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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측 “李캠프-국정원 간부 연계” 李측 “3류 추리소설”

    朴측 “李캠프-국정원 간부 연계” 李측 “3류 추리소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7일 이해찬 전 총리 홈페이지 등에 게재돼 논란이 된 ‘최태민 보고서’는 국정원이 만든 문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 문건을 언론 등에 유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간부 박모씨를 직위해제한 상태다. ●유출 혐의 국정원 간부 직위해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경선 후보 캠프 소속 의원 8명은 이날 “이명박 후보 캠프가 국정원과 짜고 정치공작을 펴고 있다.”며 국정원을 항의 방문, 김 원장과 1시간30분 동안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국정원장은 국정원 자체 조사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이혜훈 캠프 대변인은 “국정원이 문서 작성부서와 관리부서 등 관련 부서를 모두 조사했지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최태민 보고서를 만든 부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김 국정원장의 말을 전했다. 박 후보가 퍼스트 레이디 대행을 하던 시절인 1977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A4 용지 반쪽 분량으로 최태민씨 관련 횡령·사기 의혹을 정리한 적은 있지만, 최근 유통되는 보고서는 국정원이 만든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측,“이 후보 사퇴 의사 없나?” 이날 1시간 남짓 이뤄진 국정원장 면담에서 박 캠프측 의원들은 사건 전모를 밝히고 관계자들을 엄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만복 국정원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후보측 이 대변인이 전했다. 동행한 엄호성 의원은 김 원장이 국정원 내부조사를 통해 문제의 문서를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서와 문서 관리부서, 문서수발부 등을 조사했으나 문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은 선거대책위 명의로 된 기자회견문에서 “겉으로는 국정원 정치공작을 비난하면서 속으로는 국정원과 내통, 제2의 김대업을 배후조종, 상대후보를 음해한 이 후보 캠프에 환멸을 느낀다.”면서 “한나라당 경선 역사상 가장 추악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추악한 정치공작에 책임을 지고 후보를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고, 이 후보 캠프에는 “캠프인가, 범죄집단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후보측은 ‘최태민 보고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는 국정원 간부 박모씨와 고위간부 K씨가 이 후보 캠프의 국정원 출신 비선팀과 연계, 최태민 보고서 등을 생산하고 유출시켰다고 주장했다.“박씨가 이 후보 캠프 박창달 전 의원과 60여차례 통화한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고, 박씨는 이 후보 측근 J 의원,K 전 의원,S 전 언론인 등과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제보 내용도 공개했다. 박 후보 비방 기자회견을 했다가 구속된 김해호씨와 이 후보측 핵심 인사 임현규씨의 연계 의혹에 대해서도 물고 늘어졌다. 박 후보측은 “이 후보 캠프 핵심 의원들이 김해호씨를 매수하기 위해 정치공작 자금을 건넨 정황도 김씨 본인의 메모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던 대구대·청구대 비리 의혹 기자회견에도 임씨가 개입했다는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박 후보측은 검찰에 이번 주말까지 수사 결과 발표와 음해공작 배후자 색출 및 사법 처리를 촉구했다. ●이측,“박측 몸부림이 애처롭다.” 이 후보측 박희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야당과 국정원이 공모했다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면서 “어떤 국민이 박 후보측의 모독적 발언을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장광근 대변인도 “결정난 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박 후보측의 몸부림이 차라리 애처롭다.”면서 “범죄집단 운운한 데 대해 책임질 각오를 하라.”고 반박했다. 국정원 직원과 60여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지목된 박창달 전 의원은 “인척인 데다, 의원직을 상실해 취업 문제로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골프회동을 가졌다고 지목된 J의원은 “5∼6월쯤 국정원 동향 후배 주선으로 박씨 등 4명이 골프를 쳤지만, 이후 한번밖에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S 전 언론인도 “어떤 경로로도 (박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Seoul Law] “변호인단에 ‘대법관 이름’ 올리려 거액 사례”

    [Seoul Law] “변호인단에 ‘대법관 이름’ 올리려 거액 사례”

    대법원의 상고 사건이 매년 수백건씩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인권의식 향상과 경제 규모의 확대로 법원의 사건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 수는 턱없이 부족해 일일이 기록을 검토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인 명단에 들어있으면 대법원에서는 사건을 유심히 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반 변호사들이 대법원 사건을 맡았을 때 변호인 명단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을 올리려고 애를 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수임사건 기록은 신경 써 검토” 고백 서울 서초동의 한 개인변호사는 7일 “대법원 사건을 맡을 때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을 변호인단에 올리기 위해 그에게 수천만원을 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 대법관의 이름이 변호인단 명단에 들어 있어야 대법관들이 수많은 사건 기록 가운데 아무래도 내가 맡은 사건을 읽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서류 검토 외에는 전혀 사건 실무를 하지 않는 대신 이름만 빌려주고 적어도 1000만∼2000만원을 받는 것이 변호사업계의 관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이름을 변호인 명단에 올리면서 돈을 주고받는다는 말을 몇번 들은 적이 있다.”면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대법원에서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 명단이 있는 사건에 얼마나 신경을 쓸까. 대법관을 지낸 D변호사는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실제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사건을 처리할 때는 심리불속행 기각이 되지 않게 신경을 쓰는 경향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무제(현 동아대 교수) 전 대법관은 “대법관의 업무가 상당히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휴일에도 일하고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가운데는 복잡하지 않은 사건도 있기 때문에 기록을 모두 읽고 처리한다.”고 말했다. 사법개혁위원을 지냈던 서울대 법학부 신동운 교수는 “대법관은 처리할 사건이 너무 많아서 모든 사건을 깊이있게 심리를 할 수는 없다.”면서 “사건 담당 변호사에 함께 일했던 퇴임 대법관이 변호인으로 들어가 있으면 바쁜 상황에서도 기록을 신중히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법관 전관예우는 대법관의 업무가 과중해서 생긴다고 지적했다. ●책3권 분량 사건 하루 5~6건 처리… 기록 제대로 못읽어 대법원에서 다루는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의 수가 너무 적어서 심리불속행 기각이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들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한 간부는 “대법원에 연간 접수되는 사건은 모두 2만여건이지만 대법관은 모두 13명에 불과해 대법관 1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은 하루 평균 5∼6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법원 판사는 책 2권 분량 기록의 사건을 하루에 2∼3건씩 처리해야 하는데, 대법관들은 책 3권 분량의 사건을 하루에 5∼6건씩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법관들은 제대로 서류를 읽지도 못하고, 뚜렷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심리불속행에 따라 사건을 기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10대 로펌 퇴임 대법관 서로 ‘모시기’ “전 대법관이 대법원 사건을 대리하면 대법원과 의사소통도 잘 되고 대법관이 사건 기록을 한 번 더 보기 때문에 로펌에서 경쟁적으로 대법관 출신을 영입합니다.”국내 5대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A로펌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퇴임한 대법관들이 대형 로펌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들은 로펌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이후 퇴임 14명중 9명 대형 로펌 소속 지난 2003년 이후에 퇴임한 대법관 14명의 현황을 추적해봤다.9명은 10대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으며,2명은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강국 전 대법관은 태평양에 근무하다 올해 초 헌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2명은 학계로 갔다. 손지열 전 대법관은 김앤장에, 송진훈 전 대법관은 태평양에, 서성·이규홍·변재승 전 대법관은 각각 세종·광장·화우에 몸을 담고 있다. 박재윤·유지담·이용우 전 대법관은 각각 법무법인 바른과 KCL, 로고스에 둥지를 틀었다. 모두 10대 대형 로펌이다. 윤재식·강신욱 전 대법관은 개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B로펌 대표변호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보통 중요한 사건을 맡는데 이런 사건들은 보통 대법원까지 가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퇴임후 각각 모교인 동아대와 영남대에서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조무제·배기원 전 대법관은 모두 “변호사로 활동하면 경제적인 혜택을 더 받겠지만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된다.”고 말했다. 대법관 출신의 대형 로펌행은 2000년대 들어 두드러진다.1990년대에는 퇴임 대법관 21명 가운데 7명이 로펌행을 택했고,14명은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최근 전 대법관들이 대형 로펌으로 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에 급성장한 대형 로펌이 기업의 소송을 많이 대리하면서 자본이 몰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통합민주신당의 김동철 의원은 “대법원에 있는 대형 경제사범 사건의 대부분을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이 맡고 있다.”면서 “퇴임 대법관의 배임·횡령·기업인 사건 수임 사례를 보면 이임수·서성 전 대법관은 4건, 윤재식 전 대법관은 6건, 신성택·김형선·박준서·이용우·정귀호 전 대법관은 각각 1건씩 수임했다.”고 말했다. ●대형 기업 사건 수임 많아… 월 보수 3000만~2억원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구속 기소되자마자 대법관 출신의 정귀호·이임수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윤재식 전 대법관은 두산그룹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김동철 의원은 “대형 로펌에 속한 7명의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월 보수액을 조사한 결과 한 달에 적어도 3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게는 승용차와 기사가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우리나라 법원에서 상징성을 가진 법관들이 퇴임 뒤 보통 사람보다도 더한 이익추구 행태를 보이며 명예와 권위를 잃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헌재 재판관 출신은 로펌서 ‘외면’ 우리나라 5부인 행정부·입법부·사법부(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가운데 헌재와 대법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사법기관이다. 헌재 재판관 9명과 대법원 대법관 13명은 모두 장관급으로 임기는 6년이다. 퇴임하고 나면 대법관 출신은 로펌에서 서로 초빙하려고 들지만, 헌재 재판관 출신은 로펌으로부터 외면받는다. 헌재 재판관을 지낸 변호사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로펌의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건´ 처리 많아 수익에 도움 안돼 꺼려 2003∼2007년에 퇴임한 헌재 재판관 10명의 현황을 추적해본 결과 4명이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경·권성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이우와 대륙에, 김효정과 송인준 전 재판관은 법무법인 한승과 서린에 각각 몸을 담고 있다. 소속 로펌은 모두 중소 규모다. 대법관 출신들이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대현·하경철·김영일·김경일·주선회 전 헌재 재판관은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헌법재판소장에 내정됐다가 인준 파동을 겪고 지명철회된 전효숙 전 재판관은 아직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다.1990년대에 퇴임한 헌재 재판관들도 대부분 개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퇴임 10명중 4명만 중소규모 로펌에 법무법인 광장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사건은 우발적이고 정치적인 것이 많다.”면서 “수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로펌에서는 헌재 재판관을 지낸 분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영입활동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법원 간부에게 헌법재판소에 가라고 하면 별로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헌재로 갈 바에야 차라리 몇 년 더 있다가 대법원에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20여년간 근무한 법무법인 화우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헌재 재판관보다 대법관 출신을 훨씬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퇴임 뒤 수임료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검사·수사관 수뢰 파문

    현직 검사와 검찰 수사관, 행정 공무원 등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업체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6일 광주지검 모 검사가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일하던 지난해 골재납품업자인 전남 여수 공단환경 대표 김모(여·43·구속)씨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적힌 장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장부에는 이 검사가 해외유학을 갈 때 여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검사의 어머니를 통해 건넨 것으로 돼 있다. 또 이 검사의 어머니는 김씨의 회사에서 이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중인 이 검사는 돈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부에는 순천지청에서 다른 곳으로 발령난 수사관 2명도 김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적혀 있다. 순천지청 신은철 차장검사는 “해당 검사를 불러 직접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관들도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부에 적힌 또 다른 명단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김씨는 GS칼텍스 여수공장을 확장하는 해안매립 공사에 110억원어치 골재를 납품했고 회삿돈 5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12일 구속됐다.순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2) 조선의 운명을 바꾼 역관 홍순언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2) 조선의 운명을 바꾼 역관 홍순언

    문관인 정사(正使)는 공식적인 국서를 전달하고 답서를 받으면 그만이지만, 역관은 배후에서 절충하는 일을 맡았다. 절충하는 과정에는 유창한 외국어가 기본이었지만, 때로는 금품도 오가고, 여러 해 동안 오가며 맺어둔 인맥도 중요했다. 사신들은 일생에 한 두번 가기 때문에 인맥을 쌓을 기회가 없었지만, 역관들은 대여섯 번, 이상적이나 오경석 같은 역관들은 열 번이 넘게 파견되었으므로 각계에 인맥이 형성되었고, 제자들에게 그 인맥을 소개했다. 인맥을 통해 조선과 중국 사이의 외교 현안을 해결한 역관으로는 홍순언(洪純彦)이 가장 유명하다. ●공금 털어 구한 여인이 明 예부시랑의 후처로 홍순언은 젊었을 때에 뜻이 컸고 의기가 있었다. 한번은 북경으로 가는 길에 통주에 이르러, 밤에 청루에서 놀았다. 자태가 특별히 아름다운 한 여자를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여, 주인할미에게 부탁하여 한번 놀아보자고 청하였다. 순언이 그 여자의 옷이 흰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묻자,“첩의 부모는 본래 절강 사람인데, 서울에서 벼슬하다 불행히 염병에 걸려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나그네 길이라 관(棺)이 여관집에 있지만 첩 한몸뿐이라 고향으로 옮겨 장사지낼 돈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제 몸을 팔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을 마치고는 목메어 울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순언이 불쌍히 여겨 장사지낼 비용을 물으니,“삼백금이면 됩니다.”라고 하였다. 곧 돈자루를 다 털어 주었지만, 끝내 그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여자가 순언의 이름을 물었는데도 이름을 말해주지 않자,“대인께서 성명을 말씀해 주지 않으신다면 첩도 또한 주시는 것을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홍씨라는) 성만 말해 주고 나왔다. 동행 가운데 물정 모르는 짓이라고 비웃지 않는 자가 없었다. 여자는 나중에 예부시랑 석성(石星)의 후처가 되었다. 석성은 순언의 의로움을 높이 여겨, 우리나라 사신을 볼 적마다 반드시 홍역관이 왔는지 물었다. 순언은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공금의 빚을 갚지 못한 것 때문에 잡혀서, 여러 해 동안 옥에 갇혀 있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종계변무(宗系辨誣) 때문에 전후 열댓 명의 사신이 중국에 다녀왔지만, 아무도 허락받지 못했다. 임금이 노하여 교지를 내렸다. “이것은 역관의 죄이다. 이번에 가서도 또 허락받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수석 역관 한 사람을 반드시 목 베겠다.” 역관 가운데 감히 가기를 원하는 자가 없자, 역관들이 서로 의논했다.“홍순언은 살아서 옥문 밖으로 나올 희망이 없다. 그가 빚진 돈을 우리들이 갚아 주고 풀려나오게 하여 그를 중국으로 보내는 게 좋겠다. 그는 비록 죽는다 해도 한스러울 게 없겠지.” 모두들 가서 그 뜻을 알리자, 순언도 기꺼이 허락했다. 선조 갑신년(1584)에 순언이 황정욱을 따라서 북경에 이르러 바라보니, 조양문 밖에 비단 장막이 구름처럼 펼쳐 있었다. 한 기병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홍판사가 누구시냐고 물었다.“예부의 석시랑이 공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부인과 함께 마중 나왔습니다.” 조금 뒤에 보니 계집종 열댓 명이 부인을 에워싸고 장막 안에서 나왔다. 순언이 몹시 놀라 물러서려고 하자, 석성이 말했다.“당신이 통주에서 은혜 베푼 것을 기억하십니까? 내 아내의 말을 들으니 당신은 참으로 천하에 의로운 선비입니다.” 부인이 무릎을 꿇고 절하기에 순언이 굳이 사양하자, 석성이 “이것은 보은(報恩)의 절이니, 당신이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였다. 그러고는 크게 잔치를 베풀었다. “조선 사신이 이번에 온 것은 무슨 일 때문입니까?” 하고 석성이 물었다. 순언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당신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했다. 객관에 머문 지 한 달 남짓한 동안에 과연 조선 정부가 청한 대로 허락되었다. 석성이 주선한 것이다. 순언이 돌아올 때에 부인이 자개상자 열 개에 각각 비단 열 필을 담아 주며,“이것을 첩의 손으로 짜 가지고 공께서 오시길 기다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순언이 사양하며 받지 않고 돌아왔지만, 깃대를 든 자가 압록강까지 와서 그 비단을 놓고 갔다. 비단 끝에는 모두 ‘보은(報恩)’ 두 글자가 수놓여 있었다. 순언이 돌아오자 나라에서는 광국공신(光國功臣) 2등에 기록하고 당릉군(唐陵君)에 봉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사는 동리를 보은단동(報恩緞洞)이라 하였다. 그의 손자 효손(孝孫)은 숙천부사가 되었다. ●조선 왕실의 계보를 바로잡다 정명기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홍순언의 이야기는 39가지 책에 조금씩 다르게 전한다. 그 가운데 서사구조가 분명한 ‘국당배어’‘연려실기술’의 기록을 위에 소개했다. 홍순언의 이야기 가운데 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종계변무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공민왕이 피살되자 이인임이 나이 어린 우왕을 세웠는데, 명나라 사신 채빈이 본국에 돌아가 공민왕 피살사건을 보고하면 재상인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까 염려하여 중도에 살해하였다. 정도전·권근·이첨 등의 친명파를 몰아내고 권력을 누렸지만, 이성계가 최영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유배보냈다. 이성계의 정적인 윤이와 이초가 명나라로 망명해 ‘이성계가 친원파 권신 이인임의 후사(後嗣)’라고 모함했다. 명나라는 이 말을 그대로 믿고 ‘태조실록’과 ‘대명회전(大明會典)’에 기록했다. 이성계가 정적 이인임의 후사라고 기록된 것은 조선 왕실의 가장 큰 모욕이었으므로, 태조뿐만 아니라 대대로 사신을 보내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명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수정해 주지 않았으므로 가장 큰 외교 현안으로 남아 있었다.1584년에 황정욱이 ‘대명회전’ 수정판의 조선관계 기록 등본을 가져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종계변무’라는 용어는 ‘왕실의 계보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홍순언은 조선 왕실이 종계변무를 본격적으로 해결할 준비를 하면서 역사에 정면으로 등장했다. 선조실록 5년(1572) 9월11일 기사에 “주상이 중국 사신을 접견할 때에 종계(宗系)의 악명(惡名)을 바로잡는 일에 관해 먼저 대략 말하고, 이어 단자(單子)로써 자세히 기록해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통사 홍순언 등을 시켜 한어(漢語)로 번역해 단자를 만들어 예조에 주어 아뢰도록 했다.”고 했다. 국서는 한문으로 된 문어체라서 친근감이 없었지만, 단자는 구어체였으므로 간절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종계변무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12년 뒤인 선조 17년 11월1일 실록에서야 “종계 및 악명 변무주청사 황정욱과 서장관 한응인 등이 칙서를 받아가지고 돌아왔다.”고 했다. 선조는 그 사실을 종묘에 고한 뒤 죄수들을 사면했으며,“정욱과 응인 및 상통사 홍순언 등에게 가자(加資)하고, 노비와 전택(田宅), 잡물을 차등 있게 하사했다.” 종계변무에 공을 세운 신하들을 광국공신(光國功臣)에 봉했는데, 홍순언에게 2등 당릉부원군을 봉했다.19명 가운데 실무자급인 역관은 홍순언 한 사람만 포함되었다. ●39가지 야담과 소설로 전하는 홍순언 이야기 당릉군에 봉군된 홍순언은 왕궁을 지키는 종2품 우림위장(羽林衛將)까지 승진했는데, 사간원에서 두어 차례 탄핵하였다.“출신이 한미한 서얼이라서 남에게 천대받는다.”는게 이유였는데, 선조는 그가 공신으로 가선대부까지 받았으니 결격사유가 없다고 옹호했다. 역관 홍순언의 능력은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다시 발휘되었다. 명나라에 원군을 청하러 사신이 가며 그도 따라갔고, 선조와 고관들은 그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오기만 기다렸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은 그를 믿고 조선 정세를 파악했으며, 선조가 이여송을 만날 때에도 그가 통역했다. 석성이 과연 홍순언이 구해준 여자와 혼인한 덕분에 조선에 원군을 보냈는지, 역사 자료만 가지고 확인할 수는 없다. 야담이나 야사에서는 여인이 몸을 팔게 된 이유도 달리 나오고, 석성의 벼슬도 달라지며, 그가 해결해 준 현안도 달라진다. ‘청구야담’에는 홍순언이 병술·정해년(1586∼1587) 사이에 북경에 갔다가 청루 문 위에 “은 천 냥이 없으면 들어오지 못한다.”고 쓴 것을 보고는 중국 탕아들도 값이 비싸서 들어갈 생각을 못하는데, 그는 “부르는 값이 그만큼 비싸다면 반드시 뛰어난 미인인 것”이라 생각하고 수천냥을 털어 그 여자를 샀다고 한다. 이미 종계변무가 해결된 뒤이니, 이 책에서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에 원군 요청의 임무를 띠고 홍순언이 파견되었으며, 병부상서 석성이 해결해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종계변무는 외교적 사안이니 예부에서 담당하고, 원군 파견은 군사적 사안이나 병부에서 담당한다. 석성의 벼슬은 그에 따라 달라진다. 홍순언은 공금을 횡령해 청루의 여자를 산 협객인데, 결과적으로 의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에 살이 덧붙어 야담과 소설이 39종이나 되고, 박치복이라는 시인은 5언 264구의 장편서사시 ‘보은금(報恩錦)’을 지었다. ●곤담골에 천인 백정교회가 들어서다 그가 살던 동네에는 지금 롯데호텔이 서 있고, 그 앞에 ‘고운담골’ 표지석이 있다.‘보은(報恩)’ 두 글자가 수놓인 비단을 기념해 동네 이름이 보은단골인데, 고운담골, 곤담골로 바뀌었다. 고운담골을 한자로 쓰면 미장동(美牆洞)이다. 임진왜란이 300년 지난 1892년에 무어 선교사가 조선에 왔다가 조선어를 익히기도 전에 곤담골에 이사하여 교회를 시작했다. 그는 조선인을 야만시하던 권위적 선교사와 달라 인목(仁牧)으로 불렸는데, 백정까지도 교회에 나오게 하여 곤담골 ‘백정교회’라는 이름을 얻었다. 서얼 출신 역관이라 천대받던 홍순언의 동네에 백정교회가 세워진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정몽구회장 항소심 선고 연기

    31일로 예정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취소되고 다음달 27일 변론이 재개된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27일 정 회장의 선고 공판을 취소하고 다음달 27일 오후 2시30분에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회장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위해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고 함께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는 정대근 농협회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최근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되면서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변론 재개 사유를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01년 이후 비자금 693억원 등 900억원대 회사 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자동차부품 회사 ㈜본텍을 그룹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아들 의선씨와 글로비스에 실제 가치보다 훨씬 미달하는 가격에 신주를 배정, 이익을 준 동시에 기아차에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한전 납품비리 신고자 7780만원 보상

    한국전력공사의 납품비리를 신고한 관련업체 직원에게 7800여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이는 국가청렴위원회가 부패신고 보상제를 도입한 2002년 이후 최고액이다. 청렴위는 26일 계약과 다른 제품을 한전에 납입해 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업자를 신고한 관련업체 직원 김모씨에게 역대 최고액인 7780만 7000원을 지급하는 등 부패행위 신고자 7명에게 총 9843만원의 보상금과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한전납품 비리사건은 A기업이 미국산 완제품 대신 자체 제작한 부품을 납품하는 수법으로 5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다. 한전은 관련 중소기업체 직원인 김씨의 제보를 받고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도 문제의 업체에 대해 가벼운 징계를 내리고 부당이득금도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렴위는 또 예인음탐기 등 국방장비를 납품하면서 하도급업체와 2중 거래명세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원가를 부풀려 수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을 신고한 사람에게 980여만원을, 대학 창업보육센터 내 기술연구 대행업체 대표가 직원 2명을 채용한 것처렴 허위 서류를 꾸며 정부지원금 1000여만원을 횡령한 사건을 신고한 사람에게 108만여원을 각각 지급했다. 이밖에 모 국립대 직원이 국가기술자격시험 감독비를 수십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편취한 행위를 제보한 신고자도 포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현행 부패신고 보상금 한도액은 20억원이며, 부당이익금의 국고 환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익증진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면 신고자는 5000만원 이내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회플러스] 서세원 증권거래법 위반 기소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학석)는 24일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개그맨 서세원(52)씨와 서씨의 조카 유모(29)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서씨 등은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N사 간부 민모(구속)씨와 짜고 회사 자금 24억 6000만원을 횡령하고, 이 회사에 유리한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워 4억 8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 공익법인 변칙증여·비리 잡는다

    국세청이 공익법인을 통한 변칙 증여나 상속 등을 방지하기 위해 종교, 교육, 사회, 문화, 복지 등 공익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2007년 정기조사대상 선정방향’을 발표했다. 국세청이 공익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공익법인들이 공공적 성격으로 인해 각종 세제혜택을 받고 있으나 최근 들어 사유화를 통한 회계부정이나 운영과 관련된 비리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올해부터 2만 7000여개에 이르는 공익법인에 대한 정기조사 선정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공익법인의 사업실적과 결산보고서 등을 직접 수집, 내용을 철저히 분석해 불성실 혐의가 포착되면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세금을 추징키로 했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을 변칙적인 상속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운영자금을 사적 목적으로 횡령한 경우 세금 추징과 함께 위법 사실을 사법당국에 통보키로 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정부기관 자체감사 ‘구멍’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되는 범죄 경력자 30명이 신규 임용되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 133명이 정상 근무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또 공무원들의 내부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3일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감사기구 운영실태’ 감사결과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징계와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먼저 대구지방경찰청 등 26개 기관이 범죄경력을 제대로 조회하지 않아 임용결격 사유가 있는 30명을 임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을 퇴직시키도록 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형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가 종료된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특히 대구지방경찰청 직원 2명은 대구시로부터 임용예정자 1명의 신원조회를 의뢰받고 범죄경력을 확인한 뒤 범죄사실이 없는 것처럼 부당 회신했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대구경찰청 직원 2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당연 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도 이를 숨긴 채 근무한 116개 기관,133명에 대해서도 해당 기관에 퇴직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충남교육청 직원 B씨는 2003년 대법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006년 11월 적발 시점까지 정상 근무했다.B씨는 2001년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이후 소속청이 사후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감사원 관계자는 “113명 중 대부분은 사법기관에서 자영업, 주부 등으로 공무원 신분을 속여 소속기관에서 범법 행위를 몰랐다.”면서 “또 알았다 하더라도 대법원 최종판결은 본인에게만 통보되기 때문에 소속기관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일부 부처는 자체 감사에서 직원의 비위를 적발하고도 적절한 징계를 하지 않았으며, 감사원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조치를 통보받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모 우체국장은 직원 A씨가 공금 5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파면,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감봉 3월의 징계만 내렸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부산체신청도 우체국장에 대해 경고, 전보 조치만 취했다.한국국방연구원은 출납담당 직원이 1억 8203만원을 횡령했는데도 면직·고발조치를 하지 않고 정직 3개월로 사건을 마무리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李·朴측 반응

    20일 김동철 의원의 감사원 자료 제시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측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 반면 박근혜 후보측은 반전의 호재를 만났다는 듯 즉각 공세를 취했다. 이 후보측은 전날 검증청문회를 기점으로 “이제 검증은 끝났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였으나 ‘도곡동 땅’에 대한 새로운 진술이 나타나면서 “검증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이 후보측 박형준 공동대변인은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감사원 발언을 부인한 것을 거론하며 “그동안 일관되게 말해 왔다시피 도곡동 땅은 결코 이명박 후보의 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해당 사안은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따라 차명재산 여부에 대해 검찰이 1999년 1월 철저히 수사한 사안으로 수사 결과는 ‘혐의 없음’과 ‘관련 없음’이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근혜 후보측은 다시 ‘검증의 칼’을 빼들었다. 박 후보측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땅임이 드러났다. 이 후보는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재원 대변인은 “당시 감사는 포철의 횡령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검찰 수사 역시 포철에 초점이 맞춰 있어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수사는 곁가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김지훈 한상우기자 kjh@seoul.co.kr
  • [한나라 후보검증 청문회] 朴 질문·답변 지상중계

    [한나라 후보검증 청문회] 朴 질문·답변 지상중계

    19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청문회에서 질문의 8할은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에 집중됐다. 의혹만 있을 뿐 실체가 없다고 시종일관 주장한 박 후보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엄청난 시련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정도를 지키며 살았으니 큰 줄기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 외에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강취 논란, 육영재단 운영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중요한 질의 응답을 추려 봤다. 1. 전두환씨에게 6억원 받아 ▶강훈 위원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뒤 전두환 당시 합수본부장으로부터 9억원 받아 김재규 수사 격려금으로 3억원 돌려줬다는 얘기가 있다. -박 후보 9억원이 아니라 6억원 받았다.3억원을 돌려준 일이 없다. 전 전 대통령 측에서 심부름 온 분이 저를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장실로 갔더니, 거기서 봉투를 전해 주면서 이건 박 전 대통령이 쓰다 남은 돈이라고 했다.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생계비로 쓰라고 해서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 ▶강 위원 성북동 자택은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취득했나. -박 후보 부모님이 남긴 신당동 자택에 살면서 많은 유품 등을 쌓아놓다 보니 너무 좁아서 살 수 없었는데 신 회장이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유품을 보관할 곳이 있다고 제의해와 받아들였다. ▶강 위원 신 회장의 경남기업이 영남대 생활관 등 4건의 공사 수의계약 수주를 한 것이 성북동 자택 대가인가. -박 후보 생활관은 제가 이사장 취임 전에 의결된 사안이다. 경남기업 외에도 네 군데 이상의 업체가 영남대 건물 지었고 수의계약이 아니라 경쟁입찰로 기억한다. ▶강 위원 신 회장과의 약혼설까지 보도됐는데. -박 후보 국민들이 전부 보는 생방송 앞에서 약혼설 얘기까지 질문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느껴진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신 회장은 제가 아니라 아버지와 관계 있는 분이다. 2. 故최태민 목사 문제 ▶김명곤 위원 최 목사 이름이 7개이고, 결혼도 6번 했는데 당시 알았나. 또 최 목사가 청와대를 무상 출입해 정보부가 조사했다는데. -박 후보 제가 누구를 만나서 일을 할 때 그 사람이 결혼 몇번 했는지 자녀는 몇인지, 이름 바꿨는지 알 수는 없다. 또 청와대는 무상으로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김 위원 최 목사가 공사 수주·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돈 받은 사실이 포착됐고 박 후보 이름 팔아서 부정하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40여건 비리가 있다고 한다. -박 후보 이 문제를 아버지가 직접 조사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나온 게 없었고 실체 없는 이야기로 끝났다. 아버지가 대검에서 조사하자고 해서 넘어갔는데 그때 어떤 횡령이라든가 이권개입이나 부당한 짓 했다면 엄격했던 아버지에게 보고됐을 것인데 그쪽에서도 별다른 일 없었던 걸로 안다. 그 뒤 여러번 바뀐 정권에서도 잘못 있다고 나온 적 없었다. 의혹은 나오는데 실체있는 것 없었고 있었으면 마땅히 처벌 받았을 것이다. ▶김 위원 최 목사 관련 말이 나오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 보이는 듯하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천벌을 받을 짓이라는 말도 했다는데 사실인가. -박 후보 음해성 네거티브 중에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아이가 있다는 둥 하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천벌 받을 일 아닌가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만약에 그 아이가 있다는 근거가 있다면 그 아이를 데리고 와도 좋다.DNA 검사 해주겠다. 3. 육영재단 ▶이헌 위원 이사장 퇴임한 이유에 대해 최 목사 등이 후보와 친분 내세워 재단에 전횡 휘둘러 직원들이 반발했다는 기사가 있다. -박 후보 소요가 있었다. 하지만 1988년부터 부모님 기념사업회 운영하게 되면서 거기에 몰두하자는 생각으로 동생(박근영)에게 맡겼다. 소요는 당시 재단이 발행하던 어린이잡지 꿈나라와 어깨동무가 폐간되면서 재정압박을 받아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어서 그랬다. 거기서 오해가 있어서 최 목사 물러가라는 데모를 했다. 최 목사나 딸 순실씨가 육영재단 운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 ▶이 위원 동생과 갈등 있어서 그만둔 건 아닌가. -박 후보 형제간 이간시도는 있었지만 동생과 그런 일로 불화가 있지는 않았다. ▶이 위원 박근영씨는 인터뷰에서 후보가 그만둔 경위가 최 목사 탓이라고 했었다. -박 후보 잘 모르고 얘기했을 수 있다. ▶이 위원 1990년 최 목사 마지막 기자회견에선 최 목사가 육영재단 운영에 자주 참여했다고 대답한 기사가 있는데. -박 후보 당시 최 목사 연세가 70,80대였다. 직접적인 일을 할 상황이 못 됐다. 부모님 기념사업회에서 일은 하고 육영재단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지만, 그 의견을 반영하거나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4. 아버지와 유신체제 ▶정옥임 위원 퍼스트레이디 할 때 아버지께 긴급조치 해제 요청한 적 있나. -박 후보 아버지가 그때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유신체제 끝내고 대통령에서 물러나셨을 것이다. 물러날 준비했다. ▶보광 스님 90년대 잡지 인터뷰에서 5·16을 3·1운동에 비유했는데 역사의식에 의문이 든다. -박 후보 5·16은 구국혁명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나라가 북한에 흡수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국민이 기아에 허덕였다. ▶보광 스님 유신체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 후보 역사에 판단 맡겨야 한다. 민주화운동에 고통받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생각 가지고 있다. 5.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김봉헌 위원 1981년 영남학원 정관에 ‘교주 박정희’가 삽입된 배경은. -박 후보 재단이사 한 분이 정관에 넣자고 해서 이사회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 나도 당연히 찬성했을 것이다. 반대했겠나. ▶김 위원 영남투자금융 김종욱 회장, 전무 조순제, 영남의료원 관리부원장 손윤호, 사무부처장 곽완석씨라고 4인이 전횡을 저질렀다는데 이들 다 아나. -박 후보 김종옥씨만 안다. 이들의 임명은 전부 학교장이나 총장이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다. 제가 월권행위하는 사람이 아니다. ▶김 위원 정수장학회 강제헌납 의혹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데. -박 후보 강제헌납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입증할 자료를 정수장학회에서 갖고 있다. ▶김 위원 정수장학회 섭외비 수억원을 탈세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박 후보 섭외비는 납세의무가 없다가 법이 바뀌었는데 감독관청에서 아무 지적 없어서 몰랐다. 실무진이 처리를 못해서 누락 사실을 알게 됐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납부했다. ▶김 위원 정수장학회 연간 장학금 중 10%가 급여로 갔다는데. -박 후보 이사장이 써야 할 일이 있었고 전체 예산 20%에 해당하는 운영비에서 지급된 거다. ▶인명진 위원 2002년 방북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국가보안법 밀약했다는 설도 있다. -박 후보 북한에 가서 국가보안법 얘기한 적 없다. 밀약도 전혀 없다. 김 위원장에게 6·15때 한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정리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나라 오늘 검증청문회 쟁점은

    한나라 오늘 검증청문회 쟁점은

    한나라당이 19일 여론지지율 1·2위인 이명박·박근혜 대선경선 후보를 상대로 실시하는 검증청문회는 정당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선후보 청문회다. 무엇보다 향후 경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청문회의 성패는 당 내외 인사로 구성된 청문위원들이 이·박 후보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 청문위원들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후보별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이 후보,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등 새로운 의혹 눈길 이 후보의 경우,‘옥천땅’‘도곡동땅’‘다스’‘천호동 개발 특혜 의혹’‘위장전입’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외에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우신토건 하청 특혜, 병역 면제 등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들도 제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신토건은 이 후보의 장인이 지난 1981년 설립한 회사로 현대건설 하청업체였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이 후보가 현대건설에 재직하는 동안에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퇴임한 뒤에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 후보가 현대건설 최고위직에 있으면서 이 회사가 현대건설로부터 하청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가 공방의 초점이다. 병역 면제와 관련한 의혹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이 후보는 지난 1963년 신체검사에서 고도기관지 확장증과 축농증이 발견돼 귀가 조치된 데 이어 65년에는 ‘기관지 확장고도와 폐활동 결핵 경도’를 이유로 최종 징집 면제 판정을 받았다. 기관지 확장증은 사실상 기관지가 파괴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완치가 불가한 병이다. 방사선 촬영을 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 후보측은 지난해 1월 국립암센터의 X선 촬영에서 기관지 확장증 및 폐결핵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건강보험료 고의 축소 납부 의혹도 검증 대상이다. 이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본인 소유의 서초동 영포빌딩의 임대관리회사인 ‘대명통상’을 만들어 대표로 있을 때 얘기다. 당시 본인의 월급을 2000년 99만원,2001년 133만원으로 신고해 건보료를 2만여원밖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한 것이다. 이 후보가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에 매각한 양재동 빌딩, 김씨에게 판 충북 옥천 땅 등 이 후보와 처남 김씨 사이의 부동산 거래들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당시 개발정보를 친인척들에게 미리 ‘흘려’ 부당 이득을 보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검증도마에 오른다. 다스 계열사인 홍은프레닝이 2003년 3∼9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부지를 매입, 주상복합건물 ‘브라운스톤 천호’ 분양 사업을 시작한 2개월여 뒤 인근에 천호 뉴타운이 지정됐다는 점과, 애초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없는 지역임에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 후보, 정수장학회·영남대 관련 의혹 집중 추궁 박 후보의 경우 이 후보에 비해 검증 항목은 적다. 하지만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와 정수장학회 및 영남대 관련 의혹만큼은 청문위원들의 질문 공세가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제기되지 않은 의혹으로는 10·26 사태 직후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금고에 있던 9억원을 박 후보에게 전달했고, 박 후보는 일부를 김재규 사건 수사 격려금으로 되돌려줬다는 내용이 청문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고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4년 사망한 최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박 후보와 함께 ‘구국여성봉사단’을 운영했고 이후 새마음봉사단·육영재단 등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최 목사가 사기와 횡령 등을 저질렀다는 내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 후보가 이를 알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최 목사 일가가 서울 강남 일대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재산 형성 과정에서 박 후보와 관계가 있는지 여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 전신) 강취 및 정수장학회 관련 부정 의혹, 영남대 강취 및 비리 관련 여부 등에 대해서도 청문위원들의 추궁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광삼 김지훈기자 hisam@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년간 의식구조 어떻게 변했나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년간 의식구조 어떻게 변했나

    20년 전에는 맑은 공기 등 쾌적한 환경을 주거지 선택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사람이 5명 중 2명꼴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요새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직장과의 거리, 교통 편리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흡연남성의 비율이 20년 새 84%에서 56%로 줄었다. 20년간의 의식구조 변화를 추적해 보기 위해 1987년 서울신문이 당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을 현재의 직장인 823명(남성 526명, 여성 297명)에게 똑같이 물었다. 상당수 문항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생활수준에 대한 만족도 20년 전보다 하락 전체적인 생활수준은 눈부시게 높아졌지만 스스로의 만족도는 87년보다 나빠졌다.‘나는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87년에는 상류 2%, 중상류 18% 등 자기 생활이 평균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 20%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15%(상류 1%·중상류 14%)로 줄었다. 중류라는 답도 58%에서 54%로 축소됐다. 반면 중하류·하류 등 중간 수준도 안 된다는 사람은 22%에서 31%로 확대됐다. ●집은 크고 직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주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87년 조사에서는 전체의 40%가 맑은 공기 등 쾌적한 환경을 최고로 쳤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직장과의 거리 26%, 교통편리성 23%, 투자가치와 주변시설 각각 19% 순으로 나타났다.20년 전 1위였던 맑은 공기는 6%에 그쳤다. 집의 투자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은 20년 새 6%에서 19%로 3배가 됐다. 큰 집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했다.40평 이상 되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이 87년 5%에서 올해에는 20%로 늘었다. 서울에 대한 선호현상도 심해졌다.87년엔 44%가 서울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했지만 올해에는 69%가 이렇게 답했다. 자기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으로 87년에는 거실 55%, 안방 15% 순으로 답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거실(53%)에 이어 나만의 공간이 30%를 차지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자기 중심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테크 수단으로는 주식·수익증권이 87년과 올해 각각 39%와 37%로 가장 선호됐다. 하지만 87년 26%로 3위였던 부동산이 올해 2위(35%)로 치고 올라온 반면 과거 2위였던 은행 예·적금(28%)은 24%로 비중이 축소됐다. 계(契)는 4%에서 0.4%로 줄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건강관리 방법은 87년의 충분한 휴식 27%, 운동 26%, 건강식품 18%에서 올해에는 운동 31%, 충분한 휴식 19%, 건강식품 11%로 바뀌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1%에서 25%로 늘어난 것은 흥미로운 결과였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은 87년 27%에서 올해 47%로 뛰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남성의 경우 87년 84%에서 올해 56%로 크게 줄었다. 여성 중 담배를 피운다는 응답은 6%였다. 여가생활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87년에는 쉬는 날 집안일을 한다는 응답이 25%로 가장 많고 이어 음악·스포츠 관람 19%, 가족과 나들이 18%, 운동과 휴식 각각 14%였으나 올해에는 가족 나들이와 휴식이 각각 28%로 가장 많고 운동(14%)과 음악·스포츠 관람(13%)이 뒤를 이었다.20년 전 가장 많았던 집안일은 4%로 급감했다. 휴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인식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87년 54%에 이어 올해에도 53%가 ‘휴가는 매년 가족과 함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축구·야구 등 좋아하는 스포츠의 종류는 대체로 비슷했으나 스키·스노보드가 87년 2%에서 올해 12%로, 골프가 4%에서 10%로 각각 늘어 스포츠·레저의 고급화 현상을 보여줬다. ●아침밥 안 먹거나 빵 먹는 사람 늘어 아침에 꼬박꼬박 밥을 챙겨먹는다는 사람은 87년 65%에서 올해 40%로 줄었다. 커피·우유·빵 등 서구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은 13%에서 23%로 늘었고 아예 아침을 거른다는 응답도 19%에서 26%로 증가했다. 옷에 대한 관점도 예쁜 옷에 가장 무게를 두는 쪽으로 변했다.87년엔 옷을 고를 때 디자인과 실용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응답이 각각 38%로 공동 1위였지만 올해에는 디자인이 56%로 가장 많고 실용성은 21%로 축소됐다. 색상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응답은 14%에서 2%로 줄었다.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본다는 응답은 87년에는 거의 없었지만 올해에는 7%를 차지했다. 김효섭 강주리기자 newworld@seoul.co.kr ■당시 사회면 장식했던 뉴스들 신문은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는 정보가 되지만 후대 사람들에게는 역사가 된다.1967년 서울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뉴스들을 통해 당시 모습을 들여다보자.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67년, 물가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눈초리는 지금보다 매서웠다.‘악덕상혼(商魂)’에 대한 비난의 강도도 거셌다. 연말연시를 틈탄 서비스료 인상이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70∼80원짜리 설렁탕을 100원으로,120원짜리 불고기백반을 150원으로,30원짜리 커피를 45원으로 각각 올려받는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해 초 당국은 업주들의 ‘기습인상’을 엄벌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며칠 뒤 서울 중구 다동 H다방 주인이 커피를 35원으로 5원 비싸게 팔았다가 즉심에 넘겨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 발길은 예나 지금이나 들뜨고 붐볐다. 그해 설 서울역은 귀성객 5만명이 몰리는 북새통을 이뤘다.13건의 소매치기가 신고됐고 암표상이 기승을 부렸다. 한 시민은 ‘귀성객이 많아 정신없다.’는 이유로 거스름돈 10원을 주지 않은 서울역 매표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밤손님’들이 활개치던 그때, 도둑들의 최고 인기품목은 TV였다.TV는 당시 근로자의 반년치 봉급인 10만원을 줘야 살 수 있었다. 선풍기, 미싱 등도 도둑들이 눈독 들이는 물건이었다. 졸업·입학 시즌이면 사진사들이 대목을 잡던 시절, 한 여고 졸업식장에서 좋은 목을 차지하겠다며 사진사들끼리 싸움이 벌여져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과속차량 감지기가 ‘레이다’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경찰은 앞으로 음주운전 측정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동헌 감독이 만든 국내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이 대한극장에서 개봉됐다.‘7인의 여포로’와 ‘춘몽’을 만들었던 유현목 감독은 각각 반공법 위반과 음화(淫畵) 제작 혐의로 기소됐다. 반공법에선 무죄를 받았지만, 여배우를 나체로 출연시킨 데 대해서는 벌금 3만원을 선고받았다. 남북한 극한대치로 군대 생활이 말할 수 없이 살벌했던 당시, 휴가를 나왔던 사병이 목숨을 끊었다. 부대 빙상대회에 쓸 스케이트와 운동복을 자비로 마련해 오라는 지시를 받고 휴가를 나왔다가 이를 구하지 못하자 부대 인사장교에게 “앞으로 사병을 괴롭히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6살 여자아이가 군에 ‘입대(?)’하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마포의 강변 판잣집에 살던 신모씨가 군대에 간 사이 어머니가 병으로 숨졌다. 부대에선 신씨가 제대할 때까지 동생을 부대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문보도 이후 이들에 대한 독지가들의 지원약속이 이어졌다. 그해 무려 6304명의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 사유는 근무태만이 가장 많았고 뇌물죄나 공금유용 및 횡령, 직권남용, 공문서 위·변조 등도 있었다. 허위진단서 발급도 기승을 부렸다. 일부 의사들이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허위진단서를 끊어주고 있다는 고발기사가 나가자 경찰이 이에 대한 집중단속을 펴 많은 사람들을 처벌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금감원 ‘그들만의 복지’ 눈총

    금융감독원이 과도한 직원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고, 임금을 편법으로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2000년 이같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도 개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17일 발표한 ‘금감위·금감원 기관운영 감사결과’에서 이같이 지적, 금감원의 방만한 예산 운용행태를 시정하고, 상호저축은행과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등 개선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했다.●임금인상률 6%, 실제로는 11.4%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임금인상률을 2∼6% 사이에서 정했으나 특별상여금 등을 늘려 실제로는 6.3∼11.4%까지 임금을 인상했다.2002년에는 중식교통비, 경로효친비, 정액경비, 특별상여금 100%를 기본급에 통합해 임금인상률을 적용하고, 특별상여금을 추가로 50% 지급해 임금인상이 6%였으나 실제는 11.4%나 됐다. 금감원은 또 2000년 감사 때 직원들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무상지원제도를 융자제도로 전환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성적이 평균 B학점이거나 80점 이상인 경우 학자금을 무상지원하는 제도로 변경해 2003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총 959명의 직원에게 40억 320만원을 지원했다. 또 당시 감사에서 주택자금 무이자대출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으나 직원에게 최고 1억원의 임차주택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임차사택제도’를 도입해 112명에게 105억여원을 무상 지원했다.●자기계발휴가 3일, 본인 생일 휴가 2일 금감원은 감사원이 유급휴가 과다 문제를 지적하자 체력단련휴가 6일을 폐지했다. 대신 다른 기관에는 없는 간병휴가 2일, 본인과 배우자의 부모 생일·제사 휴가 2일은 그대로 두고 2003년 자기계발휴가 3일을 신설했다. 또 금감원 직원들이 대부분 간병휴가 등은 사용하고, 연차휴가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연차휴가보상금으로 연간 10억여원을 지급했다. 또 2004년 주 5일 근무제 실시로 연차 휴가가 25일로 제한되자 26일 이상 연차휴가를 받던 직원들에게 연차 휴가 보전수당으로 총 10억여원을 지출했다.●상호저축은행 감독 소홀 감사원은 또 금감원이 상호저축은행의 소액대출을 정밀하게 검사하지 않아 예금보험기금이 추가로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특히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이 2003년 7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금감원에 보고한 횡령·배임 등 598건의 금융사고 가운데 55.7%인 333건에 대해 사고금액을 변제했다는 이유 등으로 고발을 하지 않았다. 반드시 고발토록 돼 있는 4억원 이상을 횡령한 모은행 지점장 2명도 고발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고양이에 생선’

    법원 사무관이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채무자들이 변제 목적으로 낸 돈을 보관하는 계좌에서 거액을 빼돌려 유용하다 감찰에 적발됐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개인 회생 업무를 처리하는 법원 사무관 김모(38)씨는 올 5월부터 최근까지 법원 계좌에 있던 보관금 1억 5000여만원을 무단 인출했다. 보관금은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들이 채권자에게 돈을 갚기 위해 정기적으로 법원 계좌에 보내는 돈 중 계좌번호 오류 등으로 채권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송금이 보류된 돈이다. 법원 계좌를 관리하는 김씨는 채무자들이 돈을 갚을 때 쓰는 계좌번호를 다른 계좌번호로 임의로 바꾼 뒤 보관금 계좌 속의 돈을 자신이 만든 계좌로 보내는 방식으로 빼돌렸다. 김씨의 범행은 다른 회생위원이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관금이 빠져나간 것을 발견하고 법원측에 보고하면서 적발됐다. 김씨는 횡령한 돈을 지인의 채무변제 등에 일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은 이날 횡령금 전액을 회수해 보관금을 원상복구했다. 법원은 내부감찰을 통해 김씨의 비위사실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알리고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을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김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했으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회플러스] 코스닥업체 2곳 등 압수수색

    코스닥 상장기업인 ㈜UC아이콜스와 신지소프트 횡령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11일 오전 두 회사와 자회사인 구름커뮤니케이션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회사의 전 대표 박권·이승훈씨는 대표이사 명의의 가지급금을 출금해 가는 수법으로 UC아이콜스에서 202억원, 신지소프트에서 22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은 피해를 입은 이들 회사의 고발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수사 의뢰 등을 받고 내사에 착수했으며 최근 이 전 대표를 소환조사한데 이어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 億소리 나는 체고교사 ‘비리 메치기’

    億소리 나는 체고교사 ‘비리 메치기’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자격 미달자 등을 편·입학시켜 준 체육고 교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9일 서울 모 체육고 사격부 교사 조모(46)씨를 구속하고, 이 학교 육상부 교사 이모(47)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조씨 등은 200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신입생 및 전·편입생을 선발하면서 입학자격 미달자와 선발 종목에도 없는 학생 14명을 부정입학시켜 주고 대가로 학부모 10여명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뇌물을 준 편입 대상자 3명이 이 체고 사격부의 편·입학 평가시험인 사격전문기능검사를 치르지 않았는데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처럼 꾸며 성적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육상부 교사 이씨 등 9명도 조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서류를 조작해 육상, 레슬링, 역도, 펜싱 등의 종목에서 학생들을 부정 편·입학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 간 정황은 찾아내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나 이 체고 사격부에 부정 편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강태영 전 청와대 비서관의 딸은 정상적인 절차로 편입학한 것으로 확인돼 누명을 벗었다. 경찰은 “조씨와 학부모 모두 금품 거래를 부인하는 데다 편입 관련 서류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무혐의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총기 판매업자와 짜고 훈련용 총기를 구입하는 것처럼 속여 구입비를 빼돌리거나 식비 등을 부풀리는 이른바 ‘카드깡’ 등의 수법으로 장비 구입비와 전지훈련비, 대회 출전비 등 학교 공금 1억 1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레슬링부 교사 유모(48)씨와 유도부 교사 김모(43)씨는 훈련비 등 공금 370여만원과 580여만원을 횡령하고 공금 중 남는 돈으로 시가 30만원 상당의 쇠꼬리 세트를 교장과 교감에게 각각 선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교장과 교감에 대해서는 서울시교육청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 조치했다. 한편 경찰은 또 모 체육대학 교수와 전임강사가 이 대학 사격부 훈련비 등 공금을 착복했다는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타이쿤/찰스 R 모리스 지음

    타이쿤(大君)이란 일본 도쿠가와(德川) 막부의 쇼군(將軍)에 대해 당시의 외국인이 붙인 칭호다. 여기서 유래돼 요즘은 기업군을 거느리는 거대 실업가를 의미하게 됐다.‘타이쿤’(찰스 R 모리스 지음, 강대은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거대국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오늘이 있게 한 원동력으로 네 명의 타이쿤을 소개한다. 19세기 말, 신생국 아메리카가 유럽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으며 세계 경제의 새 주역으로 떠오르던 이 시기는 미국 경제성장사 중 가장 활기차고 종종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남북전쟁 후 40여년 간 지속된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붐은 20세기 말 동아시아 국가들이 급부상하기 전까지 역사상 최고였다. 이 책은 남북전쟁 후 변화와 혼란의 시기를 기회로 받아들인 네 명의 기업가들, 즉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주식과 철도의 달인 제이 굴드, 석유왕 존 D 록펠러, 전설적인 금융가 존 피어폰트 모건에 대한 이야기다. 은행가이자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미국 경제사 중 가장 떠들썩하고 때로는 잘못 이해되고 있는 한 시대에 관한 생생하고 예리한 이야기들 속에서 거물들의 삶과 비즈니스를 비롯한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누더기에서 부자로’라는 미국의 신화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수많은 기업가들은 무(無)에서 출발해 막대한 부(富)를 쌓아올렸다. 그 중에서도 이 네 사람은 언론에 의해 ‘강도 귀족들’이라고 불리며 가장 주목을 받는 그룹이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카네기, 록펠러, 굴드는 광대한 자원과 개개인에 대한 자유로 가능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끝없는 야망과 재능으로 전진해 거대한 기업제국을 이룩하고 부를 축적했다.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인 모건은 이들과 처지가 달랐다. 카네기와 록펠러, 굴드 세 사람의 야망을 조율하며 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졌고, 세 사람의 부상과 함께 실업계의 지배적인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책은 네 거인이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처한 정치·경제·사회적인 배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활기차고 떠들썩했던 시대를 수놓은 수많은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했던 거물들의 모습을 흡인력 있게 그려나간다. 카네기는 끝없는 탐욕에 불타는 냉혹한 승부사였고, 록펠러는 거대한 제국의 냉정하고 지적인 엔지니어였으며, 굴드는 시장조작의 달인이었다. 젊은 카네기는 철강으로 눈을 돌리기 전 철도회사 전신 기사로 일하며 천재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또 록펠러는 경쟁자들을 설득하고 회유해 스탠더드 오일에 기꺼이 합류하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횡령 혐의로 야음을 틈타 나룻배를 타고 허드슨 강을 건너는 굴드의 모험도 흥미롭다. 이 책은 거물들의 삶 속에 일어난 에피소드, 야심과 탐욕에 울고 웃는 삶의 모습들을 가감없이 전한다. 한 편의 대하 드라마이자, 미국 경제 성장사의 생생한 증언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서사 속에 드러나는 거물들의 면모는 어떠한가. 시대를 보는 예리한 눈, 빼어난 용병술과 창의성, 넘치는 활력과 열정 등 네 명의 타이쿤이 오늘날 기업가들이 갖추어야 할 많은 부분들을 갖추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사족 한마디. 남북전쟁으로 철저히 파괴된 미국을 오늘날 초강대국으로 건설한 네 명의 타이쿤은 탐욕적인 이윤추구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미국 경제의 국부로 치켜세워지고 있다.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국부급’ 기업인들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정적인 측면에 치우쳐 긍정적인 측면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태일(현대경제연구원 컨설팅본부장)
  • 뺑소니 사고 공무원에 근정훈장?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훈·포장을 수여한 대상자 가운데 뺑소니 운전자 등 형사처분을 받은 공직자 199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감사원에 따르면 행자부는 지난해 퇴직공무원인 A씨에게 근정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A씨는 수년 전 교통사고를 낸 후 도망을 간 혐의로 징역6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B씨는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에 의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퇴직을 하면서 정부포상을 받았다.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 벌금형 또는 금고·징역형을 받으면 공무원임용결격사유에 해당돼 당연퇴직해야 한다. 또 포상 당시 징계 또는 불문 경고처분을 받은 기록이 없어야 하며 징계기록이 말소되더라도 공금횡령, 금품수수 등의 중요 비위 행위가 있는 자는 훈·포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훈·포장자 가운데 A씨 등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 4명에 대해 정부 포상을 취소할 것을 통보했다.또 이들 외에도 행자부가 범죄경력조회를 하지 않은 195명은 음주운전 등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직자는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품위유지의 의무가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사소하더라도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자에 한해 훈·포상을 수여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이 이처럼 형사처벌 내용을 숨기고 훈·포장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상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범법행위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면 소속기관에 자동적으로 통보된다. 그러나 A씨는 경찰의 조사에서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공무원 신분을 숨겼다. 그 결과 소속기관은 물론 추천을 받은 행자부도 A씨의 비위행위에 대해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행자부 관계자는 “한 해 2만여명에 이르는 훈·포장 대상자의 범죄경력을 모두 조회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올해부터 2년 내 징계처분을 받은 자는 훈·포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여기준을 강화할 방침”고 밝혔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한나라 검증결론 놓고 정치권 논란

    한나라 검증결론 놓고 정치권 논란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자녀 교육 문제로 인한 전입은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를 위한 전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공금횡령 및 탈세 의혹’의 경우는 급여 수령의 절차상 하자가 없었고, 이미 오래 전에 세금과 건보료가 완납돼 의혹의 근거가 해소된 상태였다.”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 이주호 간사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증위에 제보된 120여건의 검증 요구 가운데 조사를 마친 사안들에 대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이 후보가 시인하고 사과한 위장 전입과 관련,“내집 마련을 위한 주소지 이동 6회, 현대건설 제공 아파트 입주 3회, 논현동 주택 전입 4회,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종로구 이전 3회와 자녀 입학을 위한 전입 4회 및 아들 중학교 입학을 위한 부인만의 전입 1회라는 이 후보측 해명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196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총 24회의 주소지 이전 중 실제 주소지 이전은 21회”라고 덧붙였다. 이 간사는 또 박 전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시인 95년 9월부터 99년 12월까지 급여를 섭외비 명목으로 지급받아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문제 없음’으로 판명났다고 밝혔다. 그는 “정수장학회는 기밀비 지급 규칙에 따라 섭외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고, 당시 세무서도 섭외비가 탈루소득이라고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법인세법이 개정된 98년 이전의 섭외비는 소득세 납부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도 박 후보가 섭외비 전액에 대한 소득세를 자진 납부했기 때문에 탈루의혹은 해소됐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 체납 의혹에 대해서는 “행정적 착오로 건보료 체납이 있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납부 고지를 받은 즉시 밀린 건보료를 완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금 횡령과 재단 사유화 의혹도 실사 결과 근거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이 간사는 설명했다. 검증위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발품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간 발표가 양 후보측의 해명을 그대로 확인시켜 주는 데 그치자 검증위의 역할과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경우, 자녀 교육을 위한 주소지 이전은 실제 주소지 이전 21회 중 5차례에 불과하다. 나머지 주소 이전이 정말 부동산 투기와 관련이 없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여전할 수 있다는 점과 위장 전입 자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5·16 장학회’(정수장학회 전신) 강제 출연 의혹에 대해 당시 박 전 대표가 10살이었던 만큼 직접 관련되지도 않았고 후보의 직무수행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해 검증 대상에서 뺀 것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다른 정당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 검증위는 후보방탄위원회”라며 “의혹을 해소한 게 아니라 오히려 물타기한 결과”라고 혹평했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이 후보의 위장전입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으로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면서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강제 헌납 의혹도 당연히 검증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광삼 한상우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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