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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의 보수였는데”…한국당 ‘발목잡기식 공약’ 내부서도 한숨

    “정책의 보수였는데”…한국당 ‘발목잡기식 공약’ 내부서도 한숨

    “정책의 보수였는데 어쩌다 우리가 발목잡기 정당으로 전락한건지...”(자유한국당 관계자)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정치적 비전을 담은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내부에서 조차 새로운 아젠다(Agenda)는 제시하지 못한 채 정부·여당 정책에 반대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당은 24일 현재까지 ‘희망경제 공약’, ‘주택 공약’, ‘교육 공약’, ‘소상공인 공약’, ‘반려동물 공약’ 등을 발표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들이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당은 가장 중요한 ‘1호 공약’으로 희망경제 공약을 내놨지만 국민이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메시지 없이 재정건전성 강화, 탈원전 폐기, 노동시장 개혁 등을 나열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1호 공약이면 뭔가 상징성 있는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어야 하는데 탈원전, 노동시장 개혁 등은 우리 당이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것들이라 신선함이나 감동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정당들의 1호 공약과 비교해보면 한국당 공약에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는 더 명확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를 내걸었다. 실효성 등을 놓고는 평가가 갈릴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전국민 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가계통신비 경감에 직결되는 무료 와이파이 공약은 국민 눈길을 끌었다.정의당은 청년층을 타깃으로 청년기초자산제를 앞세웠다. 국가가 만 20세 청년 전원에게 3000만원씩 ‘출발 자산’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인데 정의당은 이를 ‘좋은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은 토·일요일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을 적용하자는 공약을 1호로 내걸었다. 전진당 공약대로라면 올해 대체공휴일은 기존 10일에서 15일로, 내년에는 9일에서 15일로 증가한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문화를 중요시 하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전진당의 공약이 큰 화제가 됐다. 한국당은 이후에도 주택, 교육 관련 공약을 내놨지만 세부 내용은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고가주택 기준 조정, 3기 신도시 건설 정책 전면 재검토,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 원상회복, 반려동물 진료비 세제혜택 등 현 정부가 실행·추진 중인 정책에 반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한국당 영남지역 의원은 “반대를 위한 반대 혹은 핵심 없이 이런 저런 정책을 나열하는 듯한 공약 발표는 의미가 없다”며 “원래 정책은 보수 정당이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최근에는 우리가 가졌던 장점 마저도 진보 진영에 빼앗긴 모습”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진품약속’(진심을 품은 약속)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전 생애에 걸친 맞춤형 복지를 공약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2008년 총선 때는 ‘12대 비전·44대 목표·250개 과제’를 선제적으로 발표해 정책적 이슈를 선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왜?피해자 트라우마 되는 가해자의 말 한 마디전문가들 “우리 사회가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보여줘야”“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밀한 우리만의 대화?…단톡방 성희롱 왜 반복되나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OO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라고 설명했다.●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된 가해자의 ‘농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X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성범죄가 아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여성대상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더욱 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 지 등 입법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가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자문자답] 설리와 구하라,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

    [자문자답] 설리와 구하라,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

    설날, ‘한 해의 첫날’이 다가온다. 오늘 살아있는 사람에겐 이처럼 새로운 날이 찾아온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해가 바뀌어도 과거 속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녀들처럼 말이다. 더는 설리와 구하라에게 내일이란 없다. 찬란하게 빛나던 무대 위 모습도,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았을 일상도 2019년을 끝으로 멈췄다.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 “아픈 마음을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요?” “(악플이) 문자로 남는다는 게 그 사람의 감정이 안 보이니까 정말 무서워요”“좀 따뜻하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두 사람은 생전에 자신을 향한 악플을 읽고 이처럼 호소했다. 간절한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다. 악플로 인한 고통을 토로하는 기사에 다시 악플이 쏟아졌다. 어떤 이는 ‘연예인이면 악플을 감수하라’(유튜버 B****)고 말했고, 누군가는 ‘사람들은 보여주는 대로 봤을 뿐, 대중에게 싸움 건 건 본인’(ID: godl****)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혐오표현은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언어란 사회적 맥락에 의해 해석된다. 주고받는 대상에 따라 그 의미도 달라진다. 당사자에게 악플이 비수가 되어 박혀도 발화자는 ‘정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혐오표현의 기준과 제재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설리가 사망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포털에서 유통되는 기사에 한해 댓글실명제를 실시할 것과 (사실을 왜곡하거나 선정적인 기사를 써 악성 댓글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기사를 쓴 기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실명제는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미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해 폐지됐다. 발언의 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해야 포털사이트는 댓글 창을 닫아버리거나 악플을 솎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카카오는 실시간 검색어와 연예 뉴스 댓글 폐지를 선언했다. 네이버는 AI를 활용해 악플을 걸러내고 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혐오표현이 이루어지는 무수한 공간 중 극히 일부가 사라진 것일 뿐이다. AI로 악플을 제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욕설을 내뱉거나 거친 표현을 쓰는 경우만이 필터링 된다. 혐오표현은 그리 간단히 분별 될 수 없다. 실제 한 네티즌이 설리에게 쓴 악플인 ‘임신하셨나요?’(ID: ju********)는 그 대상이 20대 미혼 여성에 걸그룹 멤버라는 맥락이 필요하다. 때문에 혐오표현의 세세한 맥락까지 따지는 차별금지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자는 내용이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물론 성별, 장애, 인종, 국적을 빌미로 행해지는 포괄적 차별에 대한 법안이다. 판단의 주체는 국가인권위원회나 법원 같은 독립기구다. 평등과 차별금지라는 대원칙에 근거해 결정한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고, 혐오표현에 대한 기준과 해석도 다른 개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07년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보수단체와 일부 개신교계에 의해 여전히 막혀있다.다시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 차별금지법 역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제기된다. 인간이 인간을 혐오하는 이유와 표현 방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개별적 사례에 대한 기준을 일일이 어떻게 세울 것인가, 고민이 앞설 수밖에 없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고는 하나 결국 혐오표현의 맥락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 김지혜 교수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도 그것이 완전무결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관한 상상이며 선언’이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빛나던 별이 허망하게 지고, 끔찍한 사회적 참사가 벌어질 때면 우리는 약속한다. 잊지 않겠다고. 일종의 집단적 기억이다. 그러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집단적 기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집단적 죄의식 같은 그럴싸한 관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대신 ‘집단적 교훈은 존재한다’고 그는 말했다. 집단적 기억은 순간의 감상에 그치는 반면 집단적 교훈은 앞으로 바꿔야 할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다시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 이는 죽은 자들을 뒤로하고 오늘과 내일을, 곧 새해를 맞이하는 산 자들의 몫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실적 못 채운 임원들 네발로 ‘엉금엉금’…中 기업 또 갑질 논란

    실적 못 채운 임원들 네발로 ‘엉금엉금’…中 기업 또 갑질 논란

    중국 기업의 갑질 논란이 또 불거졌다. 21일 중국중앙방송(CCTV) 온라인판 앙시망(央视网)은 지난해 말 지린성 창춘의 한 기업 연례행사에서 행사장 바닥을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임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실은 한 유명 블로거가 자신의 웨이보에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기업 내부 고발자가 제보한 영상이라고 출처를 밝힌 블로거는 “실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외치며 임원들이 행사장을 네발로 기어 3바퀴나 돌았다”고 폭로했다. 촬영본에 찍힌 임원들은 빨간색 카펫이 깔린 행사장 바닥을 줄지어 기어 다니며 저조했던 지난해 실적에 대해 사죄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현지에서는 사기업의 또 다른 갑질 행태가 드러났다며 분노 여론이 확산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임원들이 자진해서 한 것”이라며 갑질 의혹을 부인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리슈핀(梨视频)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그들은 스스로 기어 나왔다. 임원들을 누가 기어 다니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측의 해명에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마지못해 한 것 아니겠느냐”라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에는 구이저우성 쭌이시의 한 부동산회사 관리자가 실적목표를 못 채운 직원들에게 소변을 먹이고, 가죽 벨트로 폭행해 공분을 샀다. 이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영업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바퀴벌레를 먹어야 할 것”이라거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겠다”라는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한 이유에 대해 “두 달 치 월급이 밀렸고, 그만두면 회사가 퇴직금을 깎겠다고 협박했다”라고 설명했다.같은해 5월에는 후베이성 이창시의 한 기업 직원들이 근무태도 불량 문제로 뺨을 맞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등 비인간적인 징계를 받는 동영상이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다만 지난해 1월 산둥성 짜오좡 텅저오의 도로에서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직원들이 목격됐던 사례는 애초 예상과 달리 단순 기업 홍보 캠페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을 회사가 징계한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 행사로 밝혀졌으며 이에 해당 기업은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럼에도 중국 사기업의 비정상적인 기업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앙시망’은 실적 고과라는 미명 아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을 모욕적으로 징계하고 핍박하는 사기업 문화는 근절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종업원이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그것이 노동자의 존엄성을 해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근간인 노동자의 인격을 모독하는 기업은 절대 발전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은 노동법 제96조에서 폭력과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폭력과 위협 등 불법으로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거나 강제노동 또는 근로자에 대한 모욕, 체벌, 불법 수색, 구타가 적발되면 15일 이하의 구류, 또는 벌금이나 경고에 처한다. 2018년 직원에게 소변을 먹였던 회사 관리자들은 5~10일간 구금됐다. 그러나 노동자를 대표할 노조의 독자적 활동이나 파업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이 엄격한 법 집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컨트롤타워 없는 분양가 상한제…성냥갑 아파트만 찍어낼 수밖에”

    “컨트롤타워 없는 분양가 상한제…성냥갑 아파트만 찍어낼 수밖에”

    5곳, 바뀌어야할 규제로 ‘상한제’ 꼽아 혈세 낭비 강박에 ‘헐값 SOC’도 비판 금융·법률 등 해외 사업지원 부족 호소 집값 급등 원인으론 ‘공급 부족’ 많아정부의 ‘12·16 역대급 집값 잡기 대책’에 이어 전월세 상한제,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규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친 집값’ 대책을 세우려면 실효성 등을 따져 보기 위해서라도 ‘시장 공급자’인 건설사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서울신문은 현재 건설사들을 힘들게 하는 정부 규제와 시장이 바라보는 부동산 정책 문제가 무엇인지 주요 건설사(삼성물산, 대림산업, 대우·현대·롯데·GS·포스코·SK·쌍용·효성건설) 10곳을 대상으로 21일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건설사 10곳 중 5곳은 ‘바뀌어야 할 정부 정책’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꼽았다. A건설사는 “분양가 자율화 당시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 특화설계를 통한 ‘아파트 고급화’로 도시개발에 이바지한 면도 크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주택 품질·외관 디자인 향상을 포기하고 ‘성냥갑 스타일’로 갈 확률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B건설사도 “새 아파트 선호나 대도시 집중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므로 유효한 도심지 공급 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분양가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통일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고분양가 관리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담당한다. ‘헐값 정부공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C건설사는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맡으면 기획재정부 등이 ‘혈세 낭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관행적으로 공사비를 삭감한다”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났는 데도 사무소 운영 등 간접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것도 일종의 갑질”이라고 비난했다. D건설사는 “업체 손실을 기반으로 한 ‘최저가 입찰 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설계나 디자인의 미래 가치나 개발 가능성은 따지지 않고 무조건 ‘옵션 없이 제일 싼 깡통차’만 내놓으라는 식이라 장기적으로 건설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들은 해외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해외 수주를 위한 개발사업 초기 단계 시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거나 조건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E건설사는“금융 조달, 현지 법률 등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해외 공사 특성상 노동 환경이 천차만별인데 무조건 주 52시간제를 지키라고 요구하면 해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호소도 나왔다. ‘집값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중복 가능)에 ‘주택 공급 부족’(6표)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풍부한 유동자금’(4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3표), ‘고분양가·기타’(0표) 순이었다. G건설사는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수요는 변함없는데 도심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건은 까다롭고 공급은 부족하니 당연히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에 대해 대다수 건설사는 ‘9억 미만 대출 규제 확대’, ‘분양가상한제 추가 지정’, ‘보유세 강화’, ‘재건축 연한 확대’나 ‘재개발 이주비 제한’ 등을 꼽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건설사를 힘들게 하는 규제 물었더니...

    정부의 ‘12·16 역대급 집값 잡기 대책’에 이어 전월세 상한제,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규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친 집값’ 대책을 세우려면 실효성 등을 따져보기 위해서라도 ‘시장 공급자’인 건설사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서울신문은 현재 건설사들을 힘들게 하는 정부 규제와 시장이 바라보는 부동산 정책 문제가 무엇인지 주요 건설사(삼성물산, 대림산업, 대우·현대·롯데·GS·포스코·SK·쌍용·효성건설) 10곳을 대상으로 21일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건설사 10곳 중 5곳은 ‘바뀌어야 할 정부 정책’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꼽았다. A건설사는 “분양가 자율화 당시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 특화설계를 통한 ‘아파트 고급화’로 도시개발에 이바지 한 면도 크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주택 품질·외관 디자인 향상을 포기하고 ‘성냥갑 스타일’로 갈 확률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B건설사도 “새 아파트 선호나 대도시 집중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므로 유효한 도심지 공급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분양가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통일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지금은 분양가 상한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고분양가 관리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담당한다. ‘헐값 정부공사’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C건설사는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맡으면 기획재정부 등이 ‘혈세 낭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관행적으로 공사비를 삭감한다”면서 “공사기간이 늘어났는데도 사무소 운영 등 간접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것도 일종의 갑질”이라고 비난했다. D건설사는 “업체 손실을 기반으로 한 ‘최저가 입찰 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설계나 디자인의 미래 가치나 개발 가능성은 따지지 않고 무조건 ‘옵션 없이 제일 싼 깡통차’만 내놓으라는 식이라 장기적으로 건설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들은 해외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해외 수주를 위한 개발사업 초기 단계 시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거나 조건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E건설사는“금융 조달, 현지법률 등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해외공사 특성상 노동환경이 천차만별인데 무조건 주 52시간을 지키라고 요구하면 해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호소도 나왔다. 미세먼지 등 특수상황을 고려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F건설사는“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공사기간이 줄어드는데 공정률이 25% 이상 지면되면 사고사업장으로 분류돼 피해를 본다”며 “건설사업장 공정률에 따라 제도를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집값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을 묻는 질문(중복가능)에 ‘주택공급 부족’(6표) 응답이 가장 많았다.이어 ‘풍부한 유동자금’(4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3표), ‘고분양 및 기타(0표) 순이었다. G건설사는 “내집마련을 희망하는 수요는 변함없는데 도심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건은 까다롭고 공급은 부족하니 당연히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정부가 내놓을 추가대책’에 대해 대다수 건설사는 ‘9억 미만 대출 규제 확대’, ‘분양가 상한제 추가지정’, ‘보유세 강화’, ‘재건축 연한 확대’나 ‘재개발 이주비 제한’ 등을 꼽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마포구, 취업 희망자들을 위한 청년일자리 2기 프로젝트 가동

    마포구, 취업 희망자들을 위한 청년일자리 2기 프로젝트 가동

    서울 마포구는 취업 희망 청년에게 직무역량 강화의 기회와 양질의 일자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2기 ‘마포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마포형 서체 개발 프로젝트에 이은 ‘마포형 청년일자리’ 사업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올해 마포형 청년일자리 사업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IT, 방송, 디자인 산업 분야를 토대로 관련 업계에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구는 청년들에게 관심 분야의 직무역량 강화 기회와 구정에 적용하기 위한 과업 추진 일자리를 제공하며 향후 청년들이 관련 업계에 최종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모집 분야 및 인원은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분야 20명, 방송기획 10명, 디자인 분야 10명 등이다. 근무기간은 4월13일부터 11월30일까지이며, 1일 5시간(주 5일) 근무에 5만2650원 수준의 임금이 지급된다.(4대 보험 가입, 주 유급휴일·연차 유급휴가·경조사 휴가 포함) 신청자격은 공고일 현재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서울시민으로서 관련 분야 전공자(교육수료자), 자격증 소지자 또는 실무경험이 있는 자 등이다. 접수기간은 오는 2월3일부터 7일까지다. 근무기간은 4월13일부터 11월30일까지며, 1일 5시간(주 5일) 근무에 5만2650원 수준의 임금이 지급된다. 여기에는 4대 보험 가입, 주 유급휴일·연차 유급휴가·경조사 휴가도 포함된다. 신청자격은 공고일 현재 만 18세 이상 39세 이하 서울시민으로서 관련 분야 전공자(교육수료자), 자격증 소지자 또는 실무경험이 있는 자 등이다. 접수기간은 다음달 3일부터 7일까지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난해 11월 마포형 청년일자리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과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체계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사업 추진으로 청년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살리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내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기고] 경찰개혁 없이 수사권 조정 성공하겠나/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기고] 경찰개혁 없이 수사권 조정 성공하겠나/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 지나치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했다. 이 때문에 수사권 조정은 검찰 권한이 경찰에 넘어가는 형태로 진행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성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하나의 기관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의 권한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나눠 주는 방향으로 수사권이 조정된 것이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찰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왜 자신들에게 검찰 권한이 넘어왔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이 수사권 조정에 힘을 실어 준 이유는 경찰이 검찰보다 인권 보호에 앞장서서가 아니다.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조정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경찰에 권한을 넘겨준 측면이 더 크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통해 얻은 권한을, 인권 보호가 아닌 자신들을 위해 활용할 경우 언제든 다시 뺏길 수 있다. 인권보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보완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 까닭이다.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권 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 도입이 시급하다. 당초 자치경찰제는 수사권 조정과 동시에 추진될 예정이었다. 중앙집중된 경찰 권한이 분산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을 통제하면, 권한 비대화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정보경찰인력 축소 등 개혁 작업 또한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정보경찰은 치안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만드는데, 그 정보는 대부분 집권 세력을 위해 활용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경찰에 힘이 실리고, 경찰에게 권한이 집중된다. 자유당 시절 무소불위의 경찰권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권한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위원회를 실효성 있는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행정 및 수사 경찰을 분리해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수사부서가 필요하다.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별도의 국가수사본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국민의 인권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권한 분배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찰이 인권 보호기관이 될지는 많은 국민이 확신하지 못한다. 수사권 조정의 성공은 경찰 개혁에 있다.
  •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새해 벽두부터 중동에 전운이 뒤덮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군 최고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미국 드론의 폭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군 전투기에 기지를 폭격당한 친이란계 민병대 지지 세력이 3일 전 이라크에 있는 미 대사관 점거를 시도한 데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이었다. 이란 종교도시 곰에 있는 잠카런 사원 꼭대기에 붉은 깃발이 올랐다. 순교의 피가 흐를 격렬한 전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란의 ‘복수’ 의지 표명으로 치솟은 긴장감은 엉뚱하게 무고한 176명이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가 피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정부 시위로 가득했던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망으로 반미 시위가 휩쓸었다가, 여객기 피격으로 다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난장판이 됐다. 양국 간 긴장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국제사회가 체결한 핵협상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어 이란에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했고, 최악의 경제 궁핍에 처한 이란은 중동 곳곳에 구축한 시아파 민병대를 통해 미국과 동맹에 군사 압박을 가했다. CNN과 BBC의 보도에 따르면 증오의 역사는 약 70년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이 1953년 본격적으로 이란 내정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은 수백년간 수니파 이슬람 세력의 침략과 영국 소련의 수탈로 쇠약해져 갔다. 영국은 1900년대 초부터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통해 이란 석유 비축량을 통제해 왔다. 1951년 반외세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하마드 모사데크가 민주적 지지를 통해 총리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석유 국유화 조치로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 조치는 중동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영국과 미국에 큰 타격을 줬다. 이에 영국과 미국은 이란에서 움튼 민주주의 싹을 밟았다. 영국은 이란 자금을 차단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53년 영국 첩보기관과 함께 이란 쿠데타를 부추겼다. 모사데크는 반역 혐의로 체포돼 3년을 복역하고 가택연금 상태로 여생을 보냈다.1909년 제헌 혁명으로 도입된 입헌정치는 쿠데타로 끌어 내려지고, 이란은 샤(페르시아의 왕)가 통치하는 왕정으로 되돌아갔다. 미국 덕분에 다시 정치 권력을 얻은 무함마드 리자 팔레비는 이란을 친미국가로 만들어 갔다. 현재 서방국가와 이란의 갈등 중심엔 ‘핵’이 있다. 그런데 이란 핵 기술을 처음 지원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과 이란은 1957년 민간 핵 협력에 합의한다. 미국이 이란에 기술과 자원을 지원하는 게 합의 골자다. 1970년대 미국 지원을 받은 이란은 핵 개발을 시작했고,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핵 프로그램의 토대가 됐다. 이란이 언제까지나 친미 노선을 가게 될 거란 미국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을 등에 업은 팔레비 국왕이 반대파와 국민을 탄압했다. 모사데크 계열의 민족주의 노선,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노선, 무자헤딘 등 무장노선이 모두 반 왕정 전선에 뛰어들었다.결국 1979년 1월 팔레비 국왕은 미국 보호를 받으며 이란을 떠났다. 1964년 체포됐다 추방돼 터키, 이라크, 프랑스 등을 떠돌던 호메이니가 2월 귀국했다. 4월 1일 국민투표에 이어 그는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한다. 미국과 이란이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역사의 선을 넘게 되는 사건은 1979년 11월에 일어났다. 이란 학생들은 테헤란 미국 대사관을 습격해 인질 52명을 444일 동안 억류하며, 암 치료를 구실로 미국에 입국한 팔레비 왕을 이란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국교는 단절됐고 이후 공식적으로 결코 복원되지 않았다. 양국 사이 증오는 미국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더 깊어졌다. 이라크에서 집권한 수니파 사담 후세인은 자국민 65%에 해당하는 시아파가 옆 나라 이란의 혁명에 휩쓸릴 것을 두려워해 선제공격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지원했음에도 8년에 걸친 전쟁은 이란 승리로 끝났다.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한 솔레이마니는 이 전쟁에서 커다란 전공을 세워 국민 영웅이 됐다.미국은 수십년째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은 앞에선 이라크를 지원하며 뒤로는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붙잡힌 미국인 석방에 이란이 도움을 줄 거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란이 실수로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에 세계가 황망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지만, 1988년엔 미국이 이란에 똑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선박과 무력을 주고받던 미국 군함 빈센호는 290명이 타고 있던 이란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시켰다. 미국은 실수라고 했지만 이란은 지금도 고의로 보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1997년 IRGC 내에서 해외 작전을 주도하는 엘리트 쿠드스 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때부터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등 시아파 지역에 국가 자산을 투입해 민병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이란 용병 역할을 하는 준군사조직들을 만들어 지원했다. 민병대들은 현재 10만여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중동에서 이란 대리군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비대칭전력(상대가 보유하지 못하거나 상대보다 월등히 많은 전력)이 됐다. 200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동의 적’인 탈레반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미국을 뒤에서 은밀히 도와주던 이란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에 분노했다. 다음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서 고농축 우라늄 흔적을 발견했다. 2005년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란은 국제사회와 핵 문제로 빈번하게 충돌했다. 수많은 제재로 이란은 경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수십년간 갈등 일로를 걸었던 두 국가 사이에 극적으로 온기가 돌던 때가 있었다. 2013년 취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9월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3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두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 이란,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은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민감한 핵 활동을 자제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대가로 미국 등은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2017년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해 5월 JCPOA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고 이란에 다시 전면적 제재를 가했다. 양국 간 긴장의 골은 계속 깊어져 갔다. 특히 지난해 5~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은 외국 유조선 6척을 나포했다. 6월 이란은 호르무즈 상공에서 미국 드론을 격추시켰고 트럼프는 공습 명령을 내렸다 취소하기도 했다. 9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는데 국제사회는 이 역시 이란의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일련의 갈등과 긴장 고조는 자신의 서명으로 새 핵합의를 체결하려는 트럼프와 미국 제재로 경제 위기에 몰린 이란의 적대 행위로 요약된다. 지난 8일 이란의 우크라니아 여객기를 오인 격추한 뒤로, 유럽이 이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 탈퇴와 이란의 협의 이행 축소 조치로 흔들리는 핵합의 틀 안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합의 보존을 위해 분투하던 유럽이었다. 유럽 JCPOA 서명국들은 지난 14일 합의 유효성을 논의하는 분쟁조정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19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핵합의 계속 준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국을 연일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 비판에 몰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릴 결정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회장님들 창업 꿈 키운 명당서 기업가 정신 품은 인재 기른다

    회장님들 창업 꿈 키운 명당서 기업가 정신 품은 인재 기른다

    LG, 삼성, 효성 창업주를 비롯한 많은 기업인이 배출돼 ‘기업인 사관학교’로 불리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 옛 지수초등학교가 기업가 정신 교육의 산실로 새로 태어난다. 구인회(1907~1969) LG 창업주,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주, 조홍제(1906~1984) 효성그룹 창업주는 지수초등학교 1회로 함께 이 학교를 다녔다. 지수초등학교는 농촌 학생수 감소로 2009년 문을 닫았다. 진주시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문을 닫은 옛 지수초등학교의 기업인 교육 명당 역사와 전통을 이어 가기 위해 학교 시설을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도서관·역사관 등으로 개·보수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지수초 함께 다닌 LG·삼성·효성 창업주 지수면 승산리 승산마을 앞에 있는 옛 지수초등학교는 1921년 5월 지수공립보통학교로 개교했다. 학교가 문을 열자 학교 옆 승산마을에 사는 구인회와 인근 의령 출신 이병철, 함안 출신 조홍제 등 3명이 나란히 이곳에 입학했다. 이들은 나이는 다르지만 신식 교육을 받기 위해 함께 이 학교에 다녔다. 구철회(3회) LG 부회장, 허정구(5회) 전 삼양통상 회장, 구정회(11회) 전 금성사 회장, 구태회(12회) LS그룹 창업주, 허준구(13회) 전 LG건설 명예회장, 구자경(14회) LG그룹 명예회장, 구평회(15회·전 한국무역협회 회장) 호남정유 회장, 구두회(17회)·허신구(18회) 전 LG 명예회장 등이 모두 지수초 출신이다. 또 허완구(25회) 승산그룹 회장, 허남각(26회) 삼양통상 회장, 최종락(28회) 국제플랜트 회장, 구자정(28회) 전 보람은행장, 구자신(30회) 쿠쿠전자 회장, 허동수(30회) GS칼텍스 회장, 허승효(32회) 알토전기 회장, 이균필(44회) 삼정C.T 대표이사 등도 지수초에서 기업가의 꿈을 키운 동문들이다.지수초는 1970년대 학생수가 600명이 넘을 때도 있었지만 농촌 인구 감소를 비켜 갈 수 없었다. 학교 총동창회 등에서 학생 유치에 나서는 등 노력했지만 2009년 인근 송정초등학교에 통합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송정초등학교로 통합하는 대신 통합학교 이름은 지수초등학교를 쓴다. 개교 당시 구인회·이병철·조홍제 3명이 함께 심고 가꾼 것으로 전해지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학교 건물 앞에서 100년 가까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 LG와 삼성, 효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자 이 소나무는 ‘부자소나무’(재벌송)로 불리며 관광명소가 됐다. 지수초 출신인 마을 주민 구자표(56)씨는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학교와 인근에 기업인들 생가가 모여 있는 승산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강의실·전시관 등 갖춘 교육센터 추진 진주시는 문을 닫은 옛 지수초를 기업인 정신 교육시설과 전시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산 교환 취득 방식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시는 옛 지수초 2층 건물을 고쳐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로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업비 17억원을 올해 국비 예산으로 확보했다. 건물 구조안전진단 결과 재사용할 수 있다는 판정이 났다. 빠르면 오는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강의실과 세미나실, 기업역사 전시실, 숙소,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춘 가칭 ‘경의숙’(敬義塾)을 올해 안에 준공할 계획이다. 경의숙 2층은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로 쓰고 1층은 기업가 홍보관으로 꾸밀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지수초의 명성과 이미지를 보존하기 위해 학교 건물 형태는 살려 건물을 개·보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 운영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중진공과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 건립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가 문을 열면 중진공에 운영을 위탁해 경의사상을 비롯한 유학사상에 기초를 둔 기업가 정신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 출신 성공 기업인 사례 등을 활용한 창업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진공은 창업예비생과 창업인, 기업인과 기업인 2세,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교육생, 초·중·고등학생, 대학생,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1층은 지수초 출신 기업인 전시관으로 꾸며 운영한다. ●‘부자마을’엔 기업인들 생가 나란히 시는 장기적으로 학교 부지 내 적절한 장소를 골라 대한민국 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 기업가 역사관인 ‘경의전’(가칭·敬義殿)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2022년부터 기업가 역사관 건립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건립사업비는 250여억원으로 잡고 있다. 시는 학교 건물 옆에 있는 체육관(상남관) 건물은 19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기업가 정신 전문도서관인 가칭 ‘경의관’(敬義館)으로 꾸민다. 기업가 정신 전문도서관 건립사업은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올해 4억 2400만원, 2021년 4억 2600만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올해부터 공사를 시작해 기업가 전문도서관, 휴게 공간, 부자 체험문화 공간 등의 시설을 갖춰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김판동 진주시 일자리창출팀장은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와 역사관 등이 들어서면 기업인 생가가 모여 있는 인근 승산마을과 연계돼 지수면 일대가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북쪽으로 길 건너에 부자마을로 불리는 구씨·허씨 집성촌 승산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구인회 생가, 삼성 이병철 회장의 매형인 허순구 집터 등이 모여 동네를 이루고 있다. 승산마을 기업인 생가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다. 진주시 관계자는 “승산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기업인들 생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훼손과 관리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기업인의 고향서 부자氣 받아 가세요”

    “기업인의 고향서 부자氣 받아 가세요”

    “진주는 세계적인 기업인이 많이 배출된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의 본산입니다.” 조규일(56) 경남 진주시장은 20일 “삼성, LG, GS, LS, 효성 등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이 어린 시절을 보내며 꿈을 키운 옛 지수초등학교를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 교육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수많은 기업인을 배출한 지수초가 통합으로 문을 닫아 기업사관학교로서의 명성과 전통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로 리모델링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고, 중진공도 찬성했다. 조 시장은 “유능한 기업인이 줄줄이 배출된 옛 지수초 자리는 기업인의 강한 정신이 서려 있는 기업 교육 명당으로 꼽힌다”며 “그런 명당에서 중견기업가, 예비창업인, 학생 등이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받으면 성공한 기업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용기와 힘을 얻고 강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시장은 앞으로 옛 지수초와 기업인 생가 마을 등을 연계한 ‘부자 기(氣) 받기 관광 투어’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조 시장은 “옛 지수초에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와 기업가 정신 전문도서관 등이 들어서면 기업가 생가가 모여 있는 승산마을과 연계해 ‘기업가와 부자’를 테마로 하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돼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주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지자체·지방대 협력 ‘혁신 플랫폼’…1080억 쏟아 위기의 지방 살린다

    지자체·지방대 협력 ‘혁신 플랫폼’…1080억 쏟아 위기의 지방 살린다

    첨단산업·관광 등 다양한 산업 메카 육성일각선 “누리사업 실효성 먼저 검증을”저출산과 고령화로 위기에 놓인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협력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내용의 ‘지역혁신 사업’을 시범 실시한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손잡고 첨단 산업도시로 발돋움한 독일 드레스덴의 사례를 국내에서 구현한다는 목표다. 이면에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내걸어 지방대학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시범으로 실시되는 이 사업은 비(非)수도권 지역 지자체와 대학이 ‘지역혁신 플랫폼’을 만들고 지역의 여건에 맞는 핵심 산업분야를 발굴, 육성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총 3개 지역(광역지자체 단일 또는 복수)을 선정해 국고 총 1080억원을 투입하며, 해당 지자체는 총사업비의 30%를 대응 투자한다. ‘누리사업’,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기존의 대학·지역혁신 사업과 비교하면 지자체와 대학이 주도적으로 혁신과제를 마련하는 ‘상향식’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교육부는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지자체와 대학 등이 ‘지역협업위원회’라는 심의·의결기구를 만들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총괄할 대학은 실행기구인 ‘대학교육혁신본부’를 구성한다. 대학교육혁신본부는 지역 내 대학들 간 역할 분담과 특성화 전략을 세운다. 혁신과제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학사구조와 교육과정 개편에도 나선다. 지역 내 기업 및 연구소, 상공회의소, 교육청과 지역 내 고교까지도 플랫폼 안에서 협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선박 건조 산업’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면 대학들은 ‘조선 부품 계약학과 운영’, ‘제조공정 효율화 방안 연구’, ‘지역 부품사업체 연구개발 지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지역 내 기업 및 특성화고와 협업해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나서는 식이다. 첨단산업뿐 아니라 관광, 생태, 물류 등 다방면의 산업이 가능하다.교육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월 중 기본계획을 확정·공고한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지자체와 대학이 플랫폼을 구성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6월 초 선정 결과가 발표된다. 각 플랫폼은 대학 구조조정을 포함해 지역 내 운영기반을 구축하고 내년 4월 성과평가를 받는다. 정원을 채우는 것조차 어려워진 지방대학들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사업이지만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미 위기인 지방대들은 지역 혁신을 이끌 여력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면서 “누리사업 등 기존 사업의 효과성을 먼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산업에 맞춰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지방대학의 인문학 관련 학과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려면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지자체와 대학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제도적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성료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제도적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성료

    서울시의회 김희걸 의원(정책위원장·더불어민주당·양천4)과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한국거버넌스학회가 공동 주관한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제도적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가 지난 17일 서울시의회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문제와 한계점을 살펴보고, 일자리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토론회는 1부 주제발표, 2부 패널 토론으로 나눠 1부에서는 △ 성신여대 남궁금순 교수의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현황과 분석’ △ 서울대 공공성과관리연구센터 이혜윤 박사의 ‘서울시 청년일자리정책의 실태 분석’ △ 동국대 박병식 교수의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실효성 증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뤄졌고, 이어 2부에서는 전귀권 한국정책능력진흥원 원장을 좌장으로,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제도적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석환 한양대교수, 신한대 이금숙 교수,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호남대 전광섭 교수(한국거버넌스 학회장), 전남대 이영철 교수(행정사례연구회 연구위원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김희걸 정책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자리는 시민의 삶을 지탱하고 국가의 성장 역량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양질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양극화·저출산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기반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서울시는 2020년도 일자리 예산으로 전년대비 2324억 원 증가한 2조126억 원을 편성하여 혁신지구 집중투자, 일과 생활에 균형을 맞춘 일자리 확대 등 직·간접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뉴딜일자리정책 체험자들이 관련 분야에 취업하는 경우는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일자리정책의 실효성을 증진시키고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토론회가 서울시 일자리정책의 문제점과 한계를 살펴보고, 일자리정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면서, “토론회에서 도출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내용을 시정에 적극 반영하여 획일적인 일자리정책을 넘어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시민, 학생, 공무원, 교수, 전문가, 시의원 등이 토론회장을 가득 메우는 등 예정된 시간을 넘겨 3시간여 가까이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폐암 4기’ 김철민, 개 구충제 복용 전후 CT 공개

    ‘폐암 4기’ 김철민, 개 구충제 복용 전후 CT 공개

    폐암 4기 투병 중인 김철민이 펜벤다졸(구충제) 복용 이후 근황을 전했다. 폐암 말기로 투병 중인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53)이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 복용 후 일어난 건강 변화를 공개해 18일 화제다. 김철민은 17일 오후 전파를 탄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에서 펜벤다졸 복용 전후를 비교한 CT 결과를 공개했다. 김철민은 이날 방송에서 “본인이나 가족 또는 가까운 분이 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면 과연 (펜벤다졸을) 안 먹을 것 같냐”며 “항암이 더 독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항암하면서 더 좋은 게 나오면 그걸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펜벤다졸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목소리도 돌아왔고 체력도 돌아왔다. 뛰지는 못해도 빨리 걸을 수는 있다”며 “항암이 4, 구충제가 6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체험하고 느끼는 건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의 CT를 본 영상의학전문의는 “폐에 있는 폐암이 맨 처음보다는 줄었다”며 “간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펜벤다졸의 효과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김철민은 항암치료를 함께 하고 있다”며 “일반 의사들은 항암치료 작용으로 볼 것이고 그게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앞서 김철민은 지난해 8월 펜벤다졸 복용 사실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검사서를 공개하며 “펜벤다졸을 먹은 후 종양표지자수치가 200정도 낮아졌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김철민은 방송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암 극복 의지를 다졌다. 그는 “암 투병 꼭 이겨내고 한국의 조티펜스가 되겠다”며 “김철민 괜찮아”라고 썼다. 이와 함께 기타를 들고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게시했다. 한편 김철민이 복용 중인 펜벤다졸은 개 구충제로 사용되는 벤즈이미다졸의 일종으로 위장에 기생하는 원충, 회충, 구충, 기생충, 촌충 등의 박멸에 사용된다. 지난 9월 말부터 펜벤다졸의 성분이 말기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화두에 올랐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환자들의 복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동정] 박백범 교육부 차관, 설 맞아 노인복지시설 방문

    △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설을 앞두고 17일 세종시에 있는 노인복지시설 성덕효성원을 방문한다고 교육부가 밝혔다. 박 차관은 요양 중인 노인들의 안부를 묻고 생활필수품 등 격려 물품을 시설에 기증한다.
  • [사설] 주택거래허가제 같은 초법적 발상으로 집값 못 잡는다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그제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박선호 1차관은 어제 주택거래허가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현재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강조한 터라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강 수석이 청와대에서 경제 문제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이런 중요한 발상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발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수단이다. 부동산매매허가제나 주택거래허가제는 ‘토지 공개념’에 기반한다. 노태우 정부는 지난 1989년 택지소유상한제 등 ‘토지 공개념 3법’을 도입하려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결국 폐지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에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위헌 논란에 막혔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고 국민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무리 집값 안정이 중요하다고 해도 초법적, 위헌적 수단까지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모두 1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평균 두 달에 한 번꼴이다. 고강도 규제를 담은 ‘12·16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9억원 이하 집값이 뛰고 전셋값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를 낳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기판으로 변질됐다.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무순위 청약에선 경쟁률이 무려 3만 66대 1까지 치솟았다.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 물량이 대상이니 본청약보다 경쟁률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라고 할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규제 만능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이기느냐, 시장이 이기느냐의 대결이 아니다. 부동산 대책의 출발점을 투기세력이나 가격에 맞춰서는 안 된다. 정책의 오류를 되짚어 봐야 한다. 내집 마련 기회가 사라질까 속이 타들어 가는 국민 입장에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고강도 대책이 아닌 공급에 초점을 맞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우리·하나銀 “경영진 개입 없어” 금감원 “DLF 통제 못 한 책임”

    우리·하나銀 “경영진 개입 없어” 금감원 “DLF 통제 못 한 책임”

    금감원 “불완전판매 충분히 법률 검토” 은행들 “금융사고 경영진 처벌 조항 없어” 중징계 땐 두 은행 회장 연임·선임에 타격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금융당국과 은행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을 은행 경영진에게 물을 수 있느냐’는 게 핵심 쟁점이었다. 당국은 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은행들은 경영진이 중징계를 받는 사태를 막기 위해 방어막을 폈다. 양측의 공방이 길어져 최종 제재 수위는 오는 30일 추가로 열릴 제재심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16일 열린 DLF 제재심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내부통제 부실 책임이 경영진 제재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현행법에는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을 처벌할 수 있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내부통제 기준이 미흡했다며 경영진을 제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내부통제 실패 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할 근거를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현행법에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시행령에도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된 점을 강조했다.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곧 DLF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법에 명시된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률적 검토를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제재심은 법원 재판과 같이 금감원 조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함께 나와 각자의 의견을 내는 대심제로 진행됐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출석해 오후 6시까지 변론을 이어 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저녁이 돼서야 제재심에 참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상보다 공방이 길어져 하루 만에 끝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금감원이 사전 통보한 중징계가 그대로 확정되면 이후 3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손 회장은 3월 주주총회 전 중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이 어려워진다. 함 부회장도 차기 하나금융 회장 도전에 타격을 받는다. 은행들이 DLF 판매와 관련한 의사 결정엔 경영진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사태 발생 후 신속한 자율 배상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다. 한편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우리·하나은행 경영진의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이낙연, ‘전세 대출’ 어떻게 받나 봤더니…“잠원동 집 비워놨었다”

    이낙연, ‘전세 대출’ 어떻게 받나 봤더니…“잠원동 집 비워놨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고가 전세계약’에 대한 의혹이 풀렸다. 일각에서 ‘편법으로 전세대출을 받는다’, ‘전에 살던 잠원동 아파트를 매각한다’는 등의 낭설이 떠돌았지만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교남동 경희궁 자이에 투입될 전세자금은 잠원동 주택의 전세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지금까지 이 전 총리의 새집 보증금 마련에 관심이 쏠렸던 것은 금융당국이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의 전새대출을 봉쇄하면서 이 전 총리 역시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실제로 16일 금융위원회는 시세 9억 이상 유주택자들의 전세대출을 어렵게 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전세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대안으로 삼던 SGI서울보증에서의 대출보증도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그간 정부는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전세대출을 막아왔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대출보증만 제한해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조치는 민간 보증업체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이 전 총리는 규제 이전 전세 계약을 맺은 탓에 SGI서울보증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 또한 현 정책에 어긋나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었다. 이 전 총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도 4억여원 남짓으로 9억원에 달하는 교남동 자이 전세금에는 절반에도 못미쳤다. 여기에 이 전 총리가 오랜시간 공관에서 생활한 탓에 보유하고 있는 잠원동 아파트를 누군가에게 ‘전세’를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전세로 빠져 있는 상태라면 9억원에 달하는 교남동 자이 아파트의 전세자금을 충당할 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잠원동 주택에 세를 주지 않고 비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직을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압박’ 때문이었다. 이 전 총리 측근은 “아무도 살지 않는 채로 비어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조만간 잠원동 자택에 세입자를 받아 전세 계약을 할 예정이다. 마침, 교남동 자이와 잠원동 자택의 전세가 시세도 ‘9억원’으로 정확히 일치한다. 이 전 총리는 SGI서울보증에 돈을 빌리거나 잠원동 자택을 처분하지 않고도 무사히 서울 종로 교원동의 새 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문 대통령, ‘가짜뉴스’에 포문 “국민 권익 지키려 노력해야”

    문 대통령, ‘가짜뉴스’에 포문 “국민 권익 지키려 노력해야”

    “재난방송의 중요성 거듭 강조”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가짜뉴스나 불법 유해정보로부터 국민 권익을 지키고 미디어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방송의 공적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디어와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정보량도 엄청나게 빠르게 늘고 있다”며 “늘어난 정보가 국민 개개인과 공동체 삶을 더욱 공감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가짜뉴스 대책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국민 생명과 직결된 재난방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며 “작년 강원도 산불을 겪은 후 재난방송이 상당히 개선됐다.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국민 안전을 지키는 방송의 역할을 다하도록 세심한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기반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미디어산업은 우리가 가진 또 하나의 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겐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한류 콘텐츠, 우수한 인적 자원이란 강점이 있다”며 “이를 충분히 발휘한다면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전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얼마든지 미디어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의 창의적 역량이 마음껏 발휘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방송 매체 간 규제 불균형,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개선해 한류 콘텐츠가 막힘없이 성장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방송콘텐츠의 공정한 제작 거래 환경도 미디어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우리 정부 들어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며 “외주 방송 제작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완전히 해소하고 방송 통신 시장에서 공정·상생 문화가 정착되도록 범부처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당부드린다”고 했다.이어 “오랜 기다림 끝에 통과된 데이터 3법은 미래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법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여러분 오셨는데 데이터 3법 통과시켜주신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은 국민 삶을 바꾸는 힘이 있고, 경제성장을 이끌 뿐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라며 “이제 미래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의 힘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앞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 강국, 인공지능 1등 국가가 그 기둥”이라며 “아직 우리가 인공지능 선두주자라 할 수 없지만, IT 강국을 넘어 AI(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잠재력을 현실로 끌어내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또 “민간협력으로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인프라인 5G 전국망을 2022년까지 조기에 구축하고 5G 기반의 새로운 혁신산업과 서비스 창출을 촉진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1등 국가의 열쇠는 결국 사람”이라며 “전문 인재 양성과 핵심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의 혜택을 고루 안전하게 누리도록 교육과 함께 인공지능 윤리에도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새로운 도전엔 난관이 따른다. 규제혁신을 둘러싼 미래관계의 충돌일 수도,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일자리의 거대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며 “그게 무엇이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 삼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기술·신산업이 취약계층 삶에 힘이 되고 교육격차 해소와 지역 문제 개선 등 포용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도록 기회를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과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 역량은 현장에 있다”며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과 손잡고 정부 정책 의지를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는 행정혁신을 거듭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제3회 대한민국 글로벌파워브랜드 대상] 차세대 대사항암제 신약 개발

    [제3회 대한민국 글로벌파워브랜드 대상] 차세대 대사항암제 신약 개발

    차세대 항암 신약 대사항암제 연구개발기업인 하임바이오가 ‘제3회 대한민국 글로벌파워브랜드 대상’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하임바이오의 대사항암제 신약후보물질 ‘스타베닙(Starvanip)’은 2016년 국립암센터와 연세의료원으로부터 대사조절 항암제 기술이전을 받아 연구 개발 중인 약물이다. 모든 악성 종양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암세포만의 에너지대사 특성을 바탕으로 암세포의 에너지대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하임바이오 관계자는 “정상세포의 에너지 대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을 굶겨 죽여 기존 항암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는 세포 및 동물모델을 이용한 전 임상시험을 통해 다수의 암 종에 대한 치료 효능을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하임바이오는 현재 표준 치료에 실패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세 세브란스병원에서 안전성 및 예비 유효성 탐색을 위한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통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 IND를 목표로 파트너사인 일본 엑셀리드(Axcelead) 사와 준비 중에 있다.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이사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훈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현대의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항암치료제 시장의 ‘의료적 미 충족 수요’(Unmet Medical Needs)를 해결한다는 목표로 임직원들과 함께 신약 개발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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