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효성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어둠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비관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만족도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 강성
    2026-08-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736
  • 황교안이 구세주라는 유림 양반, 그 보수의 뿌리는 제대로 아시오?

    황교안이 구세주라는 유림 양반, 그 보수의 뿌리는 제대로 아시오?

    지난달 1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 그를 맞은 건 영남지역 종손 모임인 영종회 회원, 경북향교재단 관계자 등, 영남 종가와 유림의 간판이라 할 면면이었다. 종가의 권위가 ‘봉제사 접빈객’에서 나온다 했으니, 나름 법도에 충실했다. 문제는 ‘접빈객’의 내용이었다. “1세기마다 사람이 하나 난다고 하는데 건국 100년, 3·1운동 100년을 맞아 (정치 혼란 상황에서) 나타난 사람이 바로 황교안 대표다.”(박원갑 향교재단 이사장) “보수가 궤멸해 가는 이 어려운 처지를 건져 줄 우리 희망의 등불이요 국난 극복을 해줄 구세주.”(김종길 선비문화수련원장) 요즘 막말로 상종가를 치는 한기총 전광훈 회장이 지난 3월 예방한 황 대표에게 했다는 ‘칭송’을 연상시켰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시고….” 지난해 12월 “마음만 연합하면 문재인 저놈을 끌고 나올 수 있다”고 했던 인물이다. 시민의 반발이 없을 수 없다. 고성 이씨 문중인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고성 이씨) 선생의 증손자 이항증씨는 이렇게 개탄했다. “말 같지도 않은 행동을 하니까 시민들로부터 유림이 욕을 얻어먹는다.” 서애 유성룡의 14세손 유돈하씨는 18일 1인 피켓 시위를 했다. “어찌 선비가 되어 속유나 부유가 되어 소인배를 따르는가.” 24일 이런 펼침막이 안동 곳곳에 걸렸다. “안동 선비 어데 가고 아첨쟁이 넘쳐나노.” 오늘 펼침막은 더 걸린다. 이 꼴을 퇴계 이황, 학봉 김성일, 서애 유성룡, 경당 장흥효, 대산 이상정, 정재 유치명, 서산 김흥락, 석주 이상룡 등이 보고 있다면 무어라 할까. 목에 칼이 들어와도 허언을 하지 않던 이들이었고, 직언에 목숨 거는 걸 영광으로 알던 이들이었다. 사실 더 부끄러운 건 만천하에 드러난 ‘무지’였다. 지금의 이른바 ‘보수’는 제헌헌법부터 지금까지 헌법 전문에 명기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려 했다. 일부 족벌신문과 함께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그들이다. ‘임시정부의 법통’도, 이 나라 건국의 초석이 된 항일독립운동의 의미도 지우려 했다. 선비의 기개와 항일독립운동의 기백은 안동 자존심의 두 축이다. 안동은 지자체 차원에서 처음으로 독립운동기념관을 세웠다. 안동의 독립운동가들은 의성 김씨, 고성 이씨, 진성 이씨, 전주 유씨 등 안동 명문가 출신이 대부분이다. 민족학교의 효시였던 협동학교도 이들의 지원 속에서 설립됐고, 협동학교는 혁신유림의 산실이었다. 밀양에 약산 김원봉이 있다면 안동엔 하구 김시현(안동 김씨)이 있었다. 김시현은 영화 ‘밀정’ 주인공의 모티프가 된 인물로, 황옥 경부를 의열단으로 끌어들였다. 이승만을 처단하려다 체포돼 9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런 김시현을 두 번씩이나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이 바로 안동 시민이었다. 물론 서인-노론의 경화세족, 세도가가 돼 조선을 망국으로 이끌고, 병탄 뒤엔 일제에 빌붙어 작위와 은사금을 챙긴 가문도 있지만, 그들은 소수다. 근대사의 이런 기백은 목숨 걸고 조선을 개혁하려 했던 사림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성리학의 도통은 정몽주(경북 영천)에서 길재(경북 선산)-김숙자(경북 선산)-김종직(경남 밀양)-김굉필(대구 달성), 정여창(경남 함양)으로 이어졌다. 조광조(경기 용인) 이후 영남의 이언적(경북 경주), 이황(경북 안동), 기호의 이이(경기 파주), 성혼(서울), 호남의 기대승으로 분화되지만 영남과 안동은 사림의 원류를 이뤘다. 김종직에서 조광조에 이르기까지 사림은 훈신과 척신의 전횡을 극복하고 조선의 정치를 혁신하려 했다. 훈척이 일으킨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로 지도자들이 극형에 처해졌지만, 이들의 결기는 결국 선조에 이르러 공론정치에 기초한 사림의 시대를 열었다. 특히 조광조의 기개는 사림의 귀감이었다. 훗날 훈척의 길을 택한 기호와 달리 영남은 조광조의 길을 따랐다. 조광조가 위훈삭제를 놓고 중종, 훈척과 맞섰던 상황은 사림의 기개를 보여 준 조선 역사 최고의 명장면 가운데 하나였다. 조광조는 중종의 절대적 신임 속에 초고속 승진해 출사 후 불과 3년 만인 1518년 사헌부 대사헌에 올랐다. 그사이 향약을 보급해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고, 균전제와 한전제를 관철했다. 당시 ‘송곳 하나 꽂을 땅조차 없었다’던 농민에게 땅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공론정치의 기틀을 마련해 훈척의 농단을 막으려 했다. 현량과를 관철해 과거제를 혁신했다. 조광조 개혁의 마지막 승부처는 왕권마저 위협하던 훈척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중종 14년(1519년) 10월 25일(음력) 조광조는 칼을 빼 들었다. “정국공신에 폐주(연산군)의 총신이 많으며, 반정에 공이 없는 자도 많습니다. 공신을 중히 여기면 공과 이익을 탐내어 임금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게 됩니다.” 그는 편전까지 따라가 박원종, 유자광, 성희안, 유순정, 강혼, 유순, 구수영, 권균 등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공신 명부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종은 “이익의 근원을 어찌 한꺼번에 막을 수 있는가”라며 거부했다. 중종도 완강했지만, 조광조는 더 완강했다. 중종실록은 그로부터 30일까지 위훈삭제를 둘러싼 논란만 기록하고 있다. 왕은 두려웠다. 왕의 면전에서도 눈을 부라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던 박원종, 유순정, 성희안 등 반정공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들은 이미 죽었거나 늙고 병들었지만, 그 자식, 친척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나라의 병권을 쥐고 있었고, 심지어 사병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11월 8일 밤이 돼서야 중종은 한발 물러섰다. 3사의 수장을 사정전으로 호출했다. “70여 인을 어찌 삭제할 수 있겠는가. 공의가 시끄러운 자라면 개정해도 되겠다.” 9일 검토가 시작됐다. 왕과 조광조, 대간 사이에 105명 가운데 지목된 76명 전원의 삭제를 놓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전에는 뚜렷이 드러난 자를 개정하자고 청하고서 이제는 모두 개정하자고 하니, 어찌 전후가 다른가.” 왕은 역정을 냈다. 10일 다시 회의가 열렸다. 왕은 76명 삭제를 거부했다. 조광조가 나섰다. “어찌하여 다들 옳다고 여기는데 뜻을 고집하십니까. 임금의 뜻이 어딘가 매인 곳이 있는 것 아닙니까.” 대사간 이성동이 나섰다. “조금이라도 사사로운 뜻이 있다면 크게 두려운 일입니다.” 대제학 정광필이 따졌다. “어찌하여 우리의 말이 전후가 다르다고 하십니까.” 왕은 궁지에 몰렸다. “전후가 다른 것을 그르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12일 결국 중종은 전지를 내렸다. “이효성, 유순 등 76인의 외람된 것을 추가로 바로잡아서 공권을 맑게 하라.” 위훈삭제 후 불과 사흘 뒤 훈척의 친위쿠데타가 일어났다. 왕은 호랑이 같은 훈척이 싫었다. 하지만 물러설 줄 모르고 채근하는 사림파보다 이들이 차라리 편했다. 조광조와 사림은 역도로 몰려 숙청되고 처형됐다. 기묘사화였다. 사후 초기 그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마음으로부터 조광조를 섬겼던 퇴계조차 “타고난 기질은 아름다웠으나 학력이 충실치 못하여 하는 일이 지나침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마침내 실패했다.” 그러나 이 평가는 오래지 않아 바뀐다. “그로 말미암아 선비들이 학문의 지향할 바를 알게 되었으며, 나라의 근본이 더욱 드러나게 되었다…. 한때 사림의 화는 애석하지만, 선생이 도를 높이고 진정한 학문의 뜻을 높인 공로는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광조의 학문과 자세는 이황을 통해 영남 사림으로, 이이를 통해 기호 서인으로, 그리고 훗날 이황을 사숙한 성호 이익을 통해 채제공, 정약용, 이가환 등 기호 남인으로 이어졌다. 성호 이후 남인은 보수적인 영남 성리학파와 진보적인 남인 실학파로 분화됐지만, 구한말 노론 훈척들이 일제에 몸을 던질 때 이들은 한결같이 구국운동과 항일무장투쟁의 선봉에 섰다. 민주국가에서 주군은 국민이고, 대의는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 아무리 염량세태라지만, 최순실과 그가 조종하던 로봇 대통령에게 신명을 바쳐 출세 가도를 달렸던 사람을 두고 이 나라 보수의 구세주라고? 지금 그가 대표한다는 ‘보수’의 뿌리가 가까이로는 친일매판, 멀리로는 영남 남인을 봉쇄했던 ‘훈척 사림’이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 걸까. 퇴계와 학봉과 서애가 사당 문을 박차고 나올 일이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김경수 만난 양정철 “아프고 짠해…총선과 연결짓진 말라”

    김경수 만난 양정철 “아프고 짠해…총선과 연결짓진 말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만나 환담했다. 다만 양 원장은 “총선과 연결짓지 말라”며 이번 방문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경계했다. 양 원장은 김 지사와 만나기 1시간 전 도청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김 지사를 보면) 짠하고 아프다. 국회의원으로만 있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했을까 싶다. 도지사 되고 차기 주자가 되면서…”라며 “그런 일(드루킹 사건)은 선거판에서 일어났을 수 있다. 착하니까 바쁜 와중에 그런 친구들 응대하니까 짠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원과 협약을 통한 각 지역과의 공동정책 개발 내용이 총선 공약으로도 이어질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서는 “큰일 난다”며 바로 부인했다. 민주연구원과 자치단체 연구원들의 잇단 협약 배경에 대해서도 “총선하고 연결짓지 말라”며 “한국당 소속 자치단체에도 (공문을) 다 돌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앞서 서울·경기연구원과도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양 원장은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도 면담했다. 이날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양 원장과 김 지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포옹하고 악수도 건넸다. 김 지사는 “도지사 취임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왔다”며 “경남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이에 양 원장은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며 “경남에 필요한 중요 정책들은 경남발전연구원만큼 축적된 곳이 없다”며 “형식은 협약이지만 경남의 좋은 정책들이 중앙정치나 예산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저희가 배우러 온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 연구원들도 이런 노력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제1야당이 자유한국당인데, 한국당 여의도연구원도 경남발전연구원과 이런 협력관계를 가져가겠다면 언제든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정당마다 싱크탱크가 있는데 5개 당 싱크탱크끼리도 초당적으로 국가발전, 나라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이 있으면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기회로 싱크탱크 간 협약이 정당이나 지방정부 싱크탱크뿐만 아니라 정당 간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정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첫발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국회에서의 신속한 추경 예산 통과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되면) 지역으로 내려올 1800억원 정도를 도의회에서 통과시켜 시·군에 내려보내야 하는데 마지노선은 6월 21일까지다. 국회에서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9월로 넘어간다”며 “9월 도의회를 통과하고 10∼11월 시·군의회를 통과하면 추경의 의미가 없어진다. 현장에서 예산을 실효성 있게 사용되도록 국회가 서둘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10분 가량 환담 모습을 공개한 뒤 15분 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양 원장은 김 지사와 회동을 마친 뒤 경남발전연구원과의 업무 협약식에 참석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소설가와 정치인/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소설가와 정치인/박록삼 논설위원

    문학의 역할은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읽는 이들을 관통한 일문백답의 화두(話頭)였다. 난해한 형식과 기법 변화가 난무하는 현대문학 흐름 속에서 이 화두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그 답이 제각각이기에 문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 작가마다 조금씩 달랐다. 외부에서 새 얼굴을 데려오는 것은 여야를 떠나 예나 지금이나 모든 정당들의 숙원이다. 17대 총선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참여정부 첫해 사회개혁의 요구가 드높았다. 국회에도 정치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정당들은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렇게 호출된 이들이 바로 저명한 소설가들이었다. 당시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소설가 황석영(76)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소설가 이문열(71)을 각각 당공천심사위원으로 영입하려 했다. 선택은 달랐다. 황석영은 “작가는 현실 정치와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면서 고사했다. 반면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게 된 이문열은 “보수 진영의 이미지 쇄신을 거들고 한나라당의 변신에 일조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흔쾌히 결정했다”며 “지금 보수 진영이 거듭나지 않으면 크게 상하거나 위축될 게 뻔한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4년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이 299석 중 152석을 차지하는 압도적 결과 속에서도 공천이 잘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나라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121석을 차지하는 선방을 했다. 어쨌든 선배 문인들이 길을 닦은 덕에 그 뒤로 시인 안도현(58)은 민주통합당 대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시인 도종환(64)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재선 국회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8일 오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소설가 이문열을 찾아갔다. 자신의 총리 시절 ‘문화융성’ 정책을 자랑하는 황 대표에게 이문열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은 형식도 문제였고, 실효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내심 소설가와 정치인이 보수의 이름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그림을 그렸을 황 대표가 머쓱했을 것 같다.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써먹지도 못하는 문학은 해서 뭐하냐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문학은 권력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 9473명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로 예술 자체를 억압했음에도 잘못을 모른 채 예술을 정치의 수단으로 삼고 싶어 하는 황 대표에게 꼭 전해 주고 싶은 글이다. youngtan@seoul.co.kr
  • 美·멕시코 관세 급한 불 껐지만… ‘90일 유예’ 불씨 여전

    美·멕시코 관세 급한 불 껐지만… ‘90일 유예’ 불씨 여전

    국경에 국가방위군 6000여명 배치 약속 므누신 “기대했던 효과 없을땐 관세부과”미국과 멕시코가 7일(현지시간) ‘불법 이민 방지·관세’ 협상에 합의했다. 미국의 5% 관세 폭탄 부과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 효과를 90일 뒤 재평가하기로 하면서 트럼프발 멕시코 관세폭탄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멕시코는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이것은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 매우 성공적인 협정이 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멕시코는 불법 이민 제한 강화를 위해 미국과의 국경에 국가방위군을 배치하기로 했다.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멕시코가 군병력을 동원해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협상 타결 직후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10일부터 남부 과테말라 국경 지역에 국가방위군 6000여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망명 신청을 위해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들은 신속히 멕시코로 돌려보내는 한편 망명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멕시코에 머무르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멕시코가 병력을 동원한 불법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막겠다고 약속한 대신 미국은 관세 부과를 일단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셈이다. 멕시코 정부와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속에 열린 협상이 타결되자 안도와 동시에 환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멕시코 간 관세폭탄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이번 합의 조항에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하기로 하고 90일간 후속 논의를 진행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언제든 다시 관세폭탄 카드로 멕시코를 위협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일본 후쿠오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우리가 멕시코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기대”라면서도 “멕시코가 합의를 준수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다시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고려하며 지난달 30일 자신의 공약인 반(反)이민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멕시코를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이 중단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10일을 1차 데드라인으로 설정했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포토] 전효성, 시구 마친 뒤 ‘함박웃음’

    [포토] 전효성, 시구 마친 뒤 ‘함박웃음’

    가수 전효성이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과 두산 경기에서 시구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층간흡연’, ‘보행흡연’ 막을 방법 없을까

    ‘층간흡연’, ‘보행흡연’ 막을 방법 없을까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일반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당구장을 비롯한 공공장소 내 금연이 일상화됐지만, 길거리 흡연과 층간 흡연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현행법은 공공장소와 법률로 정한 금연구역,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 금역구역과 금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연거리가 아닌 거리에서의 보행 중 흡연은 아직 제재할 방법이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7일 ‘금연구역 지정 현황 및 향후과제’보고서에서 보행 중 흡연을 막을 대책으로 임의규정 신설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 않지만 2013년에 ‘모든 보행자를 위한 육교’ 등을 흡연금지 장소에 추가했다. 일본은 보행 중 흡연을 지자체 조례로 규율한다. 일본 1741개 시구정촌 중 128곳에서 보행 중 흡연금지에 관한 조례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시나가와구 보행 흡연 및 담배꽁초와 빈 깡통 투기 방지조례’는 보행 중 흡연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를 어겼을 때 벌칙 조항은 없다. 조숙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행 중 흡연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법 집행상 문제점이 예상돼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일본의 조례와 같이 처벌 규정 없이 임의규정으로 두거나 홍보를 통해 흡연자들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피스텔도 법적으로는 금연구역이다.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더라도 아파트와 달리 현행법에 따라 업무시설로 분류되므로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과 공중이용시설을 실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규정에 따라 담배를 피울 수 없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사적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2월 공동주택 입주자가 간접흡연 피해를 신고하면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흡연 의심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으나 강제성이 없고, 관리사무소 직원의 조사 방법과 권한 범위를 명확히 담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가는 모든 국민 위한 집”… 맞춤 복지시대 연 서대문

    “꼭 세금에 연연하지 않고도 지방정부 단위만이 가질 수 있는 지역사회 복지를 위한 힘이 분명히 있습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지난 5일 제주 하니크라운호텔 세미나실에서 열린 ‘서대문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연합 워크숍’에서 일일 강사로 나섰다. 문 구청장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사례관리 실무자, 사회보장 업무 종사자 등 지역 복지 분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마을 여건에 맞는 다양한 복지 정책을 이뤄가는 주인공이 바로 서대문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분들”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자치단체의 복지 시스템에 큰 관심을 가진 문 구청장은 이날 약 70분에 걸쳐 ‘왜 스웨덴 복지인가’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국가는 모든 국민을 위한 좋은 집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에 기반을 둔 스웨덴의 아동정책, 가족정책, 노인정책, 장애인정책 등을 소개했다. 문 구청장은 “복지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문제고 우리가 이를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좋은 선진 모델을 보고 배워서 실정에 맞게 발굴하고 창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웨덴의 경우 중앙정부는 복지정책의 큰 방향을 설정할 뿐 실질적인 집행은 지역 특색에 맞춰 지방정부가 맡는다”면서 “우리나라도 중앙과 지방정부 사이의 사회복지 역할 재조정, 즉 복지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대문구는 ‘서민이 서민을 돕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비롯해 전화 통화로 간편하게 복지 서비스를 상담할 수 있는 ‘행복1004 콜센터’, 맞춤형 복지 검색서비스 ‘서대문 복주머니’ 등 지방정부가 주도한 다양한 생활밀착형 복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대문구가 복지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해 복지 사각지대를 효율적으로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2015년 3월 처음으로 개발한 ‘서대문구 복지방문지도’는 실효성을 인정받아 전국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7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계속 외부환경 탓만 할 건가

    우울한 전망이 현실로 다가왔다. 나라의 가계부인 경상수지 적자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어제 4월 경상수지가 6억 6000만 달러 적자라고 밝혔다. ‘83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 막을 내린 것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이 쪼그라드는 판에 계절적 요인으로 4월 외국인 배당금 등이 급증한 탓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급여·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되는데, 4월 상품수지 흑자는 56억 2000만 달러(6.2% 감소)인 반면 배당 등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는 43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달부터 ‘4월 경상수지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여러 차례 운을 띄워 충격 완화를 시도했다. 2012년 이전까지는 배당금 지급이 몰리는 4월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게 세 번에 불과한 데다 5월 이후부터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파탄’ 운운하는 건 섣부르다. 증거도 있다. 경상수지 적자에도 어제 원·달러 환율이 되레 전날보다 4원 정도 떨어지고,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조원 이상의 국채를 사들인 상황은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아직 우호적이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게 문제다. 수출은 9월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22억 7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 악화는 미중 관세전쟁과 반도체 경기 하락 등 외부 요인 외에도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결과다. 이 추세대로라면 5월 경상수지 흑자전환을 마냥 장담하기 어렵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근거다. 1990년대 중반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확대된 게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더구나 한은이 그제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추가로 악화된 -0.4%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9%에서 2.6%로 낮췄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세계경기 하락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가장 큰 위기의 실체는 “외부 요인이 더 크고, 경제가 위기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낙관론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다. 정부가 현 경기 하락을 대외환경에만 돌리지 말고 현실적인 비전과 실효성 있는 장단기 대책으로 돌파하기를 국민은 기다린다. 더불어 경제부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자리에 걸맞게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각종 경제갈등 현안을 조정하고 해결하길 바란다.
  • [사설] 실업부조 ‘눈먼 돈’ 안 되게 후속 대책 촘촘해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저소득 구직자,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는 6개월간 월 5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받게 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만 18~64세 중위소득 50% 이하의 취업 취약계층은 누구나 빠르면 내년 7월부터 직업교육 등 구직활동 의무를 이행하면 취업 지원 서비스와 구직수당을 받는다. 이런 혜택이 적용되면 빈곤층은 36만명이 줄어들고 저소득층 취업률은 17% 포인트나 오른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전망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라 이름 붙인 이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국형 실업부조’의 일환이다. 지난해만 해도 실업자 10명 중 6명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은 하루가 급하다. 일자리를 잃어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의 구직을 정부가 나서 돕겠다는 정책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금성 복지의 실효성 여부다. 일자리 자체가 급감한 현실에서 취약계층에 짧은 기간 현금을 지원한다고 실제 구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퍼주기 정책이라는 쓴소리가 들리는 까닭이다. 보험료를 내고 실업급여를 받는 고용보험 가입자와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수당을 챙기려는 꼼수 행태로 사회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현금 수당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는 부처나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어수선하게 겹쳐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지급하고 있는 청년수당만 해도 정교한 관리 없이는 눈먼 돈으로 공중분해될 위험성이 있다. 고교 무상교육, 기초연금 조기 인상 등 뭉칫돈 예산이 들어갈 복지정책은 줄줄이 사탕인데, 재원 대책은 없으니 실업부조를 찬성하더라도 국민은 심란하다. 이번 대책도 고용위기의 본질을 외면한 땜질 처방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일자리를 찾아 보라고 하지 말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기활성화 등의 근본 대책을 더 치열하게 강구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 초계기 갈등 덮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연장하나

    軍 “충분히 검토… 日측 반응 기다려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군사교류협력 정상화를 합의하면서 올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군 관계자는 5일 “양국이 차후 국방 교류협력을 위한 실무급 회담을 통해 예정된 교류 계획들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관심이 쏠리는 건 한일 GSOMIA 연장 여부다. GSOMIA는 매년 8월을 기한으로 양국이 협상을 통해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어느 한 쪽이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만기 90일(3개월) 전에 통보해 폐기된다.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연장되는 형태다. 2016년 협정이 맺어진 이후 지난 2년간 반대 여론에도 북핵 위기 등 안보 상황을 고려해 갱신이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계기 갈등’이 불거지면서 GSOMIA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거세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GSOMIA는 무용지물이며 실효성이 근본적으로 의심된다”며 폐기를 주장했다. 당시 일본이 한국 함정으로부터 추적레이더(STIR)를 조사(照射·비추어 쏨)받았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끝까지 제시하지 않으면서다. 국방부는 이런 주장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안을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으로 초계기 논란이 가라앉으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내부에서는 북핵과 미사일 등 위협이 현존하는 만큼 연장 필요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GSOMIA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인 8월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물밑에서 이에 대한 접촉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GSOMIA 연장 여부에 대해 “한국만 필요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닌 일본의 필요성도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반응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점심시간 외 ‘놀이 시간 20분’ 더…아이들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점심시간 외 ‘놀이 시간 20분’ 더…아이들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지난달 31일 서울 동작구 서울영화초등학교, 오전 10시 20분이 되자 조용하던 학교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학교 건물 필로티(벽 없이 기둥으로만 이뤄진 1층) 내에 그려진 8자 놀이와 동그랑땡, 비석치기 공간은 금세 아이들로 가득 찼다. 뒤늦게 교실에서 나온 6학년 아이들은 먼저 온 3학년 아이들이 놀이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며 즐거워했다. “선배가 왔으니까 비켜”식의 강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명철 영화초 교감은 “아이들은 학년과 상관없이 모두 친구처럼 지낸다. 4월 초 필로티 바닥에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기둥에 충돌 방지 보호재를 설치했을 뿐인데 죽어 있던 공간이 살아나고, 아이들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면서 “우리가 한 일은 아이들에게 ‘여기도 놀아도 되는 공간’이라는 표시를 해 준 것뿐”이라고 말했다.●서울교육청 ‘더놀자 학교’ 11곳 시범 운영 영화초는 서울교육청이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한 ‘더놀자 학교’ 11곳 중 하나다. 더놀자 학교란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점심시간 외에 놀이 시간을 20~30분 추가 확보하고, 학교 내 공간에 아이들이 마음껏 활동하며 놀 수 있는 시설 등을 만들도록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학교당 500만원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학교 생활 적응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전통 놀이 문화를 널리 알리고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개발할 수 있는 창의력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영화초는 지난해 12월 신청서를 제출해 올해 2월 더놀자 학교로 선정됐다. 이후 학교 내부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다 빈 공간으로 놀리던 필로티 공간에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 넣기로 했다. 아이들이 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각 기둥에는 충격 완충재도 설치했다. 부족한 비용은 동작구청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 놀이 공간이 완성된 4월 전후 변화는 확실하게 나타났다. 아이들은 학교가 즐거워졌다고 했고, 학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의 변화에 만족했다. 교사들 역시 아이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지도가 더 수월해졌다며 웃었다. 이 학교 3학년 이채원양은 “교실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심심했는데, 학교에서 ‘여기서 놀아도 된다’고 하니 너무 좋다”면서 “학교에 오는 게 재밌고 즐겁다”고 웃었다. 6학년을 맡고 있는 김민영 교사는 “6학년 학생들은 놀이 공간이 생겨도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저학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놀이에 참여한다”면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 20분을 즐겁게 뛰어놀기 시작한 뒤부터 수업 시간 집중도도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또 다른 교사는 “학기 초 다른 아이들과 대화도 잘 없고 혼자 지내던 아이가 놀이 공간이 생긴 뒤부터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등 교우 관계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영화초는 오전 9시 수업을 시작해 1~2교시는 블록 수업으로 통합 진행한 뒤 쉬는 시간을 ‘중간 놀이 시간’으로 정해 20분을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블록 수업이란 2개 수업(40분씩 80분)을 하나로 합친 뒤 교사 재량으로 쉬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이다. 김 교감은 “지난해까지 쉬는 시간에 야외 활동을 하는 학생 수가 30~40명 수준이었다면 놀이 공간을 만들어 준 이후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오는 학생 수가 150명 안팎으로 늘었다”면서 “야외 활동을 하면 친구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서로 규칙을 정하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들은 전통 놀이를 하면서 상황에 따라 기존 규칙을 바꾸거나 새롭게 추가하면서 스스로 놀이 규칙을 만드는 등 ‘창의적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김 교감은 귀띔했다. 안미화 영화초 교장은 “올해 학교 내 놀이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면서 “내년부터 중간 놀이 시간을 20분에서 30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더놀자 학교 사업을 통해 중간 놀이 시간을 더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놀이 시간 확대가 아이들 정서와 창의력 발달 등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도 지난달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의 놀이 시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놀이로 끝나지 않고 교육적 효과로 이어져야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방적인 놀이 시간 확대에 따른 교사의 업무 과중이나 학교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처음으로 중간 놀이 시간을 도입해 운영했던 유현초의 한희정(현 정릉초) 교사는 중간 놀이 시간의 긍정적 효과는 동의하면서도 정책적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한 교사는 “30분으로 중간 놀이 시간이 늘어나면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의 연장처럼 아이들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중간 놀이 시간에 발생한 안전사고 책임은 오롯이 담당 교사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사는 이어 “각 학교에서 상황에 따라 도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9년째 중간 놀이 시간을 운영했다는 상원초의 김소정 교사는 “설문 조사를 실시하면 학생들의 85% 이상이 중간 놀이 시간을 학교에서 가장 좋은 점으로 꼽을 정도로 효과는 좋다”면서 “다만 학교 내 놀이 공간이 더 확대되거나 중간 놀이 시간 내 안전사고 대책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30일 정부의 초등 저학년 중간 놀이 시간 확대 방침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아동 발달 단계 고려, 안전사고 예방, 놀이 공간 확보 등 지원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현장성과 실효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면서 “일률적 시행보다는 학교나 지역 실정에 맞는 ‘학교 자율 추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간 놀이 시간을 도입하려면 하교 시간이 늦어지는 것도 해결 과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오후 1~2시인 기존 하교 시간이 중간 놀이 시간 등으로 오후 3시까지 늦어지면 교사들의 업무량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저녁까지 아이를 돌보기 힘든 맞벌이 학부모는 이미 오후 1~2시 하교 시간에 맞춰져 있는 학원에도 보낼 수 없다면서 불만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중간 놀이 시간을 시행한 학교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대다수다. 시급한 과제는 학교 내 놀이 공간 확보다. 영화초의 김 교감은 “단순한 시설 공사가 아닌 창의적 놀이 공간 설계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더놀자 학교사업 지원금 500만원은 금액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놀이 공간이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로 끝나지 않고 보다 체계적인 교육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등 날씨로 인한 야외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다수 학교는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비가 오는 등 운동장 사용이 어려울 경우 체육관을 사용하는데, 학생 수에 비해 체육관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교실 밖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중간 놀이 시간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학교 여건에 따라 놀이 시간 확보를 권장하고 있다”면서 “학교의 자발적인 놀이 시간 확대와 놀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 확보 등을 위한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불량 보험설계사, 정보공개 안 하면 소비자는 속는다

    불량 보험설계사, 정보공개 안 하면 소비자는 속는다

    최근 독립법인대리점(GA) 소속 설계사로부터 암보험 가입을 권유받은 최모(52·여)씨는 설계사의 경력이 궁금해졌다. 그동안 얼마나 상품을 팔았는지, 혹시 불완전판매를 한 적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최씨는 곧 일반 소비자는 설계사가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씨는 “대리점과 설계사 이름, 주위에서 들리는 평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불량 설계사가 많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보 공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의 신뢰도 정보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e클린보험 시스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각 보험협회, 보험사 등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이 시스템은 오는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스템이 시행되면 최씨처럼 보험계약을 앞둔 소비자가 설계사의 이력을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e클린보험 시스템은 현재 보험업 종사자들만 접속이 가능한 ‘모집 경력 조회 시스템’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7월부터 각 보험협회는 보험사가 제공한 설계사 정보를 모아 경력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회사를 옮기는 설계사의 평판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경력 조회 시스템 접속자가 확인할 수 있는 설계사 정보는 회사별 등록 기간과 보험계약 건수, 민원 등에 의한 보험계약 해지 건수, 제재 이력 등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2017년에만 등록 설계사 90만명, 조회 건수가 180만건을 넘길 정도로 보험사와 GA의 활용도가 적지 않다. 한 보험사 직원은 “경력 조회 시스템을 처음 만들었을 당시에는 보험사나 GA가 이른바 ‘철새 설계사’를 걸러내 간접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지금은 일반 고객이 접속은 불가능하지만 소비자에게 공개를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결국 금융 당국은 접속 대상자에 일반 고객을 포함시키고, 제공 정보도 확대해 e클린보험 시스템을 새롭게 내놓기로 한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e클린보험 시스템과 기존 경력 조회 시스템을 별개로 운영하지 않고 통합 운영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e클린보험 시스템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기존 경력 조회 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던 설계사별 불완전판매 비율, 보험계약 유지율 등의 정보까지 집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재는 회사별 불완전판매 비율을 소비자가 공시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설계사 개인별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보험사와 보험대리점을 막론하고 회사 전체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대개 1% 미만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재 공시 내용에 큰 의미 부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한 번 맺은 보험계약이 1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계약 유지율’은 애초 설계사가 소비자에게 알맞은 상품을 권유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소속사 변경이 잦은 설계사는 예전 소속사에서 모집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승환계약’을 하려고 하는 탓에 계약 유지율이 낮게 나온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상품 모두 계약 후 1년 이내 20%, 2년 내에는 총 30% 정도가 해지되고 있는데 중도해지에 따른 손실은 모두 가입자의 몫이다. 문제는 도입 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실효성 논란이다. 정보 공개에 동의한 설계사의 정보만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면서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설계사는 빠져나갈 틈이 생긴 탓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4일 “‘정보 공개 부동의’ 자체가 설계사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체 공개와 선별적 공개는 서비스 효과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은 e클린보험 시스템의 조회 방법을 두 단계로 구분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금융 당국의 구상안에는 설계사의 이름과 소속, 정상모집인 여부 등 기본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은 보험에 가입할 때 알 수 있는 설계사 등록번호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온라인에서 바로 도출되는 1단계 정보로 분류됐다. 불완전판매 비율, 보험계약 유지율 등 설계사의 신뢰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보는 설계사 본의의 추가 동의를 전제로만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2단계 정보에 해당된다. 신뢰도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한 차례 과정이 더 필요한 셈이다.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설계사는 청약서에도 불완전판매 비율이 적시되지 않고 ‘제공 거부’ 표시로 처리된다. 한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전혀 문제가 없는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정보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한데, 불완전판매 전력이 있는 사람이 선뜻 공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량 설계사를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에서 정작 문제가 되는 설계사들은 정보 공개 부동의를 이유로 제외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당장 운영 중인 모집 경력 시스템에서도 설계사 중 10%가량은 정보 집적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 현재 금융 당국과 보험협회는 설계사 정보를 1, 2단계로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설계사 본인의 동의가 선행돼야 하는 점은 마찬가지다. 홍영호 금감원 보험감독국 팀장은 “보험계약을 권유할 때 e클린보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설명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가 이뤄질 것”이라며 “모든 설계사에게 정보 동의를 의무화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법 등 관계 법령에도 정보 공개 동의를 의무화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소속 설계사가 500인 이상인 대형 GA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불완전판매 비율, 계약 철회율, 설계사 정착률 등 신뢰성 지표를 GA끼리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 시스템을 개선해 소비자 보호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또 설계사 100인 이상 중대형 GA에 대해서는 반기별 공시의무를 3차례 연달아 지키지 않은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삼진 아웃제’도 검토 중이다. 1차 위반 시 ‘주의’, 2차 위반 때는 ‘시정명령’ 후 3차 위반까지 이어지면 등록을 취소해 공시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모든 법인 GA는 보험협회에 경영 실적을 공시해야 하지만 규모가 작을수록 이수율은 저조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형 GA의 공시율은 100%였지만, 중형 GA(100~499인) 127곳 가운데선 공시한 곳이 72곳(56.7%)에 불과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성남시의회 ‘필리버스터’ 도입 안건 부결

    경기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이 전국 기초의회 가운데 처음으로 발의한 필리버스터 도입 안건이 운영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4일 운영위는 제245회 정례회 1차 회의를 열어 필리버스터 도입을 골자로 한 ‘성남시의회 회의 규칙 일부개정 규칙안’을 부결 처리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방의회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반대 의견을 내며 개정규칙안은 표결에 부쳐지지도 않았다. 이기인 바른미래당 의원(서현1ㆍ2동)이 대표 발의한 개정규칙안에는 바른미래당 2명, 자유한국당 12명 등 야당의원 14명이 모두 참여한 데다 은수미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필리버스터 기록경신으로 안건 처리가 관심을 끌었다. 개정규칙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필리버스터가 민주적이고 토론과 타협의 지방의회 문화를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했는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의회 관계자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재상정은 힘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외교부, 헝가리에 크루즈 가압류 요청…文 “사고원인 규명 빈틈없도록 하겠다”

    외교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등 35명이 타고 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크루즈 바이킹시긴호에 대해 가압류를 해 달라고 헝가리 당국에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3일 “바이킹시긴호를 가압류하는 문제에 대해 헝가리 정부와 다시 한 번 교섭하라는 전문을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헝가리 당국이 침몰사고 원인 조사를 끝내면 배상 문제가 본격 논의되는데 가압류로 바이킹시긴호를 확보해 두면 향후 보상조치 등이 수월해진다. 헝가리 법원은 지난 1일 바이킹시긴호 선장을 부주의·태만으로 중대 인명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바이킹시긴호는 증거를 확보한 뒤 출항을 허가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모든 외교 채널과 가능한 물적·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사고 원인 규명에도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각 부처는 긴밀히 협력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든 피해 가족에게 최대한 신속히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에 확인되는 사항을 실시간 알려 부정확한 보도로 혼란을 주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가족 심리치료 지원, 의료·법률 지원, 사망자 운구 지원 등도 성의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번 계기에 해외 여행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해 주기 바란다”며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는 헝가리 사고 현장을 다녀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사고 수습 관련 보고를 받았다. 강 장관은 대통령 보고에 앞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헝가리 정부와 양국 합동 수색 작업뿐 아니라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연안국과의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실종자 수색에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고발생국의 긴밀한 협조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헝가리 측에 신속한 수색과 사고 원인 조사, 책임규명, 인근국과의 공조 등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관계부처 당국자들은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를 기리며 묵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바이킹시긴호, 스위스 선적이라 국제법적 절차 필요… 정부 “전방위 지원”

    바이킹시긴호, 스위스 선적이라 국제법적 절차 필요… 정부 “전방위 지원”

    외교부가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바이킹시긴호의 가압류를 헝가리 당국에 요청하면서 향후 법적조치 및 보상절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실종자 수색과 별개로 헝가리 당국의 사고 원인 규명이 끝나는 대로 법적조치 및 보상에 대한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외교부가 이와 관련해 가능한 한 모든 차원의 조치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책임과 연관된 곳은 허블레아니호를 운영하는 파노라마 데크, 뒤에서 추돌한 바이킹시긴호를 보유한 바이킹크루즈, 해당 패키지여행을 운영한 참좋은여행사 등 3곳이다. 현재로서는 바이킹시긴호의 책임이 가장 무거워 보인다. 이미 선장 유리 C(64)는 부주의·태만에 의한 인명 사고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됐다. 구속 기간은 최대 한 달이다. 과실치사 혐의가 입증되면 최고 8년형을 받을 수 있다는 현지 보도도 있다. 사고 상황을 알았음에도 그냥 운항했다는 뺑소니 의혹도 있다. 외교부가 해당 선박에 대해 가압류를 요청토록 이날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에 전문을 보낸 배경으로 읽힌다. 다만 정부는 해당 선박의 가압류를 요청하는 법적 주체가 아니므로 피해자의 가압류 신청을 위해 헝가리 측에 사전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국내 법원이나 헝가리 법원에 바이킹시긴호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바이킹크루즈의 자산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만일 피해자들이 헝가리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지만 바이킹크루즈의 헝가리 법인에 압류할 자산이 충분치 않다면 본사와 상대해야 한다. 바이킹시긴호는 스위스 선적이기 때문에 국제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소속이지만 스위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사소송에 관여하지 않는 게 관례지만 특별 사안인 만큼 변호사 선임이나 통역 등의 전방위적 도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허블레아니호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법규에 위반되는 안전장비 미비 등이 발견되면 파노라마 데크 역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파노라마 데크는 입장문에서 “2003년부터 정기적으로 정비했으며 안전·구조 장비가 항상 선상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49년에 제작돼 수차례 리모델링을 한 노후선이어서 결과는 알 수 없다. 헝가리 당국이 인양 후 선체에 대해 정밀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패키지여행을 운영한 참좋은여행사 역시 고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해당 여행사는 여행자보험과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사망자는 1억원까지, 상해치료 시 500만원까지 보장된다. 15세 미만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보험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원인 규명, 법적 책임, 보상 문제에 대해 헝가리 측에 최대한 협조를 구하고 있고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는 실종자 수색에서 진전을 이루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광주시 ‘난개발 방지’ 성장관리방안 전지역 확대

    경기 광주시는 오포읍에서 시범 시행 중인 ‘성장관리방안’을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시는 성장관리방안 결정(안)에 대한 주민열람을 오는 25일까지 진행한다. 성장관리방안은 개발압력이 높아 무질서한 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자체장이 자율적으로 수립하는 유도적 성격의 계획으로써 기반시설 계획과 건축물의 용도·배치·형태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성장관리방안이 수립된 지역에서 개발행위를 할 경우 의무사항과 권장사항으로 구분된 기반시설계획, 건축물의 용도, 경관계획 등의 기준을 이행하고 이에 따라 관계법령에서 정한 상한 범위 내에서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인센티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시는 지난 2017년 1월 오포읍을 대상으로 성장관리방안을 수립·시행했으며 주변지역으로의 개발수요 확산 등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시 전체 면적의 13.3%에 해당하는 57.3㎢에 대한 성장관리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번 성장관리방안은 오포읍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실효성 없는 인센티브 계획을 삭제하고 기존 주거형, 근린형, 산업형으로 구분된 건축물 용도계획에 일반형을 추가해 지역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계획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는 주민의견 청취를 시작으로 관계부서 협의, 의회 의견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행정절차를 통한 최종(안) 검토 후 결정 고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성장관리방안은 비시가화지역 내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대한 계획적 관리방안으로써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시는 시민이 공감하는 지역맞춤형 도시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아갈 것” 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정년 5년 연장 땐 부양부담 9년 늦춰져… 세대 간 취업전쟁 우려도

    정년 5년 연장 땐 부양부담 9년 늦춰져… 세대 간 취업전쟁 우려도

    내년 생산인구 32만명↓노인 48만명↑ 2029년 5명 중 1명이 노인 ‘초고령사회’ 인구구조 변화로 경제성장 타격 불가피 이달 말 인센티브 제공 포함 고용안 발표 실효성 있는 청년층 취업대책 병행돼야정부가 ‘65세 정년 연장’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로 치솟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청년 취업난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 압박이 초읽기에 돌입한 데다 정년 연장 문제는 정부 외에는 총대를 멜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년 연장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연간 80만명, 진입하는 사람이 40만명임을 고려하면 그 같은 효과는 완화될 것”이라면서 “청년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년 연장 논의를 서둘러 꺼낸 배경에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급감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급증이라는 인구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중위 추계 기준 생산가능인구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32만 5000명씩 줄어든다. 감소 폭은 해가 갈수록 커져 2030년대에는 연평균 52만명대가 된다. 최근 하향 추세인 경제성장률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노인인구는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향후 10년 동안 노인인구는 연평균 48만명씩 늘어난다.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가 노인층에 편입되는 탓이다. 2029년에는 노인인구가 1252만명에 달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이에 따라 정부의 노인에 대한 의무지출은 2022년까지 연평균 14.6%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의무지출 비용은 지난해만 해도 9조 8336억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16조 9725억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또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노인인구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0.4명에서 2065년에는 100.4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면 노인인구 부양 부담 증가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됐다고 가정했을 때 노년부양비가 올해와 같은 20.4세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8년(20.5세)으로 9년가량 늦춰진다. 정년 연장 효과는 해가 갈수록 커진다. 2040년 ‘정년 60세’ 기준 노년부양비는 60.1명인 반면 ‘정년 65세’ 시나리오에서 같은 수준이 되려면 2057년(60.5명)으로 시차는 17년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범정부 차원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년 연장 문제를 논의 중이다. 이달 말 발표되는 1차 논의 결과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입장과 함께 고령자 고용 확대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제는 갈수록 치솟는 청년 실업률이다. 정년 연장이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1.5%로 2000년 4월 이후 역대 최고였다. 청년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취업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험로가 예상될 수밖에 없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산업별, 규모별로 각기 다른 기업들의 정년 연장을 획일적으로 하면 청년 실업 문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청년들의 질 좋은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을 통해 절약되는 재정을 청년들에게 투입해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노인들에게는 60세 이후에도 인생의 이모작, 삼모작을 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직업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청년들이 중소기업 꺼리는 이유는

    다른 조건들이 같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6.8%까지 차이가 발생하고 정규직 비중과 노조가입 유무, 근속연수 등에도 차이가 있어 청년들이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청년 실업대책과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한국노동패널조사(2009~2017년)’를 활용해 작성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기업규모간 임금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개인 특성과 직종, 산업 등 다른 조건이 같더라도 기업규모에 따라 2.5~6.8%의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종사자수 1~29인 기업을 기준으로 할 때 30~99인 기업은 임금이 2.5% 높았고, 100~299인 4.6%, 300~999인 5.2%, 1000인 이상인 기업에서는 6.8%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규직의 임금은 비정규직보다 9.8% 높았는데 대기업일수록 정규직 비중이 높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규모가 클수록 고학력자 비중, 노조가입자 비중, 정규직 비중, 근속연수 등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었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의 경우 1~29인 기업이 22.8%인 반면 1000인 이상 기업은 48.8% 수준으로 2배 이상 높았다. 노조가입자 비중은 1~29인 기업의 경우 0.9% 수준으로 거의 무노조였지만 1000인 이상 기업은 32.2% 수준이었다. 또한 1~29인 기업의 정규직 비중은 47.9%인데 반해 10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비중은 81.5%에 달했다. 근속연수도 1~29인 기업의 경우 평균 5년이었지만, 1000인 이상 대기업은 평균 10년으로 2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실업 대책의 보완과 함께 중소기업 정책지원 효과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실업이 높아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대·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와 복지인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015년 2월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인 25.2%를 기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 예정처 산업고용분석과 권일 경제분석관은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는 근로자가구의 소득불균형과 청년 취업자들의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시행중인 중소기업 종사자에 대한 여러 복지정책의 효과를 점검·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국정농단부터 사법농단까지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계속한 검찰의 현재 과제는 정보경찰 수사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위법하게 정보수집을 했고, 이 과정에서 불법사찰이나 정치관여 의혹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보경찰 의혹은 국정원이나 국군 기무사령부의 정치관여 혐의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정보수집을 하는 국가 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경찰이 정보경찰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다시 수사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현재 수사권 체계에서는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지휘하게 돼 있으니까요. 정보경찰 수사가 여느 수사와 다른 점은 같은 사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각각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예를 들면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검찰과 경찰 모두 출동한 겁니다. 그리고는 살인 사건 피의자와 목격자를 각각 검찰과 경찰에 불러서 조사한 거죠. 똑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적용한 법조문도 살인과 상해치사로 다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경찰청장 책임 크다는 검찰, 청와대 탓이라는 경찰  정보경찰 수사는 지난해 3월 영포빌딩에서 시작합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계재단이 있는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는데, 지하실에 문건이 있었던 겁니다. 청와대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게 3000여건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정보경찰 문건도 있었습니다. 검찰로서는 ‘노다지’를 발견한 거죠.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정보경찰 수사를 시작했고, 경찰은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자체 수사를 벌였습니다.  검찰과 경찰에 수사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둘 다 상대방의 수사 내용을 모른다고 답합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수사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유독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경찰 내부 저항이 컸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이 현직 고위 간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정보경찰 피를 말릴 것처럼 수사하니 경찰 조직원들의 충격과 불만이 상당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위법 의혹에 대해 검찰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법원은 강 전 청장만 구속하고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당시 정보국장이나 청와대 치안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전직 정보심의관과 청와대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본건 가담경위 내지 정도 등에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달았습니다. 쉽게 말해 ‘경찰청장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 거죠.  경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보고 기자들이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검찰 수사에서는 구속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청와대 책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송치 대상자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기환·조윤선 전 정무수석, 이철성 전 경찰청장·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박화진 경찰청 외사국장(당시 청와대 사회안전·치안비서관)입니다. 사건 당시 경찰청에 있던 인물은 전혀 없고 청와대 근무자만 있습니다.    ◆檢“고위직 책임져야”vs警“관행인데 억울”  수사권 조정을 두고 투닥투닥 싸우는 검경인데, 이번 정보경찰 수사 반려를 두고는 양쪽 모두 일언반구 없습니다.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비칠까 의식한 탓인지 서로 아무런 이유도,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법리 적용을 이유로 반려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확인됐습니다. 유사한 범죄사실을 두고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을, 경찰은 직권남용만 적용했거든요. 결국 남은 것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 미진’입니다. 검찰이 ‘직권남용을 지시한 경찰청장 등 고위직에 대한 수사를 보완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간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를 하면서 최고위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직권남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무원에게 대가는 곧 자리입니다. 관행적으로 하던 일이라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고위직에 있었고, 과거 정권에서 잘 나갔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검찰은 이 논리를 과거 정권의 권력기관에 적용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원세훈·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직 국정원장 4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혐의에는 직권남용이 빠지지 않습니다.  경찰이 같은 직권남용을 두고 최고위직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자칫 ‘제식구 감싸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낸 전직 경찰 간부의 말입니다.  “정보경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정책·치안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런데 정당한 업무와 위법한 업무 사이 경계에 있는 일이 많아요. 세월호 유족 집회 대응 정보는 당연히 정당한 업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사찰이 될 수 있죠. 지금 정부의 정보경찰도 과거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어요. 지금 청와대도 그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정보가 있어야 정책을 펴고, 정책에 대한 반응을 알아야 되거든요. 청와대 지시를 따른 것뿐인데 죄가 된다고 하면 참 씁쓸합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기다려봐야죠.”  정보경찰에 대한 검·경의 시각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경찰은 다소 위법한 정보수집은 관행이고, 설령 불법이라 하더라도 청와대 지시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현직 경찰 간부는 강 전 청장이 구속된 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불리하니까 경찰 망신주기를 하려고 강 전 청장을 보란듯 구속했다”며 “과거 정보경찰 업무가 잘못된 것이라면 이제부터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범정 폐지한 검찰, 정보경찰은 어떻게 통제할까  검찰은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범죄정보과를 폐지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했습니다. 수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보 기능만 남겨뒀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정보경찰 개혁은 수사권 조정 논의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열린 경찰개혁 당·정·청 회의에서 정보경찰의 통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법령에 ‘정치관여시 형사처벌’ 규정을 넣고, 정보 활동범위를 명시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종료 후 브리핑에서 “현재 경찰은 준법지원팀을 신설해 모든 정보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상시 확인·감독하고 있으며,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정보수집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실효성 없는 개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보경찰의 정보는 ‘풀뿌리 정보‘라고도 불립니다. 밑에서부터 촘촘히 끌어올린 ‘밑바닥 정보’라는 뜻입니다. 과거 검찰에 범죄정보 기능이 있을 때도 정보 수집만큼은 검찰이 경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정보경찰은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도 맡고 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양복 상의를 벗어흔든 문 총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보경찰 관련 문제는 수사권 조정과 직접적 관련은 있지 않다. 수사권 조정으로 독점적 권능들이 결합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경찰이라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라는 간섭 없이 수사권을 오롯이 갖게 되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사실 정보경찰은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반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수사권 조정의 선결 과제가 정보경찰 개혁은 아니지만,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수사권 조정과 관계 없이 이번 기회에 정보경찰 개혁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수년이 흐른 뒤에 경찰청장, 정보국장, 정보경찰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되는 비극은 없어야 하니까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성냥갑 아파트 탈피 시범 대상 4곳 선정… 서울시, 정비단계부터 층수·디자인 제시

    서울시가 ‘아파트 공화국’에서 벗어나 유려한 도시 경관을 빚어내기 위해 새로 도입하는 ‘도시·건축 혁신 방안’의 시범 사업 대상지를 결정했다. 시는 상계주공5단지, 금호동3가 1, 흑석11구역, 공평15·16지구 등 네 곳을 사업지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도시·건축 혁신 방안은 현재 서울의 지배적인 이미지인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아파트 풍경에서 탈피해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도시 경관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시가 정비계획 시작 단계부터 개입해 층수나 디자인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2030년이면 서울 아파트 56%가 정비 대상이 돼 지금이 미래 100년의 서울 도시 경관을 결정지을 전환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 중인 흑석11구역과 공평15·16지구는 7월까지 시가 정비계획 변경 지침을 검토, 연말 변경을 목표로 한다.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있는 상계주공5단지, 금호동3가 1 일대 사업은 12월까지 시가 정비계획 수립 지침을 제시하고 내년 5월까지 정비계획을 결정한다. 권기욱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시범 사업 대상지는 혁신안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유형별로 추진 단계,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공공의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 사업 유형이나 추진 단계에 따라 공공 기획 모델을 보여줄 수 있는 지역, 사업 효과가 크고 주민의 참여 의지가 높은 지역 등이 선정됐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