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 발본 강력장치/이번 국회에서 마련하라”
◎김 대통령,민자당·내각에 지시/제2사정 착수… 실명제 고쳐 계좌 추적/청와대·총리실 대책/10대민원 담당자 재산등록
김영삼대통령은 16일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마련하라』고 민자당과 내각에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하오 청와대수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모든 것을 걸고 부정부패를 일소하려 하는데도 인천 세무공무원 횡령사태가 터져 극히 개탄스럽다』고 밝히고 이같이 시달했다.
김대통령은 『정부와 민자당은 빠른 시일안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졸속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하고 『특히 정부가 이 작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정부는 이날 「금융실명거래와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일부 보완,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금융계좌추적을 비리수사나 재산심사에 한해 크게 완화하는 것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적 공직비리 근절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청와대의 사정실무대책회의와 국무총리실의 공무원부조리근절대책회의를 잇따라 열어 문민정부 출범초기와 같은 강력한 제2의 개혁사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같은 대책안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뇌물죄와 국고횡령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관련재산을 몰수하도록 함은 물론 그에 따른 파생이익까지도 환수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의는 또 하위직의 구조적 공직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세무·건축·토지·공사·보건위생·환경·교통·소방·수사·병무등 민원관련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분야를 「대민관련 10개 취약분야」로 선정,중점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내년부터는 모든 세무공무원에 대해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2단계로 10대 취약분야에 근무하는 모든 공무원들도 재산등록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또 「기관장책임제」를 통해 이들 민원담당공무원의 신상을 특별관리하고 비리가 발생했을 때는 기관장에게 연대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은행계좌의 추적완화는 청와대에서,공직자 범죄재산 몰수범위의 확대는 법무부에서,공직자 재산등록의 확대는 총무처에서 각각 전담팀을 두고 추진한다.
정부는 각 부처기관장이 소속공무원의 범죄에 대해 형사고발보다는 징계등 행정처분으로 종결하는 관행때문에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고질화됐다고 보고 앞으로는 감사·감독기관이 위법사실을 발견할 때는 수사기관에의 형사고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구형량을 상향조정하되 사법부에도 취지를 설명,공직비리가 근절될 때까지 법원에서 중형이 선고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인천 북구청 세무비리 발생 전기간에 관련된 상급감독자와 기관장의 책임소재를 밝혀 엄중 문책하도록 내무부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