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먼저 당신의 아내·딸을 설득하라/조태성 문화부 기자
황우석 파문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모두가 나서서 한마디씩 거들었던 거대한 무대가 무너졌다. 남은 수순은 결국 ‘황우석 발가벗기기’다. 포인트는 두 가지. 그 많은 연구비는 어디로 갔는지, 그 많은 난자는 어떻게 구했는지가 될 성싶다. 한때나마 ‘초특급 주연배우’였던 사람에게 ‘횡령’,‘사기’같은 황량한 단어만 남겨진다 생각하니, 과정이야 어쨌든 영 개운치가 않다.
혹 배울만한 점은 없을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1999년 인간배아복제 논란이 일자 전문가패널과 시민패널을 구성해 논의에 부쳤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견해를 밝히면, 시민들은 궁금한 것은 물어가며 공부하고 또 자기들끼리 토론도 하면서 입장을 정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전문가패널 명단에서 ‘황우석’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과, 시민패널들의 최종 결론은 배아복제연구는 절대 안된다는 것 정도다.
당시 결론에 대한 평가는, 말 그대로 평가하는 사람의 자유다. 그러나 지금의 배아줄기세포 논의가 7년전 그대로라는 점은 껄끄럽다. 아니 ‘세계 최초’라는 화려한 무대장식과 ‘당신을 걷게 해주겠다.’는 식의 복음 덕분에 7년전보다 더 후퇴했다는게 정확하겠다. 기술은 업그레이드됐는데, 이 기술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 좋다. 그렇다해도 그 전에 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공개적인 대토론이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처음 등장했던 1973년, 미국학계는 연구중단을 선언했다. 이 기술의 위험성 문제를 두고 3년여에 걸친 논쟁을 벌였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30여년이 지난 지금,GMO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황우석 파문의 핵심은 사실 ‘원천기술’도 아니요,‘논문조작’도 아니다. 귀한 난자를 쓰는 그 기술이 남길 위험성을 아무도 모른다는데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배아복제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하려면, 먼저 귀한 난자를 내줄 수 있는 당신의 어여쁜 부인, 누이, 여동생, 딸을 설득해야 한다. 자, 뭐라 설명할 것인가.
조태성 문화부 기자 cho1904@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