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치명상 ‘大宇 암세포’단죄
검찰이 분식회계에 연루된 주요 대우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구속키로한 것은, 국가 경제를 뒤흔든 재벌의 부도덕한 경영 행태는 엄단하지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분식회계를 총지휘한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은 해외 도피중이지만대우 사태로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해 금융기관에 2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경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문경영인일 뿐이고 김 전회장이 분식회계를 주도했다고 하더라도 지시에 따르거나 공모한 사실은 분명하다고 검찰은 본다.또죄질에 따라 구속 대상을 선별하기 어려운데다 주요 5개 계열사 대표들은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돼 주요 계열사 대표 전원 구속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계열사 임원 21명 등 고발되거나 수사의뢰된 52명 가운데 구속되지않은 나머지 사람들도 대부분 불구속 기소돼 대대적인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회계 감사를 부실하게 한 회계사를 처음으로 구속,회계법인이기업과 짜고 감사를 허술하게 하는 행위에도 철퇴를 가했다.
12개 계열사의 부실회계 규모는 무려 24조8,300여억원.해외 차입금을 빼돌리고 가공 자산을 회계 장부에 넣는 등의 수법은 회계 조작의 ‘교과서’라고 할만하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재열 전 대우전자 사장 등에게는 분식회계 혐의 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외감법의 법정 최고형량은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사기죄는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이다.분식회계를 통해 대출을 받는 행위가 특경가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따른 것이다.
10조원이 넘는 불법대출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밝혀내는 게 검찰의 과제다.해외도피 또는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만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이 비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서류상으로만 투자돼 해외로 빼돌려졌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한다.
그러나 검찰은 해외도피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분식회계의 범의(犯意)나 수법을 입증하는것도 어려워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회장의 신병 확보가 ‘열쇠’다.검찰은 김 전회장의 가족과 회사 임직원 등을 통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들어올 가능성은거의 없다.
결국 검찰 수사는 김 전회장을 제외한 관련자들을 일괄 사법처리하고 김 전회장을 기소중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상록기자myzodan@.
* 대우그룹 사건일지.
●2000.1 금융감독원,12개 대우 계열사에 대한 특별감리 착수●9.15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김우중 대우그룹 전회장등 대우 전·현직 임직원 21명과 회계사 4명 등 25명, ㈜대우 등 5개계열사 검찰에 고발.관련자 27명 수사통보.
●9.16 검찰,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김우중 전회장 입국시 통보토록조치.
●9.19 금감위,대우 분식회계 관련 특별감리 자료 검찰에 제출.
●9.28 대검 중앙수사부, 대우 분식회계 사건 수사 착수.고발된 대우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
●2001.1.16 대우 노조, 김우중 전회장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
●2.1 검찰,전주범대우전자 전 대표이사 등 임원 3명과 공인회계사김세경씨를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
* 대우 분식회계 수법.
대우전자와 대우통신은 분식(粉飾)회계 수법,즉 거짓으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따르면 2년 동안 4조5,000여억원을 허위 계상해 1조5,000여억원을 지원받았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쓴 분식회계 수법은 ▲이미 제품 생산에 투입됐는데도 재고가 있는 것처럼 장부에 올리거나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하거나 ▲부도 상태에 있거나 회수가능성이 없는 매출 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는 것 등이다.
대우전자는 97회계연도에서 자산 3조2,283억여원,부채 4조1,254억여원으로 당기순이익이 1조6,701억원의 적자로 나타나자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414억7,500만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공표했다.98회계연도에서도 1조9,920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45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꾸몄다.2년 동안 3조7,082억여원을 허위 계상한 것이다.
대우통신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97회계연도 당기순손실 700억원,98회계연도 당기순순실이 8,943억원으로 2년간 손실이 9,643억여원이었으나 8,244억원의 적자를 축소,97년도에는 77억원의 흑자,98년도에는 3,8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대우전자는 이렇게 작성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2년 동안 9,556억여원을 대출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했다.대우통신도 같은 기간 5,840억여원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장택동기자 tae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