본인이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의 90% 이상이 항상 차 있는데 여성 전용층은 1순위로 예약이 끝난다”면서 “일반 객실보다 비싼 10만~30만원대인데도 찾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씨줄날줄] 대기업농 명암/오승호 논설위원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농정의 목표를 삼농(三農)으로 표현했다. 농업에서 이득이 남아야 하고(厚農), 경지 정리나 기계화 등을 통해 농사를 편히 지을 수 있게 해야 하며(便農), 농민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 한다(上農)는 것이다. 농사는 장사에 비해 이익이 적고, 공업에 비해 고통스러우며, 선비에 비해 지위가 낮은 점을 고려해 농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월 경제2분과 토론회에서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인 만큼, 선진국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키워야 한다”면서 농정의 핵심 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농민의 소득을 높이고, 농촌의 복지를 확대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산의 중농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란 평가도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지난 5월 확정된 공약가계부에는 앞으로 5년간 농림 분야 예산 5조 2000억원 감축안이 들어 있어 농업계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농업계의 피해가 예상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창이어서 예산 감축안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개방률을 정하는 중국과의 1단계 협상이 9월을 전후해 마무리되면 2단계 협상은 농산물 초민감 품목을 선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있는 공산품과 그렇지 않은 농산물, 즉 비(非)농업계와 농업계의 갈등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의 농업 진출은 농업 분야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대표적인 논란 거리로 꼽힌다. 동부그룹의 대표적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농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유리온실 토마토 사업을 포기한 것이 단적인 예다. 동부팜한농의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이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옹간척지구에 아시아 최대 규모인 10㏊의 유리온실을 짓고 연간 5000t의 토마토를 수출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3월 철수 선언을 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 논란과 관련,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농업 참여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기업의 독주·우월적 지위 남용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자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기업의 농업 참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바란다. 네덜란드는 농업 부문이 총 부가가치의 12%, 총 고용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정부와 기업 및 연구기관 간 협력체계가 잘 구축돼 있는 것이 강점의 비결이라고 한다. 우리도 취약산업인 농업을 집중 육성해 미래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멕시칸 레스토랑 ‘온더보더’ 차별화된 홍대점 그랜드 오픈

    멕시칸 레스토랑 ‘온더보더’ 차별화된 홍대점 그랜드 오픈

    멕시칸 레스토랑 ‘온더보더(대표 이지용)’ 최근 차별화된 모습으로 홍대점을 오픈했다. 메뉴와 분위기는 물론, 가격면에서도 젊은 연인이나 가족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홍대를 찾는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한층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홍대점 오픈 기념 지난 11일 이색 홍보가 눈길을 끌었다. 홍대점의 특징을 살려 시원스레 펼쳐진 건물 외벽에 온더보더 홍대점의 상륙을 알리는 미디어 파사드가 이목을 집중시킨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온더보더 홍대점 페이스북과 친구를 맺는 모든 고객에게 13,000원 상당의 치킨프라우타를 무료로 제공하고, 방문 후기를 올리면 5만 원 상당의 메뉴쿠폰북을 증정하고 있다. 또한 9시 이후에는 모든 주류를 50% 파격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일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향유하는 홍대에서 멕시칸 정통 마리아치 공연단의 라이브 공연과 라틴 살사댄스팀의 이색 거리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은 즉석에서 온더보더 홍대점만의 13,000원 상당의 치킨프라우타 무료증정 초대권과 온더보더 칩, 커피음료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해,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온더보더 홍대점 이호진 점주 “신선한 재료와 홈메이드 방식을 추구하는 정통 온더보더의 스타일에 홍대 문화의 특성을 접목시킨 색다른 칵테일 바로서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안성맞춤”이라며 “다양한 메뉴개발과 서비스로 즐거운 홍대 외식문화를 대표하는 온더보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홍대점 오픈 기념 이벤트는 오는 31일까지이며, 이후에도 고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 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온더보더 홍대점 페이스북(OTB.HONGDAE)에서 확인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文·史·哲(문학·사학·철학)이 홀대 받는 야만의 나라/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文·史·哲(문학·사학·철학)이 홀대 받는 야만의 나라/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경기도 남양주 두물머리 쪽에 다산 정약용 유적지와 실학 박물관이 있다. 책을 읽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생각이 막히면 가끔 이곳에 들른다. 팔당호를 바라보고, 다산 유적지를 거닐다 보면 답답한 속이 확 트이고 헝클어진 실타래 같던 머릿속도 말끔하게 정리된다. 며칠 전에도 다산 유적지를 찾았다. 입구에는 다산의 ‘목민심서’ 내용이 새겨진 동판이 있다. 관리의 폭정을 비판하면서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힌 이 저서에는 다산의 애민(愛民) 사상이 잘 집약되어 있다. 아마 다산 선생께서 요즘 정치꾼들을 보면 “쓰레기 같은 놈들. 모두 사라져 버려”라고 불호령을 내리리라 생각하면서 다산 묘소 입구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았다. 바로 옆쪽 의자에서 40대로 보이는 아버지와 초등학생 딸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부녀는 다산의 일생, 다산이 살았던 조선 후기 사회상, 다산의 실학사상, 다산의 문학관 등에 대해 스크랩한 자료를 뒤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주 좋아 부녀의 대화가 끝날 무렵 다가가 인사를 했다. 부녀가 답사 여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아버지의 교육관이 궁금해졌다. 공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어느 날 딸이 한국의 위인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대답해 줄 말이 없어서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책을 읽다 보니 현장 학습을 겸한다면 이만한 공부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답사를 다니다 보니, 교육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의 문학과 철학과 역사에 대해 딸과 함께 공부하고 있으며, 올해는 한국의 실학사상가에 대해 알려고 직접 현장을 답사 체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곧 방학에 들어가면 가족과 함께 흑산도로 여행을 가 자산문화관을 방문해서 정약전의 삶과 사상에 대해 공부할 계획이라 했다. 답사 여행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딸과 사이도 가까워지고 공부를 대하는 딸의 태도도 훨씬 적극적으로 변했다면서 웃는 가장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부모는 모두 자기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식이 어릴 적부터 영어 학원은 물론이고 각종 학원에 기를 쓰고 보낸다. 또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면 나무라면서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아이는 부모가 짠 일정표대로 로봇처럼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창의적인 문학적 상상력도 잃어버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역사적 뿌리도 망각하고,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삶의 철학도 정립하지 못한 채 기능적 지식인으로 전락한다. 그런 아이가 일류 대학을 나와 출세를 한들 뭐 하겠는가. 기껏해야 일신의 영달만을 생각할 뿐이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간이자,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반드시 깨우쳐야 할 진리를 담고 있다. 글로벌 교육도 중요하지만, 내 아이가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문학과 역사와 철학 교육에 힘써야 한다. 수능시험만을 중시하는 한국의 교과 과정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철학은 아예 교과 과정에 없다.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국사는 교과 과정에는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더구나 진보와 보수가 이전투구를 하면서 교과서마저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문학은 그나마 대입 수능시험에서 차지하는 점수 비중 때문에 중시되지만, 이 역시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전락해 버렸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문학적 상상력에 대한 교육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대학은 어떤가. 철학과는 이제 대학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에서 취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갈 전인적 인격체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것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빼고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 대학은 이 문학, 역사, 철학을 개밥에 도토리로 취급하고 있다. 이러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욕쟁이, 사기꾼 같은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이 뻔뻔스럽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교육의 측면에서 한국은 야만의 나라이니까. 이런 나라에서 다시 다산 같은 사상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헛된 꿈일 뿐이다.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1부) ② ‘패자부활’ 가능한 사회로 - 케리 레이 美인텔캐피털 디렉터 인터뷰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1부) ② ‘패자부활’ 가능한 사회로 - 케리 레이 美인텔캐피털 디렉터 인터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10개 중 적어도 1~2개는 성공한다.” 케리 레이(34) 미국 인텔캐피털 인터넷·디지털 투자 부문 디렉터는 지난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실패는 대학 졸업장보다 값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타이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레이 디렉터는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국제경제학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뒤 벤처 투자업계에 뛰어들어 10여년간 일해 왔다.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 인텔의 벤처투자 법인인 인텔캐피털에는 2011년 합류했다. 실리콘밸리 성공 스토리의 한 축인 벤처 캐피털의 투자 원칙과 생리에 대해 들어 봤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에 관용적이고, 심지어는 실패를 환영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벤처 투자 초기 단계에서는 아주 리스크(위험부담)가 크다. 예컨대 야구에서 당신이 홈런 타자라면 홈런보다 더 많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피할 수 없다. 매번 홈런을 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0개 회사에 투자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이베이처럼 성공하는 것은 1~2개뿐이다. 하지만 나머지 8~9개가 실패하더라도 문제없다.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투자 회수 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나. -평균 펀드 운영 기간은 10년이다. 처음 3~4년, 즉 투자 기간에는 씨를 뿌리고 4~9년 사이 수확을 노리는 게 전형적인 모델이다. →투자 성공률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막 창업한 벤처기업(초기단계)에 대한 투자는 성공률이 낮고 어느 정도 검증된 벤처기업(후기단계) 투자는 성공률이 높다. 초기 단계 투자는 홈런을 목표로 한다. 반면 후기 단계에서는 2루타, 3루타도 괜찮다. ‘고위험 고수익’의 구조다. 초기 단계 투자가 10개 중 1~2개 성공이 목표라면 후기 단계에서는 5~7개의 성공을 목표로 한다. →투자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첫째, 시장성이다. 시장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시장이 얼마나 크고 빨리 성장하는지를 본다. 둘째, 상품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본다. 셋째, 경영진이다. 그들이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본다. 넷째, 투자 계약이다. 기업의 조직을 평가하고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투자 10년 뒤 수익이 안 나면 깨끗이 포기하나. -사안마다 다르다. 벤처기업은 아이와 같다. 어떤 아이는 빨리 성숙하고 어떤 아이는 대기만성형이다. 따라서 우리는 최대한 인내한다. 물론 때로는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는 게 옳을 수도 있다. →투자를 결정했을 때 초조하지는 않나. -물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10개 중 1~2개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를 덜어 준다. →투자한 회사가 성공한 순간엔 희열을 느끼나. -그때의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3세, 5세 된 내 아이가 자전거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꾸 넘어지다가 마침내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벤처 기업인은 작은 성공 확률에 기대 오랜 어려움을 뚫고 성공하기 마련이다. 마침내 성공했을 때 과거를 회상하며 “이봐, 우리 4명이 사무실 구석에서 창업했던 것 기억나? 회사를 거의 잃을 뻔한 적도 있었지…”라고 말할 때의 쾌감을 상상해 보라. →한국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30여년 전 미국도 철강과 석유산업 등에서 카네기와 록펠러 등 3~4개 회사가 전체 산업의 90%를 장악하는 등 독점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따라서 독점적 대기업과 경쟁할 만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한국 정부의 전략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벤처에 투자해 돈을 잃을 경우 국민이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시아는 실패에 대한 관용에 인색한 문화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 벤처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이상 벤처 투자 업계에서 일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실리콘밸리는 특유의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과 같은 큰 회사는 물론 변호사, 금융 등 사업을 위한 기반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으면 영화사와 프로듀서 등이 즐비한 할리우드로 간다. 벤처 창업을 하는 데 실리콘밸리만큼 완벽한 곳은 없다. →창업을 고민 중인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리스크 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젊을 땐 주택담보대출(모기지)도 없고 아이도 없기 때문에 더 큰 리스크를 안을 여력이 된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와 같은 좋은 직장에 취직해 안정적 삶을 누리는 것과 다른 삶을 사는 것도 가치가 있다.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하면 실패할 수도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일이다. 첫 번째 창업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서 배운 것을 기반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시도를 하면 된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MBA에서 배우는 것보다 가치 있을 수도 있다. 샌타클래라(캘리포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서울광장] 주권 국가와 ‘애치슨 선언’의 공포/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주권 국가와 ‘애치슨 선언’의 공포/문소영 논설위원

    조선 개항의 성격을 결정지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의 제1조는 “조선은 독립국이다”이다. 조선과 일본, 두 독립국이 맺은 조약의 제1조가 “조선은 독립국이다”라는 점은 참 수상하지 않은가. 이 수상쩍은 적시를 ‘일본이 조선 침략을 위한 야욕을 드러냈다’고 배웠다. 미국은 1882년 조선과 조미통상조약을 맺을 때 청나라 북양대신 리훙장에게 중재를 요청했고, 협상도 청나라 톈진에서 진행했다. 조선은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주독립 국가라는 우리와 세계의 인식은 이렇게 달랐다. 외국 출판사가 내놓은 세계사 책에는 조선을 병자호란을 겪은 1636년 이후에는 청의 속국이나 번국으로 처리해 놓은 경우도 더러 있다. 국사학자들은 내치에서의 독립성과 외교·국방에서의 자율성, 한반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 등을 내세워 병자호란 이후에도 조선은 ‘사실상’ 독립국가였다고 주장한다. 이런 후기 조선의 지위가 영 찜찜하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은 베스트팔렌 조약(1648년)을 맺어 서유럽 국가에 대한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의 내정간섭과 지배를 종식하며 근대 국가의 모태를 마련했다. 최근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재현됐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 2015년 12월에 환수하기로 한 전작권 이양을 우리 측이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지난 17일 나오면서다. 미국 측은 예정대로 하자며 시큰둥하다고 한다. 전작권의 정의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국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권한은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 즉 주한 미군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전쟁수행 능력이 거의 전무해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그해 7월14일에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단서조항은 “현재의 적대상태가 지속하는 동안”이었지만, 작전권은 이양된 상태로 쭉 유지됐다. 작전권 중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에 한국군에 반환됐다. 좀 더 예민한 전작권 반환 논의는 2005년에 시작됐다. 주권국가에서 전작권 이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시 노무현 정부의 판단이었다. 2007년 2월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에 반환키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2010년 재협상을 해 이양시기를 2015년 12월로 늦췄다. 그런데 대통령 공약에서도 확인했던 반환시기를 박근혜 정부가 더 연기하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군이 온전하게 군사작전권을 가진 시기는 국군을 창설한 1948년 8월부터 1950년 7월까지 24개월에 불과했다. 주권(主權)은 국제법상으로 다른 어떠한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국이 ‘찜찜한’ 후기 조선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유엔(UN)이나 유럽연합(EU)의 특수한 사례를 들어 베스트팔렌 조약이 규정한 ‘고전적 주권’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EU는 일국의 주권을 제한함으로써 주권을 전 유럽으로 확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주한미군 철수를 연상시키는 전작권 이양은 공포스러운 어젠다이다.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1950년 l월 태평양에서 미국 극동 방위선으로 한국과 타이완을 제외한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뒤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5개월 뒤 6·25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익사할 뻔했다고 해서 평생 수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공포를 떨쳐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건국 65주년으로 환갑도 훌쩍 넘겼고, 무역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다. 안보 위협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온전한 주권 행사를 위한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연기하기 싫다는데 매달리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symun@seoul.co.kr
  • 막국수 집만 160여곳… 건강식품으로도 인기

    ‘막국수를 밥처럼, 연중 하루 한 끼 이상 먹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춘천 사람들이다. 그 호반의 도시에 막국수 집만 160여곳이다. 그중에는 서울 사람들이 드나드는 유명한 집들이 있는가 하면 토박이들만 들락거리는 작고 외진 ‘그들만의 단골집’이 있다. 식당들로선 춘천 단골들이 시어머니이고 제일 눈치가 보인다. 막국수는 쉬운 듯하면서도 반죽이나 불의 세기 등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더 삶았느니, 덜 삶았느니, 툭하면 노인들에게 트집 잡히기 일쑤다. 주인이 바뀌지 않고 한결같다는 것은 단골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니 춘천 사람들에게 막국수는 송아지 친구나 큰 사돈을 만나 오롯한 그 시절을 거칠게 불러내는 향수다. 문헌을 보면 메밀은 중국에서 들어왔다. 고려시대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처음으로 거론되지만, 조선후기 농서 서명응의 ‘고사십이집’(古事十二集)에 “국수는 본디 밀가루로 만든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만든다”는 기록이 있는 걸로 보아 조선시대부터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훗날 강원도권에서 막국수가 인기를 끈 것은 한국전쟁 이후의 생계형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이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지만 옛 어른들에게는 먹고 돌아서면 배고픈, 하지만 밥이 되어 준 구황식품이다. 오죽하면 메밀음식 먹고 뛰지 말라고 했을까. 소화가 잘 되고 탈이 없었다. 특히 메밀은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좋으며 필수아미노산과 칼슘, 철분 등이 많이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데, 루틴(rutine) 성분은 고혈압 등 각종 혈관계 질환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메밀을 수확해서 빻는 과정에 돌이 많이 들어갔어요. 먹다 보면 어석어석 씹히는데, 그게 거친 메밀 맛이기도 해.” 일주일에 서너 번 막국수를 먹는다는 김봉석(76)씨는 “맷돌에 갈아 메밀가루를 만드는 과정에서 껍질이 덜 벗겨진 것을 모아 국수를 만드는 것”이라며 “동치미의 무는 해독작용을 한다”고 선조들의 지혜를 짚어 주었다. 막 빻아낸 국수라서 막국수이고, 면이 뚝뚝 끊어지니 ‘바로, 막’ 먹으라고 하여 막국수라는 것이다.
  • [서울광장] 포퓰러리즘이 불러낸 저주의 레퀴엠/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퓰러리즘이 불러낸 저주의 레퀴엠/진경호 논설위원

    다시 저주의 계절이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라 부르고,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로 부르던 저주의 레퀴엠이 이번엔 ‘귀태(鬼胎)의 후손’으로 돌아왔다. 정권을 잃은, 정권을 되찾지 못한 패자의 상실감은 지난 10년 늘 이렇듯 어김없이 이런저런 구실을 제단에 올린 저주의 굿판을 펼쳐 냈다. “미국이 없었으면 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을 것”과 같은 노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2003년 여름 울고 싶은 이들의 뺨을 때렸다. 반노(反) 세력들은 금세 ‘노무현과 개구리의 공통점 다섯 가지’를 만들어 냈고,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은 이 패러디로 아침회의 상을 차리고 키득거렸다. 5년 뒤 여름엔 이 대통령이 미국의 광우병 소고기를 국민 식탁에 올리려 한다는 논란이 서울광장을 삽시간에 촛불로 덮어 버렸다. 대선 전 ‘2MB’ ‘땅박이’였던 이 대통령은 ‘쥐박이’가 됐다. 인터넷에선 ‘이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만으로도 말을 섞을 수 없는 ‘수꼴’(수구꼴통)이 됐다. 반미 사대주의 발언이든, 광우병 소고기든, 그 공방의 소재와 경중이 어떠하든 에누리 없는 대선의 승패는 늘 이렇게 반 년도 못 가 우리를 앓게 했다. ‘귀태’라는, 나름 공 들여 꺼냈을 괴이한 저주에 도리어 제 발이 걸려 넘어진 친노(親) 성향의 민주당 초선 의원 홍익표의 경우는 치기 어린 초보 운전자의 과속 사고쯤으로 넘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초보 운전자를 제 멋대로 내달리다 미끄러지게 만든 노면(面), 내 편 아니면 네 편밖에 없는 강퍅한 정치적 양극화와 그 속에 담긴 적의(敵意), 그리고 더 자극적인 선동으로 적을 공격하지 못해 안달하는 척박한 정치 토양은 이 나라 정치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사이버 시대의 포퓰러리즘(popularism)이 오늘날의 절대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개탄한 바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정치인들을 경조부박(輕?浮薄)의 포퓰러리스트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치인들로 하여금 SNS에 몇 자 끄적여 그 반응을 살피게 하고, 대중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끌려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삐삐’, 즉 페이저도 없던 시절 정치를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은 여야 중진들마저 하루에도 너댓 건씩 끄적이며 SNS를 끼고 사는 걸 보면 사이버 중독은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닌 게다. 정치에 관한 한 진작 진영네트워크서비스(CNS·Camp Network Service)나 사회편가르기서비스(SSS·Social Separation Service)로 이름을 바꿨어야 할 SNS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답은 하나다. 팔로잉(following)만 알지 리딩(leading)은 모르는, 눈앞의 시류에 얹혀 갈 줄만 알지 시대를 끌고 갈 줄은 모르는 여의도의 포퓰러리스트들이 유죄다. 포퓰러리즘의 정점을 본다. 한 줌의 극렬 지지자, 팬덤에 빌붙은 포퓰러리스트들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헤집기 시작했다. 뭘 보고, 뭘 말할 것인가. 노무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했다고 새누리당이 말할 것인가. 아니라고, 그가 NLL을 포기하려 했다고 민주당이 말할 것인가. 뻔한 결론을 놓고 무슨 쇼를 하고 있는가. 그 곁에서 펼쳐지고 있는 막말의 경연은 또 뭔가. 그런 막말로 뭘 얻을 셈인가. 저 너머 어느 나라 정치가 어떻다고 말할 것도 없다. 사색당쟁으로 나라의 쇠망을 자초한 조선 중후기 선조들조차도 조탁(彫琢)의 시로 싸웠다. 각(角)을 세웠으나 격(格)을 놓지 않았다. 전직 총리까지 뛰어든 저주의 굿판, 바닥을 훤히 드러낸 포퓰러리즘이 슬프다. 당장 트위터를 끄고 페이스북을 닫으라. 액정화면 위에서 필부(匹夫)처럼 재잘대지 말고, 마이크를 잡고 맑은 소리로 시대의 담론을 말하라. 당당하게 정치하라. jade@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7월에 생각나는 것들

    [김일수 樂山樂水] 7월에 생각나는 것들

    7월은 고향 마을 청포도만 익어 가는 계절이 아니다. 우리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는 제헌절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공휴일도 아니지만, 제헌절을 통해 헌법적 가치의 울림을 가슴속에 되새기는 일은 시민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헌법을 구성하는 두 기둥은 권리장전과 통치기구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이미 오래된 국가철학에 따르면 통치기구의 구성과 역할 분담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헌법이 제정된 지 반세기를 훨씬 뛰어넘었고, 그 사이 한 세기는 가고 새로운 세기가 도래했다. 정치적·경제적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라 수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고, 개정의 필요성은 오늘도 정치적 현안 중 하나다. 비교적 변화가 없어 보이는 기본권의 의미조차 시대의 흐름을 좇아 강조점이 변하고 있다. 계몽기 이전 종교 권력이 지배하던 시대를 제외한다면 이 땅 위에 절대적인 것은 없어 보인다. 인권 내지 기본권의 역사에서 큰 줄기는 절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확립하는 일이었다. 그 맥락에서 기본권의 중점은 그 후로도 주로 국가권력에 대한 개인의 방어권에 치우쳐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민주정치가 성숙하면서 개인의 자유에 바탕을 둔 사회질서가 확립되자 시민들은 점차 국가권력을 더 이상 시민적 권리들에 대한 위협인자로 간주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국가권력을 대내외적인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힘으로 인식하게 됐다. 지난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시장의 글로벌화, 노동시장과 사회적 관계의 유연화, 핵가족화로 인한 전통적 유대와 보편적 공동체 정신의 약화 그리고 고도의 개인주의 및 다원주의의 확산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더 많은 안전을 향한 노력들이 이젠 안전을 다른 사회적 가치나 목표의 우선순위에 놓고, 시민생활과 정치생활의 일상을 지배하는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안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계몽기 이래로 법치국가 전통에서 우위를 점했던 개인의 자유에 특별 희생이 요구되기도 한다. 헌법적 가치관에 나타난 이 같은 변화는 헌법의 구체화 규범인 형사법의 영역에서도 더욱 세차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전통적인 근대 형법은 자유의 틀 안에서 안전을 추구해 왔지만, 후기 현대의 안전형법·예방형법은 안전의 틀 안에서 자유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김영란법’을 예로 들면 더 실감이 갈 것이다. 이 법안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도 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스폰서로부터 대가 없이 금품을 받더라도 처벌받게 된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청렴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이 법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안전형법·예방형법의 틀에서 보면 그와 같은 주장도 일리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통적인 법치국가 형법은 개인의 자유를 위해 국가형벌권을 최소한·최후수단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형법은 피해자 없는 일탈행동이나 사회윤리 위반을 형법의 소관 사항에서 배제한다. 혹여 개인의 자유적 기본권의 포기할 수 없는 본질적 한계선을 넘어갈까 두려운 탓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형사법을 이 한계선 너머로 팽창시키려는 시도가 빈발하고 있다. 외교, 학문, 예술, 윤리, 사적 영역에까지 형법 수단을 과도하게 투입하려 한다. 청렴의 도를 확립하기 위해 형법을 전진 배치하려는 시도는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행정법적 징계벌을 강화하고 엄격히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면 형법 수단의 투입은 절제돼야 한다. 안전·예방에 몰입한 이들은 자유의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하고, 자유의 정신에 심취한 이들은 안전의 울림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느 일방의 절대화는 헌법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 케이블 드라마 ‘몬스타’ 인기 비결 있네

    케이블 드라마 ‘몬스타’ 인기 비결 있네

    아이돌 스타 이야기, 음악드라마, 스타 배우의 부재…. tvN과 Mnet에서 동시 방송되는 12부작 드라마 ‘몬스타’는 방영 전부터 적잖은 우려를 안고 시작됐다. 그러나 9화까지 방영된 지금은 ‘명품 케드’(케이블 드라마)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최고 시청률이 3.9%(5일, 닐슨코리아)에 달했다. 유재하의 ‘지난날’, 김현식의 ‘슬퍼하지 말아요’에서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까지 1980~2000년대 히트곡들을 새롭게 편곡해 부른 노래들은 음원사이트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2화가 방영된 후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의 주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계속 보게 된다”였다. 인터넷 소설을 보는 듯한 초반 설정 때문이다. 사고를 친 뒤 자숙을 위해 학교에 다니게 된 아이돌 스타 설찬(용준형)이 자신에게 영 관심 없는 4차원 소녀 세이(하연수)와 짝이 되고, 잘생기고 듬직한 반장 선우(강하늘)와 삼각관계로 얽힌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10대 소녀들의 판타지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판타지는 서서히 걷힌다. 서로 데면데면했던 아이들이 얼떨결에 ‘칼라바’라는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준비하면서 드라마는 점차 현실 속 10대들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설찬은 사실 사랑과 우정에 서툴고 어머니의 정이 그리운 아이다. 엄마와의 관계가 틀어진 채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세이, ‘엄친아’이지만 아련한 첫사랑을 간직한 선우, 단짝에서 일진과 왕따로 갈라선 도남과 규동 등 등장인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대들의 모습이다. ‘몬스타’는 기존 청소년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가면서도 어딘가 다른 감성을 향해간다. ‘몬스타’ 속 10대는 ‘드림하이’처럼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지도, ‘학교’처럼 교육 현장의 모순을 경험하지도 않는다. 대신 부모, 친구, 사랑 등 어느 하나씩은 결핍돼 있는 아이들이 학교를 겉돈다. 속으로는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자기방어적인 말들을 툭툭 내뱉는다. 김원석 PD는 “부모와 이웃, 친구들과의 소통이 끊긴 채 대입과 취업에 내몰린 10대들의 외로움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을 이끌어가려는 열혈 교사나 꾸짖고 격려하는 어른도 없다. ‘몬스타’ 속 어른들은 가만히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조용히 도와줄 뿐,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건 10대들의 몫이다.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몬스타’가 이뤄낸 중요한 성과다. 음악드라마라는 장르는 낯설지만 ‘몬스타’가 음악을 다루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시청자들은 tvN ‘응답하라 1997’을 통해 90년대 히트곡들이 드라마 ost로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음을 확인했고, Mnet ‘슈퍼스타 K’를 통해 기존 히트곡을 새롭게 편곡하는 묘미를 경험했다. tvN과 Mnet은 기존의 음악적 노하우를 결합해 배우들이 과거의 히트곡들을 악기 두세 개로 연주하며 부르는 뮤지컬 같은 장면들을 연출해 냈다. 지상파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과 불륜 같은 막장 코드를 되풀이하는 사이 케이블 드라마는 참신한 소재와 장르로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 끌고 있다.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과 ‘응답하라 1997’,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 등이 대표적이다. ‘몬스타’ 역시 케이블 방송사의 노하우와 참신한 시도가 빛을 발한 드라마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식품업계 홍보 마케팅, 시식 대신 쿠킹클래스

    식품업계 홍보 마케팅, 시식 대신 쿠킹클래스

    “시중에 파는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아요. 아이들한테 먹일 때 아무래도 찝찝하죠. 집에서 직접 건강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어요.” 지난 11일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 내 ‘백설요리원’. 요리 스튜디오인 이곳에서 전문요리사 백현숙씨는 14명의 20~40대 여성들 앞에서 아이스크림 간식을 선보였다. 지난 4월 새로 나온 ‘백설 아이스크림용 믹스’를 활용한 요리였다. 참가자들은 백씨의 강의에 따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초콜릿 과자 사이에 끼워 만든 ‘브라우니 샌드’, 우유 등에 적신 빵 위에 딸기 치즈 아이스크림을 올린 ‘브레드 푸딩’ 등을 직접 만들었다. 지난 3월 결혼한 새댁인 김수진(35·서울 은평구 응암동)씨는 “음식 솜씨가 없는 편이지만 오늘 배운 요리는 쉬워서 남편에게 만들어 주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업계는 신제품이 나오면 으레 대형마트에서 시식 행사를 열던 단순한 홍보를 벗어나 쿠킹클래스(요리교실)를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쓰고 있다. 제품을 이용해 근사한 요리를 만드는 법을 알려 주고 자연스러운 입소문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매월 10번의 쿠킹클래스를 연다. 문신정 CJ제일제당 마케팅실 대리는 “한 수업에 최대 18명이 참가하는데 신청자가 매번 250~300명가량 몰린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수업 직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후기를 올리는 등 간접 홍보를 해줘 쿠킹클래스가 매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초 매실청 담그기 수업을 진행한 뒤 설탕과 올리고당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상승했다고 CJ제일제당은 설명했다. 요리법은 외부 전문요리사가 개발하지만,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식용유, 달걀, 두부, 믹스류 등의 제품을 충분히 활용한다.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다른 식품 기업들도 쿠킹클래스를 활발히 운영 중이다. 샘표는 서울 중구 필동 본사에 마련된 식문화연구소 ‘자미원’에서 월 3~4회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초보 주부와 남성들을 대상으로 ‘요리 에센스 연두’ 등 자사 제품을 사용해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부터 월 2회 카레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카레의 주 소비층인 20대 후반~40대 중반 주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400여명이 참가했다. 대상 청정원도 주부 소비자 홍보대사인 ‘자연주부단’을 대상으로 매월 신제품 등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임신 중 태아도 감염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임신 중에 임신부를 통해 태아에게 수직 감염된다는 사실이 국내에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송용상·박중신·이승미 교수팀은 2009~2010년 건강한 임신부 1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HPV 수직 감염률이 19%에 달했다고 최근 밝혔다. HPV는 종류만 100여종이 넘는 인체 감염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과의 역학적 관련성에 따라 고위험군(16·18형)과 저위험군(6·11형)으로 분류된다. 주로 상피 내 종양과 같은 전암성 병변이나 자궁경부암, 항문·생식기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고위험군이다. 이에 비해 저위험군은 대부분 양성 병변인 생식기 사마귀나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과 관련이 있지만, 일부 사마귀의 경우 많게는 수백개가 동시에 생겨 생식기나 항문을 뒤덮기도 한다. 정상인의 경우 성장해서 성생활을 시작하면 HPV에 감염될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던 여성의 절반가량이 성생활을 시작한 지 3년 이내에 HPV에 감염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임신 중인 여성 24%가 HPV에 감염돼 있었으며, 이 가운데 19%가 태아에게 수직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태아의 감염 여부는 임신 기간 중에 태반검사를 거쳐 최종 진단이 이뤄졌다. 특히 HPV는 임신 초기나 중·후기 등 월령에 관계없이 태아에게 수직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렇게 태아에게 전파된 HPV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임상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송용상 교수는 “대부분의 신생아 HPV 감염이 임상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의학계 견해”라면서도 “향후 HPV에 감염된 신생아를 추적 관찰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당신의 책]

    북학의(박제가 지음, 안대회 역주, 돌베개 펴냄) 조선 후기 실학자 초정 박제가(1750∼1805)의 대표작 ‘북학의’는 청나라의 풍속과 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와서 쓴 기행문이다.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워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혁신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 ‘북학의’는 출간되지 않고, 필사본으로 널리 읽혔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사본은 20여종을 웃돈다. 이 책은 2003년 선집 ‘북학의’를 낸 바 있는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지난 10년간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 등에 흩어져 있는 사본들을 모두 수집해 차이 나는 내용을 바로잡고 원문을 일일이 확정하는 교감(校勘) 과정을 거쳐 완성한 국내 첫 한글 완역 정본이다. 544쪽. 2만 8000원. 마이너리티 클래식(이영진 지음, 현암사 펴냄) 멘델스존이 인정한 작곡가 요하임 라프, 생상스가 찬사를 보낸 지휘자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스트라빈스키가 감탄한 피아니스트 마르셀 메이에르 등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대가들이 격찬한 클래식계의 숨은 거장 49인을 새롭게 조명했다. 음악평론가인 저자는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음에도 스타 예술가들의 화려함 뒤에 가려졌던 이들을 무대에 세웠다.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러시아를 탈출해야 했던 피아니스트 유리 예고로프, 한때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불안 증상과 무대 공포증으로 빛을 잃어간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래빈 등 낯설지만, 특별한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자들이 음악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음반 구매 방법과 더불어 유튜브 영상,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정보도 꼼꼼히 소개했다. 576쪽. 2만 2000원.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책세상 펴냄) 미국 버지니아대 문화인류학 강사이자 버지니아주 애팔래치아산맥의 폐광촌 마을 빅스톤갭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다. 저자와 그의 남편은 헌책방 주인이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과감히 이주한다. 낡은 저택을 충동적으로 사들인 부부는 지역 출신 문인인 존 폭스 주니어의 작품 이름을 따 헌책방 ‘텔리스 오브 론섬 파인’을 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난관에 부닥친다. 안락한 현실을 포기하고, 꿈을 찾아 떠난 애서가 부부의 열정이 자신들의 인생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삶을 바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440쪽. 1만 4800원.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1987년 타계하기 직전 24가지 질문을 남겼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종교란 무엇인가’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등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구나 품을 수밖에 없는 신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이고 절박한 물음들에 대해 철학자 김용규가 신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해답을 모색한다. 대중과 소통하는 철학교양서를 집필해온 저자는 특정 종파나 신학적 경향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잡힌 시선과 인문학적 관점으로 신과 인간, 종교, 과학의 다양한 문제들에 관한 합리적 길을 찾는다. 476쪽. 2만 5000원.
  • 지방의원 해외연수 보고서 “너무하네”

    지방의원 해외연수 보고서 “너무하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보고서가 여전히 엉터리다. 방문국가와 방문 기관의 일반현황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상당부분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들을 복사해 갖다 붙이는 등 성의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10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공무 국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자는 15일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의장은 제출받은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동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보고서는 논문형식으로 작성하되 주요 업무수행사항, 관련정보 분석내용, 건의사항 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보고서 작성요령이 명시돼 있지만 이대로 작성된 보고서는 찾기 힘들다. 지난 4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보고서는 총 49페이지로 작성돼 있는데 이 중 20여페이지가 나라와 기관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중 상당수는 인터넷에서 퍼다가 그대로 앉힌 글이다. 나라를 소개하는 도표까지 똑같다. 인터넷 복사판이다보니 프랑스의 경제현황, 한국과 프랑스 교역규모,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국인 인구 등은 2010년 자료다. 연수에 참여한 의원 2명이 각각 6장씩의 연수 후기를 썼지만 기행문에 가깝다. 정책을 제안한 것은 프랑스 파리처럼 쓰레기소각장이나 하수종말처리장을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정도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2007년에 도의회 해외연수보고서를 분석, 90% 이상이 방문국 일반현황과 관광지를 소개한 부실보고서라는 지적을 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 보고서도 도시와 시설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인터넷을 베낀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런 보고서마저 의원들이 직접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상임위원회 별로 의원들을 보좌하는 공무원들이 있는데 어떤 도의원이 보고서를 직접 쓰겠냐”라면서 “공무원이 연수에 동행하는 여러 가지 이유에 보고서 대필도 포함된다”고 귀띔했다. 부실 보고서와 대필 등을 막기위해서는 지방의회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의회 공무 국외여행 심사위원인 이춘수 충북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연수를 떠나기 전에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 개별적으로 계획서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도끼자루, 임부 몰래 밥상 아래 두면 딸이 아들로?

    도끼자루, 임부 몰래 밥상 아래 두면 딸이 아들로?

    ‘호랑이에게 물리면 참기름 3~4홉을 마시고 상처를 기름으로 씻은 다음 백반을 가루로 만들어 상처에 붙이면 통증이 멈추고 곧 효과가 난다. (중략) 못 먹는 버섯은 털이 있는 것, 아래 무늬가 없는 것, 밤에 빛이 나는 것, 삶아도 익지 않는 것, 요리를 해도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 봄이나 여름에 악충이나 독사가 지나간 것 등이니, 이들 버섯은 먹으면 모두 사람을 죽게 한다.’ 조선 시대 관료들의 행정 편람서였던 ‘고사촬요’(攷事撮要)의 일부다. ‘일을 살핌에 필요한 지식을 요령 있게 추려 엮은 책’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책에서 독자들은 당시 호랑이에게 물리는 사람과 독버섯을 먹고 죽는 사람이 적지 않았음을 자연스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형벌에 대한 규정이나 좋은 주거지를 고르는 법, 벼룩 없애는 법 등 책에 실린 다양한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조선의 사회상이 그림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실용서로 읽는 조선’은 당시 쓰인 실용서를 통해 조선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와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정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2명이 조선시대 실용서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맥락을 탐색했다. 머리말을 쓴 정호훈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는 “미시의 관찰 속에서, 포착하기 쉽지 않은 조선 사람들의 땀내 나는 일상을 확인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책이 소개하는 실용서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사송유취’(詞訟類聚)나 ‘결송유취보’(決訟類聚補) 등의 법서는 공자의 이상에 따라 소송 없는 사회(無訟社會)를 추구했지만 사법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현실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1527년에 간행된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조금씩 한자의 자리를 대체해 가는 한글의 모습이 드러나고, 어의 이시필이 저술한 ‘소문사설’(?聞事說)에서는 명·청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여 실용적인 지식을 발전시키려 한 중인들의 단면이 엿보인다. ‘남편이 장날에 새 도끼 자루를 만들어서 임부 몰래 상 아래 두면 여자 태아가 남자 태아로 바뀐다’ 등의 내용을 담은 ‘규합총서’(閨閤叢書)나 ‘태교신기’(胎敎新記) 같은 책에서는 조선 후기 여성들의 출산 문화를 읽어낼 수 있다. 꽃과 나무를 키우는 방법을 기록한 ‘양화소록’(養花小錄)과 가야금 악보 ‘졸장만록’(拙庄漫錄)에는 팍팍한 일상에서도 삶의 여유와 풍류를 즐긴 정취가 녹아 있다. 저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풍부한 삽화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책을 읽다 보면 후세는 실용서를 통해 2013년의 한국을 어떻게 돌아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영어 학습서와 자기 계발서의 시대? 몸매 관리와 재테크의 시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문단데뷔 40년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김문이 만난사람] 문단데뷔 40년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그의 집은 ‘와초문학뜰’이다. 뜰 바로 아래에는 조용히 출렁이는 탑정호(塔亭湖)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잔디 마당에는 조각가 류훈의 작품 ‘오늘 저녁 술 한잔 어때요’가 있다. 이 조각은 세 명의 인간형상이다. 하나는 담배를 피우며 시름에 빠진 중년의 노동자이고 나머지 둘은 서로 떠들다가 ‘술 한잔 하자’는 자세를 취하며 어른을 바라보는 젊은 노동자이다. 집 뒤에는 작은 정자가 있다. ‘흐르고 머무니 사람이다’(流留亭)라는 문패가 그럴듯하게 걸려 있다. 그가 직접 쓴 글씨로 새겨넣었다. 얼핏 보아도 붓글씨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의 부인은 10년 동안 서예공부를 했다. 부인이 그가 쓴 ‘흐르고 머무니~’를 보더니 “10년 공부한 사람보다 더 잘쓰면 어떡하느냐”며 한동안 삐쳤다(?)고 한다. 정자 바로 앞에는 앙증맞은 작은 계곡이 있다. 물이 졸졸 흐르고 붕어새끼들이 이리저리 뛰놀기에 딱이다. 정자에서 몇 발짝 걸어가면 텃밭이 있다. 상추와 고추 등 푸성귀들이 자라고 있다. 글을 쓰다가 소일거리로 잠깐씩 들러 자라는 식물과의 대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곳이다. 시간과 공간이 흐르는 곳,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 있는 집’이다. 이 집은 팬들을 위해 ‘행복한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1년에 봄, 가을 두 번 공개한다. 그럴 때면 전국 각지에서 200여명이 찾아온다. 글을 써서 인세로 장만한 집일까. “논산시에서 임대해 준 것이고 임대료는 내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집필실은 1층과 2층에 있다. 1층은 정자가 바라보이는 곳이고 2층은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최근 ‘와초문학뜰’에서 문단 데뷔 40년이 되는 해에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썼다. ‘은교’ 이후 홀연히 고향 논산으로 내려간 그가 2년여의 침묵 끝에 발표한 작품이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와 ‘비즈니스’로 연결되면서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발언’을 모아 펴낸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거대한 자본의 세계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그래서 가출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달 26일 고향에서 첫 작품을 쓴 박씨와 와초문학뜰에서 만났다. 늘 그렇듯이 편하고 허름한 옷차림이다. 마당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자 얘기부터 먼저 나왔다. “원래는 마음 심(心)자를 써서 ‘심유정’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뻥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머무는 적은 없어요. 그래서 흐를 유(流)자로 바꿨더니 뻥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지요. 원래 붓글씨를 배워 본 적이 없는데 제가 직접 먹을 갈고 화선지에 쓰고 현판에 새겨 달아놓았습니다.” 머물고 흐르는 것이 곧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잠시 후 배도 고픈데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미리 와 있던 두 명의 손님과 함께 인근 민물고기 매운탕집으로 옮겼다. 식당 주인이 그를 단골손님처럼 반긴다.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닭도리탕’과 ‘매운탕’을 주문하고 “막걸리 두 병과 소주 한 병 주세요”라고 했다. 주종과 주량을 물었더니 “오늘은 속이 별로 안 좋아 막걸리 두어 잔만 하겠다”고 말한다. 술은 많이 마시지 못하지만 잠자기 전 소주 반 병 정도나 과실주를 주로 마신다고 했다. 2년 동안 고향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원래는 고향으로 내려올 생각을 안 했는데 하루는 40대의 젊은 시장이 ‘형님, 고향으로 오시죠’라고 해요. 그 형님 소리가 듣기 좋더라구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서 2년 동안 살면서 금강문화권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탑정호수 건너편에 황산벌이 있습니다. 계백이 깨진 곳이지요. 이 금강문화권은 또 백제와 후백제의 멸망, 그리고 동학군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기도 합니다. 원혼이 많아 한밤중에 귀신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단다. 밤에 술을 마시고 마당에 앉아 있는데 누가 절뚝거리며 다가오더라는 것. 누구냐고 했더니 ‘계백 장군 똘마니 장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안 가고 그러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장수는 ‘계백 장군을 버리고 갈 수 없어서’라고 했단다. 얘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웃으면서 패망한 군인들의 원혼과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겠다고 했더니 “뼛골만 있어도 생명을 불어넣고 그런 것이 작가가 아니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묻혀 있는 곳이다. 2년 동안 고향사랑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술 한 잔을 마시고 담배 한 대를 입에 문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추억만 가지고 있어서 고향에 오기가 싫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에 대해 얘기한다. “과거에는 어머니들이 희생했다면 요즘은 아버지들입니다. 베이비부머 시대의 아버지들이 쓸쓸하고 외롭습니다. 가부장의 권위도 해체되고, 아버지는 늘 자식을 위해 과실을 따오고 30대의 장성한 자식조차 여전히 아버지 등에 빨대를 꽂아 과실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거대한 소비문명이 자식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어디에서 부랑하고 있는지, 지난 반 세기동안 무엇을 얻었고 잃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들이 젊었을 때에는 자식을 위해 수시로 돈을 뺄 수 있는 통장 역할을 하고 나이 들어서는 보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소설은 가족을 버리고 끝내 ‘가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거대한 폭력과 쓸쓸함을 비판하면서 특정한 아버지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온 ‘아버지1~아버지10’을 다루고 있다. 애당초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시작한 소설인데 정작 젊은이들에게 반발을 일으킬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며 웃는다. ‘은교’의 경우 시간의 반란을 그리기 위해 남자 주인공을 원래 77세로 설정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젊은이들이 읽지 않는다며 65세로 해달라고 했다. 겨우 타협점을 찾은 것이 70세. 뚜껑을 열었더니 예상과 달리 20대 여자들이 책을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에 쓴 ‘소금’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소금’은 지금까지 7만부를 찍었다. “요즘 글을 쓰는 사람은 많고 독서 인구는 그에 비해 적어요. 예를 들어 문학책이 10만부가 팔렸다고 할 때 문학을 알고 사는 사람은 2만명, 나머지 8만명은 사회적 이슈이거나 자극적인 데서 책을 구입합니다. 5만 독자를 유지한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문학은 작업”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수준이 문화적으로 높아져야 잘못된 제도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소설이란 마라톤과 같으며 빈틈없는 전략으로 뒤집기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요즘 작가들은 스타트는 좋으나 체력이 문제라면서 “소설이란 걸어갈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해야 하며 달의 뒷면, 어두운 면까지 가는 것이 문학”이라고 설명한다. 정신적인 끈기와 투지가 있어야 하며 작가의 뒷심이 약하면 시대를 바라보는 뒷심 또한 약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보에 의존해 쓰다 보니 이야기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문을 잘 안 본다고 했다. 나머지 인생을 굳이 정보에 의존해서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순간 달의 뒷면을 볼 수 있는 직관력으로 살아가려고 한단다. “30대에는 사랑받고 싶어 넓이에 정체성을 두고 글을 썼고 40대를 넘기면서 깊이를 추구했습니다. 치열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글을 써오는 동안 벌써 40년 연애한 것처럼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저 자신에게 아직도 순정주의 문학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연애한다고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그는 히말라야 등정을 15차례나 했다. 존재의 등반이다. 자신의 내면 속으로 걷기, 초월적인 세계를 실감하기, 인간의 갈망이 있는 그곳에서 불멸과 순간, 현세적 삶과 초월적 삶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비우니 향기롭다’, ‘나마스테’, ‘촐라체’ 등이 이 같은 산악 세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금도 걷는 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있어 한다. 앞으로 그의 ‘문학적 걷기’는 어떻게 될까. “여기 올 때 고전소설 몇십 권을 가져왔는데 다시 틈틈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밀란 쿤데라 작품도 읽어봤고, 아마 다음은 역사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조선 후기 노론의 기반이 되는 곳이 바로 논산이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생활의 모토에 대해 물었더니 ‘가난한 밥상’과 ‘쓸쓸한 배회’라고 했다. 달랑 물에 만 밥과 김치를 먹으며 육체와 정신의 기름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범신은 누구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원광대 국문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까지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문제작가로 주목받았다. 1979년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주요 장편소설로는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 등이 있다. 김동리문학상(2001년), 만해문학상(2003년), 한무숙문학상(2005년), 대상문학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현재 상명대 석좌교수로 있다.
  • 올 국가직 7급 필기 특징 분석

    올 국가직 7급 필기 특징 분석

    지난 22일 2013년 국가직 7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필기시험을 치렀다. 올해 7급 공무원 선발 예정 인원은 총 630명이다. 지난해보다 69명을 더 뽑아서 그런지 올해 필기시험 원서 접수 인원은 총 7만 1397명으로, 지난해(6만 717명)보다 대폭 늘었다. 많은 접수 인원에서 보듯 관심이 뜨거웠던 필기시험의 합격자는 9월 6일 발표된다. 그날 누군가는 합격의 기쁨을, 누군가는 탈락의 아쉬움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올해 비록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고 해도 7급 공무원의 꿈을 계속 가슴에 품고 있다면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필기시험의 출제 유형에 대한 평가 및 분석은 기본이다. 서울신문은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들을 통해 이번 7급 공무원 필기시험의 특징을 정리해 봤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라면 공통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를 피할 수 없다. 정채영 강사는 올해 국어 시험에 대해 “공무원 시험 공부를 충실히 한 학생이라면 무난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출제됐다”면서 “지엽적이거나 까다로운 문제는 없었고 지금까지 출제 유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새로운 출제 유형도 눈에 띄었다. 정 강사에 따르면 매년 한 문제씩 출제됐던 한시(漢詩) 문제가 2년 연속 나오지 않았다. 대신 ‘한자어’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가 강조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정 강사는 “중세·현대 국어 문법을 묻는 문제가 출제된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어, 문법뿐만 아니라 어문규정, 맞춤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가 출제되므로 앞으로 특정 영역에 편중된 수험 준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어 시험은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손재석 강사는 올해 영어 과목의 경우 “독해는 평이했으나 어휘와 문법이 다소 어려웠기 때문에 80~85점 정도가 최상위 점수층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중상 정도였다”고 분석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손 강사는 난도가 다소 높았던 원인으로 중상급 이상의 어휘를 묻는 문제가 출제된 점을 꼽았다. 이어 그는 “과거 6년간 꾸준히 일정 문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영어 시험에서 ‘작문’을 요구하는 문제가 강세”라면서 “가정법 등 자주 출제되는 문법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 과목을 가르치는 선우빈 강사는 “지난해에 비해 평이한 문제들이 제시됐다. 대부분의 문제가 기출문제를 많이 본 수험생에게는 익숙한 것들이었고 난도 자체도 높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출제된 문제를 시대별로 보면 전근대사(선사시대~조선 후기)가 12문제로 가장 많았고 근현대사 부분에서 6문제, 분류사 분야에서 2문제가 출제됐다. 선우 강사는 “국가직 7급 한국사 시험은 한마디로 말하면 수능 유형의 사료 제시형 문제와 과거 단답형 공무원 문제의 절충”이라면서 “물론 직렬마다 다르겠으나 일반행정직의 경우 한국사 합격권 점수는 85~90점”이라고 예상했다.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 모집 직렬 중 ‘일반행정’ 직렬 선발 예정 인원수가 가장 많다. 일반 부문에서는 199명, 장애인 대상 부문에서는 17명을 뽑을 예정이다. 일반행정직 필수과목인 행정법 시험을 놓고 김정일 강사는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다”면서 “지엽적인 법령 문제는 감소한 반면 판례 문제가 많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판례 중에서도 지방자치법상 주민소송 대상에 관한 내용이 출제된 만큼 최신 판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는 “주민소송뿐만 아니라 행정조직법상 권한, 토지거래허가, 공용환권 등 각론 분야에서 꾸준히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면서 “각론뿐만 아니라 총론 분야 기본이론과 판례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일반행정직 필수과목인 행정학 시험은 그동안 기출문제에서 주로 다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신용한 강사는 “특히 시장 실패의 원인, 정책유형론,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 공무원의 징계 등 일부 문제는 기출문제를 충분히 학습한 수험생이라면 크게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 강사는 “이번 시험에서 국회법에 있는 국회 결산과정과 국가정보화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보화책임관의 역할을 묻는 문제는 수험생들 입장에서 조금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법령을 정확하게 암기하고 있는지를 물었다기보다는 두 개념에 대한 인식으로 정답을 유추할 수 있는 순발력을 물어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녹색기후기금 사무총장에 헬라 체크로흐

    녹색기후기금(GCF)의 초대 사무총장에 튀니지 출신의 헬라 체크로흐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에너지환경기후변화 국장이 선출됐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차 GCF 이사회가 3명의 최종 후보 중 체크로흐 국장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체크로흐 사무총장은 AfDB에서 에너지, 환경,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총괄했으며 세계은행(WB)과 씨티그룹에서 개발금융 업무를 맡기도 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녹색기후기금 본부 유치 의미와 과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녹색기후기금 본부 유치 의미와 과제/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현대 역사를 보면 세계 각국은 국제기구를 유치하여 자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활용해 왔다. 2차 대전 종전 후 유엔 창설이 가시화되었을 때, 전승국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 본부를 유치하기 위한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그러나 우여 곡절 끝에 당시 전 세계적 갑부였던 록펠러가 기부를 하여 미국이 뉴욕에 유엔 본부를 유치하였다. 그후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다자 외교의 중심인 유엔을 품고 지구사회 각 분야에 영향력을 한층 더 키웠다. 한편 스위스는 영세 중립국으로서 유엔의 제네바 본부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를 제네바에 유치하였다. 이를 통해 세계 다자외교의 또 다른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유럽에서 확고한 자리를 확보했다. 별다른 국제기구가 없던 아프리카는 1972년 최초로 세계환경회의를 개최한 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유엔환경계획 본부를 유치하여 개도국의 일원으로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국가가 국제기구를 유치할 수 있었던 데는 공통된 이유가 있다. 유치하고자 하는 국제기구가 다루는 이슈에서 이들 국가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2차대전 후 세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전쟁 비용 부담이 급증한 프랑스, 영국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강력한 국가로 부상하던 미국에 있었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으로서 어떠한 이데올로기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글로벌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기구를 유치한 후 지속적인 리더십 발휘를 하지 못하면 국제기구 유치의 혜택은커녕 국제사회에 부담만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환경 보호는 광활한 아프리카를 무시하고는 이룰 수 없는 어젠다이기에 유엔환경계획의 본부로 선택된 것이 케냐이다. 그러나 케냐가 유엔환경계획 본부 유치 후 글로벌 환경문제에 별다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자 기회만 되면 케냐를 떠나 다른 곳으로 본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21세기 현재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의 하나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유엔 사무총장의 최고 관심사항 중 하나로, 2009년 코펜하겐에서 뉴욕 밖에서 가장 큰 규모로 유엔 차원의 정상회의가 개최된 이유였다. 우리가 올여름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을 택하지 못하고 에어컨 사용을 중단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 것도 기후변화가 이유다. 이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시아, 특히 전세계 배출량의 약 30%를 배출하는 동북아 국가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지구촌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가 국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 전략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로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탄생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인정되어 강력한 경쟁자 독일을 제치고 극적으로 2012년 녹색기후기금 본부를 유치했다. 이제 본부 유치에 성공한 녹색기후기금이 잘 자리 잡도록 해 대한민국이 21세기 글로벌 질서의 새로운 장을 여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향후 계획대로 2020년쯤 녹색기후기금이 자리잡으면 2차대전 후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이끌어 온 두 개의 축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필적하는 거대한 규모의 국제기구가 된다는 사실을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 녹색기후기금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정부는 물론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초당적으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유치 과정에서 우리가 개도국 지원을 위해서 약속한 4000만 달러는 녹색기후기금이 초기에 잘 정착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창조적 경제성장과 시장중심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을 개발·전파하고자 하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와 녹색기후기금 간의 협력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주 송도에서 개최되는 녹색기후기금 이사회에서 선출될 사무총장은 향후 녹색기후기금 계획의 성공을 위한 첫 파트너가 되도록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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